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공립박물관 총체적 난국
전북 지역 자치단체 산하 공립박물관들이 학예사 인력부족과 고용불안정, 부실한 예산지원 등 열악하게 운영되면서 개선이 요구된다.
현재 도내 20여 곳의 공립박물관들은 학예사가 없는 곳이 있는가 하면, 있어도 1명이거나 많아야 3명에 불과하고 예산도 부족해 기획 전시회는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전북도에서 제공한 2020년도 전국 박물관 운영현황 정기보고 제출양식과 역사학계에서 제시한 부수자료에 따르면, 도내 공립박물관은 익산 4곳(마한보석박물관, 왕궁리유적입점리 고분전시관), 전주 3곳(역사어진전통술 박물관), 군산 2곳(근대역사박물관, 일제강점기군산역사관), 정읍 2곳(정읍시립박물관, 동학농민혁명기념관), 순창 2곳(순창장류전북삼림박물관), 진안 2곳(역사가위박물관), 고창 2곳(고인돌판소리 박물관), 김제 1곳(벽골제농경문화박물관), 남원 1곳(남원향토박물관), 완주 1곳(대한민국테마박물관), 무주 1곳(곤충박물관), 부안 1곳(청자박물관) 등 총 22곳이다.
박물관 22곳에서 근무하는 학예사는 모두 29명이지만, 각 박물관마다 인원 격차가 있다. 전주역사박물관과 김제 벽골제농경문화박물관이 각각 3명으로 가장 많고, 나머지는 1~2명 수준이다.
익산 입점리고분전시관과 순창장류박물관, 전북산림박물관은 학예사가 없다.
비정규직(계약직) 학예사도 상당수다. 공립박물관 22곳 가운데 10곳은 계약직 학예사만 있으며, 3곳은 정규직과 계약직이 같이 근무한다. 계약은 3~5년 단위로 갱신하는데, 평균재직연수도 4년에서 19년까지 천차만별이다.
학예사 A씨는 인원도 적고 고용까지 불안정하니 전문적인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며 단순히 박물관을 지키면서 유물만 관리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이어 실정이 이렇다보니 학예사들이 흥미를 잃은 채로 근무하다가 떠나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다른 자치단체보다 못한 상황으로 정규직 학예사를 늘릴 필요가 있다며 예컨대 인구 26만 규모인 경북 경산시의 시립박물관도 학예사가 4명~5명 근무한다고 설명했다.
지원예산도 부족한 상황이다. 전북도와 도내 박물관 등에 따르면, 박물관 한 곳당 지원예산은 인건비를 제외하고 연간 평균 2000~3000만 원 정도다.
학예사 B씨는 예산이 적다보니 좋은 유물을 확보하거나 기획전시를 열기 어렵다며 전시회를 제대로 하려면 도록 값만 2000만 원 이상 든다고 설명했다.
박물관장을 자치단체장이 겸직하는 사례도 있어서 전문성 문제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고창 고인돌박물관과 판소리박물관은 고창군수, 무주 곤충박물관은 무주군수, 정읍시립박물관은 정읍시장, 진안 역사박물관과 가위박물관은 진안군수가 관장을 겸직하고 있다.
한 국립박물관 관계자는 문화재 보존관리, 박물관 경영은 대학교에 관련학과가 있을 정도로 전문적인 영역이라며 단체장이 겸직하는 건 바람직하진 않다고 지적했다.
전북 지역 대학교의 한 역사학과 교수는 자치단체장 주도하에 관장직은 실질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전문직을 뽑아야 한다며지금같은 상황 그대로라면 발전없이 정체되는 악순환만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