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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으로 하나되는 세상

오는 15일 불기 2549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부처님의 자비를 상징하는 등불이 도심과 사찰을 환히 밝힌다. 불자와 시민과 함께하는 올해 봉축행사의 주제는 ‘우리도 부처님같이 나눔으로 하나되는 세상’.대한불교 조계종 17교구 본사인 금산사를 비롯한 도내 각 사찰들은 봉축법요식, 점등법요식, 제등행렬 등 부처님 오신 뜻을 기리는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6시30분 전주시청 앞 노송광장에서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회(위원장 평상스님·금산사 주지)가 봉행한 연등축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이 오른 부처님오신날 기념행사는 각 사찰마다 주말과 휴일까지 이어진다. 본 행사는 부처님오신날에 진행되는 봉축법요식. 15일 오전 10시부터 전북불교회관을 비롯한 도내 각 사찰에서 일제히 봉행된다. 이날 오전 11시 전국의 사부대중이 참석하는 가운데 열릴 금산사 봉축 법요식은 월주스님의 봉축법어, 김백호 금산사신도회장의 봉축사, 강현욱 도지사의 축하 메시지 순으로 행사가 진행된다. 부처님이 태어날 때 아홉마리의 용이 물을 뿌려 목욕을 시켰다는 전설을 재현한 ‘관불의식’, 불자와 시민과 함께하는 ‘점심공양’, 그리고 경로잔치 등 부처님 오신날을 기념하는 다채로운 행사들도 열린다. 봉축법요식을 치른 각 사찰에서는 어둠이 짙어지는 오후 7시 관등점화와 함께 관등놀이가 펼친다. 앞서 14일 오후 3시 전북불교대학 4층 큰법당에서도 ‘우리도 부처님같이’라는 주제로 봉축법회가 봉행되며, 부처님오신날을 기리는 연등점등, 육법공양의식, 관욕식 등의 행사도 마련된다. 이달말까지 김제 금산사와 진안 금당사에서 전시되고 있는 ‘태공월주 큰스님 인도불교 유적지 순례 사진전’도 볼거리다.올초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이 부처님이 탄생한 룸비니와 깨달음을 터득한 보드가야, 첫 설법을 한 사르나트, 열반한 쿠쉬나가르 등 인도불교 4대 성지를 순례하는 장면 70여 장이 소개돼 있다. 월주스님의 인도 순례에 동행했던 진안 마이산 금당사 주지 성호스님이 촬영한 사진들이다. 이밖에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회가 주최하고, 전주불교청년회가 주관한 제2회 전북어린이 큰잔치 사생대회에서 입상한 수상작이 21일 오후 2시 전북불교회관 3층 시민선방에서 전시되며, (사)파라미타 청소년협회 전북지부가 주최하는 제9회 청소년모악축제가 28일 오전 9시 금산사 경내에서 열린다.백일장대회(운문·산문)과 사생대회(한국화·서양화)가 치러지는 제9회 청소년모악축제에는 댄싱, 사물놀이 등 청소년 한마당 어울잔치가 흥겨움을 더해준다. 염주, 행택, 컵 만들기와 모악산 살리기 운동 등의 부대 행사도 마련돼 있다.

  • 문화일반
  • 안태성
  • 2005.05.14 23:02

전북마을춤진흥회 학교문화예술교육사업 선정

(사)전북마을춤진흥회(이사장 김경주·우석대 교수)가 문화관광부가 지원하는 ‘2005 학교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에 선정, 전북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마을춤 보급 운동에 힘이 실렸다. 이미 4월 초부터 완주 봉서초등학교와 삼례여중, 한별고에서 초·중·고교 학생 130여명을 대상으로 ‘우리춤으로 배우는 전북민속’을 진행해온 전북마을춤진흥회는 이번 선정으로 1억2천만원(문광부 6천만원, 전라북도 3천만원, 완주군 3천만원)을 지원받게 됐다.1990년부터 지역 고유의 전통과 정서에 근거해 무대화시킨 마을춤은 완주 ‘줄다리기춤’, 고창 ‘모양성밟기놀이춤’, 정읍 ‘단속곳춤’, 익산 ‘지게놀이춤’, 전주 ‘비범벅춤’, 남원 ‘닭과지네춤’, 김제 ‘단야효애춤’, 임실 ‘회다지춤’, 전북 ‘소고춤’ 등. 이를 수준별로 세분화시켜 42개의 작품으로 재구성했다.춤교육프로그램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학교 안 프로그램’ 외에도 여름캠프 ‘명사와 함께하는 우리춤 체험학교’, 어울림 축제마당 ‘축제야 놀자’, 우리손으로 만드는 우리춤 공연 ‘우리들의 춤결’ 등 ‘학교 밖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김경주 이사장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역 민속에 근거한 마을춤으로 학생들에게 애향심과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는 효과적인 교육프로그램으로 기대된다”며 “지역의 역사와 민속이 살아있는 마을춤을 통해 전북 고유의 독창적인 문화를 창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번 시범사업에는 전북마을춤진흥회 외에도 전주독립영화협회와 공공작업소 심심과 연계한 전주한옥생활체험관, 임실문화원 등과 연계한 필봉농악보존회 등이 지원대상으로 선정됐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05.13 23:02

'붕어빵 하나에 사랑 한 움큼'

‘사랑의 붕어빵에는 계절이 따로 없다.’익산 황등면에 위치한 성일고등학교 학생들은 매주 월요일 저녁이면 학교 기숙사 뒤편에 놓인 붕어빵 수레앞에 줄을 선다. 손수레에 붕어빵 굽는 기계를 설치해놓고 학생들을 맞이하는 사람은 이 학교 김세환 교사(32). 학생들의 말과는 달리 빵가게 주인인 김교사는 한사코 공짜는 없다고 우긴다. ‘붕어빵 한 개에 사랑 한 움큼’이라는 게 그의 답변이다. 야간 자율학습중인 제자들을 위해 가끔 빵과 음료수를 사서 나눠주던 김교사는 붕어빵이 좋겠다는 생각에 인터넷 벼룩시장을 검색, 지난 2월 인천까지 달려가서 붕어빵 수레를 구해왔다. 그리고 학교 기숙사 뒤편에 이 수레를 놓고 새 학기가 시작된 3월초부터 본격적으로 빵을 굽기 시작했다. 전교생 270여명인 농촌 고교에서 매주 월요일 김교사는 구워내는 붕어빵은 400∼500개. 오후 7시께 야간 자율학습이 시작되면 2학년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각 교실로 배달도 해준다. 그는 “붕어빵을 통해 아이들과 사랑을 주고 받는 만큼 공짜가 아니다”며 “처음에는 혼자 시작했지만 이제 동료 교사들이 찾아와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교사는 퇴근 시간인 오후 5시께부터 3시간 30분동안이나 꼬박 서서 비지땀을 흘려야 하지만 줄지어 기다릴 제자들을 생각하면 월요일이 ‘기다림의 시간’이 되었다며 활짝 웃었다.

  • 문화일반
  • 김종표
  • 2005.05.13 23:02

스승의 날은‘제자 사랑의 날’

“우리 학교에서 스승의 날은 교사가 학생들에게 보다 특별한 사랑과 관심을 쏟는 제자 사랑의 날입니다.”정읍중학교(교장 옥치용) 전체 교사 35명은 12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어렵고 힘든 학생들에게 나눠줄 사랑의 선물을 준비했다. 선물은 각 학급 담임과 생활지도 교사가 추천한 19명에게 주어질 예정이다. 이 학교 교사들의 스승의 날 ‘제자사랑 제자돕기 운동’은 지난 2002년부터 올해로 4년째다. 교사들이 제자에게 전해주기 위해 각각 준비한 선물의 종류로는 속옷과 운동화·가방이 가장 많다. 첫해에는 교사들이 제자사랑의 마음을 공개적으로 전했지만 행여 선물을 받는 사춘기 학생들이 마음을 다칠까 우려, 2003년부터는 이같은 사실을 다른 학생들이 알지 못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제자 사랑의 날 행사를 주관해 온 서진용 교사(44·사회과)는 “스승의 날을 놓고 부정적인 말들이 나오는 시점에서 제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며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뿐 아니라 학교에서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교사는 또 “태어나서 지금껏 단 한번도 선물을 받지 못했는데 선생님께 첫 선물을 받았다며 눈물을 글썽이는 학생도 있었다”면서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던 제자들이 뜻밖의 선물을 받고 점차 행동에 변화를 보일때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 문화일반
  • 김종표
  • 2005.05.13 23:02

[템포-커버스토리] 조금 만든 만큼 맛 더 깊어짐

씩씩한 활엽수들 사이에서 또한 씩씩하게 자라난 키 작은 차나무 군락은 황홀했다. 새순 바치고도 한결 건강해진 차나무 잎들은 더 푸르다. 넉넉잡아 1만여평에 이르는 순창군 적성면 강경마을 자생차밭은 차인들에게 자생차의 특별한 맛을 전해주는 보고가 됐다. 넓이로만도 좀체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인데다 자생할 수 있는 환경조건이 빼어난 덕분이다. 올해 강경마을 자생차밭 차잎 수확은 지난 4월 30일부터 시작됐다. 예년보다 일주일 정도 늦어진 것은 냉해 등 기온변화 때문이다. 그보다 며칠 앞서 구미마을에 들어갔던 박시도씨는 한달동안 이어질 차만드는 일을 위해 땔감을 비롯해 준비작업을 모두 해놓았다. 자생차밭의 수확량은 매우 적다. 같은 규모의 재배차밭 수확량과 비교한다면 30분의 1정도에 그친다.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비료를 쓰거나 인공적인 관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 스스로 자랄 만큼 자란 나무로부터 꼭 그만큼한 얻어내는 일은 곧 욕심을 버리는 일과 같다. 수확량에 집착하다보면 자연히 차나무의 생장과 번식을 촉진하는 인위적인 관리가 필요하게 되고, 자생의 가치는 없어지게 된다. 인위적인 생장돕기를 철저하게 경계하는 박씨 부부의 강경마을 자생차밭은 모범적으로 지켜지는 차나무 군락이다. 1년동안 이 차밭에서 생산되는 차 수확량은 완성품으로 15000g 정도. 100g짜리 차통으로 계량해 150통을 얻는다. 같은 규모의 재배차밭에서 얻는 수확량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본격적으로 차잎따러 나서는 사람들은 많게는 하루 30명, 적게는 10여명이지만 하루 종일 따도 그 양은 한사람당 1kg을 넘기 어렵다. 차잎따기는 대개 마을 주민들이 농번기를 피해 동원되기도 하고, 차동호인들의 품앗이로 이어진다. 차수확이 시작된 지난 일주일동안 벌써 여러팀이 품앗이를 위해 다녀갔다. 그 댓가는 자생차밭 햇차의 향긋한 향과 맛을 나누는 기쁨으로 돌려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자생차는 4계절 내내 따로 따로 수확이 가능하지만 박씨 부부는 첫물인 봄에만 차잎을 수확할 뿐 여름과 가을 초겨울의 차잎따기는 하지 않는다. 제 스스로 생명을 틔우고 성장하는 차나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이들 부부는 생각한다. “계절마다 향과 맛이 다르지만 어쩐지 너무 많은 것을 빼앗아간다는 미안함 때문이다”고 정씨는 말한다. 가을이 깊어가는 10월이 되면 차나무는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흰색 차꽃이 활짝피면 강경마을 자생차밭은 화려한 꽃무리로 마음을 빼앗는다. 여름과 가을의 차잎 수확을 포기하는 대신 이 부부는 꽃이 떨어지기를 기다려 차씨를 받는다. 받아온 차씨는 겨울을 나는 동안 묻어두었다가 봄이 되면 땅에 뿌려 새 생명을 얻게 된다. 박씨 부부가 관리하는 고창과 순창의 자생차밭에서 얻는 차씨들은 마을 사람들과 차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지거나 내장산 근처 1만여평의 밭에 터를 잡았다. 대개 3개월이 되면 싹을 틔워 자라기 시작하는 차나무는 적어도 5년이 지나야 차잎 수확이 가능하지만 이들은 7년이 될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박씨 부부가 생산하는 강경마을의 자생차는 첫물인 봄에 나는 차다. 햇차의 향긋한 내음도 맑지만 신선한 맛이 그만이다. 햇차와 함께 부부가 만드는 또다른 차들이 있다. 발효차인 황차와 일명 떡차라고도 부르는 ‘덩어리차’다. 황차는 일반인에게도 알려져 있지만 덩어리차는 생소하다. 모양도 독특하지만 우려내는 방식도 특별해서 좀체 대중화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황차는 덖는 과정이 없이 그 자체로 비벼서 하룻동안 뜨듯한 온돌방에서 발효시켜 건조시키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차다. ‘고뿔차’라고 불리울 정도로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기능이 있어 즐겨찾는 사람이 많다. 부부는 이 차 외에도 옛사람들이 즐겨했던 차의 종류를 찾아 재현해낼 생각이다. 우리 차문화의 가치와 역사를 찾는 일 중의 하나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들이 자생차밭을 찾아내고 보존해나가는 과정에는 마음을 함께 하는 차인들이 적지 않다. 구미마을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홍순기씨(33)는 제주 출신이지만 자생차밭 지키기에 기꺼이 참여한 차인이고 정씨의 후배인 노은아씨(40)도 시간만 나면 달려와 일손을 돕는 자원봉사자다. “젊은 사람들 차만드는 일을 보니 무슨 고생을 저렇게 즐겁게 할까 싶다”는 집주인 김갑덕 할머니(82)도 이들 부부의 든든한 후원자 .강경마을 자생차밭에 나온 이들의 차잎따기에 행복이 가득 실렸다. 그렇고보니 이 부부는 자생차밭 지키기가 이제 시작이라지만, 이미 장거리 달리기의 중반을 넘어선 것이 틀림없다.

  • 문화일반
  • 김은정
  • 2005.05.13 23:02

[템포] "군락 찾았을땐 자지러질듯 기뻤죠"

“자생차밭에서 나온 차는 맛도 향도 달라요.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또하나의 선물이죠. 재배차밭에서 나온 차와는 전혀 다른 전통 한국차를 보존하는 일이 절실합니다.”박시도(41) ·정정숙(42)씨 부부에게 봄은 자생차 만들기의 행복함을 제대로 만끽하는 시간이다. 20대 중반에 차를 만나 아예 전공과 직업을 바꾸어버린 이들에게 자생차는 삶의 가치관을 지켜갈 수 있게 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전주한옥마을에서 전통찻집 ‘다문’을 운영하는 이들 부부의 삶은 자생차밭을 찾아내고 지켜가는 노정이다. 차를 즐기다가 아예 단골로 드나들던 찻집(전주 오거리 ‘다문’)을 인수받아 찻집주인이 된 박씨와 아내 정씨가 다시 한옥마을에 새터를 잡은 것이 7년전. 지금은 정갈한 한정식으로 이름이 더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 부부에게 ‘다문’의 의미는 전통찻집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차에 빠지면서 우리 전통차의 가치에 눈을 뜨게 되었지요. 근래들어 우리차의 가치나 역사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지만 우리 차문화는 많이 왜곡되어 있어요. 일제가 남긴 영향이기도 합니다.”차 이름이 ‘녹차’로 통칭되는 것도 일본의 영향이라고 말하는 박씨는 우리차의 고유한 특성을 살려 함께 나누는 진정한 차문화 운동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자생차밭은 이 부부의 우리차에 대한 관심이 이어낸 결실. 오래전부터 전북지역의 자생차나무 군락을 찾아다녔던 부부는 고창과 순창 안정리와 세룡리의 자생차밭을 발굴해 관리하면서 자생차나무가 갖는 가치를 새롭게 깨달았다. 순창 적성면 강경마을의 자생차밭은 아예 ‘자생차밭 보존 운동’을 마음먹고 나선 이후 얻은 가장 큰 결실. 강경마을 차밭의 존재를 찾아낸 과정도 흥미롭다. 5년전, 전북일보 기사에 소개된 적성강 생태환경의 ‘자생차밭 분포’ 부분을 주목했던 남편 박씨가 그 일대 답사에 나섰다. “자료도 없이 일대를 뒤지고 다닌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활엽수 빽빽히 들어선 산등성이에 펼쳐지는 차나무 군락을 발견했을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요.” 옆에 있던 아내 정씨의 표현대로라면 ‘자지러질듯한 기쁨’이었단다. 4년전부터 마을 어른들과 상의해 차를 수확하기 시작했다. 많게는 30명이 동원되기도 하고 적게는 10여명이 동원되는 차잎따기는 대개 4월 하순부터 5월 하순까지. 길어도 한달은 넘지 않는다.부부는 자생차를 만들기 위해 강경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동계면 구미마을의 마음 넉넉한 김갑덕할머니 집의 한켠과 바로 뒷편의 빈집을 얻었다. 차만드는 일은 평생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는 할머니는 젊은 부부 덕분에 차만드는 일을 배웠다고 들려준다. 차를 만들기 시작할 즈음이 되면 부부는 마음 설레인다. 자연히 찻일을 하는 봄 한달은 생활기반이 되는 ‘다문’도 뒷전이 된다.“앞으로 해야할 일이 더 많을 것 같애요. 전북지역의 차유적지를 찾아내는 것도 그중의 하나지요."성신여대 문화산업대학원에서 예절다도를 전공하고 있는 정씨의 바람은 묻혀있는 전북의 차문화 역사를 정리하는 일이다. 차잎 따랴, 비비고 덖으랴, 하루 종일 쉴새 없는 중노동이 이어지는 생활. 생산량에 매이지 않으니 인건비도 못건지기 다반사지만 그래도 이 부부에게 이만큼 큰 행복도 없다.

  • 문화일반
  • 김은정
  • 2005.05.13 23:02

[템포] 자생茶 배어나오는 香

4월의 봄바람 행렬이 너무 앞섰었나보다. 훌쩍 여름으로 가나했더니 신록이 깊어진 산과 들판에서 아직 봄바람이 주춤거린다. 순창군 적성면 석산리 강경마을의 자생차밭을 찾아가는 길은 초여름 햇살을 받아 차오르는 산천의 푸르름으로 눈부시다. 차나무 새순도 이 햇살을 받아 쑥쑥 제 몸을 키웠을 것이다. 강경마을은 동계면 귀미리 구미마을을 거쳐 적성강을 따라 가다 왼쪽으로 올라가면 만나는 마을이다. 얼마전까지만해도 포장되지 않은 흙길이었지만 마을사람들의 교통편의를 위해 마을회관이 있는 마을 입구까지 아스팔트 포장이 됐다. 마을사람들은 말끔히 단장된 도로위로 시내버스가 달려 마을까지 닿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 버스는 닿지 않는다. 자생차밭은 한가로워보이는 강경마을을 안고 있는 높지않은 산에 분포되어 있다. 들길을 따라 산길로 접어들어 10여분. 건강한 활엽수들 사이로 씩씩한 자생차나무 군락이 펼쳐진다. 전남의 이름난 차밭을 상상한 사람들에게 산등성이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자생차밭은 의외의 풍경이다. 지난 4월말부터 찻잎따기가 시작됐지만 씩씩하게 자란 차나무의 새순들은 차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제 몸 숨기지 않고 활짝 웃고 있다. 강경마을의 자생차밭은 차인(茶人) 부부 박시도·정정숙씨에 의해 발견됐다. 그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거나 지리적인 여건과 생태학적인 특성으로 자생차밭의 존재가 추정되긴 했지만 이들 부부에 의해 군락이 발견되어 차를 생산하게 된 것은 4년전부터. 마을 사람들이나 이 산을 찾아다닌 사람들의 눈에 안띄었을리 없지만 차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이 소중한 차나무 군락은 그저 활엽수 사이에서 자라는 초목에 불과했을 것이다. 이 군락의 면적은 대략 1만여평 정도. 전문가들은 전남에 대규모 야생차밭이 있긴하지만 인간의 손길을 아예 거치지 않고 스스로 씨앗을 퍼뜨리고 스스로 자라 수명을 다하는 자생차밭의 군락지 면적으로는 보기 드문 규모라고 놀라워한다. 자생차밭 군락이 있던 곳은 고려시대 사찰이 있던 폐사지다. 차나무 군락 역시 고려시대부터의 연원이 추정되고 있다. 강경마을 자생차밭의 존재는 ‘자생차밭 보존’에 나선 차인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의미다. 규모로도 그렇지만 차나무가 자라는 환경도 더없이 천혜의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다서(茶書)들이 꼽고 있는 자생의 기본적인 조건은 물론이고 강과 암반을 끼고 있어 연중 강수량을 비롯해 자생할 수 있는 최적의 요구 조건을 갖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자생차밭이 단일수종의 나무들과 어울려 있는 것과는 달리 강경마을의 자생차나무 군락은 다양한 활엽수들이 공존한다. 박씨는 “활엽수의 씩씩한 기운을 마시고 자란 차나무의 잎은 맛도 다르다”고 말한다. 차나무 군락지에 들어간 박씨부부와 차인들의 손길이 바빠졌다. 새순 따내는 마음 미안한 감 없지 않으나 그 향과 맛으로 속세의 인간들을 순하고 행복하게 할 수 있으니 그 또한 즐거움이 아닐까. 바람 살짝 스치니 차나무 향이 퍼진다. 스스로 자란 차나무에 행복해하는 차인들의 기쁨을 알겠다.

  • 문화일반
  • 김은정
  • 2005.05.13 23:02

[문화광장] 영화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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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5.05.13 23:02

[문화광장] 전시만나기

△ 왕의 초상17일부터 6월 30일까지 국립전주박물관 본관, 사회교육관 기획전시실. 태조 이성계의 초상과 이를 모신 경기전을 조명하는 특별전이다. 조선왕조의 본향이자 전주를 대표하는 사적으로서 경기전을 살펴보고 조선왕조의 정신을 되찾고 문화도시 전주를 새롭게 깨닫게 하는 자리다. 전시기간 중 매주 토요일 특별전 관련 강연도 마련다. 063) 223-5652 △ 미술관 속 동물원29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푸르름이 더해가는 모악산 품에 안긴 전북도립미술관이 유쾌한 동물원으로 변신한다. ‘생활 속 미술’을 실천해 온 21명의 작가들이 초대돼 조각과 설치 등 100여점을 미술관 안팎에 전시한다. 작가와 함께하는 미술수업 ‘그림 속으로’ 등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행사도 열린다. 063) 222-0097△ 꿈의 정원20일까지 전주 민촌아트센타. 자연의 노래와 생명의 노래를 담은 한국화가 엄기석 개인전. 한국화의 전통적인 화법에서 과감하게 탈피한 작가는 채색 테라코타와 혼합재료를 통해 묵의 새로운 조형성을 찾아낸다. △ 강남인 개인전 13일부터 19일까지 전북예술회관. 정적인 모노톤의 단정한 화면을 선보여온 서양화가 강남인의 개인전. 극사실적으로 표현된 근경의 사물과 추상적 표현의 배경으로 구분되는 이중적 구도를 주로 사용하는 작가는 구상주의의 경지를 보여준다. △ 석인돈여스님 개인전13일부터 19일까지 전북예술회관. 불화 및 불교를 소재로 한 서화와 도자기 등을 전시한다. 형질로 나타나지 않는 종교의 진리를 작품세계를 통해 세상에 전한다. 011-651-0933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05.13 23:02

[문화광장] 공연만나기

△라이온 킹13일 오전 10시30분, 14일 오전 11시, 오후 2시와 4시, 15일 오후 2시와 4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신나고 재미있는 밀림 속 이야기를 동물들로 의인화한 공연. 어린시설 누구나 동경하던 모험이야기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가족뮤지컬이다. R석 2만5000원, S석 1만5000원. 문의 (063)286-8111△전주 사랑 파워 콘서트 14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야외공연장. 수익금 전액은 결식아동 중식비 지원과 농아장애인 화상 전화 설치비로 쓰여진다. 동전주청년회의소가 전주시의 후원을 받아 마련한 이번 공연에는 홍경민, 은지원, 장윤정, 채연, 이승기, 리마리오, 윤정수 등 연예인들이 출연한다. R석 3만원, S석 2만원. 문의 (063) 221-0271 △5·18 제25주년 기념음악회14일 오후 7시30분 전주덕진공원 야외극장 특설무대. 5·18유공자동지회, 전북민예총, 전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진실, 평화 그리고 연대’라는 주제로 여는 이번 무대는 행위예술, 민중가요, 대금·해금독주, 클래식기타 연주, 수화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고창농악15일 오후 3시 전주전통문화센터 놀이마당. 도무형문화재 제7-6호 고창농악이 전통문화센터 연중 기획공연 ‘일요풍류한마당’에 초대됐다. 고창농악은 호남우도농악의 중간이라는 영무장농악의 전통적 계보를 잇고 있는 농악으로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아 간이 제일 맞다는 평. 공연은 무료다. 문의 (063) 280-7006 △동남풍의 사물놀이15일 오후 3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 도내 대표적인 타악 연주단인 동남풍은 살풀이, 액풀이, 축원덕담 등의 내용을 담은 ‘비나리’, 화려한 군무가 일품인 ‘설장고’, 사물악기로 자연의 이치를 연출한 ‘삼도농악가락’, 그리고 ‘태평무’와 사물놀이의 백미로 꼽히는 ’판굿’을 선사한다.

  • 문화일반
  • 안태성
  • 2005.05.13 23:02

[영화세상] "와! 차승원 문근영이 주인공이다"

주인공 덕분에 기대되는 영화가 있다. 코믹하다는 선입견을 보란 듯 깨버린 차승원 주연의 ‘혈(血)의 누(淚)’(감독 김대승)와 깜찍한 모습으로 전 국민의 막내 여동생으로 자리잡은 문근영 주연의 ‘댄서의 순정’(감독 박영훈). 두 작품의 분위기는 극과 극을 달리지만, 보고싶은 마음은 똑같다. ‘혈의 누’는 19세기 조선시대가 배경인 만큼 살해방식 조차 전통적이다. 나무에 찔려 죽거나 가마솥의 끓는 물에 삶겨져 죽거나 얼굴에 종이가 발라져 숨이 막혀 죽는 식이다. 지나치게 잔혹한 ‘조선 미스터리 잔혹사’다.제지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외딴 섬마을 동화도. 조정에 바쳐야 할 제지가 수송선과 함께 불타는 사고가 벌어지고 수사관 원규 일행이 사건 해결을 위해 동화도로 파견된다. 그러나 원규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참혹한 연쇄 살인 사건. 혈우가 내렸다는 소문과 7년 전 온 가족이 참형을 당한 강객주의 원혼이 저주를 일으키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마을이 동요하기 시작한다. 빈틈 없는 시나리오를 강렬한 이미지로 만들어낸 감독의 연출력과 차승원 박용우의 호연이 돋보인다. 교복 입은 모습이 ‘딱’인 귀여운 소녀가 이제 제법 여인의 향기를 풍긴다.문근영의 매력에 의존한 영화라는 비판 아닌 비판을 가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댄서의 순정’을 택할 수 밖에 없다.위장결혼을 통해 서울에 온 장채린. 스포츠댄서인 나영새와 짝을 맞춰 댄스대회에 출전해야 하지만, ‘조선자치주댄스선수권대회’ 우승자인 언니를 대신해 온 채린은 춤을 전혀 못 춘다.문근영이 맡은 장채린 캐릭터에 비해 영화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보니 뮤지컬 스타 박건형의 입지가 좁아진 것이 아쉽다. 꽤 날렵하게 삼바를 소화해 내는 문근영이 있지만 영화의 단조로운 플롯은 댄스를 소재로 했던 기존 영화와 크게 차별성을 갖지 못한다.연변 소녀가 첫사랑에 눈을 뜨며 사랑스런 여인으로 변신해 나가는 모습은 바로 스무살을 눈앞에 둔 여배우 문근영의 모습이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05.13 23:02

[문화광장] 정악에 하드코어를 입힌 느낌은…

전주전통문화센터의 연중 기획공연인 ‘땅의 울림, 하늘의 신명’ 타악페스티벌에 전통과 현대를 접목시킨 파워 넘치는 신개념 퍼포먼스를 구사하는 ‘대한사람’(대표 김성훈)이 초대됐다. 14일 오후 7시30분 전통문화센터 한벽극장.새로운 음악세계에 대한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폭넓은 전통문화로의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대한사람’은 20대 중반의 젊은 예술인 8명이 단원으로 참여하고 있다.지난 97년 창단한 이 단체는 2000년 뉴욕 카네기홀의 ‘Winds of History’ 공연을 비롯해 싱가포르, 대만, 홍콩, 중국 박람회 공연에 이어 지난해 12월 프랑스 떼아뜨르 샹제리제 유네스코 본부에서 공연을 갖는 등 국제 무대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궁중무용과 궁중음악 그리고 무속장단에 테크노음악과 랩까지 전 장르를 아우르며 새로운 ‘락(樂)의 향연’을 선사해온 ‘대한사람’은 이번 전주공연을 창작곡으로 꾸민다. 처용무를 기본 모티브로 ‘정악부터 하드코어까지’라는 모토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꿈꾸며 만든 ‘처용가’로 첫 무대를 연다. 처용무의 화려한 궁중의상과 전통적인 탈에서는 볼 수 없는 이국적인 탈의 모습과 수제천의 웅장한 음악, 파워풀한 북 사운드 그리고 하드코어 기타의 강렬함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다. 테크노 클럽에서 들을 수 있는 레이브음악을 기본으로 만든 ‘만첩청산’, 북 소리만의 밋밋함을 없애기 위해 모듬 징과 모듬 꽹과리, 심벌과 로토탐탐 등의 악기를 이용해 기본 장단을 모듬북에 입힌 ‘북놀이’, 푸너리의 기본리듬에 서양댄스곡의 8비트와 16비트의 개념을 넣어 만든 ‘아리랑’을 선보인다.마지막 무대에서는 각설이 타령을 주제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춰 각박한 세상을 노래한 ‘품바’로 대미를 장식한다.

  • 문화일반
  • 안태성
  • 2005.05.13 23:02

[문화광장] 학생ㆍ교사가 벌이는 해프닝

전주시립극단(상임연출 조민철)이 자유분방한 학생과 엄격한 교사간에 벌어지는 해프닝을 한국적 뮤지컬로 꾸민 연극 ‘광대학교’를 무대에 올린다. 13일 오후 7시30분, 14일 오후 3시와 7시 전주덕진예술회관. 전주의 특산품인 한지와 연극의 만남으로 지난 3일 전주패션협회가 주관하는 ‘2005 한지패션대전’에서 ‘한지를 입는 광대’로 화제를 모았던 전주시립극단은 독일작가 프리드리히 뵈히터 원작의 ‘광대학교’로 이름을 바꿔 이번 제61회 정기공연을 장식한다.심청전을 패러디한 이 작품은 배우를 양성하는 광대학교 연습현장을 배경으로 교사와 학생간에서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갈등을 그려내며, 체벌과 입시위주의 교육현실을 꼬집는다.‘심청전 미국 순회공연’을 준비 중인 학생들이 교사의 연습준비 지시를 무시하고 난타를 연출해서 교사를 화나게 하는 대목에서 부터 이야기는 전개된다.조민철 전주시립극단 상임연출이 예술감독을, 안세형씨가 연출을 맡고, 최경성씨가 기획한 ‘광대학교’에는 고조영(교사역), 전춘근(반장역), 최균(소사아저씨역), 국영숙, 김경미, 김정영, 백민기, 서유정, 서주희, 서형화, 소종호, 안대원, 이병옥, 염정숙, 정경림, 홍자연, 홍지예(이상 학생역) 등이 출연한다. ‘토리극’ 형식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 이번 무대에는 마술공연과 한지패션쇼 등이 극중에 선보여 관객들에게는 또다른 볼거리다.

  • 문화일반
  • 안태성
  • 2005.05.13 23:02

[문화광장] 해저문 한옥 문인들의 특별한 만남

해가 저문 고즈넉한 한옥마을, 문인들과의 특별한 만남이 기다린다.사단법인 전북작가회의(회장 임명진)가 김용택 시인의 동시집 「내 똥 내 밥」과 이종민 전북대 교수의 「음악, 화살처럼 꽂히다」가 세상에 나온 것을 축하하며 ‘징검다리, 편지 그리고 만남’을 연다. 17일 오후 7시 전주 한옥마을 다문.「콩, 너는 죽었다」 이후 김시인이 7년 만에 선보이는 두번째 동시집 「내 똥 내 밥」에는 천진난만한 김시인의 동심의 세계가 살아있다. 아동문학가 김자연씨가 ‘김용택 동시의 이해’를 발표하고, 김종필(아동문학가) 경종호(시인) 정종화(시인)이 책에 실려있는 동시를 낭송한다. 이교수의 「음악, 화살처럼 꽂히다」는 세상을 바라보는 폭넓은 시선이 음악으로 녹아 흐르는 음악 편지. 박남준 시인이 이교수의 음악편지에 대한 해설을 맡고, 박성우 시인이 음악편지를 낭송한다. 테너 조창배씨와 소프라노 고은영씨를 초대해 현장에서 음악을 감상하는 시간도 마련했다.김시인의 동시에 빠져 사는 기쁨과 이교수의 음악과 인생에 관한 이야기는 좀처럼 듣기 힘든 기회다. 5·18 기념시 낭송으로 시작되는 이날 행사에는 반가운 만남도 준비돼 있다. 지난달 춘천에서 전주로 삶의 터전을 옮긴 소설가 공선옥씨가 지역 문인들과 인사를 나눈다. 문의 063) 275-3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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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휘정
  • 2005.05.1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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