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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청화큰스님을 추억하며

나뭇잎도 다 져버린 지난 11월 12일, 전남 곡성 성륜사 조실로 계신 청화큰스님께서 열반에 드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육신이라는 사바세계의 마지막 옷을 벗어버리고 열반적정의 세계로 드신 것이다. 스님의 열반소식을 들은 사부대중의 안타까운 마음이야 이루 말할 수 없다. 스님은 삼독의 불길이 꺼진, 절대 극락의 경지에 드신 것이건만 남아있는 우리들의 마음은 마치 부모를 잃어버린 자녀처럼 슬프기만 하다. 불가에서는 생사의 오고감을 인연법으로 이야기하곤 하지만 스님의 부재는 곧 스승의 부재이기 때문에 그 안타까움은 더하다.다행히도 나는 생전의 청화큰스님을 직접 뵐 기회가 한 번 있었다. 제작년에 본교에서 청화큰스님을 모시고 보살계 수계법회를 봉행한 적이 있었다. 당시 스님께서는 건강이 별로 좋지않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오셔서 계를 설하시고 법명을 내려주었다. 하루에 한끼만 드시는 스님은 바람만 불면 휘어질 듯 가냘펴보이셨으나 그 눈빛만은 형형하였고 목소리는 높지도 낮지도 않아 듣는 우리로 하여금 보살의 세계로 자연스럽고 편하게 끌어주었다. 법문을 설하고 가실 때 많은 학인들과 신도들이 배웅하기 위해 스님을 둘러싸고 합장배례하였을 때도 스님은 신도들을 향해 일일이 합장배례하며 미소를 보이셨다. 그때 나는 비록 먼발치에서 스님을 뵈었을뿐이나 스님에게서 은은히 풍겨나오던 따스한 자비의 기운을 지금도 잊을수 없다. 거동이 불편하신데도 불구하고 그 많은 신도들의 인사에 일일이 인사하던 스님의 겸손한 모습. 나는 그것이 바로 오랜 수행의 힘에서 나오는 것이구나 생각했다. 청화큰스님의 열반소식을 듣고 그때 스님께 받았던 보살십계를 떠올려봤다. 첫째, 생명있는 것을 죽이지 말라. 둘째, 도둑질 하지 말라. 셋째, 음탕한 행위를 하지 말라. 넷째, 거짓말 하지 말라. 다섯째, 술마시지 말라. 여섯째, 사부대중의 허물을 말하지 말라. 일곱째, 자신을 칭찬하고 남을 헐뜯지 말며 다른 사람을 시켜서도 하지 말라. 여덟째, 자기것을 아끼려고 남을 이용하지 말라. 아홉째, 성내지 말며 남으로 하여금 성을 내게 하지도 말라. 열번째, 삼보를 비방하지 말라. 이것이 보살이 지켜야 할 십중대계이다. 이 외에도 사십팔(48)가지 계율이 있어 불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할 소소한 것까지 일러두었다. '옴 살바못자모지 사다야 사바하' 참회진언을 외우며 연비를 받고 지금까지 알게모르게 지었던 모든 업장을 참회하며 앞으로 참되고 진실한 보살행을 하며 살겠다는 원을 세웠다. 스님이 보살의 열가지 계율을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하며 '지키겠느냐 말겠느냐' 하셨을 때 우리 수계자들은 '능히 지키겠습니다' 큰소리로 답하고 계를 받았다.법문을 설하시던 스님의 모습은 그 자체가 바로 법문이셨다. 말하지 않으면서도 온몸으로 장광설의 법문을 설파하고 계신 스님을 보고만 있어도 환희심이 절로 일어났다. 나는 이 생에서 스님께 보살계를 받게 된 것을 크나큰 복덕이라고 생각하고 계를 잘 지키리라 다짐을 했다. 다시금 그때를 되돌아보니 계를 받기만 했지 지키는 것에 너무 게으르고 안일했다. 스님의 열반소식을 접하던 날, 오후에 외출을 하니 거리엔 색바랜 낙엽들이 발길을 따라 뒹굴고 있었다. 이제, 만추도 지나 어느덧 초겨울에 접어들고 있다. 사람의 인생도 저 나뭇잎과 같아 때가 되면 흙으로 가는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스님의 열반소식을 들어서 그런지 떨어진 나뭇잎들이 더 새삼스럽게 쓸쓸하고 무상하게 보인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것처럼, 모두 한 생명으로 태어났으니 그 생명이 스러지는 날도 분명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사느냐인 것 같다. 올 가을, 유난히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과연 어떻게 살 것인가, 의 화두가 스님의 열반소식으로 더욱 분명해지는 느낌이다. 스님께서 일러주신 보살의 삶을 살리라. 보살의 십계를 내 일생의 지표로 삼고 오늘도 내일도 이 발심을 놓지않고 부지런히 정진하리.큰스님은 열반에 가시는 순간까지 이렇게 미혹한 나를 일깨워주고 가신다./안소민(전북불교대학 강사)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3.11.15 23:02

범종교인들의 1천일 기도

생명평화 민족화해 평화통일 천일기도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지리산생명평화결사로 다시 태어난다. 지리산 1천일 기도는 15일 오후 전북 남원 실상사에서 회향식을 갖고 대신 같은 장소에서 생활 속의 평화를 추구하는 지리산평화결사를 발족시킨다.지난 2001년 2월16일 좌우익 희생자와 뭇생명의 해원상생을 위한 1백일 기도로 시작했던 이 사업은 2001년 5월 26일 '생명평화 민족화해 지리산 위령제'를 계기로 천일기도로 전환했다. 당시 각 종교계 인사들은 한국전쟁과 좌우 이념의 대립 속에서 희생된 이들을 위해 1백일 기도에 나섰고, 이후 평화를 주제로 한 강좌와 강연회, 좌담회, 기도회도 잇달아 열렸다.실상사 도법 스님은 1백일 기도를 1천일 기도로 연장해 지금까지 산문 출입을 자제하며 매일 4차례씩 하루 5시간 이상 기도로 자연과 인간, 사람과 사람, 남과 북, 지역과 지역 등 한반도의 평화를 가로막아온 벽들을 허물고, 상생과 화해를 기원해왔다.'평화결사' 추진위원으로 참여한 사람은 2백여명. 정토회의 법륜 스님과 유수 스님, 녹색연합 공동대표인 원택 스님, 수경 스님 등 불교계 인사는 물론 가톨릭의 최훈 김용민 신부, 개신교의 채희동 허병섭 목사와 송순재 감신대 교수, 원불교의 이선종 교무 등 범 종교계 인사들이 두루 참여하고 있다. 또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 장회익 녹색대학 총장, 안도현 이원규 시인, 소설가 조정래씨 등 각계 인사들이 뜻을 같이 했다.지리산평화결사는 각 지역별로 생활 속의 평화, 함께하는 평화운동을 추진한다. 추진위원단은 일단 지역 네트워크가 뿌리내리도록 탁발순례단(가칭)을 조직해 전국 중소도시의 교회나 성당 사찰 등과 시민단체 등을 순례하며 결사의 취지를 알리고 동참을 호소할 계획이다. 생명평화서약운동, 평화일꾼 양성을 위한 평화학교 개설, 생명평화 마을 건설 및 생명평화지대 지정운동도 펼쳐나갈 계획이다. 이 운동의 단위조직이자 중심체인 평화마을은 서약자(평화의 등불) 3인 이상으로 이뤄지며, 교회나 교당 혹은 직장, 단체별로 구성된다. 평화마을은 평화교실 평화사랑방을 운영한다.15일의 발족식은 김장하 추진위원장, 이병철 전국귀농운동본부장, 김지하 시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선언, 생명평화의 등 점등식, 정관제정, 소임자 선출, 서약식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 문화일반
  • 이성각
  • 2003.11.15 23:02

[영화세상] 주말 극장가

극장가 개봉영화△ 전주 명화극장 스캔들(284-6994)프리머스 1관 매트릭스3 - 레볼루션(231-5533)프리머스 2관 영어완전정복프리머스 3관 매트릭스3 - 레볼루션프리머스 4관 황산벌프리머스 5관 최후의 만찬프리머스 6관 위대한 유산프리머스 7관 써클프리머스 8관 아메리칸 파이 웨딩프리머스 9관 여섯개의 시선아카데미아트홀 1관 매트릭스3 - 레볼루션(271-1235)아카데미아트홀 2관 영어완전정복아카데미아트홀 3관 매트릭스3 - 레볼루션전주씨네마 1관 황산벌(283-7722)전주씨네마 2관 정사전주씨네마 3관 아메리칸 파이 웨딩전주씨네마 5관 써클전주씨네마 6관 인터스테이트전주씨네마 7관 최후의 만찬전주씨네마 8관 위대한 유산CGV 전주 1관 최후의 만찬(276-5601)CGV 전주 2관 아메리칸 파이 웨딩CGV 전주 3관 매트릭스 3 - 레볼루션CGV 전주 4관 영어완전정복CGV 전주 5관 위대한 유산CGV 전주 6관 황산벌△ 군산국도극장 1관 황산벌(445-2460)국도극장 2관 매치스틱 맨국도극장 3관 써클시네마우일 1관 매트릭스3 - 레볼루션(445-3613)시네마우일 2관 영어완전정복시네마우일 3관 위대한 유산시네마우일 4관 스캔들금강하구둑자동차극장 황산벌(041-956-5564)△ 익산아카데미극장 1관 최후의 만찬(841-5404)아카데미극장 2관 스캔들(855-7923)아카데미극장 3관 위대한 유산(851-1791)씨네마극장 1관 매트릭스3 - 레볼루션(841-5226)씨네마극장 2관 황산벌씨네마극장 3관 영어완전정복△ 남원제일극장 황산벌(625-2332)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3.11.14 23:02

[문화광장] 공연과 전시

ㅌ●공연△ 도립국악원 금요국악예술무대14일 오후 7시 소리전당 명인홀. 관현악과 조화를 이룬 해금·대금·거문고·가야금·피리의 선율을 감상하는 '협연의 밤'. 장윤미씨의 '추상', 이항윤씨의 '죽향', 위은영씨의 '강상유월', 박달님씨의 '국악관현악과 25현가야금을 위한 뱃노래', 서인철씨의 '바람의 유희' 등 협주곡과 아리랑을 주제로 한 관현악곡 '남도아리랑'을 들려준다. 063)254-2391△ 소프라노 경현영 독창회14일 오후 7시 30분 전북예술회관. 예원예술대학교 음악학부에 재학중인 소프라노 경현영씨의 독창회. 신윤정을 사사하는 그는 이태리 가곡과 아리아를 중심으로 무대를 마련했다. 피아노는 이명미씨(전주대 대학원 재학). 011-680-6575 △ 전북대학교 합창단 제32회 정기연주회15일 오후 7시 전북예술회관. '목련화''꽃 파는 아가씨''경복궁타령' 등 11곡으로 꾸민다. 졸업한 선배들의 모임인 '소리모아'와 함께 '남촌''대학축전 서곡'을 공연한다. 011-9861-0752△ 원음합창단 정기연주회16일 오후 7시 전북예술회관. 전북에 거주하는 원불교 교도로 구성된 원음합창단의 첫 정기공연. '재종사님 영촌마을''원하옵니다' 등 성가곡과 '청산은 아름다워라''파스토랄' 등 유명가곡으로 꾸민다. 019-633-3800△ 사랑을 위한 콘서트 '사랑의 왈츠'18일 오후 7시 익산 솜리예술회관. 멘델스존 이중창 10곡, 18개의 시로 이뤄진 브람스의 연가와 재즈 등 전북오페라단이 '사랑'을 테마로 클래식에 재즈를 접목한 무대. 011-9438-8182△ 하늘노래 합창단 선교회 정기 연주회18일 오후 7시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1981년 창단된 하늘노래 선교합창단(지휘자 박문근)의 23번째 정기 연주회. 홍콩순회찬양, 장애우를 위한 순회찬양, 군부대를 위한 사역 등 찬양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서든 무대를 마련하는 프로-합창단. 063)250-1179 △ 이탈리아 오페라 아리아와 가곡의 밤18일 오후 7시 30분 전북예술회관. 이태리에서 수학한 성악인들의 모임인 전북이태리음악연구회의 제3회 정기연주회. 송금영·이경선·신순옥·박신·홍성철·신윤정·조대근·김석원·최진학·김규성·최정은·김미라씨가 출연한다. 011-680-6575●전시△ 아이존 스튜디오 '인상' 사진전14일부터 20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장. 사람들의 표정에 포커스를 맞춘 아이존 스튜디오의 첫번째 '인상' 사진전. 선발대회를 거친 어린이 모델들의 해맑은 표정을 담은 51점의 작품과 아이존 스튜디오를 찾은 손님들의 프로필 사진 10점, 가족사진 10점을 전시한다. 063) 242-8274 △ 제13회 대한민국 장애인 미술대전 전주전시회14일부터 20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장. 재단법인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가 주최한 제13회 대한민국 장애인 미술대전에서 서양화 한국화 서예 조각 및 공예 등 4개부문 입상작과 추천작가 작품 100점이 전시된다. 02) 416-7802 △ 정현도 작품전15일부터 28일까지 전주 예치과. 전북대 미술학과 정현도 교수가 서울전에 이어 전주전을 연다.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있는, 마치 한폭의 회화작품을 연상시키는 작품들. 나무를 깎아놓은 듯한 대리석과 자연석, 재조립을 통한 새로운 표출들이 인간 본성의 따뜻함을 들춰낸다. 063) 229-2600 △ 제17회 원광대 환경조각과 졸업작품전18일까지 민촌 아트센터 전시실. 자유롭고 도발적인 '젊음'이 작품으로 나타났다. 대학 4년 동안의 성장을 정리하는 졸업작품전을 앞두고, 표현하고 싶은 '열정'과 표출되는 '현실' 사이에서 수많은 날들을 고민했을 그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23명의 졸업예정자들이 참여했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3.11.14 23:02

'전북 조각의 스승' 고 배형식교수 1주기 추모전시

"아직도 학교에 계신 것만 같습니다. 작업에 있어서는 엄격하면서도 정이 깊어 제자 사랑이 대단하셨지요.” 작년 11월, 쌀쌀한 바람이 불어올 무렵 故 배형식 교수(원광대 정년퇴임)는 가족들과 제자들, 그리고 그의 작품들을 남겨둔 채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1년뒤, 스승이 떠난 허전한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제자들로 구성된 원형조각회(회장 원광대 김광재 교수)가 스승을 추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스승의 유고작품과 함께 여는 전시회 '원형조각회전 및 고 배형식 선생님 추모 1주년전'. (14일부터 20일까지 전북예술회관).1970년대 초 원광대에 터를 잡은 배교수는 제자들을 키우며, 불모지나 다름없던 전북의 조각계를 일궈냈다. 30여년 동안 배출한 학생만 해도 5백50여명. 조각가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는 1백50여명에 이른다. 여러차례의 기회에도 "학생들도 가르쳐야 되고, 작가로서 고민도 더 해야한다”며 한사코 고사했던 개인전. 배교수는 정년퇴직을 하던 1991년, 처음이자 마지막 개인전을 열었다. 원광대 교시탑, 봉황탑, 정문 입구 부조상을 비롯, 장수 '논개상' 전주 한국은행 '모자상' 전북예술회관 '춘하추동' 전주 덕진공원 내 전봉준·신석정 동상 모두가 그의 작품. 배교수의 흔적들은 도내 곳곳에 남아있다. 제자들은 그런 스승의 작품들을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야린 배형식 개인 미술관'설립을 소망하고 있다. 배교수는 인체구상조각에 주목, 철두철미한 대상의 관찰로 주로 여체작업을 통한 인체 비례와 선의 아름다움을 사실적으로 표현해왔다. 이번 전시에는 유고작품 '소고무' 2점과 '발레하는 소녀' '결실' '여심' 등 5점과 73명의 제자 작품이 함께 전시된다.원광대 김광재 교수는 "공간상의 제약으로 더 많은 제자들이 참여하지 못해 아쉽다”며 "제자들이 한자리 모여 스승의 발자취를 더듬어보고, 조각가로서 도약을 위해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자리”라고 소개했다.열여섯번째 전시를 스승의 추모전으로 마련한 원형조각회는 1982년 창립, 원광대 미술학과(조각전공) 졸업생들로 구성됐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3.11.14 23:02

[새영화] 여섯개의 시선

여섯명의 감독이 만든 영화 '여섯개의 시선'. 각자의 시선으로 감독들이 바라본 곳은 다르지만, 세상의 틀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인권에 주목하고 있는 점에서 '여섯개의 시선'은 닮아있다. 뚱뚱하고 못생긴 여상 학생의 이야기, 임순례 감독의 첫번째 시선 '그녀의 무게'. 영화 끝에 나오는 행인의 한마디 "저 뚱뚱한 아줌마가 감독이라구?”. 20분의 영화보다 임감독의 주제가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두번째 시선은 정재은 감독의 '그 남자의 사정'. 성범죄자로 인터넷 상에 공개된 그 남자와 남자에게 관심을 보이는 유일한 사람인 이웃집 오줌싸개 꼬마아이. 시공간이 모호한 신도시 아파트를 배경으로 독특한 구성이 여러 메시지를 복합적으로 전달한다.L과 R의 차이. 영어 발음을 제대로 내기위해 여섯 살 종우는 엄마 손에 이끌려 설소대 수술을 받는다. 롱테이크로 화면을 가득 채운 리얼한 수술장면은 아동의 인권침해를 다루었다. 세번째 시선 '신비한 영어나라'의 박진표 감독. 네번째 시선은 박광수 감독의 '얼굴값'. 장례식장 매표소의 아름다운 여직원과 그의 직업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남자 이야기다. 마지막 반전에 작품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듯. 박찬욱 감독의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는 다섯번째 시선. 한국인들의 무관심으로 6년 4개월동안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 네팔 여성 노동자 찬드라의 이야기. 여균동 감독을 통해 본 마지막 시선은 '대륙횡단'. 뇌성마비 1급 장애인 김문주씨의 일상적인 사건들이다. 세상의 편견과 잘못된 구조에 대한 장애인의 치열한 도전이 그려진다.2003년 전주 국제영화제 개막작. 여섯명의 진취적인 감독을 만날 수 있어 좋고, 인기배우 변정수·지진희가 출연해 더욱 좋다. 전주 프리머스 상영.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3.11.14 23:02

(사)마당 수요포럼 "소리축제 조직위 독립해야"

"문제는 조직위원회의 독립과 제 역할이다.”지난달 강현욱 도지사의 '원점에서 재검토' 발언 이후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는 소리축제의 문제점은 조직의 구조적 한계와 역할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2일 오후 7시 전주정보영상진흥원 세미나실에서 열린 ㈔마당(대표 정웅기)의 수요포럼.'소리축제 재신임을 묻는다'를 주제로 한 이 토론회는 소리축제의 여정처럼 복잡했다. 문화계의 뜨거운 사안을 증명하는 듯 참가자도 많았고, 토론 시간도 평소보다 길었지만 반복되는 논의는 오랜 시간동안 접점을 찾지 못했다. 대부분 참석자들이 소리축제의 가능성과 지속성에 공감했지만 그만큼 소리축제가 안고 있는 현실적 문제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제자 전주문화원 이종진 사무국장은 '소리축제는 가치있는 문화상품'이라며 중요한 것은 '감독 책임제와 감독평가제도 도입', '파견공무원 전원철수', '사무국 인원 대폭 축소, 전문인력 상근제도 도입' 등을 통해 조직위원회가 실질적인 최고 의결기구가 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관객수에만 집착하는 관행적 평가” "예산을 지원하는 도의 지나친 간섭”"외형적으로만 거대하게 만드는 과도한 예산 규모”"우리소리가 중심에 서지 못하는 프로그램” 등 참석자들의 구체적인 문제 제기가 이어진 가운데 관심이 집중된 것은 '조직위'의 독립. 참석자들은 축체 조직위가 독립된 법인체임에도 예산을 비롯해 실질적인 집행과 운영 책임을 자치단체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기형적인 구조가 소리축제를 진전시키지 못하는 주범으로 지목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임진택 총감독·최복열 사무국장을 비롯해 조직위 관계자들이 적잖게 참여했지만, "조직 운영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다”는 최복열 사무국장의 발언을 제외하곤 실질적인 논쟁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때문에 포럼 참석자들은 조직위의 구조적 한계를 비롯한 본질적인 문제를 짚어내는 단초를 제기했지만 더이상의 논의 진전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3.11.14 23:02

온고을 소리청 기획 창극 '수궁가'

시름시름 앓는 용왕의 병에 특효라는 토끼의 간(肝). 이 간을 둘러싼 자라(별주부)와 토끼의 줄다리기. 판소리 '수궁가'가 해학이 가득한 완판 창극으로 15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연지홀 무대에 오른다. 수궁가는 다섯 바탕 중 유일하게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우화적인 요소가 많은 판소리. 다양한 형식으로 무대에 올려온 대표적인 소재다. "무엇보다 소리에 중심을 뒀다”는 이번 작품은 우리 나라 첫 번째 판소리 인간문화재였던 명창 정광수옹(丁珖秀·1909∼2003)의 창본 판소리 사설을 그대로 살려 창극 양식에 맞도록 각색했다. 국립국악원 민속단이 수성반주로 소리에 신명을 더할 예정. 세트를 최소화하는 대신 막의 전개를 영상자막으로 처리하는 것도 이번 무대의 주목할만한 특징이다. 우화적인 요소를 효과적으로 살리기 위해 아크로바트 무예 등 새로운 시도를 기획한 것도 돋보인다. 연출 김효경씨(서울예술대 교수)는 "판소리와 장단의 시각화에 주력해 주요 배경인 육지와 바다의 동물들을 현란한 몸 동작으로 활기차게 진행시키겠다”고 말했다. 창극 '수궁가'는 지난 2001년 40여년의 서울 생활을 접고 전주 한옥마을에 정착, '온고을 소리청'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일구(63)·김영자(52) 명창부부가 마련했다. 국립창극단과 국립국악원, 온고을소리청 문하생 등 명창부부의 제자와 후배 70여명이 함께 한다. 전주시 보조금 2백만원외 모든 제작비용도 이들에게서 나왔다. 십시일반이거나 무일푼 연출(출연)로 준비과정부터 훈훈한 무대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수궁가 준보유자인 김영자 명창이 토끼 역으로 직접 무대에 오르고, 국립창극단원인 왕기석씨가 별주부 역을 맡았다. 2003소리축제 어린이창극 '다시만난 토끼와 자라'에 나왔던 어린이소리꾼 장반석·김윤지·노여진·박현영 등이 '쉬파리' 역으로 출연해 재미를 더한다. 또 윤충일(도사 역) 김경숙(할미새 역) 우지용(멧돼지 역) 김학용(용왕 역) 김금미(여우 역) 등 국립창극단 단원들의 열연도 기대된다. '남편은 전남 화순 부인은 대구'. 일찍부터 '영호남의 대동단결'을 이룬 명창 부부는 1983년과 1985년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 차례로 대통령상의 영예를 안으며 전주와 인연을 맺었다. 전주에 정착한 이유는 "귀명창이 많은 판소리의 본고장 전주에서 소리에 전념하기 위해서”. 명창부부의 아들이며 구성진 상여가락으로 젊은 명창 소리를 듣는 김경호씨(도립국악원 창극단)도 북장단으로 함께 한다. "이번 창극은 전주관객들이 지금까지 쉽게 접하지 못했던 소리로 입맛을 돋울 것”이라고 소개한 김일구 명창은 "노인·장애인 등 공연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찾아가는 온고을 소리청'의 무대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3.11.14 23:02

[한문속 지혜] 발돋움과 건너뛰기

발돋움하고 서서는 오래 서 있을 수 없고 건너뛰듯이 서둘러 걷는 걸음으로는 멀리 갈 수 없다. 企者는 不立하고 跨者는 不行이라기자 불립 과자 불행노자 《도덕경》24장에 나오는 말이다. 6~70년대에 우리는 '착실한 전진'이라는 구호를 내걸고서 열심히 일을 한 적이 있다. 물론 그 구호가 이른 바 '개발 독재'를 주도한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 내세워진 구호라서 독재의 기미를 눈치챈 후로는 그 구호로 인해 허탈에 빠지기도 하였지만 어쨌든 이따금씩 당시의 그 '착실한 전진'이라는 구호에 대해 아련한 향수를 느끼는 것은 나만의 감정이 아닐 것이다. 몹시도 가난하게 살던 그 시절, 농한기에 미국에서 원조식량으로 들어온 밀가루를 풀어 섬진강 물을 호남평야로 끌어들이는 관개수로 공사를 벌여 누구라도 작업장에 나와 일만 하면 하루에 밀가루 한 포대씩 주었으니 사람들은 그 밀가루를 통해 희망을 보았다. 그리고, 착실하게 일하면 나도 굶지 않고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작업장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일하는 해 노래〉도 열심히 따라 불렀다. '착실한 전진'이라는 구호를 실감하며 그렇게 즐겁게 일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착실한 전진'을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오히려 그런 사람을 바보로 취급하는 경향마저 있는 것 같다. 한푼 두 푼 버는 돈은 돈으로 보려 하지 않고 일확천금을 꿈꾸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바람 난 세상이다. 발돋움하고 서서는 오래 서 있을 수 없고 건너뛰듯이 서둘러 걷는 걸음으로는 멀리 갈 수 없다는 진리를 깨달아야할 것이다. 企:발돋움 할 기 跨:건널 뛸 과 行: 길 갈 행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3.11.13 23:02

국경 넘은 처남ㆍ매부 '재즈' 연주회

찬바람이 불면 재즈가 그립다. 어두컴컴한 바에 앉았다가 라이브 연주를 마주치는 운 좋은 날에는 경쾌한 드럼 비트에 따라 발장단을 맞춰본다. 그러다 감성을 한껏 자극하는 멜로디가 흘러나오면 어느새 마음은 창 밖을 떠돈다. 재즈 매니아라면 한번쯤 이들의 음악을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국경을 넘은 처남 매부 지간이자 국내 재즈의 두 기둥인 정재열(35)과 벤 볼(Ben Ball·31). 두 뮤지션이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유래가 거의 없는 구성인 기타와 드럼만으로 이루어진 재즈 음반을 발매했다. 앨범 제목은 'The In-Law'. 처남, 매부 사이인 둘의 관계를 빗대 지었다. 정재열은 캐나다 토론토 대학과 미국 웨스턴 미시건 대학원에서 재즈 기타를 전공했고, 현재는 백제예술대학 실용음악과 학과장에 재직 중이다. 95년 한국에 들어온 벤 볼 역시 캐나다 토론토 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현재 백제예술대학 교수에 재직 중이다. 국악에 대한 관심이 지극해 장구와 북을 배워 재즈에 접목하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둘은 재즈 피아니스트 임인건 등과 함께 야타재즈밴드를 이끌었으며 국내 최초로 클럽이 아닌 극장(대학로 딸기 소극장)에서 3년여간 120주 동안 정기 재즈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The In-Law'는 ECM 레이블의 음반을 연상시키는 현대적인 음악으로 가득하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활발히 논의 중인 21세기의 재즈. 정재열과 벤 볼은 한국이 아니라 세계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둘은 내년 세계 최대·최고의 재즈 페스티벌인 캐나다 몬트리올 재즈 페스티벌에 초청됐다. 기타로 낼 수 있는 국악기의 소리를 탐구한 정재열과 장구를 배운 벤 볼은 국악과 재즈의 만남을 세계인들 앞에서 보여줄 생각이란다. 이들은 14일 오후 7시 전북대 건지아트홀에서 음반 발매 기념 공연을 마련했다. 처남과 매부, 기타와 드럼이 맞추어 가는 완벽한 호흡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좌석 값은 2만8천원. 좀 비싸지만 관람객 모두에게 'The In-Law'CD를 준다. 문의 www.jbmedia.co.kr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3.11.13 23:02

전주시립국악단 제121회 정기연주회

"고요한 밤 우물가에서 달을 바라보며 중국인의 마음을 느껴보세요”중국은 가까운 이웃이지만 음악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영화와 음반을 통해 자주 듣다 보니 듣는 귀는 열렸다고 해도, 여전히 낯설다. 내 살처럼 느껴지기보다 신비한 기운부터 느껴지는 것. 전주시립국악단(지휘자 심인택)이 제121회 정기연주회에서 중국 대표적인 민간악기 얼후(二胡)와 국악기가 한데 어우러진 '이천영월'(二泉影月)을 들려준다(13일 오후 7시 전주덕진예술회관). 얼후 연주자는 중국문화대학 국악과 황정밍 교수. '아빙'이란 아명으로 잘 알려진 화언균(華彦鈞·1893∼1950)이 작곡한 '이천영월'은 중국인들이 가장 아끼는 노래 중 하나. 얼후 연주자라면 필히 거쳐야 할 고전이다. 아빙은 거리를 유랑하며 노래로 생계를 이끌던 장님 악사다. 실명 후 작곡한 이 곡은 음악적 형상을 통해 예전에 봤던 아름다운 풍경을 상상하며 만든 노래다. 두 개의 맑은 샘에 휘영청 뜬 달이 비친 모습을 그는 매우 생생하게 음악으로 표현했다. 실제로 그가 느낀 것은 온통 암흑이었을 터. 그래서인지 노래는 더 애절하고 서글프다. 이외에도 해금연주자 양경숙씨(추계예술대학 겸임교수)와 해금협주곡'공수받이'를, 회현금연주자 조혜선씨(전주시립국악단 단원)와 거문고협주곡'산수간 바위아래'를 협연한다. 문의 063)281-2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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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우
  • 2003.11.13 23:02

[판소리의 땅과 사람들] (1)판소리의 발자취

소리꾼의 목에 힘줄이 선명하게 돋았다. 금새라도 터질듯한 쉰 소리. 처절하게 요동치는 그 소리가 가슴을 파고 들었다. 고수의 북채가 긴장하며 허공에 멈추어 있는 사이, 우주는 멈추었다. 순간, '아이쿠''그렇지''암만', 여기 저기서 쏟아지는 추임새로 소리꾼은 겨우 숨을 고른다. 그랬다. 판소리는 그렇게 치열하게 소통하는 생명의 소리인 것이다. 언제부터 어떻게 우리에게 왔는지조차 여전히 미지의 대상인 판소리를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지난 7일 유네스코가 판소리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때부터 판소리는 더이상 작은 나라 한국만의 문화가 아니다. 두시간 세시간, 도대체 지칠 틈없이 토해내는 저 소리의 정체는 무엇인가고 눈 크게 떴을 외국인들에게도 판소리는 이제 문화자산이 된 것이다. 전북은 판소리의 땅. 이 지역에서 판소리의 역사는 굿굿하다. 그 근원은 여전히 애매하나, 전라도 땅에서 만들어져 생명을 이어왔다는 사실은 이곳 전라도 문화의 역사를 새삼 주목하게 한다. 그 역사는 탄탄하여 판소리 고장으로서의 자긍심을 가능하게 하지만 판소리의 가치가 오늘과 만나는 지점은 전통과 연륜, 그 이상을 넘어서지 못한다. 오늘날의 판소리는 여전히 공간에 갇혀 있고, 일상속의 노래가 되기에는 여전히 멀리 있는 까닭이다. 전북은 판소리의 역사에 무엇이고, 판소리는 전북의 무엇인가.세계가 그 가치에 눈을 떠 지켜야할 자랑스러운 유산으로 판소리를 등재한 지금. 더욱 새로워진 판소리의 생명을 온전히 지켜나가야하는 일이 우리 앞에 와있다. 치열하게 소통하는 판과 소리의 역사를 일궈가는 작업이 시작됐다.민중들 삶과 결합 전라도 소리로 정착판소리는 훌륭한 소리꾼의 목청에 얹혀진 독특한 가락과 저 뱃심 깊숙이에서부터 올려지는 소리의 만남이 어우려져 안겨주는 감동 이전에 이미 우리의 원초적인 삶의 정서로서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앗아내는 독창적인 힘을 갖고 있다. 그 힘은 판소리가 삶의 체험을 내용으로 하면서도 단순히 삶의 질서와 행태를 풀어놓는데 그치지 않고, 현실인식의 기반 위에서 담아내는 사회적 성격, 이를테면 [갖고 누리는 자]의 입장에서보다는 [없이 살고 억눌려 살아온 자]들의 한과 고통이 치유될 수 있는 정서를 녹녹하게 담아 낸 위에서 세워진 것에서도 비롯된다. 판소리 연구자들은 판소리의 기원을 육자배기류의 남도민요나 세습무당들의 무가에서 찾아내고 있지만 그것의 발생과 형성의 정확한 모습을 밝힐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는 없다. 다만 그동안의 학설에 따르면 조선 숙종 때에 발생하여 영·정조때 비로소 자리잡았으며 1800년대에 전성기를 맞아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정리된다. 연구자들은 판소리 초기의 명창 宋興祿의 출현 이전까지를 형성시대로 보아 그 구체적인 시기를 정조 중엽인 1800년께로, 전성시대를 송흥록으로부터 협률사의 창건(1902년)까지로 분류하다. 협률사의 공연으로 판소리는 이후 창극으로의 전환이라는 변모를 이루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에 따라 전성시대를 다르게 파악하기도 하지만 아무튼 판소리는 우여곡절을 겪어오면서 1960년대에는 명창을 인간문화재로 지정, 그 원래의 모습을 보존하고 전승시키는 노력을 오늘의 작업으로 세워두고 있다. 판소리는 창우(昌優)에 의해 전승되어 왔다. 이러한 창우들은 전국에 두루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전라도의 창우들은 명창으로서의 빼어난 역량을 지니고 있었다. 매우 독특하게도 판소리 명창은 전라도 땅에서만 배출된 사람들이었는데 이는 판소리가 이 지역의 독특한 정서와 삶의 토양, 그 역사와 무관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갖게 하기에 족하다. 조선 숙종때 발생 1880년대 전성기전북출신 권삼득 모흥갑 전승 앞장1960년대 명창을 인간문화재 지정대부분의 연구자들도 [무가의 선율이 육자배기로 되어 있고 무가의 반주로 시나위가 연주되는 지역에서만 판소리명창은 배출될 수 있었다]는 이보형씨의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 따라서 판소리의 음악적 측면은 호남의 무악과 깊은 관련을 갖고 있다고 정리한다. 그러나 판소리의 사설을 구성하는 근원설화가 한 지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전국적인 것인 점을 들어 [호남으로 정착되기 이전의 판소리는 전국 각 지역의 설화와 그 지방의 음악이 결합된 조잡한 형태의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판소리가 동리 신재효에 의해 정리되기 이전까지는 모두 열두 마당이 있었다. 장끼타령, 변강쇠타령, 왈자타령, 배비장타령, 심청가, 흥부가, 토끼타령, 춘향가, 화용도, 강릉매화타령, 가짜신선타령, 옹고집타령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대체로 판소리 형성 초기에 이루어진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각각의 소재는 전국적인 것인데다 그 사설이 그 지방의 음악과 결합되어 전승되면서, 판소리의 초기형태가 이루어졌다. '조선창극사'를 쓴 정노식은 판소리의 시조로 하한담과 최선달을 꼽는다. 이들과 함께 기록되어 있는 고수관·송인영·임춘학·이봉국·김난득 등 대부분은 충청도 사람들이다. 그러나 판소리사를 살펴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기록 [丁亥完文]에는 염계달·송흥록·김계철·염계량·고수관이 소개되어 있다. 또 송만재의 '관우회' 역시 우춘대·권삼득·모흥갑이 명창으로 기록돼 있다. 이중에서 권삼득(완주군 용진면 구억리)과 모흥갑(김제)은 전북출신으로 알려져 있으나 우춘대에 대해서는 밝혀진 자료가 없다. 어찌됐든 이들 초기의 명창들에 의해 판소리는 전라도 지역에 정착(?)하게 됐다. 이를테면 전라도의 소리로 자리잡음한 것이다. 판소리의 기원이 되는 남도의 육자배기의 잡가나 세습무당들의 무가가 지닌 음악적 요소와 세련된 사설이 결합한 판소리는 전라도 땅에서 비로소 그 빛을 낼 수 있게 된 셈인데 이러한 배경에는 전라도가 지니고 있는 독특한 정서와 이 지역 사람들의 삶의 역사, 그 내용이 판소리를 [우리의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가장 큰 힘이 됐을 것이다. 어찌됐든 판소리는 송흥록 이후 전라도 땅에서 전성기를 맞았다. 넉넉한 생산의 땅에 사는 대가로 [빼앗김]의 부당함과 억압을 당해야 했던 이 땅의 민중들은 삶의 체험뿐 아니라 양반계층에 대한 야유나 풍자까지도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판소리를 통해 자신들의 삶의 고난과 한을 풀어내면서 정신적 보상까지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판소리의 형성이 어찌됐건 간에 전라도 소리로 정착한 그 이면에는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근거로는 설명하지 못할 그 무엇, 이를테면 수천년 동안 면면이 이어져온 체험의 역사가 있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 문화일반
  • 김은정
  • 2003.11.13 23:02

[논술을 준비하는 방법] 글 쓰는 기술 체계적 정리를

논술은 어떤 주제에 관하여 자신의 생각이나 사상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방식이다. 논리적인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은 하루아침에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논술에 대비하기 위해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배경지식을 갖추는 일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우선 많은 기본적인 배경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논술을 인체에 비유한다면 논리적 사고가 우리 몸의 골격과 같다고 한다면 기본적 배경지식이란 우리 몸의 살과 같은 것이다. 그럼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배경지식은 무엇인가?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기초지식과 고전에 대한 기본적 소양, 그리고 시사문제에 대한 상식이 논술에 대비하기 위한 훌륭한 배경적인 지식이 된다. 그것은 마치 집을 짓는 원리와도 같다. 기와집을 짓기 위해서는 우선 재료가 필요하다. 그 재료를 모으는 작업이 곧 논술에 필요한 기초적인 배경지식을 갖추는 것에 해당한다. 그러나 필요한 재료만을 무턱대고 나열해 놓는다고 아름다운 기와집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재료를 활용하여 목수가 깎고, 세우고, 맞추는 등 재료를 적재적소에 잘 배치하여 조합할 때 아름다운 기와집을 지을 수 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도 일단 갖춘 배경지식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글을 전개할 것인가를 먼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많이 읽고 깊이 사고한 다음에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은 직접 글을 써보는 것이다. 글을 쓰는 데는 기술이 필요하다. 얼마나 아름답고 훌륭한 기와집을 지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목수의 기술 여하에 달려있다. 논술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많은 배경지식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지식을 활용하는 기술이 없이는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그러나 유능한 목수가 되기 위해서는 기술만 익혀서는 안 된다. 일단 기술을 익히고 나면 실제로 집을 지어 보아야 비로소 그 기술이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학생들도 훌륭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글을 쓰는 기술을 익힌 다음에는 실제로 많은 글을 써 보아야 한다. 논술에 정통하기 위해서는 공부할 때 다음과 같은 사항을 반드시 머리에 두고 공부를 해야 한다. ◇ 용어의 개념을 파악하라공부를 하다보면 수많은 용어들이 등장한다. 학생들이 맨 처음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가 용어의 개념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용어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는 결코 전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 다양한 이론들을 일반화하라공부를 해 가면서 다음으로 유념해야 할 사항이 일반화이다. 일반화란 비슷한 이론이나 사상을 묶음으로 나누는 작업이다. 일반화 없는 공부는 우리의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공부가 복잡하여 우리를 짜증나게 만든다. 반대로 일반화에 익숙해지면 공부가 매우 쉽고 재미있게 느껴진다.◇ 서로 상반되는 사상을 정리하라유사한 사상끼리 분류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자연스럽게 접하는 것이 학자들 간에 서로 상반되는 이론이다. 이 상반되는 이론을 명확히 정리해 두는 것이 논술에 대비하는 또 다른 요령이다. 논술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견해를 설득력 있게 주장하는 기술이다. 일방적인 자기주장만 내세우다보면 자칫 독선으로 흐르기 쉽다. 자신의 견해에 호소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반대되는 견해와 대비시킬 필요가 있다. ◇ 서로 다른 생각을 종합하라유사한 사상끼리 분류하고, 그것을 반대적 사상과 대비시켰으면 반드시 종합적 성찰을 해야 한다. 이것이 논술의 꽃이다. 예를 들어 예술가들은 "예술을 위한 예술”을 부르짖는다. 예술가라는 집단은 오로지 미적 ? 예술적 탐구만이 목적일 뿐, 세상일에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 역사적 배경 지식을 쌓아라마지막으로 학생들이 관심을 가져야 될 것은 역사적 배경 지식을 쌓아 가는 일이다. 사상은 '지식사회학'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사회적 배경을 떠나서는 이해할 수 없다. 사상은 시대 변화에 영향을 주면서도, 반대로 시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대적 배경을 정확히 익혀야 한다./황상규 (전주 대성학원 논술전문 강사)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3.11.13 23:02

[한문속 지혜] 가난과 재앙을 이기는 길

力能勝貧하고 謹能勝禍라 역능승빈 근능승화'힘써 일함'은 가난을 이겨내고 '조심 함'은 재앙을 이겨낸다.남북조 시대 북위의 학자인 가사협이 쓴 《제민요술(濟民要述:백성을 구제하는 방법)》의 서문에 나오는 말이다. 같은 마을에 사는 부자를 몹시 부러워 한 가난한 청년이 있었다. 어느 날, 그 부자를 만난 청년은 돈을 버는 방법을 가르쳐 줄 것을 간곡하게 청했다. 그랬더니 그 부자는 "쉿”하고 입에 손가락을 갖다대며 "그렇게 중요한 사항을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물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이따 자기 방으로 조용히 찾아오라고 했다. 그래서 청년은 '옳거니, 이제는 나도 돈을 벌게 되었구나'하는 생각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도록 조용히 부자의 방으로 찾아갔다. 부자는 한참동안 뜸을 들이더니 가까이 와서 귀를 대라고 했다. 부자에게 다가가 귀를 댄 젊은이에게 부자는 아주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열심히 일하고 안 쓰면 버는 거야”라고. 돈 벌어 부자 되는 방법은 이처럼 쉬운 데에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쉬운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3D업종의 어려운 일이라는 이유로 일자리를 팽개치고, 벌이라고는 한 푼도 없는 처지에 카드를 만들어 쓰기만 하면 어떻게 부자가 될 수 있겠는가? 힘써 일하면 가난을 이겨낼 수 있고 항상 조심하면 재앙을 막을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새기며 뱃속에 든 헛된 바람을 빼내 버리고서 오늘 당장 노동의 삽을 들도록 하자.勝:이길 승 貧:가난할 빈 謹:삼갈 근 禍:재앙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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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3.11.12 23:02

제3회 혼불학술상 박현선씨 수상

제3회 혼불학술상에 박현선씨(38·숭실대 강사)의 '최명희 소설연구'가 선정됐다. 박씨의 박사논문(경원대·2002년)이기도 한 이번 수상논문은 장편소설 '혼불'외에도 '메별''정옥이''이웃집 여자''탈공이' 등 단편소설 7편의 서술방식과 시점, 구성상의 특성을 분석하고 작가의식을 규명해, 문학성에 초점을 맞춘 종합적 연구서로 평가받았다. 심사위원단은 "단편소설에서 장편소설로 발전·확장되어가는 작가의 세계관을 심도있게 분석하고 있다”며 서술방식의 다양성, 등장인물의 특성 등을 다면적으로 살폈다고 평했다. 경원대와 동대학원을 졸업, '혼불'을 중심으로 한 '문화사회화 언어의 욕망', '최명희 단편소설의 시점 양상 연구'를 발표한 바 있는 박씨는 "'혼불'을 읽을 때의 감동과 논문을 쓸 때의 깨달음만으로도 행복했다”며 문학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을 다짐했다.故 최명희 선생의 삶과 소설 '혼불'의 집중적 탐구를 통해 문학적 가치를 알리고 한국문학연구의 활성화를 위해 혼불기념사업회(운영위원장 두재균)가 제정한 혼불학술상은 최근 3년 이내 발표된 연구 논문 및 발간물을 대상으로 심사한다. 평론가 장일구씨의 '혼불읽기 문화읽기', 평택대 이덕화 교수의 '최명희의 문학읽기'가 역대 수상작이다. 올해는 원광대 천이두 명예교수와 연세대 이선영 명예교수, 전북대 장성수 교수가 심사에 참여했다. 상금은 300만원이며, 시상식은 다음달 11일 오전 11시 전주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열린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3.11.1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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