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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전주국제영화제] 전체관객 6만9000명

제6회 전주국제영화제가 9일간의 화려한 영화 축제를 마감했다.‘자유 소통 독립’에 ‘시민과 함께하는 영화제’를 추가로 슬로건을 내걸며 개·폐막작을 제외한 모든 상영작을 전주시 고사동 영화의 거리에 행사를 일원화한 올해 영화제는 좌석점유율 79%를 기록하며 대체로 성공적인 축제로 평가됐다. 좌석점유율이 지난해 35%에 비해 두 배이상 증가하고, 매진 사례가 속출하는 등의 그 이면에는 110석 내외의 비교적 작은 규모의 상영관에서 영화가 상영된데 따른 현상으로 분석되고 있지만, 프로그램 집중도를 높이면서 전체 관객수를 전년도보다 1만1000명이 많은 6만9000명으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대중적인 영화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전주국제영화제가 주목한 ‘마그렙 특별전’, ‘북한영화’, ‘(잊혀진)한국 영화의 발견’ 등이 당초 기대에 못미치는 저조한 관객 점유율을 보이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6일 오후 7시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영화배우 공형진·윤지혜의 사회로 진행된 폐막식은 폐막작 <남극일기>의 임필성 감독과 주연 송강호, 유지태를 비롯한 국내외 영화인과 각계 인사, 시민 등 2천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전주영화제의 경쟁부문인 인디비전의 최고 영예인 우석상은 마리나 라즈베즈키나(러시아)의 <추수기>에게 돌아갔으며, <나, 클라우디아>의 주연 크리스틴 톰슨이 특별언급됐다. 비트 클루삭·필립 레문다(체코)의 <체코드림>과 리우 지아 인(중국)의 <우피>가 JJ스타상(디지털 스펙트럼 부문) 공동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우석재단(이사장 서창훈)과 전주대가 각각 후원하는 우석상과 JJ스타상 수상자에게는 각각 상금 1만달러와 상패가 주어졌다. JIFF 최고 인기상은 필립 뮐(프랑스)의 <버터플라이>가 수상했으며, 올해 신설된 관객평론가상은 김희철 감독의 <진실의 문>이 뽑혔다. 제6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식은 화제작 <남극일기>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민병록 집행위원장은 폐막식에 앞서 이날 오후 2시 메가박스 7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더욱 탄탄해진 상영작과 풍성한 부대행사로 영화축제의 흥을 북돋으면서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면서 “올해는 영화 마니아와 일반 관객을 적절하게 포용한 영화제였다”고 평가했다.

  • 문화일반
  • 안태성
  • 2005.05.07 23:02

"전주영화제 팬...꼭 오고 싶었죠"

“상업영화에 물들지 않은 전주국제영화제, 그게 바로 힘입니다.”원희룡 한나라당 의원(41)이 5일 오후 전주영화제를 찾아 눈길을 끌었다. 지난 1일부터 4박 5일간의 일정으로 미국을 다녀온 원 의원은 5일 새벽 한국에 도착, 큰 딸 소정양(초등6)과 전주에 왔다. 전후 일본, 도쿄를 강타한 거대로봇에 맞서는 토가시 신 감독의 ‘철인 28호’를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바쁜 일정에 아이와 보내는 시간은 늘 뒷전이었던 원 의원이 어린이날을 맞은 딸을 위해 마련한 특별한 이벤트. 평소 전주국제영화제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었던 원의원은 올해만큼은 영화제를 놓치지 않겠다고 단단히 벼러왔다고 말했다.“지난해 부터 네티즌 사이에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전주국제영화제가 대단하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최근에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로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꼭 한번 가봐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죠.”5년 전쯤부터 한국영화 수준이 급격히 향상되면서 영화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원 의원은 자연스럽게 영화제에도 관심을 갖게돼 이미 부산영화제와 부천영화제도 둘러본 터다. 원의원의 전주영화제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전주영화제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각별했다.“부산이 상업적인 영화제인 반면 전주는 예술적인 영화제죠. 전주국제영화제가 상업영화에 흔들리지 않고 독립영화나 디지털영화 등 대안영화를 계속해서 이끌어가는 중심이 되었으면 좋겠어요.”원의원은 전국 각지의 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영상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환경에서 영화제를 비롯해 영상산업 활성화의 강점을 갖고 있는 전주는 매우 가능성이 높은 도시라고 꼽았다.“국비지원규모가 전주의 경우, 부산의 절반 수준인 5억원으로 알고 있습니다. 상업영화를 표방한 부산국제영화제와는 분명히 다른 전주국제영화제의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적절한 예산 편성으로 재정적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에 대해 논의가 필요할 있다고 생각합니다.”“산업화로 부터 덜 영향을 받은 전주는, 대신 전통이 살아숨쉬는 한옥마을 등 문화적 잠재력이 뛰어난 영상도시로 주목받고 있는 몇 안되는 도시 중의 하나”라고 든 원의원은 “문화산업화 시대를 맞아 가장 이상적인 조건과 자질을 갖춘 전주가 영화제 등을 통해 그동안 쌓아온 저력을 발판으로 국내 영상산업을 주도하는데 개인적으로도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원의원은 전주국제영화제의 위상 강화를 위해 당 차원의 협조를 이끌어내는데도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 문화일반
  • 안태성
  • 2005.05.07 23:02

[2005 전주국제영화제] "자유·독립·소통 모토에 걸맞는 작품 많았죠"

‘관객’과 ‘평론가’ 사이. 2005전주국제영화제를 보는 가장 낮은 눈높이와 가장 까다로운 눈높이 사이를 이어주는 관객평론가들이 있었다.전주영화제가 올해 처음 시도한 관객평론가, 정은경(30·프리랜서 편집자) 김경태(26·서울) 박현희(24·전주 직장인) 김민경(24·전주대 영상예술학부4) 한수연씨(22·고려대 국문과4).“심사에 대한 부담때문에 영화를 마음껏 즐기지 못했지만, 오히려 책임감을 가지고 영화제를 지켜볼 수 있었다”는 관객평론가들이 ‘눈에 불을 켜고 본 전주영화제’는 어떻게 비춰졌을까. “영화제들은 모두 활기차고 에너지가 넘치지만 부산이 일정한 틀을 갖고 있고 부천이 독특한 면이 있다면, 전주영화제는 자유로움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아요.”전국의 영화제를 두루 섭렵해온 은경씨. 2002년부터 줄곧 전주영화제에 참여해온 그는“전주영화제에 올 때마다 보석 같은 영화를 하나씩 발견해 간다”는 그는 “관객들도 많아지고 전주시민들의 호응도 좋아지면서 영화제가 발전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주영화제가 좋은 작품들을 모아놓고서도 시민들과 소통하지 못한다는 점이 아쉬웠어요. 쉬운 작품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세미나나 강연회 등을 통해 가치있는 작품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돋보였어요.”어렵게 사장님의 양해를 구해 관객평론가로 활동할 수 있었다는 현희씨는 의미있는 작품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전략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올해 프로그램들은 ‘자유·독립·소통’이란 전주영화제의 모토에 걸맞는 작품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독립영화와 디지털이라는 전주영화제의 두 축에 걸맞는 영화들이 눈에 많이 띄었거든요.”“영화제의 정체성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많았다”는 경태씨는 영화 상영이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간 후 박수를 쳐주는 관객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꼽았다.“전주영화제는 첫 방문인데 축제 분위기가 물씬 나는 것 같아요. 상영관도 영화의 거리로 집중돼 여유있게 움직일 수 있었거든요.”수연씨는 “루미나리에, 페스케이드 등 전주영화제 이미지에 어울리는 독특한 이벤트들이 많아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영화제를 꾸려나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작은 실수가 있다면 덮어주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올해 영화제는 티켓팅 등도 가장 빠르고 운영도 비교적 매끄러웠던 것 같아요.”전주시민영화제 스태프 경력이 있는 민경씨는 “관객평론가로 활동하면서 영화를 관람하는 재미를 비로소 느끼고 있다”며 웃었다. “마니아와 대중성 사이에서 전주영화제는 지금이 전주비빔밥처럼 가장 맛깔스럽게 비벼져 있는 것 같아요. 부산이나 부천과는 분명 다른, 전주의 독특한 색깔이 변치 않았으면 좋겠습니다.”새로운 시각을 배운다는 마음으로 활동했다는 관객평론가들은 진정한 예술을 알아보는 현명한 눈과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건강한 목소리를 가졌다. 영화에 대한 뜨거운 애정. 그들이 전주영화제에 전한 선물이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05.07 23:02

[2005 전주국제영화제] 탐험대와 자연의 설원 대결

하얀 설원. 배우들이 기댈 곳은 없다. 송강호와 유지태의 맞대결만으로도 가슴을 뛰게했던 영화 <남극일기>(임필성 감독)는 애초부터 화려한 치장은 기대할 수 없었다. 오직 화면 너머로까지 이어지는 눈밭 위에서 펼쳐지는 여섯 명의 배우들의 밀도있는 연기가 스크린을 가득 메울 뿐이다.90억원 대에 이르는 제작비, 5년 간의 기획 기간, 뉴질랜드 로케이션 촬영과 <반지의 제왕> 스탭 참여, 가와이 겐지 감독의 음악과 봉준호 감독의 각색 참여 등 작품의 완성도는 어느 정도 보장됐었지만, 비주류영화들을 주목해 온 전주영화제에게 <남극일기>는 사치인 듯 보였다. 전주영화제의 <남극일기> 폐막작 선정 두고 반응은 엇갈렸지만, 어쨌든 상반기 최대 기대작 중 하나인 <남극일기>가 전주영화제에서 국내 최초로 공개됐다. 남극의 도달불능점 정복에 나선 탐험대. 영국탐험대의 80년 전 ‘남극일기’를 발견하면서 이들에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도달불능점에 도달하기 위해 광기에 빠져든 탐험대장 최도형과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한 직감에 돌아갈 것을 주장하는 대원들. 탐험대장이 도달불능점에 집착하는 동기는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지만, 탐험대와 자연의 대결은 결국 탐험대 내 대원들 간의 갈등만을 남겨놓는다. 미지의 땅 남극은 인간을 거부한다. 낭만적이었던 남극은 서서히 공포의 대상으로 살아움직이고 거대한 자연과 그에 맞서 싸우는 인간의 모습은 냉정한 침묵과 소름끼치는 표정 뿐이다. 차가운 눈처럼 싸늘하게 얼어붙어가는 인간의 감정. “네가 나를 멈춰줬어야지”라는 송강호의 독백은 목적을 잃어버린 채 목표에 집착하는 혼동과 강렬한 내적 충동을 의미한다. 결국 우리 모두는 자신의 도달불능점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남극일기> 속 인간의 욕망은 비극적인 실패로 끝나지만, 또한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설원이라는 단조로운 배경 뿐이지만 눈의 질감이나 느낌은 의외로 지루하지 않다. 연극 쪽에서 잔뼈가 굵은 송강호 박희순 김경익 윤제문 최덕문과 유지태의 결합은 주연과 조연의 구분을 없애고 배우들 사이에는 치열한 긴장감만을 남겨놓았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05.07 23:02

[2005 전주국제영화제] 시민 함께한 축제 대중성 확보

“시민들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9일동안의 항해를 끝나는 지점, 폐막식을 앞두고 만난 김 건 사무국장은 "시민이 주체가 된 영화제로서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전기를 마련한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자유, 독립, 소통’에 ‘시민과 함께하는 영화제’라는 작은 슬로건을 더해 대중들의 관심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전략을 내세웠던 그는 ‘목표달성 80%’이라는 후한 점수로 ‘대체로 성공적이었다’는 자평을 내놓았다. 영화제 기간 전체 유효 관객수가 지난해 수준을 넘어서면서 일찌감치 성공 축제를 예감한 김국장은 특히 관객 점유율의 경우, 주말과 휴일 상승 곡선을 이어가다 월요일부터 큰 낙차를 보이며 하락했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평일에도 꾸준히 관객들이 찾았던 점을 꼽았다. 자평대로라면 기획과 홍보마케팅 예산을 늘리고 인력도 보강하면서까지 대중성을 겨냥했던 전략이 맞아 떨어진 셈이다. “그동안 전주 곳곳을 둘러보며 전주영화제를 즐겼던 마니아들에게는 ‘넉넉함’을 빼앗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전주시 고사동 영화의 거리에 행사를 일원한 점도 관객들을 끌어들이는데 큰 몫을 한 것 같습니다.”성공적인 축제 이면에 김국장이 안은 과제도 적지 않다. 올해 스탭 가운데 지역 활동가의 참여비율을 지난해 30% 수준에서 70%로 대폭 끌어올리면서 제기됐던 신규 스탭들의 운영상 미숙한 점이나 대응이 미비했던 자봉의 전반적인 운영 실태에 대한 점검이 대표적인 예다. “지역 스탭의 참여비율을 높이는 것은 시민축제로서 내실을 기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밝힌 그는 “보다 체계적인 인력 시스템를 갖추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지속적인 교육을 병행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지난해 영화제 사무국장에 선임된 이후 지역성을 강조하며 영화제를 새롭게 이끌었던 그는 올해 성과를 꼼꼼하게 분석해 전주영화제의 위상을 열어가겠다고 밝혔다.

  • 문화일반
  • 안태성
  • 2005.05.07 23:02

[2005 전주국제영화제] 정체성·대중성 둘다 잡았다

아흐레간의 전주 영화잔치가 6일 막을 내렸다. 올 스크린 잔치에서는 지난 2000년 첫 행사 이후 한 눈 팔지 않고 진득하게 6년을 이어온 전주의 힘과 연륜이 확연하게 드러났다.독립영화와 디지털·대안영화에 주목한 전주에 마니아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일반 시민들의 참여율이 높아지면서 끊임없이 제기됐던 정체성과 대중성의 논란도 사그라들었다.결실은 우선 관객들의 반응에서 나타났다. 상영관이 고사동 영화의 거리로 집중되면서 휴일에는 매진사례가 이어졌다.물론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같은 대규모 객석 대신 채 200석을 넘지 않는 소규모 공간을 선택한 까닭에 주말 연이은 매진사례는 오히려 마니아들의 선택을 제한했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관객의 호응은 주목할 만했다. 총 객석 7만석중 순수 유료관객이 5만2000명이었고 ID및 무료입장 관객을 포함하면 5만9000석(야외관객 포함 6만9000명)이 메워졌다. 예매율이 예년에 비해 크게 높아졌고 좌석 점유율도 79%에 달했다. 지난해 유료관객 4만5000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숫자다. 축제 운영도 대체로 매끄러웠다는 평이다. 그러나 성과가 많았던 만큼 한층 발전된 축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풀어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았다.◇운영 및 조직올해는 프로그램을 고사동 영화의 거리에 집중, 행사공간을 일원화 시킨게 두드러진 특색이었다. 축제의 밤, 영화의 거리와 걷고싶은 거리를 화려하게 장식한 루미나리에(빛과 영상의 축제)도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큰 몫을 해냈다.그러나 잔치가 ‘메가박스’라는 특정 공간에 지나치게 집중됐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됐다. 이동의 불편은 없었지만 공간의 다양성도 없었다.또 주말 거의 모든 상영작이 매진되면서 크게 축소된 객석규모가 그대로 드러나 타지역서 공들여 찾아온 마니아들로부터 불만을 사기도 했다. 다양성을 살리기 위해 기존 영화관의 시설을 보완하고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을 적극 활용, 축제 공간을 예전처럼 이원화하는 효율적인 방안 모색은 그런점에서 제기됐다.개·폐막식은 차분하고 안정적이었다는 평을 받기도 했지만, 반면 전주만의 문화적 정서와 특색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높았다. 차별성이 없었다는 것이다.상영관에서는 잠시 자막이 나오지 않거나 상영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영화제의 특성상 큰 문제로 부각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자원봉사자들의 현장 대처능력 문제는 올해도 도마위에 올랐다. 영화제 전반에 대한 자원봉사자들의 이해가 부족해 현장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인원도 필요이상으로 많았다는 지적이다.◇프로그램지난해 문제점중 하나로 꼽힌것은 상영작이 너무 많아 축제가 산만했다는 점이다. 이에따라 올해는 지난해 284편이었던 상영작을 176편으로 줄이고 대신 상영횟수를 늘렸다. 그리고 이 같은 선택은 관객들의 호응으로 이어졌다. 시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마련한 영화궁전과 야외상영에도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한국영화에 대한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옴니버스 인권영화 ‘다섯개의 시선’은 매진 기록을 이어갔고 디지털 독립 장편영화 ‘거칠마루’도 입소문을 타고 영화제 최고 인기작품 대열에 올랐다. 세미나와 학술대회가 크게 늘어 영화제에 현장 체험학습의 장이 만들어졌다는 점도 두드러진 특색이다.그러나 특별히 주목할 만한 화제작이 없었다는 점은 아쉬움이다.전주영화제가 직접 기획·제작, 올해 특별히 개막작으로 내놓은 ‘디지털 삼인삼색’에 대해서는 관객들의 평가가 엇갈렸다. 개막작이 행사를 끌어가는 상징으로서 그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작품 선정은 올해도 실패했다는 평이 우세하다.폐막작으로 선정된 블록버스터 영화 ‘남극 일기’도 관객들의 관심과는 상관없이 전주영화제의 정체성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찌감치 제기됐다. 최근 한국영상자료원이 중국에서 발굴, 영화제에 내놓은 ‘군용열차’등 일제말기 4편의 한국영화와 북한영화, 그리고 마그렙영화에 대한 반응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기획·홍보올해는 잔치마당 곳곳에서 영화전공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상영관은 물론 세미나와 학술대회장에도 어김없이 학생들의 관심이 이어졌다.영화제 사무국은 올 행사를 앞두고 각 대학에 공문을 보내 영화도 보고 강의도 들을 수 있는 현장체험학습을 적극 권장했다. 실제 전북을 제외하고도 전국 22개 대학서 1300여명의 영화학도들이 2박3일 일정으로 전주를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주가 미래 영화계 주역들의 현장 체험학습장이 되었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다.그러나 화제작을 발굴해서 적극 홍보, 영화제에 시너지 효과를 불어넣는 실질적 홍보전략이 부족했다는 점은 올해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또 내로라하는 국내 영화인들의 발길이 예년보다 오히려 줄어 이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끌어내는 일도 과제로 지적됐다. ◇성과와 과제여섯번째로 치러진 올 영화제의 성과는 무엇보다 전주의 힘을 확인했다는 데 있다. 부산과 부천이 이전 5∼6회 행사를 거치면서 제자리를 찾은 것처럼 전주도 올해 그 힘을 확인하고 자신감을 갖는 계기를 마련했다. 정체성과 대중성에 대한 문제도 이제 더 이상 이슈가 되지 않았다. 영화 마니아층이 확산되고 시민들의 참여가 늘면서, 정체성이 부각되면 대중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이분법적인 논리에서도 벗어났다. 영화제가 생존의 기반을 확고하게 다진 것으로 평가되면서 그동안 수면아래 잠재해 있던 과제도 쏟아져 나왔다. 무엇보다 영화제가 1년내내 전주를 영상산업의 복판으로 끌어낼 수 있는 기획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1년에 한 차례 있는 단발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영상위원회등 관련단체와 네트워크를 구축, 지역 영상산업 발전을 위한 생산활동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서 그 성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영화제가 생산적 기반을 갖출 수 있는 필름마켓이 올해 조성되지 못한 점은 이같은 측면에서 부담이다. 올해 처음 시도된 페스케이드(FESCADE)에 지역 예술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더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영화제 구석구석에서 ‘국제’라는 명칭이 부끄럽지 않도록 행사 운영체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 문화일반
  • 김종표·안태성·도휘정
  • 2005.05.07 23:02

[전주종이문화축제] 지나친 상업화 강조 차별화 실패

어렵게 쌓아온 전주종이문화축제의 정체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전주한지와 종이축제의 정체성을 담아낸 축제로 긍정적 평가를 받은 종이축제가 올해는 산업화에 대한 지나친 부담으로 제 빛을 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타성만을 의식한 홍보대사 위촉 등도 오히려 종이축제 이미지에 부정적이었다는 비판이 높았다. 2005전주종이문화축제가 9일까지 계속되는 일부 전시행사만을 남겨둔 채, 체험행사와 일부 기획전을 마쳤다. 올해 종이축제는 같은 기간 열린 풍남제와의 메인무대 공동사용으로 전주 문화축제 간 연대하고 경비를 줄인다는 차원에서 의미있는 시도로 평가받았지만, 풍남제와의 경계를 분리하지 않아 독립된 축제로서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했다.산업화에 초점을 맞춘 올해, 현대생활 속에서 한지의 활용 가능성을 모색한 ‘웰빙관’과 학술대회 ‘전주종이문화축제의 문화사업적가치’ 등이 산업화를 위해 기반을 다지는 작업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았으나 한지가 대중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산업화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교훈을 얻었다. 태조로를 따라 늘어선 부스들이 체험 행사 외에도 판매형 부스, 음식 판매 부스, 외부공연 등이 열려 종이와 관계 없는 행사를 대폭 축소하겠다는 당초 취지를 무색케 했고 오히려 한옥마을의 공간성을 부각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한지의 현대적 활용 방안에 무게를 둬 한지의 전통적 활용에는 소홀했다는 아쉬움과 외국인 통역 부족, 야간 행사 부족 등의 운영상 문제점도 남겼다. 종이축제 일원으로 치러졌던 한지패션쇼와의 관계 정립 또한 중요한 과제로 주어졌다. 지난해 부터 예산이 분리됐던 한지패션쇼는 올해 공개적인 절차없이 ‘한지패션대전’으로 독립돼 당황케 했다.풍남제와의 시기와 공간 분리 문제, 세계화를 위한 종이축제 명칭 문제 등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부족한 예산은 종이축제의 여전한 과제. 올해 축제는 시예산 1억 5천만원을 포함해 1억 9천만원으로 치러졌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05.07 23:02

[전주풍남제] 색깔없는 '들러리축제' 전락 우려

5일 막을 내린 제47회 전주풍남제는 풍남제의 위상과 향후 축제의 방향 정립을 과제로 안겼다. 축제의 기획내용은 예년보다 한층 성숙됐지만 기획의도가 현장에 제대로 표현되지 못했고, 일부 프로그램은 지역경제살리기의 목적의식이 지나치게 부각되면서 방향성이 상실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올 풍남제는 ‘풍요로운 천년전주, 전통의 맛과 멋’을 주제로 먹거리·볼거리·즐길거리 등의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내세웠다. 그러나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꾸려 큰 호응을 얻은 ‘온고을 풍류’와 ‘흥겨운 풍물굿’, 올해 처음으로 시도한 ‘세계풍물벼룩장터’ 정도를 제외하고는 특색있는 프로그램이 눈에 띄지 않았다.특히 풍남제의 핵심이랄 수 있는 전통풍물장터는 박제화되다시피해 풍남제만의 색깔을 보기 위해 찾아온 방문객들을 실망시켰다. 남부시장 활성화를 위한다며 풍남문 주변에 조성된 풍물장터는 과거 전주난장을 재현하는 시연장이 없는 단순 전시·판매장이었다.해마다 방문객들의 시선을 모았던 대장간과 튀밥코너는 장소협소와 화재발생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제작과정 시연이 취소되거나 대폭 축소됐다. 또 60여개의 부스 가운데 적지않은 수가 비어 있어 장터 분위기는 썰렁했다.공간활용도면에서도 메인무대인 태조로 대부분이 종이축제공간으로 활용된 반면 전통 프로그램들은 경기전 주변으로 밀려나면서 옹색함을 벗어나지 못했다.또 태조로 입구에 설치된 부스의 상당수가 축제와 다소 어울리지 않은 BUY상품 홍보관들이 차지했고, 일부 체험코너는 이전에 기획됐던 시설이나 프로그램을 답습하는 등 새로운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과거 전주축제의 상징이었던 풍남제가 들러리 축제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방문객들 사이에서는 ‘풍남제만의 정취가 없어, 이대로 가다가는 존폐마저 걱정된다’라는 우려도 높았다.

  • 문화일반
  • 김준호
  • 2005.05.07 23:02

[2005 전주국제영화제] 2005 JIFF 수상작

△ 인디비전:우석상 <추수기>(마리나 라즈베즈키나/러시아/2004)특별언급 <나, 클라우디아>수많은 다양성과 지리학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간직한 세계의 독립영화가 경쟁한 ‘인디비전’. 현대영화의 폭과 깊이를 넓힌 작품에게 주어지는 우석상의 영광은 러시아영화노동조합에 소속돼 있는 마리나 라즈베즈키나 감독의 <추수기>로 돌아갔다. 2차대전 후 러시아의 한 시골 마을. <추수기>는 마을에서 유일한 여자 수확기사 안토니나가 정부에서 주는 붉은깃발상을 받은 후 웃음을 잃어가는 그의 가정을 그리고 있다. 무엇인가에 집착하면서 소중함을 잃어버리는 사람들에 대한 슬픈 우화. 감성적인 화면과 사람과 자연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여성 감독 답게 한 폭의 수채화로 펼쳐진다. 1971년 카잔 대학 철학부를 졸업한 라즈베즈키나 감독은 1989년부터 영화를 시작,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과 데살로니키영화제 Silver Alexander, 시카고영화제 그랑프리 수상 등 지난해 빼어난 활동을 보여줬다. “각각의 작품들이 테마와 테크닉적인 면에 있어 일정한 성취를 거두고 있어 가장 빼어난 작품을 고르기가 어려웠다”는 심사위원 데이빗 고든 그린 감독은 “<추수기>의 다큐멘터리적 접근 방식의 독창적인 혼합방식과 풍자적인 스타일, 훌륭한 시적 이미지에 감탄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들은 <나, 클라우디아>에서 풍부한 캐릭터 해석과 다채로운 감정 표현을 보여준 배우 크리스틴 톰슨의 연기에 대해 특별 언급했다. △ 디지털 스펙트럼:JJ-St★r상 <체코드림>(비트 클루삭, 필립 레문다/체코/2004) <우피>(리우 지아 인/중국/2004) 디지털이란 새로운 매체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을 반영하듯 ‘디지털 스펙트럼’ JJ-St★r상은 70∼80년대에 출생한 젊은 감독들의 작품이 차지했다.가족에 대한 생생한 초상화 같은 <우피>는 베이징필름아카데미에서 시나리오를 전공한, 올해 81년생의 여성 감독 리우 지아 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감독과 그의 부모가 주연을 맡은 작품에서 감독은 시나리오, 촬영, 연출 등도 도맡았다. “내 가정 생활의 모습을 보존해 놓는 동시에 ‘어떤게 영화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다”는 그는 작품의 배경을 집 내부로 제한시켰고 에피소드도 실제 일어났던 가족의 일상들을 담았다. 프라하영화학교에서 만난 비트 클루삭(25)과 필립 레문다 감독(32)은 미디어와 소비주의를 유희적이며 예술적으로 표현한 다큐멘터리 <체코드림>을 탄생시켰다.두 감독은 엄청난 규모의 쇼핑몰을 세워놓고 TV와 라디오를 통해 최저가로 제품을 판다는 광고를 내보냈다. 개장 당일 모인 시민들은 2천여명 정도. 그러나 쇼핑몰은 껍데기 밖에 없는 가짜 쇼핑몰이다. “미디어는 현실을 가리는 커튼과도 같다”고 말하는 배짱있는 두 감독의 <체코드림>은 광고매체의 힘을 맹신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날카롭게 담아냈다.심사위원 에디 버그 감독은 “수차례 걸친 논의 끝에 현저하게 다른 배경과 제작환경에서 만들어진 두 편의 작품을 선정했다”며 “두 작품은 각자의 한계를 뛰어넘어 다루고자 하는 주제들을 풍부한 상상력과 세련된 스타일, 지성과 유머로 표현했다”고 평했다. △ 한국영화의 흐름:관객평론가상 <진실의 문>(김희철/한국/2004)7년 전 판문점에서 발생한 김훈 중위 의문사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진실의 문>은 김희철 감독이 육군사관학교 자퇴 이력을 가지고 있어 더욱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진실은 알 수 없지만, 국가 권력의 인권 유린 등을 구조적으로 짚어나가는데 초점을 맞췄다”는 그는 김훈 중위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낸다. 이미 묻혀진 사건을 현 시대적 관점에서 되짚어봤다는 점에서 영화의 진정성이 돋보였다는 평이다.△ JIFF 최고인기상 <버터플라이>(필립 뮐/프랑스/2002)고집 센 늙은 나비수집가 줄리앙과 여덟살 난 엘자의 세대를 초월한 우정이 관객들을 감동시켰다.‘시네마 스케이프’와 ‘영화궁전’ 상영작 중 관객투표로 선정되는 JIFF 최고인기상은 필립 뮐 감독의 <버터플라이>가 수상했다. 프랑스 개봉 당시 2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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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휘정
  • 2005.05.07 23:02

[전주풍남제] 축제 지킴이 2인방

빛은 나지 않지만 항상 같은 모습으로, 같은 자리에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와 소중함이 재발견되는 ‘옛것’과 ‘전통’처럼 풍남제에 딱 어울리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올해 또다시 풍남제를 찾았다. 39년째 자원봉사 권호석옹“축제가 성공적으로 치러졌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가 깨끗하면 좋지 않겠습니까.”풍남제가 열리는 경기전과 태조로 일원에서 담배꽁초나 휴지를 일일이 줍고 다니는 권호석씨(69, 장수군 천천면).그는 아침에 장수에서 출발, 하루종일 휴지줍기를 하고 난 후 저녁에는 다시 장수의 집으로 돌아간다. 행사가 시작됐을때부터 참여한 휴지줍기는 축제가 끝날때까지 계속할 예정.“‘휴지를 버리지 맙시다’라는 말을 하는 것 보다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는게 백배 낫습니다.”한때는 오해도 받고, 수모도 당하기도 했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 보람도 크다”고 말한다.슬하의 5남매 자녀들이 만류하기도 했지만 그는 지난 69년부터 39년째 자원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역에 상관없이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를 찾아간다는 그는 97년 동계U대회 등 도내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도 빠지지 않고 참가해 얼굴이 적잖이 알려져 있다.‘서로 서로 안 버리고, 기본질서 잘 지켜 문화국민 됩시다’라는 표어가 적힌 천을 몸에 걸치고 행사장을 돌고 있는 그의 가장 큰 바람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주는 것이다.튀밥노인 이종석옹풍남문 주위에 설치된 전통풍물장터 한 켠에 자리한 부스에서 행인들의 눈길을 모으며 무언간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튀밥과 설탕띄기 코너의 이종석씨(70, 전주시 동산동). 이미 얼굴 널리 알려진 ‘튀밥노인’이다.2∼3평 규모의 조그마한 공간안에서 이씨는 행인과 기계의 온도눈금을 번갈아 보며 바쁜 몸놀림을 하고 있다. 이마 주름살은 깊고, 검게 그을린 얼굴과 눈빛은 무심하리만치 표정이 없지만, 손은 연신 일정한 템포로 기계를 돌리고 있다.손님들의 발걸음 잦지 않으니 부스안은 한가하지만 그가 ‘튀밥이요’를 외치면서 함께 터지는 ‘뻥’소리로 한번씩 소란이 인다. 젊었을 때 목수로 활동하다 10년전부터 뻥튀기 장사로 이직(?)한 이씨는 “전통방식의 뻥튀기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전통을 재현하는 풍남제에 튀밥튀기가 빠질 수 없다는 생각에서 해마다 참여한다”고 말했다. 평소에는 아파트 단지를 돌며 뻥튀기를 하고 있는 그는 “기계식으로 하는 것보다는 힘이 들지만, 풍물장터에 맞게 직접 손으로 돌리는 이 일이 장터를 찾은 사람들에게 볼거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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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준호
  • 2005.05.05 23:02

[강대택의 알쏭달쏭 우리말] 우리말과 한자어

한자어는 우리 한국어쪽으로 시집 온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시집온 지 이천년이 넘는 동안(물론 비교적 늦게 시집을 와서 백년이나 이백년 밖에 안된 한자어도 있다.), 처음에는 한자어 본래의 특성을 강하게 유지하고 있었으나 우리말의 풍토속에서 점차 토박이 고유의 모습을 닮는 한자어가 생기게 된 것이다.이렇게 바뀐 모습은 첫째, 말소리만 바뀐 것, 둘째, 말뜻이 바뀐 것, 셋째, 말소리와 말뜻이 모두 바뀐 것으로 갈라 볼 수 있겠다.‘양말’은 ‘서양식 버선’ 이라는 의미의 ‘洋襪’에서 온 것으로 말소리도 말뜻도 바뀌지 않고 그대로 쓰이고 있으며, ‘성냥’은 석류황(石硫黃)이, ‘숭늉’은 숙냉(熟冷)이 그리고 술래잡기에서의 ‘술래’는 순라(巡邏)라는 말소리가 바뀐 것인데, 술래의 원뜻은 도둑을 잡는 ‘경찰관’이라는 것이다.그리고 ‘싱싱하다’를 생생(生生)하다와 관련을 지어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만 ‘얌체’를 염치(廉恥)와 연관시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 경우는 말뜻도 바뀌었기 때문이다.이렇게 낱말의 말뜻은 모순을 극복하면서 종횡무진으로 바뀌기도 한다.‘흐지부지’란 말은 어물쩍 없어짐을 가리키는 말쯤으로 아는 사람이 많으나 사실은 ‘사리고 조심하며 숨기고 감춘다.’는 ‘휘지비지(諱之秘之)’가 말소리도 말뜻도 바뀐 결과다.‘동냥’이란 낱말은 옛날 탁발(托鉢)하는 스님들이 밥을 얻으러 마을로 내려올 때 장대 끝에 방울을 달고 흔들었다는 ‘동령(動鈴)에서 왔고. 이렇게 우리말 속에 녹아버린 한자어를 생각하면 요즈음 물밀 듯 밀려오는 서양 외래어들도 본 모습을 잃고 흐지부지 고유어처럼 옷을 갈아입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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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5.05.05 23:02

[2005 전주국제영화제] 공짜영화 보려다 덜미

공짜 영화를 보기 위해 신문사 기자를 사칭한 ‘30대 백수영화광’이 영화제측의 끈질긴 추적 끝에 덜미를 잡혔다. 사건은 지난 3일 오후 5시께 고사동 영화의 거리 클럽 메가박스에서 박모씨(32·서울)가 한겨레신문 기자 명함으로 프레스 아이디 카드를 발급받으려는 과정에서 발단이 됐다.ID카드 발급에 필요한 사진 촬영이 이미 마무리된 상태에서 담당자로부터 ID카드 추가 발급 소식을 전해들은 전주국제영화제 이정진 홍보팀장은 박씨가 건넨 명함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원래의 한겨레신문 명함과는 종이질도 그렇거니와 로고 또한 달랐던 것. 이 팀장은 전주영화제 스탭으로 참여하기 전까지 한겨레신문 문화사업국 문화센터부에서 근무했던 터였다. 박씨는‘분홍빛 조화를 꽂은 밀짚모자 ’로 옷차림도 특별했다. 이팀장은 한겨레신문 본사에 신원을 문의해 박씨가 기자가 아닌 것을 확인, 일단 ID카드 발급을 중단시켰다. 두번때 해프닝은 이 팀장이 영화의 거리에서 박씨를 발견하면서 다시 벌어졌다. 이팀장이 정황을 설명 듣기 위해 다가가자, 박씨는 곧바로 줄행랑, 도심 한복판에서 일대 추격전이 벌어진 것. 객사 앞에 까지 3∼400m 정도를 쫓고 쫓기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지나가던 여자가 박씨의 발을 걷어 넘어뜨렸고, 시민들의 도움으로 붙잡힌 박씨는 결국 관할서인 남문지구대로 옮겨져 경찰 조사까지 받는 수모를 당했다. 경찰 조사결과, 박씨는 자신의 이름으로 신문사를 도용한 기자 명함을 만들어 기자 행색을 해왔으며, 이날 영화를 보기 위해 전주까지 원정을 와 기자를 사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관명사칭 혐의로 즉결심판에 넘겨졌다.

  • 문화일반
  • 안태성
  • 2005.05.05 23:02

[2005 전주국제영화제] 오늘의 상영작(5월5일)

오전 10시30분 [핑크다큐의 밤] 새디스틱 마조히스틱 메가박스 3관 여인들의 속임수 메가박스 4관오전 11시 마법의 회전목마 메가박스 1관 마법의 회전목마 메가박스 2관 [한국단편 애니메이션] 량/만남/빛/빛과 동전/신기한 양말/아기나무/이터널 스페이스/제 1막, 2장/플레이 테니스/화가(花街) 메가박스 6관 브레인웨이브 메가박스 9관 이사 전주시네마 1관 다섯 개의 장애물 프리머스 3관 네덜란드의 빛 CGV 5관 오후 1시30분 마음의 풍경 메가박스 3관 앙 가르드 메가박스 4관오후 2시 별별 이야기 메가박스 1관 별별 이야기 메가박스 2관 아이언 자이언트 메가박스 6관 꿈꾸는 열다섯 메가박스 9관 영화사-선택된 순간들 전주시네마 1관 미지의 여인에게서 온 편지 프리머스 3관 스위트 잼 CGV 5관오후 4시30분 거칠마루 메가박스 3관 체코드림 메가박스 4관오후 5시 하야트 메가박스 1관 하야트 메가박스 2관 [영화정원] M/내일/샐리 드 윈터의 여행/체육관 전쟁/축구하는 영혼/화요일의 여자들 메가박스 6관 바다의 기억 메가박스 9관 철인 28호 전주시네마 1관 존 웨인의 도노반 프리머스 3관 사막의 방랑자들 CGV 5관오후 7시30분 책을 읽거나 비둘기 모이주기 메가박스 3관 숀벤 라이더 메가박스 4관 오후 8시 백투 가야 야외상영 퀼 메가박스 1관 퀼 메가박스 2관 [씨네 다이어리] 당인리 발전소/도로 눈을 감고/영재를 기다리며/이렇게는 계속할 수 없어요/첫 번째 외출을 다루는 두 번째 장/폴라로이드 작동법 메가박스 6관 유다 메가박스 9관 시네바르다포토 전주시네마 1관 세계 프리머스 3관 나쁜 피 CGV 5관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5.05.05 23:02

[2005 전주국제영화제] 예술성 향한 치열함 절실한 과제

“영화음악은 영화만을 위해 존재하는 액세서리가 아니다. 그 자체로서 예술성을 지녀야한다. 영화음악을 고유 장르를 인정하지 않고 마치 활동 반경을 넓히려는 대상으로 삼는다면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한국 영화음악의 거장, 조성우 음악감독(42·연세대 철학과 교수)이 4일 오후 2시부터 메가박스 10관에서 진행된 ‘전주국제영화제 영화음악감독 마스터클래스’에 초대됐다.영화음악 작곡가를 꿈꾸는 120명의 예비학도들이 빼곡히 객석을 메운 이날 지난 12년동안 서른 편에 달하는 영화음악을 만든 조성우 음악감독은 자신의 경험에 비춰 영화음악에 대한 진솔한 얘기를 꺼냈다. 그는 “추상적인 창작 작업을 통해 만든 음악이 영화의 텍스트 안에서 구체화될 때 영화음악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면서 “영화음악은 일반 음악과는 차별화된 또하나의 장르로서 전문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한국 영화음악의 현주소에 대한 따끔한 충고도 이어졌다.“기능성과 예술성 모두 강조되는 영화음악에 있어 국내의 경우 기술적인 작업에 치우치면서 창작성과 예술적인 면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그는 국내 영화음악이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기술적인 면에서는 손색이 없는 만큼, 영화음악을 보다 전문화된 장르로 끌어올릴 수 있는 ‘치열함’이 가장 절실한 과제로 지적했다. 조성우 음악감독과 함께 마스터클래스에 초청된 가와이 겐지 음악감독은 5일 오후 2시 같은 무대에 선다.

  • 문화일반
  • 안태성
  • 2005.05.05 23:02

[2005 전주국제영화제] 예술영화 맥 이은 영화인

일본 독립영화의 거장, 소마이 신지(1948∼2001). 국내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일본 영화비평가와 배우들로 부터 가장 추앙받는 감독으로 꼽힌다. 짧은 생애, 그에 의해 제작된 독립영화는 13편. 하지만 일본 독립영화사에 그가 남긴 업적은 그 이상의 가치다. 다매체 시대 등 급변하는 소용돌이 속에서 예술영화정신의 맥을 잇게 한 영화인이었기 때문이다.지난해 ATG(Art Theater Guild·예술영화조합) 회고전을 통해 일본 독립영화의 진보적 세계를 엿본 전주영화제가 주목한 일본 독립영화의 거장, 소마이 신지 회고전은 일본 독립영화 탐구 제2탄. 이를테면 일본 독립영화의 과거와 현재를 잇고 미래를 가늠하는 완결편 성격이랄 수 있다.80년대 일본 독립영화를 주도했던 소마이 신지 회고전에는 80년대 대표작을 중심으로 8편을 초대했다. <꿈꾸는 열다섯>, <세라복과 기관총>, <숀벤 라이더>, <러브 호텔>, <태풍클럽>, <빛나는 여자>와 90년대 작품 <이사>(1993) 그리고 생애 마지막 작품인 유작 <바람꽃>(2000) 등이다. 대부분 상영이 마감됐지만 5일, <꿈꾸는 열다섯>(오후 2시 메가박스 9관), <숀벤 라이더>(오후 7시30분 메가박스 10관), <이사>(오전 11시 전주시네마 1관) 등이 기다리고 있다. 소마이 시지의 데뷔작 <꿈꾸는 열여섯>은 ‘주간 소년 매거진’에 연재 중이었던 야나기사와 키미오의 인기만화를 영화로 각색한 작품. 10대의 일상을 그린 성장기로, ‘고등학생의 동거’라는 다소 파격적인 소재를 통해 소년·소년의 섹슈얼리티를 다루고 있다. <세라복과 기관총> 그해 일본영화 최고의 흥행성적을 거두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소마이 신지는 83년작 <숀벤 라이더>에서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낸다. 8분 동안 단 한번의 커트 없이 롱 테이크로 첫 시퀀스를 연 파격적인 시도로‘롱테이크’라는 트레이드 마크도 생겼다. 야쿠자에 맞서는 긴장감과 박진감 넘치는 어린이들의 고군분투를 다룬 영화.일본 영화계에 비디오와 케이블 TV, 위성방송 보급에 편승한 대기업과 TV방송국이 진출하던 80년대. 소마이 신지는 TV기법으로 변질되는 영화기법에 ‘영화의 본질과 원리’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이사>(1993)는 한참 동안의 공백기를 거쳐 내놓은 그의 열번째 작품이다. 행복한 가족이 붕괴되어 갈 때 겪는 어린 소녀의 상실감과 옛 향수를 소년의 시선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가족적인 영화로 꼽힌다. 초현실적인 이미지와 롱테이크 속에서 전개되는 이 작품은 공간에 대한 집착보다는 이야기의 디테일을 어떻게 배우의 연기와 융화시킬까에 대한 감독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영화다. 80년대 작품 성향과는 분명한 차이를 드러내는 이 영화를 통해 소마지 신지는 그동안 보여준 ‘촬영의 영화’가 ‘연출의 영화’로 선회하는 지점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 문화일반
  • 안태성
  • 2005.05.0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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