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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순씨의 재민는 전시회'

21일 막을 내린 2001전주세계소리축제가 공연장에서 전시장으로 옮겨 지속되고 있다. 감동으로 다가왔던 목소리의 화합이나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세계의 민속음악이 재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공연장에서의 감동보다 더 즐겁고 한바탕 웃음을 줄 수 있는 ‘우스꽝스런 소리축제’가 그림으로, 조각으로 태어났다.소리축제가 한창이던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솔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김충순의 재민는 전람회’. 미술인 김충순씨가 2년만에 열고 있는 열두번째 개인전이다. 소리축제 개최를 겨냥해 마련한 전시회는 아니지만 ‘음악’을 모티브로 그림과 조각, 도자기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전시, 소리축제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소리축제 포스터에 실린 악기가 피리부는 소년의 익살스런 모습으로, 소리축제 로고가 듀오 여성가수의 큼지막한 입술로 둔갑한다. 얼굴에 슬픈 웃음이 가득한 피에로는 목마를 타며 바이올린을 낑깽댄다.축제를 패러디한 작품외에도 마림바를 두드리는 흑인여성과 색소폰 연주에 흠뻑 젖은 색소포니스트, 신나게 아코디언을 켜는 사람 그리고 재즈트리오 손에 들린 금빛나는 악기 등 소리축제의 여운이 담긴 그림 14점을 선보이고 있다. 또 도자기 조작과 도조, 테라코타 기법을 섞어 제작한 기마상과 아라베스 무늬 항아리, 마스크 등 입체작품 30여점도 전시장에 내놓았다.프랑스 파리 8대학에서 조형 미술을 배우고 귀국한 그는 평면은 물론 종이입체와 테라코타, 도자기, 포스터, 판화, 설치미술에 이르기까지 장르에 한계를 두지 않고 작업해온 작가.그림에만 전념하며 화가보다는 미술인으로 남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자신만의 파라다이스로 가는 것.“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제약받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작업을 마음놓고 할 수 있는 곳으로 가족과 함께 갔으면 좋겠어요. 언젠간는 꼭 가겠지요”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1.10.23 23:02

[축제 되집기] 1. 운영 시스템

2001전주세계소리축제가 21일 폐막공연을 끝으로 아흐레동안의 소리여행을 마쳤다. ‘국내최대 규모의 음악축제’를 지향했던 이번 축제는 그러나 기대만큼이나 아쉬움이 컸다. 이번 소리축제의 문제점은 무엇이었는지, 소리축제가 전북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으로 자리잡기 위해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를 진단해본다. 2001전주세계소리축제는 우리 소리를 널리 알리고, 지난달 개관한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이 지역민들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서는 전북의 핵심적 문화예술공간으로 자리잡도록 하는데 기폭제가 됐다.조직위는 이번 축제기간 외국인 관람객 3천9백10명을 포함해 53만2천여명이 다녀갔다고 잠정집계했다. 축제의 유료관객수는 약 2만명, 소리전당 3개 공연장의 유료관객은 1만9천1백84명, 소리전당을 찾은 방문객수는 35만2천여명이었다. 관객들이 가장 많이 찾은 프로그램은 11만4천여명이 다녀간 어린이소리축제였고, 입장권 판매수입은 약 1억4천만원에 이르렀다고 밝혔다.이번 행사가 ‘소리를 앞세운 특화된 축제’라는 이름을 알리고 전북을 대표하는 축제로 첫걸음을 뗐다는 점에서는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특히 국립창극단의 창극 흥보가가 펼쳐진 전북대삼성문화회관과 우리소리의 맥박이 열린 소리전당 명인홀 등은 각각 98.9%와 94.9%의 객석점유율을 보이는 등 우리 음악에 대한 높은 인기를 그대로 반영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정작 축제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전체적인 운영면에서 낙제점에 가까운 수준이라는 비난도 피할 수 없었다. 일부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조직위의 구성과 운영 체제가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티켓관리와 운영시스템이 정상가동되지 못했고, 간판은 많이 내걸었지만 정작 소리축제만의 분위기를 살려내는데는 미흡했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였다. 조직위가 차별화된 축제로 내세웠던 ‘아트마켓’이 간판이 무색할 정도로 변변한 모양새조차 갖추지 못했던 점은 기획력의 수준을 가늠케하는 단적인 예라할 수 있다. 소리축제 홍보의 첨병이자 관객들과 맞닿아있는 자원봉사자들은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해 축제의 부실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행사장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스탭들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상당수의 스탭들은 자신들의 업무영역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도 못한 채 자리지키기에만 급급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또 축제가 열리는 동안 입장권은 매진됐으나 객석은 차지 않는 기현상이 속출하기도 했다. 이같은 운영상의 불협화음은 이번 축제의 진행이 사무국과 기획국의 이원화체제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이지역 사람들이 오랫동안 고민하며 모색해낸 축제콘텐츠는 외지에서 수혈해 구성한 기획국에 의해 상당부분이 변질되고 퇴색했다는 비난의 소리도 높았다. 당초 기대했던 지역문화에의 파급효과도 이루어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또 축제홍보에 대한 업무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효율성을 이어내지 못했다. 결국 이같은 이원화체제는 화이트힐에서의 스윙앤그루브공연때 출연자가 바뀌는 사기극을 빚게했고, 플랜테이션싱어즈의 지각공연 등을 초래하는 부작용을 낳았다.사정이 이러다보니 관객에 대한 배려도 크게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축제 초반, 행사 진행자조차 배치되지 않았던 점이나 조직위가 발행한 각종 홍보책자가 홍수를 이루었으면서도 내용이 부실해 관객들이 공연내용을 이해하는 데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 것도 그 한 예다. ‘세계축제’를 표방했으면서도 외국인관광객에 대한 배려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부분의 공연장에서는 영어책자나 홍보전단이 비치되지 않았고, 형식적인 셔틀버스 운행도 소리축제 진행의 발목을 잡았다.운영상의 부실이 축제의 중반을 넘길수록 어느정도 해소됐지만 축제분위기를 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 문화일반
  • 정진우
  • 2001.10.23 23:02

[소리축제 되짚기] 1. 운영 시스템

2001전주세계소리축제가 21일 폐막공연을 끝으로 아흐레동안의 소리여행을 마쳤다. ‘국내최대 규모의 음악축제’를 지향했던 이번 축제는 그러나 기대만큼이나 아쉬움이 컸다. 이번 소리축제의 문제점은 무엇이었는지, 소리축제가 전북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으로 자리잡기 위해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를 진단해본다. 2001전주세계소리축제는 우리 소리를 널리 알리고, 지난달 개관한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이 지역민들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서는 전북의 핵심적 문화예술공간으로 자리잡도록 하는데 기폭제가 됐다.조직위는 이번 축제기간 외국인 관람객 3천9백10명을 포함해 53만2천여명이 다녀갔다고 잠정집계했다. 축제의 유료관객수는 약 2만명, 소리전당 3개 공연장의 유료관객은 1만9천1백84명, 소리전당을 찾은 방문객수는 35만2천여명이었다. 관객들이 가장 많이 찾은 프로그램은 11만4천여명이 다녀간 어린이소리축제였고, 입장권 판매수입은 약 1억4천만원에 이르렀다고 밝혔다.이번 행사가 ‘소리를 앞세운 특화된 축제’라는 이름을 알리고 전북을 대표하는 축제로 첫걸음을 뗐다는 점에서는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특히 국립창극단의 창극 흥보가가 펼쳐진 전북대삼성문화회관과 우리소리의 맥박이 열린 소리전당 명인홀 등은 각각 98.9%와 94.9%의 객석점유율을 보이는 등 우리 음악에 대한 높은 인기를 그대로 반영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정작 축제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전체적인 운영면에서 낙제점에 가까운 수준이라는 비난도 피할 수 없었다. 일부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조직위의 구성과 운영 체제가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티켓관리와 운영시스템이 정상가동되지 못했고, 간판은 많이 내걸었지만 정작 소리축제만의 분위기를 살려내는데는 미흡했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였다. 조직위가 차별화된 축제로 내세웠던 ‘아트마켓’이 간판이 무색할 정도로 변변한 모양새조차 갖추지 못했던 점은 기획력의 수준을 가늠케하는 단적인 예라할 수 있다. 소리축제 홍보의 첨병이자 관객들과 맞닿아있는 자원봉사자들은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해 축제의 부실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행사장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스탭들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상당수의 스탭들은 자신들의 업무영역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도 못한 채 자리지키기에만 급급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또 축제가 열리는 동안 입장권은 매진됐으나 객석은 차지 않는 기현상이 속출하기도 했다. 이같은 운영상의 불협화음은 이번 축제의 진행이 사무국과 기획국의 이원화체제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이지역 사람들이 오랫동안 고민하며 모색해낸 축제콘텐츠는 외지에서 수혈해 구성한 기획국에 의해 상당부분이 변질되고 퇴색했다는 비난의 소리도 높았다. 당초 기대했던 지역문화에의 파급효과도 이루어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또 축제홍보에 대한 업무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효율성을 이어내지 못했다. 결국 이같은 이원화체제는 화이트힐에서의 스윙앤그루브공연때 출연자가 바뀌는 사기극을 빚게했고, 플랜테이션싱어즈의 지각공연 등을 초래하는 부작용을 낳았다.사정이 이러다보니 관객에 대한 배려도 크게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축제 초반, 행사 진행자조차 배치되지 않았던 점이나 조직위가 발행한 각종 홍보책자가 홍수를 이루었으면서도 내용이 부실해 관객들이 공연내용을 이해하는 데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 것도 그 한 예다. ‘세계축제’를 표방했으면서도 외국인관광객에 대한 배려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부분의 공연장에서는 영어책자나 홍보전단이 비치되지 않았고, 형식적인 셔틀버스 운행도 소리축제 진행의 발목을 잡았다.운영상의 부실이 축제의 중반을 넘길수록 어느정도 해소됐지만 축제분위기를 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 문화일반
  • 정진우
  • 2001.10.23 23:02

기획사에 출연섭외 일괄위탁 졸속추진.. 예고된 공연차질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출연진을 임의로 바꿔치기한 사기극과 공연지각사태 등 불성실한 출연진으로 인해 매끄럽지 못한 행사였다는 여론에는 조직위와 공연자간 당사자 계약이 아닌 공신력이 없는 기획사를 통한 대행계약이 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조직위 공연기획팀이 행사를 졸속 추진하면서 출연진의 무리한 섭외를 기획사에게 일괄적으로 위탁하고 이 과정에서 공연기획팀 직원이 계약을 주도하는 기안자로 나서는 등 소리축제 공연계약을 둘러싸고 불신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15일 공연자를 일방적으로 바꾸고 이를 관람객들에게 통보하지 않은채 행사를 강행한 사기극과 지난 17일 플랜스테이션 싱어즈의 지각공연 역시 동일 기획사가 출연섭외를 추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공연계약서에는 기획사 대표가 아닌 직원이 계약당사자인 것으로 드러나 대규모 축제를 치르는 과정에서 계약이 너무 허술하게 이루어졌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는 공연기획국 서울팀이 직접 섭외 또는 기획사를 통한 공연자섭외 등 실질적인 계약을 마친 상태에서 2백여건에 이르는 계약내용을 소리축제를 불과 20여일 앞둔 시점에서 조직위 관리국 전주팀에 일괄적으로 승인토록 통보하면서 졸속계약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 따라서 공연료 등 예산집행권을 쥐고 있는 조직위 전주사무국이 아무런 권한조차 행사하지 못한채 공연기획국과 기획사간의 실질적인 계약에 동의하는 수준에 그친 셈이다. 특히 기획사 역시 공연자의 계약이행을 보장하는 계약서등 형식적인 절차없이 친분 또는 예술인이라는 이유로 구두계약을 맺은 것으로 밝혀져 너무 안이한 행사추진이 아니었냐는 비난이다. /안태성기자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1.10.22 23:02

[축제 마감평] 이정덕 전북대 교수

제1회 세계소리축제는 작년의 예비대회에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을 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음악축제는 처음이었다. 그렇지만 작년에도 해결되지 못하였고 앞으로 세계축제를 지향한다면 해결해야할 문제가 올해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바로 소리축제가 무엇이어야 하느냐는 질문이다. 관람객들의 반응은 아주 다양하였다.일부 50대나 노인들은 재즈공연을 하는 것을 보고 소리축제에서 왠 재즈공연이냐는 식으로 의아해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에 비해 10대나 20대는 비교적 소리라면 음악뿐만 아니라 다른 소리까지 다 포함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이들에 비해 외국인들은 소리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체로 음악이라고 대답한다. 영어 팜플렛에 Sori를 Musical Sound 또는 Sound of Music이라고 표현해서 이들은 Music을 한국말로 소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이러한 혼동이 계속 되는 한 전주소리축제가 세계축제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왜? 사람들에게 소리축제가 무슨 축제인지 각인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념이 혼동되어 무슨 축제인지 잘 모르면 얼마나 서울에서 일본에서 또는 유럽에서 이 축제를 보러 오겠는가? 세계적인 음악축제는 다 자신의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전주세계소리축제도 자신의 독특한 장르를 세계에 각인시키는 것이 세계축제가 되기 위한 전제조건일 것이다. 그렇다면 소리의 주제를 전통소리음악으로 하고 이 부분의 세계최고의 축제가 되어야 세계적 명성도 얻고 세계적인 매니아들도 불러 올 수 있지 않을까? 전통소리음악의 범위를 넓히면 오페라, 성악, 창극, 목소리가 있는 재즈나 흑인영가나 와키나마 등을 불러올 수 있다. 오페라, 성악은 유럽의, 소리가 있는 재즈나 흑인영가는 미국흑인의, 그리고 와키나마는 말리의, 전통소리음악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소리를 전통소리라 하면 재미없는 축제가 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기우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소리만큼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도 드물다. 대부분의 인간 춤과 놀이는 소리를 동반하고 있다. 현대 유행가를 빼면 대부분 각 지역의 전통소리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체크하면 재미도 있고 질도 높고 국제관람객도 끌어들일 수 있는 다양한 소리음악 장르들을 충분히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야 전라북도의 소리를 서양소리음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장르로 세계에 선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1.10.22 23:02

[축제 마감평] 음악평론가 이장직

지방마다 도시마다 앞다투어 비엔날레·영화제를 유치하는 가운데 전주세계소리축제는 국악을 바탕으로 한 축제라는 점에서 단연 돋보인다. 음악제의 규모로 본다면 서울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관객에게 철저히 외면당한 채 개점휴업이나 다름없는 간판만 내걸고 있는 교향악축제·서울국제음악제보다 전주소리축제는 관광과 연계한 축제라는 점에서 처음부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셈이다.첫 술에 배부를 수 있으랴만 첫 단추를 잘못 끼운다는 말도 있다. 음악계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서 앞으로 전주세계소리축제가 한국, 아니 아시아를 대표하는 페스티벌로 발전해나가길 바란다. 희망사항에 그치지 않는다는 확신이 드는 것은 전주시민과 전북도민이 이번 축제에 보여준 뜨거운 관심때문이다. 더욱 잘되라는 점에서 몇마디 쓴소리를 덧붙인다.축제한 일상성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실내공연장의 엄숙주의에서 탈피해 야외에서의 자유를 만끽하면서 가령 판소리나 제례음악을 (공연장이 아닌) 원래의 공간으로 되돌려 놓은 것은 축제때나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음악은 어디까지나 음악이다.음악이 야외로 진출할 때는 축제성을 얻는 대가로 엄청난 희생을 치를 각오가 있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음악이 한낱 이벤트의 부속물로 전락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이번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축제’를 강조한 나머지 ‘소리’를 잃었다는 비판에 귀기울여야 한다. 단적인 예가 전야제에서 전주시향이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을 연주할 때 불꽃놀이를 벌인 대목이다. 필자는 도중에 퇴장하지 않고 끝까지 인내심을 발휘해준 연주자들에게 박수를 보냈지만 아쉬운 점도 없진 않았다. 무슨 얘기인가 하면 전주시향 상임지휘자쯤 되면 축제의 기획단계에 참여해야 하고, 그렇다면 이런 사태를 미리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음악제에 음악인들이 철저히 소외된 까닭에 이런 비참한 결과가 나온게 아닐까.축제로고가 박힌 뱃지를 만들고 매일 뉴스레터를 만들어 뿌리는 축제진행에 대한 ‘노하우’를 보여주기 위해 소리축제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릇은 화려한데 그릇안에 담겨있는 내용물은 정작 볼품없다는 게 이번 축제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다. 굳이 외국단체를 초청하지 않더라도 국내 연주단체 음악인들로도 얼마든지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아이디어와 뚜렷한 기획의도만 있으면 말이다. 축제든 뭐든 간에 현명한 선택이 중요하다. 축제 진행을 이벤트를 치러주고 수고비를 받는 것쯤으로 여긴다면 파행적으로 양산되는 다른 축제와 다를바가 없지 않을까.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1.10.22 23:02

[축제 마감평] 음악해설가 윤전경씨

세계 여러 나라의 소리들이 함께 모인 자리.어린 유치원생에서부터 오랜만에 나들이 나온 할아버지, 할머니들까지 서로가 원하는 소리를 찾아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다수가 참가한 자유 참가자들의 몇몇 공연을 제외하고는 전체 기획 프로그램 중에서 전형적인 클래식 공연은 너무 작은 비중으로 이루어져있어서 섭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특히 성악파트에서의 공연은 전혀 배려가 없었고, 실내악이나 협주 무대도 찾아 볼 수 없었다.그러나 나름대로 과거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적인 변천사를 느낄 수 다양함으로 소리 축제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자리였다.원전연주단체인 일본의 '콜레기움 무지쿰 텔레만의 무대는 전주 시민들에게 처음으로 선 보인 옛 바로크 시대의 재현으로서 신선하고 흥미로운 소리들을 재현해주었으며, 사이사이에 지휘자의 해설로 궁금했던 옛 악기들의 비밀을 알 수 있게 된 관객들. 이제 우리 고장에서도 원전 연주의 무대가 더 이상 소외되지 않으리란 생각이 들었다.그와는 대조적인 윤이상 스페셜 무대. 가장 현대적인 난해한 불협화음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당일 관객의 수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참여가 있었고, 노동은교수의 구수한 해설로 작품 속에 드리워진 우리의 소리를 찾아갈 수 있어서 참 다행스러웠다.한층 높아진 기량으로 좋은 연주를 들려준 전주 시향은 바로크, 고전, 근대, 현대의 음악들로 풍성한 자리를 만들어 주었고, 모처럼 나들이한 서울 시향 역시 한국의 여러 전통 악기와 관현악이 함께 하는 음악들로 동,서양 화합의 장을 만들어주어 퓨전 스타일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고색 창연한 전동 성당에서 열린 독일 뮌헨 비아노바 합창단의 연주는 모처럼 만날 수 있는 종교음악의 진수로서 서양 음악사와 함께 변화되는 미사곡들을 한자리에서 듣는 커다란 기쁨을 선사해 주었다.고전적인 클래식만을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아쉬움이 있었겠지만, 소리 축제인 만큼 다양한 소리를 만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로서 시민들의 음악의식에 새로운 장을 열어 주었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1.10.22 23:02

[축제 마감평] 김광복 전남대 교수

소리와 전주와 세계와 축제의 첫 만남이 일주일여의 여정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전라북도에서 소리를 주제로한 대규모 축제가 치러 졌다는 것은 전라도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또 하나의 낭만과 추억을 간직하게 할 멋진 계기가 되었다. 소리축제는 전북도민에게 보다 다양한 볼거리와 예향 전북인으로서의 소속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역할을 다하였고 문화의 도시로 전주가 다시금 인식되는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점들이 노출된 것도 사실이다.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전주라는 지역성이 살아나야 하며 세계인이 공유할수 있는 문화적 동기를 부여함과 동시에 소리라는 예술적 전문성을 담보하여야 하고 또한 전북도민에게는 축제의 흥겨움이 녹아나야만한다. 그러나 축제기간 어느 프로그램에도 그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매개체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전북문화라는 훌륭한 인적자원을 십분 활용하지도 못하였고 외국의 관광객을 끌어드릴 홍보나 프로그램의 부족이 심각하게 노출되었으며, 소리의 특성을 이용한 완창발표회 하나도 마련되지 못하였다. 전체적인 공연 내용은 다양한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 조화가 되지 않는 유기적 결합이 부족했고, 나열식 프로그램은 관객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무엇보다도 가장 아쉬운 부분은 전주 세계 소리 축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 세계 각 대륙을 대표할 민족음악 연주팀들을 보다 다양하게 초청해 전 세계 음악전공자나 매니아들을 흡수할 장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소리축제가 경쟁력있는 축제로 살아 남으려면 전주의 소리라는 훌륭한 인적 문화 인프라를 통해 한국의 각 지역 소리들이 하나로 모이는 계기가 되고 그와 아울러 전 세계의 민족음악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각 민족의 삶 속에서 이어져온 음악적 특색을 국내외 관람객들에게 보여주었어야 했다. 아프리카에서 초청된 공연팀과 국내 연주자들이 한 무대에 서서 소리의 화음을 공유할 기회마저 없었던 것은 더욱 아쉬웠다. 43억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하루 평균 4억여원의 비용을 사용한 축제의 자금력이 전주 시민들에게는 축제의 흥겨움으로 다가서지 못하고 그들만의 축제로 단절감을 느끼게 했다. 몇몇 공연의 유료화도 좀더 깊은 고민을 가지고 시도했어야 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축제의 문화적 성과물이 지역에 환원될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지금부터 다시 기울여야한다는 것이다. 축제는 1회용 홍보의 수단이 아닌 명실상부한 문화 예술의 질적 발전을 위한 계기가 되어야 하며 그것은 철저한 기획과 완벽한 지원을 통해 각종 공연의 상설화가 이루어졌을때 준비할수 있다. 문화의 저변확대는 단기적 물량위주의 문화공세로 절대 이루어질수 없다. 광주 비엔날레와 같이 몇백억을 투자하여 외국의 유명 작가들의 그림을 유치하여 행사기간중 엄청난 문화적 혜택을 누리게 하였던 성과물이 비엔날레가 끝난후에는 오히려 광주 시민들에게는 문화적 공허함만을 남게한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1.10.22 23:02

[축제 마감평] 이종민 전북대 교수

아흐레동안이나 전주벌을 달구었던 소리축제가 막을 내렸다. 많은 우려속에 출발한 것 치고는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소리의 축제가 어떤 형태로 진행될 수 있으며 어떤 종류의 기획이 가능한가도 보여주었다. 일사불란한 조직운영을 통해 매우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큰 무리 없이 감당해낸 것을 지켜본 것만해도 이지역 문화계로서는 커다란 수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노정된 문제점 또한 만만치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전히 소리축제의 정체성 문제이다. 왜 ‘소리축제’이고 이때 ‘소리’란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가가 불분명하다. 또 짤즈부르크나 비엔나가 아닌 전주에서 왜 ‘소리’의 향연을 해야하는지가 축제의 열기가 사라지자 더욱 또렷히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잡다한 프로그램의 백화점식 열거나 기획공연의 부족, 그리고 수준 낮은 연주 등 축제 내용에 관한 것 뿐 아니라 행사진행자들의 지나치게 딱딱한 태도 등 진행과 관련된 세세한 사항들에 대한 점검과 반성은 이제부터 차분하게 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에 앞서 무엇이 소리축제를 이나마 성공작으로 이끌 수 있었는가에 대한 엄정한 평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먼저 이 지역주민들의 거의 맹목적이라 할 수 있는 ‘소리’에 대한 열정을 들 수 있다. ‘동원’의 혐의를 온전히 떨쳐버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프로그램의 구체적 내용과 상관없이 공연장을 지켜준 주민들의 성의야말로 축제분위기 조성의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다.물론 이와같은 주민들의 높은 참여율 뒤에는 이 지역 언론들의 헌신적인 홍보노력이 있었다. ‘언론의 발목잡기’라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 지역주민들을 감동시켰을 것이다. 이 점은 조직위에서 나온 홍보물보다 더 체계적이고 알기 쉽게 제작된 각 언론사 안내문만 대조해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말하자면 이만큼의 성공에도 조직위가 자부심을 가질만한 부분이 그리 많지 않다는 말이 된다. 그 엄청난 예산에 주민들의 열광적인 소리사랑과 언론의 열정적인 축제살리기를 등에 지고 어찌 이런정도의 외형적 성과를 못만들어내겠는가. 짧은 기간에 그 복잡한 우여곡절을 겪고도 이 만큼의 성과를 일구어낸 공을 몰라서하는 말이 아니다. 외형적 성과에 현혹되지 말고 냉정한 자기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이번 축제를 통해 가능성이 검증되었으니 이제 이를 가다듬어 세계적인 소리의 향연으로 발전시켜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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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10.22 23:02

[축제 마감평] kbs전주방송총국 송기윤 편성부장

내 기억 속에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물 소리이다. 형체도 없고 냄새도 맛도 없지만 우리 정서 속에 커다란 이미지로 간직되는 "소리". 세계소리축제는 그래서 참 매력적인 이름이었다. 2001년 가을, 첫 문을 연 세계소리축제는 우선 그동안 이야기 속에만 머물던 소리의 고장이라는 전주의 이미지를 본격적으로 알리고 상품화하는 첫걸음을 디뎠다는데 의의가 있다. 그러나 첫걸음인만큼 분명 아쉬움도 많았다. 먼저, 축제의 컨셉이 불분명하다. 애초에 소리축제의 "소리"는 우리의 판소리를 기본으로 우리 일상의 소리부터 세계 각국의 음악까지 그야말로 세상의 모든 "소리"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행정과 조직위의 갈등 등으로 그 행로가 불분명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소리 축제의 "소리"는 색깔을 잃어버렸다. 컨셉이 불분명하다보니 세계소리축제라는 타이틀에 맞는 흡입력을 갖기도 힘들었다. 명확한 이미지가 없는 소리축제. 컨셉의 특성화로 자리를 잡은 세계 유수의 음악축제들 사이에서 눈길을 끌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전주의 색깔조차 분명하지 않다. 적어도 전주에서 열리는 소리축제는 판소리를 중심으로 국악의 정수를 선보이는 자리여야했다. 그러나 전통색 가득한 향교 등에서의 국악 공연은 소리문화의 전당의 공연에 비해 부수적인 공연인 것처럼 뒤쳐졌고 관객들의 관심 또한 적었다. 또한 도내의 우수한 연주인력들이 빠진 자리에 함량 미달급의 출연진이 등장한 것도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이제 첫 걸음마를 시작했다. 하나의 축제가 자리를 잡기위해서는 적어도 5,6년을 내다보는 독창적인 시각과 준비, 그리고 기다림이 필요하다. 내년 세계소리축제가 세계 속으로 한 걸음을 더 내딛기위해서는 전주에 장기적인 축제마인드를 심는 것이 중요하다. 소리문화의 전당은 국내 최고급의 공연장이다. 그리고 그 주변의 분위기 역시 전주의 이미지와 연결, 특성화하는데 손색이 없다. 덕진공원에서 동물원까지 연계한 소리길을 만들면 어떨까? 평소엔 산책로로.. 또 언제든 들르면 크고 작은 소리의 무대가 열리는 소리의 메카로.. 소리문화의 전당을 중심으로 전주에 1년 내내 축제 분위기를 조성해서 축제가 열리면 그동안 축적된 열기를 터뜨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소리축제는 전주라는 도시이기에 가능한 기획이었고 또 앞으로도 전주라는 도시에서만 가능한 축제로 만들어가야한다. 이제 시작이다. 많은 질타가 있을 것이다. 소리축제가 전주를 대표하는 진정한 축제가 되기 위해선 이 모든 문제를 전주 시민이, 또 전라북도민 전체가 함께 안고 가야 한다. 그것이 이 땅이 진정한 소리의 고장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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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10.22 23:02

2001전주세계소리축제 무엇을 남겼나

우리 소리의 생명력과 가능성을 보여줬던 2001전주세계소리축제가 막을 내렸다.이날 저녁 시청앞 축제광장에서 열린 폐막식에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천명의 시민과 관광객들이 몰려 온고을을 빛냈던 아흐레 동안의 소리여행이 끝나는 것을 아쉬워했다.13일 시작된 소리축제는 ‘소리사랑 온누리에’를 주제로 공식프로그램만 89개, 우리나라를 비롯한 15개국 3천7백여명을 무대에 올렸다. 특별공연과 자유참가 등을 포함한 2백회가 넘는 소리 잔치상은 우리 소리를 세계에 알리고 세계음악을 소개했다.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등 전주시내 10여곳에 열린 이번 축제는 다양함과 풍성함을 보여줬지만 정작 소리축제가 갖고 있어야 할 정체성을 담아내진 못했다.소리축제가 전주에서 열리는 이유, 우리 소리의 역사나 다름없는 전주와 전북의 소리문화를 담아낸 프로그램이 부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리축제는 전주의 소리가 중심에 서서 한국의 소리와 세계 민속음악을 어우러지게 하는 동시에 지역문화 인프라를 지구촌에 알리는 마당. 그러나 프로그램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기에 급급했던 조직위의 기획력 부재는 전주 소리를 다양함 속에 파묻어 숨도 못쉬게 만들었다.김광복 도립국악원 관현악단장은 “소리축제가 전북문화라는 훌륭한 인적자원을 십분 활용하지 못했다”며 “일례로 소리의 특성을 이용한 완창발표회가 한번도 열리지 못한 것은 분명 잘못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축제 주관방송사인 KBS전주방송총국 김정식PD도 “전주에서 소리축제가 열리는 이유는 ‘소리의 고장’이기 때문이었지만 우리 소리가 갖가지 축제에 묻혀 버리고 말았다”며 “시민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해 축제분위기가 살아나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꼬집었다.축제 그릇에 정체성을 담아내지 못한 기획력 부재와 함께 운영시스템도 ‘첫회’라는 변명이 궁색할 정도로 문제투성이었다.관객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 부족을 비롯해 행사장에 투입된 스탭이 제역할을 못하는 등 조직위의 운영미숙으로 공연 지연이 빈발하거나 미흡했던 공연 안내도 관객들의 큰 불만을 샀다. 특히 철저하지 못했던 기획은 해외 연주자들의 당일치기 공연이나 예고없는 출연단체 바꿔치기를 야기, 축제의 오점으로 남았다.어린이 소리축제 행사장소가 오후 5시만 되면 굳게 문을 닫아 부모손을 잡고 뒤늦게 찾아온 어린이들의 동심을 멍들게 했는가 하면 입장권은 모두 팔렸는데도 객석은 비어있는 기현상이 연출돼기도 했다. 그 가운데 조직위가 축제 중반에 접어들면서 이같은 운영상 미숙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순발력과 융통성을 발휘, 관객들에 대한 서비스를 개선한 점은 눈길을 끌만 했다.66개 국내외 공연단체가 참가한 자유참가 공연은 아마추어들의 참여를 극대화했다는 시도는 좋았지만 참가단체들이 내용을 채우고 자율적으로 홍보하게끔 꾸려내는 조직위의 역할 미흡이 티로 남았다. 또 공연이 열렸던 각 장소를 담당한 스탭의 책임성 없는 운영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기획력 미흡과 운영상 미흡이 숱하게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호평을 받은 부분도 적지 않았다.도민과 외지 관광객들에게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세계 소리문화와 민속음악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또 축제기간동안 외국인 3천8백여명을 포함한 52만9천여명의 관광객이 전주를 찾아 전북의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부상했고 소리고장의 자존심을 드높였다는 평을 받았다.다양한 프로그램속에서도 목소리가 만들어낸 공연은 수많은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소리축제의 미래를 제시했다. 판소리전용극장인 명인홀에서 열린 ‘우리 소리의 맥박’과 유럽합창음악의 진수를 선보인 뮌헨비아노바 합창단 등은 소리축제의 전형(典刑)을 제시했다.소리축제의 흥을 돋우고 시민참여 열기를 뜨겁게 달군 프로그램은 역시 어린이 소리축제. 번개오페라와 소리탐험세계, 인형극 등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문화적 소양과 예술적 감성을 계발하는데 초점을 맞춘 이 프로그램은 축제를 현재 진행형이 아닌 미래로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특별 프로그램 ‘제의와 영혼의 소리’는 공간과 음악의 만남을 새롭게 시도한 자리로 유교와 불교, 기독교 등 각 종교음악을 태생시킨 공간으로 그 음악을 되돌려 놓았으며 매일 저녁 객사에서 축제광장까지 열렸던 거리퍼레이드는 시민들의 축제 참여를 극대화했다.소리축제가 막을 내리자 마자 여기 저기서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성공적이었다는 조직위 관계자들의 자평도 있고 축제기간 동안 가장 좋았던 것은 ‘날씨’였다는 혹평도 있다.조직위와 전북도가 아무리 열심히 준비했더라도 ‘성공적’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에는 소리축제 결과가 너무 초라하다.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이나 시내 중심가를 축제분위기에 젖게 한 거리퍼레이드 등 일부분에서 비교적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정작 축제를 하나로 아우를 중심이 없었던 까닭이다. 이제 첫 걸음을 뗀 만큼 아쉬웠던 기획력과 운영시스템의 부실을 보완해 더 나은 미래를 여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 소리의 정체성을 부각시키는데 실패했다는 오늘의 교훈을 거울삼아 우리 소리의 독창성과 가능성을 맘껏 담아내는 축제를 만들어가야 한다. 두번째 소리축제는 ‘날씨가 좋았다’기 보다 ‘전주에서 우리 소리의 생명력을 보았다’는 말이 곳곳에서 들리길 기대한다. /임용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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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10.22 23:02

최동현교수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칭찬과 비판'

아흐레 동안 전주 시내 곳곳에서 펼쳐진 소리 축제가 이제 끝나가고 있다. 준비 단계부터 숱한 잡음과 마찰로 개최마저 불투명했던 데 비하면, 성패를 떠나 축제를 마치게 되었다는 것이 그렇게 다행스러울 수 없다. 전라북도에서 치러진 대규모 행사로 전국체전 말고는 이번 소리축제가 처음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이만한 행사를 치러본 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한 상태에서 개척자적인 자세로 일한 수많은 축제 관계자들의 노고를 우선 치하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마땅한 도리일 것이다.개막식에 참석한 대통령이 적극 지원할 뜻을 밝히면서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정례화의 길로 확실하게 접어든 점은 이번 축제의 최대 성과라고 할 만하다. 이런저런 잡음이야 많은 사람, 많은 행사가 한꺼번에 이루어진 데다가, 이제 그 첫 발걸음을 내딛는 데서 오는 경험 미숙 때문이라고 변명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소리축제는 일과성 행사가 아니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이 행사는 계속 이어질 것이고, 또 그렇게 만들어야만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그러기 때문에 보다 나은 다음 축제를 위한 반성의 시간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축제 기간 내내 만난 사람들이 내게 한 이야기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도대체 '소리'가 뭐냐는 것이고, 둘째는 어디서 무슨 공연이 이루어지는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첫째 질문은 축제의 방향과 목표에 관한 질문이다. 이런 대규모 행사가 무슨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를 묻는 것은 당연하다. 가까운 거리를 갈 때도 목적지를 먼저 정하고, 그 목적지에 이르기 위해서 가야할 길과 방향을 정한 후에 길을 떠나지 않던가. 그냥 무턱대고 가다보면 헤맬 수밖에. 두 번째 질문은 청관중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요구하는 내용으로 보아 무방할 것이다. 구경을 가자 해도 어디서 무엇이 이루어지는지, 그곳을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얘기다. 안내 팜플렛도 읽어보지 않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안내 팜플렛 찾아 읽기가 그렇게 쉬운가. 또 그 팜플렛 내용은 알기 쉽게 되어 있고, 거기에 담긴 정보는 상세했던가 되물어볼 일이다. 행사장이 여러 곳으로 분산되어 있으니, 일단 무엇을 볼 것인지 정하고 공연장으로 가야하는데, 공연 내용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은 어떤 것이 좋은지 알 수가 없으니 가기가 어려웠다는 얘기다.이번 축제의 입장권 예매율은 매우 높았다고 한다. 매진된 공연이 많은 데 대해 나도 놀랐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예매율이 높은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예매를 하지 않은 사람들을 끌어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구체적인 각 공연에 대한 평가도 차근차근 해 봐야 하겠다. 올 축제는 끝났지만, 벌써 다음 축제를 준비해야할 때가 되어 버렸다. 모든 목표를 다음 축제에 두고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칭찬도 비판도 다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 최동현 (군산대 교수, 판소리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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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10.22 23:02

[축제를 마치고] 천이두 조직위원장

소리축제 폐막 하루를 앞둔 20일 오전,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 천이두위원장을 조직위 사무실에서 만나 축제 전반에 대한 소회를 들어봤다. 첨위원장은 지역의 신망받는 학자출신답게 보태거나 빼지 않고 솔직하게 답해줬다.천위원장은 이번 축제가 다소 방만하게 진행돼 집중도를 약화시켰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축제규모를 축소시켜 짜임새 있고 내실있는 축제를 치르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천위원장은 또 위원장 자격이 아닌 자연인을 전제로 지역 문화예술계가 주체가 돼 축제의 성격을 규정하고 고장의 정서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축제의 틀을 새롭게 짜나가야 한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컨디션은 어떻습니까.△하루하루 너무 긴장했나 봅니다. 원래 잠이 많은 편인데 (잠이) 들쭉날쭉 했습니다. 수면부족이 누적되고 감기증세도 조금 있습니다. 폐막식까지는 잘 치러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축제에 대한 평가들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자평(自評)을 부탁합니다.△평생 이런 일에는 처음 관여했습니다. 기자들에게는 (이번 축제가) 89.9점은 맞은 것 아니냐고 농(弄)을 하곤 했습니다만 대체로 낙제점은 면한 것 같습니다. 실패한 축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축제 프로그램이 산만하고 행사장이 너무분산됐었던 것 같습니다. △축제가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도민들의 관심이 분산된 점을 인정합니다. 처음 벌이는 행사인데도 너무나 크고 방만하게 벌려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도민들의 관심을 집약시키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소리의 다양한 장르들이 각곳에서 펼쳐져 관람객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취사선택해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측면도 있습니다. 이 점은 앞으로 연구할 문제 입니다.-축제의 전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조직위내 예술팀과 사무팀의 호흡이 맞지 않았습니다. 전혀 이질적인 집단이 만났기 때문에 불협화음이 많았습니다. 이 문제는 두팀의 업무를 분장해 주면서 점차 개선됐지만 안타깝게 생각합니다.-프로그램의 기획과 실행을 전적으로 외부에 의존해 지역의 독자성과 자주적인 문화역량을 살리지 못했다는 말들이 많습니다. △자연인으로서 동감합니다. 지역의 문화예술계가 행사의 주체로 나서 축제의 성격규정과 섭외를 맡아야 합니다. 여건이 안돼 이를 외부에서 빌린다 하더라도 이쪽의 주체적 의도가 뚜렷하게 투영되고 고장의 정서와도 일치돼야 합니다. 이것이 바람직한 소리축제의 지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진지하게 검토될 것입니다. 다음 행사때는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 하는 해답이 나올줄로 믿습니다.-축제가 너무 큰 규모로 치러진 것은 아닙니까. △올해는 한국방문의 해라 적지않은 국비를 받았는데 내년에는 (국비지원이)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예산규모도 3분의 1로 축소될 것입니다. 규모가 줄어들면 내실을 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됩니다. 좀더 짜임새 있고 오붓하게 (축제를) 하겠다는 희망적인 생각을 갖습니다. 규모가 적으면 집약적으로 축제를 치를 수 있는데 그러다 보면 방만했던 축제의 인상도 불식시키는 계기가 될 겁니다.-이번 축제가 몇점을 받을 것 같습니까.△B플러스는 못되도 B마이너스는 줄 것 같습니다.-도민들께 한말씀 부탁합니다.△존경하는 고장 도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활기찬 행사를 가진 점에 감사를 드립니다. 열심히 해본다고 했으나 부족한 점도 많았을 줄 압니다. 귀를 열어 놓고 있으니 잘못된 점은 기탄없이 지적해 주십시오. 내년에는 더 잘해서 좋은 잔치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축제가 끝나면 뭘 하겠습니까.△잠을 좀 많이 자고 술도 좀 마시겠습니다. 나머지는 그 다음에 생각하겠습니다. 천위원장은 인터뷰 말미에 날씨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청명한 가을날씨에 잔치를 치러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현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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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10.22 23:02

[축제를 마치고] 강준혁 예술총감독

“2백개에 이르는 행사가 큰일없이 마무리돼 기쁘게 생각합니다. 특히 공연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묵묵히 행사진행을 맡은 스탭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아흐레동안 전주를 소리로 감싸게 했던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종착역에 선 강준혁예술총감독은 “축제광장과 데일리퍼레이드 등 축제를 띄우기 위한 프로그램들을 많이 준비했지만 축제분위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고심했다”면서 “축제 중반을 넘어서면서 축제의 틀이 어느 정도 갖춰져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이번 축제에 앞서 ‘소리환경’을 화두(話頭)로 던진 축제전문가, 강총감독은 “소리축제에서 소리문화의 원형과 그 다양성을 아우르는 작업이 어느 정도 밑그림을 그려냈다”면서 “앞으로 소리축제가 내실있는 축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10년앞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그는 이번 축제에 대해 “내용면에서는 이번 축제를 통해 축제가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여러가지 주춧돌들을 마련했다고 자부한다”면서 “전주향교와 전주시청앞 축제광장 같은 새로운 공연장을 만들어냈고, ‘축제 속의 축제’라고 말할 수 있는 어린이축제를 통해 고사리손들이 내일의 축제주인공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도민들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의 심리적 거리감을 좁힌 것도 기대이상의 성과”라며 “어린이소리축제에 대해서는 유관기관과 협조해 행사규모를 더욱 확대하고 상설화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싶다”고 말했다.“축제는 외지인과 소통하는 구조의 연장선상”이라는 강총감독은 “지역의 문화만을 보듬고 살겠다는 시대는 이미 지난 만큼 지역민들이 이번 축제를 통해 새로운 문화에 대한 열린 마음을 키워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며 소리축제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정체성을 설명했다.“전주와 전북은 어느 지역과 견주어도 문화적 자긍심이 높습니다. 그러나 문화가 발전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수준높은 자긍심을 앞세워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고 포용하려는 미덕이 있느냐는 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축제에서 공연의 절반이 우리의 전통소리로 차지했는데 앞으로도 계속 우리 소리를 절대적으로 유지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그는 축제가 마무리될 때까지 ‘서울사람들’‘서울팀’이라는 편견이 지워지지 않은 점을 의식한 듯 “일회성이 아닌 연속성을 가진 소리축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는 열린 마음과 신뢰구축이 중요하다”면서 “안에서부터 흥겨움이 퍼져야 외지인들도 귀가 솔깃해지는 법”이라고 강조했다.이번 축제는 조직위가 사무국과 기획국으로 이원화된 탓에 많은 문제점을 낳았다고 말하는 그는 “소리축제가 내실있는 행사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전략이 중요하다”면서 “‘전주세계소리축제가 10년뒤 어떤 모습으로 자리잡을 것인가’라는 안목을 앞세워 내년 행사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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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10.22 23:02

[축제를 마치고] 정상권 홍보부장

“대규모 문화예술 행사를 치르는 데 밑바탕이 되는 지역내 인적 인프라를 강화해야 합니다”.아흐레동안의 축제기간은 물론 이보다 훨씬전부터 잔치 알리기에 밤낮을 가리지 않았던 소리축제조직위원회 정상권(丁相權) 홍보부장. 우리소리 세계화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알찬 결실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첫 행사였던 터라 도내 문화예술 관계자들이 그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다는 생각이다. “외국인과 타 지역 관객이 기대만큼 많지 않았던 게 가장 마음에 걸립니다”.축제 마케팅과 인터넷 관리, 홍보물 제작·배포, 관객 유치활동으로 각 공연장과 사이버공간을 넘나들며 동분서주했던 정부장은 이번 행사에 쏟아 부은 열정만큼이나 아쉬움도 많다. 물론 올해는 긍정적·부정적인 면을 모두 포함, 배우는 행사였다는 점을 들어 스스로 위안삼을 수도 있지만 외지 관객이 적어 세계축제로서의 위상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는 지적에는 마음이 편치 않다. 그는 행사진행과 관련 “관객들이 소리예술을 마음껏 즐기면서도 품격을 잃지 않는 축제를 지향했다”며 “소비·향락행사로 흐르지 않고 예향 전북의 멋과 자부심을 끝까지 지켜낸 게 큰 성과”라고 말했다. 자유참가 공연을 포함, 무려 2백여회에 이르는 방대한 프로그램이 큰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품격’이라는 축제의 기조가 유지됐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관객동원에 큰 힘을 발휘하는 인기 대중가수를 초청하지 않은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개막일 2∼3일전에 비가 내려 축제기간 야외공연에 행여 차질이 생길까 걱정했는데…. 폐막일 비가 약간 내리기는 했지만 날씨 덕이 컸습니다”.그가 가장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축제기간 내내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볼 수 있었던 점과 행사관련 안전사고가 한건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예향에서 열리는 소리축제가 정체성을 확립, 세계적 잔치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도 내로라하는 도내 문화예술인들이 그 역량을 모아내야 한다는 게 정부장의 주장이다. / 김종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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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10.2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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