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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전북역사를 다시 쓴다

전북지역의 조선시대 역사를 새롭게 드러내는 작업이 시작됐다.전북대박물관이 전북지역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고문서 1만여종의 원문을 현대어로 번역, 누구나 컴퓨터를 통해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호남지역 고문서와 향토자료의 수집과 활용방안’연구사업. 연구자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당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실용적 자료화 사업이다. 이 사업은 판소리실용화시스템 개발과 함께 전라문화연구소(소장 임명진)가 학술진흥재단의 기초학문지원사업 지원을 받아 추진하는 것. 실질적인 연구작업은 전북대박물관(관장 하우봉)이 맡았다. 투자되는 예산은 5억3천4백만원. 고문서의 목록정리부터 해제와 번역을 거쳐 자료로 입력, DB로 구축하는 작업은 2004년 7월에 끝이난다. 전북대는 우리나라에서는 규장각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고문서를 소장(1만 5천여점)하고 있는 박물관. 소장하고 있는 분량 뿐 아니라 가치가 높은 고문서들이 많아 학계의 관심을 모아왔다. 그동안 고문서에 대한 연구는 부분적으로 이루어져 왔으나 1만여종의 고문서가 대대적으로 DB화되는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 만큼 학계에서는 ‘고문서 활용 시스템 구축’이 고문서에 대한 인식과 활용도를 높일 뿐 아니라 지역사 연구에도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작업이 완료되면 전북의 지역사도 새롭게 쓰여져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하우봉 전북대 박물관장(사학과 교수)은 “이들 고문서들은 지역의 독자적인 삶과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중요한 사료임에도 정작 연구자들의 자료로는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했다”며 “이 작업이 이루어지면 지역사에 대한 새로운 조명과 함께 1차 사료로서의 고문서 가치를 고스란히 회복할 수 있게 된다”고 의의를 밝혔다.

  • 문화일반
  • 김은정
  • 2002.11.12 23:02

동학기념사업회-전주역사박물관 '찾아가는 역사교실'

송기숙 김용택 김명곤 이이화 정양. 문학인으로, 예술인으로, 역사학자로 우리 사회의 ‘큰 나무’로 뿌리내림한 이들이 ‘찾아가는 역사교실’에서 미래의 주역, 청소년들과 마주한다.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이사장 한승헌)와 전주역사박물관(관장 우윤)이 공동 주최하는 제9회 동학농민혁명 역사교실에서다.사회명사들이 직접 도내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방문해 여는 ‘찾아가는 역사교실’은 14일부터 23일까지 모두 다섯차례에 걸쳐 마련된다. 미래 역사의 주인이 될 청소년들에게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는데다 질곡의 세월을 올곧은 역사정신으로 관통해온 이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소설가 송기숙씨는 14일 오전 10시 30분 전주신흥고에서 ‘동학농민전쟁과 당시의 농촌사회’를 주제로 강연한다. 10여년에 걸친 현지답사를 통해 쓰여진 대하역사소설 ‘녹두장군’에 수록된 동학농민전쟁과 당시 농촌사회의 현실을 실감나게 들려준다.18일 오후 2시 30분 전북대 인문대학에서는 김용택 시인이 ‘동학과 문학’을 이야기한다. 동학농민혁명의 문학적 형상화 작업이 어떻게 이루어졌는 지를 시를 중심으로 소개하는 자리.김명곤 국립중앙극장장은 19일 오전 10시30분 모교인 전주고를 찾아 ‘인생과 예술’을, ‘한국사 이야기’의 저자 이이화씨는 전라고에서 ‘이야기로 풀어보는 동학농민혁명사’를 강연한다.23일에는 정양 시인(우석대 교수)이 전주기전여고에서 ‘한이란 무엇인가’를 말한다. 5천년 역사 구비구비에 쌓인 우리 민족의 한이 한으로 남지 않고 빛나는 예술로 승화되는, 절절하고 깊은 한의 세계를 접할 수 있는 기회다.주옥같은 강연과 함께 선사시대부터 근대사에 이르기까지, 전주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도 마련돼, 청소년들의 전주역사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2.11.12 23:02

나무를 통해 본 존재와 관계, 주인영씨 일본 초대전

나무를 통해 ‘존재와 관계’를 주목해 온 주인영씨(37)가 일본 초대전을 열고 있다. 7일부터 13일까지 가고시마현 유갤러리에서 이어지는 가고시마초대전.2년전 가고시마현에서 열린 한일교류전에서 참가했던 그와 인연을 맺은 일본 작가 도조 신이찌로씨가 갤러리에 추천, 2년만에 결실을 맺은 전시회다.네번째 개인전을 일본에서 열고 있는 그는 나무를 통해 ‘희망’을 이야기 하고 있다.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생명력과 환희를 표현한 작품 세계다.“그동안의 작업이 나무를 통해 사람들의 삶과 수많은 인연을 담아내는데 주력했다면 이번 전시는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피어나는 화해와 상생 등을 그리고 싶었습니다.”나무의 ‘의인화’과정을 통해 세상에서 움트고 있는 ‘희망’을 노래하고 싶었다는 그의 작품은 현란할 정도로 다양한 색채가 화폭에서 조화를 이루면서도 정제된 느낌이 강하다. 세상이 어둡다기 보다는 밝고 환하다는 작가의 세계관이 오롯이 드러나 있는 덕분이다.전주대 미술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구상작가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중일 삼국삼색전과 한일교류전 등 국제교류전에 참가해왔다. 현재 전주대와 중부대 강사로 활동중.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2.11.12 23:02

내년 전주국제영화제 주제 '자유-독립-소통'으로 결정

제4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자유(Freedom), 독립(Independence), 소통(Communication)’ 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03년 4월 25일부터 5월4일까지 열린다. 공식일정과 슬로건을 확정한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집행위원장 민병록)는 스탭과 자원봉사자 모집을 시작하는 등 내년도 전주국제영화제의 구체적인 준비작업에 돌입했다. 조직위는 지난달 열린 ‘제4회 전주국제영화제 발전 방향’에서 제기했던 컨셉 ‘자유 독립 소통’을 내년부터 전주영화제의 공식 슬로건으로 사용한다고 11일 밝혔다.영화제 조직위는 “이 슬로건은 기존의 ‘대안, 디지털, 아시아독립영화’컨셉을 아우르는 것으로 관객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의지를 담아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대 자본시장으로부터 독립하는 젊은 영화제를 갈망해온 전주영화제의 정신을 살리고, 영화제를 통해 서로의 문화를 모험하고 교류하며 공유할 수 있는 뜻깊은 장을 마련하자는 의미를 담아냈다.영화제 조직위는 또 지난 3회까지 7일간 열렸던 영화제가 2003년도부터 3일이 늘어난 10일간 열리는 것으로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영화제 조직위는 “관객들이 여유를 가지고 영화제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는 차원”이라며 “상영관 수를 줄이고 영화인을 분산 초청하는 방법 등으로 영화제 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증가하는 비용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개최 장소 문제를 아직 확정짓지 못한 조직위는 “영화의 거리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조직위는 4회 영화제 일정 확정과 함께 공식 포스터와 메인 카탈로그, 티켓 카탈로그, 배너 등을 담당할 공식 디자인 업체를 공모하고 스탭과 자원봉사자 모집을 시작했다.영화제 사무국은 기획조정팀 프로그램팀 초청팀 홍보팀 기술자막팀 씨네마테크팀 등 스탭 25명을 11일부터 30일까지 모집하고 자원봉사자도 11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모집한다.또 29일에는 공식 디자인업체 공모를 실시한다. 문의 288-5433, www.jiff.or.kr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2.11.12 23:02

당대 地域史 생생히 밝힌다

전북대 박물관(관장 하우봉)이 추진하고 있는 ‘호남지역 고문서와 향토자료의 수집과 활용방안’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는 고문서를 정리해 DB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단순히 고문서의 자료화라는 차원을 넘어 역사연구의 진전을 이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학문적 성과를 기대할 만하다. 이번 연구 대상인 1만여종의 고문서는 그 분량면에서도 대단하지만 대부분이 이 지역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건들이어서 당대의 생생한 지역사가 고스란히 밝혀질 수 있는 1차 사료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까지의 우리 역사 연구는 왕조와 중앙정부의 시각으로 이루어져 왔고, 지역이나 개인의 역사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취급되어 왔던 터여서 이번 연구작업은 지역사를 주목, 한국사연구의 중앙집중적 시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90년대 이후 지방사 연구가 활발해졌지만 중앙중심의 사료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지역적 특수성이나 그 지역민의 생활사를 밝혀내는데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소개한 전경목씨(공동연구원, 전북대 박물관 학예관)는 그런점에서 이번 연구작업은 지역사 연구를 진전시키고, 그를 통해 역사적 오류를 바로 잡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이 대상으로 삼은 고문서는 대부분이 조선시대의 것들이지만 1910년부터 1945년까지의 일제시대 문건들도 포함되어 있다. 작업은 고문서를 목록화하고 원문을 탈초(원문의 한자를 활자체로 바꾸는 작업), 그 내용을 해석해 자료화하는 것. 노비문서 매매문서 호구단자(戶口單子, 오늘날의 주민등록등본)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이번 작업에서는 이들을 모두 유형별로 분류, 인명과 지명 등 컴퓨터 상에서 다양한 통로로 검색이 가능하도록 정리한다. 그 분량이 많아 연구기간은 2년, 예산도 5억3천4백만원이 투자된다. 지난 10월부터 시작된 이 작업은 2004년 7월에 완결되지만 연구팀은 작업을 진전시켜 자료를 CD로 제작,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보급할 수 있도록 하는 2차 작업도 계획하고 있다.연구팀에 참여한 연구진도 눈길을 모은다. 80대의 원로학자부터 젊은 연구자까지 참여 폭이 넓다. 송준호 전 전북대 교수를 비롯, 하우봉(전북대 박물관장) 전경목(전북대박물관 학예관) 문숙자(정신문화원구원 연구원)씨가 공동연구원으로, 유호석(전북대 강사) 최윤진(전북대 강사) 송만오(전북대 강사) 홍성덕(원광대 강사) 장순순(전북대 강사)씨가 전임연구원으로 일하며 석박사 과정에 있는 10명 젊은 연구자들이 연구원으로 참여했다. 송준호교수는 연구원들의 효율적인 연구를 위해 고문서를 해제하고 정리하는 방법 등을 강의하는 등 자신이 평생 바쳐온 고문서 연구의 열정을 그대로 쏟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작업을 위해 가칭 호남지방고문서연구회를 만들고 고문서 연구 활동을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전북대는 박물관의 이번 연구 작업을 위해 자체적으로 1억여원의 시설비를 투자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 문화일반
  • 김은정
  • 2002.11.12 23:02

전주시립극단 정기공연 ‘업’(業·KARMA), 12일 전주덕진예술회관

- 한국적인 공연으로 승화된 희랍비극 ‘업’(業·KARMA) - 전주시립극단 제55회 정기공연 12일 오후 7시 30분 전주덕진예술회관 전주시립극단 배우들의 에너지가 최고조에 이르렀다. ‘업’(業·KARMA) 때문이다. 이미 지난달 서울공연을 통해 ‘희랍비극을 가장 적절하게 한국적 표현으로 승화시킨 무대’라는 호평을 받았지만 전주 공연을 하루 남긴 11일 오후까지 강행군, ‘잘 훈련된 배우’들의 훈련은 더 혹독하게 이어졌다. 그 과정을 통해 더 깊숙한 곳에서 터져 나온 배우들의 에너지는 좁은 무대를 벗어나려 몸부림치고 있었다. 12일 오후 7시 30분 전주덕진예술회관 무대에 올려질 ‘업’(業·KARMA)은 소포클라스의 ‘오이디푸스 왕’이 기본 테마. 하지만 운명 앞에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이 아닌 죄업의 고통을 깨달음으로 극복, 결국 업을 넘어 해탈로 승화되는 한 인간을 그리고 있다. “우리 언어의 정체성을 살려 무대에 올리는 것이 이 시대의 화두”라고 제언한 장성식 상임연출(48·백제예술대학 교수)은 “다른 나라의 작품이라고 해도 우리의 해석과 표현으로 무대에 올릴 때만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코러스 대부분을 몸짓과 소리로 표현하는 등 언어의 원초적 느낌에 주목, 초혼굿·살풀이 등 한국의 전통연희를 재창조하며 절제미와 강렬함으로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또한 대사와 노래는 고대 범어(산스크리트)를 기본으로 사용하면서 관객에게 의미가 전달되어야 할 부분은 한국어를 택하는 방식을 선택해 보고 듣는 연극에서 느끼는 연극으로 정서적 감흥을 표현하는데 충실했다. 그래서 장연출은 “공연시간 70분은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의미를 전달하는데 충분한 시간”이라고 덧붙인다. 제1회 하노이 국제실험연극제에 초청된 시립극단은 이번 공연을 마치고 15일부터 31일까지 베트남 공연 길에 오른다. 국영숙 김경미 서유정 서주희 서형화 소종호 염정숙 안대원 안세형 정경림 최균 홍자연 홍지예 등이 무대에 서고 신현정 홍미라씨가 대금과 아쟁 등을 연주한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2.11.12 23:02

[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양면성

水則載舟하고 水則覆舟라수즉재주 수즉복주물은 배를 싣기도 하지만 배를 엎어지게 하기도 한다.《순자》〈왕제(王制)〉편에 나오는 말이다. 이 문장에서의 '則'자는 '能'자의 의미로 쓰였다. 따라서, 이 문장은 '水能載舟, 水能覆舟'라고 써도 된다. 우리가 순풍에 배를 타고 갈 때에는 물이란 배를 잘 뜨게 하는 존재라는 생각만 할 뿐, 물이 배를 엎어지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타이타닉호의 비극도 생겼다. 어느 한 쪽의 장점에 매료되어 다른 한 쪽이 줄 수 있는 피해를 생각하지 못할 때 재앙은 닥치기 마련이다. 우리는 한 때 과학이 인류를 낙원으로 이끌어 줄 것으로 생각하였었다. 귀찮은 일들은 모두 기계가 대신해 주고 인간은 풍요 속에서 즐거움과 기쁨을 만끽하기만 하면 될 것으로 생각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웬 걸, 과학이 인류를 낙원으로 이끌어 주기는커녕 환경오염과 자연 파괴를 야기하여 오히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게 되었다. 과학이 줄 수 있는 일면의 편리성에 취하여 과학이 가져올 폐해를 미리 생각하지 못한 까닭에 맞게된 재앙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엎어지게도 한다는 사실을 보다 일찍, 보다 철저하게 인식하고 있었더라면 인류는 이런 재앙들을 맞지 않았어도 될 것이다. 순자는 배는 군주에 물은 백성에 비유하여 백성은 군주를 잘 받들기도 하지만 군주를 엎어버릴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따끔한 말이다. 재앙을 막기 위해 항상 양면을 볼 수 있는 지혜를 갖도록 하자.載:실을 재 覆:엎어질 복 舟:배 주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2.11.12 23:02

민족문학인 전주대회 동행스케치

-전북작가회의 열정이 대회 성공전북작가회의(회장 최동현)의 민족문학에 대한 열정과 숨은 노력이 올해 대회를 성공리에 치른 밑거름이 됐다는 후문.영호남문학인대회를 전국 대회로 확대, 개편하자고 의견을 내놓았던 전북작가회의는 전국 순회 우리시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 제작부터 순회까지 소요된 비용을 부담하며 대회분위기 고조에도 힘썼고 전국에서 찾아오는 민족문학인들에게 전주의 맛과 멋을 느낄 수 있도록 숙소와 식사, 그리고 기념품 챙기기까지 만전.이번 대회에 참석한 민족문학인들은 1만원(회비) 지폐 한장으로 비빔밥과 콩나물국밥, 그리고 옹기술잔까지 옹골지게 챙기는 행운(?)을 누린 셈. 만남의 회포와 난상토론으로 이어진 술자리에서의 주연은 덤(?)이었다.-술과 고은시인“병학아, 소주 있냐.”9일 오후 열린 ‘고은 시인의 문학강연’에서 고은 시인이 내놓은 첫마디. ‘오늘의 문학을 말한다’는 주제에서 비쳐지듯 다소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시인의 얼굴만 바라보던 객석이 일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경직된 분위기를 풀어내는 시인의 재치와 애주가의 면모를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고은 시인은 강연 중간 중간 물컵에 담긴 소주를 들이키며 “나만 마셔서 미안하다” “아! 좋다”를 을 말하면서도 오늘의 문학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민족문학이 가야할 바를 빠뜨리지 않고 명쾌하게 설명했다.“문학지망생에게 한 말씀”을 부탁한 한 고교생의 질문에는 강단에 주저 앉아 “너는 눈이 맑아 시인이 될 것”이라며 용기를 북돋아 주기도.-술자리의 화두는 ‘안티조선’과 ‘노풍’대선 등 혼잡한 현실에서 문인들의 사회참여는 필연적 대세. 작가회의 정체성 모색 토론회와 술자리의 화두도 ‘안티조선’과 ‘노풍’이 강세를 이루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정란 시인은 “언론의 문제가 대단히 문학적인 문제”라며 “하지만 지난 수년동안 시민들이 조선일보에 줄줄이 고소 당해 가면서까지 힘들게 싸우고 있는데 문인들은 완강하게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민족문학인들을 질타했다.술자리까지 이어진 이 화두는 ‘안티(Anti)조선’과 ‘비(非)조선’중 어떤 단어가 더 적합한 것인가 하는 쟁점으로 번지기도 했다. 논쟁이 정쟁으로 흐를 무렵, 안티조선운동을 비롯한 사회참여적 문인상이 필요한 시기라는데 의견일치한 민족문학인들은 문학인들의 술자리인 만큼 단어 하나 하나의 쓰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논쟁은 끝났다.-도내 한 술집 문인들로 떠들썩 공식적인 술자리가 끝난 10일 새벽 1시, 예상(?) 밖에 일찍 파한 술자리가 못내 아수웠던 문인들이 숙소 대신 도내 문화예술인들이 즐겨 찾는, 동문거리의 ‘새벽강’으로 발길을 돌려 눈길. 근사한 술집을 발견했다는 낭보에 숙소를 탈출한(?) 문인들까지 술집으로 몰려들어 새벽강은 순식간에 인산인해. 현기영 민족작가회의 이사장을 비롯해 정양 시인, 소설가 이병천, 박영희 시인, 김정란 시인, 박남준 시인 등 민족문학인 50여명이 한자리.모처럼 만난 전국의 문인들의 술 한잔 노래 한 곡에 속내는 깊어지고 동녘에 해는 하늘로 치솟았다./임용묵, 최기우기자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2.11.11 23:02

"민족문학인들은 시민사회의 부름에 답하라!"

‘민족문학인들은 정치적 상황과 시민사회의 부름에 답하라. 그것이 작가회의의 정체성이자 실존의 이유다.’ 9일 저녁 8시 30분에 열린 합동토론회는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정체성과 방향을 찾으려는 문학인들의 치열한 고민과 관심으로 뜨거웠다. 안도현시인의 사회로 열린 토론회는 ‘자유실천문인협의회’를 실질적으로 이끌었던 소설가 박태순씨의 발제로 논의의 문을 열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자실’의 역할과 성과를 이야기 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고 말문을 연 박씨는 특히 “자실과 작가회의의 물꼬를 제대로 트이게 해야했던 위치에 있던 한사람으로서 그 역할을 제대로 했는가에 대해서는 나 자신부터 반성해야 할 일이다. 그러므로 기왕에 호명되어 나온 이 자리에서 철저한 심문과 비판을 받고 싶다”며 후배들의 치열한 공세를 유도했다. “정체성의 핵심은 변하지 않는 ‘항성’인 것과 변해야만 할 ‘변성’인 것이 있다. 나는 작가회의의 정체성을 변성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변성은 곧 진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문학에서의 진보는 그것이 지닌 ‘선’과 ‘아름다움’의 바탕위에서 추구되어야 한다. 지금 문학으로서 해야할 일은 너무 많다. 과거의 패러다임은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맞아들이기 위한 코드와 컨셉을 찾아야 한다.”정직하게 세상을 보고, 새로운 위기과 새로운 절망을 풀어가는 글쓰기를 강조한 박씨는 작가회의의 집단적 정체성보다는 각자의 개인적인 인식의 틀과 실천을 통해 달라져 가는 시대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작가회의의 정체성에 관한 논의는 토론자로 나선 박영희시인의 내부적 성찰을 요구하는 비판으로 뜨거워졌다. 제한된 발표시간에 묶여 작가회의의 성찰에 관한 논의는 더이상 진전되지 못했으나 박씨는 ‘왜 문인협회가 있음에도 작가회의를 만들었는지를 다시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내부적 성찰과 방향성에 대한 모색을 강도높게 주문했다.“정체성은 강조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체성의 문제는 우리의 눈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작가회의는 지금 그 방향성이 모호하다.”지회회원들의 활동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작가회의의 기관지 운영이나 서울로 집중되어 있는 작가회의 활동을 들추는 박씨의 비판에 지역회원들은 박수로 동의의 뜻을 보였다. 작가회의의 실천성을 제기한 또 다른 토론자는 김정란시인. 그는 안티조선의 선봉에 서있는 지식인답게 “문학은 언어를 매개로 삶의 진실을 추구하는 인간행동이다. 언어가 왜곡되고 있다면 문학은 스스로 존재 기반을 잃어버린다. 그러나 지난 수년동안 시민사회가 언론권력 문제로 뜨거움에도 불구하고 문인들은 완강하게 침묵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김씨는 ‘왜 문인들은 시민사회의 소환에 응하지 않는가’고 물으며 “특히 대선을 앞두고 있는 지금, 언론이 만들어내는 가짜코드는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지만 문인들은 여전히 언론문제에 관한 한 극도의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학의 비정치성은 허구’라고 규정한 김씨는 “자실은 국가주도의 근대화에 대항하여 시민사회의 근대화를 담아낸 대표적 문예운동이었지만 오늘의 작가회의는 영속성을 갖지 못한 채 더이상 시민사회의 부름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논쟁을 단초를 끈질기게 유도했지만 밤 11시부터 예정되어 있던 술자리 친목에 자리를 내주어야 했던 토론회는 시간에 쫒겨 끝을 냈다.

  • 문화일반
  • 김은정
  • 2002.11.11 23:02

전국민족문학인 한자리에 모이다

9일과 10일 전주에서 열린 제11회 전국민족문학인대회는 전국의 민족문학인들이 모여 정체성을 모색하고 한 목소리를 낸 자리였다.민족문학인들이 밤샘 토론으로 찾아낸 민족문학의 정체성은 10일 오전 발표한 ‘전주선언’에 담겨져 세상을 울렸다. 시대가 문학인들에게 요구하는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자성’과 양심과 펜의 힘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실천의지’가 그들이 찾아낸 ‘민족문학의 갈길’이었다.이 선언문은 이념의 다양성 때문에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현기영)와 전국 12개 지회의 이름이 아니라 ‘참가자 일동’으로 발표됐지만 작가회의 회원들이 처음으로 함께 만난 자리로부터 실천문학에의 의지를 다지는 ‘선언’은 그 의미가 크다. 올해 대회는 9일 오후 4시 전통문화센터 국악전용극장에서 고은 시인의 문학강연으로 문을 열었다. ‘오늘의 문학을 말한다’를 주제로 강연한 그는 “문학에 위기의식이 있다는 것은 다행”이라며 “‘시작은 위기의 아들’이라는 말처럼 문학은 지금의 위기 상황이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각지역 작가회의 회원 뿐 아니라 최승범 전북대 명예교수, 김남곤 전북예총회장을 비롯한 예술인들과 일반 시민 1백50여명이 참석해 고난의 시대를 실천적 문학으로 이겨온 시인의 뜨거운 강연에 박수를 보냈다. 저녁 7시 30분에 열린 개막식은 28년만에 한자리에 모인 민족문학인들의 감동이 그대로 전해진 자리였다. 민족작가회의 현기영회장과 최동현전북작가회의 회장은 28년만에 만들어진 전주대회가 민족을 위해 문인들이 해야할일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토론하고 즐기면서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실천하는 불길을 지피는 자리가 될 것을 확신했다. 개막식에 이어진 ‘정체성 모색을 위한 합동 토론회’에서는 소설가 박태순씨가 자유와 사회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참다운 민족문학을 이룩하는데 앞장서온 민족작가회의가 앞으로 걸어야 할 길을 제기하면서 논쟁을 유도했다. 작가회의 정체성 모색은 토론회가 끝난 뒤, 야외마당의 술자리로 이어졌고 한옥생활체험관과 전주유스호스텔, 그리고 전주시내의 주점 ‘새벽강’도 새벽까지 전국 문학인들의 열띤 논쟁으로 물들었다. 서정원 시인은 10일 오전 9시 30분 각 지역에서 발간되고 있는 문예기관지를 총괄 분석, 전국 작가지의 현주소를 점검했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2.11.11 23:02

"文學으로 세상을 바꾸자"

실천하는 문학, 전주에서 다시 불지피다민족문학인 2백50여명 ‘전주선언’채택74년 유신 독재에 맞선 민족문학인들의 시국선언. 그리고 28년이 지난 2002년 11월 10일. 침묵에서 깨어나 실천하는 민족문학의 불길은 전주에서 다시 지펴졌다.지난 9일과 10일 전주 전통문화센터에서 열린 제11회 전국 민족문학인 전주대회에서 민족문학인들은 현시대가 문학인들에게 요구하는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자성했으며 이제 펜의 힘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실천의지를 다졌다.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현기영)와 전북작가회의(회장 최동현) 등 전국 12개 지회 소속 민족문학인 2백50여명은 10일 오전 작가회의의 정체성이 건강한 이념성 회복과 현실 참여에 있음을 스스로 확인하는 ‘전주선언’을 채택해 발표했다. 9일 밤을 꼬박 새우며 열띤 난상토론 끝에 채택된 이 선언은 이 시대가 문학인들에게 요구하는 책무에 대한 화답이다. ‘결의’를 내세워 발표한 이 선언문은 넓게는 세계 평화와 한반도 평화, 구체적으로는 대선을 겨냥한 활동의 좌표를 담고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4·19혁명 5·18광주항쟁 6·10시민대항쟁으로 이어온, 이 나라 민주화의 도도한 흐름을 계승하여 이 땅에 완전한 민주주의를 안착시키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힌 선언문은 “역사의 물꼬를 되돌리려는 모든 기회주의적 수구 냉전 논리 세력을 단호히 배격한다”고 밝혔다. 망국적 지역 감정을 볼모로 하는 선거운동, 근거없는 인신 공격 등의 흑색선거운동이 이번 기회에 영구히 추방돼야 한다고 주장한 이들은 한반도의 정치적 안정을 위해 온 국민이 대통령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호소했다.선언문은 한반도 평화 정착과 진정한 세계평화의 시대를 열기 위해 당대가 요구하는 문학적 과업을 수행해나가는데도 나설 것을 내세웠다.이에 앞서 9일 시민문학강좌를 펼친 고은 시인은 “문학은 개인과 민족, 세계를 별개로 다루는 것이 아닌 그것의 총화(總和)”라며 “어제와 내일을 복합적으로 내포, 창조적인 혼혈과정을 거쳐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것이 오늘의 문학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문인은 ‘고립이 아닌 연대’ ‘독선이 아닌 종합’ ‘모든 것을 아우르는 교향(交響)’이라는 문학의 대전제를 내세워 ‘실천하는 문학’을 강조했다. 이 대회는 내년 울산에서 이어진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2.11.11 23:02

[역사속 오늘] 11월 11일

▲일력(日曆)11월 11일(月). 음력 10월 7일 ▲출생러시아 소설가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1821-1881), 이탈리아 마지막 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1869-1947), 프랑스 영화감독 르네 클레르(1898-1981) ▲타계 덴마크의 철학자 쇠뢴 오비 키에르케고르(1813-1855), `움직이는 조각'(모빌) 창시한 미국 조각가 알렉산더 칼더(1898-1976) ▲국내외 주요사건 1908년 = 한국 최초의 신연극 은세계(銀世界), 원각사서 초연 1909년 = 미국, 진주만을 태평양의 주요 해군기지로 지정 1911년 = 독일의 항복으로 1차 세계대전 종전 1920년 = 동아일보 장덕준(張德俊), 만주 훈춘(琿春)사건 취재 도중 일본군에피살 1937년 = 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金門橋) 완공 1945년 = 조선인민당(당수 여운형) 창당 1946년 = 국립박물관 개관. 전주교도소서 죄수 400여명 탈주 1950년 = 정부, 북한 공산군에 협조한 남한인 처벌을 위한 부역자 처벌조치령공포 1961년 =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 미국 방문 1975년 = 앙골라, 포르투갈로부터 독립 1977년 = 전북 이리역 화약 수송열차 폭발해 1천여명 사망 1985년 = 재야인사 110명, 민추협 사무실서 공안당국의 고문철폐 요구하며 농성 1992년 = 서울중앙병원(현 서울아산병원)서 국내 최초로 심장이식 수술 성공 1995년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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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2.11.11 23:02

[자연과 생명] 전북의 해안사구(中)

썰물에 드러난 해변의 바닥은 시간이 경과하면서 햇볕에 마른다. 모래가 오랜기간 해풍에 날려 육지쪽에 퇴적하면서 생겨난 것을 모래언덕 또는 해안사구라 부른다. 생태적으로는 강한 산성에 일교차가 크고 영양분이 거의 없는 등 상당히 거칠고 메마른 장소여서 어떤 생명체라도 이 곳에 터를 마련하고 대를 이어 살아가기란 수월치 않아 보인다. 그래도 기는 줄기를 가지고 있는 화본과 풀이나 깊은 뿌리의 콩과 연리초 등이 먼저 자리잡기를 시작하고 시간이 흐르면 식생이 불어나게 마련이다. 다양하지는 않지만 이들을 토대로 개척자인 초식성 곤충이 따라오게 되어 있어서 사구에는 메뚜기와 진딧물·나방의 유충 등이 눈에 뜨인다. 얼핏 생각하기에 이 정도가 가까스로 생명을 부지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무리 격리된 해안 모래언덕이라해도 육지의 생태계와는 크게 다르다. 물가에 사는 각종 해초류·패류와 갑각류 외에 바다에서 밀려오는 다양한 생명체와 유기물에 기대어 사는 종류로 인해 조류·포유류를 포함하여 굉장히 시끌벅적한 장소가 되기도 한다. 곤충으로는 의외로 많은 부식성 파리와 식식성 또는 포식성의 개미도 많다.그런데 조금의 관찰력을 지닌 사람이라면 이 곳에 사는 생물은 비록 부류는 유사하더라도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종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것이다. 곤충의 예를 들어보면 원래는 초식성 곤충이 다양한 만큼 포식성이나 기생성 곤충이 살아가게 마련이지만 이 곳은 개척자 곤충과는 별개로 의외의 포식성 곤충들이 적응하여 살아가고 있다. 생성된 시기는 비록 오래지 않으나 현재로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않아 비교적 보존이 양호한 고창군 심원면 만돌리 사구에 어느 지역에서도 보기 힘든 수백·수천의 개체들이 장관을 연출하며 살아가고 있는 개미지옥과 뜰길앞잡이가 좋은 예이다. 개미지옥은 어린시기를 깔대기모양의 모래함정을 파고 그 끝에 묻혀 있으면서 지나던 먹이감(주로 개미, 그러나 진딧물·거미·쥐며느리도 포함)이 함정 안으로 미끄러 떨어지면 잽싸게 낚아채는 신출귀몰의 재주를 지닌 종이다. 그러나 어린 개체는 때가되면 성충인 우아한 명주잠자리로 변신한다. 뜰길앞잡이도 어린시기에 진딧물이나 개미를 먹고 산다. 구멍을 파고 몸은 수직으로 모래속에 두면서 머리로 구멍을 막고 있다가 근처를 지나는 먹이에서 오는 진동을 느끼면 귀신같이 튀어나와 물어 들인다. 성충은 왕방울의 두 겹눈에 등껍질의 색과 문양이 아름다워 장식용으로 가공이 되기도 하는 수려한 생김새의 딱정벌레로 산다. 그리고 이들은 표범장지뱀·두더지 등의 먹이감이 되면서 생태계 영양단계의 상부로 이어진다.만돌리 외에도 전라북도에는 부안군과 고창군 등지에서 사구가 확인되고 있다. 올 한해 전라북도 사구곤충의 서식현황을 조사한 결과 구시포 등 5개 지역에서 13목 46과 96속 1백4종을 확인하였으며 이들 중에는 홍가슴메뚜기·땅해변먼지벌레 등 고유의 종들이 많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 위락시설과 해안도로, 또는 양식장이나 건축물이 들어서면서 상당 부분이 이미 파괴되었거나 서식처의 원형이 급격히 훼손되고 있는 실정이다. 해안 고유생물의 서식처로서, 육상과 해양을 잇는 교두보 생태계로서, 한걸음 나아가서는 인간이 자연의 아름다움에 하나가 되는 경관으로서의 사구의 역할을 상기하면 조속히 자세한 현황조사 및 보존 방안이 수립되어야함은 당연한 수순이다./김태흥 교수 (전북대 생물자원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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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11.11 23:02

[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하나

天無二日이요 地無二王이라천무이일 지무이왕하늘에는 태양이 둘일 수 없고 땅에는 왕이 둘일 수 없다.《예기(禮記)》〈증자문(曾子問)〉편에 나오는 말이다. 하늘에 태양이 둘일 수 없듯이 어느 단체나 국가를 막론하고 최고 지도자가 둘 일 수는 없다. 지금은 민주의 시대요, 다양화의 시대이며, 개성의 시대임을 안다. 그러나 그것이 곧 최고 지도자가 둘 이상이어도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민주란 국민의 뜻이 반영되어 그 뜻에 반하지 않는 정치가 이루어져야한다는 뜻이지 모든 국민이 다 지도자를 자처하고 나서도 된다는 뜻이 아니며, 다양화나 개성중시라는 말 역시 준법과 양보와 단결과 화합이라는 인격적 신뢰와 유대를 전제로 한 다양화와 개성 중시인 것이지 결코 제멋대로 살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민주'라는 말이 지나치게 자유롭게 쓰이기 시작하면서부터 각 조직과 단체가 이른 바 '장(長)'이 두 서넛이 되는 듯한 현상이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집안에서는 가장 자리를 놓고서 남편과 아내가 다투고, 사업장에서는 노사가 서로 나서서 자기가 '주인'임을 주장하며, 야당은 야당대로 원내 제1당임을 내세워 정국의 주도권을 잡으려 하고 있고 여당은 여당대로 여당행세를 포기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아무리 민주 사회라 하더라도 '장(長)'은 분명히 하나임을 알고서 '장'의 의미와 권위를 인정하는 가운데 양보와 화합과 조화를 창출해 내야 할 것이다. 민주 사회란 결코 콩가루 사회를 의미하는 게 아닌 것이다. 無:없을 무 日:태양 일 地:땅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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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11.1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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