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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맛&멋] 각질 제거 보습 듬뿍 '피부미인'

찬 바람이 불고 건조한 초겨울 날씨가 피부에겐 가장 해롭다. 요즘같은 환절기엔 피부당김이 심해지고 하얗게 각질이 일어나는 증상이 나타난다. 혈액순환과 신진대사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피지선이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이다. 건조한 피부를 방치하면 각질화뿐 아니라 잔주름이 쉽게 생겨 노화를 앞당기게 된다. 이즈음이 어느때보다 세심한 피부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때다. 피부전문관리샵 라포레 최은영점장은 “환절기에 민감해진 피부일수록 청결한 피부 관리가 중요하다”고 일러준다. 피부 타입에 맞는 클렌징제품을 골라 미지근한 물로 깨끗이 씻되 자극을 주지 않는 약산성이나 중성 또는 식물성오일이 풍부한 세안제를 사용하라고 권한다. 보습 성분이 함유된 클렌징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화장품업체들이 봇물처럼 출시하는 한방제품이 보습효과도 있어 건조한 피부에 도움이 된다. 얼굴에 하얗게 일어나는 각질은 바로 제거해 주어야 한다. 방치하면 점점 두껍게 쌓여 피부에 수분이나 영양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피부색도 칙칙해지며, 주름 가려움증 등 트러블을 일으키고, 화장도 잘 받지 않아 들떠 보인다.일주일에 한두차례 뜨거운 물에 얼굴을 담갔다가 수증기를 쐬고 에센스와 밀크로션을 같은 양으로 섞어 3∼5분간 마사지하면 피부가 한결 부드러워진다. 시중의 필링젤 제품을 사용하면 자극 없이 각질을 제거할 수 있다.필링제품은 일주일에 두세차례 사용하는데, 사용전 팔 안쪽에 발라본 후 발갛게 달아오르는 등의 반응을 확인한 후 이용해야한다.피부에 수분을 주고 탄력을 유지시켜주는 피부관리도 필수적이다. 수분 부족은 주름과 직결되는 만큼 충분한 보습을 주어야 한다. 화장수와 로션을 사용해 피부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한다. 눈가나 입주위 등에 잔주름이 자리잡기 때문에 이 부위는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화장품회사에서 내놓은 수분크림이나 에센스 탄력크림 등도 도움이 된다. 요즘은 피부보습과 탄력개선 두가지 기능을 갖춘 기능성 제품들이 많다. 에센스와 크림을 섞어 정기적으로 마사지하면 피부에 활력을 줄 수 있다. 주름이 잘 생기는 목 부위에도 반드시 화장품을 발라준다. 목 피부는 다른 부위에 비해 민감하고 표피가 얇아 굵은 주름이 잘 생기기 때문이다. 주름이 도드라지는 눈가는 주름개선 아이크림을 이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 문화일반
  • 은수정
  • 2005.11.25 23:02

[템포-문화광장] 공연...부담없이 즐겨요

해설판소리25일 오후 7시30분 전통문화센터 경업당도립국악원 교수부의 릴레이 무대. 판소리부교수 김연 명창이 흥보가 눈대목을 들려준다. '초두∼제비노정기'까지. 김연명창은 박봉술 이일주명창을 사사했으며, 임방울 전국국아겨경연대회 판소리부 명창부 대상 수상자다. 한벽예술단의 대동마당 26일 오후 7시30분 전통문화센터 한벽극장전주전통문화센터 전속풍물단 한벽예술단의 국악한마당 무대. 양방언곡 ‘프론티어’, 국악가요 ‘뜨락에 낙엽이 지면’ ‘눈부셔라 내사랑’, 대금독주 ‘다향’, 피리독주 ‘어린왕자’, 실내악곡 ‘꽃의 동화’ ‘방황’ 등을 들려준다.뮤지컬 캣츠27일까지 오후 4시 7시30분 소리전당 모악당유명 무지컬 ‘캣츠’를 한국정서에 맞도록 각색한 작품. 화려한 안무와 음악이 돋보인다. 뒷골목 고양이세상을 통해 인간사를 비춰본다. 이상호 연출, 김현철 음악, 이언경 안무.제주민요27일 오후 3시 전통문화센터 놀이마당전주전통문화센터 일요풍류한마당 ‘민요시리즈’ 네번째 무대. 중요무형문화재 제95호 제주민요 전수조교 강문희씨가 제주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노동요와 외지에서 유입된 창노래를 들려준다.청소년을 위한 협주곡의 밤 29일 오후 7시30분 소리전당 연지홀글로리아스트링 오케스트라가 청소년과 함께 마련하는 협주곡의 밤. 바이올린의 김단비(솔빛중3) 플룻 김명하(한별고3) 비올라 이중희(전주예술고3) 피아노 박수지(우석여고3) 첼로 김지영(한일장신대4)이 협연자로 무대에 오른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5.11.25 23:02

[템포-문화광장] 전시...뭘 보러 갈까

△ 고형숙 개인전30일까지 전주우진문화공간. 한국화가 고형숙의 세번째 개인전. ‘눈을 감고 보다’라는 주제는 단지 눈으로만 보지 않고 마음으로 상대를 이해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선과 면으로 대변되는 현대수묵을 통해 타인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대한민국 수채화작가협회전25일부터 12월1일까지 전북예술회관. 대한민국 수채화작가협회 기금마련을 위한 순회전.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도 감상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기회다.△ 송미령 한지전25일부터 12월1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실. 한지공예기법 중 가장 근간이 되는 전통적 방식 전지공예로 석사 논문을 쓰기도 한 송미령의 첫 개인전. 전통공예 작업을 통해 구현되는 전통적 가치와 현대적인 감성의 자연스러운 교감이 있다. △ 제9회 전라북도 전승공예연구회 작품전27일까지 전주공예품전시관. 무덤에서 출토된 칼라수의를 최초로 재현한 작품을 비롯 16개 분야 50여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합죽선, 자수, 침선, 목침, 전통악기 등 사라져가는 전통공예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군산 일요사진동호회전26일부터 30일까지 군산시민문화회관. 순수한 열정으로 일상을 아름답게 담아내고 창작한 작품들이다. 서른두번째 회원전. △ 한화진 개인전30일까지 전주 수갤러리. 전주 중산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한화진의 첫 개인전. 세밀한 관찰력과 묘사력으로 표현한 인물 작품과 초등학생의 발랄한 상상력이 공존한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5.11.25 23:02

[템포-문화광장] 사진작가 신은경씨 개인전

어느덧 예식장은 웨딩홀로, 사진관은 스튜디오로 변해 버렸다. 단순히 이름만이 변한 것 같지만, 우리는 공간이 지니고 있던 과거 기억을 잃어버린 채 새로운 방식을 강요당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동시대 생활과 다양한 문화의 모습을 살펴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간. 사진작가 신은경씨(32)가 ‘공간시리즈-웨딩홀’로 세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다. 28일까지 전시가 열리고 있는 곳은 그가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는 서신갤러리. 23일 사진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들과 작가와의 만남을 가진 신씨는 “쑥스럽지만 전주에서의 첫 전시가 설렌다”고 말했다.“일상적인 실내공간을 다시 보고 싶었어요. 화려한 인테리어가 있는 공간 자체를 소비하면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욕망을 채워간다고 생각했거든요.”그동안 인물 중심의 작업을 해 온 그는 공간에 대한 인식은 경험을 확장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흑백에서 칼라 작업으로 바꾼 것은 소재가 달라지면서 찾아온 자연스러운 변화다. 보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으로 공간을 바라보기 위해 포커스를 공간 전체에 두고, 공간의 이미지를 수집한다는 생각으로 사진 기법은 절제했다. “결혼식은 성스러운 예식이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하나의 이벤트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과는 어울리지 않는 예식장 건축 형태나 인테리어 모습을 보며 모든 것이 가짜로 이뤄진 공간에서 사람들은 만족을 얻고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거든요.”백제예술대 사진과와 중앙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11.25 23:02

[템포-문화광장] 막토일연극시리즈 길위에 서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 따끈한 연극세상을 기치로 내걸고 올해 처음 선보인 기획프로그램 ‘막토일연극시리즈’. 11월의 막토일작품은 전주시립극단의 ‘길 위에 서다’. 저마다의 아픔을 마음 깊이 묻고 덤덤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시대 여성의 이야기를 담아낸 페미니즘 드라마다.성폭력과 친구의 자살이라는 상처를 안고 있는 다혜, 폭력과 외도하는 남편을 둔 미자, 시댁과의 불화로 이혼한 현경. 방송국이라는 한 직장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일하며 살아가는 이들 세명의 여성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참아야하고, 침묵해야하는 모순속에 빠져있다. 이들의 모습은 불평등한 구조속에 살아가는 오늘 우리 여성들의 모습일 수 있다. 무대위 인물을 통해 상처받고 억압받는 여성의 삶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선동이나 구호식의 메시지는 없다. 단지 여성 스스로가 주어진 상황을 깨쳐야 하고, 남성과 신뢰와 존경을 회복해야 하며, 온전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할 뿐이다.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는 지역의 중견 여배우 넷이 작품을 끌어간다. 전춘근 정경림 김경미 국영숙이 공동연출 했고, 무대에 함께 선다. 26일 오후 6시, 27일 오후 3시 6시 소리전당 명인홀. 270-7842

  • 문화일반
  • 은수정
  • 2005.11.25 23:02

[템포-문화광장] "마지막주 토요일 제일 잼나요"

매월 마지막주 토요일마다 ‘특별한 수업’을 가져온 교사와 학생들. ‘놀토일(노는 토요일)’을 알차게 보내게 하려는 (사)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이사장 이미영, 이하 교육문화원) 회원들이 진행해온 ‘청소년체험교실’이 오는 26일 전주박물관에서의 모듬활동을 끝으로 올 한해동안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청소년체험교실’은 주5일제 수업 대안으로 시작됐다. 청소년 체험프로그램의 부재와 교육현장의 입시중심의 편향적인 교육과정을 보완하기 위해 노는 토요일을 활용하기로 했다. 교육문화원의 회원들인 현직교사 200여명이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짜고 강사로 참여했다. 프로그램은 다양한 체험활동과 종합적인 소양을 길러주기 위한 강좌로 구성했다. 봉사교실, 독서교실, 전통문화체험교실, 영화교실, 생태환경교실, 농촌어린이 전주역사 체험교실 등 중고생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10여개의 강좌가 마련됐다. 청소년 체험교실은 지난 3월부터 매달 한차례씩 진행됐다. 전주와 고창지역을 중심으로 마지막주 토요일에는 선생님들의 특별한 과외가 시작된 것이다. 무주와 진안 부안 고창 익산지역 청소년들도 전주역사체험에 참가했다. 올 한해동안 이 체험교실에 참여한 전북지역 청소년이 2000여명에 달한다.그동안 열려온 청소년체험교실이 26일 국립전주박물관에서의 모듬활동을 끝으로 내년을 기약한다.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열리는 체험교실은 역사·전통문화 체험교실과 봉사교실, 독서교실, 어린이전통문화체험교실, 어린이환경생태체험교실 등. 청소년 역사·전통문화체험교실에는 무주안성중학교와 전주서중학교 학생들이 참가해 박물관과 전주한옥마을을 답사할 예정이다. 봉사교실에 참가하는 청소년들은 국제재활원 원생들의 전통공예체험활동과 문화재관람 도우미로 활동한다. 전주지역 독서교실 참가자들은 ‘오주석의 한국미의 특강’을, 고창청소년들은 ‘박물관이야기’ 독후활동을 하며, 진안지역 초등학생들은 토기만들기와 탁본뜨기 체험활동을 한다. 환경생태교실 참가자들은 나무 목걸이를 만들어보고 나무의 겨울나기 관찰도 할 예정이다.교육문화원 정우식 정책기획실장은 “보다 많은 지역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체험교실을 진행하고 싶었지만 여건이 여의치 않아 전주와 고창중심으로 진행된 것이 아쉽다”며 “참가하려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어 내년에도 프로그램을 보강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은수정
  • 2005.11.25 23:02

[템포-해외여행] 웃비아의 샛길로 빠지는 배낭여행 - 실크로드를 가다 (19)

퀘타 Quetta : 파기스탄 서부 발루치스탄주의 주도. 인구 56만 307(1998). 퀘타란 파슈토어로 성채라는 뜻입니다. 해발고도 1600m의 건조한 고원에 있고, 북쪽의 아프가니스탄, 서쪽의 이란으로부터 인더스강 골짜기에 이르는 교통로 교차지역에 있어 군사·교역상 요충지입니다. 주변에 포도·석류 등의 과수원이 많고 식품·화학·섬유 등 공업도 발달하였습니다. 하지만 퀘타에는 여행자들이 특별히 볼만한 관광지는 없습니다. 육로로 이란을 가기 위해서는 여행자들이 어쩔 수 없이 들러야 하는 도시입니다.끝없는 모래 바람 속을 달려 새벽 6시경 해발 2,000m 가까운 산을 넘자 동이 텄습니다. 아침 7시, 드디어 기나긴 여정 하나가 끝났습니다. 퀘타다. 이슬라마바드행 비행기 표 구하기버스가 도착한 곳은 터미널이 아닌 그냥 길거리... 왜 이런 곳에 차를 세우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릭샤 삼총사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3년 전 인도에서 혼돈의 느낌이 다시 떠올랐습니다.눈을 돌리자 충격의 현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양을 도살하여 껍질을 벗기고 하얀 속살을 대롱대롱 메달아 둔 정육점. 곁에는 목이 그대로 뒹굴뒹굴. 빨간 피가 너무 선명하여 페인트를 한통 부어 놓은 느낌입니다. 새벽차에서 내릴 때 이런 장면부터 목격한다면 어떤 느낌이 들지 짐작해 보십시오. 이 도시를 가능하면 빨리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우선 항공편부터 알아보자.” 퀘타에서 라왈핀디까지 열차가 운행되지만 표구하기 쉽지 않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고 했습니다. (퀘타-라왈핀디 1458Km 34시간 소요) 가능하면 파키스탄은 북쪽 지역에서 느긋하게 보낼 예정인데 과연 그게 가능할지?스즈키 운전사가 다가왔습니다. “어디를 가려고 하느냐?” “이슬라마바드행 비행기를 타고 싶다.” “그럼 PIA에 가서 항공권을 사서 공항에 가면 된다. 비행기는 하루에 한번 12시경에 있다" "얼마에 갈래?" "공항은 멀고 항공사도 들려야 하니 300루피 (6,000원)" "헥... 왜 그렇게 비싸?" "이거 스즈키잖아. 여러 명이 타면 싼데 너 혼자 가려면 요금 다 줘야 되." "200루피에 가면 탈게" (항공사가 어디에 붙었는지 공항이 얼마나 먼지 모르는 상황이라 더 이상 깎을 수 없었습니다.)아침 일찍 PIA(파키스탄 항공)에 도착하자 아직 문을 안 열었습니다. 스즈키 기사를 마냥 기다리게 할 수 없어 여기 까지 온 요금만 계산하고 보내려니 약속한 200루피를 달랍니다. "이 놈아 배를 째라. 1KM도 안 떨어진 거리를 타고 왔는데 200루피를 줘?" "너 같으면 200주겠냐? 그럼 여기 문 열 때지 기다려. 표 끊으면 공항까지 가서 약속한 돈줄께. 네가 그렇게 하자고 했잖아" 그래도 나 때문에 아침 장사를 망쳤으니 200 다 줘야 한다고 우깁니다. "항공사가 언제 문을 여는지 네가 나보다 더 잘 알면서 왜 표 끊어서 공항까지 안내한다고 했어. 일이 이렇게 된 건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표도 안 끊고 공항에 갈래? 이 거리라면 10루피 쯤 될 텐데 아깝지만 100 줄께 제발 돌아가라 그리고 잘 먹고 잘 살아라..." 아침부터 항공사 정문 앞에서 옥신각신... 흰옷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젊은이가 등장하여 우리의 싸움은 끝이 났습니다. (항공사 직원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표 끊으러 온 젊은이였습니다.)30분 이상 정문 앞에서 기다렸다 사무실을 들어가자 오늘 표는 이미 매진되었고 내일 출발하는 3시 비행기가 있다고 했습니다. "에구~ 그거라도 줘라". 퀘타에서 하루를 머물다 가라는 하늘의 뜻이라고 깨끗이 받아 들였습니다. 함께 기다린 젊은이도 이슬라마바드행 비행기 표를 끊었죠. (안내 : 퀘타는 작지만 국제공항입니다. 일주일에 한번 라호르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퀘타를 경유하여 이란 마샤드 까지 운행되고 주변 나라로 떠나는 비행기도 이따금 있습니다. 이슬라마바드와 카라치는 매일 일회 운행. 단, 모래 폭풍의 영향으로 종종 결항이 됩니다.)"어디서 묵을 거냐?" "아무데나 싸고 깨끗한 집이면..." "내가 묵는 호텔이 괜찮은데 거기 갈래?" "얼만데?" "내가 말해주면 400루피(8,000원)면 될 거야." " 그렇게 하자." 그 청년이 잡은 택시를 타고 마들린 호텔로 갔습니다. 몹시 어수선한 길거리를 지나 도착한 마들린 호텔은 겉보기보다 속이 깔끔했습니다. 뜨거운 물도 잘 나오고 TV도 있고, 시트도 깨끗하고...종업원들의 친절도 맘에 들었습니다. 함께 묵은 젊은이는 바로 옆방인데 아마도 신혼여행 중인 것 같았고요. 불편하거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노크를 하라고 했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한나 호수와 새로운 외국인 친구퀘타에는 특별한 관광명소가 없어 그냥 돌아다니며 사람 구경 차 구경하는 걸로 하루를 보내야 합니다. 굳이 일거리를 만들자면 서점에 가서 파키스탄 지도를 한 장 사는 것. 제일 번화한 진나 로드의 서점을 찾아갔습니다. 거리 풍경은 분명히 인도와 다른데 자꾸만 인도가 오버랩 됩니다.5월 1일 달이 바뀌었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2주가 지났네요. 여행이 좋은 점 하나를 꼽으라면 머리가 땅에 닿으면 잠이 든다는 것입니다. 집에서는 잠들기 어려워 별 짓을 다하다 포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잡념을 하지 않고 적당히 몸을 움직여 주는 것이 불면증에 특효약이라는 걸 여행을 통해 증명하는 샘입니다. 집에서 쓸데없는 걱정을 안 하고 사는 날이 과연 올까요? 그건 돌아가서 잠 안 올 때 생각해보기로 하겠습니다.이슬라마바드행 비행기는 4:30분에 출발. 시간이 남습니다. 외곽에 있는 한나 레이크를 가 보자. 지도를 들고 버스터미널로 나왔습니다. 호수까지 바로 가는 버스는 없고 그 근처에서 좀 걸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22루피를 주고 미니버스를 타고 도로 가에 내릴 때까지 30분 정도밖에 안 걸렸습니다. (버스가 갈 때 사람들이 손을 들어도 기사가 세워주지 않은 이유를 이 차에서 내린 후에 알았습니다. 잽싸게 뛰어 지붕위로 올라가거나 메 달려 온 겁니다. 신기한 사람들...^^)재미있는 파키스탄 인도의 시내 교통수단의 중심에 오토릭샤가 있다면 파키스탄은 스즈키가 있습니다. 스즈키는 말 그대로 일본 스즈키 회사의 소형차를 말하는데 스즈키가 아니어도 파키스탄에서는 작은 차는 무조건 스즈키로 통합니다. (우리가 4륜구동 차를 Jeep이라고 부르던 것처럼...) 또 하나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스즈키나 미니버스를 타고 가다보면 길거리에서 승객들이 손을 들어도 차는 서지 않고 그냥 지나쳐 버립니다. 처음에는 돈 벌기 싫어하는 버스 기사의 정신상태가 의심되더군요. 그런데 이유가 있었습니다. 손을 든 승객이 쥐도 새도 모르게 버스 지붕에 앉아 있는 요술들을 부리더군요. 참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주성치가 만든 “소림축구” 보다 더 재미있는 일이 종종 일어납니다.파키스탄을 대표하는 이미지 하나를 떠올리라면 대형버스와 트럭의 요란무쌍(?)한 화려함입니다. 이 부분은 필리핀의 찌프니와 아울러 거의 예술의 단계까지 승화되었다고 보는 대요. 이렇게 장식을 하는 이유는 사고를 방지해 준다는 주술적 의미가 내포되어있기 때문이랍니다. 무시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신이 지켜주는 것은 증명할 수 없지만 화려함이 눈에 쉽게 뜨여서 사고 예방에 틀림없이 도움이 될 겁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새로 출고되는 차들은 장식을 점점 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파키스탄 여행의 재미 하나가 줄어드는 샘이지요.호수가 호수가 아닙니다. 갈수기라 물이 흔적만 남고 다 말라버렸습니다. 그래도 소풍을 나오는 사람들이 띠엄띠엄 보이네요. 물이 가득 차면 이 사람들이 얼마나 뿌듯할까? 짐작만 했습니다.이곳에서도 소풍 나온 사람들이 이방인을 반깁니다. 짜이를 두 잔이나 마시고 또 콜라 한 병을 얻어 마셨습니다. 안 마셔주면 섭섭해 할 분위기라 어쩔 수 없이 물배를 채웠죠. 물 마른 한나 호수에 염분 섞인 물을 조금 적선하고 돌아 왔습니다.^^호텔에 돌아오자 어제 그 젊은이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직 시간이 좀 남는데... 할 일도 없고 공항에 가서 기다리는 편이 낫겠다. 릭샤를 잡아타고 함께 공항으로 왔습니다. "너 부인은 같이 안 가니?" "응... 사실 부인이 아니고... 애인이에요. 집에서 결혼을 반대해서 몰래 만나러 왔어요." "웁스, 로미오와 줄리엣이 파키스탄에도 있네!"그 때 부터 정식 통성명을 시작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파키스탄에 와서 캐슈미르 지역을 못 볼 것 같아 아쉽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이 친구가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캐슈미르 근처가 자기 집인데 함께 갈 생각이 없냐고 했습니다. "왜 없겠어? 정보가 없어 못 갈 뿐이지..." "그럼 이틀간 우리 집에 가요" " 너 회사가 라호르에 있다면서..." "5월 3일이 파키스탄 국경일인데 연휴여서 집에 다녀 올 참이었습니다." 이렇게 또 한 명의 친구를 만났습니다./김흥수(배낭여행가)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5.11.25 23:02

[템포-레저] 가볼만한 곳 - 대아·동상저수지

단풍이 지면서 날씨가 차가워졌다. 하지만 아직도 한낮의 햇살은 따사롭게 내리쬐고, 산과 바다는 도심 속에서 갈길 잃은 사람들을 유혹한다. 연말로 접어들고 있다는 느낌만으로도 웬지 썰렁한 11월 마지막 주말이다. 연말로 갈수록 행사도 많아진다. 결혼과 모임, 종교행사 등이 겹치면서 원거리 여행이 시간적으로 부담스러워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눈을 가까운 곳으로 돌려 계획을 잡아야 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완주군 대아·동상저수지 호반도로 주변을 돌아오는 드라이브 산책 코스는 권할 만 하다. 가족과 함께, 아니면 연인과 함께 대자연의 아늑함을 느끼면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이곳은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운암산과 동성산, 위봉산 등 아래 계곡을 막아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대아·동상저수지는 주변 산세와 호수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완주 8경 가운데 하나이다.1922년에 만들어진 댐이 노후돼 지난 1989년 완공된 대아댐은 5,464ha/㎥이르는 방대한 저수량을 자랑하며,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있는 운암산과 우아하고 부드러운 산세의 동성산은 그 아래 잔잔하고 푸른 두 개의 호수를 곱게 물들인 치맛자락처럼 펼쳐놓았다.특히 대아저수지는 남쪽에 위치한 동상저수지와 맞닿아 있는데, 두 개의 저수지를 잇는 20km의 호반도로가 관통하는 주변경관은 사시사철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전주에서 출발한다면, 고산∼대아댐, 위봉사∼대아저수지, 화심∼동상저수지 등 세가지의 길을 권할 수 있다. 토요일 아침 모처럼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면, 먼저 소양을 지나 화심 순두부 단지에서 좌회전해 동상저수지 쪽으로 들어가는 코스가 적합하지 않을까. 11시쯤 출발해 화심에 가서 얼큰한 순두부 백반을 한그릇 먹고 동상 쪽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꼬불꼬불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고개를 넘어가면 동상저수지가 반기고, 가을걷이가 끝난 길가의 감나무들은 ‘까치밥’ 몇개만 남겨놓은 채 썰렁하다. 인근 마을을 들러 한창 익어가는 ‘동상곶감’을 구경할 수 있다. 신월교 부근에서 우회전, 동상 운장산계곡에 들어가 고즈넉한 분위기에 흠뻑 취해봄직도 하다.동상초등학교를 지나 한참을 가다가 위봉사 쪽으로 좌회전해 나갈 수 있다. 작년에 새로 개설된 길인데, 동상면 수만리 쪽으로 이어지는 음수교와 도로가 개설돼 위봉사, 송광사를 구경하고 전주 쪽으로 나갈 수 있는 코스다. 이 길 주변에는 도시민 등 관광객들을 겨냥한 펜션, 관광농원 등이 자리잡고 있어 단체 야유회 등에도 적합하다. 위봉사에서 송광사로 내려오다가 우측에 자리잡은 ‘오스갤러리’도 차 한잔 마실 수 있는 곳.샛길로 빠지지 않고 732번 지방도로를 타고 계속 직진해 나가면 우측 은천계곡 쪽으로 대아수목원 가는 길이 보인다. 대아수목원은 운암산 아래 100ha 산림에 조성된 수목원의 천연림과 온실, 산림자료실 등에는 국내외 수종들이 많이 있어 자연학습장으로 제격이다. 6.3km의 산책로를 따라 중수골 정상에 오르면 산 아래 대아저수지가 한 폭의 동양화처럼 펼쳐진다.이렇게 동상·대아저수지 주변 경관에 취하다 보면 어느덧 해질 무렵이다. 대아저수지는 떠나가는 손님에게 마지막으로 황홀한 선물을 선사하는 예의를 보인다. 낙조다. 호반길을 따라 대아댐 쪽으로 구절양장 굽은 길을 달려가다보면 어느사이 발갛게 물든 낙조의 황홀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못내 아쉬운 사람들은 팔각정(대아정)에 올라 낙조와 저물어가는 호반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밤이되면 호수에서 떠오르는 달님도 만날 수 있다."고로쇠 채취·곶감 만들기 체험"완주군은 장기적 계획이지만, 대아저수지와 동상저수지 일대를 수변공원으로 개발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두 저수지 일대 6만평에 높이 100m의 소망탑과 200m 길이의 구름다리를 건설하고, 감 축제장과 고로쇠 채취 체험장 등을 갖춰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더 많은 볼거리, 체험거리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빛좋은 개살구다. 무려 400억원 가량이 예상되는 예산 확보가 만만찮은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완주군은 그동안 군비 3000만원을 들여 타당성 조사를 벌였으며, 내년 예산에 1억5000만원을 계상해 우선 호반도로 주변 주차장 확보 등 관광객 편익시설 확충에 나설 계획이다.이 계획이 진행되면서 대아 동상저수지를 찾는 관광객들은 초봄에는 고로쇠를 직접 채취해 볼 수 있고, 가을에는 직접 감을 따고, 감을 깎아 매다는 동상곶감 만들기 체험도 해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문화일반
  • 김재호
  • 2005.11.25 23:02

[템포-영화] 영화 톡톡

△도쿄타워(감독 미나모토 타카시/출연 구로키히토미 테라지마시노부)=일본식 세련된 감수성을 음미할 수 있는 영화.△레알(감독 보르하만소/출연 자비에르 알바라)=세계최고의 축구명문 레알마드리드를 위한 홍보영화. 베컴·지단의 스크린나들이로 축구광들에겐 더없는 다큐멘터리…축구가 싫은 관객에겐 휴먼드라마?△그림형제-마르바덴숲의 전설(감독 테리길리엄/출연 맷데이먼 모니카벨루치)=‘신데렐라·백설공주의 부모’ 그림형제가 동화속으로 들어가다△로드 오브 워(감독 앤드류니콜·출연 니콜라스케이지)=전쟁의 배후는 무기밀매상이다?…니콜라스 케이지가 힘이 빠졌나.△무영검(감독 김영준/출연 이서진 윤소이)=2% 부족한 한국무협영화…한류타고 세계에선 통하려나.△야수와 미녀(감독 이계벽/출연 류승범 신민아=류승범의 유치한 연기, 하지만 눈을 뗄수 없다△소년, 천국에 가다(감독 윤태용·출연 염정아 박해일)= 13살 소년 박해일, ‘아줌마’의 사랑을 얻기 위해 서른살로 건너뛰다.△미스터 소크라테스(감독 최진원·출연 김래원)=‘생양아치’의 경찰관 입문기. 제법 뒷심이 좋은 것은 김래원 덕분일까, 강신일·이종혁 등 든든한 조연들의 힘일까.△플라이트플랜(감독 로베르트 슈벤트게·출연 조디 포스터)=3만700피트의 비행기안에서 감쪽같이 딸이 사라졌다? 누가 범인인지 알게되면 허탈해진다.△유령신부(감독 팀버튼·목소리 조니 뎁 헬레나 본햄 카터/클레이애니메이션)=딱 팀버튼표영화…“죽음은 두렵지않다, 사는게 더 겁난다”는 대사가 감칠맛을 더한다.△월래스와 그로밋-거대토끼의 저주(감독 스티브박스 닉파크·목소리 헬레나본햄카터/클레이애니메이션)=영국식 유머란 바로 이런 것.

  • 문화일반
  • 정진우
  • 2005.11.25 23:02

[템포-영화] 정진우 기자의 Film in - 저만치 '시민감독' 시대가 다가온다

흔히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우리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전공자이거나, 충무로도제시스템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만 필름을 만질 수 있다는 생각이 적지 않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다. 디지털캠코더와 PC보급이 빠르게 늘면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세상이다. 뮤직비디오·CF를 자주 접하는 젊은세대들은 제법 그럴듯한 영상을 만들어내는 숨은 재주꾼들도 적지않다. 그리고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 장편 독립영화에 자신의 크레디트를 올리는 ‘영화감독’들도 시나브로 늘고 있다. 안슬기감독. 현직 수학교사이자 독립영화감독이다. 완고한 교육자집안에서 자라 영화감독의 꿈을 일찌감치 접었던 그는 교직생활의 바쁜 틈을 쪼개 영화사랑을 이어갔다. ‘키스미, 프리즈’등의 중단편 4편을 만든 경험을 밑천삼아 그가 만든 장편은 ‘다섯은 너무 많아’. 30대 처녀의 단칸방에 열여설살 가출소년, 조선족처녀, 조선족처녀의 월급을 떼먹은 악덕사장이 차례로 자리를 잡는다. 말그대로 ‘다섯은 너무 많지만, 넷은 그럭저럭 살만하다’. ‘또하나의 가족’ 또는 ‘대안가족’의 이야기로, 소외된 사람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을 위트있고 앙증맞게 그려간다.누구나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세상에 보란듯이 ‘괜찮은 영화’를 들어보인 안슬기감독. 한 인터넷언론매체가 부르짖는 ‘시민기자’처럼, ‘시민감독’시대가 성큼 다가온 듯하다. 우리 주변에 재능있는 ‘시민감독’이 없는지 눈을 비벼봐야하지 않을까. 예술영화 전용관인 아카데미아트홀에서 25일부터 2주일동안 선보인다. 한·일 공동제작 다큐멘터리로, 야스쿠니신사의 본질을 조명한 ‘안녕, 사요나라’와 교차상영한다.

  • 문화일반
  • 정진우
  • 2005.11.25 23:02

[템포-영화] 웃음 '기본' 감동 '선물'

참 드문 일이다. 가슴도 따뜻해지고, 마음까지 흐뭇해지는 한국영화가 나란히 선보였다. ‘광식이 동생 관태’와 ‘나의 결혼원정기’. 한편은 철없는 남자들의 성장통을, 다른 한편은 신토불이 농촌총각들의 신부구하기다. 두편 모두 부담은 없으면서도 재미와 감동이 만만찮다. 급하게 불붙는 마른 장작이 아닌, 구들장처럼 은근하면서도 여운은 길게 이어지는 훈훈한 영화들이다. 서로 닮았으면서도, 색깔은 분명한 두편의 ‘웰메이드 코믹멜로’를 들여다본다.△광식이 동생 광태(감독 김현석·출연 김주혁 봉태규 이요원 김아중)사랑에 버림받은 남자들의 아픔을 캐묻는 영화다. ‘광식이 동생 광태’는 사랑에 실패한 남자들이 조금씩 철이 들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그리고 여자에게 채이고 허전한 마음을 삭이지 못해 먼산을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는 궁상은, ‘소심남’이건 ‘작업남’이든 똑같다고 에둘러 말한다. 한마디로 철없는 남자들의 성장영화라고 할까. 형 광식이(김주혁)는 한 여자(이요원)만을 짝사랑하는 ‘해바라기남자’다. 꿈에도 그리던 이 여자를 7년만에 다시 만났는데도 가슴만 쿵쾅거린다. 번번이 다른 남자들이 사랑하는 여자를 빼앗아 가는데도 손을 뻗지 못한다.반면 광식이 동생 광태(봉태규)는 바람둥이다. ‘매직넘버 12이론’의 신봉자다. 한 여자와는 쿠폰에 도장 찍듯 12번을 만나고 헤어져야한다는 원칙을 충실히 따른다. 광태는 그러다 천적을 만난다. 마라톤대회에서 한눈에 반한 경재(김아중)을 상대로 작업에 성공하지만, 이번에는 경재에게 헤어지자는 통고를 받는다. 천하의 바람둥이도 떠나간 사랑에 가슴앓이를 한다. 사랑에 실패하고 나란히 어깨를 마주한 형제들.이미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의 각본을 맡아 철없는 남자들의 애절한 사랑찾기를 선보였던 김현석감독은 ‘사랑에 소심한 쑥맥이거나 연애에 저돌적인 바람둥이건, 사랑의 끝은 쌉싸름하고 아프다’고 강변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런 가슴앓이도 지혜롭게 세상을 살아가는 단방약이 될수 있음을 곱씹게 해준다. ‘광식…의 백미는 단연 재치만점의 대사들. “남자가 여자를 생각할 때는 두가지다, 배꼽 아래 마음과 배꼽위의 마음으로 말이다”라거나 “여자는 상대방 남자가 싫을 때 이도 저도 아닌 감정상태를 에둘러 표현하며 ‘고맙다’고 말한다, 비슷한 표현으로는 ‘오빤 정말 좋은 사람이예요’가 있겠어”“여자와 잘때 속마음은 윗도리 안주머니에 넣어둔다”같은 어록수준의 대사를 차근차근 펼쳐놓으면 마치 한편의 연애개론서가 될 법하다. 15세 관람가.△나의 결혼 원정기(감독 황병국·출연 정재영 수애 유준상)어찌보면 우울한 영화다. ‘나의 결혼 원정기’는 우리 사회가 안고있는 서글픈 현실을 끄집어낸다. 장가못간 시골 노총각들이 외국에서 신붓감을 구하기 위해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난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탈북자 문제, 외국인 노동자의 비참한 현실도 곁들인다. 하지만 ‘나의…’는 차가운 현실을 따뜻한 로맨틱코미디로 버무려내는 저력을 숨기지 않는다.연애는 엄두도 못내고 매일밤 몽정만 하는 만택(정재영)이나, 택시를 몰며 여자손님을 낚는게 낙인 친구 희철(유준상)은 농촌총각들. 연애농사를 짓기 위해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나고, 만택은 그곳에서 금발미녀가 아닌 통역을 맡은 라라(수애)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하지만 라라는 이들의 맞선을 반드시 성사시켜야하는 아픈 사연을 가진 탈북자. 영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만택과 라라가 점점 진심으로 접근하는 과정을 짜임새있게 보여준다. 다소 민감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그리 무겁지 않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희화화하지 않은 이면에는 정재영과 유준상이 버티고 있다. 극중에서 순박함으로 무장한 정재영과 능글맞은 유준상은 누가봐도 ‘노총각’들이다. 여기에 강단이 있으면서도 억척스러운 연기를 선보인 수애가 끼어들면서 방점을 찍는다. 제작진이 부지런히 다리품을 팔은 때문인지, 우즈베키스탄의 이국적인 풍경이 로맨틱코미디를 든든하게 지탱해준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이미 신고식을 치렀다. 당시 영화제측은 “많은 삶의 짐을 지고도 군소리 없이 자신의 인생에 충실한 변방의 사람들에게 보내는 진심어린 송가”라고 찬사를 보냈지만, 이 평가에 고개를 끄덕일 관객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같다.참고로 야릇한 의미가 떠올려지는 ‘다 자빠뜨러’는 우즈베키스탄어로 ‘내일 또 보자’는 말이다.

  • 문화일반
  • 정진우
  • 2005.11.25 23:02

[템포-사람과 풍경] "김치맛은 손맛과 정성"

“한국사람이 김치 없이 어떻게 사나요. 김치만큼 영양가가 높은 음식이 또 있나요.” 김치 맛있게 담기로 온동네에 소문난 김영애씨(54, 익산시 동산동)의 김치예찬은 유별나다. 그는 결혼한 이후 밥상위에 자신이 담은 김치를 한번도 거른적 없이 올렸을 정도로 김치담기를 즐긴다. 그렇다보니 가장 자신있는 음식만들기도 김치담기. 시도 때도 없이 김치를 담는 그의 취미 덕분에 주위에서는 김치 얻어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초등학교 교사로 28년동안 근무하다 얼마전 명예퇴직한 그는 퇴직 직후부터 금산사에서 운영하는 복지원관장을 맡아 더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잦은 김치담기는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주말에는 다른 일 하느라 김치를 안담아요. 평일 늦은 저녁이나 아침을 이용해 담죠. 저녁에 배추 간을 쳐놓고 갖은 양념 준비해서 새벽에 담는 것이 일상화되었어요.” 새벽 김치 담기는 그가 초등학교교사 시절부터 지속해온 습관이다.식구가 많지 않은데도 김치를 담는 양은 배추 10포기 정도. 적은 양이 아니지만 이웃들과 나누어 먹거나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단체의 행사에 김치를 제공하려면 늘 부족한 양이다. “특별한 비법은 없어요. 그냥 손맛이지요. 모든 음식은 정성이 맛을 낸다고 생각해요. 또 즐겁게 만들어야해요.” 누구라도 맛있게 김치를 담글수 있다며 들려준 비법은 ‘손맛’과 ‘정성’. 그래도 김치 담그는 비법이 없지 않을 것 같아 물었더니 ‘인공조미료’는 아예 쓰지 않는다고 들려준다. 그가 사용하는 재료는 배추와 기본적인 배추소가 전부. 설탕 대신에 배나 사과 등의 과일을 많이 사용하고 멸치와 무, 다시마를 고아낸 육수를 섞는다. 3년전부터는 새로운 노하우를 개발해 쓰고 있다. 물고추를 만들때 양파와 과일 생강 마늘 청각을 고루 갈아서 따로 만들어 사용한다. 이야기가 길어지니 김치를 담아 통에 담을때도 배추김치와 무, 어슷 어슷 썬 대파를 교대로 층을 이루어 담거나 찹쌀죽에도 생땅콩과 과일을 갈아서 섞기 등 그의 손맛이 다른 이유가 쏟아진다. 워낙 김치를 좋아하고 즐겨 담다보니 김치와 관련된 일화도 적지 않다. 초등학교 교사 시절, 그의 반 아이들은 날마다 도시락 반찬에 꼭 김치를 싸와야 했다. “학기초에는 김치가 지닌 영양소를 알려주고 왜 많이 먹어야 하는지를 일러주었죠. 인스턴트 식품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김치를 대개 싫어하죠. 아이들의 건강이 염려되었어요. 엄마들도 모두 환영해주시더라구요.” 그래서 김씨가 생각해낸 것이 도시락 반찬. 김치를 안싸오면 그날은 어김없이 봉사활동을 하게 했다. 처음에는 김치를 안먹던 아이들이 김치 먹기를 좋아하고 미처 도시락 반찬에 싸오지 못한 아이들은 스스로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나섰다. 변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는 김치가 심성을 순하고 원만하게 한다고 믿게 됐다. “배추와 고추 소금 마늘 파 생강 젓갈 갓과 당근 무와 파 과일 등의 배추소의 다양한 재료들의 배합은 절묘하죠. 영양소는 물론 시고 쓰고 달고 맵고 떫은맛까지 온갖 맛이 담겨 있는 김치의 오묘한 맛이야말로 우리 민족이 받은 가장 소중한 은혜예요.”김치 사랑이 큰 덕분에 가족들도 김장을 즐긴다. 남편과 아이들이 총동원되는 김장은 가장 즐거운 1년 행사. 그 과정도 즐겁지만 더 행복한 일은 김장김치를 여러 이웃들과 나누어 먹는 일이다. 손맛 좀 보자며 권하는 사람들의 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그가 몇포기 김치를 담갔다. 금새 먹음직스러운 김치가 우리 앞에 놓였다. 오다가다 들른 사람들도 너나없이 쭉쭉 걸쳐주는 김치 한가닥에 즐거움이 넘쳤다.

  • 문화일반
  • 김은정
  • 2005.11.25 23:02

[템포-사람과 풍경] "기생충알 파동 끄떡없어요"

10여년 전만 해도 김치를 사먹는다면 손가락질 당할 일. 김치는 당연히 집에서 담그는 음식으로 여겨 김치판매사업이 무모하게 보일 수 밖에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춘향골 맛 김치’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동부영농조합을 이끌고 있는 김춘봉(63)·박점덕(58)씨 부부. 이들 역시 김치사업에 뛰어들었던 1995년 당시엔 달리 확고한 신념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여러 망설임 끝에 시작했다.“농촌에서 김장을 하면 서로 나눠먹지 않았습니까. 제가 만든 김치가 제일 맛있다는 이웃들의 말에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평소 솜씨 좋다는 소리를 들어온 안 사장인 박씨가 당시 잘 나가던 혼숫방을 접고 김치사업에 뛰어든 배경이다. 바깥 사장 김씨가 운영하던 정미소가 미곡종합처리시설에 밀리며서 새 돌파구도 필요했다.부부는 정미소와 혼숫방을 정리하고, 집을 팔아 마련한 자금을 종잣돈으로 남원시 운봉면 행정리에 공장을 지었다. 그러나 손맛 만으로 김치사업을 탄탄대로에 올려놓을 수는 없었다. 전국적으로 김치공장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고, 대기업까지 잇따라 참여하면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했다. 무·배추 등 재료들의 등락 예측이 쉽지 않고, 좋은 재료 확보 등도 사업적 노하우가 필요한 문제였다.한 번의 빗나간 판단과 예측이면 곧바로 낭떨어지로 곤두박질 칠 수 밖에 없는 외줄타기의 김치공장들. 많은 중소 김치공장들이 오래 견디지 못하고 하나 둘씩 문을 내리는 와중에서도 춘향골 김치공장이 꿋꿋하게 세계시장에 나갈 수 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전통의 맛을 고수한 ‘품질’이었다.철저한 품질관리를 위해 가족간 역할 분담을 확실히 했다. 남편 김씨가 재료 조달을, 아내 박씨가 김치담그는 과정을 관장한다. 대를 잇는 딸 현주(36)씨는 대외 수출업무와 내부 살림을 맡고 있다. 남원 운봉에서 생산되는 고품질의 고냉지 김장재료를 쉽게 조달할 수 있지만, 재료물량이 부족할 경우 조달 책임자인 김씨는 좋은 재료를 확보하기 위해 전국 각지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꼼꼼히 살핀다. 공장에서는 매일 끓는 물로 내부를 소독하고, 공장내 20여명 작업자들의 위생복 갖추기도 일상이다.부부의 철저한 위생관리 덕분에 엄격한 식품안전검사 관리로 유명한 미8군에서 7년째 춘향골 김치를 먹고 있다. 미8군은 6개월에 한 번씩 불시에 공장을 찾아 검수를 해왔으며, 단 한 번도 머리 한 올 나오지 않았단다. 미군 납품과 인연이 돼 이라크 주둔 자이툰부대 장병들도 지난해 이회사 김치를 먹었다.이회사가 수출에 눈을 돌린 것은 3년 전부터. “수출을 위해 농업유통공사를 노크했을 때 처음 거들떠도 안보더라구요. 식품박람회 등에 나가더라도 눈에 띄지 않는 구석 부스를 배정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초기 낮은 제품 지명도에도 불구하고 품질로 곧 외국 바이어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시작한 춘향골 김치는 중소식품업체로서는 드물게 일본과 대만에 지난 한해 35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수출액도 그렇지만, 김씨 부부는 수출단가 면에서 다른 업체보다 평균 8배 이상의 가격을 받는 점에 자부심이 크다.수출쪽 업무를 전담하는 현주씨는 일본인들이 ‘혼’과 ‘장인정신’이 담긴 제품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름부터 전통적 맛이 풍기는 춘향골 김치의 지향점과도 통해 상승효과를 낸 셈이다. 미원과 설탕을 쓰지 않고 전통의 맛을 내는 춘향골 김치만의 비법과 차별화된 전략도 한몫했다.김치시장 전반에 한파가 불어닥칠 때 춘향골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도 자신만의 노하우와 평소 철저한 위생관리가 바탕이 됐다. 최근 기생충알 사태와 납금속 등으로 김치파동이 났을 때 이회사는 곧바로 식약청으로부터 안전확인증을 받아 외국바이어들에게 안전성을 확인시켜주었다. 신속한 대응과 신뢰를 바탕으로 춘향골 김치는 국내산 김치가 기생충알 사태후 40% 이상 일본 수출이 감소하는 타격을 피해갈 수 있었다. 일본 생협 초청을 받아 지도층 인사들을 대상으로 품평회까지 해주는 등 일본에서 지명도를 높인 박씨는 한국 김치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 만으로 보람이 크다고 했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5.11.25 23:02

[학생문단] 연탄불 속에 핀 사랑

요즘에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제법 추워졌다. 엄마와 동생은 몸이 약해서 그런지 추위를 많이 탄다. 난 원래 아빠를 닮아 열이 많아 추위를 별로 안탄다. 그런데도 엄마는 자꾸 나에게 옷을 껴입으라고 하신다. 저녁이면 침대에 전기요를 깔아 미리 따뜻하게 해 놓으시고, 새벽이면 새벽예배에 가시기 전에 꼭 들러 이불을 다시 덮어주신다. 며칠 전부터 엄마는 연탄과 씨름을 하신다. 연탄불이 빨리 불이 붙으면 좋을 텐데 잘 안 붙나보다. 그래서 연탄불 앞에서 부채질을 하시며 책을 읽는다. 조금 있다가 “이젠 불이 붙었나봐. 안 꺼지겠지?” 하시며 좋아하시다가 “또 꺼졌어……. 오늘도 실패야.” 하시면서 실망하신다.작년 겨울 엄마와 아빠는 큰 결심을 하셨다. 자꾸만 올라가는 기름 값 때문에 무서워서 기름을 못 때겠다고 그리고 집이 외풍이 세서 아무리 기름을 때도 그 때뿐이고 금방 식어버린다고 하시면서 우리들 걱정을 하신다. 동생과 난 겨울이면 집에서 강아지 털실내화를 신고 윗도리를 입고 그 위에 카디건을 더 걸친다. 추운 집에서 감기 걸리면 안됀 다는 엄마의 생각이다. 엄마는 교회에서 기름 값을 내는 데 부담주면 안된다고 우리가 조금 아끼고 옷을 하나 더 입자고 하셨다. 그러시더니 인터넷에서 연탄과 기름을 같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아시고 조금 불편해도 우리들이 따뜻하고 집에서도 활발스럽게 활동할 수 있게 하자고 아빠를 졸라 연탄을 설치하셨다. 그래서 연탄불을 때게 되었다. 난 내 기분대로 짜증도 내고, 화도내고, 울기도 한다. 그런데 엄마는 힘들어도 아파도 연탄 냄새가 싫고, 연탄 피우는 것이 힘들어도 나와 동생을 위해서 참으신다. 어제는 11시까지 연탄불 앞에서 부채질을 하셨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또 꺼졌다. 그래도 오늘도 다시 피우셨다. 다행히 성공을 했다. 그런데 요즘 엄마는 허리 때문에 많이 고생을 하신다. 덕분에 아빠가 많이 바빠지셨다. 이제 엄마는 우리들 건강보다 엄마 건강에 더 신경 쓰셨으면 좋겠다. 허리아파서 쓴 약을 먹고, 누워 계시는 모습을 보니, 난 너무 엄마에게 미안해진다. 엄마가 우리를 사랑하는 마음은 연탄불 보다 더 따뜻한 바닥에서 뒹굴뒹굴 숙제하다 잠이 들것이다. 엄마의 사랑을 꼭 껴안고 예쁜 꿈을 꿀 것이다. 내가 엄마가 되고 엄마는 나의 예쁜 딸이 되어 엄마가 나에게 했던 것처럼 사랑을 가득 담아 줄 것이다.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도록……./김예지(진안 백운초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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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11.24 23:02

[강대택의 알쏭달쏭 우리말] 시래기와 우거지

밭에서 가꾸는 온갖 푸성귀를 채소, 토박이 말로는 남새라고 한다.푸성귀는 사람이 가꾸어 기르거나 저절로 난 온갖 나물들을 뜻하고, 나물은 먹을 수 있는 풀이나 나뭇잎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나물 즉, 콩나물·숙주나물 할 때의 나물은 앞서 말한 푸성귀(남새)를 양념하여 무친 반찬을 가리킨다.겨울에 푸성귀를 심는 일이나 그렇게 가꾼 푸성귀를 가리켜 얼갈이라고 하는데, 얼갈이 푸성귀로 담근 김치를 얼갈이김치라 하고, 중갈이는 얼갈이와는 다르게 철을 가리지 않고 씨를 뿌려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푸성귀를 가리킨다. 열무 두 단, 배추 한 뭇 하는 식으로 푸성귀 따위의 묶음을 세는 단위로는 단과 뭇이 있는데, 뭇보다는 단이 더 큰 묶음이다. 단과 비슷한 뜻의 말로는 다발이 있다. 뭇은 생선이나 미역을 세는 단위로도 쓰이는데, 생선 한 뭇은 열 마리, 미역 한 뭇은 열장을 가리킨다. 우리가 먹는 남새 가운데 대표선수를 뽑으라면 아무래도 무와 배추가 아닐까 싶은데, 무와 배추는 그동안 우리의 가난한 식탁을 푸짐하게 채우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해 온 셈이다.지금도 시래깃국이나 우거짓국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시래기’는 무청을 말린 것인데, 무청은 무의 잎과 줄기를 아울러 일컫는 말이요, ‘우거지’는 푸성귀의 맨 겉잎을 가리키는데, 우거지처럼 푸성귀의 거죽에 붙어 있는 줄기나 잎은 ‘걸대’ 그 반대는 ‘속대’라고 한다.우거지는 또 새우젓이나 김치 같은 것의 위쪽에 있는 품이 낮은 것을 뜻한다는 것도 알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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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11.24 23:02

[김준영 교수의 재미있는 '익은말'] 똥 싸 놓고 매화타령한다

하는 행동이 어울리지 않다거나 쓸데없는 짓을 한다는 비유어로 쓰인다.이 말과 상통하는 것에 ‘똥 싼 주제에 매화타령한다’가 있다. 그런 경우는 못된 짓이나 잘못하고도 뻔뻔스럽게 군다는 뜻으로 쓰인다.<근원설화>‘매화타령’이라는 말은 ‘똥타령’이라는 말이고, ‘타령’은 ‘토끼타령?새타령?방아타령?아리랑타령’ 등과 같은 ‘노래’라는 말이다. 즉 산이나 들에서 똥을 싸 놓고 서서 똥타령을 부른다는 말이다.어떤 이는 ‘매화타령’을 “매화야 옛 등걸에 봄철이 돌아온다. 옛 피던 가지마다 피엄직도 하다마는, 춘설(春雪)이 하 분분하니 필지 말지 하노매라.......”의 ‘매화가’로 보기도 하나 그보다는 변소 즉 ‘똥간’을 ‘매화간’이라고도 하듯 ‘매화타령’은 ‘똥타령’이라는 말로 보는 것이 더 실감이 있다.변소를 ‘매화간’이라고 한 것은 궁중(宮中)에서만 쓰인 말로 여기기 쉬우나 일반에서도 쓰인 말이다.더러운 것을 일컫는 말은 시대상으로 자주 바뀌는 것이 세계적인 경향이지만 우리에게 있어서도 대변이나 소변을 조선 초기에는 주로 ‘?보기’라 하고, 대변을 ‘큰?’, 소변을 ‘작은?’이라 했다. 또 ‘뒤보기’ ‘뒷간’이라는 말도 당시에도 쓰였지만 뒤 이어 오래 쓰였다. 그것이 오래 쓰이는 동안에 스스로 구린내가 나니 ‘치간(측간)’이라 하고, 또 ‘치실(측실)· 치청(측청) ·청방 ·서각(西閣) ·정방(淨房) ·회치장(灰治粧) ·매화간(梅花間)’등으로 쓰이다가 현대에는 ‘변소’ ‘화장실’이 되었다.이 중에서 ‘매화간’은 궁중에서 쓰이기 시작하여 일반에게 번진 말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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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11.2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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