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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규시인의 시가 칸타타로 새 옷을 입었다.시집 '구시포 노랑모시조개'에 작곡가 김광순전주대교수가 음을 입혀 '칸타타'로 선보인다.노래가 되는 시는 '작설차를 우리며' '별' '매화' '농부' '감자를 심으며' '우리가 별자리를 지어가듯' '아침 풀밭에 나서면' '구시포 노랑모시조개' '바람부는 날' '은행잎 털리는 날의' '잔을 들고' 등 11편. 시의 색깔에 따라 합창곡, 또는 중창곡, 솔로곡으로 탄생했다.'구시포 노랑 모시조개 칸타타'는 22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발표된다.김태선씨의 지휘로, 전주쳄버콰이어와 전주쳄버앙상블, 소프라노 한금화, 메조소프라노 이은선, 피아니스트 윤가희씨가 들려준다.
이 시대 젊은 서예가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지난해 창립된 선흔(先痕)이 나름의 앞선 흔적은 남기기 위해 두번째 이야기를 펼쳐냈다. ‘현실의식과 서예술로서의 실천’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공통으로 가졌던 지난 전시와 달리 회원들은 각자의 개성을 살린 작업과 예술의 순수성이 살아있는 작업노트를 실어냈다. 24일까지 익산 원갤러리 4층. “회원들과 모임 이름을 선흔으로 짓고 보니 적잖이 어깨가 무거운 게 사실입니다. 외롭고 긴 자신과의 싸움인 예술의 여정에 선흔이라는 이름으로 뭉쳐 나름대로 앞선 흔적을 남기고 싶습니다.”원광대 서예학과를 졸업하고 전북과 광주, 전남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청년들이 모인 선흔은 민서협 전북지부장을 맡고 있는 최동명과 전북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동권, 진승환, 오민준씨를 비롯 김명석 김승민 박영도 박정철 서거라 송기원 신상기 최재석씨 등이 참여하고 있다. 과학문명이 발전하면서 정신적 공허함과 박탈감을 느끼는 인간, 권력에 대한 웃음, 선과 여백으로 표현한 사상과 감정. 조형과 형태는 각기 다르지만 서예의 본질에 충실하고 싶은 젊은 서예가들의 마음은 한결같다.
‘미스사이공’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히는 작품. 브로드웨이 뮤지컬사상 최장기공연과 세계 30개국서 5천만명의 관객을 모은 작품. 20여년동안 흥행보증수표로 꼽히는 대표적인 뮤지컬. 많은 수식어가 따르는 뮤지컬 ‘캣츠’가 전주무대를 찾는다. 오리지널 ‘캣츠’ 한국 책임프로듀서인 설도윤씨가 무대와 의상 분장 등 뮤지컬의 화려한 요소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줄거리를 한국적인 정서에 부합하도록 손질한 ‘캣츠 포에버’를 들고 전국순회공연을 하고 있다. 뮤지컬 캣츠는 T.S 엘리엇의 책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 고양이를 의인화해 사람들에게 전하는 교훈적인 메세지를 담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실제 고양이와 흡사할 정도의 세밀한 분장과 의상, 고양이 움직임을 연상케하는 스펙타클한 안무, 매력적인 음악으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다.캣츠 포에버는 (주)엠오디유 윤두병대표가 프로듀서를 맡고, 연출은 이상호, 음악 김현철, 안무 이언경이 맡았다. 지난해 뮤지컬대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문희경이 이사벨로 출연한다. 전주공연은 소리문화전당 모악당에서 23일부터 27일까지 오후 4시와 7시30분 두차례씩 공연한다. 한편 ING생명 전주지점은 고객 2000명을 초청, 캣츠관람기회를 제공한다.
‘가장 절망적이고 파괴적인 순간이 들이닥치는 사이버 펑크 SF의 세계에 마음의 풍경을 담아낼 줄 아는’ 사기스 시로. 그리고 영화 속으로 인디 밴드들을, 김광석을, 오리지널 스코어 블루스 기타를 불러들인 방준석 음악감독. 그들에게 영화는 꽤나 큰 빚을 지고 있는 지도 모른다.18일과 19일 씨너스 전주에서 열린 ‘2005전주국제영화제 영화음악감독 마스터클래스 세컨드 세션’. 방감독과 사기스 감독은 “영화음악은 인생 그 자체”라며 “영화음악을 말하는 것은 내 인생을 말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시스템과 프리·포스트 프로덕션 등 한국영화의 제작 환경이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터득해 가고 있다”고 밝힌 방감독은 “그러나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후반 작업의 시간은 여전히 부족하고, 그 안에서 속도감있게 작업해야 하는 것이 힘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영화음악은 산업적 효과를 의도적으로 생각하고 만들면 결과적으로 좋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과 ‘나디아’ ‘도라에몽’ 등 대개 애니메이션 영상과 호흡을 맞춰온 사기스 감독은 “영화음악을 만들 때는 감독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음악은 감독 머리 속에 있는 그림에 음악을 붙이는 것”이라며 감독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 기꺼이 어느 곳이라도 찾아갈 것을 주문했다. 사기스 감독은 “무엇인가를 만든다는 것은 자기 스스로 어딘가를 가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무사’와 ‘남극일기’ 등 6년 전부터 한국영화음악과 관계를 맺어온 사쿠마 마사 프로듀서도 사기스 감독과 함께 전주를 찾았다. 그는 “한국영화 관계자들은 넘치는 열정을 가지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 영화의 장벽은 이미 사라졌으며, 아시아 각국 감독들의 교류가 활발해지는 것은 긍정적 현상”이라고 평했다. 사쿠마 프로듀서는 한국영화 산업이 빠르게 발전한 만큼 시스템에서 허술한 면이 발견되기도 한다며 날카로운 지적을 남겼다.
첫 개인전을 연 열두살 화진이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학교가 끝난 오후 3시40분 부터 뉘엿뉘엿 해가 넘어가는 오후 6시까지, 화진이는 그림만 그린다. 머릿 속에서 상상한 인물이 대부분이지만, 그리다 보면 어느새 스케치북 속 얼굴은 자신과 닮은 것 같다. 30일까지 전주 수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한화진 개인전’. 중산초등학교에서 화진이는 이미 큰 대회 최고상을 휩쓰는 ‘그림 잘 그리는 아이’로 유명하다.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림이 단순해 지고 딱딱해 지는 경향이 있어요. 화진이의 그림은 누가 시켜서 그린 것이 아니라 자기가 너무 좋아서 그린 그림이죠. 화진이의 지금 느낌을 보여주고 싶어서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일부러 그림에 손 대지 않았어요.”한달씩 열리는 수갤러리 초대전에 화진이의 선생님 한국화가 고기현씨(39)는 전시 기간 반절을 뚝 떼어 어린 제자에게 내어줬다. 소아과 안에 있는 갤러리 특성상 기성작가보다 어린 화가의 작품이 더 어울릴 거라는 생각도 있었다.“재작년 가을, 초롱초롱한 눈에 동그란 얼굴을 가진 화진이가 어머니 손에 이끌려 저를 찾아왔었어요. 꼬깃꼬깃한 스케치북을 내밀며 미술에 소질이 있나 봐달하고 하는데, 혼자 그린 그림 치고는 천재적인 소질이 보였지요.”스케치북 안에는 연필로 그린 어머니의 다양한 모습들이 담겨있었다. 3학년 치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세밀한 관찰력과 묘사력이 돋보인다. 고씨는 “화진이의 순수한 표현력이 사라질 까봐 감히 손을 대지 못 한다”며 “일부러 기법을 가르치지 않고 재료를 대하는 느낌으로 그림을 그리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 화진이가 내놓은 그림은 20여점. 가수 비나 김종국, 영화배우 문근영처럼 좋아하는 연예인이 먼저 눈에 띄지만 손자를 등에 업고 있는 할머니나 여인, 잠자는 아기 등 생생한 표정을 잡아내고 섬세하게 묘사한 인물이 주를 이룬다. 인물을 많이 그리는 화진이는 “사람 얼굴에서 눈을 많이 보고 그 사람의 특징을 잡는다”고 말했다. “전시장이 좁아서 아쉽지만, 내가 그린 그림만으로 전시장을 채우고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 기뻐요. 많은 사람들이 와서 봤으면 좋겠어요.”욕심 많은 화진이의 꿈은 서양화가. 이번 전시는 한국화가인 선생님의 영향으로 수묵담채나 연필소묘가 많지만, 딱 한 점 선생님의 얼굴은 캔버스에 아크릴로 그렸다.
J씨는 남편의 부정행위와 폭행때문에 고민하다 결혼생활 15년 만에 이혼하기로 했다. 남편도 이혼에 동의는 하지만 함께 노력해서 모은 유일한 재산인 집을 팔아 나누어 달라고 하니까 한 푼도 못 준다고 한다. 남편은 J씨에게 집이 자기 명의로 되어 있고 그동안 살림만 했으면서 무슨 재산을 나누어 달라고 하느냐며 오히려 면박을 주었다. 결혼 당시 단칸 월세방에서 시작해 남편의 박봉으로 생활하면서 집을 마련하느라고 J씨도 많은 고생을 했다. 이혼시 혼인 중 형성된 재산에 대해서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다(민법 제839조의 2). 재산분할청구권은 혼인생활 중 이룩한 재산에 대해 부부가 공동으로 협력한 것으로 보고, 이혼할 때 공동으로 운영하던 경제생활을 청산하는 의미에서 기여분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즉 결혼 후 함께 노력해 모은 재산은 그 명의가 누구로 되어 있든지 서로 협의해 나눠 가질 수 있으며,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때 법원에 청구하면 각자의 노력한 공로에 따라 분할 액수와 방법을 정해준다. 재산분할의 기준은 재산형성에 대한 기여도가 되며 전업주부의 경우 가사노동과 가정경영, 자녀양육 등에 대한 기여가 인정돼 재산분할청구가 인정된다. 단, 재산분할 청구는 이혼 후 2년이 넘으면 할 수 없다. 따라서 J씨는 남편을 상대로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다. 부정행위나 폭행 등 남편의 잘못에 대한 위자료는 재산분할청구와는 별개의 것이므로 따로 청구해 받을 수 있다(민법 제843조, 제806조)./구남숙(한국가정법률상담소 전주지부 사무국장)
더 라이트 네이션/존 미클레스웨이트·아드리안 울드리지/물푸레미국은 왜 점점 더 다른 선진 민주국가들로부터 고립되어 가는가. 미국인들은 왜 세계인들로부터 비난받는 부시를 연임시켰는가. ‘이코노미스트’ 소속의 영국인 저널리스트,미클레스웨이트와 아드리안울드리지는 이같은 미국의 역설을 미국의 보수주의라는 틀로 설득력있게 분석해낸다. 저자들은 “우리가 과거 30년 동안 미국 정치사의 이면에서 듣고 있던 소리는 물러가는 진보주의의 우울하고 긴 함성소리였다”고 썼다. 사실 50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는 단결된 우파진영은커녕 진정한 보수 이데올로기도 없었다. 1960년대에 미국의 진보파는 미국을 유럽보다 훨씬 더 유럽적인,즉 좌파적인 나라로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책은 과거 40년 동안 미국을 우편향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온 사람들과 제도들을 자세히 설명한다. 보수파의 정치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보수주의 사상가와 학파,학술잡지와 싱크탱크,그리고 일선 활동가들을 면밀하게 다룬다. 하이에크,시카고학파,내셔널 리뷰,헤리티지 재단 등이 여기서 거명된다.미국에서 보수주의가 득세하게 된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1950년대 이후 인구 성장의 대부분이 민주당 성향의 도시들이나 북동부 지역이 아니라 남부지역과 교외지역 등 보수적인 지역에서 일어났다는 점과 민주당이 좌파로 기울었던 것이 경계심을 일깨운 점 등을 객관적 요인이라고 한다면,보수파들의 헌신적인 운동은 주관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진보 기성체제에 대항하기 위해 출발한 미국 보수파는 총력을 기울여 두뇌집단들과 압력단체들,스타들로 구성된 대항 기성체제를 만들었으며,결국 기성체제를 대체했다. 미국이 현재 얼마나 보수화 되었는지는 2008년을 앞두고 ‘미국 진보주의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불리는 힐러리 클린턴의 모습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힐러리는 상원의원이 된 후 기존의 친팔레스타인 입장을 철회했고,자신이 다져놓은 의료와 복지 분야 대신 군사위원회에 참여했다. 또 그런 지위를 이용해 대테러 전쟁을 지지했으며,자신이 감리교파라는 사실과 10대때 ‘미국 보수주의의 거두’ 배리 골드워터를 연모한 경험에 대해서도 말했다.미국 보수주의에서 주목할 것은 그것이 대단히 예외적인 보수주의,즉 ‘미국적’이라는 사실이다. 미국 보수주의는 옛 유럽의 반동적 보수주의가 아니라 적극적인 상업 공화국의 보수주의이다. 또 계급이 아닌 가치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어떤 백인 미국인이 공화당을 찍을지 아닐지를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판단 근거는 그의 수입이 아니라 그가 얼마나 교회를 열심히 나가느냐다.미국의 독특한 보수주의는 현재 미국이 처한 역설적 상황,즉 세계에서 가장 경탄 받는 나라인 동시에 가장 욕을 많이 먹는 나라라는 현실을 낳은 배경이다. 세계인들이 비웃든 말든 미국인들은 자본주의와 신앙심,개인주의로 뭉쳐진 미국적 보수주의를 정당하다고 확신하고 있으며,이 때문에 미국내 보수주의는 더욱 더 확대될 것이라는 게 저자들의 전망이다.
미의 역사/움베르토 에코/열린책들.아름다움의 역사를 다룬 책들은 많지만 움베르토 에코가 썼다면 특별한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장미의 이름’으로 유명한 작가 푸코는 그 이름만으로도 전세계 지적인 독자들의 환호성을 이끌어낸다. 그의 신작 ‘미의 역사’가 한국을 포함해 10여개국에서 동시 출간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리라.에코는 고대 그리스의 조각에서부터 현대의 매스미디어가 만들어낸 스타들의 이미지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와 문화가 아름답다고 생각한 것은 빠짐없이 보여준다. 간략하게 요약한다면,고대는 비례와 조화로 이루어진 이상적인 미를 추구했고,‘암흑의 시기’라고 알고 있던 중세는 오히려 빛과 색채에 대한 강한 동경을 드러냈다. ‘이성의 시대’ 근대의 한 구석에서는 감정과 열정에 극단적으로 몰입하는 경향이 존재했으며,현대는 이전에는 미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에서 새로운 미적 감수성을 발견했다.책머리에 실린 비교표는 하나의 미학적 주제를 각 시대가 어떻게 표현했는지 한 눈에 보여준다. ‘옷을 벗은 비너스’ 를 주제로 한 비교표는 기원전 3만년에 만들어진 ‘빌렌도르프의 비너스’가 ‘밀로의 비너스’(기원전 2세기),‘비너스의 탄생’(1482년·보티첼리),‘오달리스크’(1814년·앵그르),‘숲의 요정’(1908년·피카소) 등을 거쳐 1950년대 마릴린 먼로의 전신 누드사진과 1997년 모니카 벨루치의 상반신 누드사진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게 한다.에코는 미의 역사를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는 동시에 미학의 핵심적 개념들이 어떻게 발생했고 어떻게 진화해 갔는지를 설명한다. ‘보여주기’와 ‘설명하기’를 위해 에코는 예술작품과 고전들을 동원하는데,여기에서 그의 해박함이 빛을 발한다. 에코는 밀로의 ‘비너스’에서 앤디 워홀의 ‘마릴린’까지 불러내며,플라톤,호메로스,칸트,헤겔,니체,랭보,카프카,바르트 등을 통해 자신이 설명하려는 것을 대신 말하게 한다. 그리고 그들은 미의 보편적 측면보다는 미가 얼마나 다양한 측면을 가지고 있는가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편재돼 있다. 예술작품과 고전들은 에코의 주도로 전개되는 본문 만큼의 분량을 가지고 책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에코는 본문을 통해 한 시대의 핵심을 요약하는 한편 시각자료와 고전 원문으로 당대의 느낌을 체험하게 한다. 루브르박물관,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박물관과 미술관,도서관에서 빌려온 예술품들을 구경하고,평생 한 번도 읽어보기 어려운 고전들을 몇 페이지나마 접할 수 있다는 것,더구나 이 지적 여행에 유려한 해설자 에코가 동행한다는 것은 대단한 호사가 아닐 수 없다.책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아름다움이란 완전하고 변경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역사와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에코는 특히 하나의 미적 이상이 지배적인 시대에서도 다른 미적인 이념들이 존재했으며,그 이념들은 사회 변동과 계급간의 갈등,새로운 사실과 가치의 발견을 계기로 성장하거나 쇠락하는 경쟁관계에 있었음을 설득력있게 보여준다.‘중세 전문가’ 에코의 중세 미학에 대한 해석은 특히 방대하고 흥미롭다. 그는 오늘날 일반화된 낭만적인 사랑의 관념이 중세에 발명되었으며 기사와 귀부인 사이의 연애에서 그 원형을 찾는다. 또 괴기스런 이미지들의 근원과 이들에 대한 취향 또한 중세에서 시작되었음을 보여준다. 대중문화에 대한 에코의 깊은 관심을 엿볼 수 있는 현대 부분도 관심을 끈다.
연극인 최균(41). 그의 하루는 빠듯하다. 하루에도 몇차례 연출가와 배우로 옷을 갈아입으며 군산과 전주를 오간다. 오전에는 아동극 ‘아기돼지 삼형제’를 지켜보느라, 오후에는 내달 공연을 앞둔 전주시립극단의 ‘해가 지면 달이 뜨고’연습에, 또 저녁에는 극단 사람세상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작품 모양새를 만들어가느라 분주하다. 12월은 연극계의 비수기라는데, 그는 비수기를 성수기처럼 나고 있다.지난 1997년 군산에 극단 ‘사람세상’을 만든 이후 그는 늘 이렇게 분주하게 지냈다. 지난 2001년 전주시립극단 단원을 겸한 후로는 더욱 그렇다. 늘 공연을 하면서 다음작품 연습을 겸하는 강행군을 하고 있다. “연극을 보고싶을때 언제라도 와서 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늘 공연을 올려야합니다.” 극단중심이 아니라 관객중심의 극장운영, 이것이 그가 다작을 하고 장기공연을 하는 이유다. 그는 연극을 만나 세상이 넓어졌다고 한다. 지극히 내성적이어서 스스로 자폐기질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는 그는 연극을 만나 배역을 갈아타고 관객과 만나면서 세상이 확장되는, 일종의 흥분상태를 한동안 누렸단다. 자신이 연극에서 맛본 감흥을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바람에서 그는 연극인으로 살아간다. 소극장연극, 사람이야기를 즐기는 것도 관객과의 밀도있는 교감을 위해서다. “사람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살아가는 모습, 사람 사는 사회, 사람이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어요. 작품을 보면서 사람냄새를 맡고, 극장을 나가면서 무대에 사람이 살고 있다고 느끼면서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힘에 부쳐도 고집스레 극단을 끌어가고, 극장을 지키는 이유도 사람속에서 부대끼며 사람향기를 더 맡고 싶은 바람에서다. 그의 연극관처럼 그의 작품은 좀처럼 경쟁구도가 펼쳐지지 않는다. 경선으로 치러지는 연극제에도 별 관심이 없다. 대신 축제처럼 열리는 소극장연극제에는 적극적이다. “여기저기 걸쳐있다보니 소극장연극제에 두 작품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전주시립극단 작품에서는 이웃집 아저씨처럼 평범한 서민 서만칠역을 맡았고, 사람세상 작품은 연출과 배우 두 역할을 모두 해내야 합니다.” 아무래도 사람세상 작품에 더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가뜩이나 어렵다고들 하는 시기에 방폐장유치라는 거대한 홍역을 치른 삶의 터전에 공연으로나마 화해의 메세지를 던지고 싶은 마음이다. “따뜻한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화해와 사랑의 메세지를 전하고 싶었고, 그래서 택한 작품이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입니다. 어린이와 성인이 함께 볼 수 있는 따뜻한 가족극이죠.”그는 이 작품에서 제제의 친구가 되는 뽀르투까아저씨를 맡았다. 그의 바람대로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역이다. 이 작품은 다음달 23일부터 2006년 1월 8일까지, ‘무려 2년’에 걸쳐 공연할 계획이다. 많은 사람들이 제제와 그의 가족들과 교감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눈이 먼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에 빠진 심청.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뺑덕어멈의 구박을 받으며 꿋꿋하게 버텨낸 심청.지난해 창단한 수원여자대학 부설 ‘극단 마고’는 현대판 심청이를 등장시켰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제작한 ‘명랑소녀 심청’(이하 심청)이 바로 그것. ‘헨젤과 그레텔’ 이후 두번째 작품인 심청은 무대와 의상을 단순화시켜 어린이들 눈높이의 재미와 교훈을 선사한다.공연은 15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매주 화·수·목·금요일 오전 11시(단체)와 오후 1시에 열리며, 토·일요일은 오후 2시·4시 수원여자대학 인제말리극장 무대에 오른다.작품 줄거리는 흔히 알고 있는 심청전과 일맥 상통한다. 시력을 잃게 된 심학규와 인자하고 심성이 고운 양씨 부인 사이에서 성장한 심청. 그러나 몸이 약했던 양씨 부인은 심학규와 딸 심청이만 남겨둔 채 세상을 떠나고, 심학규는 동냥젖을 먹이며 심청을 씩씩하게 키운다. 그러던 어느날 심학규는 쌀 300석을 절에 시주하면 눈을 뜰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딸 심청은 인당수에 빠져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 준다는 스토리다.전형적인 권선징악의 줄거리지만 세미 뮤지컬을 표방하며 어린이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어린이 놀이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을 곁들여 어린이들을 극중에 참여시켰고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는 장면은 인형극으로 대치, 연극속의 또 다른 연극을 삽입했다.총연출을 맡은 장용휘 수원여대 교수는 “심청이가 어려운 상황들을 지혜롭게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가슴 따뜻한 장면을 연출했다”며 “이번 작품처럼 어린이들이 사회성을 키울 수 있는 아동극 콘테츠 개발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공연은 연극 ‘헨젤과 그레텔’, ‘판타스틱’ 등을 연출한 원진씨가 맡았고 홍선미(안무)·이병복(음악)·김민재씨(조명) 등이 스텝으로 참여했다. 한편 ‘명랑소녀 심청’은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발렌타인 극장이 작품을 구입해 연말 무대에 올린다.입장료 7천원(20명 이상 단체 5천원). 문의(019)382-3670
지난달 28일 개관한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 문화재가 새집 증후군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17일 현재 유치원생부터 시골 촌로까기 모두 46만여명이 다녀갔을 만큼 ‘신명소’로 떠오른 국립박물관의 구석구석을 이태호 명지대(미술사) 교수와 배기동 한양대박물관장과 함께 둘러봤다. 1층 역사관에서 출발해 3층 아시아관으로 걸음을 옮기던 이태호 교수는 “전시장의 공기가 좋지 않다”며 목이 답답했는지 몇 번인가 심호흡을 했다.항온항습 시설 부족으로 새집 증후군 우려 이 교수는 “사람이 불편함을 느낀다면 유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전시공간의 환기 습도 등이 적당한지 전반적으로 재점검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철기유물이나 서화류 등은 당장은 몰라도 5년이나 10년 정도 지나면 변색되는 피해를 입을 수 있어요. 아파트처럼 박물관도 ‘새집 증후군’에 걸릴 수 있지요.” 이 교수는 또 “건물만 있고 가슴에 확 와 닿는 감동적인 유물은 눈에 띄지 않는다”며 “1,2,3층 복식건물이라 소음 때문에 집중이 안된다”고 말했다.역사관 대외교류실에 하필이면 척화비 1층 고고관과 역사관을 둘러본 이 교수는 새 박물관이 민족문화예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라고 칭찬하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전시공간은 유물의 특징을 최대한 살려야 하는데 건축외형을 정해놓고 전시품을 우겨넣은 듯한 느낌이 들어요. 섣부른 생각일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다시 옮겨야할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지요.”역사관에서 나오던 이 교수는 “여기에 왜 척화비를 전시했는지 모르겠다”며 “시대 순으로 배열한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대원군 시대로 돌아가자는 이야기인지,교훈으로 삼자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대외교류실 입구에 척화비라니,그것 참….”배기동 교수는 토기전시장은 다소 비좁다고 지적하고 빗살무늬토기 등 학예적인 특징을 좀더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또 고고관의 유물 영문설명문중 상당수가 표현의 중복 등 어설프게 보인다며 손을 봐야할 것으로 지적했다. 그는 뗀석기 등 일부는 진품과 모조품 구별이 어렵다고 설명했다.종이에 그린 그림을 비단에 그렸다고? 2층 미술관으로 올라갔다. 회화전시실은 그야말로 속빈 강정. 이 교수는 “명색이 회화실이라면 조선시대의 두 거두인 추사 김정희의 작품과 겸재 정선의 대표작을 갖춰야 한다”며 “이유 불문하고 대여해서라도 전시했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밖에 불교의 야외의식용 불화 ‘쾌불’(913.3×599.9㎝)은 전시공간을 잘못 잡아도 한참 잘못 잡았다고 지적했다. 최소한 3∼4뻍이상 떨어져서 봐야하는데 제대로 보려면 가까이 다가서거나 고개를 한참 숙이고 올려다 봐야한다. 적정거리가 맞지 않을 뿐더러 그림이 걸릴 자리가 아닌 곳에 걸어놓은 셈이다. 조선중기 조속의 ‘노수서작도’는 나무위에 앉은 네마리의 까치를 그린 그림. 종이위에 그린 작품인데 설명문에는 비단위에 먹으로 그렸다고 돼 있다. 작자미상의 ‘맹호도’ 역시 비단에 그린 것으로 설명문을 잘못 적었다.박물관 어디에도 근대는 없어 박물관내 조명은 이 교수와 배 교수가 한 목소리로 지적한 사항. 전시품에 관람객들의 모습이 반사돼 시선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조명이 도자기나 빗살무늬토기 등의 원형과 특징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 배 교수는 “조명문제가 참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대충 넘어갈 수는 없다”며 “비용이 들더라도 5∼10년의 장기 계획을 세워 제대로 된 조명을 설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또 이 교수는 “새 국립박물관의 가장 큰 흠 중의 하나는 우리의 직전모습을 보여주는 근대사회의 생활모습과 문화가 전혀 없는 것”이라며 “근대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와 건물이 아니라 문화재 중심의 재배치 등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가 되자 관람인파가 한꺼번에 몰려들어 중앙통로는 시장통을 방불케 했다. 사람들을 찾는 안내방송이 귓전을 울리는가 하면,디지털 카메라의 플래시가 곳곳에서 번쩍거려 유물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방해했다.
지난 14일 KBS 드라마팀 소속 김모(33) PD가 제작비 압박 문제로 자살을 시도,혼수 상태에 빠진 가운데 이를 둘러싼 KBS 내부의 책임 공방이 뜨겁다. 책임 공방의 두 주체는 이번 TV영화 제작을 추진한 KBS 편성팀 소속 만화·영화팀과 이곳에 파견된 드라마국 소속 김 PD측이다.김 PD는 KBS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지난해 공동 제작키로 한 HD용 TV영화 ‘피아노 포르테’의 연출을 맡아 10월 극장개봉을 목표로 지난 1월부터 준비해 왔으나,제작비 압박을 견디지 못해 14일 자신이 살던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목을 맸다.김 PD와 함께 작업해온 스태프 김모 씨에 따르면 “만화·영화팀이 김PD가 드라마 입봉작으로 준비 중인 시나리오를 보고 그에게 올해 초 TV영화 제작을 제안했다”면서 “KBS 자체 예산 1억원과 영진위 기금 2억원 등 총3억원으로 출발한 뒤 앞으로 투자자를 모집,가외로 7억∼10억을 충당하면 총 10∼16억원으로 제작할 수 있다고 만화·영화팀이 애초 약속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0개월 간 투자자를 찾지 못한 만화·영화팀이 김 PD에게 애초 장담한 제작비를 절반 줄인 5억여원으로 진행하길 촉구했고,이같은 상황에서 만화·영화팀과 수차례 갈등을 빚어왔다”고 전했다. 김 PD는 A4용지 4장 분량의 유서에서 “○○가 5억 4백으로 할건지 말건지 선택하라고 윽박지르고,정산하면 쓸 수 있는 건 3억 정도고…”라며 “한달 넘게 투자 받으러 미친듯이 돌아다녔는데…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스탭과 연기자들에게 미안하다”고 적었다. 김 PD는 또 만화·영화팀을 통해 차후 돈이 충당될 것을 예상,촬영 준비 비용으로 지난 6월부터 3개월 간 8000만원을 가지출했으며,이 사용처를 두고도 최근까지 만화영화팀과 마찰을 빚었다. 촬영진행에 어려움을 겪은 김PD는 9월 말엔 자신의 전세금 2500만원을 촬영 진행비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와 관련,영화만화팀 관계자는 “KBS 지원금 1억원을 2억원으로 늘리고 외부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협조했지만 제작진이 원하는 제작비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면서 “김 PD가 외부 스태프 등을 고용해 투자 유치 이전에 제작비를 무리하게 집행한 점도 있다”고 반박했다.
조강래 법무사(70)의 사무실 책상은 요즘 법원에 제출할 서류 대신 편지로 가득하다. 사단법인 질서문화연구회를 만들어 매년 편지모음집을 펴낸 그가 올해로 8번째 책 발간을 준비하면서다.“인성 교육에 편지만큼 좋은 방법도 없을 것입니다. 예절과 질서를 가르치는 사업의 일환으로 편지 모음집을 내기 시작했습니다.”조 이사장은 우체통이 배고플 정도로 사회 전반적으로 편지쓰기와 멀어지는 것이 안타깝단다. “아이들은 교과과정에 편지쓰기 시간이 있어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어른들에게 편지는 향수가 되지 않았습니까.”그가 질서문화연구회를 통해 벌여온 주요 사업이 ‘사랑의 편지 보내기 운동’. 매년 일정 기한을 정해 편지보내기 운동을 펼치고, 그 결실을 편지모음집으로 발간했다. 부모와 자녀간, 스승과 제자간, 부모와 스승간, 친구간 편지를 주고 받게 하고, 학교 등의 추천을 받아 우수 작품들을 뽑아 책에 수록해온 것.“우수 작품에 대해 시상을 하면 훨씬 좋은 편지들이 답지할 것이라고 하지만, 어디 편지에 우열이 있겠습니까. 마음 속에 우러나는 글이어야 진짜 편지입니다.”그는 체코의 카텔 차페크가 쓴 ‘우체부 아저씨 이야기’를 예로 들며, 진실과 사랑이 담긴 것이 편지에서가장 강한 ‘에이스’라고 했다.실제 연구회에 보내온 아이들 편지의 경우 진솔한 이야기가 많단다. 초등학생들의 이성 친구 관계, 외아들의 형제 갖고 싶어하기, 부모의 다툼에 대한 생각, 여러 학원에 다녀야 하는 심정 등을 담은 글을 통해 아이들 세계를 이해하게 된단다.연구회에서 만든 책은 전주시내 전체 초등학교에 보낸다. 친구들과 부모님, 선생님들의 글을 읽으며 더불어 사는 모습을 생각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연구회의 활동에 자극을 받아 학교 자체적으로 편지모음집을 내게 한 것도 부수적 효과다.경제적 도움을 주지 못하더라도 어려운 친지에게 위로의 편지를 쓸 것을 그는 권한다. 그 스스로도 가장 최근에 쓴 편지가 고교 동창인 이연택 전 대한체육회장에 보낸 편지다. 직접 전화하기 힘든 여건이기도 했지만,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편지가 위로가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그는 또 올 고교 50주년 기념사업을 위해 동기생들에게 ‘호소의 편지’로 효과를 보기도 했다. 모교에 기념석을 세우기 위해 십시일반 하자는 그의 편지에 100명이 넘는 동창들이 화답했다.편지쓰는 순간 만큼은 아주 순수해지며, 순수함이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확인시킨 셈이다.
16일 점심이 막 지난 오후 2시 김제 용지우체국. 한산한 도심의 우체국과는 달리 농촌마을의 우체국은 부산했다. “서울 사는 우리 동생한테 보내는 들지름인디 무게가 얼매나 나가나 봐줘. 들지름만 보내라는디 그럴수가 있간. 고구마도 좀 넣고 무도 넣었어. 너무 무거울랑가.”용지면 중평에 사는 김정자씨(63)는 우체국 직원에게 이물없이 말을 건넸다. 무게가 꽤 나가니 택배 요금이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택배료는 4천4백원. “그만허먼 싸네. 내일까장 들어가지?” 김씨의 볼일은 또 있다. 홍미자 사무장을 불러 봉투를 내밀었다. “여그 나오는 김에 이것 갖고 왔는디 뭔 내용이여.” “연말정산에 소득공제 받으라는 내용인데요.” 한쪽에서는 이마을의 특산상품인 한과 택배 작업으로 직원들의 손길이 바쁘다. “농촌의 우체국은 주민들의 생활 편의를 지원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이 훨씬 큽니다. 예전에는 우편업무가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우편예금과 보험 택배 등의 정규 업무 이외에도 주민 편의를 돕는 다양한 역할을 해내야 합니다.” 올해로 15년째 우체국 운영을 맡아온 홍수정국장(40)은 농촌문화의 변화와 우정업무의 변화가 맞물린 환경을 슬기롭게 조화시키는 일이 농촌우체국의 과제라고 말한다. 용지우체국은 별정우체국이다. 별정우체국은 우체국이 없는 지역에서 정보 통신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 개인의 부담으로 시설을 갖추고 체신 업무를 경영하는 특별한 우체국을 이른다. 용지우체국도 홍국장의 부친(고 홍용기씨)이 1965년에 개국 지정을 받아 설립했다. 지금은 여건이 많이 달라졌지만 당시 별정우체국은 그 지역의 신망받는 인사나 재력이 있는 인사들이 사회 봉사로 별정우체국을 세우고 운영했다. 직원들의 임금은 물론 운영비까지도 모두 개인이 책임져야 했던 시절이었다. 대부분의 별정 우체국들이 대물림으로 우체국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그런 초창기 역사 때문이다. 경영학을 전공한 홍국장은 지난 88년 작고한 부친의 유언으로 우체국을 맡게 됐다. 기업체 진출을 계획하고 있던 홍국장은 당시 별 고민 없이 고향으로 돌아왔다. “경제적으로는 늘 빠듯했지만 고향을 위해 일한다는 것도 보람있었고 규모는 작지만 저 나름대로의 경영마인드로 운영하면서 별정우체국의 새로운 모델을 창출해볼 수 있다는 것이 마음을 끌었어요.”그가 새로운 전략으로 운영하는 용지우체국은 전라북도에서 손꼽히는 모범이 됐다. 지난 10월 10일 열린 고객의 날 행사에서는 우체국 예금 수신고 100억탑을 수상 했다. 전라북도 별정우체국으로는 처음. 농촌마을에서는 이루기 어려운 성과다. “농촌마을의 우체국이라해서 앉아서 기다리기만하면 그 역할이 한정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정부에서 직원들의 임금을 지원해주니 그만큼 할 일을 찾아서 해야지요. 주민들의 생활 편의를 돕는 서비스 업무를 강화하는 것도 같은 취지에서입니다.” 용지우체국 역시 대물림으로 운영되는 곳이어서 홍국장의 누나 미자씨(사무장)와 수창씨(사무주임)가 함께 일하고 있다. 우체국 직원은 모두 9명. 3남매에 심상갑 사무주임과 국승경 사무원, 그리고 집배원인 김영식 조승진 오동근 박경찬씨가 용지우체국의 식구들이다. “모두 한식구처럼 일하지 않으면 힘듭니다. 농촌은 고령화되어 노인층이 많지요. 우체국을 찾아오는 분들은 모두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일을 하죠. 그러니 일은 고단해도 보람은 더 큽니다.” 우체국까지 찾아왔는데 미처 도장을 챙기지 못한 할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가서 도장을 가져와야하는 일은 다반사. 집배원들은 우편물 배달 뿐 아니라 크고 작은 장보기까지 불만없이 해낸다. 모든 시골마을의 별정우체국이 해내는 중요한(?) 업무다. 현재 도내 별정우체국은 100개. 금융사고로 최근 2개가 줄었지만 그리 크게 줄지 않은 규모다. 그러나 홍국장은 별정우체국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농어촌 지역 경제의 영향도 있지만 우선 주민수의 감소가 가장 큰 악재죠. 금융부문 역시 경쟁자가 많아진데가 우선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우체국 역할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보면 농어촌 우체국사업은 예산 부담이 가는 국가사업이 될 수 밖에 없겠죠.”심한 구조조정이나 자연적인 감소를 예상하지만 홍국장은 지금 당장 필요한 일들을 찾아 더 열심히 뛸 생각이다. 용지우체국이 늘 활기있는 이유다.
낙엽 수북이 쌓인 도심의 늦가을 거리에서 ‘빨간 우체통’이 생각났다. 빨간 우체통을 찾느라 여기 저기 시골길을 헤맸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우체통은 그러나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아! 그렇고보니 편지를 쓴 것이, 편지를 받은 것이 언제인가 아득했다.옷 벗는 가을산, 호숫길이 아름다운 완주군 상관면 신리 수원지에서 만난 빨간 우체통. 반가워라 다가서니 먼지 뒤집어 쓴 우체통 더 외롭게 보인다. 삶은 각박해지고 외로움은 더 깊어진 세상. 가을이 떠나기전에 그리운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 한통. 가슴 따뜻해질 것 같다.
△소년, 천국에 가다(감독 윤태용·출연 염정아 박해일)= 13살 소년, ‘아줌마’의 사랑을 얻기 위해 서른살로 건너뛰다. 박해일의 천연덕스런 연기 어디가나.△미스터 소크라테스(감독 최진원·출연 김래원)=‘생양아치’의 경찰관 입문기. 그리고 자신을 형사로 키운 조폭들과 제대로 한판 붙는다. 김래원의 원맨쇼에 강신일·이종혁 등 든든한 조연들이 둘러싼다.△플라이트플랜(감독 로베르트 슈벤트게·출연 조디 포스터)=3만700피트의 비행기안에서 감쪽같이 딸이 사라졌다? 누가 범인인지 알게되면 허탈해진다.△이터널 선샤인(감독 미셸공드리·출연 짐캐리 캐이트윈슬렛)=짐 캐리가 코믹연기를 버렸다고? 기억은 삭제할 수 있어도 습관과 본능은 영원하다는 사실이 씁쓸하다.△유령신부(감독 팀버튼·목소리 조니 뎁 헬레나 본햄 카터/클레이애니메이션)=딱 팀버튼표영화…“죽음은 두렵지않다, 사는게 더 겁난다”는 대사가 감칠맛을 더한다.△월래스와 그로밋-거대토끼의 저주(감독 스티브박스 닉파크·목소리 헬레나본햄카터/클레이애니메이션)=영국식 유머란 바로 이런 것.△오로라공주(감독 방은진/출연 엄정화 문성근)=여감독과 여배우가 엮는 잔혹한 복수극…조금 어색한 이유는 뭘까.
영화계 최대성수기인 크리스마스시즌이 다가온다.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블록버스터의 공습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설과 추석시즌이 한국영화잔치라면,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은 전통적으로 헐리우드 대작영화 세상이다. 올해 블록버스터의 첫 테이프는 ‘그림형제-마르바덴숲의 전설’가 끊었다. 그리고 다음달 1일 개봉하는 ‘해리 포터와 불의 잔’(감독 마이크뉴웰·다니엘래드클리프 엠마왓슨)가 뒤를 잇는다. 여기에 다음달 16일 ‘킹콩’(감독 피터잭슨·출연 나오미왓츠 에드리언브로디), 다음달 30일엔 ‘나니아연대기-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감독 앤드류아담슨·출연 조지헨리 윌리암모슬리)이 잔뜩 벼르고 있다.별다른 설명이 필요없는 ‘해리 포터’시리즈의 최근작인 ‘…불의 잔’은 ‘성숙하고 강해졌다’는 광고문구처럼, 이젠 사춘기에 접어든 해리포터와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4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가운데 가장 늦게 선보이는 ‘나니아…’는 지난 50년간 9000만권 이상이 팔려나간 루이스의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삼은데다, ‘반지의 제왕’으로 유명해진 뉴질랜드 웨타스튜디오가 특수효과를 담당했다는 점에서 ‘반지의 제왕’을 능가할 것이라는 입소문도 들린다.이에 질세라 다음달 14일 개봉하는 ‘태풍’(감독 곽경택·출연 장동건 이정재)과 내년 1월에 선보이는 ‘야수’(감독 김성수·출연 권상우 유지태)가 겨울시즌 한국영화 대표주자를 자처하고 있다. 두편 모두 느와르풍의 선굵은 남자들의 이야기.그러고보니 올해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는 모조리 SF, 한국블록버스터는 느와르다.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 그건 관객들의 몫이다.
이 브라질 영화를 보는 게 여간 고통스럽지않다.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누가 저 아이들을 저렇게 타락시켰는지….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의 ‘시티 오브 갓’은 ‘신의 도시’라는 의미가 무색하게 신이 버린 도시에서 살아가는 인간군상들을 가감없이 화면에 담는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주변 빈민가 파벨라가 ‘시티 오브 갓’이다. 무법천지에선 어린 소년들조차 권총을 꺼내들고 살인기계가 된다. 갱단과 경찰, 갱단과 갱단끼리 걸핏하면 총질이다. 부패한 경찰은 갱단보다 더한 범죄를 저지른다. 129분의 런닝타임을 가득 채우는 하드보일드화면은 ‘세상은 숨겨진 지옥이고 인간은 어쩌면 악마의 후예일지 모른다’는 착각에 들게 한다.‘신의 도시’에서 성장한 파울루 린스의 자전적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고, 실제 빈민가출신 아마추어배우들을 기용하고, 카메라 기교를 최대한 배제한 때문인지 화면은 거칠면서도 생생하다. 살육의 현장에 등장하는 삼바리듬과 삼바춤을 볼때마다 묘한 쓴웃음이 가시지 않는다. ‘리얼리티에 대한 추구·굶주림과 폭력의 미학’으로 요약되는 남미 시네누보 정신을 계승한 ‘시티 오브 갓’은 브라질 뿐만 아니라 가난한 나라의 모순과 현실을 고발하는 정치적 배려도 잊지 않는다.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의 월터 살레스 감독이 제작을 맡았고, 제3세계의 정치현실을 애써 외면해왔던 아카데미가 지난해 4개부문 후보작으로 발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예술영화 전영관인 아카데미아트홀에서 18일부터 상영한다.
헨젤과 그레텔, 라푼젤, 잠자는 숲속의 공주, 백설공주, 신데렐라의 공통점은? 모두 그림형제의 작품들이다. ‘인어공주’의 안데르센과 더불어 세계최고의 동화작가로 손꼽히는 그림형제의 동화들은 얼핏 권선징악의 텍스트로 불린다. 하지만 그들의 동화속에는 섬뜩한 마법과 주술이 똬리를 틀고 있다. 신데델라의 원본에는 신데렐라의 언니 드리젤라와 아냐스타샤가 구두를 신어보기 위해 자신들의 발을 일부 잘라낸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을 정도다.‘그림형제-마르바덴숲의 전설’은 19세기 독일민담을 정리해 동화로 재해석한 그림형제가 주인공이다. 이들이 온갖 모험과 역경을 거쳐 그림동화를 탄생시키는 과정을 그린다.요즘 헐리우드에서 잘나가는 맷데이먼이 주연을 맡기는 했지만, ‘그림형제…’는 테리 길리엄 감독과 모니카 벨루치의 영화로 보는 게 맞다.리들리 스콧 감독과 함께 헐리우드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로 꼽히는 테리 길리엄은 몽환적 비주얼의 장인. 조지 오웰의 ‘1984’를 변주해 ‘빅브라더’를 전면에 내세운 SF걸작 ‘브라질’(국내개봉 ‘여인의 음모’)을 비롯해 ‘피셔킹’‘12몽키즈’등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암울한 세계를 고수해왔다. 몽환의 세계를 그리는데 천부적인 소질을 가진 감독이 ‘동화와 마법의 중간계’를 연출하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모은다.여기에 이탈리아출신의 모니카 벨루치가 마흔에 가까운 나이가 믿어지지않는 ‘초절정미모’를 과시하며 ‘판타지’의 방점을 찍는다. 사기꾼 퇴마사 형제인 제이크 그림(히스 레저)와 윌 그림(맷 데이먼). 거짓마귀로 푼돈을 버는 이들의 사기행각이 프랑스정부에 의해 발각되고 목숨을 부지하는 조건으로 9명의 소녀가 사라진 마르바덴마을의 저주를 해결하라는 지시에 응한다. 처음엔 자신들 처럼 거짓마법이겠거니했던 이들 형제는 나무뿌리가 살아움직이고 늑대인간이 공격하는 마르바덴숲에서 혼비백산한다. 모든 저주는 500년째 숲한복판 라푼젤성에서 어린이들의 정기를 빨아먹으며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 거울여왕(모니카 벨루치)의 계략에서 비롯됐음을 알게된다.테리길리엄 감독은 ‘그림형제…’에서 이전의 작품들보다는 어깨에 잔뜩 힘을 뺀채 판타지여행에 골몰하는 것처럼 보인다. 화면이 그리 무겁지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친숙한 동화와 무시무시한 마법의 세계는 종이한장 차이”라고 역설하면서, 감독은 여전히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한다.감독과 배우(모니카 벨루치)가 영화의 시작이라면, 영화의 끝은 기발하고 현란한 CG(컴퓨터그래픽)이다. 잘라내고 잘라내도 계속 되살아나는 진흙인간, 소녀를 삼키는 말의 표정 등은 CG의 초현실 묘사가 어디까지 진보할 것인지를 되묻는다.하지만 판타지SF를 못마땅한 관객이라면 못마땅한게 많다. ‘반지의 제왕’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판타지SF가 그렇듯 스토리는 허술하다. 벌써부터 팀버튼 감독이 만든 ‘슬리피 할로우’의 아류라는 비웃음도 있다. 게다가 관객들의 유럽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력를 과시했던 모니카 벨루치가 헐리우드로 건너와선 ‘예쁜 인형’에 그치는 설정도 그리 탐탁치가 않다. 다만 “진실이 허구보다 더 끔찍할 수도 있다”는 대사처럼, 진실과 환상의 모호한 경계를 제대로 음미해볼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은 틀리지 않다. 15세 관람가.
우체통이 사라지고 있다. 우편물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93년만해도 우리나라 전체 빨간우체통 수는 5만 7599개. 그러나 93년을 정점으로 해마다 감소하기 시작해 2004년에는 3만 6012개로 줄었다. 빨간우체통이 줄어든 것은 통신수단의 변화가 큰 이유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대체 통신이 새롭게 개발되면서 우편물 활용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아예 개인서신을 비롯한 통신물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기업의 카탈로그 홍보 조차도 인터넷 메일로 대체되는 환경변화속에서 우체통은 갈수록 줄어들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우체통의 감소는 도심보다 농어촌지역에서 더 두드러진다. 전북도 예외는 아니다. 전북은 2003년 2416개, 2004년 2239개, 그리고 현재는 2130개로 줄었다. 대부분이 농어촌지역의 감소량이다. 해마다 100개 이상의 우체통이 줄고 있다는 이야기다. 전라북도에서 제일 오래된 우체통은 전주 중앙동 전주우체국 앞의 우체통. 전라북도 1호 우체통이다. 전주우체국 지원과 구인회 서무팀장은 “역사적 사료는 없지만 전주우체국 개국일로 미루어볼 때 1896년 2월 16일에 세워졌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우체통은 2003년 이루어진 전주우체국 정비작업에 의해 우체국 전면에서 건물 벽쪽으로 옮겨졌다. 빨간 우체통의 쓰임이 그만큼 적어졌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군산 선유도 해역서 조선시대 유물 220점 추가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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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것의 쓸쓸함과 공허함…박찬웅 사진전 제35보병사단
그림에 정신을 담아내다... 미술관 솔, '해강 김규진․보정 김정회 사제 전'
장애와 비장애를 넘어 전하는 '조화와 공존'⋯관현맹인전통예술단, 아리랑 세상에 울리다
군산 영광선교합창단, 스승‧제자가 함께하는 정기음악회 '호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