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4-12-03 11:22 (화)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화일반

초여름, 술익는 마을로의 초대

애주가들의 입맛을 다시게 하는 전통주를 직접 만들어보는 배움마당이 마련됐다. 23일 전주전통술박물관(관장 다음·37)‘수을관’에서 열린 초여름 약주 ‘점주( 酒)’ 담그기 현장. 한옥 켠켠이 찹쌀밥 냄새가 구수하다. 서너일 전 누룩, 멥쌀, 물 등으로 잡아놓은 밑술을 거른 뒤 찹쌀 두말로 고두밥을 해 술에 담군다. 내내 술 만드는 비법을 배우려 찾아든 전통문화지킴이들의 오감은 쉴곳이 없다. 보름정도 숙성시키면 떠 있던 찹쌀 알갱이가 가라앉고 그윽한 술향이 집안에 번진다. 이때부터 용수를 박아 걸어내면 은은향 향취를 접할 수 있다. ‘점주’는 누룩 냄새가 없고 뒤끝이 깨끗한 것이 특징. 시연회를 연 김남옥 할머니(81)의 손맛에 술맛은 더 깊어진다. 전통생활문화를 대표하는 가양주(家釀酒)담기 행사의 일환으로열린 이번 행사는 전통문화사랑모임 회원 등 우리 문화를 경험하려는 이들이 참가해 한국의 정취에 흠뻑 취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솔잎과 대잎·인삼·백봉령·사삼 등 각종 약재까지 사용해 백일전에 담아놓은 과실주 시음행사로 이어졌다. 포석정에서 따온 ‘유상곡수(流觴曲水)’를 재현한 앞마당에서 술을 음미하며 다른 술과 비교하고 전주의 주법을 익히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 다음 관장은 “꾸준히 회원을 모집해서 더 많은 분들에게 수백년간 내려온 우리의 가양주 전통을 비롯해 소중한 우리의 술문화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전통술박물관에서는 전북지역의 가양주 50여 가지를 맛보고 담그는 법을 배울 수 있다.

  • 문화일반
  • 최기우
  • 2002.06.25 23:02

[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석복(惜福) - 복 아끼기

有錢不敢花盡하고 有勢不敢依盡하며 有福不敢享盡이 皆惜福之道也라.유전불감화진 유세불감의진 유복불감향진 개석복지도야돈이 있다고 해서 다 써버리지 않고 권세가 있다고 해서 거기에 다 기대지 않으며 복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다 누려버리지 않는 것, 이런 것들이 다 복을 아끼는 도리이다. 대만의 서예가인 두충고(杜忠誥) 선생의 서예작품집에서 본 글이다. 원작자가 누구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돈이 잘 벌린다고 해서 항상 그렇게 잘 벌리는 게 아니고 권세가 있다고 해서 영원히 그러한 권세가 자신에게 머물러 있는 게 아니다. 현재 복을 누리고 있다고 해서 그 복이 언제까지나 자신에게 머물러 있지만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재 우리에게 다가와 있는 복을 아껴서 누려야 한다. 요즈음 유행하는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있을 때 잘 해"야 하는 것이다. 월드컵에서 계속되는 우리 팀의 승리로 인하여 건국이후 요즈음처럼 전 국민이 행복한 때가 없다고 한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은 환희가 전 국민의 가슴에 뜨겁게 자리하고 있으며 그 환희는 다시 엄청난 힘으로 발산되고 있다. 신나는 일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발산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이제 우리는 이 행복을 두고두고 아껴서 누릴 준비를 해야 한다. 더 이상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냄비'로 비하하지 않도록 이 행복을 잘 갈무리해 담아서 아껴가며 영원히 쓸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 정치가의 몫만 남았다. 정치가 국민의 이 행복을 잘 갈무리해 주어야 한다.敢:감히 감 花:소비할 화 盡:다할 진 勢:권세 세 依:기댈 의 享:누릴 향 皆:다 개 惜:아낄 석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2.06.25 23:02

[캠퍼스 청춘예찬]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동문들은 내년초 아주 특별한 행사를 갖는다. 법정대학 정치학과로 태동, 대학의 역사와 발자취를 함께 해 온 정치외교학과가 학과 창설 반세기를 맞은 것. 해마다 1월중에 동문 신년하례회를 개최해오고 있는 동창회(회장 차광호)는 내년 2월중 각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문들을 부부동반으로 모교에 초청, ‘정치외교학과 5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대학 기숙사를 이용, 1박2일 일정으로 치러질 이 행사에서는 정기총회와 함께 캠퍼스 투어 프로그램등을 통해 동문들이 발전된 모교의 모습을 직접 확인하고 상호 연결고리를 더욱 단단하게 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특히 농협 전북본부장을 역임한 천광석 현 전북대 총동창회장이 정치외교학과 출신이어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차광호 회장은 “지난 2000년 신년하례회때 50주년 기념행사를 기획, 올해는 3개월단위로 이사회를 열어 준비사항을 협의하고 있다”면서 “개교 반세기를 맞는 내년을 학과 발전의 새로운 도약기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법학과와 한지붕 아래서 출발, 상아탑의 기둥으로서 오랜 기간 그 뿌리를 함께 한 정치외교학과는 법학과보다 다소 늦은 1953년 정치학과로 신설돼 1957년 한승헌 전감사원장과 탁진환 전북대 명예교수등 27명을 제1회 졸업생으로 배출했다.이후 1968년 학과명칭을 정치외교학과로 변경했고 1983년에는 사회과학대학으로 그 소속을 옮겼으며, 학부제 도입에따라 1999년부터 정치사회학부 정치외교학 전공으로 개편됐다.이 과정에서 1962년 5·16 군사쿠데타로 학과가 1년동안 폐지되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졸업생들은 법조계와 관계·학계·언론계·금융계등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법조계에서는 정치학과 1회 졸업생 한승헌 전감사원장(변호사)이 전국적인 명사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대학의 위상을 크게 높였고 이형로씨는 군산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한변호사는 공직 퇴임후 서울에서 법무법인 광장 대표로 활동하면서도 전북대 발전후원회장과 전주역사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사단법인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등을 맡아 수시로 전주를 오가고 있다.언론계와 학계에서 동문들의 활약상은 더욱 두드러진다.언론계에서는 김재금 전북일보 논설위원과 백성일 전북일보 편집국장·이흥래 전주문화방송 군산본부장·장기철 KBS기자·김은태 CBS전북본부 부장등이 각 언론사에서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다.6·13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군산시장 후보로 나섰던 황이택씨도 전북일보 편집국장 출신. 또 전북일보 수석 논설위원을 지낸 김홍철씨를 비롯, 1980년 졸업동기인 조남일·김화욱·윤승호씨도 언론사 중견기자 출신이다.학계에서는 탁진환 명예교수를 비롯, 신환철교수와 이중호·신기현·김창희교수등이 모교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박동수(전주대)·이병렬(우석대)·이목훈(호서대)·손병선(순천대)·오세윤교수(호남대)도 강단에 서고 있다.또 1963년 졸업생으로 학과 동창회장을 맡고 있는 차광호씨(주식회사 금산)와 송기인(주식회사 동성)·윤여식(주안건설)·김충근(데코월드)·김동심(주식회사 국일)·권혁성씨(혁성상사)등은 튼실한 기업체를 경영하고 있다. 이밖에 채진묵 전 고창부군수에 이어 김학윤 감사원 감사관·이형주 보건복지부 국장등이 관계에서 맹활약하고 있으며, 이용의 전주중앙여고 교감등 중·고교 교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교원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나의 대학시절 - 이병렬(우석대 교수·1980년 졸업)대학을 다녀본 사람이면 누구나 캠퍼스에서의 추억과 회한이 있게 마련이지만 특히 필자는 10여년이라는 긴 대학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청춘기에 여러가지 어리석은 일을 경험하지 못한 인간은 중년이 되어 아무 힘도 가지지 못할 것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미리 안 것처럼 많은 방황과 혼돈의 가치관속에서 정착한 학과가 정치외교학과였다. 내년이면 학과 창설 50주년을 맞는 역사의 중간점에서 보낸 대학시절은 지금 생각해보면 많은 아쉬움과 불운한 환경의 연속선을 긋는 시간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우리는 여섯번째의 공화국을 경험하고 있지만, 그중에 네번째 공화국의 기간(1972∼1979년)과 거의 겹치는 열악한 조건속에서 정치학이라는 사회과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움이 많았다. 헌법에 보장된 학문의 자유와 언론·집회·결사·표현의 자유는 왜곡된 채로 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대학생활은 시위와 데모로 점철돼 있었다. 유신헌법체제하에서의 학문적 접근은 많은 어려움과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취업의 복이 없는 시대적 환경속에서도 우리는 뜨거운 물리적·정신적 저항속에서의 인내와 끈기, 그리고 성실한 자기관리와 스포츠에 몰두하면서 보낸 시간들로 말미암아 오늘날 학계를 비롯한 언론계등 전문직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토대를 마련했다.70년대 법정대학을 다녔다해서 만들어진 ‘칠법회’의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또 3년동안의 과대표 활동을 통해 끈끈하게 맺어진 우정과 어려움을 이겨낸 동지적 인연속에서의 꾸준한 만남은 큰 자산이기도 하다. 이제 장년의 모습으로 커간 우리는 새로운 정체성의 확립이라는 이상적 과제속에 새로운 발돋움을 준비해야 하겠다.

  • 문화일반
  • 김종표
  • 2002.06.25 23:02

문화계 짧은 소식

-제3회 국창 권삼득 추모 전국국악대제전 제3회 국창 권삼득 추모 전국국악대제전이 29일과 30일 완주군 삼례 향토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국창 권삼득 선생의 유지를 받들어 국악 인재를 발굴, 육성하고 국악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사)한국국악협회 완주군지부와 김소영 판소리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대회다.판소리와 기악병창, 고수 등 3개 부문에서 일반부, 신인부, 학생부 등으로 나눠 경연하며 각 부문 장원에게 문화관광부장관상이 주어진다.참가희망자는 28일 오후 6시까지 국악협회 완주군지부(완주군 고산면 소양리)와 김소영판소리연구원(전주시 진북동)으로 접수하면 된다. 문의 252-2741-놀이패 우리마당 수강습 모집 전통문화를 발굴, 계승하고 풍물 대중화를 위해 활동해온 놀이패우리마당(대표 김선태)이 제49기 정기강습 수강생을 모집한다. 7월 9일 개강하는 강습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진행되며 꽝과리와 장구 등 전라도좌굿 기초가락을 배울 수 있다.전주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7월 6일까지 놀이패 우리마당으로 신청하면 된다. 문의 및 접수 272-3795-6.25전쟁 회상음악회익산시립합창단(지휘 강성수)이 25일 오후 7시 익산솜리문화예술회관에서 ‘6.25전쟁 회상음악회’를 연다. 전쟁으로 얼룩진 한민족의 지난한 삶과 세월, 그리고 이산가족의 아픔을 승화하는 자리. 작곡가 이요한씨가 이산가족의 아픔을 장엄하게 담아낸 ‘코리아 레퀴엠’을 인성(人聲)의 화음으로 이끌어낸다. 코리아 챔버오케스트라가 협연하고 익산YMCA소년소녀합창단과, 바리톤 김동식씨가 협연한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2.06.24 23:02

나순철, 최귀임씨 "정가선집" 출반

우리의 전통 성악곡인 정가는 가곡, 가사, 시조를 통칭하는 것으로 선비들이 스스로 마음을 닦기 위해 즐겨 부르던 노래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일반 노래와 달리 감정을 터뜨리지 않고 정형화된 엄격한 절제미를 갖고 있는 것이 특징.선비의 절개와 낭만이 있는 우리 음악, 정가 25곡을 모은 ‘정가선집’이 나왔다. 한양수 선생(전북도 지방문화재 제8호)를 사사한 나순철(66·익산시 왕궁면) 최귀임(69·완주군 고산면)씨가 내놓은 ‘정가선집-가곡 남녀 배반제창 1·2·3집’.판소리의 빛에 가려 제대로 조명되지 못하고 있는 정가에 대한 탐구와 정통 창법을 오롯이 담아낸 CD음반이다. 남창과 여창이 번갈아 가며 정가를 부르는 배반제창의 전통방식으로 제작된 점이 특징이다.나씨와 최씨는 “정가는 고려때부터 대대로 불려온 우리 국악인데도 일반인들이 잘 몰라 안타까웠다”면서 “정가의 저변확대와 국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해 음반을 냈다”고 말했다.두 사람은 20년전 시조를 배우며 처음 만났으며 92년부터 한양수 선생으로부터 남창가곡와 여창가곡을 사사했다. 나씨와 최씨는 남녀시조경창대회 대상부 일등상과 전주대사습놀이전국대회 시조부 차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전북국악협회 국악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2.06.24 23:02

서양화가 황순칠 초대전

봄이 지나간 자리에서 봄을 추억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봄, 바람에 흩날린 새하얀 배꽃과 은은한 향이 가득한 화폭이 어우러진 전시회다. 21일부터 27일까지 경원아트홀에서 열리고 있는 황순칠 초대전. ‘고인돌 마을’연작으로 주목을 받아온 중견 서양화가 황순칠씨(47)가 우리의 역사와 서정을 일깨우는 작업 대신 농촌마을의 정겨움을 담은 ‘배꽃’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광주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 전업작가지만 경원아트홀의 초대로 전주나들이만 세번째다. “두번의 그룹전에 참가할 정도로 전주와 인연이 깊다. 서로 다른 미술환경이지만 전북과 광주·전남의 미술교류가 활발해졌으면 한다”는 그는 이번 전시에 배꽃의 신비함을 담은 작품 20여점을 내놓았다. 자연의 생명력을 배나무와 꽃에 담는 등 자연과 인간에 대한 느낌을 표현한 최근작들이다.화면 가득히 채운 흰색 배꽃에는 그의 작업에서 느낄 수 있는 강인한 질감이 묻어난다. 배꽃과 농촌마을의 정서가 모노톤으로 배어있는 작품들은 지나간 시절에 대한 진한 향수를 느끼게 해 준다.전주 초대전에 이어 28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서울의 썬앤문 갤러리가 기획한 ‘미리 떠나는 휴가전’에 참가하는 그는 조선대 회화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한국미협, 그룹 새벽, 선과색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95년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2.06.24 23:02

"그는 없지만 춤은 남아 있습니다" 금파추모공연 "有愛"

“내 꿈은 제대로 된 공연장에서 나의 춤을 모두 풀어내는 개인 공연을 갖는 것이다. 그것도 뜻맞는 놈들하고 한판 번듯하게 벌여 날밤새도록 추는 것이다.”전라도의 정서와 심성을 오롯이 춤에 담아내며 전북무용계의 든든한 나무로 서있었던 故 금파 김조균(1940∼1998). 춤이 있어 행복했던 명인, 금파 선생의 살아 생전 꿈이 신명난 춤판으로 이루어진다.27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리는 ‘유애(有愛)’. 40년동안 우리 춤의 한 중심을 지켜온 고인을 기리며 그의 예술세계를 추모하는 춤꾼들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준비해온 무대다. 아내이면서도 그가 가장 아꼈던 수제자인 김숙씨(53)와 그의 뒤를 잇고 있는 아들 무철씨, 며느리 김현정·박영선씨, 그리고 디딤무용단 예술감독인 국수호씨(중앙대교수)를 비롯해 춤으로 교류하며 친분을 쌓아왔던 동료 선후배와 제자들이 함께 선다.신관철(정읍무용협회 지부장) 송준영(조선대 무용학과 명예교수) 정재만(숙명여대 교수) 정승희씨(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도 자리를 함께해 모처럼 우리춤의 흥취와 멋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금파의 예술세계를 잇고 있는 금파춤무용단과 동남품사물놀이패의 풍물과 오고무, 설장고 등이 어우러진 ‘생명의 춤판-go·鼓·Drums’은 고인이 지키고자 했던 전북의 춤과 소리를 함데 담아 창작해낸 작품이다.지난 99년에도 추모 1주기를 맞아 공연을 가졌지만 이번 무대는 그야말로 생전의 금파를 추억하며 펼쳐내는 추모의 정이 듬뿍 어우러지는 한판 무대라 할 만하다. “환갑때 국립극장에서 발표회를 갖자는 약속을 1년 남겨두고 훌쩍 떠나셔서 늘 마음 한쪽이 걸렸습니다. 국립극장보다도 규모도 크고, 시설도 좋은 소리전당에서 평소 좋아하던 지인들과 제자들이 남편을 위한 춤판을 벌이니 이제야 마음의 빚을 갚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금파춤보존회(이사장 김숙)를 만들어 그의 춤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작업에 나선 아내 김씨는 오래전부터 구상해온 이 무대는 연습과 준비만으로도 1년이 걸린 무대라며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도록 열정과 역량을 모두 쏟았다고 말했다.이날 무대에서는 생전에 금슬좋았던 금파와 함께 환상적인 2인무를 선보여왔던 김씨는 남편이 맥을 잇기 위해 매달렸던 ‘호적구음살풀이춤’을 독무로 발표한다. 동선이 크고 활달한, 그러면서도 잘 정제된 호적구음살풀이를 여성의 춤으로 재현해내는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 큰아들 김무철씨도 선친으로부터 이어받은 춤을 선보인다. 전북도지정문화재 제17호로 지정된 한량춤. 남성의 홀춤으로 한량의 품격과 자태를 강조하는 남성적인 춤이다. 전북의 춤명인 정자선으로부터 시작되어 정형인-금파로 이어져온 한량춤이 4대로 이어지는 셈이다. 며느리들의 무대는 스승이기도 한 시아버지를 향한 추모의 정을 담아낸 창작춤판이다. 큰며느리 현정씨는 시립정읍사국악원 교수인 김일환씨와 함께 창작춤 ‘유애’의 주역으로 출연한다. 금파 선생이 지녔던 예술과 춤에 대한 열정, 고향과 가족·제자에 대한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전주시립국악단 단원으로 활동중인 둘째 며느리 영선씨도 창작춤 ‘생명의 춤판’에 출연한다.금파 선생은 60년대부터 후진양성을 통해 수많은 제자를 배출, 오늘의 전북춤문화를 있게 한 주역 중의 한사람이다. 중고등학교시절부터 우리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그는 활발한 무대 활동을 통해서도 남성춤의 멋과 흥에 대한 인식을 높여왔다. 특히 전통춤의 계승에 각별한 애정을 보여온 그는 학창시절, 정형인선생으로 부터 전수했던 삼현승무와 살풀이, 남무 등을 재현해내는 작업에 힘을 기울여 호적구음살풀이를 정리해냈고 말년에는 전북지역에 이어져오던 ‘한량춤’을 재현, 98년 전북도문화재 기능보유자로 지정받았다. 무용협회전북지부장과 무용협회전주시지부장으로 활동했으며 전북도립국악원 교수로 재직했다.

  • 문화일반
  • 임용묵
  • 2002.06.24 23:02

[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각별한 관심과 무심함

着意種花花不活터니 無心栽柳柳成陰이라.착의종화화불활 무심재류류성음특별히 마음을 써서 꽃을 심어도 그 꽃은 살지 않더니만, 무심히 꺾어 꽂은 버드나무는 오히려 녹음을 이루었네.명나라 사람 풍몽룡이 편찬한 단편소설집인 《고금소설(古今小說)》의 〈조백승다사우인종(趙伯昇茶肆遇仁宗)〉편에 나오는 말이다. 세상은 참 묘한 데가 있다. 관심을 갖고 보살피면 보살필수록 잘 자랄 것 같아도 실지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고, 무심하게 놓아주면 다 죽을 성싶어도 오히려 더 튼튼하게 잘 자라는 경우가 허다하다. 식물도 그렇고 동물도 그러하며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사람 또한 그러하다. 그래서 세상에는 "보리둥이가 효자노릇 한다"는 말이 있다. 어린 시절, 온갖 사랑과 관심을 한 몸에 다 받으며 자란 아들은 장성한 후에 오히려 부모를 모른 체 하는데, 때를 잘 못 타고나 사랑과 관심은커녕 온갖 고생은 도맡아 하고 보리밥도 제대로 못 얻어먹고 자란 아들이 오히려 부모를 끔찍이 모시는 효자가 된다는 뜻이다. 우리 주변에도 그러한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인생은 결코 산수(算數)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계산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인 것이다. 요즈음 아이들은 지나치게 호강을 하며 사는 것 같다. 온갖 보살핌을 다 받으며 온실 속에서 웃자라는 꽃과 같이 자란다. 무심히 꺾꽂이만 해 놓아도 뿌리를 내리고 녹음을 드리우는 버드나무와 같이 살아야 할 텐데...... 부모들이 먼저 깨달아야 할 것이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着:붙을 착 意:뜻 의 種:심을 종 活:살 활 栽:심을 재 柳:버들 류 陰:그늘 음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2.06.24 23:02

[자연과 생명] 지리산의 자생식물

생태계의 보고(寶庫) 지리산에 분포하는 자생식물은 몇종이나 되고 또 어떤 종류가 있을까? 남원시가 최근 ‘자생식물 환경공원 조성계획’을 발표, 민족의 영산 지리산의 식물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내년부터 오는 2007년까지 남원시 운봉읍에 조성되는 지리산 자생식물환경공원은 지리산 일대에 분포하는 희귀식물을 보존하고 국내 자생화 육종배양및 복원· 상품개발등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국립공원 제1호로 지정된 지리산은 우리나라 식물상의 중요한 거점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까지 국내에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4천5백여종의 식물중 30%가 넘는 1천4백여종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 지리산은 식물구계지리학상 한반도 남부아구에 속하나 남쪽끝 일부지역은 남해안아구에 속해 수평적으로 온대림과 난대림, 수직적으로는 온대림과 한대림이 분포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자료에 의하면 지리산에 자생하는 주요 식물상은 목본식물로 주목과 구상나무·가문비나무·분비나무·잣나무·전나무·올벚나무·지리괴불나무·지리말발도리등이 있다. 또 초본식물로는 지리대사초와 지리산고사리·뻐꾹나리·천마·나도제비난·지리터리풀·송장풀·원추리·홀아비꽃대·엉겅퀴등이 자생하고 있다. 주요 식물군락으로는 구상나무군락과 가문비나무군락·신갈나무-조릿대군락·졸참나무군락·굴참나무군락·서어나무군락·철쭉군락·원추리군락등이 잘 알려져있다. 자생식물 환경공원 조성계획 용역을 맡은 한국농업전문학교 박노복교수팀의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지리산에는 목본 2백45종을 비롯 초목이 1천4백여종에 이르며 이중 약용식물은 1백74종, 식용식물은 2백85종인 것으로 드러났다. 박교수팀은 최근 답사에서 솜다리(일명 에델바이스)와 뻐꾹나리등 희귀 멸종식물로 알려진 많은 식물종들의 자생지를 파악했다. 또한 정령치에서는 아직도 지리산에서만 자생하는 정영엉겅퀴를 비롯, 용담과 동자꽃·구절초·물매화·하늘나리·감자난초·투구꽃등의 군락을 확인했다. 이밖에 정령치에서 세걸산 방면으로는 지리산오갈피와 엄나무·고로쇠나무·큰꽃으아리등이 분포하고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지리산 자생보호식물로는 한국보호식물인 천마와 희어리가 눈길을 끌며 금낭화와 까치수영·노루오줌·동자꽃·땅나리·술패랭이·우산나물등의 야생화도 곳곳에 분포한다. 특히 이곳에는 지리강활과 지리개별꽃·지리괴불나무등 식물명에 ‘지리’가 붙은 17종의 특산식물과 개불알꽃·깽깽이꽃·도깨비부채등 15종의 희귀식물, 나도풍란과 돌매화나무등 6종의 멸종위기 식물이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원시 산림경영과 관계자는 “우리나라 자생식물종의 약 30%가 지리산에 분포돼 있다”며 “한국특산식물 4백여종 가운데 지리산에 자생하는 식물은 1백99종이나 된다”고 설명했다. ▣ 지리산 자생식물환경공원 조성 계획남원시 운봉읍 용산리 지리산 바래봉 자락에 전국 최대규모의 ‘자생식물 환경공원’이 조성된다.국가예산 67억여원이 투입돼 내년 공사를 착공, 오는 2007년 마무리되는 이 공원은 지리산의 희귀·멸종위기 식물을 보호하고 국내 자생화 육종과 상품개발및 관광자원화등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운봉읍은 산간 고랭지의 특성상 일교차가 심하고 한여름에도 서늘한 기온을 유지, 야생화 생산에 적합한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남원시는 자생식물 환경공원 조성을 위해 기본계획및 타당성조사 연구용역에 착수, 오는 8월초까지 한국농업전문학교 박노복교수팀(화훼학과)으로부터 최종 보고서를 받을 계획이다.약 14만㎡의 부지에 조성되는 공원에는 자생식물 전시관과 연구시설을 비롯, 전국자생식물공원·자생식물전시및 연구온실·숲속생태형 식물군락원·학습관·체험및 실습장 등이 들어선다.이에따라 자생식물 환경공원은 지리산 철쭉군락지인 바래봉과 국악의 성지를 연계한 새로운 생태관광지로 정착, 지역이미지 제고와 경제활성화에도 큰 몫을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남원시는 특히 계절별 우리꽃 축제를 열어 춘향제등 지역관광 테마상품과 연계, 사계절 볼거리를 창출해내고 청소년 자연체험 학습공간으로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자생식물환경공원이 들어설 운봉읍 일대에는 최근 환경부로부터 자연생태 우수마을로 선정된 산덕리 삼산마을과 지난 2000년 산림청이 실시한 ‘제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마을숲 부문 대상을 차지한 행정리 서어나무 군락지가 위치, 생태관광 자원도 풍부하다.

  • 문화일반
  • 김종표
  • 2002.06.24 23:02

[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오히려 가지가 크면

末大必折하고 尾大不掉라.말대필절 미대부도나무의 끝가지가 크면 반드시 부러지고 꼬리가 너무 크면 흔들 수 없다.《좌전(左傳)》〈희공(僖公)11年〉조에 나오는 말이다. 나무 끝의 가지가 너무 웃자라면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여 결국 그 가지는 부러지고 만다. 꼬리는 흔들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인데 꼬리가 너무 비대하면 흔들 수 없게 된다. 다 몸통에 비해 말단이 필요 이상으로 커짐으로 인해서 생겨난 불균형의 현상들이다. 물건이든 일이든 말단보다는 근본과 몸통이 튼튼하고 건실해야 제대로 유지·성장하고 원활하게 운용된다. 그런데 사람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근본과 몸통 가꾸기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짙다. 학문도 기초학문보다는 실용이라는 이름아래 응용학문에 더 치중하고, 농사도 근본적으로 땅의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퇴비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줄을 알면서도 우선 수확량을 늘이기 위해 거의 대부분 화학비료를 사용하고 있으며, 교육도 당연히 원리를 이해하고 심성을 도야하도록 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시험 보는 기술을 가르치기에 급급하고 있다. 이렇게 해 가지고서야 얼마나 버티겠는가? 사상누각이란 다른 게 아니다. 근본이 부실한 게 바로 사상누각이다. 우리는 지금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거나 다름없는 일들을 일상으로 행하고 있다. 위험한 일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제도를 바꾸고 국민들의 의식을 개혁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末:끝 말 折:꺾일 절 尾:꼬리 미 掉:흔들 도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2.06.22 23:02

‘요안·루갈다제’가 지역 축제로 거듭난다.

이 행사는 천주교 전주교구가 신유박해 2백주년인 지난해 9월 동정부부 요안(유중철)과 루갈다(이순이)를 비롯, 신유박해 때 치명한 이 지역 순교선열들의 거룩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마련한 종교축제. 신자들에게 순교 신앙의 모범을 보여주고 비신자들에게는 천주교를 알리는 계기로 삼기 위해 순교역사 체험을 비롯, 유물사료 전시 합창제 갈라공연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전주교구는 이 축제를 1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매 년 열리는 지역축제로 정례화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상설기구인 ‘제전위원회’ 구성에 나섰으며, 29일 오후 3시 윤호관에서 창립총회를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총회에서는 임원 인준, 금년도 사업계획 및 예산 심의와 함께 요안·루갈다 동정부부 삶에 대한 호남교회사연구회 김진소 신부의 강의도 있을 예정이다.제전위는 한국천주교 역대 회장들과 재경 신도를 고문, 교구 내 평신도협의회 역대 회장단을 자문위원으로 두고 중간 의결기구인 상임위와 제전위원으로 구성된다.상임위의 경우 3분의 2 이상을 평신도로 구성하고, 성당 사목회장과 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외 임원 여성연합회 임원 전·현직 언론인 평신도 등 2백여명을 제전위원으로 위촉할 방침이다. 이는 올해부터는 교구 주도가 아닌 평신도 중심의 행사로 축제가 전환된다는 의미.특히 일반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프로그램으로 천주교 신도 만의 축제가 아닌 지역축제로 확대 발전시킨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나아가 한국 천주교사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치명자산 등 교구 내 성지와 순교 역사를 세계에 자랑하는 축제로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초대 제전위원장을 맡게 될 황의옥씨는 “앞으로 전주교구 내 가톨릭예술단의 공연을 상설화하고 매년 다른 주제로 신앙적 삶을 조명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 대중과 함께 호흡할 방침”이라며 “혼탁하고 각박하게 사회가 물들어가고 있는 오늘날 이 지역 실존인물인 요안·루갈다 동정부부의 숭고한 삶을 통해 도덕적인 삶의 모범을 닮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김남희
  • 2002.06.22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