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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시 당선소감-안성덕

이미 일가를 이루었어야 할 다 늦은 때 나를 찾아온 시는, 내가 나를 달달 볶게 했다. 소싯적 이웃집 가시내처럼 희멀건 목덜미 슬쩍 내보이고는, 풀풀 살 냄새 흘리고는 그뿐, 내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숱한 밤 잠 못 들고 열뜨게 했다. 먹다 남은 소주병을 찾게 한 밤이 많았다.희미한 불빛을 따라가다 돌부리에 차여 고꾸라졌었다. 고꾸라진 나를 일으켜 세우고 깨진 무르팍 쓰리게 닦아 딱지 앉게 해준 형 같은 아우가 있다. 그 상처 덧나지 않도록 호호 불어 처매주고, 다시는 넘어지지 말라고 두 다리에 힘을 넣어준 선생님이 계신다.내게 언제까지 곁눈질 할 수 있는 핑계 하나 만들어 준 전북일보와 두 분 심사위원님께 큰절 올린다. 떠오르는 얼굴들이 많다. 강연호 교수님 고맙습니다. 박성우 시인 고맙다. 고향집을 홀로 지키는 어머니, 곁에서 묵묵히 지켜봐 준 아내와 두 아들 지혁 동녘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이제부터 시작이다. 지루한 내 삶에 위로가 된 적도 아주 없진 않았던 시, 재촉하지 않겠다. 연필심에 침 발라가며 밤새 풀잎에 이슬 내리는 소리 또박또박 받아 적겠다. 원고지 한 칸 한 칸 사람냄새 채워 넣겠다.아파트 모퉁이에 '행복수선'이라는 헌옷 수선집이 있다. 해지고 구멍 난 옷만 수선되는 게 아니라, 조각나고 망가진 우리들 행복도 수선될 수 있다면 좋겠다. 뜻하지 않은 경제난으로 춥고 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꽃 피고 새 우는 봄날이 빨리 왔으면 참 좋겠다.◆약력1955년 전북 정읍 출생현 한국전력 전주전력관리처 근무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9.01.01 23:02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심사평

재료가 좋다고 하여 꼭 좋은 요리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요리사의 손맛에 따라 빈약한 재료도 훌륭한 요리가 될 수 있다. 이번 전북일보 신춘문예 심사 기간 내내, 심사위원들은 몇 번씩 아쉬운 입맛을 다셔야 했다. 정말 좋은 글감들이 많았다, 응모자들의 치열한 시대 인식의 결과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응모자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조리법은 앞으로 더 연마하면 나아지지 않겠는가.  예심을 거쳐 본심에서 눈여겨 살펴본 작품은 총 6편이었다. 각기 장단점이 있었다.  먼저, 신호태의 '플랫폼'은 돈벌이를 하는 아내를 대신해 가사를 담당해야 하는 실직 남편의 자기마모적인 고뇌를 심도있게 다뤘다. 다만, 너무 단선적인 진행과 남편이 갖는 피해의식의 원인이 매우 사적인 부분으로 처리됨으로써, 결말부가 매우 빈약해졌다. 김형준의 '럭키데이'는 택시기사로 분장한 무장강도 사건의 여파로 전전긍긍하는 택시기사의 일상과 내면 풍경을 잘 보여준 작품이다. 하지만, 극적 반전을 통한 갈등 해소라는 작품 진행 방식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초기 갈등과는 별 연관이 없는 결말부를 만들고 말았다. 작품 말미에 극적 결말을 배치하는 이유는 그동안 벌여놓은 이야기를 수습하고, 총화된 메시지를 창출하기 위해서이지, 새로운 수수께끼를 던지기 위한 것은 아니다.  노령의 '무엇을 남기고 무엇으로 채우랴'는 미륵사탑의 복원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그에 걸맞는 인물 구성 등으로 처음부터 눈길을 끈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조금 허황한 고담준론이 반복됨으로써 인물의 리얼리티가 생성되지 못했고, 이로 인해 갈등 상황 또한 미약했다. 매우 아까운 작품이다. 조태연의 '퍼즐'은 본심에 오른 작품 중 가장 실험적인 방식의 이야기 구성을 선보였다. 아슬아슬한 외줄 곡예를 보는 듯한 느낌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데서 뚝심도 느껴졌다. 하지만, 역시 불필요한 결말 구성을 위해 조금 억지스러운 힘을 낭비한 것이 안타깝다. 정진을 빈다.  장마리의 '산을 내려가는 법'은 끝까지 당선작과 경합을 벌였던 작품이다. 안정된 구성과 정갈한 문장 등도 충분히 가점 요인이 됐다. 나와 선우, 언니와 선생님, 그리고 어머니의 과거, 현재 산악대장과의 이야기 등의 스토리라인이 조금 더 선명하게 부각되었으면,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성취했을 것으로 보인다. 너무 작은 것에 집착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 되묻기를 주문하고 싶다.  당선작으로 선정한 황정연의 '동남풍'은 우선, 위에 언급한 약점들로부터 모두 비낀 자리에 서 있는 작품이다. 이건 순전히 응모자가 거친 고련의 결과이지, 운이 아니다. 노년의 사랑과 질투에 관한 생동감 있는 표현과 깊이 있는 통찰 또한 다른 응모자들이 갖지 못한 장점이었다. 이야기 구성과 판소리가 접목된 것도 이채로웠고,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솜씨도 무난했다. 결말부가 조금 아쉬운데, 개인적인 감정의 수습보다는 주제의식에 도달하도록 스토리라인을 이끌었으면 더 좋았을 성 싶다. 사족 한 마디, 이 작품은 보다 더 크게 설계를 했더라면 훨씬 더 근사한 결과물을 낳았을 것이다. 큰 것을 작게 쓴 것이 본인도 아쉬울 수 있겠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이야기를 다루는 방법에 대해 새로운 개안을 이루길 빈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응모한 이들에게는 각고정진하시길 빈다는 말씀 남긴다. ◆ 심사위원 : 송하춘(소설가·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김병용(소설가)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9.01.01 23:02

[신춘문예] 소설 당선소감-황정연

다 털어버리자고, 그리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버리기에 아까웠던 나의 분신들을 꺼내 먼지를 털고 다듬어 주었다. 내 품에서 떠나갈 글들에게 주는 마지막 사랑이었다. 그렇게 떠나보낸 글이 당선 소식을 안고 돌아왔다. 당선 소감을 쓰지 못하고 내내 텅 빈 컴퓨터 화면만 노려보았다. 시간이 아주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서둘지 말라고, 때가 되면 순리대로 돌아가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고 텅 빈 화면이 내게 말을 던지고 있었다. 글을 쓸 수 있는 자격증을 하나 갖고 싶었다. 그러나 자격증은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이제는 자격증 없이도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염원하던 것을 내려놓자, 거짓말처럼 당선 소식이 날아들었다.  기쁘다. 마라톤을 뛰는 주자처럼 지쳐있던 나는 생수를 얻었으니 이제 더 먼 길을 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인생의 다양한 모습을 들여다보고, 그 삶의 진정성을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 땅의 모든 부모들처럼, 쉼 없는 노동과 고단함으로 일생을 보낸 아버지께 이 영광을 돌린다. 오늘이 있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하나하나 열거할 수 없는 모든 분들께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의 감사를 전한다. 나는 빚을 너무 많이 졌다.  졸고를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린다. 아직 멀었으니, 더 열심히 쓰라는 당부로 알겠다. 일생에 한번 불까 말까한 동남풍이 내게로 불어온다.    ◆ 약력 본명 : 황춘자 1966년 충남 부여 출생 공주교육대학 졸업 제8회 동서커피문학상 대상 수상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9.01.01 23:02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동남풍(황정연)

노인은 지팡이를 짚고 식당으로 들어선다. 식당 안은 꽁치조림 냄새로 가득하다. 여덟 명이 앉을 수 있도록 길게 놓인 탁자마다 노인들이 삼삼오오 앉아 있다. '노인사랑요양원'이라는 글자가 세로로 박힌 환자복 위에 잠바를 걸치거나 스웨터를 덧입은 차림이다. 식당 바닥은 온돌식이지만 냉기가 가실 정도의 미열만 흐르기 때문에 오십 평이 넘는 공간을 데우기엔 역부족이다. 노인은 침침한 눈으로 식당을 휘둘러본다. 오늘도 오미자 여사가 보이지 않는다. 노인은 사람들이 뜸한 창가 쪽에 자리를 잡는다. 반쯤 올라간 커튼 너머로 꽃 진 화단이 한 눈에 들어온다. 노란 벌개미취는 마지막 햇볕을 받아 꽃을 피우려는 듯 화단 밖으로 아우성치며 뻗어있다. 섬초롱은 종모양의 꽃이 가득 떨어져 있는 제 발 밑만 하염없이 내려다본다. 화려하고 도도하던 매발톱도 꽃 진 대궁으로 고적하게 하늘을 우러른다. 할미꽃의 산발한 머리는 부포처럼 바람에 나부낀다. 쇠락한 화단은 쑥대머리, 귀신 형용이다.식당 도우미 안씨가 식판을 가져다 놓는다. 보리가 섞인 밥에 콩나물국, 김치, 취나물, 무를 넣어 조린 꽁치 두 토막이 칸칸이 놓여 있다. 노인은 냄새도 맡기 싫다는 듯 창밖으로 눈을 돌리며 무뚝뚝하게 말한다."새우젓이나 갖다 줘."노인은 안씨가 가져온 새우젓을 젓가락으로 조금 덜어 식판에 담는다. 통통한 육젓에 고춧가루와 청양 고추, 깨소금을 넣어 무친 새우젓 냄새가 금세 회를 자극한다. 된장을 살짝 푼 물에 야들야들하게 삶아 낸 돼지고기 수육만 있으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 노인이 막 밥 한술을 입에 넣으려는 찰나, 꽁치 뼈를 발라내기 위해 애면글면하던 얼굴들이 노인에게로 확 쏠린다."무슨 냄새가 이리 고소하단가?"엉거주춤 일어서 엉덩이를 빼고 노인의 식판을 넘겨보던 강이 얼른 식판을 들고 옮겨 앉는다."아따, 이거이 갱경이 사는 자네 딸이 보내줬다는 육젓 새우젓이여? 어디 한번 맛쪼까 보세."강은 안면몰수 덤벼들어 새우젓을 한 숟갈 가득 퍼낸다. 노인의 눈이 커진다. 나도 조깨 줘보소, 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강이 노인의 눈치를 살피는가 싶더니 이내 새우젓 병을 들고 좁은 식탁 사이를 미꾸라지처럼 누비고 다닌다. 강의 눈에 노인이 어떻게 비쳤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평소에도 무골선풍이네 하며 노인의 물건을 제 것처럼 갖다 쓰던 강이었다. 지금도 노인의 새우젓으로 인기 좀 얻어 보자는 속셈이다. 새우젓이 점점 줄어들면서 이내 바닥을 보이려 한다. 노인은 슬슬 부어가 치민다. 오미자는 입도 대지 않았는데…. 노인은 다른 건 몰라도 오미자에게 줄 새우젓이 닳아 없어지는 것을 참을 수 없다."그만 둬!"소리에 놀란 강이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선다. 노인의 입에서 그 말이 튀어나왔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 표정이다. 식당의 모든 눈들이 일순간 노인에게 쏠린다. 새우젓을 막 입에 넣으려던 사람들이 숟가락을 든 채로 노인의 눈치를 살핀다.노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강에게로 걸어간다. 식당 안에 한 순간 정적이 흐른다. 모든 눈들이 지팡이를 짚고 걷는 노인에게 고정되어 있다. 노인은 강의 손에서 새우젓 병을 거칠게 빼앗는다. 새우젓은 병 밑바닥에 얄팍하게 깔려 있다. 겨우 한 끼 거리만 남았다. 울화가 치민다. 입맛이 떨어진 노인은 새우젓 병을 들고 식당 문으로 걸어간다."아니, 그러게 강 영감님은 왜 멀쩡헌 냥반을 건드려요?"손도 안 댄 식판을 치우며 안씨가 구시렁거린다. 노인은 뒤통수가 따갑다. 그 까짓 새우젓 가지고 노인들 앞에서 속 좁은 티를 낸 것 같아 얼굴이 홧홧하다. 어제 안씨가 지청구를 해가며 새우젓을 무쳐 줄때도 잘 참았던 그다."이 사람 와서 이거 해 달라 저 사람 와서 저거 해 달라하니 이 짓도 못하겠습니다. 어디 다른 데 식당이라도 알아봐야지 원…. 병원 음식이 입에 안 맞는 줄은 알지만 그게 병원식이니 보약이다 하고 먹어야지, 반찬 타박만 하면 몸이 좋아 진답니까?"안씨의 말이 그른 것은 아니지만 식당 밥은 영 먹을 수가 없다. 노인은 식성이 좋은 편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와서 일 년 만에 몸무게가 사 킬로그램이나 줄었다. 잡곡을 섞은 밥이 건강에 좋다고는 하지만 삼시 세끼 잡곡이 나오니 모래알을 씹는 것만 같다. 칠십을 넘긴 나이라지만 고기 씹는 맛은 그대로인데 반찬은 푸성귀가 대부분이다. 어쩌다 나오는 고깃국도 젓가락질 두어 번이면 바닥이 드러난다. 닭 한 마리를 통째로 먹어 본 일이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전에는 일요일마다 등산을 다녀 장단지가 퍽 실했는데 이곳에 온 뒤로는 근육이 풀어지고 흐늘거린다. 노인은 일 년 전의 강단진 제 모습을 오미자에게 보여주고 싶다.사실 새우젓을 무쳐달라고 한 것도 오미자를 생각해서였다. 노인은 딸 정금에게 전화를 걸어 새우젓을 보내 달라 했다. 새우를 잡으러 갔는지 싶게 목을 빼고 기다려도 오지 않던 새우젓이 어제야 도착했던 것이다. 요즘 들어 식당에 얼굴을 내밀지 않는 오미자의 입맛을 돌려줄 깜냥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안씨 앞에서 소리를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고수도 없이 소리를 하는 것은 풋내기들이나 하는 짓이라 여기는 노인이었다."참, 영감님, 소리 하나는 일품이라면서요? 한 자락 불러 주세요."안씨가 새우젓을 무치다 말고 노인을 올려다보았을 때 노인은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젊었을 때는 작은 무대이기는 해도 고수와 함께 도포 자락을 펄럭이며 소리를 했었는데, 이게 뭔가 싶었다. 나이는 들고,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은 사라지고, 병 든 몸으로 요양원에 와 있는 처지가 한심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노인은 생각을 고쳐먹었다. 한때 잘 나가던 장우현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현재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오미자의 마음을 얻는 일 뿐이다. 노인은 오미자와 오붓하게 새우젓을 나눠먹을 생각에 육자백이를 불러주었다. 장장 십 분간을 공들여 불렀더니 뱃가죽이 등허리에 가서 붙는 듯하여 노인은 병실에 돌아와 두유를 두 개나 먹었다.병실로 돌아 온 병학 씨는 침대에 누워 머리맡의 녹음기에 손을 뻗는다. 새벽에 듣다 만 판소리 대목은 동남풍이 일어나는 대목이다.그때여 관운장은 그때여 관운장은 군령장 다짐쓰고 청도(靑道)로 들어간다. 청도한쌍, 홍문(紅門 )한쌍, 주작(朱雀), 남동각, 남서각, 홍고초, 홍문한쌍이요, 백호, 서남각, 서북각, 백고초, 백문한쌍, 현무, 북동각, 북서각, 흑신, 홍신(紅神), 황신(黃,神), 측문한쌍이요, 호초(號招)한쌍 나(?)한쌍, 고(鼓)두쌍, 쇠약(細樂)두쌍, 기파관두쌍, 군리층열 두쌍이요, 좌마독(座馬纛)이요, 난후친병(欄後親兵) 당북교사(塘報敎師) 각 두쌍이라, 둥괭 죄르르르 이리저리 가는 거동 기색은 영웅이라. 현덕공명 칭찬허고 주유용병 간심차(看審次)로 번구(樊口)에 올라가니 동남풍(東南風)이 일어나네.가히 장관이 아닐 수 없다. 키가 구척이나 되는 관우가 군악대를 앞세우고 깃발을 펄럭이며 조조를 잡기 위해 화룡도로 들어가는 모습은 언제 들어도 가슴이 벌렁벌렁하다. 비록 시골 골짜기 노인 병원에서 한 발짝도 떼어 놓을 수 없는 처지지만 이때만큼은 노인 자신도 유비의 군사가 된 양 우쭐해지기 때문이다. 때마침 동남풍도 불지 않는가 말이다. 유비에게 그 동남풍은 평생에 한번 불까 말까한 기막힌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노인에게도 바야흐로 그 동남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노인은 지난 봄에 오미자와 보문사로 데이트를 나갔던 일을 떠올리며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어버이 날이라 대부분의 노인들이 자식들을 따라 외식을 나간 날이었다. 노인은 오미자에게 가까운 절에 갔다 오자고 했다. 걸어서 이십분이라 복지 과장도 허락을 했다. 복지 과장이 눈을 찡긋하며 데이트 잘하고 오세요, 라고 활짝 웃었고 오미자는 소녀처럼 얼굴을 붉혔다. 오미자는 그날 노인에게 속내를 드러냈다."요즘에도 고려장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지만 내가 그리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남편을 일찍 떠나보내고 파출부로 일하며 애들을 키웠어요. 근 삼십년을 남의 집에서 식모살이했지요. 두 아들 대학 졸업시키고 결혼까지 시켰는데 큰 애가 내 앞으로 된 아파트에 욕심을 내더군요. 몇 번 조르기에 나중에 주마했죠. 하루는 밤이 이슥했는데, 어디 꼭 가볼 데가 있다더군요. 멋모르고 따라왔지요. 눈을 떠 보니 요양원이더군요. 나는 여기가 어디에 박혀 있는지도 몰라요. 병원비와 용돈은 큰 애가 병원 통장으로 입금시키는 눈치예요. 원장과 어떻게 입을 맞췄는지 입이 궁금하면 매점에 달아 놓고 먹으며 된다고 원장이 그러더군요. 처음에는 죽고 싶었는데 인제는 포기했어요. 스스로 무덤을 판 게 다 내 업이다 싶은 것이…. 둘째가 보고 싶은데 전화번호가 바뀌었는지 영 통화가 안되네요."노인은 자신도 모르게 오미자의 좁은 어깨에 팔을 둘렀다. 가냘픈 어깨가 가만히 들썩였다. 한참을 그렇게 절 마당에 앉아 있자니 오미자와 남은 생을 보내고 싶다는 소망이 꿈틀거렸다. 노인은 몸만 우선하면 나가서 살림을 차리자고, 운을 떠 보고 싶은 생각에 오미자를 돌아보았다. 오미자는 눈가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꽃잔디가 화사하게 피어난 꽃밭을 바라보며 예쁘다, 예뻐, 감탄사를 터뜨리고 있었다. 오미자는 천성 여자였다.오미자는 노인이 서른다섯에 만났던 정금 어미를 닮았다. 소리를 배운다고 집을 떠나 있던 동안, 숙식을 해결하던 식당의 주인과 눈이 맞아 정금이를 낳고 말았다. 그러나 그것이 사랑인지는 알 수 없다. 노인은 사랑이 통해야 합방이 이루어진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 자신도 짐작 못할 충동, 쓸쓸한 심사… 비라도 내리는 우중중한 밤이면 그가 누구이든 그러안게 되는 것이다. 죽부인이라도 안고 넘어져야 하는 날이 있단 말이다. 그런 날 아내가 옆에 있었다면 두말 않고 아내를 안았을 것이다. 아내에게는 그리 말하지 못했지만 노인은 아내가 그 마음을 이해한 것이라 믿는다. 정금이를 딸로 거두어 키운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런 아내가 죽은 지 꼭 십 년이다.오미자에게 끌리는 이유를 한 가지 더 들자면 아내와 달리 노인이 소리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아내는 소리 연습이라도 할라치면 잔소리로 산통을 깨곤 했다. 노인은 오미자 앞에 서면 젊어지는 기분이다. 고희를 넘긴 나이지만 마음만큼은 기운이 펄펄 끓는 이십대 청춘 같다. 소리를 배우겠다고 전국을 떠돌던 이야기를 사골 우려내듯 되풀이해도 지친 기색 없이 들어주는 여자…. 그 여자가 며칠째 보이지 않으니 상사병이 날 지경이다.판소리는 적벽대전을 향해 잰 걸음을 떼어 놓는다. 노인은 적벽대전을 오미자에게 들려줄 생각이다. 노인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부분이기는 하나, 소리를 그만둔 이래 연습한 적이 없어 일단 듣는 일에만 몰두하는 중이다. 노인은 녹음기의 볼륨을 높이려다 말고 병실을 둘러본다.초등학교 교실을 개조한 병실은 가운데 벽을 중심으로 101호와 102호로 나뉘어져 있다. 교실 앞문 쪽이 101호이고 교실 뒷문 쪽이 노인이 있는 102호다. 앞문과 뒷문 사이의 벽에는 두 병실의 공용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은 몸이 불편한 환자들과 눈이 침침한 노인들을 배려하여 문 대신 커튼을 달아 놓았다. 그래서인지 늘 기분 나쁜 지린내가 병실 안에 퀴퀴하게 배어 있다. 시월 들어 찬 바람이 나면서 환기를 잘 시키지 않아서인지 냄새는 두통을 일으킬 지경이다.운동장 쪽 창가에 자리한 노인의 침대와 니은자 형태로 인접한 최의 침대가 텅 비어 있다. 식당에서 먼저 돌아와 텔레비전을 보던 그는 노인이 적벽가를 듣기 시작하자 TV 볼륨을 줄이는가 싶더니 어느 새 병실 밖으로 나간 모양이다. 노인은 차라리 잘되었다 싶다. 특별히 군소리는 않지만 깎은 밤처럼 반드러운 최를 이물 없이 대하기가 어려운 까닭이다. 노인은 다소 편안해진 눈길로 출입구 쪽 침대를 더듬는다. 언제 돌아왔는지 강이 침대 위에 앉아 벽을 보고 무언가를 먹고 있다."쭈우욱, 쭉…."그 소리는 다름 아닌 두유 한 방울까지도 남기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빨대를 빨아대는 소리다. 냉장고에 먹을 거라고는 사흘 전 노인이 넣어 놓은 두유뿐이니 이번에도 말없이 꺼내먹고 있는 중이다. 노인은 염치를 모르는 강 때문에 속이 다 뒤집어질 지경이나, 조금만 참자고 마음을 다독인다. 복지 과장에게 말해 놓았으니 병실이 곧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노인은 불편한 심사를 헛기침으로 내뱉고 녹음기의 볼륨을 높인다.조조가 제장들과 둘러앉아 잔치를 벌이다가 동남풍을 타고 나는 듯 날아오는 황개의 배를 발견하고는 식량이 온다며 좋아 어쩔 줄 모른다. 노인은 이 대목에서 비칠비칠 새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다. 천하의 조조가 공명의 꾀에 속수무책 당하는 것도 깨소금 맛이지만 백만 대군의 수장답잖게 촐싹대는 모습이 가관이기 때문이다. 또한 박동진의 아니리는 오죽 넉살이 좋으며 소리는 생동감이 넘치는가. 박 명창은 현장을 직접 가봐야 판소리를 제대로 할 수 있다며 왜정 시대에도 중국을 세 번이나 찾아갔었다고 하지 않던가.하긴 노인도 박 명창처럼 집을 나온 적이 있기는 하다. 열다섯 살 무렵, 박녹주의 유랑극단 공연을 보고 무작정 집을 나선 것이다. 그러나 유랑 극단은 재정난으로 문을 닫았고 노인은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로도 소리를 배우겠다고 광주로 전주로 떠돌았지만 가진 것 없이, 몇 년씩 걸리는 소리 공부를 계속 할 수는 없었다. 득음을 하겠다고 산에 들어간 것도 수차례였다. 크고 작은 대회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평생을 소리 주변에서 머물던 노인의 이름이 근동에 알려지면서 노인의 소리를 듣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노인은 작은 소극장이나 대학, 평생교육센터 등지에서 고수와 함께 소리를 했다. 그러나 인생의 황금기는 길지 않았다. 어느 명창의 공연에서 이슬떨이 목에 대해 듣고 난 뒤, 채워지지 않던 소리에 대해 미련을 접은 것이었다."성음에는 방울 목, 튀는 목, 너는 목, 줍는 목, 펴는 목 등이 있는데 전라북도 부안 태생의 판소리 명창 신영채가 잘 쓰던 이슬떨이 목이라는 게 있습니다. 소리를 천천히 단계적으로 끌어 올렸다가, 잘게 꺾어 주루룩 훑어 내리는 것이지요. 하고 많은 이름 중에 하필이면 이슬떨이목일까 궁금할 것입니다. 여름날 새벽에 논을 보러 가면 나락에 이슬이 잔뜩 맺혀 있다가 바짓가랑이에 닿아 주루룩 떨어지지 않습니까. 바로 그것을 흉내 낸 소리지요. 이슬이 바짓가랑이를 적시자 처음에는 짜증이 났겠지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나락에 달려 낭창거리던 이슬이 자기 바짓가랑이에 걸려 주루룩 떨어지는 것을 보았을 겁니다. 신 명창은 그때 이슬이 떨어지면서 내지르는 소리를 들었던 것이지요. 소리꾼의 삶이란 그런 것이 아닐는지요."가난하여 엿장수를 하며 소리를 익혔다는 신 명창의 이야기는 소름이 돋도록 강한 충격을 주었다. 하찮은 이슬방울에서도 영감을 얻고 자기 소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과 결코 같아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소리는 적벽강 싸움의 한복판이다. 황개가 화선 이십 척에 불을 당겨놓자 불은 바람의 힘을 빌고, 바람은 불을 도와 조조의 배 수백 척은 불길에 휩싸이고 만다. 조조는 쇠사슬로 이어져 속수무책 불바다가 된 백만 대군의 배를 버리고 똥줄 빠지게 도망을 간다. 이때, 죄 없는 장졸들만 하릴없이 죽어 나간다.노인은 이쯤에서 녹음기를 끈다. 앞으로 죽을 목숨이 즐비하고 그 죽은 자들이 새가 되어 중모리로 울어대는 대목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간 중간, 조조가 달아나며 웃음 웃을 적마다 복병이 나타나는 촌극이 아니리로 펼쳐지지만 그것만 따로 떼어 들을 수 없으니 차라리 끌 도리 밖에.노인은 엎드려 있던 몸을 힘주어 일으키다 말고 아이쿠야, 하고 다시 엎어진다. 허리께에서 시작된 통증이 숨을 쉴 때마다 쿡쿡 쑤시며 온몸으로 퍼져 나간다. 이마와 잔등에 식은땀이 배어 나온다."…많이 아픈 감. 내가 간호 과장한티 진통제라도 놔 달라고 허까?"강이 다가와 얼굴을 바싹 들이밀며 묻는다. 눈이 내린 듯 허연 머리와 거무죽죽한 피부가 제각각 겉돈다. 숭숭 빠진 이 사이로 달짝지근하면서도 비릿한 두유 냄새가 풍긴다. 노인은 구부정하게 숙인 강의 얼굴을 손사래로 물린다."일 없어."노인은 두 손으로 침대 모서리를 짚고 발바닥으로 바닥의 슬리퍼를 찾는다. 강은 침대 밑에서 냉큼 슬리퍼를 찾아 발에 끼워 준다. 노인은 부축하는 강의 손을 밀치며 근근이 휠체어에 올라탄다.휠체어를 굴려 복도로 나서자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 복도는 길지 않다. 101호에서 108호까지 네 개의 교실을 지난다. 병실마다 서너 명의 환자들이 침대 위에 고치처럼 누워 있다. 기저귀를 찬 채 앙상한 다리를 드러낸 노인이 텅 빈 동공으로 복도를 응시한다. 노인의 삭정이 같은 팔에 닝겔 병이 매달려 있다. 고사 직전, 수액을 달고 있는 정원의 나무와 다를 바 없다. 출퇴근을 하며 12시간 근무 하는 도우미들의 목소리와 웃음소리만이 간간이 적막을 깬다.노인은 중앙 현관에서 휠체어를 멈춘다. 중앙 현관을 지나쳐 복도를 계속 따라간다면 112호의 오미자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중앙 현관의 왼쪽에 위치한 병실은 여사(女捨)여서 그 쪽으로 발길을 돌리기가 수월치 않다. 복지과장인 김여사가 다가와 노인의 옷깃을 여며주며 상냥하게 말한다."영감님, 오미자 할머니 기다리시죠? 영감님 큰일났네. 할머니 못 봐서 상사병 나겠네요?""상사병은 무슨… 그냥 궁금해서 그러지.""호호… 농담이구요. 며칠 전 둘째 아들 전화 받고 계속 기분이 안 좋으세요."복지과장은 죽이라도 좀 갖다 줘야겠다며 식당 쪽으로 사라진다.며칠 전, 오미자가 전화를 받던 자리에 노인도 있었다. 마침 간호사실에 변비약을 받으러 갔다가 무슨 사연인지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다. 오미자가 작게 흐느꼈다. 아마 데리러 오지 못한다는 말인 것 같았다.노인은 제 일인 양 가슴이 아팠다. 정작 노인 자신도 막내아들까지 장가보내고 난 뒤, 홀가분하게 혼자 살았는데 저녁에 운동을 하러 나갔다가 오토바이에 치여 허리를 못 쓰게 되었다. 혼자 밥을 해 먹을 수 없어 근처에 사는 막내아들의 집으로 들어갔는데, 한 달 만에 아들 넷이 모여 아버지를 요양원으로 보내자는 거창한 회의를 한 모양이었다."아버지, 거기에 계시면 나이가 비슷하신 친구 분들도 계시고, 약도 꼬박꼬박 잘 챙겨준대요. 심장 약 안 챙겨 드셔서, 협심증으로 몇 달에 한 번씩 입원하시곤 하잖아요. 거기 가시면 그럴 일도 없구요. 거기에서 물리 치료를 해 준다고 하니, 아픈 몸 이끌고 움직일 필요도 없고… 저희들 부담도 그만큼 덜어주는 셈이구요."큰 아들의 말을 요약해보면 저희들을 위해 노인 병원에서 생을 마감해 달라는 말이었다. 노인은 결코 그럴 마음이 없었다. 허리만 나으면 나갈 생각으로 물리치료도 열심히 받고 있다. 요즘은 오미자와 여생을 함께 할 생각을 하면 자다가도 웃음이 나왔다.노인은 그날 고백을 할 걸 잘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미를 요양원에 버려 둔 자식들에게 마음 주지 말고 자신하고 남은 생을 보내자고 말이다. 열 자식보다 서방이 낫다고, 늘그막에 서로 등 긁어주며 사는 것도 행복이라고, 오미자의 마음을 풀어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린다. 아들자식 전화 때문에 심상해 있을 오미자의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다. 노인은 오미자가 누워있는 병실 쪽을 목을 빼고 바라본다.노인은 휠체어를 굴려 현관을 빠져 나온다. 스무 개의 계단 아래 잔디가 심어진 운동장이 펼쳐져 있고 운동장 가에는 파라솔이 사오 미터 간격으로 놓여 있다. 모두 여섯 개의 파라솔이 있는데 파라솔은 그늘 아래 흰 플라스틱 의자를 네 개씩 품고 있다. 환자들을 찾는 가족들은 이곳에 앉아 먹을 것을 펼쳐 놓고 먹거나 담소를 나누고 돌아간다. 퀴퀴한 지린내가 진동하는 병실에는 발도 들여놓지 않는다. 파라솔 하나를 차지하고 최가 앉아 있다.최의 아들도 지난 주 일요일에 왔는데 파라솔에서 만나고 갔다. 최의 자식들은 한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병원을 찾는다. 아들 둘과 딸이 하나 있는데 같은 시간에 온 적은 한 번도 없다. 어쩌다 같은 일요일에 오더라도 함께 오는 법이 없다. 하나가 왔다 가면 몇 시간 후 다른 자식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 기이한 풍경의 수수께끼는 다름 아닌 재산 때문이다. 아직 재산이 최의 앞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자식들은 서로 잘 보여 유산을 더 받기 위해 눈물어린 노력을 기울인다. 머리 회전이 빠르고 계산적인 최는 이 병원에서 가장 대우받는, 모범적인 아버지의 상을 보여주고 있다. 아들자식 넷을 키우고 분가 시키느라 전답을 다 팔고 달랑 두 칸짜리 집 한 채만을 갖고 있는 노인은 최의 선견지명이 부러울 따름이다. 사실 오미자에게 고백을 선뜻 못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저축해 놓은 돈으로 둘이 얼마나 살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받을 거 다 받아간 자식들이 새어머니라고 깍듯이 모실 리 만무하다.운동장 가의 은행나무가 부챗살처럼 퍼지는 햇살을 받아 노랗게 빛난다. 노인은 경사진 길로 휠체어를 굴려 은행나무 밑으로 내려간다. 바람 한 자락이 불어와 옷깃을 파고든다. 햇살은 따듯하나 소름이 오소소 돋는 바람이다. 눈을 들어 앞산을 바라본다. 단풍이 물들 채비를 하느라 푸르던 산 빛이 누르께하다. 작년 가을에 들어올 때는 겨울만 지내고 나가자 했건만 두 번의 가을을 여기에서 맞게 되는 것이다.노인은 운동장을 돌아 최가 앉아 있는 파라솔로 다가간다. 핸드폰을 붙잡고 열심히 자판을 누르던 최가 노인을 보더니 슬그머니 전화기를 닫는다."나 때문에 방해가 되었나?"노인이 머쓱해져서 묻는다."아냐, 오여사한테 문자 보냈어. 방에만 있지 말고 좀 나오라고."노인은 자신의 귀를 의심한다."뭐… 누구한테 문자를 보내?"최가 핸드폰을 사용하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오여사에게도 있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든다."내가 오여사한테 핸드폰 하나 선물했거든. 마침 생일이라 길래."그러고 보니 오미자가 병실에 틀어박힌 날짜하고 최가 물건 사러 시내에 다녀온 날짜가 맞아 떨어진다. 갑자기 머릿속이 뒤죽박죽되어 버린다. 최가 오미자에게 핸드폰을 그냥 사 주었을 리 만무하다. 노인은 생각지 못한 곳에서 복병을 만난 것처럼 눈앞이 캄캄해진다."그래, 나온다고 하던가?"노인은 오미자가 그깟 핸드폰에 넘어갈 여자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아니 그랬으면 한다."아직 문자는 못 보내지, 아마. 어이, 저기 나오는 구먼."최의 말대로 오미자가 잔디가 깔린 운동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환자복 위에 분홍빛 스웨터를 걸친 오미자의 호리호리한 몸매가 날아갈 듯 날렵하다. 아픈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어머, 두 분이 같이 계셨네요?"오미자가 언제 아팠냐는 듯이 생글거리며 다가온다. 노인은 묘한 배신감을 느낀다."복지 과장이 어디 아프다던데…."노인은 오미자의 밝은 표정이 못마땅하여 말끝을 흐린다."호호…. 다 나았어요. 최 영감님이 사 주신 전화로 둘째와 방금 통화를 했거든요. 복지과장님이 웃으니까 보기 좋다고 사진 찍어주셨는데 좀, 보실래요?"핸드폰을 들이대는 오미자의 얼굴이 꽃처럼 환해진다. 최가 가진 자의 여유를 부리며 호탕하게 웃는다."아니, 오여사. 이거 청출어람이구만. 나는 시방 겨우 문자만 보내는 디, 사진까지 찍는단 말요? 허허허…."둘은 머리를 맞대고 문자를 같이 보네, 사진 찍는 법을 가르쳐주네, 하며 다정하게 햇살을 받고 있다. 노인은 갑자기 외로워진다. 오미자의 속내를 혼자만 알고 있는 것 같아 우쭐했는데 그 사실이 일순간에 시시해져 버린다. 그렇다면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다. 아직 때가 이르지는 않았지만 오미자의 마음을 잃고 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오여사, 내가 요즘 소리 연습하는 게 있는데 한번 들어 볼테요?"머리를 맛 댄 둘을 의식해서인지 노인의 목소리가 성마르게 갈라진다. 오미자가 소리, 라는 말에 반색을 하고 고개를 든다."소리요? 전부터 들려주신다던 적벽가 말씀이세요?"노인은 오미자가 적벽가를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 아무려면 몇 푼짜리 핸드폰을 적벽가에 비할까보냐."흠흠, 아직 연습이 덜 되기는 했지만 한바탕 뽑아드릴까?"노인은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는다. 오미자가 목을 빼고 노인의 얼굴을 우러른다. 그때 최가 벌떡 일어서며 소리를 빽 지른다."오여사! 정말 이럴 거요? 나하고 장영감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란 말요. 이래도 흥, 조래도 흥, 하는 거 보기 싫으니께."최는 금방이라도 담판을 지을 기세다. 노인은 소리를 하려다 말고 오미자를 바라본다. 오미자가 고개를 떨구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리고 나직나직 입을 뗀다."저는… 두 분 다 좋아요. 최 영감님은 선물도 사 주시고, 먹을 것도 잘 사주시고…. 장 영감님은 자상하시고, 소리도 잘하세요. 장 영감님 소리를 들으면 한스러운 것도 다 잊혀지고 마음이 편안해져요…. 그냥 두 분 다 여기서 저랑 같이 지내면 안 될까요?"노인은 기가 막히다. 이게 다 무슨 소린가. 둘이 같이 살자고? 지금 소꿉장난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노인이 폭폭한 심사를 누르고 있는데 성질 급한 최가 노인의 말을 대신한다."오여사. 나는 그렇게 한가한 사람이 아니요. 나는 한두 달 새 여길 나갈 건데 오여사가 결정 하슈. 내가 나가면 핸드폰 사용료도 안낼 거니께 그것도 끊길 거요. 사십 평 아파트 안주인 만들어주려고 했는데, 그것이 싫다면 오여사는 굴러 온 복을 차버리는 거나 매 한가지요. 오여사가 알아서 하슈."최가 일사천리로 말을 마치고 병실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최의 허리가 더욱 꼿꼿해 보인다. 휴양 차, 노인 병원을 들락거리는 최는 분명 노인 자신과는 다른 부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고개를 묻고 생각에 잠긴 오미자의 등 위로 차갑게 식은 바람이 내려앉는다. 노인은 오미자의 어깨 위에 검불 같은 손을 올려놓는다. 오미자는 미동도 않는다.병실로 가는 경사면으로 휠체어를 굴리다 말고 노인은 본관 뒤편의 하얀 건물을 처음인 양 낯설게 바라본다. 중증 환자와 치매 환자들이 있는 병동이다. 포장이 잘 된 운동장과 달리 후관으로 가는 길은 발길이 뜸해 풀이 무성하다. 휠체어 바퀴가 풀에 걸려 뒤뚱거리며 잘 나아가지 않는다. 손에 힘을 주어 밀다보니 얼마 가지 않았는데도 손바닥이 축축하고 이마에 땀이 맺힌다. 노인이 끙끙대고 있는데 갑자기 휠체어가 가볍게 앞으로 나아간다. 언제 왔는지 오미자가 휠체어를 밀고 있다."거긴 뭐 하러 가려구요?"본관과 이십 미터 정도 떨어진 후관은 모두들 가기를 꺼려하는 곳이다. 본관에서 상태가 더 나빠지면 후관으로 직행하고, 그 곳에서 생을 마감하는 수순이 이곳의 상례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후관은 차라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나을 것이다."한 번 가 보려는 참이요. 같이 갈 테요?""나는 안 갈래요. 돌아갈 곳은 없지만 거기는 아니에요."오미자가 노인의 휠체어를 본관 쪽으로 다시 돌린다."언젠가 한번 가 봤는데 못 봐 주겠더군요. 창문마다 창살이 쳐지고 들어가는 현관문도 열쇠가 채워져 있더라구요. 노망 든 노인들이니 밖으로 못 나오게 그러는 모양인데 내 맘이 더 이상해지더라구요. 그 사람들이야 갇혀 있는지 알기나 하겠냐마는…."오미자의 말을 듣자 노인은 울적해진다. 왜 물리 치료를 받아도 허리가 점점 나빠지는지 알 수가 없다. 이러다가 정말 저 곳에 갇히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노인은 오미자의 손을 덥석 움켜쥔다."오여사, 나랑 여기서 나갑시다. 내가 최 영감만큼 재산은 없지만 오여사 하나 책임질 정도는 돼요. 오여사 좋아하는 소리도 날마다 들려줄 테고. 응? 우리 내일이라도 당장 나갑시다."다급하게 매달리는 노인과는 달리 오미자가 담담하게 말한다."왜 자꾸 두 분 모두 나가 살자고 하는지 모르겠네요. 둘째가 그러더군요. 아직은 아니지만 조금만 기다리라구요. 저는 그냥 이곳에서 둘째를 기다릴 거예요. 장 영감님, 다 그만 두고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실래요?"노인은 뭔가를 부탁할 게 있다는 오미자의 말에 가슴이 두근거린다."저는 인생의 즐거움을 모르고 살았어요. 삼십 년을 남의 집에서 살았죠. 영감님이 세상을 유람하는 동안, 저는 똑같은 창문으로 해가 뜨고 지는 것만을 보고 살았다는 말이지요. 제 삶에는 새롭거나 특별한 날이 없었어요. 주인 내외가 생일이다, 결혼기념일이다, 음악회다, 극장이다 하며 외출을 하는 날이면 마냥 부러웠죠. 생일이라고 최 영감님이 저에게 핸드폰을 선물하는데 눈물이 나오더군요. 처음이었죠. 사실, 최 영감님이 좋은 건 아니에요. 돈이 많아 풍족하기는 해도 얼음장처럼 차잖아요. 그래도 그게 좋더라구요. 저를 챙겨주는 것이…. 장 영감님, 제가 장 영감님 좋아하는 거 아시죠? 그래서 부탁인데요, 적벽가 부르실 때 여기 병원 사람들 모두 불러서 들려주셨으면 해요. 공연을 하는 거죠. 저는 제일 예쁜 옷으로 차려 입고 맨 앞에서 들을 거예요. 그게 제 남은 소원이에요."노인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병실에 들어선다. 복지 과장을 만나 소리 공연에 대해 말하고 들어오는 길이다. 공연이라 해 봤자 식당에 임시 무대를 만들고 하는 공연일 뿐이다. 그래도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공연이다. 어쩌면 이것이 살아생전 마지막 공연이 될지도 모른다. 또한 그 자리는 오미자를 위한 자리가 될 것이다. 공연을 마치고 노인은 오미자에게 꽃다발을 전하며 청혼을 할 계획이다. 복지과장에게는 거기까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냥 노인들을 위해 위로 공연을 하는 것으로 말해 두었다. 날짜는 토요일 저녁으로 잡혔다.노인이 방에 들어서자 강이 화들짝 놀라 두 손에 든 것을 얼른 뒤로 감춘다. 강의 거무죽죽한 얼굴이 발그레 달아오른다. 그 모습이 내외하는 새색시처럼 수줍어 보인다. 노인이 무얼 감추느냐고 다그치자, 나쁜 일을 하다가 들킨 아이처럼 어쩔 줄 몰라 하던 강이 등 뒤에 있던 것을 앞으로 내밀어 보인다. 지난 일요일에 준 사탕과 귤 세 개가 봉지에 담겨 있다."오 여사가 거동을 했다고 혀서 가볼 참이었구만. 메칠 못 먹었으니 월매나 입이 궁금하겄어. 그려서 이거라도 갖다주려구 말이지. 흐흐."강이 말을 마치고 검은 봉지를 흔들며 날듯이 병실을 빠져 나간다. 노인은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질 않는다. 먹을 거라면 자다가도 잃어나는 사람이 제 먹을 것을 오 여사에게 나눠줄 생각을 하다니…. 갑자기 강이 십 년은 젊어 보인다. 노인은 헛웃음이 나온다. 한 방에 사는 노인 셋이 동상이몽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최가 달려 나가는 강을 멀뚱히 바라보더니 냉장고에서 식혜 음료 한 박스를 꺼내 든다. 식혜는 오미자가 가장 좋아하는 음료다. 최는 식혜를 박스에서 꺼내 마른 수건으로 꼼꼼히 물기를 닦는다.그러거나 말거나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느긋하게 녹음기를 튼다. 적벽가가 호탕하게 흘러나온다. 노인은 볼륨을 최대로 높인다. 최의 눈 꼬리가 치켜 올라가는 것을 의식하며 노인은 혼인 비행을 준비하는 수벌처럼 숨을 고른다. 가슴에 바람을 잔뜩 채우고 배에 힘을 준다. 화룡도로 들어가는 관운장의 모습이 거기에 있다. 노인은 휠체어에서 일어나 쥘부채를 펼치듯 손바닥을 활짝 벌린다. 바야흐로 동남풍이 불어오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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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1.01 23:02

[BT·NT·CT로 전북미래 연다] 이흥재 전주정보영상진흥원장 인터뷰

전주정보영상진흥원 이흥재 원장은 "전북의 경우 콘텐츠가 풍부해 문화기술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이나 기반은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해 문화사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자본이나 인력을 비롯한 환경은 부족한 상황으로, 이를 문화사업으로 연계시킬 수 있는 중간고리를 만드는게 가장 고민"이라고 덧붙였다.그는 이같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마중물'전략을 선택했다. 마중물이란 펌프에서 물을 끌어오기 위해 미리 넣는 물을 일컫는 것으로, 남들보다 한발앞선 아이디어나 전략의 선점을 통해 지역 곳곳에 산재해 있는 풍부한 콘텐츠를 산업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즉, 국내 문화기술에 종사하는 기관이나 관계자들에게 새로운 분야에 대한 전주의 계획을 세미나 등을 통해 공개, '전주가 이 사업을 선점했다'는 인식을 심어줘 사업진출을 사전에 봉쇄하는 동시에 자본력을 갖춘 기업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다.이는 역설적으로 전북의 문화산업기술이 성장할 수 있는 경제적 토대가 얼마나 취약한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지역 문화산업기술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이 원장의 고민의 일단을 엿보게 했다.그는 "지역내의 콘텐츠는 풍부함에도 자본부족으로 사업화시키지 못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마중물 사업을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최근 그는 '영화 영상과 음향 음원의 산업화'와 '한스타일 기술 연구소', 그리고 '국내 최초의 3D제작센터 건립' 등을 마중물 사업으로 들고 나왔다.그는 국내 음향·음원산업의 기반이 미약, 국내 영화제작업체들이 호주를 비롯해 외국으로 나가고 있음을 들면서 '음향 및 음원의 산업화는 전주가 영화의 도시라는 브랜드를 확고히 할 수 있는 전략으로 꼽았다. 바람과 파도소리 등의 다양한 음원들을 채집해 산업화할 경우 전주는 '소리의 고장'이라는 이미지와 맞물려 명실상부한 '영화의 도시'라는 브랜드를 확고히 굳힐 수 있다는 것이다.이어 그는 '전주정보영상진흥원에서 제2의 한류바람을 일으키고 싶다'고 밝히면서 "전주에는 타지역에서 모방할 수 없는 콘텐츠가 있는 만큼, 이를 개발하면 경쟁력이 충분하다"면서 한스타일 기술 연구소 건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특히 인재양성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지역내 초등생들의 감성키우기를 위해 한옥만들기와 한소리, 한지파티 등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숙련된 전문인력이 아닌 감성이 풍부한 인재는 향후 지역 문화기술 발전의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지역인력의 유출에 대해 "지역 인재의 유출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빠져나간 문화기술 인재들의 감성의 고향은 전주이기에 결국에는 돌아올 수 밖에 없고, 반드시 지역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문화일반
  • 김준호
  • 2009.01.01 23:02

[BT·NT·CT로 전북미래 연다] 유럽인 침실을 '韓스타일'로

영문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문화기술이란 의미의 CT(Culture Technology)는 국내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세계적으로는 통용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Entertainment Technology)', 일본에서는 '콘텐츠 테크놀로지(Contents Technology)'라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각 국가별로 사용되는 용어는 다소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문화기술은 문화콘텐츠를 디지털화하는 기술로, 각종 문화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유·무형의 기술로 정의된다.문화기술은 최근들어 인터넷과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디지털 콘텐츠의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2010년에는 시장규모가 20조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주목받는 영화·영상산업문화예술·인문사회·과학기술 등을 망라하고 있는 문화기술은 최근들어 각 분야별간의 '지식융합'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진화를 거듭하면서 영역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이에따라 대상분야도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인터넷, 무선통신의 컴퓨터 분야는 물론 영화·방송영상·게임·음악 분야의 콘텐츠, 패션·완구·공예·스포츠 등의 생활문화, 문화유산 및 관광산업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이 가운데 전북은 영화·영상산업과 모바일 콘텐츠, 풍물콘텐츠 및 게임 등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다.올해로 10년째를 맞고 있는 전주 영화제를 모태로 삼고 있는 영화·영상 분야의 경우, 지난해 문을 연 전주영화종합촬영소를 중심으로 전국 최고의 영화 촬영지라는 위치를 확고히 굳힌 상태. 여기에 영화촬영이 끝난 후 영상 및 음향 등의 후반제작작업을 위한 '전주영화영상제작지원센터' 건립이 추진됨에 따라 전주는 단순 영화촬영도시에서 '영화·영상기술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특히 영화영상지원센터의 설립은 영화 1편당 12억원에 달하는 경제유발효과는 물론 지역 영화·영상산업을 통한 경제적 고부가가치 창출 순환구조가 완성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영화·영상산업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풍부한 지역 콘텐츠의 상품화이어 콘텐츠 분야에서는 전주정보영상진흥원에 입주해 있는 업체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22개 입주업체(341명)들은 다양한 콘텐츠 개발로 지난해 11월말 기준 242억여원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입주업체 가운데 지역의 풍부한 문화 콘텐츠를 정보기술(IT)과의 융합에 상당한 성과를 거둔 (유)모던엔시스가 조만간 조선시대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전주의 변화된 모습을 입체영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선보일 예정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이 소프트웨어는 관객 1000만명을 돌파했던 영화 '왕의 남자'에 도입됐던 문화기술(CT). 사극임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제작비(44억원)로 성공을 거뒀던 이 영화는 영화촬영에 앞서 '디지털 입체영상 궁궐', 즉 가상공간속의 경복궁에서 사전연출을 통해 제작비 절감은 물론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을 받았다.특히 이 업체가 풍물에 대한 각종 정보를 디지털화한 풍물 콘텐츠는 지역 문화콘텐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상(200종)과 음향(160종)이 포함된 풍물아카이브가 구축된 것을 시작으로 풍물웹사이트 및 국악기 아카이브 개발 등 풍물과 관련된 한스타일 디지털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들 콘텐츠는 '디지털콘텐츠 응용상품'으로의 본격적인 판매를 앞두고 있다.모던엔시스 원종규 대표는 "전주는 스토리텔링의 소재가 될 수 있는 문화유산들이 산재해 있어 문화콘텐츠 개발이 무궁무진하다"면서 "향후 전주가 먹고 살 수 있는 분야는 지역의 문화유산을 디지털화하는 문화콘텐츠 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국내외에서 인기얻는 게임게임 분야는 전국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현재 도내에는 16개의 주요 게임업체들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기능성 게임은 (사)전북디지털산업진흥위원회가 지역 특화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이 추진되면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으며, 전북이 기능성 게임의 메카로 서서히 자리매김되고 있다.이중 지역 모바일 게임의 선두업체인 모아지오의 경우 온라인 게임 '라테일'을 출시 10여일만에 4만여건이 접속되어 1억2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뒤이어 개발된 '테일즈 위버'도 국내 최대 유통사인 (주)넥슨에 의해 SKT와 KTF에 동시에 출시돼 게임메니아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기도 했다.또한 (주)씨에이치엔터테인먼트도 모바일 액션물인 '던전앤히어러'게임을 일본내 최대 유통사인 KDDI를 통해 출시했으며, 기능성 게임개발 업체인 (주)조엔은 '2008보드게임 활성화공모전'에서 문체부장관상을 수상해 독일에서는 열리는 세계 보드게임 전시회에 국내대표로 참가하는 성과를 올렸다.지역 게임산업은 한국게임과학고를 비롯해 도내 각 대학내 게임관련 학과의 잇단 개설로 풍부한 인적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전망은 매우 밝다. 그러나 타지역에 비해 이를 산업화할 수 있는 자본 지원 등의 시스템이 부족, 규모화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지적되면 이 문제가 향후 지역 문화기술의 과제로 남았다.

  • 문화일반
  • 김준호
  • 2009.01.01 23:02

[한해 보내며 한해 맞으며] 가볼만한 곳②-해돋이 명소

벌써 한 해가 저물고 있다. 그리고 이제 며칠 있으면 2009년 새로운 해가 뜬다. 1년 365일 매일 뜨고 지는 해지만 왠지 모르게 새 아침에 맞는 태양은 늘 새롭다. 더 감동적인 새해맞이의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조금 힘들더라도 일출 명소를 찾자. 강렬한 빛줄기가 어둠의 장막을 걷어내며 불끈 솟아오르는 태양의 모습은 보는 이에게 새로운 희망과 포부를 갖게 하는 강렬한 힘이 있다.▲ 강원 강릉 정동진 - 열차타고 가다보면 일출 장관에 졸린 눈도 번쩍일출여행 1번지로 꼽히는 해돋이 명소인 정동진. 특히나 정동진역은 기차역중 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으로 플랫폼을 내려서면 바로 백사장으로 내려가 산책도 하고 해돋이도 볼 수 있다.정동진은 열차를 타고 가야 제격. 연말연시에는 철도청에서 운행하는 '정동진 해돋이 열차' 를 타고 엄청난 인파가 몰려든다. 밤새 열차를 타고 달려가 일출의 장관에 졸린 눈이 번쩍 뜨이는 추억은 평생 잊을 수 없을 만큼 황홀하다.더욱이 비스듬히 누운 듯이 서있는 소나무들과, 작은 역사, 철도, 그리고 푸른 바다가 함께 어우러져 있는 풍광은 일출의 운치를 더해준다. 정동진 앞바다를 돌아보는 골드코스트 유람선위에서 맞는 일출도 아름답다.정동진 자세히 보기일출 포인트 : 정동진역 모래시계 소나무 배경 또는 모래시계공원 앞 해변교통편 : 강릉시 - 강동면 - 통일공원 - 등명락가사 - 하슬라아트월드 - 정동진역관광명소 : 골드코스트유람선, 등명락가사, 하슬라아트월드 등▲ 강원 동해 추암 - 촛대바위 위에 걸리는 붉은 햇덩이 압권깨끗한 바다와 백사장, 우뚝 솟은 기암괴석, 고색창연한 해암정 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 예로부터 삼척 해금강으로 불려왔던 추암.젊은 연인들의 동해안 여행 1번지로 꼽는 정동진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멋진 해맞이 포인트다. 특히나 예전 애국가의 배경화면으로도 쓰였으니 그 아름다움이야 말할 나위가 없을 만큼 최고의 절경으로 꼽힌다. 그 중에서도 바다에 일부러 꽂아놓은 듯 뾰족하게 솟아있는 촛대바위 위에 걸리는 붉은 햇덩이는 그야말로 압권.추암의 일출은 동산에 올라 직접 내려다보는 것도 좋지만 남쪽 백사장 끝에서 멀리 바라보는 풍광도 그만이다.추암 자세히 보기일출 포인트 : 촛대바위에서 바라보는 일출교통편 : 동해고속도로 동해 종점((7번 국도) - 북평 - 동해시와 삼척시의 경계 지점(추암해수욕장 입구 - 좌회전) - 추암관광명소 : 천곡천연동굴, 두타산, 드라마 황진이 촬영지 등▲ 강원 양양 하조대 - 하얀등대 조화이룬 일출장명 동해안 최고하조대에 오르면 푸르다 못해 눈이 시릴 정도로 청아한 동해가 넘실거리며 한가로이 고기잡이배가 수평선 위로 떠가는 모습이 슬라이드 필름처럼 다가온다.파도와 소나무, 그리고 햇살을 받아 눈부신 바다를 뒤로 하고 기념사진을 찍는다면 더없이 좋은 배경이 되어주니 누구나 멋진 사진작가가 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나 바닷가에 우뚝 솟은 기암절벽과 노송이 푸른 바다, 그리고 건너편 언덕의 하얀 등대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가운데 펼쳐지는 일출장면은 동해안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아침에 바다로 나가는 석박이 붉은 기운을 받아 빛나는 모습이 하조대 일출의 묘미. 파도 위로 검붉게 떠오르는 하조대 일출은 사진작가들에게 인기만점이다.하조대 자세히 보기일출 포인트 : 하조대 정자 또는 등대교통편 : 영동고속도로 주문진 종점(속초 방면) - 현남 - 현북 - 하조대해수욕장관광명소 : 오색온천, 설악산국립공원(남설악), 주문진 남애 일출◆ 도내 해맞이 - 새해 추억 만들기…황홀경에 빠져보자▲ 지리산 - 새벽 2시 지나야 일출산행 가능민족의 영산 지리산 향적봉. 소띠해를 맞아 황소같은 뚝심으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길 기원한다. 국립공원사무소에서는 등산객의 안전을 위해 31일 오후 3시부터 새해 첫날 새벽 2시까지 중산리와 백무동 입장을 통제한다. 새벽 2시가 지나야 일출 산행이 가능하다.▲ 군산 비응도 - 신년축하시 낭송·가곡공연 제공2009년 1월 1일 오전 7시43분에 새만금방조제 너머로 붉은 해가 바다를 뚫고 나온다. 신년 축하 시 낭송과 가곡 공연 등 볼거리도 제공된다.▲ 덕유산 - 백련사서 해돋이 보고 떡국도 먹고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덕유산 향적봉에 올라 새해 소망을 빌어보자. 백련사에서는 해돋이 후에 떡국을 먹는 행사가 열린다.하지만 장소는 달라도 뜨는 태양은 유일하지 않터인가. 동네 뒷산도 좋으니 가족과 손을 잡고 올라 2009년을 설게해도 좋겠다.▲ 경북 포항 호미곶 - 육당 최남선이 "가장 아름다운 일출" 극찬한반도를 깨우는 장엄한 해돋이가 시작되는 곳. 최동단 호랑이 꼬리 호미곶이다. 육당 최남선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출이며, 조선의 뜻을 새롭게 하는 일출' 이라 극찬했던 곳이다.광활한 바다 앞으로 해맞이 광장이 넓게 펼쳐져 있다. 해맞이 광장에서 특히나 돋보이는 것은 바로 '상생의 손' .사람의 양손을 청동 소재로 바다와 육지에 각각 설치하여 서로 마주보는 형상으로 상생과 화합을 상징하고 있으며, 변산반도의 천 년대의 마지막 햇빛, 날짜 변경선에 위치한 피지 섬의 새천년 첫 햇빛, 이곳 호미곶 새천년 첫 햇빛 등이 합화·안치된 성화대의 불씨는 각종 국가대회 성화의 씨불로 사용되고 있다호미곶 자세히 보기일출 포인트 : 해맞이 광장 안 '상생의 손'교통편 : 경부고속도로 경주 나들목 - 포항 방면 7번 국도 - 포항시 남구 - 구룡포 방면 31번 국도 - 동해면 임곡리 - 925번 지방도 - 호미곶관광명소 : 호미곶 등대, 구룡포, 내연산 등▲ 경남 울산 울주 간절곶 - 아시아대륙에서 가장 빨리 해가 뜨는 곳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아시아대륙에서 해가 가장 빨리 뜨는 곳, 간절곶. 영일만의 호미곶보다도 1분 빠르게, 강릉시의 정동진보다도 5분이나 더 빨리 해돋이가 시작되는데 그 광경이 장관이다. 특히 낭 끝 바위는 간절곶에서도 가장 돌출된 지역으로 이 곳에서 해를 가장 빨리 볼 수 있어 새해 첫날 해돋이 광경을 보러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울주군 대송리가 바로 가장 해가 일찍 뜨는 일출 포인트로 매년 새해 해맞이 행사가 열리는 곳이다. 간절곶의 하얀 등대가 명물.바다를 향해 우뚝 선 하얀색의 간절곶 등대와 등대 앞의 소나무 숲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간절곶 자세히 보기일출 포인트 : 간절곶 등대가 보이는 방향교통편 : 경부고속도로 - 언양, 울산고속도로 - 남부순환도로 - 진하해수욕장 - 간절곶 울산공항 - 울산역 - 여천공단입구 - 청량면덕하 - 진하해수욕장 - 간절곶관광명소 : 한방테마파크 초락당, 서생포왜성, 진하 해수욕장 등▲ 전남 여수 향일암향일암은 남해를 향한 해안절벽 위에 놓인 작은 암자로 천하제일의 해돋이를 볼 수 있는 곳이다.은은히 퍼지는 범종 소리와 함께 해가 떠오르면서 절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는 절경은 그야말로 일품. 가파른 산책로를 따라가다 집 채 만한 거대한 바위 두개 사이로 난 석문을 통과하면 비로소 향일암에 당도하게 된다. 대웅전에서 높이 150여m의 급경사 절벽을 발아래에 두고 망망대해인 남해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어두운 바다 한구석에서 문득 붉은 기운이 쑤욱 올라온다.대웅전 처맛자락 너머로 솟은 붉은 해는 사람과 바다를 동시에 발갛게 물들인다.향일암 자세히 보기일출 포인트 : 대웅전 뒤쪽으로 50m정도 떨어진 바위덩이 위의 관음전교통편 : 남해고속도로 순천IC -순천시내 - 17번국도 - 36km- 여수관광명소 : 돌산대교, 오동도, 방죽포해수욕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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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2.31 23:02

[문학] 시인과 함께 동시 읽어볼까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 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 보나 마나 하얀 감자'(권태응. '감자꽃' 전문)"우리 나라 동시 중에서 가장 유명한 동시랍니다. 그런데 자주 꽃이 핀 감자에 반드시 자주 감자가 드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도 있기도 해요. 하지만, 대부분 흰 감자꽃이 피면 흰 감자가 듭니다..."('감자꽃' 해설 중)'섬진강 작은 학교 김용택 선생님이 챙겨 주신 책가방동시' 시리즈는 '섬진강 시인' 김용택 씨가 어린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동시를 직접 골라 묶은 동시집이다. 최근 정년퇴직한 시인은 권태응 시인의 동시에서부터 최근에 발표된 안도현 시인의 '농촌 아이의 달력'까지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은 동시' 150여편을 골라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친절한 해설과 함께 소개한다. 시인은 "우리가 하는 그 수많은 공부 중에서 가장 중요시해야 할 공부가 동시 공부"라며 "한 편의 시 속에 우리가 사는 세상이 다 담겨 있기 때문에 시를 많이 읽고 시를 안다는 것을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고 안다는 것"이라고 시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저ㆍ중ㆍ고학년용 등 수준별로 구성됐다. 파랑새. 조민정ㆍ우연이ㆍ오동 그림. 각 권 120쪽 내외. 각 권 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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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2.31 23:02

[문학] 20세기 쌍둥이 독재자, 히틀러와 스탈린

히틀러와 스탈린. 20세기 세계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두 사람은 강력한 독재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이용해 수많은 인명을 앗아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히틀러와 스탈린에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온 역사학자 리처드 오버리는 '독재자들'(교양인 펴냄)을 통해 '20세기 쌍둥이 악마'로 불리는 히틀러와 스탈린의 독재체제를 다각도로 비교하는 책이다. 오버리는 "두 사람의 독재를 공통의 전체주의적 충동이나 똑같이 입에 올리기 힘든 범죄를 저지른 도덕적 악행의 모델로 규정하려는 시도는 많았지만 논쟁적인 비교가 아니라 직접적인 역사적 비교를 제공하는 문헌은 적었다"라는 문제의식에서 두 독재체제가 어떻게 출현했고 어떻게 존속했는지를 다양한 층위로 분석한다. 책은 두 체제에 대해 '같지만 달랐다'라는 관점을 보인다. 두 체제는 20세기 초 유럽 공통의 토대였던 정치적, 문화적, 지적 힘들의 소산으로 모두 특정한 역사적 순간에 출현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리고 그 계기가 된 사건은 1차 대전이었다. 패전 후 러시아는 차르 제국에서 공산주의 공화국으로, 독일은 권위주의적 제국에서 의회제 공화국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폭력과 경제 위기가 촉발됐다. 두 나라에 공통으로 발생했던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소련에서는 부르주아를 파멸시켜 혁명에 유리하게 작용했고 독일에서는 파산한 예금주들의 분노가 히틀러식 민족주의의 등장에 크게 기여했다. 또 공산주의 국가인 소련과 1914년 전쟁을 일으킨 독일은 국제 사회로부터 천민 취급을 받았으며 고립감 때문에 두 나라는 한층 더 극단적인 형태로 나아갔고 결국 독재 체제의 출현을 낳았다. 국가 운영에서도 두 체제는 비슷했다. 국가 보안기구의 성격이나 대규모 수용소의 이용, 문화적 생산물의 통제, 시쳇더미 위에 건설한 사회적 유토피아라는 점에서 두 체제는 명확한 유사성을 지닌다. 두 체제는 모두 억압을 위한 억압은 없었다. 오히려 대중에게 폭넓은 지지를 받았고 이 지지는 단순한 복종이나 테러에 의존한 것이 아니었다. 각 체제는 모두 통치를 받는 주민 대다수의 승인이나 협력을 확보함으로써 존재하게 된 것이지 공포를 조성해 살아남은 것이 아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두 체제가 이런 공통점을 갖게 된 것은 서로 잘 알고 있었고 서로에 대한 지식을 토대로 행동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스탈린은 "독일인과 함께 했다면 우리는 무적이었을 것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며 히틀러 또한 1945년 2월 자신과 스탈린이 "양측에서 공히 냉철한 현실주의의 정신을 지녔다면 영구적으로 동맹할 수 있는 상황을 창조했을지도 모른다"라고 가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본질적인 차이도 있다. 스탈린은 공식적으로 공산주의 유토피아의 건설을 공언했지만 히틀러와 국가사회주의는 마르크스주의를 혐오했다. 히틀러는 볼셰비즘을 서구 문명의 생존을 위협하는 주적(主敵)으로 보았고 스탈린은 시장과 자원을 둘러싸고 전쟁에 돌입할 제국주의 세력 중 히틀러의 독일을 가장 위험한 제국주의 국가로 믿었다. 그리고 이런 이념 차이 때문에 두 체제는 어느 한 쪽의 생존을 결정할 수 밖에 없는 치열한 전쟁을 벌였고 결국 히틀러가 패배하면서 독일은 2차대전 패망의 길을 걷게 된다. 저자는 "오늘날 히틀러와 스탈린의 삶은 세상과 시대의 역사가 되어야 한다"며 "두 사람을 낳은 사회 속에서 두 사람을 살피고 전능한 독재자라는 지극히 단순한 이미지를 뛰어넘어 독재 체제를 구성한 역동성을 탐구하는 역사가 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원제 'The Dictators'. 조행복 옮김. 1천4쪽. 4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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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2.31 23:02

내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전시주제는?

내년 9월 열리는 '2009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전시주제가 '더할 나위 없는 멋'과 'The Clue'로 결정됐다. 은병수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은 30일 광주비엔날레 재단 회의실에서 열린 제109차 이사회에서 전시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내년 9월18일부터 10월17일까지 30일간 비엔날레전시관과 광주디자인센터 등 광주 일원에서 다양한 전시행사와 콘퍼런스, 워크숍 등이 열린다. 전시주제인 '더할 나위 없는 멋'은 더하거나 더해야 할 필요가 없는 차림새와 고상한 품격, 운치를 이르는 우리말로 '디자인'을 통해 궁극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The Clue'는 한국 문화의 재해석을 통해 한국 디자인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글로벌 디자인계에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이를 위해 은병수 총감독은 의(衣), 식(食), 주(住), 학(學), 락(樂) 등 5개 본전시로 구분했다. 더할 나위 없는 '옷' 전시에서는 의생활속에 나타난 디자인적 가치를 조명하고 더할 나위 없는 '맛'은 식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삶의 방식과 요리방식 등을 보여준다. 더할 나위 없는 '집'에서는 집이 갖고 있는 조형미와 철학, 건축장식 등을 살펴보고 더할 나위 없는 '글'은 배움과 가르침, 깨달음을 추구했던 우리 문화 속에서 디자인적인 가치를 찾는다. 이밖에 더할 나위 없는 '소리'는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지만 만질 수 없는 형이상학적인 디자인에 주목한다. 특별전시로는 환경 개선 프로젝트인 유니버설 디자인 '살핌(Design for Care)'전과 여성의 마음과 삶의 방식으로 지구 환경을 살린다는 에코 디자인 '살림(Design to save)전이 열린다. 에코디자인전에서는 광주와 세계의 여성들이 참가해 재활용 털실을 이용한 뜨개질로 큰 이불을 만드는 '뜨개질' 퍼포먼스가 열릴 예정이다. 또 디자인비엔날레와 함께 열리는 광엑스포와 연계한 '빛나는 노래방'을 운영해 소리와 연계한 빛 전시로 대중적인 관심을 끈다는 계획이다. 은병수 총감독은 "전시를 준비하는 기간에 'The Clue 2009'를 산업 브랜드화 해 마케팅화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단순한 행사라는 개념을 떠나 디자인비엔날레가 삶의 일부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질 높은 전시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이사장인 박광태 시장은 '행사기간(30일)이 너무 짧다'는 일부 이사들의 지적에 대해 "연장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행사기간과 예산의 변동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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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08.12.31 23:02

굴려보고…만들어보고 동심이 '쑥쑥' 자라요

원목·유리구슬·금속공….별난 공이 많다. 그 공을 레일 위에 굴려도 보고, 직접 길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중력·원심력·관성·마찰력 등 과학상식을 한눈에 아우르면서도 재미는 '덤'.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는 '별난 공놀이 체험전'이다.서울 전쟁기념관 전시실에 위치한 '롤링볼 뮤지엄'이 그 모태.'키네틱 아트(움직이는 예술 작품)' 원리를 눈으로 감상한 뒤 공을 굴려보고, 직접 공의 길을 만들어보며, 가족들과 공을 이용한 게임까지 즐기는 네 가지 테마로 꾸려졌다.'신기해요(Art)'엔 매미·오디세이·지구혁명 등 전 세계 작가들의 작품들이 선보였다. 체인형 리프트에 올려진 구슬이 레일을 따라 미끄러지며 신기한 묘기를 부린다.'굴려봐요(Try)'는 21가지 다채로운 원목 구조물에 공을 굴리면서 움직임을 느껴볼 수 있도록 제작된 코너. 나무 장난감 디자이너 겸 제작자인 독일의 마티어스 카덴씨의 작품이다.'만들어요(Play)' 는 레고처럼 길을 만들어 나만의 롤링볼을 즐기는 체험형 전시.'즐겨봐요(Enjoy)'는 온가족이 롤링볼을 이용해 게임을 즐기는 공간이다.투명한 튜브 볼에 아이들이 직접 들어가 굴려볼 수 있는 깜짝 이벤트도 준비돼 있다.현직 과학 교사들이 과학원리를 알기 쉽게 풀어낸 체험학습노트까지 아이들에게 무료로 제공된다.한국소리문화의전당·JTV 전주방송·예원예술대학교·주식회사 밸루션이 주최한 이번 전시는 내년 3월1일까지(매주 월요일 휴관) . 입장료는 성인 9000원, 학생 및 유아 1만원이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8.12.31 23:02

전주종합촬영소 '숨가쁜 무자년'

올 한 해 동안 전주영화종합촬영소 실내스튜디오에서는 231일, 야외세트장에서는 278일 동안 촬영이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지난 4월 전주시 상림동에 개관한 전주종합촬영소를 민간위탁 받아 운영하고 있는 전주영상위원회는 29일 사업성과 보고회를 열고, "지난 1년 동안 실내스튜디오와 야외세트장 촬영일수를 합쳐 총 509일 동안 촬영이 이뤄져 120일 이상으로 잡았던 2008년 연간가동일 목표를 초과달성했다"고 밝혔다.전주종합촬영소를 사용한 작품은 '쌍화점', '공중곡예사', '청년폭도 맹진가', '전우치' 등. 같은 기간 부산영화촬영소 실내스튜디오에서는 216일, 대전영화촬영소 실내스튜디오에서는 383일 동안 촬영이 진행됐다.전주영상위는 전주종합촬영소와 관련, 지난 11월 영화제작지원 지역주민협의체 워크샵을 추진했으며 촬영소를 견학하는 일반시민투어와 꿈나무투어를 하반기에만 총 다섯차례 진행했다.'Jump Up! 2009-전주영화종합촬영소'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2009년에는 연간가동 목표일수를 150일로 잡았다. 김의석 전주영상위 운영위원장은 "내년에는 영화 제작 편수도 줄어들고 경기도에 실내스튜디오도 새로 오픈해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전주는 실내스튜디오와 야외세트장을 모두 갖추고 있어 경쟁력이 있다"며 "영화영상산업도시에 맞는 사업들을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전주영상위는 올해 안으로 야외세트장 부지에 전시장을 건립, 전주종합촬영소에서 촬영됐던 작품의 세트장을 미니어처로 제작하고 영화 관련 소품을 구입해 전시할 예정이다. 또한 영화영상산업도시 기반 조성을 위한 씨네파크 조성사업을 추진하며, 온라인홍보와 서비스를 위해 홈페이지 구축 사업을 펼친다. 촬영소 투어와 촬영현장 공개사업은 내년에도 계속되며, 개관 1주년 기념식에서는 영화감독 및 배우들과 시민들의 만남을 주선할 계획이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8.12.31 23:02

전북민언연 '2008 좋은방송·좋은 기사' 수상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공동대표 장낙인·권혁남)이 주최한'2008년 올해의 좋은 방송ㆍ좋은 기사' 시상식에서 신문보도 부문에 본보 박영민·이세명기자, 신동석·윤나네인턴기자의'2008년 겨울, 고단한 그들'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올해 처음 창설된 보도사진 부문엔 본보 이강민기자의 '꼭꼭 숨긴 경찰버스 번호판'이 수상의 기쁨을 함께 했다.29일 오후6시 전주시민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이날 시상식에서 장낙인 대표는 "전체적으로 예년에 비해 출품작들의 경쟁력이 크게 향상돼 심사하기가 까다로웠다"며 "신문의 경우 기획취재가 늘었고, 심층성이 크게 강화돼 열악한 지역 여건에서도 바람직한 지역신문의 상을 제시함으로써 매체간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말했다.'2008년 겨울, 고단한 그들'은 경기 침체 여파로 시련을 겪고 있는 어려운 이웃들의 삶의 현장을 단순 조명에 그치지 않고, 각 대상별로 관련 정책을 점검하고 관계기관을 찾아 대책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얻었다.'꼭꼭 숨긴 경찰버스 번호판'은 촛불 정국에서 합법적인 집회를 주장하던 경찰이 전경버스를 불법주정차 단속구역에 주차한 뒤 전경 방패로 차 번호판을 가리고 있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공권력의 이중성을 잘 드러내 큰 점수를 얻었다.방송 보도부문은 전주MBC 유룡기자의 '풍요로운 시대의 종말', JTV 특별취재팀(성지호·이상윤·이승환·권대성·하원호기자)의 '전주시 상수도 유수율 제고사업 입찰의혹'이 수상했다.또한 라디오편성부문은 CBS 전북방송 이기완·김진아PD의 '사람과 사람'이, TV편성부문은 JTV 홍현종·최성엽PD의 '와글와글 시장이 좋아'가, 특별상인 시민기자 부문에서는 새전북신문의 한송수씨가 수상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8.12.30 23:02

[한해 보내며 한해 맞으며] 가볼만한 곳 ①

'다사다난' 했던 2008년이 가고 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일은 늘 아쉽지만 곧 맞이할 새해에 대한 희망은 다시 새로운 의욕과 설레임을 안겨준다. 차분한 마음으로 묵은해를 보내고, 보다 힘차게 새해를 맞는 것은 어떨까. 그런 마음을 다잡는 장소로는 해넘이, 해돋이 명소가 제격이다. 수평선 끝에서 지고 뜨는 해돋이와 해넘이가 우리에게 안겨줄 자성과 희망의 시간을 놓치지 말자. 가볼만한 해넘이 해돋이 명소로 우리지역과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곳을 선별해 소개한다.▲ 경기 화성 궁평리 - 넓은 백사장, 해송 어우러져 한폭의 동양화제부도에서 8km쯤 떨어진 궁평 해변은 해송과 모래사장이 어우러진 천혜의 관광지. 넓은 백사장과 수령이 100년 된 해송 5천여 그루가 한데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것 같다. 특히 궁평해수욕장의 낙조는 화성시가 선정한 화성 팔경 중의 하나.태양이 서해바다 속으로 풍덩 빠지는 일몰의 순간은 짧지만 붉은 잔영은 보는 이의 경탄을 자아내게 하는 빼어난 풍광을 연출한다. 특히 불타는 일몰을 배경으로 한편의 영화 같은 추억을 남기고픈 연인들에게 궁평항은 안성맞춤이다.일몰 포인트 : 궁평해수욕장교통편 : 서해안 고속도로 - 비봉IC 직진 - 남양교차로(77번국도) - 마도 교차로 - 사강 교차로 - 서신삼거리 - 서신면사무소방향으로 직진 - 궁평항방면으로 직진 - 궁평리마을(체험관광안내소)관광명소 : 대부도, 제부도, 융. 건릉 등▲ 충남 당진군 왜목마을 - 강렬한 불기둥 바다전체 검붉게 물들여충청남도에서 가장 북쪽 해안에 위치한 마을인 왜목마을. 해남 땅끝마을처럼 육지가 북쪽으로 돌출돼 있어서 서해안인 데도 대난지도와 소난지도 사이의 비경도로 떨어지는 일몰까지 볼 수 있다.서해 왜목마을의 일출은 일순간에 바다가 물들면서 강렬한 불기둥을 만들어 낸다. 또한 이곳의 일몰은 용광로같이 활활 타오르던 태양이 서서히 빛을 감추면서 수평선과 하늘과 바다전체를 동시에 검붉게 물들이며 바다로 빨려 들어가는데 그 모습 또한 장관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인지 왜목마을은 작은 마을이지만 이 곳을 찾는 관광객, 사진작가 등이 연간 200여 만 명에 이른다. 왜목마을의 일출은 선상에서도 즐길 수 있다.일몰 포인트 : 왜목마을에서 2km 떨어진 대호방조제교통편 : 천안 IC( 경부 고속도로) - 아산(39번국도) - 삽교호관광지(38번국도) - 송악 IC(서해안고속 도로 밑) - 부곡. 고대국가공단(동부제강) - 한보철강 - 석문방조제 - 왜목마을, 대호방조제관광명소 : 당진 도비도 유람선, 삽교호 함상공원, 서산 개심사 등▲ 충남 서천 마량포구 - 잠자리 들기 전 낙조 감상 재미 '쏠쏠'일몰과 일출을 한 지점에서 볼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갯마을. 서해안에서 삐죽 튀어 나온 반도가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년 내내 가능한 것은 아니다. 12월 말에서 1월초에 해뜨는 방향이 남쪽으로 잔뜩 기울어질 때 서천앞바다에 붉은 해가 떠오르게 된다.서해안 어디서나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일몰이지만 마랑포구에서처럼 서해에서 뜨는 해는 더 경이롭다. 잠자리에 들기 전 낙조를 감상하고 새벽 창가에서 맞는 해돋이가 감상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일몰 포인트 : 마량포구 앞교통편 : 서울 - 서해안고속도로 - 평택 - 당진 - 서산 - 대천 - 서천관광명소 : 마량리동백나무숲, 신성리갈대밭, 서천해양박물관 등▲ 김제 망해사 - 가슴 시리도록 황홀한 낙조 가슴에 안겨해넘이를 얘기할 때 대한민국에서 낙조가 가장 아름답다는 김제 망해사를 빠뜨릴 수 없다. 만경강이 비로소 바다가 되는 곳, 해변 얕은 벼랑위에 위치한 망해사(望海寺)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서해를 품고 있다. 망해사 옆 전망대에 오르면 아련히 떠 있는 고군산열도가 한눈에 들어오고 황혼 무렵에는 가슴 시리도록 황홀한 낙조가 가슴에 안긴다.▲ 군산 비응도새만금의 현장 군산의 비응도에서 떨어지는 해를 보며 미래 한국의 성장동력이 될 새만금을 마주하는 것도 색다르다. 아이들 손을 잡고 전북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얘기하면 더욱 좋을 법하다.▲ 부안 월명암지난 1999년부터 2003년까지 매년 해넘이 축제가 열렸던 부안 격포 해수욕장 일대도 서해 일몰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는 적지다. 변산반도 국립공원내 월명암과 전북학생해양수련원 인근 솔섬의 낙조도 유명하다. 솔섬은 썰물때 바닷물이 빠지면 뭍과 연결되기도 한다.▲ 경북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우리나라 최고의 목조 건물인 국보 제18호인 무량수전을 비롯해 석등, 조사당 등 많은 국보도 볼 수 있어 황송하기 그지없는 보석함인 부석사. 정면 5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으로 가운데 부분이 조금 불룩한 배흘림기둥의 아름다움이 유명한 무량수전의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은 안양루에 서서 절 아래를 내려다보는 전경이다. 멋진 건물들을 감상한 다음 여유가 된다면 무량수전에서 수많은 연봉들이 펼쳐진 붉은 빛 노을을 감상하고 돌아가는 것도 좋다. 부석사 무량수전 앞에서 바라본 소백산맥의 해넘이 광경도 범종 소리와 어울려 청아한 낙조풍경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일몰 포인트 : 부석사 무량수전 앞교통편 : 중앙고속도로 풍기 IC - 순흥 - 부석사 * 경부(중부)고속도로- 신갈(호법)IC - 영동고속도로 - 남원주IC - 중앙고속도로 - 서제천IC -풍기IC - 영주 부석사관광명소 : 소수서원, 죽계구곡, 소백산풍기온천 등▲ 전남 무안 도리포 - 함평만·칠산 앞바다 붉은잉크 풀어 놓은 듯무안군 해제반도에 있는 도리포는 왼쪽으로는 굴비로 유명한 영광 칠산 앞바다가, 뒤쪽으로는 위도를 품고 있다. 특히 도리포구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물게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이다.서해안이면서 일출을 볼 수 있는 것은 북으로 길게 뻗은 해제반도 끝자락에 위치하고 동쪽에 넓은 함평만을 끼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철에는 함평의 바다 쪽에서 해가 뜨고, 여름철에는 영광의 산 쪽에서 해가 뜬다. 도리포 포구 반대편 칠산 바다 쪽의 일몰은 그야말로 장관. 드넓은 함평만과 칠산 앞바다를 온통 붉게 물들이는 해와 은빛 물결이 만나 황홀경을 자아낸다.일몰 포인트 : 도리포유원지 갯벌체험장교통편 : 서해안 고속도로 무안IC(1번 국도, 무안읍 방면) - 무안읍(60번 지방도) - 현경면 - 24번 국도 - 해제면 - 송석리 도리포관광명소 : 승달산, 초의선사유적지, 홀통유원지 등▲ 전남 진도군 세방리 - 진도 앞바다 한눈에…환상·감탄의 극치진도의 서쪽 끝머리인 지산면 세방리는 기상청이 한반도 최서남단의 가장 전망이 좋은 곳으로 선정한 세방낙조로 유명하다. 진도 앞바다의 풍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다도해 섬 사이로 빨려 들어갈 듯한 낙조의 장관은 그야말로 환상과 감탄의 극치에 차오르게 만든다. 해무에 지워졌다가 불쑥 나타나곤 하는 세방리 앞바다의 모양도제각각인 크고 잠은 섬들.을 징검다리 삼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떨어지는 낙조는 신비롭기만 하다. 세방낙조를 보고 돌아가는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한데 육체의 피로와 근심, 걱정을 모두 다도해의 푸른 물결 속으로 사라지게 한다.일몰 포인트 : 세방낙조전망대교통편 : 서울 - 서해안고속국도 - 목포IC - 영산호하구둑 - 영암방조제 - 금호방조제- 77번국도 - 우수영 -진도관광명소 : 운림산방, 관매도, 하조도 등▲ 전남 영광 백수해안도로백수읍 백암리에서 법성포로 이어지는 총 16.5km길이의 백수해안도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도로 100선 가운데 당당히 9번째 도로의 영광을 차지할 만큼 절경. 탁 트인 바다가 막혔던 가슴까지 시원하게 씻어준다. 도로의 전망대에 서서 내려다 본 포구의 모습은 안동 하회마을의 그것처럼 물돌이동 형상. 어디가 바다인지, 하늘인지 경계를 알 수 없는 갯벌이 넓게펼쳐져 있다. 특히 백수 해안도로의 일몰은 서해안의 대표적 명물이다. 해가 수평선 너머로 사라진 후 노을이 바다와 하늘을 온통 붉게 물들이면서 감동은 시작된다.일몰 포인트 : 백수해안도로 전망대교통편 : 서울 - 서해안고속도로 - 영광IC - 국도23호선(영광읍 방면) - 지방도844호선(백수읍 방면) - 국도77호선관광명소 : 불갑사, 백제불교최초도래지, 내산서원 등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8.12.30 23:02

[문학] 해외 인기작가 신작 줄줄이 출간된다

내년에 해외 인기작가들의 신작 소설이 국내에서 줄줄이 출간된다. 주제 사라마구, 파울로 코엘료, 베르나르 베르베르, 요시모토 바나나 등이 신간을 들고 국내 독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최근 동명 영화의 개봉과 함께 다시 베스트셀러에 등극한 '눈먼 자들의 도시'의 포르투갈 작가 주제 사라마구는 내년 2월께 '죽음의 중지'(가제)라는 장편소설을 해냄 출판사를 통해 국내에 선보인다. 이 작품은 어느날 갑자기 어떤 도시에서 아무도 죽지 않기 시작하면서 나타나는 혼란상을 그린 소설이다. 주제 사라마구와 더불어 또 다른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터키의 오르한 파무크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존 쿳시의 작품은 나란히 민음사에서 출간된다. 파무크가 올해 현지에서 출간한 '순수 박물관'은 내년말 국내 출간을 목표로 현재 번역 중이며 쿳시의 2007년작 '다이어리 오브 배드 이어'(가제)도 내년 출간 예정이다. 민음사에서는 일본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단편집 '해피 해피 스마일'도 내년 중 소개한다. 올해 출간된 산문집 '흐르는 강물처럼'으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브라질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신작 장편소설 '승자는 혼자다'(가제)는 내년 5월 문학동네에서 출간된다. 이 작품은 칸영화제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연쇄살인을 소재로 한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소설이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올해 선보인 장편소설 '신'도 내년 봄과 여름 각각 2부와 3부가 출간돼 완간될 예정이며 또 다른 프랑스 베스트셀러 작가 기욤 뮈소가 내년 4월께 현지에서 출간하는 장편소설도 곧바로 번역돼 국내에서 출간된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 작가 아모스 오즈의 소설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스페인 작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천사의 게임'(가제), 도미니카계 작가 주노 디아스의 퓰리처상 수상작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등도 내년도 해외문학 기대작이다.

  • 문화일반
  • 연합
  • 2008.12.30 23:02

[2008 문화를 말하다] ⑧무용

전북 무용계는 올 한해 손윤숙 발레단이'제17회 전국무용제'에서 대통령상을 거머쥐는 등 새로운 역사적 지평을 연 시간이었다. 1년간의 공백기를 깨고 다시 발을 디딘 현대무용단 사포 공연이 주목을 모았으며, 왕의 남자 '광대'를 시도한 남성무용단 M.O.D의 도약도 값진 성과였다. 반면 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으로 나뉘어진 무용계가 분야별 소통이 활발해져야 한다는 발전적인 목소리가 제기됐으며, 무용교사들이 학교무용교육의 정상화를 외치며 무용교사자격증을 요구하기도 했다.무용 결산 집담회엔 김숙 한국무용협회 전북지회장, 김옥 현대무용단 사포 대표, 김회숙 광주전남북무용교육원 원장, 김안윤 남성무용단 M.O.D 대표가 참여했다.▲ 전북대 손윤숙 교수가 이끄는 손윤숙 발레단이 전국무용제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일궜다. 수상작인 '비포 선셋(Before Sunset)'을 안무한 손교수는 직접 무대에 올라 개인상인 연기상도 수상했다. 전북의 경사였다.-김숙=전북이 전국무용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특히 손윤숙발레단은 출전부터 어려움이 많았다. 지난해에도 발레단이 전국무용제 전북 대표로 출전하면서 선발 가능성이 낮았고, 본선에 오른 15개 출전팀 중 발레가 4개팀이나 돼 경쟁 또한 치열했기에 더 값졌다.-김회숙=이번 수상 소식은 도내 무용계에 우리도 이제 해낼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을 준 것 같다.-김숙='비포 선셋' 순회 공연을 하고 싶었으나, 수상 소식이 늦게 알려졌고, 군산과 남원의 극장은 발레 무대에 맞지 않아 전주 삼성문화회관에서만 하게 돼 아쉬움이 컸다.-김안윤=전북도 이제 스타 작품을 만들 때라는 것을 방증한 사건이었다. 티켓 판매 수익도 공연단체 수익으로 곧장 연결되진 않는다. 전북을 대표할 만한 레퍼토리를 개발하고, 스타 무용수들도 많이 발굴해야 한다.▲ 현대무용단 사포는 1985년 창단돼 향토 소재의 무대화, 탄탄한 앙상블과 예술적 완성도를 갖춘 창작 작업으로 도내를 대표하는 전문무용단체다. 창단멤버로 22년간 활동해왔던 신용숙 대표를 잃었던 사포는 올해 대오를 정렬해 '길을 가다'을 올려 그 저력을 입증했다.-김옥=정말 조심스러웠다. 큰 별을 잃어 섣불리 딛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1년간 공백기를 채우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고 관객들이 기대 이상으로 호응해줘서 감사했다.-김회숙=공연 '길을 가다'를 리허설부터 세 번 봤다. 작품명만 보고 어떤 길을 보여줄까 궁금했는데, 김옥씨의 감미로운 노래로 추억 속의 무용수들을 일으켜 세우는 마지막 장면은 여운이 깊었다.-김숙='길을 가다' 공연은 객석을 가득 메운 사포 마니아들의 열기와 환호, 무용수와 스태프들의 탄탄한 앙상블로 사포의 저력을 유감없이 입증한 무대였다.-김옥= 내년에 서울즉흥국제페스티벌, 성남 야외공연 페스티벌, 부산여름축제에 초청됐다. 이번 공연을 계기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질 수 있었다.▲ 남성무용단 M.O.D가 전주판 왕의 남자 '광대'를 통해 한국무용과 현대무용, 재즈 등 접목시키는 등 극적인 요소를 강화해 주목을 모았다. 하지만 역량있는 젊은 무용수들의 공연이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여건 마련이 시급하다.-김안윤=M.O.D가 생긴 지 4년 정도 됐는데, 대표 레퍼토리가 없어 '광대'를 만들었다. 4∼5명 단원 외에 나머지는 객원으로 했고, 홍보를 강화해 티켓링크와 TV광고도 했다. 재밌었다는 평은 많이 들었지만, 수익을 내기는 힘들었다.-김옥=학원 운영 등 뚜렷한 수익 구조 없이 지원금만으로 공연을 꾸리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일회성 공연으로 끝나면 생명력이 없다. 규모가 작은 공간에서도 공연을 꾸준히 하는 게 필요하다.-김안윤=올해 매달 10번 이상 크고 작은 공연을 해왔다. '광대'를 비롯해 문예진흥기금 지원도 받았지만, 한달에 100만원 밖에 못 벌었다. 기획자가 돼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이 생겼다.-김회숙=기업 후원이나 지원금 보조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용공연은 초대권 받고 가는 곳이란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연극만 봐도 무료로 하는 곳이 없다. 초대권이 남발되면, 공연문화가 죽는다.▲ 몸을 매개로 하는 무용예술은 가장 소통성이 강한 예술장르다. 하지만 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 등 세 분야로 나뉘어져 서로 소통이 안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김옥=도내 현대무용단은 C.D.P와 현대무용단 사포 두 곳 뿐이다. 각자 공연 준비에 바쁘다 보니, 서로 소통하는 기회가 좀처럼 생기질 않는다.-김숙='시대공감 I Love Dance 2008 무용인의 밤'은 원로들과 선·후배들이 참석해 무용인들의 화합을 도모하고, 일년을 결산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도내 대학 무용학과 재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후배들이 많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었다.-김안윤=무용협회 회원 가입 문턱이 높은 것 같다. 예총 내 무용협회 홈페이지가 있긴 하지만, 접근성이 떨어져 행사에 참여하는데 심리적인 거리감이 있는 것 같다.-김숙=10개 협회 행사를 안내하는 팸플릿을 보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전파력이 큰 홈페이지에 각종 행사를 모아 알리는 방안도 강구해 보겠다. 숨어있는 좋은 공연도 발굴될 수 있을 것 같다.▲ 무용교육발전추진위원회가 지난 12일 원광대에서 '학교무용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긴급 제안' 세미나를 가졌다. 무용교사들이 체육교사자격증으로 학교에서 수업하고 있던 모순적인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자리였다.-김회숙=16년 째 결혼해서 사는 남편도 내가 체육교사자격증으로 수업하는 줄은 몰랐다. 무용과 체육이 엄연히 다른데 체육에 묶여 다뤄지고 있다.-김숙=후배들이 전문 교육을 받고도 체육교사로 대접받는 현실은 이제 개선돼야 한다.-김회숙=내년부터 무용교육대학원도 체육을 선수과목으로 이수해야 한다는 방침이 내려졌다. 체육교사자격증을 받기 때문에 체육행정으로 간주돼 생긴 일이다. 학교 무용 교육을 정상화 시키려면, 무용교과를 독립시키고 무용교사 자격증을 통해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김옥=무용 전공생이 미달돼 무용과 정원이 축소되고, 무용학과가 예술대학에 통합되는 추세다. 무용인들이 힘을 결집시켜 학교 교육의 모순을 고쳐야 한다.

  • 문화일반
  • 도휘정·이화정
  • 2008.12.30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