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결산] 서양음악
국내외 유명 음악단체들과 음악인들의 전주나들이가 돋보였던 올해는 지역 음악단체들의 수준있는 대규모 공연 제작이 잇따랐다. 도내 대학 교수들과 연주단체들의 정기연주회가 꾸준히 이어지고, 서양음악가들의 영원한 과제인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한 관객과 소통하는 다양한 무대가 펼쳐졌다.그러나 국악칸타타나 소리축제에서의 판소리와 서양음악과의 만남 등 국악 쪽의 서양음악과의 접목이 적극적이었던 반면, 타 장르와 결합하려는 서양음악의 시도는 소극적이라는 평이다. 대내외적인 갈등과 근로여건 등 관립단체들이 크고 작은 잡음 속에서도 꾸준한 활동을 이어나간 올해 전주시립교향악단의 지휘자 공모 불발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도내 연주단체들의 활동 활발오페라를 중심으로 한 도내 연주단체들의 공연 무대는 지역 문화예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냈다. 특히 하반기 ‘쌍백합 요한 루갈다’와 ‘라보엠’ 등 규모있는 무대를 차례로 올린 호남오페라단의 부단한 노력은 신선한 자극이 됐다. ‘쌍백합~’은 한국문화예술진흥원으로부터 최우수 창작오페라로 선정되면서 작품성을 검증받은 작품. ‘라보엠’ 역시 이태리 가수를 초청해 작품성에 심혈을 기울인 무대였다. 예술기획 예루의 5백회 기념 공연 오페라 ‘정극인’과 전북오페라단의 ‘탁류’는 지역의 역사적 인물이나 지역을 배경으로 쓰여진 작품으로 주목을 모았다. 전주소리오페라단의 ‘휘가로의 결혼’ 역시 오페라 붐에 동행했다.대학교수들의 활동도 활발했다. 이준복 전북대 교수의 스물네번째 작곡발표회를 비롯해 양승돈(원광대), 은희천(전주대), 박규연 교수(예원예술대)가 발표 무대를 가졌으며 홍안기, 전아선, 라수미, 이미현 등 신인 음악가들의 활동도 돋보였다. 군산시립교향악단과 전주시립합창단은 변화를 꾀하는 관립단체로 주목을 모았다. 군산시향은 수준 높은 곡과 대중적인 무대를 동시에 소화해 내며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으며, 전주시립합창단은 서울, 대구, 광주 등 바쁜 스케줄로 기량을 펼쳐냈다.△국내외 수준있는 무대 풍성이탈리아 실내악단 ‘이 무지치(I MUSICI)’를 비롯해 루마니아 ‘야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독일 ‘하이델베르그 쳄버오케스트라’, 모나코 왕실소년합창단, 우크라이나 ‘국립 크림 스테이트 얄타 심포니’, 롤랑디용, 부르노 카니노, 척 맨지오니, 서혜경, 장한나, 금난새와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국내외 정상급 연주자들의 전주 방문은 지역 문화를 풍성하게 했다. △클래식 대중화 무대 활발‘클래식의 대중화’는 서양음악가들의 빗겨갈 수 없는 큰 고민이었다.‘오케스트라와 청소년을 위한 음악 페스티벌’, ‘세계 교과서 음악회’. ‘가정 음악회’, ‘5월의 노래’ 등 도내 음악단체들은 친숙한 곡과 구체적인 해설, 테마가 있는 음악회, 찾아가는 음악회 등으로 관객과 눈높이 맞추기에 나섰다.무대와 객석의 거리를 좁히려는 노력은 지역의 유망주들을 무대에 내세우는 계기도 됐다. 서양음악을 전공하고 있는 청소년들과 대학생 등이 무대에 오를 기회가 많아졌고, 기존 단체들의 유망 신인들에 대한 배려도 늘어 나는 등 아낌없는 ‘투자’가 이어졌다.이밖에 서양음악 부문에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의 차별성있는 기획도 돋보였다. 한국을 빛내는 전북출신 음악가 시리즈를 기획, 피아니스트 임효선과 바이올리니스트 최해성, 테너 이영화를 고향 무대에 소개했다. 오디션 등을 거쳐 자체 제작한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 영호남 시군립 합창단 9개팀을 한 자리에 모아낸 영호남 화합의 ‘2004 전북합창페스티벌’, 중견·신인 음악인들을 소개하는 ‘독주회 시리즈’, 창단연주회를 연 소리전당 ‘유스오케스트라’ 등 지역의 음악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서양음악을 학술적으로 고민하는 자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 음악평론의 부재라는 과제를 남겼다. 관객몰이를 의식한 대형 공연이나 레퍼토리의 편중은 오히려 관객들에게 다양한 공연 관람 기회를 제약하는 부작용도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