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news
영화제의 ‘꽃’은 누가 뭐래도 프로그래머다. 프로그래머들이 선정한 상영작들이 곧 영화제의 질과 정체성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그러나 ‘2006전주시민영화제’는 올해 프로그래머를 없애는 과감한 실험을 했다. 대신 프로그래밍은 전북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김정석씨가 맡았다. “독립영화 좋아하세요?” 김국장이 경쟁부문 ‘온고을 섹션’을 제외한 ‘프로포즈 섹션’에서 세 편의 영화를 추천했다. △ 독립영화감독주간 ‘소수자를 위하여’독립영화감독주간에는 동성애자 이송희일 감독이 초대됐다. ‘게이 감독’이란 꼬리표에만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원망스럽지만, 그는 한국사회에 동성애를 말하기 위해 오늘도 영화를 만든다.‘굿로맨스’ ‘슈가힐’ ‘동백아가씨’ ‘마초사냥꾼’ ‘나랑 자고 싶다고 말해봐’ 등 5편 모두 세상이 손가락질 하는 동성애나 원조교제 등을 들춰냈다. 사랑의 또다른 단면이기 때문이다. 25일 상영이 끝난 후에는 감독과의 대화도 마련된다. 이송희일 감독은 익산 출신으로 전북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22일 오후 7시30분, 25일 낮 12시 메가박스전주 3관)△ 노가다건설현장의 일용직 목수로 평생 일거리를 쫓아다녔던 아버지는 이제 늙어 더이상 불러주는 현장이 없다. 경제성장이란 이름으로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시키면서도 일용직노동자는 필요할 때만 쓰고 언제든지 버려진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일본 사회에서 밑바닥 계층을 형성하고 있는 ‘노가다’. 노가다 아버지를 둔 감독은 한국과 일본 노가다에서 희망을 찾고싶어 하지만, 아버지의 슬픈 모습을 보게 된다. 김미례 감독의 다큐멘터리다. (23일 낮 12시 메가박스전주 3관)△ 좋은 배우‘좋은 배우를 찾습니다.’‘좋은’의 기준은 모두 다르다. 그렇다면 ‘좋은 배우’는 어떤 모습일까.배우가 되기 위해 극단을 찾아간 수영은 지환이란 배우가 대단하다는 얘기를 듣고 그를 만나기로 결심한다. 강원도 산 속까지 찾아가 만난 지환은 그러나 왠지 자신이 생각했던 모습이 아니다. 좋은 배우가 되는 비법이 따로 있는 걸까. 한번 봐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생각할 꺼리’들로 가득 찬 고밀도 영화라는 평가다.(24일 오후 7시30분 메가박스전주 3관)
“배차계에서는 고생은 하지만 사납금이 안 모이는 불성실한 기사였죠. 한달이면 최저생계비 정도, 50∼80만원 쯤 벌었던 것 같아요.”2006전주시민영화제 개막작 ‘택시 블루스’의 최하동하 감독(38). 영화를 위해서였지만 2년 여 동안 ‘택시 드라이버’가 되어 본 소감이었다.‘택시 블루스’는 감독이 직접 택시를 운전하며 택시 안에 앞뒤 좌우 카메라 5대를 설치하고 찍은 다큐멘터리. 물론, 연출된 손님도 있다. 그는 “연출은 작품의 질과 힘을 높이고 싶은 욕심이었다”고 말했다.“택시라는 공간은 소통이 있으면서도 일상의 일들을 문제화시킬 수 있는 곳이죠. 택시 안 승객들의 모습을 담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우연히 하게됐고, 바로 기획안을 짜게 됐습니다.”그는 “택시를 타는 손님들의 폭이 컸지만, 모든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았다”며 “어둡고 부정적이라 할 수 있는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손님들의 프라이버시 침해는 처음부터 우려됐던 문제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고 생각이 더 컸어요. 저는 그들의 이야기들을 끌어내고 반대로 그들은 쏟아내면서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해 나갔습니다.”서울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서울 토박이면서도 정작 서울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다는 감독은 서울이란 공간이 참 밉다는 느낌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택시 블루스’는 22일 오후 2시30분 메가박스전주 3관에서 한차례 상영을 남겨두고 있다. 서울을 배경으로 끈적끈적하게 흐르는 영화음악은 전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방밴드’가 맡았다.
산골마을 어린이들이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와 한무대에 선다. 25일 오후 4시 소리전당 모악당에서 열리는 ‘유진박 콘서트’. 여원미디어출판사와 전주또래아동도서가 지역 주민들에 문화향유의 기회를 선사하기 위해 함께 진행하는 ‘문화 가꿈’프로젝트 전주무대다. 이날 콘서트에는 눈길을 끄는 특별출연자들이 있다. 진안 송풍초등학교 소리사랑 중창단(지도교사 윤일호). 전교생이 26명에 불과, 용담중학교와 통합학교로 운영되고 있는 송풍초등학교에 중창단이 결성된 것은 지난해 4월. 용담중 박영근교사가 초등학생 음악수업을 맡으면서부터다. 12명으로 짜인 중창단은 창단 첫해 전북반딧불동요대회 KBS열려라동요세상 전북어린이대음악제 등 전국의 어린이음악대회에 참가해 실력을 높이 평가받은, 주목받는 어린이중창단이다.이날 콘서트에는 특별초청자로 무대에 올라 ‘초록여행’ ‘나무의 노래’ ‘숲속풍경’등 동요를 들려준다. 소리사랑 중창단뿐 아니라 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박영근·박현자(이리동남초등)교사 부부도 함께 콘서트에 참여한다. 부부는 ‘그대 그리고 나’와 ‘향수’를 부를 예정. 특히 박교사는 콘서트 대미를 장식할 다함께 노래부르기 지도도 한다.콘서트의 주인공 유진박도 클래식과 팝 등 다양한 장르의 곡 20여곡을 연주하며 관객들에게 색다른 문화체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사상 철학에의 깊이가 얕아지고 있다. 현상을 쫓는 세태탓이다. 서울대에서 매년 인간을 이해하고 삶을 성찰하는데 기본이 되는 고전을 선별해 발표하고 있다. 대학 신입생들에 권하는 권장도서라는 이름으로다. 서양사상에 중요한 업적을 남긴 책을 추려봤다. 감시와 처벌 (미셸 푸코 지음, 오생근 번역, 나남) 처벌의 종류와 감시방법, 감옥의 탄생과정을 심층적으로 고찰한 책이다. 감옥과 처벌의 내면적, 외형적 변화를 통해 근대 이후의 행형사법제도와 권력의 관계를 규명하고 있다.특히 이 책은 외형적인 형벌의 변화도 결국 권력의 자기보호책이었음을 증명해낸다. 또한 보다 정교해진 행형기술이 사회전체를 통제하고 조종하는 국가관리술로 발전했음을 주목하고 있다. 감옥, 소년원 등에서 주로 활용됐던 복종, 시간표에 의한 인력관리, 규율에 대한 강조가 군대 학교 병원 공장 등 사회전체에 적용되었다고 말한다.이 책에서는 근대사회를 감금사회 관리사회 처벌사회 감시사회로 이해했다. 군주론(바티칸의 금서)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권혁 번역, 돋을새김) 근대 정치학의 초석으로 평가받는 <군주론>은 1559년 교황청의 금서 목록에 오를 만큼 많은 논란과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군주론은 권위적인 제목과는 달리 군주의 미덕을 일러주는 정치지침서다. 마키아벨리가 생각했던 군주의 미덕은 적으로부터 나라를 지켜내고 백성을 편안히 통치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집권자의 미덕을 강조하기 위해 그 외의 미덕들을 제한하고 눌러야 한다고 했다.외교관출신이 저자가 설득을 위한 장치를 풍부하게 활용해 군주가 지녀야 할 태도와 처신을 제안하고, 그러한 제안을 증명해 줄 옛날 이야기를 함께 들려준다. 현대인들이 <군주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문체를 쉽게 고치고, 책이 쓰여질 당시인 15세기 이탈리아의 역사적 배경 등을 주석과 그림 등으로 자세하게 설명했다. 미디어의 이해(마셜 맥루언 지음, 김성기 외 번역, 민음사)캐나다 출신의 문명비평가이자 커뮤니케이션 이론가인 마셜 맥루언의 대표작. 맥루언 르네상스라는 표현은 ‘미디어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오늘날 미디어는 일종의 무한 권력이다. 미디어가 삶의 모든 영역을 조정하고 주조하고 재편하는, 문명사의 낯선 국면 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물음은 ‘왜 어떻게 미디어인가’라는 물음으로 구체화 될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바로 그 같은 과제 앞에서 일종의 백미러 구실을 한다. 미디어 시대의 문화 변동, 그 속도와 방향을 가늠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디지털 시대를 해명하고 앞날을 엿볼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상허(尙虛) 이태준(李泰俊, 1904∼1948 월북)의 「문장강화」는 박문서관 발행의 증정본(增訂本, 1947)이다. 이 책의 구입은 1949년 전후였다. 상허의 문장 맛은 이미 그의 「상허문학독본」(백양당, 1946)과 「소련기행」(조소문화협회·조선문학가동맹, 1946) 등을 통하여 얼마쯤 느끼고 있었다. 「문장강화」는 나의 글쓰기에 길잡이가 되어주리라는 생각이었다. 제1강에서부터 나는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글은 아무리 소품(小品)이든 대작(大作)이든 마치 개미면 개미, 호랑이면 호랑이처럼, 머리가 있고 몸이 있고 꼬리가 있는 일종 생명체이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비유가 재미있었다. 그리고 ‘생명체인 것이 되기 위해 말에서 보다 더 설계와 더 선택과 더 조직, 발전, 통제 등의 공부와 기술이 필요치 않을 수 없다’는 것으로 문장작법의 필요성을 말하였다. 이 책의 제4강은 ‘각종 문장의 요령’이다. 일기·서간·감상·서정·기사·기행·추도(追悼)·식사(式辭)·논설·수필 등 글을 쓸 때의 유의점과 요령을 상술하였다. 나는 지금도 수필을 이야기할 때면 인용하는 구절이 있다. ‘수필은 자기의 심적나체(心的裸體)다’ ‘수필을 쓰려면 먼저 ‘자기의 풍부’와 ‘자기의 미(美)’가 있어야 한다’ ‘수필 표현에서는 독특한 자기 스타일을 가져야 한다’ 등등.「문장강화」는 예문(例文)을 많이 들어 말한 것도 특색이다. 주로 1930년대 개성있는 작가 시인의 작품들이다. 나의 스승 가람(李秉岐)의 글에서 뽑아든 예문만도 4편이 들어있다. 이 책이 ‘해금’(解禁)된 후, ‘서음출판사’(1988)와 ‘깊은샘’(1997)에서 새로 찍어낸 「문장강화」도 있다. 오늘에도 생명력이 있는 책이다.
△ 이미영 「다시 교육희망을 만들자」 출판기념회사단법인 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이미영 이사장이 「다시 교육희망을 만들자」를 펴내고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24일 오후 6시 전주 썬플라워컨벤션 4층 아도니스홀.‘이미영이 말하는 전북교육 이야기’라는 부제를 붙인 그는 “교육희망을 만들기 위해 고뇌하고 발로 뛰면서 써 온 글들을 한 권으로 묶었다”고 소개했다. △ 정양 시인과 함께하는 ‘살아있는 것들의 무게’‘짓이겨도 짓이겨도 새빨간 거짓말처럼 이 세상에는 봄이 오고 있었습니다.’시를 노래하는 달팽이가 올해 첫 포엠콘서트에 정양 시인(64·우석대 교수)을 초대했다. 25일 오후 7시 광주영상예술센터 영상관. 지난해 「길을 잃고 싶을 때가 많았다」를 펴낸 시인은 아름다운 흑백의 풍경들을 시로 내비치곤 한다. ‘사람들이 가득 들어있다’는 그의 시집. 따뜻한 시들이 노래로 불려진다. 062) 654-4364 △ 전주동화읽는어른모임 제7기 신입회원 모집어린이 책을 읽으며 우리 아이들의 오늘과 내일을 함께 고민하는 어른들. ‘전주동화읽는어른모임’이 제7기 신입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교육기간은 27일부터 5월 1일까지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전주시립도서관. (사)어린이도서연구회 전북지부와 전남지부 강사들이 ‘우리창작읽기’와 ‘옛이야기의 매력’ ‘그림책 속으로 쏘옥 들어가기’ 등을 강연한다.
“40여년 동안 그려내고 싶었던 간절한 소망을 한 편 한 편 다듬어서 소품을 만드는 기분으로 첫 시집을 엮었습니다. 읽으면서 때로 공감이 안가는 부분이 있다면 덜 익은 시인의 어설픈 표현으로 여겨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중산 김형중씨(59·전주우석여고 교장)가 첫 시집 「허수아비들의 노래」(한국문화사)를 펴냈다. 대부분 「문예연구」나 동인지 「텃밭」에 내놓았던 시들이지만, “나의 첫번째 혼”이라 할 만큼 정성들여 다시 손을 댄 것들이다. “언어는 시인의 감정과 사상을 표현하는 매개체일 뿐입니다. 언어를 부려 쓰는 시인의 내면세계가 곧 시를 시답게 만드는 기본요소라고 생각합니다.”단순하면서도 평범한 겸손을 지향하는 김씨는 곡선과 사선이 주는 굴절의 묘미를 욕심내기 보다는 다소 경직된 듯 보여도 ‘직선의 미학’을 찾는다. ‘허수아비들이여/허수아비를 비웃지마라’고 외치며 세상의 모든 대상을 치우침없이 같은 애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도 그의 시의 특징이다. 시집의 맨 마지막 장은 ‘가족들이 담은 이야기’로 꾸몄다. 아내와 아들, 두 딸이 직접 쓴 시 여덟편이 실렸다.
2006전주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인디비전’과 ‘디지털스펙트럼’ 상영작이 확정됐다.올해 경쟁부문에서는 전 세계 신인감독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인디비전’과 창조적인 디지털 영화를 선보이는 ‘디지털스펙트럼’에 각각 12편씩을 상영한다. ‘인디비전’ 상영작들은 힘겨운 삶의 양상을 지극히 서늘한 시선으로 포착하거나 개성있는 형식과 스타일을 선보이는 다큐멘터리들이 눈에 띈다. 심사위원으로는 동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평론가로 인정받는 조너선 로젠봄과 일본 독립영화운동의 선두주자 나가사키 슌이치 감독, 오랜 기간 배우로 활동하다 지난해 ‘오로라 공주’로 데뷔한 방은진 감독이 활약한다. 현대영화의 폭과 깊이를 넓힌 작품에는 우석상과 상금 미화 1만달러가 주어진다. ‘디지털스펙트럼’에서는 디지털 영화제작이 보편적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는 점을 감안, 디지털카메라의 미학적 활용에 중점을 뒀다. 독립영화 감독들의 디지털영화 작업과 디지털영화 안에서 실험되는 미니멀리즘적 스타일과 회화주의의 가능성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독일 실험영화의 대부 하룬 파로키 감독과 시네마테끄 프랑세즈 아방가르드 부문 큐레이터 니콜 브레네즈, 미술인회의 운영위원장인 성완경 인하대 교수가 심사위원으로 참여, 디지털영화의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 작품에 디지털 모험상과 미화 1만달러를 수여한다.
“우리 인간은 조금 손해 보더라도 함께 슬픔과 기쁨을 나누며 남과 더불어 사는 것을 더 바랍니다. 그런데 경제학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비합리적이고 어리석은 바보라고 잘라 말하고, 최소비용으로 최대만족을 얻으려는 개인적 이기심을 매우 합리적이고 똑똑한 행동으로 간주하지요.”원용찬 전북대 교수(49)는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지만 경제학 너머, 시장 바깥 저편에 주고받음의 호혜가 있기를 꿈꾼다. ‘시장과 경제학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된 「상상+ 경제학 블로그」(당대). 희소성의 원칙과 합리성만으로 인간의 경제행위를 설명하려는 경제학에 원교수는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넣고 싶어 한다.“이 책은 경제학 책이면서도 경제학 책이 아닐 것입니다. 경제학에 문화와, 신화와, 인류학의 방법론으로 덧붙이고 수정하면서, 경제학의 지평과 영역을 넓히려고 했습니다. 이것이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작업 중 하나라는 것도 새삼 다짐했죠.”원교수는 “경제학에 문화와 상징가치를 도입해 보니 젊은이들이 왜 김밥보다는 햄버거를 더 좋아하는지 밝히는 단서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마리에 삼천원 하는 오징어가 세마리에 만원이 되는 이유, 생선을 뒤집어 먹지 않는 이유, ‘e-편한 세상’ 아파트를 본 딴 장례식장 ‘저 좋은 세상’, 백화점 지하식당과 막걸리 경제학 등 이 책에서는 경제학이 재밌어 진다. 경제학과 관련된 상식들을 엮은 팁도 유익하다.
‘시인의 동시를 읽으면서 나는 하루 종일 어린아이가 되었다’시인 윤이현씨는 시인 정성수씨(59·전주송북초 교사)의 동시를 읽고 “어른들은 가끔 어린아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씨의 첫 동시집 「학교종」(예림출판사)이 나왔다. “늘 학교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니 동시는 언제가 꼭 해야할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른들 마음보다 아이들 마음이 더 어려운 것 같아요.”그는 “읽는 사람들에게는 동시가 쉽게 느껴질 지 몰라도 쓰는 사람은 만만치 않은 작업 같다”며 “특히 눈높이를 낮춰 아이들 눈으로 세상을 보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글짓기 반을 지도하고 있는데, 동시 한편을 쓰고나면 그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읽어줬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을 더 좋아한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동시를 내박쳐 둘 수는 없잖아요.”1부 ‘아이들의 종’은 순수하게 아이들 마음을 위한 시. 2부 ‘선생님은 종지기’는 부모나 선생님 등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 동시다. 그의 동시집이 더 특별한 이유는 123편마다 송북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 그림이 한 점씩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 그림은 어느 화가의 작품 보다도 정씨의 마음을 잘 읽어낸다. 이번 동시집 표지도 2학년생 김지현양을 모델로 내세웠다. 지난 18일 제자 200여명에서 동시집을 선물하기도 한 정씨는 “첫 동시집에 쏟은 노력의 반은 아이들의 것이다”고 말했다.
상금 3천만원은 고스란히 대출금 갚는 데 들어갔다. 가난은 죄가 아니지만, 가난한 사람은 죄인처럼 살아가는 세상. 그러나 가난은 그를 소설가로 만들었다. 가난때문에 삶의 터전도 없이 떠도는 유랑민들의 아픈 현실을 그린 「유랑가족」으로 ‘2005올해의 예술상’을 수상한 공선옥씨(42). ‘올해의 예술축제 문학부문 축하공연’이 17일 오후 7시 소극장 판에서 열렸다. “5·18 당시 광주에는 정말 먹을 것이 없었어요. 시민군으로 활동하면 밥을 얻어먹을 수 있다고 해서 시키는 대로 열심히 밥에 불을 때고 있었죠. 어느날 완장을 하나 주더군요.”전남대 사대부고 1학년 시절, 그는 그렇게 시민군 ‘기동타격대 취사반’이 됐다. 공장에 들어간 것도 의식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생존을 해결해 주던 한 친구를 따라서 였다고 한다. “구로동 공장생활이 너무 답답하고 힘이 들어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강좌를 찾아갔어요. 그 모임에서 야유회를 간다고 회비 2만원씩을 내라고 하더군요. 회비를 면제해 주는 조건이 소설 한 편이었어요.”“공장에서 벗어나 우리 아이에게도 자연을 구경시켜주고 싶었다”는 그는 2만원이 없어 소설을 썼다. 누런 갱지에 맞춤법도 틀려가면서 쓴 소설은 그의 등단작 ‘씨앗불’이었다. “국문과는 장학금을 받기 위해 택한 과였지, 글을 쓰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다만, 내가 왜 이렇게 힘든가를 글로 쓰면 규명이 될 것 같았어요.”소설가가 된 후 팍팍했던 그의 삶은 ‘5·18의 생생한 현장과 노동현장에 뛰어든’ 영웅처럼 알려졌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유랑가족」에서 그는 ‘가난은 사람을 황폐하게 만들기도 하고 난폭하게 만들기도 하고 무기력하게 만들기도 했다. 가난은 다양한 형태로 사람들의 삶을 무너뜨렸다’고 했지만, 가난은 그로 하여금 소설을 쓰게 했다. 가난을 외면하고 싶어하는 대부분의 독자들 앞에 누더기가 된 가난한 삶 구석구석을 들이미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잘 산다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가난에 떠밀려 유랑하듯 살아온 공씨는 1년 전 전주로 흘러들어왔다. 유랑을 하면서 그는 편안하고 아름다운 정착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차곡차곡 쌓이는 건 무섭다. 짐스럽다. 살다가 소멸되는 게 좋을 것 같다.”아니다. 그의 유랑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
텅빈 산골 운동장에물소리만 나와 놀고 있다삐걱삐걱 새어나오던풍금소리는 창틀에 녹슬고아이들이 닦아 놓은 창엔거미줄친 하늘이 끼워져 있다.아이들의 푸르던 지껄임을낙엽으로 날려보내고허전한 바람 한 점빈 그네에 앉아 옛생각에 잠긴다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해가홀로 산골을 서성이고 있다.- 동시집<풀꽃 목걸이>에서학생 수가 줄어들어 폐교된 어느 산골 학교의 모습을 그린 동시이다. 첫연 “텅 빈 산골 운동장에/물소리만 나와 놀고 있다”에서 끝연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해가/홀로 산골을 서성이고 있다”에 이르기까지 탁월한 언어 감각과 더불어 은근히 피폐화된 오늘의 농촌현실까지를 아우름으로써, 동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절창이 아닌가 한다.
새벽 풍경이다.희미하게 밝아오는 여명, 맑고 차가운 공기가 사각 프레임 안에 갇혔다. 사진작가 전종권씨(59·전북재건축연합회장)가 17일부터 23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작품전 ‘山紫水明 그리고 이슬’을 연다. “1968년 처음 카메라를 만졌습니다.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파인더에 담고싶다는 생각에 오랜 세월 혼과 열정을 다했죠. 풍경은 많은 사람들이 찍기 때문에 자칫 평범해 보일 수 있어 색다른 구도를 잡기 위해 노력했습니다.”시간과 계절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풍경들. 그는 똑같은 시간 똑같은 장소를 3년째 찾거나 가슴 터질 듯한 고산병에 시달리면서도 새벽의 풍경을 고집했다. 눈 앞에 펼쳐진 자연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지만, 일부러 몇 가지 색에만 초점을 맞춘다. 화면은 깨끗한 공기와 만나 순수한 자태를 드러낸다. “풍경을 대하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는 전씨는 “자연을 찍어다 일반인들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전했다. 대상을 왜곡시키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61점을 내놓는 이번 전시는 1996년 이후 두번째 여는 개인전이다. 오랜만의 전시에 대작을 내놓는 욕심도 부려보았다. “너른 자연이 좁은 틀 안에 갇히면 맛이 떨어진다”는 생각으로 가로 3m, 세로 1m50cm 크기에 옥정호와 대둔산 일출, 호주 양떼를 각각 담아냈다.“자연과 사진을 아끼는 분들을 꼭 초대하고 싶다”는 전씨는 현재 한국사진작가협회 본부이사, 전북사진대전 초대작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6년도 전북도 문예진흥기금 지원사업이 411건 11억8500만원으로 확정됐다. 전북도는 지난 16·17일 이틀동안 문예진흥기금 심의위원회를 열고 기금지원을 신청한 470건 36억70여만원을 대상으로 심의, 이 가운데 411건에 11억8500만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55건 4800만원 늘어난 규모다.장르별로는 미술이 95건 2억4380만원으로 가장 많고, 음악이 61건 1억7270만원, 문학 62건 1억7200만원, 전통예술 53건 1억6670만원, 공예 26건 8140만원, 무용 15건 6200만원, 연극 14건 6040만원, 서예 24건 5750만원, 대중예술 12건 5050만원, 사진 21건 4800만원, 예술체험 15건 3660만원, 우수문학 8건 1700만원, 영화 4건 1110만원, 건축 1건 500만원 등이다.지원금 상한액인 1500만원을 지원받은 사업은 사)한국공예문화협회의 제7회 익산한국공예대전 전국공모전과 전북예총의 창작예술작품 종합정보지 제작, 전북문인협회의 소외된자들과 함께 만드는 창작문예지 문학광장 제작, 전북연극협회의 소극장연극제 등 4건이다. 올해 문예진흥기금 심의에는 지난해 처음 도입한 우수단체 인센티브제가 적용, 300만원이상(무용·연극은 400만원이상) 지원받은 사업을 대상으로 평가해 우수단체로 평가된 19개 단체에는 지원금을 20% 증액했으며, 부진단체로 평가된 13단체는 20% 감액조치했다.도는 내년에도 올해 지원사업을 대상으로 평가한 후 인센티브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문예진흥기금 분야별 결정내역은 도청 홈페이지(www.jeonbuk.go.kr)에 게시돼 있다.
“오래전 이난초 명창이 ‘춘향가’를 열창하는 모습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소리에 흠취해버린것 같습니다.” 지난 17일 저녁 전주전통문화센터 열린 귀명창대회에서 전주 귀명창으로 선정된 박진석씨(45·전주시 덕진동). “듣는 것은 좋아하지만 하는데는 소질이 적다”는 그는 영락없는 귀명창이다. 그가 판소리를 접하게 된 것은 10여년전 도립국악원에서 판소리 고법을 배우면서부터. 소리도 하고 싶었는데 소질이 없어서인지 늘지 않아 듣는 쪽에 힘을 쏟게 됐다고. 판소리 관련 서적을 보고, 명창들을 쫓아 소리공부하며 대신 재미있게 듣는 법을 깨우쳤다. 그는 소리를 들을때 신재효선생의 ‘광대가’를 염두에 둔다. 판소리 해설서라 할 수 있는 광대가의 내용을 조목조목 집어가며 들으면 재미가 배가된다는 것. 사설이 정확한지, 발음은 명확한지, 소리에 깊이가 있는지, 너름새는 어떻게 하는지, 장단은 잘 맞추는지에 신경을 쓴다. “판소리 완창무대를 즐겨찾습니다. 노트에 감상느낌을 적어가며 듣는데, 오래 들어서인지 귀가 열리는 느낌도 듭니다.”“귀명창대회가 있다는 소식에 그동안 공부한 거 테스트해보자는 생각에서 참가했는데 결과가 좋았다”며 더욱 열심히 소리듣기 공부를 해 연말 결선에서 전국 최고 귀명창 자리를 차지하고 싶다고 했다.소리를 즐기는 덕에 아들(현영, 전통문화고2)까지 소릿길로 안내했다.KBS 1FM 라디오프로그램 ‘흥겨운 한마당’이 주최한 이 대회에는 6명이 무대에 올라 판소리의 역사와 계보·명창 등 판소리관련 상식문제 풀이와 소리에 추임새 넣기, 소리 듣고 평가하기 등의 방법으로 실력을 겨뤘다. 2시간여에 걸쳐 3단계 평가를 맡은 심사위원은 오정숙 김일구명창과 이성근명인, 이규호판소리연구가, 정회천 전북대교수.전주대회 우승자인 박씨는 연말 서울에서 열리는 ‘2006년 21세기 귀명창대회’ 결선에 참가해 전국의 귀명창들과 한판 실력을 겨룬다.
성장통을 앓고 있는 전주시민영화제. 그러나 그들이 세상을 보는 눈은 여전히 건강하다. ‘2006전주시민영화제’ 가 20일부터 25일까지 메가박스전주 3관에서 열린다. 지역에서 만들어진 작은 영화들을 상영하기 위해 2001년 국내 처음으로 시민들 손에 만들어진 순수민간영화제가 6회를 맞기까지, 이들을 둘러싼 영화 환경은 변화했다. 시민들 작품이 대부분이었던 영화제는 영화를 전공한 지역의 감독들 작품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됐으며, 영화제를 주최해 온 전북독립영화협회는 지난해 사단법인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그래서 정해진 올해 주제는 ‘성장통’. 새롭게 변하고 있는 영화환경 속에서 지역 영화현실을 다시한번 짚어보고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 숨고르기를 위한 것이다. 올해 상영작 수는 36편. 예년에 비해 많이 줄었지만, 잘 짜여진 장편들이 많다. 경쟁부문 ‘온고을 섹션’과 비경쟁부문 ‘프로포즈 섹션’으로 나뉘어 치러지며, 최하동하 감독이 3년에 걸쳐 직접 택시를 운전하며 바라본 세상 ‘택시 블루스’가 개막작으로 문을 연다. 지역에서 생산된 영화를 상영하는 ‘온고을 섹션’에는 총 15편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프로포즈 섹션’에는 다양한 독립장편영화가 초대됐다. 개막식은 20일 오후 7시 메가박스전주 3관.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희한하네’의 개그팀 ‘기글스’ 사회로 진행된다. 입장료는 각 섹션당 3천원. 티켓은 메가박스 홈페이지에서 인터넷 예매 또는 현장구매할 수 있다. △ 온고을 섹션‘온고을 섹션’에서는 어떤 영화를 보더라도 낯익은 풍경들이 떠오른다. 영화와 관객이 가까워질 수 있는 이유다.올해는 ‘디지털’과 ‘동시대’라는 공통점이 발견되는 영화 15편이 상영된다. ‘빠른 속도로 일반화되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가 영화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우리가 살아가는 동시대를 어떻게 끌어안고 있을까’라는 고민을 지역 독립영화 감독들이 비슷하게 안고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영화제 기간 조영각(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이송희일(영화감독) 변영주씨(영화감독)가 본선 심사위원으로 참여, 대상 ‘JCFF Spirit’상과 온고을상 ‘도발, Attack’ ‘프론티어’ ‘영화, 날다’ 등을 선정한다. 온고을 섹션은 현재 전북 안에서 제작되고 있는 영화들이 앓고 있는 ‘성장통’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 프로포즈 섹션올해 ‘프로포즈 섹션’에는 완성도 높은 장편영화들이 초대됐다. 익산 출신 이송희일 감독전으로 꾸며지는 ‘독립영화 감독주간’과 말랑말랑한 사랑 영화가 채우는 ‘성장통’은 시민영화제가 내세우는 특별한 섹션이다. 두 섹션 모두 사랑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독립영화 감독주간’에서는 감독 특유의 감성을 통해 비일상적인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성장통’에서는 ‘사랑’이라는 하나의 주제 안에서 감독의 관점에 따라 영화들이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 비교해 볼 수 있다. ‘올해 유일’의 타이틀을 지닌 작품으로는 ‘광기의 정의’와 ‘오인용 특별전’이 있다. 로버트 마골리스 감독의 ‘광기의 정의’는 올해 유일한 해외작으로 미국 독립영화다. ‘비극적 코미디’라는 장르부터 귀가 솔깃해지지만, 여러 독립영화제에서 수상과 함께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사이를 오가는 섬세한 재미가 있다. ‘5인용 특별전’은 올해 유일한 애니메이션이다. 인터넷을 통해 먼저 붐을 일으킨 작품이지만, 대형 스크린을 통해 보는 맛이 만만치 않다. 일종의 ‘다양한 세대의 영화보기’ 운동인 ‘희노애락 구애전’과 전북에서 만들어진 독립장편 ‘8월의 일요일들’도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이다.
전주 치명자산 성지조성 사업은 천주교의 종교사적 의미를 중심으로 지역의 풍부한 종교역사와 문화자원과 연계, 지속가능한 발전방안이 될 때 그 성공가능성이 높다. ‘전주 치명자산 성지개발을 위한 국제 세미나’가 18일 오후 2시 전주성심여고 성당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치명자산 성지가 세계적 성지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공감과 독자적인 문화관광지구보다는 지역의 문화적 자산들과 연계한 문화 벨트 형성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치명자산 성지의 국제적 성지화의 가능성과 그 방안’을 발표한 조광 고려대 교수는 “치명자산은 그 자체로 경승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주변에 후백제시대의 역사문화유산을 비롯한 많은 문화유산들이 산재해 있고, 한국 전통문화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한옥마을과 인접해 있다”며 “치명자산은 지역 문화자산들과 함께 개발했을 때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한국의 고유한 문화가 만나는 지점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교수는 치명자산에 대한 현대적 해석을 통해 한국 가톨릭신앙이라는 특수한 가치를 보편적 가치로 승화시킬 것을 우선 주문했으며, 시설적 측면에서는 치명자산 순례객들이 신앙생활과 순교과정을 체계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전시실과 피정의 집 마련, 조경을 위한 조형물 설치 등을 제안했다. 치명자산 성지개발과 관련, 지역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문윤걸 예원대 대학원 교수는 “치명자산의 성지조성 사업은 종교적 가치를 유지하는 동시에 지역주민을 만족시키며 지역발전을 꾀할 수 있어야 한다”며 “치명자산의 개발방향은 치명자산 역사의 주인인 천주교회 뿐만 아니라 지자체, 지역주민 등이 함께 논의하여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개발 사업 또한 천주교회와 지자체, 지역의 민간기업 등이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지(감독 유위강/출연 정우성 전지현 이성재/멜로)=남녀간의 뻔한 삼각사랑, 정우성-이성재-전지현이 하면 다르다? 아름다운 화보집 같지만 어딘가 부족해보인다. 웬만한 감성에는 끄덕도 하지 않는 국내관객들의 눈높이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인 듯. 국내용보다는 범아시아시장을 겨냥한 태생적 한계가 드러나보인다. △앙코르(감독 제임스 맨골드/출연 호와킨 피닉스 리즈 위더스푼/로맨스드라마)=전설적인 컨트리가수 쟈니 캐쉬(1932-2003)를 스크린에 옮긴 ‘성공한 전기영화’. 호아킨 피닉스(쟈니 캐쉬역)-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리즈 위더스푼(음악적 동반자이자 부인인 준 카터역)을 위한 영화이기도.△브로크백 마운틴(감독 이안/출연 히스 레저 제이크 질렌할/드라마)=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에도 불구하고 도내극장가 흥행은 그다지…. 록키산맥은 눈이 부시지만 동성애는 싫어서일까?△음란서생(감독 김대우/출연 한석규 이범수 김민정/코미디)=한석규가 아니면 어느 누가 신묘막측한 음란서생이 될 수 있을까. 오달수의 감초연기에다 “대꾸하는 글이니까 댓글이라고 해야할까나”부터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까지 맛깔스런 대사가 일품.△왕의 남자(감독 이준익/출연 감우성 정진영 강성연/드라마)=자세히 들여다보면 부안과 고창 등 전북특유의 풍광이 느껴진다. 이제는 ‘이 영화 몇번 보셨어요’를 묻는게 자연스럽다.△구세주(감독 김정우/출연 최성국 신이/코미디)=천하에 둘도 없는 ‘날라리’길들이기. 최-신 환상콤비에다 김수미, 박원숙, 백일섭까지 가세해 웃음펀치를 날린다.
2003년 제4회 전주국제영화제(JIFF)에 앞서 2002년 8월, 그동안의 부진을 씻으려는듯 체제개편에 나섰다. 초대 집행위원장에 민병록교수(동국대)가 선임됐다. 한달뒤엔 민위원장의 제자들인 김은희-정수완씨가 프로그래머로 가세했다. 조직위도 조직위-집행위의 이원화체제로 전환, 그동안 동맥경화 같았던 의사결정구조를 단순화했다. 제4회 JIFF는 특히 상영일수를 기존의 7일에서 10일로 늘렸다. 그만큼 영화편수도 늘어났고, 프로그램도 다양해졌다. 메인상영장을 다시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으로 옮겼다. 170여편의 영화가 소개됐고, 개막작은 국내 여섯명의 감독들이 의기투합한 ‘여섯개의 시선’이었다. JIFF가 남긴 족적 가운데 하나라면 ‘디지털삼인삼색’에서 비롯된 옴니버스영화의 부흥이다. 당시만 해도 옴니버스가 전무하다시피 했던 국내 영화계에 디지털삼인삼색의 영화제작방식이 소개되면서 자연스럽게 ‘다자영화’의 바람이 불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기획영화인 ‘여섯개의 시선’은 옴니버스영화의 연착륙을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옴니버스의 화수분인 JIFF의 개막작으로 선정됐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의미를 남겼다.상영영화 가운데 최고인기상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스파이더’가 뽑혔지만 ‘애니매트릭스’를 지지하는 관객들도 적지않았다. 유료관객수가 처음으로 6만명을 넘었고, 객석점유율도 66.2%에 달했다. 우석상의 영예는 이란 나세르 라파예감독의 ‘입학시험’에게 돌아갔다.제4회 JIFF는 어느 해보다 튼실하게 마감했지만, 영화제의 정체성 부재라는 새로운 불씨도 도드라졌다. 잇따른 영사사고, 티켓전산불통, 상영장불만 등도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이번주 한국영화가 3편이나 선보인다. 극장가가 비수기로 접어들어서인지 ‘음란서생’처럼 ‘한방’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정통멜로(로망스)-아트코미디(여교수의 은밀한 매력)-기발한 상상력의 학원물(방과후 옥상) 등 완성도 만큼은 뒤지지 않는 B급 작품들이 잇따른다. 오랜만에 ‘골라보는’ 재미에 빠져보자.△여교수의 은밀한 매력(감독 이하·출연 문소리 지진희·로맨스코미디)지난 98년 ‘빨간마후라’사건을 기억하는지. 과연 그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다면,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이 해답이 될 듯싶다. 과거를 잊기 위해 발버둥을 치지만, 그 과거를 떨치지 못해 궁상을 떨어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지방대 전문대인 삼천대학 염색과 교수 은숙(문소리)은 학교는 물론 이 지역 남자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환경단체 회원으로도 활동중인 은숙을 바라보면 침을 꼴깍 삼키는 남자들. 대학교수임에도 별로 아는게 없는 은숙은 자신의 뇌쇄적인 매력을 앞세워 지역방속국 PD 등 5명의 남자와 놀아난다. 그러던 은숙 강적을 만난다. 같은 대학 만화과 초빙교수로 온 석규(지진희). 자신을 여왕처럼 떠받드는 남자들에 둘러싸여 마음을 줄듯 말듯 위태로운 애정행각을 일삼던 은숙이 석규앞에선 맥을 못춘다. 관객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영화는 은숙과 석규의 중학시절로 거슬러올라간다. ‘여교수…’는 어설픈 수컷들을 마음껏 조롱하며 그들의 이중성을 유쾌하게 꼬집는다. 다만 지방대학과 지방 방송국을 깔보는 듯한 설정이 다소 거슬린다.‘오아시스’의 공주부터 “당신 아웃이야”를 내뱉던 ‘바람난 가족’의 호정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과시했던 문소리가 다시한번 연기변신에 나섰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감독의 표현처럼 ‘아트코미디’로 불릴만 하다.△로망스(감독 문승욱·출연 조재현 김지수·멜로)오랜만에 제대로 된 멜로가 나왔다. 요즘 ‘젊은 것’들의 연애담이 아닌, 정통멜로다. 늦게 찾아온 사랑에 멍이 들고, 죽어도 좋은 사랑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건다. 불같은 성격으로 인해 변두리로 밀려난 남자. 말단형사에 아내도, 자식도, 재산도 떠났다. 대권후보의 며느리인 여자. 남편의 의처증과 폭력에 시달려 병든새 신세다. 가슴에 불구덩이를 안고 사는 이들이 우연히 만난다. 그리고 밥먹고, 탱고를 추면서 불같은 사랑을 확인한다. 이들의 사랑을 가만히 놔둘리 없다. 여자의 남편은 남자를 죽음의 문턱으로 몰고 여자를 정신병원에 갇히게 한다. 영화는 잔재주를 부리지 않고 흔들림 없이 정공법의 멜로를 선택한다. 감정이 극으로 치닫지만, 과정은 물흐르듯 자연스럽다. 조재현과 김지수의 공력이 아니라면 기대할 수 없는 감정선이다. 목숨을 건 사랑을 연기하는 이들로 인해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다. 어쩌면 감정과잉으로 비쳐질 수도 있지만, 최근 개봉영화 가운데 가장 섬세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방과후 옥상(감독 이석훈·출연 봉태규 정구연·코미디)어느 ‘찌질이’의 재수역전이랄까. 성은 남궁이요 이름은 달인 전학생. 왕따클리닉을 마치고 갱생의지를 불사르며 새로운 학교로 전학온다. 첫날부터 ‘학교짱’의 심기를 건드며 방과후 옥상행이란 공포스런 상황과 맞닥뜨린다. 옥상에 올라가자 마자 초죽음이 될게 뻔한 상황. 남궁달은 과연 살아돌아올 수 있을까. 최근에 선보인 학원물 가운데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인간성 참 저렴하다’‘졸넘기를 뽑아가지고 순대를 해버린다’등 엽기스런 대사도 재기발랄하다. 평범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0년 ‘눈물’이후 조연을 전전하다 주연으로 수직상승한 봉태규의 배꼽연기가 볼만하다. 인상 풀고 팔짱도 풀고 ‘왕따’의 수난을 즐기고 싶다면 강력추천이다.
군산 선유도 해역서 조선시대 유물 220점 추가 발굴
[안성덕 시인의 '풍경']까치밥
아트컴퍼니 두루 '런어비스', 뮤지컬 불모지 전북에서 전 회차 전석 매진
사라지는 것의 쓸쓸함과 공허함…박찬웅 사진전 제35보병사단
그림에 정신을 담아내다... 미술관 솔, '해강 김규진․보정 김정회 사제 전'
장애와 비장애를 넘어 전하는 '조화와 공존'⋯관현맹인전통예술단, 아리랑 세상에 울리다
군산 영광선교합창단, 스승‧제자가 함께하는 정기음악회 '호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