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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소비 트렌드 키워드는 'TWO RABBITS'다."해마다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발표해 온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김난도 교수팀은 최근 펴낸 '트렌드 코리아 2011'에서 신묘년인 내년의 소비 경향을 이렇게 예상했다. 제일 앞에 오는 'T'는 '작은 차이가 큰 변화를 만든다'(Tiny Makes Big)는 것으로, 구매를 이끌어내는 결정적 요소가 이제는 큰 차이가 아니라 아주 사소한 차별화임을 뜻한다. 'O'는 '개방하되 감춰라'(Open and Hide)로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일상을 개방하면서도 개인정보 보호에서는 훨씬 더 많은 요구를 한다는 뜻이다. 이어 'R'(Real Virtuality)은 가상과 실재가 혼재함으로써 가상의 논리가 현실에 적용되고, 현실적 정보가 가상의 도움으로 더욱 실재적으로 보인다는 아이러니를 담고 있다. 첫 번째 'B'(Busy Break)는 여가가 더 이상 한가한 휴식이 아니라 자신에게 투자하는 바쁜 시간임을 상징하며, 두 번째 'B'(By Inspert, By Expert)는 소비자들은 자신이 직접 해보고 싶어하는 프로슈머이면서도 동시에 꼭 필요한 것은 비싼 돈을 들여서라도 전문가에게 맡겨 해결하고자 한다는 소비의 이중성을 표현한다. 'I'(Ironic Identity)는 이런 이중성을 종합 설명한다. 이제 소비자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전통적 방식으로 규정하지 않고 매우 아이러니하게 인식한다는 뜻이다. 이밖에 'W'(Weatherever Products)는 기상변화를 잘 읽어야 소비자 마음을 얻을 수 있음을 나타내며, 'T'(Tell Me, Celeb)는 스타를 닮으려는 경향을, 'S'(Searching for Trust)는 위험에서 지켜주는 서비스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나타낸다. 미래의창. 364쪽. 1만5천원.
1984년 4월23일 미국 보건당국은 에이즈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바이러스를 찾아냈다며 기자들을 불렀다. 마거릿 헤클러 미국 보건장관은 이날 "에이즈의 개연성 있는(probable) 원인이 발견됐다"고 발표하면서 미국 국립암센터의 바이러스 학자인 로버트 갤로를 소개했다. 갤로는 리트로바이러스 입자들의 집합이 에이즈의 '개연성 있는' 원인이라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가 발견한 리트로바이러스 입자들의 집합은 이후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로 불리게 된다. 갤로의 발표에 이어 헤클러 장관은 '2년 안에' 에이즈 백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2년은 커녕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에이즈 백신 개발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의학전문기자인 실리아 파버는 저서 '아주 중요한 거짓말'(씨앗을 뿌리는 사람 펴냄)에서 현재 너무나 당연한 진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HIV가 에이즈를 일으킨다'라는 명제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는 갤로가 HIV와 에이즈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했다면서 'HIV가 에이즈를 일으킨다'는 절대 진리가 아니라 입증되지 않은 하나의 가설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1980년대 전 세계에 에이즈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HIV 가설에 의문을 제기하는 소수의 목소리가 에이즈 치료약 개발을 요구하는 다수의 목소리에 묻혀버렸다고 그는 지적한다. 에이즈를 둘러싼 진실을 20년간 파헤쳐온 저자는 이 책에서 과학적 증거를 외면하고 돈과 정치에 휘둘려 학자로서의 양심을 포기한 과학자들의 모습과 왜곡된 아프리카의 에이즈 현실, 고아와 아프리카인을 대상으로 한 제약회사들의 끔찍한 약제실험, '에이즈 공포'를 파는 다국적 기업들과 에이즈 산업의 실상 등을 폭로한다. 박지훈 옮김. 440쪽. 1만9천800원.
송년 모임으로 오페라 갈라 콘서트를 관람하는 것은 어떨까. 국립오페라단과 수지오페라단이 연말을 맞아 오페라 갈라 콘서트를 각각 무대에 올린다. 국립오페라단은 29∼30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아듀 2010 갈라'를 열고 올해 공연했거나 내년에 공연할 작품의 하이라이트를 들려준다. 1부에서는 모차르트의 '이도메네오', 베르디의 '맥베드', 글룩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라벨의 '어린이와 마법', 베르크의 '룰루' 등 오페라 주요 곡이 공연된다. 테너 김재형, 바리톤 고성현, 카운터테너 이동규, 테너 강신모, 메조소프라노 정수연, 소프라노 박은주, 이 삐꼴리 어린이합창단이 출연한다. 내년도 공연 예정 작품을 미리 맛볼 수 있는 2부에서는 구노의 '파우스트' 중 '정결한 집', 베르디의 '시몬 보카네그라' 중 '평민들이여, 귀족들이여', 풀랑의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 중 '살베 레지나', 바그너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중 '선원들의 합창'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소프라노 임세경, 테너 정호윤, 바리톤 우주호, 모스트보이시스 합창단 등이 노래를 선사한다. 반주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맡는다. 관람료는 작년 갈라 콘서트의 절반 가격인 3만∼5만 원이다. 문의는 ☎02-586-5282. 수지오페라단도 8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오페라 카르멘 갈라'를 공연한다. 이날 공연에는 이탈리아의 라 스칼라 극장에서 오페라 '카르멘'의 타이틀 롤을 맡았던 메조소프라노 엘레나 막시모바가 출연해 화려한 의상과 함께 집시 여인의 매력을 선보인다. '카르멘'의 인기곡인 '하바네라' '집시의 노래' '투우사의 노래' '꽃노래' 등을 감상할 수 있다. TV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의 '남자 그리고 하모니' 편에 출연했던 리포터 겸 가수 선우가 사회를 맡아 주요 아리아와 중창에 대해 해설한다. 테너 프란체스코 그롤로, 소프라노 신지화, 바리톤 박정민 등이 출연한다. 지휘는 클라우디오 미켈리, 반주는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맡는다. 티켓은 3만∼20만 원이며 문의는 ☎02-581-5404.
기다랗게 빚은 도자기에 소담하니 꽂아 꽃꽂이 장식으로 쓰이는 핫도그 모양의 부들은 안타깝게도 환경파괴로 삶의 터전을 잃어 우리 곁에서 보기 참 어려운 풀이 되고 있다. 이것들은 연못의 가장자리와 습지, 강가의 진흙에서 뿌리줄기가 옆으로 뻗으면서 퍼져 나가며 자란다. 꽃가루받이를 할 때 꽃줄기와 잎이 부들부들 떤다하여 부들이라 부른다.부들은 꽃꽂이 재료로 많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긴 잎을 엮어서 방석이나 자리, 부채, 바구니와 같이 다양한 기구로 만들어 썼다. 대청마루에 방석 깔고 부채질하며 한 잔의 차 맛도 괜찮을 듯 하다.구약성서에도 부들이 나오는데, 이사야 35장에 '그날이 도래할 때 메마른 땅에 풀과 갈대와 부들이 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또한 예수가 십자가형을 확정 받고 '유대의 왕'이라고 비웃을 때 한 백성이 예수의 손에 꽃을 한 송이 쥐어 주었는데 그 꽃이 부들이었다는 설도 있다. 그래서인지 부들의 꽃말은 '용기, 순종'이라 한다.
전북 전주시내 한옥마을이 '슬로시티(Slow City)'로 지정되면서 한옥마을의 다양한 문화와 관광 자원, 전통음식 등이 새삼 관심을끌고 있다. 1일 전주시에 따르면 한옥마을은 세력을 확장하는 일본인에 대한 반발로 1930년께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며 현재 29만여㎡ 면적에 한옥 540여채와 서양식 건물 160여채가 들어서 있다. 한옥마을에는 조선시대부터 태조 어진이 봉안된 경기전(사적 제339호)과 400년전통의 향교(사적 제379호), 이성계의 황산대첩에 얽힌 오목대 등이 있어 자연스럽게 민족적 울분을 토하던 조선인들이 모여들게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옥마을은 이런 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만큼 소중한문화자원이 산재해 있다. ◇조선의 역사가 깃든 문화유산이 중에서도 경기전은 한옥마을의 가장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다. 경기전은 조선 태종 10년인 1410년에 태조 어진(御眞ㆍ왕의 초상화)을 봉안하고자 건립돼 올해로 창건 600주년을 맞았다. 이곳의 어진박물관에 모셔진 태조 어진은현존하는 어진 가운데 가장 오래된 데다 화폭이 크고 상태가 좋으며 각종 고서에 제작 과정이 자세히 기술돼 있는 등 문화재적 가치가 커 보물 제931호로 지정돼 있다. 전주 향교는 1410년에 경기전 부근에 지어졌다가 1603년에 현재의 자리로 옮겨졌으며 대성전과 명륜당 등 16동의 건물로 이뤄져 있다. 전국 향교 중 유일하게 공자, 맹자, 증자의 아버지 위패를 봉안한 계성사(啓聖祠)가 있으며 마당의 수백년 된은행나무와 어우러지는 고풍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각종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도주목받고 있다. 1914년 경기전 인근에 건립된 전동성당은 비잔틴 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을 혼합한 건물로,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전주 8경의 하나인 한벽당과 이성계가 황산대첩을 축하하며 '대풍가'를 읊었다는 오목대, 쌀 4천석을 들여 지었다는 100년 된 고택 학인당 등도 꼭 둘러봐야 할곳이다. ◇전통문화 체험 시설도 다양한옥마을에는 한의학 박물관인 한방문화센터, 전주 공예품의 전시장인 공예품전시관, 한지 전문 생산업체인 한지원 등 전통문화를 한눈에 살펴보고 느낄 수 있는시설도 즐비하다. 한방문화센터는 한의학과 한약학을 전시, 교육, 체험하는 곳으로 한약을 섞은물에 발마사지를 받고 체질에 맞는 한방차 한 잔을 마시는 재미가 그만이다. 공예품전시관은 천년 세월을 간직한 곱고 아름다운 전주의 공예품을 감상하고쇼핑할 수 있는 공예 복합 문화시설이다. 전통 한지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돌아보고 한지와 섬유 등을 이용한 공예체험을 할 수 있다. 전통한지원은 천년 정신이 담긴 우리 한지를 생산하는 곳으로 한지를 직접 만들어보고 저렴한 가격에 살 수도 있다. 이밖에 우리의 전통술을 둘러보고 빚어볼 수 있는 전통술박물관과 현대 공예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목우헌, 혼불 작가 최명희의 삶과 문학을 느낄 수 있는 최명희문학관도 들러봐야 할 필수 코스이다. 100년 고택인 학인당과 '조선의 마지막 황손'이 거주하는 승광재, 한옥생활체험관 등의 한옥에서 직접 숙박을 하며 생활예절과 다도예절 등을 배우는 재미도 쏠쏠하다. ◇푸짐하고 맛깔진 음식은 '덤'한옥마을에는 '맛의 고장' 전주가 자랑하는 비빔밥과 콩나물국밥, 한정식 등을맛볼 수 있는 유명 음식점도 즐비하다. 비빔밥은 고추장을 넣고 미리 밥을 한 번 비벼 놋쇠그릇에 담는 성미당과, 전주음식명인 1호인 김년임씨가 운영하는 가족회관, 고즈넉한 한옥에 소박한 밑반찬으로유명한 한국집 등이 유명하다. 콩나물국밥은 뚝배기에 밥과 콩나물을 넣고 각종 양념을 곁들여 펄펄 끊여내는'전주콩나물국밥'과 끓이지 않고 밥을 뜨거운 육수에 말아서 내는 '남부시장식 국밥' 등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왱이집과 풍전, 현대옥, 삼백집 등에 가면 그 맛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이밖에 30여 가지의 반찬을 자랑하는 한정식, 전주 토박이들이 즐겨 먹었다는전주백반도 꼭 맛봐야 할 음식이다.
한국영상자료원은 12월 한 달간 한국의 대표적인 시나리오 작가 윤삼육과 송길한의 대표작 7편을 인터넷 VOD 사이트(www.kmdb.or.kr)를 통해 무료로 공개하는 기획전을 개최한다. 윤삼육은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뽕' '돌아이'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200편이 넘는 각본을 썼고 송길한은 '만다라' '길소뜸' 등 유독 임권택 감독과 많은 작업을 했다. 윤삼육의 작품으로는 '장마'(1979.유현목), '깊은밤 갑자기'(1981.고영남), '뽕', '돌아이'(이상 1985.이두용) 등 4편을 상영하며 송길한의 작품은 '만다라'(1981), '안개마을'(1982), '길소뜸'(1985.이상 임권택) 등 3편을 볼 수 있다. 이번 기획전은 관객이 직접 프로그래밍에 참여하는 '도전! 나도 프로그래머' 공모를 통해 마련했다고 영상자료원은 설명했다.
도내 문화예술단체에 지원되는 2011년도 문예진흥기금이 20억원으로 확정됐다. 도문화예술위원회는 지난달 29일 회의를 열고 문예진흥기금을 올해와 같은 2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도는 기금지원단체 선정을 위해 6일 지원사업 설명회를 열 계획이며, 내년 1월6일까지 신청을 받아 2월중 지원사업을 선정할 예정이다.문화예술위원회는 이날 전문예술법인과 단체를 재지정 및 지정했다. 재지정된 전문예술법인은 (사)푸른문화, (사)전북교향악단이며, 전문예술단체는 예술단 판타스틱과 전통예술원 모악이다. 새로 지정된 전문예술법인은 (사)온고을소리청과 (사)전주농악전수관이며, 전문예술단체는 문화포럼 나니레와 한울전통문화체험교육원, 전통예악원 누리춤터, 호남춤연구회다.전문예술법인·단체로 지정되면 법인의 경우 기부금품 공개모집이 허용되며, 공모사업 심의시 가점이 주어진다.
현존하는 한국 최고(最古)이자 세계 최고 금속활자라고 공개된 이른바 '증도가자'에 대한 연대 측정 결과 이 금속활자가 고려시대에 제작됐을 가능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결과가 나왔다. KBS 1TV '역사스페셜' 제작진은 다음 달 2일 밤 10시에 방영할 '증도가자 논란,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의 진실은?'(PD 김종석) 프로그램과 관련, 경북대 남권희 교수가 '증도가자'라고 공개한 12점에 포함되지 않은 또 다른 증도가자인 '悲'(슬플 비)와 '佛'(부처 불) 두 금속활자에 남은 먹을 채취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AMS(탄소연대 측정 방법의 하나) 연대 측정을 의뢰한 결과 고려시대 것으로 나왔다고 30일 말했다. 이 중 '佛'자에서 채취한 먹은 그 연대가 AD 1030~1160년에 속할 확률이 68.2%, AD 1010~1210년에 속할 확률이 95.4%로 각각 나타났으며 '悲'자의 연대는 AD 1210~1270년(확률 68.2%)과 AD 1160~1280년(확률 95.4%)으로 드러났다고 제작진은 덧붙였다. 이런 결과는 증도가자가 고려 고종 26년(1239) 목판본으로 복각(카피)한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보물 758호)를 찍어내는 데 사용한 금속활자라는 남권희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장영주 '역사스페셜' CP는 "기존에 증도가자로 공개한 12점에 대해 먹을 채취하려 했지만, 이미 이들 활자에서 먹은 거의 다 지워지고 없는 형편이었다"면서 "이에 흙덩이가 묻은 다른 금속활자 2점을 골라 먹을 채취,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일본의 모 기관 등 두 군데에 연대 측정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일본에 의뢰한 연대 측정 결과는 30일 현재 나오지 않았다. 장 CP는 "이번 연대 측정결과가 곧바로 '증도가자'의 신뢰성을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에 묻은 먹이 고려시대에 속한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해 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남 교수가 공개한 금속활자를 증도가자로 볼 수 없으며, 훨씬 후대에 누군가가 진짜처럼 만들어낸 것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아 이번 프로그램을 계기로 이런 논란이 불식될 지 주목된다.
한국 재즈 뮤지션으로선 최초로 이스라엘에서 열린 말로와 전제덕의 합동 재즈 공연이 이스라엘 관객을 사로잡았다. 스캣 창법(의미 없는 음절을 이어 즉흥적으로 노래하는 것)이 장기인 재즈 뮤지션 말로와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이 25~29일까지 하이파 및 텔아비브와 예루살렘 등 이스라엘 3대 주요도시를 돌며 한국 재즈의 저력을 보여준 것.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항구도시인 하이파 공연에서는 대중교통 수단이 운행을 쉬는 안식일인 토요일임에도 500여명의 관객이 모여들어 동양에서 온 한국 재즈에 높은 관심을 보였으며, 25일~26일 텔아비브 공연에도 600석 규모의 객석을 가득채운 관객들은 공연이 끝났지만 박수로 앵콜을 요청하는 등 한국재즈에 심취했다. 특히 한국 전통가요인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를 말로가 재즈 버전으로 들려주자 객석은 이국의 비가(悲歌)에 깊이 빠져들었으며 전제덕은 하모니카로 이스라엘 전통음악인 '하바 나길라'를 연주해 이스라엘 관객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이번 공연은 말로와 전제덕의 합동 재즈 공연을 관람한 투비아 이스라엘리 주한 이스라엘 대사의 추천으로 이뤄졌으며, 주이스라엘 한국 대사관이 한국-이스라엘 문화교류 증진을 위해 마련한 것이다. 한편 마영삼 한국대사는 29일 열린 예루살렘 공연에 앞서 이스라엘-한국 문화교류 증진과 한국 관광객 유치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예루살렘시로부터 공로패를 수여받았다.
박물관에서 만나는 전통문양(무늬)은 어른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게 많다. '쉿! 박물관에 암호가 숨어 있어요'(글로연 펴냄)는 아이들이 전통무늬에 대한 이해를 통해 우리 문화를 알아가는 데 디딤돌을 놓아주기 위한 책이다. 전통문양에는 옛 사람들의 소망이 오롯이 담겨 있어 이를 잘 이해하면 당시 사람들의 생각과 시대상을 아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조선민화박물관, 숙명여대박물관, 정영양자수박물관, 경기도자박물관이 함께 펴낸 이 책은 우리의 민화와 자수, 도자기에 나타난 전통문양의 의미를 쉽게 설명해주고 박물관의 다양한 유물도 소개한다. 특히,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전통문양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옛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또 박물관별 현장활동지를 함께 실어 읽은 내용을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도 있고 박물관 관람을 마친 뒤 새로 알게 된 것을 스스로 정리해 볼 수도 있다. 용과 호랑이를 그린 여의운룡도, 송하맹호도 등 대표적 민화와 고려청자, 분청사기, 백자의 역사와 제조법을 소개하고 '규중칠우쟁론기'를 통해 바늘각시, 실각시, 자부인, 가위각시, 인두부인, 다리미낭자, 골무할매의 얘기도 들려준다. 초등학교 고학년 및 중학생용. 148쪽. 1만2천원.
연말을 맞아 뮤지컬 스타들이 잇따라 대중가요 앨범을 내고 가수로 변신하고 있다. 뮤지컬 동네에선 이미 골수팬을 거느린 이들이 공연계 침체가 이어지면서 가수 변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모차르트' '잭더리퍼' 등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여온 민영기는 데뷔 12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 22일 발라드 앨범 'THE 1ST(더 퍼스트)'를 발매했다. 한양대 성악과 출신으로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여온 그는 이번 앨범에서는 감미롭고 서정적인 발라드 음악에 과감히 도전했다. 특히 타이틀곡 '걷다가'는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하는 심정을 감미로운 현악 선율에 맞춰 절절하게 풀어내 민영기의 색다른 면모를 엿볼 수 있다고 음반 제작사인 포니캐년은 30일 전했다. 데뷔 10년차인 뮤지컬 스타 박건형은 직접 밴드를 결성하고 보컬로 변신해 30일 첫번째 디지털 싱글 앨범 '시간 여행자'를 내놨다. 박건형은 드러머 김미호와 그룹 넥트스의 전 멤버 원상욱, 그룹 이브의 전 멤버 박웅과 '메이크(MAKE)'라는 이름의 밴드를 결성하고 지난 1년간 연습에 매진해왔다. 박건형은 미디움 템포의 록발라드 곡인 '시간 여행자'를 들고 다양한 음악 무대를 통해 본격적인 밴드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그의 소속사인 나무엑터스는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에는 박건형을 포함해 이정렬, 서범석, 차지연 등 내로라하는 뮤지컬 스타 8인방이 참여한 앨범 '인터미션(Intermission)'이 발매됐다. 이들은 이 앨범에서 과감하게 뮤지컬 창법을 버리고 평소 즐겨 부르던 가요를 한곡씩 골라 대중가요에 맞는 발성과 발음을 선보였다.
현재 미국 출판 시장의 전체 출판물 중, 외국 문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단 1%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세계 각국 문학과 경쟁하며 '1%'의 좁은 문으로 한국 문학이 진입하는 것은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라 할 만하다. 그런데 그 1%에 도전해 한국 소설의 미국 진출에 성공해온 남자가 있다. 국내의 대표적 출판 저작권 에이전트인 이구용(45) 임프리마코리아 상무다.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와 '빛의 제국'은 미국에서 출간된 것은 물론 11개국에 판매됐다. 조경란의 '혀'는 9개국에 판권이 수출됐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는 초판 10만부를 발행하며 내년 미국에서 출간 예정이다. 외에도 이씨는 편혜영, 한강, 하일지, 이기호, 권지예, 차인표 등의 에이전트로 활동 중이다. '소설파는 남자'(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는 그가 15년간 에이전트로 일하며 한국 문학을 해외로 진출시켜온 과정을 밝힌 보고서이자 에이전트로서 만난 한국 문학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다. 격주간지 '기획회의'에 1년간 연재한 내용을 묶은 이 책은 성공적 해외 진출 사례를 통한 '에이전트의 기쁨', 세계인이 즐기기에는 한계를 지닌 작품에 대한 '에이전트의 고민', 도전하고 싶은 과제를 모은 '에이전트의 고민' 등으로 크게 나뉜다. 이와 관련해 에이전트의 눈으로 바라본 김영하, 조경란, 신경숙, 한강, 편혜영, 하일지, 이기호, 권지예, 김훈, 김별아, 이외수, 권비영 등의 작품에 대한 생각이 전해진다. 30일에도 한국 문학을 소개하고자 일본 출장 중이던 그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어려운 미국 출판 시장의 유수 출판사에 한국 소설을 진출시키고 그 책을 받아들었던 순간 에이전트로서 큰 기쁨을 느꼈다"며 "국내 작가의 해외 진출 외에도 외국 작가의 원고를 가장 먼저 접하고 국내에 소개하면서 교류하는 즐거움도 보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내 문학 전문 에이전트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이씨는 대학원에서 영미 문학을 전공하고 1995년부터 에이전트의 길을 걸었다. 본격적으로 에이전트를 통해 한국 소설이 해외 유수 출판사에서 정식 출판돼 상업적으로 성과를 거둔 예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그의 행보는 더 주목받는다. 그는 "에이전트는 저자와 출판사 사이에서 목소리를 전달하는 메신저로, 양쪽의 입장을 균형 있게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힘들다"며 "15년 전에는 해외에서 한국 문학에 대해 시큰둥하고 냉담했지만, 지금은 귀담아듣고 관심을 보인다는 게 큰 차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문학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다만 나보다 더 훌륭한 에이전트들이 많이 등장하기를 바란다"며 "현지 출판 자체도 의미 있지만, 대중적으로 더 널리 우리 문학이 알려져 저변이 확대되는 날 노벨문학상과 같은 중요한 결실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연주자들의 집중이 가장 무르익은 때는 마지막 연습 때다. 클래식 연주가 모임 전북음악연구회(회장 김문성) 단원들은 창단 20주년 공연'협주곡의 밤'을 하루 앞두고 '바짝' 긴장했다. 하지만 열정이 있었다. 공연을 앞두고 밤 늦게까지 쉴새없이 연습해도 힘든 기색은 없다고 했다. 이들의 목표는 '살아있는' 연주다. 김문성 회장은 "숨 쉬는 감동을 전하려면 최선을 다해야 하고, 이런 연주만이 감동을 줄 수 있다"고 했다.단원은 김문성(기타) 소중연(첼로) 박선하(바이올린) 최윤섭(트럼펫) 나수연(플루트) 최정우(피아노) 송주란(작곡)씨. 다양한 악기의 편성이 장점이다. 덕분에 연주 구성이 좀 더 까다롭고, 앙상블에도 편곡이 필수. 작곡자 송주란씨는 "특히 현대곡은 실험정신이 필요한 곡이라 연주자들이 곡의 변화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며 "작곡자가 연주자와 함께 한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이번 무대는 특별하다. 소중연씨가 지휘를 맡고, 작곡자 송씨가 해박한 곡 해설로 이해를 돕는다. 객원 단원 최정란(기타)씨와 바흐 챔버 단원들이 무대를 풍성하게 한다. 첫 곡은 '송주란 류(流)'.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0년간 전북음악연구회가 일궈낸 성장과 발전을 담아낸 곡이다. 느리다가 빨라지고, 다시 느려지는 호흡으로 진행된다."도입부는 느리지만 장대한 황하(黃河)의 흐름을 연상시킵니다. 그 강줄기가 달리고 달려 바다로 나아가는 모습이 연결되죠. 중간에 빠른 부분은 물살이 깊어지고 거셀 때에요. 전북음악연구회도,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습니다."(소중연)박선하(바이올린), 최윤섭(트럼펫), 최정우(피아노)씨가 포레의 '꿈을 꾼 후에', 비발디의 기타 협주곡 G 장조, 드비엥의 플루트 협주곡 G 장조 등도 준비했다. 김 회장은 "전북음악연구회가 모든 사람들이 클래식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통로가 되고 싶다"고 했다. ▲ 전북음악연구회 창단 20주년 기념'협주곡의 밤' = 12월 1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
남성중창 동아리'울림(회장 윤여길)'이 창단 20주년을 맞아 정기발표회를 갖는다.'울림'은 오봉천씨의 지휘와 강선영씨의 반주로 '어메이징 글래스', '아리랑' 등 귀에 익숙한 곡과 '키리에', '글로리아', '상뚜스', '아뉴스데이' 등 라틴어 미사곡을 발표한다. 색소폰 연주가인 김병철씨와 지곡성당 글로리아 성가대(지휘 나경주)가 출연해 이날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1990년 군산지역 각 성당에서 음악을 좋아하는 남성들이 모여 만든 '울림'은 제1테너, 제2테너, 바리톤, 베이스의 4부 화음을 표현한다.윤여길 회장은 "단원들 모두가 생업에 종사하며 발표회를 준비하느라 어려운 점이 많았다"면서 "부족한 실력이지만 정성껏 마련한 무대인 만큼, 시민들의 많은 성원과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울림 창단 20주년 정기 발표회 = 12월 3일 오후 7시 군산 지곡성당
내년도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존폐 기로에 놓였다. 도의회 문화관광건설위원회 위원들이 내년 관련 예산의 대폭적인 축소를 요구하면서다. 여기에 김명곤 소리축제조직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져 10년간 전북의 대표축제로 명성을 쌓아온 축제의 앞날이 불투명해졌다.도의회 문광위는 2010년 전주세계소리축제에 대한 행정사무감사 결과 축제의 정체성과 예산 투입 대비 낮은 효과 등 많은 문제가 드러났다며, 내년 관련 예산의 축소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일부 의원은 전주대사습놀이 같은 이벤트를 더 활성화시켜 마니아 중심의 고품격 예술제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아예 소리축제 폐지까지 주장하는 상황이다.배승철 위원장은"현재와 같이 소리축제가 진행되는 데 많은 위원들이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다만 대책없이 무작정 폐지할 경우 소리고장으로서 쌓아온 주도권이 타시도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 위원장은 "향후 전문가 토론회를 통해 전반적인 소리축제 방향을 점검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예산확대가 필요하면 추경 예산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그러나 본예산을 토대로 내년 사업방향과 세부 프로그램을 준비하기 때문에 본예산이 삭감될 경우 축제 자체가 크게 흔들릴 것을 도 집행부는 우려하고 있다. 이종석 도문화관광국장은 "소리축제가 갖는 지역 대표축제로서의 상징성과, 소리축제 개최에 따른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효과 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예산 축소에 따른 10년의 성과들이 폄훼될 것을 경계했다.한편, 연초 새로 임기를 시작한 김명곤 조직위원장은 올 소리축제에 대한 비판적 여론 등을 이유로 임기 2년을 더 남겨둔 상태에서 전북도에 사임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제 식민지시대인 1933년 이미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가 1970년대에 도래하는 철새 숫자가 줄어들었다는 이유로 국가지정문화재에서 해제된 창녕 우포늪이 37년 만에 다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경남 창녕군 유어면 일대 '창녕 우포늪'을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지정예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우포늪은 우포늪ㆍ목포늪ㆍ사지포ㆍ꼭지벌의 4개 늪으로 구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자연내륙습지로 노랑부리저어새, 큰고니, 청머리오리 등 다양한 철새가 관찰되며 멸종위기식물인 가시연꽃의 국내 최대 자생군락지가 있기도 하다. 이에 따라 이곳은 1998년 람사르협약 보존습지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우포늪은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되자 그 해 12월3일 '창녕 백조 도래지'라는 이름으로 천연기념물 제15호로 지정됐지만, 1973년 7월19일 도래하는 철새가 감소했다는 이유로 문화재 지정이 취소되는 우여곡절을 거쳤다.문화재청 관계자는 "당시에는 철새 도래지라는 데만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에 그에 따라 천연기념물 지정과 해제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번 지정 예고에 따라 '창녕 우포늪 천연보호구역'은 앞으로 한달 간 일반인, 관련학자, 토지소유자, 지방자치단체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천연기념물로 최종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이밖에 충북 청원군 강외면 연제리 모과나무와 제주시 도련동 귤나무류도 천연기념물 지정을 함께 예고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부른 노래 '내 이름 예솔아'로 잘 알려진 젊은 국악인 이자람이 판소리 '적벽가' 완창 공연을 연다. 1999년 19살 때 판소리 '춘향가'를 최연소로 완창해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린 그는 이후 인디밴드 아마도이자람밴드의 리드 보컬, 영화음악 작곡가, 뮤지컬 배우, 현대 무용가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2007년 독일의 극작가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을 재창작한 창작 판소리 '사천가'를 발표해 폴란드의 콘탁국제연극제와 미국의 시카고월드뮤직페스티벌에 초청되기도 했다. 내년 1월에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APAP 아트마켓 쇼케이스에 참가하며 3월에는 프랑스에서 '사천가'의 새로운 버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춘항가'에 이어 '심청가'와 '수궁가' 공연을 펼쳤던 그는 다음 달 4일 오후 3시 의정부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적벽가' 완창에 도전한다. 이번 공연은 그의 네 번째 완창 공연이다. 고수는 박근영, 권은경, 김홍식이 맡는다. 티켓은 전석 3만 원이며 문의는 ☎031-828-5841.
고구려 덕흥리 고분벽화에는 무덤 주인과 그의 가족, 그리고 길을 안내하는 부하가 탄 수레 행렬이 그려져 있다. 왕릉으로 추정되는 고구려 안악3호분 벽화에도 화려한 수레와 작은 수레가 나란히 그려져 있으며, 무용총 벽화에는 미국 서부 개척시대의 역마차와 같은 큰 수레가 등장한다. 중국 동북 지방까지 세력을 확장하기도 했던 고구려가 수레를 활발하게 사용한 국가였음을 보여주는 유적들인 셈이다. 현재 발굴된 약 110여 기의 고구려 벽화고분 가운데 18기 고분에서 40대의 수레와 네 개의 수레바퀴의 그림이 발견됐다. 신라와 백제에서도 수레가 널리 사용됐다. 신라에는 수레를 담당하는 승부(乘府)라는 관청이 있었으며 백제의 주요 유적지에서도 수레를 사용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천 년의 세월이 지난 조선 시대에는 도리어 수레의 사용이 크게 줄어들었다. 우리역사문화연구소의 김용만 소장은 조선 시대 수레가 활발하게 사용되지 못한 근본 원인 중 하나로 군사적인 문제를 꼽는다. 조선의 지배층은 길이 넓으면 외적에게 조선을 침략할 길을 열어주는 것으로 생각했고 이로 인해 도로가 발달할 수 없었으며, 이것이 수레의 사용을 막아 상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조선에 도로가 뚫리고 정비된 것은 조선을 수탈한 일본에 의해서였다. 김 소장은 "처음부터 수레를 몰랐던 문명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수레를 알면서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사회는 그로 인해 스스로 발전할 기회를 놓쳤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 소장은 저서 '세상을 바꾼 수레'(다른 펴냄)에서 인류 최고 발명품의 하나로 꼽히는 수레를 통해 인류의 역사와 문명을 조명한다. 수레는 전쟁, 산업, 도시의 발달 등 인류의 삶과 역사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발명품이다. 저자는 수레를 이용한 해외 원정이 제국의 탄생을 촉진했으며, 수레를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은 자동차와 기차를 탄생시키며 산업혁명의 기폭제가 됐다고 말한다. 수레는 속도와 거리의 관념 등 의식적 측면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저자는 "수레와 같은 발명품을 혁신적으로 개량하고 그것을 활용한 나라들은 다른 나라보다 앞선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면서 "우리 주변 사물의 가치를 바로 알고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인류의 발전을 좌우하는 선결요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을 펴낸 출판사 '다른'은 수레를 시작으로 동물, 나무, 물, 빵, 자본, 수학 등 인류 문명의 원동력이 된 다양한 주제를 다룬 '세계사 가로지르기' 시리즈 20종을 출간할 계획이다. 240쪽. 1만3천원.
"당신은 크리스티나가 당신의 친구인 머라이어를 죽이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 당신은 머라이어가 현재 어디에 있는지도 안다. 크리스티나가 당신에게 머라이어가 어디 있는지 아느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당신이 진실을 말한다면 크리스티나는 머라이어를 찾아가 죽일 것이다." 당신에게 이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진실을 말했을 때의 결과는 끔찍하다. 당연히 당신은 머라이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거짓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또 그것이 머라이어를 살리기 위한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여길 것이다. 하지만, 독일의 철학자 칸트가 보기에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칸트에 따르면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은 도덕의 근본 원리인 '정언명령(定言命令)'이기 때문이다. 조건과 결과에 상관없이 누구나 하지 않을 수 없는 행동이 칸트가 말하는 정언명령이다. 따라서 칸트의 정언명령에 따르면 친구인 머라이어가 죽는다 해도 진실을 말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다. 신간 '철학과 함께하는 50일'(북로드 펴냄)은 칸트의 정언명령을 비롯해 철학의 주요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한 철학 교양서다. 저자인 벤 뒤프레는 플라톤의 동굴의 우화에서부터 게임이론 중 하나인 죄수의 딜레마에 이르기까지 50가지 철학의 핵심 주제를 현실 문제와 영화, 책, 음악, 미술 이야기 등에 녹여 재미있게 설명한다. 50가지에 이르는 철학의 핵심 개념을 한 권의 책에 담아내려 하다 보니 내용이 깊진 않지만, 철학 하면 왠지 머리 아프고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부담없이 읽기에 좋은 입문서다. 이정우·임상훈 옮김. 320쪽. 1만5천원.
연출가 한태숙이 이끄는 극단 물리가 창작 신작 '있.었.다'를 선보인다. 연극계 거목인 극작가 정복근, 참신한 형식을 시도해온 연출가 서재형이 호흡을 맞췄다. 집에서 멀쩡히 자고 있던 남편과 딸이 하룻밤새 홀연히 실종되면서 나머지 가족들이 뒤늦게 쏟아내는 자기 고백을 통해 인간관계의 의미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극중 배경은 형사인 '인배'의 사무실. 40대 여의사인 '은주'는 인배를 찾아와 한밤중 사라진 남편과 어린 딸을 찾아달라며 실종 신고를 한다. 고교생 딸이 사라졌다는 '영호'도 인배에게 도움을 간청한다. 수사 과정에서 은주가 무능력한 남편과 장애를 가진 딸을 못마땅해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영호는 며칠 만에 집으로 돌아온 딸이 전혀 다른 사람이 돼 있는 모습을 보고 주체할 수 없는 혼란에 빠진다. 인배는 딸을 찾아 헤매는 이들 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 속 깊은 곳에 묻어놨던 트라우마와 직면하게 된다. 무대 장치로 문(門)이라는 매개체를 등장시켜 주변 인물들이 사라졌다 돌아오는 서사 구조를 상징적으로 표현해낸다. 출연 서영화, 이갑선, 지영란, 권겸민, 류혜린. 다음 달 16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공연하며 티켓은 1만5천~2만5천원. ☎02-764-7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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