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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중문화의 집 '모둠살이 놀이교육', "또래끼지 노는 재미 톡톡"

지난 9일 오후 4시 30분 전주 아중문화의 집엔 고만고만한 초등학생들이 가득하다. 네 박자 게임'자기 이름대기'로 낯설음을 없애는 한 묶음의 아이들. 어느새 친구의 이름을 익힌 아이들은, 잠시 제 이름을 잊어버리거나 박자를 놓친 또래의 이름을 대신 대답해주곤 한다. 곧 이은 우리 악기를 다뤄보는 시간. 보고 들어본 적은 있어도 직접 만지고 소리를 내볼 기회가 흔치 않았던 아이들은 장구와 쇠, 징과 씨름하기 바쁘다. "자 이제 비석치기 하러 갈까요.” 강사 김정자씨(30)가 굳이 호루라기를 불지 않아도 아이들의 대답과 행동은 언제나 하나.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자녀와 함께 이곳을 찾은 엄마들은 금새 뒷전으로 밀려났지만, 로비 한쪽에서 엄마들의 수다놀이도 시작됐다. 전주 아중문화의 집(관장 임병용)과 놀이패'우리마당'(대표 김선태)이 함께 개설한 어린이 민속놀이 교실 '함께 하는 모둠살이 놀이교실'의 첫 날 풍경이다. 학교가 끝나면 이런저런 학원을 찾아다녀야 하고, 거리에서 뛰어 놀기보다 컴퓨터게임과 TV에 익숙한 게 2003년의 어린이들. "도시라는 환경이 우리 어린이들을 놀이가 없는 현실로 내몰았다”는 아중문화의집 양귀의 운영실장은 "자유롭고 다양한 우리 민속놀이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함께 즐기는 재미와 공동체 문화의 의미를 전해주고 싶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아중문화의 집에서는 매주 월요일 오후 4시30분부터 90분간 △콩주머니·구슬치기 등 도구를 이용한 놀이 △강강술래의 다양한 놀이를 경험하는 대동놀이 △전주천변에 배 띄우기·봉숭아 물 들이기 등 야외학습 △다리세기 놀이·꼬마야 꼬마야 등 전래동요와 함께 하는 놀이 등 다양한 우리 놀이가 모둠살이 놀이교실을 통해 펼쳐진다. 또 매 시간 풍물강사 김형태씨(28)의 지도로 우리 악기들과 만나는 시간도 준비돼 있다. 30명씩 2회로 나눠 각각 12주동안 진행될 모둠살이 놀이교육은 9월 8일부터 11월 24일까지 참가할 두 번째 아이들을 기다린다. 수강료는 무료지만 악기구입과 약간의 교구비는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문의 063)241-1123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3.06.12 23:02

"국악협회, 賞 주기 위해 행사 치르나"

'상에 얽매여 전통예술경연대회 연기하나?'올해 초 전통예술경연대회에 지원했던 대통령상과 함께 장관상을 대폭 축소했던 문화관광부가 '7월까지 시상내역 조정'방침을 추진하자, 일부 국악단체에서는 경연대회를 연기하면서 까지 상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대통령상 시상이 취소된 전국고수대회를 주최하는 전북국악협회(회장 김학곤)는 지난달 22일부터 사흘간 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치르기로 한 대회를 7월 이후로 무기한 연기했다. 문광부 측이 시상관계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고 있어 대회의 위상이 떨어진 상태로 대회를 치를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김학곤 회장의 설명.김학곤 회장은 "대통령상 취소 방침에 대한 재심의를 요구하는 등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면서 "국내 최고의 명고수 등용문인 대회의 권위가 떨어진 상태로는 대회를 개최할 수 없다”고 밝혔다.오는 14일과 15일 완주 삼례문화체육센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국창 권삼득추모 전국국악대제전도 문화관광부장관상 지원이 취소되면서 무기한 연기를 결정했다 다시 개최키로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주최측인 (사)한국국악협회 완주지부는 문화관광부장관상 대신 교육인적자원부장관상으로 대체, 오는 28일 예정대로 올해 대회를 치르기로 했다.이와 관련, 최근 문광부로부터 시상내역 조정 지침을 받은 전북도는 전통예술경연대회 정부시상대회 선정 심사위원회를 열고, △역사성과 전통성 △예산확보 가능성을 토대로 우선 순위를 정한 뒤 문광부에 상정했다.전국고수대회 대통령상 시상을 비롯해 완산전국국악대제전과 김제지평선축제 전국농악경연대회 총리상 시상, 그리고 전주대사습놀이 학생전국대회 장관상 시상 등 대통령상 1개, 총리상 3개, 장관상 19개 등을 요청했다.김형용 문화예술담당은 "전통예술경연대회 정부시상 구조조정 이후 국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어 문광부가 예술성과 작품성으로 시상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여론을 받아들인 결과”라며 "7월 중순께면 문광부의 심사결과가 나올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대통령상이나 장관상 등 상의 이름이 주는 외형적인 위상보다는 경연대회의 내실을 다져 권위를 높여나가는 일이 중요하다는고 지적하고 있다.상의 이름에만 연연하기 보다는 실제로 대회의 규모를 갖추고 지역민의 높은 참여와 공정한 심사로 대회의 취지를 살려 권위를 스스로 다지는 작업이 더 절실하다는 것이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3.06.12 23:02

군산서 채만식 선생 53주기 추모식 열려

'풍자문학의 대가'로 일컬어지는 백릉 채만식 선생(1902∼1950)은 식민주의 현실을 역동적인 미학으로 형상화, 전근대적인 서사문학의 한계를 극복한 소설가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11일 오전 군산 채만식문학관에서 열린 백릉 서거 53주기 추모식에서 '채만식 소설과 서사전통'을 강연한 유화수 호원대 교수는 "백릉이 작가생활을 했던 때는 식민주의 아래에서 역사의 발전이 정체된 시대이자 비이성적인 탐욕과 억압이 일상생활을 지배했던 시대였다”면서 백릉은 이를 붕괴와 생성의 미학으로 다뤄 서사문학의 한계를 극복했다고 주장했다.유교수는 백릉이 문학을 통해 표현했던 주체적인 자각과 탈식민주의적 흐름은 세계문학사적 측면에서도 선구적인 의미가 적지 않다면서 오늘날 우리문학의 나아갈 바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채만식인생과 문학에 대하여'를 강연한 이복웅 군산문화원장도 백릉은 한국현대문학사에 있어서 가장 높은 봉우리의 하나를 이룬 작가였지만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진정한 평가 또는 문학적 업적에 대해선 인색했다고 밝혔다.이는 소외된 사회적 초상을 풍자와 냉소로 제시하면서 암울하고 참담했던 일제시대의 민족사를 질타했던 백릉문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데 비롯됐다고 지적한 이원장은 "이제라도 시간과 공간을 넘어 백름선생의 문학적인 업적을 제자리로 올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군산문화원의 주관으로 열린 채만식 선생 53주기 추모식에서는 헌시낭송과 채만식 약사, 추모사 등이 마련됐으며 2백여명의 문학인과 시민이 참석했다.

  • 문화일반
  • 정영욱
  • 2003.06.12 23:02

목판화 여백속에 숨겨진 사유, 유대수 다섯번째 개인展

판화가 유대수씨(39)는 그동안 화가보다 문화일꾼으로서의 활동이 다양했다. 지난 98년 개인전을 끝으로 화랑 전시기획자부터 전북판화가협회장, 전북문화개혁회의 사무처장 등 다양한 직함으로 활동하며 지역 문화계에 힘을 보태왔다. 과외 활동(?)으로 바빴던 그가 5년만에 본연의 모습, '화가'로 돌아와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그가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 내놓은 주제는 '생각에 잠기다'. 아무 의미없이 지나쳐버리기 쉬운 주변 풍경과 일상에 숨어있는 수많은 사유를 포착한 작품세계를 선보이는 다섯번째 개인전이다."세상사가 복잡하고 바쁘게 돌아가지만 문득 문득 생각에 빠져들 때가 많다. 실재(實在)에서 한발짝 떨어져 사색하는 맛을 표현했다. 풍경이지만 그 속에서 삶의 편린을 쉽게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관조적이고 미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하지 않고 삶의 여유와 흐름을 담아냈다는 그는 관객들도 편안한 마음으로 사색에 잠겨보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이번 작품들은 목판화라는 점에서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인물이나 사물의 세밀한 부분까지 정밀 묘사하고, 여백의 미를 충분히 살린 점이 특징이다. 목판 가득 심상적 형상을 가득하게 담아냈던 이전 작품과는 분명 다르다.넉넉한 여백과 먼산을 바라보거나 오솔길을 걸어가는 작은 인물들은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 관계속에 흐르는 상념과 삶의 체취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내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관조적 풍경'일 수도 있고, 그동안 주변의 풍경과 여행을 통해 쌓아두었던 경험을 기록한 '일기'일 수도 있다.”소나무 아래 작은 그('생각에 잠기다')와 끝없는 남해바다를 앞두고 점점이 무리지어 있는 사람들('남해에서'), 그리고 숱한 사람들의 사연을 간직한 채 올려진 작은 돌탑('돌탑')은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사는 일'에 치여 작업에 소홀했지만 항상 '그림 그리기'에 목말라 있었다는 그의 바람은 사람내음 물씬 풍기는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나는 화가로 남는 것이다. 그가 우리 삶의 단편을 담은 전시는 11일부터 21일까지 전주서신갤러리에서 이어진다. 14일 오후 3시에는 '형상의 이외를 사유하기'를 주제로 작가와의 대화시간도 마련된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3.06.12 23:02

[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진정으로 걱정해야 할 것

不患寡而患不均하고 不患貧而患不安하라불환과이환불균 불환빈이환불안백성의 수가 적음을 근심하지 말고 백성들이 골고루 각자의 분수에 맞게 살지 못함이 있을 것을 걱정하고, 가난함을 걱정하지 말고 편안하지 못함을 걱정하라.《논어》 〈계씨편(季氏篇)〉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백성이 아무리 많이 있어도 각기 분수에 맞게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 주지 않으면 오히려 그 백성들을 죽이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러므로 백성들에게는 누구라도 일거리를 갖게 해주어야 한다. 비록 가난하더라도 사회가 안정되어 상하가 화목하는 사회라면 그 사회는 살아갈 만한 사회다. 그러나, 비록 부가 많이 쌓여 있다고 하더라도 상하가 불목하고 인심이 흉흉한 세상이라면 오히려 불안해서 살수가 없다. 진정으로 잘 다스려지고 있는 국가란 바로 모든 백성들이 자신의 일을 분수껏 보람을 가지고 하면서 이웃 간에 화목하게 지내는 인심 좋은 국가인 것이다. 전라북도의 인구가 날로 줄어서 큰 걱정이다. 그래서 각 군·시·도에서는 인구 늘이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인구 늘이기 운동, 캠페인을 벌이고 출산을 장려하는 등 '운동'을 벌인다고 해서 인구가 늘어날까? 약간은 도움이 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일자리가 있어야한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사이에 화목함이 흐르는 훈훈한 인심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모여들기 마련이다. 전라북도를 잘 사는 도로 만들기 위하여 지금은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전라북도에서 행해지고 있는 많은 '행사'들이 다 일거리를 낳고 또 일거리로 전환될 수 있도록 특히 지도층이 머리를 짜야 할 때인 것이다. 患:근심할 환 寡:적을 과 均:고를 균 貧:가난할 빈 安:편안할 안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3.06.12 23:02

어릴적 향수 가득한, 젊은 만화가 조양호의 '그땐 그랬지'

잔인한 폭력과 선정적인 장면이 난무하는 만화가 판치는 요즘, 성인을 위한 만화지만 전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만화책이 나왔다.젊은 만화가 조양호씨(30)의 처녀작 '그땐 그랬지'. (새만화책)지난 2001년 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주관한 '서울 창작만화·애니메이션 제작지원공모'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돼 1,000여만원의 제작비와 출판비용을 지원받았던 그가 2년 동안 매달려 완성한 작품이다. 국내 만화시장에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참신한 신진 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해 해마다 열고 있는 이 공모전에서 지역 작가가 지원대상으로 선정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전북대 미술학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그가 만화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은 만화에 대한 애정 때문. 순수회화를 바탕으로 하는 서정적인 만화세계를 선보이겠다는 것."만화 모티브 역시 일상과 어린 시절의 기억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유년시절의 기억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작품이다.”어느 시골마을의 여름날을 다룬 그의 작품에는 한 대 뿐인 텔레비전을 보기 위해 모여드는 마을 사람들의 순박함과 수박서리, 느티나무 정자 등 60∼70년대 시골 풍경이 가득하다.이제 첫단추를 꿰었을 뿐이라는 그의 바람은 픽 웃어버리고 마는 만화가 아니라, 삶이 있고 정서가 담긴 출판 만화를 그리는 것이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3.06.11 23:02

일상을 소재로 다가온, 정순량 시조시인의 '해 오름 그 빛살처럼'

시조는 일반인들에게 난해하게 여겨진다. 짧은 형식에 하고 싶은 말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창작하기도 어려운데다, 읽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일상의 삶을 소재로 일반인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시조집이 나왔다. 정순량 시조시인(62·우석대 대학원장)이 펴낸 일곱번째 작품집 '해 오름 그 빛살처럼'.(도서출판 이삭)회갑기념 문집 '축복의 열매'(2001년)을 펴낸 지 2년만에 내놓은 책으로 가족과 자연, 환경문제 등 시인이 보고 느낀 일들을 '3·4'조와 '4·4'조의 운율에 띄워놓은 작품들을 담고 있다."어려운 수학방정식은 수학 전공자가 아니면 이해하지 못한다. 시조도 마찬가지다. 난해한 시조는 일반인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고, 몇몇 시인들에게만 읽힐 뿐이다.”시조의 생명인 상징과 은유의 적절한 수위 조절이 '시조 대중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게 시인의 설명이다.'당신 모습 내 눈 속에/ 하나 가득 담겨 있고/내 모습도 당신 눈에 저리 분명 비치는데/당신을 사랑합니다/그 한 마디 못하겠소'(구애)폰팅 문자팅 넷채팅 등이 성행하는 요즘, 시조로 사랑하는 마음 담아 전하는 시인의 순수함이 새록새록 묻어난다. '파도' '낙조' 등 자연을 노래한 시조도 상징과 은유보다는 직설적인 것이 특징이다. 자연의 상황을 그대로 서술, 꾸밈없다는 점이 오히려 친근하게 다가온다.지난 76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와 '시조문학'지에 천료돼 등단한 시인은 전라시조문학회장, 가람시조문학회 부회장, 시조문학작가회 부회장을 지냈으며 전라시조문학상과 전북문학상을 수상했다.죽는 날까지 독자들에게 '빛살처럼 퍼지는 시조'를 쓰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전북사람들이 시조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내 가람 선생이 일궈놓은 '시조 고향'의 맥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3.06.11 23:02

[책과 사람] 소순열·원용찬교수가 주목하는 지방의 자립적 가치

'전주의 산업은 생산보다는 소비위주다. 내세울 것이 없다. 30년대, 60년대, 90년대에도 같은 모습이다. 세월이 흘렀는데 이런 전주사정은 여전하다.'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 교육, 그 어느 분야가 서울 중심의 관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전북대 농업경제학과 소순열교수(48)와 경제학부 원용찬교수(47)가 최근 펴낸 '전북의 시장 경제사'(전라문화연구소)는 서울 집중의 상황을 더 고착화시키는 '중앙(서울) 대 주변(지방)의 관점'을 벗어나 지방의 자립적 가치를 주목하는 주체적 시각에서 쓰여진 책이다. 1년 여동안의 작업. 줄곧 지역의 경제사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주목해온 두 연구자가 마음 모아 펴낸 이 책은 근대 이전(원용찬)부터 근대(소순열)의 전북 경제와 시장의 역사를 정리한 일종의 경제 통사다. 딱딱한 경제이론서가 아니라 사회사적 관점에서 경제환경을 분석하고 정리한 덕분에 일반 독자들까지도 두루 읽혀질 이 책의 의미는 그러나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이란 공간과 지역적 개념이며 동시에 역사 문화적 개념이다. 각각의 지역에는 고유한 역사와 문화적 개성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한 개성과 특성을 가진 지역의 역사 속에서 전체가 이뤄진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책은 역사적인 시점에서 전북이라는 경제구조를 정리하고자 한 첫 작업이랄 수 있다."전북에서는 어떤 물건을 만들고 이를 어떻게 주고 받았으며 그리고 그 활동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던가. 이렇게 시작된 연구자들의 작업은 물자의 이동경로에 따라 형성된 도로 해운 교통 화폐 금융은 물론, 그것들이 식민지시대에 와서는 어떻게 왜곡되었고 어떻게 빼앗겼는가를 숨가쁘게 더터낸다. 전라감영의 화려한 명성, 군산항의 개항과 식민지 수탈, 그리고 산업화로부터 철저하게 소외되었던 60-70년대를 거쳐 오늘에 이른 전북 경제사의 모습은 쇠락 그 자체. 연구자들은 비록 암울한 과거라 할지라도 그것을 바로 읽어내는 일이야말로 보다 희망적인 전북경제의 미래를 열어가는 길이라고 말한다. "흔히 전북을 3% 경제라고 한다. 이렇게 뒤떨어진 이유를 지나간 정권의 지역차별정책 탓이라고들 하지만 그러한 정책소외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보다 근본적인 책임은 급변하는 산업구조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우리 자신들에게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작년 한해만도 전북인구는 5만3천명 정도가 줄어들었고, 지난 5년동안 해마다 1만명씩 빠져나갔다는 사실을 주목하는 이들은 이러한 현실이 있게 된 오늘의 환경을 직시할 것을 주문했다. 명망성이나 과학적인 인식 없이 자긍심만 부각시키는 향토사의 맹점을 단호하게 떨쳐버린 이 책은 전북의 시장경제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만 그 의미는 시장의 역사에만 갇혀있지 않다. 시장경제사를 통해 이르는 사회사의 면면이 더 깊은 덕분이다. 그러나 정작 연구자들의 아쉬움은 따로 있다. "결국 역사를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철저하게 객관적이려고 노력했지만 부족함이 적지 않고, 현장성이 마음만큼 따라주지 못한 것도 큰 아쉬움이다."결국 이들은 다시 새로운 과제를 얻었다. 사회사적으로 접근하는 경제통사를 정리하는 일과 이 지역 경제사의 자산을 문화컨텐츠로 이어가는 일이 그것이다. 갇혀 있던 지역경제사가 빛을 보기 시작했다.

  • 문화일반
  • 김은정
  • 2003.06.11 23:02

[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구름

出本無心歸亦好하니 白雲還似望雲人이라출본무심귀역호 백운환사망운인나타날 때도 본래 무심하여 전혀 의도하는 바가 없더니만 돌아갈 때도(사라질 때도) 또한 좋게 스러지는구나. 저 흰 구름이 그 구름을 바라보고 있는 이 사람 같네 그려.송나라 때의 대 시인이자 문장가인 소동파의 〈망운루(望雲樓)〉시 3,4구이다. 소동파의 천재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하는 시이다. 구름이 나고 드는 데 무슨 의도가 있으랴!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나타났다가 아무 생각 없이 사라지는 게 구름이다. 그렇게 무심하게 오고 가기 때문에 구름은 더할 나위 없이 한가하다. 소동파는 그런 구름을 바라보며 그 구름의 한가한 모습이 바로 구름을 바라보고 있는 이 사람 즉 자기 자신과 같다고 하였다. 겨우 14자의 한자를 이용하여 이처럼 운치 있는 내용의 글을 이렇게 재치 있게 써내다니, 소동파는 역시 천재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한다. 도연명의 〈사시(四時:사 계절))〉시 가운데 여름철에 해당하는 구절로서 "하운다기봉(夏雲多奇峰)"이라는 구절이 있다. "여름 구름에는 기이한 봉우리가 많다"는 뜻이다. 여름 풍경을 대표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구름이다. 그 구름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정말 기이한 봉우리, 아니 봉우리뿐이 아니라 별별 기이한 모습들이 다 연출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미 여름이 시작되었다. 올 여름에는 구름을 보도록 하자. 맨 날 어두운 땅만 바라보지 말고 시원한 하늘의 구름을 보도록 하자. 그리하여 현실이 아무리 각박하더라도 나 또한 잠시나마 구름처럼 한가한 사람이 되어보자. 어쩔 수 없는 생활이라고 짜증만 내지 말고 스스로 한가함을 찾도록 노력해 보자. 本:본래 본 歸:돌아갈 귀 亦:또 역 還:또 환, 도리어 환 似:같을 사 望:바라볼 망 奇:기이할 기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3.06.11 23:02

[책과 세상] 새로 나온 책

-우리의 간절한 바램은 하나입니다호국 보훈의 달 6월을 맞아 부안보훈가족사랑회(회장 이옥성)가 호국 보훈의 참 뜻을 기리기 위해 펴낸 문집. 제1회 부안예술제 백일장과 2002년 매창 백일장에서 통일과 나라사랑, 한겨레, 한반도 등을 주제로 쓴 초중고교 학생들의 글을 모았다. 부제목 '분단 53년을 넘어서'에 나타나듯 남과 북을 하나로 만드는 통일에 대한 염원이 가득하다.-한자박사만들기2전주 성심여고 한문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원길씨가 한자 학습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책. 중학생이 배워야할 한자 9백자를 수록한 1권에 이어 고교생이 학습해야 할 한자 9백자를 중심으로 구성한 한자 학습서. 한자의 생생한 어원과 연결고리로 비슷한 여러글자, 나아가 그 글자와 관련된 여러가지를 동시에 익히도록 꾸민 연상학습법을 적용했다. -문학나무오세영 시인의 시조세계를 특집으로 다뤘다. 그의 작품 '휴대전화'등 5편을 수록했으며 문학평론가 장경렬씨(서울대 영문과 교수)가 '선비의 격조와 풍미'를 주제로 오 시인의 문학세계를 고찰했다. 사단법인 맑은물사랑실천협의회가 주최한 '맑은물사랑 시낭송'도 특집으로 실었다. 신달자 유안진 주연아 문효치 등 문학인 17명이 물을 주제로 노래한 작품들이 정겹다.-허무의 표정6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수필가 김시헌씨가 펴낸 일곱 번째 작품집. 지나쳐 버리기 쉬운 일상의 체험에 의미를 부여, 권태로움보다는 신선함을 던져주는 수필들이 새롭다.부도를 내고 만 주례에 얽힌 사연을 비롯해 자연과 종교에 대한 상념, 철학적 사고가 어우러진 작품세계는 그의 관조와 깨달음이 얼마나 깊은 지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3.06.11 23:02

전국연극제 12일 개막, 전국무대 오르는 한국전쟁의 또다른 상처

-전국연극제 12일 충남 공주서 팡파르-국내 연극인들의 축제인 전국연극제가 12일부터 30일까지 충남 공주에서 열린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원장 현기영)과 한국연극협회(이사장 최종원)가 주최하고, 충청남도(도지사 심대평)와 충남연극협회(회장 오태근)이 공동 주관하는 이번 제21회 전국연극제(집행위원장 오태근)는 '마음으로 모인 마당, 몸짓으로 푸는 축제'가 주제. 19일동안 전국 15개 시·도에서 예선을 거친 15개 극단의 작품이 무대에 올려진다. 전북에서는 지난 4월 제19회 전북연극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극단 '창작극회'(대표 류경호)의 '상봉'이 전북대표로 참여, 22일 오후 4시와 7시 공주 문예회관대극장에서 두 차례 공연한다. '상봉'은 북으로 송환된 비전향장기수의 남쪽 가족들이 갖게 된 또 다른 그리움과 이 땅에 사는 이들의 채 가시지 않은 한국전쟁의 아픔을 담고 있다. 김기홍·류영규·홍석찬·김영주·오진욱·배건재·김순자·임정용·공동규·이지현·이영경·이혜지·주서영·박영준·류가연·오하늘씨 등 16명의 배우가 무대에 선다. 류 대표는 "전북이 4년 연속 '우수작품상(금상)'과 '장려상(은상)'을 받았던 만큼 이번 공연은 부담이 더 크다”고 말하면서도 "지적됐던 몇 가지 문제를 되짚어 구체적인 상황을 늘렸고, 각각의 배역도 재배치한 만큼 더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전북은 지금까지 전국연극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인 대통령상을 세 번 수상(86년, 89년, 93년)한 것을 비롯해 우수작품상과 장려상(은상) 등 꾸준히 수상권에 들면서 역량을 과시해왔다. 극단 '창작극회'는 1회대회 문예진흥원장상을 시작으로 우수작품상과 장려상·연출상·연기상 등을 수상했고, 13회 대회는 '꼭두 꼭두'로 최우수작품상과 연출상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작품의 연출자인 류씨도 1995년 13회 대회때 '꽃신'으로 우수작품상과 연출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지난해 '그 여자의 소설'로 은상을 수상했다. 이번 연극제는 거리마임, 한밤의 공연무대, 학술심포지엄, 연극근대사 자료전, 연극도서장터, 전국연극인 사랑방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이어진다. 또 해외 교포극단들의 사기 진작 및 해외에서의 우리 말 연극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전북에서 열린 제20회 전국연극제에서 처음으로 해외교포극단을 초청한 이래, 올해엔 '재일본조선문학예술가동맹 산하 도쿄지부 및 오사까지부 연극단', '카자흐스탄 국립고려극단', '중국 연변연극단' 등 해외 4개 교포극단이 전국연극제를 통해 국내 관객과 만나게 된다.특히 6월 26일 공연을 갖는 '재일본조선문학예술가동맹' 산하 도쿄지부 및 오사까지부 연극단은 일본 조총련 계열 문화예술 단체로서 조총련 계열 단체의 국내 공연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이번 국내 공연은 이데올로기 문제를 뛰어 넘어 민족의 동질성 회복 차원에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번 조총련 연극단의 국내 공연을 계기로 앞으로는 보다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 교류가 양측 간에 활발하게 이루어질 전망이다.공주시는 이번 전국연극제를 위해 15억 5300만원을 들여 공주문예회관의 음향 및 조명, 무대시설 등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끝냈다. 문의 041)850-4831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3.06.10 23:02

임실 필봉농악 미주지역 순회공연, '민족문화 정체성 선보이기'

'미국 땅에 울려 퍼지는 임실 필봉농악'임실군 강진면 필봉리에서 원형 그대로 보존, 전승되고 있는 놀이중심의 굿, 필봉농악이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 뿌리내리기를 시도한다. 임실 필봉농악 보존회(회장 양진성·39)가 10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미주 지역 필봉농악 순회공연 및 강좌'를 개설하는 것.우리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지난 2000년부터 해마다 지속해온 프로그램으로 미주 지역 교민에게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일깨워주고, 외국인들에게 굿과 풍물을 전수한다는 의미가 크다.올해 강좌의 특징은 한인 이미 100주년을 맞아 서구문화에 젖어있는 교포 2∼3세들에게 뿌리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조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게 하는 의미가 적지 않다. 뉴욕 한곳에서만 강좌와 공연했던 지난해와 달리 뉴욕은 물론 볼티모어와 샌프란시스코 등 3개 지역에서 풍물캠프를 여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미국으로 건너가 필봉농악의 진수를 가르치는 보존회원은 모두 4명. 양진성 회장을 비롯해 양진환(36·전통문화센터 풍물단 '한벽'단장), 이정우(36·필봉농악 이수자) 한재훈(34·필봉농악 이수자)씨 등이다.이들은 워싱턴 인근 볼티모어(10일∼21일)를 시작으로 뉴욕(21일∼7월5일), 샌프란시스코(7월6일∼20일)에서 풍물강습을 마련한다.전미풍물연합 회원을 비롯해 교민, 외국인 4백여명이 참여하며, 보존회는 판굿을 비롯해 탈춤과 채상모 등을 가르친다. 풍물강좌가 끝난 뒤에는 보존회 강사와 강습생들이 어우러지는 신명난 굿판을 벌인다.미주지역 강좌를 4년 동안 이어오고 있는 보존회의 노력은 소중한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현지 교민들은 물론 미국인들에게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을 북돋웠으며, 각 대학에 풍물패가 신설되는 등 파급효과가 해를 거듭할 수록 커지고 있다. 양진성 회장은 "현지에서 풍물굿을 접한 미국인들이 해마다 필봉농악의 본 모습을 보고, 익히기 위해 임실필봉전수관을 찾는 행렬로 이어지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라면서 "올해에는 전주세계소리축제를 외국인들에게 알리는 장으로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3.06.1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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