수(水)야 고마워, 사랑해!
태아는 엄마의 양수 속에서 즐겁게 출렁이는 진동에 몸을 싣고 10개월간 포근한 여행을 한다. 그리고 세상에 태어나 평생 하루도 빠짐없이 물을 마시고, 사용하고, 누리며 살다가 생을 마치면 땅에 묻히거나 재가 되어 자연으로 동화된다. 그리고 마침내는 자연의 물과 만나게 된다.이처럼 ‘물’은 우리 삶의 일부이자, 인간의 생명유지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전제조건 이다. 그리고 우리들의 마음에 휴식, 치유, 활력 등 다양한 감정을 가져다주는 소중한 친구이며,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무한한 사랑을 베풀고 있다.사람은 체내 필요한 수분량의 1~2%만 부족해도 심한 갈증 상태, 5% 정도 부족하면 혼수상태, 12% 정도 부족하면 생명에 위독한 상태가 된다. 양질의 먹는 물이 인간의 생존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반증하는 수치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상수도 보급이 발달하여 아직 물 부족으로 인한 생존의 위협과는 거리가 멀지만, 먹는 물을 구하기 위해 6시간을 걸어야 하는 에티오피아의 어느 어린이들에게 물은 생존 그 자체이다. 비단 생존의 문제뿐이랴? 세계적인 대표 휴양지 중에는 수려한 경관을 가진 해변이나 강가가 많다. 또한 우리 주변 가까이에서 가족, 연인과 함께 가벼운 산책이나 운동을 즐길 수 있는 하천변, 수변공원 등이 각박한 생활 속에서의 인간관계 회복과 고된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쉼터의 역할을 해주니, 깨끗하고 풍요로운 물은 인간에게 정서적인 안정을 주는 휴식처로서의 의미가 크다.이처럼 물은 인류의 삶 전반에 걸쳐 영향을 끼치며, 그 자체로 훌륭한 자연이자 소중한 자원이다. 반면에 ‘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어떠한가? 과도한 개발과 환경파괴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사막화, 그리고 인구증가에 따른 물 사용량의 급증은 물 부족을 야기했고, 세계적으로 9억 명의 인구가 물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게다가 우리나라는 1인당 연 강수량이 세계 평균의 1/6에 불과한 물 부족 국가임에도 1인당 하루 물 소비량이 282L로 독일(120L)의 2.3배에 달한다. 또한 이용 가능한 수자원 중 실제 사용하는 비율이 40%를 넘어 ‘심각한 물 스트레스 국가’라는 꼬리표가 붙을 만큼 우리 사회 전반에 물에 대한 관심과 물 절약 의식은 많이 부족한 현실이다.이에 점차 심각해지는 물 부족 문제를 인식하고, 깨끗한 수자원 보전과 먹는 물 공급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세계적으로는 1992년 UN 총회에서 매년 3월 22일을 물의 날로 제정·선포했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1995년부터 정부차원의 기념행사와 캠페인을 전개한 지 벌써 20주년을 맞는다. 올해 물의 날 주제는 ‘물과 지속가능한 개발’이다. 미래세대를 포함한 인류 전체가 건강하고 생산적인 활동을 지속해 가기 위해서는 무분별한 수자원 개발을 억제하고 효율적 물관리와 친환경 개발이 중요하며, 먹는 물·수계(水系) 등의 수자원 보호가 필수라는 메시지일 것이다. 세계 ‘물의 날’에 즈음하여, 온몸에 피부병이 돋고 수인성 질병으로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오염된 물을 마실 수밖에 없는 아프리카를 떠올리며, 우리가 당연하게만 여 있는 깨끗한 수돗물, 우리 주변의 강과 하천에 고마운 마음을 가져보자. 더불어 물의 소중한 가치를 망각하고 무분별하게 낭비하거나, 함부로 이용하고 있지는 않은 지 반성해 보자. 이제는 물 절약 및 친환경 생활의 적극적인 실천으로 고마운 물을 아끼고, 지키고, 사랑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