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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한국문인협회 진동규 회장 퇴임 "숙원 못이뤄 아쉬워…"

"벌써 3년이 지났습니다. 이땅이 문단의 역사를 세운 곳이니 문인들이 도민들의 정신적 지주를 자처해야 한다고 핏대를 세운 게 엊그제 같은데 말입니다. 숙원사업을 못 이루고 가는구나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2006년부터 한국문인협회 전라북도지회를 이끌었던 진동규회장(63·사진). 진회장은 지역 정서를 문화적으로 순화시키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시간이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땅길, 물길, 하늘길, 사람이 터가는 길인 새만금. 그는 새만금에 새로운 문화권을 창출하기 위해 '새만금 문학제' '새만금 신천지 기원제' 등을 추진했지만, 도민들의 정서를 담는 일엔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경제논리로만 치닫고 있는 개발사업을 보면 답답했습니다. 새만금이 개발되면 도민 모두가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단순논리가 판을 치지만, 새만금은 엄연히 국가땅 아닙니까. 도민들의 상실감은 나중에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에 하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역사적 향수를 얹는 일들을 추진하자 한 거죠."총 33km에 이르는 바다를 끼고 있는 군산∼부안은 나당 연합군과 백제를 비롯한 4개국이 치열하게 교전을 치렀던 곳. 무려 400년간 전쟁을 치렀던 곳이니 만큼 역사코드로 풀어낼 수 있는 게 많다. 일본의 '아스카 언덕'이 백제인들이 망양의 한을 달랜 상징적인 공간이라면, 새만금 역시 도민들의 역사적 향수를 달랠 수 있는 언덕배기로 만들자는 게 그의 주장이다.서민경제를 팍팍하게 만드는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 할인마트 입점에 관한 글쓰기도 문인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사회적 책무라고 여겼다. 통계자료를 통해 지역 경제를 초토화시킨다는 다소 분석적인 글을 통해 여론을 환기시키고자 했으나, 결실을 맺지 못한 게 애석하다고 덧붙였다.이젠 한 시름 놓아도 될 법 하지만, 빡빡한 일정은 올해도 진행형이다. 진회장은 정여립 생가터, 창암 이삼만 선생의 비가 있으며, 목조 임금의 놀이터이기도 했던 전주천을 시민들과 함께 아름다운 테마공원을 만드는 작업은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주천의 아름다운 풍광에 얽힌 추억을 조롱조롱 구슬처럼 꿰면, 시민들을 위한 문화적 쉼터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또한 새만금을 소재로 가사를 쓴 오페라 '새만금 33km는 전장이었다(가제)'를 조만간 발표한다. 도민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문화공간은 곧 무대라는 인식에 기인해 가사를 쓰게 됐다.덧붙여 그는"새로 선출될 전북문협회장의 충만한 기운을 예감한다"며 "그 기운을 타고 전북문협이 새롭게 거듭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혼의 문제는 곧 시 쓰는 일이라는 평소 철학대로 올해 말 시집도 엮을 계획이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09.01.19 23:02

지역 문화예술 역량 높인다

지역 미술작가와 공연예술단체를 육성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실시된다.중앙과 지역의 문화예술분야 예산을 공동재원으로 한 '지역문화예술 특성화사업'. 이 사업은 지역 문화예술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전북미술작가 육성프로젝트-수도권 전시 지원사업'과 '공연예술단체 집중육성사업'이 진행된다.'전북미술작가 육성 프로젝트'는 전북 출신 작가로 3년 이상 도내에 거주한 미술작가들의 수도권 전시를 지원하는 사업. 한국화, 서양화, 조각, 공예, 서예 등 개인전을 원칙으로 하며 1인당 2000만원∼3000만원 이내로 지원한다.'공연예술단체 집중육성사업'은 오페라, 오케스트라, 연극 전문단체 중 우수단체를 선정해 3년간 집중지원한다. 선정된 단체는 전북도와 지원조건 이행 약정을 체결, 매년 약정 이행 여부 및 사업수행 성과에 대한 평가를 통해 일정기준을 충족할 경우 별도 신청절차 없이 지원기간까지 계속 지원받을 수 있다. 지원규모는 5000만원∼1억원.'지역문화예술 특성화사업'은 기존 문예진흥기금 지원사업과 무대공연 지원사업 등에 비해 지원규모가 큰 집중지원 방식이어서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접수기간은 22일부터 2월 6일까지로, 전북도 홈페이지(www.jeonbuk.go.kr)에서 지원신청서 등을 내려받아 방문 또는 우편접수하면 된다. 문의 063) 280-3307, 4846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9.01.19 23:02

[꿈을 job는 당신] 항공승무원이 되는 길

살 빼고 피부관리하는데 올인했다가 줄줄이 미역국 먹은 승무원 예비생들이 꽤 많다.도대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걸까. 승무원이 되고 싶은 열망만으로는 부족하다. 승무원 채용 시험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승무원 채용시험은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개 서류, 한국어 인터뷰, 영어인터뷰, 체력 등을 테스트한다.1장. 서류전형인터넷에서 다운받은 자기소개를 멋대로 붙이는 사람도 있지만 좋은 말을 죄다 가져다 붙힌 '주절주절 자기소개서'는 누구라도 금방 알아본다. 봉사활동이나 학교활동의 에피소드를 통해 승무원 자질을 엿볼 수 있도록 써야 한다. 간결하고 논리적으로 쓰되, 뚜렷한 목적의식을 보여주는 것이 포인트.2장. 한국어 면접어깨의 높낮이, 구부정한 자세, 다리 붙이기, 손을 가지런히 모으는 공수자세, 게다가 미소까지.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면서 질문에 대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눈을 돌리거나 엄지손가락을 반복해 움직이는 등 말이 생각나지 않을 때 하는 자기만의 습관은 피해야 한다.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해 모의 면접을 촬영하면 자기 모습을 스스로 관찰 할 수 있어 좋다. 예상 질문을 뽑아놓고 '달달달' 연습하기 보다는 서비스 마인드를 키워야 한다. 평소에 승무원과 서비스에 대해 미리미리 생각해 보자.3장. 영어 인터뷰영어 인터뷰는 '오늘 면접장소까지 어떻게 왔습니까', '아침 식사 메뉴는 무엇이었습니까' 정도로 진행된다. 영어 울렁증이 심하다면 가벼운 질문을 뽑아 놓고 연습을 하면 된다. 영어 면접 중 알아듣지 못했을 때에는 '죄송하지만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또는 '다시한번 말씀해 주세요' 정도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괜찮다.4장. 이미지 체킹.'위스키','와이키키','김치','개구리 뒷다리'를 외치며 입꼬리를 올리는 연습을 하자. 월등한 미모보다 편안함을 주는 인상이 채용 기준에 더 가깝다. 인사하는 연습, 웃는 연습, 질문시 눈을 맞추는 연습이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치열이나 피부도 좋으면 좋겠지만, 구체적인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깔끔하고 단아한 이미지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5장. 그 외'스튜어디스가 되고 싶어요', '전직 현직 차기 승무원 다 모이세요'등 인터넷 까페를 이용하면 알짜 정보들이 가득하다. 면접시 준비 해야할 메이크업, 인터뷰 질문, 면접후기도 있다. 사진을 올리면 전문가들이 이미지 체크도 바로 해준다.2차 면접에는 기내 방송문 낭독도 준비해야 할 것 중 하나다. 제시되는 방송문은 차이는 있지만 형식은 비슷하기 때문에 발음과 발성을 미리 준비 하면 좋다.국외의 항공사를 준비하면 영어 문법과 회화 공부는 물론, 에세이나 영자 신문에 나온 항공 용어를 스크랩해야한다. 올바른 문법을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크리스마스 파티를 어떻게 준비할까'하는 정도의 일상적인 주제의 그룹 토의를 통해 개인 순발력, 협동심, 인성을 체크해 보는 것도 좋다. 도움말=강북ANC카운셀러 김민재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9.01.16 23:02

[꿈을 job는 당신] 이스타 항공 승무원 1기 김현경씨

"진실한 마음으로 안전한 비행을 돕습니다."이스타 항공 승무원 1기인 김현경씨(27·익산). 입사 4개월 째인 초보 승무원인 그의 가슴에서는 서비스와 안전교육을 수료한 후에야 달 수 있다는 '윙' 마크가 반짝였다.승무원을 소재로 한 TV 드라마를 보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승무원의 꿈을 키워왔지만, 대학을 졸업한 지 3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꿈을 이룰 수 있었다."승무원을 준비할 때는'무조건 키 크고 예쁘면 되겠지'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승무원이 되고나서야 외모가 아닌, 타인에 대한 배려심과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죠."그래도 승무원에게 단정한 용모는 기본. 그는 매일 새벽 3시 30분이면 눈을 뜬다. 늦잠을 잤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대충 출근하는 일은 절대 없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머리와 화장을 매만지고 비행 1시간 20분 전에는 공항에 도착한다. 손님에 관한 정보와 비행 스케줄, 날씨 등 비행 전 미리 알아둬야 할 사항들을 꼼꼼이 확인하고, 물론 용모도 다시한번 체크한다.지난 7일 정식취항에 나선 이스타 항공은 김포와 제주 노선을 운항한다. 131명의 승객과 김포~제주를 하루 4번 비행하는 것이 그의 일과. 짧은 비행 구간의 특성 때문에 예쁘게 인사하고 웃기만 잘하면 되지 않냐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승객이 편안하게 비행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비행기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한정된 승무원이 여러명의 승객의 안전과 서비스를 맡아야 하기 때문. 그는 무엇보다 승객의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좌석에 앉아있을 때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습니다. 비상구의 위치를 확인하고, 비상시 대처방법 등을 반복해서 떠올리고 있어요. 비행기 이착륙 전에 비상시 탈출을 돕는 '슬라이드 거트바'를 팽창과 정상위치로 바꾸느라 다리에 멍이 들거나 손톱이 깨지는 일도 다반사죠."긴장하는 일이 많은 탓에 피곤할 때도 있지만 잊지 않고 기억해 주시는 승객들을 만날 때면 피로가 싹 사라진다는 김씨. "친절한 승무원 또 만났네" "편안해서 좋았다"는 승객들의 말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그는"최고의 안전과 최상의 서비스로 승객을 모실 준비가 돼있는 이스타 항공을 많이 이용해 달라"며 "개인적으로는 마음으로 기억되는 승무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윤나네
  • 2009.01.16 23:02

[생활과 건강] 어깨 통증 얼마나 알고 있나

어깨관절은 우리몸에 있는 관절 중에서 가장 운동성이 좋은 관절이다. 이로써 어깨는 손과 팔을 신체의 어떤 위치에라도 가져다 놓게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어깨관절 부위의 통증은 근골격계통증을 주소로 진료실을 내원하는 환자들에게서 요통 다음으로 가장 흔하게 호소하는 증상이다.보통 환자들은 어깨관절 내부의 통증과 자유롭지 못한 움직임 등을 주소로 내원하게 되는데 대부분 "오십견이 생겼나봐요."라며 머릿속에 '어깨통증=오십견'이란 선입견을 가지고 병원을 찾는 것 같다. 그러나 오십견은 병명이라기 보다는 어깨의 상태를 설명하는 것에 더 가깝다. 다양한 질환들로 인하여 관절낭의 유착으로 인해 어깨가 움직임에 제한을 받는 상태를 설명하는 용어일 뿐이다.어깨를 움직이는 근육과 힘줄, 인대, 충돌을 방지해주는 점액낭 등을 가지는 어깨관절은 움직임이 크고 중요한 역할을 함과 동시에 태생적으로 다른 관절보다 손상받기 쉽게 생겨났다. 따라서 이로인해 발생하는 질환의 종류도 다양하다. 여러종류의 관절염, 건염, 건파열, 점액낭염, 충돌증후군 등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오십견으로 치부하여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하여 치료의 시기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어떤 환자들은 본인의 어깨통증과 움직임의 제한을 스스로 해결해 보겠다며 곤봉, 철봉 등을 이용하여 강제로 운동을 시키다 더 큰 화를 초래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어깨통증의 한방치료는 정확한 진단에서 시작된다. 먼저 어떤 구조물에서 어떤 병리에 의해 병이 발생했는지를 파악한 다음 한의학적 변증을 통하여 한성견비통, 기혈응체견비통, 담음견비통 등으로 구별하고 그에 적합한 치료법을 적용한다. 치법으로는 보편적인 한방치료인 침구 또는 한약 이외에도 약물을 환부 또는 경혈에 직접 주입하는 약침요법 및 환부의 기혈의 울체를 풀어주어 기능에 도움을 주는 경근추나, 도인요법 등과 정경락요법, 통경락요법, 온경락요법 등 다양한 한의학적이학요법도 병행하게 된다.힘줄파열, 충돌증후군등과 같이 수술적요법을 필요로 할 수도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정확한 진단에 의해 적절한 처치를 받는다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초기의 정확한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김정환(우석대학교 전주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교수) ▲김정환 교수는원광대한의과대학 졸업한의학박사한방재활의학과학회 정회원척추신경추나의학회 정회원대한스포츠한의학회 정회원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9.01.16 23:02

[생활과 건강] 요도협착 청년의 고민

운동은 꿈 같은 말. 하루종일 책상 앞에 구부정하게 앉아 이 서류 저 서류만 뒤적이다 보면 어느새 부쩍 늘어난 허리둘레에 한숨만 나옵니다.전북일보가 독자 여러분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건강칼럼'을 시작합니다.'환자 중심 병원'을 내세우고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우석대학교 전주한방병원과 전북대학교 병원의 우수한 의료진들이 매주 돌아가며 건강해 지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전북일보 '건강칼럼'이 건강의 소중함과 참의미를 되새겨 보고, 건강한 생활을 지켜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그는 신체 건강한 청년이다. 불행이도 30여 년 전 내가 주치의 때 교통사고로 골반뼈가 부서져 요도가 찢어지는 중상을 입었고, 그 결과 요도협착이라는 질환을 얻게 되었다. 그 당시는 초등학교 저학년이었기 때문에 성기능은 전혀 관심 밖이었고 오직 "생명을 부지할 수 있는 방법"과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다면 소변을 자유롭게 볼 수 있으면" 하는 것이 그와 그 부모의 소원이었다.골반골은 하복부에 들어 있는 장기인 방광과 전립선, 요도, 직장 등을 보호하는 뼈인데 교통사고로 이 뼈가 부서지게 되면 요도가 손상되고 심하면 전립선과 요도가 완전 분리되어 소변을 전혀 볼 수 없는 심각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런 경우 3개월 정도 지난 후에 좁아진 요도를 수술하게 되는데 이 수술은 꽤나 복잡하며 한 번에 성공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이 환자도 여러 번에 걸친 요도성형술로 다행히 소변을 보는 것은 지장이 없었으나 성인이 되면서 남성의 기능을 대변할 수 있는 발기가 되지 않아 고민을 하게 된 것이다. 성기에 혈액을 공급하는 성기동맥은 복부동맥에서 나오는데 이 동맥은 요도로 가는 동맥과 위치가 유사해 요도가 손상되면 많은 수에서 성기동맥이 손상되게 되고 발기불능이 초래되는 것이다. 이 젊은 청년의 고민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치료방법을 찾기 위해 최근 발달된 인터넷으로 이것 저것 알아 봤지만 결국 자신이 성기능장애환자라는 사실과 음경보형물삽입술을 하면 되지만 고가라는 것에 기가 죽고 말았다. 고민은 밤마다 지속 되었고, 영우의 부모님들도 그의 고민을 알아차려 병원에 오게 된 것이다. 발기장애의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에서 그의 성기는 동맥이 손상된 것과 더불어 발기에 필요한 피가 대부분 성기 밖으로 새고 있어 혈관성 발기장애란 진단이 붙여졌다. 과거에는 이런 경우 혈관이식과 성기성형술을 하였으나 성공률이 매우 낮아 지금은 시행하지 않으며, 주로 음경보형물을 삽입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보인다.그러나 음경보형물은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약 10~20년 정도이어서 젊은 영우는 언젠가 한번은 더 보형물을 바꾸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일단 보형물이 삽입된 조직은 딱딱하게 변하여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아 감염의 기회가 훨씬 높기 때문에 두 번째 수술은 훨씬 어려운 상황에 처해 실패할 수도 있는 것이다. 수술이 끝난 다음날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더니"교수님만 믿습니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책임을 지라는 의미심장한 그의 말이 내 가슴을 심하게 난도질 하고 있었다.다행이 해면체 확장으로 보형물삽입이 성공적으로 끝나게 되었고, 그는 자신의 성기가 기능을 발휘할 날 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아마 지금은 어여쁜 아내와 같이 오손도손 살고 있으리…./박종관(전북대학교병원 비교기과 교수)▲박종관 교수는전북대 의과대학 졸업의학박사대한비뇨기과학회 해외학술 기초부문 최우수상한국과학기술상 수상전립선암 수술 겸자 발명대한남성과학회 회장대한전립선학회 상임이사대한비뇨기학회, 미국비뇨기과 정회원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9.01.16 23:02

[음식의 비밀] (18)명태 "버릴 것 없는 으뜸생선"

명태가 '명태'란 이름을 갖게 된 연유가 흥미롭다.조선시대 함경북도에 부임한 관찰사가 명천군(明川郡)을 방문하던 중 생선국을 먹게 됐다. 관찰사가 생선이 담백하고 맛이 좋다며 이름을 묻자, 주민들은 이 고장에서 흔히 잡히는 생선인데 이름이 없고 명천에 사는 '태(太)'씨 성을 가진 어부가 처음으로 잡아온 고기라고 답했다. 그러자 관찰사는 명천군의 '명(明)'자와 주인의 성인 '태(太)'자를 따 '명태'라고 이름을 붙였다.「임하일기(林下日記)」에 실린 것이지만, 수산에 관한 책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에도 명태라고 나와있다고 한다. 그러나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무태어(無泰魚)'라고 기록돼 있다고 한다.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산물이기도 하지만, 명태만큼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생선도 드물다. 명태는 가공방법이나 포획방법 등에 따라 그 이름이 다르다. 얼리지 않은 것은 생태, 말려서 수분이 말끔히 빠진 것은 북어, 반쯤 말린 것은 코다리, 겨울철에 잡아 얼린 것은 동태라고 부른다. 또 산란기 중에 잡은 명태를 얼리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해 가공한 것은 황태, 명태의 새끼는 노가리라고 한다.예로부터 '맛 좋기는 청어, 많이 먹기는 명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사람들은 유독 명태를 많이 먹어 왔다. 말려두고 연중 먹을 수 있는 보편성 때문만이 아니라 '명태 없이 제사를 못 지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귀하게 여겨졌다.명태는 구하기 쉬운 일반 식품이면서도 값비싼 약재 이상의 효능을 가지고 있다. 살 말고도 알과 창자는 각각 명란젓, 창란젓으로 이용되니 일단 잡으면 버릴 것이 없는 생선이다. 대가리로는 귀세미 김치, 껍데기는 말려두었다가 살짝 구워서 쌈 싸먹고, 꼬리와 지느러미는 볶아서 맛국물을 내고, 심지어 눈은 구워서 술안주로 먹는다고 한다.명태는 단백질이 풍부하다. 특히 성장과 생식에 필요한 필수아미노산이 많아 인체의 체조직을 구성하고 체액·혈액의 중성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질 좋은 비타민A와 나이아신이 풍부해 피부와 점막에 없어서는 안될 식품으로 특히 레티놀은 고운 피부와 주름방지에 좋다. 해수면 위쪽에 사는 고등어와 달리 지방이 적고 칼슘, 인, 철 등을 고루 함유하고 있어 어린이 이유식과 노인 영양식으로도 적합하다.시력보호 영양제가 없던 시절, 명태애는 시력을 좋게하는 영양식품으로 애용돼 왔으며 명태알은 생식기능의 정상화와 노화 방지에도 중요한 영양원으로 작용해 왔다. 명태 아가미에 들어있는 칼슘은 멸치보다도 많아 골연화증, 골다공증을 예방해 주며 명태 곤지는 각종 영양소가 골고루 함유돼 있으며 특히 단백질과 인이 많아 뼈, 치아 및 근육수축에 관여한다.명태는 몸 안에 축적된 여러가지 독성을 풀어준다. 흔하게는 술독을 푸는 데도 뛰어난 효과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탄가스에 중독되거나 독사에 물렸을 때에도 마른 명태를 푹 끓여 국물을 마시게 하면 사경을 헤매던 사람도 거의 모두 소생한다고 한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9.01.16 23:02

[독자 백가쟁명] 한옥마을의 미래적 가치가 지켜져야 하는 이유 - 김남규

기축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꿈을 설계한다. 전주한옥마을도 새로운 꿈을 꾼다.천년전주 도시의 역사만큼 전설과 스토리를 꿈꾸면서 한스타일의 거점과 발신지로 생활문화의 콘텐츠를 계승을 원하고 있다. 한옥마을의 멋스러움과 옛스러움의 조화속에 한식,한지,한옥,한복,한국음악,한글이 콘텐츠가 되는'한스타일'문화상품의 세계화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실제로 한옥마을에는 갈수록 방문객들이 늘고 있다. 문화예술단체,행정기관, 교육기관까지 방문객의 분포도 다양하다.지난해 2008 전주포토페스티벌의 기획전 행사의 하나는 사진을 통해서 한옥마을의 전통과 미래를 소통하는 사진여행이었다. 전국의 엄선된 사진작가100명을 초청하여 '전주한옥마을로 떠나는 황금빛 가을 사진여행'워크샵이었다. 한옥마을의 다양한 멋스럼, 한스타일의 생활문화, 삶의 리어리티, 전통문화유산 등의 장면을 통해 한옥마을의 미래이미지를 감상할 수 있었다. 디지털카메라의 피사체에 담긴 메시지는 한옥마을의 관심과 참여도를 높이고 전국적 홍보에도 기여했다.전국에는 많은 한옥마을이 있지만 북한의 개성한옥마을, 서울 북촌한옥마을, 안동 하회마을, 전주한옥마을이 대표적이다. 살림집으로서 실제로 사람이 살고 있는 한옥마을은 서울북촌과 전주한옥마을이고 개성이나 안동의 한옥마을은 사람이 살고 있지 않거나 살고 있어도 몇 집안된다. 서울북촌은 거센 개발바람에 많은 한옥이 철거되고 대신 3~5층의 다세대주택들이 들어서 마을의 분위가가 훼손되어 회복 불능이 되었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주한옥마을에서는 적어도 마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10여개 블록에 걸친 한옥마을 건축물의 85%가 잘 보존된 편이다. 약식 한옥, 일본식 기와지붕 등 건물 하나 하나의 품격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마을의 덩치와 집단성이 우수하다. 마을의 골목길, 담장, 그 때 당시의 쌀집, 구멍가게, 약국, 소박한 미장원과 이발소 양복점등은 마을의 생활상을 전해주는 없어서는 안 될 흔적들이다. 향교를 끼고 들어가는 골목길과 너머의 옹기종기한 산동네는 특히 정겹다. 특히 삼원당약방과 전당포건물, 향교와 은행로 교차로 지점의 상가거리나 분위기도 중요한 포인트다. 근대화시절 한옥마을은 중요한 공장시설이 있었다. 문화연필공장(베테랑 칼국수 뒤편), BYC백양섬유 건물과 굴뚝(부채박물관 예정지),양조장자리(현 공예품전시관)은 헐려서 사라졌다.한옥마을의 가치는 마을의 분위기가 살아 있고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대규모 한옥집단이 그것도 도심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는데에 있다.한옥마을은 천재적 건축가에 의해 만들어질 수도 없고 행정관청의 힘과 지원사업으로도 만들 수 없다.근래들어 문화시설이 필지 합병을 통해 넓어지고 많아지면서 음식점, 찻집 등 상가시설이 늘고 있다. 자칫 주민은 없고 문화시설과 상가로 메워져 야간 공동화, 주민공동화가 될까봐 우려되는 이유다.전통생활문화가 현대적으로 실용화되는 한옥마을의 생명력은 사람냄새가 나는 살기 좋은 행복한 동네로 지켜지는데 있다./김남규(전주시의원)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9.01.16 23:02

금호아트홀 "전문성 높이고 학생석 늘린다"

클래식 전용 공연장인 금호아트홀이 올해 공연의 전문성을 한층 높이고 학생석을 확대한다. 금호아트홀을 운영하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15일 올해 기획공연을 발표하고 사업 방향을 이같이 밝혔다. 390석의 금호아트홀은 올해 152회의 기획공연을 연다. 이 중에서도 대표 기획공연 시리즈인 '아름다운 목요일'을 통해 전문성 있는 알찬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후학 양성에 힘쓰는 거장 연주자들의 무대인 '월드 마스터즈 시리즈', 서거 250주년과 200주년을 맞이한 헨델과 하이든을 기리는 '위대한 작곡가 시리즈', '바흐 스페셜', '슈베르트 스페셜' 등이 이어진다. 또 금호아트홀 뒤쪽 41석에 한정된 8천원의 학생석을 전석으로 확대한다. 이로 인해 더 많은 초.중.고 학생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클래식 공연을 볼 수 있게 된다. 매년 해외 오케스트라 공연을 선보였던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올해 도쿄 메트로폴리탄 심포니 오케스트라(4월), 새 음악감독 알렌 길버트와 뉴욕 필하모닉(10월)의 무대를 준비한다. 도쿄 메트로폴리탄 심포니 내한공연에서는 권혁주가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고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이 연주된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고(故)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이 2000년 예술의전당에 전달한 금호예술기금 30억원으로 올해부터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부문의 '음악영재 캠프 & 콩쿠르'가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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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09.01.16 23:02

[김병용의 기행에세이] (24)논산 강경~군산

서해는 언제나 신생하는 바다라고 할 수 있다.한반도의 강줄기 대부분이 서남해안을 통해 바다에 합류하는데다, 서해안으로 빠져나오는 강줄기 중 평야 지역을 관통하는 한강, 금강, 만경강, 동진강, 영산강 등은 해마다 막대한 양의 토사를 하구에 쏟아 붓는다. 정기적으로 준설을 한다 해도 서해안 강줄기들의 하상(河床)은 뭍에서부터 거기까지 밀고나온 퇴적물들로 인해 가파른 상승을 거듭한다.서해안 갯벌은 이와 같이 충적하천이 운반해온 퇴적층을 원 자양분으로 삼아 너른 유역으로 발달했고, 연안 어업의 터전이 되었다. 늘 뒤채고 바뀌는 몸… 마치 출산을 치르고 훗배를 앓다가 또 몸을 갖는 여인의 자궁처럼 서해안의 강과 바다는, 신비로운 해와 달의 주기에 맞춰 조금과 사리를 거듭하면서 몸을 푼다. 이런 점에서 서해안의 갯벌과 포구들은 하늘과 땅과 바다와 강이 합심해 이룩한 자연의 신비로운 조화라고 할 수 있다.이와 같은 서해안 포구들의 운명을 바꾼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인간들이다. 간척과 염전 확장, 항만 건설 등으로 인하여 서해안의 해안선은 몇 번씩 고쳐 그려졌다. 남양만, 아산만, 천수만, 가로림만, 비인만, 영암만이 그렇게 사라지거나 대폭 축소되었으며, 새만금 사업으로 인해 서해안 해안선은 또 한 번 크게 수정되기 직전이다. 어깨 너머 귀동냥에 의하면, 이와 같은 간석지는 지구 탄생 이래 오염 정화, 홍수 억제 및 태풍의 피해 완화 등의 기능을 담당해왔다고 한다. 자연이 스스로 결정한 자신의 운명이 이와 같이 인간의 때를 만나, 수난을 겪는 중이다.물론, 국토와 그 땅을 점유한 사람들의 생애는 함께 영고성쇠를 겪는다. 특히 비좁은(?) 한반도에 살아온 우리네는, 자신이 사는 터전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싹~ 불싸지르고 이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이를테면, 도망치고 도망쳐도 또 도망갈 곳이 사방천지였던 중국 홍군의 '대장정'이나, 하루 종일 말을 달려 깃발을 꽂은 곳까지 모든 땅을 소유했다는 신대륙 침략의 방식 '파 어웨이'는 우리 국토 위에선 언감생심, 불가능한 일이었다. 할아버지의 주검을 모셨던 방을 도배만 새로 하고 손자가 쓰는 것처럼, 한반도의 산하는 쓰고 또 고쳐 쓴 산하라고 할 수 있다. 갖은 전란 속에 다 파괴된 고향에 다시 들어가 재건을 하고 또 한 것이 우리 국토와 조상이 겪은 역사이다.따라서, 한반도의 곳곳은 모두 켜켜이 역사가 쌓이고 쌓인 역사 퇴적의 땅일 수밖에 없다. 만주나 연해주 혹은 대한해협을 넘어 일본으로 탈주했다는 이야기도 이미 오랜 옛이야기… 우리는 더 비좁아진 땅 위에서 서로 땀에 결은 어깨를 맞대고, 또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야 하는 처지라고 할 수 있다. 환경운동하는 분들이 하는 말 중에 '후손들로부터 빌려 쓰는 땅'이란 말… 들을수록 묵직하다.▲강경의 흥망성쇠… 논강평야와 황산벌 전투부여에서 논산, 강경 그리고 익산까지 이어지는 길은 툭 터진 벌판길이다. 논산평야라고도 하고 논강평야라고도 하는 이 너른 벌판은 전적으로 금강에 의지한 미곡 산출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논강평야보다 황산벌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나당연합군과 맞선 계백의 5천 결사대가 하필이면 이 자리를 자신들의 주검을 묻을 곳으로 선택했는지, 이곳에 와 보면 절로 알게 된다. 서해와 금강과 평야가 모두 어우러진 이 지역은, 왕궁이 있던 부여의 입장에서 보면 남면(南面)의 안마당과 같은 곳. 집에 쳐들어온 도적을 마당에서 맞아 싸우다 부러진 창 끝 몇 점 핏방울로 사라질지언정, 마지막 북대(北對)의 절의를 떨쳐 보일 수밖에 없었던 군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자리가 여기 말고 또 어디가 있겠는가.역사는 반복되는 것일까… 후일 부자간의 내분에 휩싸인 후백제군이 왕건의 군대와 한반도의 지배권을 둔 마지막 대치를 벌이고, 자신이 이룩한 모든 것들이 다 무너지는 것을 목도한 견훤이 한 서린 눈을 감은 곳 또한 이곳이다.풍요롭기 짝이 없는 이 벌판에 드리운 전란의 그림자가 영향을 준 것인지, 20세기 이후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논산은 '제2훈련소'가 있는 논산이 되었다. 오늘도 연무의 입소대대 앞에는 연인?친구와 작별 인사를 나누는 입영 장정들이 북적이고, 또 오늘 저녁 소정의 훈련 과정을 마치고 갓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출소한 '초짜 군바리'들은 강경역에서 어딘지 모를 '자대'행 기차를 기다리며 혼곤한 불안에 흔들린다.이렇게 '군사도시'의 이미지가 강하게 덧씌워진 바람에 논산은 개태사, 관촉사, 쌍계사와 같은 명승을 자랑할 기회도 적었고, 공주-부여-금마로 이어지는 '백제문화권'에서도 사실상 부수적인 위치밖에 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억울하기도 했을 것이다.후백제 이후 논산의 중심 지역은 강경이었다. 조선 시대 강경은 원산과 함께 2대항이었고, 강경장은 평양, 대구장과 함께 전국 3대 장시에 들었을 만큼 강경은 조운과 물산의 중심이었다. 이미 평정되어버린 백제?후백제의 땅이 정치적?군사적 역할을 추구할 수 있었겠는가. 천혜의 자연적 조건을 적절히 활용, 강경은 새로운 상업도시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해나갔던 것이다. 극히 분주하고 소란스러움을 뜻하는 속담, '강경에 조깃배 들어왔다'는 이런 배경 하에서 나온 것이다. 요즘 식으로 하자면, 강경은 호서 지역 최대의 물류 유통 단지였던 것이다. 지금은 대부분의 관공서가 논산 신시가쪽으로 자리를 옮겨 논산경찰서 정도만이 남아 있지만, 강경의 골목 골목을 천천히 거닐다 보면 강경이 누렸던 오랜 영화의 흔적이 여전히 단단하다. 1905년에 개교했다는 강경초등학교, 여전히 우람한 한일은행 지점 자리 등도 볼만 하지만, 강경 최고의 경관은 예나 지금이나 옥녀봉에 올라야 볼 수 있다. 금강의 큰 줄기와 논강평야가 한 눈에 조망되고 뒤돌아서면 강경읍내 그 너머 황산벌이 한 눈에 들어온다. 군사적으로도 경제적으로 이곳은 요지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저무는 석양 아래 감상해보시라. 자연 경관과 역사의 경관이 함께 눈에 들어온다.조선 후기 최대 전성기를 누렸던 강경의 몰락(?)이 시작된 것은 1899년 더 아래쪽 금강 포구 진포가 군산항으로 개항하게 된 이후이다. 외세의 침략이 시작되면서 인천과 부산이 한반도의 주요 항구로 새롭게 부상하고, 강경시장이 갖고 있던 물류 유통의 기능을 군산항과 이리역에 넘기면서, 이제 강경은 역시 항구의 기능이 대폭 축소된 곰소항 등과 더불어 젓갈 특산지 정도로만 알려진 곳이 되고 말았다.서해안과 이 땅의 개땅쇠들이 겪은 소금 같은 세월이 젓갈이라는 음식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군산, 20세기 식민 근대의 살아있는 증거군산은 한반도 근대화의 살아있는 증거라고 할 수 있는 도시이다. 최무선의 진포대첩 이전, 천리 금강의 맨 끝자락에 자리한 이 포구는 역사적 존재감이 미미했었다. 아마 군산열도와 육지를 이어주는 배후지 정도의 역할이 진포에 부여된 유일한 소명이었을 것이다.한가롭던 어촌 마을의 운명이 급변하기 시작한 것은 외세가 물밀듯이 밀고 들어온 이후, 한반도를 강점한 일제가 인천, 군산, 목포를 서해안의 주요 항구로 개발(?)하기 시작한 이후이다. 그동안 어떤 고을이 조금 더 크고, 어떤 마을이 좀 작은지를 결정한 것이 오랜 한반도 삶의 내력이었다면, 이제 외세가 식민지 경영을 위해 한반도의 지도를 새롭게 그린 것이다.채만식의 소설 <탁류>가 가장 공들여 그려놓은 것은 식민지 체제 아래에서 그 맨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한 자본주의의 모습이었다. 인간의 소유욕을 극한까지 끌어내는 자본주의의 침탈은 식민지 내에 또다른 형태의 내부 식민지를 건설하는 결과로 드러난다. 자본은 노동과 재화를 자신의 식민 영토로 삼는다. 번영로가 잘 보여주듯, 식민지 거점 도시가 된 군산은 내포, 김제만경 평야, 전국에서 몰려온 인력을 내부 식민지에 거느리며 번성하기 시작했다. 군산의 이와 같은 비극적 운명은 해방 이후에도 끊이지 않았다. 미군의 진주와 함께 군산은 새로운 조차지를 내줘야 했고, '아메리카타운'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으로까지 확장되어 갔다.군산 시내 곳곳에는 근대 이후 한반도와 한국사회에 불어닥친 변화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군산 곳곳에 서 있는 '근대문화유산'이란 명칭이 좀 해괴하긴 하지만, 군산은 20세기 한국 근대사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도시임에 분명하다. 백제와 후백제의 역사만 역사이겠는가. 치욕스럽다고 해서, 부정한다고 해서 역사가 새로 쓰여지는 것도 아니다. 하여, 군산이란 지명은 늘 내 마음 속에 우리 민족사에 대한 애증의 양가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단어가 되었다.현재, 군산은 새만금 간척사업이 완공되었을 때, 다시 한 번 크게 번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이다. 20세기 한반도가 당한 외침의 상징과 같은 도시, 군산이 이번에는 능동적인 간척 사업을 통해 21세기 동북아의 주요 거점으로 거듭날 기회를 맞이했다는 것… 긍정적인 의미에서, 난 우리 조국이 21세기에 돌입했다는 것을 새만금을 보면서 실감하곤 한다.하지만, 용담댐 건설과 수몰민의 양산, 환경 파괴 논란과 같은 직?간접적 희생과 크기를 알 수 없는 대가를 치르고 새만금 간척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잊을 수는 없다. 우리는 이렇게 조국의 산하를 또 고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크게 고치는 일이다. 그 후과(後果)를 간척사업을 주도한 세대가 감당한다면 차라리 다행이겠으나, 새만금으로 인해 얻게 될 이득과 손실의 대부분이 후대의 몫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난 아직도 새만금 방조제를 한가롭게 둘러볼 생각이 전혀 없다.여전히 군산이 현재진행형의 도시이고, 우리 민족은 한반도를 고쳐 쓰고 또 고쳐 써온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을 애써 상기하는 것으로, 나는 내 불안감을 달랜다./김병용(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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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1.16 23:02

[김정현 교수의 철학 에세이] 여성적인 것과 창조산업 시대

21세기는 여성의 시대, 창조적 문화의 시대라 불린다. 여성적인 것, 감성적인 것이 문화적 부가가치를 산출하며 사회적 생산력을 제공하는 창조산업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산업사회는 신속히 산업인력을 양산하기 위해 대중교육과 주입식 교육을 강조했고 물리적 노동을 중시했으며 경쟁과 효율성의 가치관을 내세웠다면, 정보화사회 혹은 창조산업의 시대에는 개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중시되고 지식과 이미지 창출이 곧 사회적 생산력의 바탕이 된다.이제는 정량화된 단일지식보다는 다양하게 유동하는 부드러운 지식의 창출이, 즉 하드웨어적인 지식보다는 다양한 소프트웨어적인 지식의 융합이 요청된다. 상상력과 이야기 혹은 문화 콘텐츠가 이야기문화산업을 구성하는 원천적 자원이 되고, 과학, 기술,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접목시켜 만든 융합적 지식이 새로운 사회혁신을 일으키며 문화적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이성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기초로 하여 자연과학과 기술공학을 발전시켰고 이를 실마리로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거대한 자본주의 시장체제를 구축한 서양 근대문명에서는 양화된 지식과 많은 지식의 암기가 중요했고, 감성보다는 합리적 체계성을 형성하는 이성능력이, 감성적 창조성보다는 기술적 체계성이 더 중요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와 수단적 합리성의 토대 위에서 물질적 외면적 삶의 조건만을 중시하고 삶의 내적 가치와 의미를 외면하면서 인류는 인간 소외나 환경 파괴의 생태학적 위기를 체험하게 되었고 산업사회적 생산체제나 자본주의는 그 한계를 드러냈다.그 이후 20세기 말 컴퓨터, 인터넷, 지식정보 등으로 표기되는 정보화혁명이 일어나며 사회나 인간의 삶의 영역에서 경쟁과 대결, 갈등과 같은 남성적 가치보다는 감성적이고 여성적인 부드럽고 열린 사유가 요청되었으나, 정보혁명이 가져다 준 지구지역화시대의 내적 체험이 제대로 이루어지기도 전에 지구공동체가 금융자본주의의 파국을 체험하면서 세계는 현재 또 하나의 문명의 진통을 겪고 있다. 이러한 문명전환의 진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는 정보화시대, 이야기산업시대, 문화시대, 창조산업의 시대에 진입해 있거나 진입하는 과정에 있다.우리는 현재 전 세계가 하나의 지구공동체로 연결되어 있는 지구화 시대에 서 있다. 이 시대는 감성적인 것, 창의적인 것, 지식융합의 내파적 요소를 문명의 생산동력으로 요청하고 있다. 모든 존재의 근원은 모성적인 것에 있다는 괴테의 말처럼 현대문명은 창조적 사유의 원형이자 존재 치유의 모태인 여성적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정보기술, 생명기술, 나노기술, 인지과학, 뇌과학, 철학, 심리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 융합을 통해 새로운 창조산업이 창출되기 위해서는 이성적인 것 못지않게 우리 안의 여성적인 것, 감성적인 것의 개발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대에 우리는 서 있다./김정현(원광대 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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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1.16 23:02

국립박물관 전시에 '스토리텔링' 도입

국립중앙박물관은 특별전을 제외한 상설전시가 대체로 명품 위주다. 국사교과서에 나오거나,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소위 '명품'만을 집중 부각하는 까닭에 이런 전시기법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아왔다. 이런 비판을 의식했음인지, 최광식 박물관장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한 신년 업무계획을 통해 올해 박물관이 지향하는 방향으로 대중화ㆍ정보화ㆍ국제화ㆍ특성화를 제시하고, 특히 박물관이 대중에게 가깝게 다가서기 위해 "향후 전시에는 스토리텔링 기법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각각의 전시품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도록 꾸미겠다는 뜻이다. 최 관장은 "중앙박물관이 (지난 2005년) 용산으로 이전함으로써 하드파워는 갖추었으나 소프트파워는 아직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하고,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갖춘 스마트파워의 박물관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슬로건으로 '역사를 즐기며 꿈을 가꾸는 희망 박물관'을 제시한 최 관장은 올해 한국박물관 출범 10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를 전국 공ㆍ사립박물관이나 한국박물관협회 등과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100주년 행사 일환으로 국제학술대회와 특별전, 기념식, 국제포럼, 박물관 대축전, 상징물 건립, 100년사 발간 등 사업을 펼친다. 올해 기획전으로는 이집트 문명전(4-8월)과 잉카 문명전(12월-내년 4월), '차마고도의 삶과 예술'(6월) 등을 계획하고 있다. 나아가 중앙박물관은 고질적인 국가귀속 매장문화재의 미등록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문화재청 등과 협조해 '국가귀속유물대장'을 표준화ㆍ전산화하고 등록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덧붙였다. 2009년 현재 등록이 되지 않은 국가귀속 매장문화재는 18만여 점에 달한다. 유물 소장 공간의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나주ㆍ김해ㆍ공주ㆍ경주 등지의 4개 권역에 종합수장고를 건립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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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09.01.15 23:02

"젊은층 고전번역 관심 가져줬으면"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인문학적 사고와 의식으로 견뎌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한옥마을에 시설들만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낮은 담장 너머로 글 읽는 소리가 들려온다면 얼마나 좋을까요?"1999년 민족문화추진회 분원으로 설립, 한국고전번역원 고전번역교육원 전주분원으로 승격되기까지 10년째 이끌어 온 김성환 전주분원장(65·전주대 교수). 김원장은 "서울본원에서 교육팀장이 파견되는 등 독립적으로 운영돼 온 전주분원이 본원과 같은 체계로 운영되게 됐다"며 "무엇보다 수강생들이 본원에서처럼 교육을 받고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한국고전번역원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한국문집총간'을 번역하는 데만도 현재의 인력으로는 수십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과거 일본이 번역해 놓은 우리 고전을 다시 참고해 번역하고 있는 게 현실이니까요. 무엇보다 젊은 사람들이 고전 번역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습니다."김원장은 "우리가 번역해야 할 고전들은 무궁무진하다"며 "고전 번역을 통해 지역문화와 관련된 콘텐츠도 찾아내고 산업으로도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전통고전이 그동안 골방 신세가 되고 전문가들도 변방으로 밀려나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전통문화를 통해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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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휘정
  • 2009.01.15 23:02

고전번역자 인재양성 속도낸다

민족문화추진회를 발전적으로 계승한 한국고전번역원 고전번역교육원 전주분원(원장 김성환)이 본격적으로 새출발한다.고전번역교육원은 정부 출연기관인 한국고전번역원 부설기관으로 고전문헌의 정리·번역을 위한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 2007년 말 민족문화추진위원회가 한국고전번역원으로 출범될 당시 전주시가 한옥마을에 분원 건립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전국 유일의 분원으로서 그 맥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1999년부터 현재까지 5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해 내며 호남지역의 고전번역자 양성의 거점으로서 역할을 해 온 전주분원은 오는 6월 건물을 새로 개원하며 '고전번역자 양성사업'과 '지역전통 활성화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쳐갈 계획이다.'고전번역자 양성사업'은 고전번역가를 양성하기 위한 '고전번역연수과정Ⅰ'과 지역의 고전 관련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일반부 특별강좌', 학기당 장학금 320만원씩을 지원하는 '우수학생 지원' 등이며, '지역전통 활성화사업'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소학과 기초한문을 강의하는 '무료 교양강좌'와 호남지역 역사적 선현들의 고전문헌들을 정리해 책으로 펴내는 '호남지역 고전문헌 정리사업' 등이다. 현재 6권까지 작업이 끝난 '호남지역 고전문헌 정리사업'은 무방비상태에 방치돼 있는 선현들의 글을 정리한 것으로 영인사업이나 국역사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기초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다.'고전번역연수과정Ⅰ'은 기관 명칭을 바꾼 후 처음으로 신입생을 모집하는 중. 1기인 올해 신입생 부터는 우수인력 확보와 교육생들의 안정적인 교육 기반 마련을 위해 장학금을 적극 지원한다. 일반반 20명, 장학반 5명 등 총 25명을 선발할 예정. 일반반은 19일부터 23일까지, 장학반은 16일까지 홈페이지(http://www.itkc.or.kr)로 접수하면 된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9.01.15 23:02

들끓는 도립국악원 무엇이 문제인가

전북도립국악원 실·단장들이 국악원 정상화를 위한 대토론회를 제안하고 나섰다.김영자 창극단장 겸 교무실장, 류장영 관현악단장, 문정근 무용단장, 박용재 학예연구실장 겸 공연기획실장은 13일 전북도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각계에서 지적된 국악원 제반 문제점들을 모두 수용하고 조속한 시일 내 개선, 환골탈태의 기회로 삼겠다"며 "국악원 사무국과 실·단장, 노조, 비조노가 참여하는 대토론회를 통해 국악원 내부적으로 스스로 개혁안을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은 각 실·단장과 이에 동의하는 일부 단원들이 참여한 것으로, 외부에서는 국악원 내부적으로 예술인들간의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있다. 또한 추경을 앞두고 삭감된 예산을 조금이라도 반영하기 위한 움직임으로도 풀이되고 있다.▲국악원 갈등 원인국악원 문제는 지난해 12월 전북도의회 문화관광건설위원회가 방만한 운영 등을 지적하며 19억원에 이르는 공연예산을 대폭 삭감하며 촉발됐다.또한 전주세계소리축제,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의 통합, 국악원 해체 후 재정비 등으로까지 논의가 확대되고 사무국이 순환교류를 통한 분위기 쇄신을 이유로 상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하면서 갈등은 더욱 심화됐다.이에 대해 노조는 지금까지 국악원의 성과와 역할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며 반발해 왔다.▲오디션에 대한 문제제기국악원이 가장 많이 받아온 비판 중 하나는 상임직원들의 노령화와 매너리즘에 대한 지적이었다. 특히 2002년부터 최근까지 국악원 상임직원 평정결과 탈락 단원이 단 한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오디션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또한 단체협약을 통해 정년과 자동승급이 보장되면서 대안으로 오디션을 강화했다는 노조 측 주장은 충분한 공감을 얻어내지 못했다. 실·단장들 역시 "단원들의 기량 향상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국악원 문제가 이렇게까지 확대된 이상 현재의 오디션 기준을 더욱 강화해 철저하게 검증받자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예술인들 갈등으로 확대되나?각 실·단장들은 기자회견을 열며 "국악원이 지적받고 있는 문제들과 관련해 노조 입장이 구성원 전체의 의견으로 비춰지는 것 같아 성명서를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이번 기자회견과 관련, 자칫 예술인들간의 갈등으로 부각되는 것을 우려한 노조 측에서는 반발 보다는 국악원 정상화를 위한 대안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노조는 "대토론회와 관련해 원칙적으로는 찬성하지만, 시기나 논의 내용 등은 국악원 안팎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좀더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9.01.14 23:02

[문학] 시칠리아서 찾은 '잃어버린 것들'

여러 권위 있는 문학상을 수상하고 외국에도 작품이 번역된 '성공한' 소설가 겸 국립대 교수, 라디오 문화프로그램 진행자, 한 여자의 남편, 한 채의 아파트를 소유한 서울시민. 소설가 김영하 씨는 "나이 마흔에 나는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 되어 있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부족한 게 없지만 숨 막히던 삶을 살던 그는 돌연 학교를 그만 뒀고 곧 이어 라디오 진행을 그만 뒀고, 마침내 서울 살림을 정리해 1년간 캐나다로 떠나기로 한다. 그리고 집이 팔린 후 캐나다에 들어가기 전 남는 시간을 이용해 아내와 함께 "내가 꿈꾸던 이탈리아"가 있던 시칠리아로 떠난다.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랜덤하우스 펴냄)는 작가가 시칠리아에서 보낸 시간들을 기록한 여행 에세이다. "뒤통수 어딘가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기분"으로 소모적인 일상을 보내던 작가는 시간이 멈춘 듯한 시칠리아의 단순하고 여유로운 일상에 금세 빠져든다. 특히 시칠리아 북쪽 바다에 있는 화산섬 리파리 섬에서는 여행자가 아닌 마을 주민의 한 사람처럼 흡수된다. 이 책은 한 권의 근사한 여행기이도 하지만 시칠리아라는 배경보다는 시칠리아에서 보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한 작가의 진솔한 고백이 더욱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여행이 끝나갈 무렵 작가는 페리 터미널에서 '유실물 주의'라는 의도로 쓰였을 법한 'Memory Lost'라는 영문 전광판을 보며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시칠리아에 깜빡 두고 온 것들이 아니라 서울에서 잃어버린 것들이다. "편안한 집과 익숙한 일상에서 나는 삶과 정면으로 맞장 뜨는 야성을 잊어버렸다. 의외성을 즐기고 예기치 않은 상황에 처한 자신을 내려다보며 내가 어떤 인간이었는지를 즉각적으로 감지하는 감각도 잃어버렸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 나날들에서 평화를 느끼며 자신과 세계에 집중하는 법도 망각했다."(291쪽)작가가 직접 찍은 시칠리아의 풍경들도 함께 수록됐다. 293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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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09.01.14 23:02

공연ㆍ전시ㆍ영화..63빌딩의 변신

여의도 63빌딩이 공연과 영화, 전시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거듭난다. 한화63시티는 13일 63빌딩 지하 1층에 영화와 공연을 동시에 상연하는 63아트홀을 개관했다. 63아트홀은 1985년 오픈한 아이맥스 영화관을 개조해 만든 467석 규모의 다목적홀로 낮에는 영화를 상영하고 밤에는 퍼포먼스 공연을 선보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된다. 현재 낮에는 아이맥스 영화 '은하철도999리턴즈'가, 밤에는 그림 그리는 과정을 보여주는 미술 퍼포먼스 '63℃드로잉:쇼'(1.13-3.1)가 공연되고 있다.이후 뮤지컬 콘서트 '러브 인 뮤지컬-신상남 콘서트'(3.5-4.12), 낙랑공주와 호동왕자 이야기를 타악 퍼포먼스로 만든 '코리아랩소디'(4.21-7.12) 등이 이어지며, 7월에는 '점프'의 최철기 감독이 만든 '마스크'(가제)가 무대에 오른다. '한국식 블루맨그룹 쇼'를 표방한 '마스크'는 재활용품으로 만든 악기가 등장하는 넌버벌 퍼포먼스로 장기 공연을 하게된다. 지하 3층에는 올 여름 밀랍인형 전시관이 개관한다. 이 곳에서는 유명 인사와 연예인들을 본떠 만든 밀랍인형이 상설 전시될 예정이다. 작년 7월 60층의 전망대를 개조해 문을 연 미술관 '63스카이아트'에서는 미술 작품과 서울 전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현재 하늘을 주제로 만든 작품 63점이 '하늘에서 노닐다'라는 제목으로 전시되고 있다. 한화63시티는 63아트홀 개관과 함께 공연과 미술전시, 수족관 63씨월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티켓 등 다양한 패키지 티켓을 마련했다. 유덕종 문화사업부 상무는 "63아트홀이 공연장이 부족한 여의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63빌딩이 공연과 전시, 전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서울의 새로운 문화 랜드마크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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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1.14 23:02

크리스티도 감원..예술시장 한파

고가 예술품과 보석 등이 거래되는 세계 최대의 경매회사인 크리스티도 글로벌 경기불황에 신음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한 당일 영국의 현대 아티스트인 데미언 허스트의 작품이 1억2천700만달러의 낙찰가를 기록할 때만 해도 예술시장만큼은 글로벌 경제위기를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팽배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같은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졌다. 13일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에 따르면 크리스티는 전날 인력 감축을 포함, 조직 전반에 걸쳐 비용 절감에 나서겠다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월가 등 금융계 CEO들의 보너스 잔치에 힘입어 10년 가까이 호황을 구가했던 예술품 경매시장이 글로벌 증시와 더불어 지난 4개월간 급락세를 보인 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런던에 본부를 둔 크리스티는 1766년 제임스 크리스티에 의해 창립됐으며 현재 43개국 85개 지점에 2천100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크리스티의 구조조정은 이른바 '닷컴' 붐이 끝난 2001년 이후 처음. 크리스티의 라이벌 회사인 소더비는 이미 지난달 "불확실하고 거시적인 경제환경"을 이유로 감원과 봉급삭감을 통해 올해 700만 달러의 비용을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크리스티 등 세계적 경매소들의 실적 부진은 금융위기 여파로 단골인 미국과 서유럽의 부자들은 물론 러시아와 인도, 중국 등 신흥시장의 큰 손들이 구매를 꺼리고 있는 데다 지난해 7월 최고점을 찍었던 유가 급락 사태로 오일달러의 파워가 꺾인 탓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뉴욕 경매에서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자화상을 포함해 경매에 나온 전체 작품의 3분의 1 가량이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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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1.14 23:02

문화부 "예술위 노조 불법 용납안돼"

문화체육관광부는 13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무처장 임명을 둘러싸고 노조가 위원장 권한대행과 신임 사무처장의 출근을 저지하는 것은 불법행위라며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문화부 유병한 대변인은 "예술위 노조가 위원회의 동의를 얻어 적법하게 임명한 사무처장뿐 아니라 위원장 권한대행의 출근까지 저지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노조는 불법행위를 멈추고 소관업무에 즉각 복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예술위 노조는 지난 9일 공석 중인 예술위 사무처장에 윤정국 전 충무아트홀 사장이 임명되자 '낙하산 인사'라며 사무처장실의 집기를 들어내고 농성을 벌였으며, 12일부터 위원장 권한대행과 사무처장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광수 위원장 권한대행과 윤정국 사무처장은 아르코미술관 3층과 아르코극장 커피숍 등을 옮겨다니며 근무를 하고있다. 새 위원장이 선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무처장을 임명한 것이 논란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 유 대변인은 "위원회 동의를 얻어 임명한 윤 사무처장을 낙하산 인사라고 할 수 없다"면서 "무엇보다 새해 사업계획을 수립할 시기에 예술위 업무를 실질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사무처장을 오랜 시간 공석으로 둘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유 대변인은 "이번 문제는 예술위 노사가 풀어야 할 사안이나 지도감독해야 할 정부로서 불법행위를 좌시할 수 없다"며 "노조의 업무방해 등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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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
  • 2009.01.1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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