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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게 피어오르는 산골짝의 선율.. '가수 예민 산골콘서트'

'풀잎새 따다가 엮었어요, 예쁜 꽃송이도 넣었구요…’가수 예민(35·본명 김태업)의 산골콘서트를 통해 새어나오는 함박웃음과 아지자기한 선율이 도내 곳곳을 물들이고 있다.지난 20일∼22일 임실 마암분교와 옥정분교 등에서 초미니 콘서트를 가진 그는 27일 김제시 백산면 수월분교에서 다시 무대를 열었다. 28일에는 군산시 대아면 광산분교에서 분교공연 릴레이를 잇는다.특히 김용택시인이 있는 마암분교에서의 음악회는 하늘에서 펑펑 쏟아지는 눈을 배경삼아 23명의 고사리손들이 함께한 소중한 무대였다. 예민은 어린이들에게 요들송을 들려주고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미기도 하면서 아름다운 시간을 만들어갔다. 이윽고 자신의 히트곡 ‘산골 소년의 사랑 얘기’가 잔잔히 울려 퍼지자 아이들은 해맑은 웃음으로 화답했다.장소를 달리하며 열리는 무대지만 예민씨와 아이들은 처음 대면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형제·오누이지간 처럼 다정하게 어울린다.아름다운 노랫말과 감미로운 선율로 적지 않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예민씨는 지난 92년 ‘산골소년의 사랑이야기’를 발표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시애틀의 코니쉬예술종합대 현대음악 작곡과를 거쳤다. 지난해 귀국한 그는 네번째 앨범 ‘나의 나무’를 발표하고 지난 9월부터 전국에 있는 분교를 찾아다니며 작은 음악회를 열고 있다. 앞으로 1백20곳의 산골분교를 찾아다니며 초미니콘서트를 가질 계획.“가수로서 사회에 기여하는 방안이 없을까 하는 의문에서 산골 분교 콘서트를 시작하게 됐다”는 예민의 매니저 이충선씨는 “어렵게 시작한 음악회지만 아이들의 반응이 좋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정진우
  • 2001.12.28 23:02

스승의 창작열정에 바치는 '학연전'

음악계에서는 평소 따르고 존경하던 스승이나 선배에게 바치는 헌정앨범이 종종 제작된다. 문학분야에서도 헌정서 발간이 간혹 잇따른다. 하지만 미술 분야에서는 그런 전시회가 드문 편이다.원로서양화가 하반영 선생(84)에게 제자들이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전시회가 열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25일부터 31일까지 전주 리베라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학연전. 스승의 화풍을 계승하고 변화를 추구해온 탁무송(61)·강정진(48)씨가 팔순을 훌쩍 넘긴 하씨를 초대, 함께 하는 사제전이다. 반영미술상을 제정, 후학들의 창작활동을 북돋우고 있는 하씨와 스승의 뜻을 좇아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추구하는 두제자가 그림으로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만남의 자리다.서양화가면서도 서예와 한문, 한국화 등에도 뛰어난 필력을 보여온 하씨는 팔순을 훌쩍 넘긴 노령에도 붓을 놓지 않고 예술적 열정을 불사른 근작 11점을 선보인다. 빨강 노랑 등 원색을 사용해 강렬한 인상을 던졌던 이전 그림과는 달리 ‘빛’을 주제로 자연을 표현한 작품들이다. 어둠을 밝혀주는 한줄기 빛은 마음까지 와닿을 정도로 대담하고 강렬하게 다가온다. 하씨의 화실에서 그림을 시작한 탁씨는 재료의 두툼한 질감이 살아있는 유화세계를 선보인다. 자연과 정물의 형태와 윤곽선을 굵게 처리한 작품에는 색채주의 미학이 담겨진다. 구상작가 강씨는 섬세하면서도 감각성이 돋보이는 회화세계로 관객을 초대한다. 어디선가 봤음직한 붉게 타오르는 가을 산자락과 봄꽃이 만발하는 들녘이 캔버스속에서 새록 새록 피어난다. 인생의 황혼기에도 붓을 놓지않는 원로화가의 열정과 노스승을 섬기고 포근하게 감싸안으려는 제자의 올바른 마음가짐을 화폭을 통해 만나는 즐거움이 적지 않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1.12.28 23:02

살갑고 정겨운 옛지명 되살려냈다

싸전다리 사정물 장승백이 꽃밭정이 무랑물 모래내 심방죽거리 명짓골 감나무골….지금은 세간에 오르내리지 않지만 전주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았던 옛사람들의 삶과 생활상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전주의 옛지명들이다. 하지만 일제시대를 거쳐 도시화와 산업화가 급격히 진행된 오늘의 전주에서는 아쉽게도 이들 지명을 찾아 볼 수 없다.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유산, 그리고 민중의 삶이 녹아있는 옛 지명은 사라지고 산업도시화에 서서히 물들며 전통을 무시한 지명들이 범람할 뿐이다.땅이름을 연구, 조선말부터 현재까지의 전주 모습을 복원한 책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북언어문화연구소 김규남(40)·이길재(37)박사가 공동 집필한 ‘지명으로 보는 전주 백년Ⅰ’. 김씨와 이씨가 1년에 걸쳐 지형을 답사하고 증언을 채집해 쓴 ‘전주 1백년 보고서’다. 천년고도다운 특성을 담고 있는 지명들은 수백년동안 사용되어 왔지만 불과 20∼30년 사이에 사라졌거나 묻힐 위기에 처해있다가 이번 김씨와 이씨의 작업에 의해 되살아난 것만 6백개가 넘는다. ‘무랑물’은 백제시대부터 불렸던 지명. 전주고와 전주동초교 사이의 마을을 지칭한다. 무랑말·물왕물·수왕촌(水王村) 등으로 불렸던 이 이름은 마을 가운데 자리한 공동우물의 물이 맑고 맛이 좋아 붙여졌다고 한다. ‘간납대’는 역사적 사건이 지명으로 굳힌 예. 리베라호텔 맞은편 구 전주공전터를 지칭하는 지명으로 병자호란 당시 사간과 헌납을 지낸 이기발 이흥발·기발 형제가 벼슬을 버리고 돌아와 은거한 것을 기리며 생겼다. 지형적 특성을 반영한 이름도 있다. ‘가르내뜰’은 삼천과 전주천이 하나되는 곳, 가르내(지금의 추천)와 가련산 사이의 들판을 이르며 용머리고개·잉어바우 등 산과 들, 바위의 특성을 반영한 지명도 숱하게 많다.그러나 이즈음의 전주시내 지명들은 도시화·산업화에 묻혀 ‘00 1차 아파트’ ‘XX2차 아파트’등 건설회사 이름만으로 통일·획일화 하고 있어 문화적 손실이 막대하다는 것이 이들 연구자의 지적이다. 보편성보다는 개별성을 가져야 할 지명이 지역적 특성과 독창성을 잃어버린 채 아무렇게나 불리면 결국 지역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김규남씨는 “한번 정해진 지명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세간에 회자되고 유지된다”며 “고유 지명을 알고 활용하는 것은 지역민들이 자기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가지는 과정이자 전주를 생명력 있는 도시로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1.12.27 23:02

전주세계소리축제 '새판짜기'

올해 축제의 콘텐츠를 전담했던 강준혁예술총감독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내년 8월24일부터 9월1일까지 9일동안 열리는 제2회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새로 구성되는 집행부에 의해 추진된다. 조직위는 강감독의 퇴진을 계기로 소리축제 정체성찾기에 대한 장기적이고 심도깊은 대책마련을 서두르는 한편 지역민들의 독특한 정서를 담아내기 위한 다양한 의견수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강감독의 퇴진은 26일 소리축제 조직위원총회에서 거론된 연구위원회의 기능강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조직위안팎의 해석이다.제1회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우리 소리를 중심으로 다양하고 풍성한 소리의 만찬을 펼쳤지만 백화점식 나열로 축제의 정체성을 담아내지는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게다가 강준혁감독과 함께 축제의 콘텐츠를 전담했던 기획국직원들의 역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잦은 마찰을 빚으면서 조직의 근간을 위협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이에따라 조직위가 내년 축제를 준비하기 앞서 기획국직원들의 재계약포기와 연구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안을 마련하자 강감독이 전격적으로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소리축제의 정체성찾기 실패에 대한 지역여론의 비판이 이어진 것도 강감독이 퇴진하게된 배경으로 알려졌다.한편 이날 조직위총회에서는 지난 99년 구성된 조직위원들이 수적으로 방대해 회의진행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지적에 따라 시·군문화예술계 인사를 망라해 조직위를 재구성할 것을 의결하는 한편, 상임위원과 연구위원을 각각 10명, 15명 내외로 재정비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또 조직위의 임원임기를 상임위원의 경우 현 3년에서 2년으로, 위원은 2년으로 개정키로 했다. 특히 이날 총회에서는 차기 조직 구성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천이두조직위원장과 송기태부위원장, 김남곤상임위원장을 제외한 조직위원 전원이 사퇴, 주목을 끌었다. 조직위원들이 전원 사퇴함에 따라 27일 긴급회의를 갖게 되는 연구위원들의 전원사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천이두 조직위원장은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내년 1월 중순까지 연구위원구성 및 조직정비를 마무리하고, 집행부를 구성, 축제의 밑그림과 세부계획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축제의 프로그램과 세부실행계획은 내년 3월까지 확정할 예정. 조직위는 또 올 43억원의 예산을 들였던 축제를 내년에는 12억원으로 대폭 줄여치르기로 했다.이번 강감독의 퇴진에 대해 지역문화계는 소리축제의 미래를 방향성을 위한 다각적인 논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소리축제평가단을 주도한 전북대 이정덕교수(고고문화인류학과)는 “소리축제의 중심이 되는 예술총감독은 전북문화의 정서와 세계수준의 콘텐츠를 동시에 담아낼 수 있는 전문가라야 한다”면서 “현재로선 적임자 선정과 함께 축제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보다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사의 표명 강준혁예술총감독 "몸은 떠나도 축제 적극 도울터" 강준혁예술총감독은 26일 “몸은 떠나지만 마음만은 소리축제를 후원하겠다”며 “소리축제에 대한 애정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강감독과의 일문일답.△사퇴를 결심한 이유는.-지역의 문화계인사들이 나를 가만두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이 축제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용퇴를 결심했다. 전북은 예술적 자긍심이 남다른 만큼 차기대회부터는 지역인사를 중심으로 축제를 준비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3년정도 소리축제와 인연을 맺고 싶었는데 아쉽다.△축제의 정체성찾기에 실패했다는 여론에 동의하는가.-그렇지 않다. 축제의 정체성은 여러해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정착된다고 본다. 하루아침에 배부를 수 있는가.△앞으로의 계획은.-몸은 떠나지만 주최측이 첫번째 축제를 치른 내 경험을 원한다면 언제든 돕겠다. 소리축제는 어느 축제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행사다. 소리축제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행사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마음으로라도 성원을 아끼지 않겠다.

  • 문화일반
  • 정진우
  • 2001.12.27 23:02

산산이 부서진 그 이름.. 100년 전주 옛 地名 "오늘에 되살아나다"

싸전다리 사정물 장승백이 꽃밭정이 무랑물 모래내 심방죽거리 명짓골 감나무골….지금은 세간에 오르내리지 않지만 전주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았던 옛사람들의 삶과 생활상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전주의 옛지명들이다. 하지만 일제시대를 거쳐 도시화와 산업화가 급격히 진행된 오늘의 전주에서는 아쉽게도 이들 지명을 찾아 볼 수 없다.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유산, 그리고 민중의 삶이 녹아있는 옛 지명은 사라지고 산업도시화에 서서히 물들며 전통을 무시한 지명들이 범람할 뿐이다.땅이름을 연구, 조선말부터 현재까지의 전주 모습을 복원한 책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전북언어문화연구소 김규남(40)·이길재(37)박사가 공동 집필한 ‘지명으로 보는 전주 백년Ⅰ’. 김씨와 이씨가 1년에 걸쳐 지형을 답사하고 증언을 채집해 쓴 ‘전주 1백년 보고서’다. 전래 지명의 유래를 찾아 기술, 평면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기존의 지명관련 서적과는 달리 역동적이 입체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이 특징. 지명을 학문적·향토사적 측면에서 사전적 의미만 나열하지 않고 지명이 안고 있는 역사와 문화적 배경, 그리고 사회적 특성을 담보했기 때문. 조선말부터 현재에 이르는 근현대화 과정 속에서 변화를 거듭해온 지명의 역동성과, 그 속에서 전주가 어떻게 형성되고 발달했는 지를 행간에 담아놓은 셈이다.이들은 올 3월부터 6개월에 걸쳐 문헌 중심의 예비조사와 현지조사, 보충조사까지 세차례의 꼼꼼한 과정을 거치며 중바위∼기린봉 자락, 남고사∼용머리∼유연대∼서살미 자락에 안긴 본래의 전주, 조선말 전주부성을 중심으로 전주의 지명들이 만들어진 시기와 사회적 배경을 분석·연구했다. 14대를 전주에서 살아온 하곡 박병연씨(87)같은 전주토박이를 찾기 위해 경로당을 찾아 헤매고 사진 한장을 위해 인근 산을 오르내린 이들의 발품과 공력이 녹아있는 노작이다. 이들은 전주 지명을 조사하며 아쉬움 또한 적지 않았단다. “백년전 까지만해도 전주부성을 중심으로 이뤄진 지명이 명명됐어요. 하지만 일제가 성곽을 부수고 일본인 거주 중심으로 그어놓은 행정구역이 도시화가 이뤄진 지금까지도 사용되고 있어요. 지적도를 보면 행정구역이 움푹움푹한 것이 바로 눈에 띄일 정도예요”융통성없이 구습만 반복하고 있는 도시행정이 안타깝다는 이들은 또 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길거리 이름붙이기 사업도 지명으로서의 본래 가치를 상실한 채 작위적이고 희화된 명칭을 사용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입을 모았다. “전주에서 오래동안 살았던 저도 이번 조사 과정에서 전주의 참모습을 새삼 확인하게 됐어요”라고 말하는 김씨는 이 책이 전주사람들에게 삶의 환경이자 생활의 터전인 전주를 이해하는데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내년에는 전주시 행정구역으로 포함된 현재의 시지역을 중심으로 2차 지명조사에 나설 이들의 바람은 지역민의 삶이 녹아 있는 고유 지명이 사라지지 않고 기록돼 보존되는 것이다.-‘지명으로 보는 전주 백년Ⅰ’은 전주문화원(원장 김광호)이 전주의 역사와 지리, 생활문화를 조감할 수 있는 지명유래 발굴에 중점을 두고 전라북도언어문화연구소에 의뢰해 발간한 책이다. 전북대 국문과 재학시절 방언연구회를 만들고 도내 방언연구에 관심을 기울여온 김규남 박사와 그의 후배 이길재 박사가 1년동안 공력을 들였다.전주의 도심권 개발 이전을 희미하게나마 기억하는 토박이들의 증언과 문헌자료, 국립지리원의 항공사진 등을 토대로 전주의 변천과정을 입체적으로 역동적으로 복원한 것이 특징.‘전주의 지세와 성곽도시의 형성’ ‘근대화 이후의 도심확장’제1차 조사지역’ 등 3부에 걸쳐 조선말부터 지금까지 전주의 지명들이 만들어진 시기와 사회적 배경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1.12.27 23:02

중저음으로 쏟아내는 예술魂 '조장남 독창회'

“지금까지 오페라에 정열을 쏟다보니 제자신의 성장과 발전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제부터는 개인적인 역량에도 진력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이번 무대를 준비했습니다” 전북오페라 발전의 개척자로 꼽히는 군산대 조장남교수가 독창회를 갖는다. 28일 오후 7시30분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리는 그의 7번째 독창무대는 그동안 오페라보급에 천착해온 조교수가 세밑을 맞아 자신의 예술의지를 보여주는 자리다. 조교수는 우리 가곡 ‘그리움’과 ‘떠나가는 배’을 비롯해 헨델의 ‘친구인 숲이여’‘나를 울게 버려두오’등 이태리가곡과 이태리와 프랑스의 아페라 아리아를 부르며 바리톤특유의 저음을 발휘한다. 지난 97년 독창회를 가진 이래 4년만에 자신만의 무대에 서는 조교수는 “오랜만에 독창회를 갖는 만큼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면서도 “앞으로는 매년 독창회를 갖고 음악적 열정을 달구겠다”고 말했다. 이태리벨칸토 발성법과 오페라음악의 해석에 남다른 재능을 갖춘 조교수는 지난 97년 호남오페라단을 창단, 15차례의 정기공연과 함께 창작오페라 춘향전과 녹두장군 전봉준을 무대에 올리는 등 지역오페라계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얻었다. "내년에는 ‘창작오페라의 해’로 삼고 창작오페라 무대를 꾸준히 열겠다”는 그는 내용과 형식면에서 새롭게 창작한 동녘(녹두장군 전봉준)과 춘향전을 선보일 계획이다.

  • 문화일반
  • 정진우
  • 2001.12.27 23:02

마음속 주름살 펴는 사랑의 노래 '사랑은 비를 타고'

화려하진 않지만 정열적인 뮤지컬, 어깨춤이 절로 나는 흥겨운 무대.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가 29일(오후 4시와 7시)과 30일(오후 3시와 6시) 연지홀에서 공연된다 한국뮤지컬대상 4개부문 수상과 지난 95년 초연이래 국내 창작뮤지컬으로는 처음으로 7백회 돌파라는 기념비적인 성과를 이룬 이 작품은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이 11번째 송년기획페스티벌로 마련하는 무대. 지난 9월 소리전당 개관공연으로 초대할 예정이었지만 전북도의 갑작스런 개관일정 변경으로 전주공연이 무산됐다 송년기획페스티벌을 통해 전주공연의 결실을 맺었다. 이 작품은 제목으로 연상되는 진 켈리의 ‘싱잉 인 더 레인’으로 기억되는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와는 무관하다. 피아노 2대가 놓여있는 어느 단촐한 거실을 배경삼아 3명의 출연진이 고작이다. 그러나 인간미가 넘치는 아기자기한 각본, 관객의 가슴을 따뜻하게 덮혀주는 피아노 라이브연주 등이 어우러지며 ‘소극장용뮤지컬’ 또는 ‘살롱뮤지컬’의 진수를 선사한다. 혼자사는 형 동욱은 그렇게 바라던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은채 방황하는 동생과 가족들을 돌보는 따뜻한 남자. 동욱의 40번째 생일, 7년만에 불쑥 찾아온 동생과의 형사이엔 재회의 기쁨대신 오해와 갈등이 커진다. 그 갈등이 깊어질 때쯤 낯선 여자불청객이 무대에 뛰어든다. 고객집을 잘못 찾아온 ‘웨딩 닷 컴’이란 이벤트회사의 여직원 유미리. 각자 마음속에 주름살들을 안고있는 두 남자와 한 여성이 뜻밖의 공간에서 어울리며 별난 생일파티를 벌이다가 형제사이의 오해가 풀리며 극적인 반전을 맞는다. 두형제가 나란히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하는 재즈피아노 이중주가 이 공연의 백미. 동욱역의 남경읍을 비롯해 김학준, 서범석, 양소민 등 내로라하는 뮤지컬스타들이 총출동, 화려하고 색다른 ‘사비타’무대를 꾸민다.

  • 문화일반
  • 정진우
  • 2001.12.27 23:02

[최동현의 판소리 길라잡이] 가왕 송흥록은 어디 출신인가

판소리 8명창 중에서도 송흥록은 가왕(歌王)으로 일컬어진다. 노래의 왕이라고 하니 아마도 송흥록이 당대 제일의 소리꾼이었다는 뜻일 것이다. 송흥록을 가왕으로 받들어올린 이는 모흥갑이었다고 한다. 모흥갑 또한 대단한 명창이어서 이유원이라고 하는 선비는 ‘임하필기(林下筆記)’에서, 당대 명창 중 민간에서는 모흥갑을 제일로 친다고 말한 바 있다. 송흥록이 남원 운봉 비전리 출신이며, 진주 기생 맹렬과 서로 사랑해서 같이 살았다는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송흥록이 남원 운봉 출신이 아니라, 익산 곰개(웅포) 출신이라는 주장도 있다. 1940년에 나온 ‘익산군지’에 명창 송흥록이 명필 서홍순, 은세공기술자 김양복과 함께 웅포에서 태어나 자랐는데, 세상에서 이르기를 세 가지 기이한 일이라고 한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웅포에는 송흥록이 10년 동안이나 소리 공부를 했다는 십장유암이라는 암자도 있고, 송흥록이 묻혀 있다는 무덤도 있다는 것이다.그런데 남원 운봉에서 살았다는 사실 또한 여러 기록으로 확인된다. 우선 ‘조선창극사’에 운봉 비전리 출신으로 되어 있다. 조선조 말 시조 가객 안민영은 ‘금옥총부’에서 ‘임인년(1842년) 가을 주덕기를 데리고 운봉으로 송흥록을 찾아갔더니, 신만엽, 김계철, 송계학 등 여러 명창들이 기쁘게 맞아주어, 함께 머무르면서 수십 일을 실컷 놀았다’고 하였다. 송흥록이 분명히 운봉에서 산 것이다. 그런가 하면 또 ‘금옥총부’에는 ‘칠원에서 삼십 리 떨어져 있는 송흥록의 집에 창원 기생 경패와 함께 찾아갔더니, 맹렬이도 함께 있었다’는 기록도 보인다. 칠원이 어디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경상도 어디쯤인 것 같다. 그렇다면 송흥록은 꼭 한 곳에 머물러 살았다기보다 여기저기 떠돌며 살았다고 보는 편이 온당할 듯하다. 그러나 어디서 출생했는지는 모른다. 사실 어디서 낳았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디서 어떻게 활동했느냐가 더 중요한 것 아닌가. 이런 기록을 통해서 또 한 가지, ‘맹렬’이라는 기생이 실제로 송흥록과 살았다는 사실도 확인된다. 송흥록과 맹렬과의 일화는 사실인 것이다./ 최동현 (군산대 교수)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1.12.27 23:02

[김병기의 한문속 지혜찾기] 경(敬)

敬勝怠者吉, 怠勝敬者滅경승태자길, 태승경자멸한결같은 마음이 게으른 마음을 이길 때 그 사람은 길하고, 게으른 마음이 한결같은 마음을 이길 때 그 사람은 멸망한다. 《대대례(大戴禮)》〈무왕천조편(武王踐 篇)〉에 인용된 《단서(丹書)》라는 책에 보이는 말이다. '경(敬)'이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대해서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윗어른에 대한 공경을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윗어른에 대한 공경이란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윗어른의 말씀을 잘 듣고 인사를 잘하는 것'이라는 정도의 답을 할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敬'이란 그렇게 단순한 개념이 아니다. 敬이란 중국 유학의 시작이자 처음이며 기초이자 최고 경지라고 할 수 있는 개념이다. 그렇게 광범위하면서도 심오한 개념을 한마디로 말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敬'이란 '한결같은 마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敬의 반대말은 '태(怠)'이다. '怠'란 게으르다는 뜻인데 게으르다는 것은 마음이 한결 같지를 못하고 들쭉날쭉한 것을 일컫는 말이다. 윗사람에게 아무리 경의를 표하고 인사를 잘해도 한결같은 마음이 없으면 그것은 경이 아니다. 자신에게 이익이 있건 없건 간에 단지 웃어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한결같이 정성을 다해야만 경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편의와 상황의 변화에 따라 들쭉날쭉 변하는 마음은 결코 敬이 아닌 것이다. 경한 마음이 없이는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또 어떤 일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敬:공경 경 勝:이길 승 怠:게으를 태 吉:길할 길 滅:멸할 멸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1.12.27 23:02

[생활영어] Can you recommend a good dentist?

Can you recommend a good dentist?훌륭한 치과의사를 한 명 추천해 주시겠어요?A: I have a toothache.제가 치통이 있습니다.B: You should go to the dentist as soon as possible.가능한 한 빨리 치과의사에게 가 보세요.A: Can you recommend a good dentist?훌륭한 치과의사를 한 명 추천해 주시겠어요?B: Sure. Dr. Kim is a great dentist. 그러지요. 김박사님은 훌륭한 치과의사입니다.Here's his business card.여기 그의 명함이 있습니다.외국을 여행하다 보면 부상을 당하거나 평소의 건강상태와는 다른 징후를 느낄 때가 있습니다. 이럴 경우에는 병원에 가서 자신의 증상을 영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일 구급차를 불러야 할 경우라면 우리 나라와 같이 무료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두어야 하겠습니다. 여행자에게는 의료보험 혜택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약을 사려면 간단한 구급약을 제외하고는 우리 나라처럼 병원에 가서 의사의 처방전을 받은 다음, 그것을 약국의 약사에게 가지고 가서 약제사가 조제한 약을 사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보통 약국을 drugstore라고 하는데 거기서는 약품뿐만 아니라 간단한 음료, 잡화, 화장품, 문구 등을 함께 취급합니다.< 기억해 둘 만한 표현들 >* I'd like a general checkup.종합검진을 받고 싶습니다.* I want to have a complete medical checkup.정밀 건강진단을 받고 싶습니다.* May I have your insurance card?보험증 좀 주시겠어요?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1.12.27 23:02

[책과 세상] "한권의 책으로 들뜬 가슴 감싸안아요"

송년회와 신년하례회 등 각종 모임으로 바쁜 연말연시. 들뜬 분위기를 접고 한두 권의 좋은 책을 읽으며 한해를 정리하거나 새해를 맞으려는 독자들로 연말 서점가가 훈훈하다. 그다지 무겁지 않으면서도 깊은 메시지를 담은, 한번쯤 더 음미하게 하는 명상서적들이 이들 독자들을 맞고 있다. ‘연탄길’(삼진기획)은 가슴 찡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옮겨놓은 책이다. 월간지 ‘낮은 울타리’에 글을 연재하고 있는 작가 이철환씨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작가는 입시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학생들과 친구들로부터 직접 들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취재와 집필기간을 포함해 무려 7년이 걸린 저자의 노작(勞作)이다. 어둠 속에서 스스로 빛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 빛이 될 순 없지만 더 짙은 어둠이 되어 다른 이들을 빛내준 사람들의 이야기, 부족함 때문에 오히려 넉넉한 사람들의 이야기…. 자연스럽게 읽어내리다가 인간의 존엄성과 사랑을 깨닫게 되는 감동이 담긴 책이다.“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신 분도 바로 엄마예요. 이 말이 꼭 하고 싶었어요……. 엄마, 정말 고마워요”(‘디어 맘’중에서)호주작가 브래들리 트레버 그리브가 쓰고 시인 신현림씨가 옮긴 ‘디어 맘’(바다출판사)은 어린 딸이, 아들이 엄마에게 고마움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세줄을 넘지 않는 깔끔한 텍스트와 놀랍도록 호소력 있는 동물사진들이 어우러져 우울한 마음을 달래준다. 책 속의 고백은 독자가 어머니에게 털어놓아야할 이야기이자 책속의 어머니상은 세상의 모든 이가 닮고 싶은 또 하나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마당 넓은 집)는 고향·동무·진달래·구름 솜사탕 등 영원히 머물 것 같았던 시간들, 기억 저편 꼭꼭 숨어 있는 옛 시절로 돌아가게 하는 타임캡슐이다. 지난 1년동안 경향신문에 게재됐던 글을 모아 편집한 책. 일상을 잠시 접고 먼 과거를 빛내주는 추억의 꿈에 빠져들 수 있는 생활의 여유를 되찾게 해준다.화가 최용건씨가 쓴 ‘조금은 가난해도 좋다면’(푸른숲)은 자연과 벗삼아 유유자적한 삶을 영위하고 픈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을 전해준다.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계곡에 자리잡은 작가는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옥수수·감자밭을 일구고 민박을 쳐 살아가는 생활에 대한 만족과 자유, 순수, 그리고 자연과 현실의 절묘한 만남을 싱그럽게 풀어내고 있다. 현란한 미사여구를 찾아볼 수 없는 작가의 담백한 글과 수묵채색화는 세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진정하고도 절실한 삶을 표현, 들꽃과 같은 잔잔한 감동의 여울에 빠지게 한다.행복을 전파시키고 전염되게 해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동화 ‘컵라면’(하이퍼 북)과 애너 퀸들런이 쓰고 공경희씨가 옮긴 ‘어느날 문득 발견한 행복’(뜨인돌) 등도 새해를 맞으며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책들이다.홍지서림 남상우 과장은 “연말의 들뜬 분위기에도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명상서적을 찾는 손님들이 잦아지고 있다”며 “잔잔한 감동을 주는 책을 읽으며 새해를 계획하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1.12.26 23:02

[책과 세상] 소설가 이정환의 문학세계 조명.. '작가의 눈'

독자들에겐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문학에의 길을 걸으며 지역문단에 윤기를 더했던 문학인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작고 작가들에게 대한 문단은 물론 출판사, 독자들의 관심이 시간이 흐를수록 사그라들기 때문이다. 드러나지 않았지만 알차게 살다간 문인들과 독자와 만남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는 전북작가회의(회장 최동현) 기관지 ‘작가의 눈’이 올 겨울호(통권 6호)에서는 소설가 이정환(1930∼1984)의 문학세계와 생애를 조명한다. 특집으로 조명한 ‘이정환의 작품세계’는 15년간 발표한 작품이 장·단편을 합해 74편에 이르는 그의 문학세계와 삶을 문학동료와 독자들 품에 안겨준다. 미발표 유고작인 ‘상놈’과 연보, 고인의 큰딸인 시인 이진씨의 ‘나의 아버지’, 그리고 문학평론가 임명진씨의 ‘소설같은 인생, 인생같은 소설’등이 특집을 관통하며 그의 작품세계를 조명하고 있다.작가의 눈은 또 왕은철 교수(전북대 영문과)가 영어권을 중심으로 살펴본 ‘포스트콜로니얼리즘 이론을 어떻게 문학텍스트에 적용시킬 것인가’를 특집 ‘오늘의 문예이론’으로 다뤘다.지역문단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회원들의 창작시와 수필, 소설 등 각 장르의 작품이 소담하게 실렸으며 지난 8월 북한에 다녀온 원로시인 최형씨의 기행문 ‘처음 밟는 북녘 땅’이 새롭게 다가온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1.12.26 23:02

[책과 세상] 링컨과 함께 읽는 '한국 정치 청사진'

대권도전을 공식 선언한 노무현 민주당 상임고문(55)이 자신이 지향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그린 책을 내놓았다. ‘노무현이 만난 링컨’(학고재).링컨의 통치과정에서 현재 우리 정치가 처한 상황을 읽어낸 노고문의 다시읽는 링컨 일대기다. “주위 사람들과 링컨을 연구하고 토론하며 우리나라 현실과 정치인의 자세를 깊게 사색하게 됐다”는 노고문은 글이 부족하고 한계가 있더라도 혼자 알고 있기에 아까워 책으로 묶게 됐다고 소개하고 있다.책은 개척농의 아들에서 독학, 변호사를 거쳐 대통령에 이른 링컨의 일대기를 조명한 평전이다. 하지만 노예제에 대한 당시 미국인들의 상호모순적인 태도와 국론분열에서 우리나라 현실이 그대로 보이는 재미있으면서도 의미있는 책이다.국내 정치인들이 백범 김구선생을 존경인물로 앞다퉈 세태와는 달리 링컨을 내세운 노고문의 전략도 이채롭다. 노고문은 서문에서 “김구선생을 존경했고 지금도 개인적으로 흠모한다. 하지만 정의가 패배하는 우리 역사를 인정할 수 없었고 기회주의와 적당주의 판치는 정치판에서 옳고 이기는 역사의 전범을 링컨에서 배우고 싶었다”고 소회했다.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앞둔 상황에서 링컨을 앞세운 노고문의 이미지 메이킹이 어느 정도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독서 만큼 흥미진진할 듯.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1.12.26 23:02

[책과 세상] 삶의 진실, 순결 그리고.. '네가 내 사랑임에라'

황영순씨는 고귀한 삶에 대해 끊임없이 사색하고 탐구하는 시인이다. 그가 자신의 인생론적 성찰에 대한 기록을 담은 시집 ‘네가 내 사랑임에랴’(마을)를 내놓았다. ‘내가 너에게로 가는 길’(92년)이후 10년만에 내놓은 시집이다. 그는 시를 통해 삶이란 진실하고 순결하고 사랑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노래한다. 그 신념은 꽃과 물, 그리고 흙을 소재로 한 문학적 상상력에 씨줄과 날줄로 얽혀 구현되고 진지하게 전달된다. 그는 비록 밟히고 꺾이더라도 자신의 존재성을 버리지 않는 꽃을 통해 진실한 삶을 형상화 한다. 꽃은 또 어둠을 밝혀주는 등불로 환치돼 ‘진실은 삶의 등불’이라는 작가정신을 담아낸다. 작가가 의도하는 메시지를 추상적으로 또는 직설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전달하는 시의 미학적 특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셈이다.그는 또 삶의 순결을 물의 이미지로, 만물이 생성하는 모태이자 생명력의 발원지인 흙을 사랑의 상징으로 그려낸다. 세가지 이미지, 꽃·물·흙을 통해 봄을 그리며 인생론적 주제인 진실과 순결, 사랑을 함축적으로 이야기한 작가는 봄을 ‘죽음 같은 겨울을 견디고 솟아오른 의지’로 표현, 부활과 재생이라는 또 다른 인생론적 진실을 세상속으로 던져놓는다.진실과 순결과 사랑이 어우러진 생명, 봄으로 형상화된 완전한 삶을 노래한 작가의 시심속에서 한 겨울 매서운 추위를 이기고 피어난 꽃이 품고 있는 자태와 향기를 느낄 수 있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1.12.2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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