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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봄이 왔다

봄은 왔는데 봄을 느끼지 못하였다. 3월이 되었는데 분홍 꽃잎도 초록 잎사귀도 도무지 눈에 들어오지 아니 하였다. 보름 남짓 나는 평소와는 달리 여가의 대부분을 신문과 텔레비전에 쏟아 부었다. 사실은 종이 신문과 공중파 방송보다 인터넷 매체를 탐독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였다. 부패한, 고인 하수구 같았던, 16대 국회의 탄핵 소용돌이가 한 번에 쓸어 담기에는 너무 커서 오며가며 들여다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마우스를 옮기는 나의 손가락은 이번 총선이 지난 대선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더듬고 있었다. 먼저 나는 어느 가당찮은 충고처럼 냉정하게 앉은 자리에서 이 사태를 관망할 수 없음을 고백한다. 그가 요구한다면 나는 나의 편향을 분명히 할 것이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우리 모두 이익을 향해 기울어진 존재라는 사실에 그가 동의할 경우에만 그렇게 할 것이다.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표결을 강행하는 국회를 국회라 부를 수 있는가? 탄핵 표결 후 시민단체와 직능단체의 비난 성명이 쏟아졌다. 언어를 삶의 도구로 삼는 작가들도 손을 놓을 수 없어 여러 가지 형태로 세 야당의 부적절한 결탁과 오만을 비판하였다. 드물게 지지 발언이 없지 않았지만 반대가 대부분이었던 것은 여론의 추세와 같았다. 그 가운데 청년작가들이 지적한 말의 타락의 가장 큰 예가, 내가 보기에는, 바로 국회라는 단어였다. 또 민주주의라는 말이 빈번하게 쓰이는 장면마다 나는 못내 궁금하였다. 도대체 우리가 같은 사전을 사용하고 있는가? 근대 서구의 민주주의는 봉건 왕권을 견제하면서 출발하였다. 광복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는 독재와 싸우면서 성장하였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민주적 절차의 기본에는 둘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한 토론자가 민주주의는 다수결이라는 말로 탄핵의 정당성을 옹호하였다. 그러자 맞은편 토론자가 다수결이 아니라 합의가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응수하였다. 후자가 옳다. 최선의 의사결정 과정은 만장일치이다. 이 명제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만장일치에 이르기 위하여 우리는 서로 의견을 개진하고, 정당성을 주장하고, 상대를 설득한다. 반대 또는 상이한 의견에 대하여도 같은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한 뒤에도 차이가 좁혀지지 아니하면, 부득이 표결에 붙이고 다수의 선택을 존중한다. 이것이 민주적 합의의 과정이다. 다수의 선택을 전체의 선택과 동일시하는 것은 우리들이 자기 운명의 주인임을 전제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자는 전략일 뿐 절대선일 수 없다. 그러므로 표결한 후에도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소수에 대한 배려가 유지되어야 한다. 이 시대의 명언을 변형시켜 말하자면, 보수와 진보의 두 날개는 한 몸에 붙어있다. 야당과 여당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진정한 보수와 진정한 진보의 역할을 맡아달라는 것이다. 이것이 보름 동안 인터넷을 헤매며 얻은 나의 결론이다.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한 깃털을 솎아낼 준비가 되어있다. 이른바 한국의 보수 세력은 독재의 추억과 결별하지 않는 한 수구적 시각의 한계 때문에 추락할 것이다. 또한 무늬만 진보인 깃털들의 위치도 보다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부 정치인들에게 개인적인 부탁을 드리려고 한다. 부족한대로 나도 논리와 역사적 경험과 우리 시대의 상식에 비추어 사태를 판단하려고 노력한다. 제발 터무니없는 억지는 그만 부리시라. /정철성(문학평론가)-1957년 김제에서 출생했으며 전북대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영미문학을 공부했다. 『남민』4호에 「전북 시문학의 변화를 위하여」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평론으로 「이광웅론」등이 있으며 전북작가회의 회원이다. /정철성(문학평론가)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4.03.31 23:02

소리축제 인력 재정비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안숙선)가 조직 재정비를 마무리짓고 올해 축제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했다. 조직위는 29일 제2차 상임위원회를 열고 총감독을 비롯한 11명으로 이뤄진 사무국 상근 조직을 구성하고 축제프로그램을 실질적으로 실행할 10인의 연구위원을 위촉했다. 사무국은 축제업무의 연속성과 효율성 유지를 위해 계약기간이 끝난 행사부 직원 중 4명을 재계약하기로 하고, 행사부장에 이현숙 전 전통문화센터 홍보팀장을 영입했다. 이날 회의는 예산삭감과 축제조직 민간화에 따른 직제 개편도 안건으로 상정됐지만, 예술총감독과 사무국장, 관리부와 행사부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단 관리부와 행사부를 총괄하는 사무국장은 파견공무원 대신 민간인을 영입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고, 6급공무원 1명을 예산회계 담당자 겸 관리부장으로 파견한다. 역할이 한층 강화된 연구위원회는 심인택(우석대 국악과 교수) 이화동(전북대 국악과 교수) 김정수(도립국악원 공연기획실장) 황의성(남원시립국악단 기획실장) 지기학(남원국립민속국악원 창극부 지도위원) 지성호(한일장신대 음악과 교수) 김삼곤(서해대 음악과 교수) 구천(전주시립합창단 지휘자) 김성식(전주역사박물관 학예연구실장) 김갑도(전주전통문화센터 관장) 등 문화예술전문가 10명을 선임했다. 곽병창 총감독은 “촉박한 일정이지만 조직을 갖춘 만큼 연구위를 활성화해 5월까지 프로그램 기획을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4.03.31 23:02

봄봄! 자연을 옮겨 심는다

도시화 및 바쁜생활 등으로 삶이 날로 삭막해지고 여유가 적어질수록 사람들은 자연을 그리워한다.자연에 대한 그리움은 대자연속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자연을 가정내로 끌어오는 방법으로 표출되곤 한다.봄의 전령, 개나리가 노란꽃망울을 터뜨리는 때가 되면 집안팎에 몇 그루의 나무를 정성껏 심는 손길이 분주해주지는 것은 자연의 싱그러움을 가까이 끌어들여 정서함양과 여유를 찾기 위함일 것이다.환경이 오염될수록 산림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본격적인 식수철을 맞아 나무시장에는 조경수와 유실수 등 각종 묘목을 구입하려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지정한 식목일은 4월5일이지만 지구 온난화 등으로 봄이 빨리 찾아오면서 최근에는 식수철이 3월 초순부터 시작되고 있는 추세이다.전북도 등 행정기관은 올해 나무심는 행사를 지난 19일 가졌다.도내에서 오는 4월 초순까지는 나무심기에 적당할 것이라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따라서 묘목 고르기·나무심는 방법·심은 나무 관리 요령·나무시장 등에 대해 산림조합 전북도지회로부터 알아본다.◇묘목 고르기묘목은 잔뿌리가 많고 가지가 사방으로 고루 뻗어 있으며 눈이 큰 것이 좋다.또 병충의 피해가 없고 묘목에 상처가 없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꽃나무의 경우 꽃봉오리가 굵으면서 봉오리수가 적게 달린 것이 병충해에 강하고 꽃도 잘핀다.밤나무·호도나무 등 유실수는 품통계통이 확실한 것이 좋으며 상록수의 경우 잎이 짙푸른 것이 영양상태가 좋으며 너무 웃자라거나 덜 자란 것보다는 적당한 크기에 매끈하게 자란 것이 건강한 묘목이다.가지에 흠집이 있는 것은 병충해의 피해를 입은 것이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접목표의 경우 접목부위를 흔들어 보아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는지를 확인하고 넓게 퍼져 있고 잔뿌리가 많은 것을 구입해야 옮겨 심어도 잘 자란다.큰나무는 발육이 양호하고 나무의 형태가 아름다우며 병충해를 받지 않고 분이 깨지거나 분이 분리되지 않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나무 심는 방법나무를 심는 날은 흐리고 바람이 없는 날의 아침이나 저녁이 좋으며 공중습도가 높다면 더욱 이상적이다.먼저 운반된 나무는 뿌리가 마르기전에 심는 것이 좋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거적이나 가마니를 뿌리에 덮고 건조되지 않도록 물을 뿌려준다.나무를 심을 때는 미리 구덩이를 파서 흙을 햇볕에 마려주면 살균되어 병충해 예방에 도움이 된다. 구덩이 크기는 심을 나무뿌리가 퍼져있는 직경의 1.5배이상으로 하고 우선 구덩이에 밑거름과 부드러운 겉흙과 속 흙을 섞어 2/3정도 채운후 나무를 약간 위로 잡아 당기듯 하여 잘 밟아주고 물을 충분히 준 다음 나머지 흙을 채우고 짚이나 나무잎을 덮어 수분증발을 막아준다. 이때 너무 깊이 심으면 뿌리 발육은 물론 가지를 잘 뻗지 못하므로 주의해야 한다.물주기는 뿌리부분과 흙과의 공기층이 없도록 하기 위해 바닥층까지 포화상태에 이르도록 물을 흠뻑 주는 것이 나무의 활착에 좋다.또 건조하거나 바람이 강한 곳에서는 약간 깊에 심은 것이 안전하다. 큰 나무를 심을 때 구덩이는 심을 나무 분의 크기보다 크고 깊게 파야 하며 척박한 토양의 경우 비토를 넣고 배수가 불량한 경우는 모래와 자갈을 넣고 심는다.또 구덩이는 살균제와 살충제로 소독하는 것이 좋으며 나무를 넣을때는 원래 심겨지 높이보다 약간 깊게 심고 이식전 장소에서 행하던 방향에 맞추는 것이 좋다.◇심은 나무 관리요령큰 나무는 지주목을 설치해주면 좋고 앵두·살구·감나무 등 유실수 묘목의 경우 지상에서 30∼50㎝ 정도 남기고 가지를 잘라주어 햇볕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해주면 수형및 결실이 좋아진다.비료는 심은 해 가을에 주어야 하며 산이나 정원에 심은 것은 산림용 고형복합비료를, 화분에 심은 것은 1∼2년이 지난 후에 분재용 비료를 화분위에 올려 놓으면 된다.◇나무시장마땅한 묘목구입처를 모르는 사람들은 산림조합 나무시장을 찾으면 좋을 듯 싶다.산림조합중앙회 전북지회와 도내 13개 시·군지역 산림조합이 지난 5일부터 일제히 나무시장을 개설하고 시중보다 20∼30%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각종 묘목을 공급하고 있다. 이들 나무시장에서는 산림조합 또는 산주·조합원들이 직접 생산한 각종 유실수와 조경수이외에도 헛개나무·가시오가피·옻나무 등의 특용수종을 전시판매하고 있다.특히 산림조합 나무시장에서는 전문 임업기술지도원이 배치돼 수종선택과 나무심는 방법·관리요령 등을 시민과 산주들에게 상담해주고 있다.한편 산림조합중앙회 전북지회가 운영하는 나무시장은 완주군 용진면 용진중학교 뒷편에 마련돼 있다.

  • 문화일반
  • 홍동기
  • 2004.03.31 23:02

[옛 문서의 향기]조선시대 교지와 교첩(2)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15·6년 전의 일로 생각됩니다. 당시 '100세 퀴즈쇼'라는 TV프로그램에서 한 출연자가 자신의 할아버지가 '통정대부'였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것을 보고 그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를 모르는 것 같아 의아했던 적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초라해도 내 조상은 부와 귀를 상징하는 '금송아지'를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성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진짜 금송아지라면 그 위력이 대단했겠지만, 그중에는 도금한 금송아지도 많았습니다. 바로 도금된 금송아지 중의 하나가 공명첩(空名帖)입니다. 공명첩이란 이름을 기재하지 않은 관직임명장입니다. 조선시대에는 국가의 재정이 궁핍할 때는 이 공명첩을 발행하여 백성들로부터 전곡(錢穀)을 받고 팔았습니다. 대개 지방관이 일정한 양의 전곡을 받고 그 사람의 성명을 공명첩에 기입하여 교부하였는데 이 공명첩에는 가선대부니 통훈대부니 하는 관계(官階)와 참판 오위장 능참봉 등등의 관직명이 기재되어 있었지만 관직에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관직에 나아갈 수 없는 사람에게 관직임명장이 무슨 의미가 있었겠습니까마는 이걸 가지고 장사가 될 것 같다고 정부가 판단한 것을 보면 당시 사람들의 관직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강했는지는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공명첩에 이름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고 관계 혹은 관직만 기재되어 있는 것을 보면 이렇게 무성의하게 발급된 관직임명장이 도대체 그것을 소유한 사람에게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도 생깁니다. 혹자는 신분상승을 꾀하는 하층 양반이나 평민 또는 천민이 공명첩을 사길 원했으며 이를 구매하여 실제로 신분을 상승시킨 것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조선 말기에 기장현 동면 이서리에 살았던 최동건(가명)이 수령에게 올린 탄원서를 보면 공명첩이 신분상승의 사다리 노릇을 하기는 커녕 어쩔 수 없이 떠맡아야 되는 짐처럼 여겨지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신분상으로는 평민이었지만 경제적으로 넉넉한 편이었던 최동건은 기장현감이 배당된 공명첩을 자신에게 팔려하자 수령에게 탄원서를 올립니다. 비록 현재에는 넉넉하다 할지라도 수령이 요구할 때마다 공명첩을 살 경우 그의 생활이 크게 어려워 질 것을 걱정한 그는 수령에게 탄원서를 제출하여 자신의 처지를 말하고 공명첩 구매요구를 거두어 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합니다. 이에 탄원서를 받은 수령은 이후에는 더 요구하지 않을테니 이번만은 사달라고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일반적으로 공명첩에 대해 알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엿보게 됩니다. 배당된 공명첩을 다 팔아야만 하는 수령의 곤혹스러워하는 모습도 그러하고 거의 강매되다시피 하는 공명첩을 사지 않으려고 버티는 최동건의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공명첩이 자신의 사회적 신분을 변화시킨다거나 댓가로 지불한 전곡에 해당되는 것 이상의 어떤 유익함을 얻을 수 있었다면 그토록 간곡하게 구매요구를 거두어 달라고 요청했을까요 . 최춘건은 이미 알았는지도 모릅니다. 공명첩에 자신의 이름 석자가 기재되는 것이 허공에 이름을 새기는 것 만큼이나 허망한 일이라는 것을. /최윤진(고문서팀 연구원·전북대 강사)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4.03.30 23:02

산이 나에게 준 선물, 나누고 싶다

토요일 오후에 만난 김봉선씨는 등산복에 흰고무신 차림이었다. 다음 주에 있을 산악회 등반을 위해 사전답사에 나서는 길. 오랜동안 산을 찾아온 탓에 겨울만 아니면 맨발로, 또는 고무신으로 등산화를 대신한다고 했다. 하루전 찍은 사진이 여의치않아 이날 부랴부랴 다시 약속을 잡은 것이다. 사진찍히는(?) 게 어색해 보였다. 그는 본인이 직접 찍는 게 익숙한 사람. 88년 12월31일을 시작으로 매년 그때 어김없이 천왕봉을 찾는다. 새해 첫 일출을 기다려 카메라에 담아온 그는 한해 주변사람들에게 연하장을 자신이 찍은 천왕봉 일출사진으로 대신한다. 벌써 16년째 해오는 그만의 독특한 새해인사다.1년 남짓 남은 퇴직후 계획도 지리산과 함께 한다. 그는 퇴직후 매주 일요일 지리산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지리산∼전주'를 오가는 관광버스를 운영할 생각이다. 물론 일반 교통경비보다 저렴한 '실비'로 운영할 생각. 그가 할 수 있는 지리산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마라톤 풀코스를 다섯번이나 완주한 경험이 있는 정대영씨. 그는 환갑 때 철인 3종경기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 마라톤, 사이클, 수영으로 이어지는 3종 경기는 말그대로 '철인'(鐵人)을 꿈꾸는 경기. 자전거를 타고 부안의 변산반도 일주도로를 한 바퀴도는 것도 철인경기에 대한 대비.등산을 처음 시작했던 10여년 전보다 입산통제나 자연휴식제를 시작한 정부의 방침이 한편으론 서운하면서도 꼭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간이 만날 수 있었던 야생화가 최근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 직접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은 모두 자신들보다 더 지리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몇몇 산사람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사람들에게 '낯내기를 자청한 사람들'로 보여지진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도 있었다. 자신의 생활에 성실하고 늘 겸손한 사람들. 산이 안겨준 선물이 아닐까 싶었다.

  • 문화일반
  • 이성각
  • 2004.03.29 23:02

3백번 넘게 천왕봉 오른 두사람의 山이야기

산은 그들을 불렀다. 말없이.소리없는 부름에 산을 찾았다.고향을 떠나있는 아들이 어느날 문득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그리워 길을 나섰다. 그즈음 고향의 어머니도 토방 위에 선채 마을 어귀를 바라보며 '아들 녀석이 보고 싶네'라고 혼잣말을 했을 것이다.산을 찾아 떠난 사람들의 지친 몸을 맞아주는 산. 그 풍경은 고향 찾은 아들과 어머니의 정겨운 만남을 닮았다. 山.백두산에서 뻗어 두류산 금강산 설악산 태백산 소백산 속리산 덕유산을 거쳐 지리산 천왕봉까지 이어지는 1천4백km의 큰 산줄기 백두대간. 우리땅의 뼈대가 되는 백두대간의 끝자락에 지리산(智異山·해발 1915m)은 있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기억은 없다. 문득 떠나고 싶을때 주저없이 일상을 훌훌 털고 길을 나섰던 사람들. 지리산에 오르는 일은 이제 그들의 일상이 된지 오래였다. 공무원 김봉선씨(59·익산지구문화유적 관리사업소 소장), 그리고 사어가 정대영씨(56·전주시 효자동). 김봉선씨는 지난달 29일 3백13번째 지리산 천왕봉에 올랐다. 정씨 역시 본격적으로 지리산을 찾기 시작한 92년 이래로 수도 없이 다녔으니 이미 오래전에 천왕봉 등정 3백번을 넘어섰다. 등반 횟수가 산에 대한 애정을 '계량화'한 것으로 볼 순 없지만 매주 1번씩 꼬박 6년을 다녀야만 이르게 될 3백회의 의미는 크다. 그들로부터 산 이야기를 들어보는 이유다. 더욱이 그들이 지리산을 찾는 일은 기록을 위한 서양의 '알파니스트'와는 다른 '생활', 그 자체가 아닌가. 일상에 겨 삶을 뒤돌아볼 겨를 없이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이들을 산속으로 가게 하는 '치열함'의 끈은 무엇일까. 편도선 수술을 받고 건강 때문에 등산을 시작했던 김씨는 지금은 회원 50여명의 산악회 회장으로 활동중이다. 지리산 등반의 횟수를 잊지 않는 건 집에 돌아와 늘 등산코스와 등반중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짧은 메모를 남기는 그의 습관에 따른 것이다. 전주 시내에서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정씨는 78년부터 3년동안 덕유산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일했던 게 산과의 첫 인연이었다. 하지만 지리산을 찾기 시작한 건 이태의 '남부군', 조정래의 '태백산맥'등의 책이 동기가 됐다. 책을 통해 배경이 됐던 그곳을 직접 찾고 싶었고, 그럴 때마다 참을 수 없는 충동질은 어느새 그를 지리산에 올려 놓았다. '알수 없는 배고픔'을 그는 지리산에서 해결해왔다. '왜 산에 오르는가'가 궁금했다. 우문(愚問)이라고 생각했지만 묻지않을 수 없는 질문. 김씨는 "산은 나에게 신앙의 대상과도 같은 존재”라고 말했고, 정씨는 "아이가 왜 엄마젖을 먹느냐는 질문과 같다”고 했다. 일요일마다 교회나 성당을 찾는 것처럼 일상의 한 레퍼토리로서가 아니라 위안과 안식을 얻을 수 있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또 배낭을 지고 오르는 한 걸음 한 걸음처럼 인내로 인생을 다스리는 '구도(求道)의 행적'이라는 의미도 담겨있다. 정씨가 지리산에 오를 때 식구들에게 남기는 말은 "갔다 올께”한마디. '어디 가는데', '언제 오는데'라는 되물음은 없다. 아이가 엄마에게 "젖 먹을께요”라고 말하지 않는 것과 같다. 건강이나 궁금함으로 시작됐던 이들의 산행은 이제 신앙처럼, 어머니처럼 지리산을 생각한다. '지리산 예찬'에 대해서는 말문이 트였다. 늘 새롭다는 것이 이들이 꼽는 지리산 예찬의 첫 번째 이유다. 코스가 그렇고, 사계절이 그렇다. 같은 장소, 같은 계절이지만 한없이 황홀했던 적도 있었고 때로는 눈시울을 적시며 숙연해지기도 했다. 97년부터 99년까지 백두대간 종주를 마칠 정도로 전국의 산을 두루 찾았던 김씨는 지리산만한 산이 없다고 말했다. 지리산 어느 코스나 '발이 절로(저절로) 간다'고 했다. 어느 순간에 무의식 속에 걸음이 옮겨지는 순간, 세상의 시름이나 근심이 생각날 리 없다. 묘한 이런 기분은 발밑이 온통 구름 속이고 오로지 홀로 서있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경험을 들려줬다.정씨는 어느 풍경이 가장 아름답냐는 질문에 '빙그레'웃었다. 山사진을 찍는 유명한 작가에게 자신도 물었던 질문. 그 작가 역시 빙그레 웃기만 했다고 말했다. 어느 곳하나 아름답지않은 이곳에 하나만을 꼽으라니.그러나 수백번을 찾은 산이지만 산은 그들에게 교만을 허락하지 않는다. 익숙한 길에서도 조금만 정신을 놓으면 길을 잃는게 산이다. 둘 모두 풍경에 빠져 어느새 엉뚱한 자리에 놓여진 경험이 있었다. 그들에게 '늘 겸손해야 한다'고 또 '끝없이 뉘우치라'고 말하는 것이리라. 정대영씨는 인터뷰 끝무렵 박목월시인의 시 '청노루'를 읊었다.'머언 산(山) 청운사(靑雲寺)/ 낡은 기와집//산은 자하산(紫霞山)/봄눈 녹으면//느릅나무/속잎 피어나는 열두 굽이를//청(靑)노루/맑은 눈에//도는/구름.'어느 봄날 반야봉 묘향암에 올랐을 때, 박목월시인도 그 자리에, 그 풍경을 아마도 시로 옮겼을 것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도 어느 순간 시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봉선씨는 "지리산에 올라 까마득한 능선을 바라볼 때면 언제나 황홀했다. '참으로 장엄하고 아름다운 산'이라는 이 말 밖에 할 말이 없다”고 했다.'산이 인간의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라'고 이들은 말한다. 그리고 다시 자신들이 산을 오르는 이유. "산은 자연의 위대함을 일깨웁니다. 인간은 극히 작은 자연의 일부일 뿐이지요. 나를 알게 하는 시간. 그래서 지리산에 오릅니다.”

  • 문화일반
  • 이성각
  • 2004.03.29 23:02

[레저]갯벌과 하늘이 맞닿은 곳...김제 심포항

심포항. 끝을 알 수 없어 땅과 하늘이 맞붙어 보이는 지평선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곳 김제 만경평야. 기름진 그 땅, 하지만 김제는 바다도 기름지다. 그리고 심포항에 가면 끝없어 보이는 갯벌이 이어져 하늘과 맞닿아 있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갯벌과 하늘이 맞닿은 끝모를 그 지점이 '지평선인지, 수평선인지'는 모른다. 만경강과 동진강 사이 둥그렇게 튀어나온 진봉반도의 서쪽 끝에 위치한 자그마한 포구. 심포항을 찾은 23일에도 '누군가 하늘에 주문을 걸어놓은 듯' 봄볕 따뜻한 날이 며칠째 이어졌다. 물이 빠진 갯벌은 가을 들녘 만경평야에서 만났던 아득하기만 했던 지평선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아득하기만 한 갯벌에는 생합과 죽합을 캐는 이곳 사람들이 하나의 점이 되어 있었다. 죽합과 생합을 찾아 배를 타고 멀찌감치 나간 이곳 사람들과 달리 나들이 삼아 심포항을 찾은 사람들은 바지를 걷어 올리고 가까운 갯벌에 섰다. 작은 그물자루 하나를 함께 든 라태선, 송금옥씨(완주군 이서면) 부부는 막 시작한 생합찾기에 열중이었다. 작은 생합들이 그들 손에 올라왔지만 종종은 굵직한 몸들도 하나씩 그물자루 속으로 들어왔다. 바빠서 번번이 길을 나서지 못했다가 모처럼 바람도 쐬려고 나섰다는 라씨 부부는 생합 줍는 재미가 쏠쏠한지 허리를 펴지도 않았다. 물이 빠지면 갯벌이 30km가 넘을 정도로 김제 심포갯벌은 넓고도 긴 갯벌과 인근 앞바다의 황금어장으로 유명했다. 동진강과 만경강이 만나는 물목에 형성된 갯벌이기 때문이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은 물고기들의 산란처. 한때는 이곳에서 꽃게, 대하, 도미, 봄대하, 오징어, 농어 등 수없이 많은 물고기들이 잡혔다. 심포갯벌 맞은편인 군산 옥구는 도요새 도래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끝없이 펼쳐진 심포항의 갯벌에는 대나무 처럼 생긴 죽합과 임금님 수라상에 진상되었다는 자연산 생합이 많이 자라고 있어 식도락가들이 많이 찾는다. 심포항에서 자동차로 5분정도 걸리는 망해사(望海寺)도 꼭 들러야할 코스다. 망해사는 말그대로 바다를 바라보는 곳이다. 해발 72m의 진봉산 기슭에 자리한 망해사는 바다를 앞마당에 들여놓고 앉아있는 작고 소박한 절이다. 서쪽과 서남쪽은 망망대해요, 동쪽으로는 우리나라 제일의 곡창 김제 만경평야가 아스라히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망해사 뒷산에 있는 전망대는 좁디좁은 철계단을 올라서 한결 더 멀리 있는 바다풍경을, 그리고 망해사를 사이에 두고 펼쳐져 있는 심포항 양쪽의 바다를 한눈에 만날 수 있다. 또 바다 반대쪽에도 그림같은 풍경이 기다린다. 황금빛 들녘을 선사하는 가을 평야와는 달리 지금은 한뼘 정도로 올라온 색푸른 보리밭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봄여행길에서, 그것도 김제 심포항을 찾아 망해사 전망대에 올랐을 때만이 볼 수 있는 풍경이다.이번 주말에는 한뼘 높이의 보리밭이 키를 더 세웠을지도 모른다.

  • 문화일반
  • 이성각
  • 2004.03.26 23:02

유영꽃예술중앙회 소리전당서 꽃꽃이 '봄향기전'

조그맣게 봉오리를 맺은 노란 개나리와 연두빛 연한 잎에서 봄을 읽던 때가 있었다. 온실 속의 꽃들로 계절을 짐작하는 반가움은 줄었지만, 그래도 한송이 꽃이 안겨주는 봄빛 설레임은 여전하다. “2년 전 첫 전시는 가을을 옮겨놨으니, 이번에는 봄을 열려구요.”넓은 전시장 안에도 상큼한 봄이 왔다. 화사한 꽃들이 사람들의 닫혀진 마음을 깨우는 유영꽃예술중앙회(회장 유신욱)의 ‘봄 향기전’이 26일부터 28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실에서 열린다.“살아있는 꽃의 생명을 다룬다는 것, 그것이 꽃꽂이의 장점이자 단점이에요. 짧은 시간 안에 꽃의 특성을 파악해 아름다움을 한껏 살려줘야죠.”꽃꽂이는 조심스럽지만 달콤한 꽃향기와 풋풋한 나뭇가지에 취하는 행복한 작업이다. 디자이너가 꿈인 열네살 막내 민주는 색감을 키우기 위해 꽃꽂이를 시작했다. 이제 막 싹이 나기 시작한 곱슬버들을 이용해 나뭇가지의 선을 살린 작품을 내놓는다. 꽃의 상태와 꽃들끼리의 조화를 생각한 작품들은 싱그러운 자연이다. 심플하고 모던한 뉴욕풍 젠 스타일부터 밝은 색상의 꽃들을 조화시켜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유럽식의 화려한 스타일까지, 꽃의 유행도 담아냈다. 잔잔한 남천, 대나무 모양의 아가티스, 담쟁이덩굴 같은 느낌의 아이비, 보라색 후리지아 등 평소 볼 수 없었던 꽃들을 만나는 즐거움도 있다.“꽃이 결국은 자연이잖아요. 꽃꽂이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다는 의미도 있지만, 나아가 자신에게도 만족과 기쁨을 줍니다.”‘꽃이 목말라한다’ ‘꽃이 아프다’ 라고 표현할 정도로 꽃을 아끼는 회원들은 이번 전시에서 환경을 생각해 오아시스를 쓰지 않는다.“봄을 닮은 분홍 진달래와 집 마당 감나무를 전지한 잔가지를 이용할 생각이에요. 그리고 이번 전시를 위해 꽃을 피우고 있는 동양적인 꽃이 있답니다.”유신욱 회장은 전시장 오는 길에 주웠다는 나뭇가지와 철판 테이블의 거친 특성을 이용해 ‘재활용’ 꽃 예술을 보여줄 생각이다. 다듬어진 인공미보다 간단하면서도 세련된 자연스러운 멋이다.회원들은 꽃을 사치라고 생각하거나 특별한 날을 위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 늘 아쉽다. ‘봄 향기전’을 찾으면 메마른 일상 속에서도 좋은 향기와 기운을 뿜어낼 꽃 한송이씩을 가슴 속에 피워갈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모두 55명이 참여해 1백여점을 내놓았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4.03.26 23:02

[무대 위 무대 아래]폐막 하루 앞둔 전주시민영화제 전사들

“폐막이라니요, 오늘부터 본격적인 시작입니다. 전주·전북에서 제작된 영화들이 상영되는 ‘온고을 섹션’이 시작되잖아요. 남은 이틀동안 지금까지의 관객보다 더 많은 분들이 오실 것 같은데요.” 폐막을 하루 앞둔 제4회 전주시민영화제(위원장 조시돈). 지난 23일 역대 가장 많은 관객이 참여했던 개막식을 경험한 이들은 아직까지 그 날 북적거리던 관객들이 안긴 설레임을 잊지 못한다. 짧지 않은 영화제 4년의 역사. ‘월급 받고 일하는 환경을 만들겠다’던 2004년의 꿈은 애초에 접어야 했지만, “다음 영화제 개막식은 소리전당 모악당에서 해야겠다”고 너스레를 떠는 스태프들의 표정은 즐겁다. 올해 평균관객은 70명선. 영화제 기간을 5일로 늘렸지만, 예년보다 꽤 늘었다. 올해 처음 시도한 심야상영도 40여쌍의 부부가 찾았다. ‘영화의 거리’ 한복판으로 상영관을 옮긴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네 번째 영화제의 주역들은 대부분 낯익은 얼굴들이다. 한번 인연을 맺으면 ‘징허게’ 떨어지지 않는, 떨어질 수 없는 마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올해 시민영화제의 성과는 해마다 안정되고 체계화된 인력으로부터 시작된 것 같다. 조시돈 조직위원장(45·전주효문여중 교사)도 “탄탄하고 유기적인 조직력이 올해 영화제를 성공으로 이끌 것”이라고 확신했다. 조 위원장과 김정석 프로그래머(33), 이미경 사무국장(31), 유영수 기술팀장(34)은 4년 내내 영화제를 끌어온 수레바퀴. 조 위원장은 “더 나은 영화제를 만들겠다고 해마다 마음먹지만 막상 끝나고 나면 서운한 것들이 남게 마련”이라며 “참여해주시고 관심 가져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타지역 독립영화협회 관계자들 접대에 바쁜 정석씨는 “이제부터 남겨진 과제를 찾겠다. 16㎜ 영화를 직접 상영하는 방법이나, 영상 인프라 확장에 신경을 쓰겠다던 처음의 마음을 되새기겠다”며 내년 영화제를 기약했다. “아직까지 전주시민영화제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반성했다”는 미경씨는 “올해 시민영화제의 존재를 널리 알렸다는 것도 큰 성과”라고 말했다. 영수씨는 “폐막작품 상영까지는 끝나야 마음이 놓이겠다”며 좀처럼 영사실에서 나오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결합, 기획부터 포스터 붙이기까지 모든 일처리를 도맡는 ‘멀티플레이어’ 윤강로 진행팀장(29)과 지난해 자봉에서 올해 스태프로 변신한 양세정(22·프로그램팀), 이현희(24·사무국) 문성길씨(25·기술팀)의 분주함도 남들 못지 않다. 그래서 이들은 “영화제가 끝나면 시원섭섭하다는 말이 가장 알맞은 표현”이라고 말한다. 3년차인 김진희 프로그램팀장(25)은 프로그램 준비를 마치고 중국 유학길에 올랐고, 서울에서 사는 장성연 프로그래머(34·서울영상위원회 홍보팀장)는 이번 주말에 영화제와 결합한다. 손이 부족한 이들에게 든든한 원군들도 속속 가세했다. 조범관(21) 최미경(21) 최지희(23) 고봉곤(23) 정은영(23) 이장원(25) 남보영(25) 최은실(25) 성기찬(26) 양해엽씨(26). 영화제에 신선한 에너지를 충전시킨 ‘활력쟁이 자원활동가’들이다. 또 사진작가 류윤식씨(42)는 사진으로, 단편영화감독인 노윤씨(30)와 서정훈씨(32)는 카메라로 영화제의 진행을 기록하고, 이선화씨(33·정읍 학산여고 교사)는 웹사이트 운영을 돕는다. 유재국씨(28·조은미디어 근무)도 자신의 직업을 살려 프로젝터 설치 등을 매년 돕고 있다. 영화제는 27일 오후 7시 폐막식과 폐막작품을 상영하며 끝나지만, 이들은 영화제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장수·순창·정읍 등을 돌며 ‘송환’이나 이 지역 독립영화들을 상영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과정이 없는 결과는 빠르게 열매를 맺지만 오래갈 수 없고, 결과를 의식하지 않는 과정은 아름다운 길은 만들 수 있지만 제대로 된 길을 만들지 못한다. 소수 영화매니아만의 작은 잔치가 아닌 진정한 시민들의 영화제로 자리잡겠다는 이들의 의욕은 언제나 전주의 영화판에 신선한 충격을 몰고 왔다. 활력자봉 은실씨의 말처럼 “영화제가 끝나면 몸과 마음이 피곤하고 지치지만, 기쁨은 한보따리”. 다섯 번째 항해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4.03.26 23:02

해설이 있는 판소리, 이일주 명창과 장문희씨

김일구·김영자 명창과 아들 김경호씨, 이난초 명창과 조카 임현빈씨 등 혈연관계와 사제관계가 함께 맺어진 국악인들은 꽤 많다. 핏줄을 속일 수 없는 사람들. 이일주 명창과 장문희씨도 마찬가지다. 전북지역 대표적인 소리꾼으로 꼽히는 이일주 명창과 문하생이자 조카딸인 장문희씨가 전주전통문화센터 ‘해설이 있는 판소리’의 3월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다(매주 화·금요일 오후 7시30분 전통문화센터 교육체험관 경업당). 정확한 사설과 너름새(동작)가 정교한 동초제. 그 맥을 잇는 이일주 명창(69·도지정무형문화재 제2-2호 판소리 심청가 보유자)은 26일 ‘판소리 명창의 무대’에서 ‘춘향가’ 중 쑥대머리 대목부터 어사또 편지 읽는 대목까지 들려준다. 충남 부여출신인 이 명창은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판소리부 장원과 KBS 국악대상을 수상했으며, 심청가·흥보가·수궁가·춘향가 완창발표회를 열었다. 박초월·김소희·오정숙 선생을 사사했다. 현재 우석대 국악과 겸임교수이며 ‘난석 이일주판소리 전수관’을 운영하고 있다. 주봉신 명인(도지정무형문화재 제9-2호 판소리 고법 보유자)이 고수로 북장단을 보탠다. 허공을 가르는 듯한 힘차고 짱짱한 목소리와 고음과 저음을 오가는 드라마틱한 소리를 여유 있게 소화하는 기량이 인상적이다.김연수 오정숙 이일주로 내려오는 계보를 물려받은 장문희씨(29·도립국악원 창극단원)는 30일 ‘젊은 판소리’ 무대에서 ‘춘향가’ 갈까부다 대목부터 춘향이 옥중에서 탄식하는 대목까지 들려준다. 23일 먼저 무대에 섰던 송재영씨(45·도립국악원 창극단 부단장)가 후배를 위해 북채를 잡는다. 해설은 군산대 국문과 최동현 교수. 문의 063)280-7006∼7(문화사업팀)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4.03.25 23:02

전북도, 2004년 국악강사풀제 67명 선발

올해 초·중학교 학생들은 젊은 선생님들으로부터 국악 교육을 받게 됐다. 전북도는 24일 2004년 국악강사풀제 최종심사를 통과한 69명(예비자 12명 포함)의 명단을 발표했다. 2000년부터 시작된 국악강사풀제는 일선학교에 전문국악인을 파견해 국악교육을 담당하게 하는 제도. 올해 선발된 강사들은 지난해보다 평균연령이 대폭 낮아졌다. 특히 전주·장흥·정읍·서울 등 각지에서 열린 국악대회에서 다양한 수상경력을 가진 실력 있는 강사들의 참여가 늘어난 것도 주목할만한 일이다. 졸업 후 마땅한 일자리가 없던 20·30대 초반의 국악전공자들이 대거 참여한데다 도내 5개 국악관련 대학 졸업생들도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선발을 위한 오디션도 높아진 응모율 만큼이나 열기가 높았다. 2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소리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이날 오디션에는 신청자 중 1차 심사대상자인 1백6명 중 88명이 참가했다. 박양덕(남원시립국악단 단장) 심정옥(예원예술대 교수) 류명철(남원시립농악단장) 이상규(전주교대 교수) 김계선(도립국악원 교수)씨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으며, 교습능력·소양과 자세·이론과 실기 등의 심사가 이뤄졌다. 선발된 인원은 소정의 교육과정을 거쳐 4월 중순 국악강사 파견을 신청한 도내 2백86개 학교(초등 213개교, 중등 73개교)에 배정된다. 올해 국악강사풀제는 모두 1백53명이 지원했으며, 1순위(대학 국악전공자) 116명, 2순위(국악관련 무형문화재 전수 및 이수자) 1명, 3순위(국악관련 10년 이상 경력자) 36명이었다. 문의 063)280-3312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4.03.25 23:02

동초제 춘향가 완창발표회 여는 도립국악원 김미정 교수

“완창발표회는 청중을 위한 공연이라기보다 더 당당한 소리꾼이 되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수련의 한 과정이지요. 청중과 그 앞에 선 자신을 보고 들으면서 더 많은 고민을 할 수 있잖아요.” 도립국악원 김미정 교수(39·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춘향가 이수자)가 27일 오후 2시 소리전당 명인홀에서 완창발표회를 연다. 1995년 심청가 완창발표회 이후 10년 만에 마련한 자리. 오정숙 명창에게 사사한 동초 김연수 바디 춘향가를 들려준다. 8시간이 넘는 완창은 아니다. 이번 무대에선 3시간 가량 소요되는 전편(초압부터 신연맞이 대목까지)을 발표하고, 후편은 올 겨울에 이을 생각이다. “공연의 완성도와 관람여건을 고려했습니다. 완창은 상징성이 크지만, 소리꾼이나 청중 모두에게 힘든 일이거든요.” 발표회는 3년 전에 계획했지만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자신의 소리공부도 만만치 않은데다 매일 70명이 넘는 국악원 수강생들에게 판소리를 전하는 일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가장 두려운 관객들이 오히려 수강생들이라고 말했다. 연극적인 아니리와 다리미로 편 것처럼 반듯하게 소리를 펼치다가 순간순간 ‘다루 치는’(기교 부리는) 맛이 동초제 춘향가의 특징. “동초제를 배우며 처음 접한 소리가 춘향가였어요. 장중하고 곧은 느낌을 주는 우조와 애조를 띠고 매우 슬프게 흐느끼는 계면조 등 여러 가지 창법을 구사할 수 있어서 제일 좋아하는 소리이기도 합니다.”1983년 고(故) 천학실 명창에게 춘향가·심청가를 사사하며 소리길에 들어선 김 교수는 우석대 국악과와 중앙대 음악교육대학원을 졸업, 1989년부터 10년간 도립국악원 창극단원으로 활동했다. 백제대와 전주예술중·고에 출강하며, 인터넷 뮤직필드(http://www.musicfield.co.kr)에서 동영상을 통해 국악강의를 하고 있다. 천학실·오정숙·이일주 사사. 오정숙 명창은 “김 교수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으며, 끈질기게 파고드는 노력파”라며 “판소리 다섯 바탕을 모두 사사 중이어서 머지않아 판소리계의 대명창이 되리라고 믿는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이맘때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호흡을 맞췄다”는 이성근씨(판소리 고법 무형문화재 제9호)와 송재영씨(도립국악원 창극단 부단장)가 고수로 참여한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4.03.2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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