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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진짜 좋은 음악

진짜 좋은 음악何必絲與竹, 山水有淸音.하필사여죽, 산수유청음.무엇 때문에 실로 만든 현악기와 대나무로 만든 관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이 필요하겠소? 자연 산수가 이미 맑은 음악을 들려주고 있는데....중국 위진남북조시대 양(梁)나라 사람 소명태자(昭明太子) 소통(蕭統)의 시구이다. 어느 날 소명태자는 관료, 문인들과 함께 야유회를 나갔다. 성대한 야유회였다. 관료 한 사람이 나서서 아첨하며 소명태자에게 다음과 같이 권했다. "이렇게 좋은 날, 이처럼 성대한 야유회를 갖게 되었는데 음악이 없어서야 되겠습니까? 제가 여악(女樂)을 몇 명 부를까요?" 이에, 소명태자는 다음과 같이 답하였다."무엇 때문에 여악이 필요하겠는가? 이미 자연 산수가 청아한 소리를 내고 있는데..." 이 대답을 들은 아첨꾼 관료는 몸둘 바를 몰랐다. 자연의 음악을 즐기고 있는 소명태자의 높은 경계 앞에 창기(娼妓)들의 연주나 밝히는 자신의 속물스런 근성을 여지없이 드러내 보였으니 말이다. 요즈음 사람들의 노는 모습도 소명태자 시절의 관료나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오락이라면 으레 술 마시고 노래방이나 나이트 클럽에 가서 고막을 찢을 듯이 들려오는 음악에 맞추어 기성가수의 흉내를 내며 목이 터져라 하고 노래를 부르고 몸을 흔드는 것을 생각한다. 그처럼 시끄러운 음악에 빠져 자연의 산수(山水)가 내는 맑은 소리(淸音)는커녕 오랜만에 만난 친한 사람과 대화할 시간조차 가질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된 오락 문화의 모습인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자연 산수가 내는 청아한 소리를 최고의 음악으로 여긴 소명 태자의 맑은 경계가 그립다. 何:어찌 하 絲:실 사 竹:대나무 죽 ※'絲'와 '竹' :'絲'는 실로 만든 현악기를, '竹'은 대나무로 만든 관악기를 의미한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2.02.28 23:02

全州시립극단 상임연출.단무장.. 사의표명, 공석 운영 불가피

전주시립극단이 다시 상임연출자 없는 상황을 맞게 됐다. 오는 2월말로 임기가 끝나는 고금석 상임연출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당분간 공석이 예고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무장까지 사표를 제출하면서 극단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고금석상임연출은 지난 25일 전주시청에서 열린 시립예술단 운영위 회의에서 사의표명을 공식화했다. 지난해 풍물뮤지컬 ‘하늘잡고 별따세’에 대한 지역공연계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곤혹스러워했던 고씨는 이달말로 2년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명예롭게 퇴진하기 위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지난 99년 2월부터 시립극단 상임연출에 취임한 고금석씨는 서울극단 우리극장의 대표 겸 상임연출을 역임, 78년 제1회 전국대학연극축전에 작품 ‘허생전’을 연출해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역량을 인정받아왔다. 시립극단과는 지난 90년대 중반, ‘만인보’공연작품에 객원연출로 참여하면서 인연을 맺었으며 상임연출로 취임한 이후 ‘광대들의 학교’‘춤추는 모자’‘불타는 소파’등을 연출했다.이현숙단무장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달 중순께 사의를 표명, 시립극단의 실질적인 운영책임자들이 잇달아 떠나는 상황을 맞게 됐다.이에따라 전주시는 시립극단의 후임 상임연출을 선발하기 위해 공개채용에 나서며 단무장은 극단내부에서 적임자를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 문화일반
  • 정진우
  • 2002.02.28 23:02

설명회로 엿본 2002 전주국제영화제

오는 4월26일부터 5월2일까지 7일동안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을 비롯해 덕진예술회관, 전주시내 주요 상영장에서 펼쳐지는 2002전주국제영화제(JIFF2002)는 애니메이션의 무한한 상상력으로 채워진다. JIFF2002 조직위는 27일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개최설명회에서 독립적이고 대안적인 세계각국의 애니메이션작품들을 앞세워 새로운 영화보기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함께 규범과 관습을 넘어서는 영화들에 대한 집요한 관심과 열정, 전쟁과 영화와의 상관관계를 조망하며 ‘대안’과 ‘디지털’의 정체성을 다진다. -JIFF2002 "전쟁을 주목한다" 2002전주국제영화제의 주제는 ‘전쟁과 영화’(War and Cinema). 지난해 9·11테러로 촉발된 전세계적인 전쟁상황과 최근들어 끊이지 않는 국지전을 계기로 전쟁과 영화의 관계를 새롭게 주목하기 위해 전쟁을 화두로 삼았다. 1백90편 안팎의 상영작 가운데 전쟁과 관련된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되고, ‘전쟁과 영화-전쟁기계의 눈, 카메라의 눈’을 주제로 국제학술심포지엄이 마련된다. 한국영화회고전에도 ‘한국전쟁과 한국영화의 모더니티’라는 이름으로 ‘오발탄’에서 ‘짝코’까지 흘러간 한국전쟁영화들을 상영한다. -주요 프로그램2002 전주국제영화제의 주요 프로그램은 크게 세부분으로 구분된다. △메인프로그램= ‘아시아 독립영화 포럼’(Asian NewComers)과 ‘디지털의 개입’(Digital Spectrum)이 경쟁부문으로 치러진다. 비경쟁부문인 ‘현재의 영화’(Cinemascape), ‘한국 영화의 흐름’(Becoming:Korean Features), ‘한국 단편의 선택:비평가 주간’(Korean Shorts:Critics Week) 등을 합하면 모두 5개 부문이 메인프로그램. 우석상인 아시아 독립영화 포럼은 1만불의 상금과 함께 아시아지역의 새로운 영화를 발견하고 아시아 영화의 변화를 이끌어갈 새로운 감독을 발굴한다. 지난해까지 경쟁으로 치러졌던 단편영화부문은 올해부터 비경쟁부문으로 전환된 것이 특징. △섹션2002= 격년마다 열리는 ‘애니메이션 비엔날레’를 비롯해 ‘오마주’와 ‘전주-불면의 밤’, 어린이를 위한 가족프로그램 ‘어린이 영화궁전’등이 마련된다. 오마주에는 이탈리아 네오 리얼리즘의 적자인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Pier Paolo Pasolini)와 미국독립영화의 대모 크리스틴 버천이 초대된다. △특별기획= ‘디지털 삼인삼색’과 ‘디지털 필름 워크숍’ 등이 눈에 띈다. -애니메이션 비엔날레 JIFF2002의 다양한 프로그램 가운데서도 지난 99년에 이어 두번째로 마련되는 애니메이션의 향연이 가장 눈길을 끈다. 인간의 편견과 권위주의를 조롱하는 벨기에출신의 애니메이션거장 ‘라울 세르베 특별전’과 함께 20년대∼90년대 전위적인 작품들을 조망하는 ‘실험애니메이션, 어제와 오늘’, ‘전쟁과 애니메이션’, 러시아 애니메이션 거장을 위한 ‘페도르 키투르크(Fedor Khitruk) 특별전’등으로 세분해 세계각국의 독특하면서도 실험성 짙은 작품들이 대거 소개된다. 체코·일본거장들의 독립단편 애니메이션과 90년대 중반부터 꾸준하게 발전하고 있는 국내 독립단편 애니메이션들도 함께 만날 수 있다. -JIFF 자랑 ‘디지털삼인삼색’ 베니스국제영화제의 ‘새로운 지형’(New Territories)을 비롯해 야마가타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 런던국제영화제,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등 40여개 국제영화제에 초대되며 전주국제영화제의 전령사로 자기를 잡은 디지털삼인삼색이 올해도 어김없이 관객들을 만난다. 올해는 한국의 문승욱을 비롯해 일본의 스와 노부히로, 중국의 왕 샤오솨이감독이 ‘전쟁 그 이후’(After War)라는 주제아래 한자리에 모였다. 왕 샤오솨이감독은 ‘설날’이라는 이름으로 9·11 사태로 빚어진 가족해체를, 문승욱감독은 가상전투훈련인 서바이벌게임과 치열한 생존법칙을 대비시킨다. 올해 ‘나비’로 이름을 알린 문승욱감독은 폴란드 우츠 국립영화학교를 졸업하고 SF적 영상을 섬세하는 그려내는 감독으로 이름높다.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M/Other’로 아시아인디포럼 우석상을 수상하며 전주영화제가 끈끈한 인연을 맺은 스와 노부히로감독은 지난 99년 깐느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연맹상을 수상하는 등 독립적인 방식의 영화만들기에 천착하고 있다. -이 영화를 주목하라 일본의 애니메이션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Sen and the Mysterious Disappearance of Chihiro)가 가장 눈길을 끈다. 소년 치히로가 센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고 괴물과 도깨비들이 즐비한 마법의 온천을 배경으로 겪는 신나는 모험으로 올해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 수상한 명작 애니메이션이다. 제36회 카를로비바리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과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 지난해 덴버국제영화제 크리쥐토프 키에슬로프스키상을 수상한 ‘안녕, 테레스카’(Hi Tereska·감독 로버트 글린스키)와 스웨덴의 ‘새로운 땅’(The New Country·감독 가이르 한스틴 외르겐센),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로 국내에 널리 알려진 마이크 피기스감독의 두번째 디지털 장편인 ‘호텔’등도 빼놀을 수 없다.

  • 문화일반
  • 정진우
  • 2002.02.28 23:02

고창 선운사 대웅보전 불상 위치 논란

보물 제290호인 선운사 대웅보전의 불상 배열에 대한 시비가 일고 있어 불교계와 일반인들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대웅보전은 일반적으로 정중앙의 주존불로 석가모니불을 모시고 양측에 배치된 협시불은 대중구제 법신인 약사여래와 극락세계 교주인 아미타불을 배치한다.그러나 선운사 대웅보전엔 주존불로 비로자나불을 모시고 양측에 석가모니불과 노사나불을 배치하고 있어 문화재 전문가들과 일부 신도들 사이에 이의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이기화 고창문화원 원장은 “현재 선운사 대웅보전 불상은 대적광전이나 대광명전의 불상 배치를 따르고 있어 명백한 잘못이다”며 “이에 대한 역사적 규명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또 선운사를 찾는 일부 불교신도들도 대웅보전의 불상이 잘못 배치되었다는 의견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이에대해 선운사 주지 법현스님은 “일부 신도들이 대웅보전에 모셔진 불상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며 “대웅보전의 불상배치가 어떤 연유로 이루어졌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사찰문화재에 조예가 깊은 김창균 문화재청 전문위원은 “선운사 대웅보전 불상은 대적광전이나 대광명전식으로 배치었으나 역사적으로 종파에 따라 경전이 다르고 모시는 불상에도 차이가 있어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대웅보전이란 현판이 잘못 붙여졌거나 불교계 내부적으로 역사적 불가피성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불상 배치와 함께 불상 뒤편에 걸린 후불 탱화도 불상과 맞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기화 원장은 “좌우 협시불에 석가모니불과 노사나불이란 명패가 붙어 있으나 후불 탱화에는 약사회상도와 아미타회상도가 그려져 있다”고 지적하고 “이에대한 고증과 함께 잘못된 부분은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김경모
  • 2002.02.27 23:02

[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말없이 지키는 약속

말없이 지키는 약속天不言而四時行, 地不語而百物生.천불언이사시행, 지불어이백물생.하늘은 말이 없어도 네 계절을 운행하고, 땅 또한 말이 없어도 만물을 생육한다.이백의 〈상안주배장사서(上安州裵長史書)〉에 나오는 말이다. 하늘은 아무런 말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가 되면 봄을 우리 곁에 데려다 주고 여름을 데려다 주며 가을과 겨울도 어김없이 데려다 준다. 언제 다시 오겠노라는 약속도 없이 봄은 가고 또 언제 왔다는 말도 없이 어느 새 봄은 우리 곁에 와 있다.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가고 그렇게 온다. 땅 역시 마찬가지다. 싹 틔우고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게 하면서도 땅은 아무런 말이 없다 그렇게 큰공을 세우면서도 땅은 결코 생색을 내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어떠한가? 말로써 수 십, 수 백 번씩 약속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손가락을 몇 번씩 걸고 심지어는 입의 말뿐이 아니라, 손의 말인 문자를 빌어 서약서를 쓰고서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약속을 어긴다. 말없이 약속을 지키는 자연에 비해 사람은 잘 지킬 듯이 호들갑만 떨 뿐 실상 제대로 지키는 일은 거의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땅에 대한 인간의 모습도 너무 초라하다. 땅은 만물을 생육하면서도 아무런 말이 없는데 사람은 제 자식을 기르면서도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를 연발하며 온갖 생색을 다 내려고 한다. 부끄러운 일이다. 자연을 보면서 "말없이 실천하는"법을 배우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言:말씀 언 時:때 시 行:다닐 행 語:말씀 어 物:만물 물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2.02.27 23:02

[책과 세상] 나이 일흔에 우리는...

‘인생은 60부터’는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요즈음에는 직업의 정년을 상징하는 환갑(還甲)은 이팔청춘(?)이고, 고희(古稀)에 들어서도 이어지는 왕성한 활동은 어색하지 않다. 평생을 교단에서 보낸 원로교육자 세명이 고희를 기념하는 책을 펴냈다.한올 김영술씨의 시집 ‘고희 찾아 칠백리’(신아출판사)과 수비문학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민태진씨의 고희기념 수필집 ‘인생여정’(신아출판사), 그리고 벽암 송원기씨의 ‘이삭 모아 피운 꽃’(신아출판사). 이들은 70 평생을 살아온 인생 역정, 기쁨과 슬픔, 세월의 깊이가 느껴지는 경험담과 조언을 때로는 시로, 때로는 수필로 엮어 책에 담아냈다.‘고희 찾아 칠백리’는 김씨가 지나온 인생 70의 역경과 풍상 속에 어우러진 내면의 아픔이 ‘나그네’ ‘뜬 구름’으로 표출돼있다. 유유자적하고 행운유수 같은 인간의 삶을 통해 평생을 교사로서, 교장으로서, 교수로서 강단에 서온 김씨의 인품과 박학다식함을 읽을 수 있다.‘인생여정’은 민씨가 초등학생들과 함께 보낸 40년의 어제와 오늘을 수필과 시, 소설 등 글과 사진으로 담았다. 민씨는 ‘교단 회고’와 ‘인생여정’ ‘시 몇 가닥’ ‘여행기’ ‘논픽션’ 등 5부에 걸쳐 작품을 실었다. 교사로서의 사명감, 동심과 천진난만함을 잃지 않는 감수성 등 민씨의 고운 심성이 전해진다.‘이삭 모아 피운 꽃’은 글을 쓴 사람보다 읽는 사람의 생각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고 자신의 글 어느 한 구절이라도 그 누군가에게 ‘한 톨의 밀알’이 되기를 기대하는 저자의 마음이 녹아있다. 세월과 인생, 고향, 교직 생활 등을 수필과 콩트, 시와 시조, 노래 글, 동요 등 다양한 장르로 이야기한 것이 이채롭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2.02.27 23:02

[책과 세상] 공동체 삶의 문화 마을 되살린다.. '마을민속..'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공동체, 마을. 순박한 주민들의 정이 넘쳐나고 그속에서 고색창연한 문화와 전통이 숨쉬며 이어져 내려왔다. 하지만 도시가 발달하고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구성원들도 하나 둘씩 자리를 뜨고 마을도 읍면동으로 쪼개어지고 전통도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갈수록 빛을 잃어가고 있는 마을문화의 살가움과 정겨움을 체계적으로 정리, 보존하려는 움직임이 첫 성과를 냈다. 전북전통문화연구소가 펴낸 ‘순창의 마을입석’. 마을에서 잉태되고 발전한 전북의 문화유산을 되살리기 위해 전통문화연구소가 기획한 ‘마을민속 되살리기’의 첫번째 작업이다.첫번째 결실은 송화섭 소장이 순창지역 마을 구석 구석을 돌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해 집필, 순창지역의 입석을 일목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는 마을입석 보고서다. 마을 문화를 읽어내고 이해하는 코드로서 입석을 활용하고 연구한 결실이다. “누가 언제 세운 것인지 모르는 입석이 무슨 문화재적 가치가 있느냐”는 질문에 “석탑과 당간은 문화재고 입석은 문화재가 아니라는 논리는 궤변”이라고 답하는 송소장은 기능을 상실한 채 마을주민들의 마음속에서 떠나버린 입석들이 겪은 수난사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책에 담아냈다.“마을은 산수(山水)의 형세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취락입지 조건을 갖게되고 그에 따라 수구막이 입석, 골막이 입석, 화재막이 입석, 당산입석, 남근석, 진터입석, 돛대입석 등 다양한 입석이 세워지게 됩니다.”송소장은 순창지역에는 이처럼 다양한 입석과 함께 돌 표면에 문양이 조각된 조형입석, 석불상과 연화도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발견됐다고 밝혔다.성황신상형 미륵입석불인 석불상은 순창읍 순화리와 남계리에서 발견됐으며 연봉오리와 연꽃 연잎 연봉잎 등이 사실적으로 묘사된 석각연화도(石刻蓮花圖)는 팔덕면 산동리 팔왕마을과 창덕리 태촌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이들 입석은 고려시대 풍수비보입석으로 세워진 조각품. 송소장은 이들이 당시 불교문화의 흐름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석불상은 석장생으로, 연봉석은 남근석으로 잘못 소개되고 있는 현실은 우리 사회에서 입석이 왜곡되고 얼마나 푸대접받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증거라는 것.송소장은 입석을 세운 주체와 시기, 목적과 기능, 형태와 조형양식 등 다양한 관점에서 순창지역에 산재한 입석을 조사하고 분석해, 마을문화와 마을 역사를 종합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제공했다.“마을의 민속과 문화, 역사를 정리, 연구하는 것은 우리 전통문화를 복원하는 일과 같습니다.” 송소장에게 마을입석은 그 복원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유적이자 유물이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2.02.27 23:02

[책과 세상] 빛바랜 사진 통해 바라본 향토사 '잊혀져가는..'

누런 사진첩에 끼어 있는 빛 바랜 흑백사진은 추억을 상징한다. 30대와 40대를 넘긴 기성세대에게 그것은 코끝 아련한 옛기억을, 형형색색의 칼러에 물들어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체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 물장구 치는 꾀복쟁이 아이들, 새까만 그을음과 매운 연기가 전매특허인 곤로, 베틀에 앉아 옷감을 짜는 시골 아낙의 모습 등 비록 촌스러워도 정겨운 자취로 남아 있는 옛모습을 담아놓은 사진첩이 나왔다. ‘잊혀져 가는 순창의 모습들’. 순창군이 ‘추억의 옛사진’을 주제로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순창지역의 생활상을 담은 사진을 모아 엮은 사진첩이다.지난날 순창의 모습과 지역민의 삶, 그리고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사진을 수집해 멀지 않은 미래를 위한 역사로 남겨 보존하자는 뜻을 담은 작업이다. 사진 아래 적혀있는 제공자들은 순창군민을 물론 순창을 고향으로 둔 많은 사람들이다. 이들의 정성이 이루어낸 작지만 소중한 순창의 역사인 셈이다.사진첩은 학교생활과 미군이 찍은 8·15 직후의 모습, 옛거리·마을·건물의 모습, 옛 농촌의 생활모습, 영농, 새마을사업과 공동작업, 혼례·회갑·장례 모습, 흘러간 자취, 순창애육원, 군청·읍면사무소 청사 어제와 오늘 등 모두 10개 부문으로 구성됐다. 소꼴을 베러 나간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과 가을운동회, 새마을 사업에 동원된 사람들의 노력 봉사 등을 담은 사진 등은 옛 추억에 풍성함을 더해준다. 나룻배를 타고 건너던 적성면 신월리 마을터나 청년 다섯명만 줄지어도 꽉차는 70년대 후반 순창읍 시장사거리 등 30∼40년전 저자거리와 현재의 모습은 비교해보면 보는 재미가 더욱 쏠쏠하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2.02.27 23:02

[책과 세상] 새로나온 책

*전북문학 207호69년 7월 순수문예지로 창간된 전북문학 제207호. 김중안 박옥금 양병호 전연욱 최승범 등 국내 시인과 일본 시인 들의 시와 최승렬 황필호 김학천 최재범 등 문인들의 산문이 실렸다. 신석정 선생(1907∼1974)의 작품 ‘비사벌초사 일기’가운데 1961년편이 22회째 연재됐다.*나의 그림과 작은 소망한국문인에 ‘억새풀 외길’시로 등단한 오무영 교수(충북대 농공학과)가 펴낸 자전적 수필집. 구상화를 직접 그리는 오교수가 아름다운 풍경을 좇아 산과 바다로 돌아다닌 여행길의 마음과 단상을 옮겼다. ‘어린날의 수채화’ ‘운명과 글씨체’ 등 10개 부문에 걸쳐 83편의 글을 모았다.(신아출판사)*성석 곽영우교수 정년문집성석 곽영우교수(전북대 교육학과)의 정년퇴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자들이 모여 발간한 문집. 곽교수의 글을 비롯해 지금은 전북교육을 짊어지고 있는 그의 제자들이 스승에게 바치는 헌정글들을 모았다. 곽교수 가족의 글과 미네이 마사야, 오까무라 다츠오 등 곽교수와 연을 맺은 일본인들의 글도 이채롭다.*괴테의 폰 쉬타인 부인에게 보낸 편지들독일어 관련 서적을 문고판으로 번역하는 작업을 지속해온 김충식 교수(전주대 독문학)가 펴낸 스물여섯번째 문고판. 자신의 네번째 여인이자 인간적인 스승으로 여기고 있는 폰 쉬타인에게 괴테가 보낸 편지 1백30통을 소개했다.(신아출판사)*나무와 숲을 바라보며사진작가이자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는 백송룡 교장(전주동북초교)이 펴낸 수필집. 45년 가까운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그동안의 허물과 누가 더 많았음을 속죄하는 심정으로 생활의 의미를 되돌아 보고 있다. 여러 편의 글과 사진속에서 올곧은 교육자의 길을 걸어온 백교장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신아출판사)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2.02.27 23:02

[김재윤의 책!책!책!] 디지털시대에 책을 꺼내는 이유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기술의 확산은 우리의 환경을 두려울 만큼 혁신적으로 변화 시키고 있다. 디지털에 기반을 둔 환경으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디지털 시대는 정보의 종류와 양이 급격하게 증가한다. 이에 대한 적응력이 키워지지 않으면 쏟아지는 정보의 늪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된다. 필요로 하는 정보를 얻지도 못하고 쓰레기적 정보에 시간을 빼앗기게 된다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또한 영상매체가 중심이 되는 디지털 시대는 주로 직관과 느낌을 강화하는 반면에 논리와 분석력은 약화 시킬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디지털 환경에 효율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능력과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지식과 정보, 문화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 다시말하자면 적응력과 창의력은 무엇을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얻어질 수 있을까? 나는 그것을 책읽기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환경 속에서는 같은 자원과 자료지만 그 속에 얼마나 고급의 지식과 정보를 넣는가에 따라 그 가치가 사뭇 크게 달라진다. 톤당 석탄은 50불이지만 철은 300불이고 알루미늄은 3천불. 같은 알루미늄이라도 그것으로 단순한 창틀을 만들어 파느냐 비행기로 만들어 파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난다. 반도체가 톤당 80억불인데 비해, 소프트웨어는 400억불이나 되는 것과도 같다. 디지털 환경에서 독서의 역할은 바로 여기에 있다.그동안 우리사회는 좋은 컨텐츠 없이 도구의 생산에만 급급해왔다. 또한 뿌리와 줄기를 튼튼히 하지 않은 채, 오히려 뿌리와 줄기를 잘라내면서 열매 따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으로는 결코 좋은 열매도 달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는 갈수록 황폐해지게 된다.기술이 발달할수록 독서의 역할은 커지고 그 영역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독서는 적응력과 창의력, 상상력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독서는 거침없이 날뛰는 기술을 잘 다스리는 창의적인 사람을 만들수 있다. 자신의 손에 놓여진 책이 나를 도구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 되게 하고, 나의 삶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탐라대학교 출판미디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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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2.27 23:02

[교육] 도내 첫 국내외大 학위 동시 취득.. 정화영씨 '화제'

4년간의 수업연한동안 국내대학과 외국대학에서 동시에 학사학위를 받은 졸업생이 도내에서도 탄생했다. 지난 25일 우석대 중국어학과를 졸업한 정화영씨(24). 우석대와 학점교류 협정을 체결한 중국 흑룡강대에서 이미 학사학위를 취득해 놓은 정씨는 도내 대학 최초의 국내·외 대학 공동학위 수여자로 기록됐다.97년 이 대학에 입학한 정씨는 2학년 과정을 마친 99년3월 중국에 유학, 어학연수 과정을 거쳐 곧바로 2년간의 우석대 학점을 인정받아 흑룡강대학 3학년에 편입했다.흑룡강대학 한국어학과에서 학점을 이수한 정씨는 지난 1월 학위를 취득한데 이어 우석대에서도 중국 대학에서 취득한 학점을 인정받아 학사학위를 따낼 수 있었다.유창한 중국어 실력을 자랑하는 정씨는 조만간 중국으로 다시 유학, 석사과정에 진학할 계획이다.한편 우석대는 도내 대학중에는 최초로 4년 수업연한 동안 국내·외 대학서 동시에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2+2 공동학위제’를 본격 도입, 지난해 11월 자매결연 대학인 중국 산동사범대학과 공식 협정을 체결했다. 대학가 국제화바람속에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공동학위제’는 학점교류협정을 체결한 대학끼리 2년동안 상대방 대학에서 취득한 학점을 상호 인정, 양교에서 학위를 수여하는 제도로 지난 2000년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이듬해부터 공식 허용됐다.

  • 문화일반
  • 김종표
  • 2002.02.27 23:02

[교육] 대학가 소식

- 복학생 등록금 인상차액 안받기로복학생들의 등록금을 놓고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논란을 전북대가 제도변경을 통해 말끔히 해결, 타대학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북대는 26일 복학생들에 대한 등록금 인상차액 납부제도를 올해부터 변경, 등록금을 납부하고 일반휴학한 학생이 복학할 경우, 등록금이 인상돼도 그 차액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종전에는 군입대 휴학이 아닌 경우, 휴학전에 납입한 금액보다 복학할 학기의 등록금이 증액된 경우에는 그 차액을 납부하도록 규정돼 학생들과 잦은 마찰을 빚어왔다. 다만, 휴학후 전과시험에 합격하여 다른 학과로 복학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 전주기전여자대학 사회교육원 수강생 모집 전주기전여자대학 사회교육원은 다음달 11일부터 6월28일까지 실시되는 2002학년도 1학기 수강생을 모집한다. 원서접수는 다음달 11일까지며 교육대상은 직장인과 학생·주부등 제한이 없다. 이 대학 사회교육원은 어린이 영어지도사와 아동미술실기 지도사·풍선아트 전문가·유아체육지도자등 민간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전문지도자 양성 교육과정을 개설해 놓고 있으며 학점은행제도 운영하고 있다. 고교졸업 이상 학력 소지자를 대상으로 하는 학점은행제는 80학점이상 취득시 전문학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제도로 적령기에 고등교육 기회를 갖지 못한 직장인들이 기간과 시간에 제약받지 않고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밖에도 전주기전여대 사회교육원에서는 피아노 조율사 직업교육과정과 정부에서 지원하는 ‘e-korean’교육을 실시한다. - 전주대, 정통부 IT지원학과 선정 전주대 정보기술컴퓨터공학부가 2년연속 정보통신부 IT(정보기술)관련학과 지원사업 대상학과로 선정돼 3억1천5백만원의 지원금을 받게 됐다. 이에따라 대학측은 IT학과 특성화를 위해 첨단 기자재를 구입하고 우수 교수를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계획과 산·학·연 연계방안을 수립할 방침이다. 컴퓨터공학과 관계자는 이에대해 “지난해 교과과정을 실무위주로 재편한 데 이어 최신 실험실습 장비를 도입,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게됐다”면서 “취업률 향상과 대학 경쟁력 제고·우수 신입생유치등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한 이 대학 도시공학과도 정보통신부로부터 2002년도 비IT학과 교과과정 개편 지원사업 GIS(지리정보 시스템)특화 사업자로 선정돼 1억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원광대학교 정년 퇴임식 개최 원광대학교 교직원 정년 퇴임식이 27일 오후 송천은총장을 비롯한 교직원 등 2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숭산기념관에서 열린다. 28일자로 정년 퇴임을 하는 교직원은 인문대학 유영수교수를 비롯 한의과대학 한상환교수, 사회과학대학 심대섭교수 등 3명과 야간교학처 하태혁부처장 등 3명으로 모두 6명이다.

  • 문화일반
  • 김종표
  • 2002.02.27 23:02

[교육] 도내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분주'

대학 등록일정을 마친 캠퍼스의 예비 새내기들이 봄 채비에 바쁘다. 캠퍼스 생활을 안내하는 일률적 행사에서 벗어나 향토사랑 기행과 새내기캠프, 역사·환경 테마기행 등으로 다양화 되고 있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일정이 빡빡하게 잡혀있기 때문. 대부분의 대학들이 대학본부에서 마련하는 공식 행사외에 각 단과대학 학생회가 주관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학과별 행사까지 준비, 새내기 신고식을 톡톡히 치러낼 계획이다. 학과별 오리엔테이션을 이미 끝낸 전북대는 28일 대학본부 주최로 교내 문화관에서 열리게 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앞두고 27일까지 단과대학 학생회별로 2박3일 일정의 테마기행을 실시하고 있다. 순창 회문산과 전남 해남·덕유산·임실 성수산자연휴양림등에서 열리고 있는 단과대학 오리엔테이션은 단순한 레크리에이션이나 장기자랑·캠프파이어 등에 그치지 않고 요리경연대회·야간행군·담력훈련·퀴즈쇼등 신세대 새내기들의 관심을 끌만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또 새만금 갯벌탐사와 허준 유배지답사·구미공단 산업시찰·대안학교 탐방 등 주제가 있는 향토기행도 관심을 끈다. 전북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새내기들에게 보다 많은 기억을 남겨주기 위해 단순한 대학생활 안내외에 테마기행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며 “단과대학별로 차이가 많지만 대체로 신입생의 절반정도가 학생회 주관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원광대는 26일부터 28일까지 3일동안 각 단과대학별로 나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한다. 각 단과대학과 학생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 행사에서는 동문 특강과 함께 교수와의 간담회도 마련된다. 또 학사운영에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됨에 따라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부여하는 시간도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우석대는 다음달 4일 전체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한 후 각 단과대학별 행사를 연이어 진행하게 되며 전주대는 오는 27일부터 이틀간 새내기들을 소집한다. 전주대는 특히 오리엔테이션 기간중에 학부모 초청 간담회를 마련, 관심을 모으고 있으며 새내기들에 대해서는 이 대학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생애개발 프로그램과 인성·적성검사를 실시한다. 또 손짓사랑회의 수화공연과 그룹사운드 공연·백마응원단의 응원시범등 각 동아리 회원들의 새내기 환영 행사가 펼치지며 신입생 장기자랑 시간도 마련된다. 전주기전여자대학은 오는 28일오전 전주화산체육관에서 입학식을 치르고 곧바로 용인 에버랜드로 출발, 1박2일 동안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한 후 다음달 4일부터 정규수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 문화일반
  • 김종표
  • 2002.02.27 23:02

[문화게릴라] 전주단평영화협회

불과 몇년 전만해도 전북은 영화에 관한한 불모지였다. 이미 고인이 된 이강천감독과 탁광씨(전 전북영화협회장)를 중심으로 50년대와 60년대, 전주가 충무로에 버금가는 영화생산지였다는 자부심이 무색했을 만큼 영화의 변두리였다. 전주가 비로소 영상도시로의 청사진을 다진 것은 지난 99년 전주국제영화제(JIFF)가 고고성을 터트리면서부터서다.그리고 JIFF가 뿌린 지역의 영화인프라를 텃밭삼아 전주단편영화협회가 결실이 됐다.영화제작의 저변을 넓혀가는 첨병들인 이들은 영화제작의 중앙집중화를 극복하고 ‘영화의 문호는 모든 이들에게 열려 있다’는 가능성을 심어주고 있는 문화게릴라다.전국을 통틀어 영화제작단체라야 서울, 대전, 대구, 부산 등에 불과하고 그나마 중소도시에는 전무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주를 기반으로 한 자생적인 영화제작단체의 출범은 의미가 남다르다.2000년 12월 조시돈대표(42·전주효문여중 교사)를 비롯해 김정석(29), 유영수(32), 김은혜(28), 김희(23), 신귀백씨(45)를 주축으로 발족한 전주단편영화협회는 이제 식구수를 약 70명으로 늘리고 영화운동의 밀알임을 자임하고 있다. 갓 스무살을 넘긴 김반지·장광수씨부터 50대인 윤석래씨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전주국제영화제의 디지털필름워크숍 수강생들이 협회출범의 모태가 됐다. 1기출신 가운데 조대표를 비롯한 13명이 합류했고, 전주영화제 자봉출신인 김정석씨를 비롯한 영화매니아들이 합류해 근간을 이뤘다.협회는 15개월째라는 일천한 연륜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소모임을 두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영화를 만드는 교사모임’과 ‘시네마팩토리’(Cinema Factory·일명 시팍), ‘학생영화모임’등으로 특화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역내 영화네트워크화를 지향하겠다는 협회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이들의 제작한 영화편수도 만만치 않다. 지금까지 ‘싸발놈’(연출 김정석)을 비롯해 ‘만경강’(연출 조시돈), ‘거리’(연출 노윤) 등 20여편의 디지털 6㎜단편영화가 배출됐다. 아직 수도권지역에 비하면 열악하지만 전주의 영화광들이 ‘그들만의 영화’를 양산하고 있다는 점은 이들의 자부심이기도 하다.영화제작은 협회내에 시네마팩토리가 가장 활발하다. 최광석씨를 비롯한 10명이 활동하고 있는 시팍은 지금까지 10여편의 영화를 발표, 협회의 영화제작열기를 달구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정낙성교사 등 20여명의 도내 중등교사들로 구성된 영화를 만드는 교사모임도 지난해말부터 영화제작 노하우를 교육현장에 접목시키고 있다. 이 모임은 다음달께 ‘영상교육연구회’로 이름을 바꾸고 교사들의 시각으로 제자들과 교육현실을 담아내는 영상물을 제작할 계획이다.김정석씨는 “회원들의 작품이 서울지역에 비하면 아직 내러티브나 촌철살인의 주제의식이 뒤떨어진다”면서도 “영화에 대한 열의 만큼은 어느 지역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협회가 영화제작과 함께 심혈을 기울이는 행사가 전주시민영화제다. 다음달이면 제2회를 맞는 시민영화제는 회원들을 비롯한 영화동호인들이 십시일반으로 후원금과 자금을 모아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시민중심의 영화제다. 내가족과 이웃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영화들을 일반에게 선보이는 연결고리이기도 하다.“도시규모나 정서면에서 전주 만큼 단편·독립영화에 적합한 도시도 드물다”는 조시돈대표는 “전주가 단편·독립영화의 메카로 도약한다면 결국 한국영화의 중심지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전주단편영화협회가 ‘영상도시 전주’를 앞당기는 주역이 되겠다”고 말했다.그런 만큼 협회가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와 넘어야할 장벽이 높다. 무엇보다 지역민들에게 독립영화에 대한 비전과 확신을 심어주는 일이 절실하다. 협회사람들이 ‘올해안에 뭔가를 보여주겠다’며 의지를 다지는 것도 굳이 지역의 영화매니아들에게 서울지역을 기웃거리지 않아도 단편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이들이 오늘도 디지털카메라와 촬영장비를 들고 지역을 누비는 동안 영상도시의 밑그림이 더욱 튼실하게 그려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 문화일반
  • 정진우
  • 2002.02.27 23:02

[즐거운 학교] 글마당

다이고로야 고마워나는 동물을 좋아한다. 애완 동물을 기르고 싶어하지만, 어머니께서 못 기르게 하셔서 한번도 애완 동물을 길러 본 적이 없다.그래서인지, 장애 동물이라도 기르고 싶다. 장애 동물은 다 보통동물보다 생명이 짧다고 한다. 장애 동물을 보면 너무 가엾어 보인다. 저절로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기운이 없어지고 눈물이 글썽거린다.‘왜 저렇게 태어났을까?’더 이상 볼 수가 없어 다른 곳으로 뛰쳐나갔다.이 책에서 나오는 다이고로도 장애 원숭이다. 그런데도, 그 장애를 가지고 꿋꿋이 살아가려는 그 마음이 나에게 감동을 주었다.사람들 품속에서 살아갔던 다이고로는 2년 4개월이라는 짧은 인생을 씩씩하게 살아갔다.나도 다이고로처럼 꿋꿋이 살아가야겠다. 또 항상 씩씩한 모습으로 살아가야겠다. 나에게 꿋굿하게 살아가라는, 항상 씩씩한 모습으로 살아가라는 교훈을 준 다이고로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다이고로야, 정말 고마워, 나는 나에게 교훈을 주었어. 그 교훈을 오래오래 간직할꺼야” / 장인기 (전주 인봉초등 3학년) 우리아빠훌륭한 우리 아빠!너무 멋있어요우리 아빠는 나를 좋아하고나는 아빠를 좋아해요.무서운 우리 아빠!내가 거짓말하고 말 듣지 않을 때호랑이로 되지만그래도 아빠를 좋아해요나와 같이 놀아주고나를 타이르시는 아빠!나는 아빠를 사랑해.아빠도 나를 사랑하겠죠? / 이수빈 (전주교대 군산부설초등 1학년) 겨울나무앙상하게 가지만 남은겨울나무우리를 시원하게 해주고열매를 키우고그래서 지친 겨울 나무매서운 바람이 불어와도자리를 지키고꿋꿋하게 늘 서있는겨울 나무가 고맙습니다 / 한승희 (전주교대 군산부설초등 2학년)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2.02.27 23:02

[즐거운 학교] 교사일기 - 웃음

운동장 가득 아이들이 나왔습니다. 살포시 다가서는 햇살만큼이나 아이들의 활짝 웃음이 따스해 보였습니다. 그 운동장 안에는 작년에 함께 공부하며 생활했던 ‘우리반’아이들도 보였는데, 차마 반가워서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6학년이 되면 혹시 거칠어지지는 않을까? 차가운 모습은 아닐까? 물가에 내 놓은 아이처럼 걱정스럽기만 했는데, 너무도 밝은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모든 것이 감사했습니다. 제 볼에 아 앉은 햇살이 그 아이들의 꿈과 사랑으로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벌써 이런 생각한 지 1년이 다 되어갑니다. 그동안 큰 말썽을 피웠던 아이도 없었고 아주크게 아파서 친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아이도 없고 아주 평범하지만 소중하게 자라 주었답니다.우리반 판석이는 통통했던 아이였는데 이젠 볼살이 빠져 더욱 의젓하게 보이고, 영주는 키가 훨씬 자라 더욱 멋져졌습니다. 다혜는 마음이 많이 성숙해져 자신이 알아서 모든 일을 처리하는 책임감 있는 아이로 자라주었고, 홍이는 1년사이 성적이 많이 올라 보람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민관이는 말을 아주 잘 듣는 아이로 변했고, 경민이와 다미는 다른 친구들을 잘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으며, 인호는 그 소원하던 다리수술을 받고 씩씩하게 학교를 잘 다니고 있습니다. 성봉이와 성수는 다른 친구들 앞에서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내놓을 수 있는 아이로 자랐고, 남이는 수학을 아주 잘하는 학생이 되었으며 가현이는 선생님이 아플 때 역을 줘 너무 감동하였답니다. 또 은희는 느긋한 성격과 달리 공부를 잘하였고, 인수는 좀더 활발하게 동현이는 좀더 얌전하게 되었지요. 푸른이는 자신이 잘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게 되었고, 상진이는 책을 많이 읽는 아이로 자라주었으며, 용진이와 병구는 성실 너무 성실해서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은 아이가 되었답니다. 진위와 미선이는 성적이 많이 올랐고, 고다미는 많이 연약했는데 튼튼해졌고, 유진이는 합기도 1단을 땄답니다.주애는 센스가 넘치는 아이가 되었고, 훈이는 눈물이 적은 아이로 유미는 키가 큰대신 날씬해졌답니다. 정헌이는 의리 넘치눈 멋진 아이로 자랐고, 마지막으로 선생님은 웃음이 많아 졌답니다.아이들이 있기에 미래는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이지영 (고창 흥덕초등)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2.02.27 23:02

[즐거운 학교] 우리학교 자랑 - 고창 강호상공고

농촌학교·실업계고라는 2중적 어려움속에서도 대도시 학교 부럽지 않은 진학·취업률을 자랑하는 학교가 있다. 첫 졸업생부터 올 졸업생까지 19년 연속 취업 희망자 모두가 직장을 잡는 ‘1백% 취업률’ 진기록을 이어가는 고창 강호상공고.이학교는 올 졸업생 2백70명(남자 1백31명, 여자 1백39명)중 취업을 희망한 1백44명 전원의 취업이 끝난 상태다. 삼성반도체에 10여명이 취업한 것을 비롯, 하이닉스반도체, 현대 오토넷 등 대기업을 포함한 여러 기업에 걸쳐 있다. 이학교의 취업률 1백%는 올해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IMF 직후 각 기업의 구조조정 속에 대도시 학교 조차 취업문을 뚫기 어려운 시기에도 이학교는 1백% 취업률을 자랑했다. 이같은 배경에는 이학교만의 독특한 교육과정과 노하우가 자리하고 있다.이학교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내고 한 발 앞서 이를 교육과정에 담아왔다. 대표적인 교육과정의 하나가 ‘마케팅 실무교육’. 교육부가 실업교육 활성화 차원에서 최근에야 도입한 ‘비즈쿨’과 같은 제도를 이학교는 벌써 20년전인 개교때 도입 운영했다.학교내 상설 매장을 만들어 대기업 상품들을 취급하고, 체험실습 활동으로 학생들이 대기업 상품들을 직접 판매했다. 마케팅 체험실습 기간에는 책 대신 대기업 상품들을 책가방에 넣고 다니며 인근 정읍·장성 등지로 마케팅 활동을 벌였다. 이학교 학생들은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적극적 마인드를 갖게 되고, 기업들도 이학교 졸업생이라면 ‘보증수표’처럼 여기게 됐다.마케팅 훈련으로 학기초를 시작했던 이학교는 2년전부터 교육내용을 바꾸었다. 마케팅 훈련만으로는 오늘난 사회와 기업 등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을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충효극기훈련’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대체했다.겨울·여름으로 나누어 연간 2차례 실시하는 이훈련 과정은 학년별·전공별 특성을 감안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신입생의 경우 인사예절, 가창훈련, 명상시간 등을 통해 ‘됨됨이’와 자신감을 불어넣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장 실습을 앞둔 학생들에게는 직장예절교육이 포인트. 한 번에 2박3일 일정으로 잡혀있는 이 과정을 위해 전체 교사들이 교관으로 나서고 있다. 올 겨울 훈련도 오는 3월5일부터 7일까지로 예정돼 있다. 신입생 교육장은 지극한 부모 봉양에 감동을 받아 샘이 만들어졌다는 전설이 간직된 고창군 신림면 ‘효감천’으로 잡혀 있다. 이학교는 이같은 인성교육의 바탕위에 수준별 교육과 기능교육에도 열심이다. 진학반과 취업반으로 나누어 본인의 희망대로 교육을 실시해오고 있다. 올 서울대 정시모집에 첫 합격자를 내는 등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에게는 그에 맞는 ‘맞춤식 교육’을 한다. 취업반들에게는 기능 자격을 딸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6개 이상 기능을 딴 학생들에게는 다기능장상을 줘 기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전체 학생이 졸업때면 최소 2개 이상 자격증을 따왔으며, 보통 4∼6개, 많게는 11개 자격증까지 획득하는 학생도 있다는 게 학교 관계자의 이야기다.이학교 교무부장은 “실력이 뒤떨어진 학생들의 경우 진학이나 취업에 실업계 고교가 유리한 점을 흔히 간과하는 것 같다”며, “학생들의 진로는 학교와 교사가 얼마만큼 책임감과 보람을 갖고 지도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02.02.27 23:02

[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하늘은 이불, 산은 베개...

하늘은 이불, 산은 베개, 달은 촛불, 구름은 병풍.天衾地席山爲枕, 月燭雲屛海作樽. 大醉居然仍起舞, 却嫌長袖掛崑崙.천금지석산위침, 월촉운병해작준. 대취거연잉기무, 각혐장수괘곤륜.하늘은 이불, 땅은 깔 자리, 산으로 베개삼고, 달은 촛불, 구름은 병풍, 바다로 술 동이 삼아, 크게 취해 일어나 춤을 추나니, 내 긴 소매 자락 곤륜산에 걸릴까 염려되는구나.김제 만경 출신으로서 조선 중기의 명승이었던 진묵대사(震默大師)의 시이다. 가슴이 다 후련하다. 아무 곳에도 매인 바 없이 훨훨 날 듯이 사는 절대 자유인의 노래이다. 중국의 시인인 이백은 일찍이 "푸른 하늘을 한 장의 종이로 삼아 내 뱃속의 시를 다 써보고 싶다"고 자못 호언을 하였었는데 진묵대사의 이 시에 드러난 기상과 자유 정신은 이백의 그것보다도 훨씬 더 한 것 같다. 진묵대사의 집은 자연 그 자체였다. 그렇다면 하늘과 땅은 진묵대사에게만 이불과 깔 자리를 제공하였을까? 아니다. 결코 그렇지 않다. 하늘과 땅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이불과 깔 자리를 주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땅과 하늘과 산과 바다와 구름과 달빛을 제대로 누리지를 못하고 몇 평 아파트를 집이라고 사놓고서 그 아파트에 갇힌 채 알량한 비단 이불이나, 고급 양주 몇 병만을 소중하게 여겨 그것을 지키려고 애를 쓴다. 애석한 일이다. 우리는 하늘, 구름, 달빛, 산, 땅.... 모든 자연이 다 내 것임을 알아야 한다. 자연 앞에서 우리는 다 부자인 것이다. 다만 그것들을 누리고 즐기려는 절대자유의 정신이 없기 때문에 달과 구름과 산과 바다를 모두 내 것이 아닌 것으로 여기고 있다. 마음을 열고 절대 자유를 지향해 보자. 우리는 금새 온 세상을 다 가진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衾:이불 금 席:깔 자리 석 枕:베개 침 燭:촛불 촉 雲:구름 운 屛:병풍 병 樽:동이 준 醉:취할 취 居:살 거 仍:이에 잉 起:일어날 기 舞:춤출 무 却:오히려 각 嫌:꺼릴 혐 袖:소매 수 掛:걸 괘 ※'崑崙'은 산 이름.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2.02.2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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