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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겼을 지도 모를 팔봉도예의 맥을 내 아이들이 이어간다니 든든하지요. 워낙 힘든 길이라 처음에는 반대도 많이 했지만, 나중에는 흙냄새부터 알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막일부터 시켰습니다.”흙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아버지와 아들, 박창영(57·익산시 금마면 기양리 팔봉도예원장) 광철씨(34·김제시 백산면 상정리). 지난해 ‘부자전’을 열였던 팔봉도예가가 올해는 ‘가족전’으로 외출을 했다. 22일까지 전주공예품전시관. “뒤늦게 도예를 하게 된 저와 결혼 후 아버지 권유로 시작한 매형에게 아버지는 스승입니다. 말보다 몸으로 보여주시는 가르침에 스승과 제자 사이의 엄격한 예를 지키려고 노력하지요.”경주에서 도예를 하고 있는 사위 김종대씨(40·경주시 양북면 용당리 대왕도예 대표)는 가마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전주에 오지 못했다. 가족들 틈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도예를 취미 삼게 된 아내 유길순씨(56)도 코일링작업을 한 작품들을 내놓았다. “큰 작품은 아니지만 작품의 다양성과 변화, 응용 등 실험성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장군과 자라병 형태를 기본으로 조형적으로 형태를 조합하거나 변형했죠.”흙과 빛의 어울림에 묘한 매력을 느껴 전등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광철씨는 지난해 공모전 준비로 건강이 악화된 탓에 출품작들이 썩 만족스럽지만은 않다고 했다. ‘실내 인테리어 소품’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다기와 반상기, 주기 세트 등 생활자기류와 쌀독과 조명기구 등 장식성 소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특히 박창영씨가 내놓은 죽순 모양의 쌀독은 현대식으로 편리함을 더하고 크기별로 흙과 유약을 달리해 만들어 봤다. 1m가 넘는 분청호리병은 몇 번의 실패를 거듭했을 정도로 어렵게 완성한 작품이다.“나는 이제 힘이 부쳐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지만, 아들과 사위를 생각하면 흐뭇하지요. 아들 작품은 창의력이 좋다면, 사위는 나처럼 전통적인 냄새가 강하죠.”박창영씨는 열다섯살 부터 서울 천호동 도자기 공장과 경북 경주 도자기촌에서 전통기술을 익혀왔으며, 마흔이 되던 해 고향 익산에 팔봉도예원을 열었다. 아들 광영씨는 90년대에 도예에 입문한 후 2001년 뒤늦게 백제예술대에 들어갔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역사교과서 왜곡으로 냉각돼 있는 한일 관계 속에서 문화교류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특별한 무대가 열린다.올해 한·일 우정의 해를 맞아 한일문화교류센터에서 초청한 일본 동경가무단이 19일 전북도립국악원의 목요국악예술무대에 초대됐다. 10명의 단원을 이끌고 전주를 찾는 동경가무단은 이날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제1부 공연을 장식한다. 45분 동안 진행되는 이번 공연에서는 ‘일본 예술의 꽃’으로 불리는 가부키의 전통춤이 눈길을 끈다. 17세기 이후 400여년의 전통을 이어온 가부키는 후지산, 기모노, 스시, 스모 등과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5대 상징으로 거론될 만큼 일본적인 색채를 강렬하게 드러내는 전통 공연 양식의 하나. 올해들어서는 한일우정의 해를 기념한 가부키 국내 공연이 여러차례 예정돼 있었지만, 독도 문제에서 불거진 반일감정과 맞물리면서 차질을 빚어왔다. 한일문화교류센터와 도립국악원 등 주최측도 이같은 한일관계를 의식,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동경가무단은 등나무의 요정을 나타내는 가부키춤의 대표적인 무용인 ‘藤娘’, 이별의 슬픔과 재회의 기쁨을 어미사자와 새끼사자의 춤으로 연출한 ‘連獅子’(쌍사자춤), 벚꽃이 피는 봄의 아름다운 풍경을 노래한 시 ‘사쿠라의 노래’ 등을 무대에 선사한다.일본 전통음악과 무용을 전문으로 한 동경가무단은 연 한두차례 정기 공연을 열고 있으며, 음악·악기·무용 등 각 파트별로 그룹활동을 주로 펼치고 있다.2부 도립국악원 예술단의 공연에서는 김공주, 최삼춘, 김양춘, 유인숙, 박영순 등이 출연해 가야금 병창 ‘갈까부다’를 들려주고, 조성대가 피리독주 ‘My secret’를 연주한다. 도립국악원 예술단과 동경가무단이 다함께 아리랑 합창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공연은 무료다.
제37회 전라북도 사진대전이 난관에 부딪쳤다. 사단법인 한국사진작가협회가 전북사진대전을 주관하는 한국사진작가협회 전북협의회 회장에 대해 업무 일시중지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심사만을 남겨놓고 있는 전북사진대전의 효력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대전은 일반인들이나 사진작가들이 사진작가협회 입회 점수와 초대작가 점수를 획득할 수 있는 통로로써 자칫 사진대전이 파행으로 치닫게 될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출품자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한국사진작가협회 전주지부는 전 지부장 공금유용 의혹과 관련, 회원들간 갈등 과정에서 한국사협 전 이사였던 공호택 전북협의회 회장의 발언 등을 문제 삼아 공회장의 전주지부 회원 제명을 요청했다. 공회장의 제명 상신에 대해 한국사협은 ‘전북도협의회 업무 일시중지 및 소명자료 제출요청’을 보내 공회장의 업무를 일시중지시킨 상태며, 조사위원회를 따로 구성했다. 이에대해 공회장은 ‘협의회의 5개 지부 중 하나인 전주지부 회원 제명 사안으로 전북협의회를 사고협의회로 처리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공회장은 “전북사진대전과 한국사협은 무관하다”며 오히려 전주지부가 ‘전북협의회장, 부협의회장, 총무, 간사 등이 제명 상신됐으니 지역회원이나 동호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치바란다’는 공문을 돌려 전북협의회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김종호 한국사협 이사장은 “전주지부에서 공회장에 대한 제명상신이 올라와 사안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며 “26일 예정된 이사회를 통해 조사위원회의 결과와 전북사진대전 심사일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북사진대전과 한국사협이 무관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북협의회가 사단법인체 하부 조직으로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김이사장은 또 “회원들간 대립을 대화로 풀어보기 위해 공회장의 업무에 대해 일시중지를 시킨 것”이라며 “업무 일시중지 상태에서 행사를 무리하게 진행했을 경우 이를 문책하고 원점으로 돌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4일까지 접수를 마감한 올해 전북사진대전에는 총 159점이 접수됐다. 당초 15일로 예정돼 있던 심사는 한국사협에서 심사 감독관 자격을 가진 이사가 파견되지 않아 보류됐다.공회장은 “이미 작품을 접수받은 상황에서 대회 권위와 시간의 촉박함을 고려해 사진대전은 예정대로 진행하고 이후 이사회에 나가 이 사안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겠다”며, 26일 이사회가 예정돼 있는 만큼 심사는 28일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본인(張本人)’이란 말은 ‘나쁜일의 바탕을 베푼 사람’으로, 주동자, 주모자 또는 괴수를 가리킨다.그런데, 이 말이 흔히 잘못 쓰이고 있다.‘아, 그때의 그 황무지를 일궈 오늘의 낙토로 뒤바꾼 장본인이 바로……’ ‘시궁창의 장미로 낙화(洛花)하기 직전의 A양을 구출, 성공시킨 장본인이 바로 B씨였다.’ 정도는 애교나 있다.‘피의 능선을 넘어 철의 ○○고지를 점령, 승리로 이끈 장본인이 바로…….’ 나, ‘3·1운동의 배후 주도 세력을 이끈 장본인 중에는…….’에 이르면 심기가 몹시 뒤틀리는 것은 내로라 하는 글장이들의 글이기 때문이다.1977년 11월, 전북 이리 역사(驛舍)를 콩가루처럼 날려버린 장본인은 누구인가. 그것은 두 홉들이 소주와 한 자락의 추위라기보다는 무엄하게도 다이너마이트 상자 더미에 촛불을 세워 둔 신무일(申武一), 그가 바로 장본인이었다. 이런때 쓸 수 있는 말이 바로 장본인이다.물론, 어원을 찾아 보면, 옛날 중국에서는 좋은 뜻으로 쓰인 모양이다.중국 노(魯)나라 학자요 공자의 스승설이 있는 맹좌(盲左)가 지은 ‘좌씨춘추전(左氏春秋傳)’에 ‘傳具其事爲後晋事張本’이라는 구절이 보이고, 그 뒤 당(唐)에 이르러 ‘장한가(長恨歌)’로 문명(文名)을 떨친 백거이(白居易=白樂天)의 글 중에 ‘爲來世張本’이라 한 것을 봐도 그렇다는 것이다.그런데 이 장본(張本)이란 말을 그후 우리나라와 일본이 수입하여 쓰면서 그 뜻이 잘못 전해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한다.(吳東煥)아무튼, 국어사전엔 ‘나쁜 짓의 괴수’라는 뜻으로 한정돼 있으니, 그렇게 알고 써야겠다.
방송문화진흥회가 주최하는 ‘제3회 공익프로그램상’ 라디오부문에서 CBS전북방송 소병철 프로듀서가 은상을, 원음방송 김사은 프로듀서가 동상을 수상했다. 소프로듀서가 연출, 지난해 11월 특집 2부작으로 방송된 ‘새로운 목소리, 공동체 라디오를 찾아서’는 소출력 라디오를 기존 방송의 한계를 극복하는 자극으로 주목했다. 영국과 일본의 공동체 라디오 모습을 살펴보고 우리나라 소출력 라디오 정책의 방향을 제시한 작품이다. 1997년 CBS에 입사한 소프로듀서는 CBS대전방송을 거쳐 현재 CBS전북방송 보도제작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새로운 목소리, 공동체 라디오를 찾아서’는 제4회 전북PD상 라디오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프로듀서의 ‘느림에 대하여’는 라디오 에세이란 독특한 형식으로 주목받았던 작품. 느림으로 찾을 수 있는 삶의 여유와 정신문화를 전하는 이 작품은 지난해 11월 원음방송 개국 6주년 특집으로 방송됐다.
독도 수호 염원을 담아 온고을을 밝혔던 전주종이문화축제 독도 대형 지등이 ‘2005 독도체험전’에 초대됐다. 29일까지 서울 서초동 한국사진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2005 독도체험전’은 영상을 통해 독도를 새롭게 조명하는 기획전. 한국사진박물관 이전을 기념하며 한국사진박물관과 독도박물관이 공동주최했다.한국사진박물관 측은 “독도체험전은 독도를 표현한 다양한 예술적 장르들이 어우러지는 전시”라며 “종이축제를 빛낸 독도 대형 지등이 한지로 만들어졌다는 점에 새로움을 느껴 초대했다”고 밝혔다. 독도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마련된 이번 전시에는 독도 대형 지등을 비롯해 독도 사진, 한국화, 서양화, 설치미술 등이 함께 전시돼 독도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전한다.
모짜르트가 남긴 불후의 명작 ‘마술피리’가 19일부터 21일까지 전주덕진예술회관에서 펼쳐진다. 전주시립합창단(상임지휘 구천)이 제74회 정기공연으로 꾸민 이번 무대는 최덕식 광주대 교수(빛소리오페라단장)가 연출을 맡고, 이일규 상임지휘자가 이끄는 무지카 까메라타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함께 한다. 젊은 연인들의 사랑과 선악의 대결구도가 동화처럼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전개되는 ‘마술피리’는 모짜르트가 나이 35세에 남긴 마지막 작품. 고대 이집트 왕자 타미노가 밤의 여왕으로부터 아름다운 파미나를 구해내 사랑을 이뤄낸다는 내용이다.오페라의 교과서로 불릴 만큼 완성도가 뛰어난 마술피리의 이번 공연은 모두 2막으로 구성돼 무대에 올려지며, 영화배우겸 탤런트인 서재경(23·동국대 연극영상학부 재학)이 해설을 맡아 진행하는 색다른 연출이 시도된다. 피아니스트 박성은, 허선화가 반주를 맡는다.‘마술피리’는 19일 오후 7시30분, 20일 오후 7시30분, 21일 오후 3시 등 세차례 공연된다.
두 사람 사이에 시비가 벌어졌을 때 한 사람이 할 말이 궁해서 엉뚱한 말을 하거나, 또는 상대방의 이야기와 관계없는 말을 하면 “개가 마루 밑에서 자지” 하고 꼬집고, 또 그것을 역용(逆用)하여 우연히 남의 술자리에 당도하게 되었을 때도 “어찌 개가 마루 밑에서 자?” 하며 이편에서 선수를 쓰면 모두들 웃었다.<근원설화>어떤 사람이 일꾼 몇 사람을 얻어 집에서 일을 하다가 쉴 참에 막걸리를 마셨다. 그때 옆집 사람이 그것을 알고 가서 한잔 얻어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으나 남의 술자리에 무슨 볼일도 없이 끼어들기가 쑥스러웠다.그런 경우 근처에 무슨 새로운 사건만 있었다면 무난하다. 즉 “윗마을 박서방이 죽었대” 하든가, 또는 “앞마을 김서방이 어제 저녁에 도둑을 맞았대” 등과 같이 좀 큰 사건이 있었으면 그런 말을 하면서 들어가면 “아, 그랬대?” 하는 식으로 대꾸하여 어색하지 않게 어울릴 수 있지만 그런 사건도 없었던 것이다.그러나 술 생각이 간절해서 한잔 얻어먹어야겠기로 염치 불구하고 그 집으로 발을 옮겼지만 무슨 할 말이 없이 어슬렁어슬렁 사립문 안에 들어가기가 어색했는데, 들어가다 보니 개가 마루 밑에서 자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어찌 개가 마루 밑에서 자?” 하며 들어갔다는 이야기다.
미술사 속에서 화가들은 스스로를 바라보며 그림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 왔다. 그리고 관람객들은 자화상을 통해 화가를 만난다. 서신갤러리(관장 박혜경) 기획 ‘자화상전’이 18일부터 6월 10일까지 열린다. 여섯번째를 맞는 올해 전시에는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기성작가와 미술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 125명이 참여했다.원로화가 박민평씨를 비롯 김충순, 엄혁용, 유대수, 윤석구, 이아연, 이종만, 이주리, 조영대씨 등 오래 전에 제작됐던 기성작가들의 자화상은 자기성찰과 관계있다. 철학적 분위기가 감도는 작품들이다.전북대, 군산대, 원광대, 백제예술대, 대불대 등 젊은 미술학도들은 상상력 넘치는 자화상을 선보인다. 사실적 표현과 개념예술의 표현, 만화적 표현 등 미술사조에 나타나는 형식들을 다양하게 탐구하고 있는 화면에서는 힘찬 패기가 느껴진다. 미술사 속에서 빠질 수 없는 주제였던 자화상. 시대와 함께하는 화가들의 모습을 거짓없이 볼 수 있는 자리다.
우석대 국악관현악단과 판소리합창단을 비롯해 국악과 교수와 재학생들이 꾸미는 ‘2005춘계우석국악축제’가 3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18일 폐막한다. 전북 국악 발전에 디딤돌이 되어온 교수들과 실력있는 예비 국악인을 꿈꾸는 학생들이 3월 신학기가 시작되면서부터 쉴 틈 없이 준비해 온 축제다.‘전통음악Ⅰ’을 테마로 한 16일 첫째날에는 ‘유초신지곡 중 상령산’과 ‘박종선류 산조에 의한 산조합주’, 창극 ‘흥보전’ 등 규모있는 무대를 펼쳐냈으며, ‘전통음악Ⅱ’를 테마로 한 17일 둘째날 행사에는 가야금 평창, 단가, 민요 등 소리가 중심이 됐다. 18일 오후 7시 우석대 문화관 아트홀에서 열리는 셋째날 무대에는 ‘협주곡Ⅲ’을 주제로 가야금협주곡 ‘새산조’와 심청가 중 ‘심봉사 황성 올라가는 대목’, 대금협주곡 ‘서용석류’, 수궁가 중 ‘가자가자 어서 가’, 민요와 관현악 무대가 이어진다.
2000년 군산시 대명동 집창촌에는 5명의 성매매여성이 감금돼 있다 화재로 숨졌다.거칠어진 세상 속에서 일찍 저버린 다섯 여인들의 안타까운 삶이 영화로 만들어진다.구명철 감독(52)이 영화 ‘갈잎의 노래’(시네마월드필름 제작)에서 군산 대명동 화재 사건을 통해 황폐화된 사회와 정신을 고발한다. 방송국 PD 출신으로 주로 방송 프로그램과 CF를 제작해 온 구감독의 첫 장편영화다.‘갈잎의 노래’는 남편과 딸을 두고있는 수정이 IMF로 인해 사창가로 흘러들어가면서 겪게되는 일들이다. 화재로 5명의 윤락녀들이 죽는 사건이 벌어지자 수정이 지옥 같은 생활과 포주들의 잔혹한 행위를 세상에 폭로한다는 내용. 당시 수사기록과 전북여성협의회 자료 등 철저하게 사실에 기반한 고발영화다. 다음달 크랭크인에 들어가 11월 개봉 예정인 영화를 위해 구감독은 군산에서 스케치를 하고 김제 만경에서 주로 촬영할 예정이다. 구감독이 동시진행 중인 ‘꺽지’ 역시 군산이 배경이다. 소설가 김중태의 동명소설을 극화한 ‘꺽지’는 한국전쟁 섬진강 근처 산골에서 태어나 부모를 잃고 집창촌에 팔려가는 여성의 불우한 생애를 다루고 있다. 구감독은 “최근 영화가 집창촌을 흥미 위주로만 다뤄 영화인으로서 위기의식을 느껴왔다”며 “비교적 무거운 소재지만 국제적 영화제를 겨냥한 수작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두 작품 모두 삼성르노자동차, 삼성레미안, 아이오페화장품 등 CF를 통해 얼굴을 알려온 김유진이 주연을 맡게됐다.“평소 실화에 관심이 많았다”는 구감독은 시네마월드필름을 통해 유영철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영화 ‘잔혹한 살인’(가제)도 만들 예정이다.
조선왕조의 국조 태조 이성계(1335∼1408). 조선왕조의 본향, 전주에 세워진 경기전(사적 339호)은 이성계의 초상을 모신, 남한에 남아있는 유일한 태조진전이다. 국립전주박물관(관장 유형식)이 전주의 역사와 정체성을 찾기위해 ‘왕의 초상-경기전과 태조 이성계’를 특별기획했다. 조선의 정신과 문화를 상징하는 경기전과 태조 어진을 통해 조선왕조의 찬란한 역사가 되살아났다. (6월 30일까지 전주박물관 본관과 사회교육관)유물, 문헌, 사진자료 등 경기전 관련 문화재와 자료를 집대성한 이번 전시에는 국보 2점과 보물 4점을 포함, 20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문헌과 고지도를 통해 역사 속에서 전주의 변화를 살펴본 제1부 ‘조선왕조의 본향, 전주’, 무장에서 국왕이 되기까지 이성계의 생애를 조명한 제2부 ‘조선왕조의 개창자, 태조 이성계’, 왕실 최고의 화원들이 동원됐던 제3부 ‘태조 어진의 제작과 봉안’, 일제강점기 이후 경기전의 변모과정을 살펴본 제4부 ‘경기전의 역사’ 등으로 구성됐다. 전시의 중심은 111년 만에 일반에 공개된 보물 제931호 ‘태조 이성계 어진’. 경기전에 봉안된 태조 어진은 조선시대 제작된 어진 중 화재와 전란을 피해 온전하게 보존된 두 작품 중 하나며, 전신상으로서는 유일한 예다.노년의 경기전 태조 어진 유리원판 사진과 젊은시절 모습이 담긴 영흥 준원전 태조 어진 유리원판 사진이 나란히 전시돼 젊은시절 태조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이성계가 태조 등극 이전에 작성된 국보 131호 ‘이성계호적원본’은 관직과 족파, 노비 등 이성계의 삶이 정리돼 있는 역사적으로 귀중한 사료다. 이성계의 건국에 공을 세운 공로로 의안백 이하에게 하사된 국보 232호 ‘의안백 이화 개국공신녹권’은 개국동기와 포상 내용, 훈공에 관한 등급 결정 등이 기록돼 있다. ‘성석린 좌명공신 왕지’와 ‘진충귀의주목사왕지’ ‘숙신옹주가대사급성문’ 등 보물과 대한제국까지 특별하게 운영됐던 경기전이 일제강점기 이후 어떻게 운영됐는지 파악할 수 있는 ‘일제 강점기 경기전 관련 자료’도 전시됐다. 당초 기획했던 시민참여프로그램 ‘추억 속의 경기전’은 따로 마련되지 못했지만 시민들이 소장하고 있는 경기전 관련 자료 5점이 전시에 포함으며, 예원예술대 문화재과 학생들이 만든 경기전 모형도 설치됐다.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도 기획했다. 21일부터 6월 25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는 태조 어진과 경기전의 의미를 조명하는 강연이 열리며, 전시 관람 방법과 학습의 주안점, 전시 내용과 전시 유물을 설명한 ‘왕의 초상-교사용 지도서’와 전시 관련 퀴즈를 풀어볼 수 있는 ‘부모와 함께 하는 전시실 탐험’ 자료도 별도로 제작했다. 유형식 관장은 “조선왕조의 정통성을 바탕으로 전주가 전통문화도시로 나아가길 바란다”며 “전주와 전북을 대표하는 경기전과 태조 이성계를 통해 조선왕조의 깊이를 전하고 시민들에게는 자긍심을 심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2001년 민간위탁 문제로 단원 118명 전원 해촉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빚었던 전북도립국악원 예술단이 노조 창립 4주년을 맞아 ‘계약직 신분보장’을 쟁점화하고 나섰다. 한동안 주춤했던 ‘노조의 실력행사’도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17일 오전 9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내 국악원 무용단 연습실에서 진행된 노조 창립 4주년 기념식장. 도립국악원 예술단 노조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4년 전 불거졌던 해고 대상자의 연월차 수당과 임금 지급건 등을 둘러싸고 지리한 법정 공방 속에 전북도와 평행선을 달려온 예술단 노조가 ‘계약직 단원들의 신분보장’을 화두로 꺼내들었다.도립국악원 예술단의 최대 이슈는 ‘국악원운영 개정조례안’. 노조는 지난해 7월 도립국악원 사무국과 협상을 통해 ‘계약 자동 갱신’을 주요내용으로 한 조례개정에 합의했다. 그러나 입법예고 후 차일피일 미뤄진 조례개정안이 지난달 도의회에서 ‘미료안건’ 처리되면서 노조의 화살이 도의회쪽으로 향하고 있다. 반발의 수위도 한층 거세지고 있다.이번 조례개정안의 핵심은 ‘상임직원 채용 후 3년까지는 매 1년 단위로 평가해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고, 3년 경과 후부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 갱신한다는 것’. 도의회는 ‘유능한 상임단원의 충원기회 제공 상실’, ‘개인 능력개발 소홀로 인한 공연의 질 우려’, ‘공무원 개방형임용 등 시대적 흐름에 역행’ 등의 이유를 들어 조례개정에 일단 제동을 걸었지만, 도립국악원 노조측의 해석은 다르다.고양곤 도립국악원 예술단 노조위원장은 “자칫 3년이 경과되면 재계약을 위한 단원실기 평가(오디션)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지만, 오디션은 변함이 없다”면서 “이번 조례개정의 취지는 ‘계약기간’으로 해고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계약기간 보장’에 있다”고 밝혔다. 고 위원장은 또 ‘평정(근무평가·실기평가)에서 2년 연속 가등급(60점 이하)인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현행 규칙을 조례에 포함하는 단서 조항을 뒀기 때문에 도의회에서 우려하는 개인능력개발 소홀 등은 설득력이 없다고 덧붙였다.노조측은 조례안 개정에 반대한 도의회 입장을 조목조목 따졌다. 유능한 상임단원의 충원기회가 상실될 수 있다고 지적한 도의회는 ‘현행 도립국악원 예술단 규모가 타 시도에 비해 숫적으로 열세인 실정’을 간과하는 모순을 띠고 있다는 게 노조측의 입장. 유학식 노조 정책실장은 “최소 60명의 단원이 요구되는 관현악단의 경우, 현재 45명으로 정원이 동결돼 있고, 무용단 또한 최소한의 인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게 도립국악원의 현실”이라며 “공론화 과정없이 탁상공론식으로 처리되는 현행 행정체계에서 정책적 배려가 무엇보다 아쉽다”고 말했다.도의회에서 보류된 ‘국악원운영 개정조례안’을 놓고 도립국악원 사무국과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예술단 노조는 ‘주5일 근무 시행’과 ‘연수기간 보장’ 등을 주요 쟁점으로 지난 4월말부터 단체협상을 진행 중이다.
무엇을 숨기려고 하거나 똑똑히 말하지 않고 우물거릴 때 인용하는 말이다. <근원설화>이십 여세의 양반집 과부가 인물이 절색이고 음식 솜씨도 좋았으나 도와줄 가까운 친척도 없고, 한 푼 재산도 없는지라 먹고 살기 위하여 체면 불구하고 술집을 내었다. 이 소문이 퍼지자 오입쟁이는 물론 한다는 선비들도 집 가득히 모여들었고, 제각기 제 재주대로 과부를 유인하여 보았지만 굳이 절개를 지켜 일체 용납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 과부에게 이르기를 평생 독신생활을 하다가 늙어지면 재산이 천만금인들 외로워 어찌 살겠소, 남편을 얻어 자식을 두고 손자를 거느려 재미를 보느니만 못하니 재가(再嫁)하라고 권했다.과부 말에 난들 그 것을 모르겠소만 씨가 좋아야 자식다운 자식을 얻을 것인데 그 일이 어디 쉬운 일이요 하며 좋은 남자만 있으면 재가할 뜻이 있음을 밝혔다. 그 말은 곧 널리 퍼졌다.전부터 그 과부에 야심을 품고 매일같이 술을 마시러 다니던 근처에 사는 김선달도 그 말을 듣고 무슨 꾀로 과부를 손에 넣을까 궁리하던 차 한 가지 묘안이 떠올랐다. 어느 날 새벽에 김선달은 과부 술집에 가 급히 문을 두들겼다.과부는 그가 김선달이라는 말을 듣고 안면박대를 할 수 없어 들어오라 하며 무슨 일이 있어 꼭두새벽부터 법석을 떠느냐 하니 김선달이 거짓으로 아내가 볼일이 있어 친정에 가 이삼일 후에나 온다고 했기로 급히 가서 만나야겠는데 밥을 지어 먹고 떠날 시간이 없어 술이나 한잔 마시고 가야겠다고 했다.과부가 묻기를 무슨 급한 일이 생겼냐니까 아무 말이 없이 오직 “ 꿈 꿈”하며 손으로 제 입을 막았다.“부인에게 무슨 불길한 꿈이라도 꾸셨나요”“아니 아니”김선달은 손을 내저으며 또 한 손으로는 제 입을 막았다. 말 못할 큰 꿈을 꾼 듯이.그때서야 과부는 깜짝 깨달았다. 그렇다 예로부터 남녀간에 용꿈을 꾸면 귀한 자식을 얻는다 하였고, 또 용꿈을 꾸었다 할지라도 남녀 관계가 있기 전에 남에게 용꿈 꾼 사실을 이야기 하거나, 또 시일이 지나면 효과가 없다고 하였는데 지금 김선달이 용꿈을 꾸고 급히 아내를 만나러 가려고 하는 것이 틀림없다고 여겼다.이렇게 생각한 과부는 이제야 큰 씨를 받을 좋은 기회가 왔는데 천치가 아닌 바에야 어찌 김선달을 자기 부인에게 가도록 놓아 주겠는가.그날 새벽에 김선달은 그렇게 애타던 과부와의 인연이 맺어졌다.
한국 현대시 100년사에서 고창 출신 미당 서정주(1915~2000)가 우리 시인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시인으로 조사됐다.계간 「시인세계」가 김남조 신경림 천양희 오탁번 강은교 신달자 이성복 안도현 등 원로·중진에서 젊은시인까지 15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서정주와 정지용이 현역시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시인으로 꼽혔다.서정주의 「화사집」과 「동천」 「서정주 시선」 「질마재 신화」 등 여러 권이 추천됐으며, 정지용은 「정지용 시집」과 「백록담」 등이 추천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결과를 분석한 문학평론가 김인환 고려대 교수는 “미당과 지용의 작품은 채(彩)라고 요약할 수 있다”며 “이번 설문조사에서 꼽힌 시인과 시집들은 새로운 시인들이 전진해 나아가야 할 처녀지를 비춰주는 등대들이다”고 평했다.서정주의 「화사집」(1941)은 ‘현대시 100년사 5권의 시집’에도 포함됐다.
어른이 된다는 건 어떤 것일까. 시간이 지나 육체적 성숙 단계를 거쳐 나이가 들면 누구나 어른이 되는 것일까. 16일은 성년의 날이다. 성년이 된 아들딸을 둔 이 땅의 아버지, 어머니는 뿌듯함 한켠에는 자신들의 품에서 떠나보내야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사실에 마음 홀가분하지 만은 않다. 아무런 훈련도 없이 훌쩍 어른이 되어버린 새내기 성년들. 그러나 마냥 가슴 설레고 우쭐해야할 날만은 아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책무도 뒤따르기 때문이다.△어른 되기의 어려움(이수태 지음/ 생각의나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믿는 어른, 어떤 불편도 감수하려 들지 않고 자유의 혜택만을 누리려는 이기적인 어른들, 사유와 반성은 까마득한 옛날의 것이 되어버린 어른들, 일상의 덧없음과 부질없음을 허덕이며 따라가는 어른들…. 저자는 어른은 시간이 지나면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저자는 자신의 일상 하나하나를 통해 반추해낸 성찰과 성장의 기록을 이 책에 옮겼다. 그에게 비춰진, 한없이 신비하고 완전해 보이던 어른의 세계는 아직도 머뭇거리는 아이의 모습이다. <어른 되기의 어려움>은 큰 것, 강한 것, 힘센 것, 자극적인 것이 세상의 중심에서 위압하는 우리 사회에서 작은 것, 약한 것, 소박한 것이 우리 삶의 진정한 뿌리임을 일깨워 주는 책이다. △어른이 되어 다시 듣는 이야기(호르헤 부까이 지음 /명진출판사) 우리는 수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어른이 되어간다. 우리가 듣고 자란 하나하나의 이야기 속에는 앞서 어른이 된 사람들이 전해주는 인생의 지혜가 담겨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성장하면서 그 이야기들을 하나둘씩 잊기 시작한다. 어른이 되면서 매일 찾아오는 선택의 순간. 아무것도 결정짓지 못하는 무기력함, 주변 시선에 대한 두려움, 정체성에 대한 고민 등 혼자 힘으로 맞서 싸워야 일들이 그만큼 많아진다. 정신과 전문의이자 심리 치료사인 저자는 대학교 졸업을 앞둔 데미안과 일 년간 상담하면서 그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어른이 되려는 길목에서 젊은이들이 겪는 인생에 관한 물음과 저자의 답변이 짧은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소중한 내 아들에게만 전해주고싶은 아버지의 편지(필립 체스터필드 지음 /유원) 18세기 영국의 교양인이자 외교관이었던 필립 체스터필드. 이 책은 저자가 네덜라드 대사 시절,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엮은 것으로 1774년 출간됐다. 막 사회 진출을 앞두고 있는 아들에게 자신의 40여 년의 경험을 토대로 지성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소양을 두루 일러주고 있다. ‘젊어서 꼭 해야 할 일들’ ‘큰 그릇이 되려면 이렇게 하라’ ‘최고의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책과 여행을 통해 세계를 배워라’ ‘자신의 세계관을 확립하라’ ‘어떤 친구와 우정을 쌓아나갈 것인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비결’ ‘훌륭한 인격을 형성하는 데 힘써라’ ‘세상에 나가서도 슬기롭기를’ 등 모두 9개 소주제로 구성된 이 책은 일과 놀이, 책과 공부, 여행과 세계관, 친구와 대인관계, 매너와 화술 등이 소개돼 있다.
트렌드(Trend)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경향, 동향, 시대의 풍조, 사태나 여론이 특정한 방향으로 기운다는 뜻이다. 이 책의 서문에서 트렌드는 논리적, 추세적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나타날 것이 유력한 현상을 의미한다고 밝힌다. ‘유력하다’는 말을 바꿔 얘기하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틀릴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이 말에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가 뭘까. 이 책은 90여명의 경제 경영분야 전문가들이 우리 사회의 위기대응과 경영혁신을 연구하고 있는 LG경제연구원에서 2010년 대한민국은 과연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놓고 벌인 난상토론을 요약한 보고서이다. 소비, 산업, 사회문화, 인구, 경영, 국내경제, 글로벌 등 총 7개의 핵심 트렌드 챕터를 분류하고 각 챕터마다 소주제를 담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예시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2010년이라면 불과 5년 뒤다. 5년 후의 한국을 예측하는 일은 오류를 피하기 어려운 작업이다. 그러나 가능한 미래상을 그려놓고 다가올 5년을 준비하는 진취적인 노력마저 포기할 수는 없다.” LG경제연구원 이윤호 원장의 말이다. 불확실성이 완벽히 제거된 미래란 있을 수 없겠지만, 최소한의 불확실성이라도 하나씩 제거해 나가려는 노력은 미래를 준비하는 진정한 자세일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준비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 같다.
“글을 쓰는 사람은 삶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글로 옮겨쓸 줄 아는 재주가 있어야 합니다. 매끄럽게 읽혀지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죠. 그렇다고 재미만 있고 뜻이 없으면 공허하니 나름대로의 생각을 담고 싶었습니다.”수필가 오현씨(59)가 네번째 수필집 「상수여수(上壽如水)」(도서출판 정명)를 펴냈다. 건설업에 종사하며 쓰기 시작한 칼럼이 바탕이 되어 순수문학의 길에 들어선 그는 칼럼과 수필의 기능이 접목된 글을 써왔다. 일상에서 찾아낸 소박한 즐거움과 사회 부조리에 대한 비판적 사고가 공존하고 있는 글은 독특한 색깔을 전한다.등단 10년째를 맞아 내놓은 이번 수필집에서 사색의 깊이는 한층 더 깊어졌다. 옛 것을 바라보는 오씨의 주관적 사상이 적절하게 녹아있는 작품들이다. “늦게 출발한 만큼 남들보다 책 읽고 글 쓰는 일을 더 가까이 하려고 애쓰고 있죠. 한권 한권 수필집을 발간할 때마다 기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더 큽니다.”1994년 한맥문학을 통해 등단한 오씨는 지역 출신 문학인과 문학사 정리에 나서 백릉 채만식 생애와 문학」을 펴냈다. 현재 국제펜클럽, 전북문인협회, 전북수필문학, 표현문학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혼미함과 정체상황에 빠져있는 한국 시단에 탈관념 시론의 연장선상에 있는 ‘디지털리즘의 문학’이 발표됐다. 탈관념적인 디지털 문학의 원점은 이상의 시.시인과 문학평론가로 활동 중인 부안 백산 출신 오진현씨(59)가 「이상의 디지털리즘」(범우사)을 펴냈다. 오씨가 20여년 간 ‘시의 수학적 존재 증명’이라는 가설을 끈질기게 탐구해 온 결과다.그가 주장하는 디지털 문학의 시쓰기는 ‘읽는 시가’ 아닌 ‘보는 시’를 창작해 내는 것.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문학 개념인 디지털 관점으로 이상의 작품 세계를 분석한 그는 다다이즘이나 초현실주의 입장에서 해석된 ‘오감도’ 15편과 ‘선에 관한 각서’ 3편을 분해, 해부, 조립해 디지털화에 성공했다. 책은 ‘디지털리즘’과 ‘이상의 디지털리즘 세계’ ‘직관시의 수학적 존재 증명’ ‘디지털리즘 미당이 오다’ ‘첫나비, 아름다운 의미의 비행’으로 구성됐다. 1975년 「시문학」을 통해 등단한 오씨는 시론집 「꽃의 문답법」에서 ‘탈관념 문학’을 선언하고 2001년 발표한 시집 「첫나비, 아름다운 비행의 의미」에서 생태적 즉물과 판타지를 실험하고 있다.
1980년 5월 18일. 다시 그날이다. 그 시절, 치열하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는 누구인가. 광주를 떠올리기에 지금 이 세상은 너무도 가벼워진 것 아닌가. 그러나 5월의 광주는 여전히 핏빛이고, 소설가들에게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두고두고 되새김질해야 할 일이다. 그들은 불꽃처럼 스러져간 생명들에 대한 진혼굿과도 같은 글들을 넋두리처럼 써내려간다. 그것은 80년대 상처와 정면으로 맞서는 일이기도 하다. ‘5월 18일 12:00, 조선대학교 부근’ ‘5월 20일 14:00, 금남로’소설 속 소제목이 말해주듯 임철우의 「봄날」(문학과 지성사)은 자료와 증언을 바탕으로 광주민중항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형식의 소설이다. 5·18 당시 전남대 1학년생이었던 그는 ‘넋이 되어 떠난 이들에 대한 미안함 혹은 살아남은 자로서 죄책감’으로 현장을 기록해 나갔다. 죽어가는 선후배들 사이에서 ‘짱돌 몇 개밖에 던지지 못했던’ 멍에를 글로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국군의 총과 탱크에 포위돼 공포에 떨고있는 광주의 모습을 전하고 있는 이 소설은 각주와 사건 현장의 약도를 곁들여 사실성을 입증했다. 광주항쟁의 배경과 발단, 전개, 결말 등 광주의 진상을 전면적으로 드러냈다.두 번의 결혼을 광주 시민군 출신과 했을 정도로 5·18과 깊은 연관이 있는 소설가 공선옥은 ‘그 해 오월’의 기억을 모질게 붙잡고 있다. 그러나 그의 소설 「피어라 수선화」(창작과비평사)는 ‘그 해 오월’에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다.살아남은 자의 슬픔. 그들의 상처는 주변 사람들에게 또다시 상처를 남긴다. ‘흰달’에서는 5·18의 상처로 방황하는 남편의 외도로 상처받는 아내가, ‘목숨’에서는 5월만 되면 정신적 갈등을 겪는 재호의 아이를 가진 혜자가 등장한다. “80년대를 벗어나려면 고통을 감수하며 껴안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는 공선옥은 소설을 통해 광주를 껴안고 있는 것이다. 20년의 세월을 훌쩍 넘어 광주가 성인이 되던 해, ‘광주를 지키는 작가’ 문순태는 「그들의 새벽」(한길사)을 세상에 내놓았다. 광주항쟁 당시 전남매일 기자였던 그가 금남로 현장에서 썼던 취재수첩을 펼친 것이다.최후까지 목숨을 걸고 전남도청을 지킨 무장시민군 대부분은 구두닦이, 철가방, 양아치, 공장직공 등 하층민이었다. 그는 소설을 통해 ‘그들이 죽음을 선택한 것은 신념이나 이념 때문이 아니었다. 그들은 이념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다. 단지 사람답게 살고 싶었던 마지막 자존심 때문이었다’고 말한다.지금의 청소년들에게 5·18은 1980년 5월의 어느날로 기억되는 것은 아닐까. 공장 노동자를 거쳐 다방 종업원으로 일하던 누나는 광주항쟁에서 과도하게 헌혈을 한 탓에 기력이 쇠해 죽어갔다. 5년 전 누나의 죽음을 두고 중학교 3학년인 기열이는 역사적 사건에 차분하게 접근해 나간다. 광주항쟁이 역사책 속 이야기처럼 아득하게 느껴질 오늘의 청소년들에게 윤정모는 ‘그날의 아름다운 사람들을 기억하며’ 「누나의 오월」(산하)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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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송 시인, '2024년 한국 예인문학 문학대상' 수상
추위 녹이는 클라리넷 연주⋯신재훈 독주회
박용근 의원 제기한 전북문화관광재단 본부장 심사 개입 의혹…법률상 '위법 사항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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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사진센터 부설 사진연구소 1983, 회원전 '새만금' 연다
정가 선율에 취하다, '시조와 가곡으로 듣는 우리 소리'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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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풍경']까치밥
사회적기업 미소능력개발센터, 방화선 선자장 홈페이지와 쇼핑몰 제작 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