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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국(피리, 한국예종학교 전통예술원 교수)양악오케스트라와의 합주는 이번이 처음이라 긴장됐지만 피리와 오케스트라의 화음이 조화된 좋은 공연을 전주팬들께 들려줘서 다행입니다. 특히 곡 자체가 민속보다는 정악적 측면이 강해 피리에서 나오는 꿋꿋한 소리와 힘찬 울림이 잘 표현됐다고 봅니다.소리전당 모악당에 처음 섰지만 음향이 좋아 개인 독주회를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길 정도로 무대여건이 좋았습니다. 소리축제를 통해 우리 소리와 서양음악이 만나는 자리가 지속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원일(고수, 한국예종학교 전통예술원 교수)세계적인 음악페스티벌이 우리나라에서 산발적으로 개최되긴 했지만 지속되지는 않았습니다. 세계음악인들이 소리축제를 재밌고 창조적인 무대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매년 개최되고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예비대회때 ‘전통 음악의 밤’의 감독으로 활동했지만 여러모로 문제가 돌출됐었습니다. 올해엔 우리 소리가 많이 소개되면서도 세계소리가 어우러지는 명실상부한 세계소리의 잔치가 돼 기쁩니다.-김기철(고수)비록 협연 무대지만 소리축제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나는 ‘온누리콘서트’에서, 서울 예술의 전당과 비견될 만한 공연장에 서게 돼 기쁩니다. 소리축제가 우리 가락과 서양음악의 만남을 시도하는 무대라는 점이 이채롭습니다. 이 축제를 통해 ‘소리의 본향’인 전주의 특색이 물씬 풍기는 소리를 세계화 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봅니다. 소리전당 모악당 무대도 주변과의 조화가 잘 이뤄졌고 공연하기 편해 맘에 들었습니다.-이돈응(한양대 작곡과 교수)전주세계소리축제가 국내외의 유명한 교향악단을 초청해 누구나 할 수 있는 형식적인 페스티벌이 아니어서 맘에 듭니다. 민속부터 현대까지, 그리고 세계 각지역의 음악이 소개되는 자리는 꼭 필요합니다. 소리축제가 어린이들에게는 새로운 음악세계를 알려주고, 노인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프로그램이 준비돼야 한다고 봅니다. 올해도 다양한 소리와 음악이 구색을 갖춘 알찬 축제로 기획됐지만 앞으로도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소리에 대한 감각과 역사 등을 이해할 수 있는 장이 거듭나야 합니다. -김경숙(명창)소리공부만 한 저에게 지휘자의 사인과 악보를 봐야 하는 서양음악과의 협연은 힘든 작업입니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소리꾼으로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보람있었습니다. 전주에서 소리축제가 열려 ‘과연 소리의 고장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예술가라면 누구나 한번쯤 참여할만한 무대라고 생각합니다.소리꾼으로서 전주에서 열린 첫 소리축제에서 공연했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정말 기쁩니다. /임용묵기자
서민들 가슴 깊숙히 자리한 ‘한(恨)’의 미묘한 정서까지도 장단으로 척척 풀어냈던 우리 민족의 전통 음악이 서양 음악의 한 복판에 섰다. 세계인의 음악으로 거듭나고 있는 국악이 축제의 열기로 달아오른 소리의 땅에서 오케스트라와 만난 것.14일 오후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서 전통에 대한 자긍심을 바탕으로 퓨전(Fusion)음악의 새 가능성을 모색한 ‘온누리 콘서트’는 우리 소리의 세계화를 추구하는 축제 기획의도와도 부합, 개막공연에 이어 큰 관심을 끌었다.세계의 소리와 교감, 전통예술의 다양한 가능성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축제의 정체성을 함축해 낸 무대.이날 60여명으로 구성된 서울시립관현악단(지휘 정치용)과 협연한 연주자는 모두 10명으로 4가지 음색의 각기 다른 울림으로 한국음악의 세계성·보편성을 유감없이 드러내 보였다는 평을 받았다.콘서트 첫무대 ‘피리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류(流)’에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정재국 교수(피리)와 원일 교수(고수)가 서양의 거대한 오케스트라 음향속에 흘러들어간 소박한 우리소리의 맥박을 들려줬다.또 양악기인 색소폰 소리에 동양적 정서를 담아내는 김기철씨와 김경숙명창이 관현악단과 한소리를 만들어냈으며 황미연씨(전주대 전임강사)는 고유악기인 가야금과 오케스트라의 절묘한 하모니를 선사했다.특히 이날 콘서트에서는 축제 개막공연 판굿무대를 연출했던 사물놀이의 명인 김덕수씨(49·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한울림 예술단과 함께 사물놀이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마당’을 통해 한바탕 신명의 소리를 풀어냈다.주러시아 한국대사관이 주최한 모스크바 국악공연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축제의 고장 전주로 달려 온 한울림 예술단 김덕수 감독은 소리의 본고장서 우리소리 세계화의 열정을 한껏 발산,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김종표
전주시청앞 소리축제 광장의 첫번째 축제광장 무대는 ‘이광수의 비나리’가 장식했다.14일 오후 6시30분 비나리의 명인 이광수(48)는 민족음악원 풍물단을 이끌고 소리축제에 복을 기원하는 한바탕 풍물굿을 벌였다. 구수하고 가슴에 감기는 맛이 일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광수는 이날 비나리를 통해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소리축제의 교감대를 넓혔다.‘빌다’의 옛말인 비나리는 액운을 쫒아내고 복을 빌어 평탄한 삶을 영위하고자 마음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소리. 천지 생성과 살풀이, 한해의 액을 막아주는 액막이, 수명 장수와 부귀복덕을 비는 덕담, 축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비나리를 맡은 이광수는 이날 문굿과 길놀이를 시작으로 삼도설장고와 농악가락으로 이어지는 신명난 굿판을 이끌며 소리축제의 성공과 민족의 화합을 빌었다.이광수는 충남 예산 출신으로 현재 민족음악원 원장, (사)한국국악협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꽹과리의 달인으로 알려진 인물. 남사당패를 이끌었던 부친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남용운(남사당 꼭두쇠), 최성구(남사당 상쇠) 등의 대가들로부터 꽹과리와 장구를, 차기준·황금만(남사당 비나리) 등으로부터 비나리를 사사받았다.62년 '전국 농악경연대회' 최고상을, 70년에는 '전국 민속 예술경연대회'에서 개인상을 각각 수상하며 일찍이 두각을 나타냈다. 이날 비나리가 벌어진 축제광장에서는 오는 20일까지 국악과 브라스밴드, 민중가요 등 다양한 무대가 마련된다. /김현기기자
전주향교 일월문을 지나 소리처럼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든다. 대성전 앞, 복두를 쓰고 홍주의를 걸친 한무리의 악대가 등장한다. 집사가 “두오”를 외친다. 여섯조각의 얇고 긴 판목이 폈다 접으며 소리를 내고 용이 그려진‘휘’가 올라선다. 이제 풍류가 시작된다. 거문고를 중심으로 가야금·해금·피리·대금·양금·단소·장구가 하나씩 조촐하게 어울리는데, 그윽하고 은은한 가락이 제법이다. 세상에 이처럼 여유있고 평화로운 음악이 또 있을까. 영산회상의 첫 곡인 상령산을 들으면 그런 생각이 든다. 언제 끝이 나는지도 알 수 없을 만큼 긴 호흡으로 이어진다. 한없이 느린 가락이 유유히 흘러, 성질 급한 사람은 듣다가 숨이 넘어갈 지경이다. 하지만 마음을 탁 놓고 음악의 흐름에 숨결을 맡기면 더할 나위 없이 아늑하다. 때론 어머니의 품처럼 편안하다. 그 속에 나를 담으면 선정에 젖어든다. 소리를 통한 신비한 주술을 담은 청색 울림이 또 한번 사람들 앞에 선다. ‘청성곡’은 그 이름만큼이나 높고 맑은 음역을 보여준다. 풍부한 시김새와 부드럽고 편안한 연주로 대금이 갖는 그윽한 아름다움을 한껏 발산한다. 대금 가락이 맑고 높은 하늘과 조화를 이루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어느덧 이들은 찾아든 이들의 무병장수를 기원하고 있다. 한껏 의젓하고 정중하게 흐른다. 추호의 경망함이나 흐트러짐이 없다. 펼쳐내는 단아한 분위기는 모든 허세와 속기를 말끔히 씻어 준다. 유창하게 흐르지 않고 한음 한음씩 또박또박 짚어 가는 음의 연쇄 속에서 다른 곡에서는 맛 볼 수 없는 보허자만의 아름다움이 투명하게 빛나고 있다. 고우면서도 힘있는 정가의 소리는 절제의 미학을 느끼게 한다. 어느덧 집사가 다시 불쑥 찾아와 “지오”를 외친다. 고통스런 화두 하나를 던져주고 간다. / 최기우(소설가)
소리꾼은 많지만 진정한 소리꾼은 귀한 법이다. 득음만을 위해 수십년을 한눈 팔지 않고 오롯이 소리에 정진하는 일은 생각처럼 그리 간단치가 않다. ‘우리 소리의 새로운 가능성’을 화두로 던진 전주세계소리축제가 흙속의 진주를 고르듯 진정한 소리꾼을 찾는 일에 팔을 걷어부쳤다.우리 음악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내는 우리소리의 맥박(13일∼17일 오후 2시부터 명인홀)에서 ‘허튼가락 산조가락’‘판소리 다섯바탕의 멋’과 함께 꾸며지는 ‘젊은 소리꾼’. 이번 공연은 우리 소리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자리이자 소리에 미래를 걸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는 귀중한 무대이다.최영란(남원국립민속국악원 단원)을 비롯해 임현빈(남원시립국악단 단원), 모보경(도립국악원 교수), 김세미(도립국악원 창극단수석), 박영순(도립국악원 단원) 등 5명의 소리꾼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독공으로 빚은 색다른 감흥을 선사한다.출연자 가운데 돋보이는 이라면 아무래도 모보경명창(37). 지난해 제26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 판소리명창부문 장원과 함께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국악계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그는 청아한 미성에 발림이 돋보이는 젊은 명창이다.그는 15일 ‘춘향가’를 부른다. 모친인 최승희명창(지방중요무형문화재 ‘춘향가’기능보유자)의 공력을 이어받은 만큼 모명창의 ‘춘향가’는 남다르다. 이번 무대에서는 모명창은 최승희명창의 그것을 쏙빼어 닮은 소리로 귀명창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정정열-김여란으로 이어지는 소리를 이어받은 최승희명창은 편식 심한 소리판 속에서 외롭게 정정렬제를 지켜온 원로명창. 첫째날인 13일은 강도근, 오정숙명창을 사사하며 동초제를 잇고 있는 최영란(35)의 무대였다. 남원에서 태어나 남원국립민속국악원에 몸담고 있는 만큼 남원소리의 정형이라는 동편제에 관심을 가질 법도 하지만 한눈 팔지 않고 동초제에만 정진하고 있는 심지굵은 소리꾼.유일한 청일점으로 14일 무대를 장식한 임현빈(27)은 남자답지 않은 단아한 소리로 이름높다. 이번 무대에는 이난초명창에게 사사한 ‘춘향가’를 들려줬다.16일에는 도립국악원 김세미수석(창극단)이 ‘흥보가’를 부른다. 국악계에서도 손꼽히는 국악인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듣는 이의 심금을 자유자재로 흔드는 미성이 돋보인다.대미(大尾)는 17일은 박영순(29)이 장식한다. 전북대를 졸업하고 조통달 이일주 김일구명창 등에게 사사한 그는 오페라창극무대에 서는 등 국악대중화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국악계가 젊은 소리꾼들에게 쏟는 기대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이들은 예전처럼 특정 바디로 자신을 옭아매려하지 않는다. 다양한 바디를 받아들여 이를 발전시키고 국악과 양악이 교차하는 크로스오버무대에 자주 서는 등 국악이 생활 속으로 파고들 수 있는 일이라면 팔을 걷어부친다.전북국악의 화려함을 곧추세우는 숨은 일꾼들이 있는 한 우리 소리의 세계화가 공허한 메아리로 전락하지는 않는다. /정진우기자
세계소리축제가 열리고 있는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을 둘러보는 관객들은 대부분 공연장과 야외무대에 몰려 있지만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2001세계서예비엔날레에도 전국각지에서 찾아온 서예가와 관객들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13일과 14일에 전시실을 찾은 관객들이 가장 붐빈곳은 역시 서예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획전. 어렵고 따분하게만 여겼던 전통서예를 생활속의 예술로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획전에 관객들의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서예술의 실용화전’과 ‘연하장 서예전’등은 그 대표적인 예다. 일부 계층의 전유물로 인식되어왔던 서예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이들 기획전은 실용미를 내걸고 대중화와 저변화를 향한 실험들이 눈길을 끈다.◇…실용화전은 서예를 활용한 의류와 기념품, 악세서리 등 독창적이고 이색적인 생활용품을 전시하는 자리. 20평 남짓한 전시장에는 섬유직물, 한지공예 및 목공예, 벼루 등을 소재로 서예를 담아낸 생활용품이 전통적이면서도 친근한 멋을 자아내고 있다. 캐주얼 T셔츠에 한글과 한문을 조형화한 글을 새겨 개성이 강한 청소년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주부들은 주로 한자와 동물을 형상화한 문양과 황토색 색채를 바탕으로 한 생활한복과 쿠션 등에 관심을 보인다. 서예가의 글이 새겨진 벼루 등 일반 문방사우뿐만 아니라 벽지와 종이장판 등 한지공예에서 화장지걸이와 CD케이스 등 목공예에 이르기까지 서예술의 혼을 담은 생활용품들은 대중들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한 것처럼 보여진다. ◇…서예가 76명이 실용성을 염두에 두고 독특한 소재로 작품화한 ‘연하장’전시전에는 실제로 연하장을 사용하려는 관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한폭의 축소된 동양화를 연상시키고 예술성을 집약시킨 연하장은 정성이 돋보이면서도 독특해서 한해를 기원하는 인사를 담아 보내기에는 안성맞춤. 연하장문화는 통신의 발달과 제한된 소재의 대량생산으로 점차 사라져가고 있지만 이런 기획전으로 연하장문화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여러명 작가의 다양한 예술세계를 엽서크기의 작은 공간에 담아낸 것도 새롭거니와 ‘근하신년’이라는 획일됐던 문구를 ‘참좋은날’‘희망찾기’등으로 바꾸어낸 것도 신선한 느낌이다. 이런 기획전들이 이어지는 사이 서예는 어느새 대중들 속으로 자리잡을 날이 머지 않은 듯이 보인다. /안태성기자
소리문화의 전당 모악당 앞에 위치한 예술마켓. 행사기간 중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 힘든 악기와 여러 소리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만들어 진 것. 그러나 정작 있어야 할 것은 없다.예술마켓에서 내건 상품은 전주대, 세창뮤직의 헤드폰, 파고다 한지, ks뮤직의 디지털 피아노, 고궁국악기 장구가 전부. 썰렁한 소리예술마켓에서 한 자리 잡은 대학 홍보 도우미 왈 “우리도 몰라요. 왜 여기에 와 있는지” /김은정
주말을 맞아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들이 큰 호응. 아이들 손을 잡고 나선 가족 단위의 관객들로 붐비는 현장. 직접 두드려보고 만들어보는 체험악기공방, 찰흙공방, 오색 탈 만들기는 오전부터 왁자지껄. 티켓박스 집계! 오늘 하루 800여명의 아이들이 공방에서 작품을 완성했다. /김은정
소리축제 기간 "게스트라운지"로 활용되는 전주시청 민원실 앞.홍보가 되지 않아서 찾는 게스트들이 없다고 그곳에 근무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울상.홍보전단을 찾아봐도 '게스트라운지' 설명하는 문구를 찾기 어려워 "게스트라운지"가 있는지 조차 모르는 게스트들이 더 많은 상황. “그래도 오늘은 이광수 선생님이 다녀가셨거든요.”환한 웃음으로 전해주는 자봉은 끝내 자봉정신(?)을 잃지 않았다. /김은정
'소리로 떠나는 가을여행(전북도립국악원)'이 열린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공연은 이미 시작됐는데 공연장은 군데군데 비어있고.매표소에서는 초대권을 들고 온 관객들과 담당자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초대권에 배정된 좌석이 이미 꽉 차버린 것. 좌석이 없다는 관계자 말에 초대권 관객들은 흥분하고, 한쪽에서는 예매표로 교환하러 온 다른 관객과 몰래 뒷거래도 이루어지고.이같은 상황은 국립창극단의 '흥보가'가 공연된 전북대 문화관도 마찬가지. 예매표를 입장권으로 바꾸는 융통성을 발휘할 법도 한데. /김은정
14일 오후 2시 10분 전주 객사 마당, 임실 필봉농악단의 리허설현장. 본 공연이 시작되려면 한참이나 남았지만, 좌석은 진작 메워졌고 서 있는 사람들도 한 가득. 모두들 농악에 맞춰 손뼉을 치며 연신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한 시간째 서서 보고 있다는 선그라스를 낀 젊은 남녀 “우리 손잡을 시간도 없어요.” /김은정
눈물, 콧물에 땀까지 흘리면서도 수저를 놓지 못하고 끝을 봐야만 시원한 음식. 전주식 콩나물 국밥. 요리의 비법은 따로 있다. 다시마와 멸치로 국물을 내고 여기에 배추 김치를 씻어 양념해 국물을 낸다. 거칠게 빻은 해장고추가루, 파, 깨를 식성에 따라 알맞게 넣고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는 것이 포인트. 국밥을 먹기전에 따끈한 모주 한잔을 곁들인다면, 금상첨화. 전주식 콩나물국밥은 입맛에 따라 골라먹을 수 있다. 오늘날 즐겨먹는 전주식 국밥은 육수에 밥을 말아내는‘남부시장 스타일’과 뚝배기에 직접 끓여나오는‘삼백집 스타일’로 나뉜다. 물어물어 찾아가야하는 남부시장 안 현대옥, 주변에 헌책방이 몰린 홍지 서점 근처 왱이(287-9179)집과 맞은편 다래(288-6962)도 콩나물국밥집으로 유명하다. 다래는 양념장에 비벼 먹는 콩나물밥과 무밥으로도 잘 알려졌다. 물론 오래전부터 이름을 널리 알린 삼백집(284-2227)이나 한일관(284-3349), 삼일관(284-6984) 등은 여전히 명성이 자자하다. 가격은 3천원에서 4천원. /양예숙 리포터
세계 유일의 대규모 국제서예 축제인 ‘세계서예 전북비엔날레` 가 소리축제 개막과 함께 더욱 은은한 묵향을 발산하고 있다. 6일부터 11월 5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을 중심으로 열리는 세계서예 전북비엔날레는 세계 문자예술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자리. 이번 행사에 선보이는 특별전을 차례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 관람객들의 시선이 가장 많이 집중되고 있는 특별전은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1층 전시관내에 있는 `천인천자문전(千人千字文展)`. 1천명의 서예가들이 제각각 글자 한자씩을 맡아 쓴 이 특별전은 국전 및 시·도서예전, 초대작가 등으로 활동하는 명필 1명이 각자 1자씩 천자문(千字文)을 출품해 마련한 전시전이다. 첫 글자인 천(天)자는 여산 권갑석(權甲石)선생이 썼고, 마지막 글자인 야(也)자는 우산 송하경(宋河璟.성균관대)교수가 맡았다. 한 글자당 글자의 크기는 가로·세로 13㎝. 조직위는 1천자를 다 모아 길이 16m, 세로 2m70㎝에 이르는 16폭짜리 대형 천자문 병풍을 만들었다. 세계 처음으로 기획된 이 특별전은 갖가지 이색기록도 간직하고 있다. 1천명의 서예가에게 천인천자문전의 기획취지를 일일이 설명했으며 출품 의뢰와 접수, 제작 등 준비작업에만 무려 2년이 걸렸다. 또 글자의 크기와 위치, 먹색깔, 낙관의 위치 등을 통일시키기는데도 엄청난 어려움이 뒤따랐다. 한사람이 최고 다섯번이나 글씨를 다시 쓰는 사례도 나왔다. 주최측 관계자는 “천인천색(千人千色)이라는 말처럼 제각각 독특한 서체를 갖고 있는 유명 서예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엿볼수 있는 전시”라며 “세계 처음으로 시도된 이 기획은 국제적으로 권위를 인정받을 정도의 문화재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현기 기자
“전북을 문화순례의 중심지로 육성하겠다.” 지난 13일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식 참석을 위해 전북을 방문한 김대중대통령이 전북을 전통문화의 중심지로 규정하고 한국의 소리와 음식의 본고장으로 키워나가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주요 도정보고와 지역 주요인사 오찬, 소리축제 개막식 등에서 한결같이 “전북은 문화의 고장, 특히 전통문화의 중심지”임을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전주세계소리축제가 가장 적합시기에 열린 축제로 이를 통해 전북이 21세기 한국 문화산업을 선도할 수 있기를 당부하고 정부도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북을 문화순례의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김대통령의 약속은 전북도의 문화산업 발전 계획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지만 이를 위해 해결해야할 여러 과제도 함께 안겨주고 있다. 풍요로운 농경문화에서 시작된 맛과 멋의 본고장이란 자부심과 달리 이웃한 지역에 ‘음식’이란 컨텐츠를 선점당하는 등 국내에서 조차 경쟁력을 위협받고 있다. 문화산업 발전을 위한 장기계획도 본고장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는다. 전북도는 오는 2020년까지 62조 2천3백31억원을 투자하는 종합발전계획을 세웠지만 이가운데 지역문화분야 투자규모는 1조 6백70억6천만원으로 1.71%에 불과하다. 문화분야와 떼놓을 수 없는 관광분야 투자가 9조원대로 이를 보충하고 있지만 문화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책 마인드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때문에 전주세계소리축제를 계기로 전북이 명실상부한 세계적 문화순례의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문화 인프라와 컨텐츠를 구축하고 이를 관광산업과 적절히 연계시켜 자원화시키는 등 기초와 내실을 다지는 효율적인 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전북도 이승우기획관리실장은 “전북 문화산업 육성 지원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를 확인한 만큼 소리축제를 세계적인 문화상품으로 발전시키고 이를 계기로 전북의 문화산업이 세계적 문화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정책방안들을 차근차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강인석
막대한 규모의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는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축제 초반부터 매끄럽지 못한 진행으로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소리축제는 지난해 예비대회를 졸속행사로 치러 도민들의 거센 비난이 쏟아진바 있어 지난해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는 주최측의 치밀하고 빈틈없는 행사진행이 촉구되고 있다. 축제개막 이틀째인 14일 오전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종합 매표소에서는 일부 시민들이 공연 초대권과 할인권을 좌석권으로 교환해 주지 않는다며 매표소 직원들과 곳곳에서 실랑이를 벌여 1년에 걸친 축제준비 정도를 의심케 했다. 한 시민은 “전화 확인을 통해 초대권을 분명히 교환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매표소에 나왔으나 교환을 해 주지 않고 있다”면서 “한쪽에서는 된다고 하고 한쪽에서는 안되고 하는 이런 식의 행사가 어디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앞서 지난 13일 오후 3시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모악당에서 2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소리축제 개막공연은 주최측의 음향시설 준비가 낙제점을 받아 관객들의 빈축을 샀다. 이날 개막공연에서는 김일구 명창이 판소리 심청가를 부르는 사이 음향이 자주 끊기고 잡음이 흘러 나왔으며 공연도중 작업복 차림의 남자들이 태극기를 설치하거나 무대시설을 점검하는 등 수준 이하의 행동을 보여 관람객들의 눈총을 샀다. 이날 무대 및 음향시설은 공연기획을 맡은 소리축제 조직위의 서울팀이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이번 소리축제는 일부 프로그램의 행사진행이 40분 이상 지연되거나 필요한 자리에 자원봉사자들이 배치되지 않는 등 허점을 드러내 시급한 보완이 요구되고 있다. /김현기
가야금의 소리는 현에서 나는 걸까? 손가락에서 나는 걸까?若言琴上有琴聲, 放在匣中何不鳴. 若言聲在指頭上, 何不於君指上聽.약언금상유금성, 방재갑중하불명. 약언성재지두상, 하불어군지상청.가야금에서 소리가 난다면 그 가야금을 상자에 넣어두면 왜 소리가 나지 않을까? 만약 소리가 손가락 끝에서 나는 거라면 그대는 왜 소리를 손가락 끝에서 듣지 않는가?송나라 때의 시인 소동파의 시이다. 과연 가야금 소리는 악기에서 난다고 해야 할까? 손가락에서 난다고 해야 할까? 악기도 손가락도 아니다. 소리가 나는 곳은 악기의 현과 손가락이 만나는 곳이다. 너와 내가 서로 사랑하는 까닭은 네가 특별히 예뻐서도 아니고 내가 특별히 똑똑해서도 아니다. 바로 너와 내가 만났기 때문이다. 사랑은 항상 만나는 자리에 있다. 천리 밖에 서로 떨어져 있어도 늘 마음은 만나고 있으면 그것은 뜨거운 사랑이다. 옛 사람들은 천리 밖 먼 곳에 떨어져 있으면서도 '달'이라는 인공위성을 통하여 밤마다 서로 만났고, 오늘날이야 마음만 하나라면 아무리 멀리 있어도 전화기를 통해 귀밑에서 속삭이는 연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소리는 현과 손가락이 만나는 곳에서 나오고 사랑은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곳에서 자란다.若:만일 약 琴:거문고 금 放:놓을 방 匣:갑(상자)갑 鳴:울 명 何:어찌 하 聽:들을 청
전주향교에 은은한 제례악이 울려 퍼진다. 조용하면서도 장중한 음악이었다. 14일 오후 1시부터 전주향교에서 열린 제례음악과 선비음악이 열린 전전주향교. 전주향교.열린 국립국악원, 전주시립 관현악단, 국악단 '민화' 의 단원 65명으로 구성된 페스티벌 국악 관현악단이 이 음악을 만들어낸 사람들이다. 이를테면 민과 관이 함께 만들어낸 '소리의 하모니'단이다. 여러 지역에서 많은 사람이 한 팀을 꾸리다 보면 어려운 점도 많았을 테지만 김철호 감독은 "두달동안 각 단체별로 연습을 했고 일주일간 합동연습을 했다"고 소개했다. 연주자들 사이에 경쟁심이 없을 수 없어 서로에게 부족한 점은 메워 주면서도 '더 잘하려고' 틈틈이 연습해왔단다. 햇볕이 따가운 한낮의 야외무대인지라 공연자와 관객 모두 힘들었지만 "지역에서 감상하기 쉽지 않은 곡과 '팔일무'를 전통의 향교에서 연주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김감독은 그 의미를 부여했다. /이세영 리포터
-재즈의 미학은 리듬과 즉흥성에 있다. 이번 세계소리축제의 틀은 크게 전통우리가락과 서양음악으로 나뉠 수 있다. 소리의 대향연에서 전통한국음악에 맞설 대표적인 선율이 재즈다. 세계소리축제에서 스윙앤 그루브라는 타이틀로 소개되는 재즈공연은 무려 16개에 달해 일반인과 음악가들의 관심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스윙이란 재즈 연주 특유의 몸이 흔들리고 있는 듯한 리듬감을 형용한 말로 1930년대 베니 굿맨 악단이 자신들이 연주하는 음악을 스윙음악이라고 한 데서 유래됐다. 스윙음악이 날로 인기를 더해가면서 스윙이 재즈를 가리키는 상징어가 됐다. 또 그루부는 재즈 용어로서 흥겹고 멋지게 흐름을 타고 연주한다는 뜻으로 악센트와 연주되는 음표의 길이 등을 말한다. 따라서 재즈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스윙&그루브는 악센트와 음표의 강렬한 움직임으로 리듬감을 극대화시켜 인간의 자율적인 율동과 맞물려 가장 인간적인 느낌을 전달하는데 매력이 있다. 특히 재즈 연주자 자신들이 똑같은 연주곡목과 악보대로 연주하더라도 개성에 따라 리듬과 표현들이 다양하고 독특해 듣는 이들의 느낌 또한 천차만별이다.따라서 1백여년의 역사를 지닌 재즈는 시대의 흐름과 더불어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과감한 변신으로 현대에 이르러 즉흥연주로 대변되고 있다. 바로 개성과 자율성으로 특징지울 수 있는 현대인의 본성과 재즈의 본질이 일맥상통한다는 것. 재즈애호가들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소리의 고장, 전주 세계소릭축제에서도 재즈가 비중있게 추진된 것이다. 14일∼20일, 세계소리축제 개폐막일을 전후한 기간동안 전주시 평화동에 위치한 서양식 레스토랑‘화이트 힐’에서 재즈의 열풍이 불어온다. 특히 재즈의 한국화에 심혈을 받치는 이정식과 그의 빅밴드가 화려한 율동을 선사한다. 또 한국재즈의 거장인 신관웅의 빅밴드, 강한 음악성과 테크닉을 소유한 강태환, 중저음의 허스키보이스로 관객을 사로잡는 웅산, 피아노의 선율과 정통 모던재즈 실력가인 유성희트리오, 재즈의 퓨전을 선도하는 애시드레인, 팝과 재즈를 접목하는 컨템포러리 재즈그룹인 더 쿼텟, 브라질풍의 보사노바재즈를 선사하는 아일랜드, 재즈와 락을 한국적인 맛으로 승화시킨 프리즘, 악센트와 멜로디를 강조하는 레이지 먼데이, 자유 그자체를 선언하는 모이다, 경쾌한 리듬의 웨이브 등 국내 재즈를 상징하는 이들이 소리세계축제 스윙앤 그루브를 장식한다. 이밖에 울프 바케니우스(스웨덴), 조 친다모 트리오(호주), 더 콘체르티노 트리오(러시아) 등 각국의 다양한 재즈의 분위기를 전한다. /안태성기자
서로 다른 신을 숭배하는 기독교와 불교, 유교 등 세계의 종교가 ‘음악에 담긴 정신은 하나’라며 화해와 화합을 시도하는 21세기 초입, 전주에서 음악으로 만난다. 2001전주세계소리축제 특별 프로그램 ‘제의와 영혼의 소리’. 태고적 인간의 하늘에 대한 경외와 삶을 담은 종교·제례악을 통해 영혼과의 교감을 이끌어내는 자리. 유교와 불교, 기독교, 가톨릭, 무속 등 5개 영역의 종교음악이 만나는 장이다. 종교인들은 물론 일반인, 예술인들에게도 주목을 끄는 무대로 인간의 삶에 담긴 근본적 의의와 순수음악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좌석이 질서정연하게 배치되고 막혀있는 답답한 공연장에서 벗어나 고즈넉한 산사와 고풍스런 성당, 선비의 기품이 담긴 향교 등지에서 펼쳐져 종교에 맞는 음악에 대한 원형에 쉽게 빠져든다. 음악을 태생시킨 공간으로 되돌려 놓는 작업인 셈이다. 김제 금산사는 국보로, 전주 향교와 전동성당은 사적으로 지정돼 있어 공연장 자체가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를 간직하고 있어 공연장을 둘러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제의와 영혼의 소리’로의 여행은 14일 전주향교에서 시작됐다. 이날 낮 1시 대성전에서 열린 ‘제례악과 선비음악’은 집사와 집박, 연주자 50명 그리고 8명의 일무 등 60명으로 구성된 축제국악관현악단이 생생하게 재현했다. 이어진 선비음악은 궁중음악을 포함한 민간 상류층에서 연주되던 정악으로 서양의 클래식에 해당한다. 이날 선비들의 대표적인 기악합주음악인 ‘유초신지곡 중 상령산’과 대금의 독특한 음색괒 주법을 잘 살린 ‘청성곡’등이 대성전과 관람객을 조선의 역사속으로 이끌었다. 18일에는 기독교 음악이 전주의 가을밤 하늘을 장식한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찰스톤지역 흑인 아카펠라 여성합창단 ‘플랜테이션 싱어즈’가 이날 저녁 7시30분 바울교회에서 ‘흑인영가’를 들려준다. 이들은 암울한 현실로부터의 탈출과 내세에서의 해방 등 노예생활의 고통스런 현실에서 신앙과 상상의 세계로 도피하려는 소망을 담은 찬송가들을 흑인 특유의 리듬감으로 표현한다. 다음날인 19일 저녁 전동성당에서는 로마네스크 장식의 건물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가톨릭 음악이 장중하게 울린다. 72년 창단된 독일 뮌헨 비아노바합창단이 ‘그레고리 알레그리’ ‘안드레아 가브리엘리’등 15~16세기 무반주 미사곡과 최근에 작곡된 현대 미사곡을 새로운 감동의 무대로 엮어낸다. 주말인 20일에는 김제 금산사와 덕진공원에서 불교와 무속음악이 동시에 열린다. 20일 낮 1시 금산사에서는 전북도 무형문화재 제18호 영산작법보존회의 불교음악 무대가 산사의 여유로움과 함께 어울린다. 불교의식의 장엄함과 절제된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는 이 무대에서는 판소리, 가곡과 함께 3대 성악곡으로 불리우는 범패를 만날 수 있다. 주로 재를 올릴 때 부르는 범패는범음인 소리와 작법인 무용이 모두 포함되는 장르지만, 보통 소리만을 일컫는다. 이날 금산사에서는 천상의 불보살을 모시는 의식인 ‘시련’과 부처께 공양을 올리는 ‘운수상단의식’ 등이 재현된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궤를 함께 하는 종교음악은 무속에서 나온 태초의 소리. 무속음악은 덕진공원에서 19일과 20일 잇달아 열린다. 우리 소리의 뿌리로 대표되는 굿을 통해 민속음악의 보고로서의 음악적 의미와 현대적 관점에서의 굿이 갖는 의미를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는 자리. 19일 낮 2시 30분 전주 덕진공원에서는 여수상모살굿이, 20일 같은 시간에는 진도 씻김굿판이 펼쳐진다. =====================================영혼과 제의의 소리 일정행사명 일시 장소 내용 흑인영가 18일 19:30 바울교회 미국 플렌테이션 싱어즈 흑인영성 찬송가 10곡 열창 무속음악-여수상문살굿 19일 14:30 덕진공원 세습무녀 박경자 등 30명 공연 가톨릭음악 19일 19:30 전동성당 뮌헨비아노바합창단 유럽정통미사곡 10곡 합창 불교음악-영산작법 20일 13:00 김제금산사 도무형문화재 영산작법보존회가 석가의 법회 영산회상 재현 무속음악-진도씻김굿 20일 14:30 덕진공원 인간문화재 박병천과 이수자들 /임용묵기자
막이 오르자 붉은색 궁중복장 차림의 관악합주단 50여명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아름다운 가락과 불규칙한 장단이 결합된 수제천(壽齊天)의 선율이 나직히 흐르기 시작했고 대금과 피리, 해금은 서로 속삭이듯 대화를 주고 받았다. 13일부터 시작해 아흐레 동안 전주 곳곳에서 한국소리와 세계소리의 향연을 선보일 2001 전주세계소리축제는 궁중음악의 백미로 꼽히는 수제천과 함께 그 화려한 출발을 알렸다.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이날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공연에는 국립국악원과 국립창극단, 전주시립국악단과 안숙선 김철호 서원숙 채조병 등 2백여명에 이르는 국내 최고의 예술가들이 참여해 우리음악의 진수를 선보였다. 수제천으로 시작된 개막공연은 손범주 채조병씨가 꾸민 ‘생소병주’ 합주와 김철호씨 지휘의 ‘김죽파 가야금 산조협주곡’으로 이어졌다. 뒤이어 국립창극단이 ‘화초사거리’‘새타령’‘육자배기’‘뱃노래’등 남도의 가락을 신명나게 풀어내자 1천여명이 객석을 채운 모악당의 열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개막공연의 대미는 ‘판굿’이 장식했다. 김덕수 예술감독이 연출한 김동성의 ‘판굿’은 사물놀이패 한울림과 40여명의 풍물단, 육군 군악대 40명이 함께 참여해 판굿 가락을 바탕으로 전통악기와 서양의 관악이 어우러진 힘차고 흥겨운 무대를 선사했다. 이 작품은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초연됐으며 소리축제의 방향을 가늠할 프로그램으로 관심을 모았다. 한편 이날 1부 개막공연에 이어 진행된 개막식에는 김대중대통령과 남궁진 문화관광부장관, 김태식 장영달의원을 비롯한 지역출신 국회의원, 유종근지사, 허영근 도의회의장, 천이두 소리축제조직위원장 등 각계인사들이 참석해 역사적인 전주세계소리축제의 개막을 축하했다. 김대통령은 개막식 치사를 통해 “소리는 만국 공동언어이고 각 민족의 고유한 문화와 정서, 혼이 담겨 있다”면서 “소리축제를 통해 전주와 전북이 한국관광의 수준을 한차원 높이는 문화순례의 중심지가 되도록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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