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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의 거리에서] 좀비들

영화 속에서 간간히 좀비들이 등장 한다. 시체가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분명히 죽었는데, 살아나는 이 기이한 생명체는 또 지칠 줄을 모른다. 분명히 총을 맞아 죽었는데, 부활한(?) 이 생명체의 정체가 어디서 어떻게 영화 속으로 들어 왔는지 모르겠다. 좀비에 대한 상식이 나는 없다. 다만 내가 놀라워하는 것은 죽은 것들이 부활이라는 것이고, 어떤 일을 해도 절대 지칠 줄을 모른다는 이 무서운 존재에 대한 공포다.법적이지는 않을 지라도 분명하고도 확실하게 그 죄과가 드러나 사회적 심판을 받았는데도 어느 새 다시 슬그머니 그 죽은(?)자가 등장 한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에서 보면 이런 장면이 있다. 자기 아들을 죽인 자가 감옥에 있다. 고통의 세월이 보내면서 이 젊은 어머니는 마침내 그를 용서하기로 마음먹고 감옥으로 그를 찾아가 면회를 한다. 그가 나타난다. 이 젊은 어머니는 그가 죄책감에 시달리는 죄수의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아들을 죽인 그는 너무나 편안한 얼굴로 나타난다. 어머니는 그를 차마 바라 볼 수가 없다. 어떻게 자식을 죽인 자를 편안히 바라볼 수 있을까. 젊은 어머니가 까까스로 얼굴을 들어, 정말 어렵게 그를 바라본다. 그 순간 그 젊은 어머니는 놀란다. 죄인의 얼굴이 너무나 평화로웠기 때문이다. 죄인은 너무나 평화롭고도 안정된 얼굴로 이렇게 조용히 말한다. "하느님께서 진즉 저를 용서 하셨습니다." 놀라운 일이다. 이 기절 할 것 같은 뻔뻔함은 비록 그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자기를 스스로 용서하고 서로가 서로를 용서 해버리는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벌어진다. 다시는 사회에 발붙일 수 없는 죄를 저질러 놓고도, 다시 고개를 들고 슬그머니 나타나 활개를 친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말이다. 오히려 그들은 큰 소리를 친다. "재수 없었다니까." 재수 없었다는 말 속에는 '니들도 다 그러잖아.' 그러고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좀비들이 사는 무서운 좀비 세상 인지도 모른다. 우리들은 사회적으로 좀비들이 서식하고 살기에 아주 적합한 지형과 토양을 만들어 왔다. 혈연 지연 학연 종교를 내세운 이 막강한 패거리들의 좀비근성이 그것이다. 이 패거리들이 스스로 좀비가 되어 좀비를 키워냈다. 이 무서운 패거리들이 이제 전사회적으로 무소불위의 집단적 절대 권력을 휘두르며 당당하고도 뻔뻔하게 고개를 치켜들고 큰소리를 치며, 이성과 논리에 근거한 합리적인 사회체제를 이들이 해체하고 파괴 하고 있다 ./ 김용택(본보편집위원)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11.03.21 23:02

[김병대의 거꾸로 쓰는 식탐일기] ③'성인용' 칼국수와 '전천후' 칼국수

인이불발(引而不發). 활시위를 당길 뿐 놓지 않는다. 사람을 가르치되 그 방법만 가르치고 스스로 핵심을 터득하게 함을 이르는 말이다.당기되 쏘지 않아야 할 주책없는 내 화살(독설)은 시위를 떠나 이미 허공을 가른다.흔히 맛은 주관적이라고 말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그렇다면 국어사전에 나오는 맛에 관한 숱한 형용사들은 무엇인가.인터넷 맛집 탐방 후기를 보면 본인은 '구린 입맛의 소유자'라거나 지극히 주관적인 입맛에서 평가했다는 식의 글을 쉽사리 발견할 수 있다.개인적인 입맛이 비판의 도마에 오르는 게 싫어서 이런 표현을 쓴 것으로 보이지만, 상당수는 실제로 입맛이 구리거나 주관이라는 면죄부를 오·남용하는 수준 이하의 글들이 태반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화학조미료로 다져진 내공(?)의 소유자이며, 웹(web) 사용에만 능숙하다는 점이다.◆ 충남 서천은 '삼거리칼국수'몇 젓가락만 뜨면 '아, 이런 게 성인용 칼국수구나'란 생각이 퍼뜩 드는 곳이 있다.군산과 인접한 충남 서천읍 '삼거리칼국수'를 두고 하는 말이다. 뚝뚝 끊어지는 면발과 계란·후추·고춧가루가 풀어진 모습은 영락없는 전주 베테랑 칼국수를 연상케 하지만, 자연산 어리굴이 듬뿍 들어있는 칼칼하고 진한 국물은 '삼거리칼국수'만의 특화된 비주얼(visual·외양)과 맛이다.다만 '굴 향에 익숙해야 한다'는 전제가 마치 '19세 이하 관람 불가'의 성인 비디오를 보는 듯하다.꽤 오랜 시간 정성을 다해 조리하는 국물에 비해 다소 평범하게 느껴지는 면의 경우, 인근 서천시장에서 수시로 배달해 쓴다. 서천에서 '삼거리칼국수'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홀(hall) 운영을 2세(아들)에게 맡기면서 '서비스가 거칠어졌다'는 단골들의 원성이 자자한 편이다. 그가 손님들의 신발을 정리하면서 신발 집게를 사용하지 않고, 다시 그 손으로 칼국수를 나르는 장면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메뉴: 굴칼국수 5000원(일요일도 영업)- 충남 서천군 서천읍 군사리 189-12- 전화: 041-953-0233◆ 군산시 대야면 '해물전골칼국수' 군산시 대야면의 '해물전골칼국수'는 개운하고 깊은 국물로 유명하다.고속버스 간이 터미널을 겸하는 탓에 일 년 열두 달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손님들을 맞는다.주인이 직접 재배한 맷돌호박과 뽕잎으로 한껏 멋을 낸 삼색 칼국수에선 느슨한 시골 분위기와 함께 사뭇 깊은 내공이 느껴진다. 무·대파·멸치·다시마 등으로 우려낸 육수에 생합을 넣고 끓이다가 따로 준비된 채소와 수제 면을 즉석에서 넣어 먹는 방식이다.육수가 팔팔 끓을 때 호박·당근·파·새송이버섯·다진 양념을 삼색면과 함께 넣는데, 어느 정도 익었을 때 면을 풀어 먹어야 제맛을 즐길 수 있다.즉석에서 끓이는 방식에도 불구하고, 1인분도 주문할 수 있으며, 삼색면의 경우 무한 리필(refill·되채우기)이 가능하다.'해물전골칼국수'는 2001년 2월부터 전막례(59)·김용식(63) 씨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평소 청결하고 기품 있는 인테리어만이 외식 선택의 절대적 기준이라고 믿는 이가 아니라면, '가격 대비 훌륭한 한 끼'를 보장하는 곳이다.- 메뉴: 해물전골칼국수 5500원, 팥칼국수 5500원- 군산시 대야면 산월리 253-7(대야 검문소 부근)- 전화: 063-451-2240/ 김병대(블로그 '쉐비체어'(blog.naver.com/4kf) 운영자)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11.03.18 23:02

세계 뒤흔든 일본 대참사…국내 지진·해일 서적 '인기 돌풍'

일본을 뒤흔든 대지진으로 국내에서도 지진 해일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지진 해일 관련 서적의 판매량도 늘었다.16일 인터넷 서점 인터파크도서에 따르면 지난 11일 일본에서 지진이 발생한 뒤 「지진에서 살아남기」, 「Why? 자연재해」, 「쓰나미, 그 거대한 재앙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 「위기 탈출 생존 교과서」, 「리히터가 들려주는 지진 이야기」, 「지진과 화산의 궁금증 100가지」 등 관련 서적의 판매량이 평소보다 3배가량 증가했다. 반면 일본 여행서적은 11일부터 15일까지 판매량이 전주 동기 대비 101% 감소했다.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도 지진, 해일이 과학·기술 분야 도서 베스트 검색어에 랭크됐으며, 교보문고에서는 일본을 키워드로 한 검색어들이 평소보다 많이 올라왔다. 서점들은 지진 피해자 돕기, 지진 해일 관련 서적 기획전 등 다양한 행사도 마련하고 있다.인터파크 도서는 이번 주 중에 일본 지진 피해자를 돕기 위한 기부 이벤트를 진행하는 한편 재난, 자연재해 관련 서적을 모아 기획행사를 열 예정이다.알라딘은 과학·기술 분야 도서 페이지에 '지진, 해일 그리고 지구' 코너를 별도로 마련해 관련 책을 소개하고 있다. 한편, 지진으로 인해 일본 직수입 서적의 배송이 일부 차질을 빚고 있다.교보문고, 인터파크도서, 알라딘 등은 항공기 결항 등으로 인해 일본 직수입 도서의 배송이 다소 지연되고 있다는 내용의 안내 메일을 구매 고객들에게 보냈다.

  • 문화일반
  • 연합
  • 2011.03.18 23:02

[금요수필] 매화를 기다리며

시인인 친구와 만나 모처럼 거리를 걸었다. 경원동 서점들이 있는 길을 지나 우체국 앞 다가동 골목길은 한산해서 좋았다. 동쪽에서 서쪽을 향해 걷는 우리들 눈에 기운 햇살이 수평선에 가까워져 있었다. 전주천이 흐르는 다가교 아래로 내려가 산책로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평소와는 달리 제법 많은 길을 걸었던 터라 몸을 부리는 휴식이었다. 문득 살펴보니 우리 자리는 어느새 그림자가 지고 햇볕은 저만치 물러가 있었다."그림자가 햇볕을 저만큼 밀어냈네."조금 전 서점에서 산 책을 뒤적거리던 친구가 고개를 들었다."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지."몇 뼘씩 그림자가 그렇게 멀어져가는 것을 보며 우리는 똑같은 심정으로 웃었다. 친구가 책을 덮었고 약속이나 한 듯 우리는 둑 위로 시선을 옮겼다. 한 줄로 늘어선 버드나무 가지가 하늘거리고 있었다. 체감의 밀도가 어지간히 높았던 지난 겨울추위, 쌓인 먼지와 함께 잔설까지 말끔히 씻기어가도록 얼마 전 비가 내린 뒤였다. 경칩이 낼 모레건만 풍경은 아직 잿빛이었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구석구석 스며있는 봄기운이 눈에 보였다."버드나무가지에 색이 스몄네.""그래. 살짝."중국 동진의 도연명 집 앞에 다섯 그루의 버드나무가 있었다. 스스로 아호를 오류선생(五柳先生)이라고 했다. 오류선생의 이른 봄도 우리들의 시선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말한 돌아오는 것이란(歸去來), 시각에 따라 돌아가는 것도 될 터이니.그 도연명도 동산에는 솔, 대, 국화를 심어 계절의 소요를 즐겼다. 그 중에 끼지 못한 매화를 아쉬워한 분이 퇴계(이황) 선생이었다. "매화는 어찌하여 그 속에 못 끼었나. 나는 매화를 넣어 친구를 맺었나니, 굳은 절개, 맑은 향기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라" 했다.퇴계 선생의 매화사랑은 남다른 모양이었다. "저 매화나무에 물을 주어라"는 유언을 마치고 학자죽음을 하신 분이었다. 오죽하면 당대의 어떤 선비가 '매화에 편협된 분'이라고까지 했을까.완상의 아름다움을 소중히 했던 조선시대에 선비들은 분재의 가치를 알았나보다. 뜰에 있는 매화나무가 아닌 분(盆)이었고 때가 겨울이었으니 반드시 다가오는 봄에 꽃 피도록 정성을 다하라는 뜻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게 물을 주는 뜻조차 나 같은 속인과는 당연히 격이 다르다. 하물며 임종까지 지킬 수 있었던 매화분이었다니, 그 맺음이 부럽기만 하다.우리들의 대화는 그렇게 매화로 흘러갔다. 매화가 곧 필 것이란 이 계절의 문턱을 상기하는 것, 그 마음은 곧 차분한 기다림이었다.3월이다. 곧 사방에 꽃이 필 것이다. 매화는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이 오는 길목에서 이르게 핀다. 서화의 뜻이 아니더라도 이 봄에 향기를 뿜어주는 매화의 아름다움이 어찌 군자의 것이기만 할 것인가."매화가 피면 만나야지."헤어지기 전 우리들이 한 약속이었다.*수필가 선산곡씨는 1994년 <문예연구>로 등단했다. 수필집 「LA쑥대머리」·「끽주만필」·「속아도 꿈 속여도 꿈」이 있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11.03.18 23:02

전주문화재단 사무국장 다시 뽑는다

전주문화재단이 직원 공개 채용을 한 결과 사무국장에 적임자가 없다고 밝혔다. 새로운 팀장에는 변재선(37·전 한솔문화공간 기획운영실장) 김주섭(39·전 전주문화재단 팀장) 송은정(43·전 서울아트스쿨 문화예술원 강사)씨, 직원은 하유미(26)씨가 발탁됐다. 이로 인해 사무국장에 문화전문가를 채용해 재단을 정비하겠다는 전주시의 계획은 다시 원점이 됐다.지역 문화예술계는 시가 사무국장를 뽑겠다는 의지가 과연 있는 것인 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하고 있다.한 문화예술인은 "외국 유학파, 3개 국어 능통자 등 뛰어난 실력을 갖춘 이들도 있었지만, 지역 현실을 잘 모른다는 이유로 탈락된 것으로 안다"며 "선발 기준을 납득하기 힘들다"고 했다.신규 인력 채용이 늦춰지다 보니 재단의 각종 업무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시가 파견한 공무원 사무국장은 다른 지역에서 연수를 받고 있으며, 관리팀장은 사무국장 업무까지 대신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단은 다양한 사업을 준비해놨다고만 할 뿐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못하고 있다.또다른 문화예술인은 "(형식적으로) 사업 계획은 세워놨다고 할 수 있지만, 하고 있는 게 없으니 손을 놓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사무국장 모집 재공고로 또다시 허송세월만 보내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김종구 전주문화재단 관리팀장은 "본래 재단 사업은 4월부터 진행됐다"고 전제한 뒤 "직원들을 뽑고 나면 재단 사업도 진척을 보일 것"이라고 할 뿐 사무국장 모집 재공고 일정과 상임 이사 임명 계획은 확정된 게 없다고 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1.03.17 23:02

[김병기의 서예·한문 이야기] ⑦추사 김정희의 글씨(4)

협서: 竹琬雅鑑幷請削定. 近日隸法皆宗鄧完白, 然其長在篆, 篆固直溯泰山琅耶, 有變現不測, 隸尙屬第二. 如伊墨卿頗奇古, 亦有泥古之意, 只當從五鳳黃龍字, 參之蜀碑, 似得門徑. 阮堂죽완께서 청아한 안목으로 감상하시고 아울러 매섭게 지적하여 바로 잡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요즈음 예서를 쓰는 필법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등완백을 으뜸으로 삼고 있으나 그(등완백)의 장점은 오히려 전서에 있다. 그의 전서는 곧바로 (진시황 때 비석인) 태산비와 낭야대(琅耶臺)비로 거슬러 올라갔기 때문에 변화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아름다움이 있다. 그의 예서는 그 다음이다. 이묵경 같은 사람의 예서는 상당히 기이하고 예스러움 점이 있기는 하지만 너무 옛 것에 얽매인 뜻이 있다. 예서는 마땅히 서한시대 예서 유물인 '오봉·황룡자'를 좇고 촉나라 비석을 참고해야만 제대로 길을 찾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완당琬:옥홀 완/ 雅:맑을 아/ 鑑:감상할 감/ 幷:아무를 병(and)/ 請:청할 청. 削:깍을 삭/ 隸:예서 예(예서: 자체의 하나)/ 皆:모두 개/ 宗:으뜸 종/ 鄧完白(등완백): 청나라 서예가(본명:鄧石如)/ 然:그러나 연/ 篆:전서 전(전서:자체의 하나)/ 固:진실로 고/ 直:곧바로 직/ 溯:거슬러 오를 소/ 泰山(태산)·琅耶(낭야):진나라 때 세운 석각물 이름/ 尙:오히려 상/ 屬:속할 속/ 伊墨卿(이묵경):청나라 서예가(본명:伊秉綬)/ 頗:자못 파/ 奇:기이할 기/ 泥:진흙 니/ 只:다만 지/ 當:마땅할 당/ 從:좇을 종/ 五鳳黃龍字(오봉황룡자):서한시대 예서 필적 유물/ 參:참고할 참/ 蜀:촉나라 촉/ 碑:비석 비/ 似:같을 사/ 徑:길 경흔히 서예 작품을 대할 때 사람들은 "이것은 무슨 체(體)예요?"라는 질문을 하곤 하는데 어떤 의미의 체를 묻는지 알 수 없어서 더러 난감할 때가 있다. 체는 자체(字體)와 서체(書體)로 나눌 수 있다. 자체란 중국의 한자가 오랜 세월동안 변화해 오는 과정에서 필획의 가감이나 곡직으로 인해 글자의 구조 자체에 다름이 있을 때 그 구조상의 다름에 따라 분류한 것이다. 이른 바, 5체라고 하는 전서(篆書), 예서(隸書), 해서(楷書), 행서(行書), 초서(草書)가 바로 그것이다. 서체란 이미 정해진 자체인 5체를 개인 서예가가 어떻게 표현했는가 하는 풍격(風格) 즉 스타일의 차이에 따라 분류한 것이다. 예를 들자면, 같은 해서체로 썼어도 추사 김정희와 한석봉의 스타일이 다를 테고, 구양순이나 안진경의 스타일이 다르므로 이러한 스타일의 차이에 따라 추사체, 한석봉체, 구양순체, 안진경체... 등으로 분류한 것이 바로 서체인 것이다. 그런데 추사의 이 협서는 자체로서의 예서를 잘 쓰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밝힌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당시 중국 청나라의 서예가인 등석여와 이병수의 예서에 대한 평을 곁들이고 있다. 협서에서 거론한 '오봉·황룡(五鳳·黃龍)자'는 서한 시대 '五鳳'이라는 연호와 '黃龍'이라는 연호를 사용하여 쓴 글을 새긴 석각 유물을 말한다. 촉비(蜀碑)는 중국 삼국시대 촉나라의 서예 유물로 남아 있는 비를 말한다. 중국서예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춘 추사의 서예 이론을 볼 수 있는 협서이다.협서의 앞부분 '竹琬雅鑑幷請削定'이라는 구절에서 '죽완(竹琬)'이 누구의 별호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삭정(削正)'은 옛날에 잘못 쓴 죽간이나 목간을 깎아내어 바로잡듯이 그렇게 엄하게 바로잡아 달라는 의미로 사용한 겸사이다. 이 협서의 맨 마지막에는 '阮堂'이라는 자신의 호를 써 넣어 쓴 사람이 누구인지를 밝혔다. 이처럼 한 작품에 쓴 사람의 이름과 받을 사람의 이름을 다 밝혔을 경우, 특별히 '쌍낙관(雙落款)'혹은 '쌍관'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쓴 사람의 이름만 밝혔을 경우에는 그냥 '낙관'을 했다고 하지만 특별히 '쌍관'과 대비해서 말할 때에는 '단관(單款)'을 했다고 하기도 한다. 지난 3월 9일에 소개한 작품은 서울 성북동의 간송미술관에 소장되어 있고 오늘 소개한 이 작품은 용인의 호암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같은 구절을 쓴 이 두 작품을 상호 비교해 보면 추사 예서의 독특한 맛을 보다 더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11.03.16 23:02

"천년뒤에도 감탄할 한지 기록하고파"

일본 화지 공장을 돌다가 문득 어떤 가정에 아찔해졌다. '만약 한지업체가 하루 아침에 다 사라진다면?' 한지를 하루 빨리 기록해야 한다는 불안함이 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여러 차례 건의했다. 이제 국내에 남은 한지 생산업체는 24곳 밖에 남지 않았다고, 누군가는 한지를 기록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몇 번인가 퇴짜를 맞고 지쳤을 무렵 희소식이 왔다. 한지백과사전 「한지」(1~4권)는 그렇게 탄생됐다. 김형진 국민대 임산생명공학과 교수(50)는 전국의 24곳 한지 생산업체를 다니면서 한지 생산지역별 분포도를 만들고 한지 제조 공정 용어를 설명하면서 한지의 물성 분석까지 시도했다. 한지를 재단하다 손이 잘릴 뻔한 사고도 있었다. "도대체 나와 한지가 무슨 인연인가?" 싶기도 했지만, 뜻 모를 책임감이 들었다.14일 전주를 방문한 그는 송하진 전주시장에게 「한지」를 전달하면서 "전주에는 꼭 있어야 할 것 같아 직접 들고 왔다"고 했다. 150질만 한정판으로 펴낸 「한지」는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전주시에만 기증됐다."고향이 강원도 강릉이라 원주 한지가 저를 불러줘야 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 전주에서만 인연을 맺게 되네요. 전주가 '두번째 고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명예시민증이라도 받아야 할까 봐요."그는 본래 제지공학 전공자다. 2006년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조선왕조실록 밀납본 복원기술 연구에 참여하면서 한지를 접하게 된 그는 "종이를 반밖에 몰랐다"는 걸 실감했다."일본에서 「화지대전」을 봤어요. 일본 사람들은 화지도 모자라 우리나라·중국 종이까지 수집해서 기록하는데, 우리는 한 지 한 장도 제대로 보관이 안 돼 있다는 사실에 위기감을 느꼈죠."「한지」 발간은 문화체육관광부의 한지산업진흥을 위한 기술지원사업으로 선정됐다. 그는 2009년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한지 대장정을 시작했다. 경상북도 안동 한지를 시작으로 충청북도 단양 단구 제지, 경상북도 영주 선비촌 한지, 강원도 원주의 원주 한지 등 전국을 안 다닌 곳 없이 누볐다. 공휴일도 없이 1년간 한지의 물성 실험, 자료 분석, 1만2000장에 이르는 한지의 재단, 11만 쪽에 이르는 속지까지 모두 수작업으로 해냈다."한지 한 장 한 장을 어떻게 만들었는 지 상세히 기록했어요. 일본의 「화지대전」은 화지를 엮은 것에 불과하지만, 나는 전국에 있는 한지 309종을 수집하고, 종이를 분석해서 제조 공정까지 엮었죠. 한지 제조 설명서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그는 한지는 백 번의 손길을 거쳐서 만들어진다고 할 정도로 많은 시간과 정성이 요구되는 종이라고 했다. 전통 방식인 외발(흘림)뜨기를 통해 종이결을 더 얽히게 하는 데다 두 장의 습지를 하나로 합쳐 만들기 때문에 더 질기고 강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한지가 일본의 화지나 중국의 선지보다 품질이 더 좋은 종이라는 국수주의적 논리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한지가 세계 최고의 종이라는 믿음은 잘못된 것입니다. 종이의 쓰임은 각기 다르잖아요. 질긴 종이가 늘 우수한 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다만 한지를 알리는 일에 소홀해왔기 때문에 이제부터라도 발벗고 나서보자는 겁니다. 우리 종이를 지켜내는 일이기도 하니까요."한지의 세계화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특히 일본 화지가 고문서 기록 종이로 선점하고 있다"며 한지를 응용한 다양한 문화상품을 제작을 제안했다."한지를 접하며 만났던 많은 사람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으나 수 천 년을 한결같이 이어온 한지처럼 한 길만을 걸어왔다는 점이죠. 이들이 있어 한지가 영원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강원대 임산공학과와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한 뒤 영국 UMIST 석사·박사과정을 졸업한 그는 현재 한국펄프·종이공학회 교육위원장, 산림과학연구소장, 전주시 조선왕조실록복본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1.03.15 23:02

[사람] 완주 대승한지마을 승지관장에 한지공예가 김혜미자 씨

국내 손꼽히는 한지공예가 김혜미자 이지원장(70)이 14일 완주 소양면 대승한지마을의 승지관장에 위촉됐다.전주 한옥마을에서 한지공예품을 직접 만들고 후계자를 양성하는 이지원(以紙園)을 운영하고 있는 김혜미자 관장은 천년 고려한지의 부활을 목표로 완주군에서 운영하고 있는 대승한지마을의 전시 및 운영을 맡아 새로운 도약이 기대되고 있다.현재 전통한지공예연구회장인 김 관장은 완주군의 한지명품화 사업의 첫걸음인 '한지공예대학'에서 지역주민 44명을 상대로 한지공예 강사로 활동 하는 등 완주군 한지산업 발전을 위해 정열을 쏟아 왔다.그동안 대승한지마을을 20여차례 방문했다는 신임 김혜미자 관장은 "앞으로 전국 각지에서 활동중인 제자들의 작품 순환 전시 및 공예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전시관을 찾는 체험객들을 즐겁게 하겠다"면서 "주민들의 소득을 높이고 주민들이 한지에 대해 강의할 수 있도록 교육에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이날 임정엽 완주군수는 "김혜미자 선생님이 승지관장을 맡아주는 것이 영광"이라면서 "선생님의 생활과 자취가 승지관의 역사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승지관은 한지의상·한지 등(燈)·닥종이 인형 등 전통한지 공예작품 60여점이 전시중이며 대승한지마을을 찾는 사람들에게 한지공예의 진수를 보여주는 전시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 문화일반
  • 백기곤
  • 2011.03.15 23:02

[전북 문화, 젊은 스타일] ⑥한국 록 음악의 샛별 '국카스텐' 보컬 하현우

1981년 장수에서 태어났고, 배제대 미술학부에 들어갔다가 밴드에 빠져 그만뒀다. 상상을 초월하는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 길에 들어선 이상 뭔가 승부를 걸어야 했다. 2003년 인디 밴드 '더 컴'을 조직했으나 빛을 보진 못했다. 2007년 '국카스텐(Guckkasten)'이라는, 전혀 듣도 보도 못한 간판으로 바꿔 달고 변신했다. 독일어로 '중국식 만화경'을 뜻하는 '국카스텐'는 그를 필두로 한 전규호(기타) 이정길(드럼) 김기범(베이스)이 참여한다. 이들의 등장은 호불호를 떠나 21세기 록 음악계를 뒤흔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여기서 보컬 하현우(30)의 업적(!)은 다음과 같다.첫째, 난해한 이름과 가사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지난해 발매한 미니 앨범 'tagtraume'(타그트라움)은 독일어로 '백일몽'을 뜻한다. 그는 "프로이드의 책을 읽고 모든 예술가에게는 이런 기질이 있다"고 했다.완성도가 높은 곡으로 꼽은 '붉은밭'의 한 대목. '기쁨을 마셔 버린 붉은 천사야 마지막 불꽃으로 떨어져 보자 니가 베어 문 농염한 비명에 우리 모두는 춤추고 벗어 버린 허물을 잡고 태양을 만지러 가네'를 듣다 보면 도통 무슨 뜻인 지 모르겠다. 그는 "내 가사는 시(詩)로 보면 된다"며 "시집이 소통이 가능하면, 내 가사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하지만 다른 멤버들도 그의 가사를 100% 이해하는 건 아니다.둘째, 몽환적 분위기의 사이키델릭 록을 주축으로 하드록, 포크 등이 그의 음악 안에서 방목된다. 그는 강렬하면서도 처절하고 간절한 음악을 원했다. 곡마다 강렬함과 처연함으로 극과 극을 오가지만, 오히려 자연스럽게 여겨질 정도. 지난해 '제7회 한국대중음악상'의 '올해의 신인상','록 부문 최우수 노래상'을 수상하면서 평단으로부터 음악성을 인정받았다.셋째, '훈남'인 외모에 거침없는 입담은 공연을 보는 또다른 재미를 던진다. 올해부터 광주 MBC의 '문화 콘서트 난장'을 맡게 된 그는 첫 방송에서 날 것의 음악 에너지, 스스로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매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물론 시청자들은 뒤집어졌다."후회해본 적 없어요. 음악 말고 잘할 수 있는 게 없거든요. 음악을 시작했는데, 이건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국카스텐'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08년 EBS의 '스페이스 공감'의 신인 발굴 프로젝트 '헬로 루키'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부터. 상금은 데뷔 앨범 제작비가 됐다. 하지만 최대의 시련이 닥쳤다. 스튜디오에서 애써 녹음한 원본을 담아둔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불타 버리는 사고가 발생된 것. 망연자실하던 중 엔지니어가 임시로 구워놓은 CD 한 장이 있다는 희소식을 접했다. "모든 것이 맘에 안 들었지만" 데뷔를 더 늦출 수는 없었다. 2009년 '비포 레귤러 앨범'이 나왔다. "여러 모로 부족한 것 투성인" 앨범은 1만장 이상 팔려 나갔다.돈을 모아 숙원사업인 1집 재녹음에 들어갔다.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여러 차례 갈아 엎었다. 멤버들은 "(녹음에 엄청난 돈을 들이는) 본 조비가 되는 줄 알았다"며 웃었다. 1년 2개월 만에 앨범 '리레코딩'은 재발매됐다. 이전 앨범을 가져오면 바꿔주는 '리콜제'도 했다. 하지만 팬들은 두 장 모두를 소장하길 원했다.기타리스트이기도 한 그는 "매번 공연이 절정으로 치달을 때마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접신하는 기분마저 든다"고 했다. 다른 멤버들도 얼마나 공연에 열중하는 지 골반뼈가 부러진 줄도 모르고 공연을 하기도 했다.방송, 인터뷰, 공연, 행사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신곡 작업의 연속이다. 스케치 단계의 곡이 나오면 멤버들과 편곡 작업을 한다. 악기별로 살을 덧대어 곡으로 완성해나가는 방식. 그렇게 곡이 쌓이면 앨범 작업에 들어간다. 2집 앨범 준비 중인 그는 "베이스가 들어오면서 리듬이 더욱 자유로워진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앨범 2000장이 발매되자마자 다 팔린 것에 대한 보답을 위해 이들은 올해 부산 대구 서울 등 단독 공연을 갖는다. 강렬한 데뷔작 이후 대개 실망스러운 후속작을 내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준비중인 2집 앨범은 이런 징크스를 보기 좋게 날려버릴 듯. 그의 '음악 창고'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1.03.14 23:02

[내가 권하고 싶은 책] (18)시인 이세재 - 지리산 행복학교

만약 많은 사람들에게 숙제를 내서 억지로라도 이 책을 다 읽게 한다면 책 제목처럼 잠시나마 행복학교에 다녀온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어떤 이들은 책을 내팽개치며 "이런 또라이들의 얘기를 왜 읽으라고 했는가?" 라고 숙제 낸 사람을 무안하게 할지도 모른다. 혹은 "꽁지(공지영의 애칭)같은 글재주 좋은 소설가가 포장을 해 놓으니 그럴듯하지 실제로는 현실을 도피한 패배자들의 이야기지."라고 꽤 유식한 척하는 이들도 있으리라.어느 한 영역만 무너져도 현대사회는 모든 기능이 마비될 문명신경구조이다. 우리네는 그 신경의 한 가닥 가닥으로 서로에게 의지하며 숨을 쉬고 있다. 그리하여 내가 멈추면 너도 죽게 되는 것이 문명신경구조의 숙명이라 할 것이다. 그 숙명은 수많은 보람과 아픔과 사랑, 그리고 희생을 요구한다. 제법 나이가 들면서 이 숙명을 사랑하는 것이 행복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행복은 항상 우리 세상의 현실 너머에 있다.공지영은 이 책에서, 지리산 형제봉 주막집 모퉁이에 누군가가 새겨놓은 "바람도 아닌 것에 흔들리고 뒤척이기 싫어 나는 도시를 떠났다."는 낙서로부터 바로 이 행복이라는 화두를 꺼내고 있다. 도시를 떠나 자연에 묻힌 이들의 이야기이다. 단순히 '부시맨'이나 '아마존의 눈물'에 비쳐진 탈문명적 삶으로서의 귀농이 아닌, 도시문명적 삶의 모순과 고뇌를 치유하는 행복학교를 세우고자 한 것 같다. 「지리산 행복학교」는 사실 삭막한 서울의 한복판에 세운 '공지영의 행복학교'인 것이다.예컨대 샤갈의 그림을 보면서 그 독특한 색과 선에서 잃었던 꿈과 사랑과 슬픔 같은 것들이 가슴에 젖어드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를 읽다 보면 바람도 아닌 것에 흔들려 도시의 소음에 질식한 순수한 나의 영혼이 심호흡을 하고 일어설 것이다. '민들레 김치 위에 흰자두꽃잎들이 떨어져 내린다'는 꽁지 작가의 표현이 현상을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니지만 지리산 봄의 본질이듯, 버들치시인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진정 자유인이 아닐지라도 우리는 그들과 함께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시인이 노래하는 자유를 누리게 된다.참된 사랑이 무엇인지 알만하면 이미 해가 지고 있다는 말들을 한다. 사랑을 알게 되었을 때 사랑을 만나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 도시를 떠나 내가 멈추면 네가 죽는 도시에 지리산과 섬진강의 푸르른 사랑을 꽁지 작가는 실어 나르고 있다. 이 봄이 가기 전에 이 푸른 사랑에 젖어보시라.▲ 이세재 시인은 임실 출생으로 현재 우석고 교감으로 재직중이다. 1993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같은 해 시문학지 우수작품상을 수상했으며, 시집 「뻐꾸기를 사랑한 나무」가 있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11.03.14 23:02

전북미술, 어제와 다른 오늘

전북 미술의 어제와 오늘 읽기.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JMA 스페이스(관장 이흥재)가 열고 있는 '전북 미술의 오늘전'. 이동형 임희성 한진 이보영(한국화), 김가실 이숙희 이일순 주지오(서양화), 김성수 김원용(조각), 김행령(금속공예), 이병로(도예), 정의주(문인화) 등 13명이 작품을 선보인다.'Moment Cupid'를 내놓은 김원용씨는 합성 수지의 부조기법을 이용해 바래지고, 희미해지고, 소멸되어 가는 것의 아름다움을 드러냈다. 김씨는 전주대 조소과를 졸업한 뒤 홍익대 미술대학원을 졸업했다. 이병로씨는 백자 점토를 사용해 만든 '백자대호'를 통해 백자 달항아리의 순백색과 곡선으로 정제된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이씨는 원광대 도예과와 동대학원 산업미술대학원을 졸업한 뒤 원광대 국제대학교에 출강중이다.임희성씨는 '깎여진 산수'를 통해 한국화의 전통을 파괴해 투명 아크릴 유리인 플랙시글라스에 전동 드릴로 선을 새긴 뒤 유화 물감과 아크릴 물감을 채워 반입체적인 작품을 내놓았다. 임씨는 중앙대 한국화과를 졸업했으며, 동대학원에 재학중이다. 전북대를 졸업하고 홍익대 대학원에 재학중인 주지오씨는 '인류 최후의 로맨티시트'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에 관한 단상을, 전북대 미술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이일순씨는 '잠'으로 인간이 겪는 외로움과 소외감을 인상적으로 드러냈다. ▲ 전북미술의 오늘전 = 15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JMA 스페이스.

  • 문화일반
  • 황주연
  • 2011.03.14 23:02

세계소리축제 추천위원회 구성

전라북도가 전주세계소리축제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조직위원장과 예술감독을 대신할 집행위원장 인선을 마무리할 방침이다.전북도는 당초 조직위원장을 명예직이나 당연직으로 하면서 예술감독 체제로 가는 방법을 고려했으나 소리축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선에 난항을 겪게 되면서 추천위를 꾸려 이들의 의견을 참고해 조직위원장과 집행위원장을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추천위는 안숙선(전 소리축제 조직위원장) 최동현(군산대 교수) 노석만(도의원) 은희천(전주대 교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됐다.이종석 전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조직위원장은 국악인 비국악인에 관계없이 명망가 위주로 지역 사회와 잘 소통할 수 있고, 축제의 외연을 확대할 수 있는 분이면 될 것 같다"며 "축제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추천위와 함께 이달 내로 인선을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현재 하마평에 오르는 집행위원장은 전북 출신이면서 서울에서 국악 공연을 올리는 대학 교수, 도내에서는 국악과 교수와 공연예술과 교수 등이다. 집행위원장은 소리축제 프로그램의 기획·축제 운영 등 실무 전반을 책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도내 문화예술계는 조직위원장, 집행위원장 선임과 함께 조직위 내부의 명확한 역할 분담에 대한 고민도 요구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집행위원장은 상근직이 바람직하지만, 비상근직이 될 경우 축제의 전반적인 운영을 맡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다.한 문화예술인은 "집행위원장이 자기 사람을 데려오기 보다는 업무 분담이 명확히 이뤄지는 팀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며 "집행위원장이 비상근일 경우 사무국장이 행정 업무 외에도 축제 운영에도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문화예술인도 "집행위원장이 비상근직이 되면 집행위원장 보다는 사무국장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수도 있다"면서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학 교수 보다는 다양한 축제 경험을 쌓은 현장 실무 인력들이 집행위원장을 맡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또다른 문화예술인은 "집행위원장이 상근직이냐 비상근직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축제에 대한 열정을 갖고 열심히 뛸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전제한 뒤 "집행위원장 체제로 가게 되면, 집행위원을 따로 선임해야 하는 만큼 '총감독 체제'로 이름을 바꾸는 게 낫지 않겠냐는 제안도 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1.03.1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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