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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전주국제영화제'가 올 영화제 상영작 자막 제작을 위한 자막자를 모집한다.자막자는 영화제 준비 기간 동안 스포팅(타임코드가 있는 비디오본과 대본을 보며 대사가 있는 부분을 가려냄) 업무를 담당하게 되며, 영화제 기간에는 오퍼레이팅(스포팅 작업으로 만든 자막을 실제로 스크린에 맞춰 영사) 업무를 맡게된다.지원자는 영화제 홈페이지(www.jiff.or.kr)에서 지원서를 내려받아 2월 4일까지 온라인([email protected])으로 접수하면 된다.근무기간은 2월 20일부터 5월 8일까지. 서류전형과 면접, 경험자 테스트 등을 통해 선발한다. 문의 063) 281-4192
2006전주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가 확정됐다. 지난 9월 ‘디지털, 대안, 독립’을 주제로 실시한 공모에서 (주)사인파크21 김주홍씨(33)의 작품이 당선작으로, 채주희씨(25)의 작품이 가작으로 선정됐다. ‘디지털 시대, 전 세계인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영화 축제’라는 콘셉으로 제작된 당선작은 컴퓨터 혹은 디지털 기기에 사용되는 문자기호 배열을 통해 ‘흑과 백을 뛰어넘는 소통’을 표현했다. 포스터는 노란 바탕으로 전주영화제 특유의 발랄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으며, 두 사람이 마주보고 있는 이미지를 통해 다양한 민족과 견해, 성격, 취향 등을 아우르는 ‘소통’의 의미를 강조했다.전주영화제 조직위는 “영화인부터 일반 관객까지 접근이 용이한 매체 ‘디지털’을 통해 영화제를 모두의 축제로 만들고자 하는 의도와 포스터가 잘 통한다”며 “누구나 알 수 있는 기호로 만든 메세지를 읽어내는 재미가 있으며, 특히 영화제 기간을 한글이나 영문으로 표기하지 않고 디지털 오류인 것처럼 표현한 것이 독특하다”고 밝혔다. 공식 포스터 이미지는 영화제 홈페이지(www.jiff.or.kr)를 통해 내려받을 수 있다.
격포항 해변에 변산의 풍경이 펼쳐졌다. 부안예총(회장 양규태)과 부안미술협회(회장 김종길)가 여는 ‘아름다운 변산 눈 풍경’전과 ‘청소년 내고향 풍경 그리기 공모전’ 수상작이 13일까지 격포항 수협 위판장과 채석강 주변 해변촌에서 전시되고 있다. ‘아름다운 변산 눈 풍경’전은 변산반도의 아름다움을 홍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지난해 폭설의 아픈 상처를 위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김영동의 ‘겨울의 적벽강’, 박운규의 ‘곰소항 겨울 풍경’, 이은수의 ‘내변산 설경’ 등 스무명의 미술가들이 고향 산하와 바다를 주제로 겨울 풍경을 그렸다. 김종길 부안미협 회장은 “변산에 뿌리내리고 살면서 고향의 고마운 혜택을 화폭에 담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청소년 내고향 풍경 그리기 공모전’에서 입선·입상한 작품 50점도 기성작가 작품과 함께 전시됐다. 청소년들이 바라본 지역의 풍경이 감각적으로 담겼다. 양규태 부안예총 회장은 “변산반도 국립공원의 아름다움이 담긴 화폭을 통해 주민들은 자신의 고향을 새롭게 인식하고 청소년들은 고향의 소중함을 깨닫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반집 풍경일까. 한복 차림에 갓을 쓴 이들이 놋그릇에 잘 차려진 한정식 앞에 앉아있으니, 오히려 보는 이들이 당황하게 된다. ‘디지털’이란 단어가 넘쳐나는 세상, 갓 사랑 모임 ‘갓사모(애립회·愛笠會)’는 이제는 낯설어진 유교문화를 실천하는 모임이다. “물질주의에 퇴락한 현대사회에서 잊혀져 가는 전통문화를 전승하고 선비문화를 일상에서 실천하고자 하는 모임이지요. 요즘들어 전통행사가 많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사회적 구호나 간단한 의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거든요.”이남일 회장은 5년 전부터 ‘갓사모’를 준비해 왔다. 진안 주천중학교 과학교사로 재직하고 있지만 대학원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10여권의 향토지를 낼 정도로 우리 삶에 관심이 많다. 그는 “전통문화와 선비문화를 몸에 익혀 남이 보지 않더라도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갓사모’란 이름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모임에 참석하려면 남자들은 한복에 두루마기, 망건, 토시, 갓을 갖춰야 합니다. 여자들도 한복에 비녀를 꽂아야죠. 모임장소에 실천목표에 따른 주제를 한문으로 써서 걸고 그 뜻을 음미합니다.”실천목표는 ‘옛 것을 나의 것으로’ ‘전통을 생활 속으로’ ‘고전을 학습의 장으로’. 회원들끼리 전통배례를 올리고, 주법에 따라 전통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우리 것의 소중함을 알게된다.한 때 전통의복 때문에 회원가입을 미루는 이들도 있었지만, 두 달 사이 양용석 박수경 박한경씨 등 주천중 교사들이 중심이었던 회원 수는 스무명으로 늘어났다. 청학동에서 전통을 강의하거나 전통무용가, 한국화가 등 모두 전통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이들이고, 지역도 전주, 진안, 남원, 구례, 서울 등으로 전국적인 모임이 됐다. “가끔 한복차림에 갓을 쓰고 학교도 가고 택시도 타고 그러는데, 다들 좋아합니다. 아직은 호기심 수준이겠지만, 작은 눈길들이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이어졌으면 좋겠어요.”지난 11월 창립모임을 시작으로 다섯차례 임시모임을 가져온 ‘갓사모’. 2월 중에는 새 홈페이지 오픈과 함께 첫 정기총회를 열 예정이다. 전주향교와 도산서원, 누정, 청학동, 종묘, 경기전 등 앞으로는 전국 전통문화 관련 단체와 연계한 모임으로 꾸려나갈 생각이다.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알고 실천할 의지가 있다면 누구나 ‘갓사모’ 회원이 될 수 있다. 문의 063) 255-1316
벌써부터 내년 대통령선거가 화두다. 이미 정치권은 대선을 향해 움직이고 있고, 언론도 후보군으로 누가 움직이고 있다는 둥 여론조사결과 누가 앞선다는 둥 연일 대선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다. 서점가도 예외는 아니다. 대통령에 관한 서적이 정치관련서적의 앞자리를 차지했다.대한민국 사람이 진짜 원하는 대통령 (황상민 지음, 김영사) 정치인과 대통령에 관한 한국인의 심리분석서.후보들의 이미지는 국민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국민들의 마음속에 후보들에 대한 이미지가 어떤 방식으로든 형성돼 있으며, 이런 이미지를 바탕으로 대통령을 결정한다. 말하자면 이상적인 대통령의 이미지에 맞아떨어지는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다. 저자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지도자들이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이미지를 통해 특정 정치지도자를 판단할 때 어떤 마음의 이미지를 사용하는지를 보여준다. 또 사람들이 정치권에 대해 모종의 기대와 욕망을 마음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구체화시키는데, 그것이 이미지로 형상화되고 앞으로의 판단과 행동의 기준이 된다고 설명한다. 고건 VS 이명박 (김규 지음, 국일미디어) 17대 대통령선거의 가장 유력한 예비 후보이자 각종 대선관련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두 인물. 고건 전 총리와 이명박 서울시장을 집중적으로 분석, 조명한 책이다. ‘예술행정’과 ‘경영행정’, ‘공리주의자 고건 전 총리, 실리주의자 이명박 시장’이라는 단어로 압축되는 두 인물. 한쪽은 합의형 리더십을, 다른 한쪽은 개발형 리더십을 발휘하는 두 인물에 대해 사전검증을 돕기 위한 책이다. 저자가 2년여에 걸쳐 각종 자료와 인터뷰, 토론 등의 자료를 모아 저술했다. 국민들의 판단에 도움을 주고, 두 인물에 대해 보다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기를 바라는 차원에서다. 두 예비후보의 면면을 상세히 비교 분석하고, 문제가 제기된 사항등을 추적해 검증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참여정부, 절반의 비망록 (이진 지음, 개마고원) 청와대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책. 저자는 참여정부 출범때부터 2년동안 청와대 제1부속실 행정관으로 일했다. 국정운영의 최일선에서 노대통령의 생각과 판단을 구술받고 취재하는 것이 그의 역할. 대통령의 생각을 기록하는 일종의 개인 기록비서였던 셈이다.저자는 참여정부 국정1기 동안 보고 들은 사실만을 최대한 국외자의 시각에서 관찰해 정리했다고 말한다. 마치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한 청와대 다큐멘터리 대본을 보는 듯 하다. 노대통령의 '생각과 판단'은 물론, 정책 결정의 과정과 그것이 외부에 알려진 것 사이에 괴리가 있는 것도, 몰랐던 새로운 사실도 확인된다. 대통령과 국정운영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한다.
자연을 닮아있는 두 시인 박남준과 유강희. 박씨의 「적막」과 유씨의 「오리막」 등 두 시인의 새 시집 출간을 기념하는 ‘전북작가회의 월례문학토론회’가 14일 오후 6시30분 전주 창작소극장에서 열린다. 난상토론 ‘쾌도대담’에서는 ‘문학의 위기’를 주제로 전업작가로 문학에 인생을 걸고 살아가는 시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희중, 박성우씨 등도 패널로 참석한다. 사회는 정철성씨. 광주의 한보리씨와 목포의 유종화씨가 함께하는 ‘포엠콘서트’도 꾸며진다. 063) 275-2266
‘끈’이 세월의 한 마디를 접고 11집 「시작 없는 시작」(신아출판사)을 펴냈다.여성들의 숨통을 트이는 일로 1992년 결성된 끈은 여성들로만 구성된 문예동아리. 시인 겸 수필가 김용옥씨를 중심으로 강명자 김갑순 김다연 김명숙 김서연 김연주 김진숙 김춘자 박미서 소병숙 소선녀 심옥남 양복임 이숙자 이영주 이현애 임숙례 임정자 조경옥씨가 참여하고 있다. 11집에는 삶에 대한 섬세한 통찰력이 발휘된 시와 수필 70편이 실렸다. 출판물이 폭주하는 시대, 이들의 꿈은 글집을 잘 지어 끈의 흔적들이 각 대학 도서관에 소장되는 일이다. 시작 없는 시작. 이들에게는 ‘끝이 없는 끝’과도 같다.
“이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지만, 어떻게 보면 서로의 상처가 깊게 패이기 전에 택해야 할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정적인 상황의 이혼을 긍정적인 상황으로 맺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죠.” 첫 시집 「이혼, 반은 그리움을 남겨두고」(글숲출판사)를 펴낸 시인 박경록씨(43·본명 박숙경). 수많은 시들 중에서 숨기고 싶을 법한 것을 그는 시집명으로 삼았다. “만나면 반드시 헤어짐이 있다”며 자신의 모습을 용기있게 내어 보인 것은 마음이 가난한 현대인들에게 이혼은 현실적인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사람 중에서도 시인은 뭔가 하고싶은 말이 많은 사람 같아요. 세상의 자잘한 것에서부터 가슴 철컹 쇠못 박는 소리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예사로이 여기지 않죠.”박씨는 “그러나 시인은 길고 크게 말할 줄 모른다”고 말했다. 이번 시집은 짧은 외마디 속에서 서서히 울림을 크게 내는 타종과도 같은 것. 익산 출신으로 2003년 월간 문예지 「시사문단」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현재 글숲출판사 발행인을 맡고있다.
“과학으로 밥벌이하고 문학을 즐기며 산다는 우스갯소리를 종종 해왔는데, 지난 세월을 뒤돌아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내가 과학자로서만 살아왔다면 마음이 답답하고 삶도 퍽 삭막했을 겁니다.”한 평생을 과학도와 문학도로 살아온 시조시인 정순량 우석대 교수(65·우석대 화학과 교수). 정년을 앞두고 그가 잡문집 「과학과 문학의 어울림」(도서출판 북매니저)과 신앙산문집 「빛되어 소금되어」(도서출판 북매니저)를 동시에 펴냈다.그의 첫 잡문집 「과학과 문학의 어울림」은 대학시절인 1960년부터 2005년까지 기명 칼럼, 문학 강연 원고, 청탁원고, 주례사 등을 엮은 것. 정교수는 “골동품 상점에 널려있는 손 때 묻은 물건을 둘러보는 느낌이지만, 정년을 맞으면서 스스로 홀가분해지려고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빛되어 소금되어」는 기독교 관련 원고를 묶은 것. 두 권의 책은 곧 그의 인생철학과도 같다. “과학이 기호의 학문이라면 문학은 문자의 예술이고, 문학이 환상과 은유의 허구의 세계라면 과학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실증적 세계죠. 이처럼 서로 다른 분야인 듯 하지만, 과학과 문학 모두 상상력의 소산이고 창의력에 의존한다는 점에서는 서로 통하는 것 같아요.”“과학자와 문학인으로서 살아온 것이 행운이고 복 받은 삶이었다고 자부하는” 정교수. 정년 이후 새로운 삶을 그는 문학인으로서 채워나갈 것이다. 40여년 동안 외곬수로 시조만을 써 온 그는 여덟번째 시조집도 준비하고 있다.
또아리 끈을 질끈 물고 이제 막 물동이를 머리에 이는 사람, 등짝이 햇볕에 그을린 소에게 먼저 물을 떠먹이는 아저씨. 등물하는 사람, 빨래하는 사람이 있는 우물가에서 그는 시를 퍼올린다. 그러나 “나의 두레박질은 너무 서툴기만 하다”는 시인 유강희씨(38). 원광대 국문과 1학년, 만 열아홉이란 어린 나이에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됐던 그가 10년만에 두번째 시집 「오리막」(문학동네)을 펴냈다.“대학 시절 신춘문예에 당선되면 등록금 전액을 면제해 줬어요. 일찍 데뷔하지 못했다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에 학교를 그만 뒀을지도 모르죠. 그랬다면 아마 시를 못 썼을 겁니다.”이른 등단이 부담이 됐을 법도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서울을 떠나 밤골로 들어온지 햇수로 4년. 그곳에서 이번 시집을 얻었고, 우석대 한국어교육원에서 중국 유학생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게 된 지금도 김제시 금산면 용산리 밤골은 시를 쓰는 곳이다. “밤골에서 때까우와 기러기, 닭을 기르면서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느꼈어요. 어쩌면 그것들이 날 키웠는지도 모르죠.”그는 “주위의 작고 보잘 것 없는 모든 것들이 한솥밥을 먹는 한식구였다”며 “외롭다거나 쓸쓸하다거나 그리하여 북받친다거나 하는 말들도 사실은 한 솥의 밥이란 걸 새삼 깨닫는다”고 말했다. ‘오리막’이란 제목을 달고있는 네 편의 시는 옆집 할아버지가 키우는 오리나 동네 방죽 위에 떠있는 오리를 보며 자연스럽게 쓰게 된 것. 호박 고는 데만 넋을 놓고있는 할머니나 담배 타임을 달라고 하면 ‘으응, 타인’하고 주는 계룡댕이 수퍼, 그의 시는 수수하지만 초라하지 않다. ‘가난했으나 뜨거움이 뭔지를 알았고 속 떨리는 눈물이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지 어린 우리들도 알 수가 있었’던 시절로 고개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여백이고 여운이라고 생각해요. 의도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런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보며 끝맺음이 주는 울림이 큰 것 같아요.”읽는 이로 하여금 생각에 잠기도록 하고 시를 끝내는 힘은 검은 색으로 나타나는 죽음의 현실과 그것을 통과해 새 생명을 얻으려는 움직임 보다도, 자연과 인간을 동일시하는 서정시 고유의 특징 보다도 매력적이다. “나의 시도 언젠가는 그대들에게 한 솥의 뜨거운 밥이길 꿈꾼다”는 젊은 시인. 그러기 위해서 삶은 더욱 절박해져야 한다. 시인은 생의 절박함에 절을 한다.
“‘세살 버릇이 여든 간다’와 ‘삼세지습이지우팔십(三歲之習而至于八十)’ 중 어느 것이 더 뜻이 깊은 것 같습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똑같은 말이라도 한자면 뜻이 깊은 것으로, 우리말이면 하찮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30년 동안 익은말을 수집해 온 원로학자 김준영 전북대 명예교수(86). 지난 한해동안 전북일보에 연재해 온 ‘김준영 교수의 재미있는 익은말’을 마치며 그가 질문을 던졌다.“익은말이 결국 숙어인데, ‘익은말’이란 단어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어떤 사건이나 설화에서 이뤄진 익은말 속에는 각 사회와 문화의 특성이 반영돼 있어 더욱 중요하지요.” 김교수는 “어떠한 배경을 통해서 빚어진 익은말은 직접적인 표현인 속담보다도 더 오묘하고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연구 보다는 수집하느라 꽤 애를 먹었습니다. 익은말이 나올 법한 문헌은 다 찾아 봤지만, 귀하게 여기지 않아서인지 익은말이 기록돼 있는 책이 별로 없어요. 오히려 문헌보다는 어떤 자리에서 우연히 듣게 된 것들이 더 많죠.”“학교에 머물 때는 전공 관련 저서를 쓰느라 익은말 수집에 충분한 시간을 쏟지 못했다”는 그는 1985년 정년퇴임 후로 술자리나 양로당을 찾아다니며 익은말 수집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렇게 수집한 것이 400여편 정도. 올해 안으로 책으로 펴낼 생각이다. “설화를 정리한 책들은 종종 있지만, 익은말이 책으로 나온 적은 없습니다. 예로부터 우리말에서 익은말이 차지한 비중을 생각하면 국어국문학 연구에 있어서도 익은말 관련 책이 한권 쯤은 있어야 합니다.”국어학계에 익은말 연구를 제안하기도 했던 그는 “익은말 연구는 한 두사람 손으로는 안된다”며 “앞으로 익은말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튼 농담을 상대방이 진담으로 들었을 때 ‘재담하다 상 처한다’고 하면 벌써 표현부터가 다르지 않습니까. 이처럼 익은말을 쓰면 우리말이 윤택해 집니다. 그러다 보면 사람과 사람 관계도 부드러워지겠죠.”각박한 세상살이, 원로학자가 익은말 찾기에 지치지 않는 이유다.
이제 그만 집으로 가자.쫓기다가 넘어지다가 이제는 가자.비단실 그물이 나를 묶어서 조이는 핏줄엔 듯,끌리어 가자.부끄러움 부벼 삭일 언덕이 있는평생을 속아 사는 어머니어리숙한 기다림이 아랫목 같은집으로 가자.얼룩진 상처 이부자리 끌어 덮고유순한 짐승처럼 이마를 맞대눈물 콧물 문질러서 파묻어야지날은 차츰 어두워지고나도 다리 절며 돌아갈 데 있구나.집으로 가자.-시집<오래된 슬픔하나>에서성경에는 탕자가 아버지로부터 제몫의 재산을 빼내어 멀리 떠났다가 결국은 모두 탕진하고 죽지 못해 집으로 돌아 오자 아버지는 죽은 자식이 다시 돌아 왔다며 잔치를 베푸는 내용이 있다.이 시에서도 ‘쫓기다가 넘어지다가 / 이제는 가자’로 시작하여 끝내 ‘나도 절며 돌아갈 데 있구나 / 집으로 가자’로 마무리 하고 있다. 물론 세상에서 실패하고 낙오된자에게 베푸는 휴먼메시지이나, 사악해진 현대인들에게 본래의 자기, 인간의 본향으로 되돌아 가자는 따뜻한 권유이기도 하다. 이가 곧 시의 다의성인바, 성서에 의지하면서도 일반 서정시와 다름없이 잘 쓰는 시인으로 김현승 다음이 이향아 시인이 아닌가 한다./허소라(‘북경대학 조선문화연구소’에서)
남원 국립민속국악원(워장 곽영효)의 기획음반 ‘예향(藝鄕)의 가락’ 7집이 나왔다. 예향의 가락은 국악원이 연주단의 기량 함양과 홍보를 위해 지난 1998년부터 발매해 온 것. 기존의 것들이 성악중심이었다면 7집은 연주곡 중심으로 구성됐다. 음반에는 ‘금강산, 동백타령’ ‘산조합주’ ‘남도 굿거리’ ‘대금산조’ ‘호적독주’ ‘민요연곡’ ‘아리랑타령’ 등 7곡이 수록됐다. 심상남 기악부 악장과 신경환 김영호 이진 김승정 김효신 최재희 조용복 조옥선 최형욱 서은기 황상현 박지용 이정아 추형석 고성득 정상현이 연주자로 참여했고, 이금미와 김보연이 객원으로 참여해 아리랑타령을 들려준다.
김원 전북대 교수(43)가 이끌고 있는 김원 Collaboration OR 무용단이 세계 최고 수준의 공연마켓 미국 APAP(Association of Performing Arts Presenters) 콘퍼런스에 진출한다. APAP 콘퍼런스는 매년 세계 20여 개국 문화예술기관장과 공연기획자 등 4천여명이 참석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연예술 전문마켓. 뉴욕 한국문화원(원장 우진영) 측은 “현지시간 21일부터 24일까지 뉴욕 힐튼호텔에서 열리는 ‘제49회 APAP 콘퍼런스’에 한국 현대무용단 홍보부스를 마련, 정상급 현대무용단의 세계 무대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유명 실험예술가 딘 모스와 공동작품을 만들기로 하는 등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에서 호평을 받아온 김교수는 ‘존재의 인식’이란 작품으로 APAP 콘퍼런스 무대에 오른다. 김교수와 듀엣으로 공연하는 박영준씨는 전북대 졸업생으로 올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다. 예술가들의 개별적인 활동 외에 한국 현대무용이 정부 차원에서 APAP 콘퍼런스에 참여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 김원 Collaboration OR 무용단 외에도 남정호&크누아 안무그룹(대표 남정호)와 댄스온앤드오프(대표 김은정), Lee k. Dance 무용단(대표 이경은), 전미숙 댄스컴퍼니(대표 전미숙), 두댄스시어터(대표 정영두) 등 6개의 현대무용단이 참가하며, 전통무용가 김명수 댄스컴퍼니의 ‘아리랑’과 재미무용가 페기최의 ‘기 프로젝트’는 홍보작으로 공연된다. 우진영 문화원장은 “그동안 한국 전통무용은 지속적으로 세계에 소개됐지만, 유럽과 아시아에서 높은 작품성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 현대무용은 미국 무대에서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다”며 “올해는 현대무용을 집중홍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젓가락 바로잡기, 우리과자 만들기, 붓으로 편지쓰기, 새끼 꼬아 큰줄넘기…. 컴퓨터에 빠져있던 우리 아이가 달라진다. 선비문화와 전통문화를 익힐 수 있는 전주역사박물관 '우리누리 어린이 캠프'가 6기 참가자를 모집한다. 17일부터 20일까지 3박4일간 진행되는 캠프는 역사박물관 '깐깐한 전주이야기-전주역사실' 관람과 우리누리문화생활관 '선비문화 생활체험'으로 진행될 예정. 생활예절, 다도실습, 택견배우기, 전통악기 훈 만들기, 모닥불놀이, 탈춤, 천연염색, 한문배우기 등 현대생활에 찌든 마음 속 신명을 끌어내고 옛 어른들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중심이다.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14일까지 선착순 40명을 모집한다. 참가비 10만원. 저소득층 자녀에게는 캠프활동을 지원해 준다. 문의 063) 228-6485
전북 화단의 맥을 이어가는 도내 작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신청사 이전과 함께 지난해 전북도가 구입한 미술품이 공개됐다. 31일까지 도청사 갤러리에서 계속되는 ‘공간+조형’전.전업작가와 개인전 2회 등 엄격한 기준으로 구입한 작품은 한국화와 서양화, 서예와 문인화, 조소 등 159점. 도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원로작가부터 중진, 청년작가 등이 고루 포함돼 전북 미술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다. 도청사란 딱딱한 공간을 미술품으로 새롭게 채워간다는 의미를 지닌 ‘공간+조형’전은 4부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6일까지 열린 1부에서는 50대 이후 원로·중진작가들의 작품이 선보여졌으며, 13일까지 열리는 2부와 20일까지 열리는 3부는 중진작가들 중심으로, 31일까지 열리는 4부는 청년작가 위주로 짜여진다. 이번 전시는 2년 동안 도청사 갤러리를 운영하게 된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 전북지회(지회장 이강원)의 첫 기획이다. 전시가 끝난 후 작품은 도청사 곳곳에 내걸릴 예정. 이강원 지회장은 “다른 지역에서 도청사 갤러리를 찾았을 때 예향 전북을 상징할 수 있도록 창의적이고 밀도있게 갤러리를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전북미협 기획전과 단체를 대상으로 한 대관전을 준비하고 있는 도청사 갤러리는 내년에는 개인전으로 폭을 넓힐 계획이다. ‘전북미술파노라마 now’ ‘무주태권도공원유치 기념 전국중진작가초대전’ ‘아름다운 도청 꾸미기전’ 등 지역과 밀착된 전시도 예정돼 있다.
커다란 눈망울 앞에 그물이 던져졌다. 열띤 토론 끝에 아이들이 그물로 만든 것은 크리스마스 트리. 그물 트리에는 아이들의 꿈이 걸렸다.용담댐 물이 감싸고 흐르는 한적한 시골마을. 문화공간 ‘싹’이 찾아간 무주군 부남면 부남초등학교의 꿈이 전주로 옮겨졌다. 23일까지 문화공간 ‘싹’에서 열리고 있는 ‘주위를 둘러봐!’전. ‘생일도’전에 이어 문화소외지역의 어린이들을 찾아간 이번 전시는 어린이들이 만든 작품을 ‘싹’으로 옮겨낸 것이다.아이들이 살아가는 곳에 시선을 맞추는 ‘싹’이 발견한 부남면의 문제는 물이 썩어가고 있다는 것. 물을 정화시키는 기능을 가진 황토로 아이들과 함께 작품을 빚고 그것들을 물 속에 던졌다. 전시장에는 작품으로 형상화시킨 썩은 물과 부남면에서 가져온 황토흙이 펼쳐졌다.서른다섯명의 개구쟁이와 함께한 이들은 채성태 구혜경 남지현 정영채씨. 동서남북을 상징하는 오방색 집을 통해 아이들에게 우리나라 전통색을 가르쳤고, 사진을 보고 동네 곳곳을 알아맞추는 퀴즈를 통해 작품도 완성해 냈다. 채성태씨는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 문화와 어른들로부터 소외되는 것이 시골 아이들의 현실”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건전한 놀거리를 찾고 자신의 주변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길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화공간 ‘싹’의 관심은 이제 한국으로 시집 온 외국인과 그들의 자녀에게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전주시 덕진동 산1-1번지, 대지면적 3만5000평에 극장 4동, 전시공간 4개, 국제회의장. 연 예산 46억에 한해 방문객 50여만명. 연중 800여건의 공연 및 전시.전주시 교동 7-1번지. 대지면적 2500여평에 극장 1곳, 야외마당 2곳, 교육체험관 1곳. 연 예산 24억, 한해 방문객 23만명. 연중 800여건의 프로그램.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주전통문화센터. 도내 대표적인 문화공간인 두 곳은 닮은 듯 하면서도 다른 점이 참 많다. 지역민들에 문화향유의 기회를 선사하고, 예술인들에 발표무대를 열어준다는 점에서는 역할이 같지만 각각 현대와 전통, 공연예술과 체험문화프로그램에 무게중심을 두는 면에서 차별화 된다. 무엇보다 소리전당이 외부의 문화를 전북에 소개하는 문화흡입통로의 역할이 크다면 전통문화센터는 지역의 전통생활문화를 외지로 확산시켜내는 문화분출구로서의 기능이 더하다.△설립 주체부터 달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대표 이인권)은 전북도가 만든 공간이다. 2001년 9월 개관당시 서울 예술의전당에 이어 전국에서 두번째로 규모가 큰 문화시설로 주목받았다. 산을 깎아 시설을 들인 소리전당은 3만5000평이라는 터전도 매머드급이지만 공연장이 4곳, 전시공간 4곳(전북예술회관 분원 포함하면 극장 5곳, 전시장 10곳), 국제회의장을 갖춘데다 무엇보다 7000명이 동시 입장할 수 있는 야외공연장까지 마련해 타지역의 부러움을 샀다. 공사비가 1200억원이나 투입된 지역의 대표적이고 상징적인 문화시설로 마련된 것이다.소리전당은 개관당시부터 민간에 위탁됐다. 중앙문화재단에 이어 2003년 1월부터 학교법인 예원예술대학이 운영하고 있다.전주전통문화센터(관장 류관현)는 2002년 8월 개관했다. 전주지역 전통문화를 집약해내고 표출해내는 공간으로 전주시가 마련했다. 전주한옥마을 한켠에 자리한 센터는 극장 1동과 놀이마당, 혼례식장, 교육체험관이 들어섰고, 음식점과 찻집도 갖추고 있다. 전주의 생활문화를 두루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골고루 갖춰놓은 셈이다.센터 역시 처음부터 민간위탁방식을 택했다. 우진문화재단에 이어 2004년 1월부터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운영하고 있다.△프로그램의 차별성 소리전당은 공간을 빌려주는 대관사업이 중심이지만 전당 자체 기획사업도 알차게 꾸려간다. 연중 자체 기획공연과 전시 등의 행사가 70여건에 120여회 이상이다. 전당 기획예술프로그램은 음악회와 연극 무용 등 순수예술관련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지역 예술인들의 창작지원사업도 자체적으로 진행한다. 독주회시리즈와 MVP시리즈가 바로 지역 문화 육성사업. 문화소외지역민들을 위한 찾아가는 문화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자체 연주단 유스오케스트라도 육성하고 있다. 전주전통문화센터는 전주지역 전통문화 종합 체험장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전주의 볼거리 놀거리 즐길거리 체험거리를 다양하게 모아내는 곳이다. 전통생활문화에 생명을 불어넣는 문화공간이자 체험공간이다. 센터는 또 전통문화를 발굴, 육성, 부흥시키는 곳이기도 하다. 사라져가는 또는 잊혀져가는 전통문화를 찾아내 세상에 드러내고 관심을 모으며, 이를 생활문화로 만들어낸다.상설기획프로그램인 해설이 있는 판소리, 전통예술기행, 일요풍류마당 등은 전통문화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예술인과 대중과의 만남의 자리다. 체험프로그램도 많다. 전통음식 놀이 생활문화 체험프로그램에는 도내뿐 아니라 국내·외 관광객들이 참여한다. 자체 예술단인 한벽예술단이 센터 홍보전령사로 활동하고 있다.△운영비 조달 어떻게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두 공간의 재정구조는 차이가 있다. 올해 46억원의 예산이 세워진 소리전당은 도로부터 70%가량의 운영비를 보조받는다. 30%는 벌어서 사용한다. 소리전당은 전국 문예회관중 예술의 전당에 이어 재정자립도가 두번째로 높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전통문화센터는 올해 운영예산이 24억원이다. 시에서 40%를 지원받고, 60%는 자체 부담한다. 수익사업에 대한 고민이 높다. 외부에서 사업비 보조를 받을수 있는 프로그램을 적극 발굴하고 있다. △올 어떤 일을올해 개관 5주년을 맞는 소리전당은 새로운 기획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관객층을 확대하고 문화예술저변을 풍성히 하기 위해서다. 일정기간동안 다양한 장르의 여러 프로그램을 패키지로 엮는 시즌제 패키지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한낮의 음악회도 기획중이다.중국 상하이대극장과도 교류한다. 문화공간이 중심이 돼 두 지역의 예술단체 교류를 엮어낼 계획이다. 독주회시리즈나 찾아가는 음악회, 토요놀이마당 등도 지속되며, 문화교육프로그램인 문화아카데미도 이어진다. 전통문화센터는 올해 ‘시민과 함께하는 열린공간’을 지향한다. 또 지난해 10%수준에 그친 외지 방문객도 30%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센터에 대한 도내외 인지도를 크게 높이겠다는 것이다.전주시민과 함께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체험프로그램을 강화한다. 전통문화교육 기반마련도 연계해 추진하려한다. 시민들에 공간을 무료로 대여해주는 방안도 고민중이다. 세시절풍습행사도 늘릴 계획이다. 센터내에서뿐 아니라 도심곳곳에서 체험행사를 벌일 예정이다. 학술사업도 기획했다. 올해부터 전통문화관련 도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올해의 주제는 전통의복. 전통놀이관련 세미나도 열고, 이를 관광자원으로 연계해내는 방법도 찾을 작정이다.
인터뷰 다음날 류길만 원정대장과 3명 대원들이 만덕산 빙벽 등반에 나섰다. 동행 대원은 김창석부단장과 선영희·현권식 대원. 쌓인 눈이 그대로 남아 있는 만덕산 빙벽까지 오르는 길은 미끄럽고 더 가파랐다. 힘겹게 찾아간 빙벽 골짜기. 30여분 앞서 간 대원들은 이미 빙벽을 오르고 있다. 두시간여. 빌레이(밑에서 로프를 잡아주는 역할)를 맡은 김 부단장을 제외한 3명 모두 한두차례 오르내리고 나서야 빙벽 훈련은 끝났다. 이번 히말라야 원정대의 지휘를 맡은 류대장은 마음가짐이 남다르다. 그의 판단과 지침에 등반의 모든 과정이 결정되고 실행되기 때문이다. “한가지 원칙만은 꼭 지키려합니다.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는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되,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15명 대원이 모두 무사히 등반을 마치고 돌아오는 것입니다.” ‘초오유’와 ‘시샤팡마’ 등정이 목표지만 그것은 대상일 뿐 중요한 것은 목표를 향한 과정이다고 말한다. 류대장은 남다른 아픔을 갖고 있다. 그의 고산등반은 89년 낭가파르밧(8126미터), 2002년 매키니(6194)에 이어 세번째. 첫 고산 등반에 나섰던 낭가파르팟 원정길에 그는 동료를 잃었다. 6100미터 지점에서 1000미터 추락한 후배. 충격과 좌절에 빠진 채 첫 원정은 실패했다. “후배의 시신을 베이스 캠프까지 운구하면서 차오로는 슬픔을 억누루기 어려웠습니다. 꼭 다시 오겠다고 마음 먹었었지요.” 아직 실현되지 못한 꿈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선대원과 현대원 역시 20여년 경력의 산악 베테랑. 친구사이이기도 한 이들은 수송과 기록을 담당하는 류대장의 밀접한 파트너다. “고산 등반에서는 서로가 서로의 희망이어야 합니다. 믿음이 없다면 희망을 가질 수 없죠.”누구보다도 호흡을 맞추어야 하는 이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고 믿음이다. 역시 함께 원정에 나서는 김창석부단장은 원정대의 운영을 뒤에서 돕는 지원자. 경제적인 부담까지 안고 있는 그에게는 떠나는 날까지 자유롭지 못한 과제가 안겨있다. 원정대 운영 예산 확보다. “후배들이 자유롭게 원정에 나설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일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거든요.” 빙벽 등반이 끝나고 늦은 점심시간, 예산 이야기가 나오자 노트북이며 디지털 카메라며 후배들의 주문이 이어진다. “걱정하지 말라”고 장담(?)하는 김부단장의 말에 모두 웃음 터뜨렸다.
새해를 맞는 의미는 누구에게나 특별하다. 묵은해를 떨쳐버리고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은 새해가 우리에게 주는 특권이기도 하다. 2006년이 더 특별한 사람들. 전북산악연맹(회장 엄호섭) 소속 히말라야원정대(대장 류길만) 15명 대원들이 그렇다. 설레는 가슴으로 새해 아침을 맞았다는 히말라야 원정대원들은 도전과 희망으로 활기 넘쳐 보였다. 오후 7시. 류길만 대장의 연락을 받고 모인 대원들은 7명. 한결같이 얼굴이 밝아 보였다. 이상조(54·원정단장· 전북대교수) 김창석(52· 원정단 부단장· 숲해설가) 류길만(44· 원정대장· 사업) 이정판(45·운수업) 선영희(44· 회사원) 정재석(40· 사업) 이명옥(23·전북대 농경제학과 3년)씨. 갑작스러운 호출에도 시간을 맞춰 함께 자리할 수 있다는 것은 ‘끈끈한 결속력’의 증거다. “한가지 일에 마음을 모을 수 없다면 고산 등반은 어림없습니다. 이제 한배를 탔으니 마음도 행동도 함께 해야해요. ” 류대장은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원정대의 약속을 일러준다. 선배에 대한 깍듯한 예의, 후배에 대한 끈끈한 애정은 이미 익숙해진듯,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웃음이 끊이지 않는 대원들의 대화속에서도 읽혀졌던 어떤 질서의 힘이 이들의 특별한 관계에 있었음을 알게된 것은 신선했다. 히말라야 원정대는 오는 3월 25일 히말라야를 향해 출발한다. 예정된 기간은 6월 7일까지. 일정은 철저하게 기획되어 있으나 돌아오는 날은 확정할 수 없다. 고산 등반은 그만큼 예측할 수 없는 과정이다. 전북산악연맹이 단일팀을 구성해 히말라야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전 대상은 초오유(8201미터)와 시샤팡마(8046미터). 8천미터가 넘는 ‘신의 영역’이다.“정복이란 표현은 옳지 않습니다. 자연은 인간에게 늘 경이로운 대상이예요. 산에 오르는 일은 자연을 정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연의 위대함을 배우기 위해서입니다. 등반은 봉우리 등정이 최선의 목표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 있습니다. 자연으로부터 삶의 가치를 깨닫게 되는 것 그것이 산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이번 원정을 위해 선발된 15명 대원들은 엄격한 과정을 거쳐 선정된, 이를테면 정예부대다. 7-8명 정도는 고산 등반의 경험을 갖고 있지만 7명 대원은 고산 등반이 처음. 기성산악인들의 경우는 20-30년의 등반 경력을 갖고 있는 베테랑이다. 여러차례의 훈련과정을 통해 원정대원을 선정한 이는 류대장이다. 최종 승인의 권한을 갖고 있는 산악연맹 이사회는 류대장의 추천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김 부단장은 “원정대장의 권한은 실로 막강하다. 그렇지 않으면 생명을 담보해야 하는 고산 등반의 지휘를 하기 어렵다”고 귀뜸했다. 류대장 역시 원정대원을 선정하면서 고민이 적지않았다. 누구라도 욕심을 가질법한 히말라야 등정의 꿈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산 등반은 개인적인 욕망을 앞세워서 되는 일이 아닙니다. 공동체적인 결속력이 우선이지요. 개인적인 능력이 기본이긴 하지만 화합과 신뢰의 힘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사사로운 감정 개입을 과감히 떨쳐버렸던 것도 원정대 전체의 결속력을 위한 선택이다. 류대장은 오랫동안 간직해왔던 소망도 이 참에 실현시켰다. 대학산악부원들을 원정대에 포함 시킨 것. 그는 “산악 운동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말했다. 이 덕분에 원정대의 마스코트인 명옥씨(전북대 산악부 대장)도 ‘늘 가슴에 안고 있던 소망’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 두달이 훨씬 넘는 원정기간은 모든 대원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 생업과 학업을 모두 미뤄두거나 포기하고 나서야하는 고행이기 때문이다. 개인마다 사연이 없을리 없지만 이들은 “고통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며 웃음으로 답했다. 생명까지 담보해야 하는 고산 등반을 나서는 산악인들의 마음이 궁금했다. 돌아온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설레죠.” 그랬다. 희망은 늘 설레임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욕망과 희망이 갈라지는 것도 이 ‘설레임’의 접점에서다. 이들에게 히말라야 등정은 ‘욕망’이 아닌 ‘희망’이다. 개인적인 욕망을 버리고 도전하는 ‘희망’은 더 소중하고 아름답다. 히말라야 등정에 우리가 함께 설레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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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 녹이는 클라리넷 연주⋯신재훈 독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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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사진센터 부설 사진연구소 1983, 회원전 '새만금' 연다
정가 선율에 취하다, '시조와 가곡으로 듣는 우리 소리'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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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미소능력개발센터, 방화선 선자장 홈페이지와 쇼핑몰 제작 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