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낙후·경기침체 불만 민심 이반 드러나 / 文 정권교체 불확실에 安 새로운대안 기대 / 선거과정 고소·고발 잇따라 후유증 증폭 우려
도민의 표심은 국민의당에게 쏠렸다. 4·13총선 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14일 오전 1시 현재를 기준으로 국민의당이 7곳, 더민주가 2곳, 새누리당이 1곳에서 당선이 유력하거나 확실시된다. 전주갑과 전주병, 김제부안, 완주진안무주장수 등 4개 지역에서는 5%p 미만의 근소한 차이로 승부가 났지만, 전체적으로는 전북 제1당의 세력교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도내 11개 선거구 중 9곳을 더민주에 몰아줬던 전북 도민들이 이번 총선에서는 등을 돌린 이유는 무엇일까?
△ 지역낙후 vs 대선 전초전
이번 20대 총선에서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부터 현역 의원들에 대한 도민들의 교체욕구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전주을과 완주진안무주장수에서 현역 의원이 정치 신인에게 고배를 마셨고, 익산갑에서도 고전 끝에 가까스로 공천권을 획득할 수 있었다. 현역 의원에 대한 물갈이 요구는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도 11명의 현역 중 최규성(김제완주), 김춘진(고창부안), 이춘석(익산갑), 유성엽(고창부안) 등 4곳을 빼고 무려 7명이 신인으로 교체됐다. 이번 총선에서는 국민의당이 창당됨에 따라 현역의원 교체율이 다소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역에 대한 도민들의 교체욕구가 완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역에 대한 교체욕구는 곧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과 불만을 드러내는 것으로, 오랜 지역낙후와 경제침체 등이 도민들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는 또한 그 구조적인 체계상 더민주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다수의 현역 의원들이 더민주에 소속된데다, 더민주가 도내 제1당으로서 그만큼 책임이 무겁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선거의 결과가 단순히 현재까지의 지역낙후에 대한 불만과 실망감만을 드러낸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지역낙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와 결부된 것으로, 도민들이 이번 선거를 내년 12월에 치러질 19대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으로 보고 있다는 주장이 그 것이다. 더민주 문재인 의원에게서는 정권교체의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도민들이 안철수라는 새로운 대안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그것이다.
△정당지지 vs 인물론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만을 놓고 보면 내년 대선 전초전 성격에 맞게 국민의당이 도내에서 선전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정당투표 지지율에서는 더민주에 앞섰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적지 않게 고전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도민들이 이번 선거에서 ‘정당’을 중시하면서도 ‘인물’을 동시에 살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 후보를 지지하고 싶지만, 자질이나 능력, 도덕성 등을 무시하면서까지 지지하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민의당은 완주진안무주장수와 김제부안 등의 공천 과정에서 무리수를 감행하는 등 창당정신을 훼손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국민의당의 공천 파행이 없었다면 국민의당과 더민주의 차이가 더 컸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vs 안철수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이번 선거 중반이후 2차례에 걸쳐 전북을 방문했다. 지난 9일과 선거 하루 전인 12일이다. 9일 방문은 상당히 조심스럽게 진행됐다. 광주 방문에 이어 전주를 찾은 문 전 대표에 대해 도민들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민주 도당과 일부 후보들은 9일 방문이 ‘일정 정도의 성공’을 거뒀다고 판단해 문 전 대표의 재방문을 요청했고, 문 전 대표는 투표 하루 전인 12일 전주를 방문해 마지막 유세를 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전북 방문효과에 대한 해석은 엇갈린다. 일부 후보진영에서는 ‘지지층 결집’에 적지 않은 효과를 발휘했다고 판단하는 반면, 일부에서는 ‘착시효과’로 치부하는 분위기이다. 많은 사람이 문재인 전 대표를 환호하고 표를 몰아주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차피 더민주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제 개표결과에서도 문 전 대표의 전북방문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득표율 상승효과가 거의 보이지 않은데다 문 전 대표가 집중했던 전주 3곳이 모두 자리를 내줬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와는 달리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선거 초반인 지난 2일 전북을 방문한 뒤 선거 중후반에는 전북을 찾지 못했다. 호남에서 부는 녹색바람을 수도권으로 상륙시키기 위해 수도권 선거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안철수 대표가 전북을 더 방문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안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전북과 호남에 매달리기보다는 녹색바람을 수도권에 상륙시키기는 일에 더 앞장 설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로 국민의당이 수도권에서도 적지 않은 지지를 받는 등 호남당이라는 굴레를 벗어나 전국정당의 기틀을 마련했다.
△앞으로의 전망과 과제
선거가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막판에는 믿거나 말거나 식의 각종 설들이 나돌고 고소고발도 잇따랐다. 적지 않은 선거후유증이 우려되며, 소송으로 이어질 소지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2개의 야당은 지역에서의 정치 주도권을 놓고 앞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과거와 같은 기득권 독주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건전한 경쟁이 아닌 무조건적인 갈등과 대립만을 앞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 상황적인 변화요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 솥밥을 먹다가 갈라졌지만, 언제라도 같은 솥에서 밥을 먹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정계개편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미풍이 아닌 회오리 바람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대선이 끝난 뒤에도 다음 총선까지는 2년 이상의 시간이 있어 ‘공천권’ 때문에 쉽게 운신하지 못했던 이번 선거와는 다른 분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총선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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