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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가요에 대한 50대의 추억 - 최동성

얼마 전 작곡가 박춘석씨가 세상을 떠났다. 트로트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요계 거목의 타계 소식은 그의 곡을 들으며 자란 중년 이상의 세대에겐 생각이 잠시나마 과거로 되돌아갔을 것 같다. 시대를 넘어 사상 개인 최다인 2,700여곡을 작곡해 국내 대중가요의 새 지평을 열어온 업적을 볼 때 우리사회의 큰 상실이다.이런 대중가요는 꺾고 휘어지는 창법에 부르는 이들의 추억과 함께 한다. 그 궁핍하던 시절 어렵게 살아가던 일상의 고단함을 달래주던 트로트 가락은 쉽게 잊을 수는 없다. 애환이라고 부르는 삶의 여러 기억들, 노래는 그 갈피갈피마다에서 빛바랜 사진처럼 추억을 되살린다. 당대인들의 기쁨과 슬픔, 절망과 희망을 담아냄으로써 뒷날 그때를 반추할 수 있게 하는 대중가요. 그래서 한 시대를 써내려간 '시대의 증언자' 반열에 자리매김 될 수 있었다.물론 대중가요에는 찬반이 있다. 비판자들은 대중음악은 바람과 같다고 한다. 한때의 열병처럼 그저 스쳐 지나간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적인 정서를 반영한 노래는 살아남고 그러지 못하면 사라지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허나 가요는 정치· 사회적 상황과 관계없는 개인사에서도 종종 중요한 소도구 역할을 한다. 가요를 들으면 그 노래가 나왔을 무렵의 사회나 자신의 처했던 개인적 사정이 불현듯 떠오르게 마련이다.한국전쟁이 일어난 1950년에서, 사라호 태풍이 그해 추석까지 쓸어갔던 1959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 70년대에 대학을 다닌 이들 50대는 아직 기억이 생생하다. 교련반대 데모와 위수령 발동, 유신헌법 공포와 7.4남북공동성명, 긴급조치 1~9호 발동, 장발족 일제 단속, 부마사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과 12.12 쿠데타 등등.보릿고개 마지막 세대이자 주산의 마지막 세대이며, '컴퓨터 문맹 1세대'인 50대는 대변혁의 물살에 섞이지 못하고 겉돌지나 않을지 모른다. 감당하기 힘든 격동의 시절 대중가요가 없었더라면 그 세월을 헤쳐 나오지 못했을지 모르고, 지금에 와서도 영롱한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 노래의 굽이굽이마다 부조리한 시대에 항거했던 함성과 번뇌, 벗들에 대한 사랑 따위가 고스란히 되살아나기 때문이다.1960년대에 산간오지 초등학교를 다녔던 나는 동요대신 대중가요를 손짓발짓까지 해가며 즐겨 불러댔다. 풍금이 없어 음악시간이면 선생님 부름 받고 '흘러간 노래'를 부르는 철없던 소년이었다. 고백하건대 당시 나의 '노래 선생님'은 학교가 아닌 직직거리는 잡음과 함께 들을 수 있었던 라디오였다. 집 마루구석에 걸린 큼지막한 밧데리를 묶어 쓰던 트랜지스터. 그래선지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랫말로 엮어진 요즘 댄스뮤직 장르는 영 익숙하지 않다.그 시절 꿀꿀이죽, 그리고 옥수수죽 급식이 같은 기억 속에서 즉각 튀어나온다. 잊을래야 그리 잊혀지지도 않은 편린들, 께복젱이 시절 40년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또렷하다. 그런 걸 감안하면 정부의 교육정책은 특히 무척 중요하다. 올 6월 지방선거에서 학교 무상급식문제가 핵심이슈다. 급식문제가 정치적 입장이나 이념적 갈등으로 이리저리 내둘러지고 있다. 지금 어린 학생들이 훗날 50대에 무상급식을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 앞설 뿐이다./최동성(본지 기획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10.03.29 23:02

[세상만사] 전주 용왕제 복원해야 한다 - 조상진

"전주의 4월은 향기가 그윽하고/ 등불을 집집마다 밝힌 것이 한양과 다름없네/ 아름답게 장식한 사람들이 장래를 약속하고/ 물가에 병풍치고 용왕에게 굿을 하네.(전주 풍속에 4월 8일이면 물가에 천막을 치고 함께 먹고 마시고 놀면서 용왕에게 제사한다)"조선 정조때 이조판서와 대사헌을 지낸 김종정(1722-1787)의 운계만고(雲溪漫稿)에 실린 '전주도중(全州道中)'이란 시다. 제목으로 미루어 250년전, 김종정이 전주를 지나며 지은 것으로 짐작된다. 당시 4월 초파일에 집집마다 등을 달고(觀燈·燃燈), 덕진연못에서 용왕제가 성대히 열리는 모습을 그렸다.이보다 앞서 조선 초기 대문장가였던 서거정(1420-1488)의 사가집(四佳集)에는 전주지역 10곳을 노래한 시가 실려 있다.'패향10영(沛鄕十詠)'으로 이중 덕진연못 부분은 이렇다."덕으로 이름 지은 그 말이 헛되지 않았도다/ 백성에게 은혜입혀 세상 구제한 공이 있네/ 그 누가 알리오 깊은 못에 용이 누워서/ 때로 능히 십우(十雨)와 오풍(五風)을 행사하는지." 당시 덕진연못은 전주의 명소중 하나였고 용이 살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음을 알 수 있다.또 이에 앞서 전주에서 관리를 지낸 고려의 대문호 이규보(1168-1241)는'전주에서 용왕에게 올리는 기우제문(全州祭龍王祈雨文)'을 지었다. 동국이상국집에 실린 이 글에는 "…한 지방의 가뭄은 고을을 지키는 자의 죄입니다. …어찌 나주(羅州)엔 비를 주고 우리 전주만 가물게 하는고. …자못 우리들이 정치를 잘못한 것이 그 원인이라, 하늘의 노여움을 용서받을 수 없거든 감히 용왕신에게 먼저 빌겠습니까?" 이 글은 800년 전에 전주에서 용왕제가 거행되었음을 보여준다.옛 글을 장황히 인용한 것은 전주의 용왕제가 그만큼 오래되었고, 전주사람들과 함께했음을 말하고자 함이다.이러한 전주 용왕제는 1980년 제의를 주관하던 3대 용화부인이 세상을 뜨면서 사라졌다. 이후 2005년 전북전통문화연구소를 중심으로 복원작업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이와 관련 20일 전북대에서'전주용왕제 복원 연구보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선 전국의 관련 학자들이 용왕제와 관련된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다. 1000년 넘게 이어져온 전주 용왕제가 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가 상당부분 밝혀졌다.연구자들은 전주 용왕제가 기록이 분명히 남아있는 몇 안되는 문화유산이라는 점과 4월 초파일에 치러진 일종의 민속화된 독특한 불교행사(불교+무속)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 또 해안가에서 행해지는 공동체 신앙적 요소와 내륙의 개인치성 의례 성격을 모두 갖는다는 점도 밝혀냈다.문제는 이를 어떻게 복원하고 계승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사실 전통의 복원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우기 무속적 요소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는 사람들도 많다.하지만 전주의 전통문화를 되살리면서 정체성을 확립한다는 측면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찾아보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닐 것이다. 한 예로 4월 초파일이면 덕진연못에 다양한 등을 다는 축제마당으로 승화시키거나 5월 단오제와 연결시키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덕진연못은 대표적 비보풍수 지역으로, 스토리텔링의 보고다.한옥마을과 더불어 덕진연못 일대를 전통문화를 견인하는 두개의 축으로 삼는 것도 의미가 클 것이다./조상진(본지 논설위원)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10.03.22 23:02

[세상만사] 숨은 비리 - 이경재

어느 군단위 학교 교감이 근무평정을 앞두고 "잘 좀 봐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지역교육장 한테 돈을 놓고 갔다. 그런데 찾아가라는 연락이 왔다. 동료들과 상의했더니 "액수가 적다는 뜻"이라는 풀이가 나왔다. 얼마를 더 보태 교육장을 찾아가 다시 건넸다. 그 뒤 아무 말이 없었다. 이 교감은 근평에서 '수'를 받았다. 당시 교육장은 지금 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당시 조언했던 동료가 털어놓은 이야기이다.4지(知)라는 게 있다. 중국 형주 지방의 자사(刺史)라는 직책에 앉아있던 양진이라는 사람이 왕밀을 승진시켜 주었는데, 왕밀이 승진댓가로 밤중에 황금 열근을 품고 가 바치며 "밤이 깊어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했다. 그러자 양진이 말하길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네가 알고 내가 아는데 어찌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하느냐"고 일갈하자 부끄러워 물러갔다. 이 고사에서 비롯된 게 4지(知)다. 은밀히 건네지는 뇌물이지만 비밀은 없다. 이런 무서운 이치가 있는데도 비리는 끊이지 않는다.교육계 비리가 도마에 올라 있다. 근평과 관련한 이런 비리는 새발의 피다. 교감 교장 승진인사, 공모제 교장, 장학사 선발, 교육장 인사, 물 좋은 지역 전보인사, 방과후 학교 업체선정, 학교 공사 등이 비리 사각지대다. 최근의 서울시교육청 비리사례는 이 모든 걸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비리가 서울지역의 일로만 치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교사들의 판단이 이를 반증한다. 전교조가 지난 9·10일 이틀간 교사 598명을 대상으로 비리 정도를 묻는 설문조사를 했더니 장학사시험 등 승진비리가 64.1%로 가장 높게 나왔다. 시설공사 및 기자재 납품비리 61%, 근평 관련 57% 순으로 나타났다.이명박 대통령이 얼마전 교육문제를 직접 챙기겠다고 했지만 이미 올 상반기 수사의 초점을 '교육 비리'에 맞추겠다고 선언한 게 검찰이다. 김준규 검찰총장이 신년사에서 "사정의 사각지대에 가려 있던 '숨은 비리'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밝혔는데 이 '숨은 비리'가 바로 교육비리다.정도의 차이만 있지 행정과 경찰도 '숨은 비리'는 있다. 임실에서는 사무관 승진 댓가로 2천만원을 주었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전부다 그런 건 아니지만 총경 승진 5천만원 설도 있다. 부하 직원 승진시켜 주는 댓가로 돈 받아먹는 풍토는 꼭 없어져야 한다.방법이 하나 있긴 있다. 승진 대상자와 인사책임 라인에 있는 공직자들의 계좌 추적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기간은 인사 전후 한달 정도로 하면 충분할 것이다. 그래도 탈 없이 돈 먹는 방법을 창안해 낸다면 아이디어 발굴상을 주어야 할 일이다.전북교육청이 '교육 부조리 예방대책'을 발표했다. 강도 높은 처방도 있고 전시성 대책도 있다. '숨은 비리'는 대책이 없어서 발생하는 게 아니다. 내부고발과 투명성이 요체다. 모든 걸 공개해 햇볕을 쪼이면 곰팡이가 슬지않는 이치나 마찬가지다.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정책과 구호들이 쏟아지고 있다. 정책선거야 맞는 말이지만 시민들 한테 그 많은 공약들이 귀에 들어올리 만무하다. 그 보다는 상징성 짙은 간결한 슬로건 하나면 훨씬 효과적이지 않을까. "돈 안받겠습니다"어깨띠에 이 구호를 새기고 곳곳을 누빈다면 센세이션을 일으킬 수도 있다. 금세 뜰 것도 같다. 부하 직원 한테 돈 먹고 인사해 주는 것 만큼 찌질하고 부도덕한 건 없다./이경재(본지 논설위원)

  • 정치일반
  • 전북일보
  • 2010.03.15 23:02

[세상만사] 선거가 아직도 쩐(錢)과의 전쟁 - 백성일

SBS에서 수목드라마로 방영했던 박신양 주연의 "쩐의 전쟁"이 높은 시청율을 기록했다.사채업자가 등장하는 다소 엉뚱한 소재였지만 흔히 돈에 죽고 사는 우리네 아픈 생활상을 떠올리게 한다.극중 박신양의 아래 멘트는 머리에 비수처럼 와서 꽂힌다."아직도 모르겠어,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돈이라구" 돈이 웬수다.돈 때문에 죽고 사는 일이 너무도 많다.돈만 있으면 명예도 권력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3월로 접어 들면서 선거 공기가 확 달라졌다.입지자들의 발걸음이 한결 빨라졌다.각당 도지사 후보들의 윤곽과 민주당 후보 공천 방식이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정당 공천 없는 교육감선거는 최규호 현교육감 불출마로 지금껏 5명이 각축을 벌인다.최감이 누구를 지원한다더라는 배후지원설과 줄세우기 논란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여기에다 전북 초중고 학생들의 학력이 전국 꼴찌라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학력 꼴찌 말고 청렴도도 하위권이어서 전북 교육은 한마디로 중증환자나 다름 없다.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모르겠다고 장탄식을 늘어 놓는다.이런 상황에서도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 짓지 않고 오히려 선거에 나서 적반하장(賊反荷杖)이다.이번 지방선거는 8가지 선거가 동시에 치러져 몹시 헷갈린다.후보의 지명도 싸움으로 끝날 공산이 짙다.현직들이나 도전자들은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떼논 당상처럼 여긴다.지사 선거는 아직껏 분위기가 잡히지 않았지만 교육감 선거는 본선거여서 경쟁이 치열하다.전국 동시 선거라는 특성 때문에 지역 정서의 높은 벽이 또다시 쳐졌다.도내서는 이 때문에 정동영의원의 주가만 상종가로 치솟았다.그간 여러차례 선거를 치르면서 지역마다 선거꾼들이 많이 늘었다.2년 간격으로 선거가 교대로 치러지자 거의 직업이 되다시피한 선거꾼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겼다.이들 선거꾼들은 일찌감치 당선 가능성과 인지도가 높은 쪽으로 대거 몰렸다.대다수 선거꾼들은 그간 선거판에서 배우고 익힌 내용을 선거판에 접목시켜 한가락 한답시고 부산을 떨고 있다.메뚜기도 한철인데 그냥 지나칠리 만무하다.문제는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조직 선거를 한다는데 있다.이 때문에 정치신인이나 돈 없는 사람은 선거에 나섰다가 인지도가 올라가지 않아 중도하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현행 선거법이 예전에 비해 엄격해졌지만 지금도 조직을 갖춘 후보들은 엄청나게 실탄을 쓴다.실제로는 공천 받기 위해 들어간 '공천 헌금'까지 합치면 법정선거 비용 보다 두 세배 이상은 더 쓴다.직접 유권자에게 돈을 뿌리는 경우는 줄었지만 비공식 선거운동원의 활동비와 유권자 접대비 등으로 돈이 많이 들어간다.예비후보 등록 전부터 산악회,향우회,종친회,학교 동창 모임 등 모임들을 가동하고 거기에서 술과 밥을 제공하는데 돈이 필요하다.자칫 한강 투석이 될 수 있지만 돈 주지 않으면 선거조직이 움직이지 않아 친 인척 한테도 돈을 준다는 것이다.후보의 인물 됨됨이나 정책 공약등을 비교해서 후보를 판가름 하면 모든게 끝나는데 그렇지 않은데서 사단이 난다.이번에도 선거기일이 가까워지면서 알게 모르게 '쩐과의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돈 많은 쪽이 벌써부터 후끈거리고 있다.임기동안 선거 비용 충당하기도 어려운 판에 왜들 원가계산도 안하고 겁없이 무작정 출마하는지 모르겠다./백성일(본지 수석논설위원)

  • 정치일반
  • 백성일
  • 2010.03.08 23:02

[세상만사] 선거판과 브로커 - 김승일

또 선거철이다. 도지사·시장·군수를 비롯해서 도의원·시군의원을 뽑는 지방선거가 꼭 석달(6월2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에는 도교육감과 교육의원 선거까지 겹쳐 역대 어느 지방선거때보다 그 열기가 뜨겁다. 현역 단체장이나 의원들은 아직 느긋한 반면 입지(立志)를 밝힌 정치 신인들의 득표활동은 이미 불이 붙었다.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기 무섭게 거리를 누비며 명함 돌리기나 각종 행사장·참석등 얼굴 알리기 발품이 부산하다. 후보자가 대형 사진이 걸린 홍보물이 행인들의 시선을 끌고 아파트 우편함에는 아직 듣지도 보지도 못한 지역일꾼(?)들의 자기 소개 인쇄물이 빼곡히 꽃히고 있다.메뚜기도 한 철이라 했던가? 선거열기가 닳아 오르자 당연히 선거 브로커들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수요가 발생하면 공급은 자연히 따르는 법이다.특히 정치 신인들의 경우는 지역내에서 조직기반을 다지기 위해 이들의 도움이 필수적일수밖에 없다. 소위 약발이 먹히는데 외면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 브로커가 있는가 하면 조건이 맞지 않아 그나마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는 입지자들도 많다고 들리니 아이러니다. 그래서 선거판은 브로커들에겐 황금밭이요 필요악의 실증무대라고 하는지 모르지만...미국에서는 브로터란 증개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보험이나 증권, 부동산 거래는 물론 결혼 증매인도 브로커로 통한다. 브로커 앞에 힘(Power)이 붙으면 정계 실력자로 불리듯이 워싱턴 정가의 등록된 브로커들은 연방 상·하원은 물론 미국의 국가 정책에도 막중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더러 '쉬파리 같이 우글대는 브로터들'이란 모멸 섞인 비난을 듣기도 하지만.영어권 국가에서 비교적 엘리트군(群)에 속하는 브로터들이 우리나에서는 어떤 대접을 받을까?우리 사회에서는 브로터하면 우선 이미지부터 그리 밖지 못하다. 흔히 '사건 해결사'나 '꾀 많은 거간꾼'쯤으로 낮춰 보는게 보통이다. 그러니 대접이고 뭐고 따져볼 일도 못된다. 왜일까? 이들의 활동이 주로 음험한 지하거래로 이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변호사업계 주변에서 송사(訟事)로 커미션 챙기기나 관공서 상대 이권청탁, 금융권의 대출 알선등이 이들의 단골 메뉴다. 이밖에도 이권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게 브로커이므로 하물며 선거판을 외면할수 없을 것이다.지방 선거는 지역 일꾼을 뽑는 일이다. 지역을 살 찌우고 지역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지역의 동량(棟樑)을 선출하는 풀푸리 민주주의의 교본적 절차다. 따라서 유권자가 옥석(玉石)을 정확히 가려 낼줄 아는 역량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의 역할이 때로 선(善)기능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입지자들의 매표(買票)유혹이나 브로커들의 매표(賣票)행위가 정도를 벗어 난다면 결과적으로는 지방선거에 해악을 끼칠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할 일이다./김승일(본지 객원논설위원)

  • 자치·의회
  • 김승일
  • 2010.03.01 23:02

[세상만사] 대학 졸업생이 울고 있다 - 최동성

태극전사들의 밴쿠버 활약이 놀랍다. 스물한, 두 살 우리 젊은이들의 포효는 '넘을 수 없는 벽'을 넘어섰다. 이제 더 이상 극복하지 못할 겨울스포츠 장벽이 없는 모양새다. 장한 모습들은 세종시 문제와 지방선거로 파묻힌 시민들의 정서에 모처럼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그러나 이런 환호와 기대와는 달리 사회의 그늘에 가려진채 주변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는 같은 또래들이 있다. 미취업 대학 졸업생들. 대학 졸업시즌이 한창이지만 이들은 축복은커녕 숨죽이며 울고 있다. 한껏 희망에 부풀어 사회에 진출해야 할 이들에겐 학교 밖이 사지(死地)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눈앞의 불확실한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이들로선 졸업식이 우울할 뿐이다.통계청이 며칠 전 내놓은 고용동향을 보면 청년 실업률이 9.3%로 1년 전보다 1.1% 포인트 올라 2004년2월(9.5%)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학문을 나서는 젊은이는 해마다 50만명을 웃돌고 있다. 그러니 요즘 대학가는 불안과 한숨으로 덮인 안개 속이다. 수십 군데 기업에 입사원서를 보내도 막상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좁은 문'이다.급기야 졸업학점을 모두 채웠지만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기 위한 졸업 유예제가 유령처럼 확산되고 있다. 졸업을 유보나 연기해야만 졸업예정자라는 신분으로 취업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란다. 이 제도가 없는 학생들은 일부러 졸업필수 과목에서 낙제학점을 받기도 한다. 오죽하면 졸업을 하지 않으려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는 걸까.청년실업의 원인은 여러 분석에서 제시됐다. 세계화의 영향 및 과잉 고학력화와 구인·구직자 간 인력수급의 불일치로서의 '잡 미스매치'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결합돼 있다. 2차원적 산술 이상의 3차원적 벡터의 과정이다.문제는 대안이다. 정부는 나름대로 청년실업 해결을 위해 예스(YES: Youth Employment Service) 프로그램이나 행정인턴제 등을 해봤다. 그런데 이런 프로그램들의 효과는 신통치 않아 보인다. 임시직 고용 등으로는 젊은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데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그간 청년실업은 식상하리만큼 강조돼 왔지만 지금까지 제시된 실업대책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미흡하기만 하다.해법이라면 정부가 교육·복지·사회복지 분야 등을 사회보장 확충과 좋은 일자리 창출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서비스업 활성화 차원으로선 난제풀이가 힘들다. 비정규직 기피문제도 비정규직 보호법을 제대로 시행해 실질적인 차별시정이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을 선택하라는 정부의 메시지도 있었으나, 향후 인생궤적이 달라지는데 쉽게 먹혀들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중소기업의 열악한 임금체계와 근로조건을 개선하는데 먼저 힘써야 할 것이다.대졸 실업문제의 심각성은 단지 당사자나 그 가족들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데 있다. 혼인율이나 출산율의 감소, 부모 부양 회피에다 범죄, 알코올 의존 등 사회문제로 확대된다. 일자리 창출이 올해 국가적 아젠다의 핵심이라고 한다면, 우리의 중대한 과제는 이런 사회구조적 현실을 고려한 실용적 처방을 내놓는 데 있다. 졸업생들의 눈물을 닦아내지 않고서는 사회와 국가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최동성(본지 기획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 사회일반
  • 최동성
  • 2010.02.22 23:02

[세상만사] 전북엔 왜 이병철·정주영이 없는가 - 조상진

대구에서는 이번 주 삼성그룹을 창업한 호암(湖巖) 이병철 탄생 100주년을 기리는 행사가 다양하게 벌어진다. 대구상공회의소와 대구시가 주축이 돼 동상 제막식을 비롯 기념포럼, 기념음악회 등을 갖는다. 또한 대구상의는 삼성의 모태인 삼상상회터 인근 이건희 회장의 생가 기념사업과'기업 발자취'정리사업을 검토하고 있다.서울에서도 전경련과 한국경영학회, 삼성경제연구소가 주관하는 학술포럼을 포함해 각종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내세울만한 기업가가 많지 않은 전북으로서는 여간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경남 의령 출신인 이병철(1910-1987)은 정주영과 더불어 한국 경제성장을 이끈 쌍두마차다.우선 이병철이 남긴 유산부터 보자. 그는 국내 최대이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그룹의 뿌리를 놓았다. 1938년 대구에서 3만 원의 자본금으로 태동한 삼성그룹은 2008년 기준 총자산 317조에 달하는 최대의 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세계 최대의 전자기업으로 각광받는 삼성전자 등 64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반도체산업 진출은 이병철이 칠순을 넘은 나이에 내린 결단으로, 한국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일대 사건이다. 삼성의 계열사 매출 총액은 우리나라 GDP(국내 총생산)의 1/5에 달하며 임직원수가 30만 명에 이른다.이와 함께 삼성에서 분가한 신세계그룹, CJ그룹, 한솔그룹과 중앙일보, 성균관대학교 등이 이병철이 남긴 유산이다.다음은 현대그룹을 일으킨 아산(峨山) 정주영(1915-2001). 강원도 통천 출신인 그는 16살의 어린 나이에 처음 가출을 시작, 근면 성실함과 자신의 몸뚱이 하나로 신화를 일궈냈다. 영국으로 건너가 500원 지폐로 현대중공업의 초석을 마련하는 등 그에 관한 일화는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그의 열정과 혼은 현대, 현대기아차그룹, 현대백화점그룹, 현대산업개발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현대해상화재그룹에 남아 있다. KCC(금강고려화학)그룹, 한라그룹, 성우그룹도 그의 영향을 받았다. 서울대를 비롯 숭실대, 울산대 등에서'정주영학(學)'을 강의할 만큼 연구대상이다.또 정주영은 한국의 위상을 드높인 88서울올림픽을 유치했고, 소 500마리를 몰고 방북해 금강산과 개성공단 개발 등 남북간 화해의 물꼬를 텄다.사실 대한민국 국민중 상당수는 현대가 만든 아파트에서 살며, 현대차를 타고 현대가 만든 고속도로를 달리며 산다. 또 삼성에서 만든 TV나 냉장고 세탁기를 사용한다.그렇다고 이들에게 공(功)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개발독재시대 재벌의 정경유착이라는 엄청난 폐해를 낳았다. 또 삼성은 사카린 밀수사건, 무리한 재산상속, 무노조 경영을, 현대는 정주영 스스로 대권 도전이라는 우(愚)를 범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하지만 이러한 과(過)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한국경제에 남긴 공헌은 절대적이다. 뉴욕이나 베이징, 도쿄 공항에 내려보면 바로 체감할 수 있다.그러면 전북은 어떤가. 전북에도 기업가가 없지 않았다. 김연수(삼양사) 강정준(백화양조) 고판남(한국합판) 임대홍(대상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으로 명함을 내밀기에는 미진하다.결국 "해보기나 했어?"(정주영), "인재의 보고"(이병철) 등 기업가 정신이 이처럼 큰 차이를 가져온 것이 아닐까 싶다./조상진(본지 논설위원)

  • 경제일반
  • 조상진
  • 2010.02.08 23:02

[세상만사] 이재오와 정종환장관의 경우 - 이경재

장관급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65)의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전국을 돌면서 '이동신문고'를 열고 국민들의 민원을 해결해 주면서 부터다. 기관간 힘겨루기 때문에 방치된 고질적인 민원, 관행이라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룬 수십년 묶은 민원도 그가 어루만지면 눈 녹듯 풀린다.속초비행장 일대 1422만㎡(430만평)의 고도제한 완화 민원이 반세기 만에 풀린 건 상징적이다. 비행안전구역에 묶인 고도제한 집단민원이 그의 중재로 해결된 것이다. 민원 해결로 국방부는 비행장 현대화 사업을, 국토부와 도로공사· 한전 등은 국책사업을 각각 차질없이 추진할 수 있게 됐고 주민들은 사유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으니 그야말로 윈-윈결정이다. 이미 그에겐 '민원해결사'라는 닉네임이 붙었다.야당은 국민을 상대로 공개적인 대권행보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지만, 이렇듯 간단히 풀릴 민원을 왜 진작 해결해 주지 못했는지를 먼저 탓해야 할 일이다.며칠전 김제를 찾은 그는 영업정지로 피해를 입은 전일상호저축은행 피해자들의 애절한 호소를 듣고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금감위와 관계기관, 정부가 '3자 인수가 되는지',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지' 등을 논의해 진행 상황을 꼭 알려주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정치를 할려면 이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는가. 막힌 곳을 뚫고 해결해 주는 능력, 고통과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 감성이야말로 정치인이 가져야 할 덕목이다.그런가 하면 정종환 국토부장관(62)의 경우는 정반대다. 토지주택공사(LH) 통합본사 이전과 관련한 그의 행보는 막힌 곳을 뚫기는 커녕 좌고우면(左顧右眄)의 달인 처럼 비친다.지난해 11월11일 경남지역 국회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가장 좋은 방법은 통합본사를 한 곳으로 몰아주는 것"이라고 했다가 보름 뒤 전북지역 국회의원 간담회에서는 "전북이 주장하는 분산배치 원칙을 지키고 가능하면 연말 안에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불과 보름 사이에 국회의원들 앞에서 상반된 발언을 쏟아냈다. 연말까지 최종 결정하겠다는 약속도 식언이 돼버렸다. 말바꾸기의 극치이다. 막스 베버(1864∼1920) 식의 영혼이 없는 관료라는 말인가.막스 베버도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관료란 어느 정부에서나 그 정부의 철학에 따라 일 하는 게 숙명이지만, 정치적 결정은 정치인이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최장수 장관이다. 충남지사 출마 얘기도 나오고 있다.대한민국 대표적 부채 공기업인 LH는 지금 구조조정을 거쳐 새 면모를 갖추려 하고 있다. 건물도 모두 매각시키고 있다. 고도제한 민원처럼 통합본사 이전 역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기업에겐 시간과 속도가 경쟁력이다.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무작정 망설일 만큼 한가하지 않다.전국을 순회하며 민원해결사로 나선 이재오 위원장은 국민권익위원장으로서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반면 정종환장관은 왼쪽을 돌아보고 오른쪽을 곁눈질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직무유기다.막힌 곳을 뚫는 장관이 있는가 하면, 뚫어야 할 곳을 저울질하며 오락가락하고 있는 장관의 전형을 우리는 보고 있는 셈이다. 도지사와 시장 군수도 비슷한 유형이 많을 것이다. 지방선거때 눈여겨 볼 일이다. 이제는 LH통합본사 이전문제를 이재오 위원장 한테 가져가야 할 것 같다./이경재(본지 경영지원국장겸 논설위원)

  • 정치일반
  • 이경재
  • 2010.02.01 23:02

[세상만사] 민주당이 변해야 전북도 산다 - 백성일

그간 민주당은 평화민주당 시절 이래로 당명을 여러차례 바꿔가면서 호남에서 잘 해먹었다. 지역 정서에 의지해서 정치를 쉽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되는 것도 쉬웠다. 특별한 능력도 없는 사람이 DJ의 눈에만 들면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다. 논두렁 정기라도 타고 나야 국회의원 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북에서 국회의원 된 사람들은 온실속에서 자란 화초나 다름 없었다.매서운 추위를 이겨내면서 피어오른 매화가 기품 있는 것처럼 사람도 혹독한 경쟁의 틀속에서 자라야 거목으로 성장한다. 전북에서 다선을 했어도 전국적인 지명도가 없는 이유가 다 여기에 있다. 정치를 너무 쉽게 해 자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동토에서도 한 알의 밀알이 떨어져 싹 틔울 정도로 강인한 생명력을 가져야 살아 남는다. 사실 전북에서 몇선 했어도 수도권에 가면 낙선할 수 있다.전북에서는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떼논 당상이었다. 말이 선거지 선거는 한낱 요식행위에 불과했다.임명제나 마찬가지였다.지역감정의 최대 수혜자가 이 지역 국회의원들이었다. 돈도 안쓰고 선거를 치렀다. 여기에다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지방의원에 대한 공천권까지 갖는 행운을 만끽했다. 정말로 국회의원 배두드리면서 잘 해먹었다. 돈 있고 권력도 있었으니 국회의원이 이렇게 좋은 줄은 미처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지금 도내 출신 의원들은 모래알과 같다. 지역 일을 하자고 모이는 것조차 서로가 피하고 있다. 모두가 각개약진하는 형국이다. 서로가 자기 잘난 맛에 우쭐대고 있다.어찌보면 우물안 개구리처럼 보인다. 정치인들은 역설적으로 지역 정서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세종시 수정안 채택에 따라 더 지역정서가 굳어졌다. 민주당이 예뻐서라기 보다는 한나라당이 잘못 가기 때문에 도민들은 어쩔 수 없이 민주당을 지지한다.문제는 국회의원들이 착각한다는데 있다. 자신들이 잘해서 지지를 보내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모 아니면 도 식으로 도민들은 선택 폭이 제한돼 있다. 오죽했으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민주당을 택하겠는가. 새만금에 MB가 관심을 기울일 때는 한나라당에 대한 도민들의 지지가 두 자리수로 오른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세종시 수정안 발표로 또다시 한자리수로 내려 앉았다.전북은 세종시 수정안 채택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이다. 새만금이나 혁신도시건설사업이 제대로 추진될지 의심스럽다. 이 같은 상황을 맞았는데도 도내 출신 국회의원들은 천하태평이다. 정세균대표만 혼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모두가 강건너 불구경 하는 것처럼 보인다. 18대는 정권이 바뀐 탓도 있지만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다. 집단 무력증에 빠졌다.민주당은 과거의 향수만 달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로 부모 잃은 고아 마냥 길거리만 배회하고 있을 때도 아니다. 먼저 미래지향적인 좌표를 만들어야 한다. 원칙을 지켜 나가는 모습이 무척 아쉽다. 지금 도민들은 민주당을 안타깝게 바라다 보고 있다. 고비 때마다 도민들은 민주당 잘 되라고 성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민주당에서 도민들에게 심려를 끼쳐선 안된다.정동영의원 등 무소속 3인방 복당문제만 해도 그렇다. 워낙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서 그럴 수 있겠지만 지금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주류나 비주류 다 똑같은 사람들이다. 환골탈태하는 모습이 보여지지 않는 한 도민들만 또다시 속앓이 할 수 밖에 없다./백성일(본지 수석논설위원)

  • 국회·정당
  • 백성일
  • 2010.01.25 23:02

[세상만사] 법의 눈물, 법관의 양심 - 김승일

법은 엄중한 것이고 그것을 다루는 법관은 어딘가 위압적이고 근엄한 상대라는데 일반인들의 보편적 정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재판, 또는 판사, 법원이라는 말만 들어도 딱딱하게 굳은 두려운 이미지를 머릿속에 담기 마련이다. 법의 집행이나 운용을 두고도 세속적인 평가는 여러 갈래다.'법은 만인앞에 평등하다'는 일상적 진리는 굴절돼 보이고 '법은 피도 눈물도 없다'는 냉혹함만이 더욱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돈이 있으면 (有錢) 무죄요 돈이 없으면(無錢) 유죄'라는 냉소적인 시각은 산업화 과정에서 형성된 물신(物神)풍조의 부정적 단면중 하나다. 그러나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법에도 눈물이 있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와 '오직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심판한'법관의 판결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다.오래 전 일이다. 한 소녀가장이 임대료를 내지 못해 살던 아파트를 비워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명도소송을 담당한 판사는 판결을 내리는데 주저했다. 고심끝에 그는 원고측 대리인을 판사실로 불렀다. "내가 판결해 나이 어린 소녀가장을 집에서 쫓겨나게 하면 어떻게 되겠느냐. 내가 체납금을 낼테니 소송을 취하하라"고 설득했다 한다. 소식을 전해 들은 이웃 주민들의 도움으로 소녀가장은 곤경을 면할 수 있게 됐고 물론 명도소송은 취하됐다. 이런 사실은 원고측 소송 대리인이 대법원 홈페이지에 사연을 올려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냉철한 법리(法理)가 지배하는 법원에서 이런 인간적 감동을 주는 판사를 만나다는 것은 황무지에서 피어난 한 송이 꽃을 보는 것 같다'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소녀가장을 도운 판사의 이야기는 법에도 눈물이 있음을 보여준 감동의 스토리이다. 반면 작금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에 대한 무죄판결은 국민의 법 감정에 혼란을 주고 법리의 냉혹함에 의문이 드는게 사실이다. 본인도 이미 국회의사당에서의 부적절한 처신을 사과한 마당이다. 검찰이 이럴 경우 폭행이나 재물손괴 업무방해 행위를 어떻게 처벌할 수 있겠느냐고 강력히 항의하는게 당연하다고 보여진다.그러나 앞에서 지적한대로 법과 양심에 따라 내린 법관의 판결은 존중돼야 한다는 법정신도 당연히 옳다. 오히려 판사의 정치적 성향을 들먹이며 사법부 불신사태 운운하는 보수 언론의 시각이 그릇된게 아닌가 나는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가. 형사소송법은 3심제다. 1심 판결에 불목하면 항소하면 된다. 그리고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으면 비로소 유무죄는 결판난다. 그러 절차를 무시한채 국민의 법 감정을 교묘히 부추기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 하지 못하다. 법관의 양심을 측정할 장치는 세상에 없다. 오로지 신(神)과 본인만의 영역이다. '눈물이 있는 법'과 '양심이 살아있는 판결'만이 세상을 공정하게 떠받치는 기둥이다./김승일(본지 객원논설위원)

  • 법원·검찰
  • 전북일보
  • 2010.01.18 23:02

[세상만사] 갈등의 병과 소통의 힘 - 최동성

지난주 우리는 새해 첫 자락을 시무식과 인사회로 통과했다. 새로운 삶과 새로운 세상을 맞고 싶다는 의욕들이 피어났다. 뭔가 희망의 지평이 열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 소망의 중심엔 나와 조직의 가는 길에 '잘못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 때문'이라는 발상을 털어내려는 뜻이 담겨 있을 것이다.그러나 이 새롭고 신선한 시간대를 침범하는 작금의 갈등 문제는 협동공세로도 잘 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사회적 비용이 많은데다 갈등으로 심신이 고달픈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념·계층·지역·세대 갈등이 우리의 고질병이다. 아직도 벌어지는 좌와 우의 싸움은 보수의 눈으로 보면 사회는 보수의 논리로 돌아가고, 좌파의 눈으로 접근하면 진리는 좌쪽에 있다. 그러니 해결이 안된다. 계층과 지역·세대도 매한가지다.돌이켜보면 지난해는 유난히 갈등이 심했던 것 같다. 오늘 발표될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갈등은 해가 바뀌어도 정치권이나 국민들 사이의 최대 갈등이슈로 살아 있다. 정부와 자치단체, 여야, 여당내 내부갈등이 충돌 양상이다. 서로의 전투적인 자세는 국론분열과 국민갈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북은 상대적인 '블랙홀'의 우려로 이미 새만금 산업지의 투자 모집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엊그제 출범한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운영위원회는 시기가 늦었지만 다행스럽다. 사회갈등의 치유를 경제 살리기보다 선결과제로 보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회의 갈등은 그 자체가 아니라 갈등을 제대로 표출하고 대표할 세력이 없다는데 있다. 각계의 중층적 갈등 구조를 가진 갈등문제를 다루면서 특히 이 점은 유의해야 한다. 혹여 갈등 자체를 없애겠다고 달려든다면 자칫 위선적이고 위험한 일로 비쳐질 수 있다. 근원적 처방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고건 위원장의 '철저한 정치적 중립입장에서 사회갈등의 해소를 위한 정책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은 기대된다.전북에서는 새해들어 35사단 이전문제가 가장 첨예한 갈등사안의 하나로 떠올랐고, 새만금 신천지를 둘러싼 군산과 김제, 부안 간 지분갈등이 최근 측량작업이 실시되면서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전주와 완주의 통합 무산에 따른 지역 갈등의 상처도 남아 있다. 올해는 사상 유례없는 8개의 지방선거까지 겹쳐 갈등의 불씨가 곳곳에 잠재한다.변혁 속에서 맞는 새해 벽두에 갈등의 시대정신을 생각해 본다. 습관적 대결과 반목이 아닌 동반자 정신이 살아나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무조건 사회통합은 현대사회의 생존조건인 다양성의 요구에 배치된다. 문제의 핵심은 통합보다 소통이라고 본다. 더 소통한다면 이렇게 사회가 혼란스럽지 않을 것이다.정부와 자치단체는 갈등의 조정과 통합을 근본으로 하나 소통의 힘을 확실하게 보여달라. 그래야 벽처럼 단단한 갈등들이 서서히 풀릴 것 같다. 소통은 이런 저런 갈등을 풀어가는 '합성행위'가 아닌가.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소통의 실천이념을 화이부동(和而不同)으로 보고 있다. 생각이 서로 다르더라도,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소통은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그의 말에 공감한다. 새해에는 소통의 세상을 염원한다./최동성(본지 기획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 자치·의회
  • 최동성
  • 2010.01.11 23:02

[세상만사] 덕유-지리산권에 주목하자 - 조상진

2010년 경인년(庚寅年)은 호랑이의 해다. 호랑이는 우리 민족에게 두 얼굴을 가졌다. 하나는 현실세계의 호랑이요, 또 하나는 상상속의 호랑이다.현실세계의 호랑이는 무서움과 공포의 대상이었다. 실제 호랑이는 날래고 힘이 센 위험한 맹수로, 사람을 많이 해쳤다. 조선왕조실록 등에는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호환(虎患)관련 기록이 끊이지 않는다.반면 상상속의 호랑이는 신령스럽거나 친근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각종 민화에서 산신과 함께 등장하거나 담뱃대를 문 호랑이 그림 등이 그것이다. 현실세계의 두려움을 범접할 수 없는 신의 세계나 익살로 승화시킨 것이다.각설하고, 풍수지리에서는 우리나라 지형을 흔히 호랑이에 비유한다. 한반도의 형세가 중원(중국)을 향해 포효하는 한 마리 커다란 호랑이 모습이라는 것이다. 백두산이 호랑이의 머리이고 장백정간은 쳐들은 앞다리, 평안도는 또 다른 앞다리다. 백두대간은 호랑이의 척추이고 동해안의 호미곶이 호랑이의 꼬리에 해당한다. 그렇게 보면 호남과 충청, 영남 일부는 호랑이의 복부라 할 수 있다.이 가운데 덕유-지리산권은 척추를 떠받치는 끝부분이요, 오장육부를 감싸는 곳이다. 남한의 지붕이요, 국가의 정원(garden)인 이곳을 우리는 너무 소홀히 대접해 온 감이 없지 않다.이와 관련, 지난 달 무주에서 '광역경제권 발전정책과 덕유-지리산권 연계 개발전략'세미나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한국공공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이날 세미나에서 덕유-지리산권을 정부의 초광역개발권중 내륙특화벨트에 포함시키자는 제안이 있었다.이명박 정부는 출범이후 우리 국토를 5+2 광역경제권과 163개 시군 단위의 기초생활권으로 나눠 육성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동·서·남해안권과 접경지역 등 4개 벨트를 대외개방형 초광역권으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그리고 4개 벨트를 종횡으로 연계하는 내륙특화벨트 선정을 과제로 남겨두었다. 내륙벨트는 지난해 10월 자치단체간 협의를 거쳐 5개의 공동개발구상안이 제출되었고 정부는 올 3월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하지만 여기서 빠진 것이 덕유-지리산권이다. 현재 덕유-지리산권은 강원 충북 충남 대전 전북이 공동 추진하는 내륙첨단산업벨트나, 대구 경북 전북이 추진하는 동서연계내륙녹색벨트에서 제외된 상태다. 또한 강원 충북 경북이 추진하는 백두대간벨트에도 속하지 않는다. 결국 덕유-지리산권은 특성상 백두대간벨트에 들어가든지, 아니면 가야산권과 함께 독자권역을 설정해야 할 처지다.덕유산권은 전북 충북 경북 경남 등 4개도 6개 시군에, 지리산권은 전북 전남 경남 등 3개도 7개 시군에 걸쳐 있다. 이들 지역은 남한내에서 가장 개발이 덜 되고 소외된 지역으로 주민들의 소득 또한 가장 낮다.그러나 원시림을 비롯해 자연환경이 가장 잘 보존된 곳이다. 자연생태계의 보고인 셈이다. 또한 백두대간의 종착역으로 역사와 문화, 자연이 살아 숨쉬는 공간이다. 최근 역사만 보더라도 일제의 수탈과 남북대결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박경리의 토지, 최명희의 혼불, 조정래의 태백산맥, 이병주의 지리산 등이 그것을 증거한다.이곳 주민들의 소득창출을 지원하고 고속도로 철도 등 접근성을 높인다면 저탄소 녹색성장의 거점으로서 이만한 적지기 있을까.백호(白虎)의 해에, 한반도 지도를 펴놓고 해보는 생각이다./조상진(본지 논설위원)

  • 자치·의회
  • 조상진
  • 2010.01.04 23:02

[세상만사] MB정책에 그늘진 전북 - 이경재

세밑이다. 숨가쁘게 달려온 지난 1년. 전북은 뭘 얻고 잃었을까. '명품 새만금'? 이 슬로건은 이뤄질까 말까 한 먼 훗날 얘기다. 수질이 나아지지 않는 한 '구정물 새만금'이 될 수도 있다. 구호는 대중을 세뇌시키는 마력이 있다. 새만금을 '명품 새만금'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것 처럼.새만금 말고는 특별한 게 없다. 오히려 개발이 멈춰버린 해였다. 세종시 수정 논란과 4대강 정비사업, LH(토·주공)통합과 보금자리주택 등 이른바 굵직굵직한 MB(이명박대통령)정책의 그늘지대가 돼 버렸다.세종시 수정 방침이 나오자 당장 새만금의 기업유치계획이 흔들렸다. 기업은 여건이 나은 세종시를 쳐다보지 인프라도 구축되지 않은 새만금에 둥지를 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혁신도시도 천덕꾸러기가 됐다. MB정부 들어 분산· 균형정책이 힘을 받지 못하면서 전주·완주혁신도시는 속빈 강정이 될 공산이 크다. 오늘 토지매입 협약식을 갖는 지적공사가 그나마 체면을 살리고 있다. 이성열 지적공사 사장이 전라북도 행정부지사를 지낸 인연이 컸을 것이다. 다른 기관들은 눈치만 보고 있다.강 정비사업에서도 전북의 강들은 모두 빠졌다. 수질개선과 수자원확보 등이 목적이라면 새만금 물줄기인 만경강과 동진강이 당연히 정비 대상사업에 포함됐어야 했다. 만경강의 수질을 개선하지 않고는 '명품 새만금'은 불가능하다.전북은 무주택 서민에게 공급되는 보금자리주택 정책에서도 소외받고 있다. 중소형 분양주택 70만채와 임대주택 80만채 등 150만채를 10년간 공급한다는 것인데 수도권에 100만채, 지방에 50만채를 짓는다. 광주만 해도 2개 사업지구가 포함됐지만 전북은 없다. 전북엔 무주택 서민이 없단 얘기인가.전북의 지역개발사업도 올스톱될 지경이다. 세종시와 혁신도시, 보금자리주택이 모두 LH에서 추진하는 사업들인데, LH는 MB정책을 뒷받침 하느라 기존 사업들을 모두 재검토하고 있다.전주종합경기장 일원의 도시재생사업, 변산해수욕장 관광지조성사업, 완주 삼봉지구와 군산 역세권개발사업, 전주 만성지구와 효천지구 등이 재검토되거나 유보되고 있다. 돈이 없어 보상이 미뤄지자 민원도 발생하고 있다.MB정책으로 충청과 영남 등 다른 지역은 많은 혜택을 입고 있는 반면 전북은 오히려 피해지역이 돼 버린 것이다.집권 여당과의 소통 통로가 막혀있는 등 정치환경에서도 전북은 샌드위치 신세다. 영남지역은 한나라당 텃밭이라 소통이 넘쳐난다. '형님예산'에서 보는 것 처럼 해당지역 자치단체장도 모르는 사업예산이 쑥쑥 배정되고 있다.전남도 여당과 교감을 이루며 소통할 수 있는 유력 창구가 있다. 대통령 측근인 정두언의원과 당 대표 시절 박근혜의원의 비서실장을 지낸 이정현의원, 현재 정몽준 대표 비서실장인 정양석의원이 모두 전남출신이다.반면 전북은 지역구는 물론 비례대표 의원 한명 없다. 총선만 되면 비례대표 호남 몫의 3분의 1을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진 일이 없다. 그런데도 립서비스는 계속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집권당일 때 호남이 다른 지역보다 더 발전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난 9월 취임 후 첫 방문지인 광주에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한 말이다.이틀뒤엔 이명박 대통령이 전북에 내려와 업무보고를 받는다. 파격이다. 그런 만큼 그늘진 전북이 되지 않도록 뭔가 획기적인 보완조치가 나왔으면 한다./이경재(본보 경영지원국장겸 논설위원)

  • 정치일반
  • 이경재
  • 2009.12.28 23:02

[세상만사] 두번이면 족(足)하다 - 백성일

지사나 시장 군수는 지방의 실력자다. 그들이 갖는 권한과 힘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인사권, 예산 편성권, 감사권 등 단체장이 갖고 있는 권한으로 무소불위의 힘을 쓸 수 있다.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이 시장 군수와 선거로 한판 대결하면 질 수도 있다. 단체장의 하루 일과가 선거 준비로 시작해서 선거 업무로 끝나기 때문이다. 주민들을 만나고 대화하는 것도 다 선거와 연관돼 있다.예전에는 고시 패스해야 시장 군수 했지만 지금은 선거에서 이겨야 단체장이 된다. 임기동안 특별한 흠이 없는 한 왕 노릇을 한다. 정치인으로서 명예도 누릴 만큼 누린다. 물론 책임도 크지만 선망의 자리임에는 틀림 없다. 지난 95년부터 단체장을 직접 선거로 뽑은 이후 3연임하고 물러난 사람이 많다. 한번이나 두번만 한 사람도 있지만 거의가 3연임하고 끝난다.단체장 한번 하면 다음 선거에서 떨어지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 있다. 입성만하면 3연임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첫 입성이 어렵다. 지금껏 3연임하고 국회의원까지 한 사람도 있었다. 현직이 선거에서 절대적으로 우세하다. 신진은 얼굴 알리는데도 한계가 있다. 현직들은 날마다 밥먹고 하는 일이 선거 준비다. 밥 먹는 것도 자기 돈으로 안 한다. 자치단체의 재정 규모에 따라 판공비도 꽤 많다.인구가 적은 군의 군수는 임기 동안 유권자들을 거의 다 만날 수 있다.농촌은 군청과 절대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각종 재정적인 지원을 군에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군수와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이번에 전주 완주 통합이 여론조사 결과에서 무산 된 것도 다 이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다. 요즘 농촌 주민들도 선거를 여러번 하다 보니까 군수와 좋은 관계를 맺고 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인구가 많은 도시도 단체장과 친분이 두터워야 세상살기가 용이하다. 자치단체는 상당 부분 단체장의 의지대로 운영된다. 단체장이 어떻게 맘 먹느냐에 따라 운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4년 동안 자신의 업적도 남길 수 있다. 전임자가 벌였던 사업 규모가 크지만 않다면 재선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업적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그러나 세상살이가 뭣이든 오래하다보면 문제가 생기는 법이다. 지금 공직 사회는 알게 모르게 줄서기 문화가 조직을 지배하고 있다. 줄 잘서야 출세할 수 있다는 말이 널리 회자된다. 예전에는 사무관을 시험봐서 시켰지만 지금은 단체장이 배수안에 들면 누구든 시킬 수 있다. 문제는 인사에서 생긴다.돈받고 매관매직하기 때문에 비리가 터진다. 은밀하게 자기들만이 거래한다고 하지만 세상에는 비밀은 없는 법이다.시장 군수는 선거 때 신세를 많이 진다. 임기 동안 다 갚아야 한다.누가 선선히 돈 갔다 줄 사람이 있겠는가. 다 보험 들은 것이나 다름 없다. 사업가는 사업가대로 공직자는 공직자대로 끈을 맺는다. 그래야 출입도 편하고 반대급부도 챙길 수 있다. 이게 민선시대의 새로운 풍속도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한 사람이 12년간이나 하는 것도 부작용이 많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고갈되고 아집과 독선이 생길 수 있다.건강한 자치단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법을 고쳐서라도 두번만 하도록 해야 한다. 두번 열심히 하면 지역도 발전하고 단체장도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다. 부정과 부패를 막기 위해서라도 두번이면 족하다. 현직들은 너무 억울하게 생각할 일도 아니다./백성일(본지 수석논설위원)

  • 자치·의회
  • 백성일
  • 2009.12.21 23:02

[세상만사] '우동 한 그릇'과 노추(老醜) - 김승일

벽에 걸린 캘린더가 달랑 한 장 남았다. 기축년(己丑年) 올 해의 끝자락, 앞으로 남은 날도 열이레 뿐이다. 이 때쯤이면 사람들은 누구나 감상(感傷)에 젖는다. '아, 또 한 해가 가는구나'. 그렇다. 무상(無常)의 세월은 달리 잡을 길이 없으므로 또 한 해가 어림없이 영겁에 묻혀 들어가는 것이다. 아쉬움, 쓸쓸함, 초조감에 더 해 비장감마저 사람들의 마음속에 드리울 때다.그러나 나는 이런 감상과 함께 이 맘 때면 꼭 생각나는 이야기 하나가 있다. '우동 한 그릇'이란 일본 동화다. 어렵고 힘들지만 희망을 잃지않고 사는 세 모자의 사연이다. 해마다 섣달 그믐날이면 이 세 모자는 밤늦게 우동집을 찾는다. 그리고 우동 한 그을 시켜 나눠 먹는다. 주인은 이들의 어려운 형편을 알고 눈치 채지 않게 가격표를 낮춰 써놓고 면도 더 담아 준다. 세 모자는 주인의 티나지 않는 배려에 삶의 용기를 잃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 간다. 10년 후 그 어머니와 훌륭하게 장성한 두 아들은 그 우동집에 찾아와 비로소 우동 세 그릇을 시킨다. 우동집은 눈물바다가 된다.나는 이 동화를 떠올릴 때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글썽거린다. 그냥 가슴속에서 뭉클뭉클 감정이 복받치는 것이다. 그런것이 사람의 마음이고 순수함의 결정(結晶) 아닌가?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이런 동화속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도 얼마든지 널려 있을 것이다. 그냥 뽐내고 즐기며 우쭐거리는 졸부들도 있지만 돌아 보면 진심으로 인본(人本)을 생각하고 이웃에게 온정을 베푸는 착한 이들이 참 많다. 굳이 누구라고 드러내 놓고 칭찬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 그런 선행들을 접하고, 감동하고, 널리 전파시키는 릴레이 천사의 몫을 나눠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세상살이가 비록 힘들고 고단하다고들 하지만 아직 '살 맛 나는 세상'임은 분명하다.그런데 연말 이웃이 훈훈해야 할 이즈음 듣기 거북한 송사(訟事) 하나가 시중의 화제다. 누구라고 하면 금방 알수 있는 전직 도내 최고위 공직자가 지난 1년여간 사실상 부인과의 갈등으로 세인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굳이 노블레스 오블리지를 들먹일것까지도 없다. 수신(修身)과 제가(齊家)를 제대로 못 해 결과적으로 노추(老醜)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의 처신이 안타까울 뿐이다. 특히 공직에 몸 담았던 사람들 사이에서 개인적 플라이버시 보호와 듣는이들의 공분(公憤)을 놓고 왈가왈부가 한창이라고 한다. 그럴 것이다. 내가 가진 윤리적 도덕적 잣대와 사회 통념상 공직자의 품행은 동전의 앞뒤처럼 따로 떼어 평가하기가 혼란스러울 것이기 때문이다. '우동 한 그릇'의 흐뭇함과 '공직의 엄중함'은 얼핏 아무 관련이 없을것 같지만 세상사가 결국 얼키고 설키며 온갖 잡사(雜事)를 만들어 낸다고 생각하면 이 연말 한번쯤 곱씹을만한 얘기거리는 되는 것 아닌가?/김승일(본지 객원논설위원)

  • 사회일반
  • 전북일보
  • 2009.12.14 23:02

[세상만사] 사랑, 그리고 나눔 - 최동성

연말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우리는 생각들이 뒤섞이곤 한다. 시간의 흐름에 어디 마디가 있을까마는, 낡은 것을 끊고 새것을 잇대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소 안도한다. 올해의 악몽과 단절하고 뭔가 새로운 지평을 열려는 억척스러움에 그런 뜻이 담겨 있을 것이다.되돌아보면 올 한 해는 참으로 많은 일이 일어난 해다. 기대와 아쉬움, 열망과 탄식이 교차했던 일 년이다. 세계적 금융사태의 거센 폭풍 뿐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투신, 세종시와 4대강 사업의 추진, 신종플루 유행 등 숨고를 겨를 없이 급행열차를 타고 터널을 통과하는 느낌이다. 작금의 위기가 각계의 처방이 불안하고 누구도 자신 있는 묘책을 내놓지 못해 잘 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그래서 이번 겨울은 유난히 길게 느껴질 것 같다. 경제의 어려움 등으로 인한 우리 마음속의 긴 겨울 말이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면 분명 봄이 오고 말 듯, 이번의 위기와 난국도 분명 끝나는 날이 올 것이다. 문제는 그간의 겨울나기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다. 그 한가운데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이 있다.다행스러운 건 나눔의 정신이 은은히 빛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올해 도내에서 소리없이 선행을 펼친 익명의 기부자가 41명에 이른다고 한다. 연말이면 수천만원을 기부해온 기업인이 있는가 하면, '좋은 곳에 써달라'며 현금 100만원을 건네고 사라진 '고물 줍는 아저씨', 직접 농사지은 390만원 상당의 쌀을 선뜻 내놓고 간 기부자등 그 사연과 유형도 다양하다.매월 일정액을 기부하는 도내 '착한가게'의 수가 전국 최고라는 통계 또한 전북도민의 열정을 넘어 이제 자부심으로 굳혀지고 있다. 적게는 2,000원부터 많게는 150만원까지 기부하는 이들 250개의 착한가게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규모다. 매월 기부액도 1,260여만원으로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김원배 회장은 이같은 적극적인 활동을 두고 "전북은 예부터 농경문화가 발달해 이웃끼리 서로 돕는 '품앗이 정신'이 생활에 배어있기 때문"이라고 풀어 말한다.올해도 어김없이 엊그제 도청광장에서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졌다. 경제불황 등을 감안해 목표성금을 지난번 실적보다 낮은 33억2,100만원으로 잡았다는 공동모금회측 설명이다. 이번 주말엔 전주와 익산, 군산, 정읍에 구세군 자선냄비도 걸린다. 이달 24일 자정까지 8,000만원을 모은다는 계획이다.물론 어려운 이웃들이 더 힘들어지지 않도록 사회 안전망을 갖추고 이를 확충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정부 몫이다. 서민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선제적 재정정책을 통해 서민경제에 온기를 불어넣는 것도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는 시혜나 구휼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려는 필수불가결한 투자로 접근해야 한다.공동체의 존속을 위한 그런 노력에 기업이나 개개인이 예외일 순 없다. 나아가 나눔은 곧 사랑이요, 사랑 또한 나눔이 아닌가 싶다. 사랑, 그리고 나눔은 세상을 바꾸는 힘이다. 낮은 곳에 내민 손길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희망의 큰 불길을 이루고 있지 않는가. 빨간 '사랑의 열매'와 자선냄비를 지나치지 마시길 기대한다./최동성(본지 기획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 사회일반
  • 최동성
  • 2009.12.07 23:02

[세상만사] 세종시와 국가균형발전 - 조상진

세종시 문제로 지방이 난리다. 여기저기서 블랙홀과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9부2처2청을 포함한 36개 기관의 이전을 백지화 시키는 대신 '교육과학 중심의 경제도시'로 만들겠다고 수정론을 들고 나오면서 부터다. 이는'행정중심복합도시'의 포기 선언에 다름 아니다.이 논란에 대통령이 직접 뛰어 들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27일'특별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를 통해"대선 과정에서 원안 추진 약속이 부끄럽고 후회스럽다"고 사과하면서도 수정 추진을 밀고 나가겠다고 밝힌 것이다.하지만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충청권은 물론 야당과 한나라당내 친박계 등은 더 강경 자세다. 그만큼 이 문제의 뿌리가 깊고 갈등이 크다는 얘기다.대선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세종시 문제는 정운찬 총리가 총대를 매면서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총리는 기업 유치는 말할 것 없고 대학과 의료기관, 연구소 등의 이전을 전방위로 독려하고 나섰다.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함은 물론이다.정부는 삼성과 롯데그룹, 세계 10대 병원그룹인 파크웨이, 호주 최대 투자기업인 맥쿼리 등에 투자를 요청했다. 또 서울대 고려대 KAIST 유치방안이 협의되었고 서울대 병원 입주는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이렇게 되자 전국의 자치단체가 발끈하고 일어났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겨우 공들여 옮기기로 한 기업들이 나자빠졌기 때문이다.실제로 대구 경북의 경우 중이온가속기가 물 건너 가는 등 의료복합단지를 유치했으나 껍데기만 남을 공산이 커졌다. 부산은 1400억 원 규모의 삼성전기 공장증설이, 충북은 롯데맥주 건설이 물거품이 될 처지다. 전남은 J프로젝트와 F1그랑프리 사업이 어려워졌다고 목소릴 높이고 있다.전북의 피해도 이들 못지 않다. 최대 사업인 새만금이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새만금에 입주키로 했던 국가핵융합연구소 제2캠퍼스가 세종시로 방향을 틀었고, 내년부터 분양될 새만금산업단지는 벌써 날 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느 기업이 정부가 올인해서 밀어 주겠다는데 뿌리칠 수 있겠는가.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세종시 때문에 다른 곳으로 갈 게 이곳으로 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사실 대통령의 충정에도 일리는 있다. 그중 부처 이전에 따른 업무의 비효율은 옳은 지적이다. 또 통일 후를 생각하면 행정부 이전이 바람직한가도 의문이다.그러나 생각해 보라. 세종시 문제가 왜 나왔는가를. 세종시는 지방이 너무 피폐해져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희망이 없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선택한 것이다. 좁은 땅덩이에서 수도권은 비만으로 뇌출혈 직전인 반면, 지방은 황무지에서 허기진 배를 움켜쥐어야 할 형편이 아닌가.수도권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인구가 빠져 나가고 쓸만한 기업이 없어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향하는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전 정부에서 세종시-혁신도시-지방분권을 제시했다.어찌보면 적은 비효율을 감수하고라도 지방 전체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 세종시는 그 바로미터라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국정철학 자체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할 게 아니라 긴 호흡으로 봐야 한다. 다음 정권에서 이 사업을 또 뒤집으면 어쩔 셈인가./조상진(본지 논설위원)

  • 정치일반
  • 조상진
  • 2009.11.30 23:02

[세상만사] 안일하고 무력한 우리 정치권 - 이경재

공룡 공기업으로 재탄생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조직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정부의 속내를 엿볼 수 있는 수사(修辭) 한 대목이 흥미를 돋웠다."가장 좋은 방법은 통합본사를 한 곳으로 몰고 다른 쪽에는 다른 것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고민을 많이 하고 있고 경남에서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지난 11일 경남지역 한나라당 국회의원 9명과 가진 간담회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경남 의원들이 판단할 수 있는 잣대를 제시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경남신문은 이를 두고 "분할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며 경남쪽 이전 타당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고 쓰고 있다.일주일 뒤 전북이 사장과 경영지원 기능(직원 수 기준 24.2%)을 전북에 배치하고 나머지 사업부서 기능(75.8%)을 경남에 배치하는, 아주 너그러운 제안을 하는 사이에, 경남은 통합공사 조직 전체를 진주로 일괄 이전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토부에 제시했다. 이전되지 않는 지역에게는 국책사업 등 다양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건의도 곁들여졌다.이런 전후 맥락을 짚어보면 전북과 경남의 LH본사 '유치 게임'은 싱겁게 끝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치적인 립 서비스일 수도 있겠지만 정 장관의 말은 경남의 제안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정 장관이 그런 언급을 한 다음날 전북은 대책회의란 걸 열었다. 흥분할 법도 한데 흥분도 없었다. 여럿이 모여 개그를 했는지, 성토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그러면서 나온 게 본사기능 24.2% 대 사업부서 기능 75.8% 안인데 소수점 이하 비율까지 챙기는 친절함을 보여주고 있다.전북이 제안한 분산배치는 적당주의가 끼어든 다분히 정치적인 결정이다. 경남의 일괄배치 안이 옳다. 전라북도 기구를 배치하면서 지사실과 부지사실, 기획관리실, 대외협력국 등을 전주에 배치하고 나머지 사업 관련 실·국을 남원에 분산 배치한다면 수긍이 갈까. 하물며 효율성과 수익성을 좆는 공기업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전북은 정치적 결정을 배제하라고 요구하면서 방법논에서는 정치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다음은 전북이냐 경남이냐의 문제인데 이건 답이 나와 있다. 지역간 균형개발이라는 혁신도시 조성의 취지를 살린다면 본사는 당연히 전북에 와야 맞다. 지역총생산(GRDP)이 전북은 12위, 경남은 3위이고 전국적인 접근성도 전주가 더 낫다. 본사 위치를 묻는 갤럽의 여론조사도 진주(35%) 보다 전주(50.2%)가 더 높게 나타났다.이 정도면 주장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고 경남의 정치권보다 훨씬 더 큰 동력을 받게 될 것이다. 경남의 정치권이 지역현안 관철을 위해 얼굴을 붉히면서까지 주무 장관을 다그치고 있는 사이 우리 지역의 정치권은 뭘 했는지 궁금하다.LH 이사 15명중 호남출신은 단 1명에 불과한 현실, 정읍출신인 강팔문 국토해양부 국토정책국장이 LH부사장에 내정되자 특정지역이 흠집내기에 나서 낙마시켰다는 게 정설인데도 흥분도 저항도 없었던 게 우리 정치권이다.지금 LH본사 유치 보다 더 큰 지역현안은 없다. 토공 2,600명, 주공 4,700명의 직원에다 자산 121조원 규모의 공기업 조직이다. 본사 소재지에 납부할 세금만 천억원대에 이른다는 전망도 있다.그런데도 일부 정치인은 1단 짜리 단신 기사 홍보에 매달리고, 며칠날 텔레비전 인터뷰에 나온다고 핸드폰에 문자메시지나 보내면서 자찬을 하고 있다./이경재(본지 경영지원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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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09.11.23 23:02

[세상만사] 왜 영혼을 파는가 - 백성일

선거가 일상이 돼버렸다. 선거는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순기능이 있다. 그러나 그 내부를 들여다 보면 인간들의 탐욕들이 얼마나 서려 있는가를 알 수 있다. 말이 선의 경쟁이지 피튀기는 게임이다. 내년 6.2 지방선거가 반년 앞으로 다가왔다. 선수들의 윤곽과 당 공천과 관계되는 말들도 나돈다. 전북에서는 민주당 주가만 올라간다. 요즘같으면 국회의원도 할만하다.현역 단체장들은 또다시 해먹기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나분댄다.업무도 선거와 다 관련된다. 행사에 참석해서 축사하고 낯내는 것이 다반사다. 행사 끝나면 TV와 신문에 크게 난다. 요즘같으면 하루에도 단체장들은 몇차례씩 행사장에서 만나 서로를 추켜 세우기에 바쁘다. 단체장은 역시 매력 있는 자리다. 어렵게 고시합격해도 그만한 영예는 못 누린다. 본인만이 아니라 부인들까지도 사모님 소리 들으면서 대접받는다.현직들은 땅 짚고 헤엄치는 식이나 다름없다. 밥먹는 것도 홍보하는 것도 자기 돈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다. 물론 조직 관리하는데는 큰 돈이 들겠지만 일단은 절반의 성공을 안고 나선다. 단체장은 잘 훈련된 공무원들을 때로는 사병 부리듯이 할 수 있다. 노조가 있어도 인사권을 갖고 있어 왕 노릇 한다. 의원들이나 잘 길들여 놓으면 단체장 잘 한다는 소리 듣게 돼 있다.단체장의 인사권은 그야말로 막강하다. 공무원들이 단체장 눈밖에 나면 공직 생활은 끝장이다.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좋은 자리로 가서 승진하기 위해 줄서기를 한다.고시 합격자도 마찬가지다. 한직으로 몇번 내몰리다 보면 고시 합격한 것이 후회스러울 수도 있다. 선거 때 기쓰고 돈 갖다주거나 운동해서 줄서는 사람보다 못한다. 영혼 없는 사람들이 이래서 만들어 진다.선거는 편나누기로 끝난다. 선거 때 캠프를 오가며 직 간접적으로 관여한 사람들은 후일이 보장된다. 인사 때마다 전리품 나눠 갖듯이 승승장구한다. 공직자들의 유혹은 계속된다. 오직 단체장 한 사람만을 위해 자신의 영혼을 팔면 되기 때문이다. 그 댓가로 자신은 호가호위할 수 있다. 공직 생활하는 동안 단체장이 챙겨주고 승진 잘되면 이만한 장사는 없는 것이다. 보험을 왜 들겠는가.그러나 몇 사람만 감싸고 좋게 하다보면 그 부작용은 커진다. 능력도 없는 사람이 손바닥만 잘 비벼서 좋은 자리에 앉으면 그건 조직을 병들게 한다. 지금은 예전과 달리 인사 불만도 못한다. 공무원 생활 그만 두려면 몰라도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불이익을 봐도 가만히 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할 수 없다. 단체장의 능력과 성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인사권을 전가의 보도처럼 잘들 활용한다. 몇년하다보면 귀신이 돼 버린다.공무원 이외에도 선거꾼들은 많다. 선거가 끝나면 어떤 형태로든 논공행상을 한다. 단체장들이 챙겨 줄 수 있는 자리가 꽤 많다. 막말로 교수나 전문가들은 용역을 주거나 각종 위원회에 끼워주면 된다. 유공 정도에 따라 임기동안 보이지 않는 실력자가 되는 것이다. 공무원들도 이들 눈치를 살피게 돼 있다. 한마디로 호가호위하면서 산다. 지역유지 행세하면서 떵떵거린다. 이 맛에 길 들여져 선거 때 운동한답시고 천방지축 설치는 것이다.아무튼 민주당은 전북에서 매너리즘을 벗어나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조자룡 헌칼 쓰듯 상식에 어긋난 공천을 하면 안된다. 전북 공천부터 잘하면 수권정당이 될 수 있다. 그러면 지역 망치는 얼간이 공직자도 사라진다./백성일(본지 수석논설위원)

  • 정치일반
  • 백성일
  • 2009.11.16 23:02

[세상만사] 삼천 꽃밭만들기 유감(有感) - 김승일

전주천과 삼천 산책로의 아침은 싱그럽고 활기가 넘친다. 따뜻한 햇살과 이슬 머금은 풀잎, 신선한 공기, 산들거리는 억새꽃 군락, 이 모든 것들이 싱싱한 하루의 전령들이다. 그 속에 운동나온 시민들의 발걸음 또한 활력이 넘친다. 팔을 쉼없이 내뻗으며 걷는 주부, 사이클 페달을 힘차게 밟아 나가는 젊은이, 운동기구에 매달려 몸 만들기에 열중하는 사람들, 그리고 날아든 백로들의 털 고르기하며 물오리떼의 자맥질 또한 싱그럽다. 생태하천의 건가성을 확인하며 산책로에 줄 선 시민들의 표정은 즐겁기만 하다.요즘 두 하천은 날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단정하고 있다. 잘 다듬어진 산책로를 따라 좌우로 잔디가 죽 깔리고 군데군데 화단이 가꿔지고 있다. 양쪽 제방이나 언더패스 주변으로는 철쭉을 비롯하여 싸리나무 원추리꽃등이 보기좋고 질서있게 심어져 이름없는 들꽃, 잡초와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아마도 내년 봄쯤이면 만개한 꽃밭이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듬뿍 안겨줄 것이다.전주·삼천 정비사업은 전국에서도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고수부지를 몇차례 뒤엎긴 했어도 지금은 가지런히 정돈이 돼 있다. 물줄기가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돼 있다. 물줄기가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수심은 고르고 그 위에 징검다리 섶다리를 놓았다. 수변식물 또한 보기좋게 가꾸고 소하천과 합류하는 지점곳곳에 습지를 조성한 곳도 여러 곳이다. 사라졌던 피라미 쉬리 모래무지등이 돌아오고 다슬기가 되살아 났으며 석양이면 먹이 사냥에 나선 백로들의 날갯짓, 텃새로 자리잡은 물오리떼, 논병아리들의 유영도 장관을 이룬다. 왜래 어종인 배스가 토종 물고기 씨를 말린다고 걱정이지만 수심이 조금 깊은 삼천에는 팔뚝만한 잉어가 노닐고 전주천 상류인 한벽루 수증보엔 쏘가리 수달까지 서식한다니 생태계 복원이 새삼 경이롭기까지 하다.지난 6월부터 시작한 희망근로사업이 두 하천을 살 찌우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경제위기로 살림살이가 힘든 사람들에게 한시적으로 일자리를 제공한게 이 사업이다. 전주시의 경우만 210억여원이 투입돼 3천2백여명이 도움을 받았다. 이 사업중 두드러진 성과를 얻은게 하천정비사업이라 한다. 그런데 사업이 끝나가는 요즘 이런저런 불만의 소리도 들린다고 한다. 꽃밭 가꾸기 장소를 두고서다. 도심을 관통하는 전주천은 제쳐 두고라도 삼천의 경우는 지역적으로 차별화됐다는 시민들의 불만이 그것이다. 우림교를 중심으로 대형 아파트 밀집지역인 황방산쪽으로는 제법 모양있게 심은 반면 서민 아파트가 많은 삼천교 쪽으로는 손길이 닿지 않았다는 것이다. 삼천·평화동 지역주민들의 항의가 적지 않다니 송하진 시장이 한번쯤 챙겨 볼 일 아닌가 싶다. 하찮은 나물에 속 상하는 일도 있고 배 고픈것은 참아도 배 아픈것은 못 참는 게 사람 마음 아닌가./김승일(본지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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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1.0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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