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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으로 흘러간 '섬진강'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갤러리. 그 안에서 흐르는 500여리에 이르는 섬진강 물길은 왠지 낯설 것만 같다. 전북에 터를 두고 있는 작가들이 부산에서 개인전을 열기는 드문 일. 16일부터 30일까지 부산 seesea갤러리에서 초대전을 여는 한국화가 송만규 전북민예총 회장(50) 역시 “바다를 품고 사는 사람들이 섬진강 줄기와 높은 산과 들을 어떻게 느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한지 위에 섬진강물을 찍어 바른지 10여년. 지난해 전주 개인전에 이어 전시 주제는 ‘섬진강, 흐르는 강물 따라 걷다 2’다.10월 ‘고려인 문화의날’에 맞춰 러시아에서 펼쳐냈던 한국진경산수화전 ‘섬진강’에 나왔던 작품도 있지만 대부분 지난 개인전 이후 새롭게 그린 작품들이다. 색이 옅게 물들어 있는 수묵담채지만 그에게는 여전히 먹이 우선이다. “먹은 흑색이지만 온갖 색채와 형체들이 나온다”고 했던 송회장은 “한장 한장 묵묵히 그려 나갈 때마다 새삼 먹의 깊은 맛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바다처럼 넓고 깊진 않지만, 맑고 고요히 흐르며 세상을 감싸주는 섬진강. 그의 화폭은 ‘산사에 머물던 아침’과 ‘새벽강’과 같이 생명감이 느껴지는 자연이지만, 그 속에는 80년대 초반 섬진강을 알게 해준 ‘김용택 형네 집’부터 사람들과 함께 사는 법을 알려주는 ‘현수 아버지’, 송회장을 늘 ‘선상님’이라 부르는 ‘정읍댁’ 등 강과 가까이 살며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 이들이 숨쉬고 있다.70년대 기독교 단체에서 인권운동을 시작, 전민련·국민회의·민미협·민미련에서 활동해 온 그는 현실과 사람의 문제를 중심에 놓고 창작해 왔다. 이번 전시는 여섯번째 개인전. 섬진강이 내려다 보이는 순창의 무량산 아래 ‘한들산방’과 전주를 오가며 작업하고 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11.16 23:02

동호회 무대·소외시설 공연 문화영토 확장

문화영토를 넓혀간다는 취지로 개관한 도심속의 문화공간 ‘소극장 판’. 지난 13일로 개관 1주년을 맞은 소극장 판은 (주)옥성종합건설에서 기증한 공간이 단초가 돼 또다른 문화활동을 꿈꾸는 문화연대 ‘문화영토 판’를 만들어냈다. ‘판’은 자생적 문화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역 문화계에 새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 공간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공연물이 관객과 소통하고, 새로운 형식의 문화공연이 실험되고 있다.판은 일년동안 자체제작 공연물 두편을 선보였으며, 다양한 형식의 공연활동을 벌이고 있는 아마추어 동호회를 무대에 올리는 기획프로그램도 만들었다. 복지관 등 문화소외시설도 찾아가는 문화전령사 역할도 자처하고 나섰다. 숫자로 보여지는 판의 성과도 만만치 않다. 70여차례 공연물이 올랐으며, 연중 220일 대관됐다. 일년동안 판을 다녀간 관객은 2만여명에 달하며, 문화영토 활동을 후원하는 회원이 2100여명이다. 판은 지역 연극인들이 중심에 있다. 정진권대표를 비롯해 안세형 백민기가 작품제작을 담당하고, 권오현 장걸이 문화기획을 맡고있다. 고조영 최성진 등 문화영토 확장에 의기투합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사람이 늘고 연륜이 쌓이면서 문화영토의 판도 확장될 것이다. 정진권 대표 "장르혼합 공연물 기획 관객에 기쁨줄것""처음 판을 열때 3년은 고생하자 했어요. 공간 운영시스템을 체계화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역에서 모델을 찾자면 우진문화공간처럼 자체 기획프로그램을 꾸준히 끌어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싶습니다."판 정진권대표. 지역 연극계 대표주자에서 문화공간 대표로 자리를 옮긴지 1년. 그는 조급증도 났지만 차분하게 틀을 갖춰야겠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고 털어놨다."당초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의기투합한 후배들도 고생을 자처했구요. 그래도 짧은 기간내 판이 시민들이 인지하고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해 뿌듯합니다."일년동안의 운영에 대한 평가는 내리기 어렵지만 그는 문화공간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확대되고, 그동안 공연장을 찾지 못했던 다양한 공연물이 소극장을 찾아 밖으로 나온 것 등이 성과라고 꼽았다. "사실 지난 1년은 가능성을 진단하는 시험기간, 탐색기간으로 봅니다. 내부적으로 워크샵을 통해, 또 지역의 각종 문화행사에 참여하면서 판이 가야할 길을 모색했습니다. 처음보다 역량도 강화됐고 문화흐름을 읽는 시각도 생겼습니다."그는 일년동안 얼개는 짜진 것 같다며 내년부터는 구체적인 사업 기획안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큰 틀을 잡은 자체공연사업과 장르복합물, 아마추어 동호회 무대인 '도시락(樂)', 복지시설을 찾아가는 공연 사업 등을 이어가면서 프로그램을 보다 체계화 세분화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다양한 공연물이 관객과 소통하는 열린공간의 의미뿐 아니라 문화관련 행사 기획과 제안 정책제안까지가 활동목표입니다." 그는 다양한 문화현상의 한 축으로 문화영토 소극장 판이 자리잡기를 기대하면서 한걸음씩 야무지게 내딛고 있다.개관 1주년 기념 ‘행복한 가족’앵콜공연소극장 판 개관 1주년 기념으로 ‘행복한 가족’을 앵콜공연한다. 행복한 가족은 판의 이름을 걸고 관객들과 소통한 첫 작품이다. 정진권대표가 연출을 하고, 안세형 백민기 고조영 김준 홍지예 홍자연 최한성 박재섭 등 판 활동에 지지를 보내는 지역 연극인들이 출연한다. 지난 4월 20여일동안 공연하며 많은 관객들과 만나기도 했다.‘가족임대업’이라는 기발한 소재를 바탕으로 현재 우리 가족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을 다시금 확인하게 하는 가슴이 시리면서도 훈훈해지는 드라마. 전주교도소와 복지관 등 소외시설에서도 공연했었다. 행복한 가족은 18일부터 27일까지 평일 오후 7시30분, 주말에는 오후 4시 7시30분 공연한다. 가족은 수에 관계없이 2만원, 연인은 15000원에 입장할 수 있다. 일반 1만원. 232-6788

  • 문화일반
  • 은수정
  • 2005.11.16 23:02

[문학소식] 범영 김민성 선생 시비 제막식 19일 부안

△ 범영 김민성 선생 시비 제막식자연귀의 사상과 휴머니즘의 시 세계를 추구한 범영 김민성(1927∼2003).‘범영 김민성 선생 시비 제막식’이 19일 오후 2시 부안군 변산 부안호 문학동산에서 열린다. 부안에서 태어난 범영은 1960년 「자유문학」을 통해 등단, 1986년 첫 시집 「파도가 밀려간 뒤」를 비롯 「그 끝없는 일렁임 속에」 「바다 우는 소리」 등 7권의 시집과 수필집 5권, 희곡, 산문 등 다수의 저서와 「김민성 시 전집」을 엮어냈다.시비집행위원장을 맡고있는 양규태 부안예총 회장은 “범영 선생은 부단한 자기성찰과 조용하고 온화한 성품으로 말없이 주위에 베풀기를 좋아했다”며 “부안문인협회 설립에 기여하고 석정문학회장 등 적극적인 문학활동으로 우리 문학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고 말했다. 시비에 새겨지는 작품은 ‘오오, 변산이여’. 추모 2주기를 앞두고 진행되는 시비 제막식에서는 범영의 시 20편이 전시되며 부안문인협회 회원들의 시낭송도 이어진다. △ 채명룡 김정자 이영렬씨 등단군산 출신 채명룡씨(42·한음실업 대표)가 「시문학」 11월호를 통해 문단에 나왔다. 전북대 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에서 공부한 김정자(57) 이영렬씨(44·대한생명 전미영업소 근무)도 각각 「에세이스트」 9·10월호와 「수필과비평」 9·10월호를 통해 수필가로 등단했다.문덕수 시인의 추천으로 「시문학」에 ‘담장’ ‘시장 소식’ ‘전신주 위 까치집’을 발표하게 된 채씨는 군산대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현재 문학동아리 ‘수맥’에서 활동하고 있다. ‘꼬까신 하나’로 신인상을 수상한 김씨는 일상의 사건을 문학적 사건으로 만드는 능력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자전거의 소망’으로 신인상을 수상한 이씨는 맑고 깨끗한 동심이 묻어나는 문장이 군더더기가 없고 호흡이 고르며 문맥이 매끄럽다는 평을 받았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11.15 23:02

[키워드-300자 책읽기] 인간본성

사회가 복잡 다단해지면서 역으로 인간 내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간 본성과 자아에 대한 탐구가 심화되고 있으며, 관련서적 인기도 덩달아 높다. 내 안의 나를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인간본성을 탐구하는 책을 들춰보자.시냅스와 자아 (조지프 르두 지음, 강봉균 번역, 소소 출판)뉴런 사이의 공간인 시냅스는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고 상상하고 느끼고 기억하는 통로다. 시냅스는 우리 각자를 독립적이고 복합적인 개체로 기능하도록 매순간 도와준다. 뇌과학자 조지프 르두가 시냅스를 알기 쉽게 풀어냈다. 시냅스가 어떻게 퍼스낼러티를 만들고 유지하는지를 설명해준다.본성 대 양육이라는 오래된 논쟁의 어느 한 편을 지지하지 않으면서, 양쪽의 주장이 시냅스 연결과 퍼스낼러티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누구이고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인간본성에 대하여 (에드워드 윌슨 지음, 이한음 번역, 사이언스북스 출판)세계적인 석학 에드워드 윌슨이 인간 본성에 대한 사회생물학적 물음과 해답을 제시했다. 인간 본성에 대해 수천년간 이어졌던 형이상학적 논의를 생물학적인 출발점에서 다시 시작하도록 만들었다. 인간도 여느 생물처럼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따라서 유전자를 담는 그릇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유전자는 그릇을 통해 적자생존이 이루어지고, 살아남은 유전자는 더 진화된 그릇을 만들어 자연선택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것. 유전자의 눈높이에서 생명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으로, 사랑·윤리·자기희생·종교 등 인간만이 갖고 있을 법한 특성들조차 인류의 진화사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든 번식을 도와왔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우리 속에 남아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메이팅 마인드(제프리 밀러 지음, 김명주 번역, 소소 출판)생물학과 진화심리학 등을 연구하는 국내 연구자들에 널리 알려져 있는 책.저자는 자연선택과 적자생존의 이론을 필두로 내용을 전개해 왔던 지금까지의 진화론의 입장을 완전히 바꾼다. 자연 선택론의 곁다리에 불과했던 성선택론을 자연선택을 압도하는 진화의 주된 동력으로 전환시킨다. 이른바 ‘고삐 풀린 질주 이론’ ‘적응도 지표 이론과 핸디캡 원리’ ‘감각 편향 이론’을 축으로 유성생식하는 동물 일반과 인간의 성선택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으며, 인간의 성선택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또 그러한 과정이 어떻게 인간의 오늘날의 모습을 진화시켰는지를 꼼꼼하게 형상화했다.

  • 문화일반
  • 은수정
  • 2005.11.15 23:02

수필 통해 삶 이야기 펼치는 김원규·양용모씨

문학의 허구는 결국 삶의 진실에 접근하기 위한 것이지만, 체험의 기록인 수필은 다르다. 작가의 가치관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삶 그 자체다. 남들에게 자신을 내보이는 일, 수필 한 편을 가운데 두고 작가와 독자는 진실된 대화를 하게된다. 현대자동차에 근무하며 민주노동당 전북도당 지방자치위원장을 맡고있는 양용모씨(52)와 농협중앙회 인후동지점장으로 순창군 지역혁신협의회 의장을 맡고있는 김원규씨(50)의 삶은 어떨까. 올해 「수필시대」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양씨의 두번째 에세이집 「짐바탱이」(신아출판사)는 평범한 노동자의 이야기다. 양씨는 “살다보면 일이 마음 뜻대로 안되어 돌아가고 쉬어가야 할 때가 있다”며 “내가 살아오면서 쉬어갈 때 쓴 책이 「짐바탱이」”라고 말했다. ‘짐바탱이’는 양씨의 고향 장수 팔공산 서쪽 갈비봉 골짜기에 있다.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눴던 곳. “어렵고 힘들 때 기쁘고 슬플 때 분노하고 행복할 때마다 잠시 쉬며 썼다”는 그의 글은 세상살이가 정겹게 오가던 ‘짐바탱이’와 같다. 김씨의 「나의 인생 변주곡」(신아출판사)에는 “인생은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고 하루하루를 내가 가진 무엇으로 채워나가는 것”이라는 그의 인생관이 담겨있다. ‘네가 어떻게 글을 쓰냐’는 시선을 뒤로 하고 첫 씨앗을 뿌렸다는 그는 “아직 행간의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글월을 정리해 가는 동안 사랑은 위안이고 치유라는 느낌을 가졌다”고 말했다. 에너지의 근원인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급변하는 사회와 경제 흐름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도 살아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11.15 23:02

교사로 가르치며 학생에게 배운 30년

가르쳐도 가르쳐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아이와 마주하고 앉아있을 때, 조금도 양보하지 않으려는 두 아이 사이에서 설득의 한계를 느낄 때, 때로는 억지를 쓰는 학부모의 전화를 받을 때….그럴 때마다 그는 유리창 너머의 하늘을 바라본다. 수필가 이용만씨(54·갈담초등학교 교감)가 두번째 수필집 「유리창 너머의 하늘」(북매니저)을 펴냈다. “지난해 첫 수필집을 내면서 학교와 관련된 작품들은 따로 엮으려고 빼놓았었어요. 학교에 근무하면서 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해서 인지 아이들의 이야기가 글감으로 많이 등장하지요. 그런데 그것을 빼고 보니 어딘가 나답지 않은 글인 것 같아 허전한 마음을 메우고자 두번째 수필집을 서둘러 냈습니다.”“어느새 동화작가가 되어 있었다”는 말처럼 그는 “30여 년 동안 교직에 머무르며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공부 잘하고 똑똑한 아이들 보다 특수학급의 정박아들을 보며 맑고 순수한 마음을 깨우쳤다. “저 역시 어린시절 말을 심하게 더듬었기 때문에 학창시절을 참 어둡게 지냈습니다. 그 때의 이야기가 바로 이 책에 실린 ‘말더듬쟁이의 웅변’ 입니다. 또 제가 출장이라도 가는 날에는 가방을 멘 채 ‘우리 이용만 선생 어디 있냐’고 찾으러 다녔던 특수학급 아이들의 이야기는 맨 먼저 실어 놓았어요.”수필가로 등단한 지 15년. 그는 “이제 어떤 획을 그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지금까지 하나의 틀 속에서 쓰던 글을 새로운 감각으로 새 틀 속에서 쓰고 싶은 마음이 일고 있다”고 덧붙였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11.15 23:02

개혁 실패의 원인 탐구 미래 사회 방향성 고민

역사는 오늘과 내일을 보게 하는 힘이다. 남원 출신으로 역사 속 인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내는 작업에 몰두해 온 역사학자 이기담씨(41)가 「공민왕과의 대화」(고즈윈)를 펴냈다. 신돈과 그를 등용했던 고려 31대 임금 공민왕을 다룬 드라마 ‘신돈’이 방영되고 있는 가운데 때맞춰 나온 「공민왕과의 대화」는 ‘미완의 개혁 군주’ 공민왕을 가상의 공간으로 불러들여 이야기를 나누는 새로운 형식의 역사 대담서다. 고려말 과감한 반원정책을 추진해 나라의 자주권을 되찾고 북벌정책으로 옛 영토를 회복하는 등 공민왕은 혁신적인 정책으로 개혁을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결국 개혁의 대상이었던 보수적인 권문세족을 끝내 꺾지 못한 채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다. ‘왕의 개혁 실패는 정치를 이끌어 나가는 데 있어서의 균형감각 결여와 지나친 권력 중심 사고가 원인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는 글월처럼 이씨는 공민왕의 개혁정치의 근본 목적이 왕권 강화를 통한 고려 왕조의 중흥이었기 때문에 결코 성공적일 수 없었음을 지적한다. 공민왕의 개혁정치에 초점을 맞춰 당시 고려 상황을 개괄하고 공민왕의 성장 배경과 왕이 된 과정, 공민왕 개혁정치의 기본 철학과 내용, 함께한 사람들, 개혁이 실패한 이유, 성과 등을 객관적으로 조명한 이씨는 철저한 고증과 답사를 원칙으로 공민왕의 흔적들을 찾아냈다. “일상 속에 개인들의 꿈이 살아있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다. 그러나 이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바꾸어야 할 것을 바꿀 줄 아는 개혁 정신이 필요하다. 개혁의 능력이 없는 사회에는 꿈이 있을 수 없다.”잠시도 개혁의 의지를 접은 적이 없는 공민왕. 이씨는 “공민왕의 개혁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며 “당시 상황에 대한 이해와 개혁 실패의 원인에 대한 탐구, 우리 사회가 가야할 방향을 일러주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공민왕의 성공과 좌절을 통해 그는 “개혁을 상실한 시대는 꿈을 가질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한 때 방송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던 이씨는 고구려의 역사에서 철저히 은폐된 인물 「소서노」와 후속작 「소서노, 고구려를 세운 여인」, 「소설 광해군」 「발해시황 대조영」 등을 발표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11.15 23:02

[책과 사람] "고향, 꺼지지 않는 마음의 등불"

시를 쓴다고 살아온 지난 시절. 시 강좌 한 번 들어본 적 없던 그는 두 권의 시집을 펴낼 때까지는 시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세번째 시집. 「가재가 사는 동네」(신아출판사)를 펴낸 신민수씨(51, 전주하이파가구·옥천기업 대표)는 “이제 조금 글에 대한 자신감과 욕심이 생겨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삶에 근원이 되는 어머니를 애절하게 그린 「청상과부」와 유년시절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세룡리, 찔레꽃 향기 훤한」에 이어 이번 시집도 어쩔 수 없이 고향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순창 깊은 산골에서 자라난 그는 “고향은 마음 속에 영원히 꺼지지 않는 모닥불과 같다”고 말했다.“현실적이고 사회참여적인 글은 전문가들의 몫이고, 나에게 주어진 것은 소박한 삶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어머니 이야기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우리 삶의 기본이지요. 어머니를 가슴에 안고 살면 다른 잘못된 길로 갈 수가 없거든요.”“시적 완성도가 떨어진다 하더라도 몇 명에게만 읽히는 어려운 시는 싫다”는 그의 시적 상상력은 ‘기억 살리기’와 ‘아름다움만 보기’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대다수의 시편들이 과거 유년 시절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고, 가능한 어두운 것 보다 밝은 것에 시선을 머무르게 하려는 노력도 그 때문이다. 신씨 역시 부박한 이 시대의 현실을 온 몸으로 부대끼며 맑은 시를 쓰기가 쉽지 않지만, 그는 세상을 살며 가슴 속에서 우러나오는 것들을 순수하게 담아내려 애쓴다. 저녁마다 시를 쓰기 위해 마음을 추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업 하느라 주변을 돌볼 여유가 없어 미안한 마음은 시로 담아내기도 한다.줄줄 풀어쓰는 그의 시는 기교가 없다. 신씨는 “시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아서”라고 말하지만 그 시는 그의 고향 순창 세룡리에 닿아있다. 그만큼 맑다는 말이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11.15 23:02

[개정 가족법 바로알기] 자녀 우선 성(姓)결정

2008년 호주제 폐지가 확정됐다. 호주제 폐지이후 자녀의 성은 어떻게 달라지는 지에 대한 문의가 많다. 특히 호주제가 폐지되면 현재 쓰고 있는 성을 무조건 바꿀 수 있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는 이들이 많다.현행 민법은 자녀의 성과 본은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도록 ‘부성 강제의 원칙’과 ‘성불변의 원칙’을 취하고 있다.2005년 3월 호주제 폐지를 담은 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공포되었으며, 2008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2008년 시행되는 개정민법은 자녀에게 아버지의 성과 본을 강제하지 않지만, 아버지의 성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부모가 혼인신고시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르도록 협의한 경우에는 어머니의 성을 따르게 할 수 있다. 이는 현행법상 무조건적으로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고 유지해야 했던 법적 강제성을 철폐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형제·자매간에 성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혼인신고시 아버지 성 또는 어머니 성으로 쓰기로 결정이 되면 그 부모에게서 출생한 자녀는 결정된 하나의 성을 쓰게 된다. 어머니의 호적에 올리고 어머니의 성을 따르던 혼인 외의 자를 아버지가 인지하여도 자녀는 아버지의 성을 따르지 않을 수 있다. 재혼가정 전혼자녀의 경우, 재혼부부는 친양자 입양을 청구해 자녀에게 새아버지의 성을 따르게 하거나, 자녀의 복리를 위해 자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음을 들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를 변경할 수 있다. 즉,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성을 변경할 여지는 인정되지만, 무조건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법원의 엄격한 판단에 의하여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한 것이다. /구남숙(한국가정법률상담소 전주지부 사무국장)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5.11.14 23:02

조재천 개인전 & 강정진 개인전

오랜만의 외출이다. 우리나라의 자연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온 서양화가 조재천씨(50)와 강정진씨(49). 개인전을 열며 그들은 유독 지내온 세월을 이야기했다.△ 조재천 개인전“바쁜 세상에 잃어버린 것들이 많잖아요. 내 나이가 50이 넘고보니 젊은 세대는 따라가기 힘들고, 지금의 자리에서 또다르게 세상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17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개인전을 열고있는 조재천씨. 그는 “전업작가인데도 너무 게을러서 4년만에 전시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그림에는 새 한마리가 등장한다. 그 새는 복잡하고 다양한 현대문명으로 부터 위협받고 있는 생명의 위기와 인간의 불안심리다. 새와 더불어 나무, 햇볕, 바람, 물, 숲, 인간 등은 결국 인간의 영혼이 자연과 교감하며 살아가던 시대로의 그리움과 동경이다. “색 배합에 신경을 많이 써서인지 이번 그림들은 밝아졌어요. 표현력에 힘을 싣기 위해서 일부러 원색을 많이 넣었습니다.”작년까지만 해도 마티에르를 강조해 그리던 조씨는 어둡고 칙칙한 무게를 벗기 위해 마티에르를 버렸다. 이번 전시에서 눈에 띄는 것은 작품의 제목들.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 ‘그녀는 까닭없이 울고 있다’ ‘새야 새야 고개를 저어라’ 등 일부러 책에서 따온 제목들은 추상적인 작품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게 해준다. △ 강정진 개인전“자연에서 느끼는 것은 근본적으로는 어릴 때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그러나 어릴 때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막연했다면, 지금은 삶의 시간과 비례해 세상 작은 것이나 큰 것이나 똑같다는 생각이 듭니다.”19일까지 민촌아트센타에서 초대전을 열고있는 강정진 예원예술대 교수(49). 1998년 이후 7년만에 전주 전시를 연 강교수는 “열심히 그린 흔적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그의 자연은 여전히 우아하고 따뜻하다. 색채는 단순히 색이 가지고 있는 화려함이나 아름다움만으로 눈을 현혹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맛이 있다.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현실과의 괴리감을 크게 느낀다는 그이지만 예술 앞에서는 언제나 순수성을 간직하고 싶다. “요새 인생 공부를 많이 하게 된다”는 강교수의 그림은 더욱 깊어졌다. 눈에 띄는 작품은 ‘소망’. 붉은 하늘이나 붉은 길로 예술의 자유로움을 보여주기도 했었지만, 반구상 계열의 ‘소망’은 자유로움에 신비로움을 더했다. 제목을 먼저 정하고 그린 그림답게 맑은 영혼이 느껴지는 소녀의 옆모습이 자연의 풍광과 어우러지고 있다. 자연색의 깊이와 인생의 풍류가 흐르는 전시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11.14 23:02

방준석·사기스 시로의 음악세계 맛보기

영화 ‘타이타닉’의 ‘My heart Will Go On’과 영화 ‘올드보이’의 ‘미도의 테마’, 그리고 영화음악의 거장 엔리오 모리꼬네가 음악을 맡았던 ‘시네마 천국’.영화음악은 이제 더이상 영화 속 한 요소로만 머무르지 않는다.2005전주국제영화제 기간 영화음악 마스터클래스를 열었던 전주국제영화제가 18일과 19일 씨너스 전주에서 ‘2005전주국제영화제 하반기 영화음악 마스터클래스’를 이어간다. 하반기 마스터클래스에 초대된 영화음악 감독은 한국의 방준석과 일본의 사기스 시로. 사기스 시로 감독이 소속돼 있는 FIVENINE FACTORY INC 대표 마사 사쿠마도 전주를 찾아 일본 영화음악 비즈니스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준다. 인디 밴드 출신이라는 화려한 경력을 가진 방감독은 ‘너는 내 운명’ ‘주먹이 운다’를, 편곡과 선곡능력에서 주목을 받고있는 사기스 감독은 일본영화 사상 최다 OST판매량을 기록한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비롯 한국영화 ‘무사’의 음악작업을 했다. 마스터클래스는 감독들이 참여한 영화 상영과 강연으로 진행되며, 18일에는 방감독이 직접 영화음악 제작을 지도하는 제작실습 시간도 마련됐다. 전진수 마스터클래스 프로그래머는 “일본 영화음악 감독들의 한국영화 작업이 활발해 지고 있는 시점에서 양국 음악감독의 작업 과정과 사상, 철학 등을 비교해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마스터클래스 홈페이지(www.jiff.or.kr/master/main.html)도 오픈했다. 홈페이지는 수강생과 일반 네티즌이 온라인상에서 영화음악 감독 강연에 관한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정리된 매뉴얼로, 강연 녹취록을 서비스하는 등 지속적인 업로드를 통해 해마다 두차례 진행되는 전주영화제 마스터클래스에 관한 콘텐츠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마스터클래스 등록은 15일까지. 참가비는 2만원이며, 선착순 100명을 모집한다. 063) 288-5433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11.14 23:02

창작공예 달인 찾는다

민간 주도 공예전으로 ‘한국공예의 독보적 위치를 확보한 대전’으로 평가받고 있는 ‘익산 한국공예대전 전국 공모전’이 여섯번째 마당을 연다.전북공예가협회와 KBS전주방송총국 공동주최, 한국공예대전운영위원회가 주관하던 것을 더 안정적이고 발전적인 운영을 위해 올 여름 사단법인이 된 한국공예문화협회(이사장 이광진)가 맡게됐다. 공모부문은 금속공예, 도자공예, 목칠공예, 섬유공예, 전통 및 기타창작공예. 보석도시 익산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금속공예 부문에 귀금속·보석장신구를 포함시켰으며, 전통 및 기타창작공예 부문에는 한지, 칠, 침선, 자수, 화각, 매듭, 죽세공, 옥석, 칠보, 피혁, 유리·닥종이 인형 등 신소재를 이용한 다양한 창작공예작품을 출품할 수 있다. 출품원서는 24일까지 한국공예대전 사무국(익산시 솜리문화예술회관 3층)과 전국 대학 공예·디자인 관련학과 사무실, 한국미술협회 지회·지부에서 교부하고 있으며, 한국공예대전 홈페이지(http://www.artcraft.or.kr)에서도 내려받을 수 있다. 작품은 23일과 24일 이틀간 익산시 솜리문화예술회관에서 받는다. 1인 2점 이내로 출품할 수 있으며, 출품료는 1점당 5만원이다. (단, 공동작품은 2인 이내를 1점으로 한다.이광진 이사장(원광대 교수)은 “익산이라는 지방도시에서 열리는 공모전이지만 작품 수준은 물론, 전국에서 출품하는 전국 행사로 자리매김했다”며 “익산 한국공예대전을 국제 공예대전으로 발전시키고 익산시에 한국공예대전 전시관을 건립하는 계획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상 1점과 최우수상 1점에 각각 2천만원과 1천만원의 상금이 걸리는 이번 공모전에는 총 6천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한국공예대전 수상에 따른 점수가 10점 이상이면 추천작가로 선정되며, 추천작가로서 작품을 3회 이상 출품하면 협회 이사회 심의를 거쳐 초대작가로 추대된다. 문의 063) 837-4567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11.14 23:02

대사습놀이 일반·학생대회 '하나로'

내년부터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일반부와 학생대회가 통합돼 치러진다. 또 현재의 경연중심행사에서 시민들이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축제형 행사로 전환하는 등 많은 변화를 모색한다. 전주대사습보존회와 전주MBC 전주시 등 대사습놀이관련기관 관계자들이 지난 주말 대사습발전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현재 봄과 가을로 나눠 치러지는 성인대회와 학생대회를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또 대사습대회를 경연행사로만 치르는 것이 아니라 전야제와 장원자한마당 등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고 즐길수 있는 대중행사를 열기로 합의했다. 축제형 대사습의 원형을 찾고, 국악계는 물론 시민들의 국악에 대한 관심을 높이려는 취지다.대회 개회시기도 5월초로 정례화할 방침이다. 토론회에서는 행사기간은 4일로 잡고 전야제와 경연, 장원자한마당 등을 개최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그러나 구체적인 대회개최시기나 일정, 행사내용 등은 태스크포스팀에서 결정하기로 했다.전주시와 대사습보존회 전주MBC 관계자와 문화기획자 전문가 등이 참가하는 태스크포스팀은 이번주내로 꾸려질 예정이며, 연말안으로 구체적인 행사기획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대회가 통합되면 자치단체 지원예산 등도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전주대사습 관계자는 “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위상을 보다 공고히 하고, 시민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대회개최방법 등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태스크포스팀에서 대회 통합에 따른 구체적인 개최방법 등을 확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은수정
  • 2005.11.14 23:02

[창작의 길목에서] 시인 김용옥씨

이쪽과 저쪽의 공기를 소통시키는 아주 작은 여유의 공간. 또는 아주 작지만 이것과 저것을 완전히 분리시키는 간격. 그는 “내가 쓴 수필은 생활의 틈”이라고 말한다. 2003년 수필집 두 권을 한꺼번에 냈다. 오래 기다리고 오래 믿은 시간 만큼, 이제는 다시 움직여야 할 때. 김용옥 시인(57)은 지금, 세번째 시집과 세번째 수필집을 준비하고 있다.“시와 수필,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은 없어요. 다만 말이 많아지면 죽는 것들은 ‘이건 시로 써야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지요. 요새 시는 비꼬기지 새롭게 보기가 아니어서 아쉽습니다.”그는 시에 대한 경외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점 하나 토씨 하나에도 고심하며 함부로 하지 못한다. 평이한 언어지만 이성적이고 냉철한 눈으로 삶의 의미를 성찰하는 그는 “시는 모든 문학, 모든 예술의 창”이라고 말한다. 간혹 그의 수필이 시처럼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피아노로 똑같은 악보를 연주할 때 소리만 듣고서도 연주자를 골라낼 수가 있죠.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손이 내 머리와 마음과 일치가 되어야지, 기계를 거치면 그것은 예술이 아닙니다.”류머티즘으로 손가락이 곱아도 글을 쓸 때면 그는 꼭 연필을 잡는다. 머리 속의 것들이 마음을 타고 줄줄이 나오면 그 후 도려내는 작업을 한다. 버리는 것은 아깝지 않다. “자기가 본 인생을 쓰는 것이 창작”이라고 생각하는 그에게 남들과 똑같은 것은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하루 놀러가서 좋은 풍경 보고 호들갑 떨면서 쓰는 게 시가 아닙니다. 열번 스무번 가보고 수십번 생각했을 때 대상을 진실되게 볼 수 있지요.”난을 20년 키우고 난 다음에야 쓴 시 ‘난’, 장국영을 20년 좋아하고서야 쓴 ‘장국영 별곡’, 날이 궂은 날이면 찾아갔던 중앙시장의 삶을 그린 ‘도시인의 사랑’처럼 그는 ‘이제는 써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 비로소 문학으로 인생을 쓴다.“문학은 학문입니다. 배워 알지 못하면 남과 다른 글을 쓸 수 없어요.”시집 한 권이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어투, 똑같은 소재라면 재미가 없을 것이다. ‘그림같이 쓸 수 없을까’ ‘음악같이 들을 수 없을까’ 그는 늘 문학의 기법을 고민한다.“보통 사람들이 시는 어렵고 똑똑한 사람이 쓰는 건 줄 알았는데 내가 읽어도 내 마음 같다고 할 때면 기분이 좋아요. 사상이 어렵다고 해서 말을 어렵게 할 필요는 없거든요.” 올해 11집을 발행하게 되는 동인지 ‘끈’도 마찬가지다. 1991년 자기를 표현하지 못했던 여성들을 대상으로 글쓰기를 가르쳐 지금껏 끌고 왔다. “누가 이들의 가슴의 문을 열겠는가”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자신이 가르치는 여성들이 새롭게 눈을 떠 자식들만 잘 가르쳐도 어디냐”는 작은 마음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그는 “글은 본디 날 비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잘 버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몇 년 동안 쌓인 수백편의 시와 수필. 우선 130편 정도를 묶은 시집 「사랑밭에서 사랑꽃 핀다」를 먼저 비워낼 생각이다. 아직 정리하지 못한 수필집도 내년에는 꼭 떠나보낼 계획. 글을 비워내며 그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11.1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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