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옥마을에 '최명희문학관' 문열어
“내가 요즘 보내는 일련의 편지들 꼭 없애지 말고 잘 두어라. 뒤에 다시 이 참담한 시절을 돌이켜 바라볼 때 한 증거가 되니…” 한민족의 삶과 정신을 아름다운 언어로 형상화한 소설가 최명희(1947∼1998). 그는 “아름다운 세상 잘 살고 간다”는 말을 남겼지만, 생전 친구들에게 보낸 엽서에 박혀있는 그의 친필은 쓸쓸하다. 작가의 체취가 ‘혼불’처럼 살아있는 곳, 전주 한옥마을에 ‘최명희문학관’(전주시 완산구 풍남동 3가 67-5)이 생겨났다. 전주시로부터 3년간 운영주체로 선정된 단체는 최명희와 「혼불」 기념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혼불기념사업회’. 최명희의 모교인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장성수씨(58·평론가)가 관장을 맡게 됐으며, 소설가 김병용 최기우씨 등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 문인들이 전문성으로 문학관 운영에 합류했다.아담한 마당과 작은 공원을 가지고 있는 문학관은 건물만 200여평 규모다. 주전시관인 1층 ‘독락’(獨樂)에서는 최명희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작가의 친동생인 최은영씨가 직접 구성한 동영상이 최명희 삶과 문학을 안내하고 있으며, 집필실과 친필원고, 직접 사용한 ‘문방오우’(자, 가위, 칼, 철끈, 만년필), 2000년 정부로부터 추서된 옥관문화훈장, 작가의 사인이 담긴 「혼불」 등이 전시됐다. 지하 ‘비시동락지실’(非時同樂之室)은 문학강연장과 기획상설전시장으로 활용된다. 남원의 ‘혼불문학관’에 이어 만들어진 이 곳은 작가 최명희에 무게중심을 실었다. 개관 첫 해인 올해는 우선 문학관 홍보에 주력할 계획. 장기적으로는 최명희 문학을 체계적으로 정리·보존하고, 전통문화의 인류사적 의미를 연구할 예정이다. 장성수 관장은 “소설가 최명희의 삶과 문학을 담기에는 아직 충분치 않지만, 최명희문학관을 통해 지속적으로 그의 문학혼을 일궈나가겠다”며 “시민과 함께 감동을 주고받는 시민밀착형 문학관, 전주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고 문화콘텐츠를 개발하는 문학관, 작가 최명희의 문학혼을 폭넓게 담아내는 한국 대표 문학관으로 자리잡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개관식 ‘아소 님하, 꽃심을 지닌 땅’은 25일 오전 11시에 열린다. 현판식과 함께 김연 전북도립국악원 교수의 창작판소리 ‘혼불’ 눈대목이 축하공연으로 마련됐으며, 오후 2시에는 최승범 전북대 명예교수가 ‘내가 아는 작가 최명희’를 주제로 개관기념 문학강연을 연다. 문의 063) 284-0570 <최명희문학관 주요사업>혼불문학, 지키고...가꾸고...널리 알린다 최명희문학관 사업은 ‘보존’과 ‘심화’, ‘확산’ 세 차원에서 이뤄진다.△ 보존=최명희 작품과 유물 관리, 발굴을 통해 그의 삶과 문학적 열정을 체계적으로 정리·보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개인 소장품과 언론보도자료 등을 수집하는 ‘관련 유물 공개 모집’을 준비하고 있다. △ 심화=혼불문학제와 혼불학술상, 혼불학술세미나, 혼불학술총서 발간 등 혼불기념사업회가 추진해 온 다양한 사업들을 공동주관할 전망이다. ‘내가 아는 작가 최명희’ ‘혼불읽기세미나’ 등 정례적인 문학강연 시리즈를 마련하고 기획상설전시 ‘혼불로 읽고 보는 전주한옥마을’과 ‘전라도의 소설가’ 등을 마련해 최명희 문학을 정리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국내 젊은 창작자와 연구진을 초청해 최명희의 작품을 집중분석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확산=일반인과 작가, 작품 간의 거리를 좁히는 프로그램으로는 최명희청년문학상, 혼불문학기행, 최명희소설기행, 문학자료실 운영, 최명희소설교실, 최명희독후감대회 등이 있으며, 중장기사업으로는 혼불문학상품 개발과 혼불창작판소리 제작, 혼불용례사전 편찬, 사이버문학관 구축, 혼불연극제 등을 기획하고 있다. 주력사업은 ‘최명희사랑모임’(가칭)이다. 혼불애독자모임, 최명희청년문학상 수상자 모임, 혼불학술상 수상자 모임 등 다양한 쌈지 모임을 독자와 연구자의 결합으로 이어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