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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함께 숨쉬자" 대안공간·거리로 나온 예술인들

숨 죽이고 있는 문화는 가라. 예술 역시 시대와 함께 숨쉬어야 하는 것. 문화공간이 지역의 활력이 돼야 한다고 믿는 예술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기존의 딱딱한 전시장에서 벗어나 대안공간이나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으며, 액자에 갇혀있기 보다는 힘에 부치더라도 시민들과 소통하고 지역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것을 택했다. '예술인력공사 621-1번지'와 '구도심을 상상하다' 전시가 바로 그것이다.▲ '예술인력공사 621-1번지'전주 효자동 621-1번지.인력공사가 있던 자리였으나 지난 2년간 비어 있다 한달간 새주인을 맞았다. 지역 예술인들이 공동창작공간으로 둥지를 튼 것.'예술 인력공사 621-1번지'엔 김준우 고형숙 소영권 송상민 함경록씨가 참여해 전주 효자동 시민들과 소통공간으로도 거듭나고 있다.소영권씨는 "구도심 뿐 아니라 전주 태평동, 효자동에 이르기까지 유휴공간이 하나 둘 늘고 있다"며 "예술을 통해 공간에 상상력을 넣고자 작가들이 돌아가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주말마다 작가들의 창작 공간을 거점으로 작품을 제작·전시하는 '동네 박람회'가, 객원작가들의 초대 전시 '주말의 명화'가 꾸려지고 있다. 인력공사의 날짜별 프로그램과 지역 사람들의 인터뷰 등이 담긴 지역아트신문도 제작·배포되며, 영화가 상영되는 '방 방 방 프로젝트'도 이어질 계획.'고형숙씨의 따라잡기'로 수묵화 배우기 교실을 마련해 시민들의 참여를 높였다. 지역 아이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도 진행되면서 숨어있던 어렸을 때부터 효자동 골목 골목 다녔던 아이들의 추억들이 수집되고 이야기로 엮어진다.창작공간 프로젝트는 16일까지 휴일을 제외하고, 오전10시부터 오후9시까지 운영된다.▲ '구도심을 상상하다'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숨조형연구소가 추진하는 '구도심을 상상하다' 는 도내 지역 작가들의 드로잉 전시.오래되고 낡은 구도심 건물들과 간판 디자인들을 개선하기 위한 작가들의 발랄하고 신선한 감성들이 덧대여졌다. 주된 무대는 전주 영화의 거리 일대. '걷고 싶은 거리'에 '청소년 문화의 거리'가 조성됐지만, 지역성을 살리면서도 현대적으로 재창조된 공간 조성이 필요하다는 예술가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참여작가는 임승한 김두성 이준규 신가림 계나리 김성석 정상용 김원 장시형 진창윤 한숙 김윤숙 정하영 박진희 김용수씨.이번 전시는 10일까지 진행되며, 9일엔 작가들의 여러 시선을 바라보는 이야기가 포럼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9.01.02 23:02

[독자 백가쟁명] 마이산 등산로 예찬 - 이왕선

만추(晩秋)를 지나 겨울 초입으로 들어선 요즈음까지도 馬耳山에는 울긋불긋 등산복 차림의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주말과 휴일이면 꼬리에 꼬리를 문다.평생을 마이산에서 살아온 필자 견해로는 해마다 등산복 차림의 관광객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임에 틀림없다. 관광객 절반 가까이가 등산복 차림을 할 정도다.전국 여느 명승지를 가 봐도 등산보다는 관광이 주를 이룬다. 이곳 마이산 역시 예외는 아니다. 塔寺를 비롯해 산 밑에서 보고 즐길 수 있는 관광명소가 숱한 연유에서다.등산보다는 관광을 목적으로 찾는 내방객들이 많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요 근래들어 관광을 겸한 등산객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마이산 주변 산의 형세가 등산 초보자들도 쉽게 오를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춘 데 찾아 볼 수 있다. 물론 건강을 최우선으로 삼는 현대인들의 기호와 등산이 맞 닿아있는 점은 익히 아는 대목이기에 차치하고자 한다.마이산 父母봉 사이로 나 있는 주 등산로가 그 한 예다. 양 봉우리와 인접한 산등성이의 능선의 굴곡이 그리 심하지 않아, 오르고 내리기 부담이 덜하다.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시야가 확 트여 주변 경관이 한 눈에 들어와 보는 즐거움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협곡을 따라 수십리 길을 오르 내리면서 힘이 부치기 십상인 여느 산에 비해 마이산은 오밀조밀한 야산 능선으로 여러 갈래 하산로가 마련돼 있는 점도 초보 등산객을 다시 불러들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일테면, 마이산 뒤편인 마령 월운리 부근에서 산행을 시작했을 경우 마이산을 오르는 길목에 광대봉을 거쳐 보흥사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이와 연결된 고금당까지 올라가면 남부주차장까지 하산로가 나 있을뿐더러 부근 관암봉에서 봉두봉 헬기장 옆 마이산 탑 축조자 이갑룡 처사 묘소를 지나면 북부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길이 또 있다.주변 산맥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는 주요 등산로, 암마이봉이 휴식년제 적용으로 현재 길이 막혀 있다는 점이 '옥의 티'라면 티다.하지만 암마이봉 등산로의 빗장도 생태복원이 거의 이뤄지는 2010년 이후면 풀릴 예정이어서 등산 마니아들의 기대를 낳고 있다.마이산 일대 어느 산을 가더라도 응급재난에 대비할 수 있는 매개체, 휴대폰이 잘 터지는 부수적인 여건도 매력을 더하고 있다.이 뿐이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마이산의 타포니현상과 한국의 불가사리로 소개된 바 있는 80여기의 탑군은 등산으로 지친 심신을 달래기 그만이다.건강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난 웰빙시대, 작금의 산행명소로 손색이 없는 마이산으로 추억어린 겨울산행을 추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이왕선(마이산탑사 석탑관리소장)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9.01.02 23:02

[김병용의 기행에세이] (22)덕유산~뜬봉샘~용담댐

잘 알려지지 않은 릴케의 말년 시 중에 대략 이런 내용의 시가 있다. "삶이란, 삶이란 항상 나의 밖에 존재한다"이 시가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나는 아직도 정확히 모른다, 또 크게 궁금하지도 않다. 때로 시인의 말은 우주적인 관통, 찰나의 깨침을 드러내기도 하는 것이니… 그런데도 내가 이 구절을 지금도 흥얼거리는 것은 아마도, 내가 금강 상류 지역인 진안에서 나고 큰 탓이라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지금은 용담댐으로 고인 물이 되었지만, 진안읍내에서 상전 월포, 수동을 거쳐 용담을 향해 세차게 흘러가던 금강 지류는 어린 시절, 내 상상력의 발원(發源)이었다. 내가 다니던 진안동국민학교는 그 물줄기를 따라 이어진 긴 방둑을 걸어야만 당도할 수 있었던 곳… 저 물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지, 나는 아침 저녁으로 그게 늘 궁금했다. 왜 가만 있지 못하는 것일까… 어디로 저리 바쁘게 자신을 휘몰아가는가… 구름이 이슬이 되고, 마침내 한바다에서 다시 수증기로 피어오르는, 현기증 나는 윤회(輪廻)가 저 강은 싫증나지도 않는다는 것인지… 무한한 시간과 공간 앞에서 절망하거나 궁금해 하는 사람이 어찌 파스칼 한 사람 뿐이겠는가.어떤 역사적 기점부터 한양을 겨냥한 활시위 같이 흐른다 하여 금강을 역수(逆水)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를 아마 중학교 때쯤 들었을 것이다, 중학교는 초등학교보다 더 진안천 상류에 위치했다, 나의 강이 조금 더 길어졌던 시기… 그 이야기가 좀 우습게 들렸다, 여기서 보면 순행인 것을 어떤 이들은 역행이라고 부른다니… 사람은 자신이 속한 지세로부터도 이처럼 자유롭지 못 하다.자신을 늘 밖으로 밀고 나가는 물줄기를 바라보며 난 어렴풋이 이 시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금강 휘돌이는 덕유산으로 인해 시작된다잘 알려진 말이지만, <산경표>의 국토관에 의하면, 산은 물을 넘지 못 하고, 물은 산을 건너지 못 한다. 금강의 태극형 휘돌이는 바로 이와 같은 산과 강의 관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덕유산과 백두대간이 높이, 단단하게 휘감은 상류 지역을 '진안고원'이라 부르고, 금강과 섬진강이 여기서 발원, 하류 지역을 향해 흘러간다. 섬진강은 남행이고, 금강은 북행을 하다가 돌연 휘어져 서행한다. 이 또한, 지리학자들만이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한반도의 동고서저 지형, 땅의 기울기와 관련 있을 것이다.이와 같은 물줄기의 흐름에 따라 사람살이가 좌르륵 펼쳐졌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세상의 문명은 모두 강기슭에서 피어났다. 여기에 '훈요십조'에서 이야기했다는 '차령 이남'과 같은 조건이 합해지면서 금강이 흘러가는 길에는 백제와 후백제의 역사가 함께 흘렀다. 우리가 교과서에 배운 한, 백제 전성기에는 한강~금강~만경강-동진강~영산강 유역까지 국력이 미쳤고, 미약할 때는 금강, 만경-동진강, 영산강 수계로 오그라들었다. 이를 크게 규정하는 것은 백두대간의 흐름, 더 좁혀서는 덕유산 자락이었다. 견훤의 후백제 역시 이 강줄기와 산줄기를 경계로 삼았다. 덕유 산자락 '나제통문'이 잘 보여주듯 백두대간은 신라와 백제를 나눈 국경이었고, 강 유역은 자고 나면 주인이 바뀌는 치열한 공방전의 현장이었다.이런 지리적, 역사적 조건은 우리의 국토관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다. 금강 유역에 핀 백제와 후백제의 역사에 선홍핏빛이 스민 것은 주지의 사실, 금강 또한 우리에겐 붉은 해거름의 강이 되고 말았다. 의자왕이나 견훤의 고사는 물론, 근세 곰나루 동학군의 혈진 함성까지…향적봉에서 남덕유로 이어지는 덕유산 종주길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으면 절로 한숨이 나는 것은 이와 같은 역사에 대한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그 덕유산 자락 저쪽 한 편에 뜬봉샘이 있다.◆ 물뿌랭이라는 말과 뜬봉샘이라는 말장수 신무산 기슭, '수분령' 바로 옆에 있는 뜬봉샘은 금강의 발원지로 공인된 곳이다. 장수(長水)라는 지명, 수분령(水分嶺)이라는 고갯마루, 그리고 거기서 조금 더 가면 천천(天川) 월곡(月谷)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마을까지… 이 근처 지명은 온통 '물'의 이미지와 관련 있다.뜬봉샘을 오르는 동안, 이곳 주민들이 친절하게 붙여놓은 안내판을 읽는다. 거기, 이곳이 예전부터 '물뿌랭이마을'이라고 불렸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옛사람들도 여기가 금강의 시원임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겠다. 이곳을 오르는 동안, 난 왜 이 아름다운 이름 '물뿌랭이'를 버리고, '뜬봉(鳳)샘'이라는 해괴한(?) 명칭을 채택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했었다. 여기 말고도 전라도 여러 산하에 두루 자취를 남긴 조선 개국조 이성계가 여기서 기도를 드렸더니, 봉황이 훌쩍 날아갔다고 해서 '뜬봉샘'이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것인데… 설령 이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뜬봉샘은 600살 남짓, 물뿌랭이는 그보다 더 나이를 먹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이렇게 개악(改惡)된 지명이 나왔을까, 하는 생각…한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 또한 부질없다. 물뿌랭이든 뜬봉샘이든, 우리가 그 무엇이라 부르든, 그 훨씬 전부터 저 샘은 여기 샘솟아 흘러내렸다. 몇 만 년, 몇 억 년 내리 여기 흘러 목마른 생명들의 목을 축였을, 성스러운 어머니 강 앞에서 고작 우리끼리 붙인 이름을 두고 맞네, 틀리네 왈가왈부하는 것이야말로 경망스러운 일.◆ 용담호, 탑돌이 하는 길난 용담호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나도 모르게 흥분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를 시정하고픈 마음은 없다. 수몰된 고향 이야기를 하면서, 무덤덤한 것이 더 이상한 일 아니겠는가. 그런다고 무엇이 바뀌는 것이 아닌 줄 번연히 알지만, 난 내 고향에 대해 최소한 그 정도 애정은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 들으라고 하는 이야기가 아닌, 나 들으라고 하는 이야기…하여, 내게 용담호 주변을 둘러보는 길은 언제나 탑돌이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용담호나 그 주변 풍경만 둘러보는 이들에게는 잘 보이지 않으리라, 곳곳에 세워진 물망(勿忘), 비망(備忘)의 기록들.난 거기 새겨진 글 혹은 명단을 찬찬히 더듬을 때마다 진진한 떨림을 느낀다. "천 년 만 년 흘러가도 잊지 못할 내 고향아 / 꿈속에서나마 다시 보면 내 어찌 그 꿈 깰고"라는 투박한 새김에 가라앉아 있는 마음의 격한 떨림, '강**'부터 '최00'에 이르는 이향민들의 이름까지…잊지 못 하는 것 혹은 잊지 않겠다는 그 마음이 나를 아프게 한다. 투사(投射) 대상을 잃은 사랑만큼 애절한 사랑도 없다. 마음은 넘치는데, 보듬을 수 없는 사랑… 대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랑이 희미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여기를 떠난 사람들에게 시간은 물속에 갇혀버렸고, 땅은 사라졌다. 즉, 그리워할 고향이 사라진 것이다. 고향에서 늙어가면서 어린 시절 잘 몰랐던 풍경들을 눈에 익히며, 마침내 그 자신이 풍경의 일부로 스며드는 것… 산다는 것은 그처럼 공간과 친화하고, 친화된 공간 속에서 소멸하는 일이다. 낡은 풍경, 늙은 얼굴들이 서로 교환(交歡)하는 곳이 고향이다.사람들이 고향을 찾는 일을 물길을 거슬러 근원에 당도하는 것과 같이 비유한다면, 여기를 떠난 사람들을 물길이 막혀 거슬러 오를 수도 없는 사람들이다. 흘러갈 수도, 거슬러 오를 수도 없는 생애… 용담호가 생긴 뒤로 아침 안개가 부쩍 늘었다. 새벽에 이 길을 지나가다 보면 마치 수룡의 한숨처럼, 실향민들의 한숨이 엉겨 저 안개가 된 것처럼 보인다.물론, 아무리 한스럽게 생각해도 일은 되돌릴 수 없다. 담수된 용담호의 물은 완주군 고산의 배관 터널을 통해 전주, 익산, 군산 시민들을 향해 흘러가고, 새만금으로 인해 수질 보전이 더 크게 문제되는 동진강과 만경강의 역할 부담을 다소나마 줄여준다.새로운 물의 흐름을 우리들이 만든 것이다. 결국, 하나의 흐름이었던 금강은 용담호를 통해 고산 쪽으로 흐르는 새로운 용수 환경과 1980년대에 준공된 대청댐 수계로 나뉜 셈이 되었다. 한 나라였던 백제의 강역이 시간이 흐르면서 인간들의 구획에 의해 충청도와 전라도로 나뉜 것처럼, 금강도 이제 대청호와 용담호 주위로 구분되게 된 것이다.강의 생애도 이처럼, 강의 바깥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인가… 내 걸음은 이제 금강 물줄기를 따라, 백제의 흔적을 찾아간다. 나는 다시 나를 바깥으로 밀고 간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9.01.02 23:02

"차 한 잔 마시며 '군산' 얘기해요"

예술가들이 앞장서고 시민들이 적극 참여해 군산을 새롭게 읽고 도시재창조의 대안을 모색하는 공간이 마련됐다. 오는 7일까지 군산시 중앙로 금동 임시공간 방편(월명공원 입구 흥천사 앞)에서 열리는 '군산-지역의 새로운 위치와 새로운 지역 만들기' 프로젝트.이번 프로젝트는 두 가지 관점에서 군산을 읽는다. 하나는 구도심을 기본 축으로 하는 지역 재생과 새로운 문화도시로서의 군산이라는 도시만들기. 다른 하나는 군산이 가지고 있는 지리적 위치와 연관한 지역의 특수한 조건을 읽어 군산이 가지고 있는 삶과 역사, 현재의 일상적 모습을 분석해 내는 것이다.프로젝트를 기획한 신석호씨는 "최근 많은 지역들이 새로운 지역 문화와 도시 만들기에 역점을 두고 있지만, 도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이해, 개발과 발전에 대한 철학이 부족해 실패한 사례가 적지 않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단지 물리적인 공간이나 행정적 조건이 아닌, 생활하고 거주하는 시민의 권리 차원에서 도시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찾고 이에 따른 새로운 도시 만들기의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지난달 12일 '지역재생과 공간재생을 위한 공공예술정책'에 관한 세미나로 시작된 이번 프로젝트는 '구도심 장소 만들기' '시민이야기 문화다방 프로젝트-거리 천막 퍼포먼스' '군산의 옛 모습과 기억의 사진전' '산업도시의 실과 허' '비행장과 A-Town' 등으로 구성됐다.'구도심 장소 만들기'는 중앙로와 해망굴, 내항, 조선은행, 나가사끼18은행, 군산역사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며, '산업도시의 실과 허'과 '비행장과 A-Town'은 군산의 정치·사회·지리적 위치와 현재 지역사회와의 영향 관계를 집중 조명한다.군산이란 도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야기하는 '시민 이야기 문화다방 프로젝트-거리 천막 퍼포먼스'는 특히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기획. 문화다방은 군산시 영동 사거리에 설치한 천막으로, 군산에 대한 시민들의 기억과 생각, 의견을 들어보는 장소다. 직접 천막을 찾아도 좋지만, 우편이나 전화 등으로 군산과 관련된 이야기와 사진 등을 보내도 좋다.이번 프로젝트는 강수경 고보연 김동화 김영봉 문귀화 소동성 신석호씨와 극단 사람세상이 함께하고 있다. 문의 010-4233-7515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9.01.02 23:02

[문학] 무엇을 믿고 무엇을 믿지 말아야 하는가

살다 보면 무엇을 믿어야 할지 고민되는 순간이 있다. 당장 경제만 해도 아직 한국경제가 괜찮다는 쪽을 믿어야 할지, 아니면 한국경제가 벼랑 끝에 서 있다는 사람들의 말을 믿어야 할지 헷갈린다. 경제 같은 거창한 문제가 아니더라도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는 약을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나를 사랑한다는 그 사람의 말은 진실일지 아닐지 같은 문제처럼 일상 생활은 헷갈리는 것 투성이다. '지식, 철학의 법정에 서다'(갤리온 펴냄)는 헷갈리는 세상 속에서 믿음을 지켜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으로 나눌 때 어떤 방법과 어떤 원칙을 따라야 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의 틀을 제공하는 책이다. '세상을 지배하는 속임수와 거짓말을 지구 끝까지 추적하는 철학 경찰관'을 자처하는 미국의 철학자 마이클 필립스는 올바른 판단과 결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믿을 만한 지식과 믿어서는 안 될 지식을 가려낼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로 그런 틀을 제공하는 것이 철학이지만 저자는 대부분의 철학자들이 상아탑 안에 틀어박혀 고리타분한 연구에만 골몰했고 그 결과 그들이 쏟아낸 연구문헌은 하나같이 추상적이었다고 비판하며 실용적으로 이야기해보자고 제안한다. 올바른 판단은 무엇보다 우리 자신이 '오류 투성'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저자는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백문이 불여일견' 같은 말을 믿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뇌는 불완전하고 모호한 자료를 이해 가능한 것으로 파악하려 하고 암시와 기대감에도 쉽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사람의 기억 또한 믿을만한 것이 못된다. 1986년 발생한 챌린저호 참사 사건 다음날 목격자들에게 사건에 대해 질문을 한 뒤 3년 뒤, 그리고 또다시 3년이 지난 뒤 똑같은 질문을 했을 때 사람들은 모두 다른 답변을 했지만 응답자들은 자신의 3년된 기억이 사건 다음날의 답변과 같았던 것으로 인식했다는 연구결과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기억뿐만 아니라 생각도 우리를 오류의 길로 인도하는 주범 중의 하나다. 사람들은 '생각을 하기는 하지만' 얼마 안 되는 사례만으로 사실을 일반화하며 위험성과 수익성을 계산할 때 필요한 정보를 무시하는 경우도 많다. 또 자신의 믿음을 확증해주는 증거는 받아들이지만 반대의 증거는 외면하는 경향도 있다. 저자는 특히 직관에 휘둘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말콤 글래드웰은 베스트셀러 '블링크'에서 순간적으로 솟아오르는 생각과 느낌의 중요성을 이야기했지만 저자는 직관적인 판단이나 결론은 결코 배경지식이나 이론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블링크'에 성공 사례로 등장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비범한 재능의 소유자거나 오랜 시간 훈련을 통해 지식을 쌓고 능력을 갈고 닦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들의 직관이 들어맞을 수 있었던 것은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나 받아들이지 않았던 사실, 외면했던 진실을 판단의 배경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우리 자신이 오류투성이라면 나보다 똑똑한 남을 믿어야 하지 않을까. 연구소나 대학교, 언론 같은 '전문집단'을 떠올릴 수 있지만 이들 또한 항상 '정상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집단이 세계에서 자료(원료)를 추출하고 이것을 가공해 결론(완제품)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기계와 비슷하다고 해서 이들을 '지식기계'로 비유하는 저자는 가끔 이 지식기계가 어처구니 없는 불량품을 생산해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릴 때도 많다고 이야기한다. 기존의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며 침술을 받아들이지 않는 미국의 의학계, 연구비와 명예의 달콤한 유혹에 굴복해 실험을 조작하는 과학계, 정작 궁금한 사실은 알려주지 않는 엉터리 여론조사들, 사건이 없으면 조작해내기까지하는 언론계, 반대이론은 철저히 무시하는 심리학계 등이 오류를 일으키는 지식기계의 예로 제시된다. '거창한' 문제 제기에 이은 해법은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어떤 지식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평가하는데 굳이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굳건한 증거가 제시되기까지는 상식을 쉽게 포기하지 말라는 게 그가 내놓는 지침이다. 그러나 저자의 지침보다는 모든 사람이 '검증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말했던 소크라테스처럼 살 수는 없는 현실 속에서 자신의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고 세상을 다른 눈으로 다시 한 번 바라보도록 하는 생각의 틀을 제공한다는 점에 더 주목해야 할 듯 하다. 홍선영 옮김. 박정하 감수. 360쪽. 1만4천원.

  • 문화일반
  • 연합
  • 2009.01.01 23:02

세계유산ㆍ그린 에너지 우표 나온다

2009년에는 세계 유산, 그린 에너지, 부여 금와왕 등 모두 20차례에 걸쳐 53종의 우표가 발행된다. 지식경제부 우정사업본부는 1월2일에 점자를 창안한 루이 브라유 탄생 200주년 기념우표인 '손으로 보는 세상'을 시작으로 호랑이를 소재로 한 연하우표까지 2009년도에 모두 20차례에 걸쳐 53종의 기념우표와 시리즈 및 특별우표를 발행할 예정이라고 31일 밝혔다. 특히 내년에 발행될 우표 가운데 제주 화산섬과 용암 동굴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한 세계유산 특별우표(6월)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를 소재로 한 그린 에너지 특별우표(8월),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하고 고대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확대하기 위한 부여 금와왕 특별우표(8월)가 눈길을 끈다. 이밖에 유엔에서 지정한 2009 세계 천문의 해 기념우표(1월), 금강을 소재로 한 한국의 강 시리즈(2월), 필라코리아 2009 제24회 아시아국제우표전시회 한국 개최 기념우표(7월), BMX를 소재로 한 익스트림 스포츠 시리즈(10월), 한국의 영화사를 재조명하는 한국의 영화 시리즈(10월) 등도 선보인다. 올해 발행이 확정된 우표디자인은 우본 홈페이지(www.koreapost.go.kr)와 한국우표 포털사이트(www.kstamp.go.kr)에 공개될 예정이다.

  • 문화일반
  • 연합
  • 2009.01.01 23:02

파주 출판단지에 10만㎡ 영상단지 조성된다

경기도 파주시 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에 대규모 영상산업단지가 들어선다. 출판산업단지 사업조합은 2단계 출판단지 부지의 산업시설 용도인 20만1천781㎡ 가운데 절반(49.8%) 가량인 10만486㎡를 영상산업단지로 조성한다고 31일 밝혔다. 사업조합은 이를 위해 싸이더스FNH, 청어람, 영화사 집, 마술피리, 나비픽쳐스, 모호필름, 아이필름코퍼레이션 등 주요 영화제작사를 비롯한 28개 영상업체로부터 출판단지 2단계 부지를 공급하기 위한 협동화 사업 계획서를 받았다. 이들 업체는 내년 3월께 관리기본계획에 따른 문화체육관광부의 심사를 거쳐 토지를 분양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파주 출판산업단지 2단계 건립사업은 최근 국토해양부로부터 실시계획을 승인받았다. 2단계 부지는 산업시설(20만1천700㎡), 공공시설(37만500㎡), 지원시설(8만5천800㎡), 주거용지(2만㎡)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산업시설 용도 가운데 영상산업단지를 제외한 나머지(10만1천301㎡)는 소프트웨어 산업(6만4천872㎡), 출판.인쇄업(3만6천422㎡) 단지로 만들어진다. 출판산업단지 사업조합 관계자는 "출판단지 내 영상산업단지에는 최종적으로 45개 가량의 영상업체가 입주하는 한편 대규모 영화촬영소 등이 들어서 영화 기획 및 제작에서 촬영, 편집까지 일괄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산업단지는 2004년 1단계 부지 87만4천㎡가 개발돼 출판 158개 업체, 인쇄 54개 업체 등 226개 업체가 입주한 국내 최대의 출판단지로 만들어졌으며, 2단계 사업이 내년 2월 착공, 2011년말까지 68만5천814㎡ 규모로 조성되면 160여개의 업체가 추가로 입주하게 된다. 한국토지공사 파주사업단은 "2단계 사업으로 영상.소프트웨어 산업이 들어설 파주 출판단지는 향후 국제적 문화정보 교류와 통일 한국시대의 문화중심지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연합
  • 2009.01.01 23:02

[문학] 수행비서가 들려주는 '인간 백범'의 모습

올해 대한민국 정부수립 60주년을 맞아 '건국'의 시기를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계속된 가운데 임시정부의 상징적 인물인 백범 김구를 되돌아보는 책이 발간됐다. '백범 선생과 함께한 나날들'(푸른역사 펴냄)은 백범이 숨질 때까지 만 4년반 동안 비서를 지내며 그의 인간적 모습을 가까이 지켜봤던 선우진(86) 옹이 들려주는 회고담이다. 선우 옹은 아직도 "백범 선생의 서거는 나의 불민(不敏) 때문"이라고 자책한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죄스러움을 넘어 팔십이 훨씬 넘은 내 기억이 더 희미해지기 전에 기억 속에 살아있는 내가 아는 선생의 모습을 많은 이들에게 전하는 것이 내 마지막 의무가 아닐까 한다"며 백범의 생생한 모습을 책에서 전하고자 했다. 선우 옹이 백범을 처음 만난 것은 1945년 1월31일 충칭(重慶)에 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갔을 때였다. 이후 그는 1949년 6월26일 백범이 안두희가 쏜 총탄에 맞아 숨질 때까지 비서로서 그를 수행하며 역사의 현장에 함께했다. 수많았을 기억 중 회고록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1948년 4월19일의 이야기다. 1948년 단독정부 수립에 앞서 분단을 막고자 김일성을 만나러 38선을 넘던 바로 그 순간 백범과 백범의 아들 김신 씨와 함께 찍은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어 옆에서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만 했던 백범 암살의 현장 모습도 생생하게 그려진다. 1949년 6월26일 오전 11시30분께 포병 소위 안두희가 백범을 만나기를 청했고 오후 12시40분께 안두희를 2층의 백범에게 안내한 선우진 비서는 점심을 준비하기 위해 지하 식당으로 내려갔다. 식당 아주머니가 만둣국이 다 되어간다고 말하는 순간 위층에서 떠들썩한 소리가 들렸고, 본능적으로 무언가 잘못됐음을 직감하고 2층으로 뛰어간 선우진 비서의 눈에 비친 것은 안두희가 손에 권총을 든 채 고개를 숙이고 2층에서 내려오는 모습이었다. 권총을 계단에 철커덕 떨어뜨린 안두희는 "선생님을 내가 죽였다…"라고 말했고 백범의 얼굴과 오른편 가슴에는 유독 붉은 피가 왈칵 흘러나오고 있었다. 벌써 60년 가까이 된 사건이지만 아직도 노옹은 그 순간을 떠올리며 "백범 선생의 수행비서로서 선생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말할 수 없는 죄책감과 부끄러움을 평생 잊지 못하고 있다"면서 "45구경 권총을 차고 있었던 안두희에게 왜 좀 더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는지 지금도 죄책감이 든다"고 말한다. 선우 옹은 그런 자책 때문에 오랫동안 회고록 집필을 사양해 왔지만 백범 전집 발간과 백범기념관 완성, 그리고 최근 백범이 10만원권 초상 인물로 선정되는 등 백범이 다시 평가받는 것을 보고 자신이 아는 선생의 모습을 많은 이들에게 전하는 것이 마지막 의무라는 생각에 회고록을 펴내게 됐다. 선우 옹은 서문을 통해 "백범 선생은 독립운동가이자 조국통일에 헌신한 사람이기 이전에 범부(凡夫)를 자처하면서 따뜻한 인간애와 검소, 절제를 몸소 보여주었다"며 "당신 자신이 으뜸이 되기보다 나라와 국민을 섬긴 겸손한 분이었고 진정한 지도자는 바로 그러한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회고했다. 최기영 엮음. 352쪽. 1만6천원

  • 문화일반
  • 연합
  • 2009.01.01 23:02

[2009년 맞는 도민들의 소망] "건강하고, 용기잃지 마세요"

로또가 됐으면 좋겠다는 큰 꿈도, 직장에서 살아남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꿈도, '김태희'같은 여자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허황된 꿈도, 모두 새해라서 가능한 일이다.새롭게 시작하는 2009년. 우리는 어떤 꿈들을 꾸고 있을까. 새해 소망들을 묶었다. 꿈이 있다는 것, 좋지 아니한가.▲ 송석주(60·전주진북초교감)"우리 학생들, 용기 잃지 마세요!!"가정 형편이 어렵고 불우한 학◇생들이 너무 많다. 그런 학생들이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주눅 들어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우리 학생들이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웃음을 잃지 않도록 더 큰 사랑이 필요하다.또한 학생들에게는 학교 교육 뿐만 아니라 사회 교육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새해에는 비판적이고 나쁜 것 보다는 행복한 이야기가 가득해 학생들이 따뜻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복현씨(36·사회복지사)"어르신들, 건강하세요!!"해가 거듭될 수록 평소 복지관을 자주 찾던 어르신들의 방문 횟수가 줄어들고 몸이 불편하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어르신들이 항상 건강하셨으면 좋겠다.어르신들 중에는 국민생활기초수급자 혜택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새해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됐으면 좋겠다.개인적으로는 바쁘다는 핑계로 남편과 아이에게 소홀해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새해에는 가정에도 충실해서 사랑받는 아내이자 엄마가 되고 싶다.▲ 주정훈씨(24·전주덕진경찰서 수경)"공부도 열심히 하고, 여자친구도 생겼으면 좋겠습니다."몇 개월 후면 제대다. 새해 소망이 많다. 일자리가 부족해 취업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말들이 많은데, 열심히 준비해서 취업에 성공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 싶다. 예쁜 여자친구도 사귀고 싶다.요즘 경제가 너무 어려워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새해에는 모두 바라는 일들이 이뤄져 행복했으면 좋겠다.▲ 양유연씨(22·대학생)"현장 업무에 참여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늘었으면 좋겠어요."어느덧 대학교 4학년이 됐다. 현재 취업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기 전에 현장 업무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으면 좋겠다. 학교 전공 이외에 토익, 상식 등 미흡한 과목에 대해 열심히 공부 할 계획이다. 새해에는 내가 원하고 계획한 일이 모두 이루어졌으면 좋겠고 꼭 취업했으면 좋겠다.▲ 윤준호씨(31·회사원)"아내와 저를 닮은 예쁜 아이가 생겼으면 좋겠어요."새해에는 경제가 좋아져 밝고 희망찬 소식을 많이 듣고 싶다. 또한, 사랑하는 아내와 날 닮은 예쁜 아이가 생겼으면 좋겠다. 가장 큰 소망은 건강이다. 건강을 잃으면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우리 가족을 비롯해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규석(59·전주시 서신동)"살맛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어요."택시 운전 30년 째다.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해 10만원을 번다. 기름값 5만원을 제외하면 남는 게 없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 손님이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택시영업차는 늘어나서 걱정이다. 요금 인상이 어려우면 세금이라도 내렸으면 좋겠다.모두가 어렵지만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살맛나는 세상 되지 않을까 싶다. 나부터 택시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안전운행과 친절한 서비스로 최선을 다하겠다. 올해 대학을 졸업하는 딸도 취직에 성공했으면 좋겠다.▲ 오춘석씨(36·전주시 서신동)"내 집 마련이 소원이에요."돈가스 배달 전문점을 운영한다. 요즘 날씨가 추워지면서 조금씩 주문이 늘어나 그나마 위안이 된다.올해는 월세에서 벗어나는게 목표다. 내 집 마련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로또라도 당첨됐으면 좋겠다. 로또를 바라지 않아도 서민들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살기 편한 정책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신용전씨(35·전주시 팔복동)"돈 많이 버는게 최고죠."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길에서 생선을 팔기 시작한 지 벌써 3년째다. 아침 9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온종일 추위에 떨며 생선을 손질하지만, 몸 녹일 틈도 없다. 손님이 많지 않지만 돈 한 푼 없이 시작 했을 때를 생각하면 그래도 꾸준히 찾아 주는 손님들이 감사하다. 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이 거리에 나와 좌판으로 용돈벌이를 하는데 단속이 많아 안타깝다.

  • 문화일반
  • 도휘정·이화정
  • 2009.01.01 23:02

[과거로 부터 오는 미래] 전북의 내일은 '돈버는 문화'다

남성 무용수들이 백조로 나오는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는 전 세계 공연계에 파격과 충격을 가져왔지만, 관객들은 그 신선함에 흥분했다.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는 현대인의 정서를 고려해 고전 발레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한국에서도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와 같은 사례가 있다. 판소리 다섯 바탕 중에서도 가장 비극적인 '심청전'. 모두가 '심청전'에서 심봉사의 애처로운 모습만을 부각시키고 있을 때, 심봉사를 상대로 사기를 치는 뺑덕어미를 주인공으로 한 '뺑파전'이 탄생됐다. '뺑파전'은 '신 뺑파전'까지 만들어내며, 대중적으로는 '심청전' 보다도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남원은 춘향이로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판소리나 고전으로만 머물러 있던 '춘향전'은 창극과 축제로 다양하게 변형되면서 재탄생되고 있다. 똑같은 콘텐츠라도 그릇을 달리하는 것. 「딜리셔스 센드위치」의 저자 유병률씨는 "문제는 창조가 아니라 재창조"라고 강조한다.존재하지 않던 전혀 새로운 장르나 문화형태를 개척하는 일은 더디다. 시행착오도 많이 겪어야 하며 때로는 비용이 많이 들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극단적으로 아무것도 없는 데서 무엇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모차르트가 살던 시대의 순수예술에나 해당된다고 말하기도 한다.하지만, 창조는 부족해도 변형은 무궁무진하다. 아이디어를 달리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는 힘. 그것이 바로 재창조이다.재창조 과정에서는 무엇보다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이 필요하다. 스토리텔링은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있게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가장 오래된 기술형식 중 하나이지만, 오히려 현대로 올수록 마케팅의 중요한 방법으로 쓰이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영국은 이야기의 나라다. 영국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여가생활은 책읽기이며,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소설이다. 서로 알고있는 이야기들을 나누는 스토리텔링 모임은 동네 반상회처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전 세계를 열광시킨 영국의 '해리포터'가 여기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함한희 전북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산업화 과정에서 스토리텔링 소재들이 많이 사라지거나 파괴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전북처럼 산업화로부터 소외되고 전통문화가 발달된 곳일 수록 발굴할 수 있는 소재들이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함교수는 "전라북도만큼 스토리텔링을 위한 많은 소재를 가지고 있는 지역도 드물다"며 "스토리텔링은 곧 재창조의 방법인 동시에 결과물로서 목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스토리텔링 열풍은 스토리텔링을 통한 도시 알리기로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도시에서의 스토리는 무엇인가를 새로 만들고 지어내는 것이 아닌, 주민의 생활과 도시의 역사, 시대의 일상을 담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이같은 스토리는 도시 전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고 다른 도시와 차별화시킨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9.01.01 23:02

[과거로 부터 오는 미래] 전통 재창조가 힘이자 경쟁력

W.베리는 "우리가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단순한 하나의 새로운 출발이 아니다. 왜냐하면 과거에 일어났었던 일들과 함께 오직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과거에 미래를 빚지고 있다"고 말했다. 앙드레 말로 역시 "미래는 과거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했다.미래는 어디로부터 오는가.과거의 장구한 견문은 오는 세대의 잠재력. 미래는 과거로부터 온다. 또한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부터 온다.과거는 현재와 미래의 근본적인 힘이 되어준다. 그러나 과거의 수용은 일방적인 것이 아닌, 재창조를 통해 현재의 필요와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한다.이는 최근 전국의 자치단체들이 지역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꺼내들고 있는 창조도시의 개념과도 연결된다. 창조도시란 뉴욕이나 런던, 도쿄와 같은 거대도시 또는 세계도시가 아니다. 작지만 독자적인 예술문화를 육성하고 지속적으로 내발적 발전을 통해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도시. 문화와 산업의 창조성이 풍부해 동시에 탈대량생산의 혁신적이고 유연한 도시경제시스템을 갖춘 도시를 말한다.창조도시의 구현이야말로 21세기 지역사회에 주어진 과제에 대해 창조적으로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세계는 지금 창의적 예술문화를 발전시키고 혁신적인 경제기반을 육성하는 창조도시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창조도시의 권위자 사사키 마사유키는 "창조도시만이 도시의 세기를 열리게 할 수 있다"며 창조도시의 중요한 조건으로 전통산업의 현재화, 시민의 자발적 참여, 창의성 고양 등을 들었다.전통산업의 현재화 측면에서만 봐도 창조도시로서 전북의 가능성은 높은 편. 전주시가 역동산업분야로 추진하고 있는 한스타일 사업이나 군산시가 1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근대문화유산 관광자원화 사업 등이 과거에서 미래를 찾는 대표적인 사례다. 사사키 마사유키는 지난 6월 전북일보 창간 58주년 기념 대담을 통해서도 "전주야말로 전통과 미래를 조화시켜 나갈 수 있는 창조도시의 가장 바람직한 모습을 지녔다"고 말한 바 있다.전북의 미래는 이미 과거로부터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전통문화에서 찾는 미래문화가 경제를 리드하는 시대. 전주시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스타일 사업은 문화 원형을 산업화로 연결시키는 작업이다.한스타일이란 우리 문화의 원류로서 대표성과 상징성을 띄고 있는 전통문화를 브랜드화 하는 것. 문화체육관광부는 전통문화의 핵심이면서도 자생력이 부족해 정부 정책화가 필요한 한글과 한식, 한복, 한옥, 한지, 한국음악 등 6개 분야를 한스타일로 선정했다. 한스타일은 전통문화 콘텐츠의 생활화, 산업화, 세계화를 통해 고용 및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국가이미지를 높인다는 데 그 목적이 있다.이 중 전주시가 문화부와 함께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분야는 한지, 한옥, 한식 등 3개 분야. 2년여 동안 한스타일 사업을 추진해 온 전주시는 그동안 한지산업진흥원 건립, 한스타일진흥원 건립, 한옥마을 조성사업 등 크고 작은 기반사업들을 구축했다. 여기에 2010년부터는 전주시 자체적으로 한춤, 한소리(판소리), 한방을 포함시켜 한스타일을 추진하기로 했다.전주시가 한스타일 사업에 뛰어든 것은 전주가 가지고 있는 전통문화의 자산이 풍부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김신 전주시 한스타일과장은 "한스타일 사업을 천년전주의 미래 성장의 동력으로 삼기로 했다"며 "한스타일 자산을 산업화시켜 경제·문화적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빛바랜 근대 풍경에 시간이 멈춘 공간과 새롭게 조성되고 있는 공간이 혼재돼 있는 군산은 근대문화유산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 군산시는 지나간 100년에서 미래의 100년을 재창조하기로 했다.문화체육관광부 '근대유산을 활용한 문화예술창작벨트사업'에 최우수사업으로 선정되고, 전라북도 1도1시·군 사업으로 '군산근대문화도시사업'이 추진되면서 근대문화유산을 중심으로 근대산업문화공간을 만들려는 군산시의 계획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전진성 군산시 주민생활지원국장은 "군산내항과 원도심 일대에 산재해 있는 20세기 전반기 갈등과 수탈의 공간을 21세기 평화와 문화의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며 "원도심 일대를 전국 유일의 근대산업문화공간으로 재창조하고, 국제적인 근대문화관광특구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대표적인 창조도시로 꼽히는 이탈리아 볼로냐는 군산시가 눈여겨 봐야할 도시. 역사도시였던 볼로냐는 도심 건축물 외관은 보존하고 내부는 첨단문화공간으로 조성, 과거의 유산들을 문화창조공간으로 거듭나게 하는 등 역사적 시가지 보존과 재생에 초점을 둔 도심재생전략으로 창조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9.01.01 23:02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심사평

예선을 거친 작품은 열한 분(고현주, 김곡순, 김금아, 김정화, 김필영, 김희자, 신성애, 이정순, 정병율, 조이지, 최상근)의 응모작 26편이었다. 모두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 읽는 재미와 고르는 어려움을 함께 겪어야 했다. 전체적으로 일상에 대한 겸허한 성찰, 가족·이웃·사회에 대한 관조, 사물·현상에 대한 진지한 사색 등의 내용을 산문 형식 속에 담는 방식도 다양하게 구사되어 있었다.통독 끝에 다섯 편을 골랐다. '수의', '기다림의 미학', '막사발', '폭풍 속으로', '신기료' 등은 나름의 개성과 묘미를 갖춘 수준작들이었다. 소재를 주제로 구현해 가는 구성과 전개, 울림의 크기, 내용과 형식의 조화, 문장에 깃든 향취 등을 염두에 두고 이 다섯 편을 다시 읽었다.'수의'는 꾸밈없는 문장 속에 진솔한 내용이 담겨 있으나, 작품 전체의 구성이 충분하게 세련되지 못한 것이 흠이었다. '기다림의 미학'은 안정된 문체 속에 작가의 섬세한 정서가 녹아 들어있는 잘 정돈된 작품이었지만, 전체적으로 소품에 그치고 만 아쉬움이 남았다. '막사발'은 사색의 무게가 묵직하게 느껴지고 작품의 구성과 전개도 무난하였지만, 문체감각이 평범하다고 느껴졌다.'폭풍 속으로'와 '신기료'는 동일 작가의 작품인데도 그 성격은 매우 달랐다. 전자는 남편의 오랜 친구의 다소 신산한 지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화자와 남편과 그 친구 세 사람의 감정을 적절한 거리 유지 안에서 균형 있게 처리하는 솜씨가 돋보였다. 각각의 감정에 어울리도록 때로는 톡톡 튀는 문장을, 때로는 심드렁한 문장을 구사하는 감각적 문체가 그 균형의 추라고 할만하다. 후자는 만만찮은 관조와 사색의 깊이, 화자와 신기료 노인과 고물상 영감 사이의 안정된 거리 유지, 삶의 애환에 대한 작가의 진지하고도 따뜻한 시선, 그리고 군더더기 없는 향취 있는 문체 등이 고루 조화를 이루고 있는 작품으로 읽혔다.선자들은 동일 작가의 두 작품 중 어느 것을 고를 것인가 하는 좀 색다른 논의를 한 끝에, 후자를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 전자에서 발산되는 신선한 매력보다는 후자의 숙성된 향기가 수필의 성격에 더 어울린다는 판단, 또 꽁트식 내용을 수필이라는 그릇으로 담아내는 전자의 내공이 깃든 솜씨보다는 사소한 일상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해내는 후자의 미더운 시선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9.01.01 23:02

[신춘문예] 수필 당선소감-신성애

어느 날, 기다림이 습관이 되어버린 의자를 보며 내 삶도 그렇게 변해버릴까 봐 덜컥 겁이 났습니다. 무작정 내 안의 길을 찾아 웅덩이 물 같은 일상에서 탈출을 시작했습니다. 그림자처럼 낮게 포복한 채 들러붙은 삶의 무게에 질식당하지 않으려 읽고 쓰며 노래하였습니다.세상은 끝없이 넓었고 나는 너무 작은 존재였습니다.오랜 시간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문 앞에서 가슴앓이 하며 신발을 끌며 서성거렸습니다. 무수한 맨발들이 앞서간 그 길에는 돌멩이들로 쌓은 탑도 보였습니다. 두려웠지만 미로 같은 그곳에 시린 발을 디밀었습니다.어둠이 내린 가게 앞, 단풍나무 잎이 불빛에 흔들리며 그네를 타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선물처럼 당선소식이 왔습니다. 부족한 글 어여삐 보아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 인사드립니다.'쓰고 있는 열쇠는 항상 빛난다.'는 프랭클린의 말을 떠올리며 서두르지 않고 꾸준히 가슴 따뜻한 글 쓰고 싶습니다.버팀목이 되어준 부모님,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가족들과 기쁨을 함께 합니다. 지도해주신 홍억선 선생님, 기꺼이 동행이 되어준 수필사랑 문우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약력1957년 경북 영천 출생방송통신대학 졸업대구여성백일장 대상대구문학 신인상프런티어문학, 시흥문학상 입상수필사랑문학회 회원솔뫼 동인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9.01.01 23:02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신기료(신성애)

삼층 요리학원에서 창밖을 내려다보면, 감영공원 한 귀퉁이 도장가게 처마 밑에 풍경처럼 신기료장수가 있다. 오늘도 담벼락을 등지고 낡은 의자에 걸터앉은 노인이 돋보기 안경너머 더운 아스팔트길을 내려다본다. 또각또각, 뚜벅뚜벅 땅을 울리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신발의 상태를 가늠하는 모습이다. 널빤지에 '신발 닥음, 신발 수선' 이라고 엉성하게 쓰인 글씨에는 고삐를 놓아버린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오전에는 햇살이 들이 비춰 적나라한 모양이 어설퍼보여도, 그늘이 반쯤 내려오면 제법 오래된 가게 티가 난다. 사람도 공구도 반지르르 세월이 묻어나는 짙은 갈색이다.훤히 들여다보이는 그곳이 십리라도 되는 냥, 나는 흐느적거리는 걸음새로 신발을 끌며 갔다. 멀리서 볼 때는 물속 같이 고요해 보이던 노인에게는 거뭇한 반점이 얼굴을 뒤덮었다. 몇 구비를 돌아 여기까지 왔을까. 도시의 구석진 곳, 손바닥만한 자리가 우주보다 넓은 듯 바라보는 표정이 한없이 그윽하다. 탈탈 소리 내며 힘겹게 돌아가는 선풍기가 아직도 여기가 생의 한가운데임을 말해준다.가방을 둘러멘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스치듯 지나가며 바람을 일으킨다. 모두들 무엇을 찾아 저리 바삐 움직일까. 신발소리가 경쾌한 만큼 저들의 하루도 무탈하기를 빌어본다. 매미소리 따라 삐걱대는 불협화음이 가까워지더니 어느 순간 발소리가 뚝 끊기며 그늘을 만든다. 멈춰 선 사람하나 상처 난 일상처럼 뒤축이 너덜거리는 신발을 맡겨두고, 슬리퍼를 끌며 공원으로 들어간다. 맥없이 널브러진 헐렁한 신발들은 진맥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우려와 기대가 뒤 섞여있다.나는 노인이 눈짓으로 권하는 앉은뱅이 의자에 앉아 덜렁거리는 신발을 벗어놓는다. "본드로 하지 말고 실로 꿰매 주세요." 어줍지 않는 말투로 주문을 한다. 걸핏하면 떨어지는 신발이기에 얼렁뚱땅 붙일까봐 지레 오금을 박았다. 노인은 가볍게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신발을 무릎에 올려놓고 밑바닥을 뒤집어 요리조리 살핀다. 못으로 쳐야할지 박음질을 해야 할지 고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공구더미를 뒤적이는 갈퀴 같은 두 손이 자꾸만 떨리는 듯 더듬거린다. 수전증이 아닐까. 나는 시답잖은 눈길로 바짝 다가앉아 고치는 모습을 지켜본다. 노인은 망가진 곳을 떼어내어 본드로 붙이고 능숙한 손놀림으로 다시 한번 꼭꼭 박음질을 하고 있다. 그러고는 어린아이 엉덩이를 다루듯 신발을 엎어놓고 자근자근 두드린다. 톡-톡 신발에 부딪쳐 튀어 오르는 망치질소리가 미심쩍어하던 나를 찔끔하게 한다. 땀방울을 씻으며 매끈하게 마무리를 하는 진지한 모습에 날이 섰던 마음이 뭉그러진다. 수선을 기다리는 너저분한 신발 곁에 슬리퍼를 걸친 노인의 한쪽발이 삐죽이 나와 있다."돌려가면서 박아주세요. 오래오래 신을 게요."나는 성한 신을 마저 벗어 슬그머니 일거리를 보탰다."저 영감이 삼십년 전에도 리어카를 끌더니 아직도 저러고 있구먼." 힘겹게 지나쳐가는 고물상의 꽁무니를 보며 노인은 처연한 듯 혼잣말을 중얼거린다."어르신도 오랫동안 이 일을 하셨나 봐요?" 무료해진 나는 바느질에 되살아나는 노인의 일생을 한 땀, 한 땀 끄집어낸다.사십년을 하루같이 교회 가는 날을 빼고는 공원 근방을 옮겨 다니며 신발을 기우셨다는 노인. 육이오 때 월남하여 먹고 살기위해 시작한 일이 평생의 업이 될 줄 어찌 알았으랴. 가정도 일구었고 자녀들도 제자리를 찾아 한시름 놓았다고 일을 걷어치웠다. 길바닥 인생을 벗어나 인천으로 이사를 갔어도 집안에 편히 있을 성정이 못되었다. 일거리를 찾아다니다 교통사고를 당하고 외발에 통증까지 겹쳐지니, 노인은 괜히 자식 눈치가 보였다. 남아있는 인생을 짐짝처럼 보내자니 눈앞이 캄캄했다. 하릴없이 공원 벤치를 지키던 사람들의 멍한 눈빛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할일이 있어 움직거려야 살아있는 목숨이 아니던가. 노인은 불현듯이 녹 쓴 연장을 꺼내어 기름을 먹였다."사람이 한번 선택한 일을 버리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가 벼. 저 고물 장이도 허리 구부러지고 늙은 것 외에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여. 사람에게는 저마다 주어진 직분이 있다고 하더니만, 천생 신 깁는 일이 내게는 딱 인가 벼. 그걸 깨닫는데 자그마치 반 백년이 걸렸으니. 예전에는 밥벌이로 이 일을 했지만 이제는 내 목숨 인 겨." 신발을 꿰매고 있는 노인의 손길에 살가움이 묻어난다.주둥이를 잔뜩 벌린 너덜거리는 신발은 미처 이루지 못한 욕망에 허덕이는 사람과 흡사해 보인다. 흙먼지가 들어차 자꾸만 접질리어 뒤뚱거리는 모양새가 안타까움만 더하게 한다. 아무리 먹어도 채워지지 않은 그것은 과연 무엇이기에 저리도 사람을 허기지게 할까. 노인은 엇갈리는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좁히듯 정성스럽게 접착제를 바르고 붙인다. 타협점을 찾고 제자리에 선 사람처럼 이윽고 벌어진 앞창은 하나가 되어간다.사람들은 이따금씩 새처럼 문득 와 만신창이 신발을 맡기고는 훌쩍 지나간다. 노인은 낡고 헤진 구두의 먼지를 털어내고, 신바닥을 들여다보며 끈도 당겨보고, 벗겨진 가죽도 쓰다듬는다. 어디에 상처가 났는지, 무엇 때문에 불편한지 족집게처럼 찾아낸다. 신발을 통해 신발주인의 고단했을 삶도 읽어내며, 아무리 몰골이 험하여도 타박하는 법이 없다. 잘라내고 붙이고 상처를 보듬어서 흠결 없는 새것처럼 바꿔놓는다. 노인의 야문 손끝에서 돌멩이에 채였던 흔적도, 가시밭길에 찢기었던 상처도 감쪽같이 사라진다.공원을 나온 사람하나가 제 신발을 찾아 신고 다시 어디론가 길을 떠난다. 길 위에 앉은 노인이 걸어가는 사람에게 위안이 되는 순간이다.나는 튼실하게 박음질된 펑퍼짐한 신발에 군살 박힌 발을 집어넣는다. 적당히 헐거워지고 낡은 신발이 한없이 편안하다. 이제는 새로운 것보다 볼품없어도 내게 익숙한 것들이 더 소중한 나이가 된 것 같다. 망가진 신발을 수선하며 자신의 상처 난 생도 까마득히 기우는지, 몰입에 든 노인의 얼굴이 노을빛에 환하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9.01.01 23:02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심사평

전체적으로 보아 글을 구성하는 능력은 작년보다 좋아졌으나 다양성면에서는 좀 뒷걸음질 친 것 같다. 특히 환타지 동화는 그 수가 절대 부족했다. 가족 간의 끈끈한 정을 표현한 생활동화의 강세였으나 '가슴이 찡할 만큼' 감동을 주는 작품이 아쉬웠다.  본심에 올라온 7편의 작품 중 '두 할머니의 명품 자랑(최선영)', '움직이는 바위(김경희)', '걸치기 할아버지(장은영)'를 논의 대상으로 하자는데 쉽게 합의했다.  '두 할머니의 명품 자랑'은 강점이 많은 작품이었다. 발랄하고 유쾌했으며 세태를 잘 반영하고 있었다. 짜임도 훌륭했다. 그러나 원고분량 조건을 크게 넘긴 것이 큰 흠이 되었다. 다른 응모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어 논외로 하기로 했다.  '움직이는 바위'는 제목을 뽑는 솜씨부터 눈에 띄었다. 결말을 그 중 감동적으로 처리했으며 내용 역시도 무난했다. 그런데 -주인공이 부모의 파산으로 언어 장애를 겪고, 급박한 상황을 겪자 다시 말문이 텄다- 는 이야기는 조금 진부한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걸치기 할아버지'는 단숨에 읽히는 장점이 있었다. 소재가 새로웠고, 긴장감이 이어졌고, 주인공 할아버지의 개성도 살아있었다. 드럼을 치는 할아버지와 나, 나와 친구가 겪는 갈등구조도 적절했다. 다만 사투리의 일관성 문제와 결말을 조금 성급하게 처리한 것은 아쉬웠다. 이 두 작품 중 흠이 적은 '걸치기 할아버지'를 당선작으로 밀기로 했다. 낙선자들에게는 위로를, 당선자에게는 축하의 인사를 전하며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 심사위원 : 윤이현(아동문학가) 김종필(동화작가)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9.01.01 23:02

[신춘문예] 동화 당선소감-장은영

어린 시절, 저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였습니다. 동화 속에 사는 생생한 인물들은, 저를 꿈과 환상의 나라로 이끌곤 했지요. 그런 세계를 만들어 내는 작가는 어린 제게 놀라운 존재였습니다. 저는 작가가 되는 꿈을 꾸곤 했습니다.  하지만 꿈을 이루기엔 제 능력이 보잘것없었어요. 절망감 때문에, 현실적인 문제로 꿈은 서서히 희미해졌지요.  그런데 오늘 꿈의 씨앗에서 싹이 돋았습니다. 제 가슴에 씨앗을 품은 지 무려 삼십 여년을 훌쩍 넘겼는데도 말입니다.  아직도 작가로써의 제 능력에 좌절하고 갈등하는 때가 많지만 출발점에 섰다는 것에 안심이 됩니다.  꿈을 잃지 않고 가꾼다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깨달음에 기대어 작가로써 충실하게 살겠습니다.  이제 저는 새로운 씨앗을 가슴에 담아 봅니다. 그것은 우리 어린이들에게 사랑받는 작가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어른 못지않게 답답한 현실에 고통 받는 어린이들이 제가 쓰는 동화를 읽으며 웃고, 그 힘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오늘 제가 누리는 기쁨은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부족한 제 능력을 깨치고 나갈 수 있도록 도와 준 많은 분들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습니다.   작가가 가야할 길을 몸소 보여주시고 깨우쳐 주시는 광주대학교 문창과 배봉기 교수님께 존경을 드립니다. 작품을 쓰면서 울고 웃는, 순간순간마다 옆에서 다독이고, 때론 쓴 소리도 아끼지 않으신 광주대 이성자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내 또 하나의 가족, 광주대 '운동장 아이들' 문우들에게도 사랑한다고 크게 외쳐봅니다. 오래 전, 열정 하나밖에 없던 저를 인도해 주신 김자연 교수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믿고 지지해준 남편 최진광씨와 혜린, 우석이에게도 제 사랑을 보냅니다.  부족한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 고맙습니다. 좋은 작품을 쓰겠다는 약속으로 감사함을 대신하고 싶습니다.  ◆ 약력1963년 전북 정읍 출생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현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대학원 재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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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9.01.01 23:02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걸치기 할아버지(장은영)

"야, 걸치기!"  교문을 나서는데 민기가 또 할아버지 방앗간 이름을 부른다. 머리카락 끝이 곤두섰다. 나는 돌아서서 민기를 노려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민기는 발을 까딱까딱하면서, 양손으로 드럼 치는 흉내를 냈다. 입으로 두두두두 장단까지 맞추면서 말이다. 그리곤 목에 두른 손수건을 풀어 하늘을 향해 던졌다. 분명히 막걸리에 취한 채 드럼을 치던 할아버지 모습을 흉내 내는 것이다.  "저 자식이."  나는 이를 꽉 깨물며 주먹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민기가 혀를 쑥 내밀고는 그대로 달아났다. 할 수없이 집으로 향했다.  나는 대문을 발로 팡 차고 들어갔다.   "아이구, 우리 수호가 왜 그려. 학교에서 뭔 일 있었어?"  마당에서, 널어놓은 고추를 뒤집던 할머니가 깜짝 놀라 나를 쳐다보았다.  "몰라, 할아버지 때문에 창피해 죽겠단 말야."  나는 어깨에서 가방을 내려 마루로 던졌다. 영문을 모르는 할머니의 두 눈이 더 커졌다.  "늬 할애비가 뭘 어쨌게. 또 잔소리 늘어 논겨?"  "애들이 나만 보면 놀린단 말야. 걸치기 할아버지가 생뚱맞게 드럼 친다고."  "뭐여? 하여튼 이놈의 영감, 젊을 때부터 뭘 두드리는 것만 좋아하더니 다 늙어서 고집을 피우네. 참말로 주책이지. 영감이 뭔 드럼이여 드럼이."  할머니가 내 등을 다독여 주었다.  "수호야, 수호야."  골목 끝에서부터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휴, 진짜 짜증나!"  어른이 돼가지고 창피하지도 않은가 보다.  할아버지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만큼 고집도 세다. 할머니가 말려도 하고 싶은 일, 사고 싶은 것, 맘대로 다 한다. 새벽부터 일어나 논에 가서 한바탕 일을 한 후, 또다시 걸치기 방앗간으로 갈만큼 부지런하다.   점심을 먹은 할아버지가 부리나케 옷을 갈아입었다. 반짝이 무대 옷이다. 목에는 빨간색 손수건을 멋 내서 둘렀다. 그리고는 바로 걸치기 방앗간으로 간다.  방앗간 귀퉁이에 있는 방에는 드럼, 전자 기타, 전자 피아노가 있다. 모두 할아버지가 목돈을 들여 사 놓은 것들이다. 할아버지는 주말마다 그 곳에서 드럼 치는 연습을 한다.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교실로 들어오는데, 민기가 또 내 앞을 가로 막았다.  "요즘 걸치기 할아버지 드럼실력, 많이 늘었냐?"  민기는 한 팔을 올리고 제자리를 빙빙 돌며 엉덩이를 흔들어 댔다. 지난 번처럼 술에 취한 할아버지 모습을 흉내 내는 것이다.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엉덩이춤을 따라 하면서 낄낄거렸다.   화가 난 나는 민기의 멱살을 잡았다. 하지만 민기는 내 손을 잡아떼더니 주먹으로 가슴을 때렸다.  "선생님 오신다."  누군가의 말에 아이들이 흩어졌다. 민기가 재빨리 자리에 앉았다. 할 수 없이 나도 자리에 앉았지만, 민기가 추던 춤을 생각하니 다시 화가 치밀었다.  방앗간에 악기가 들어오던 날, 할머니는 할아버지더러 정신이 나갔냐고 소리쳤다. 나도 할아버지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할머니 몰래 살금살금 방앗간으로 갔다.  방앗간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여 있었다. 아이들 몇 명도 보였다. 흥에 겨운 사람들이 박수까지 치며 엉터리 드럼 치는 모습을 구경했다. 드럼 소리 때문에 방앗간 전체가 들썩들썩했다.  할아버지는 빠른 템포에서 한 번씩 박자를 놓치기도 했다. 하지만 온 몸을 흔들면서 열심히 드럼을 쳐댔다. 얼굴에서 땀이 흘렀다.  구경하던 옆집 할아버지가 냄비뚜껑을 들고 따라서 두드려댔다. 뒷집 할머니는 방바닥을 두드렸다. 막걸리 한 잔 걸친 할아버지의 드럼 소리에 모두들 신이나 한바탕 춤을 추었다.  연주는 '두두두두'하는 드럼 소리로 절정을 이루었다. 마지막 드럼 소리가 끝나자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신이 난 할아버지는 앞으로 뛰어 나와 엉덩이춤까지 추었다. 목에 두른 등산용 빨간 손수건을 천정으로 높이 던져 올리며 끝을 알렸다  나는 눈을 비비고 우리 할아버지가 맞는지 확인을 했다. 하지만 놀라움도 잠시, 할아버지가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할아버지!"  나는 놀라서 할아버지를 부축했다. 언제 왔는지 민기가 그런 할아버지를 쳐다보고 좋아 죽겠다는 듯 낄낄거리며 웃었다.  토요일인 오늘도 할아버지는 드럼 연습을 하려고 준비했다.  "할아버지, 드럼 치는 게 그렇게 좋아?"  "그럼, 좋지. 내가 늘그막에 호강 혀. 살맛이 난당께."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말문이 막혔다. 그런데 만날 나를 놀리던 민기 모습이 떠오르자 마음이 답답해졌다.   "할아버지, 꼭 드럼만 쳐야 돼? 다른 거 하면 안 돼?"  "왜? 난 드럼이 좋은디?"  할아버지 표정이 굳어졌다.  "그래도 빠른 박자를 맞추려면 힘들잖아."  "긍께 내가 만날 연습을 하잖여."  "그게 연습으로 되는 게 아니야. 늙어서 안 된다니까."  "그려도 나는 드럼이 젤 좋은디 어쪄. 드럼 두드리면 속상한일, 보고 싶은 마음들, 시원하게 털어버릴 수 있어서 좋당게."  "그럼, 나는? 애들이 만날 드럼 치는 할아버지 흉내 내면서 놀린단 말이야."  "뭐라고? 아무 것도 모르는 놈들이……."  할아버지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잠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증조할아버지가 마을에 있는 빈 집을 하나 샀어. 지나가던 소리꾼이며 풍류쟁이 하다못해 떠돌이들도 그 곳에서 묵어가도록 했재. 소리를 좋아하던 네 증조할아버지는 나그네가 갈아입고 갈 수 있는 옷까지 준비해서 방 안 횃대에 걸쳐놓곤 했당께. 근디 그런 분이 병으로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겨."  잠시 말을 멈춘 할아버지는 나를 바라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그 분이 돌아가신 뒤에도 누군가 그곳에 쌀을 갖다 놓고 옷을 걸쳐놓곤 했어. 사람들은 우리 마을을 가난한 풍류쟁이들이 쉬어갈 수 있는 걸치기 마을이라고 불렀재. 나도 아버지를 생각하며 방앗간 이름을 걸치기라고 지은거여."  할아버지 눈가가 젖어있었다. "증조할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그래?" "그려. 내 아버진데 왜 안 보고 잡겄어. 이제는 먹고 살만하니께 나도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단 말여."  할아버지가 환하게 웃었다.   겨울방학이 며칠 남지 않았다.  동네 입구에 커다란 플레카드가 붙었다.  "걸치기 방앗간 송년회."  나는 우리 반 아이들을 방앗간으로 초대했다.  할아버지는 무대 옷을 입고 방 한가운데서 드럼을 쳤다.   요즘 우리들 사이에 인기 있는 노래가 연주되자 아이들이 함께 합창을 했다.   나는 앞으로 뛰어나가 춤을 추었다. 아이들이 팔을 흔들며 박자를 맞추고 소리를 질렀다. 머뭇거리던 민기 녀석도 뛰어 나왔다. 우리는 서로 마주보며 개다리 춤을 추었다.   지켜보던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벌떡 일어나 박수를 쳤다. 흥에 겨워 어깨가 들썩들썩했다.   걸치기 방앗간이 웃음소리로 떠들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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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1.01 23:02

[신춘문예] 시 당선작-심사평

전북 거주의 응모자가 많았음을 큰 기쁨으로 생각했다. 작품 수준도 크게 향상되었음을 읽었다. 응모작들의 문법은 거의 정확했다. 구조의 탄탄함도 믿음직했다. 시대나 사회적인 문제의식보다는 시 본연의 감각과 감수성을 기조로 한 시들이 만만치 않았다. 다만 장광설 또는 단순 처리로 아쉬움을 준 시, 명쾌해야 할 전달력이 불투명하게 처리된 시도 없지 않았다.걸러내고 걸러내다 보니 최종심에 오른 시는 강영식의 '삼거리 외눈부처'와 '물수제비', 이연아의 '대팻밥을 담으며', 안성덕의 '구두병원'과 '입춘' 등이었다. '삼거리 외눈부처'는 개성미와 형상성이 괜찮았으나 울림이 부족했고, '물수제비'는 깨끗하고 투명한 이미지가 좋았으나 단순 처리된 것이 흠이었다. '대팻밥을 담으며'는 수준급에 달했으나 부분적으로 산문형태의 상투성이 눈에 거슬렸다. '대패질은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의 돌출로 말미암아 아차, 하는 사이에 당선권에서 밀려났다. 상식이 통하지 않은 것이다.'구두병원'은 어둡고 구석진 삶의 단면을 걷어내고 윤끼 반짝이는 건강성을 보이고 있으나 끝 연의 처리가 안이하게 풀어져 균형을 잃고 말았다. 당선작 '입춘'은 구조의 일관된 응집력과 나무랄 데 없는 언어표상, 그리고 선명한 주제와 함께 시의 내면을 가득 채운 따뜻한 훈김이 삶을 지탱하게 하는 역동성으로 작용하여 당선작 선택에 두 사람의 의견이 일치했다. 읽을수록 깊이 깨물려 단물이 고였다. 참신한 이미지의 거듭됨이 안정된 어조로 짜여 있다. 더할 수 없이 살기 힘든 현실의 가난과 외로움을 따뜻이 끌어안고 삶의 밑바닥을 뒤지면서도 절망하지 않는 이웃의 아름다움이 측은지심을 넘어 감동을 이끌어낸 수작이다. 그라시아스 합창단의 크리스마스 칸타타처럼 생명감이 넘치는 노래다. 재활용품 수집이 생계수단인 할머니와 어린 손주, 이들 가족사의 진정성을 뒷받침해줄 끝 부분의 희망의 불씨 또한 시의 완성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심사위원 : 이운룡(시인·문학평론가) 정양(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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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1.0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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