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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11시 전주향교 명륜당. 강당안 책상과 마루에 삼삼 오오 모인 할아버지들이 하얀 종이를 앞에 두고 골똘하는 모습이 진지하다. 붓펜으로 한구절 한구절 써내려가다 또 생각에 빠지는 일을 반복한다. 글짓기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패성시사(沛城詩社·추진위원장 김환제)가 제45회 풍남제의 일환으로 주관한 제21회 한시백일장 대회. 각종 축제가 젊은이 중심으로 치러지고 있는 요즘, 노인들에게도 축제 참여기회를 넓혀주고 한시(漢詩)를 통해 정신문화를 충족하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매년 열고 있는 대회다.올해 시제는 '기남북협상성취(冀南北協商成就)'. 지난 2001년 남북정상회담이 지닌 의미와 최근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를 되새기기 위해 선정한 주제다.전주는 물론 타 지역에서도 참가한 유림(儒林)과 시조시인 50여명이 시제와 함께 주어진 화압(花押) '천(天) 년(年) 현(賢) 련(連) 전(傳)'을 활용한 한시 창작에 몰입했다.노인 참가자 속에서 김경란씨(전북대 법대 2학년) 등 대학생 4명도 참여, 한시가 사라지는 문화가 아니고 오늘에 살아 숨쉬고 있음을 보여줬다.김환제 추진위원장은 "요즘 사회는 풍족한 물질문명만 추구하는 경향이 많아 사람의 마음은 텅비어가고 있다”면서 "한시는 철학과 문학 등을 모두 아우르고 있는 한문의 정수로 정신문명을 충족하기 위해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덕목”이라고 밝혔다.이날 백일장에서는 ''을 쓴 000씨가 장원을, 000씨가 차하를 차지했다.
국악의 맥은 전주에서 단연 돋보인다. 판소리의 전통이 그렇고, 도심 구석 구석에서 울려 퍼지는 풍물가락의 신명이 그렇다. 그 탄탄한 전통을 맥을 전주대사습놀이가 이어낸다.8일과 9일 이틀동안 전주실내체육관을 비롯해 대사습놀이전수회관, 천양정, 전통문화센터 등 전주시내 일원에서 막을 올리는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전주국제영화제와 풍남제, 종이문화축제가 달궈놓은 전주문화축제의 열기를 이어내는 올해 대회는 서른번째 자리. 판소리 명창을 비롯해 농악 무용 기악 민요 궁도 가야금병창 판소리일반 등 9개 부문에서 새로운 명창과 명인을 가려낸다.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국악인의 최고 등용문으로 자리잡은 대사습놀이는 신명과 흥이 넘치는 잔치 한마당. 더욱이 올해는 그 어느해보다 치열한 경연의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 각지에서 열린 11개 국악경연대회가 대통령상을 놓고 경합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대통령상이 대사습놀이와 춘향국악대전 등 단 2개로 줄어 명창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대사습놀이를 꼭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지난 75년 부활된 전주대사습놀이는 예전의 대사습의 모습 그대로는 아니지만 매년 배출된 판소리명창들과 명인들이 오늘의 국악판을 윤기있게 아우르고 있는 권위있는 등용문으로서의 역할은 여전하다.지금까지 대사습이 배출해낸 명창은 모두 스물 여덟명. 오정숙 조상현 성우향 성창순 이일주 최난수 최승희 조통달 김일구 전정민 김영자 성준숙 박계향 은희진 김수연 이명희 방성춘 최영길 이임례 송순섭 조영자 주운숙 전인삼 윤진철 이순단 모보경 왕기철 염경애씨. 이들 대부분이 판소리 완창회를 통해 전통 판소리를 보존하는 일에 앞장서면서도 판소리의 현대화에도 열정을 쏟고 있는 소리꾼들이다.판소리 못지 않게 농악과 기악 시조 무용 민요 가야금병창부문의 명인들의 배출 면면도 걸출하다. 대부분이 우리 전통음악을 발전시켜가는 주역들이다. 기악부문만해도 서용석 이생강 김일구 강동일 김동진 원장현 김경애 윤윤석 강정열 김무길 신상남 서영호 최종관 이용구씨 등 이미 이름을 널리 알린 기악 연주의 명인들이 모두 대사습 출신. 이들 외에도 지금까지 각 부문에서 배출된 명인 명창은 2백여명에 이른다. 오늘의 국악판이 전주대사습의 맥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생방송으로 중계되는 까닭에 무대와 객석이 하나되었던 옛 판소리 마당의 흥취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현장에서의 대사습을 경험하는 일은 특별한 즐거움이다. 심사의 공정성을 둘러싼 잡음을 없애기 위해 98년부터 도입한 컴퓨터 채점은 장원 발표까지의 긴장감을 감소시켰지만 관객들에게는 여전히 관심거리다. 8일과 9일, 전주에서는 신명난 국악잔치가 벌어지고 주목받는 명창 명인들이 탄생한다.
(재)우진문화재단(이사장 양상희)이 11일 우리나라 판화사를 살피고 스페인의 판화세계와 비교, 감상할 수 있는 미술기행을 마련한다.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한국 현대판화 모음전'과 성곡미술관에서 열리는 '스페인 판화전'을 둘러본다.'한국 현대판화 모음전'은 우리나라 현대 판화가 53명의 다양한 작품 110여점을 연대기에 따라 감상, 우리 판화사를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는 자리. '한국현대판화의 여명(1950년대)'를 비롯해 '한국현대판화의 전개와 확산(1960∼70년대)', '한국현대판화의 새로운 모색(1980∼현재)'등 3개 부문으로 나누어 정규 최영림 김봉태 서승원 윤명로 정상곤 임영길씨 등의 작품세계를 선보인다.스페인의 해를 맞아 성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스페인 판화전'도 둘러본다. 카르보 가린도 등 스페인과 중남미 작가 18명의 손판화 작품 36점을 볼 수 있다.참가신청은 9일까지 이며 참가비는 어른 3만원(어린이 1만원). 문의 282-7227
'비에 젖은 전주문화축제'7일 내린 비로 풍남제와 종이문화축제가 축제열기를 이어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풍남제는 이날 비로 오후 1시 풍류무대에서 예정된 '전주사람 전주의 멋, 전주사람 전주의 흥'을 비롯해 신파극 등 야외 행사를 취소했다. 행사장인 태조로도 비로 인해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어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종이문화축제도 공예품 전시관 솟대마당 등에 각종 체험무대와 공연을 마련했지만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하지만 풍남제와 종이문화축제는 어버이날이자 석가탄신일인 8일에는 비가 그칠 것으로 예상돼 막바지 축제 열기 조성에 나선다는 구상이다.8일 막을 내리는 풍남제는 경기전 풍류무대에서 '소리고을 소리여행'과 '은빛예술무대'를 잇따라 마련한다. 오후 2시에 열리는 '은빛예술무대'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장기자랑 무대. 안골노인복지회관에서 취미활동을 하고 있는 노인들이 나와 판소리와 장고 한량무 부채춤 등 전통예술무대와 룸바 차차자 탱고 등 댄스스포츠, 합창 등을 공연한다.이어 오후 5시에 열리는 '소리고을 소리여행'은 국악실내악단 소리고을(단장 류장영)이 꾸미는 무대. '오원강에 달 비추다'와 '건지산에 올라' '작약골에 부는 바람'등 창작곡을 비롯해 영화음악 '첨밀밀'과 국악가요 '신 사랑가' '배 띄워라'등을 선사한다.축제의 끝을 아쉬워하는 폐막식은 오후 7시 경기전에서 열린다. 평화를 기원하는 춤사랑 해오름의 기원무와 관현악 축제, 국악실내악단 한음사이의 흥겨운 무대, 타악그룹 가타의 퓨전타악 등이 이어진다. 대동길놀이를 알차게 만든 우수단체 시상도 마련된다.종이문화축제도 한지를 직접 만드는 과정을 일반인들이 직접 해보고, 각종 종이공예를 배워보는 체험프로그램 '종이와 함께 하는 즐거움'을 8일까지 연다. 종이공예를 배우는 '종이 배움터'와 '재활용 공예교실', 전통놀이 재료를 만드는 '종이야 놀자', 목판인쇄 체험, 판화 체험, 한지제작 체험 등이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손짓한다.
공예품 전시관 앞 태조로에 마련된 '종이장터'는 종이로 가꾼 예술세계를 보고, 사는 즐거움에 빠지는 시장이다.종이문화축제 추진위원회(위원장 나종우)가 종이축제의 지향점으로 삼고 있는 '종이박람회'의 첫 단추. 도내 각 대학을 비롯해 전국의 종이생산업체와 공방, 공예가 등의 참여를 적극 유도해 한지와 한지공예품, 다양한 종이제품을 전시·판매하는 마당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10여개 부스 중 사람들의 발길이 부지런히 이어지는 곳은 예원대 코너. 예원대 미술학부 교수와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한지관련 문화상품 30여종이 전시됐다. 한지의 문화상품화를 모색하는 아이디어가 배어 있는 한지 목걸이를 비롯해 책갈피, 접시, 메모첩, 머리핀 등 상품이 다양하다. 메모첩과 머리핀이 날개 돋친 듯 팔리는 인기상품. 또 옆에 자리한 전주대 예체능·영상학부 부스는 장터에 참여하는 의미가 돋보인다. 전쟁으로 황폐화하고 고통받고 있는 이라크의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캐리커쳐와 초상화 등을 저렴한 가격으로 그려준다. 지역의 한지관련제품 생산업체인 고려한지수의와 파고다 한지, 그리고 원주에서 달려온 업체, 백제예술대학도 다양한 공예품으로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天保九如하소서천보구여하늘이시어! 우리 부모님, 아홉 가지 '여(如)'字대로 되시게 보호해 주소서.《시경(詩經)》〈소아(小雅)〉「천보(天保)」편에 나오는 아홉 가지 '여(如)'字의 의미를 취하여 만들어진 말로서 그 '如'자의 의미대로 되게 해 달라고 기원할 때 사용한다. 아홉 가지 '如'자란 여산(如山:산과 같이), 여부(如阜:언덕과 같이), 여강(如岡:높은 산등성이와 같이), 여릉(如陵:산모롱이와 같이), 여월지긍(如月之 :차오르는 상현달과 같이), 여일지승(如日之升:솟아 오르는 태양과 같이), 여남산지수(如南山之壽:오래 사시기로는 남산과 같이), 여송백지무(如松柏之茂:건강하시기로는 소나무 잣나무의 무성함 같이) 등이다. 나의 부모님이 영원한 나의 지원자로서 산처럼 항상 버티고 서 계시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부모님이 소나무 잣나무처럼 늘 푸른 모습으로 항상 변하지 않는 남산만큼이나 오래오래 사시기를 바라지 않는 자식이 어디에 있으랴! 그런데, 그게 인력으로 되지 않는 일이라서 안타까울 뿐이다. 하루가 다르게 늙어 가시는 부모님, 가는 세월 속에 늙는 모습을 어이 막으랴? '내일은 정말 잘 모시리라'고 다짐하며 오늘 잠시 미루는 사이에 부모님은 한 걸음 더 우리의 곁으로부터 멀어져 가고 계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사실은 일년 365일이 다 어버이 날이어야 한다. 부모님 곁에 가까이 있을 수 없는 현대 사회의 구조를 탓하기 전에 나 자신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를 생각하도록 하자.保:보호할 보 如:같을 여 阜:언덕 부 岡:뫼 강 :상현달 긍 茂:무성할 무
I'd like you to set the time and place.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싶습니다.A. Where should we hold the meeting?어디서 만날까요?B. I'd like you to set the time and place.A. OK. Let's meet in front of the coffee shop at 7:20.네, 7시 20분에 커피숍 앞에서 보도록 하지요.B. Sounds good. See you in front of the coffee shop at 7:20.그거 좋군요. 그럼 7시 20분에 커피숍 앞에서 보죠.요즘이야 핸드폰 문화가 발달해서, 약속을 정하고 바람맞는(standing 목적어 up) 경우가 거의 없지만, 약속과 관련해서 제일 중요한 것이 만날 시간과 장소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해가 없도록 명확하면 명확할수록 좋을 것입니다. 약속에 관한 표현들을 배우면서 자주 등장하는 동사가 set입니다. 원래 '놓다, 배치하다, (어떤 상태로) 되게 하다'라는 뜻의 이 동사는 이 뜻에서 '∼를 정하다, 고정하다'라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따라서 약속관계의 표현들에서 '정하다'라는 뜻으로 자주 사용됩니다. 기억해둘 만한 표현* How about five o'clock in my office?오후 5시에 제 사무실에서 만나는 것이 어때요?* Don't stand me up.바람맞히지 마세요.* Is there a good place to meet?괜찮은 회합 장소가 있습니까?
'이 봄날 저 가득한 사랑으로 피어난 색색의 환한 꽃잎들 모아 편지를 쓰고 싶습니다. 그 편지 고이 접어 하늘 높이 띄우고 싶습니다'모악산 자락에 터를 둔 박남준 시인(47)이 광고모델로 데뷔(?)했다. 국정홍보처(처장 조영동)에서 5월 가정을 달을 맞이해 벌이는 '사랑과 감사의 편지 쓰기' 캠페인에 광고모델로 등장한 것. 하얀 셔츠와 옅은 베이지색 바지를 입은 시인이 봄 햇살 머금은 미소로 편지를 읽고 있는 모습이 메인 화면이다. 광고는 국정홍보처 홈페이지(www.allim.go.kr)와 버스터미널·열차대합실·지하철 등 다중집합장소 100개소에 설치된 '와이드칼라'에 시인의 자필 편지 '당신의 강물에 띄우는 꽃편지'와 함께 5월 한달 동안 게재된다. 시인을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발견한 모악산방 매니아들은 '우와 너무 멋있었어요. 다리가 길어보이시네요?'(청강) '하얀 남방이 깨끗한 느낌을 줍니다. 편지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군요.'(사과꽃향기) 등등 시인의 홈페이지를 통해 북새통을 이뤄 광고 효과는 벌써 확인된 셈이다.
㈔전북작가회의(회장 김용택)에서 17일과 18일 양일간 도내 고교생을 대상으로 문학워크샵을 실시한다. 문학에 대한 열정과 재능을 가진 예비문학도들에게 문학과 호흡할 기회를 마련해 주려는 지역 선배문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는 행사다. 김용택 박남준 안도현 복효근 박태건 장창영 박성우(이상 시인) 김저운 정도상 김병용(이상 소설가) 이대규(문학평론가) 등 문인들이 직접 담임작가로 참여하는 등 전북작가회의 소속 40여명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특별 초청강연은 소설 '누망'으로 올해 단재상을 수상한 소설가 정도상씨의 '문학이란 무엇인가'와 실상사 주지인 도법 스님(인드라망생명공동체상임대표·실상사귀농전문학교 교장)의 '자연과 함께 하는 삶'에 대한 귀한 강연이 준비됐다. 역사적· 문화적 보고인 남원의 만복사지와 만인의총 등의 유적지를 돌아보며 남원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복효근 시인의 강연과 혼불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김병용 교수(백제예술대 문예창작과)와 함께 하는 혼불문학마을 답사를 통해 생활과 문학, 역사와 문학의 밀접한 관계를 직접 보고 느끼는 체험학습도 진행된다. 15일까지 선착순 70명을 모집하며 회비는 1만원(숙식 제공)이다. 문의 063)275-2266/018-601-5846
'작년에 왔던∼' 각설이의 구성진 타령, 튀밥장수의 '뻥'소리, 엿장수의 가위질 소리, 떡메 치는 소리… 그 어렴풋한 기억을 풍남제가 열리는 경기전 안팎에서 만날 수 있다. 1920년부터 30여년간 전주 천변에서 성행했던 '남밖장'을 재현한 '풍물장터'. 옹기전, 대장간, 싸전, 어육전 등 서민들이 싼값에 생활용품을 사고 풍성한 먹거리를 맛볼 수 있었던 남밖장은 막걸리 한 사발에 시름을 풀고 소문을 주고받는 만남의 장이자 축제의 장. 빼곡한 인파로 문전성시를 이룬 풍물장터는 주막, 추억다방, 옛날 과자점, 옷감상회, 방물장수, 대장간, 혁필, 한약방, 짚풀공예 등 당시 선인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마당으로 구성됐다. 옷감가게의 고운 비단 한 필에 마음이 설레고, 엿장수의 걸쭉한 입담과 트롯릴레이는 흥이 절로 난다. 손주의 간식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모처럼 걸음이 빨라진 노인들의 표정도 한껏 재미지다. '천하대장군''지하여장군''견훤대왕''천년왕국' 등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기발한 모습을 한 장승들도 경기전 앞에서 손님맞이에 분주하다.기웃기웃 하다보면 쉬 지치기 마련. 이럴 땐 잠시 추억다방에 몸을 맡기면 된다. 저렴한 가격에 나훈아, 남진의 노래를 들으며 한 소금 쉬어가기엔 그만이다. 노련한 마담과 코맹맹이 미스 김은 없지만 다방식 커피와 땅콩·대추가 범벅인 쌍화차는 예전 맛 그대로. 경기전 주차장에 얼기설기 엮어진 가설극장 통나무 의자에서 보는 공연과 영화도 색다른 느낌을 전한다. 전주시립극단 배우들이 주축이 된 극단'우레'의 신파극 '이수일과 심순애'(평일 오후 7시/휴일 오후 3시·7시)와 무성영화 '별들의 고향'(매일 오후 9시). 휴일 두 차례 올려지는 신파극은 마당극 형식의 낮 공연과 '동양극장' 형식의 밤 공연이 각기 다른 재미를 준다. 특히 가설극장은 장터를 떠돌며 공연했던 옛 유랑극단 무리를 연상하게 한다. 2.5×1.5 크기의 작은 스크린이지만 무성영화 역시 한껏 멋으로 치장됐다. 현장중계자·청소년지도위원(?)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변사 두 명의 구수하고 섹시한 목소리는 화면에서 보이는 키스신이나 베드신보다 더 애간장을 녹인다. 낯뜨거운 장면이 많아 중년의 부부나 연인들이 다정히 손잡고 보기에 적합하다. 18세 이상 관람가. 아궁이 불빛이 환한 밤이면 옛 주막에서 파는 찰순대와 피순대는 쫄깃함이 더하다. 막걸리 한 순배와 입에 쩍쩍 달라붙는 순대 한 점에 추억이 새록새록. 평상 옆에 자리를 편 뻥튀기 아저씨의 "뻥이야∼” 소리에 어렵게 되살린 기억들이 날아가 버리지 않도록 잘 붙잡고 있으면 된다. "오늘 막걸리 한잔 헐 테여?”
누렇게 색바랜 종이 위에 정성을 더해 써낸 이름들. 세월의 더께는 너덜너덜해진 종이책에 고스란히 얹혀 있지만 이름 석자를 읽어내는데는 어려움이 없다. 4일부터 11일까지 전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종이로 찾아가는 나의 뿌리-족보 특별전'은 내가 온 근원을 찾아보는 과거로의 여행이다. 어린이날인 지난 5일 이 전시회를 찾았던 관람객들은 조상들을 더듬어 내 뿌리를 추적해보는 매우흥미롭고 소중한 체험을 반가워했다."우연히 들렀던 길이었는데 아이들이 매우 흥미로워하는 것을 보고 새삼 '가족'과 '인연'을 생각하게 되었다”는 김명철씨(42)는 "아버지의 아버지, 또 그 아버지를 묻는 아이들의 질문에 매우 곤혹스럽고 부끄러웠다. 나부터도 내 조상들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족보는 같은 씨족의 세계를 수록하여 한 종족의 혈연 관계를 체계적으로 나타낸 책. '우리' 보다 '개인'이 앞서는 사회가 된 지금, 혈통의 의미를 가리는 일은 자칫 무의미하게 보여질 수도 있지만 나의 가계를 거슬러 혈통의 줄기를 찾아가는 일은 궁극적으로 '나'의 뿌리에 이르는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종이문화축제가 기획한 이 전시는 족보에 관한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는 다양한 족보들을 통해 당시의 정치 사회상, 역사의 이면을 함께 읽을 수 있게 한다. 시대별로는 조선초기부터 족보가 전성을 이루었던 조선 후기까지, 내용으로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씨족 구성원 전체를 기록한 족보 뿐 아니라 가승(家乘, 자신의 직계 선조들을 기록한 것)이나 팔고조도(八高祖圖, 아버지쪽 만이 아니라 어머니쪽도 같이 밝힌 것)까지 망라됐다. 눈길을 끄는 희귀본이나 그 안의 주목할만한 내용들도 적지 않다. 팔고조는 하필 왜 그 이름이 붙여졌을까. 서양의 족보 처럼 나를 중심으로 아버지 쪽과 어머니 쪽의 가계도를 같이 밝히며 고조대까지 올라가보면 고조 할아버지가 모두 여덟분이었기 때문. 10대조까지 찾아가면 '나'의 조상은 1천24명이나 된다.족보가 남자들 것이라는 인식이 얼마나 편견이었는가를 알려주는 자료들도 많이 있다. 조선초에는 아들 중심으로가 아니라 딸의 자손도 똑같이 기록하였을 뿐 아니라 순서도 아들 딸 가리지 않고 출생 순서대로 등재했다. 이 때만해도 꼭 아들로 대를 잇겠다는 의식이 조선후기처럼 강하지 않았고 아들이 없으면 딸이 제사를 모셨던 외손봉사(外孫奉祀)의 사회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양반들만 족보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족보는 '필암서원의 노비 가계도' . 노비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만들었던 것으로 평가되지만 한 노비의 가계도가 상세하게 기록된 만큼 사료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가장 화려한 족보는 역시 왕실족보. 국가의 족보로 인식되어 조선왕조실록과 함께 '사고'에 보관되었던 이 족보는 장정부터가 특별해 비단으로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다. 지금처럼 예전에도 군역면제를 둘러싼 갈등은 심화되어 있었다. 조선시대 군역을 면제 받는 조건은 '혈통'. 양반후손인지 아닌지에 따라 면제가 결정되었다. 조선시대에 널리 사용된 서식 중의 하나인 '유서필지'의 '탈역소지( 役所志)는 양반 후손임엥도 군역면제를 받지 못한 시골의 양반이 그 억울함을 탄원한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족보'는 가장 중요한 증거자료가 되었다.이밖에도 문과급제를 당색으로 기록한 문보(文譜), 부녀자들이 볼 수 있도록 직계선조와 팔고조도, 문부무과 급제자들과 음관들의 직계선조를 밝혀놓은 '삼반 팔세보' 등 특이한 족보들도 눈길을 끈다. 족보도 일제의 아픈 우리 역사를 비켜갈 수 없다. 창씨개명을 했다가 다시 고친 종이위의 상처. 다시 역사를 생각하게 하는 흔적이다. 이 전시를 기획한 예원대 이동희교수는 "족보는 단순히 한 가계의 혈통을 밝히는 기록으로서 뿐 아니라 우리 역사와 정치 사회 문화사적인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는 사료다. 이지역이 기록문화의 뿌리가 깊지만 정작 족보를 전문적으로 수집 연구하는 단체나 기관이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제30회 춘향국악대전에서 박추자씨(50, 진주시 봉곡 3동)가 판소리 명창부 대상인 대통령상을 차지했다.5일과 6일 이틀동안 광한루원과 춘향문화예술회관 등 남원 일원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박씨는 판소리 심청가중 '상여나가는 대목'을 구성지게 불러 명창반열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명창부 최우수상에는 권하경씨가, 우수상과 장려상은 각각 이주은씨와 최영란씨가 뽑혔다. 판소리 고등부에서는 설지애양(18·남원정보국악고)이 대상을 차지, 문화부장관상을 품에 안았으며, 일반부명창 부문에서는 이연주씨(26)가 대상을 차지했다. 올해 대회에서는 판소리명창부를 비롯해 판소리 가야금 병창과 기악(관악 현악), 무용, 민요 등 7개 부문에 일반인과 초중고교생 1백63명이 참가해 기량을 겨뤘다. 참가자는 지난해보다 다소 줄어들었지만 명창부는 오히려 지난해 13명보다 3명 늘어난 16명이 경연을 벌였고, 수준 또한 예년보다 높아 '명창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하지만 그동안 각 부문별 장관상이 주어졌던 학생부의 경우 올해는 장관상이 1개(고등부 판소리)로 대폭 줄어들면서 참가자도 예년에 비해 30%나 줄어들었고, 역량면에서도 예년 수준을 넘어서지 못해 능력있는 신인발굴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결선 장소 또한 잘못 선정됐다는 관객들의 비난이 높았다. 광한루에서 이틀동안 예·결선을 치렀으면서도 방송사의 녹화방송을 위해 대회의 최고 무대인 명창부만 따로 떼어 국립민속국악원에서 진행, 관객들과 경연자들이 무대를 찾아 이동해야 하는 등 불편이 적지 않았다.각 부문별 수상자는 다음과 같다.-일반부△판소리명창부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 △판소리 일반부 대상=이연주 최우수상=전지혜 우수상=정승희 장려상=신새봄 △기악부관악 대상=박장원 최우수상=이자연 우수상=허윤석 장려상=조상민 △기악부현악 대상=이진우 최우수상=장혜정 우수상=서승연 장려상=김영남 △가야금병창 대상=서영례 최우수상=조항아 우수상=최민혁 장려상=김혜진 △무용 대상=이현진 최우수상=강유선 우수상=김영운 장려상=채윤미 △민요 대상=이경숙 최우수상=신태순 우수상=위송이 장려상= 장은숙 최미화 기연옥-학생부△판소리초등부 대상=노여진 최우수상=김선 우수상=정민혁 장려상=이진솔 장려상=박성경 △판소리중등부 대상=김소진 최우수상=신진원 우수상=김복주 장려상=황상은 △판소리 고등부 대상=설지애 최우수상=이하나 우수상=유민희 장려상=류미소 △기악부관악 대상=윤민석 최우수상=황규 우수상=김지나 장려상=심인지 △기악부현악 대상=이현경 최우수상=김윤아 우수상=김선옥 장려상=임은선 △가야금병창 대상=김효정 최우수상=심지 △무용 대상=이나라 최우수상=강현 우수상=손희진 장려상=김슬기 △민요 대상=박희경 최우수상=박수영 우수상=김진선 장려상=박효정 박상은 예현정
봄기운 완연한 섬진강변 장구목(순창군 동계면)은 지난해와 달리 기쁨과 희망으로 가득하다. '적성댐 건설계획 취소'를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남도의 애환과 문화, 역사가 담겨 있는 섬진강 굽이굽이. 그곳 주민들과 문화예술인들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문화행사를 마련했다. 11일 늦은 12시부터 5시간동안 순창 동계면 구미리 장구목 특설무대에서 열릴 제2회 섬진강변음악회 '흘러라 섬진강'(주최 섬진문화제전위원회). 강가 오솔길에선 화가 송만규씨와 전영철 교수(상지대), 순창사진동우회 회원들이 준비한 회화사진전시회 '아! 섬진강'이 강변사람들의 애환을 담아 전시되고, 600년 남원 양씨 집성촌을 지켜낸 구미마을 주민들은 옛 정서를 되살리며 찹쌀떡메치기, 우리 콩두부 시식 등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를 무료로 제공한다. 또 모인 사람들 모두 돌을 모아 '흐르는 두꺼비 강, 섬진강'을 상징하는 탑을 쌓는 퍼포먼스를 통해 자연과 삶터를 지켜나가는 의지를 모은다. 하이라이트는 시노래모임 나팔꽃 동인들이 이끄는 음악회. 창작음반'흘러라 섬진강' 수록곡을 중심으로 진행될 음악회에서 섬진강시인 김용택씨는 노래 사이사이 등장해 섬진강의 아름다움과 봄날의 자연을 이야기하고, 백창우·김원중·김현성·홍순관·이지상·이수진씨 등 나팔꽃 가수들은 섬진강의 영원함을 기원한다. 여성농민가수 오은미·윤애경씨와 여성농민노래단 청보리사랑, 어린이합창단 '아름나라', 지역 통기타 자선노래패 '아름다운 세상'의 들려주는 정겨운 노래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돋우어낸다. 문의 063)653-6533.
제30회 춘향국악대전에서 판소리 명창부문 대상을 차지, 대통령상을 거머쥔 박추자씨(50·진주시 봉곡3동).비교적 늦은 나이에 명창 반열에 오른 박씨는 "아직 명창으로서 부족함이 크다”며 "큰 부담만큼 실력을 갖출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악계 입문 40여년. 기다림의 시간이 워낙 길었던 그는 이날 결선에서 심청가 중 상여소리를 박동실제로 열창,"곰삭은 소리가 일품”이라는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박씨는 국립민속국악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양덕 명창의 친동생. 국립민속국악원 음악감독으로 있는 김무길 명인은 그의 형부다. 자매가 함께 같은 대회에서 명창이 되는 진기록을 세워 눈길을 모으고 있는 그는 일곱살때 소리를 배우는 언니 옆에서 귀동냥하며 판소리에 입문했다. 스승 역시 언니 박양덕씨. 수궁가와 흥보가 심청가 적벽가를 모두 언니에게서 배웠으며 정순임·조소녀 명창에게 심청가를 사사했다.뒤늦게 목이 트인 그는 전남 고흥 김연수추모국악대회에서 문화부장관상을, 나주 목사골 판소리경연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지만 하루에도 8시간 이상 소리공부에 매달리는 연습벌레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故 장월중선 선생의 둘째딸인 정경옥씨로부터 가야금병창을 배우고 있다."이번 수상이 소리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경남에서 후학양성하는데 큰 힘이 될 것 같다”는 그는 진주에서 판소리연구소를 운영하며 미래의 명창 발굴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경남국악협회 이사로도 활동중인 그는 "진정한 소리꾼이 되기 위해 실력을 쌓는데 착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해진 방향과 정해지지 않은 방향東西南北은 一定之位也요 前後左右는 無定之位也라 동서남북 일정지위야 전후좌우 무정지위야 동서남북은 정해져 있는 방향이고 전후좌우는 정해져 있지 않은 방향이다.청나라 사람 장조(張潮)가 쓴《유몽영(幽夢影)》이라는 책에 나오는 말이다. 동서남북은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정해진 방향이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한다. 그러나, 전후좌우는 일정하게 정해져 있지 않다. 내가 어디를 향하고 서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방향이다. 몸만 한바퀴 돌리면 지금까지 앞이었던 것이 금세 뒤가 되고 방금 전까지 뒤였던 것이 앞이 된다. 앞 뒤 뿐이 아니라 좌우도 따라서 바뀐다. 그러므로, 내가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느냐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아야 한다. 방향의 전환은 곧 인생의 전환을 의미한다.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전·후·좌·우의 방향을 영원히 바꿀 수 없는 방향으로 착각하고서 새로운 모색을 해보지 못하는 나약함도 답답한 일이지만, 제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방향이라고 해서 아무 때나 자기 편리에 따라 방향을 바꿔 버리는 일도 잘하는 일은 아니다. 방향을 바꾸어야 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항상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 돌아서지 않음으로 인하여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영원히 놓치는 경우도 있지만 한번 돌아서고 나면 영원히 잃게 되는 것도 있다. 이러한 까닭에 변신은 쉽지 않은 것이다. 방향을 전환할 때는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잘 생각해야 한다. 돈 따라 방향을 전환했다가 오히려 피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이 있다. 돈 앞에서 잠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잊었기 때문에 그런 피눈물을 흘리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방향! 정말 잘 잡아서 서야 한다.定:정할 정 位:자리 위, 위치 위
입시 공부에 찌든 고교생들에게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특별활동시간은 고교생활의 큰 활력소. 클럽활동시간 혹은 계발활동시간 등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특별활동은 대부분 고교에서 매월 한 차례씩 토요일 전일제로 운영되고 있다. 학교와 클럽에 따라 한 달에 한 번씩 갖는 특별활동도 버겁게 여기는 경우가 있는 반면, 이시간을 값지고 소중하게 활용하는 학교 클럽도 적지않다. 전주한일고 문화예술관람반은 고교 교육과정에 왜 클럽활동이 필요한지 모범적으로 보여준다.지난 97년 이학교 김지성교사(국어)가 주도해 만든 '문화유적답사반'에 뿌리를 둔 한일고 문화예술관람반은 학생들이 딛고 서 있는 이 땅, 전북의 문화와 역사를 직접 보고 느끼는 산교육을 해오고 있다. "우리 주변의 문화와 역사에 소홀한 경우가 많습니다. 전주에 살면서도 전주를 제대로 모르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몇 차례 탐방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관람반을 지도하는 임신일교사는 시간적·경제적 여건 등에 따라 멀리 나가는 데 한계가 있지만 전주를 중심으로 한 탐방활동만으로도 학생들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문화관람반은 지난 한해 10여 차례의 답사 활동을 벌였다. 경기전-향교-전동성당-오목대, 국립전주박물관-전주역사박물관, 익산왕궁지-미륵사지, 전북대-전주대 박물관 등이 이들 학생들이 찾은 곳. 현장 탐방때는 관련 학예연구사 등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다. 탐방에 앞서 미리 자료 수집 등을 통해 공부하고, 답사를 다녀온 뒤 답사보고서를 쓴다. 이귀영군은 "수업시간 근현대사를 배울 때는 상당히 멀게 느껴졌던 것이 역사박물관을 관람한 후 책 한 권을 다 배운 느낌이다”고 보고서에 썼다. 안찬영군은 "친구 집 바로 뒤에 위치한 남고산성조차 모르고 지냈던 것이 부끄러웠다”며, 전주의 문화와 역사에 새롭게 눈 뜰 수 있는 기회였다고 했다. 1∼2학년생 38명으로 구성된 관람반은 지난달 전주역사박물관을 찾는 것으로 올 클럽활동 시작을 알렸다. 임교사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전주지역 중심으로 관람반을 꾸려갈 생각이라고 했다. 전문 답사가가 아닌 우리 문화·역사를 보는 눈을 길러주고, 답사 방법을 알게 하는 것만으로도 활동시간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1학년때 관람반에서 활동했던 학생들의 참여를 가급적 제한했으나 그럼에도 몇몇은 다시 관람반에 들어왔단다. 답사 활동을 통해 우리 문화와 역사에 더욱 관심과 애정이 생긴 학생들이다. 올 졸업생 2명은 우리 문화에 흠뻑 빠져 전통문화대학 문화재관리과와 고조경학과 전공을 택하기도 했다.답사활동에 나선 학생 대부분은 단지 유물들을 관람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역사에 대한 비판적 안목이나 다른 시각에서 볼 줄 아는 눈을 기르는 것이 무엇인지 직접 경험으로 알아간다. 가족들끼리 여행삼아 구경하는 것과 달리 작은 것들도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고도 했다.지난 98년 익산-완주-진안-장수-정읍-고창-남원 등 6개 지역에 대한 답사집을 책으로 묶어낼 만큼 오래전 이미 그 역량을 인정 받은 이학교 문화유적답사반. 초기 답사반을 맡았던 김지성교사는 "답사집을 계속 낼 생각에서 1집으로 이름 붙였으나 클럽활동 여건이 변화하면서 후속작을 내지 못해 아쉽다”며, 한일고 학생들이 언젠가는 그 작업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그 맥을 이어 현 문화관람반 지도를 맡고 있는 임교사는 "고교 교육과정상 계속 밖으로 나가기가 쉽지 않지만 직접 보고 느끼게 하는 산교육적 효과가 있는 만큼 알찬 답사활동에 역점을 둘 것이다”고 말했다.
임실동중학교(교장 김태영)가 명문학교로 도약키 위해 교사와 학부모, 학생 등 삼위일체의 학교운영을 꾀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올해로 개교 51주년을 맞는 임실동중은 지난 2001년부터 올해까지 3년에 걸쳐 총 40억원의 사업비를 투자, 최고의 교육시설을 갖추고 교사진도 도내 최상급으로 알려졌다.뭐니뭐니해도 임실동중의 자랑거리는 교내에 설치된 각종 첨단 시설물로 전주와 서울의 도심학교들이 부러워 할 정도다.전체 학생 1백67명에 18명의 교사와 5명의 임직원들이 움직이는 이곳은 시청각실을 비롯 과학실험실·컴퓨터실·어학실·교사 및 학생휴게실 등 부족한 것이 없다.또 하나의 자랑거리는 방송실로서 스튜디오까지 마련, 이곳에서 각종 회의장면은 물론 학생회장 선거 등 각종 중계방송도 54인치 프로젝션 TV 14대를 통해 방송되고 있다.특히 임실동중은 도교육청이 7차 교육과정 운영 시범학교로 지정, 학생들의 고등정신 함양을 위한 독서교육과 실력향상의 토탈테스트 등 기초학력 신장에 역점을 두고 있다.김태영 교장은"자녀들이 안심하고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배려하고 실력향상을 위해 교사 전체가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자랑했다.
I'm sorry, I'm booked up today.죄송합니다, 오늘 약속이 있어요.A. Can I make an appointment to see you this afternoon? 오늘 오후에 만날 약속을 정해도 될까요?B. I'm sorry, I'm booked up today. How about tomorrow? 내일은 어때요?A. Tomorrow is too late. This is an urgent matter. 내일은 너무 늦어요. 급한 일이거든요.B. I see. I'll try to squeeze you in at 2:20. 알겠어요. 당신과의 약속을 2시 20분에 끼워 넣어보죠.서구인들은 약속을 잡을 때, 갑자기 잡지 않고 상당히 시간적 여유를 두고 잡습니다. 오늘 상황은 갑작스런 약속에 어렵사리 시간을 내는 상황으로 book이란 단어는 명사 '책'으로 너무 잘 알려진 단어입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동사로 쓰일 때는 '예약하다'라는 뜻으로 많이 쓰입니다. squeeze는 원래 '압력을 가해 짜내다'라는 뜻인데, 여기에서 '간신히 끼워 넣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야구에서 '기습 번트'를 가리킬 때, '스퀴즈 번트(squeeze bunt)'라고 하는 것도 squeeze의 이러한 의미 때문입니다.기억해둘 만한 표현* I'm afraid I have another appointment for that day. 미안합니다만, 그 날은 선약이 있습니다. * I'm sorry. I have appointments all day. 미안해요. 하루종일 약속이 있어요.* I already have plans for that evening. 그 날밤은 이미 계획이 잡혀 있습니다.
2003전주국제영화제가 4일 막을 내렸다.이날 오후 7시 전북대 삼성문화관에서 오동진(영화전문기자)·임성민(영화배우)씨의 사회로 진행된 폐막식에는 국내외 영화인과 각계 인사, 시민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 전주영화제의 경쟁부문인 우석상(아시아 독립영화 포럼 부문)은 이란 나세르 라파예(Nasser Refaie)감독의 ‘입학시험(Exam)’이, 디지털 모험상(디지털 스펙트럼 부문)은 독일의 마크 오티커(Marc Ottiker)감독의 ‘기묘한 동거(1/2 The Rent)’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우석재단(이사장 서창훈)이 후원하는 우석상에는 상금 1만달러와 상패가, 디지털 모험상에는 상금 5천달러와 상패가 주어졌다. 또 가장 많은 관객이 몰린 영화에 주어지는 JIFF 최고인기상(시네마스케이프 부문)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스파이더’가 뽑혔다.폐막식에 이어 미국의 대표적 독립영화감독 토드 헤인즈의 ‘파 프롬 헤븐’이 폐막작으로 상영돼 영화축제의 마지막 불꽃을 화려하게 불태웠다. 또 밤 10시 전주 전통문화센터에서 열린 폐막리셉션에는 영화인들과 조직위 관계자들이 참석, 내년을 기약했다.지난달 25일 문을 연 올해 영화제는 ‘자유 독립 소통’을 주제로 35개국 170편의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펼쳐보이며 전주를 시네마 세상으로 바꾸어놓았다. 유료관객과 객석점유율은 각각 6만여명과 66.2%. 상영일수가 7일에서 10일로 늘어난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난해보다 관객이 늘었다. 하지만 영화제 중반이후 이어진 영사사고와 티켓 전산불통, 상영장 시설 개선 등은 해결되어야할 과제로 남았다.
2003 전주국제영화제는 한마디로 가능성을 확인한 뜻깊은 축제였다. 4회에 이르기까지 빠짐없이 영화제를 참여했던 한 외부인의 눈으로 평하자면 그렇다. 영화제를 둘러싼 그간의 크고 작은 악 소문들을 고려한다면, 예상 밖의 결과다. 이러한 평가는 그러나, 지난 1일 자정 기준으로 총 관객 5만 명을 동원하며 일찌감치 2002년 4만5천 명을 가뿐히 넘어섰다는 통계 수치만을 염두에 두고 내린 것이 아니다. 더구나 지난해에 비해 그 기간이 3일이나 늘어났으니 그 정도의 관객 증가를 뭐 대단한 성과인양 떠들어대기란 쑥스럽다. 수치보다 더 중요한 건 영화제를 바라보는 내·외부의 시선이요 전반적 분위기일 게다. 바로 그 지점에서 볼 때 전주영화제는 새로운 잠재력을 확인시켜주었다. 그 시선과 분위기가 예년과 비교해 현저히 우호적으로 변한 것이다. 그건 당장 개막작 '여섯개의 시선'상영 직후, 주변의 반응에서부터 확연히 드러났다. 개막작에 대한 흡족함을 말하는 이들이 눈에 많이 띄었기도 했거니와 개인적으로도 그랬다. 한 심사를 위해 다른 경로로 일찍이 영화를 보았던 나는 여균동 박광수 임순례 박찬욱 등 여섯 감독이 각기 다른 개성과 스타일로 빚어낸 그 옴니버스 작품이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는 보도를 접했을 때,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탁월한 선택이라고 여겼다. 인권을 소재로 했으면서도 그 낱말 속에 내포되어 있는 일말의 부담스러운 무게를 떨치는데 성공한 영화는 '자유 독립 소통'을 표방한 이번 영화제에 완벽히 부합했던 것이다. 폐막작도 마찬가지였다. 서구의 숱한 평자들에 의해 2002년 최고의 영화로 뽑힌 '파 프롬 헤븐'. '포이즌''벨벳 골드마인'등을 통해 미국을 대표하는 인디(펜던트) 감독으로 명성을 굳힌 토드 헤인즈의 이 수작은 '여섯개의 시선'처럼 영화제의 기치에 완벽히 부응했다. 멜로드라마 내지 여성 영화의 세계적 거장인 더글러스 서크의 '하늘이 허락한 모든 것'을 미처 모른다면 그 걸작을 재해석한 영화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으나, 인디들이 뭉쳐 만든 저예산 독립 영화가 여느 값비싼 블록버스터 못지 않은 완성도를 구현해냈다는 데에만 눈길을 줘도 감탄하지 않고는 못 배겼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마치 전주영화제를 위해 만들어진 듯한 개·폐막작이, 아니 정확히는 그런 작품들을 선택한 안목이 영화제를 살렸다고 생각했다. 영화제의 가능성은 그러나 그 선택에서만 발견된 것만은 아니다. 전체 프로그래밍에서도 엿보인다. 물론 그 못지 않게 문제점도 수두룩하겠지만. 주지하다시피 전주영화제는 출범 이후 줄곧 내·외적 잡음으로부터 자유로운 적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신임 민병록 집행위원장과 프로그래머 정수완 김은희 체제가 출범했을 때, 영화제가 과연 제대로 치러질 수 있겠냐는 강한 회의가 여기저기서 제기된 것도 사실이다. 영화계에서는 심지어 존폐위기를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당연히 영화제를 충실히 준비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게다가 부산이나 부천 등 선발 국제영화제를 더 선호할 (성싶은) 국내외 영화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해줄 것 같지도 않았다. 이번 영화제 프로그래밍에는 그와 같은 열악한 여건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심야상영 바람을 불러일으킨 일등공신인 부천영화제를 위협(?)하며 무려 다섯 차례에 걸친 '불면의 밤 '을 기획한 것도, 이른바 씨네마떼끄 성이 으뜸 정체성인 광주영화제를 무색케 하며 영화역사의 숱한 문제작들을 대거 포진시킨 것도, 실은 다 그래서였지 않았을까. 부산의 화려한 버라이어티 성을 지향하는 이들에겐 따라서 이번 전주영화제는 불만스러웠을 지도 모른다. 문화적 다양성을 제고시키겠다는 의도는 수긍이 가지만 영화제가 영화학도들을 위한 학습의 장도 아니고 매니아들의 놀이마당도 아니거늘 지나치게 비대중적으로 흐른 거 아니냐고 투덜댈지도 모르겠다. 정체성에 대한 의문도 들지도 모르고. 하지만 전주영화제가 후발 국제영화제요 아직은 갈 길이 먼 마이너리티 영화제라는 점등을 인정한다면 그 궁여지책이 무작정 싫지만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영화제가 평소와는 다른 다양한 국적 다양한 색깔의 영화를 볼 수 있는 색다른 체험의 장이란 걸 잊지 않는다면 그런 사소한 불만쯤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모든 것들은 가능성, 잠재력의 또 다른 얼굴이니까. /전찬일(영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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