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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업과 콘텐츠를 논한 박문석 차관, ‘황금 거위를 잡아라’

지식·정보·문화를 총체적으로 아우른, 새 시대 총아로 떠오르고 있는 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미래를 조망한 책이 나왔다. 박문석 문화관광부 차관(54)이 쓴 ‘황금 거위를 잡아라’.(도서출판 신유)저자가 5년의 산고 끝에 21세기 디지털 문화 혁명을 진단하고 문화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쓴 책이다. 그는 미디어 콘텐츠의 키워드를 부드러움, 캐릭터, 애니메이션 등으로 꼽는다. 문화수출이 제조업보다 강세를 띠고 브랜드의 중요성은 날로 축소되는 반면 캐릭터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는 것. 이 캐릭터와 결합한 애니메이션 산업의 미래도 장밋빛으로 그려낸다.문화 분야에서의 오랜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우리나라의 정보화 하드웨어는 선진국 수준이나 콘텐츠는 걸음마 단계라고 진단한다. 그리고 캐릭터 애니메이션 디지털 방송 등 분야별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했다.정보고속도로의 통행·이용권 보장과 캐릭터·인터넷 콘텐츠 등의 이용과 저작권 보호 필요성도 강조했다. 문화산업과 인터넷 방송 관련 각종 통계와 그림·표를 부록으로 덧붙여 현장 실무자는 물론 연구자, 학생들의 길라잡이로도 충분하다. 남원 출신인 그는 문화관광부 기획관리실장과 종무실장을 지냈으며 저서로 ‘멀티미디어와 현대저작권법’과 ‘멀티미디어 시대의 방송·영상·저작권’등이 있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2.09.11 23:02

이운룡시인, 詩에 담아낸 따스한 삶

시를 쓰지 못한 시인의 안타까움일까, 아니면 그동안 분출하지 못했던 시의 샘에 봇물이 터진걸까.대학 교수, 열린시창작회 대표, 시평론가 등으로 1인3역을 하며 한동안 시인의 자리에서 물러나 있던 이운룡 시인(65·중부대 국어국문과 교수)이 시집 두권을 한꺼번에 내놓았다.‘풍경은 바람을 만나면 소리가 난다’와 ‘그 땅에는 길이 있다’. (푸른 사상)‘성자, 반눈 뜨고 세상을 보다’(93년)이후 10년 만에 세상에 내놓은 그의 아홉번째, 열번째 시집이다.“가르치고 시평 쓰는데 몰두하다 보니 내 시정신이 분해되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2년전 시평 절필을 선언하고 시 쓰는데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메마른 줄 알았던 저수지(시심)에서 물(시)이 쏟아지는 기쁨을 맛보았다는 그는 10년 동안 차곡 차곡 쌓아뒀던 체험을 촘촘하게 엮어냈다. 이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죽음에 관한 명상부터 산행, 그리고 북유럽과 동남아를 여행한 기행시 등 폭넓은 그의 체험이 시어로 생생하게 살아 숨쉰다. 시 하나 하나에는 그의 삶과 흔적이 배어 있어 따스하고 정감있게 다가온다.“체험하지 않으면 시를 쓸 수 없습니다. 모든 체험이 명상을 통해 걸러지고 시어로 승화되는 셈입니다.”명상을 위해 시를 쓰는 동안 매일 아침 5시면 일어나 완산칠봉을 거닐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올해 말, 정년을 맞는 그는 이번 시집을 인생의 전환점으로 여기고 있다. 앞으로 시로 독자들의 마음을 웃고 울리는 ‘영원한 시인’으로 남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2.09.11 23:02

강물처럼 흐르는 인간의 일생, ‘신정일의 한강역사문화탐사’

자동차로 여섯시간 반이면 가고도 남을 한강 1천3백리(약5백14km)길. 신정일 황토현문화연구소장(48)이 쉬운 길 놔두고 열엿새 동안 발품팔아 한강을 답사한 결실을 책으로 펴냈다. ‘신정일의 한강역사문화탐사’. (생각의 나무)‘금강 401km’(2000년) ‘섬진강 따라 걷기’(2001년)에 이어 세번째 펴낸 우리강 답사기다.그는 90년 섬진강 기행을 시작으로 섬진강 만경강 동진강 낙동강 등 우리강 따라 걷기를 이어오고 있다. 이번 한강 도보답사기도 지난해 7월과 8월 한여름동안 강행군한 결과다.동학농민혁명을 연구하고 숨어 있는 우리 문화와 역사 발굴에 앞장서온 향토사학자인 그가 우리강 따라 걷기에 나선 이유가 뭘까.“물방울이 개울을 이루고, 썩은 물과 깨끗한 물 등 모든 물줄기가 만나 강을 이뤄 바다로 흘러갑니다. 강을 보면 사람의 일생과 똑같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그는 사람과 역사도 세월따라 흐르며 살아가는 것이 순리라는 대명제를 강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옛부터 산에 대한 글은 많은 반면 강에 대한 글이 극히 드물어, 강을 탐구해보자는 지적호기심도 작용했단다. 그는 차를 타지 않고 걸어서 한강을 돌아본 이유를 ‘견문이 넓은 사람일수록 안목이 좁은 사람이 없다’는 주자의 말로 대신했다. 좋은 곳만 찾아다니는 ‘주차간산(走車看山)’에서 벗어나 유유자적 하게 걸으면서 전체를 보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민속학자 주강현씨의 표현대로라면 ‘미련스럽게’한강을 천천히 걸어서 얻은 결과는 찬란하다. 책장과 책장에는 강변을 끼고 있는 사람과 문화, 역사, 그리고 자연환경이 하나도 빠지지 않고 생생한 덕분이다.한강의 발원지 강원도 태백 검용소에서 시작된 여정은 남한강이 북한강과 만나는 두물머리(양수리)를 거쳐 서울의 부산스런 한강가를 지나고 서해로 스며드는 김포 보구곶리에서 멈춘다. 그는 강을 가로막은 철조망과 ‘적은 이곳을 보고 있다’는 문구에서 분단의 아픔을 상기한다. “강에도 보이지 않는 휴전선이 있구나. 커서 한강이 아니라 한이 많아 한강이구나.”1∼2시간이면 갈 길을 물따라 한나절 이상 돌아가면서 삶과 문화, 그리고 역사를 배우는 마음은 그의 이력에서 배어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졸업장이 정규학력의 전부인 그는 오로지 문학도의 길을 걷기 위해 중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졸업하고 독서 삼매경에 빠졌다. 우리 역사를 바로 알고 알리고 싶은 마음에 독학으로 역사를 공부한 그는 85년 황토현문화연구소를 세우고 동학농민혁명 재조명 사업을 꾸준히 전개하면서 김개남·손화중 장군 추모비를 건립했다. 전라세시풍속보존회를 만들어 대보름놀이, 화전놀이, 유두놀이 등 절기에 맞는 전통세시풍속의 맥을 잇는 일도 그의 활동 중의 하나다. 우리문화와 역사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그에게 요즘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우리나라 지리를 이야기하면 이중환의 ‘택리지’가 전부예요. 택리지를 뛰어넘는 신택리지를 쓰고 싶습니다. 통일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북한까지 아우르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신택리지’를 쓰고 싶다는 그의 걷기가 남한 강에서 그치지 않고 북녘땅에도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2.09.11 23:02

[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소매가 길면 춤추기에 좋고

長袖善舞요, 多錢善賈라장수선무 다전선고긴 소매는 춤추기에 좋고, 많은 돈은 장사하기에 좋다.《한비자(韓非子)》〈오두(五 )〉편에 나오는 말이다. 요즈음 유행하는 브레이크 댄스를 출라치면 옷의 길이가 짧을수록 좋겠지만 동양의 고전 춤은 옷의 소매가 길어야 춤의 맛을 낼 수 있다. 그래서 긴 소매의 옷이 춤추기에 좋다고 한 것이다. 장사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돈은 필수다. 돈이 없이 장사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돈은 장사하기에 좋다고 한 것이다. 세상에는 사업을 해 보고 싶지만 자본이 없어서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면 할수록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 되어 돈이 없는 사람은 밑바닥으로 내몰리게 된다. 동네의 조그마한 구멍가게는 어느 날 갑작스럽게 출현한 대형 할인 마트로 인하여 문을 닫아야 하고, 동네 빵집도 거창한 간판을 내건 피자가게 앞에서 간판을 내려야 한다. 문을 닫고 간판을 내린 이들은 어디로 가야하는가? 더 이상의 자본도 능력도 없는 이들은 '몸'에 의지하여 사는 수밖에 없다. 막노동이나 거리의 행상으로 나서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업을 하는데 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돈만이 돈을 버는 세상은 좋은 세상이 아니다.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은 국민 모두의 책임이기도 하지만 특히 정치하는 사람들의 책임이 크다. 부(富)가 고르게 배분될 수 있는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袖:소매 수 善:잘할 선 舞:춤출 무 錢:돈 전 賈:장사 고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2.09.11 23:02

[사이버문화따라잡기] 웹진(1) 탄생과 성장

미디어 발달은 사회문화의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동해왔다. 인류 역사는 출판시대를 넘어 정보사회로 진입했고 이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를 융합하는 멀티미디어로 대변된다. ‘한국잡지산업지표 및 통계자료 조사연구’ 보고서는 문화관광부와 각 시·도에 등록된 월간 이하(월간, 격월간, 계간, 연2회간) 잡지는 4천528종(5월 31일 현재), 최근 국내 잡지시장의 큰 특징으로 ‘컴퓨터 잡지(웹진·Webzine)의 세분화’를 꼽고 있다. 99년 9월 ‘웹진’에 대한 검색결과로 야후 코리아는 381개, 네이버는 659개의 사이트를 출력했다. 3년이 지난 지금 네이버는 82개의 카테고리와 1020개의 사이트, 엠파스는 64개의 카테고리와 449개의 사이트, 심마니는 95개의 디렉토리와 717개의 사이트를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숫자의 팽창과 차이’는 아직도 통일이 되지 않은 웹진의 정의가 일으키는 혼란에서 비롯된다. 그만큼 웹진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미약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웹진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가능성에 대해 네차례로 나눠 싣는다(편집자주)일부에서는 여전히 웹진을 분류할 때 발행이 정기적인가를 구분하기도 하지만 현실은 꼭 그런것만은 아니다. 기존 잡지의 큰 특징은 ‘발행이 정기적’이지만 웹진의 장점은 보통 일주일이나 한달을 기다려야 하는 인쇄잡지의 한계를 극복한 ‘빠르고 신속한 정보 제공’이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웹진은 일간 신문 사이트나 다른 뉴스 사이트와 구별이 모호해진다. 웹진은 인터넷의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의미하는 ‘Web’과 잡지를 뜻하는 ‘Magazine’을 줄여 부르는 말로 인터넷상에서 만날 수 있는 잡지다. 인터넷상에 떠도는 많은 정보중에서 특정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룬 잡지 사이트를 말한다. 이러한 사이트를 잘 파악하고 있으면 한 분야에 대해 폭넓고 깊이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한가지 변화로 주목할 것은 다양한 카테고리가 만들어졌다는 사실. 대부분 웹진들은 음악, 영화, 만화 등 각각의 전문분야에 특유의 순발력 있는 문화 비평을 담아내고 있다. 엠파스의 경우만 해도 뉴스, 미디어라는 하위폴더를 가진 문화예술, 종교, 경제, 재테크, 컴퓨터, 인터넷, 건강, 의학, 여행, 스포츠 등 다양한 상위폴더가 존재한다. 웹진은 미국 캘리포니아 이데올로기로 상징되는 진보적 성향의 하이테크 히피들의 손끝이 인터넷이라는 낙원을 향하면서부터 소규모 저항 문화의 매체로서 탄생됐다. 국내 최초 본격 웹진으로 소개되는 것은 96년 6월에 선보인 문화비평 웹진 ‘스키조’다. “우리는 미친듯이 대결한다”는 창간 이념을 내 건 이 웹진은 파격적인 주제로 관심을 모았다. 스키조프레니아(schizorprenia 정신분열증)라는 어원에서 출발한 스키조는 “여러분의 분열증을 상담해보라” “상이 지배하는 사회! 그 욕망의 삼각형” “성적 변태에 대한 7가지 질문” 등 주로 문화의 관습적인 시각에 도전하는 담론을 쏟아 내며 상당한 매력을 줬다. 소규모 집단을 결집하는 중요한 매체로서 웹진은 가장 적확한 유형. 그러나 그 실험적 시도는 계속 이어지지 못하고 현재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다. 국내에 웹진이 활기를 띄며 본격적으로 창간된 시기는 97년으로 거슬러간다. 개인이 자신의 글을 일정한 기간에 업데이트하는 방식으로 운영된 1인 웹진에서부터 소규모 업체가 선보인 저예산 문화 웹진, 거대 기업에서 자체 서버와 고속 전용선을 갖추고 컨텐트 업데이트의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문을 연 다양한 웹진들이 속속 인터넷에 올려지기 시작했다. 물론 인터넷의 확산으로 그만큼 사용자가 보장되기 시작했던 것도 큰 원인이다. 이들은 웹진을, 왜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을 선택한 것일까? 웹진이란 단어가 아직은 낯선 때인 1998년 영화 전문웹진 ‘스크린’의 운영자는 창간 1주년 특집기획 ‘하나의 끝, 또 다른 시작’이란 글을 통해 “우리에게 보고, 듣고, 읽기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수많은 매스 미디어들이 무자비하게 쏘아대는 일방향 메시지들의 집중 포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질식할 것만 같은 거대한 텍스트 더미들 속에서 숨통을 트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었던 일은 바로 ‘웹진'을 만드는 것이었다”고 털어놓고 있다. 이들이 만든 웹진은 정치사회학적인, 문화인류학적인, 정치문화적인 생존전략. 당시에 웹진 제작의 물꼬가 트인 이유이기도 하다. ‘시사 패러디’‘풍자 패러디’를 표방하며 이즈음 탄생한 딴지일보는 ‘딴지신드롬’을 일으키며 인터넷 관찰자를 네티즌으로 끌어들여 웹진 운영자로 변화시키는 토대를 마련, 1999년 웹진 창간붐을 일으킨다. 당시 시사전문웹진 ‘대자보’‘더럽지’‘토로’‘JBS’‘온라인 뉴스’ 등의 활약은 주목할 만한 일이었다. 98년에 접어들며 메이저 미디어 기업들도 인터넷 공간을 활용하면서 기존 종이 매체의 데이터를 인터넷 버전으로 재생산하기에 이른다. 이때부터 대표적인 저항 문화에 뿌리를 둔 소수집단의 웹진이 아니더라도 순수하게 인터넷에서만 제공되는 잡지 형식의 사이트를 흔히 웹진으로 부르게 된다. 그러나 아무래도 소규모 웹진은 기성 문화에 대한 끊임없는 저항과 독설, 비판적 소수집단으로서의 존재 근거를 확립하기 위해 때로 공격적인 입장들을 취하곤 했다. ‘삐딱’하지 않으면 어울리지 못하는 것. 그래서 인터넷에는 삐딱한 척하는 이상한 감염력이 곧잘 사이버 테러라는 거창한 자기 변명을 만들어 냈다.(계속) ■ 웹진의 두가지 표정웹진의 사전적 학문적 정의가 미흡한 관계로 홈페이지와 웹진의 기준은 모호하다. 웹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잡지는 인쇄매체가 다루지 못한 파격적인 주제와 형식으로 기성 잡지문화에 과감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배포 방식과 기사의 데이터베이스가 쉽고 편리하다는 것. 그리고 독자와 쌍방향 의사소통이 쉽다는 매력은 웹진의 주요 포석이다. 이에 반해 일반잡지가 서비스하는 사이트는 종이잡지에 실린 구성과 편집형태를 웹상에도 그대로 적용을 하고 있다. 특히 웹진의 역사적 사명감이나 개척정신 없이 기존 매체물의 홍보용으로 운영되는 사이트들의 무질서한 탄생은 문제로 지적된다. 웹진의 주제, 구성, 편집은 다양하다. 빠른 시간에 웹출판이 가능하며 언제든지 수정, 편집이 가능하다. 분량에 제약이 없으므로 심층적인 내용을 담을 수 있고 컴퓨터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종이 잡지에서 볼 수 없었던 동영상이나 음악, 소리 등도 전달할 수 있다. 그리고 공공 매체에서 다루기 힘든 표현과 자유분방한, 때로는 저급한 함량 미달의 사고 체계까지를 그대로 여과없이 내보낼 수 있다. 그 언어는 표준어의 규칙을 무너뜨리고, 폭력성을 그대로 드러낸 표현과 가치 판단이 불분명한 난삽한 감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기성 매체에서 접하기 힘든 언더그라운드 문화 등 소수집단의 문화부터 저급한 하위 문화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인터넷 특성은 긍정적인 가능성인 반면 동시에 부정적인 가능성으로 탈바꿈될 수도 있다. 거대 출판 자본을 기반으로 각 부문의 전문가들이 만들어내는 종이잡지의 기획력과 품질에 비해 웹진의 소규모 투자와 인적 자원, 빠른 순발력에 의존한 나머지 깊이를 잃고 부유하는 가벼운 속성은 웹문화의 지속적인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또한 인터넷이란 틀에서만 가능하다는 것과 인터넷의 공개 특성상 유료화가 어렵기 때문에 취재 인력-능력-시간 등 제약으로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고 심하면 저널리즘이 실종될 수도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대부분 웹진들이 운영상의 문제로 업데이트를 무한정 연기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기존 매체보다 큰 문제로 지적되진 않는다고 해도 신뢰를 잃어버리는 건 마찬가지. 폐간에 대한 부담도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 웹진의 성공은 운영자와 방문자들이 약속을 얼마나 지킬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보아도 과장된 것은 아니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2.09.11 23:02

무형문화재발표회 ‘온고을 명인명창’

전북의 자랑스러운 전통예술 맥잇기시조창은 순조 때 간행된 ‘유예지’에 처음 경제(京制) 평시조 악보가 전해진다. 이후 시조곡보가 파생·보급됐고 각 지방마다 고유의 특색이 생겨났다. 서울은 경제, 경상도는 명제, 충청도는 내포제, 전라도 완제가 그것이다. 전라도 완제의 원형을 전수하고 있는 임산본씨는 정경태 문하에서 완제시조창 및 12가지를 사사 받아 1996년 3월 완제 시조창(完制 時調唱)으로 지방무형문화재 제14호 지정을 받았다. 그를 비롯해 전북의 전통민속예술 기능을 보유하고 있는 ‘무형문화재’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지방무형문화재와 전수생들이 한 무대에 기량을 선보이는 '온고을 명인명창'. 지역의 문화유산을 소중히 간직해온 지방무형문화재 14명의 예술 혼과 전수생들의 기량을 엿보며 전북의 독특한 민속문화의 현재를 눈어림할 수 있는 기회다. 12일은 남창가곡 한양수씨(무형문화재 제8호)와 전수생 박동욱씨, 거문고산조 故강동일씨(무형문화재 제3호)의 전수생 장복례씨, 고법 이성근(무형문화재 제9-1호) 이상호씨, 시조창 박인수(무형문화재 제14호) 김영희씨를 비롯해 판소리 이순단(무형문화재 제2호)· 문명숙씨, 최승희(무형문화재 제2-7호)·모보경씨, 정미옥(지방무형문화재 제2-8호)·정민영씨가 흥보가와 춘향가 적벽가의 백미를 들려준다. 완제시조창 임산본 조영숙씨의 평시조 전주풍경과 지름시조로 시작되는 13일은 호남살풀이춤의 최선(무형문화재 제15호) 장인숙씨, 주봉신(무형문화재 제9-2호) 조정옥씨가 판소리 장단의 고법을 들려주고 민소완(무형문화재 제2-10호), 이일주(무형문화재 제2-2호), 조소녀(무형문화재 제2-9호), 김유앵(무형문화재 제2-6호), 홍정택씨(무형문화재 제2-1호)도 전수생 박재연, 고양곤, 조희정, 김선미, 송수라씨와 무대에 선다. 스승의 뒤를 잇는 제자들의 전통지키기 노력이 관심거리. 가장 한국적인 흥겨운 마당이 될 이번 공연은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었다. 12일과 13일(오후 8시) 양일간 전주전통문화센터 국악전용극장에서 열린다. 문의 280-7006~7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2.09.10 23:02

전주시립극단 새 도약, 연극계 신바람 분다

시립극단이 다시 분주해졌다. 지난 4일 전주시립극단 상임연출로 위촉된 장성식 교수(48·백제예술대학 뮤지컬과)의 작업이 시작된 덕이다. 신임 연출이 던진 첫 카드는 ‘業 카르마’(‘카르마’는 범어로 ‘業’을 뜻함). 불교적 해석을 통해 고대 그리스의 비극을 다룬 ‘오이디푸스 왕’을 한국적 정서로 바꾼 작품이다. 그는 이 극을 올 11월 중순 한-베트남 수교 1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 실험연극제’에 올릴 계획이다. 市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그의 표정엔 자신감이 넘치고 의지가 새롭다. “다른 국가의 좋은 공연을 초청, 전주시민에게 소개하고 외국에 전주의 연극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자리를 마련하겠다.”‘業 카르마’는 국제무대로 발돋움하는 전주시립극단의 초석이 될 작품이다. “시립극단은 전주시민을 위해 만들어진 것”을 강조하는 장씨의 의지에는 시립극단의 행보에 대한 여러 의미가 읽혀진다. 그만큼 계획중인 기획도 다양하다.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연뿐 아니라 민간극단과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려는 워크숍도 그 중 하나. 상임연출로 자리잡기 전인 지난 8월, 시립극단 배우들과 ‘한여름밤의 꿈’을 덕진공원 무대에 올려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어낸 그는 전주에서 14년만에 연출한 이 작품을 통해 “시립극단 배우들의 큰 가능성을 찾았다”고 밝혔다. 1985년 시립극단 창단공연 ‘춘향전’의 연출을 맡았던 그는 89년까지 초대 상임연출로 활동하며 ‘육혈포 강도’‘가스펠’‘찰리 브라운’등을 연출했다. 그가 ‘상임연출’을 다시 맡게 된 이유는 단순히 '책임' 때문만은 아니다. “자신의 예술적 성장에 기반이 된 전주, 다양한 문화예술을 가진 전주”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 7개월여동안 계속됐던 시립극단 상임연출의 공백은 그에게 부담을 안겨줄 법하지만 물 흐르듯 자신의 구상을 실현시켜나가겠다는 의지에 시립극단의 변화가 보인다. 요즘 단원들과 연극인들의 프로정신과 시립극단의 위상 등을 화두로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는 그는 개성과 기질이 남다른 연극인들 속에서 배우들과 일치된 숨고르기는 상임연출의 필수적인 덕목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단원들과의 개별면담’은 그에게 중요한 작업이다. 그의 13년만의 복귀에 단원들과 도내 문화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전북연극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 때문이다. 공석으로 있는 단무장은 직무대행을 통해 유지하면서 꼭 시립극단에 필요한 적임자를 찾겠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2.09.10 23:02

김성민 개인전, "지치고 소외된 군상으로부터 읽어내는 '희망'"

지치고 나약한 인간군상. 더 이상 드러낼 것 없이 발가벗은 남자들의 행렬 앞에서 우리는 '생(生)'이 무엇인가를 묻게된다. 젊은 작가 김성민이 자신의 첫 개인전을 통해 절규하듯이 표현해낸 인간존재에 대한 자아의식은 철저한 자기 시련의 체험이자, 현실에 대한 인식으로 비쳐진다. 6일부터 12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는 김성민(35)은 단체ㆍ기획전과 전북미술대전(98) 대상 수상 등을 통해 작가적 역량을 주목받아온 젊은 작가다. "가장 솔직하게 나 자신을 담고 싶었다. 나에게 현실은 고통이고 외로움이며, 소외와 암울함의 연속이다. 그 현실을 주목해 표현하는 것이 내 작업의 중심이다."단색톤에 거친 터치로 횡단하는 그의 화폭은 모두가 ‘발가벗은 남자’가 소재다. 그러나 그의 그림은 누드화의 일상적인 이미지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그는 ‘발가벗은’ 인체의 표현에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전달되는 상징적인 메시지에 주목한다. 한결같이 뼈가 드러나 보이는 마른 체형의 이들 주인공들은 더 이상 성기를 가리거나 드러내는 행위로 관심을 모으지 못한다. 다만 자신들이 처해있는 현실의 고통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흥미롭게도 이들 주인공은 작가의 친구들, 그것도 대부분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람들이다. 김성민은 본격적인 그림작업에 들어선 92년부터 줄곧 남자들의 발가벗은 인체를 통해 자신의 언어를 표현해왔지만 존재의식이나 현실에 대한 자각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더 거칠어지고, 대담해진 터치의 형식적 기법이 강렬해진화폭의 변화 만으로만 보자면 그의 소외의식은 오히려 더 견고해진 것같다. 그는 이 전시에 96년부터의 작품을 내놓았다. 97년 아이엠에프의 여파로 고통을 겪었을 '아버지'들을 향한 심정적 동의도 어두운 이미지를 굳히게 하는데 큰 몫을 했을 터이다. 아름다운 삶의 풍경을 희망하는 관객들에게 이 그림들은 전혀 유쾌하지 않은 대상이다. 그러나 40여점에 등장하는, 한결같이 발가벗은 남자들을 둘러보고 나오는 관객들은 이 작가가 궁극적으로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이 '절망'이나 '외로움'이 아니라 그것을 극복하려는 삶의 의지이고 희망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의 그림이 단순히 개인적 자화상으로만 읽혀지지 않는 이유다.

  • 문화일반
  • 김은정
  • 2002.09.10 23:02

[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죄는 아는 놈이 짓는다

不知者는 不作罪라.부지자 불작죄알지 못하는 자는 죄도 지을 줄 모른다.청나라 사람 조설근(曹雪芹)이 지은 장편 소설인 《홍루몽(紅樓夢)》의 제 28회에 나오는 말이다. 범죄에 대한 보도를 보다 보면 범행 계획의 치밀함에 소름이 끼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사기에 대한 대형 범죄일수록 보통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만큼 그 일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서 범행을 저지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잘 다져진 지식을 좋은 일에 썼으면 얼마나 좋을까? 화랑(畵廊)가에는 가끔 가짜 미술품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그런 가짜 미술품 보다보면 '저 재주 가지고 그냥 정당하게 화가 활동을 하고 미술학원이라도 경영하면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을 텐데......'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오곤 한다. 모조품 제작자의 재주가 그 만큼 뛰어나고 미술실력이 있다는 뜻이다. 도덕이 수반되지 않은 지식은 무서운 것이다. 도덕이 수반되지 않은 의술은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사기극을 벌일 수 있고, 도덕성이 수반되지 않은 능력 있는 공무원은 나라 돈을 얼마든지 빼먹을 수 있다. 그리고 도덕성이 없는 정치인은 나라가 망하더라도 자신은 영달을 누려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완용이 같은 매국노가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알지 못해서 도둑질도 못하는 것을 한스럽게 여긴다거나, 잘 알아서 한탕 해먹는 것을 능력으로 여기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2.09.10 23:02

풋풋한 열정있는 1318들의 연극한마당, 전북청소년연극제

‘풋풋한 열정이 살아 숨쉬는 1318들의 연극한마당’‘똑같은 건 버려, 다른 생각 다른 빛깔로 맞서야지’‘그래, 우리들의 꿈을 펼치자’. 제6회 전북청소년 연극제가 9월 11일부터 16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명인홀에서 열린다. 전북연극협회(회장 박병도)가 주최하는 제20회 전국연극제 부대행사로 열리는 이번 연극제는 미래 전북연극의 주역이 될 고교생들의 신선한 작품과 연출력을 엿보며 전북연극의 행보를 예감하는 소중한 기회다. 올해는 지난 5회대회에서 ‘가시고기’로 최우수상을 수상한 학산정보산업고를 비롯 전주와 무주, 부안, 익산 등에서 12개학교 연극부가 출전해 방학 내내 흘렸을 구슬땀을 털어낸다. 97년 시작된 이 연극제는 그동안 고등학교 연극 동아리를 활성화시키고, 연극인들을 발굴하는데 적잖은 역할을 해왔다. 올해 참가팀도 평균을 웃도는 수준. ‘배우기근’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연극계와 기성연극인들에게는 신선한 충격과 희망을 안겨준다. 이번에 올려지는 작품은 황석영, 이문열 등 기성작가들의 작품 외에도 지난해 연극제에서 우수상과 희곡부문 특별상을 수상했던 김정숙씨(극단 ‘창작극회’ 단원)의 작품 ‘아카시아 꽃잎은 떨어지고…’가 전주여자상업고 학생들에 의해 다시 무대에 선다. 지난해에 비해 청소년들이 직접 창작한 작품들도 상당하다. 해성고 전승기군은 고교생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뽑힌 콤플렉스를 위주로 ‘핸디캡’을, 유일여고 이수현양은 ‘2002년 여름, 더부도 일기’를 내놓았다. 또한 ‘산목’(온고을여고)팀은 공동창작품 ‘다시 찾은 손’을, ‘하제’(호남제일고)팀은 극작가 장진씨의 ‘아름다운 사인’을 팀원들이 함께 각색한 작품 ‘세상 밖으로’를 무대에 올린다. 청소년들의 고민과 꿈이 담긴 창작대본이 같은 또래의 학생들이 연기된다는 것은 연극인을 꿈꾸는 고교생들이 더 적극적이고 다재다능 해졌다는 사실보다 더 큰 의미를 갖는다.이번 대회는 전북도지사상인 최우수작품상 1개교를 비롯 우수작품상 2개교, 장려상 5개교와 최우수연기상 2명, 우수연기상 6명, 지도교사상 2명에게 수상의 영예가 주어지고 특별상으로 희곡 및 스텝분야의 단체 또는 개인에게 전북연극협회장상을 수여할 예정이다.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팀은 10월 말, 전국청소년연극제에 전북을 대표해 참여하게 된다. 전북연극협회 박병도 회장은 “해를 더할수록 대회에 참가하는 청소년들의 열정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청소년 연극제가 전북연극을 이끌어갈 인재를 발굴하고 지역연극계의 활기를 불어넣는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공연문의, 전국연극제 상황본부 063-277-7440.청소년 연극제 일정날짜/시간 학교명(극단명) 작품명9/11 14:00 호남제일여고(하제) 세상밖으로 19:00 이리고(야누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9/12 14:00 온고을여고(산목) 다시 찾은 손 19:00 전주성심여고(하늘 눈) 산국(山菊)9/13 14:00 해성고(P.O.T.B) 핸디캡 19:00 유일여고(ID) 2002년 여름, 더부도 일기9/14 14:00 무주고(해름) 바람 부는 언덕 19:00 전주여고(SINCE1996) 달래강 달래산9/15 14:00 전주여상(ING) 아카시아 꽃잎은 떨어지고… 19:00 학산여자정보산업고(한우물) 옹고집전9/16 14:00 한별고(이데아) 신화1900 19:00 부안여고(극) Sister Act 2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2.09.09 23:02

전주미술치료교육센터 ‘미술치료특강’

현대인의 복잡하고 다양해진 심리적 고통을 덜기 위한 일환으로 예술치료법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음악이나 미술이 장애 치료나 정신질환 치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이들 예술가 어떤 과정과 방법으로 치료를 할 수 있는가는 흥미롭다. 그러나 정신질환 치유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있는 미술치료의 과정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정신장애 환자가 그린 그림이 증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인식 정도가 미술치료에 대한 일반적 상식일 뿐이다.최근들어 정신장애 치료와 아이들 교육에 적극 도입되고 있는 미술치료의 이론과 실제를 접할 수 있는 강연회가 열린다.전주미술치료교육센터(소장 이은진)가 14일 오후 2시 전주시 덕진구청 강당에서 여는 ‘미술치료특강’. 현장에서 오용되고 있는 미술치료의 올바른 이해와 정책모형을 제시, 미술치료 전문인들의 자질 향상과 심신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들의 건강을 돕기 위한 자리다.미국공인 미술치료전문가이자 대구대 대학원 미술치료전공 책임교수인 김동연 박사가 ‘미술치료의 성공과 실패’를 주제로 강연한다. 김박사는 한국미술치료교육연구원을 설립, 미술치료 전문상담가 양성과 그림을 통한 자아인식 치료에 앞장서온 전문가. 강연에 이어 섭식장애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 등 사례발표를 통해 바른 미술치료의 전형도 소개한다.미술치료에 관심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참가 희망자는 전주미술치료교육센터에 접수하면 된다. 063-273-4839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2.09.09 23:02

향기나는 초가을, 전주시향-군산시향 발표회

감미로운 클래식 선율이 초가을 밤을 수놓는다. 가을 향을 전하는 전령사는 10일 각각 발표회를 갖는 전주시립교향악단과 군산시립교향악단.전주시향은 교향곡의 거장 베토벤을, 군산시향은 고전부터 현대까지 아우르는 레퍼토리를 들고 나와 선의의 맞대결을 펼치며 관객들과 만난다.전주시향(지휘 박태영)은 10일 오후 7시 30분 전북대 삼성문화관에서 ‘베토벤’을 주제로 115회 정기연주회를 연다. 서곡 ‘코리올란’을 비롯해 피아노 협주곡 ‘제4번 사장조 작품 58’, 교향곡 7번 ‘가장조 작품 92’등 베토벤의 작품을 선사한다.비인 음악대학에서 음악분석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피아니스트 양우형씨(31)가 협연한다. 양기승 교수(전주대)의 딸인 양씨는 10살때 일찌감치 오스트리아로 유학, 이태리 미켈란젤리 국제 콩쿨 1위를 비롯해 로마 국제 콩쿨 2위, 브람스 국제 콩쿨 등에 입상한 유망주. “고국에서 무대에 오르는 것은 처음입니다. 비엔나에서 한달에 1∼2차례씩 연주회를 가졌지만 떨리네요.”아버지가 있는 전주에서 공연을 가져 기쁘면서도 걱정된다는 양씨는 전주시향이 오랜동안 호흡을 맞춰온 것 처럼 편안한데다 베토벤 곡을 자주 연주한 경험이 있어 전주팬들에게 좋은 음악을 선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개인적으로 브람스를 좋아한다는 양씨는 25일 오스트리아로 돌아가 오는 10월에는 헝가리 국립오케스트라와 협연할 예정이다.군산시향(지휘 신현길)은 같은 날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고전에서 현대까지-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주한다. 제41회 전라예술제 공식 행사로 군산시향이 주활동지역인 군산을 벗어나 전주팬들과 얼굴을 맞대는 자리가 된다.베르디의 서곡 ‘운명의 힘’을 비롯해 김동진의 ‘신 아리랑’, 들리브의 ‘까딕스의 처녀들’, 빌라로보스의 바순 협주곡, 생상의 ‘론도 카프리치오 작품 28’, 그리고 프로코피에프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주한다. 소프라노 김영이씨(전주남중 교사), 바순 연주자 이지영씨(전주시향 단원) 마림바 연주자 장세나씨(KBS교향악단 단원) 등이 협연한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2.09.09 23:02

"전국예술경연대회-어린이 판소리대회", '무늬만 전국대회' 눈총

지난 4일과 5일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린 제3회 전국예술경연대회 및 제15회 전국어린이판소리경연대회가 주최측의 주먹구구식 운영으로 각종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지역 문화예술계의 비난을 받고 있다.명실공히 ‘전국대회’를 표명하면서도 80명도 안되는 참가자가 경연을 벌었는가 하면 주최·후원단체를 사전 협의도 없이 임의로 정해 대회를 치르는 등 공모전으로서 권위는 물론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한 여건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제3회 전국예술경연대회 및 제15회 전국어린이판소리경연대회는 전북국악협회(회장 김학곤)가 주최한 대회. 전국예술경연대회는 판소리와 무용, 가야금병창, 민요, 가악(시조) 등 5개 부문에 걸쳐 일반과 학생부로 나누어 경연을 펼쳤으며 종합대상(상금 50만원)과 각 부문 최우수상(30만원)·우수상(20만원)·장려상을 가렸다. 초등학생이 참여하는 전국어린이판소리경연대회는 대상(50만원)과 최우수상(30만원), 우수상(10만원), 장려상(5만원)을 가리는 대회다. 당초 전국어린이판소리경연대회는 KBS전주방송국이 공동주최하면서 판소리 인재 발굴로 관심을 모았으나 KBS가 손을 떼면서 국악협회가 단독으로 치러왔다. 5일 이들 대회 심사결과를 발표한 국악협회는 전주를 비롯한 춘천 등 각 지역에서 80여명이 참가하고 각부문 심사위원 18명을 초빙, 내실있는 대회를 치러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참가자는 전국예술경연대회의 경우, 69명으로 일반부와 학생부 모두 각 부문 평균 6∼7명에 불과한 안방잔치 수준에 그쳐 장려상까지 포함하면 탈락한 참가자보다 입상한 참가자가 더 많은 실정. 어린이판소리경연대회는 더 심각하다. 전국대회를 내세웠지만 모두 8명이 출전, 5명이 입상하는 기이한 형태의 경연대회가 되고 말았다.더욱이 국악협회는 어린이판소리경연대회에 전북도로부터 문예진흥기금 4백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대회의 실효성과 역할까지 눈총을 받고 있다. 문화예술계에서는 전국규모를 내세운 이런 대회들이 무분별하게 치러지면서 자라나는 국악유망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상’을 빙자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도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올해 문예진흥기금이 사후평가제도를 처음 도입한 만큼 각 단체가 기금을 제대로 활용했는지 철저한 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라며 계획과 다른 내용으로 치러졌을때는 기금의 환수나 앞으로의 기금 지원 중단 등의 조치가 따르게 된다고 밝혔다. 한편 공동주최 단체로 알려진 전북예총은 당초 국악협회와 사전 협의 과정에서 공동주최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국악협회측이 일방적으로 예총을 공동주최자로 명시, 또다른 논란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2.09.09 23:02

[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번역

譯事三難하니 信, 達, 雅라역사삼난 신, 달, 아번역하는 일에 세 가지의 어려움이 있으니 원문에 충실함으로써 얻게 되는 신뢰성 확보와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표달력(表達力)과 뜻을 정확히 전하면서도 아름다움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이다.청나라 말기 개화기에 중국에 서양문학을 소개하는 데 큰공을 세운 문학가인 엄복(嚴復)이 쓴 《천연론(天演論)》〈역례언(譯例言)〉에 나오는 말이다. 흔히 번역을 제2의 창작이라고 한다. 원작의 의미를 완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하여 자신의 목소리로 다시 토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신의 목소리로 다시 토해 내다보면 자칫 원문에 불충실하여 신뢰성을 잃을 수가 있고, 원문에 너무 충실하다보면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수가 있다. 그리고 뜻만 쫓다보면 자칫 너무 딱딱하고 건조한 문장이 되기 쉽다. 이러니 번역하기가 어디 쉽겠는가? 번역을 잘 하기 위해서는 양국의 언어를 이해하고 구사하는 능력도 필요하겠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양국의 문화에 대한 이해일 것이다. 문화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 없이 문자의 표면의(表面意)만을 쫓아 번역해 놓는다면 그것은 결코 번역이라고 할 수 없다. 요즈음 영어를 배우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학생들도 많이 있고 중국어 붐을 타고 중국으로 떠나는 학생들도 많이 있다. 그런데 이들 학생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한심함을 느낄 때가 더러 있다. 단순히 말 몇 마디 하는 것으로서 영어나 중국어를 다 배운 것으로 착각하는 학생들이 더러 있기 때문이다. 그런 영어, 그런 중국어는 아무 짝에도 쓰지 못한다. 진정한 외국어 공부는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에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譯:풀을 역 難:어려울 난 信:믿을 신 達:달할 달 雅:맑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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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2.09.0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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