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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에서 개인전 여는 화가 유휴열씨

한국적 미학을 향한 탐색의 과정 속에 자신을 투자하고 실험해온 화가 유휴열씨(53)가 한바탕 신명난 춤 추듯이 풀어제친 작품을 내놓는다. 12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전시실에서 여는 개인전. 회수로만 치자면 스물아홉번째여서 창작과정에서의 통과의례처럼 보여질 수 있지만 작가 개인적으로는 전에 없이 만족스러운 창작 체험으로 이어낸, 그의 미술세계를 중간 결산하는 의미의 전시회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담았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형식과 기법도 모두 섭렵했다. 한바탕 굿을 벌이고 난 느낌이다. 내 자신의 감정에 가장 충실했던 순간들의 힘으로 만난 이 춤꾼들에 나는 전에 없이 만족한다."그는 이 전시회 이름을 '추어나 푸돗던고'라 붙였다. 우연히 읽어둔 해동가요(海東歌謠)의 시조(申欽 작) 한수로 부터 의미를 따온 이 제목은 '말을 하고 또 해도 부족하여 춤을 추어 근심과 걱정을 풀었던가' 쯤으로 해석된다. 개인전을 염두에 두고 몰두해온 시간만 꼬박 6개월. 가슴속에 품어두었던 갈증을 모두 풀었다는 작품은 평면부터 설치 조형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캔버스, 동파이프, 알미늄, 주름관, FRP, 철망, 세라믹, 도자, 아크릴, 유화물감, 철가루 등 섭렵한 소재도 화려하다. 전에 없이 형식도 소재도 다양해진 셈이지만 그의 이야기는 더욱 절제되고 추상화되었다. 동판을 잇대어 완성한 대작이나 동파이프를 연결해 제작한 조형물은 그 거대함으로 춤의 본질을 압도하면서도 오방색의 아름다움을 결합해놓음으로써 한국적 미감으로부터 우리 삶의 근원을 찾으려는 그의 일관된 미의식을 은밀하게 드러낸다. 신명난 북춤과 안으로 삭여드는 살풀이, 마음 가는대로 몸을 기대는 한량춤이나 절제된 감정의 승무로부터 우리 삶의 근원을 읽는다는 그는 거친 듯 종횡으로 오고가는 붓터치의 생동감을 화폭 위에서도 한껏 풀어낸다. "나는 춤을 통해 인간의 존재의식, 그 근원을 읽게된다. 그것의 세계는 설레임과 떨림, 또는 긴장으로 다가오는, 정제된 아름다움이자 미완의 아름다움이다."다양한 조형물과 평면의 화폭위에 담겨진 그의 언어는 더욱 강렬하고 자유로워졌다. 물량만도 5톤 트럭으로 여섯 대분. 서울까지 운반하는 일조차 만만치 않았던 대규모 전시회를 꾸리면서 그는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고 말했다.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작업의 모든 것을 시도했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실상 보여지는 것은 지극히 절제되고 감추어진 상징으로 드러난다. 나는 이 작품들을 통해 우리 삶의 본질을 함께 느낄 수 있기를 원한다.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면 더 반갑겠지만 현실과는 멀리있는 미지의 상상이어도 관계없다."일상적인 춤부터 주술적인 제의의 축제로서 집단춤을 형상화해낸 그의 작품으로부터 현실과 상상에 이르는 거리를 읽어내는 일은 흥미롭고 즐겁다. 묘한 구조물처럼 보이는 사이사이에 춤꾼들을 형상화한 소품을 배치해놓은 작품은 백제의 금관향로를 보면서 떠올렸다는 작품. 춤꾼들이 한판 잔치를 벌이고 있는 듯한 이 작품은 그의 ’춤’ 연작이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이야기하고 싶었음을 보여준다. 춤 연작 작업을 시작한지, 3년여. 그의 평생 화두인 '생-놀이'로부터 새롭게 뻗어나온 주제인 '춤'이 그의 예술적 심상과 감성이 모두 투영되어있는 대상이라면 이 전시회는 그 치열한 과정의 기록이다.

  • 문화일반
  • 김은정
  • 2002.10.11 23:02

[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도연명과 국화(1)

結廬在人境이나, 而無車馬喧이라. 問君何能爾요, 心遠地自偏이라.결려재인경이 이무거마훤 문군하능이 심우지자편사람 사는 동네 안에다 오두막 한 채 지었건만 시끄러운 수레소리 말울음 소리는 들리지를 않네. 그대여! 어찌 능히 그러할 수가 있단 말인가? 내 마음이 세상으로부터 멀어져 있고 사는 곳 또한 구석진 곳이라서 그렇다네.도연명의 〈음주〉시 20수 중 제5수의 처음 4구절이다. 도연명(陶淵明)은 위진남북조 진(晉)나라 사람으로서 "내가 어찌 다섯 말의 쌀을 얻기 위해 하찮은 관리들에게 허리를 굽실거리랴?"라는 말을 남기고 관직을 떠나 평생을 전원 생활로 일관한 '은일시인(隱逸詩人)'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은거를 할라치면 우선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자신이 은거함을 세상에 떠들썩하게 알리고, 그러한 다음엔 무척 고고한 양 속세를 등지겠다는 뜻에서 으레 산으로 들어간다. 이런 은거는 대부분 가짜 은거다. 그런데 도연명은 어느 날 아침 기자 회견도 없이 사람이 사는 농촌 동네 속으로 떠나 그곳에 오두막 한 채를 짓고서 농부들과 더불어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이렇게 떠나온 그는 유명세를 치러야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그가 돌아온 다음엔 더 이상 그를 찾는 사람도 마차도 없었다. 그런 그에게 사람들이 물었다. "당신은 어찌 그리 초연할 수가 있느냐?"고. 이 질문에 대해서도 예사 사람 같으면 다시 한번 거드름을 피우며 '고매하고 청정한 인품'을 들먹이는 말을 할 테지만 도연명은 그저 담담하게 "내 마음이 세상으로부터 멀어져 있고 사는 곳 또한 구석진 곳이라서 그렇다."고만 말한다. 여기에 도연명의 진실한 삶의 모습이 들어 있다. 진실과 소박함이 그로 하여금 위대한 시인이 되게 한 것이다. 廬:오두막 려 境:경계 경 喧:시끄러울 훤 爾:그러할 이 偏:외질 편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2.10.11 23:02

화랑으로 거듭난 전주 佛문화원, 품격높은 미술세계 펼친다

“프랑스 문화도 즐기고, 그림도 감상하고.”프랑스 문화 저변 확대에 나서고 있는 전주 알리앙스 프랑세즈·프랑스 문화원(원장 정애자)이 화랑으로 꽃단장했다.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시민들에게 문화원을 알리기 위해 화랑 문을 연 것. 그동안 프랑스 작가 묵화전 등 부정기적인 전시를 가졌지만 정식 화랑으로 등록하고 전시공간으로 터닦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전시공간은 24평. 평면작품 10호를 기준으로 20점 정도 전시할 수 있는 규모다. 지역 화가들의 창작열정을 북돋우기 위해 대관료도 10일 기준으로 30만원으로 정했다. 일주일에 70만원 정도인 일반 화랑의 수준을 감안하면 저렴한 편이다.문화원은 체계적인 전시를 이어나가기 위해 전시기획자를 초빙해 운영한다. 미술인 김충순씨(47). 프랑스 파리 8대학에서 조형미술을 공부하고 귀국한 김씨는 평면은 물론 종이입체와 테라코타, 도자기, 포스터, 판화, 설치미술에 이르기까지 장르에 한계를 두지 않고 작업해온 작가. 지금까지 열두번째 개인전을 치렀다.김씨는 “단체전 보다는 그림을 전문으로 그리는 화가들을 초빙할 생각”이라면서 “문화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미술을 폭넓게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씨는 프랑스 미술인들이나 타지역 프랑스문화원과의 유대 관계를 갖거나 1년에 한차례 지역 미술인을 선발, 파리에서 단체전을 여는 등 ‘문화교류’를 위한 다양한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문화원의 화랑 개관은 9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박경식전으로 시작한다. 원광대 미술교육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박씨의 다섯번째 개인전이다. 박씨는 서양화가이지만 한국미가 넘치는 작품 20여점을 독특한 기법으로 완성한 작품을 선보인다. 286-8115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2.10.10 23:02

[최동현교수의 판소리 길라잡이] 장단(1)

판소리에서 장단처럼 자주 쓰이는 말은 별로 없을 것이다. 많이 쓰인다는 것은 그만큼 판소리에서 장단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크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장단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별다른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였다. 그러면 장단이란 도대체 무엇인가?우선 장단이라는 말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가를 살펴보자. 우리는 '장단을 친다'라는 말을 많이 쓰기 때문에, 장단이 북 치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만 알기 쉽다. 그러나 장단은 북 치는 일과의 관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장단은 치는 것이기도 하지만, '짜는 것'이기도 하다. '장단을 짠다'는 것은 소리를 어떤 장단의 '틀'에 맞춰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때 장단은 소리와 관계가 있다. 그런가 하면, 우리는 '장단이 맞다'는 말도 쓴다. 맞다는 말은 어떤 것을 다른 것과 비교했을 때 쓸 수 있는 말이다. 예컨대 판소리를 할 때 소리와 북의 장단이 맞다고 한다면, 소리와 북의 장단이 서로 잘 어울린다는 뜻이겠다. 그러므로 이럴 때는 장단이라는 말이 소리와 북 모두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니까 장단은 소리에도 있고, 북에도 있고, 또는 소리나 북이 의지하고 있는 어떤 '틀'로서, 관념으로만 존재하기도 하는 그런 존재이다. 장단은 이렇듯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그러기 때문에 장단은 이런 것이라고 한 마디로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려운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단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 민속음악에서는 장단의 틀이 어떤 음악 전체를 통제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시나위 같은 음악은 여러 가지의 악기가 각기 다른 선율을 연주하면서도 장단의 틀만은 꼭 지켜나간다. 그렇게 함으로써 '부조화의 조화'를 실현한다. 산조의 경우에도 전체 형식을 규정하는 것은 장단의 틀이다. 가령 '진양조 ― 중모리 ― 중중모리 ― 자진모리 ― 휘모리'와 같은 형식적 틀을 지킨다. 판소리를 가르칠 때는, 음정은 다소 틀려도 별로 상관을 하지 않지만 장단이 틀려서는 안 된다고 세심한 주의를 한다. 이는 그만큼 우리 음악, 특히 판소리에서 장단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증거이다.장단은 한자로는 長(길다)과 短(짧다)으로 쓴다. 그러니까 길고 짧은 것이라는 의미이다. 길고 짧다는 게 무엇일까. 음악은 소리로 되어 있다. 그 소리는 길이와 높이와 강약을 지니고 있다. 역으로 말하면, 이 세 가지 요소를 다 갖추어야 비로소 하나의 소리가 정해진다. 일차적으로 장단이란 이런 소리의 특성 중에서 길고 짧은 것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장단'이라는 용어는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최동현(판소리해설가)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2.10.10 23:02

[전국연극제] 10일 극단 '에밀레'(경북) '아비'

10.10(목) 모악당극단 ‘에밀레’(경북)‘아비’(작가 김동수, 연출 이금수)전 재산을 금강산 대학에 기부하겠다는 아버지로 인해 빚어지는 가족의 대립을 그린 김동수씨의 ‘아비’. 어머니를 충동질해 이혼소송까지 이르는 등 아버지의 결심을 돌이키려는 자식들의 눈물겨운(?) 노력에 아버지는 유언을 정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녹음기를 들이대는 결정적인 순간 그는 세상을 떠난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에 부인과 자식들은 하늘이 무너져라 운다. 장례식장에서 불효자의 곡소리는 유난히 크게 울린다. 그 때 금강산 대학 이사장이 찾아오고 자식들은 아버지가 따로 마련해 둔 유언을 듣게 된다…. 전국연극제에서 연기상을 수상한 이애자(10회)·정구익씨(15회)가 아버지와 어머니 역을 맡은 것을 비롯해 서은경, 최원봉, 이현민, 박선미, 조영석씨가 출연한다.□ 극단 ‘에밀레’126회의 공연기록을 가진 극단 ‘에밀레’는 1959년 서라벌 극예술연구회로 발족한 이래 경주지역 문화를 지켜온 파수꾼이다. ‘마의태자’‘원효대사’‘무영탑’‘봄날’‘다시라기’‘불효자는 웁니다’ 등 기존 희극 작품들과 신라시대 역사물, 신파극, 창작물, 번역물 등으로 관객을 만나왔다. “역사적인 도시인 경주에 맞게 신라의 역사물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겠다”는 이애자 대표(54)는 “타도시에 비해 문화행사가 많은 곳이지만 야외극을 중심으로 먼저 관객을 찾아갈 수 있는 연극을 올리고 싶다”고 밝혔다. 전국연극제는 2회, 4회, 10회, 15회 등 다수 출전해 우수작품상과 장려상, 연기상 등 폭넓게 수상해왔다. 20여명의 단원들과 함께 경주시립예술단 역할을 겸하고 있다.□ 연출 이금수씨전남 영암출신인 연출 이금수씨(48)는 “경주가 16년째 내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배우로 연극에 입문한지 30여년, 연출로 20여년을 보낸 베터랑 연출가다. “주제를 직설적으로 전달하는 고품격 코메디”라고 소개하면서도 “희극 속에 담긴 아픈 기억은 자본주의에 살아가는 이 시대 사람들이 가슴 깊이 담을 이유가 충분하다”고 말한다. 또한 “극적 진실의 박력 있는 표현이나 빠른 변환, 배우들의 절제된 연기를 통해 그 미를 살리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97년 전국연극제에서 그가 연출한 ‘봄날’로 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2.10.10 23:02

양순희&청호무용단 발표회, 11일 전북대문화관

양순희&청호무용단의 발표회가 11일 오후 8시 전북대 삼성문화관에서 열린다. 발표 작품 ‘잃어버린 원을 찾아서’는 삶의 여정과 희노애락을 춤으로 담아낸 무대. 모두 2막6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어떤 삶이 진정한 우리들의 삶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무거운 주제지만 실생활에서 일어남직한 일들을 춤동작으로 엮어 쉽고 유쾌하게 풀어냈다.인간의 삶을 ‘의자’로 의인화, 관객들에게 ‘나’가 걸었을 각자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게하고 앞으로 가야할 길이 지나온 길보다 더 의미있고 값진 삶이라는 것을 던져준다.관객들이 무용과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해설이 곁들여지는 것이 이채롭다. 성우 고선형씨가 나와, 각장 마다의 특징과 춤들을 쉽게 설명한다.양순희 예술감독(우석대 무용과 교수)는 “인생의 의미를 춤으로 표현, 무용수는 물론 관객들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보고자 무대를 마련했다”면서 춤동작을 간소화해서 관객들이 이해하기 쉬운 작품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양순희&청호무용단은 96년 양 교수가 우석대 무용과를 졸업한 제자들을 모아 창단한 ‘양순희 현대무용단’이 지난 2000년부터 이름을 바꿔 활동하고 있는 현대무용단이다. ‘사랑의 향기’ ‘언제나 긴 이별’ 등 사랑과 삶을 주제로 한 창작무용을 주로 무대에 올렸으며 지난해 7월에는 캐나다 콘웰 민속축제에 참가했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2.10.10 23:02

[도전!] 전주해성고 락밴드 ‘시나브로’

8일 밤 9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놀이마당. 몸을 움츠릴 정도로 옷깃을 파고드는 초가을 바람을 훈훈하게 녹여주는 열정적인 무대가 마련됐다. 제20회 전국연극제의 부대행사로 마련된 한밤의 신명무대. 전국연극제의 축제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마련된 이날 무대에는 도내 고교와 대학내 락밴드가 차례로 올랐다. 이 중 관심을 모은 팀은 전주해성고 락밴드 ‘시나브로’. 윤도현의 ‘탈춤’과 블랙홀의 ‘비너스’등 인기곡을 부르며 놀이마당을 꽉 채운 관객들을 흥분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이들 멤버는 모두 6명. 김형태(세컨드 기타) 박태훈(매니저) 서지민(드럼) 유찬우(베이스 기타) 정세영(보컬) 최승관(퍼스트 기타)군. 모두 2학년 17살 동갑내기들이다.이들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대학진학’이 최대 목표인 인문계 고교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매달리는 순수함과 열정 때문이다. 학교 수업에 특별활동 시간이 있긴 하지만 학업과 관련된 분야가 많은데다 형식적인 통과의례 성격이 강한 까닭에 이들의 락밴드 활동은 더욱 도드라진다.“연습할 만한 제대로 된 공간이 없어요. 학교에서 마련해준 강당 한켠은 점심시간 밖에 활용을 못해요. 다른 락밴드 연습실을 전전하며 실력을 키우고 있어요.”학교 지원이 없는데도 락밴드에 매달리는 이유를 이들은 “음악을 즐기는 것 자체가 좋으니까”라고 서슴없이 말한다.이들은 2학년인지라 올해말 정기공연을 끝으로 수험공부에 매달려야 할 입장들이지만 대학 대신 음악을 자신의 인생으로 받아들이는 멤버도 있다.승관이와 찬우. 중학교 때부터 기타를 배운 이들은 고교 졸업후에도 밴드를 조직, 음악을 지속할 계획이다.“지금은 대학에 진학할 마음이 없어요. 고3이 되는 내년부터 밴드를 만들어 경험을 더 쌓을 겁니다.”대학보다는 음악이 더 중요하다는 찬우는 일본 활동을 염두에 두고 지난달부터 일본어학원에 다닐 정도로 집념을 보이고 있다. 찬우 부모님도 처음엔 반대가 심했지만 찬우의 결심을 알아채고 이제는 든든한 후원자로 자리잡았단다.승관이도 음악경연대회에 꾸준히 참가, 실력을 쌓은 뒤 인정받는 기타리스트가 되는 것이 꿈이다. “잠깐 학원에 다니기도 했지만 지금은 혼자 연습하고 있어요. 기타 치다가 멜로디가 떠오르면 적어두기도 합니다. 내년에는 창작곡을 발표하고 싶어요.”나머지 친구들도 진로를 음악쪽으로 잡은 것은 아니지만 음악이 인생의 활력을 불어넣는 요소라고 말하는데는 이견이 없다.“승관이를 만나 드럼을 치기 시작했어요. 친구들과 함께 연주하면 신나고 재미있어요”라는 지민이의 말에 형태는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연주하면 생활의 활력소가 되기도 하지만 ‘인기’도 부수적으로 따라온다”고 귀뜸했다. 학교나 시내 등에서 공연할 때마다 팬들이 생겨 까페(cafe.daum.net./sinabro09) 회원들이 급증하고 있단다.‘시나브로의 얼굴’세영이는 윤도현 노래를 즐겨부른다. “올해말 마이크를 놓을 때까지 원없이 노래를 불러볼 생각”이라는 세영이는 대학에 진학에서도 음악을 가까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반면 매니저를 맡고 있는 태훈이는 고교 졸업후 밴드를 구성, 보컬을 하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했다.“무대에 오르지 못하지만 친구들이 연주하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꼭 내가 서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친구들이 최적의 환경을 위해 공연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하는 것이 제 몫이죠.”꿈과 취미로서 락밴드에 열정을 불어넣는 이들의 목표는 올해 안으로 시나브로를 전국에 널리 알리는 것이다. 전북동아리경진대회에서 3등을 차지한 이들은 다음주 천안에서 열리는 전국대회에 전북대표로 참가한다.“시나브로가 15년이나 됐지만 아직까지 전국대회에서 입상한 적이 없어요. 우리가 한번 해보려구요. 그러면 뒤따라오는 후배들에게도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시나브로’가 지닌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이라는 뜻에 걸맞게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실력을 찬찬히 쌓아가고 있는 이들이 전해줄 가을 결실이 기대된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2.10.10 23:02

[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밝은 눈

明者는 睹未萌이라명자 도미맹진정으로 밝은 사람은 싹트기 전에 미리 본다.《후한서(後漢書)》〈반고전(班固傳)〉에 나오는 말이다. 이미 일이 터진 다음에야 일을 해결하려 들면 일은 일대로 잘 풀리지 않고 사람은 사람대로 다치게 된다. 그러므로 무슨 일이든 예방이 최선이다. 그런데 예방을 하기 위해서는 일이 터질 조짐을 미리 감지해야 한다. 조짐을 미리 감지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현명한 사람이다. 가정에나 사회에나 나라에나 이런 현명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당하고서 후회하는 일이 없게 된다. 간장인지 콜라인지를 꼭 맛을 봐야만 아는 사람은 우둔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지도자로 나서서는 안 된다. 자신만 망치는 게 아니라 자신을 따르는 많은 사람들을 다 망쳐 놓기 때문이다. 우리 한반도 주변이 급하게 움직이고 있다. 북한을 향한 일본의 발걸음도 잽싸졌고 미국의 손짓도 전 같지 않다. 신의주 특구의 양빈 장관은 중국의 공안원들에게 잡혀갔는데 신의주를 어떻게 할 것인지 북한의 속셈은 잘 드러나 보이지를 않는다.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의 정치 상황도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조선 말기, 외국의 세력에 시달리다가 결국 일본에게 나라를 넘겨주게 된 것도 다 지도자들이 싹과 조짐을 미리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동북아의 정세는 급변하고 있고 우리에게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싹을 미리 볼 수 있는 현명한 지도자가 필요한 때이다.睹:볼 도 未:아닐 미 萌:싹틀 맹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2.10.10 23:02

[사이버문화따라잡기] 웹진(4) 한계와 성공전략

지금까지 4회에 걸쳐 웹진의 역사와 특징, 웹진이 확장돼 한 형태로 자리잡은 ‘메일 메거진’, 웹진을 이용해 새로운 비상구를 찾게 된 대학인들의 ‘대학웹진’에 대해 살펴봤다. 이제 마지막, 다분화·다변화되고 있는 웹진의 한계와 가능성, 성공사례 등에 대해 살펴본다. 인터넷 홈페이지와 기존 오프라인 잡지의 성격이 합쳐지면서, ①인터넷에서 ②정기적으로 ③각각의 편집방향에 맞는 컨텐츠를 ④네티즌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⑤주제를 지닌 홈페이지, 웹진이 탄생했다. 최근 창간되는 웹진은 컴퓨터나 인터넷, 통신 등을 다루던 기존 웹진과 달리 영화, 음악, 문학, 다큐멘터리, 광고, 인디 문화 등 각각의 전문 분야를 다루거나 총괄하는 웹진과 개인이 직접 제작해 운영하는 웹진, 시사성을 담고 있는 패러디 웹진, 그 외 ISP업체·온라인 서비스업체·일반 기업의 홈페이지 등에서 네티즌에 대한 서비스와 방문 유도의 목적으로 창간된 오락이나 문화 비평 등을 다루는 종합지 성격의 상업적 웹진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렇지만 뚜렷이 분류하기 힘들 정도로 전문화·세분화돼 가는 추세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특히 전문성은 웹진의 차별화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 네티즌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게다가 기존 매거진 특성에서 방송국 특성을 나타내는 멀티 미디어까지 영역을 확장, 웹 브로드케스트 요소가 강조되고 있는 현실이다. □ 웹진의 성공전략웹진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첫 번째 역할이다. 따라서 제공되는 컨텐츠의 질이 웹진의 생명. 때문에 충분히 전문적인 능력을 구비해야 한다. 비교 우위적인 빠른 정보와 재미있으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품격 있는 기사, 신뢰를 바탕으로 한 명쾌한 해석 등등 독자들이 원하는 고품격 정보가 준비돼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관련된 주제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독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다른 웹진과 차별화 된 아이템이 있다면 더 큰 힘을 얻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웹사이트 이용자들이 직접 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 커뮤니티 구축도 필요하다. 웹진은 독자와의 소통 속에서 발전하는 것. 커뮤니티를 통해 제공된 독자의 글은 새로운 정보를 생산하는 기본 축이 되고 웹진의 로열티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자기 혼자 모든 정보를 생산하려고 하는 것은 현명한 생각이 아니다. 또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업데이트 시기를 가능한 좁혀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방문하지 않으면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는 강한 인상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간결한 편집, 손쉬운 기사 검색 등 디자인도 중요하다. 웹진의 디자인에 있어 유의할 점은 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웹 사용자들은 일반적으로 정독이 아니라훑어보는 수준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네티즌들이 혼란스럽거나 피곤함을 느꼈다면 또다시 방문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순간적으로 붐을 일으키다가 서서히 사라지는 이유는 사용자에게 진실한 자세로 접근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인터넷도 사람이 만드는 공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독자들과의 상호 신뢰다. □ 웹진의 한계미지의 신대륙을 植民化하려는 권력과 자본의 프로젝트가 갈수록 기세를 더하는 것처럼 예상된 문제는 생각보다 일찍 그 모습을 드러낸다. 기존 매체들로부터 독립, 네티즌 스스로 만들어 여론을 형성한다는 차별성이 크게 부각됐던 인터넷의 현재도 마찬가지다. 웹진제작에 특별한 비용은 없다. 즉, 누구라도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는 기술과 웹진을 구성할 수 있는 컨텐츠만 갖춘다면 손쉽게 웹진을 발행할 수 있다. 한 청년이 재미 삼아 연예인에 대한 정보를 올리기 시작한 ‘Drudge Report’나 국내 ‘딴지일보’가 거둔 엄청난 성공 역시 초기 자본은 아이디어와 헌신적인 체력뿐이었다. 이것은 웹진의 진입장벽이 얼마나 낮은지 잘 보여주는 사례이고 현재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웹진은 인쇄매체와 달리 구독료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보의 바다라 일컬어지는 인터넷은 신문, 잡지, 서적을 통해 접할 수 있었던 정보들을 약간의 시간을 투자함으로써 양껏 얻을 수 있게 된 데다 한 명의 고객에게 추가적으로 정보서비스 하는 한계비용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지면서 구독료를 받으면서까지 경쟁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일한 수입원은 광고다. 하지만 현재 웹은 기존의 거대 주류 매체들에 의해 마천루처럼 높다랗게 세워진 화려한 사이트들이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 각각의 사이트들은 광대한 네트워크가 선사한 수평적 위치에서 ‘횡’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사이버공간에 발을 딛게 된 네티즌은 대부분 쉽게 방향감각을 잃어버린다. 결국 길을 잃고 헤매느니 차라리 익숙한 일방향 매스 미디어에 접속해 또다시 수동적인 정보 수신자로 전락하고 만다. 또한 광고의 속성상 소규모 네트워크보다 대용량 네트워크를 선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인터넷 광고 시장은 대기업들이 독식하게 됐다. 히트 수는 정확히 자본에 비례하고 주류 매체들은 이미 웹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공룡이 되고 개인 홈페이지는 물론 비영리 웹진과 같이 작은 매체들은 일년도 채 못돼 사라지거나 돈이 될만한 것이면 주류 네트워크에 흡수당하고 있다. 결국 자체 사이트 운영만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없었던 웹진들은 운영의 어려움과 기획력 부족, 제작 공정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폐간되거나 어느 날 갑자기 서버를 차단하고 조용히 사라지는 현상도 보인다. 따라서 웹과 네티즌 모두 미아가 되고 있는 것이 2002년 가을, 인터넷 웹진의 현실이다. 개체의 자율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선에서 공동체를 형성하고 다시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돼야 한다. 다시 말해 크기와 성격을 달리하는 모든 개체들의 다양성과 자율성이 존중돼야 한다는 것. 네트에 접속하는 개인, 공동체, 공동체 구성원, 매체, 매체의 구성원 등 개체의 개념은 자기 경계를 가진 모든 것들에 적용된다. 현재의 웹의 지형이 가지고 있는 문제와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네티즌 개개인, 수많은 개인 사이트, 그리고 작은 매체들의 당면 과제다. □ 성공한 웹진의 특징과 성공비결소개하는 인터넷 기업들은 거대 규모의 포탈사이트나 대기업이 아니다. 개인 또는 뜻을 같이 하는 몇몇 사람들이 시작해 지금은 어엿한 인터넷 벤처로 성장한 대표적인 웹진들이다. 각 사이트 특징과 운영자들이 직접 밝힌 성공비결을 덧붙인다. ▲ 직장인 커뮤니티 ‘김대리’(www.kimdaeri.co.kr)△작지만 밀접하고 끈끈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구축해 인터넷 거대 기업 사이의 틈새를 공략했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방문자 타케팅과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사이트다. △성공비결 : 철저히 사용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사용자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좋은 정보를 많이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 공감할 수 있고 서로 얘기할 수 있는 따뜻한 사이버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을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 ▲ 품위 있는 유대감 ‘아이비즈넷’(www.i-biznet.com)△인터넷 비즈니스를 준비중이거나 진행중인 네티즌들에게 필요한 고급 정보와 컨설팅을 제공해주고 있는 사이트다. 2만여 페이지에 달하는 광범위한 정보와 그에 따른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이 마련돼 있다. △성공비결 : 인터넷 비즈니스의 알찬 정보를 자체 생산하고, 무료로 아낌없이 제공하면서 쌓은 신뢰, 매일 이메일을 통한 관계망 형성, 이를 통해 쌓은 로열티, 그리고 활발한 커뮤니티. ▲ 무료 CGI로 일군 인터넷벤처 ‘슈퍼보드’(www.superboard.com)△깜찍하고 귀여운 CGI 프로그램으로 크레이지 보드가 전권을 쥐고 있던 무료 CGI 프로그램들에 일대 혁명을 일으키며 탄생했다. 젊은이들이 의기투합해 시작했지만, 불과 1년 남짓한 기간에 일일 접속인원이 국내 10위권에 진입한 놀라운 성공신화의 모델이다. △성공비결 : 안정적인 서비스와 컨테츠 간의 우수한 커뮤니티▲ 네티즌이 만드는 온라인 음식점 ‘메뉴판’(www.menupan.com)△자체 생산해 제공하거나 자발적으로 참여한 네티즌들의 각종 요리 비법, 추천 맛집 등 음식과 관련한 모든 정보가 있다. 또한 원하는 음식점을 찾거나 주문할 수도 있고, 네티즌들이 추천한 음식점이나 요리 비법을 엿볼 수 있다. 네티즌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쌓아올린 데이터베이스가 가장 큰 자랑이다. △성공비결 : 사용자가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디자인 전문 웹진 ‘정글’(www.jungle.co.kr)△국내외 디자인업계 소식, 각종 디자인 강좌와 디자인 데이터베이스, 디자인 관련 동호회, 디자이너들을 위한 구인·구직 등의 디자인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기존의 디자인 연구소의 오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창간되었기에 전문성과 컨텐츠에 있어 깊이가 있다. △성공비결 : 꾸준한 업데이트와 신뢰있는 회원 관리, 차별화 된 기획과 디자인 등▲ 인터넷으로 만드는 아기들의 꿈 ‘베이비 드림’(www.babydream.net)△7세 이하 아기들에게 홈페이지를 무료로 제작하는 사이트다. 특히 홈페이지 자동제작 도구를 갖추고 있어 누구나 손쉽게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게 해주며 각종 부가정보를 통해 아기와 부모들의 꿈을 키워준다. △성공비결 : 직원의 탁월한 맨파워 및 기술력, 타겟 시장의 집중화, 적절한 인맥 활용<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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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10.09 23:02

제4회 전주국제영화제 발전방향 공청회 열려

제4회 전주국제영화제 발전방향 공청회가 8일 오후 2시 전주시청 회의실에서 열렸다.민병록 집행위원장과 김은희 정수완 프로그래머 등 조직위 관계자를 비롯해 문화단체 관계자, 시민 등 40여명이 참석한 이날 공청회에서는 영화제 개최 장소 및 기간 등이 집중 논의됐다.개최 장소의 경우 극장 시설이 미흡한 ‘영화의 거리’ 대신 소리전당·덕진예술회관 등을 잇는 덕진동 주변의 공연장 블럭화가 제안됐지만 전주국제영화제의 정체성을 살리고 시민과 함께 호흡하는 영화축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영화의 거리’를 지속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영화의 거리를 그대로 활용하는데에는 낙후된 극장 시설의 개선이 가장 큰 걸림돌로 부각되면서 이에 대한 전주시와 극장측의 적극적인 개선책이 더해져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유대수 문화개혁회의 사무처장은 “전주에서 영화제를 여는 이유는 한때 영화를 생산했던 유일한 지방도시이자 영화의 거리라는 좋은 인프라가 있기 때문”이라며 영화의 거리와 영화제가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제 개최 기간도 논의됐다. 조직위는 다른 영화제의 흐름이나 관객들이 더 많은 영화를 접할 수 있도록 기간을 7일에서 14일(2주)로 늘리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영화제의 내실을 다지고 인력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의 7일이 적당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영화제 조직위는 이날 제안된 다양한 의견들을 바탕으로 충분한 검토와 논의과정을 거쳐 4회 영화제 운영계획과 프로그램을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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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10.09 23:02

[전국연극제] 9일 극단 '굴렁쇠'(강원) ‘아카시아 흰 꽃은...’

10.9(수) 연지홀극단 ‘굴렁쇠’(강원)‘아카시아 흰 꽃은 바람에 날리고’(작가 이근삼, 연출 장규호)□ 작품내용도시 고지대 다세대 주택을 배경으로 은퇴한 老배우 서일(김귀선 분)의 쓸쓸한 노후를 담담하게 엮었다. ‘한 老배우의 마지막 연기’를 부제로 현재 시점에서 바라본 사회의 한 단면을 노배우의 입을 빌려 진술하고 있다. 김밥장수와 보험설계사를 하며 딸과 함께 성실하게 살아가는 옆방과부, 다소 허황되나 결코 밉지 않은 연극동지 대광, 연극을 하겠다고 선언한 아들… 여러 인물이 교차하며 그에게 찾아온 시련들도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사건은 진행된다. 현역시절 주목받지 못하고 단역에 머물렀던 서일, 그는 자신의 비애와 은퇴 후에도 들러리나 서야하는 자신의 위치에 절망하고 있다. 1991년과 2000년 전국연극제에서 연기상을 수상한 김귀선씨를 비롯해 박영미, 김태영, 김영식, 정경숙, 윤영은, 남호섭, 김영주씨가 출연한다. 부조리연극의 대표적인 작가인 이근삼씨의 작품. □ 극단 ‘굴렁쇠’1990년 꼭두극단으로 창단된 ‘굴렁쇠’(대표 김귀선·40)는 2년동안 7편의 아동극을 올렸고 1992년 ‘하나님 비상이에요’를 통해 성인극단으로 전환했다. 25명의 단원이 강원도 속초를 중심으로 ‘호적등본’‘서툰사람들’‘작은할머니’‘누군가의 어깨에 기대어’ 등 주로 이 시대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고 있다. 김대표는 “태풍 루사로 인해 준비했던 세트와 연습장이 물에 잠겨 고생이 심했다”면서도 “96년 우수작품상과 2000년도에 개인상을 수상한 저력을 살려 충실히 무대에 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연출 장규호씨“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없는 세상에서 조연이나 단역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씁쓸한 이야기를 모노드라마처럼 엮었다”고 소개한 연출 장규호씨(53)는 “작품은 진지하고 장중한 분위기로 무대를 압도하는 소외된 노배우를 통해 사회에 대한 비판과 풍자, 가족관계, 시대상 등을 반영하며 답답하면서도 감동적인 우리들의 모습을 들여다보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작품을 관람하다 보면 아카시아 꽃의 향기처럼 진한 여운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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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우
  • 2002.10.09 23:02

[정양시인의 책으로 읽는 세상] 통쾌하고 쓰라린 구두쇠

- 채만식 '태평천하'의 윤직원우리 민담 속의 구두쇠 얘기는 누가 더 구두쇠인가를 경쟁하는 해학담이 주를 이루고 있다. 민담 속에 단편적으로 출몰하는 그런 구두쇠 얘기가 천민자본에 대한 미움과 야유를 강화하여 보다 대형화 된 것이 놀부 얘기라면, 우리 근대소설에서 그 놀부의 피를 그대로 물려받은 대표적 인물이 채만식의 소설 『태평천하』에 나오는 윤직원이다. 놀부는 삼강도 오륜도 모르는, "대장깐 불집게로 불알을 꽉 집어도 눈도 아니 깜짝일 "만큼 독하고 모질고 싸가지 없기 때문에 누구든 마음놓고 미워하고 비난해도 좋은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나라도 이웃도. 인정도 체면도 다 등진 채 오로지 제 돈 아끼는 일에만 매달려 사는 윤직원의 희한한 구두쇠 행각들도 결코 놀부에 뒤지지 않는다. 말버릇도 비슷하다. 제 재산을 축내려드는 사람이 하인이든 아들이든 손자든, 남자라면 모두 '잡아 뽑을 놈', 며느리든 손주며느리든 딸이든 애인이든, 여자라면 모두 '짝 찢을 년'이라고 군시렁거리는 것이 윤직원의 묵은 입버릇이다. 그는 일제가 수십만 병력을 동원하여 조선을 보호해주고 거리거리에 순사(경찰)가 있기 때문에 자신의 재산이 유지되는 것으로 믿는, 일제치하를 의심없이 태평성대로 여기는 사람이다. 놀부의 파산을 즐기는 판소리 청중들처럼 태평천하의 독자들은 탐욕 때문에 몰락하는 윤직원을 통쾌히 여긴다.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미워하는 것은 조심스럽고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누군가를 맘 놓고 비난하고 미워하면서 그의 몰락까지도 누구 눈치 안 보고 즐긴다는 것은 통쾌한 일임에 틀림없다. 윤직원이 일본을 고마운 나라로 알고 있는 것처럼 오늘날 미국을 고마운 나라로 여기는 한국인들이 많다. 참 쓰라린 일이다. 풍자를 통해서 식민지적 여건을 극복하고 우리에게 그런 통쾌함과 쓰라림을 안겨주었던 채만식은 일제가 가장 껄끄러워했던 작가였다. 그 채만식의 일제말기 친일행적을 요즘 문제삼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역시 쓰라린 일이다. 채만식은 그 수많은 친일문인들 중 유일하게 자신의 친일행적을 고백·참회했던 사람이다.◇‥‥ 정양 시인은정양 시인의 ‘책으로 읽는 세상’이 매주 수요일에 게재된다. 현재 우석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중인 필자는 김제 출신으로 동국대 국문과와 원광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8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됐다.시집 ‘까마귀떼’ ‘수수깡을 씹으며’ ‘빈집의 꿈’ ‘살아 있는 것들의 무게’ ‘눈내리는 마을’ 등의 시집을 통해 바르지 못한 시대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자기성찰의 시세계를 농밀하게 반영해왔다. ‘두보시의 이해’ ‘한국리얼리즘 한시의 이해’등을 공역했으며 판소리에 대한 연구 작업을 모은 ‘판소리 더늠의 미학’도 함께 펴냈다. 필자는 상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책 속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삶의 현실과 역사를 이야기하겠다고 말한다. 감성적이면서도 명쾌한 시각으로 풀어내는 그의 책과 세상 이야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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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10.09 23:02

김병기교수의 ‘21세기, 한자는 필수다, 아직도 ‘한글전용’을...’

9일은 5백56회를 맞는 한글날이다. 한글의 참 뜻을 되새기고 우리 얼을 지켜나가자는 마음다짐을 새롭게 하는 이 기념일을 즈음해 오히려 ‘한글전용정책’의 문제점을 꼬집고 한자 사용 강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책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김병기 교수(48·전북대 중어중문과)가 쓴 ‘21세기, 한자는 필수다 - 아직도 ‘한글전용’을 고집해야 하는가?’. (도서출판 다운샘)이 책의 중심축은 ‘한글은 한자와 함께 쓸 때 더 빛나’므로 한글전용정책이 국한문혼용으로 반드시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아름다운 한글인 만큼 한글로 풀어 쓸 수 있다면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저자는 그러나 보조문자인 한자를 쓰면 쉽게 풀릴 문제들이 많은데도 인위적인 한글전용정책으로 한자사용에 족쇄를 채우는 것은 어리석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영어 등 외국어를 배우듯 한자 역시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문화를 향유하기 위한 보조수단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이 책은 한글전용 정책의 잘못된 역사적 배경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한글전용정책은 학자연구나 학문적 진(眞)이었기 때문에 선택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 김교수의 분석. 저자는 해방직후 ‘한글 사용=애국 애족’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고 여기에 미국의 한국문화 지배의도가 교묘하게 맞아 떨어져 탄생한 것이 바로 한글전용정책이라고 강조한다. 한글전용이 올바른 정책이 아님에도 지금까지 이어지며 국민 대다수를 우리 역사와 전통, 문화를 모르는 까막눈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김교수는 국한문혼용론과 한글전용론을 ‘근원적 진지함’과 ‘실용적 편리함’으로 각각 규정하고 “실용을 빙자한 한글전용정책에서 벗어나 근원적인 차원에서 우리 말과 글을 닦고 우리의 생각을 깊게 할 수 있는 국한문 혼용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하고 있다.서구인들이 한자문화권, 동아시아에 눈을 돌리고 있는 21세기는 한자가 필수로 다가오는 시대라고 규정하는 김교수는 우리 문화의 세계화를 위해서라도 한자 사용과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한다.“이 책을 한 중문학자의 학문적 외도라고 폄하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김교수는 인문학자로서 한자를 제외하고 학문하는 것이 얼마나 공허한 지 실감했기 때문에 한글전용의 폐해를 지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현배 허웅씨 등 한글학자의 주장을 ‘유치한 산수놀음’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김교수는 언제든지 난상토론을 벌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중국문화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김교수는 서예비평가이자 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강암연묵회 부회장과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 연구·기획처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탈장르인가, 탈본질인가’ 등 서예평론문 40여편과 중국시학과 미학에 관한 논문 10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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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용묵
  • 2002.10.09 23:02

[책과 세상] 새로나온 책

◇‥‥ 흔들리는 침묵조미애 시인(전주 중앙중 교수)의 두번째 시집. 자연의 만물과 그 속에 숨어있는 우주의 속삭임을 하나 하나 읽어내 고운 시어로 엮어냈다.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운 소재들에 생명을 불어넣은 작품들이 돋보이며 가을 내음을 물씬 풍기는 서정성도 따스하게 다가온다.‘저렇게 말라버린 전주천처럼 날로 오염되어 투명하지 못한 나의 詩’(‘가을의 前奏曲’ 중에서)처럼 자신의 시세계를 끊임없이 반추하는 작가정신을 읽는 재미도 있다. (문학마을사)◇‥‥ 어머니, 허리를 펴시지요현실적인 삶의 애환을 서정성을 표현한 작품. 박만기 전북문인협회장이 펴낸 세번째 시집이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소외이웃의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 그리고 자신의 인생여정에 대한 회감 등이 잘 드러나 있다. 매화 동백 연꽃 풀꽃 등 이름만 말해도 은은한 향기가 풍길 것 같은 한국적인 꽃들을 소재로 한 잔잔한 시심은 세상 사람들이 갖추어야 할 ‘자연 앞에서의 겸허함’을 노래하고 있다. (신아출판사)◇‥‥ 발길 머문 그곳이 내 마음의 쉼터올해 환갑을 넘긴 김남옥씨가 지난 30년동안 써온 사연(시)들을 묶어 펴낸 시집. 작가 스스로 ‘시 아닌 시’라고 표현한 작품들에는 슬플 때, 괴로울 때, 쓸쓸할 때, 외로울 때 풀어내지 못하고 가슴에 묻어둔 사연들이 씨줄과 날줄로 엮여 담겨있다. ‘비가 좋아서’ ‘나무로 깎아 만든 인형을 보며’ 등 시작(詩作) 당시의 상황을 시 말미에 적어, 독자의 감정이입을 돕는 것도 이채롭다. (신아출판사)◇‥‥ 내장문학 제20집한국문인협회 정읍지부 내장문학동인회(회장 김희선)가 펴내는 동인집. 송동균 시인의 작품 ‘그리움’과 ‘인어’를 초대석에 실었고 김동필 정태진 최규환 이한기 김종욱 고광식 박경춘 남근영 신경숙 이현승 김상선 김희선 박근후 이종철 고옥음 등 회원들의 작품, 시와 수필을 담았다. ◇‥‥ 지구문학 가을호‘제1회 고구려·발해 및 항일유적지 역사탐방’을 특집을 엮었다. 김정오 이명철씨의 르뽀와 진을주 이준주 안혜경 홍경숙 이종숙씨의 시, 홍재숙씨의 수필, 양가현 조경민 이세나 김영낭 이하나 김무중씨의 산문이 담겼다. 지난 6월 한반도를 붉게 물들였던 ‘2002 FIFA 한일월드컵’을 테마특집으로 다뤘다. ‘명인 명작을 찾아서’에서는 강준형(시) 이광복(소설) 박연구(수필)를 탐구했다.◇‥‥ 첫사랑 그 마음으로현역시인 117명의 대표시, 사랑시, 등단시, 여행시와 뒷이야기들을 ‘시안시회’(회장 이승하)에서 책으로 묶었다. 강인한, 류인서, 오탁번, 황희순 등의 대표시와 창작배경, 김선태, 손정순, 정서리 등의 등단작과 습작시절, 공영구, 이창수, 홍경임 등의 사랑시와 뒷이야기, 고경희, 신해욱, 전동균 등의 여행시와 시작노트, 강유환, 배영애, 이은림 등의 산문이 수록됐다. 이 지역에선 이동재, 오창렬, 이병초시인이 참여했다. (모아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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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10.0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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