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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아쉬움 털어낸 석정의 학문세계

‘문장의 품격은 북송을 거슬러 오르고 담론은 정시 초기 현담 같네.시가에 있어 스승으로는 두보가 있으며서법은 만년에 안평원을 굴복시켰다네.회화 또한 미불·황정견 사이러니지산과 석전을 누가 다시 논하랴.’조선말기 이병호의 시로 석정(石亭) 이정직(李定稷·1841∼1910)의 학문세계를 논한 작품이다. 철학은 물론, 시·서·화(詩·書·畵)에 깊이와 넓이를 헤아릴 수 없었던 석정에 대한 평가가 읽혀진다.김제 백산면 상정리 요교(寥橋·여뀌다리)마을에서 태어난 석정은 한말 호남 유학을 대표하는 학자로 도학과 문예 그리고 덕성까지 겸비, 당시 통유(通儒)라고 불리웠다. 해학 이기와 매천 황현과 함께 ‘호남의 삼걸’로 일컬으며 칸트·베이컨의 철학을 우리나라에 소개한 선구적인 학자, 경세치용의 사고를 계승한 실학자 등으로 이름났다.그럼에도 석정의 학문세계는 1980년대 이전까지 연구논문이 한편도 없을 정도로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채 그늘 속에 묻혀 있어 아쉬움으로 남고 있다.석정의 저술이 1백년 동안 켜켜이 쌓인 세월의 더께와 아쉬움을 털어내고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다. 후학들이 석정의 유고를 한글로 번역해 발간한 것. ‘석정 이정직 유고(石亭 李定稷 遺藁)’.김제문화원(원장 김병학)이 김제시의 지원으로 99년부터 지금까지 3년에 걸친 대작업 끝에 펴낸 유고집이다. 전북대 인문학연구소와 한국유교학회 소속 학자 20명이 국역에 참여했다.모두 4권으로 담고 있는 분량만 해도 15종 30책에 달한다. 전북도 유형문화재 제149호로 지정된 저서들로 ‘연석산방미정문고’9권과 별집 2권, ‘연석산방시고’ 5권, 그리고 별책형태로 전해지고 있는 ‘소여록’과 ‘전가록’등이다.이 유고는 1894년 동학농민군의 전주성 입성 당시 집이 불타며 초중년까지의 초고를 함께 잃은 석정이 연석산방에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저술에 힘써 얻은 결실이다. 현재 석정의 후손 이종석씨가 관리하고 있다.경세치용 사상과 성리학에 대한 조예, 시작(詩作)에 대한 열의, 서화(書畵)를 이야기하는 예술가로서의 면모 등 철학은 물론 한문학이나 역사학, 경세사상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석정의 깊은 학식과 바른 사상을 탐구할 수 있다. 또 여행기를 담은 ‘소여록’과 자신의 생장기를 엮은 ‘전가록’등은 석정의 교유관계를 살피고 석정의 생애를 연구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자료다.김병학 원장은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석정의 저술 가운데 중요한 부분을 학계는 물론 일반에 알린다는 의미가 있다”면서 “선생의 유고가 워낙 방대해 모두 번역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지만 앞으로 하나씩 하나씩 더해 나가 석정의 학문세계를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2.06.26 23:02

출판가에도 히딩크 열풍

출판가에도 히딩크 열풍이 거세다. 그의 어록, 감독 취임후 5백일간의 생활, 선수관리법, 축구지도자로서 히딩크의 인생을 그린 전기 등 다양한 출판물이 기획·출간되고 있다. 시류에 편승했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축구를 통해 보여 준 전략가, 조직전문가의 면모가 변화와 개혁을 꿈꾸는 리더들에게 관심을 끄는 것이다. 지난해 축구해설가 신문선씨가 공동 집필해 출간된 ‘히딩크 리더십’(리더스경제연구소)은 대표팀의 잇단 승전보로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는 책이다. 히딩크 감독의 용병술과 전략구사를 벤치마킹한 이 책은 현재 4만여부가 팔리면서 경제·경영 부문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기업 CEO와 직장인의 애독서가 됐다. 성공적인 리더가 되는 노하우를 77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그를 취재해온 국내외 저널리스트 26명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묶은 ‘세계가 놀란 히딩크의 힘’(중앙M&B)은 고집스럽게 ‘나의 길’를 추구하며 학연과 지연을 타파하고 선수 길들이기, 유럽 징크스 깨기 등을 성공적으로 골라인 아웃 시킨 히딩크식 축구이야기부터 ‘악연으로 시작된 한국과의 인연’‘이색 숙제 ― TV 보고 공부해’‘쌍욕할 때 칭찬할 때’ 등 그의 인간적 면모까지 느낄 수 있는 이런저런 사연들이 소개됐다. 이 책에는 또 히딩크의 다양한 표정과 독특한 제스처를 담은 사진이 의미심장한 그의 말과 함께 수록됐다. ‘CEO 히딩크:게임의 지배’(바다)는 히딩크를 축구기술자가 아니라 축구경영자로 파악해 경영자라는 시각에서 그를 역할모델로 분석한 경영서다. 국내 기획의 새로운 가능성을 시도한 점에서도 주목을 요한다. 전주출신 스포츠 전문기자 김화성씨가 히딩크식 축구와 기존 한국 축구와의 차이를 살펴본 후 발전적 대안을 모색 한 ‘한국은 축구다’(지식공작소)는 한국축구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바라보며 애정어린 비판과 질책을 거침없이 풀어놓은 책이다. 또한 히딩크를 계기로 그의 조국 네덜란드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높아질 것으로 예상, 네덜란드의 역사와 기행에 대한 책도 때아닌 호황에 싸여 있다. 여기에 홍명보의 축구 인생을 그린 자서전 ‘영원한 리베로’는 하루 5000부를 찍어낼 정도로 기염을 토하고 있고 우리 응원단을 다룬 책도 추진되고 있어 당분간 월드컵 붐은 지속될 전망이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2.06.26 23:02

풍남제 백일장 수상자 선정

전북여류문학회(회장 이소애)가 주최한 제44회 전주풍남제 백일장에서 운문부문 오민영양(효자초등 5년)과 산문부문 주효선양(서일초등 6년)이 각각 대상을 차지했다. 김정숙 교사(효자초등)와 이영자 교사(산문부문)은 지도교사상을 차지했다.지난 15일 전주 경기전에서 ‘전주역사 바로 알기’를 주제로 열린 백일장대회에는 전주시내 초등학생 1천여명이 참가, 글솜씨를 뽐냈으며 모두 3백38명의 입상·입선자가 결정됐다.시상식은 27일 오후 2시 전주시청 강당에서 열린다.수상자는 다음과 같다.△대상=오민영(효자초등 5년) 주효선(서일초등 6년) △금상=허화영(서일초교 4년) 장수진(전주초교 5년) 김지은(서일초교 6년·이상 운문부문) 유동범(양지초교 3년) 구자희(전주북초등 5년) 이수인(아중초교 6년년·이상 산문부문) △은상=박한제(송북초교 1년) 장미(전주초등 2년) 유지성(송북초교 3년) 김한솔(인후초교 3년) 김영준(삼천초교 4년) 이서영(덕진초교 4년) 송명훈(인후초교 5년) 한승지(전주초교 5년) 신승연(반월초교 6년) 김광명(중산초교 6년년·이상 운문부문) 안재하(기린초교 3년) 신혜자(서일초교 3년) 송하은(지곡초교 3년) 최정호(송북초교 4년) 한지윤(전주남초교 5년) 송이랑(덕진초교 5년) 오지윤(인후초교 5년) 김원지(아중초교 6년) 유진옥(평화초교 6년) 박소록(전주남초교 6년년·이상 산문부문)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2.06.26 23:02

새로나온 책

-정성수의 시곡집 ‘인연’‘산다는 것은 장난이 아니다’ 등 2권의 시집을 펴낸 정성수 시인의 시에 이종록교수(전북대 음악학과)가 곡을 붙인 시곡집. 사랑과 이별의 감정을 서정적으로 표현한 35편의 시에 감미로운 선율이 만나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아사히)-도라다니기40평생을 흙과 더불어 살고 있는 농부시인 김희주씨의 두번째 시집. 농부이지만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종교 스포츠 등 다방면에서 빛나는 철학적 사색과 식견이 시어로 승화되었다.월간 문예사조에 ‘황토’를 발표하며 등단한 김씨는 전북문협과 전북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파피루스)-모택동 선집21937년부터 1941년까지의 항일전쟁 시기에 모택동이 집필한 저작들을 소개했다. 일본에 대항해 투쟁의 기치를 세우려는 모택동의 저작들과 항일을 위한 여러가지 전략들이 눈길을 끈다. 국공분열보다는 다함께 항전의 승리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는 모택동의 강한 의지와 사상을 엿볼 수 있다. (범우사)-고객창출을 위한 한국표준 서비스상무 SLC 총지배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현룡씨가 20여년간 생활한 서비스업계의 경험과 노하우를 기록했다. 관광산업의 일선에 포진하고 있는 식음료업과 숙박업 등 서비스기업에 종사하는 서비스요원들을 위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범우사)-다층계간 문예지 ‘다층’2002 여름호. 지난 3월 사망한 해석학의 태두 가다머(H.G Gadamer)를 특집으로 다뤘다. 호사카 유우지 교수(세종대)의 한일문화 비교론, 조재룡 박사의 ‘기호학과 구조주의의 한계를 넘어서’가 연재를 시작했다. 정일목 최예옥 서종택씨의 수필작품도 실렸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2.06.26 23:02

[교육] 도내대학강단 우수인력 "모시기경쟁"

올 2학기 역대 최대규모의 신임교수 초빙에 나선 도내 대학들이 특별연구비와 안식학기제등 각종 지원책을 제시, 우수 교수 모시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강단의 우수 인력은 두말할 나위없이 대학의 위상을 높이고 신입생 모집경쟁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필요조건이기 때문. 다음달 12일부터 서류접수에 들어가는 전북대는 신임교수 초빙공고를 통해 ‘인문사회계열은 5백만원, 자연계열은 8백만원씩의 신규임용교수 연구비를 특별지원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대학은 지난 1학기 30여개 세부전공에서 신규교수를 선발한 데 이어 2학기에도 치과대학을 제외한 12개 단과대학에서 모두 46명에 이르는 전임교수 초빙공고를 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같은 채용규모는 전국 4년제대학의 2학기 전체 교수초빙 인원 7백66명의 6%에 이르는 것으로 대학별로는 중앙대(전임 42명·겸임 39명)에 이어 2번째며 전임교수만으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다. 우석대도 신임교수 특별연구비로 계열에 관계없이 4백만원씩을 지급하고 우수논문 발표자에게는 국내논문의 경우 4백만원, SCI(과학논문 인용색인)급은 1편당 7백만원씩의 연구비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법행정경찰학부와 한의학과등에서 전임교수 9명과 겸임교수 약간명을 모집하는 이 대학은 다음달 25일부터 지원서류를 접수한다. 전주대는 신임교수들이 6개월동안 강의를 담당하지 않고 교재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교재연구개발 학기제’를 실시하는 동시에 6학기를 근무하면 다음학기를 쉴 수 있도록 하는 ‘안식학기제’를 도입, 눈길을 모으고 있다. 올 2학기 모두 25명의 전임교수를 선발하는 이 대학은 또 교수임용후 SCI급 학술지와 국내 중앙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할 경우 5백만원에서 1천만원까지의 연구비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대해 도내대학 관계자는 25일 “최근 수년사이 학계에 명성을 쌓아온 우수 교수들이 수도권대학으로 잇따라 이동, 교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게 사실”이라며 “대학차원에서 우수인력 선발과 연구자 지원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원광대와 군산대등 도내 대부분의 대학들도 교수 연구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 우수 연구자 모시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한편 올해부터 채용되는 신규교수는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안에 따라 국립대에서도 모두 계약제로 임용된다.

  • 문화일반
  • 김종표
  • 2002.06.26 23:02

[교육] 전주대 취업실무과정 세미나

전주대 생애개발지원처(처장 조정훈) 진로지원실이 지난 19일부터 교내 연구동 강의실에서 개최하고 있는 ‘취업 실무과정 세미나’가 취업을 앞둔 재학생들로부터 호평을 얻고 있다. 본격적인 취업시즌을 앞두고 오는 28일까지 진행되는 이 세미나는 기업의 인력채용 기준및 패턴등의 정보를 습득하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등 서류작성을 비롯, 모의면접·이미지메이킹·예절교육등을 통해 취업실무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짜여져 있다. 이시영총장은 첫날 특강을 통해 “현재 각 기업체는 인력선발 조건으로 머리가 좋은 사람보다는 성실성과 리더십·동료간의 원만한 관계등을 우선 요구한다”면서 “이제 대학에서 지식을 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올해로 3회째 실시되는 취업실무과정 세미나는 1백여명의 학생들이 등록한 가운데 김기봉 한국인재평가개발원 부원장을 비롯한 유명인사 15명의 특강으로 진행된다. 특히 졸업을 앞둔 4학년생들은 물론 취업마인드를 형성하기 위한 2·3학년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학측은 취업실무과정 수료자중 우수학생을 특별관리, 기업체로부터 구인요청이 올 경우 우선 알선할 계획이다.

  • 문화일반
  • 김종표
  • 2002.06.26 23:02

무대에 선 "혼불"

문학사적 성과가 가져온 결실. 22일부터 24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선보인 대서사음악극 ‘혼불’은 그것이 지닌 문학사적 위대한 성과를 그대로 증명했다. 3일동안 네차례 올려진 공연모두에 2천3백석의 객석이 빼곡히 들어차고도 부족해 넘쳐난 것만으로도 이는 입증되었다. 전주시립예술단이 기획공연으로 올린 이 작품은 전북을 대표하는 故 최명희씨의 대하소설 ‘혼불’을 음악극으로 만든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제작과정에서부터 관심을 모았다. 혼불의 무대형상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었을 뿐 아니라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대거 참여하는 의욕과 열정만으로도 주목받기에 족했기 때문이다.“혼불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하는 제작진의 의욕으로부터 이제 우리는 한편의 음악극을 얻었다는 성취감과 함께 전북을 대표하는 예술공연작품의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연시간만도 3시간. 국악적인 요소가 서양음악에 파묻히고 말았다는 일부 지적이 있었지만 자칫 지루해질 수 있었던 긴공연시간동안 국악과 양악의 교감으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던 음악적 요소는 그런대로 무난했다는 평을 받았다. 대부분 공연의 객석을 가득채운 관객들의 관극태도나 반응을 감안한다면 평균점수는 받은 셈이다. 하지만 이번 혼불 공연은 시도 자체에 대한 의미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 무대예술의 완성도가 욕심과 의욕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대로 증명해주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2억원이란 막대한 예산, 그것도 전주시의 순수한 지원으로 이루어진 예산이 투자된 대작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혼불’에는 욕심만 있었을 뿐 철저한 준비작업의 미덕은 별로 도드라져보이지 못했다. 우선 그 준비기간부터가 짧았다. 올해 초 대본 작업이 시작된 이 작품은 3월부터 장르별 개별연습을 시작했고 1백80여명에 이르는 출연진은 겨우 공연 2주전에야 한자리에 모여 총연습을 할 수 있었다. 대규모 음악극을 내세우고도 제작기간은 6개월에도 채 못미쳤던 셈이다. 촉박한 준비과정에서부터 예견되었던 극의 완성도에 대한 우려는 기우가 아니었다. 그중에서도 음악극이라 내세운 극의 전체 구도에서 새어나온 헛점과 미숙함은 결과적으로 값진 의욕과 시도의 의미조차 가려버리는 역효과를 가져왔다.관현악단과 지휘자의 교감, 합창단과 소리꾼과의 호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공연내내 관객들에게 불안함을 안겨줬다. 한국전통음악의 맛을 가미하기 위해 진도씻김굿이나 풍물, 상여소리 등을 도입했지만 남원과 전북의 고유 소리와는 거리가 먼데다 극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끊어놓는 사족(蛇足)이 되고 말았다는 지적을 받았다.더구나 음악에 짓눌린 극의 전개는 원작의 장대함을 살리기에 부적합했다. 아무리 대하소설이라고는 하지만 3시간이란 공연시간안에서도 축약의 미덕은 결코 살아나지 못했고, 나열식의 극 전개로부터 ‘혼불’의 사상이나 문학적 세계를 만나기는 어려웠다. 무엇보다 10권짜리 대하소설을 극화하기 위해서는 연출의 요소가 필수인데도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듯 ‘들쭉날쭉’한 극의 흐름 때문이었다. 칸타타에 적합한 관현악단의 중앙배치와 무대 뒤로 빠진 합창단의 위치, 극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조명도 전체적으로 음악극을 산만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했으며 극의 흐름과 관계없이 비슷한 동선으로 이어졌던 무용도 아쉬웠다.초대권 남발도 극에 달했다. 주최측인 전주시는 “관람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는 답변으로 이 공연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을 홍보했지만 굳이 무료로 이 공연을 강행한 것이나 23일 밤, 공연장 입구에서의 입장권 배부 행태는 모처럼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지역공연계의 관극문화를 오히려 한걸음 뒤처지게 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2.06.25 23:02

초여름, 술익는 마을로의 초대

애주가들의 입맛을 다시게 하는 전통주를 직접 만들어보는 배움마당이 마련됐다. 23일 전주전통술박물관(관장 다음·37)‘수을관’에서 열린 초여름 약주 ‘점주( 酒)’ 담그기 현장. 한옥 켠켠이 찹쌀밥 냄새가 구수하다. 서너일 전 누룩, 멥쌀, 물 등으로 잡아놓은 밑술을 거른 뒤 찹쌀 두말로 고두밥을 해 술에 담군다. 내내 술 만드는 비법을 배우려 찾아든 전통문화지킴이들의 오감은 쉴곳이 없다. 보름정도 숙성시키면 떠 있던 찹쌀 알갱이가 가라앉고 그윽한 술향이 집안에 번진다. 이때부터 용수를 박아 걸어내면 은은향 향취를 접할 수 있다. ‘점주’는 누룩 냄새가 없고 뒤끝이 깨끗한 것이 특징. 시연회를 연 김남옥 할머니(81)의 손맛에 술맛은 더 깊어진다. 전통생활문화를 대표하는 가양주(家釀酒)담기 행사의 일환으로열린 이번 행사는 전통문화사랑모임 회원 등 우리 문화를 경험하려는 이들이 참가해 한국의 정취에 흠뻑 취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솔잎과 대잎·인삼·백봉령·사삼 등 각종 약재까지 사용해 백일전에 담아놓은 과실주 시음행사로 이어졌다. 포석정에서 따온 ‘유상곡수(流觴曲水)’를 재현한 앞마당에서 술을 음미하며 다른 술과 비교하고 전주의 주법을 익히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 다음 관장은 “꾸준히 회원을 모집해서 더 많은 분들에게 수백년간 내려온 우리의 가양주 전통을 비롯해 소중한 우리의 술문화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전통술박물관에서는 전북지역의 가양주 50여 가지를 맛보고 담그는 법을 배울 수 있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2.06.25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