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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일] 여성3인방이 틔우는 풀뿌리 문화의 꽃

컴퓨터 게임에 신이 난 꼬마들, 잠시 공부를 접어두고 비디오와 음악 감상으로 여유를 부리는 청소년들, 아이를 부둥켜 안은 채 독서삼매경에 빠져있는 주부들, 건너편 강의실에서 한글을 깨우치는 노인들…. 생활 속의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은 문화의집이 온종일 주민들로 북적댄다. 요즘처럼 방학 시즌에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시설만 갖춰져 있다고 주민들이 모여드는 것은 아니다. 주민들이 찾기 시작한 문화공간을 제대로 가꿔나가기 위해서는 이용자 취향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이 무엇보다 과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그래서 문화의집 식구들은 늘 고민이다. ‘민간위탁’이라는 운영 체계 아래서 항상 부족하기만 한 재정 문제를 딛고 어떻게 주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가꿔 나가야하는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주민들의 문화 욕구는 더욱 커지고 있는 이 때, 어려운 실정에서도 이런 목마름을 적셔주기 위해 묵묵이 일하는 문화의집 ‘여성 3인방’이 있다. 전주 우아문화의집의 총괄 책임자 김영심 관장(51), 프로그래머 김혜숙 팀장(29), 회계관리 최홍선 실장(27). 주민자치위원회가 위탁받아 운영하지만, 실제는 이들 3명이 도맡아 문화의집을 꾸려가고 있다. 한달 평균 프로그램 수만 30개에 20명이 넘는 강사진, 하루 이용자수만도 2백여명. 3명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워 보인다. 그럼에도 이를 거뜬히 해결하는 이들을 주민들은 ‘수퍼 우먼’이라고 부른다. 1백20평 규모의 건물을 관리하는 일만으로도 당장 ‘남자의 손길’이 절실했던 때가 한 두번이 아니지만 숨돌릴 틈 없이 스스로 해결해내는 이들에게는 제대로 붙여진 이름이다. “수명이 다해 깜박거리는 형광등을 보면 ‘숨’이 턱 막혀요. 생전에 형광등 갈아끼워볼 줄 누가 알았겠어요. 더 무서운 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다는 거죠.”(최실장) 이들 여성 3인방에 특히 눈길이 가는 것은 시설의 관리와 운영만으로도 부족해 무료 강사로 뛰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수강료도 받지 않는다. 이곳에서 국악강사를 한 것이 인연이 돼 결국 관장직까지 맡게 된 이리농악 이수자인 김관장은 ‘우리춤 체조’와 ‘사물놀이’ 강좌를 열어 일주일에 네번씩 주민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회복지사 출신인 김팀장도 따뜻한 입담을 살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무료 한글교실을 열고 있고, 어려서 부터 만화그리기를 취미삼아온 최실장은 초등학생에게 그 실력을 전수하고 있다. “주민들이 모여들어야 보람을 느끼거든요. 일단 돈이 안들어야 부담없이 문화의집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김팀장)이렇게, 어렵게 일궈내온 문화의집이었지만, 이들에게는 최근 ‘위기’가 있었다.“뜨끔했어요. 문화의집을 넘보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을 줄 몰랐거든요. 정신이 바짝 들더라구요. 열심히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김관장)최근 문화의집 재위탁을 받게 돼 그나마 한숨돌렸지만 2기 수탁자 모집에 우아문화의집에는 3개 단체가 신청하면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게다가 민간위탁 수탁기관 모집 공고에 앞서 주민자치위원회를 우선 선정한다는 ‘특혜’ 조항마저 삭제되면서 우아문화의집은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였다. “뭐니뭐니해도 우리 식구들을 지켜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몰라요.”열악한 재정 운영 때문에 대부분 계약직으로 고용된 직원들은 재위탁을 받지 못할 경우, 문화의집에서 쫓겨나가야 할 판이었기 때문이다. 맏딸 같기만 한 혜숙씨나 홍선씨의 앞길이 늘 걱정됐던 김 관장으로서는 재위탁으로 함께 일하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번 계기로 스스로 자극도 얻었단다.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처럼 힘들다지만, 궂은 일은 대부분 피해가려고 하지요. 그런데도 얼마 안되는 봉급을 받으면서도 열성 하나로 일하는 직원들을 보면 항상 마음에 큰 빚을 진 것 같습니다.”‘재위탁’이라는 힘든 관문을 통과한 이들의 각오가 남다르다.먼저 1년 단위의 채용 계약을 위탁기간이 끝나는 2007년까지 연장, 직원들의 고용 불안을 말끔히 해소하고 지역복지문화공간에 걸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주민들의 문화 안식처로서 새단장하겠다는 야심찬 다짐이다. 모르긴 몰라도 연간 6천만원의 빠듯한 예산속에서도 이들은 쉽게 지치지 않을 것 같다. 주민들의 삶에 문화의 향기를 전하겠다는 열정이 예산이 채우지 못한 더 큰 부분을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 문화일반
  • 안태성
  • 2005.01.24 23:02

[종교소식] 천주교의 아름다운 가게 '온가' 개소

천주교의 아름다운 가게 ‘온가’ 개소천주교 전주교구청에 온기 가득한 쉼터, ‘온가(溫家)’가 문을 열었다.천주교 전주교구(주교 이병호)와 카톨릭농민회 전주교구본부(회장 소영석)가 손을 잡고 지난 19일 전주교구청 1층에 오픈한 ‘온가’는 이른바 천주교판 ‘아름다운 가게’.각 본당과 신도로 부터 재활용품을 기증받아 이를 판매한 뒤 그 수익금을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한다.수익금은 주로 외국인 이주노동자와 이주 국제결혼자들에게 쓰여질 계획이다. ‘Only God’에서 이름을 따온 온가는 농산물 직거래장인 ‘우리 농촌 살리기 운동 매장’,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여러분에게 내어주는 가게’, ‘카페’와 ‘전시실’ 등 휴식 공간을 갖춰놓고 있다. /안태성기자 지진 피해 돕기 ‘자비 탁발’대한불교 조계종 제24교구 선운사(주지 범여스님) 본말사 스님 40여명이 20일 고창과 정읍에서 동남아시아 지진 해일 피해자를 돕기 위한 탁발 행사를 가졌다.본래 탁발은 불교에서 이르는 ‘규율’에 어긋나 종단 차원에서 금해왔으며, 재앙이 있을 때 자비실천운동으로 실시되곤 했다. 조계종 종단 차원에서 전개된 이번 탁발 봉행은 지난 97년과 98년 두 차례 거행된 후 7년만의 일이다. 이날 스님들의 탁발 행렬은 오전 10시 고창 읍내에서 펼쳐진 뒤 오후 2시부터는 정읍 시내로 장소를 옮겨 진행됐다. /안태성기자 이만열 복음주의 민족사학자 릴레이 ‘신앙’ 강의국내 대표적인 복음주의 민족사학자로 불리는 이만열 국사편찬위원장(67·전 숙명여대 교수)이 21일 전주를 찾았다. 이날 오후 7시 전주시 효자동 교회 본당에서 열린 ‘전주열린문교회 신앙세미나’에 초청된 이 위원장은 ‘한국기독교와 민족운동’이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서 한국 교회와 민족이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3일간의 일정으로 전주를 방문한 이 위원장은 이날 강연에 이어 22일 오후 2시 제2강 ‘군부독재하의 한국교회’, 오후 3시30분 제3강 ‘한국기독교인의 통일운동’을 주제로 잇단 강연을 갖는다. 이 위원장은 또 23일 오전 11시 전주열린문교회에서 주일 설교를 맡는다. 그는 한국 기독교사를 연구하며 후학을 길러내는 데 평생을 바쳐왔으며, 그동안 ‘한국교회 과거사 청산’을 끊임없이 주장해왔다. /안태성기자 원불교 지진 피해지 현지 자원봉사자 모집 ‘원불교 청년회’와 ‘(사)평화의친구들’은 동서남 아시아 지진 피해 지역에서 구호활동을 벌일 현지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 이들 단체는 지진 피해 지역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동시에 향후 지역사회재건 등 장기적 구호활동에 대한 대비가 절실하다고 보고 이같이 자원봉사자를 파견키로 했다.교단에서는 최근 지진 해일이 발단이 돼 긴급재난구호 ‘Action Group’ 양성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번에 파견될 자원봉사자들은 오는 30일부터 2월 7일까지 인도에 머무르게 되며, 주로 생필품과 의약품 등 구호물품을 나눠주는 일을 맡게 된다. 신청 접수는 22일까지. 원불교 청년회에서는 또 현지에 필요한 의약품 등 구호품과 함께 성금 접수를 받고 있다. 문의 02)813-3316

  • 문화일반
  • 안태성
  • 2005.01.22 23:02

인간과 자연 회복 '메시지' 서양화가 이훈정씨 개인전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이고 마음에 새기는 믿음을 진실하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 서정적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공기를 느끼게 함으로써 현대문명에 찌든 도시인들에게 정신적 치료효과도 전달하는 것이죠.”서양화가 이훈정씨(55·예원예술대 객원교수)의 스물세번째 개인전이 27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제8회 반영미술상 수상전이다.줄곧 자연의 풍경을 펼쳐온 작가는 공기의 흐름을 주목했다. 평면에서 거리감으로 나타나는 원근법과 달리, 완전한 자연의 형체를 공기의 흐름 속에 통과시키는 공기원근법을 사용했다. 구도, 색채 등 기본적인 조형언어를 지키면서 사물의 이치를 표현한 화면은 작가의 관념이 얹혀진 과감한 생략으로 대기의 흐름을 보여준다. 그림 속 풍경을 상세히 묘사하는 것 보다 이미지만을 굵게 표현해 내는 단순화된 작업이다. “붓 대신 나이프를 든 것 역시 붓은 너무 섬세해서 공기를 표현하기에 약하는 생각 때문이었죠. 공기의 존재를 나타내기 위해 파렛트에서 물감을 충분히 혼합하고 속도감있게 일순간 그림을 그려내죠.”화려한 원색들로 채색된 화면은 생동하는 기운을 전한다. 혼불마을이나 지리산 등 남원의 풍경들은 자연과 인간의 일체감을 통해 인간과 자연회복의 메세지를 전한다. 눈으로 보이진 않지만 그의 작품 근간은 종교다. 그는 “신앙에 근거해 하나님이 주신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그려 다시 하나님께 돌려주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작품은 28일부터 CTS기독교 TV방송국 서울 본사에서 상설전시된다. 5m*3m 크기 ‘길’과 200호 크기 ‘축복’등 31점과 이씨의 작품세계를 담은 다큐멘터리도 함께 소개된다. 전북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이씨는 고죽갤러리 관장, 남원시청미술관 큐레이터 등을 맡고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01.22 23:02

[2005 자치단체 문화살림 문화전략] ③ 익산시

익산시의 올 한해는 문화관광의 도시로 나아가는 원년이다. 그만큼 시는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가장 눈길을 끄는 사업은 백제의 고도를 바탕으로 역사와 문화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영상물 제작이다. 과감한 투자로 제작하는 이 영상물은 익산 곳곳에 산재한 백제문화 유적과 보석을 연계시킨 관광 인프라 구축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시의 문화 사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특수 시책으로 추진되는 SBS 5부작 드라마 ‘서동요’제작. 총 사업비 2백5억원을 들여 (주)김종학프로덕션이 제작하게 되는 드라마 서동요는 7월부터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가 오는 9월 중순 방영될 예정이다.'미륵사 석탑문을 연다'를 주제로 KBS 다큐멘터리도 제작된다. 총 사업비 1억9천5백만원이 투입되며 제 1편 웅포로간 백제인, 2편 일본속의 미륵사 및 백제대사, 3편 익산에서 오사카까지 백제의 꿈으로 편성된다. 미륵사지석탑이 해체되는 오는 6월부터 본격 제작돼 11월 방송될 예정이다.오는 10월 5일부터 4일동안 익산 지역 가을 하늘을 수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익산서동축제 2005는 총 사업비 5억1천만원이 투입되는 대형 축제. 익산시마한민속제전위원회가 주관, 익산시 영등동 중앙체육공원과 시내 일원에서 열리는 이 축제를 시는 경주시와 일본 분고오노시를 연계, 국제축제로 승화시키겠다는 의욕이다. 창작 판소리도 제작된다. 올해 제작되는 창작판소리는 ‘서동가’. 오는 10월 총사업비 4천2백만원을 들여 제작하는 창작판소리는 공연과 함께 CD로 제작, 배포된다.올해는 익산시예술단의 활동도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합창단과 무용단 등 2개 단체 1백20명으로 구성된 시립예술단은 2억4천6백만원의 운영예산을 바탕으로 정기공연 이외에도 시민들을 찾아가는 공연무대를 통해 시민들의 정서를 함양하고 지역 문예 진흥을 새롭게 이끈다. 문화예술단체 지원 사업도 활발해진다. 예총익산지부 등 4개 단체에 지원하는 예산은 2억9천7백만원. 전통문화 재현과 각종 문화 예술 보급을 위한 다양한 사업이 이들 단체를 통해 이루어진다. 시는 소외계층을 찾아가는 문화활동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오는 3월부터 연말까지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과 계층을 찾아 농악을 비롯 서예, 사진, 음악 등 찾아가는 문화활동은 시민들에게 문화체험의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 문화일반
  • 장세용
  • 2005.01.22 23:02

200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상식 지역 문인등 70여명 참석

200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21일 오후 3시 우석빌딩 7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전북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올해 새롭게 출발하는 당선자들은 수필 부문 ‘네가 과메기로구나’의 김인호(46), 시 부문 ‘꽃 이름, 팔레스타인’의 경종호(37), 소설 부문 ‘통행권을 받으십시오’의 정원자씨(33). 당선자들에게는 상패와 상금(소설 2백50만원·시 1백50만원·수필 1백만원)이 주어졌다. 송하선 심사위원장(전 우석대 교수)은 “긴 역사 만큼 올해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수준 높은 작품들이 대거 응모해 읽는 재미와 고르는 어려움을 함께 겪어야 했다”며 “전반적으로 개인 기량이 고르게 향상되고 수려하고 안정된 문장 등 한층 깊어진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었다”고 평했다. 송위원장은 “사물에 대한 탁월한 관찰력으로 자신의 삶과 일상을 성찰한 김씨, 시사적인 소재를 서정성으로 풀어낸 경씨, 생동감있는 묘사와 독특한 설정, 시공간의 변화 속에서 재빨리 방향을 잡는 정씨 등 당선자 모두 절제된 자세로 소재를 풀어내는 솜씨가 대단했다”며 “오랜 습작기간을 거친 것으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당선자들에 대한 격려도 이어졌다. 서창훈 전북일보 사장은 “당선자들이 오랫동안 꿈꿔온 신춘문예의 열병을 전북일보가 일부는 치유해 드린 것 같아 기쁘다”며 더 큰 열정으로 감동이 드문 시대 감동을 낳는 문학인이 되길 부탁했다. 소재호 전북문인협회 회장도 “전북일보 신춘문예를 전북 문단 전체의 즐거운 행사로 승화시킨 것에 감사한다”며 “당선자들은 기쁨 뿐만 아니라 슬픔도 간직하며 늘 살아있는 의식으로 지역문단과 한국문단에 기여해 달라”고 말했다. 당선자들은 “게으름 피우지 않고 보다 더 노력하는 자세로 열심히 글을 쓰겠다”며 “문학정신을 일깨워준 전북일보에 감사한다”고 답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심사를 맡은 송하선 전 우석대 교수, 소설가 이병천 전주문화방송 프로듀서와 천이두 이기반 서재균 김학 소재호 김용택 조기호 공숙자 김동수 김상휘 문금옥 박성우 소석호 소재호 심옥남 유희옥 이동희 이목윤 이종택 이종희 장태윤 전병윤 한성수씨 등 문인들과 수상자들의 가족·친지 80여명이 참석해 당선자들을 축하했다. 김종필 박태건 장창영 최기우 김형미씨 등 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 문인들도 참석했다. 올해 전북일보 신춘문예 응모작은 모두 1413편(시 1048편, 수필 283편, 소설 82편)이 접수됐다. 지난해에 비해 3백여편이 증가한 올해 신춘문예는 전 장르에서 골고루 늘어났으며, 특히 시 부문의 응모가 활발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01.22 23:02

새 수탁단체 역할 차별화 주문

한옥마을 문화시설들의 고유한 사업 구축이 절실하다. 한옥마을 내 민간위탁 문화시설들이 지나치게 비슷한 성격의 행사들을 편성, 본래 설립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9일 오후 7시30분 전주정보영상진흥원 세미나실에서 ‘새로운 도전, 민간위탁 문화시설의 전망’을 주제로 열린 스물다섯번째 마당 수요포럼은 공익과 수익 사이에서 갈등하는 민간위탁 문화시설의 새로운 방향을 찾기 위한 제언들이 쏟아졌다. 한옥마을 내 타 시설과 연계, 문화시설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데 동의한 참석자들은 각 문화시설들의 사업범위를 고민했다. 유대수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기획팀장은 “각 문화공간 운영주체들이 욕심을 부려 공간 특색에 맞지 않는 행사까지 치러내는 등 프로그램이 광역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위탁 문화시설 2기 출범을 앞두고 수탁단체들의 운영방안에도 많은 관심이 쏠렸다.특히 관심이 집중된 시설은 공예품전시관. 새 수탁단체로 선정된 전주대는 한지특화,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명소화, 합리적 경영 및 경영혁신전략을 통한 재정자립체제 구축, 체험 및 교육프로그램 활성화 등을 운영전략으로 꼽았지만 전문가들은 공예품전시관을 한지 특화의 공간으로 운영하는 것은 당초의 취지를 살리는데도 문제가 있다고 제기했다. 공예품전시관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자칫 공예의 편중된 성장을 가져오지 않겠냐는 우려다. 이밖에도 평가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민간위탁 문화시설들의 자율성 확보, 문화시설 직원들의 전문적 교육과 근무 여건 개선 등도 2기의 중요한 과제로 지적됐다. 학교법인의 민간위탁 참여가 민간문화단체들의 역할을 위축시키거나 축소시킨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01.21 23:02

대금과 가야금으로 듣는 '예인의 향기'

산조는 독주에 생명이 있다. 고운 음색에 높은 음역의 울림이 청아한 대금, 여성스러움의 섬세함으로 심금을 울리는 가야금. 전주전통문화센터(관장 김갑도)가 기획공연 ‘한벽루 소리산책’에 대금과 가야금으로 듣는 산조 독주회를 나란히 연다. 22일과 23일 오후 7시30분 전통문화센터 한벽극장. 첫날 대금 산조 독주회에는 지난 80년대초 여류 대금연주자로 첫 독주회를 열어 화제를 모았던 심상남(49·국립민속국악원 기악부 악장)이 초대됐다.흔히 ‘김이 세다’라는 말로, 힘찬 대금 소리가 특징인 심상남은 짜임새가 튼튼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한범수류 대금산조’와 판소리에 기초하면서도 남도 음악적 정서가 풍부한 ‘서용석류 대금산조’를 이번 무대에 선보인다. 독주악곡인 산조에 병주를 통해 악기간 대비와 조화의 멋을 살린 ‘산조병주’, 기교는 담담하면서도 묵직하지만 절제된 가락이 돋보이는 ‘박종선류 아쟁산조’도 들려준다.국립민속국악원 기악부 최영욱 부수석(거문고)과 서은기 단원(장단)이 찬조출연한다.23일 이어지는 가야금 산조 독주회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최옥삼류) 이수자인 성애순(50·전남대 국악학과 교수)이 무대에 오른다. 최옥삼이 김창조로 부터 사사한 가야금산조를 함동정월에게 전수했던 ‘최옥삼류 가야금산조 전바탕’을 선사한다. 다스름과 진양조에서 부터 휘모리까지 이어지는 최옥삼류 가야금산조는 가락의 짜임새가 뛰어나고, 구성미가 돋보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성교수는 광주가야금연주단 단장, KBS 남도예술대학 학장, (사)임방울국악진흥재단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 조용안 부단장이 장단을 맞춘다.

  • 문화일반
  • 안태성
  • 2005.01.21 23:02

[문화광장] 서양화가 주인영씨 개인전

서양화가 주인영씨(40)의 다섯번째 개인전 ‘일기-선을 그리다’가 일본으로 초대됐다. 일본 작가 도오조 신이찌로와의 인연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2002년에 이어 개인전으로는 두번째 방문이다. (24일부터 29일까지 일본 가고시마 천문관화랑)“새로운 재료를 도입해서 회화적 감각을 드러내는 것을 즐겨요. 요즘은 작업실 창밖으로 보이는 전봇대 전선 꾸러미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어요. 이번 전시는 전선을 이용한 오브제 작업입니다.”나무의 형상을 통해 자연주의를 표출해온 작가가 이번에는 전선을 집어들었다. 전선을 구부리거나 피복을 벗겨내 선이 만들어내는 조형성을 주목했다. “얽혀있는 전선들을 타고 수많은 사연들이 전해지면서 같은 문화를 보고 듣고 느낀다고 생각했어요. 거미줄의 선은 생존이고, 전선의 선은 작은 새들의 휴식, 첼로의 선은 멜로디죠. 선에 관한 다양한 느낌들을 만들어 붙였어요.”“나이를 먹으면서 가장 수려하고 멋지게 늙어가는 것이 나무”라고 말하는 주씨는 이번 전시에서도 나무와 꽃, 바람, 숲 등을 전선으로 그려넣었다. 전주대 미술교육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 중부대에 출강하고 있다. 투사와포착, 구상작가회 회원.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01.21 23:02

[문화광장] '섹시남' 주드 로 종횡무진 활약

“초자연적으로 수려한 용모에 초특급 재능을 갖췄으며 심성도 착해, 용기 내 부탁만 하면 키스도 해 줄 사람이다.”미국 연예전문지 피플(People)이 선정한 ‘살아있는 가장 섹시한 남자’ 주드 로. 주드 로가 주연한 ‘월드 오브 투모로우’와 ‘나를 책임져, 알피’가 동시에 극장가에 내걸린다. 이번 주는 그가 있어 즐겁다. 주드 로의 배우로서 매력은 시간을 초월하는 스타일을 소화하는 능력.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한 ‘콜드 마운틴’, 욕망에 가득 찬 젊은이들의 초상을 그린 ‘리플리’, 미래의 냉소적인 모습을 담아낸 ‘가타카’ 까지. 그는 과거부터 현재, 미래를 넘나들며 다양한 모습으로 관객들 앞에 나타난다. 고전영화를 보는 듯한 독특한 질감이 매혹적인 ‘월드 오브 투모로우(감독 케리 콘란)’. 이 영화에서 주드 로는 하늘에서 상대할 자가 없을 정도로 최고의 전투력을 가진 스카이 캡틴으로 출연한다. 이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액션 어드벤쳐의 히어로에 도전하지만, 그는 강인하면서도 섹시한 외모,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여유로 마음껏 매력을 발산한다. 1939년 뉴욕, 전세계적으로 저명한 과학자들이 사라지고 정체불명 로봇들의 습격을 받게 된다. 스카이 캡틴과 그의 옛 연인 신문기자 폴리 퍼킨스(기네스 팰트로), 캡틴의 오랜 친구 해군장교 프랭키 쿡(안젤리나 졸리)이 의문을 밝히기 위해 나섰다.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가 평범한 소프트웨어 기술자였던 케리 콘란 감독이 4년 동안 혼자 작업했던 6분짜리 단편에서 출발했다는 것. 주드 로를 비롯 안젤리나 졸리, 기네스 팰트로 등의 출연으로 캐스팅만으로도 초호판인 블록버스터가 됐다.‘여자는 얼짱에 자신을 챙겨주는 남자가 있으면 바로 콩깍지가 쓰인다. 그러나 남자는 예쁜 여자를 옆에 두고도 항상 다른 여자를 쳐다본다.’‘나를 책임져, 알피(감독 찰스 샤이어)’는 마이클 케인 주연의 1966년 작품을 리메이크한 것. 뉴욕에 사는 영국출신 알피(주드 로)는 ‘남편과 시큰둥한 유부녀와 놀아주는 게 남몰래 베푸는 선행’이라고 생각하는 바람둥이. 이 여자 저 여자 사이를 옮겨다니는 그는 어떤 여자든 책임과 결혼에 대한 얘기를 꺼내면 회피해 버린다. 충동적으로 가장 친한 친구의 애인과 잠자리를 함께 한 알피. 친구와 친구 애인에게 커다란 상처를 주게 된 알피는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게 된다. ‘상처 주면 상처 받는다’는 메시지는 새로울 게 없지만, 알피를 스치고 지나간 여인들을 통해 감독은 사랑의 다양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주드 로의 행진은 계속된다. 주드 로가 목소리 출연한 ‘레모니 스니켓’(27일), 줄리아 로버츠와 함께 연기한 ‘클로저’(2월 3일), 골든글로브 3관왕 ‘에비에이터’(2월 18일)가 잇따른다. 각기 다른 역할, 다른 비중으로 등장하고 있지만 주드 로의 매력은 똑같이 녹아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01.21 23:02

[문화광장] 국·내외 미술 시대흐름 한눈에...

한국 근·현대 미술의 흐름과 세계 미술의 시대적 경향을 동시에 수용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전주에 온다.전북도립미술관(관장 최효준)이 21일부터 2월 20일까지 전시실 전관에서 ‘한국현대미술의 단면-국립현대미술관 소장명품 선(選)’을 연다.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은 사진 9점, 판화 10점, 한국화 41점, 서양화 53점 등 총 1백13점. 국립현대미술관이 1백여명의 넘는 작가들의 대표작들을 임차해 주기는 처음. 38억여원에 이르는 보험가격만으로도 충분히 작품의 가치를 가늠할 수 있다. 한국 현대미술사의 중축을 이루는 대표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현대미술의 흐름과 정체성을 살펴보기 위한 기획. 1만원짜리 지폐에 세종대왕 얼굴을 그린 운보 김기창의 초기 대표작 ‘가을’(1934), 국전 1회 대통령상 수상작인 류경채의 ‘폐림지 근방’(1949), 제목과 달리 남북한에 관한 작품이라는 것을 작가가 밝혔다는 증언이 전해진 이중섭의 ‘부부’(1953), 선·면·색채로 산을 탐구해 온 유영국의 ‘산(지형)’(1959), ‘가장 한국적인 화가’라는 명성을 얻은 박수근의 ‘할아버지와 손자’(1960) 등 유명작가들의 궤적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쉽지않는 기회다. 한국화의 토대를 이룩한 한국화 근대 6대가 중 허백련, 박승무, 변관식, 이상범, 노수현 등과 서양화가 김환기, 오지호, 남관, 김창렬 등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김종주 학예연구실장은 “국립현대미술관은 우리나라 최고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곳”이라며 “중앙과 지역미술관과의 교류 활성화 의미와 함께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대표작가들의 작품을 전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어 높은 교육적 가치와 수준 높은 작품 감상의 기회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01.21 23:02

[템포] 개설 100주년 맞은 남부시장

“성문(전주 남서문) 밖에서부터 담배파는 연초전, 담뱃대를 파는 연죽전, 말총이나 피물과를 파는 상전, 백미와 잡곡을 파는 시게전, 진어물을 파는 생선전, 마른 어물을 파는 좌반전, 놋그릇을 파는 유기전, 누룩을 파는 곡자전, 솜을 파는 면자전, 돗자리를 파는 인석전, 실만파는 진사전, 꿀을 파는 청밀전, 각종 물감을 파는 화피전, 소금을 파는 경염전 -중략- 장롱을 파는 장전, 장작을 파는 시목전, 점사람들이 나와 앉은 옹기전, 한지파는 지물전, 미처 헤아려 챙길 사이도 없는 갖가지 물화들이 길 양편으로 쩍 벌여 내놓였는데 그 길이가 남문에서 서문까지의 오릿길 행보를 꽉 메우고 있었다. 그런데도 저잣거리 아래로 흘러가는 개천은 쪽빛으로 맑아서 길 위에 선 저자가 물빛에 드리워 또한 오릿길 저자를 이루니 그 분주함이 미처 정신을 가다듬을 틈이 없을 지경이었다.”(김주영의 소설 ‘객주’ 중) 전주의 재래시장인 남부시장이 올해, 정기 공설시장으로 개설된지 1백주년이 됐다. 물론 전주의 시장역사는 그보다 훨씬 깊다. 장명수교수(전 전북대 총장)는 저서 ‘성곽발달과 도시계획연구’에서 ‘전주는 장문(場門)의 발상지이고(1947년), 남문시장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승된 한국의 유일무이한 역사적 시장’이라고 밝히고 있다. 1653년부터 14년동안 제주에서 억류생활을 한 하멜의 표류기를 통해서도 전주시장의 오랜 역사는 드러난다. “거기에서 우리는 태인을 거쳐 이튿날 김제라는 작은 마을에서 잠시 멈추었다. 그날 밤 우리는 전주라는 큰 마을에 도착했었는데 이곳은 지난 날 왕이 살던 곳으로서 지금은 전라도 관찰사가 주재하고 있었다”며 “전주는 바다로부터 하룻길이었지만 마을이 컸고 큰장이 서고 있었다”고 적고 있다. 전주가 단순히 지방차원의 장시가 아니었음을 증명해주는 기록이다. 전주는 대형 거점장으로서 일본 등 수입품이 반입되었고, 전주의 장시를 통해 이 물품들이 하위의 작은 시장으로 흘러들어갔을 정도로 모든 교역의 중심이었다. 이러한 기능은 적어도 1896년 8개의 도(道)가 13개로 개편되기 전까지 지속됐다. 원용찬교수(전북대)도 ‘전북의 시장경제사’에서 “당시 서울의 도성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시전은 전주와 같은 대형 거점장에서도 열렸다. 전주에는 이미 시전과 가게가 즐비하고 물화와 상인이 많아서 동전을 유포하여 백성들에게 화폐사용의 편리함을 널리 실험할 수 있는 곳이었고 전주 상업도시의 중심을 이루는 남문시장은 물자와 상인으로 활기를 띠었다”고 밝히고 있다. 1890년대까지 번성했던 전주의 장은 남문(풍남문)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네개의 장을 이른다. 남문외장이었던 남문시장, 동문외장의 동문시장, 북문외장 시장, 서문외장 시장이다. 사람들은 이를 ‘남밖장’‘동밖장’식으로 불렀다. 남문시장인 남밖장이 지금의 남부시장이다. 남부시장은 당시에도 중심이 되는 장이었지만 1905년 정기 공설시장으로 개설한 이후 일본 상인들이 이곳에 진출하면서 다른 여타의 장들이 쇠퇴해 남문시장으로 통합됐다. ‘남부시장’이란 명칭이 정식으로 쓰여지기 시작한 것은 1936년 시장이 대폭 개축되면서부터다. 당시의 시장 규모는 5천8백여평. 오히려 지금(5천6백여평)보다도 더 넓은 영역을 형성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용객도 많아서 일제 강점기에 쓰여진 ‘전주부사’에는 당시 1년동안 시장을 이용했던 사람들이 186만명에 달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야말로 호남권 최대의 물류집산지로서의 기능을 맡고 있었던 것이다.해방이후에도 남부시장은 전북의 상업과 금융, 교통의 중심적 기능을 그대로 담당했다. 실제로 남부시장은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에 이르는 시기에 전성기를 맞았다. 호남 최대의 물류 집산 시장이었던 남부 시장에서 거래되는 물건들을 실어나르느라 전주역(지금의 시청자리)은 물류를 운송하는 화차운행이 활발했고, 각지에서 쌀을 사러 오는 상인들이 몰려 전국의 시세가 남부시장에서 결정되었을 정도였다. 남부시장이 쇠퇴의 길에 들어선 것은 80년대에 들어서부터. 전주시 도심 외곽에 대형아파트와 함께 대형상가가 들어서면서 시장의 상권이 잠식당하기 시작한 때부터다.그후 20여년. 남부시장은 쇠락의 길에서 여전히 헤어나지 못한채 기록과 기억으로만 추억하고 있었던 옛 명성을 다시 찾으려는 재기의 출발선에 섰다. 재래시장을 새롭게 가꾸는 사업이 시작된 올해, 남부시장의 역사 찾기가 시작됐다."상가 리모델링해야 시장이 살아납니다" 남부시장변영회 성만용 회장“젊은이들이 와야 시장이 살아납니다. 그러려면 우선 건물이 바뀌어야 해요. 상가 리모델링은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가장 우선되어야 할 사업이지요.”전주남부시장번영회 성만용회장(74)은 남부시장의 반세기 산증인이다. 열여섯살에 장삿길에 입문해 오십해. 남부시장의 흥망과 성쇠를 지켜보아온 몇 안되는 남부시장의 터줏대감이기도 한 그의 인생은 ‘남부시장의 역사’라해도 지나치지 않다.사돈이 운영하는 건어물 상점의 점원으로 들어간지 일년됐을때 주인은 이제 독립해보라며 ‘리어카’를 마련해주었다. 노점상으로 자기 장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가난한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나 벌어 먹고사는 일이 우선이었다는 성회장은 한눈 팔지 않고 오로지 장사로만 인생을 살았다. ‘물건 팔아 남의 돈 주머니에 넣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으나 ‘크게 욕심내지 않고 바르게 살면 뜻을 이룬다 ’는 생각으로 장사를 해온지 10여년. 30대에 이르렀을때는 남부럽지 않을만큼 큰돈을 벌었다. 손님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상점 이름도 자신의 이름을 내세웠다. ‘성만용상회’. 지금은 남의 손에 넘어갔지만 상점의 이름은 그대로다. 그는 11년전에 장사에서 손을 뗐다. 그렇다고 남부시장을 떠난 것은 아니다. 지난 68년, 지금의 시장 건물의 7개동이 신축됐다. 그때 성회장은 시장 사람들과 뜻을 모아 마을금고(남부시장 제일 새마을금고)를 열었다. 좀도리로 1백원, 2백원씩 거두어 설립한 마을금고의 이사장을 맡아 큰 사고없이 꾸려온 성회장은 지난해 남부새마을금고와 통합까지 이루어낸 뒤 물러났다. 그 대신 올해부터는 번영회 상근회장으로 시장 발전을 주도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번영회장도 올해로 28년. 발족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자리를 차지해온 그는 이번 임기를 채우고 자리를 내놓을 생각이다.그의 삶이 이렇게 놓여있으니 남부시장과 관련한 일 어느것 하나도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지난 78년 번영회가 시장 개설 허가를 맡아 민영화를 이룬 것을 보람으로 치는 그는 큰 소망이 있다. 현재 진행중인 리모델링 사업을 무리없이 마무리하는 일과 길가에 나앉은 노점상들이 시장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7동을 확보해 분양하는 일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그는 확신한다. 일흔 중반에도 청년같은 패기가 넘치는 성회장은 번영회장을 물러나면 다시 시장 안으로 돌아간다. 5남매 중 다행스럽게도 대물림하겠다며 시장으로 들어온 막내아들의 가게를 봐주는 즐거움이 쏠쏠할 것 같단다.

  • 문화일반
  • 김은정
  • 2005.01.21 23:02

[템포] '바다의 우유' 굴

지금은 굴이 한창 맛이 있을 때이다. 한 입 물면, 입 안 가득 독특한 굴 향기가 퍼지면서 산뜻하고 시원한 감칠맛이 일품인 굴. 굴은 맛만 좋은 것이 아니다. '바다의 우유'라고 불리는 굴은 비타민과 미네랄의 보고이다. 굴은 비타민 A, B군과 철분, 동, 망간, 요오드, 인 등 미네랄, 칼슘 등 여러 가지 영양소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화도 잘 되기 때문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좋은 영양식품이다. 특히 여성에게 굴이 골다공증예방과 피부미용에 효과가 뛰어난 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서양에서 R자가 들어가지 않은 달에는 굴을 먹지 말라는 말이 있다. R자가 들어가지 않는 달인 5월부터 8월은 굴의 산란기로서 독성과 아린 맛이 있고 맛도 없다. 다른 어패류와 마찬가지로 굴은 신선도가 최우선이다. 굴은 우선, 보기에 몸집이 오돌오돌하고 통통하며 색깔은 우유 빛처럼 흰색을 띤 것이 싱싱한 것이다. 또는 손가락으로 눌러보았을 때 탄력이 있으며 바로 오므라드는 것이 신선한 굴이다.굴을 씻을 때 맹물로 씻으면 조직이 퍼지면서 탄력이 없어지므로 묽은 소금물에 가볍게 헹구면서 껍질을 가려내고 체에 건져 물기를 빼야한다. 요리할 때는 가능한 한 손으로 만지지 않는 것이 신선도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추운 겨울날, 별미로 손쉽게 할 수 있는 고소한 굴밥을 만들어 보자.재료: 쌀 3컵(멸치 다시마 육수 3⅓컵, 간장 2큰술, 맛술 1 큰술, 청주 2큰술, 소금 ⅓작은술)굴 200g, 표고버섯 4장, 김 1장.1.쌀을 밥짓기 1시간 전에 씻어 체에 건져 불린다.2. 표고버섯과 김을 채썬다.3. 굴은 소금물에 흔들어 씻고 물기를 빼서 끊는 멸치 다시마 육수에 살짝 데쳐낸다.4. 굴을 데쳐낸 물에 불린 쌀을 넣고 잘 저어 밥을 짓는다.5. 밥이 다 됐을 때 굴과 표고버섯을 얹어 뜸을 들인다. 6. 김을 고명으로 얹어 낸다.굴의 신선한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생굴이 으뜸. 초고추장을 곁들이는 생굴은 많이 시식해 봤으므로 오늘은 서양식으로 생굴 칵테일을 만들어보자.재료: 굴 20개/샐러리, 파슬리 조금씩/ 굴 소스(토마토 케첩 4큰술, 레몬즙 2큰술, 서양겨자 1작은술, 소금ㆍ후춧가루 조금씩)1. 엷은 소금물에 굴을 껍질 째 넣고 살살 흔들어 씻은 뒤 흐르는 물에 2~3번 헹구어 물기 가 빠지도록 엎어둔다. 물기가 빠지면 냉장고에 넣어둔다.2. 샐러리는 깨끗이 씻어 물기를 턴 뒤 연한 끝 잎만 떼어 다듬어 놓고, 파슬리는 흐르는 물 에 씻어 시들지 않도록 찬물에 담가둔다.3. 토마토 케첩, 레몬 즙, 서양겨자를 분량대로 넣고 소금, 후춧가루로 간을 하여 굴 소스를 만든다.4. 넓은 접시에 얼음 조각을 깔고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굴을 껍질 째 둥글게 돌려 담은 뒤 샐러리를 얹고 굴 소스를 한 방울씩 떨어뜨린다. 굴 껍질 사이사이에 파슬리로 장식을 한다.굴은 전을 부쳐서 익혀 먹으면 생으로 먹을 때와는 또 다른 맛이 있다. 냉장고에 있는 야채를 넣고 굴야채전을 만든다.재료: 굴 200g, 양파 ½개, 호박 50g, 당근 50g, 달걀 2개, 후춧가루ㆍ소금 약간씩, 식용유 약간1. 굴은 껍데기를 골라 소금물에 살살 흔들어 씻은 후 물기를 뺀다.2. 호박, 당근, 양파는 잘게 다진다.3. 굴을 소금과 후춧가루로 밑간을 한 다음 밀가루에 버무린다.4. 그릇에 달걀을 풀어 소금과 야채를 잘 섞은 후 굴을 넣어 반죽을 입힌다. 5 팬을 달군 다 음 기름을 두르고 굴을 2~3개씩 둥글게 놓고 노릇노릇하게 지진다.차가운 바람이 부는 겨울날에는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인 굴두부탕을 준비한다.재료: 굴½컵, 두부⅓모, 홍고추 1개, 실파 3뿌리, 새우젓 국물 2큰술, 소금ㆍ참기름 약간, 다시마물 3.5컵1. 굴은 소금물에 두 번 헹궈 낸다.2. 두부는 1cm 굵기, 3cm 길이로 썰고 홍고추와 실파는 3cm 길이 정도로 채 썬다.3. 냄비에 분량의 다시마물을 붓고 두부와 홍고추채를 넣어 소금으로 싱겁게 간을 한다.4. 두부가 부드러워지면 굴을 넣고 끊인다. 두부를 끊일 때 떠오르는 거품은 걷어낸다.5. 실파를 넣고 새우젓 국물을 간을 한 다음, 두세 방울 참기름을 떨어뜨린 후 담아낸다.

  • 문화일반
  • 서유진
  • 2005.01.21 23:02

[템포] 장바구니 메모

롯데백화점 전주점은 겨울제품 재고정리행사를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패션잡화매장에서는 23일까지 유명 화장품 특별기획전과 유명 구두 특별 상품전, 패션잡화 줄서기 한정 상품전 등을 진행한다. 500원짜리 양말과 1만원짜리 핸드백 등이 선보인다. 일부 브랜드는 구두와 핸드백 첫 구매고객에게 50%할인하는 절반가 행사도 진행한다.가정생활용품매장에서는 키친아트 균일가, 행남자기 할인전, 소파·식탁·침대 등 할인행사도 연다.식품매장에서도 바겐세일축하 특별 한정판매전과 주말 3일 초특가 모음전, 식품관 알뜰 상품전을 21일부터 23일까지 전개한다. 전주코아백화점도 겨울상품 마감전 및 설선물 모음전을 연다.여성의류 행사장에서는 르네아 피에르가르뎅 한강모피 페시타브랜드 모피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스케웨어 폴제니스 특별전도 열리며, 캐주얼웨어 하운드 기획전과 아동의류 오모로이 천우 특가전도 21일부터 진행된다.클라라윤과 오리지날리 브랜드 특별전도 21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며, 남성캐주얼 마에스트로 특별전도 27일까지 열린다.특히 패션잡화매장에서는 핸드백과 지갑 스카프 등 설선물상품 모음전이 다채롭게 마련된다.농협전주하나로클럽은 23일까지 설맞이 할인전 1차 행사를 벌인다. 매일 신선식품 2개품목을 선정해 싼 가격에 판매하는 신선식품 일자별 할인전과 제수용품 모음전 등을 진행한다.21일에는 한우마구리100g을 980원 깻잎 한봉지는 780원에 팔며, 22일에는 느타리버섯 100g을 480원 생태 2마리는 3980원에 거래한다. 23일에는 북어채 200g을 5000원 곰탕떡국 480g은 2990원에 판매한다.제수용품 모음전에서는 배 1개가 2600원, 밤 1㎏이 3900원, 도라지 100g은 1580원, 통밀가루 100g은 2250원, 동태전 100g 750원, 백화수복 1.8ℓ는 7350원이다.또 행사기간동안 사과 100g에 360원, 시금치 100g은 98원, 삼겹살 100g은 1250원, 제주갈치 2마리 7500원, 후레쉬오렌지 1.5ℓ 2570원에 판매한다.

  • 문화일반
  • 은수정
  • 2005.01.21 23:02

[템포] 설 선물 알뜰 웰빙상품 모두 모였다

올해 설 선물은 실속형 선물세트와 함께 건강을 생각하는 웰빙세트가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도내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번 설 선물은 경기침체 영향으로 생필품중심의 초저가세트를 대폭 확대했으며, 건강관련상품도 늘리는 등 알뜰형과 웰빙형 선물마련에 주력했다고 밝혔다. 특히 백화점은 명품상품에 중저가 선물을 확대했고, 할인점은 저가의 실속상품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판매전략도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 추석까지 일부품목에 한정됐던 덤행사가 가공생필품 전 품목으로 확대됐고, 예약주문할인판매 참여업체도 늘고 있다.기업체나 기관 등 단체고객을 잡으려는 특판경쟁은 이미 연초부터 전개됐다. ◇롯데백화점 전주점은 설 선물세트를 1천2백여종으로 지난 추석보다 10%이상 늘렸다. 이 가운데 5만원대 이하 선물이 전체의 50%이상을 차지하는 등 중저가선물 비중을 확대, 한층 고급화한 명품선물과 실속선물세트 양면작전을 쓰고 있다. 특히 중저가 상품의 경우 비누세트 등의 생필품과 식용유 등 가공식품이 전체 상품의 32%를 차지할 만큼 실속형 생활용품을 대거 준비했다. 롯데는 또 수삼과 홍삼 와인 등 웰빙형선물도 다량 마련, 명품선물과 실속선물의 틈새시장도 노리고 있다.또한 백화점 상품권도 추석대비 20%이상 신장할 것으로 보고 특별판매팀을 구성, 상품권 마케팅에도 주력하고 있다.◇전주코아백화점도 백화점 식품매장 특성을 살려 고가 명품선물을 다양하게 마련하는 한편 경기를 반영한 저가선물과 웰빙상품을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다.특히 한우와 굴비 등 수산·축산 선물세트의 경우 고객 주문에 따라 가격대를 맞춰주는 맞춤형 선물을 선보인다. 1∼3만원대 가공·생필품 선물세트도 다양하게 준비하고 10세트 구입시 한세트를 얹어주는 덤행사를 5세트구입시에도 주는 등 덤행사를 확대했다.◇이마트를 비롯한 할인점업계는 초저가 선물세트를 대폭 강화하는 한편 백화점 고객 흡수를 위해 웰빙관련 상품과 고품격 선물세트도 늘리고 있다.이마트는 초저가 실속형 선물세트를 대거 개발했다. 이와함께 유기농와인, 수삼·더덕세트 등 고품격 선물도 확대했다.초저가형 선물세트인 생활용품 통조림세트 등의 물량을 20~30%까지 확대하고, 꾸준히 수요가 늘고 있는 축산선물세트 비중도 40%이상 늘릴 계획이다. 또 와인과 민속주도 취급량을 확대하는 반면, 수산선물세트는 소폭 줄였다. ◇농협전주하나로클럽 설선물은 초저가와 초고가 상품으로 양극화가 뚜렷하다.설 선물로 1천여종을 준비했는데 1만원대 미만의 생필품이 30%가량 차지한다. 가공 및 생필품 물량이 이 가격대에 집중됐다. 건강관련상품 비중도 확대했다. 가공식품도 웰빙형상품으로 마련했으며, 수산과 축산선물도 웰빙형 고급상품으로 준비하고 있다. 농수축산물 전문매장 특성을 살려 명품잡곡 사과·배 더덕 토종꿀 등 지역특산품도 전략상품으로 마련했다.◇대한통운마트는 1∼3만원대 가공·생필품과 전북지역 특산품을 설 특판 주력상품으로 내세웠다.가공식품과 종합생활용품세트 주류 등 3만원대 미만 상품이 전체 설 상품의 50∼60%를 차지한다. 잔뜩 위축된 소비심리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진안수삼과 무주곶감, 장수사과 등이 지역 특산품으로 준비됐다. 이들 상품의 경우 품질이나 가격면에서 경쟁력을 지닐 것으로 보고 있다.올해 가격이 오른 갈비와 사과세트도 용량조절을 통해 지난해 수준으로 가격을 맞췄다. 대한통운마트는 설 상품으로 농·수·축·가공·건강식품 1천2백여가지를 준비했다. 눈에 띄는 웰빙선물 올리브유 단연 인기올해 설상품의 화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웰빙'이다. 초고가 명품선물은 물론 2∼3만원대 가공식품 및 생필품까지 건강을 생각한 제품들이 주류다. 따라서 명품선물은 더욱 고급스러워지면서 비싸졌고, 중저가 선물에는 전통차와 와인 등이 인기상품으로 명함을 내밀었다.2∼3만원대 선물중에는 단연 올리브유가 눈에 띈다. 오뚜기 청정원 CJ 등 식품제조업체마다 올리유세트를 가공식품 주력 선물로 선보이고 있다. 가격은 1만5000원대부터 3만7000원선까지.유기농자연콩간장과 올리브유 참기름 등 유기농제품 혼합세트도 선보였다. 가격은 2만2000원부터 3만6000원선.녹차를 비롯한 전통차 선물품목도 다양해졌다. 대추·생강·잡화꿀차세트, 한방인진쑥차 등이 건강차선물로 이름을 올렸다. 가격은 2만3000원대부터 60000원대까지. 최근 선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와인도 프랑스산과 칠레 이태리산 등이 판매되고 있으며, 2만5000원대부터 제품이 나와있다.10만원대 고급상품으로는 수삼과 홍삼제품이 웰빙선물로 인기다. 건강보조식품 클로렐라관련상품도 소비자들에 호응을 얻고 있는 품목이다.명절 전통선물인 갈비나 굴비 과일세트도 업그레이드됐다. 허브굴비세트, 콜라겐프리미엄 귀족멸치세트, 생산이력을 관리받고 있는 장수목장한우세트, 친환경재배 사과·배세트 등 친환경재배에 건강효능을 강화한 프리미엄급 제품들이 선보이고 있다.

  • 문화일반
  • 은수정
  • 2005.01.21 23:02

[강대택의 알쏭달쏭 우리말] 혜존(惠存)의 남발

해마다 우리 나라에서 출판되는 도서만도 수 만 권을 헤아린다.이 가운데는 물론 책장 하나 하나를 함부로 넘기기가 차마 아까운 책, 읽어서 양질(良質)의 상상력이 비오듯 쏟아지게 하는 책이 있는가 하면, 그 몰골이든 내용이든 도무지 책으로 인정하기가 몹시 어려운 책, 악질(惡質)의 상상력만 비듬처럼 날리게 하는 책도 있다.그건 그렇고, 어쨌거나 책이 탄생하면 으레 증정본, 젊잖은 말로 ‘혜존본(惠存本)’이 적잖이 나가게 되는데, 세상이 아무리 급해도 여기서 잠깐 ‘혜존’이란 말좀 분석해 보자.많은 사람들이 자기 저서를 다른 사람에게 증정할 때, ‘아무개 선생 혜존’이니 ‘○○○교수님 혜존’ 이라고 쓰고 있는데, 이는 좀 생각해 볼 문제다.국어사전의 풀이를 보면 ‘혜존’이란 “저서나 작품을 남에게 줄 때 ‘받아 간직해 주십사’의 뜻으로 상대편의 이름 밑에 쓰는 말”이라고 되어있다.다시 말하면 이 말은 ‘어질게, 은혜롭게 받아 고이 간직해 달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야말로 글자그대로 양서(良書)를 지은 양식인(良識人)이 자신의 제자나 후배한테 줄 때라면 혹시 모르되, 제자가 자신이 지은 책을 스승한테 드릴 때도 과연 ‘은혜롭게 고이 간직해 달라’는 뜻의 혜존이란 낱말을 써도 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일본에서도 ‘惠存(게이손)’이란 말을 쓰고 있으나 ‘삼가 거두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뜻으로 통하고, 또한 영어의 권위서를 봐도 ‘위드 더 캄플리먼츠 오브 미스터 오더’라 해서 경의(敬意)가 잘 표현돼 있단다.그러고 보면 우리도 차라리 그냥 ‘○○○선생님께 ○○○드림’이나 ‘○○○근정(謹呈)’이라고 쓰면 무난하지 않을까 싶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5.01.21 23:02

[템포] 겨울, 남부시장의 새벽풍경.

이른 아침 7시. 전주 남부시장이 맞닿은 전주 천변은 좌판 벌인 상인들이 늘어섰습니다. 어슴프레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이미 시장은 끝물로 가고 있는 중입니다. ‘떨이’ 하느라 몇몇 아주머니들은 손놀림이 분주해졌습니다. 아직 ‘마수’도 못했다는 한 아주머니는 샛노란 단무지가 아직도 가득차있는 통안을 뒤적이며 ‘오늘 좀 늦었던 탓’이라 자책합니다. 남부시장 새벽 좌판의 대부분은 먹거리가 주류입니다. 채소, 어물, 과일, 건어물, 반찬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도 참으로 다양합니다. 팔거나 팔리기 위해 나온 사람들과 물건들은 장보러 나온 사람들의 눈에 띠어야만 팔릴 수 있습니다. 손님 끌기 위한 특별한 비법이 필요할 법한데도 새벽장에 나온 사람들은 서로 많이 팔겠다고 앞서지 않습니다. ‘성님’ ‘동상’ 인연 맺은지 이미 오래된 시장 아주머니들은 웬만한 일에 얼굴 붉히지 않습니다. ‘성님’이 자리 비운동안 손님이 들면 ‘동상’이 물건을 팝니다. 그 물건이 내가 파는 같은 종류일지라도 손님 채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하루 이틀 장사하는 것 아닌디 나만 팔것다고 그렇먼 쓰간디?” 올해 쉰다섯됐다는 이씨 아주머니가 곱게 눈을 흘깁니다. 벙거지 뒤집어쓰고 마스크에 털목도리까지 칭칭 동여매어 빼꼼하게 눈만 내보이는 아주머니 눈가에 깊게 패인 주름이 예쁩니다. 남부시장에서 완산동으로 이르는 매곡교도 좌판이 메웠습니다. ‘조미료는 하나도 쓰지않고 자연 그대로 담갔다는 밑반찬’ 으로 좌판을 연 김씨 아주머니의 신세타령이 이어집니다. 새벽 다섯시에 나왔지만 두시간이 넘게 어느것 하나 팔지 못한 서러움 탓입니다. 봉동에서 축산업을 하며 제법 살만했다는 김씨 아주머니는 “사람 돌라먹을라고 눈돌리는 사람들 때문에 결국은 부도를 맞아” 길거리로 나왔습니다. 중앙시장을 거쳐 남부시장으로 온지 7-8년. 10년, 20년되는 사람들에 비하면 아직 ‘새잽이’입니다. 올해 환갑을 맞았다는 아주머니는 좀체 나이 들어 보이지 않습니다. 고생스러워도 ‘내것 벌은 만큼 먹고 살 수 있으니 마음은 편한’ 덕분인가 봅니다. “빈손으로 리어카 끌고 길가에 나앉아 봐. 누구라도 동냥치 안되나.” 김씨 아주머니는 끝내 눈물바람입니다. 첫 손님이 왔습니다. 단골입니다. 고춧잎 2천원어치, 깻잎 2천원어치. 만원짜리 내고 6천원 거슬러받던 단골은 성큼 6천원짜리 청국장 덩어리를 짚어들며 말합니다. “우리집 아저씨가 이집 반찬 아니면 맛이 없다네.” 김씨 아주머니 얼굴에 활짝 웃음이 퍼집니다. “아 내것은 조미료 같은 것 안친당게. 이것 자연 그대로여. 어디 저 큰 시장가봐. 이런것 있는가.” 곶감파는 이웃 ‘동상’도 “암만, 이집것이 제일 맛있어” 한 수 더합니다. 커피파는 아주머니는 흥얼흥얼 입에 노래 달고 있습니다. “장사도 잘 안된다면서 즐거우세요?” “그럼. 이렇게 즐겁지 않으면 장사 못나오지.” 새벽 두시부터 아홉시가 되어가는 시간, 꼬박 7시간이 지났지만 빈종이컵은 대형 쓰레기 봉투 하나를 채우지 못했습니다. 어느새 오가는 차들이 많아졌습니다. 이제 좌판 거두어야할 시간입니다. 지나가던 단골 손님이 파장 준비하느라 손수레 끌고 나서는 무우 장사 아주머니에게 소리칩니다. “무수언니! 인자 큰일났네. 내일 아침 신문 날거여.” 아주머니가 뒤돌아보며 말합니다. “나 얼굴만 안나오게 찍어. 자슥덜 보먼 맴 아픈게. 뒷판도 볼만혀.” 웃음 터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둠이 가시고, 밝아지는 동안 한편의 정겨운 세상 풍경이 마감합니다. 인생에 이렇게 다양한 길이 있었음을 알았습니다. 파장하는 시장 풍경이 이제 허전하지 않습니다.

  • 문화일반
  • 김은정
  • 2005.01.2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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