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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바른 뜻, 바른 성공

立志欲堅不欲銳하라 成功在久不在速이니라입지욕견불욕예 성공재구부재속뜻을 세움은 견고하게 할 생각만 할 뿐 날카롭게 하려 하지 말아라. 성공은 꾸준한 지구력에 달려 있지 빠름에 있지 않느니라송나라 사람 장효상(張孝祥)이 쓴《논치체찰자(論治體札子)》갑신년 2월 9일 조에 나오는 말이다. "엉덩이가 무겁다"는 속어가 있다. 오래 앉아 있지 않아야 할 자리에 눈치도 없이 오래 앉아 있을 경우에도 쓰는 말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한번 일을 시작하면 끝장을 볼 때까지 끈질기게 앉아있는 경우에도 사용하는 말이다. 큰 성공을 거두는 사람은 대개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이다. 비록 남다른 재주가 있다고 하더라도 엉덩이가 가벼워서 책상머리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하는 사람은 큰 공부를 하지 못한다. 예리한 작은 칼로 덤비는 사람은 상대에게 약간의 상처는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치명타는 입히지 못한다. 반면에 무거운 철퇴를 휘두르는 사람은 한번 휘두르기가 쉽지 않아서 그렇지 일단 휘둘렀다하면 모두 치명타를 때릴 수 있다. 작은 칼은 아무리 예리하다고 하더라도 큰 철퇴를 당할 길이 없는 것이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는 작은 칼을 들고 눈앞의 짧은 이익을 따먹고서 그 다음엔 나몰라라하고 모든 것을 팽개치고 또 다른 짧은 일을 찾아 나서는 사람이 많이 있다. 약삭빠른 한탕주의가 팽배해 있는 것이다. 얼마 전, T.V에 국내 여행사에게 당한 외국 관광객들이 치를 떨며 다시는 한국에 오지 않겠다고 하는 모습이 보도되었다. 한탕주의 폐해의 대표적인 예다. 정말 큰 성공은 한탕주의에 있지 않음을 전 국민이 함께 느끼고 깨달아야 할 것이다. 欲:하고자 할 욕 堅:굳을 견 銳:날카로울 예 久:오랠 구 在:있을 재 速:빠를 속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3.03.21 23:02

[생활영어] She has been at the top of her class...

She has been at the top of her class for three years.그녀는 3년 동안 내내 수석이었어요.A. I hope we won't have to compete against Julie. 저는 줄리와 경쟁할 필요가 없기를 바랍니다.B. Why not? Is she good at debating?왜요? 그녀는 토론을 잘 하나요?A. Incredibly! She has been at the top of her class for three years.놀랍게도! B. I'm with you! She would be hard to compete against.당신 말이 맞아요! 그녀는 아마도 경쟁하기 힘든 상대인 것 같네요.오늘의 본문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수업 중 토론을 해야하는 학생들이 그녀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는 상황입니다. compete는 '경쟁하다, 경합하다'라는 뜻의 동사로 전치사 with와 함께 자주 쓰입니다. 마지막 문장의 I'm with you!는 "당신에게 동의합니다"라는 뜻으로 I agree with you!로 바꾸어 표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She would be∼에서 조동사 will의 과거형이 사용되고 있는데, 조동사의 과거형은 문맥상 시제를 맞추어야 하는 기본적인 경우 이외에도 '불확실한 추측, 겸손한 표현'등에서도 사용됩니다. 기억해둘 만한 표현* He is a cut above the others.그는 다른 사람들보다 월등히 잘 해요. * She has a fine record at school.그는 학업 성적이 좋아요.* He's far behind my classmates.그는 우리 반에서 제일 뒤떨어져 있어요.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3.03.21 23:02

[생활영어] He made great strides towards improving...

He made great strides towards improving his English last year.그는 작년에 영어에서 장족의 발전을 했어요.A. I heard Billy has the highest TOEFL score ever. 제가 듣기로는 빌리가 지금까지 중 가장 높은 토플 점수를 얻었다는데요.B. I know! He can speak incredibly well. 저도 알아요! 정말 영어회화를 잘하던데요.A. When did he learn to speak so well? 언제 그렇게 공부를 해서 잘하게 됐죠?B. He made great strides towards improving his English last year. 오늘의 표현은 길지만 난이도 있는 표현입니다. stride는 원래 명사로 '큰 걸음, 활보'를 뜻하는 단어로 make great strides는 '장족의 발전을 하다'라는 숙어입니다. 여기에 great 대신 rapid(빠른)를 써도 같은 뜻이 됩니다. A의 두 번째 말에서 learn to speak는 to speak를 learn의 목적어로 보고 '말하는 것을 배우다'라고 잘못 해석되기 쉬운데, 이 경우는 learn이 자동사로써 '공부하다'라는 뜻이고, to speak는 부사적 용법 "결과"로 사용되었습니다. '결과' 용법으로 쓰인 to 부정사의 해석은 '∼해서 ∼하다'로, 본문은 '공부를 해서 말을 잘하다'라고 해석해야 정확하게 됩니다. 기억해둘 만한 표현* You seems to be getting on well at school. 당신 학교 성적이 좋아지는 것 같군요.* He got decent grade in math. 그는 수학에서 꽤 좋은 점수를 받았어요.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3.03.20 23:02

전주국제영화제 '지프 마인드'상영작 24편 확정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집행위원장 민병록)는 '지프 마인드(JIFF MIND(Mind Interactive Digital))'상영작을 확정했다.조직위는 지난달 인터렉티브(interactive), 애니메이션(animation), 실사(live action), 뮤직비디오 등에 걸쳐 지프마인드를 공모했으며 1백편이 넘는 응모작품 가운데 김명우의 '대화에 관한 관상'등 24편을 선정했다.선정작품은 앞으로 PDP와 컴퓨터, 모바일 기기 등을 통해 일반인에 선보이며 영화제 기간 동안 별도로 마련된 마인드 라운지에서도 상영된다. 조직위 조한상씨는 "기성 영상작품들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참신성과 실험성,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효과, 흥미성 등을 기준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선정작품은 △김명우 '대화에 관한 명상'△김용진 '별빛 상자'△김주희 'Add & Delete'△김태균 '우리 사귈 수 있을까?'△문진영 '건널목'△백병환 '세개의 의자'△백병훈 'Auto Poem'△설성일 '루의 꿈'△손윤영 'Panning'△안영혜 '관계'△안은주 '이동시점'△원숙현 '아름다움에 대한 갈증'△윤성희 '시간'△이도식 '어부지리' △윤현정 'The Series of Birds'△이보영 'In Bloom'△이상홍 '머리에 대한 일곱 개의 해석'△임아람 'I Love Picnic'△정규영 'No.21'△정희정 '나의 방'△정흥철 GODOG'△함준서 '환장특급'△넬자 스텀프(Nelja Stump) 'Rippin Kittin'△시몬 로고우스키(Simon Rogowski) 'Kandisquer'이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3.03.20 23:02

전북연극제 "배우없이 어떻게~"

"배우가 없어요. 배우가…. 하루 이틀 그런 것도 아니지만 올해는 유난히 힘드네요.”도내 민간극단 대표들의 이구동성(異口同聲)이다. 지역 연극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돼 온 문제지만 올해는 '배우 구하기'가 이전보다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전북연극제(4월 15일∼20일)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배우기근이 던진 문제의 파장은 예상보다 크다. 올해 연극제는 '상봉'(창작극회) '하얀 목련'(토지) 등 창작초연 두 작품과 '사로잡힌 영혼'(명태) 등 전국연극제 등을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은 수작들이 무대에 올려질 예정이지만 예년과 같은 풍성한 상차림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19일까지 전북연극협회에 참가의사를 밝힌 단체는 '명태'(대표 최경성) '창작극회'(대표 류경호) '토지'(대표 최솔) '하늘'(대표 조승철) '황토'(대표 박병도) 등 다섯 극단. 각 극단 대표들은 연극제 참가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실제로 배우확보가 쉽지 않아 참가여부와 작품선정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기획·조명·무대 등 스탭 확보는 엄두도 못 낼 상황. 현재까지 참가의사를 밝힌 극단 중에는 아직 작품을 최종 확정짓지 못한 극단도 있고, 작품을 확정한 극단들도 출연배우의 수가 적은 작품을 선정했거나 출연배우를 다 꾸리지 못해 리딩 단계(작품 읽기)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12∼15명의 배우가 필요한 '창작극회'와 '명태'는 4∼6명 정도의 배우가 섭외 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연극제 개최시기를 늦추는 방안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지만 올해 충남 공주에서 개최되는 제21회 전국연극제가 6월 12일로 앞당겨지면서 전국연극제 예선을 겸하는 이번 연극제를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다. 또 지난해 전북연극제, 전국연극제, 소극장연극제 등 활발했던 연극 행사들로 인해 높아진 관객들의 기대도 큰 부담이다. 이번 문제는 올해 초부터 계속된 전주시립극단(상임연출 장성식)의 내부갈등이 큰 영향을 줬다. 지금껏 도내 연극은 일정한 수입이 보장되는 관립극단 배우들에게 많은 부분 의존해온 것이 사실. 전북연극제와 정기공연 작품 연습에 쏟아야했던 지난 겨울, 민간극단 측과 시립극단 단원들간에 작품에 대한 논의나 섭외가 쉽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달 초 시립극단 문제가 진정국면에 들어섰지만 단원들은 예년과 달리 올해 전북연극제에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밝히지는 않았다. 때문에 각 민간극단들은 연극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예전 배우나 타장르 예술인을 섭외 하는 등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도내 연극계는 "민간극단의 적극적인 자립의지가 필요한 때”라며 이번 연극제가 전북연극의 현실을 제대로 진단하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북연극협회는 다음주 초 극단 대표자 회의를 거쳐 전북연극제에 출연하는 극단과 일정 등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3.03.20 23:02

국립전주박물관 '간찰1' 발간, 조선후기 생활상-서예사 한눈에

"침채(沈菜)는 무엇이고 진과(眞瓜)는 어떤 것일까?”'침채'는 매일 아침 식탁에 오르는 김치를, '진과'는 여름철 더위를 싹가시게 해주는 참외를 일컫는 옛말이다. 옛 사람들의 생활모습과 역사관, 문학세계, 서예사 등을 엿볼 수 있는 자료집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국립전주박물관(관장 유형식)이 펴낸 '간찰(簡札) 1'. 지난 99년 황병근 전 도의원(우리문화진흥회 이사장)이 박물관에 기증한 간찰 1천283점 가운데 첩으로 간수된 8책 285점을 포함한 406점을 엮은 것. 이 간찰집은 조선 후기부터 일제시대까지 전라도 지역에서 간수된 간찰을 담고 있으며 일부는 한양과 경상도 함양·안동에서 쓰여진 것들도 있다. 모두 호남 문중 및 학통과 연결된 자료들이다. 요즘이야 전화나 전자메일 등 통신수단이 발달돼 마음만 먹으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세상이 됐지만 이도 저도 없었던 옛날에는 간찰을 통해 안부를 묻고 세상이야기를 주고 받았던 만큼, 간찰은 조선후기 이후 향촌에 묻혀버린 선비들의 애환과 진솔한 감정, 동문(同門)간의 소식, 문중 소식 등 당대 생활상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사료이다. 보릿고개를 맞는 선비의 간찰에는 절박한 심정과 도움을 청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1970년 4월 이봉덕이 보낸 간찰은 "가난한 형편에 양식을 빌릴 곳도 없고, 심어놓은 보리도 없을 뿐 아니라 달리 상의할 곳도 없어 굶고 있다. 벼슬살이 하는 그대도 어렵겠지만 나보다는 나을 것이니 돈 20냥을 빌려달라”고 청하고 있다. 또 간찰을 통해 시와 절구를 나누고 서로 고쳐주는 등 학문 정진에 힘쓰는 선인들의 면모도 귀감이 된다. "보여준 시는 범상치 않다는 것을 알지만 '穹然巖(궁연암)'세 글자는 온당치 못하니 다시 단련하는 것이 좋겠다'(1936년 김문옥이 김규태에게 보낸 간찰 중에서) 김문옥(1901∼1960)과 김규태(1902∼1965)는 율계 정기(鄭琦)로부터 한학을 배운 동문으로 문장과 글씨에 능했으며 함께 전남에 살면서 평생지기로 지냈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발행된 간찰집은 원문을 복사해 영인본으로 간행한 것이 많아 일반인은 물론 전문가들 조차 알아보기 힘들어 사료로서의 가치가 떨어졌지만 이번 간찰집은 각 간찰을 칼라사진으로 실은 뒤 원문을 정서(正書)하고, 이를 해석해 자료의 가치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김재홍 학예연구사는 "이 책은 기증 문화재 가운데 중요한 가치를 지닌 유물를 자료화, 연구자는 물론 일반인들이 조선시대 생활상을 연구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3.03.20 23:02

농익은 멋 참신한 맛 '한국의 소리와 몸짓'

중견의 무르익은 맛과 신예의 참신함이 어우러지는 전통예술무대가 열린다. 23일 오후 5시30분 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리는 '한국의 소리와 몸짓'.지난 90년부터 '명무명인전'을 기획, 우리 전통무대의 예술혼을 이끌어온 동국예술기획(대표 박동국·46)이 전통의 맥을 잇는 역량있는 예술인들을 초대하는 자리다. 전주를 시작으로 전국 순회공연에 돌입하는 이번 무대에는 9명의 중견·신예 예술인들이 전통춤과 국악 연주로 우리 전통문화의 진수를 선보인다. 도내에서는 금파춤보존회 김숙 이사장과 도립국악원 김광숙 교수(무용반)가 출연한다. 故 금파 김조균 선생의 제자이자 아내인 김 이사장은 합죽선을 들고 추는 '축향'을 펼쳐낸다. 궁중무 기능보유자인 김교수는 조선시대 예의녀에게 문예와 춤, 노래 등을 가르쳤던 예기원에서 전수되던 예기무를 풀어낸다. 강문씨(세종대 국악과 교수)는 영화 '타이타닉'주제곡과 민요 '한오백년'을 새롭게 편곡해 피리 선율에 실어내고, 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병창 및 산조 이수자인 강승연씨는 제자들과 함께 가야금병창을 선사한다. 일본에서 활동중인 정명자씨(재일본예술인협회 부회장)는 남자 한량무를 추며 이색무대를 만들며,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이수자인 이미숙씨(의정부시무용단장)는 한성준 명인의 태평무를 재현한다. 젊은 춤꾼 백선희씨(명지대 출강)와 김지원씨(한양대 무용학 박사과정), 양대승씨도 입춤과 살풀이춤, 진도북춤을 무대에 올린다. 박동국 대표는 "명무 명인들의 무대뿐 아니라 중진은 물론 신예들이 공연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 갈수록 입지가 줄어드는 전통예술에 활기를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3.03.20 23:02

[최동현교수의 판소리 길라잡이] 심청이는 효녀인가

[심청가]는 매우 난해한 작품이다. 일반인들은 [심청가]가 심청의 효를 노래한 작품으로 의심없이 받아들이고 있는데도, 학자들 사이에서는 그렇지가 않아서, 아직도 [심청가]의 주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첫째는 [심청가] 후반부의 문제이다. 물에 빠졌던 심청이가 다시 살아나와 황후가 된다는 설정은 아무래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판소리는 현실의 문제를 현실 속에서 다루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나라 고전소설의 발전의 결과로 설명된다. [춘향가]를 생각해 보면, 이 말이 쉽게 납득이 될 것이다. 그런데 판소리를 대표할 만한 [심청가]에서는 후반부가 초현실적인 전개를 보이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석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둘째는 심봉사의 성격의 심한 불일치이다. 심봉사는 처음에는 이름 있는 가문의 후예답게 매우 점잖은 사람으로 나온다. 그러나 곧 부처님께 공양미 삼백 석을 시주하면 눈을 떠서 밝은 세상을 볼 것이라는 중의 말만 믿고, 덜컥 쌀 삼백 석을 시주하겠다는 약속을 해버릴 만큼 사려깊지 못한 행동을 보인다. 심청이가 죽은 뒤에는 뺑덕이네에게 속아 재산마저 다 날려버린다. 황성 가는 길에서는 방아 찧는 여인들과 음담을 주고받을 만큼 천박해지기도 한다. 이러한 내용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심청가]의 주제인 '효'와는 별 관련이 없는 것들이다. 오히려 심청이의 '효'를 가치 없는 행위로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으로 여겨질 정도이다.셋째는 과연 심청이가 자신의 목숨을 바친 것이 효인가 하는 문제이다. 심청이가 죽는다면, 장님으로 혼자 남은 심봉사는 살아나갈 수가 없다. 누군가가 부양을 해주어야만 하는데, 심청이가 효도를 하겠다고 죽어버리면, 이는 부친을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다.게다가 심봉사가 눈을 뜬다는 것이 과연 자기 딸자식의 목숨과 바꿀 만큼의 가치가 있는 일인가도 문제가 된다. 심봉사는 결국 딸을 팔아 눈을 뜨려고 했던 나쁜 아버지가 될 수 있다. 이는 효도가 아니다. 또 심청이가 쌀 삼백석을 부처님께 바치면 눈을 뜬다는 것을 믿었다고 볼 수도 없다. 그렇다면 심청이는 황후가 된 후 맹인잔치를 벌이지 않았어야 한다. 심황후가 맹인잔치를 열어서 자신의 부친을 만나보려 한 것은, 쌀 삼백 석을 시주했어도 심봉사가 눈을 뜨지 못하고 아직도 장님인 채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개안을 위해 목숨을 바쳤으면서, 심청이는 왜 자기 아버지가 아직도 장님으로 남아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가. 과정이야 어찌 되었건 결과적으로 눈을 떴으니, 결국 효가 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역시 논리적으로 석연치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심청가]를 학문적으로 다루는 사람들을 어렵게 한다./최동현(군산대 교수)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3.03.20 23:02

[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니들이 내 뜻을 알아?

燕雀이 安知鴻鵠之志哉오?연작 안지홍곡지지재제비나 참새 따위가 어찌 고니(백조)의 큰 뜻을 알리오?이 말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로서 《사기(史記》〈진섭세가(陳涉世家)〉에 나온다. 어떤 경우에 이 말을 사용하는가? 물론 홍곡의 뜻을 가진 사람이 그 뜻을 알아주지 못하는 연작과 같은 무리들을 향해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연작과 같은 사람들이 홍곡을 자처하는 사람들을 향해 비아냥거리는 투로 더 많이 사용한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는 홍곡이 아닌 사람이 홍곡의 행세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단지 상사라는 이유만으로 되지도 않는 이유를 들어가며 아랫사람에게 무리한 일을 시키는 경우도 있고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아예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말만 앞세우는 사람도 있다. 위와 아래 사이에 의사 소통이 잘 되지 않는 경우인 것이다. 이럴 때 아랫사람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연작이 어찌 홍곡의 뜻을 알겠오?"라는 말을 하게 된다. 불행한 일이다. 연작과 홍곡 사이에 의사 소통이 되는 사회는 좋은 사회이다. 홍곡이 진정한 홍곡이 되어 홍곡은 연작을 가르치려 들고 연작은 홍곡의 큰 뜻을 헤아리려고 노력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신뢰와 권위와 존경이 있는 사회다. 법과 제도보다는 권위와 존경으로 움직이는 세상이 정말 좋은 세상인데 이제 그런 세상을 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모든 것을 법과 제도로만 규정하려 하니 말이다.燕:제비 연 雀:참새 작 安:어찌 안 鴻:기러기 홍 鵠:고니 곡 哉:어조사 재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3.03.20 23:02

불교문화재 보존·관리 부실

도내 곳곳에 분포돼 있는 유형의 불교문화 유산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효율적인 보존·관리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특히 소규모 암자나 사찰 외부에 위치한 석불·석탑등 상당수의 비지정 불교문화재들은 역사·문화적 가치에도 불구, 관리대책 없이 방치돼 도난과 훼손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또 국내 동산문화재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사찰소장 불교문화재에 대한 전수조사가 지금껏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아 비지정문화재의 경우에는 그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산과 전문인력 부족등을 이유로 사찰내 지정문화재 위주로 진행돼 온 불교문화재 관리정책을 반증하는 부분이다.도내 소재 불상과 탑·석조물을 조사, 지난 2001년 불교유적 조사보고서를 낸 국립전주박물관 관계자는 18일 "국보와 보물뿐 아니라 비지정문화재도 소중하게 다뤄져야 한다”며 "도난방지장치까지 설치된 사찰내 성보문화재에 비해 비지정 문화유산은 보존·관리의 사각지대에 방치돼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이에따라 문화재청과 대한불교조계종 문화유산발굴조사단(단장 탁연스님)이 올해 도내 1백50개 사찰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불교문화재 일제조사'의 성과에 일찍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불교계와 학계등 관련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하는 이번 일제조사에서 사찰 소장 비지정 불교문화재에 대한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 문화유산 보존과 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 문화일반
  • 김종표
  • 2003.03.19 23:02

KBS 휴먼다큐 책으로 엮은 방송작가 오정요씨의 'TV인간극장'

'걸은 만큼만 얻을 뿐이다. 사실 그렇다. 누구는 날아도 보고 누구는 뛰어도 보지만 걸은 만큼만 얻으며 사는 게 정석이었다. 결국 가장 평범한 추씨 할머니의 보법 속에 세상의 비밀이 있었던 셈이다'(본문 '추씨 할머니의 백리길' 中)애틋한 사연과 각박한 세상살이의 편린의 중심에 서있는 사람들…. 그들이 TV를 통해 세상으로 나온 뒷편에는 고통스럽거나 아름다운 이야기를 추적해 글로 담아온 작가들이 있다. KBS 휴먼다큐 '인간극장'의 작가 오정요씨(40)도 그들 중 한 사람이다. '인간극장'을 맡은지 4년. 그동안 제작한 프로그램도 32편이다. 그의 시선으로 방송을 통해 또 다른 세상을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방송과 같은 이름으로 펴낸 'TV인간극장'.(문예당刊) 책에는 칠십 평생 두 발에만 의지해온 추씨 할머니와 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리수의 성적 갈등과 소박한 꿈, 산골소녀 영자의 가슴아픈 사연, 16년만에 귀휴(歸休)에 나선 무기수의 갈등과 귀소 과정 등 6명의 삶이 담겨 있다. 대부분 한국방송작가상과 한국방송대상, 시청자가 뽑은 좋은 프로그램상 등 크고 작은 상을 안겨줬던 수작들의 대본이다. 6mm 카메라에 비친 실제 인물들의 소박한 삶과 방송에서 미처 전하지 못한 뒷이야기들이 화면에서 지면으로 옮겨져 더 진솔하게 전해진다. 전주대 국문과 82학번. 대학시절부터 문예운동의 선봉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했던 오씨는 90년대 초반 전북 지역의 문화운동을 이끌었던 '녹두골'과 '백제마당'의 한복판에 있었던 운동가 출신이다. 전북여성민우회와 전북여성운동연합 창립 당시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며 전북여성운동의 텃밭을 일구었던 그는 87년 전주KBS 작가로 방송과 인연을 맺으며 방송작가의 삶을 시작했다. 94년 서울로 옮긴 이후 '한국 재발견''사람과 사람들''TV 명인전''인간극장'등에 참여하면서 휴먼 다큐멘터리에 주목했다. 그중에서도 '인간극장'은 "사방천지 분간이 안 되고 어디로 가야될 지 모르던” 그에게 큰 위안을 주었다. 저자가 "삶을 사는 것만큼 큰 용기는 없다는 것을 배웠다”는 인간극장 속 평범한 사람들이 던지는 삶의 울림은 크다. 진정한 용기와 사람에 대한 '믿음'을 가르쳐주는 까닭이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3.03.19 23:02

지역민 지방지에 무관심, 강준만 교수 '미디어와 쾌락'

휴대전화 알람으로 눈을 뜨고, 인터넷 서핑을 하다 잠자리에 든다. 미디어 세상에 파묻혀 산다고 할 정도로 넷세대에게 미디어는 존재 그 자체다. 넷세대의 미디어 이용 행태를 보여주고 그들의 삶을 생생히 담은 책, '미디어와 쾌락'(인물과 사상사)이 나왔다.검 대신 펜을 들어 사회의 부조리를 거침없이 파헤치는 '논객' 강준만 교수(전북대 신문방송학과)가 지난해 2학기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리포트를 엮은 책이다.일상적 삶에서의 미디어와 인터넷, 휴대전화, 드라마와 영화, 영어, 지방언론, 외국미디어 등을 주제로 쓴 학생들의 글 66편과 강교수가 쓴 9편의 글을 실었다."우리는 역사가 늘 '엘리트의 역사'일 뿐 민중의 삶은 담겨 있지 않다는 불만을 토로하곤 합니다. 언론과 미디어 역사의 경우도 마찬가집니다. 오늘의 한국인들이 언론과 미디어를 어떻게 이행 또는 소비했는 지 알려주는 기록을 남겨두고자 생각했습니다.”강교수는 "'한국 현대사 산책'을 쓰면서 70년대 한국인들이 언론과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밝히고 싶었지만 그것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어 불가능했고, 아쉬웠다”면서 "지금 당장의 효용보다는 먼 훗날의 연구자들에게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을 했다는 평가를 받아으면 한다”고 기대했다.관심이 가장 쏠리는 부문은 지방언론에 대한 학생들의 시각. 부모와 친구, 선배 등 주위 사람들을 심층 인터뷰한 이들은 '지역민이 지방지에 무관심하다'는 결론을 내린다.어설프게 중앙지 흉내를 내기 때문에 '볼 것이 없다'는 지적(정태안·법학과 98학번)부터 애향심에 호소하지 말고 독자의 관심과 재미를 끌 수 있는 내용으로 정면승부하라는 제안(김영은·국문과 2년)까지 다양하다. 또 우리 사회가 중앙 집중적인 현상을 보이고 그 대열에 끼지 못하면 낙오자가 된다는 의식이 지방언론의 퇴보를 부른 것 아니냐(이정은·영문과 2년)는 사회학적 분석도 이채롭다.강교수는 '지역 언론은 더 이상의 꿈이 없는가?'를 통해 "지방신문의 문제를 '너희들의 문제'가 아닌 '우리들의 문제'로 인식할 때 지방언론이 정상화되고 발전하는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면서 '전북 신문 살리기 운동'을 제안했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3.03.19 23:02

동심으로 가꾼 아내사랑 이야기, 강만영 동시집 '다주고도...'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동심(童心)으로 가득한 아동문학가 강만영씨(68)가 아내 사랑 마음을 담은 동시집 '다 주고도 잃은 건 없어'(신아출판사)를 펴냈다.40대에 위암 3기 판정을 받고 투병해온 아내 이겸희씨의 화갑을 축하하고 기념하기 위해 펴낸 작품집이다. 97년 상재한 '감꽃 목걸이' 이후 5년만에 출간한 다섯번째 동시집."아내가 없었다면 나홀로 세상을 살아가기가 팍팍했을 겁니다. 믿음과 사랑으로 서로 아꼈기 때문에 '죽을 사람'이 살아서 행복한 가정을 꽃피우고 있으니 기쁠 수 밖에요.”아내에 대한 그의 사랑은 동시 '다 주고도 잃은 건 없어'에 고스란히 배어있다. '하느님은 나를 노란 꽃으로 피워 주세요. 널다란 잎새에 싸여 드물게 피는 꽃이예요.…'독실한 기독교신자인 그가 하늘에 대한 믿음을 시어로 담아낸 작품이지만 그 하늘은 평생을 함께 해온 아내를 의미한다."가치있고 소중한 것들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그는 또 자연과 고향, 벗, 천진함을 노래하며 어릴 적 소중한 추억을 찾아 떠난다. 봄바람과 귀뚜라미, 소금, 꽃밭, 옹달샘 등은 날줄과 씨줄로 엮여 마음 한 곳에 자리한 동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화가 이정남씨의 그림은 시어에 감칠맛을 더하고 있으며, 전북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며느리 이진씨가 영문으로 번역한 작품을 함께 실은 것도 이채롭다.강씨는 86년 현대아동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동시집 '연못속에' '작은 민들레'을 펴냈으며 한국문협과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전북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중. 전북일보 제작국에서 34년 동안 근무하다 정년퇴직한 뒤 전주시내에서 주차장을 운영하고 있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3.03.19 23:02

[이희중의 문학편지] 당당하게 울자

이번주부터 '이희중의 문학편지'를 연재합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는 문학이 결코 우리 삶과 따로 있지 않음을 다양한 풍경으로 전해줍니다. 상처와 맹목으로 이루어진 세상을 따뜻하게 끌어안는 필자의 글쓰기가 독자들을 문학의 진정한 향기로 안내 할 것입니다. 97년부터 전주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중인 필자는 1960년생으로 고려대 국문과과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현대시학'(89년)에 시가, '경향신문신춘문예'(92)에 평론이 당선된 이후 시집 '푸른 비상구'(민음사)와 '참으로 오래쓴 가위'(문학동네), 평론집 '기억의 지도'와 '현대시의 방법 연구'를 펴냈습니다.'이희중의 문학편지'는 수요일의 '책과 세상'에 격주 고정물로 독자들을 만납니다. --------------------문학개론 수업을 시작할 때 학생들에게 장난삼아 물어본다. 소설을 읽다가 운 적이 있는지, 영화나 텔레비전 방송을 보다가 운 적이 있는지. 줄잡아 문과쪽 학생들은 70%, 이과쪽 학생들은 30% 정도가 그런 적이 있다고 한다.이 간이조사 결과에 놀라는 이들이 많을 듯하다. 소설을 읽다가 운 적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음에, 운 적이 없는 사람은 운 적이 있는 사람이 많음이 놀랄지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우는 것을 부끄럽고 나약한 짓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문을 걸어잠그고 혼자 울거나 마음속으로만 울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마음속에서부터 막무가내로 고여오는 슬픔을 완전히 외면하는 것은 쉬운 일도, 권할 일도 아니다. 물론 그런 슬픔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고 해야겠지만. 우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평소에 억눌러온, 자신의 진정한 내면과 만나는 일이다. 참담한 삶의 곡절을 담은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서 참으로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정서적으로 더 건강한 사람이다. 찾아보면 내 일도, 이웃의 일도 그럴 가능성이 많다.옛날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시대에 유행한 슬픈 연극을 보고 사람들이 무더기로 우는 현상을 설명하면서, 카타르시스라는 말을 사용했다. 그는, 소화제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이 말을 공포, 연민, 안도감 등의 말로 더 자세히 설명하고자 했다.그러나 지금에 와서 그 설명이 꼭 들어맞는다고 하기는 어렵다. 현대의 어떤 소설과 영화가 독자나 관객에게 불러일으키는 슬픔은, 공포와 안도감으로는 다 설명하지 못할 만큼 복잡하다. 현대의 소설과 영화는, 왕족과 귀족의 삶을 그린 옛 그리스의 슬픈 연극과 달리, 평범한 이들의 삶을 그리는 수가 많다. 외디푸스의 삶이 드러내는 운명적 좌절과 조세희가 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난쟁이의 삶이 봉착하는 사회적, 실존적 좌절은 같은 종류가 아니다. 후자의 슬픔은 불치의 병에 신음하면서 운명과 대결하는 어떤 인간의 일상이나, 억울하게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고통을 담아낸 다큐멘터리가 보여주는 슬픔과 종류가 같다.이런 유의 슬픔을, '진실과 직면하는 감동'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우리들 대부분은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 살아간다. 이 고민의 끝에서 대개 죽음이 있게 마련이지만, 그보다 정도가 덜한 다양한 불행의 가능성들이 우리를 걱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누구나 불안과 두려움을 잊고 살아가기를 바란다. 두려움을 잊기 위해서 우리는 크고 작은 잔치를 장만한다. 생일 잔치, 기념회, 환송회, 환영회, 기념회, 술자리, 농담, 우스개, 반가운 인사말 등, 이 수많은 문화적 장치들은 우리를 위로하고 한 순간의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존재하는 듯하다.두려움은 우리들 삶의 참모습에 닿아 있다. 따라서 두려움을 외면하는 일은 진실을 가리는 일이 된다. 잠시 행복할 수는 있겠으나 영원히 진실을 등질 수는 없게 되어 있다.어떤 소설이나 영화는 삶의 참모습을 눈앞에 불러다 놓고, "이게 삶의 참모습이야"라고 속삭입니다. 믿기 싫은, 우리 삶의 보잘것없음, 누추함, 억울함, 이런 진실에 직면하여 우리는 드디어 울게 되는 것이다. 이는 은폐와 기만으로 삶의 참모습이 왜곡될 수 없으며, 삶의 참모습을 날 것 그대로 대면해야만 영혼의 성숙을 기할 수 있다는 준엄한 사실을 우리에게 가르친다.저녁 뉴스를 보다가, 영화나 소설을 보다가, 마음이 기우뚱거리기 시작하면, 즉 슬픔의 물결이 일렁이기 시작하면, 헛기침하지 말고 그 파도에 실려 슬픔을 맘껏 즐기는 것도 좋겠다. 그리고 우리 삶의 참담한 조건을 확인한 후 오늘의 소중한 의미를 곰곰이 따져보는 것도 좋으리라. /이희중(전주대 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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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3.03.19 23:02

[즐거운 학교] 지구과학교사 모임 전북천문교육연합회

전북과학고에 최근 천문대가 들어선 것을 가장 반긴 사람들이 있다. 바로 도내 지구과학 담당 교사들이다. 지난 연초 전북과학고에 세워진 '별벗 천문대'를 외부에서 가장 먼저 찾은 것도 이들이다. 학기초 바쁜 저녁 시간임에도 지구과학 교사들이 중심이 된 전북천문교육연합회 회원 20여명이 전북과학고에 새로 만들어진 천문대를 찾아 시험 관측 활동을 벌인 것이다."다른 시·도의 경우 시민 천문대가 있어 부러울 때가 많았습니다. 도민들을 위한 제대로 된 천문대 하나쯤 만들어지길 바라왔는데 학교에라도 이렇게 천문대가 생겨 한걸음에 달려갔습니다.”천문교육연합회를 이끌고 있는 최봉규회장(전주고교사)은 과학고에 천문대가 개설돼 학생들의 교육은 물론, 천문 관측에 일반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강원도 영월, 경남 김해, 대전 등지에 '시민천문대'가 설치돼 있으나 도내의 경우 지금까지 가까이 할 수 없는 천문대가 없었던 것을 회원들이 항상 안타깝게 여겼단다. 도내 전북대와 전주 북일초등에 천문대가 있고, 부안지역에서 개인이 사설 천문대를 설치 운영하는 정도여서 일반 대중으로 관심을 확대시키기에는 항상 부족했다는 게 회원들의 생각이다.전북과학고 천문대에 대한 이들의 기대는 인공 불빛이 적고 공기가 맑은 미륵산 자락에 위치함으로써 별 관측에 좋은 자리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비싼 가격 때문에 개인이 갖추기 힘든 도내에서 가장 큰 14인치 대형망원경과 복합 필터링을 갖춘 태양관측용 망원경 등 첨단 관측 장비가 천문대에 갖춰진 것에도 회원들은 관심을 가졌다."구름이 낀 관계로 달 관측 밖에 못해 아쉬웠지만 초·중등학교 교사들의 연수와 연구활동에 여러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과거와 달리 현 교과 자체가 천체를 직접 관찰하는 교육활동을 중시하고 있어 학생들의 교육활동에도 직간접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게 최교사의 설명이다.지난 97년 도내 중·고 지구과학 교사들이 주축이 돼 만든 전북천문교육연합회는 천문에 관심이 많은 초등교사들도 일부 참여해 현재 40여명의 회원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김제 비룡초등 오기수 교장을 비롯, 남원여고 장현근·우석여고 한동주·해성고 소인섭·영생고 이병주교사와 현 회장을 맡고 있는 최교사 등이 창설 멤버들.이들은 매년 여름 '별헤는 밤'이라는 이름으로 가족캠프를 열어 일반인들의 천문 관측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넓혀왔다. 4회째인 지난해 남원운봉학생수련원 여름 캠프에는 20가족 규모 계획에 1백여 가족이 참가신청을 할 정도로 치열한 참가 경쟁속에 캠프를 치렀다."육안이나 사진으로 보는 것과 달리 천체 망원경으로 보는 감동은 또 다릅니다.”남원여고 장현근 교사는 캠프에 참여한 초등학생부터 학부모들 모두 천체에 새로운 관심과 감흥을 갖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캠프 활동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교사는 직접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어 캠프 참여 관련 자료들을 탑재시키고 있다.매년 4월 과학의 달 행사때면 전주어린이회관 등지에 천체 관련 영화상영과 별보기 공개행사를 치르는 것도 연합회의 주요 활동. 전주덕진공원 등 사람이 모이는 곳을 찾아 수시로 달과 별을 볼 수 있는 장도 열어오고 있다. 지난해만해도 정읍 단풍축제, 부안여상축제, 목포 삼학초등 축제 등을 찾아 학생과 일반인들의 천체 관측활동을 지원했다. 매월 한차례씩 망원경 조작실습과 별자리 찾기, 광학이론, 사진촬영, 행성과 달 관측 등을 주제로 자체 회원연수를 갖는 것도 이 모임의 주요 활동들. 최회장은 오는 4월 과학의 달 행사와 여름캠프를 통해 더욱 많은 학생과 일반인들이 별 보기 등을 통해 광활한 하늘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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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03.03.1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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