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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칼과 말씀 - 송하진

일체의 침묵은제각기 제 말을 가지고 있다쑥부쟁이의 말씀깃털의 말씀앉은뱅이의 말씀칼이 말씀을 자르는 수가 종종 있기는 하나말씀은 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푸른 하늘의 말씀 앞에칼은 숨을 죽인다숨 쉬는 자의 말씀 앞에칼을 주저한다일체의 말씀은각기 제 의미를 위하여조금은 침묵하다가드디어 일어서는 말씀이 된다바람을 거두고일어서는 말씀이 된다 - 시집<모악에 머물다>에서거친 땅과 늙은 나무에 인사를 하고픈 시인……송하진씨가 전주의 살림을 맡고 있는 시장인 줄은 잘 알고 있어도, 시집까지 낸 시인인 줄은 까맣게 모르고 있다. 시단의 한 사람으로 경하할 일이다. 군사정권 때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러나 시장의 직함때문에 이 작품을 소개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높은 작품성 때문이다.시인은 이 시집의 자서(自序)에서 시가 사랑과 은혜의 결실이라면 자신은 너무 행복한 사람이라면서 ‘거친 땅에 입을 맞추고, 늙은 나무에 인사하고 하늘의 별도 세어봅니다. 거리를 거닐고 이웃과 웃음을 나누고, 버스도 타보고 시장 바닥에 앉아도 봅니다’라고 마치 요술나라에 온 소년소녀같은 해맑은 소견을 피력하고 있다. 이제 시장은 더 이상 ‘에헴!’이 아니고 춘향의 목에 칼을 씌우던 ‘사또’는 더더욱 아니다. 우리 모두의 다정한 친구요 아저씨일 뿐이다. 우리가 찾아가면 사탕도 주실 것이요, 손수 서명한 시집도 주실 것이다.자고로 ‘칼과 펜’, ‘칼과 말씀’은 서로 대척관계에 있었다. ‘칼’은 초법적인 힘의 상징인데 반해 ‘말씀’은 이성과 진리의 상징이었다. 당장은 칼이 이기지만 끝내는 ‘말씀’앞에 무릎을 꿇고야 만다. 2천여년 전에 ‘칼을 쓰는 자는 칼로 망하리라’고 예언한 예수는 끝내 말씀으로 승리하고 지금도 그 말씀으로 세계를 엎드리게 하고 있지 않은가?/ 허소라 (시인)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6.11.16 23:02

[김길주·이경철 '클라리넷 듀오' 연주회]부부가 들려주는 소리궁합

클라리넷 소리는 부드럽고 따뜻하다. 편안함이 때로는 평범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안에는 풍부한 음색이 담겨있다. 부부가 되어 서로 주고받는 느낌과 닮아있다. 19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클라리넷 듀오’ 연주회를 여는 부부 클라리넷티스트 이철경(30) 김길주씨(37). 해마다 듀오 연주회를 열기로 약속하고 처음 마련한 자리다.“부부가 같은 악기를 연주하면 어떻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뭣 모르고 사귈 때는 연습할 때도 많이 싸웠지만, 지금은 서로의 작은 조언도 곧잘 수용해요.”전북대 음악교육과 재학 시절 같은과 선후배로 만나 클라리넷을 인연으로 결국 부부가 됐다. 결혼 축의금으로 떠난 독일 유학. 이씨는 라이프찌히 음대 최고연주자과정을, 김씨는 부퍼탈 국립음대 디플롬 과정을 졸업했다. 부부는 “서로가 있어 음악이란 길에서 쉽게 지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첫 듀오 연주회는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곡들을 위주로 짰다.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 중 ‘라르고’와 이준복 전북대 교수가 이들 부부를 위해 작곡한 ‘두 대의 클라리넷을 위한 로맨스’ 등도 연주한다. “둘 다 내년에 독주회를 준비하고 있어서 연습시간이 부족했어요. 하지만 부부잖아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듀오 연주회도 기대됩니다.”듀오 연주는 무엇보다 호흡이 중요하다. 그러나 부부에게는 늘 맞춰왔던 호흡이라 걱정없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6.11.16 23:02

'춘향전' + 작가적 상상력...남원시립국악단 창극 '春香-네 개의 꿈'

춘향이와 이도령이 사랑을 나눈 장소는 춘향이의 집이 아닌, 남원 시내를 흐르는 요천이었다. 변사또의 아내는 어떻게 생겼으며 변사또가 포악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작가적 상상력이 ‘춘향전’을 다시 읽는다. 남원시립국악단(단장 박양덕)이 17일부터 19일까지 춘향문화예술회관에서 창극 ‘春香-네 개의 꿈’을 올린다.춘향과 이도령의 사랑과 헤어짐, 아픔과 재회를 네 개의 꿈으로 본 이 작품은 두 개의 만남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첫번째 만남은 이번 작품이 다섯번째 공동작업인 작가 최기우와 연출가 오진욱의 만남. 최씨는 김소희 창본과 성우향제를 바탕으로 ‘춘향’의 기본 뼈대를 유지하면서도 ‘춘향전’에 기록돼 있지 않은 살들을 작가적 상상력으로 되살렸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대적인 창극으로 대중성을 확보해 온 오씨는 이번 작품에서도 관객들의 기대치를 넘어서는 새로운 창극을 보여준다.기대를 모으고 있는 또다른 만남은 ‘이도령’역의 임현빈과 ‘춘향’역의 조선하의 만남.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임현빈과 ‘춘향’을 통해 부쩍 성장했다는 평을 듣고 있는 신인 조선하의 열창이 소리가 중심인 창극에 힘을 실어낸다. 이난초 명창이 연기하는 ‘월매’역은 퇴기로만 치부됐던 기존 이미지를 벗고 고명딸을 지조있게 키워낸 한국의 어머니로 그려진다.박양덕 단장은 “동편제의 본향 남원에 자리잡은 국악단에게 남원을 배경으로 한 ‘춘향전’은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작품일 수 밖에 없다”며 “기획부터 연출, 작곡, 안무까지 순수 남원시립국악단 힘으로 제작했다”고 말했다.여러 단체들이 ‘춘향’을 창극으로 만들고 있지만 남원시립국악단의 ‘춘향’에는 남원의 삶과 언어, 풍속이 한층 더 깊이 녹아있다. 작품 전반에 걸쳐 무용이 삽입된 것도 특징. 무용단의 비중을 늘려 풀 잎사귀, 새의 지저귐 등 작은 움직임까지도 생동감있게 연출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6.11.16 23:02

금석문으로 보는 물의 역사

인류역사는 물길을 따라 문화가 형성됐다. 고대사회로부터 물을 잘 다스리는 왕조는 번영을 누렸고, 물을 거슬린 왕조는 멸망했다. 그렇다면 우리 조상들은 물을 어떻게 다스리고 활용했을까.전라금석문연구회(회장 김진돈)가 금석문을 통해 선조들의 치수법을 찾아봤다. 물과 관련된 샘·보·다리·석조 등과 바위 등에 새겨진 물과 관련된 금석문을 찾아 전시회를 열고 있다. 김제 부량의 벽골제비(태종 15년, 1415)는 벽골제를 중수한 후 농경문화의 발달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한 비다. 현재 남아있는 것은 숙종10년(1648)에 중건한 것이다. 임실 덕치면의 설보비는 섬진강 물길을 8㎞나 개척한 수로를 기념한 것이다. 설보는 도내에서 가장 오래된 수로이기도 하다. 전주 남천교비는 강물 범람시 이를 경고하고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가장 오래된 비로 기록되고 있다.김진돈회장은 “물과 관련된 금석의 숨은 이야기를 찾아내 조상들의 지혜와 내용을 살펴보기 위해 전시를 기획했다”며 “그러나 탁본과 해재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는 관계로 자료수집과 내용분석에 아쉬움이 남았다”고 털어놓았다.전시되는 작품은 고산 세심정(1580추정) 송광사 석조(1670) 김제 벽골제비(1684) 진안 삼천사(1695) 익산 요교비(건륭 46, 신축 1781) 옥류암·백화담(한벽당옆, 1800경) 함열 마포교중수비(1830) 부무실 석담(1830년경) 금구향교 학교중건비(1833) 서천개교비(1847) 남천교개건비(1862) 백운 제룡교 시주비(1869) 덕치 설보비(1869) 태인 세연암(1920년경) 임실 대리보 기적비(1926) 부안 혜천명(1901) 수왕사 동초시(1925) 산외 곡곡청(1930경) 산외 청계정비(1933) 경천저수지 옥포금성(1934) 등이다. 전시는 20일까지 전주문화원 전시실에서 계속된다.전라금석문연구회는 내년에는 정읍 태인의 서예가인 동초 김석곤을 주제로 한 작품전을 열 계획이다.

  • 문화일반
  • 은수정
  • 2006.11.16 23:02

"서예 현대화 대중화도 좋지만, 기본은 지켜야죠"

고서예(古書藝) 원형찾기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산민(山民) 이용. 그가 이번에는 ‘금문(金文)’과 ‘목간(木簡)’에 주목했다. ‘금문’은 1980년대부터 천착해온 글씨지만, 올해는 한시(漢詩)를 통해 금문의 또다른 면모를 살폈다. “2년전에는 ‘채근담’ 전문을 금문으로 썼지요. 이번에는 고려와 조선시대의 한시중 아름다운 시 300수를 골라 써 보았습니다. 금문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 책으로 함께 엮은 것이지요.”산민은 오래전부터 작품전과 출판을 병행하고 있다. 그동안 엮은 책만도 「예서시탐(隸書試探)」「한묵금낭(翰墨錦囊)」「천자문(千字文)」「金文으로 쓴 채근담(菜根譚)」등 수종에 이른다. 이번에도 전시를 앞두고「金文으로 쓴 漢詩 三百首」(서예문인화)를 출간했다. 스스로 글씨공부를 하는데도 보탬이 되고, 서예를 익히는 이들에게도 선배로서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매년 주제를 가지고 작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한시를 고르는데 꽤 오랜시일이 걸렸습니다. 「한국문집총간」을 비롯해 여러 고서적을 들춰서 1000수를 먼저 고른 후 다시 300수로 추렸습니다. 꼬박 2년이 걸렸네요.”최치원 이규보 이인로 정몽주 이색 정철 김정희 이색 정도전 김인후 신흠 정약용 이이 김집 김시습 서경덕 등 내로라하는 문객들의 한시가 금문으로 새로 쓰여졌다. “금문은 청동기시대, 중국으로 치자면 ‘은(殷)’ ‘주(周)’의 글씨입니다. 지금은 남아있지 않은 글씨가 많아요. 그래서 더욱 한자한자 찾아보는 것입니다.”책에는 글자에 대한 주석도 달아 현대인들의 이해를 돕는다. 금문 교본역할도 하는 셈이다.“‘목간’은 한(漢)나라 글씨입니다. 종이가 발명되기 전이어서 나무조각에 묵서(墨書)했던 글씨지요. 요즘 드라마 ‘주몽’을 보면 목간이 나오더군요.” 목간서체로는 선인들의 좋은 글들을 뽑았다. 열두번째 개인전의 중심작품들이기도 하다. 숨겨진 미문, 지혜의 글을 찾아내기 위해 또한 많은 책을 뒤졌다. “목간서체가 조형성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금문과 행서를 곁들였습니다. 글씨에 속도를 붙이고 흐름을 내기 위해서지요.”작품전의 주제 ‘구름으로 마음을 삼고’는 ‘운작심월위성(雲作心月爲性)’에서 따왔다. “요즘 작업에 임하는 마음입니다. 구름처럼 자유자재로 작품을 하고 싶은 마음이지요.”산민이 이렇듯 전통서예에 진력하고 있는 것은 서예의 기초, 본질을 튼실히 다져두기 위해서다. “서예가 읽는 서예에서 보는 서예로 가야하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정통 전통보다는 현대서예쪽으로 기울어 있는 사람이니까요. 서예가 일반인들에 어렵다는 점에서도 현대화 대중화작업은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요즘은 지나치게 서예가 파괴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기본은 지켜야지요.”‘고작이(故作異)’를 경구로 삼는다는 산민. 그는 자신뿐 아니라 글씨 쓰는 사람들이 이를 경계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민 이용 작품전은 17일부터 23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실에서 열린다. 금문으로 쓴 한시 150수와 목간서체 작품 50여편 등 총 200여편이 전시된다.

  • 문화일반
  • 은수정
  • 2006.11.16 23:02

[서양화 이경태 개인전 '화훼화']꽃에서 사람을 읽고 그리다

‘어느새, 화실 마당엔 가을냄새들로 진동하고 있습니다. 노랑색 모련채꽃이 듬성듬성 피어있구요. 세잎쥐손이풀, 청보라꽃이 어찌 그리 아름다웠는지요. 화실입구, 쇠락해가는 포도넝쿨사이로 일명 ‘모수재’라고도 하는 곽향꽃이 앵무새와 벗하면서 피어있기도 하지요. 어독초, 눈꽃으로 피는 고마리, 며느리밑씻개 연분홍꽃도 욕심없는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작가의 글)모악산아래 화가의 작업실, 그 너른 마당의 주인은 들꽃이다. 화가의 마음을 빼앗았던 들꽃이 냉큼 화폭까지 차지해버렸다. 예술회관 전시장을 울긋불긋하게 물들였다.“들꽃을 보며 사람을 생각합니다. 자리를 지켜야 할 때와 물러나야 할 때를 알지요. 자연스럽게 어울려 욕심없이 살아가는 그들에게서 삶의 이치를 깨닫습니다. 꽃처럼 살고 싶은 마음이지요.” 서양화가 이경태의 열여섯번째 개인전 문패는 ‘화훼화’다. 소설가 김저운은 그의 꽃그림을 두고 “‘조금 아스라하거나 뭉뚱그려서 지맘대로 보고 느끼게 하면 안되나’라는 불만도 갖게 되지만 매사에 확실하고 분명한 작가가 독자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강요하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화가는 “자연의 것을 보고 마음에 품은 후 다시 끄집어 내 그린다”며 “정물화의 것보다는 관조적이고 사색적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화훼화’와 함께 꽃의 언어도 있다. 바느질하는 화가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매개체다. “바늘을 잡은지는 꽤 오래됐습니다. 저는 그림보다 바느질이 마음공부가 더 됩니다. 조금만 욕심을 부리거나 잡념이 생기면 실이 엉키고 바늘이 손을 찌르지요.” 화가는 바느질에서도 순리를 배운다고 했다.화가의 바느질은 그림속으로 들어가 형체를 만들기도 하고, 입체감을 내기도 한다. 그의 바느질은 수련의 과정이자 그림을 그리는 도구인 셈이다.이번 전시에서 바느질은 언어가 됐다. 꽃이 전하는 언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상형문자로 한땀한땀 쓰여졌다. “제 그림을 보며 심각할 이유는 없습니다. 가볍게 보고 돌아서며 잊으면 됩니다. 행복감을 느낀다면 다행이구요. 저는 그림도 대중의 코드와 어울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전시는 16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지속된다.

  • 문화일반
  • 은수정
  • 2006.11.15 23:02

전주의 멋, 창작판소리로 홍보한다

“승암산 굽어돌아 온고을을 감싸도니 범상치 않은 자태, 그것은 전주천이라. 한벽당 지둥에 기대 흐르는 강물 바라보니 마음이 동 허고도 동 허는디. 무릇 왕조의 기품이 넘치는구나. 부서지는 물결마다 은빛 햇살 머금고는 팔작지붕 곳곳마다 스밀 적에 묻어나는 단아함은 열여덟 처자의 순정만 같더이다. 여기인즉슨 한옥마을이렸다!”“베테랑의 칼국수도 유명허고 남양집의 오모가리탕도 땡기는디, 그리도 전주허면 콩나물국밥이라. 뜨건 짐 모락모락 얼큰헌 육수다가 짠 김치로 간을 허고, 아 처녀다리짝 같은 콩나물 그득허니 담아내니 푸짐허고. 거그다 청양고추 썰어넣고 시큼쌉쌀 깍두기 얹어가꼬 한 술 떠넣는디. 에허, 달봉이 잘도 쳐먹는구나! 그새 송아지 배때아지 맹키로 배 나온 거 보소!”주인집 아씨를 사모하는 마당쇠가 아씨를 모시고 한옥마을 나들이에 나섰다. ‘태조 어진이 모셔진’ 경기전, ‘소리가 발길을 붙잡는’ 전통문화센터, ‘작가의 혼이 살아있는’ 최명희문학관, ‘한옥을 체험할 수 있는’ 한옥생활체험관…. 판소리로 듣는 한옥마을은 더 구수하다. 전주 한옥마을이 지역 대학생들에 의해 판소리로 만들어지고 있다. 프로젝트 팀명 ‘전주’의 창작판소리 ‘한옥마을’. 전주대 X-edu사업단 교육과정 중 산학협력 프로젝트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최성곤 유상민 박영애(한국어문학부) 이미선 이윤진(문화관광학부) 김현수씨(정보기술학부)의 신선한 발상이다.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은 증가하고 있지만, 관광동선이 짧고 문화공간들이 태조로 주위에 밀집해 있다 보니 정작 관광객들이 머무르는 시간은 짧은 것 같아요. 한옥마을 홈페이지에도 한옥마을 소개 동영상이 있지만, 관광객들에게는 보다 많은 정보를 흥미롭게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전통문화중심도시 전주를 소개하는 데 있어 시각을 달리하고 싶었다”는 이들은 “전주하면 그 중심에 한옥마을이 있고, 소리 고장인 전북의 특징을 살려 창작판소리를 떠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판소리 사설을 쓴 최씨는 “수업 중에 판소리 사설을 써본 적이 있어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며 “학생이다 보니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다”며 웃었다.기행 형식에 남녀의 애정을 맛깔스럽게 더한 창작판소리는 전주천이 내려다 보이는 한벽당에서 시작해 전통문화센터, 오목대, 경기전, 왱이집, 한옥생활체험관, 전통찻집, 최명희문학관 순으로 이어진다. 소리는 송명옥 김광오씨가 맡았다.“중간에 소리꾼이 바뀌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이달 말까지는 프로젝트를 완료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들이 만든 창작판소리가 한옥마을을 홍보하는 데 쓰이면 더없이 좋겠죠.”팀명 ‘전주’는 ‘전주의 주춧돌’의 줄임말. 창작판소리로 한옥마을을 밖으로 알리려는 이들이 바로 전통문화중심도시 전주의 주춧돌이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6.11.15 23:02

이웃과 어우러진 태국의 축제 조명

물축제와 등불축제 등 태국의 전통축제는 역사만도 700∼800년을 웃돈다. 또 국가에서 축제를 주도하고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전주의 문화축제도 전통을 어떻게 지켜가야 할 지 고민해야 한다.전주문화재단(이사장 장명수)이 마련한 ‘아시아 명인·명장 네트워크 구축사업 4차 정기간담회’에서는 태국의 축제를 조명했다. 14일 전주전통문화센터 한벽루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유파 마하마트 치앙마이 예술대교수와 영화인 펠레씨는 태국의 끄라통(등불축제)와 송크란(물축제), 그리고 방콕국제영화제 파타야 소리축제와 화힌재즈축제를 소개했다.‘끄라통’은 영적인 죄의 사면과 구원 등을 기원하는 축제로 다양한 형태의 초로 등불을 만들어 강에 떠내려보내거나 하늘에 띄우는 축제다. ‘송크란’은 우리의 설날과 비슷한 것으로 몸과 마음을 정결히 하고 복을 빌어주는 풍습이 있다. 두 축제는 전통을 지키며, 가족과 이웃을 생각하는 축제다.안상철 전주풍남제 사무국장은 “태국의 축제는 신앙적인 기원과 이웃, 지역사회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특성이 있는 것 같다”며 “전주와의 비교는 어렵겠지만 우리도 전통을 어떻게 지켜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뒤따라야 겠다”고 말했다. ‘전주문화축제와 태국의 축제문화’를 주제로 열린 간담회에는 곽병창 전주세계소리축제 총감독, 전영술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사무국장, 송재명 전주한지문화축제 사무국장 등 전주 문화축제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전주문화재단은 내달중 한차례 더 간담회를 갖고 내년초 공동전시회와 평가회를 연 뒤 아시아 명인명장 네트워크 구축사업을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 문화일반
  • 은수정
  • 2006.11.15 23:02

전라도의 들소리 국악관현악으로 만나

들녘을 가득 채웠던 풍장소리(농악)와 들소리(농가소리). 바람을 타고 사람의 신명으로 전해져 온 전라도의 일노래가 국악관현악으로 만들어졌다.2004년 전북도의 ‘전통문화예술 정리사업’ 중 ‘전라북도 농악, 민요, 만가’의 조사를 맡은 사단법인 마당(이사장 정웅기)이 사람들 입으로, 기억으로 전해지고 있는 전라도의 가락과 힘찬 들소리들을 골라 국악관현악으로 작곡했다. 17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리는 ‘흥이야 굿이야!’.김승민 마당 실장은 “우리 지역의 풍부한 풍물과 들소리들은 결코 놓칠 수 없는 우리의 정체성이 담긴 음악적 자원”이라며 “기존에 전북 들노래를 테마로 작곡된 곡과 새롭게 위촉한 창작곡을 선별해, 전라북도 토속민요의 진수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이번 무대에 소개되는 곡들은 ‘옥구토속민요에 의한 국악관현악’(작곡 김희조)과 익산토속민요에 의한 국악관현악 ‘만물산야’(작곡 박상진), 창작곡 ‘정읍토속민요 와가시에 의한 국악관현악’(작곡 류장영)과 호남우도굿에 의한 국악관현악 ‘흥이야, 굿이야’(작곡 이승곤), 국악관현악에 의한 ‘칠산뱃노래’(작곡 류장영)다. ‘옥구토속민요에 의한 국악관현악’은 서양음악가 출신이지만 국악작곡으로 국악관현악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고 김희조 선생이 1992년 작곡한 것을 이번에 다시 찾아 무대에 올리는 것. 대야면 탑동마을을 중심으로 전승돼 온 들노래 중 김매기때 부르던 소리를 국악관현악으로 작곡했다. ‘정읍토속민요 와가시에 의한 국악관현악’에서 ‘와가시 소리’는 정읍시 정우면 창락마을의 논매는 소리 중 만두레 전에 부르는 소리. 전라도 소리가 대부분 ‘미음계’ 중심인 것에 반해 ‘솔음계’로 이루어져 있어 전북 토속민요의 지층을 한층 두껍게 만들어 주고 있다. 익산토속민요에 의한 국악관현악 ‘만물산야’ 중 ‘만물산야’는 말 그대로 마지막 김매기 때 부르는 산야 소리. 국악관현악에 의한 ‘칠산뱃노래’는 힘찬 뱃사람들의 남성적인 소리다.이번 공연은 ‘2006년 무대공연작품 제작지원사업’에 선정됐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6.11.15 23:02

[읽고 싶은 이 책] '황진이' 다룬 책들

일장춘몽(一場春夢)처럼 짧은 사랑이다. 기녀와의 정은 그저 잠시 지나가는 바람으로 여겼다면 어땠을까. KBS 드라마 ‘황진이’. 황진이의 교방 앞을 떠나지 못하는 김은호의 상여. 황진이가 저고리를 벗어 상여를 덮어주자 그 때서야 수레는 천천히 움직인다.TV 드라마 뿐만 아니라 내년에는 송혜교 주연으로 영화 ‘황진이’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책으로도 「황진이」가 읽고 싶어지는 때다.‘황진이’ 바람이 서점가에도 불고 있다. 2002년부터 최근에 출간된 것까지, 서점에 진열되고 있는 ‘황진이’ 관련 서적들은 대략 10여권. 저마다 다른 색깔로 독자들의 시선을 붙잡고 있다. 먼저 TV 드라마 원작으로 인기를 끌고있는 책은 김탁환의 「나, 황진이」(푸른역사). 2002년 창작과정을 유추해 볼 수 있는 600여개의 주석과 작가의 창작보고서, 관련문헌 등이 수록된 주석판과 함께 나왔던 이 책은 드라마 방영과 함께 표지를 갈아 입고 나왔다. 기존 역사소설의 인물설정에서 벗어나, 황진이의 고뇌와 삶의 궤적을 입체적으로 형상화했다는 평가. 시대 흐름과 사상적 맥락까지 짚어냄으로써 황진이 개인 삶 뿐만 아니라 그 삶을 잉태한 송도와 조선 중기의 문화지형을 되살려 놓았다. 영화의 원작은 ‘제19회 만해문학상’을 수상한 북한의 중진작가 홍석중의 「황진이」(대훈닷컴)다. 분단 이후 북쪽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국내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지만, 홍석중이 소설 「임꺽정」의 작가 벽초 홍명희의 손자란 점도 화제다. 「홍석중의 소설 황진이 어휘사전」이란 책이 나올 정도로 사실과 야사, 속담과 살아있는 비유, 민중적 비속어와 품위있는 시적 표현 등 남북한의 언어가 풍성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융화돼 있다.붉은 빛 도는 책 표지가 기녀로 살아야 했던 슬픈 운명과 닮아있는 책은 전경린의 「황진이」(이룸)와 최인호의 「황진이」(문학동네)다. ‘귀기가 번뜩이는 강렬함과 마력적 상상력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전경린은 ‘위험한 여자’로만 보는 황진이에 대한 세상의 시선을 ‘신분 위주, 남성 위주의 조선의 제도권 바깥으로 걸어나간 자유혼’으로 바꿔 놓는다. 최인호는 서울고 2학년에 재학중이던 열여덟살 때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최연소의 기록을 세운 작가다. ‘최연소 신문연재 소설가’ ‘작품이 가장 많이 영화화된 작가’ ‘책표지에 작가사진이 실린 최초의 작가’ 등 한국 문단에서 그가 지닌 이색 기록들은 많다. 최인호의 「황진이」는 1970년대 이후 그의 40년 문학인생을 정리한 중단편 소설전집 5권 중 두번째 권에 실린 표제작이다.그밖에도 월북작가 이태준의 「황진이」(작가문화), 원광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중앙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당선된 최정주의 「황진이」(비앤엠)도 특별하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6.11.14 23:02

"전주는 문화창조의 고장" 정희성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젊은 작가들의 전주나들이에 기꺼이 함께한 정희성(61)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그는 문학청년들과의 자리를 무척 좋아했다. “작가회의 차원에서 이렇게 문학도들과 함께한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대학생들의 풋풋한 열정을 느낄수 있어 좋았습니다.”정이사장은 올해에만 전주를 세번 찾았다. 지난 2월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추진단 초청으로 한옥마을 팸투어를 다녀갔고, 8월에는 최명희문학상 심사와 석정문학제에 참석하기 위해 전주에 왔었다. “전주에 올때마다 생각하는 것인데, 고향이 있는 작가들이 부럽습니다. 특히 전주의 작가들은 뿌리깊은 전통속에서 새로움을 읽어내는 이들이 많습니다. 석정선생도 그러하셨고, 정양시인이나 김용택시인, 안도현시인들도 그렇습니다.”이사장은 또 전주는 좋은 작가들이 고향을 지키며 문학을 하고, 그 씨를 뿌리고 있어 문학적 토양이 튼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여름 최명희문학상 심사를 하면서 응모작품들의 수준이 매우 높아 놀랐습니다. 이 역시 지역의 문화적·문학적 토양과 관련이 깊은 것 같습니다. 전주를 알수록 전통문화가 살아있는 고장뿐 아니라 새로운 문화가 끊임없이 창조되는, 역동적인 고장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 문화일반
  • 은수정
  • 2006.11.14 23:02

'기성작가-문학청년' 유쾌한 만남

“정희성선생님 시가 수능시험에 단골 출제되는 걸 아시나요? 선생님은 문제의 정답을 맞추시는지 궁금합니다.”“간혹 학생들이 문제지를 들고 찾아와 시비 걸 듯 정답이 뭐냐고 따져 묻습니다. 참으로 당혹스럽지요. 그러면 답이 뭐냐고 먼저 확인한 후 문제의도를 설명합니다. 저도 정답맞추기가 어렵습니다.(웃음)”(정희성시인)“젊은 작가들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젊은 작가들에 흉 안잡히려 노력하고 있습니다.(웃음) 문학은 젊은이들이 하는 것입니다. 요즘 젊은 작가들은 문학에의 열정도 높고, 행사도 잘 치러내지요. 젊은 작가들의 열정이 부럽습니다. 노익장들은 뒷전으로 물러나야지요.”(현기영소설가)작가를 꿈꾸는 문학청년들과 이미 ‘작가’라는 수식어를 단 기성문인들의 만남은 시종 유쾌했다. 지난 11일 저녁 최명희문학관 세미나실.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추진단(단장 이종민) 초청으로 11∼12일 전주에 온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20여명은 전북지역 문학청년들과의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작가회의 차원에서 이렇게 문학청년들과 단체미팅을 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문인들과 함께한 문학청년들은 우석대와 원광대, 전주대 문예창작학과 학생과 우석대의 '시륜', 원광대 '원광문학회' '시공간', 전주교대 '글바람', 전북대 '지양과지향' '글춤', 전주대 '흙' 등 문예동아리 회원 50여명. 이날 행사를 주관한 전통문화중심도시추진단과 최명희문학관은 도내 문학청년들에 문학에의 더 큰 꿈을 심어주고, 선의의 경쟁 단초를 제공하기 위해 미리 ‘전주’ ‘한옥’ ‘전통’을 시제로 주고 작품을 준비하도록 했다. 문학청년들의 자작시 낭송도 문인들의 관심을 모았지만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정희성시인의 시 ‘저문강에 삽을 씻고’를 랩으로 선보인 것. 원광대 고태관군이 시에 음을 붙여 랩으로 공연했는데, 시인들은 시노래보다 낫다며 박수를 보냈다.현기영씨는 “전주는 전통문화가 면면히 흐르면서 또한 현재의 자연친화적 생활이 영위되고 있어 시인이 탄생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인 것 같다”며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대학생중에서도 훌륭한 문인이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문학청년들에 “공동체의 과거를 잊지 않고 이를 바탕으로 지금의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상상력을 발휘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강형철시인은 "전주와 전북은 저력있고 실력있는 이들이 많이 나는 고장입니다. 전북의 문학청년들은 문학적 성원속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자신감있고 당당하게 나아가기 바랍니다. 내 모습이 문학이고 미래다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강시인은 한마디 덧붙였다. “술독 사람독은 얻지 마십시요.” 폭소가 터져나왔다. 이날 행사에는 김경주 김지우 박남준 안상학 윤석정 이영주 이원규 임희구 정우영 조정 차주일 홍기돈 김해자 채향옥 최명진 박혜영 김용택 박두규 안도현 이병천 경종호 오장근 서철원 한정화 박성우 박태건 최기우 문신 이경진 정동철 씨등이 참석했다.문청과 능청의 만남은 밤 늦게까지 막걸리를 나누며 이어졌다.

  • 문화일반
  • 은수정
  • 2006.11.14 23:02

전남 화순 '운주사'는 장보고 추모유적지(?)

우리나라 불가사의 중 단연 최고·최대의 불가사의로 꼽히는 전남 화순의 ‘운주사(雲住寺)’. 천불천탑의 성지로 불리는 이곳을 두고 해상영웅 장보고를 추모하기 위한 유적지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남원출신의 소설가 최홍씨. 논픽션 「마이산 석탑군의 비밀」을 통해 마이산에 얽힌 비밀을 파헤친데 이어 이번에는 운주사를 그 대상으로 삼았다. 「천년의 비밀 운주사」(바보새).저자는 운주사의 불상이나 불탑 중에는 개별적으로 보물 등 문화재로 지정된 것도 있고, 운주사지 전체는 사적 제321호로 지정됐는데, 이러한 외형적 모습만 가지고 불교신앙의 유적지로 지정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유적들을 전체적으로 바르게 해석해 제대로 된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후손에게 물려주는 일을 해야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하고 작업을 했단다.저자는 탑들의 배치상태와 석상들의 형태, 탑신에 새겨진 문양들 하나하나가 모두 의미구조의 집합체라고 말한다. 이외에도 지명·습속·풍수지리 등을 망라해 운주사가 선조들이 남겨놓은 단순한 불교신앙의 유적이 아니고, 해상왕 장보고를 추모하기 위한 유적지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주사가 불가사의로 남아있었던 것은 장보고가 역사에서 대역죄인으로 치부되었기 때문에 내막을 밝힐수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그 근거로 조선후기 기록 ‘운주사(運舟寺, 운항하는 배)’의 명칭과 탑들의 배치에서 읽을 수 있는 배 모양의 도형, 도선국사와 장보고의 인연 등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운주사를 도선국사가 설계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하고 있다. 저자는 “전 세대의 불가사의들에 집착해 그 내막을 밝혀보려는 욕구는 인간의 지적욕구과 승부욕 때문인 것 같다”며 “불가사의와의 승부에서 승리를 거두는데서 오는 만족감은 어느 만족과도 비교될 수 없다”며 한국의 불가사의 탐색작업을 지속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 문화일반
  • 은수정
  • 2006.11.1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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