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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 담긴 바다의 정취

여름이다. 바다가 부른다. 불타는 태양이 유혹한다. 하얀 포말에 추억을 새기며 보석 같은 해변으로 달려가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하지만 이런 저런 세상사를 벗어 던지고 일상을 탈출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다행히 브라운관에도 바다는 있다. 영상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영화에 있어 바다는 빠질 수 없는 풍경. ‘시월애’‘미인’‘태양은 없다’‘연풍연가’‘쉬리’‘서편제’‘파이란’ 등 한국영화속에서도 아름다운 바다는 얼마든지 있다. ‘처음 바다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생겼습니다’ 스크린 속 쓸쓸한 풍경들. 파이란이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해변도로, 어깨 너머로 언뜻언뜻 보이는 등대, 아내의 유서를 읽으며 사내가 오열을 토해내던 방파제, 물새들은 무심히 하늘과 바다를 넘나들고 있다. 겨울이 찾아들면 이 바다엔 또다시 고니와 백로가 떼지어 날아들 것이다. 영화 ‘파이란’(감독 송해성)의 배경이 된 대진은 7번 국도 끄트머리인 통일전망대 바로 남쪽에 있는 작은 항구다. 동해에서 몰아치는 갯바람과 설악 금강 산자락을 훑어 내린 재넘이(山風)가 때없이 부딪치는, 파이란이 강재에 대한 그리움과 제 몸 속의 병마를 동시에 키워가던 곳이다. 강화도 바닷가에 자리한 그림같은 외딴집, ‘일 마레’(이태리어로 바다)로 이사온 성현은 2년 후인 2000년에 살고 있는 은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된다. 전에 그 집에 살았던 여자라면서…. 그들의 교신을 가능하게 한 신비한 우체통, 앙상한 나무 전체를 감싸고 반짝이는 조명 불빛들과 더 이상 아름다울 수 없는 연인들. 강화도 앞 석모도의 풍경이 담긴 영화 ‘시월애’. ‘그대안의 블루’‘네온 속으로 노을지다’를 통해 탁월한 영상감각을 선보였던 이현승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는 장편의 CF같은 영상이 돋보인다. 두 번의 프린트 작업을 거치는 정성을 통해 나왔다는 고급스런 화면의 질감. 그러나 환상적인 영상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드라마적 요소가 약해 다소 지루해진 느낌이다. ‘세상밖으로’의 연출자로 ‘박봉곤가출사건’‘주노명베이커리’의 배우로 알려진 여균동 감독의 ‘美人’은 사랑하는 순간 생명체처럼 살아 움직이는 몸에 대해 대담하고, 아름답게 그린 작품이다. 애인에게 버림받은 22살 누드모델은 우연히 인터뷰 잡지 기자인 남자를 만나 서로의 몸에 탐닉한다. 강원도 망상해수욕장의 해변을 무대로 작곡가 노영심이 연주하는 발라드 ‘belle’의 피아노 선율에 맞춰 거침없는 섹스와 몸에 대한 집착으로 자신들만의 사랑을 확인하는 남녀. 영화 속의 섹스는 쾌락을 얻기 위한 행위가 아닌, 감정을 나타내는 언어로 표현된다. 완벽하게 다듬어진 두 남녀의 육체는 끈적거리는 욕망으로 뒤덮이는 대신 새하얗게 표백된 정사로 일종의 신화적 이미지마저 습득케 한다. 영화 ‘봄날은 간다’(감독 허진호)는 댓잎 흔들리는 시원한 소리부터 계곡, 보리밭, 산사의 풍경, 바다, 정선 아라리… 눈과 귀, 가슴을 따뜻하게 만든 영화다. 따뜻한 모래밭에 드러누워 파도소리를 듣는 상상에 빠질 수 있다. 특히 맹방해수욕장에서 채록한 바다, 해변과 파도 소리는 일품이다. 영화 ‘이재수의 난’(감독 박광수) 촬영지로 이미 명성이 자자한 제주도의 아부오름. 진입로부터 양쪽에 줄선 삼나무가 펼쳐져 있다. 전체가 둥글 납작해 함지박을 수평으로 보는 모양이다. 영화 ‘쉬리’(감독 강제규)의 마지막은 한석규와 김윤진이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 벤치에 나란히 앉아 지난날을 떠올리며 끝을 맺는다. 사람들은 바로 그 언덕, 중문해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그 벤치에 앉아 쉬리의 잔상을 떠올린다. ‘쉬리의 벤치’에 앉으면 찝찔한 소금내와 함께 달려드는 바닷바람이 냉면처럼 시원하다. 사람들은 벤치에 앉아 바다를 내려다보고, 해송을 쓰다듬으며 스스로 영화속 주인공이 된다. 바다로 떠나는 인파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 영화를 통해 바다의 넉넉한 품에 안겨보자.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2.07.27 23:02

[믿음의 인물들] 여호수아

월드컵의 열기로 우리의 관심의 뒷편에 잠시 접어두었던 대통령의 아들 비리사건을 다시 접하면서 영 마음이 편치 않다. 국가를 위해 열심히 일하라고 기회를 주었건만 결국 자녀들로 인해서 그 얼굴에 먹칠을 한 형국이 되었다. 고질적으로 거론되던 대통령 친인척의 권력형 비리가 김대중 정권에도 여전히 재연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기대만큼이나 실망도 크다. 그래서 정당뿐 아니라 사회단체에서 반부패법을 만들어서 권력형 비리를 사전에 단절해야 한다는 소리가 더욱 힘을 얻고 있는가 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국회의원들의 상당수가 그런 법을 만드는 것에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답답한 일이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정치가들인가? 그들은 자녀에게, 그리고 민족에게 무슨 말을 하며, 무엇을 내놓으려고 그러는가? 구약성경을 보면 여호수아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수십 년동안 모세를 돕던 자로서 여호수아서 1장 1절을 보면, 그는 "모세의 시종"으로서 소개되고 있다. 그런데 여호수아서라는 책의 마지막에 그의 호칭은 "여호와의 종"이었다. "여호와의 종"이라는 명칭은 여호수아가 모시던 모세에게 전용되던 용어인데, 이제 그 용어가 그의 사환이던 여호수아에게 붙여진 것이다. 어떻게 해서 여호수아는 마지막에 그같은 칭호를 받을 수 있었을까? 여호수아는 모세가 죽은 후 그의 자리를 계승하여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혼신을 다해 40년이라는 세월을 희생적으로 살았던, 그래서 백성의 존경을 받던 지도자의 뒤를 이어 그 일을 계속한다는 것은 먼저 부담스운 일이다. 모세는 하나님과의 빈번한 만남이 있었고, 그것이 백성을 인도하는데 있어서 강력한 카리스마로서 작용하였다. 그러나 여호수아에게는 그런 것이 없었다. 그런데도 여호수아는 모세조차 들어가보지 못한, 낯선 땅 가나안으로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들어가야 했다. 불안과 두려움으로 망설이는 그에게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마음을 강하고 담대히 먹으라는 것,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며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면 형통할 것이라는 것이다. 하나님은 여호수아에게 어떤 정략적인 술책을 가르치시지 않았다. 백성의 마음을 휘어잡을 어떤 사건을 귀뜸하시지도 않았다. 그저 기본적인 원리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실제로 여호수아는 이같은 기본적인 원리에 충실하였다. 그래서 이방인 창녀인 라합을 그 믿음을 보고 이스라엘 백성에 편입시킬 줄 알았다. 또한 어떤 이스라엘 사람이 하나님께 바쳐야 할 물건을 도둑질하였을 때는, 그 사람이 비록 힘있는 유다 지파의 자손이라 할지라도 가차없이 아골 골짜기에서 처형시키기도 했다. 여호수아는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가나안 정복을 전격적으로 성취했으며, 그후 각 지파별로 땅분배를 온전하게 마무리하였다. 이 모든 일을 마친 후 여호수아는 죽기 전에 이스라엘 백성을 세겜이란 곳에 모여서 그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교훈하면서 하나님과의 언약을 갱신하기도 했다. 여호수아의 관심사는 이스라엘의 승전을 넘어서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그 백성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있었다. 여호수아는 여느 선지자들에게서 발견되는 화려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오직 하나님이 주신 말씀대로 묵묵히 걸어간 그에게 "여호와의 종"이란 칭호가 붙여진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이순태(전주신광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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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2.07.27 23:02

주말극장가·비디오·DVD 순위

주말극장가전주대한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86-6211) 명보 - 맨인블랙2(288-9696)명화 - 스타워즈 에피소드2(284-6994)씨네21 1관 - 라이터를 켜라(231-5533)씨네21 2관 - 마이너리티 리포트씨네21 3관 - 마이너리티 리포트아카데미아트홀 1관 - 마이너리티 리포트(271-1235)아카데미아트홀 2관 - 마이너리티 리포트아카데미아트홀 3관 - 폰피카디리 1관 - 마이너리티 리포트(254-2526)피카디리 2관 - 마이너리티 리포트군산국도 - 마이너리티 리포트(445-2460)시네마우일 1관 - 폰(445-3613)시네마우일 2관 - 라이터를 켜라익산뉴코리아 - 챔피언(852-4567)아카데미 1관 - 맨인블랙2(841-5404)아카데미 2관 - 어머 물고기가 됐어요아카데미 3관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씨네마 - 마이너리티 리포트(841-5226)정읍중앙 - 맨인블랙2(535-5170)현대 - 틴오브뱀파이어(532-6353)남원제일 - 스피릿/서프라이즈(625-2332)비디오 대여순위(비디오코리아 제공)1. 블랙 호크 다운 2. 콜래트럴 데미지 3. 재밌는 영화 4. 2009 로스트 메모리즈 5. 존 큐 6. 롤러볼 7. 울랄라 씨스터즈 8.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9. 피도 눈물도 없이 10. 13 고스트 DVD대여순위1.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2. 공공의 적 SE 3. 공각기동대 무삭제판 2 Disc 4. 두사부일체 SE(한정판) 5. 글루미 썬데이 6. 라스트 캐슬 7. 나쁜 남자 8. 돈 세이 워드 9. 밴디츠 SE 10. 분노의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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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2.07.27 23:02

[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길고 짧음

尺有所短이요, 寸有所長이라척유소단 촌유소장한 자도 짧을 때가 있고 한 촌도 길 때가 있다.초(楚)나라 때의 시인인 굴원(屈原)이 쓴 〈복거(卜居)〉라는 초사(楚辭) 작품의 끝 부분에 나오는 말이다. 길이를 재는 단위로 보자면 자(尺)가 촌(寸)보다 긴 게 사실이지만 한 자로 감당 못 할 길이를 재야할 상황에서는 한 자도 짧은 것이고, 촌이 비록 자보다 짧은 단위인 것은 사실이지만 한 촌으로도 충분히 감당하고 남을 길이를 잴 경우에는 촌도 긴 것이다. 따라서, 자라고 해서 촌보다 반드시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촌이라고 해서 반드시 자보다 여유가 없는 것도 아니다. 사람의 생활도 마찬가지이다. 호화판으로 피서를 하자면 천 만원도 부족한 돈이겠지만 알뜰하게 피서를 하려 들면 십 만원으로도 여유 있게 쓸 수 있다. 부족함과 풍족함의 차이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는 상대적인 문제이지 돈 액수의 많고 적음에 따라 결정되는 절대적인 문제가 아닌 것이다. 십 만원을 들여서 피서를 다녀오고서도 천 만 원 이상 어치의 행복감을 느끼는 가족이 있는가 하면 천 만 원을 들여서 해외로 피서 여행을 다녀오고서도 도착한 그 날로 이혼하자며 대판 싸우는 집도 있다. 이런 경우로 보자면 십 만원이 천 만원보다 훨씬 값진 돈이라고 할 수 있다. 돈은 쓸 탓이고 행복은 누릴 탓임을 깨닫도록 하자. 尺:자 척 所:바 소 短:짧을 단 寸:마디 촌 長:긴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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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2.07.27 23:02

[2002여름탈출] 연극 ‘대대손손’ 연출하는 홍석찬씨

연극인 홍석찬씨(37)와 약속한 24일 오후 2시 전북대문화관 앞 계단. 머리 꼭대기에 뜬 해는 동쪽이든 서쪽이든 기울 수 없다는 듯 멈춰 있었고 땅에서 솟는 열기는 누구라도 금새 ‘춤추는 곰’을 만들겠다는 기세다. 짜증을 내는 순간 곧 지쳐버릴 듯한 시간. 그는 벙긋, 웃음을 보이며 다가왔다. “요즘 같으면 여유도 있고… 좀 살만하네요” 그의 첫마디였다. 아! ‘여름탈출’의 기획의도가 아닌데, 싶었다. 그러나 기우(杞憂)는 순간이었다. 무대예술을 제대로 이해하는 연극인인 그는 올해 전반기만도 풍남제 ‘의병재현 행렬’, 오페라‘동녘’ 등에 시간과 열정을 보탰다. 게다가 한방송사의 고정 프로그램까지 진행하고 있으니 그의 빡빡한 생활을 짐작하는일은 어렵지 않다. 잠깐 숨 돌릴만한 이즈음이라면 그에게는 더없이 ‘한가한 시기’로 여겨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강의를 나가는 백제대 전주교대 전주예고도 방학으로 쉬고 있으니 ‘더불어 휴식’은 오랜만의 즐거움일터. 그러나 이즈음의 그의 생활 역시 녹록치만은 않다. 방송프로그램 진행 준비만으로도 그는 금쪽 같은 시간을 쪼개어 쓴다. “방송이 끝나는 7시는 배우로서 참 안타까운 시간입니다. 연습은 함께 하지만 막상 무대에 서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요. 작품 ‘대대손손’의 연출로 합류할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지요.” 몇편의 연극을 연출했지만 아직도 배우가 적성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그에게 배우로서 무대에 서지 못했던것은 아쉬운 일일 수 밖에 없다.그는 방학숙제 하듯 ‘창작극회’가 9월초에 올리는 정기공연 작품 ‘대대손손’(박근형 작)의 연출을 맡았다. “작품을 무대에 올리겠다는 결심은 올해 초에 했는데, 이제야 대본에 밑줄을 그었습니다. 다른 연극에 비해 대본 분량이 짧지만 그래서 배우나 연출의 상상력을 더 폭넓게 발휘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 무대에 그는 창작극회 단원 모두를 출연시킬 생각이다. 원작 자체가 많은 등장인물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그 여자의 소설’로 전국연극제에 참여하는 창작극회가 본선 작품을 올리기에 앞서 선보이는 공연이기 때문이다. 김기홍 박상원 유영규씨 등 오랫동안 연극무대를 떠나있던 선배 연극인들에게도 출연 약속을 받아냈다. “다음주 최종 캐스팅을 확정합니다. 대본 읽기부터 다시 들어가야죠. 공연일자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해볼 만 합니다”윗대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상황을 역추적하는 독특한 구성이 흥미로운 이 작품은 뼈대있는 전통을 내세워온 한 가문의 역사가 아버지의 아버지로 옮겨갈수록 배신과 변절, 혼혈의 상처로 만신창이가 되는, 가문의 허상을 들춰낸다. “너무 리얼해서 충격적이죠. 가문과 조상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우리네 인습을 조소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바로 알고 인정해야 할아버지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형식적으로는 손가락을 이용한 그림자극 등의 다양한 시도를 해볼 생각입니다” 올 여름 그가 있는 창작소극장 연습실은 땀내가 가득하다. 단원들의 열기로도 그렇지만 두터운 공연장 방음시설도 진가(?)를 발휘해 더위를 부추기는데 단단히 한몫을 한다. 창작소극장의 여름이 밖의 날씨보다 더 후끈한 이유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의 땀방울이 올 가을 벅찬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여름이 즐겁다. “여름을 견디는 방법은 일에 몰두해서 열심히 땀을 흘리는 겁니다” 무덥던 그날 연극인 홍석찬이 전한 결코 특별하지 않은 ’여름나기’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2.07.26 23:02

쿼터그룹, 전주천 끼고 흐르는 문화살리기

일본의 대표적 환경단체인 ‘전국 수환경교류회’가 주관한 ‘제5회 강의 날 대회’에서 전주천이 생태하천 복원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전주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전주천 자연형하천 조성사업’의 성과다. 그러나 여기에는 오래전부터 전주천 살리기 운동을 제안해온 문화예술인들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하천은 도시의 생명선이며 수변공간은 자연공간과 도시 활동의 접점을 이룬다. 전주를 관통하는 전주천도 한벽루, 오목대, 완산공원 등 문화지역을 형성하며 흘러왔다. 이 공간을 주목해온 예술인들이 다가산과 전주천을 문화지역으로 만들자고 나섰다. 다가산 산허리에 자리잡은 다가공원에서는 전주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그 밑으로는 전주천이 흐른다. 국궁터인 천양정과 가람 이병기의 시비, 호국충렬비, 조선시대 관찰사들의 공덕비 등이 있는 유서 깊은 역사공원으로 전주의 명소로 손꼽힐만하지만 해마다 열리는 대보름행사 정도를 제외하면 문화적 공간으로서의 역할은 미흡하다. 현대미술작가들의 모임인 쿼터그룹(회장 이경곤) 회원 17명이 29일 다가공원 일대에서 그림부터 설치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이며 문화적 공간에 대한 새로운 제안을 한다. 8월 6일까지 계속될 이번 행사는 다가산과 전주천이 문화지역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선포식’과 ‘기원제’, ‘설치작업전’으로 이어지면서 다가공원과 천변 고수부지를 무대와 전시장으로 바꾸어놓는다. “다가산 일대는 좋은 문화공간이 될 수 있는데도 버려지고 있는 듯 해 아쉽다”는 이경곤회장은 “더 많은 문화단체들의 활동이 이곳을 통해 이어지기 바라는 마음으로 이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퍼포머 심홍재, 서양화가 김영란씨 등 쿼터그룹 회원들은 지난해에도 쿼터그룹 정기전을 통해 ‘환경’을 주제로 한 전시를 기획, 관심을 모았었다. ‘퍼포먼스 보러 가는 가을여행’이나 ‘한 여름밤의 축제’등의 그동안 작업 역시 환경을 주제한 것들.쿼터그룹은 자연녹지공간 뿐 아니라 전주 중앙동, 관통사거리, 영화의 거리 등의 거리행사를 통해 실내를 벗어나 관객들에게 가깝게 다가서기 위한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2.07.26 23:02

[문화광장] 공연과 전시

전 시*녹색종이전26일부터 8월 1일까지 전북예술회관.환경문제에 꾸준한 관심을 갖고 작업해온 젊은 작가들의 모임. 환경친화적인 작품들이 전시된다. 284-4445*전주한지미술제26일부터 8월 1일까지 전북예술회관.미술교사들의 모임인 전통미술교육연구회(회장 유안순)가 해마다 주최해온 미술제.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모, 한지를 이용해 다양한 표현력과 자유로운 감성의 세계를 담은 입상 입선작품이 전시된다. 284-4445*헤르만헤세전31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 전당.데미안의 작가 헤르만헤세의 삶과 문학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회. 소리문화의 전당이 기획한 특별전으로 헤세의 젊은날부터 말년까지의 삶의 흔적, 문학적 족적, 가족과 지인들, 문학작품 못지 않게 주목을 모았던 수패화까지 그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유품과 관련 자료들이 전시됐다. 270-7800*전양배 한지의상전31일까지 전주시 교동 전통문화특구 전주공예품전시관.한지의상에 꾸준한 관심을 갖고 연구해온 의상디자이너 전양배씨가 개발하고 디자인한 한지의상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한지에 대한 편견을 뛰어넘는 폭넓은 쓰임새와 아름다움을 보다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다. 285-4403*한지의 멋8월 31일까지 전주 팬아시아종이박물관.팬아시아종이박물관이 2002한일월드컵을 기념해 마련한 특별기획전. 종이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색지와 지승 지호 지장 공예품을 비롯한 다양한 형식의 전통지공예품과 한지공예작가들이 만들어낸 현대 작품이 전시됐다. 생활속으로 들어온 한지공예품의 다양한 쓰임새를 만날 수 있다. 210-8103공 연*크레용 심포니에타 정기연주회27일 오후 6시 전북예술회관. 이지역에서 바이올린과 첼로를 전공하는 청소년들이 모인 크레용 심포니에타의 첫 번째 정기연주회. 음악 유망주들의 음악성이 발휘되는 무대. 비발디의 사계, 시벨리우스의 콘체르토, 멘델스존의 콘체르토 등 친숙한 곡들을 연주한다. 284-4445 *전주시립합창단 정기공연26일 오후 4시 전주덕진예술회관.전주시립합창단(지휘 구천)이 방학을 맞은 청소년들을 위해 기획한 특별무대. 음악회의 이름도 '멋진 방학생활을 위한 청소년음악회'라 붙였다.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동요와 가곡을 선보인다. 황인영(전라고) 김영이(전주남중) 김형국(전주신흥중) 김정렬(온고을여고)씨 등 현장음악교사들이 직접 출연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281-2786*여름밤 국악의 향기26일부터 8월 16일까지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명인홀과 놀이마당. 도립국악원 예술단의 여름방학 특선기획.26일에는 창작국악곡을 중심으로 관현악단의 무대가 열린다. 국악가요를 비롯해 젊은층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새로운 기법의 창작곡들을 통해 현대적 신명과 감흥을 만난다.8월 2일에는 무용단의 무대로 화관무 살풀이 부채춤 진도북춤 등 전통춤과 현대적으로 새롭게 안무한 창작춤을 발표한다. 우리춤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254-2391*한여름밤의 춘향골 노래31일과 8월 1일 오후 8시 남원광한루 앞 요천 둔치 특설무대. 국립민속국악원(원장 곽영효)이 여름에 남원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위해 기획한 특별국악무대. 판소리와 기악연주, 춤 등 더위를 말끔히 씻어줄 전통국악의 향기를 전한다. 620-2322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2.07.26 23:02

공예품전시관 개관 1백일 잔치마당

지난 3월 개관한 전주공예품전시관(관장 백옥선)이 개관 1백일 기념행사를 연다. 지난 3월 1일 문을 연 이후 예상보다도 빨리 전주의 문화전통을 알리는 관광창구로 자리잡은 공예품전시관이 시민들과 함께 자축하는 잔치마당이다. 27일 오후 7시 공예마당에서 열리는 뜨락음악회 "산조 夜". 한옥의 정갈한 운치와 뜨락의 단아한 아름다움을 전통음악의 운율와 흥취로 조화시키는 무대다. 솟대광장에서는 솟대에 돌탑을 쌓고 소원을 적어 끼우는 기원문 달기 등의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갖가지 색지에 담은 기원문 달기는 전래 민속 재현과 함께 그 자체로 아름다운 조형물이 만들어진다. 행사동안 찾아오는 관객들과 함께 백일떡잔치를 열고 즐기며, 27일과 28일 이틀동안 구매고객을 위한 기념품 제공 판촉행사도 갖는다. 전시관은 개관이후 95일동안(7월 23일 현재) 공예품전시관 기획관을 4만2천4백28명의 방문객이 찾았고 이중 1천여명이 외국인 관광객들이었다고 밝혔다. 또 전시관이 운영하고 있는 체험프로그램(4월 20일-7월 24일)에는 1천5백43명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예품전시관 기획관에서는 31일까지 전양배 한지의상전이 열리고 있으며 체험관에서는 제 1회 여름방학공예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 문화일반
  • 김은정
  • 2002.07.26 23:02

전북 '꼬마명창' 서울 나들이

“소리의 고장 명맥 우리가 이어요.”도내 꼬마명창 2명이 서울 무대에서 전북의 소리를 뽐낸다. 27일 오후 7시30분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리는 ‘2002 완창판소리 꿈나무 명창’에 최보라(12·남원 교룡초교 5년)·김응경(13·고창초등 6년)양이 나란히 선발된 것.이 무대는 국립극장이 어린이 소리꾼을 발굴, 우리 전통예술의 지속적인 전승·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한 무대. 지난 2월 오디션을 통해 전국에서 몰려든 명창 꿈나무 40여명 중 8명만 선발, 발표의 기회를 마련해주는 자리다.최양과 김양을 비롯한 8명은 판소리 다섯바탕 중 가장 자신있는 대목을 골라 10∼15분씩 열창한다.최양은 초등 1년때 소리꾼 박은선씨(국립민속국악원 단원)로부터 심청가를 배우며 소리에 입문한 뒤 얼마 전 작고한 한농선 선생(흥보가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예능보유자)에게 흥보가를 1년간 사사했다. 아버지 영안씨(39·국립민속국악원 무대감독)의 권유로 입문한 최양은 “동편제 소리를 잇는 판소리 명창 반열에 오르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요즘 아버지의 북장단에 맞춰 매일 2시간씩 소리연습에 열중하고 있다.EBS 어린이 명인 명창전 으뜸상(2001)과 구례 전국학생대회 최우수상(2000)을 수상한 최양은 이날 흥보가 중 ‘흥보 형님에게 양식 얻으러 가는’대목을 선보인다.심청가 중 ‘행선 날 심청 이별’대목을 열창하는 김양은 초등 2년때 소리 공부에 뛰어들어 각종 대회를 휩쓸며 뛰어난 기량으로 주목받고 있는 어린 소리꾼이다. 동초제를 잇고 있는 명창 조소녀씨의 문하에서 심청가와 춘향가를 사사한 김양은 올 가을 심청가 완창을 준비하고 있을 정도로 소리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소리를 당차고 야무지게 한다는 칭찬을 듣지만 더 잘하라는 채찍으로 들린다”는 김양은 창극 무대와 사물놀이패에서 활동할 정도로 재기발랄하다. 국창을 꿈꾸는 김양은 지난해 전국어린이 판소리 왕중왕대회 대상과 전국초등학교 국악경연대회 금상을 차지하며 꿈을 한걸음씩 실현하고 있다.이날 무대에서는 장종민씨(국립창극단 단원)와 조용수씨(국립창극단 단원)가 고수로 나선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2.07.26 23:02

[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부채

紙與竹而相婚하여 生其子曰淸風이라.지여죽이상혼 생기자왈청풍종이와 대나무가 서로 결혼하여 자식을 낳으니, 그게 곧 바람이라.부채에 대하여 읊은 옛 시 한 구절이다. 원작자가 누구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요즈음이야 에어컨이 일반화되어 부채가 일상생활에서 멀어져 버렸지만 십 여 년 전만 하여도 부채는 여름철의 생활 필수품이었다. 더울 때 시원하게 부치는 것은 물론 낮에는 햇볕을 가리고 밤에는 모기를 쫓고 심지어는 길 가다가 빚쟁이를 만났을 때 얼굴을 가리는 데에까지 부채의 용도는 여덟 가지나 된다고 한다. 그래서 흔히 부채를 팔덕선(八德扇)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해마다 5월 단오날에는 이처럼 다양한 용도의 부채를 서로 선물하는 것이 우리의 세시풍속이기도 하였다. 그런 부채가 이제는 일상생활에서 많이 멀어졌다. 그러나 요즈음에도 더러 아름다운 부채를 멋스럽게 들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 사람들에게 아직도 부채에 대한 향수와 부채로 더위를 쫓던 시절의 여유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합죽선으로 이름난 전주에는 그런 사람이 더욱 많다. 합죽선이야말로 대나무와 종이가 결혼하여 바람이라는 아들을 낳는 부채이다. 선면에 정결한 사군자나 산수화 한 폭, 혹은 격조 있는 글씨 한 폭이 쓰여진 부채를 부칠 때 나는 바람은 분명히 선풍기바람이나 에어컨 바람과는 다른 멋이 있다. 이 여름, 아무리 바쁘더라도 이따금씩 그런 여유 있는 바람을 느껴보도록 하자. 紙:종이 지 與:하께 여 婚:혼인 혼 淸: 맑을 청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2.07.26 23:02

[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네 마음이 편하면

使其中不自得이면 將何往而非病이며 使其中坦然하여 不以物傷性이면 將何適而非快리오? 사기중불자득 장하왕이비병 사기중탄연 불이물상성 장하적이비쾌 마음 안에 자득(自得)함이 없다면 어디를 간들 마음의 병 아닌 것이 있겠는가? 마음을 항시 평탄하게 하여 외부의 물질로부터 본성이 손상당하지 않는다면 장차 어디를 간들 기쁘고 쾌활하지 않겠는가? 송나라 사람 소철(蘇轍:소동파의 동생)이 지은 〈황주쾌재정기(黃州快哉亭記)〉에 나오는 말이다. 높은 산 위에 있는 정자에 올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도 왠지 마음이 불편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달동네 골목 안에 불어드는 한 줄기 바람을 쐬면서도 형언할 수 없는 상쾌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다 마음 탓이다. 스스로의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거나 끝내 마음을 비우지 못하면 아무리 아름다운 승지와 절경 앞에 서서 시원한 바람을 쐬어도 마음 속의 답답함을 덜어낼 수 없다. 반면에 언제라도 마음을 편안하게 갖기만 하면 초저녁 아스팔트 위에 불어오는 훈훈한 바람 앞에서도 상쾌함을 맛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마음 탓을 하기보다는 바람이 시원하지 않다고 바람 탓을 한다. 그리하여 더 큰 시원함을 찾아 산을 헤매고 강을 헤매고 심지어는 애꿎은 에어콘의 온도를 낮추고 풍량을 높이기만 한다. 이 여름, 시원한 바다를 찾고 계곡을 찾기에 앞서 어디에 가더라도 항상 기쁘고 시원하게끔 내 마음의 병부터 고쳐 보도록 하자. 使:하여금 사 中:마음 중 往:갈 왕 坦:평탄할 탄 傷:상할 상 適:갈 적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2.07.25 23:02

[사이버문화따라잡기] (3)게시판 글쓰기 유형

스스로 성장하는 것이 있다. 이것은 사이버세계에 한 형태로 존재하며 밤낮없이 무한대로 성장한다. 무엇인가? 여론방, 토론방, 방명록 등의 이름을 가진, 웬만한 사이트에는 빠짐없이 있는 게시판이다. 하루에도 수천만건씩 올라오는 글의 생산자인 네티즌들은 이를 통해 자기 말의 주인이 되는 경험을 한다. 네티즌 혁명의 참된 의미는 바로 '말의 혁명'이다. 인터넷은 여론 형성의 층을 수평으로 놓이게 했다. 더 이상 엘리트집단의 전유물이 아닌 것. 집, 사무실, PC방…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면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고 여론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나 병역 가산점 제도, 의약분업 등 사회적 쟁점에 대해 뚜렷한 주관이 담긴 글을 공개토론장인 게시판에 올려 나름대로 사회적인 의제설정기능을 행사한다. 그래서 게시판을 통해 진행되는 사이버 문화를 언론의 또 다른 유형으로 평가, ‘게시판 저널리즘’이란 말을 탄생시켰다. 매체 전체의 논지를 조정하고 책임지는 주체가 불분명하지만 즉각적인 반응과 폭발적인 전파력에 힘입어 강력한 여론형성을 행사하고 있는 점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문화현상은 디지털기술의 혁신과 함께 지속, 발전될 것이고 그 영향력 또한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정보의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보다 무차별적인 공급이 앞서고 익명의 그늘에 숨어 언어폭력을 퍼붓는 사이버 글쓰기 관행이 지속되는 한 신뢰 있는 매체로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어렵다. 이는 토론을 활성화시키기 보다 갈등을 증폭하거나 침묵을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일침을 가하는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네티즌의 유형을 다양하게 분류한 ‘이런 사람 꼭 있다’라는 글이 유행,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자신은 어느 형의 네티즌인지 돌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법하다. 첫 번째는 ‘일당백型’이다. 흑백논리와 고정관념, 감정적인 판단으로 무장한 이들은 무서운 글빨(?)로 네티즌의 여론에 맞서며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는 역할을 한다. 올리는 글마다 상당한 조회 숫자와 수많은 격려 글을 자랑하는 ‘스타型’과 회원 가입은 돼 있지만 글을 쓰지 않는 ‘침묵型’, 평소에는 글 한번 올리지 않다가 논쟁이 격해지면 ‘바보들’하며 한마디 던지고 사라지는 ‘허무型’, 비난이 시작되고 패가 갈려 토론이 벌어지면 유리해 보이는 쪽에 기생해 되지도 않는 논리로 답글만 올려대는 ‘맞장구型’도 있다. 주로 나이 어린 네티즌들에서 많이 발견된다. ‘말대꾸型’은 제대로 된 글 하나 못 올리면서 남의 글에 태클을 거는, 다시 말해 사촌이 논을 사면 배 아픈 타입이다. 모든 지식을 총 동원해 글을 쓰는 ‘백과사전型’과 ‘귀공자型’도 있다. 논리 정연한 글에 경어까지 사용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뼈가 담긴 글을 올리는 타입. 아군일 때는 상대의 약점을 잘 긁어 줘 통쾌하지만 의견이 다를 때면 만나서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얄미운 부류다. 이와 비교되는 유형이 ‘막가파型’이다. 갑자기 나타나서 비방과 욕설로 도배를 하고 게시판이 너덜너덜 해질 때쯤 유유히 사라지는 대책 없는 형으로 어떠한 논리로도 그를 제압할 수 없고, 제압하려 했다가는 오히려 더 큰 화를 당할 수도 있다. 심하면 법정분쟁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글을 올리는 즉시 삭제되거나 항의성 댓글이 달리면서도 끊임없이 올리는 유형도 있다. 가입만 하면 돈을 준다는 황당한 글을 올리는 ‘돈벌기 사이트型’이다. ‘한국이 위험해요型’도 있다. 독도문제 등 주로 일본과 관련된 일을 여러 게시판에 기를 쓰고 복사해 놓는 타입이다. 이런 네티즌들의 활약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곳으로 정보가 쉽게 퍼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끔 사실무근인 내용도 퍼 올리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복사기型’으로 세분화되기도 한다. 이런 글쓰기 유형 속에서 ‘게시판에서 쌈 나는 순서’라는 글도 큰 호응을 얻었다. 사이버 공간이 현실과 다르지 않음을 나타낸 글이다. ‘어제 중국집 가서 짜장면 시켜 먹었는데 정말 맛있더군요’라는 평범한 문제 제기로 시작, 평범한 반론과 재반론이 진행되다가 상대의 말꼬리를 잡고 상대가 좋아하는 대상을 깎아 내리면서 싸움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제3자의 참여로 패가 갈리기도 한다. 싸움이 시작되면 왜 싸움이 시작됐는지 조차 모호하다. 상대의 글에서 옥에 티를 찾아 흠집을 내고 ‘본질을 모르시나요’등의 문장으로 깔보기 시작한다. 말투를 붙잡고 늘어지기도 한다. ‘시비는 그쪽이 먼저 걸었습니다’라며 책임을 전가하고 상대를 무시하는 문장을 올린다. 당연히 반말이다. 그리고 나이와 직업, 학력 등을 묻는다. 결국 누가 더 심한 욕설을 하는지, 경쟁이 시작된다. 간혹 말리는 사람과 엉뚱한 논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등장하지만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면 함께 진흙구덩이에 빠져들기 일쑤다. '제게서 나온 말이 다시 제게 돌아간다'는 속담이 있다. 말이란 한 번 하고 나면 끝없이 돌고 보태어져 결국 자신에게 해롭게 변하여 돌아온다는 것. 말이 문자로 표현되는 글도 마찬가지다. 글을 쓰는 것은 두렵고 조심스런 일이다. 누구에게나 자유롭게 개방되어 있는 인터넷 공개 게시판에서의 글쓰기는 그 파급력을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2.07.25 23:02

[더블클릭!!] 전주신흥중학교 영어교사 오재섭의 카페 '야야방'

전주 신흥중학교 영어교사 오재섭의 카페 야야방http://cafe.daum.net/yayabang‘그러니까 어렵다고만 말고… 자주 들어와야 하고, 묶음단어 기똥차게 외워야지! 맹군, 잘혀보자.’전주신흥중학교 영어교사 오재섭씨(59). 32년동안 교단에서 외길만을 고집해온 그이지만 호칭은 다양하다. 학교에서 별명은 오박사. 인터넷 다음 카페 ‘야야방’에서는 샘님, 영샘, 담샘, 감독샘… 등등. 스스로를 지칭하는 이름이나 학생들의 글에서 보이는 그의 호칭은 모두 젊다. 글도 마찬가지. ‘너무 걱정일랑 말그라!’‘노력혀봐!’‘눈 크게 떠봐!’ 등등 짧으면서도 알차다. “우리 아이들이 시간이 없습니다. 해야할 공부도 많고 학교에 학원에 바쁘죠. 그래서 재미있고 짧게 글을 남깁니다.” 학생들과 좀 더 가깝게 서기 위한 그의 방법이다. 이순(耳順)을 바라보는 나이에 새롭게 시작한 것이 인터넷. 시교육청에서 실시한 열흘간의 교육이 바탕이 됐다. 영타를 칠 수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단다. 젊은 선생님들로부터 복잡한 태그 등을 도움 받긴 하지만 그는 엄연한 웹디자이너이면서 카페지기이기도 하다. ‘야야방’은 지난해 9월 이전까지 운영해온 공간에서 다음 카페로 옮겨진 것. 회원수는 곧 6백여명에 이른다. “처음에는 제가 시작해서 아이들을 이끌었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저보다 앞서 있습니다. 제가 소홀해지면 학생들이 먼저 공부하자고 말해준답니다.” 교실을 떠나서 사이버로 영어를 가르치는 공간은 ‘사이버영어특강’과 ‘Q&A’코너. 영어학습 자료실과 성적, 시험지, 과제함 등 수업노트로 구성된 자료실 코너는 그가 올려놓은 중학영문법, 기초단어 등 학생들에게 유용한 많은 자료들이 쌓여 있다. 그에게 질문이나 사적인 편지를 쓰는 ‘To 카페지기’도 사제간의 깊은 정이 물씬 풍기는 곳이다. 신흥중에 재학중인 이들의 손길이 잦을 뿐더러 졸업한 제자들이나 타 학교 학생들의 참여도 눈에 띈다. 공부하다 지칠 때 잠시 눈을 돌릴 수 있도록 ‘게임 뮤직 동영상’ 등 학생들이 직접 꾸미는 코너도 마련했다. 오 선생님이 말하는 듣기평가 잘 하는 갖가지 방법의 결론은 ‘평소에 yayabang에서 공부하자’이다. “아이들은 본래 한가지 일에 집중하기 힘들죠. 하지만 꾸준히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그의 바램은 글에서도 자주 엿보인다. ‘점수 내 책임진다. 묶음단어 위력을 알 긋지’. 인터넷 카페 ‘yayabang’을 통해 오재섭 선생님은 당당한 삶의 주체로 살아가는 새로운 실버 세대, 이 시대의 단단한 교육자의 상을 제시하고 있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2.07.2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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