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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뒤편으로 휘어진 느티나무 한줄기가 세상의 소음을 막아선다. 초생달을 만든 3백여 객석. 이들은 ‘시간’‘새벽’‘여름’‘평화’를 제시했다. 즉흥연주다. 수닐 아브차트의 반수리(bansuri·대나무 플루트)는 바람이 되고 백인영의 가야금은 잎새가 돼 ‘평화로운 새벽 시간’을 들려준다. 경기전의 향취에 감흥이 스미는 소리. 선선한 바람이 불어 잎새를 흔들면 관객은 화답하듯 꽃잎을 떨군다. 잠들지 못하고 들척이던 늦여름 매미가 탄푸라(tanpura·타현악기)의 ‘드론’(지속·반복음)을 흉내내듯 울어 제키는 25일 늦은 시간 전주경기전의 풍경.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와 배려가 있기에 가능하다. 한국과 인도의 전통음악인들로 구성된 ‘쌍깃프렌즈’. 별다른 리허설은 없었다. 마주선 자리의 느낌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밤하늘 문득 보인 별 하나를 수직으로 향을 사르면서 ‘키르탄’(신에게 드리는 음악회)이 시작됐다. 무대에 얹은 손을 다시 가슴에 모으고 무대를 오르는 그들의 모습은 사뭇 경건하다. “인도 음악은 마음을 다스려 담아내는 것”이란 김진묵씨(음악평론가)의 덧붙임은 본 연주에 앞서 ‘다스름’을 하는 우리네 산조나 판소리의 ‘단가’를 연상케 한다. 우주 근원의 미세한 음을 잡아내는 ‘탐브라’가 시작되고 우리네 작은 북을 이어 붙인 듯한 ‘타블라’(연주 산제이 데쉬판데)가 토닥, 소리를 내면 라가 싱어 아파르나 판쉬카르는 긴 호흡으로 객석과 대화를 시작한다. 낯설지만 불편하거나 거슬리지는 않는다. 가야금 실내악단 ‘예랑’과 하나가 된 연주도 같은 호흡을 유지했다. 손풍금 소리를 닮은 ‘하모니움’(연주 쿠마르 카라난디카르)은 아련한 추억을 되살리고 큰 울림으로 맑은 음색을 들려주는 ‘사로드’(연주 바르가브 미스트리)는 경쾌하다. ‘명상음악’이 무작정 던져놓은 ‘엄숙’과 ‘침묵’의 이미지는 객석 한편에 늘어선 대나무 숲에 숨어 댓잎과 사각거리며 뛰논다. 명상음악을 들으며 박수를 치는 관객들. 이들의 선율은 인간의 손을 마주치게 하는 마력이 있다. 즉흥이 강하고 명상적인 분위기가 물씬 우러나는 국악의 산조(散調)와 인도음악 라가(RAGA)의 어울림, 인도 음악은 평화를 담았고 우리 음악은 한껏 여유를 품었다. 서두를 것 없는 걸음으로 26일과 27일 늦은 9시 전주경기전을 찾으면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다.
행사 시간 장소 내용어린이소리축제 10:00 국제회의장 야외 가족과 함께 하는 전래동요와 놀이국제학술세미나 10:00 국제회의장 아시아 1인구비서사요 세미나 및 시연호랑이님 나가신다 10:30 전통문화센터 인형극단 ‘까치동’의 한지인형극 14:00심청아 나랑 놀자 11:00 연지홀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어린이음악동화 14:00미지의 소리를 찾아서 13:00 연지홀 정원마당 5대양 6대주 11개국 종족음악 -17:00 모악당 중앙광장명창등용문 14:00 명인홀 양은주의 수궁가완창발표회 16:00 명인홀 윤진철의 심청가풍물한마당 17:00 전통문화센터 센터 전속풍물단 ‘한벽’ 공연판소리다섯바탕의 멋 17:00 전통문화센터 안숙선의 춘향가온고을풍류마당 18:00 경기전 정가악회필리핀 산미겔합창단 19:00 전동성당 코리아챔버싱어즈·부산그레고리오 협연온누리합창제 19:00 덕진예술회관 대학합창청소년을 위한 음악회 20:00 연지홀 온고을오케스트라·합창단온누리콘서트 20:00 야외공연장 김수철 등 참가명상음악으로의 초대 21:00 경기전 인도 아유타·백인영(가야금)행사명 시간 장소 내용소리체험관 10:00 소리전당 전시장 보고 느끼는 소리체험의 장전통음식명품관 10:00 체련공원 전북 14개 시군 대표 음식 판매
한국과 인도의 전통음악인들이 만드는 명상음악 ‘아유타에서 불어온 바람’을 선보이고 있는 라가 싱어 아파르나 판쉬카르(Aparna Panshikar). 시종일관 웃음꽃을 피워대는 그가 내놓은 첫 단어는 “원더풀”이었다.“인도의 라가는 시간과 장소, 구성원, 계절에 따라 독특한 음색을 보인다”며 “공연을 펼친 경기전의 아름다운 무대와 진지한 객석에 감동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도 전역의 수많은 유명 음악제에 빠짐없이 초빙될뿐 아니라 이미 8개의 라가를 비롯 3개의 독집 음반을 출시한 인도 음악계의 베터랑. 올해 초에는 “한국·인도의 전통음악인들과 함께 월드 퓨전그룹 ‘쌍깃프렌즈’를 결성, 올 여름 양국의 전통 음악을 즉흥으로 연주한 음반을 발매했다”고 밝혔다. “서양음악은 화음, 동양은 선율로 표현됩니다. 특히 여운이 풍부한 인도의 명상음악과 한국의 국악은 비슷한 악기를 사용해 연주할뿐아니라 호흡면에서도 비슷한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인도 중서부의 중심지인 푸나에 있는 반디쉬 음악학교의 교장이기도 한 그는 한빛국악연구원(유대봉류 산조보존회·대표 백인영)과 자매결연을 맺어 양국의 음악교류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얼∼쑤. 잘한다”몇시간째 쉴틈도 없이 계속되는 소리무대에 관객들이 추임새로 힘을 보탠다.축제 개막과 함께 군산대 최동현교수의 진행으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열린 ‘판소리 명창명가’무대. 1백80석에 이르는 좌석이 빼곡하게 채워졌고 통로마저 빈틈이 없다.첫 무대는 김영자명창이 둘째 아들인 김도현씨를 비롯, 7명의 제자들과 함께 ‘심청가’로 열었다. 고수만해도 3명이 임무를 교대했지만, 소리에 푹 빠져 5시간 넘게 계속된 릴레이 완창무대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낸 관객들도 상당수에 달했다.올 소리축제 무대중에서 가장 의미있는 자리를 소리의 고장 내로라하는 귀명창들이 놓칠 리 없다. 또 소리의 길에 입문, 고된 수행의 과정을 밟고 있는 초보 소리꾼들에게도 더없이 좋은 기회다.25일 ‘수궁가’로 두번째 무대를 꾸민 홍정택명창은 “판소리가 세계적인 축제무대 중심에 서게 된 것은 무척 뜻깊고 경사스런 일”이라며 “앞으로도 후배들이 우리 소리를 갈고닦아 대대손손 발전시켰으면 한다”고 감회를 밝혔다.또 홍명창의 제자로 오는 28일 ‘판소리 다섯바탕의 멋’무대에도 서게 되는 전정민씨는 “고향 전주에서 열리는 세계적 축제에 스승과 함께 참가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 자체가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오는 31일에는 오정숙명창이 20여명의 제자들과 함께 무려 8시간반동안 ‘춘향가’를 연창할 예정이며, 다음날에는 최란수명창 일가가 ‘흥보가’무대를 꾸민다.
2002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단연 진수는 '판소리'다. 판소리 명창명가, 판소리 다섯바탕의 멋, 득음의 경지-완창발표회, 명창등용문으로 이어지는 판소리 무대들은 그야말로 판소리에 관한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판소리를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부터 득음의 경지에 이른 명창들의 소리세계까지 축제 한마당을 꾸리는 무대는 판소리 매니아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판소리를 보다 쉽고 가깜게 할 수 있는 기회. 24일 소리문화의 전당 명인홀에서 시작된 판소리명창명가에는 관객들이 몰려 새로운 기획에의 높은 관심을 보였다. 서로 다른 유파와 계보를 통해 일가(一家)를 이루고 있는 명창과 그 제자들이 출연, 각각 이어온 ‘바디’를 완성하는 이 무대는 김영자 홍정택일가에 이어 31일에는 오정숙명창이, 9월 1일에는 최난수명창이 공연한다. 지난해에 이어 기획된 판소리다섯바탕의 멋과 득음의 경지-완창발표회는 귀명창들이 가장 고대하는 무대. 26일부터 오후 8시 전통문화센터에서 열리는 판소리다섯바탕에는 안숙선(26일 춘향가) 김일구(27일 적벽가) 전정민(28일 흥부가) 이일주(29일 심청가) 조통달(30일 수궁가)명창이 초대됐다. 바디에 따라 서로 다른 차이와 특징을 갖고 있어 같은 곡목이라할지라도 부르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다른 판소리의 특징을 감상할 수 있다. 올해 새롭게 기획된 득음의 경지-완창발표회?(26일부터 30일까지 오후 4시소리전당 명인홀) 역시 내로라하는 명창들이 초대된 무대. 소리꾼이 되는 일은 험난하고 타고난 소리가 좋다고해서 반드시 명창이 되는 것도 아니다. 윤진철 이순단 이난초 김수연 민소완명창. 30대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명창의 반열에 서있는 이들 명창들의 서로 다른 득음의 경지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역시 같은 기간 오후 2시 소리전당 명인홀에서 열리는 ‘명창등용문’은 득음을 위한 치열한 수련 과정에 놓인 젊은 소리꾼들을 만나는 무대. 양은주 차복순 배일동 조주선 김연 정선희 김차경 왕기석씨 등 이제 막 소리꾼으로 등단한 젊은 소리꾼 여덟명이 출연, 차세대 명창들의 오늘을 보여준다.31일과 9월 1일에는 전통판소리와는 별도로 창작판소리 공연이 열린다. 김형철의 '모세뎐'과 채수정의 '유관순' '숙영낭자전' 등이 발표되는 이 무대는 판소리 창작의 의미를 전한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는 일반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소담한 정원이 있다. 모악당과 연지홀 사이에 자리한 정원마당. 몇그루의 나무와 돌, 그리고 푸릇 푸릇한 잔디.숨어있던 이 공간이 무대로 변했다. 자신처럼 잘 드러나진 않지만 태고적 신비와 자연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미지의 소리를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자리가 된다.24일 소리축제 개막과 함께 9월 1일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어지는 ‘미지의 소리를 찾아서’.주말과 휴일 소리전당을 찾은 관객들은 잔잔하면서도 어느새 열정적으로 바뀌는 소리에 이끌려 정원마당을 찾았다. 여기 저기 흩뿌려 놓은 듯한 나무기둥에 앉아 세계 각국의 민속예술팀이 보여주는 신비한 음악과 춤에 취했다.‘잃어버린 땅’ 잉카의 울림은 ‘얼음나라’북극의 자연과 만났고, 흑해를 끼고 있는 그루지아의 목소리는 징기스칸의 후예 몽골의 허메이와 소곤댔다.아침해가 모악당 머리위로 올라가 무렵부터 시작된 이들의 공연은 해가 지평선을 베개 삼아 누울 무렵까지 이어졌다.‘미지의 소리를 찾아서’는 세계 5대양 6대주 문화권별로 각 민족의 본원적인 소리를 비교 감상하며 문화적 다양성과 독창성을 깨닫고 그 속에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느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지금껏 접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서 모여든 민속예술단이 서로의 음악세계를 펼쳐보이면서 음악과 소리가 주는 의미를 관객들과 함께 되새기는 자리다.올해 전주를 찾은 단체는 8개국 12개팀. 그루지아 ‘라샤리 민속앙상블’과 아제르바이잔 ‘샤르그뷸뷸’, 캐나다 ‘이누이트족 에스키모’, 에콰도르 ‘시사이’, 뉴질랜드 ‘마오리 원주민 합창단’, 벨라루스 여성 아카펠라 7인조 합창단,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원주민합창단, 그리고 몽골의 바아타르 오드수랭이 매일 관객들과 만난다. ‘아시아 1인구비서사요’에 포함된 중국 유수매와 일본 와카마스 와카타유, 몽골 바자르잡 바야르막나이, 그리고 인도 산토쉬·해리람도 무대에 선다. 또 24일 창작 가무악 ‘완산벌의 꿈’을 공연했던 유라예술단은 ‘팔도소리’를 펼쳐놓는다.이들은 26일부터 모악당 앞 중앙광장에 마련된 간이 무대에서도 신명난 공연을 선보인다.공연시간 연지홀 정원마당 모악당 앞 중앙광장10:30 뉴질랜드 마오리족 원주민 합창11:00 에콰도르 ‘시사이’ 11:30 유라예술단 ‘팔도소리’12:00 그루지아 ‘라샤리 앙상블’ 이누이트족 ‘에스키모’소리 12:30 벨라루스 ‘그램닛시’13:00 아제르바이잔 ‘샤르그뷸뷸’ 몽골 전통소리 ‘허메이’14:00 중죽 ‘설창’ 일본 ‘가타리모노’14:30 코트디브와르 전통춤과 노래15:00 에콰도르 ‘시사이’15:30 뉴질랜드 마오리족 원주민 합창16:00 그루지아 ‘라샤리앙상블’ 이누이트족 ‘에스키모’소리16:30 유라예술단 ‘팔도소리’17:00 아제르바이잔 ‘샤르그뷸뷸’ 몽골 전통소리 ‘허메이’17:30 벨라루스 ‘그램닛시’18:00 몽골 ‘벤슨 울게르’ 인도 ‘가타’18:30 코트디브와르 전통춤과 노래
◆ 전통음식명품관 "소리구경도 식후경" ‘소리구경도 식후경?’. 전라북도 자랑의 첫 손은 음식. 소리축제 조직위는 전북 곳곳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소리문화의전당 앞 체련공원에 자리잡은 전통음식명품관. 이곳은 ‘전통비빔밥’(전주 고궁)을 비롯 ‘백합죽’(김제 계화식당) ‘어죽’(무주 강변가든) ‘추어탕’(남원 녹정) ‘산채정식’(정읍 삼일회관) ‘다슬기탕’(임실 관촌기사식당) ‘전통순대’(순창 88훼미리가든) 등 각 시·군에서 추천된 16개 업소가 참여, 지역의 특산음식을 선보이며 맛자랑을 벌이고 있다. 전주는 비빔밥집 두 곳과 콩나물국밥, 태인식품의 전통한과까지 모두 4곳. 지역의 대표음식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고 주변에 음식점이 적어 소리축제를 찾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또하나의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잦은 비로 설치가 늦어져 명품관 개장 첫날에도 가스 등 부대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았고 음식재료를 적게 준비해 실제로 운영되는 곳은 몇 곳 되지 않았던 점은 지적된다. 또한 무더위에도 불구, 냉방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찾는 이들을 짜증나게 하기도 했다. 25일 오후 명품관을 찾은 이혜란(23)씨는 “일부 메뉴를 시중가격보다 싸게 맛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하면서도 일부 고가의 품목에 대해 “간이 천막에서 비싼 돈을 내고 식사를 할 사람들이 얼마나 될련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늘어진 개막식에 관객들 짜증24일 오후 3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2002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식이 환영사와 축사로 늘어져 관객들의 빈축을 샀다. 개막공연 ‘세계의 합창’에 앞서 예정된 개막식 소요시간은 15분. 하지만 내빈들의 입장이 지연돼 다소 늦게 시작한 개막식은 강현욱 도지사와 유철갑 도의회 의장의 축사와 환영사로 이어지며 30분을 허비, 관객들의 짜증을 부추겼다. 더욱이 이들의 장황한 축사와 환영사에 사회자의 영어통역이 보태지면서 2천명이 넘는 관객들의 인내심은 극에 달했다. 일부 관객들은 소리축제 조직위와 전북도가 유명 정치인과 인사 초청을 최대한 자제, 간소한 개막식을 치른다고 공표하고도 단체장의 겉치레식 인사를 버리지 못한 결과라고 비난했다. 가족과 함께 개막공연을 본 정모씨(34)는 “외국 손님들을 대거 초청해 놓고 주인이 낯을 내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면서 “강지사와 유의장이 함께 나와 개막을 알리는 상징적인 행동이나 말 한마디만 했으면 소리축제 개막식이 더욱 빛났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음악극 '혼불' 무료공연 말썽 재연지난 6월 초연 당시 초대권 남발로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던 전주시립예술단의 대서사 음악극 ‘혼불’이 소리축제 무대에서도 무료 공연되면서 말썽을 빚었다.소리축제 공식 초청작 ‘혼불’이 공연된 24일 오후 8시 소리전당 모악당에서 무료공연이라는 말만 믿고 초대권을 지참하지 않은 시민들이 공연장 입장을 시도하던 중 이를 가로막는 조직위 관계자들에게 거세게 항의하는 등 소동이 일어났다.이들은 “초대권을 어디서 받아야 하는 지 미리 알려주지도 않고 막기만 하면 어떻게 하느냐. 들어가게 해달라”고 반발, 결국 공연장에 입장했다.이같은 소동은 객석에서도 이어졌다. 임시매표소 등을 통해 초대권을 발급받은 관객들은 2∼3층 객석에 앉은 반면 뒤늦게 입장한 이들은 1층 중앙에 비어있는 자리를 차지한 것.이날 입장한 관객들과 전문가들은 지난 6월 혼불공연때 무료공연의 폐해를 직접 목격한 소리축제 조직위가 두달만에 이를 되풀이 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한 관객은 “무료 공연이라고 해놓고 공연을 보러 오지도 않을 사람들에게 초대권을 남발하고 뒤늦게 입장한 관객이 초대권을 가진 사람보다 좋은 자리에 앉는 등의 문제는 조직위의 운영 미숙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장 주차장서 도난사건 잇따라소리축제 개막과 함께 일부 참가자들이 현금과 가방 등을 도난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조직위 관계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더욱이 절도범들은 공연장 주차장에서 세워둔 차량들을 주요 범행대상으로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참가자들은 물론 관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소리축제 전야제가 열린 지난 23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주차장에 세워둔 일부 출연자들의 차량에 도둑이 침입해 귀중품을 훔쳐 달아났다. 한 피해자는 “공연장 내부에 마땅히 귀중품을 보관하기 힘들 것같아 승용차안에 현금이 든 지갑 등을 놓아뒀는데 공연이 끝나고 돌아오니 누군가 차량을 침입한 흔적과 함께 귀중품이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불만을 토로했다.이 피해자는 또 “도난 피해자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축제운영에 누가 될까 신고를 하지 않았다”면서 “조직위는 축제준비와 함께 도난방지 등에도 소홀하지 말아야한다”고 지적했다./소리축제 특별취재팀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는 인간의 목소리가 다양하게 펼쳐져 참 흥미롭습니다. 참가자들도 세계 각국에 걸쳐 다양해서 좋습니다.”필리핀 산미겔 합창단을 이끌고 전주에 온 조나단 벨라스코씨(Jonathan M. Velasco·39).한국에 처음 방문했다는 그는 소리축제 세계의 모든 소리를 탐구하는 자리여서 매우 만족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공연무대였던 전동성당이 고풍스러운데다 울림이 좋아 합창하기에 매우 흡족했다고 덧붙였다.산미겔 합창단의 예술감독이자 수석지휘자인 그는 55개국 이상에서 선발된 1백명 연주자로 구성된 월드유스합창단(World Youth Choir)을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지휘한 젊은 지휘자다. 산미겔 문화재단에 소속되어 있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객원지휘자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산미겔 합창단은 필리핀의 유일한 전문합창단”이라며 “산미겔 그룹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단원들이 창작활동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산미겔 합창단의 음악적 폭은 다양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 필리핀 국민의 80%가 가톨릭신자인 국가적 특성을 감안 성가곡 부터 현대 합창곡, 필리핀 민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필리핀 국민은 워낙 낙천적입니다. 그래서 우리 합창단은 심각한 것을 매우 재치있게, 음악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가볍게 할 수 있는 합창음악을 추구, 국민정서에 부합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아시아음악예전연구소를 통해 우리나라 작곡가 이건용씨와 친분관계가 두터운 그는 “소리축제를 통해 한국의 전통음악을 접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소리축제 개막공연과 전동성당 무대에서 맑고 고운 화음을 선보인 필리핀 산미겔합창단(지휘 조나단 벨라스코·Jonathan M. Velasco·39). 창단 1년 6개월만에 탄탄한 실력을 자랑하며 세계 합창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 합창단은 기업의 문화예술활동 지원을 의미하는 메세나(mecenat)운동으로 탄생한 단체여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필리핀에서 유일한 전문합창단인 산미겔합창단은 필리핀을 대표하는 기업, 산미겔 그룹의 산하단체인 산미겔문화재단에서 문화와 산업을 잇는 메세나 운동 일환으로 조직했다.지휘자 조나단 벨라스코씨는 “필리핀 내에 아마추어 합창단은 많지만 재정 부담때문에 많은 공연을 하지 못한다”면서 “그룹의 지원을 받는 산미겔 합창단은 안정적으로 음악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단원들의 보수는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필리핀 내에서는 단연 최고. 합창단 출범때 기존 합창단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단원들이 산미겔로 자리를 옮겼다는 것이 조나단 벨라스코씨의 설명. 이들은 주중 하루 3시간 연습하며 분기별 정기연주회와 지역 순회무대를 갖고 있다. 지난 7월 대만국제합창제에 초대됐던 산미겔은 일반인을 위한 무료공연도 수시로 열고 있다. 활발한 문화활동을 통해 기업의 이익을 국민에게 되돌려주자는 기업의 운영방침 때문이다.합창단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국민의 문화향유를 돕기위해 기업의 이윤을 환원하는 그룹의 문화재단 운영방침은 아직까지 메세나 운동이 완전히 자리잡지 못한 우리나라에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24일과 25일 밤 전동성당에서 합창무대를 연 산미겔 합창단은 산들바람보다 더 싱그러운 인성(人聲)의 하모니로 한여름밤 더위를 몰아냈다.타고르의 시를 성가곡으로 만든 ‘내 영혼을 잠잠케 하소서’를 시작으로 필리핀 성가곡과 흑인영가, 그리고 한국곡 ‘무겁고 힘든 짐지고’(이건용 작) 등 이들의 목소리는 고풍스런 전동성당에서, 관객들 가슴속에서 메아리치며 깊은 울림을 던져줬다. 필리핀 사람들의 정서와 전통민속을 담은 민요들도 기타와 민속악기 등과 어우러져 흥겨우면서도 수준높은 음악성을 전하기에 충분했다.산미겔 합창단에 앞서 무대에 선 코리아 챔버 싱어즈(지휘 김동현)도 ‘미사 아리랑’과 ‘여기 누구 없나요’ 등 무반주 아카펠라를 합창했다.한세기 가까이 그 자리에 서 있는 전동성당은 경쾌하면서도 풀벌레 우는 듯한 단원들의 고운 목소리를 한올이라도 빠져나가지 않도록 잔향(殘響)을 붙잡아, 그 어느 공연장에서의 연주보다 더 진한 맛을 보여줬다.필리핀 산미겔 합창단의 무대는 26일과 27일 오후 7시 전동성당에서 두차례 더 이어진다.
“대사습등 각종 대회 심사위원으로는 자주 왔지만 전주 독주회는 10년만입니다” 전주에서의 독주무대 기회가 이상할 정도로 적어 아쉬웠다는 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 예능보유자 이생강(李生剛·66) 명인. 소리축제 첫날 구성지고 애절한 댓소리 가락으로 관객들의 가슴을 한껏 적셔낸 그는 소리의 땅 전주와 아주 특별한 인연이 있다.“1947년 옛 전주역앞에 장꾼들이 묵던 제일여인숙이 있었어요”55년전 열한살때의 일인데도 불구, 당시 역이 있던 장소와 여인숙 상호까지 그의 기억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해방후 포항에서 화물차를 이용, 전국 각지로 해산물을 팔러 다니던 아버지를 따라 나선길이 전주였다. 트럭 짐칸위에서 태평소와 대금솜씨를 뽐내던 그는 바로 이 곳에서 평생의 스승이 된 한주환 선생을 운명적으로 만났다.그리고 역앞 여인숙에서 21일동안 자진모리 장단을 배운 게 인연이 돼 전쟁이 끝난 1955년 부산을 찾아온 스승으로부터 본격적인 대금산조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 진양조의 느린장단에서 시작, 점차 빠른 장단의 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휘모리로 바뀌어가는 산조를 그는 거꾸로 시작했다. 너무 어린나이의 제자를 둔 스승이 자칫 흥미를 잃을까 우려, 빠른장단의 자진모리부터 익히도록 배려한 것. 어쨌든 우리 시대 거장의 대금인생은 판소리의 땅 산조의 본고장에서 한 획을 그은 것이다. 지금도 정읍과 남원·광주등 인근에서 공연이 있으면 꼭 전주에 들러 제자들을 가르치고 간다는 게 그의 설명.“우리 음악을 너무 몰라준다고 좌절도 했지만, 대중속에 들어가 대중을 움직이지 못하면 진정한 예술인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그가 1950년대말부터 재즈와 가요·팝등 타장르와 접합, 국악 대중화에 나선 이유다. 최근 국내 대표적 재즈인들과 가요를 연주하고 전자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과 협연, 일부 국악인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국악인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퓨전바람의 진원지인 셈이다.퉁소와 단소·태평소·피리등 전통 관악기는 모두 그의 입김을 통해 예술이 된다. “다른 악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대금은 그 소리 영역이 무궁무진합니다. 어떤 곡도 소화할 수 있고 표현하지 못할 게 없습니다” 60년째 전통 국악 관악기를 불면서 못 다루는 게 없을 정도로 달인의 경지에 오른 그는 대금에 특별히 심취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지금까지 4백여장의 음반을 내고 1백여개국 순회공연을 통해 전통음악 세계화에 기여한 그는 부친과 이미 상당한 경지에 오른 아들 광훈씨에 이어 손자까지 4대째 대금산조 맥을 이어가고 있는 국악가족. 최근 CD를 첨부한 단소교본을 낸데 이어 대금교본도 탈고, 다음달 출간을 앞두고 있는 그는 서울국악예술중·고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중앙대에 출강, 후진양성에도 노력하고 있다.
세월을 뛰어넘은 기록. 유성기에 실려 들릴 듯 끊어질 듯 이어지는 소리의 신비로움에 관객들은 마음을 빼앗겼다. 24일 밤 10시, 전주시 교동 한옥체험관에서 열린 고음반감상회는 진지하고 흥미로웠다. 판소리매니아 30여명이 참여한 이날 고음반감상회는 우리소리의 기록의 역사와 그 의미를 새롭게 깨우쳐 준 자리. 밤은 깊어 자정을 훌쩍 넘기고 있었지만 누구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고음반은 국가기록물입니다. 단순한 오락물, 매체로서의 의미를 뛰어넘는다는 것입니다. 우리 음악이 대부분 악보 없이 전승이 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고음반은 자료로서도 매우 귀중한 기록물인 셈입니다." 판소리연구가 배연형씨(45)는 최초의 음반 기록물인 양산도(1907, 경기민요, 관기 최홍매 노래) 당대의 명창 이동백의 '심청가', 빼어난 피리연주와 소리를 곁들인 김택준의 소년과부가(少年寡婦歌), 지금도 널리 애창되는 윤심덕의 '사의 찬미', 거문고의 명인 백낙준의 깊은 울림의 연주, 그리고 백범 김구 선생의 육성까지 이어진 '남겨진 소리'들을 들려주면서 고음반의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일깨웠다. "일제는 우리 삶의 모든 것을 빼앗았습니다. 기록의 왜곡과 인멸도 그중 하나입니다." 1910년대와 20년대에 제작된 한국음반은 모두가 일본축음기회사를 통해 녹음된 나팔통식 음반 4백여종. 배씨는 그러나 그중 대부분이 기록으로만 남아 있을 뿐 아직 절반도 채 찾아내지 못한 실정이라고 말했다.80년대 초반부터 고음반 발굴과 수집에 매달려온 배씨가 소장한 음반은 대략 2천여장. 그 자신은 결코 많지 않은 양이라고 말하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음반 기록물이나, 그가 가장 인상깊다고 표현한 김구 선생의 육성 등 가치가 높은 음반들이 적지 않다. 발품 팔아가며 고물시장을 뒤져온 그는 그 작업을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는 일이기도하다."고 표현했다. 우리 고음반 발굴과 연구의 진전은 한국고음반감상회 이보형회장의 열정 덕분이라고 소개하는 그는 아직도 발굴해야할 고음반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그만큼 발굴의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고음반을 통해 서양풍이 채 물들지 않은 전통음악의 순수한 모습이 어떠했고, 그것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읽어내는 의미"를 강조하는 그는 "우리의 전통사회에서는 외침이 모두 음악이었다. 음반에 기록된 소리를 듣다보면 당대의 모습이 금방 손에 잡힐 듯 하다"고 말한다. 현직 교사(서울 휘경여중)이면서 판소리 연구와 고음반 발굴을 통한 문헌 정리작업에 열정을 쏟고 있는 그는 신나라레코드사의 고음반 복각작업에도 열정적으로 참여해온 연구자. 올해 소리축제를 통해 고음반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높일 수 있는 것이 반갑다고 말했다. 그가 진행하는 고음반감상회는 25일 '창극의 발자취'를 감상한데 이어 31일과 9월 1일에 다시 열린다. 명인명창들의 음반을 만날 수 있는 시간. 판소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놓치기 아쉬운 귀한 자리다.
‘세상이 소리를 만든 게 아니다/ 소리가 이 세상을 만들었다/ 소리가 이 세상의 끝과 끝을 맞잡고 있다/ 들려다오, 사랑하는 이여/…/ 귀를 기울이면 비로소 보인다/ 눈에 보이지 않던 소리가 보인다/ 전주에서 보인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보인다’(안도현 작·2002전주세계소리축제 축시 ‘세상의 모든 소리’중에서)2002전주세계소리축제가 시작됐다. 축제의 서막을 올린 개막공연 ‘세계의 합창’은 “단순한 음악제나 종합예술제가 아닌, 전주라는 지역성에 기반한 신명난 축제”라는 임진택총감독의 장담처럼 소리의 본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자리였다.24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각계 인사와 하라사 주한필리핀대사 등 40여명의 주한외교사절, 일본 이시카와현 관계자, 지역민 등 2천여명이 참석했다.도립국악원 관현악단의 축제서곡으로 막을 연 개막공연은 체코 보니푸에리 합창단을 비롯해 일본 이시까와현 민속예술단, 벨라루스 아카펠라여성합창단 그램닛시, 아프리카 코트디브와르 민속합창, 뉴질랜드 마오리족 민속합창, 익산시립합창단 등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독특한 창법, 이색적인 의상, 각기 다른 음악 장르를 선보이며 ‘세계와 세계, 소리와 소리’가 만나는 특별한 무대를 빚어냈다. 2시간여에 걸친 개막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어울림’이었다. 도립국악원 관현악단과 판소리연합합창단, 필리핀 산미겔합창단을 비롯해 이번 축제에 참가한 각국의 출연진들은 ‘전라도 소리아리랑’(작사 김정수·작곡 유장영·편곡 김삼곤)을 함께 부르며 피날레를 장식했다.지금까지 화성의 조화에 치중하는, 서양의 합창형식에 길들여진 관객들은 소리축제의 야심찬 시도에 다소 낯설어하면서도 세계로 통하는 열린 무대로의 가능성과 축제의 정체성을 체험할 수 있었다.그러나 부푼 기대 만큼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 세계 각국의 목소리를 한자리에서 조망할 수는 있었지만 개막공연이라는 규모와 성격에 걸맞는 넉넉한 성찬은 찾을 수 없었다. 다양하고 독특한 합창은 파노라마처럼 선보였지만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낼 만큼 흡입력있는 무언가를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2002전주세계소리축제가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항해에 나선 가운데 주말과 휴일을 맞아 상당수의 도민들이 축제에 동참하고 지난해에 비해 축제의 정체성이 뚜렷해지는 등 첫번째 단추를 무난하게 꿰었다는 지적이다.소리축제 조직위에 따르면 개막일인 24일과 휴일인 25일 이틀동안 소리축제가 열린 한국소리문화의 전당과 전통문화특구를 찾은 관람객이 약 10만명(잠정집계)에 달했다. 공연장 관객이 약 5만명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고, 음식명품관 등 부대행사장에도 약 5만명의 인파가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24일 무료로 공연된 ‘혼불’이 공연된 소리전당 모악당의 경우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만큼 관객이 몰렸고, ‘미지의 세계를 찾아서’공연장에도 하루종일 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등 초반열기가 달아올랐다. 또 전통문화특구내 공연장도 적지 않은 관객들이 낯설지만 수준높은 세계각국의 음악을 즐기며 여유있는 한때를 보냈고, 어린이소리축제와 소리체험관 등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대거 소개되면서 축제를 동심한마당으로 물들게 했다.특히 소리의 본고장이라는 지역정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백화점식 나열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았던 지난해와 달리 판소리와 목소리를 중심축삼아 축제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제대로 살렸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그러나 지난해 제기됐던 불만들이 되풀이되는 사례도 많아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특히 외지관광객이 드문데다 입장권판매는 매진됐지만 정작 객석이 비는 등 일부 공연장의 낮은 객석점유율로 관객들의 눈총을 샀기 때문이다. 자원봉사자들의 대처능력이 부족해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적지 않았다.소리축제는 다음달 1일까지 ‘미지의 소리를 찾아서’와 ‘판소리 명창명가’‘온고을풍류마당’등 차별화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앞세워 초반의 축제열기를 이어갈 계획이다.
2002전주세계소리축제 부대행사인 ‘테마소리기행’이 취소됐다.테마 소리기행은 ‘소리의 고장’ 전북 곳곳에 자리한 판소리 명소를 둘러보고 소리축제 프로그램을 직접 관람하는 체험형 관광 프로그램. 지난해에도 호응이 좋아 올해도 소리축제를 전국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소리축제 조직위는 테마 소리기행을 주관하는 서울의 한겨례문화센터의 기획에 문제가 생겨 프로그램을 제외했다고 24일 밝혔다. 기획 자체가 동학농민혁명 유적지 등 소리와 무관한 프로그램으로 짜여져 있어 전격 취소했다는 것.박지훈 공연기획부장은 “테마 소리기행를 치르기 위해서는 예산만 5∼6백만원이 든다”면서 “비싼 대가를 치르는 프로그램이 소리축제와 연관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고 판단, 올해에는 치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Too bad, I can't find anything I like.애석하게도, 맘에 드는 게 없네요.A: Wow! Everything in this store is so cheap.와! 이 상점의 모든 물품은 정말 싸군요.B: Too bad, I can't find anything I like.A: Did you see the swimsuits?수영복 봤어요?B: Yes, but I don't like any of the styles.네, 하지만 그런 형태는 마음에 들지 않아요.쇼핑을 하다보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다른 곳으로 가고 싶은 생각이 드신 경우가 있으셨을 것입니다. I can't find anything I like(마음에 드는 것을 찾을 수 없다)라는 말에서 not과 any가 함께 쓰이면 never(결코∼하지 않다)라는 강한 부정의 뜻이 됩니다. I like는 지난 시간 I don't like(마음에 들지 않는다)에서 알아본 표현으로 좋고 싫음을 표시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말입니다. 기억해둘 만한 표현* Nothing in this shop attracts me.이 가게에는 살 만한 물건이 없군요.* I don't see anything I want.마음에 드는 게 없군요.* I think I'll shop around.다른 데도 알아 봐야겠습니다.
將心比心이면 强如佛心이라장심비심 강여불심내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그 마음은 곧 부처님 마음보다도 훌륭한 마음이다.청나라 때 석천기(石天基)라는 사람이 쓴 《전가보(傳家寶:가보로 전하라)》라는 책의 권7에 나오는 말이다. 여기서 '將心'의 '心'은 내 마음을 말하고 '比心'의 '心'은 남의 마음을 말하며 '將'은 '......로'라는 뜻이고 '比'는 '비교하여 헤아린다'는 뜻이다. 내 마음에 견주어 남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남에게 나쁘게 대할 일이 없게 된다. 내가 하고 싶지 않거나 당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시키거나 겪게 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이라면 부처님의 마음보다도 훌륭한 마음이다. 부처님도 매 사람의 마음을 다 헤아려 주지는 못할 테니 말이다. 내가 싫은 일은 남도 싫을 것이라는 점을 헤아린다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 같은데 그것을 잘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왜 그럴까? 자기 위주로 살기 때문이다. 남이야 어찌 되든 우선 내가 편하고 내가 즐거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기 때문에 남의 마음을 헤아려줄 여유가 없는 것이다. 나의 즐거움을 조금만 줄여서 그 여유로 나보다 즐겁지 못한 사람 한 두 사람을 즐겁게 해주면 그들의 즐거움이 열 배로 커져서 다시 내게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그렇게 많은 자비를 베풀고서도 조금도 지치지 않는다. 내 것을 챙기려고 혈안이 되지 말고 남을 헤아리는 맑은 눈을 가질 때 인생은 기쁨으로 충만할 것이다.將:장차 장 比:견줄 비 强:강할 강 佛:부처 불
“도민 2002명이 참여한 축제합창단은 소리축제가 주민 참여형 축제라는 상징성을 보여준 쾌거입니다.”23일 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야외공연장에서 2002명이 한목소리를 내는 장관을 연출한 2002축제합창단의 이동길 집행위원장(53·완산외국어정보고 교사).한꺼번에 모이기도 힘든 대규모 인원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내심 걱정했다는 그는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거리가 멀었지만 훌륭한 하모니를 연출, 전야제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지난 7월부터 합창단에 참여할 어린 학생부터 중고생, 시민, 전문합창단원 등 2002명을 모으고 합창 프로그램을 기획한 그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었으면 축제합창단을 구성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어린이(희망)·청소년(우정)·일반(평화)·전문 합창(사랑) 등 4개 팀에 걸쳐 5백명씩 모으기 위해 각 학교와 단체에 협조를 구하기도 전에 참가신청이 폭주, 뒤늦은 신청자 5백여명은 잘라야 했다고.“연습장소도 솔선해 제공하는 등 시민 모두가 축제 성공을 위해 힘을 모았다”는 그는 참가자 모두 전야제를 위해 김밥을 먹어가며 5∼6시간을 공연장에서 보내는 불편도 감수했다고 귀뜸했다.합창전문가들조차 ‘2천명을 모으기가 쉽지 않고 그 많은 인원이 무슨 음악을 하느냐’며 반대한 축제합창단을 그가 뚝심으로 밀어부친 이유는 소리축제를 ‘도민 참여형 축제’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도민들도 소리축제의 일원으로 참가, ‘우리가 축제 주인’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다는것이 그의 설명이다.“비록 30분 짜리 행사지만 참가자 주변 사람들이 축제에 관심을 가지는 등 그 파급효과는 대단하다”는 그는 도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즐길 때 소리축제가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그의 바람은 축제합창단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도민의 단합과 무한한 잠재력을 쏟아낼 수 있는 창구로 지속되는 것. 경희대 음대를 졸업, 전주시향·광주시향·인천시향 단원으로 활동했으며 98년부터 전북중등음악교사연구회장을맡고있다.
“이렇게 큰 무대에서 합창하게 돼서 기뻐요.”2002명이 참여한 축제합창단원 중 나이가 가장 어린 임예람(7·전주용흥초등 1년). 23일 밤 소리전당 야외공연장에서 ‘소리아리랑’가사를 또박 또박 발음하며 합창한 예람이는 관객들의 주목을 모았다.“처음엔 떨렸지만 엄마가 옆에 있어서 편하게 부를 수 있었다”는 예람이네는 엄마 박성숙씨(39·전주 YWCA간사)와 아빠 임성철씨(40·목회자), 그리고 언니 평화(13)·기쁨(12)양 등 온가족이 축제합창단에 참가했다.전야제 리허설 때 공연장에 들어선 체코 보니푸에리 합창단에 반했다는 예람이는 “세계적인 유명합창단과 함께 공연했다는 것을 친구들에게 자랑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소리의 땅 전주가 땅울림을 시작했다.‘소리사랑, 온 누리에’를 주제로 올해 두번째 판을 벌인 ‘2002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전야제에 이어 24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아흐레동안의 소리여행을 떠난다.올 소리향연의 무대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통문화특구를 중심으로 한 전주시 일원이다. 지구촌 16개국에서 참가한 1백56개팀 4천5백여명이 올리는 잔칫상은 모두 1백79회. 그 중심축은 판소리가 맡았다.우리 소리를 중심으로 세계의 소리가 어우러져 땅과 하늘을 울리게 될 이번 축제를 통해 전주는 세계소리문화의 메카로서의 위상을 다시한번 알린다.또 판소리와 함께 합창음악이 양대축을 이루고 있는 점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전북도가 주최하고 외교통상부와 행정자치부·문화관광부등이 후원한 이번 잔치에서는 어린이 소리축제와 전시·학술세미나등 부대행사도 관심거리다.23일 오후8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야외공연장서 윤인구·김수진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열린 전야제는 도민과 공연팀이 잔치무대를 자축하고 축제성공을 기원하는 행사로 꾸며졌다. 7천여명이 한자리에 모인 여름밤 잔치는 어린이 고적대와 풍물패·전주시립교향악단이 문을 두드리면서 시작됐다.특히 축제의 땅 도민이 주인이 되는 열린잔치를 연출하기 위해 구성된 ‘2002축제합창단’은 해외 공연팀과 번갈아 무대에 출연, 온고을 축제의 밤을 절정으로 이끌었다.2천2명의 축제합창단은 어린이와 청소년·시민연합·전문합창부문으로 나뉘어 사랑과 우정 그리고 희망과 평화를 노래했다.또 인기가수 조영남씨는 잔치마당 끝무렵에 무대에 올라 특유의 열창으로 관객들에게 신명과 흥을 선사했다.전야제의 대미는 축제합창단과 조영남씨등 참가자들이 함께 부른 ‘소리아리랑’으로 장식됐다. 한목소리로 밤하늘을 수놓은 피날레 무대는 축제의 성공을 예견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24일 오후3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는 천이두 조직위원장의 개막선언과 함께 본격적인 축제의 막이 오른다.25일까지 두차례에 걸쳐 펼쳐지는 개막공연 ‘세계의 합창’은 지구촌의 평화와 인류의 화합을 상징하는 무대로 ‘목소리’를 주소재로 한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성격과 방향성을 함축하고 있다.
“우리 민족 고유의 소리예술을 본고장에서 직접 감상할 수 있게 돼 무척 기쁩니다”소리축제조직위원회의 초청으로 23일 축제의 땅 전주를 찾은 중국 연변작가협회 김학천(金學泉·48) 주석(主席)은 소리축제를 ‘소중한 기회’라고 표현했다.“중국 조선족사회에서 판소리가 소실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연변예술대학서도 판소리를 전공하거나 연구하는 사람을 이제 찾아볼 수 없고 젊은층에서는 판소리 차체를 들어본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김주석에게도 판소리는 생소하다. 조선족자치주에 살면서 판소리를 들어본 게 고작 1∼2번에 불과하다는 그는 축제의 땅에서 우리 소리를 관심있게 들어볼 요량이다.전주방문은 연변작가협회와 연변민족문학원이 해마다 실시하는 특강에 지난 2000년 11월 천이두 위원장을 강사로 초청한 게 인연이 됐다.연변작가협회 김호근(金浩根) 부주석과 동행한 그는 “여러차례 한국을 방문, 문인단체와 교류해왔지만 전주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29일 중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판소리를 중심으로 가능한 많은 공연을 관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연변작가협회는 전체회원 6백여명중 조선족이 85%를 차지하고 있으며 조선족문인협회로는 중국내에서 유일하다. 우리 나라와는 달리 정부 문학부서 성격의 자치주 직속기구로 기관장에 해당하는 협회 주석을 포함, 임원들은 모두 공무원 신분이다.조국에서 열리는 세계인의 소리축제 무대를 찾은 그는 한·중수교 10주년을 맞아 전주에서의 일정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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