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광장] 2004 결산-연극영화
2004년 도내 연극계는 전북 연극의 미래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다.독창적인 성격의 연극제가 꾸준히 이어졌으며, 학교 내 연극 교육의 실험도 긍정적 효과를 끌어냈다. 지난해 내부 갈등으로 몸살을 앓았던 전주시립극단은 조민철씨를 단장으로 선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전주영상위의 지원으로 많은 영상물이 전북의 풍경을 담아갔으며, 대형 영화관 개관으로 영상도시를 향한 전주시의 꿈은 한 발 더 가까워 졌다. △ 다양한 성격의 연극제와 연극의 교육적 효과에 대한 긍정적 시각전북연극계는 류경호 전북연극협회 회장과 홍석찬 전주연극협회 회장 선출로 새해 문을 열었다.배우 기근과 재정 부족이라는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치러진 전북연극제는 극단 하늘과 작은소·동이 창작극을 들고 나오면서 고무적인 한 해를 시작했다. 극단마다 배우들의 연기 편차가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어느 해보다도 치열했던 연극제로 전북 연극의 자생력을 보여줬다. 기성 극단의 활발한 무대 공연이 이어졌던 올해, 새출발을 다지는 신생 극단의 창단 공연과 옛 배우들의 재기는 도내 연극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극단 ‘재인촌 우듬지’(대표 김영오)가 2002년 창단 이래 2년만에 ‘지워진 이름, 정여립’으로 신고식을 치르고,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했다. 지난 92년 내분으로 뿔뿔이 흩어졌던 극단 황토의 중견 배우들이 창작 초연작 ‘카레이스키’로 다시 돌아온 것은 극단은 물론 연극계에 반가운 소식이었다. 크고 작은 무대 외에도 전북 연극계는 다양한 성격의 연극제로 ‘전북 연극’의 명성을 이어갔다. 전주에서 군산, 김제로 까지 그 외연을 넓힌 ‘전북소극장연극제’, 한옥마을과 마임의 독특한 만남 ‘한옥마을 마임축제’, 연극 꿈나무들의 잔치 ‘청소년연극제’ 등이 올해도 전북 연극계를 즐겁게 했다. 특히, 한국연극협회 전주지부가 마련한 ‘제1회 어린이연극제’는 연극의 교육적 효과와 대중화를 위한 신선한 시도로 주목을 모았다. 지역 연극인들이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고 무대에 올리는 특별한 무대였다. 조기 연극 교육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실험은 학교 현장에서 실천되기도 했다. 올해 처음 한국연극협회의 위탁을 받아 도교육청으로부터 연극 교과활동 시범학교로 지정된 전주여상은 ‘연극 재량활동 운영을 통한 창의성 계발 및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 함양’의 연구 실적을 발표해 일선 중고등학교의 ‘교내 연극 열풍’ 불씨를 지폈다. 이처럼 기성 극단 중심이 아닌 학교 연극 저변화에 힘입어 전북 연극의 미래를 밝힐 꿈나무들의 약진이 돋보였던 한해이기도 했다. 정읍 학산정보산업고의 한우물 연극단이 올해 동량전국고교연극경연대회에서 최우수단체상과 우수연기장, 장려연기상 등을 휩쓸고, 익산 함열초등학교가 한국연극협회가 주최한 제13회 전국어린이연극경연대회에서 영예의 금상을 차지하는 등 전북연극의 가능성을 또다시 확인시켜줬다. △ ‘동문거리’와 ‘소극장’으로 되살아난 전북 연극계전북연극계의 올해 화두는 ‘동문거리’와 ‘소극장’이었다. 구도심 상권인 동문거리 내 연극거리 조성이 본격 논의되면서 터줏대감격인 극단 ‘창작극회’가 연습실 마련과 창작소극장 개보수 공사로 제2의 부활을 다졌고, 극단 ‘명태’ 역시 동문거리로 연습실을 이전했다.연극 전용 공연장이 단 한 곳 뿐인 전주에 옥성문화센터 문화영토, 소극장 ‘판’이 개관하면서 지역 문화계에 새 바람을 예고했다. 기업 메세나 운동의 일환으로 문을 연 소극장 ‘판’은 도내 최대 연극 전용 공연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영화의 도시 ‘전주’전주국제영화제는 상업적인 주류 영화가 아닌, ‘대안영화’와 ‘디지털영화’라는 영화제 성격을 분명히 하며 다섯번째 행사를 치러냈다. 양질의 프로그램이라는 평가가 우세했지만, ‘마니아들만의 영화제’라는 지적은 여전했고 대중성을 고민해야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전주시민영화제, 전주인권영화제, 전북여성영화제 등은 각각의 성격에 걸맞는 의미있는 주제들로 영화제를 열었다. JIFF테크를 중심으로 세계의 독립영화들이 전주에 소개됐고, 각 문화공간들의 영화상영 릴레이도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전주 예술영화전용관 ‘아르뜨’ 개관이 운영주체인 전주시네마의 돌연 보류 방침에 따라 무산돼 기대했던 영화 마니아들을 실망시켰다. △ 전주를 거쳐야 영화가 뜬다?!민간 사무국 체제를 갖춘 첫 해, 전주영상위원회의 활약은 어느 해보다 돋보였다.올해 전주영상위가 유치한 영상물만 해도 31편. ‘말죽거리 잔혹사’ ‘효자동 이발사’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등 흥행작 대부분이 전주를 거쳤다. 특히 전주 올로케 MBC 일요아침드라마 ‘단팥빵’은 ‘단팥빵 철인’을 낳을 정도로 인기를 모았으며, 전주시에 직접적인 경제효과 4억, 경제승수효과 10억여원에 달하는 이익을 가져와 중견기업 이상의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다. 세계영상위원회(AFCI) 가입, 계간지 ‘전주시네마 비전’ 창간, 영화촬영지 안내지도 및 전주 맛지도 발간 등 전주영상위의 노력은 ‘전주 영상도시 만들기’의 기초를 마련했다. 롯데시네마, CGV, 메가박스 등 첨단 영상시설과 각종 편의시설 등을 갖춘 대형 영화관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도내 상영관들의 멀티플렉스화도 급속도로 이뤄졌다. 그러나 대부분 흥행작 위주로 상영, 관객들의 영화선택의 폭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부정적 시각이다. 전북영상산업교수협의회를 중심으로 영상도시를 향한 세미나 역시 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