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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결산] 미술

예산미확보와 공사중단 등 어려움을 이겨낸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최효준)이 개관, 전북 미술의 새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올해 전북 미술계의 화두는 ‘공공미술’과 ‘창작스튜디오 지원사업’, ‘학교 미술교육의 새로운 방향 모색’. 현대미술의 난해함을 벗고 생활 속으로 들어오려는 미술인들의 의식변화와 구도심의 빈 상가나 폐교 등을 활용한 작가 작업실 지원 사업 등이 꾸준히 논의돼 왔다. 아트페어 등 지역 미술계의 자발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침체된 경기 여파는 도내 미술계에 그대로 반영됐다. 또 도립미술관과 전북미협의 갈등, 도청 및 의회 신청사 공공미술 제안공모 심사 논란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로 전북 미술의 한해는 어수선하게 마무리되고 있다. △ 미술 관련 인프라 구축 활발지역 미술인들의 숙원이었던 도립미술관은 ‘엄뫼·모악’ ‘전북미술의 조명’ 등 전북과 전북미술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개관전으로 문을 열고 ‘전북 미술의 도약’을 다짐했다. 그러나 미술관 운영을 둘러싸고 벌어진 전북미협과의 성명서 공방은 좁은 지역사회에 부정적 기능만 낳았다는 지적이다. 올해 초 집행부를 새롭게 구성한 전북미술협회(지회장 이강원)는 전북미술 발간, 전북아트페어 개최, 영호남미술교류전 기획 등 의욕적인 활동으로 주목받았다.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해 올해 처음 시도한 전북아트페어는 예술성과 상업성의 조화를 시도해 관심을 모았으나, 저조한 판매율 등 아쉬움을 남겼다.문화적 환경이 척박했던 시절부터 미술인들의 전시공간이 되어온 전북예술회관이 보수공사를 마쳤으며, 민촌아트센터는 의미있는 10주년을 맞았다. 진안미술협회 창립, 남원 최초 전시 전문 화랑 예닮갤러리 개관 등 미술 관련 인프라 구축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 ‘공공미술’과 ‘미술교육’미술의 공공성과 미술 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미술가들의 고민이 치열했던 해였다. 젊은작가들이 모인 그룹 발은 전주천에서 공공미술전을 벌였고, 대중이용시설 내 미술작품 감상공간을 마련하는 국립현대미술관 작은미술관은 소리전당 모악당에 조성돼 공공미술의 역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도립미술관 개관전 ‘신시도프로젝트’와 ‘역사와 함께 한 미술여행’, ‘표현과 발상을 위한 교육 전망전’ 등은 학교 미술교육의 문제점과 그 대안을 제시했다. 공공미술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미술교육에 대한 연구는 새해에도 활발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 학술적 접근 시도‘비평 부재’라는 지적을 받아왔던 전북 미술계는 올해 담론의 자리를 풍성하게 마련했다. 특히 창작스튜디오와 지역문화 간 연대방안을 고민한 ‘제2회 전국문닫은학교 연합예술제’ 학술 심포지엄과 동문거리 스튜디오 지원사업 세미나 ‘Studio 東門-동문거리 스튜디오 지원사업 가능한가?’는 작가 창작실 지원 사업에 대한 문화예술인들의 공감을 얻어냈다.전라미술연구회의 ‘전통미술 정체성 확인을 위한 세미나’, 한국서예문화연구회의 ‘석정 이정직의 학문과 예술’, 서신갤러리의 ‘2004 젊은시각전’ 토론회 등 실기 위주 미술계에 학술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정리작업은 서예분야에서 특히 활발했다. 강암 송성용의 비문과 현판서를 모아 집대성한 ‘강암묵적(비문·현판)’과 ‘석정 이정직 작품집’ 등은 전북 서예의 맥을 잇는 소중한 결실이었으며, 서예가 산민 이용의 ‘금문으로 쓴 채근담’과 ‘금문 천자문’, 김병기 전북대 교수의 ‘사람과 서예-서예가 웰빙이다’ 발간도 주목을 모았다. △ 지역작가들 세계와 만나다세계 종이작가들의 모임 국제종이조형협회총회(IAPMA)가 전주에서 열린 올해, 지역 작가들의 국내외 활동은 더욱 활발했다. 전주패션협회와 전통한지공예연구회의 ‘미국 워싱톤 지구 한인연합회 초대전’을 비롯해 ‘한중일 현대미술전’ ‘한·일미술교류전’ ‘전주시·가나자와시 자매교류 한지공예작가 전시회’ 등 세계와 교류하기 위한 지역 작가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마니프, 광주비엔날레, 한국국제아트페어, 대한민국환경미술엑스포 등 도내 작가들이 중앙 무대에 초대받기도 했다. 지역 작가들의 수상소식은 창작활동에 힘을 보탰다. 전통소목작가 소병진씨가 제29회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대통령상을, 곽석손 군산대 교수가 제18회 예총예술문화상 대상을 수상했다. △ 전북과 역사를 테마로 한 전시 많아중견작가들의 밀도있는 작업과 신진작가들의 재기발랄한 작업이 개인전으로 이어졌던 올해 전북을 테마로 하거나 역사의식을 깨우는 흥미로운 기획전들도 잇따랐다. 동이회의 ‘아름다운 전북전’, 전미회의 ‘전북문화유산전’ 등 다양한 조형언어로 전북의 풍경은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가 마련한 ‘일제침탈과 역사왜곡전’ ‘식민지 조선과 전쟁미술’, 전주역사박물관 기획 ‘세계무형문화유산 걸작, 판소리’, 한국소리문화의전당 특별전 ‘태극기와 태극’ 등은 우리의 근현대사를 조망하고 전통문화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였다. 부부전, 형제전, 3인전, 전국 문 닫은 학교 연합예술제 등 작가들의 특별한 만남이 유독 많았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4.12.29 23:02

일본 전통문화도시를 가다 ⑫

‘전통없이 현재와 미래는 없다. 전통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생명이고 힘이다.’지난 11월과 12월, 두차례의 일본전통문화도시 취재를 통해 얻은 교훈이다. 우리나라는 오랜 역사를 지녔으면서도 도시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역사의 흔적은 그리 많지 않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이웃나라 일본과 비교해보면 그러한 아쉬움은 더 커진다. 일본은 어느 도시에서나 예외없이 전통이 살아 숨쉬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가장 주목했던 것은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개발과 보존이라는 이분법적 과제를 조화시키며 미래를 열어가는 일본의 문화적 전략과 지혜였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전통보존지구를 연상케하는 인구 46만명의 작은 도시 가나자와. 오래된 옛스러움에 안주하지 않는 일본의 전통 혁신을 보여주는 불교의 도시 나라. ‘일본의 고향’으로 도시 전체가 문화유산인 교토. 이들 도시는 우리에게 전통의 힘이 미래를 열어가는데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연재물에는 미처 소개하지 못했지만 오사카를 빼놓을 수 없다. 전통을 보존, 재현하려는 일본의 저력이 상징적으로 집약되는 오사카는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잃어버린 과거의 흔적 찾기가 한창인 도시다. 파나소닉 등 일본 대기업들이 빌딩숲을 이루는 ‘OBP’(오사카 비지니스 파크)가 도심 한복판을 장식하고 있는 오사카는 2차 세계대전 중 50차례가 넘는 공습으로 폐허로 변했던 도시다. 전후 복구와 산업화로 가장 현대적인 모습을 갖춘 도시지만, 전쟁으로 인해 남아있는 유적이라곤 오사카성 뿐이었던 이곳에서 최근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전통을 되살려놓는 작업은 눈여겨볼 만하다. 서기 645년 최초의 수도였던 오사카가 전쟁으로 잃어버린 역사를 다시 세우는 일은 도시의 정통성을 확립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과제였다.특히 오사카성과 나니와노미야(難波宮)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자리잡고 있는 오사카역사박물관은 건물의 웅장함 만큼이나 역사와 전통문화의 깊이를 일깨워주는 문화공간으로 'OBP'안에 우뚝 서있다.고대시대부터 중세·근세, 근대·현대까지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는 역사의 흐름을 시간과 공간을 관통하며 느낄 수 있는 이 곳은 오사카의 고대 역사를 담은 10층에서부터 현대의 모습을 재현한 7층까지 내려가며 시간 여행을 하는 관람 형식을 갖추고 있다.실물크기로 복원된 ‘고대 플로어’에서는 나라시대의 나니와노미야 궁정의 양식을 알기쉽게 소개하는 대형스크린이 눈에 띄는데, 영상의 장면이 모두 끝나면, 닫혀있던 박물관 외벽이 열리면서 아래의 나니와노미야 옛 궁정 터가 눈 앞에 펼쳐진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깜짝 놀란 관람객들은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은 빈 터를 역사의 현장으로 바꿔놓는 일본의 철저한 기획에 감탄하게 된다.‘물의 도시’로 불렸던 에도시대 오사카를 20분의 1 모형으로 재현한‘중세·근세 플로어’, 신사이바시수지, 도톰보리 등 번영한 현대도시를 옮겨놔 오사카의 거리를 산책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근대·현대 플로어’ 등 오사카역사박물관은 시각적 청각적 자료를 활용해 역동적인 역사도시를 만들어간다. 8층에 꾸며진 ‘나니와고고학연구소’는 아이들의 웃음이 넘쳐나는 곳이다. 나이 지긋한 자원봉사자들이 아이들과 게임을 하며 도시의 탄생과 성장, 부흥했던 시기 등을 설명하는 모습은 지루한 역사교육이 아닌 살아있는 교육의 현장으로 인상깊은 모습이다. 오사카역사박물관이 끊임없이 오사카의 역사를 교육하고 재생산시키는 곳이라면, 천여년 동안 일본의 수도였던 교토의 문화박물관은 전통의 멋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다양하게 활용해 종합적인 문화시설로 자리잡고 있는 박물관은 특히 별관으로 1906년 준공된 일본은행 교토지점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미 국가중요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건물을 현재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보존에만 급급한 우리 현실에서보자면 ‘용감한 발상’이다. 박물관 1층에 자리잡고 있는 ‘로오지점포’ 역시 독특하다. 에도시대말 교토 시가지가 재현된 이 곳은 복원된 점포에서 음식과 전통공예품, 화지 등을 판매하고 있는 ‘흥미로운 상술’이 돋보였다. 전통문화가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맞게 보존되고 있는 일본은 박물관도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일본의 박물관은 쇼케이스 속에 놓여있는 죽어있는 유물이 아닌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숨쉬고 있는 역사가 오감으로 느껴진다. 도심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박물관의 위치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다양한 기획 등 박물관의 고정관념을 깨는 일본의 박물관을 보면, 지금 우리의 박물관들이 안고 있는 현실에 눈을 돌리게 된다.취재길에서 얻은 교훈은 적지 않다. 그러나 가장 인상깊게 자리한 것은 ‘전통은 혁신이고 곧 창조’라는 사실이다.

  • 문화일반
  • 김은정·안태성·도휘정
  • 2004.12.28 23:02

[양계영의 베스트셀러 엿보기] 2004년 베스트셀러 1위 '다 빈치 코드'

광복 이후 최대의 불황이었다는 2004년 한 해. 출판서점 분야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지속되는 경기침체와 불황의 여파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렇듯 힘든 시절 속에서도 책으로 위안을 삼고 책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독자들이 올 한 해 가장 많이 읽은 책은 무엇일까.홍지서림이 집계한 2004년 베스트셀러 종합 1위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소재로 숨겨진 암호를 통해 비밀을 밝혀 나가는 스릴러물 ‘다 빈치 코드’(댄 브라운, 베텔스만)이다. 2위는 직장인에게 아침생활 열풍을 몰고 온 ‘아침형 인간’(사이쇼 히로시, 한스미디어). 3위는 평범한 양치기 소년이 진정한 자아를 찾는 여정을 그린 ‘연금술사’(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4위는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현재가 가장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선물’(스펜서 존슨, 랜덤하우스중앙)이 차지했다.전 세계적으로 다 빈치 신드롬을 일으키며 소설의 무대가 되는 프랑스 일대가 관광 특수를 누릴 정도로 이목이 집중되었던 미국 작가 댄 브라운을 필두로 베스트셀러 10위중 9개가 외국작가의 작품이 차지하고 있다. 다만 이순신을 재해석한 ‘칼의 노래’(김훈, 생각의나무)만이 7위에 오르며 국내작가의 자존심을 지켜 주었고 탤런트 김혜자의 에세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오래된 미래, 11위)가 그 뒤를 이었다.분야별 판매량은 베스트셀러 1위에서 100위중 비소설 36%, 소설 35%, 경제경영서 17%, 외국어 5% 순으로 집계되어 처음으로 비소설이 소설을 앞질렀다. 특히 전통적인 비소설 장르인 에세이 형식에서 벗어나 ‘선물’이나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앤디 앤디루스, 세종서적)처럼 소설형식을 접목한 비소설 작품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고, ‘공부 9단 오기 10단’(박원희, 김영사), ‘벼랑 끝에 나를 세워라’(박형미, 맑은소리) 등 자전적 에세이가 상위에 랭크 되었다.특이한 점은 ‘한국의 부자들’(한상복, 위즈덤하우스), ‘펀드투자 100문 100답’(제로인, 미래의창), ‘33세 14억 젊은 부자의 투자일기’(조상훈, 매일경제신문사) 등 극심한 불황을 기저에 두고 ‘부자’를 꿈꾸는 독자들을 겨냥한 책들이 대거 베스트셀러에 오른 반면, 출판편집인들이 선정한 우수 도서들은 상당수가 독자에게 선택되지 않은 채 서가의 빈자리만 차지하면서 우울한 한해를 마감하고 있는 형편이다.‘책은 사회를 대변한다’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책은 미래의 문을 여는 열쇠’라는 말들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힘들었던 한 해를 책으로 견뎌 낸 것처럼, 내년에는 더 많은 독자들이 책을 가까이 두고 책에서 지혜를 얻을 것이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4.12.28 23:02

1413편 신춘문예 응모작 쏟아졌다

‘문학의 위기’라는 시대, 올해도 문학을 꿈꾸며 문학 속에서 희망을 찾는 ‘젊은 청년들’이 많았다. 올해 전북일보 신춘문예 응모 마감 결과, 시 1048편, 수필 283편, 소설 82편 등 3개 분야에서 총 1413편이 접수됐다. 지난해에 비해 3백여편이 증가한 올해 신춘문예는 전 장르에서 고루 늘어났으며 특히 시 부문의 응모가 활발했다.이제 막 거뭇거뭇 수염이 돋아나기 시작했을 중학교 2학년 남학생 부터 문학소녀 여고생, 고희를 앞두고 있는 노년층까지 참가층의 연령은 그 어느해 보다 다양했다. 충북에서 보내온 열혈청년 군인들의 작품도 잊지못할 원고였다. 시의 경우 사랑, 자연 등을 소재로 한 순수시가 증가했다. 농민시·노동시·통일시 등 사회참여적인 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필요성에 의해서가 아닌, 자신의 약점을 감추기 위해 산문시를 선택한 경우가 많아 아쉬움을 남겼다. 수필 부문은 회고와 추억에 매몰된 관습적인 글들이 많았다. 고향, 어머니·아버지에 대한 기억, 유년에 대한 초상 등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유난히 많았고 기행 형식을 빌리거나 소설적 형식을 취하는 독특한 형식의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가족의 화해와 성을 다룬 작품이 많았던 소설 부문은 전북 지역보다 타지역의 출품이 많았다. 가족과의 갈등과 화해, 남녀간의 사랑, 노인문제 등이 올해도 여전한 화두였으며, 실종, 불륜, 폭행 등 자극적이지만 소설의 기본 모티브로 익숙한 소재들이 변함없이 이어졌다. 응모작들은 전반적으로 개인 기량이 향상됐다는 평가다. 기존 응모작들에 비해 오자나 오타, 비문 등이 현저하게 줄어 응모자들의 의식수준 향상도 짐작할 수 있었다. ‘지방신문’을 의식한 탓인지 전북을 배경으로 하거나 토속적인 소재들을 등장시킨 작품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빠져있는 작품들이 많고 소재를 풀어가는 방식이나 방향이 어두워 현 시대의 단편을 보는 것처럼 씁쓸함을 남겼다. 지방신문 신춘문예의 한계를 벗고 올해도 서울·부산·경기·강원 등 타지역 참가자들의 비율이 70%선을 유지했다. 중년층의 참여가 많아져 수려하고 안정된 문장 등 한층 깊어진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었다. 당선작은 내년 1월1일 전북일보 신년호에 발표된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4.12.28 23:02

[박원길의 생생 한자교실] 연연파(硏硯破)-石으로 된 글자

돌(石)을 평평하게 갈고 닦으니 갈 연, 연구할 연(硏)(옛날 붓으로 글씨를 쓰던 시절) 돌(石)로 만든 물건 중 자주 보는(見) 것이니 벼루 연(硯) * 見(볼 견, 뵐 현)돌(石)의 표면(皮)은 단단하여 잘 깨지니 깨질 파(破) 또 깨지면 생명이 다한 것이니 다할 파(破)* 皮(가죽 피)<참고> ①硏 갈 연, 연구할 연 (polish, study)硏究(연구) (일이나 대상을) 깊게 조사하고 생각하여 이치나 사실을 밝히는 것. * 究(연구할 구)②硯 벼루 연 (ink stone)* 옛날에는 벼루에 먹을 갈아 붓으로 글씨를 썼으니 책상에는 항상 지필연묵을 갖추어 놓았어요. 돌(石)로 만든 물건 중 자주 보이는(見 :볼 견, 뵐 현) 것은 벼루라는 데서 ‘벼루 연(硯)’입니다.紙筆硯墨(지필연묵) ‘종이·붓·벼루·먹’으로, 문방사우(文房四友)라 함. 硯滴(연적) 벼루에 먹을 갈 때 쓸 물을 담아 두는 그릇. * 紙(종이 지), 筆(붓 필), 墨(먹 묵), 文(무늬 문, 글월 문), 房(방 방), 友(벗 우), 滴(물방울 적)③破 깨질 파, 다할 파, 어떤 일을 완전히 끝낸다는 뜻의 접미사 (break, finish) 破壞(파괴) 쓰지 못하도록 때려 부숨. 讀破(독파) ㉠글을 막힘없이 죽 읽어 내림. ㉡책을 모조리 다 읽음.* 壞(무너질 괴), 讀(읽을 독), 走(달릴 주)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4.12.28 23:02

고보연씨 '139일의 숨소리' 30일까지 전주얼화랑

전시장에 도착하기 전 물 속에서 통통하게 불려 온 콩들이 이제 막 싹을 틔웠다. 12월 초부터 길러온 머리가 푸른 콩나물들은 어느새 손바닥 한 뼘 길이만큼 자라있다. 139일 동안 땅 속에서 자라 수확된 콩들이 물 속에서 다시 자라고 있다. 30일까지 전주얼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고보연씨(32)의 ‘139일의 숨소리’. 2003년 전북청년미술상 수상기념전인 이번 전시는 콩을 재배하고 그 콩으로 콩나물을 기르는 과정을 미술화했다.“처음 시작은 족욕, 반신욕 등 몸을 씻어주고 피로를 풀어주는 물을 주목했어요. 물로만 자랄 수 있는 것을 생각하다보니 콩과 콩나물에 이르게 됐어요.”가족들과 함께 콩을 파종하고 수확하는 과정은 고씨에게도 큰 즐거움이었다. 평소 미술이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것이 아쉬웠던 그에게 관람객들이 콩나물에 직접 물을 줄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소소한 즐거움이 가져다 주는 휴식과 같다. “콩나물을 키우다 썩어서 버린 것들도 많았어요. 무엇인가를 책임지고 심고, 기르고, 재배하고, 다시 키워내는 과정에서 생명력을 느끼는 순간 마다 ‘생태를 통한 치유’라고 생각했어요.”‘휴식’을 상징하는 텐트 모양의 나무틀과 그 위에 놓여진 서른 두개의 콩나물 동이는 작가가 직접 짠 것. 몇 일 간격으로 길러낸 콩나물들이 각기 다른 길이로 자라나고 있어 작품 제작과정을 관통하는 시간의 흐름도 느낄 수 있다. 전시기간 중 점심시간에 맞춰 전시장을 찾는다면 작품으로 만든 콩나물밥을 먹는 행운도 누릴 수도 있다. 한 움큼 콩나물을 뽑아 ‘콩나물 5백원 어치’를 봉투에 넣어주는 작가의 훈훈한 인심까지, 적은 돈으로 든든한 젊은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게 되는 기쁨이 바로 이런 것일까.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4.12.27 23:02

김두해-선기현-이홍재씨 3인전 30일까지

구상과 비구상, 사진 등 서로 다른 성격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광경은 예술은 결국 하나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다.한 해의 끝자락에 서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특별한 만남. 서양화가 김두해(50) 선기현(48) 사진작가 이흥재씨(50)의 3인전이 30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리고 있다.“3인전을 전후로 세 사람 모두 개인전을 열었거나 준비하고 있으니 정말 정신없이 바빴지요. 그럼에도 3인전을 열고나니 편안한 휴식 같아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 것 같습니다.”올해로 열일곱번째. 변해가는 작가의식의 흐름을 보여주는 3인전은 작가들에게도 의미있는 자리다. 서로 다른 작품세계를 추구하지만 자기 완성을 실천해 나가는 과정에서 이들은 서로를 배우고 의지한다. 서양화 재료를 쓰면서도 한국화의 시원한 공간감과 여유를 찾아내는 김씨는 소나무 솔잎 사이로 불어가는 바람을 담아냈다. 사실적인 풍경과 작가의 관념이 만나 단조로운 화면은 깊이감을 얻는다. ‘꽃’ ‘몽(夢)’ ‘강’ 등 강렬한 원색으로 그려진 선씨의 작업은 생명력과 삶에 대한 그리움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자유로운 분출과 상징성 있는 절제미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장날 작가’로 친숙한 이씨는 푸근한 이미지 대신 현대적이고 회화적 이미지를 강조한 작품들을 내놓았다. 대상을 클로즈업하거나 고유한 색을 강조시킴으로써 독특한 조형성을 획득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4.12.27 23:02

국립민속국악원 '사철가' 송년공연

남원 국립민속국악원(원장 곽영효)은 자연과 인생을 노래하는 가무악극 ‘사철가’로 한해를 마무리한다.송년의 아쉬움과 신년의 희망을 담은 국립민속국악원 송년공연이 28일과 29일 오후 7시 국립민속국악원 공연장에서 열린다. 국립민속국악원 단원과 객원 스탭 등 80명이 무대를 장식하는 이번 공연은 시즌별 완성도 있는 레퍼토리로 관객들을 유혹한다. 작품 수준을 높여 모두 4개 마당으로 구성한 ‘사철가’는 춤과 노래가 어울어진 가무악극. 할미탈의 넋두리로 막이 오르는 첫째마당 ‘이산 저산 꽃이 피니’에서는 인생의 덧없음을 노래하는 단가 ‘사철가’의 봄대목을 들려준다. 할미탈의 청춘시절 사랑을 담은 ‘상주모심기’를 선사하고 한 남자를 만나 혼례를 치르는 장면을 ‘각시풀’과 사랑가’ 등의 민요로 재현한다. 사철가의 여름, 가을 대목을 노래하는 둘째마당 ‘녹음방초 승화시라’에서는 일상에 지친 수고로움을 잊게 해주는 ‘남도들노래’, ‘농부가’를 무대에 올린 뒤 ‘물레타령’과 ‘방아타령’으로 민초들의 삶을 담아내는 것도 관심을 모은다. 인생의 황혼기를 그린 사철가 겨울 대목을 선사하는 셋째마당 ‘백설만 펄펄’에서는 ‘상여소리’와 ‘회다지소리’, ‘흥타령’, ‘육자배기’, ‘씻김굿 중 길닦음’ 등으로 인생의 덧없음을 그린다. 공연무대의 대미는 할미탈과 사람들의 합창이 불려지는 넷째마당 ‘거드렁 거리고 놀아보세’. 공연은 무료다.

  • 문화일반
  • 안태성
  • 2004.12.27 23:02

[2004 문화 '판' 사람과 사람] 성악가 김성민씨

“하루 일과를 정리하기도 벅찰 만큼 바쁜 한 해였습니다.”평일에 두번, 종일 교단에 서는 시간을 빼고는 거의 공연 준비로 쉴틈없이 한 해를 보냈던 성악가 김성민씨(37·베이스 바리톤). 광주대와 서해대 강사로, 무대에서는 화려한 주역으로 맹활약 중인 그는 언제부턴가 호남오페라단 홍보실장으로 불리며 오페라단 일까지 꼼꼼히 챙기고 있다. ‘요한 루갈다’와 ‘라보엠’ 등 유난히도 대형 무대가 많았던 호남오페라단의 올해. 김씨도 숨가쁜 한해를 보내야 했다. “불황 여파로 성악가들 조차 무대에 설 기회가 좀처럼 많지 않았던 해였어요. 이런 상황에서 대형 무대에 잇따라 설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나 다름없죠.” 늘 겸손하면서도 성실함을 잃지 않는 그는 ‘준비된 성악가’로서 일찌감치 ‘바쁜 한해’를 기약했었다. 올 초 찾아온 뜻밖의 외국 독주회 무대는 음악을 향한 그의 열정에 불씨를 지폈다. 지난 2월 이태리 톨파의 코뮤네 극장에서 독창회를 갖게 된 그는 오랜만의 외국 방문길에 로마 아레나음악원에서 한달간 연수과정을 밟았다. 원광대를 졸업하고 오스트리아 그라쯔 국립음악원에서 독일가곡과 성가를 전공했던 그에게 이태리 음악은 또한번 넘어서야할 새로운 영역이자 도전이었다.“무대 활동에 매진하고 후배들을 양성하려면 꾸준한 자기개발이 필요한 법이죠. 자신을 돌이켜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하반기부터는 뒤를 잇는 ‘무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호남오페라단의 창작오페라 ‘쌍백합 요한 루갈다’에서 유항검과 유지춘 역을 맡은 그는 공연 연습이 한창이던 지난 8월 이태리 천재작곡가인 ‘페르골레지’ 페스티벌에서 오페라 ‘영리한 시골소녀’의 주역으로 캐스팅돼 서울 무대에 섰다. 페르골레지 페스티벌에서 이틀간 ‘원 캐스트’로 활약하면서 찬사를 받은 그는 내년에도 주역을 제의받았다.“서울과 전주를 오가는 연일 강행군이 이어졌지만 보람찬 나날이었죠. 자신감도 생기고 무대 욕심도 생기고….”요한 루갈다를 마치고 문화 소외지역을 찾아 고창 영선중학교와 부안 백산 중·고등학교에서‘동녘 갈라 콘서트’로 예외 없이 분주한 연말을 보내야 했던 그에게 한 해가 저무는 12월, 호남오페라단이 한국-이태리 수교 1백20주년을 기념한 ‘라보엠’은 특별한 공연이었다. 4일간 이어진 라보엠에서는 주역들이 번갈아 무대에 섰지만, 그는 4회 공연 무대에 출연했다. 철학자인 콜리네 역을 ‘원 캐스트’로 맡기에는 무리가 없지 않았지만 ‘욕심을 부린’ 무대였다고 말했다. “얼마나 무대에 설 수 있을지 한번쯤 한계에 봉착해보는 시도가 필요한 것 같아 도전해본 기회였습니다.”어려운 여건에서도 한 명의 출연진이 아쉬운 오페라단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의리파’로 통하는 그는 라보엠을 끝낸 직후에도 휴식도 마다한 채 전남·북 8개 지역을 순회하는 (사)빛소리 오페라단의 ‘마술피리’에 합류, 한해 공연을 마무리했다. 전공가 중심의 난해한 작품보다는 대중과 함께하는 무대로 관객들을 만나고 싶다는 그는 우리 가곡만으로 꾸리는 독창회를 내년 쯤 가져볼 계획이다.

  • 문화일반
  • 안태성
  • 2004.12.27 23:02

[2004 결산] 서양음악

국내외 유명 음악단체들과 음악인들의 전주나들이가 돋보였던 올해는 지역 음악단체들의 수준있는 대규모 공연 제작이 잇따랐다. 도내 대학 교수들과 연주단체들의 정기연주회가 꾸준히 이어지고, 서양음악가들의 영원한 과제인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한 관객과 소통하는 다양한 무대가 펼쳐졌다.그러나 국악칸타타나 소리축제에서의 판소리와 서양음악과의 만남 등 국악 쪽의 서양음악과의 접목이 적극적이었던 반면, 타 장르와 결합하려는 서양음악의 시도는 소극적이라는 평이다. 대내외적인 갈등과 근로여건 등 관립단체들이 크고 작은 잡음 속에서도 꾸준한 활동을 이어나간 올해 전주시립교향악단의 지휘자 공모 불발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도내 연주단체들의 활동 활발오페라를 중심으로 한 도내 연주단체들의 공연 무대는 지역 문화예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냈다. 특히 하반기 ‘쌍백합 요한 루갈다’와 ‘라보엠’ 등 규모있는 무대를 차례로 올린 호남오페라단의 부단한 노력은 신선한 자극이 됐다. ‘쌍백합~’은 한국문화예술진흥원으로부터 최우수 창작오페라로 선정되면서 작품성을 검증받은 작품. ‘라보엠’ 역시 이태리 가수를 초청해 작품성에 심혈을 기울인 무대였다. 예술기획 예루의 5백회 기념 공연 오페라 ‘정극인’과 전북오페라단의 ‘탁류’는 지역의 역사적 인물이나 지역을 배경으로 쓰여진 작품으로 주목을 모았다. 전주소리오페라단의 ‘휘가로의 결혼’ 역시 오페라 붐에 동행했다.대학교수들의 활동도 활발했다. 이준복 전북대 교수의 스물네번째 작곡발표회를 비롯해 양승돈(원광대), 은희천(전주대), 박규연 교수(예원예술대)가 발표 무대를 가졌으며 홍안기, 전아선, 라수미, 이미현 등 신인 음악가들의 활동도 돋보였다. 군산시립교향악단과 전주시립합창단은 변화를 꾀하는 관립단체로 주목을 모았다. 군산시향은 수준 높은 곡과 대중적인 무대를 동시에 소화해 내며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으며, 전주시립합창단은 서울, 대구, 광주 등 바쁜 스케줄로 기량을 펼쳐냈다.△국내외 수준있는 무대 풍성이탈리아 실내악단 ‘이 무지치(I MUSICI)’를 비롯해 루마니아 ‘야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독일 ‘하이델베르그 쳄버오케스트라’, 모나코 왕실소년합창단, 우크라이나 ‘국립 크림 스테이트 얄타 심포니’, 롤랑디용, 부르노 카니노, 척 맨지오니, 서혜경, 장한나, 금난새와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국내외 정상급 연주자들의 전주 방문은 지역 문화를 풍성하게 했다. △클래식 대중화 무대 활발‘클래식의 대중화’는 서양음악가들의 빗겨갈 수 없는 큰 고민이었다.‘오케스트라와 청소년을 위한 음악 페스티벌’, ‘세계 교과서 음악회’. ‘가정 음악회’, ‘5월의 노래’ 등 도내 음악단체들은 친숙한 곡과 구체적인 해설, 테마가 있는 음악회, 찾아가는 음악회 등으로 관객과 눈높이 맞추기에 나섰다.무대와 객석의 거리를 좁히려는 노력은 지역의 유망주들을 무대에 내세우는 계기도 됐다. 서양음악을 전공하고 있는 청소년들과 대학생 등이 무대에 오를 기회가 많아졌고, 기존 단체들의 유망 신인들에 대한 배려도 늘어 나는 등 아낌없는 ‘투자’가 이어졌다.이밖에 서양음악 부문에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의 차별성있는 기획도 돋보였다. 한국을 빛내는 전북출신 음악가 시리즈를 기획, 피아니스트 임효선과 바이올리니스트 최해성, 테너 이영화를 고향 무대에 소개했다. 오디션 등을 거쳐 자체 제작한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 영호남 시군립 합창단 9개팀을 한 자리에 모아낸 영호남 화합의 ‘2004 전북합창페스티벌’, 중견·신인 음악인들을 소개하는 ‘독주회 시리즈’, 창단연주회를 연 소리전당 ‘유스오케스트라’ 등 지역의 음악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서양음악을 학술적으로 고민하는 자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 음악평론의 부재라는 과제를 남겼다. 관객몰이를 의식한 대형 공연이나 레퍼토리의 편중은 오히려 관객들에게 다양한 공연 관람 기회를 제약하는 부작용도 낳았다.

  • 문화일반
  • 안태성
  • 2004.12.27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