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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꿈, 이루어질 것인가?

송승엽 한반도 미래연구원 원장 중국은 지난 10월 1일 건국 70주년을 맞이하여 253억 위안( 약 4조2천억 원)을 들여 사상 최대 규모의 군 열병식과 군중 대행진 등 성대한 기념행사를 가졌다. 70년 전 중국공산당 지도자 마오저뚱은 통일 후 사회주의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우고 모두가 함께 일하며 평등하게 잘사는 공산사회 건설을 표방했다. 그리고 모든 개인 재산을 몰수해 국유화하고, 전국을 인민공사로 재편해 공동 노동 균등 분배를 실시하였다. 그러나 이는 개인의 생산의욕을 떨어뜨려 몇 년 만에 전국적인 물자 부족으로 3천여 만 명이 굶어 죽는 대참사를 빚었다. 후임 실권자 떵샤오핑은 사회주의든 자본주의든 국민을 잘 살게 하는 게 최고다 면서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인 경쟁과 사유재산 허용으로 생산성을 제고시키고, 후임 지도자들에게도 이를 지속 추진토록 하여, 30여년 만에 중국을 세계 제2 경제대국으로 발전시켰다. 2012년 11월 새 지도자로 선출된 시진핑은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2049년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강국 건설이라는 중국의 꿈을 제시하고, 국정 전반에 걸친 개혁과 함께 2025년 까지 IT 신소재 로봇 등 10대 전략사업 발전 계획을 수립, 박차를 가했다. 또한 경제대국에 걸 맞는 대국 외교정책과 군사강국을 목표로 해공군 전투 역량 강화 및 첨단 무기개발에 진력했다. 그러나 이는 패권국가 미국의 반발을 불러 왔는바, 미국은 2017년 12월 국가안전보장 전략보고서에서 중국을 미국의 안정과 번영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규정하고, 2018년 7월 대중국 수입상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부과를 시작으로 경제, 과학기술, 안보 등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거기에다 중국은 내부적으로 심각한 빈부 격차, 부정부패, 소수민족 독립 움직임 등 많은 불안요인을 안고 있는데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에 따른 경기둔화, 홍콩의 반중국 시위 등으로 불안정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번 건국 70주년을 맞이한 중국정부는 사회 전반에 걸친 통제 강화와 애국심 고양으로 내부 결속을 다지는 한편, 그 간의 발전성과 부각으로 국민들의 사기를 고양시켰다. 특히 열병식에 각군 장병 1만5000여명을 동원하고 최신 군용기 160여대와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東風-41을 비롯한 첨단 군사장비 580대를 공개하는 등 강력한 국방력을 과시했다. 그리고 시 주석의 연설을 통해 중국의 꿈 실현을 재차 강조하면서 그 어떤 세력도 중국의 지위를 흔들 수 없고, 중화민족의 진전하는 발걸음을 막을 수 없다고 천명하였다 과연 중국은 안팎의 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부흥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그 결과 여하는 21세기 국제질서를 재편하는 핵심사안임은 물론, 안보 미국 경제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의 미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그 동안 우리는 미중 관련 문제 발생시 상황에 따라 편의적으로 대처해 왔으나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 한계점에 이르고 있다. 우리 교역의 1/4을 점하고 있는 중국이 작금의 미 일처럼 자기 이익을 위해 언제든 경제카드를 꺼내 들 수 있음은 물론, 미국의 우리에 대한 안전보장 역시 약화 또는 철회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 없다. 우리의 국가 핵심이익을 정하고 이의 수호를 위한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자립자강을 통한 국력 증대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송승엽 한반도 미래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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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23 16:31

고향에 대한 편견

박정용 (주)쿠엔즈버킷 대표 시대를 초월한 대 문호 셰익스피어는 한 때 영국 런던의 글로브 극장을 운영하는 사업가이기도 했다. 자신의 작품을 공연했던 글로브 극장은 관객석이 3000석 정도로 국왕 내외가 공연을 보러 오는 큰 규모의 극장이었으나 갑자기 화재로 소실되게 된다. 이 일이 있고난 뒤 셰익스피어는 다시는 희곡을 쓰지 않았으며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셰익스피어가 쓴 시에는 이때의 감정을 엿볼 수 있는 문구가 있다. 한 여름의 열기도 더 이상 두려워 말라, 휘몰아치는 사나운 겨울의 폭풍도 또한 두려워 말라. 그대는 이 세상의 과업을 다 끝냈도다. 집으로 돌아왔도다. 품삯도 받았도다. 셰익스피어가 긴 인생의 항로를 끝내고 고향 집으로 돌아와 편안해진 감정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 셰익스피어는 고향 사람들에게 환대를 받은 것만은 아니어서 조롱과 비난에 휩싸였으며, 엄청나게 애정을 쏟았던 아들을 이미 잃은 뒤였다. 셰익스피어는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번쩍이는 번갯불도 더 이상 두려워 말라. 모든 무서운 우르렁 거리는 벼락도 두려워 말라. 어떤 비방과 경솔한 비난도 두려워 말라. 그대는 기쁨도 슬픔도 끝내 버렸으니 모든 젊은 연인들은 끝내는 먼지를 뒤집어 쓰고 말리라. 고향에 도착한 셰익스피어에게 고향이 어떠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드라마가 있다. 올 이즈 트루라는 제목으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말년을 그린 작품이다. 흔히 고향을 떠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죽기 전에 고향을 떠 올리게 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걸 생각해 본다. 하지만 고향이 생각만큼 다정하거나 편안한 곳이 아니라는 점에 새삼 놀라거나 실망하지 않길 바란다. 타향에서 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긴장 속에서 온갖 시련을 견뎌낸 사람일수록 더더욱 고향은 각별하고 위안의 대상처럼 자리할 수 있겠지만, 이것은 고향을 찾아 오는 사람의 일방적 짝사랑일 뿐이다. 고향은 이들에게 다시 새로운 인내를 요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대문호인 셰익스피어에게 마저 고향은 어려운 시험 같았고, 인내심과 시간을 필요로 했음이 이 드라마에서도 보여진다. 어쩌면 고향은 타향에서 임무를 완수했을 때 조용히 잠을 자러 가야 하는 곳으로만 존재한다면 작은 삶을 지탱해온 커다란 슬픔 같은 인내가 치유되는 공간으로 자리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만 보면 고향은 또 하나의 냉혹한 현실이고 경쟁의 영역일 뿐이다. 이 점을 잊지 않는다면 고향은 좀 더 편한 대상이 될 수 있다. 나에게 있어서 고향은 아버지 어머니가 계신 곳이고, 어린시절을 형제,친구들과 함께 보낸 곳이다. 그리고 이제는 내 아이들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고향은 존재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는 걸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저마다 고향이 있고 그 곳에는 늘 의지가 되는 뭔가가 있는 곳이다. 셰익스피어의 시에서 가장 맘에 드는 문구는 그대에겐 갈대도 크나큰 참나무와 같거늘 이라는 대목이다. 자신이 선택한 방향으로 믿음을 가지고, 작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천천히 나아간다면, 인생의 폭풍우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티는 참나무처럼 되지 않을까 싶다. 고향은 항상 묵묵히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박정용 (주)쿠엔즈버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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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16 17:10

청년, 우리 청년들

이인재 행정안전부 기획조정실장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부모님과 친척 어르신들은 다른 걱정 말고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주곤 한다. 궁핍했던 과거에는 공부에 뜻이 있어도 대학이나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런 어른들 눈에 요즘 학생들은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는 행복한 세대일 수 있다. 요즘 애들은 고생을 너무 모른다거나, 세상이 좋아져서 헝그리 정신이 없어졌다는 말도 나온다. 그런데 정말 요즘 젊은이들은 고생을 모를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김기헌 선임연구위원은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를 근거로 요즘 청년들이 오히려 과거보다 부지런하며, 생활시간 중 최장에 가까운 시간을 학습시간과 노동시간에 할애하고 있다고 말한다. 생각해 보면 요즘 청년들 정말 바쁘다. 대학에 입학해도 바늘구멍 같은 취업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학점, 영어, 인턴 등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고, 직장에 가서도 새로운 전문지식 습득과 조직생활로 쉴 틈이 없다. 청년들은 오히려 반문한다. 왜 이렇게 힘든 건가요? 우리 경제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법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소득격차는 심화되었다. 국민 대다수가 힘들지만, 청년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은 유독 크다. 지식기반 산업과 대기업 중심의 성장으로 경제의 고용 창출력이 떨어지고 기업의 신규채용은 줄어들었다. 청년 취업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 와중에 집값은 계속 올라 부모나 은행의 도움 없이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기 어려워졌다. 교육은 어떨까?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줄곧 세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입시경쟁 위주의 교육제도로는 현대사회에 필요한 창의성과 사고력, 사회성을 길러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남다른 교육열로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진학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덩달아 노동시장에 필요 이상의 고학력(over qualification)을 양산하였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와 국회는 이러한 문제인식 하에 종합적인 청년 정책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추진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정부 내 컨트롤타워로서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을 신설하고, 국무조정실에는 청년정책추진단을 설치하였다. 국회에서도 청년협의체가 만들어지고, 다양한 청년 기본법안들이 발의되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앞서서 청년 기본조례를 만들고, 일자리, 주거, 교육 등을 포괄하는 시책들을 추진 중에 있다. 무엇보다 청년의 눈높이에서 통합적으로 정책을 재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청년의 참여와 권리보장도 구색 맞추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단기적으로는 작년 3월에 마련한 청년 일자리 대책과 같이, 직접적이고 체감도 높은 정책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보다 근본적인 혁신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교육제도 개혁, 주거복지 강화 등 사회구조의 변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청년들은 노력하면 성공하는 사회, 그리고 노력해야 성공하는 사회를 원한다. 하지만 현실은 흙수저, 헬조선, 노오력, N포세대 등 자조 섞인 말들이 가득하다. 인생 선배로서 안타깝고 미안한 감정을 금할 수 없다. 대한민국 청년들의 잠재력은 충분하다. 뛰어난 정신력과 성실함, 촛불시민운동에서 보여줬던 성숙한 시민의식은 전 세계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청년들이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도록 우리 기성세대가 힘을 합쳐야 할 때이다. /이인재 행정안전부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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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09 15:48

우리고장 핫(hot) 플레이스, 순창 장류마을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오래될수록 좋은 것들이 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술, 친구, 장맛을 꼽는다. 내 기억 속 장맛은 어머니가 장독에서 퍼오신 고추장과 갓 짠 참기름을 버물려 먹던 비빔밥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장맛은 발효의 미학이다. 인간이 먹는 음식의 3분의 1은 발효된 음식이다. 놀라운 건 발효와 부패가 한 끗 차이라는 점이다. 미생물의 효소가 유기물을 분해해서 유용한 물질을 만들면 발효, 유해한 물질이 되면 부패이다. 일의 과정에서 드러난 아주 작은 차이가 종종 다른 결과를 불러오는 우리의 인생사를 닮았다. 우리 한식의 든든한 버팀목인 장류 삼형제는 된장, 간장, 고추장이다. 된장, 간장은 차이는 있지만 한중일 모두에 있다. 고추장은 오직 우리나라에만 있는 조미료다. 간장이나 된장이 우리조상의 식탁에 오른 것은 1,200년 전인 통일신라 초기로 추정하고 있다. 고추장의 원료인 고추가 일본에서 전래했다는 기록이 광해군 4년(1614년)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나타난다. 고추장 제조법은 영조 42년(1766년)에 유중림(柳重臨)이 간행한 『증보산림경제』에 처음 등장한다. 이 시기에 우리 선조들이 고추장을 애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추장은 재료와 만드는 법에 따라 다양하다. 예로부터 보리고추장약고추장팥고추장 등이 있었고, 최근에는 매실, 마늘, 딸기고추장으로 변신 중이다. 지역은 해남순창진주의 고추장이 명성을 얻었다. 이 중 순창 고추장은 임금님 진상품으로 유명하다. 식욕이 떨어진 영조의 입맛을 사로잡은 순창 조씨의 고추장 일화는 그 유명세를 짐작케 한다. 순창 고추장 맛의 비결은 무엇일까? 답은 발효이다. 순창은 겨울철 기온이 따듯해 고추장의 품질을 좌우하는 효모균의 번식에 최적지라 할 수 있다. 섬진강 상류의 지하 암반수, 햇볕에 잘 말린 태양초는 풍미를 더한다. 여기에 순창 고추장의 명맥을 이으려는 순창 사람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다. 순창군은 고추장의 주원료인 콩의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 농가와 계약재배를 하고 있고, 정부와 협업하여 논에 콩 등 타작물재배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정부와 순창군은 논콩재배 농가에 1ha당 총 380만원을 지급한다. 지난해 참여농가는 1,926곳, 장류업체 구입액도 31억5천만원에 달한다. 이는 쌀 수급과 가격 안정은 물론, 벼농사 보다 소득을 1.8배 올리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뒀다. 더 나아가, 장류 1번지라는 순창의 브랜드에 체험프로그램, 지역의 관광명소, 숙박시설을 연계한 체류형 농촌관광을 활성화하고 있다. 정부가 농가소득 제고,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 중인 농업 6차산업이 정책배경이다. 1차 농산물을 가공하는 2차, 여기에 체험, 숙박 등 3차 산업인 서비스를 더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지난해에 60만명이 넘는 사람이 이곳을 찾았다. 순창은 핫(hot)한 고추장만큼이나 핫플레이스(hot place)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 모든 것들을 보고 체험할 기회가 있다. 오는 10월 18일부터 3일간 순창장류 축제가 열린다. 가족들, 친구들과 순창에서 세상에 하나 뿐인 고추장 레시피를 만들어 보자. 더블핫(hot hot)한 추억은 덤일 것이다. 비록 놀부는 화초장 이름은 잊었지만, 여러분은 순창 고추장 맛은 잊지 못하리라.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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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02 16:45

역지사지로 한일관계를 생각한다

송승엽 한반도 미래연구원 원장 추석 전 두 동생과 김제 선산을 찾았다. 선산은 산 중턱에 자리해 맑은 날 지평선 너머 바다가 뚜렷이 보인다. 성묘를 마친 후 광활한 지평선을 바라보니 문득 옛날 중학생 때 아버지와 함께 왔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아버지는 성묘 후 바다 쪽을 바라보시며 저 서해 건너에는 중국이라는 큰 나라가 있는데 6.25전쟁 때 우리와 싸운 적국이어서 갈 수가 없다. 우리와 저 넓은 중국과 왕래하며 장사를 하면 좋을 텐데... 라고 하셨다 그 후 나는 중국에 대해 막연한 호기심을 갖게 되었고, 대학 때 중국어문학을 전공한 다음, 미수교 상태였던 1991년 코트라 베이징지사에 파견 근무하게 되었다 어느 날 중국 관리와 대화하면서 옛 이야기를 하며 아버님이 말씀하셨던 서해 바다 건너편 큰 나라에 오게 되어 감회가 깊다고 했다. 그러자 그는 흥미 있게 들은 뒤 그런데 중국에서 보면 바다가 동쪽에 있으니 서해 아닌 동해이다 고 하였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위치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기본상식을 새삼 깨달으며 당시 쟁점이었던 한일간 바다명칭 관련 문제를 생각했다 1992년 한국은 유엔에서 국제수로기구(IHO)가 발간하는 해도집(海圖集)에 한일 사이의 바다를 일본해로 표기하고 있는데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일본해는 한국에 대한 일본의 식민지배 결과로 퍼진 호칭으로 동해로 표기해야 하나, 일본과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는 동해일본해로 할 것을 주장했다. 물론 일본은 받아들이지 않고 지금까지 오고 있다 한국에서 볼 때 동쪽에 있는 바다는 분명히 동해이며 일본해 라는 명칭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일본도 자기 서쪽에 있는 바다를 동해라 부를 수 없다면 서로 받아 들일 수 있는 새로운 명칭을 만들어 사용하되 그 이전에는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는 방안이 합리적일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인접해있어 오랜 세월 많은 교류 협력과 여러 갈등이 있어 왔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반발해 일본이 경제제재 조치를 취하고 한국이 강경 대응하면서 최악의 긴장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한일관계 관련 1998년 10월 7일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방일 때 격렬한 반대 여론에도 불구 천황폐하라는 존칭을 썼다. 그리고 다음날 일본 국회연설에서 일본에게는 과거를 직시하고 역사를 두렵게 여기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고, 한국은 일본의 변화된 모습을 올바르게 평가하면서 미래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3년 후 2001년 12월 23일 아키히토 일왕은 68세 생일 기자회견에서 간무(桓武) 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 자손이라고 속(續)일본기에 기록돼있는 사실에 한국과의 깊은 인연을 느낀다고 말했다. 일본 왕가의 뿌리가 한국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일왕 스스로 처음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었다. 위의 예처럼 양국이 역지사지의 상호 인정과 반성으로 심기일전해, 통 큰 화합의 미래로 나갈 수는 없을까? 마침 내년 7월은 동경 올림픽이 열리고 8월엔 우리 광복 75주년과 한일 병탄 110주년이다. 이를 계기로 역발상하여 한국이 동경 올림픽 성공을 적극 돕고, 일본은 과거 역사에 대해 반성하면서 미래를 향한 새로운 우호협력 협정을 체결하면 어떨까? 그런 다음 가까운 시일 내 아키히토 전 일왕이나 나루히토 일왕의 익산 백제유적지 방문이 이루어지면 좋지 않겠는가! /송승엽 한반도 미래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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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9.25 16:28

남의 시선은 인생의 땔감이 될 수 없다

박정용 (주)쿠엔즈버킷 대표 10년 전쯤의 일이다. 가족들과 떨어져 서울에 살고 있어 주말이면 매번 가는 곳이 고창이지만 고창읍성에서 반나절 시간을 보내자고 생각해 본적이 있었나 싶었다. 더군다나 고창읍성에 읽을 책을 들고 간다니 고창에서 나고 자랐지만 처음 일이었다. 참고로 그즈음 고창에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있었고, 햇볕이 가장 맹렬할 때 두 손 가득히 책을 들고 고창읍성 매표소를 통과했다. 고창읍성 입구에 문화유산 답사를 온 듯한 40~50대 20여명이 문화유산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는 게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설명하는 해설사와는 좀 떨어진 성벽 그늘에 서서 연신 손부채를 부치고 있었는데 해설사 얘기는 듣는 둥 마는 둥 이다. 그렇게 생각된 이유는 그 한 무리의 사람들 시선이 갑자기 내게 쏟아짐을 느꼈기 때문이다. 뜨거운 한 낮에 땀을 흘리면서 한켠에 책을 가득 끼고 걸어오는 사람에게 무리의 호기심이 발동된 듯하다. 급기야 문화유적해설사 까지 돌아서서 나를 쳐다 봤다. 마치 읽지도 않을 책을 멋으로 끼고 온 사람처럼 몸이 쭈뼛해지고 발걸음이 부자연스러워졌다. 책을 읽으러 온게 맞다는 표시로 손을 고쳐 잡았고, 무리의 시선을 지나쳐 언덕을 올라갔다. 뒤통수에 모아진거 같은 관심이 사라질만한 곳까지 긴장감으로 고창읍성 문을 통과해야 했다.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데 혼자 울트라 오버액션을 했다는게 나중에 밝혀진다. 먼저는 나무그늘에 자리를 잡았다가 정말 좋은 명당자리를 찾았다. 부임한 현감이 사택으로 활용했던 곳이라는데, 지대가 높아 소나무 사이로 바람이 계속 불어왔고 뒤편은 대나무 맹죽 숲이 있어 바람에 대나무 잎새 소리가 시원하게 들리는 곳이다. 책을 읽기 보다는 책을 베게 삼아 자기 딱 좋은 곳이었다. 조금 있자니 다시 그 무리가 이곳까지 찾아 들었다. 입구를 통과하면서 책을 든 내게 의혹에 찬 시선을 보냈던 무리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 봐라 나 이렇게 책을 읽고 있지 않나라고 보여줄 기회인 셈이다. 헌데 그 긴 행렬이 지나가는 동안 자기들 얘기에 바빠 옆을 힐끔이라도 쳐다본 사람조차 없었다. 긴 행렬이 지나가는 동안 억울함을 풀 수 있었던 희망은 먼지처럼 사라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난생 처음 책을 읽으러 온거부터가 잘못된 시도 였을까? 아님 남의 시선을 과도하게 느낀 내 자신에게 문제가 있었던 걸까? 지금 생각해보면 초보여서 그랬나 싶다. 숨겨도 숨겨지지 않는 초보의 딱지가 그들에게 그대로 보였던 게 아니었을까? 언제까지 초보로 머물러 있을지는 각자의 선택이 아닐까 싶다. 사람 사는 인생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증기기차에 비유되기도 한다. 증기기차는 땔감을 넣지 않으면 기적을 울리지 않는다. 땔감이 떨어지면 증기기차는 멈춘다. 남의 시선이 인생의 증기기차를 움직이는 땔감으로 사용 된다면 증기기차의 앞날은 예측하기 어렵다. 남의 시선이 아니고도 땔감은 우리가 사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우리가 땀을 흘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더 많은 땔감이 모아지고 사용돼서 증기기차가 속도를 내게 된다. 남의 시선을 땔감으로 쓰는 초보자가 증기기차를 힘차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다. 10년 전, 모양성에 책 읽으러 갔던 때의 나이 사십에도 난 인생 초보자였던 셈이다. /박정용 (주)쿠엔즈버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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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9.18 17:43

로컬푸드, 우리의 밥상과 농업을 더 건강하게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부는 8월말, 완주 안덕마을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있었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 내에서 우선 소비하는 로컬푸드 소비체계를 구축하려는 공무원, 생산자, 소비자, 활동가 등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들이 모인 장소가 자타공인 로컬푸드 1번지 완주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로컬푸드란 우리 지역에서 생산된 농식품이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를 최대한 가깝게 함으로써 생산자-소비자 모두에게 이로운 먹거리이다. 지역의 농업인은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걸고 농산물을 생산하여, 보다 높은 가격을 받고 팔 수 있다. 소비자는 신선하고 맛있는 농산물을 적정 가격에 믿고 구매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농산물의 부가가치가 지역 내에서 순환하여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먹거리의 이동거리가 짧아져 환경부담도 줄일 수 있다. 로컬푸드는 상업화되어 가는 농업의 대안으로 1970년대 등장하였다. 먹거리의 사회경제문화생태적 의미를 되살리고 먹거리 체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사회적경제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세계 각국에서 공공급식, 직거래장터, 직매장 등을 중심으로 로컬푸드 소비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로컬푸드는 완주에서 가장 먼저 시작되었다. 완주군은 지역의 소농, 고령농 위주의 농업이 지속가능할 수 있는 방안을 로컬푸드에서 찾았다. 2008년부터 10여년 동안 꾸준히 로컬푸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한 결과,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직매장, 농가레스토랑, 학교급식 등의 매출액은 연 600억원을 넘어섰고, 2500여 영세고령농 등에게 월 180만원 정도의 소득을 보장하고 있다. 200여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협동조합사회적기업마을회사 등 다양한 사회적경제 조직을 중심으로 공동체가 살아나고 있다. 완주의 이러한 성과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먹거리 정책에 대한 최초의 국제 협약인 밀라노 도시먹거리 정책협약(Milan Urban Food Policy Pact)의 2018년 우수도시 시상식에서 아시아 최초로 특별상(거버넌스 부문)을 받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국제식량농업기구(FAO)에서도 완주군의 로컬푸드 정책을 우수사례로 소개하기도 하였다. 정부는 완주의 사례처럼 로컬푸드를 활용하여 지역단위의 지속가능한 먹거리 선순환체계를 확산해 가고 있다. 그간 로컬푸드 직매장 설치운영을 지원하던 것에서, 2018년부터는 혁신도시 공공기관 구내식당, 접경지 군대 등을 중심으로 공공급식에 로컬푸드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선도모델을 보급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시민사회와 지자체가 로컬푸드를 더욱 확대할 수 있도록 로컬푸드 확산을 위한 3개년 추진계획을 발표하였다. 시민단체와 함께 로컬푸드 지수를 개발운영하고, 지역에서 중소농 중심의 안전한 농산물 및 가공식품 공급체계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완주군이 보여주는 것과 같이 로컬푸드를 통해 농업농촌을 지속가능하게 함은 물론 우리의 밥상도 건강하게 지킬 수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살리는 로컬푸드의 가치가 완주를 넘어 우리나라 곳곳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길 바란다.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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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9.04 17:18

홍콩이 불안하다

송승엽 한반도 미래연구원 원장 홍콩은 1842년 아편전쟁에서 승리한 영국이 홍콩섬을 분할 받고, 1860년 다시 구룡반도를 분할한 데 이어, 1898년 신계(新界) 및 부속도서를 99년간 조차하면서 오늘날의 경계가 형성되었다. 1949년 사회주의 중국 정권 수립 후 동서 냉전시기 홍콩은 낙후된 중국의 외국 선진기술 및 자본도입 창구 역할을 하면서 국제 금융센터와 자유무역항으로 발전하며 인구 740여 만 명의 대도시가 되었다. 1982년 영국은 중국과 신계지역 조차 만료에 관한 협상을 진행, 1984년 12월 전 홍콩지역을 중국에 반환하고 50년간 기존 법과 자치권을 유지하는 특별행정 구역으로 설정하는 협정을 체결, 1997년 7월 1일 공식 반환되었다. 155년간 영국 통치 속에 살아온 홍콩인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사회주의 대륙의 중국인들과는 달리 자유민주주의 제도하에서 부유하게 잘 살고 있다는 우월의식을 가져왔다. 2017년 홍콩대학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자신을 중국인이 아닌 홍콩인이라고 답한 사람이 63.3%, 특히 18~29세 젊은 층은 93.7%에 달했다. 그러나 반환 이후 중국 경제의 고속 발전과 함께 중국 의존도가 갈수록 커졌으며, 막대한 중국자금 유입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빈부 차가 심화되었다. 홍콩의 집값은 3.3㎡당 1억 원을 넘어선 반면, 시간당 최저임금은 약 5200원에 불과하다. 작년 소득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 계수는 0.53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홍콩인, 특히 반환 이후 태어난 젊은이들을 더욱 좌절케 한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반환 당시 홍콩 GDP는 중국의 18.4%를 차지했으나 작년에는 2.7%로 축소됐으며, 국제 금융도시로서의 홍콩의 위상도 중국 상하이와 선전에 밀리고 있다. 또한 2047년 50년간의 자치기간이 끝난 뒤 과연 현재의 지위를 누릴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6월 홍콩 의회가 외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들어온 홍콩인 인도법(송환법)을 제정하려 하자, 동 법에 의거 홍콩 내 반 중국 인사들이 중국에 강제 송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 최대 200만 명이 모인 송환법 철폐 요구 시위를 전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시위 요구가 강경 진압 경찰에 관한 독립적 조사, 현 행정장관 사퇴 및 직선제 실시등으로 확대 장기화 되고, 중국 국기 훼손, 홍콩 독립 주장 등 중국의 권위에 도전하는 양상을 보이자, 중국이 미국의 배후 조종설을 제기하면서 시위를 외세 개입 색깔혁명으로 규정, 강경 대응에 나섰다. 중국으로서는 이번 시위에 굴복할 경우 경기침체에 빠진 인접 광동성 지역 동요는 물론, 티베트신장 소수민족들의 독립 요구를 촉발할 뿐 아니라, 1국 2제에 의한 대만 통일도 차질을 빚게 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중국은 홍콩 인접 선전에 대규모 시위진압 병력과 장비를 대기시켜놓는 한편, 홍콩 대신 선전을 금융?무역 중심지로 발전시키고 홍콩 시민의 선전으로의 이주 장려 계획을 밝히는 등 무력진압 압박과 경제적 봉쇄 위협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시위대는 시내 집회를 계속 열면서 경찰과 충돌하고 9월부터 학교 동맹휴학을 하는 등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불안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홍콩의 장래 문제는 2047년 자치가 끝나기 전 언젠가 해결해야 할 일이다. 모쪼록 이번에 위기를 서로 슬기롭게 대처, 예전의 평온을 빨리 되찾기 바란다. /송승엽 한반도 미래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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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8.28 20:08

열려라 전북 참깨

박정용 (주)쿠엔즈버킷 대표 시장에 가면 심심찮게 듣는 얘기가 있다. 중국산 참깨가 국산보다 낫다이다. 각자의 견해가 있고 보는 관점이 다르므로 시비를 가리자는 얘기는 아니다. 과연 국산 참깨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역사적 고증자료에서 재미있는 사실들이 찾아진다. 『고려사』에 중국에 보내는 공물로 참기름 기록이 있다. 전주대교수로 얼마 전 정년퇴직한 한복진 교수의 논문에서는 이를 두고 고려 참기름 품질이 우수하였다라고 고찰한다. 고려시대에 참기름은 인기 농산물이었다. 고려 명종22년 나라에 참기름과 꿀의 소비가 극심하여 국가의 재정이 흔들렸으며 이에 참기름과 꿀이 사용되는 유밀과 사용을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국가행사나 외국사신 접대에만 사용을 허락하였다 한다. 공양왕도 원나라 공주를 왕비로 맞는 결혼잔치에 고려에서 특별히 가져간 유밀과를 내어 놓았다고 하니 이만하면 중국에까지 참기름 맛이 널리 알려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정도면 무턱대고 중국산 참깨가 국내산 참깨보다 낫다고 얘기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국내 참깨 생산량이 해가 갈수록 줄고 있다. 값 싼 중국산에 이어 더 값 싼 인도,파키스탄,수단 등에서 많은 양이 수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일본은 이미 이러한 이유로 참깨 재배면적이 거의 사라졌다. 자급율이 1% 미만 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 13%까지 줄었지만 최근 다시 느는 추세이다. 일본과 달리 우리가 참깨 시장을 지켜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어머니의 힘이다. 가을이 무르익을 때가 되면 어머니는 직접 길렀거나 주위로부터 구입한 참깨를 들고 방앗간에 간다. 참기름이 나올 때까지 지켜 서서 기다렸다가 고소한 참기름이 되어 나오면, 가져 간 소주병에 담아 자식들에게 골고루 보낸다. 일본에는 없는 독특한 우리문화가 10%대 자급률을 지탱해 온 힘이다. 다행히 국산 참깨는 최근 재배면적이 늘고 있는데 값이 좀 비싸더라도 좋은 지방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추어 참깨 재배방법도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노지에서만 볼 수 있었던 참깨가 비닐하우스 안에서도 자란다. 고창 등에서 수박 후작으로 참깨를 재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깨나 수박 모두 연작피해가 있는 작물인데 수박을 수확한 후에 참깨를 심으면 둘 다 연작피해가 줄어든다. 노지보다 수량성도 좋아져서 종전에 10a당 50kg이던 수확량이 90kg이상으로 늘어난다. 국산 참깨가 값이 비싼 점을 고려하면 농가수익이 커진다는 얘기다. 올리브유는 세계화된 기름이다. 단일품목으로 시장만 무려 90조에 육박하는 엄청난 시장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90년대 10년 동안 급속히 성장했고 그 전까지는 올리브유도 참기름처럼 지역의 작은 기름이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한다. 지중해 식단이 미국에서 장수식단으로 유행했던게 시작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굳이 새로운 기름을 찾지 않아도 될 만큼 좋은 기름이 이미 사용되고 있다. 바로 참기름과 들기름이다. 콜레스테롤에 대한 효과는 올리브유보다 참기름이 더 크게 좋다. 오메가3가 65%나 함유된 들기름은 항산화성이 뛰어나 각종 염증질환에 효능이 있다. 전라북도는 곡창지대와 더불어 대규모 간척된 농지면적이 새롭게 유입되는 곳이다. 참기름도 올리브유처럼 세계화 할 수 있는 잠재성 큰 건강식품임을 감안할 때 참깨의 주산지로 전북을 고려해 보면 어떨까 싶다. 아직 참깨 주산지로서 세계적 명성을 가진 곳이 없다는 점도 기회요인이다. 알리바바가 보물이 쌓인 동굴을 여는 주문이 전북에서 통할지도 모른다. 글로벌 시장을 여는 열려라 전북 참깨가 될 날이 오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박정용 (주)쿠엔즈버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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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8.21 17:18

광복의 완성

이인재 행정안전부 기획조정실장 1919년 3월 1일 서울에서는 5천여 명의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다. 독립선언서는 민족대표 33인의 서명을 받아 약 2만여 장이 인쇄, 전국에 배포되었다. 그해 4월 11일 중국 상하이에서는 31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은 민주공화제 임시정부가 출범하였다. 우리 민족의 독립운동에 힘입어, 일제의 패망은 1945년 8월 15일 대한의 자주독립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1997년 12월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았다. 기업 부도, 금융기관 부실, 치솟는 실업과 환율 등 나라 경제가 빈사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우리는 금 모으기 운동을 비롯한 국민들의 땀과 희생을 바탕으로 빠른 시간 내에 위기를 극복해냈다. 노사정이 힘을 합쳐 경제구조 개혁에 매진한 결과, 경제 체질(fundamental)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할 수 있었다.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는 10년 전과 달리 대응역량이 있었다. 역대 최대의 추가경정예산과 확장적 통화정책, 한미 통화스와프 등의 조치를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했다. 2012년 우리나라는 사상 최고의 국가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우리 사회는 일본의 수출제한조치로 뜨겁다. 일본은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서,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3개 품목의 수출규제를 시행하고 우리나라를 백색국가(white list)에서 배제하였다. 일본 정부의 의도적이고 치밀한 경제보복은 온 국민의 우려와 공분을 사고 있다. 역사의 교훈은 자명하다.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오히려 이를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어낸 저력이 있다. 정부와 국회는 비상체제다.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요품목의 물량 확보와 대체 수입처 모색, 예산세제금융 지원 등 가용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대일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하였다.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한 단계 도약시킴으로써 다시는 일본의 기술 패권에 휘둘리지 않고 명실상부한 제조업 강국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공동체가 위기에 처했을 때 화합을 다지는 것만큼 긴요한 일은 없다. 1919년 3월 1일에는 직업의 귀천, 종교의 차이, 남녀의 구분 없이 국내외 온 민족이 독립운동에 참여했다. 1997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무려 350만 명의 국민들이 226톤의 금을 선뜻 내놓았다. 이번 위기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와 사, 그리고 국민들이 함께 힘을 모은다면 충분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오늘은 광복절이다. 광복이란 영예롭게 회복한다는 뜻이다. 우리 경제사회가 화합하여 위기를 극복하고 일본 경제를 뛰어넘을 수 있다면 그만한 광복이 또 있을까. 대한민국이 일본의 기술 패권을 극복하여 자유무역 질서를 수호하고 세계 평화와 번영에 이바지하는 모범국가로 우뚝 서는 날이 온다면, 그날은 비로소 광복이 완성되는 날이 아닐까. 광복절을 맞이하여 100년 전 우리 선조들의 외침을 음미해보자. 우리가 할 일은 우리 자신을 바로 세우는 것이지 남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중략)... 일본이 잘못된 길에서 빠져나와 ...(중략)... 책임을 다하게 하는 것이다. - 31독립선언서 중에서 / 이인재 행정안전부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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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8.14 16:39

우리 농업의 미래,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에 거는 기대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우리는 스마트 시대를 살고 있다. 스마트폰 알람으로 아침을 열고, 스마트키로 켠 자동차를 타고 출근한다. 퇴근 후에는 스마트TV 앞에 앉는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산업계에는 스마트팩토리 열풍이 불고 있다. 우리 농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오래전부터 자원의 효율적 사용, 안정적인 생산이 핵심인 스마트농업에 매진하고 있다. 올해 5월에 열린 G20 농업장관회의의 주요 화제도 스마트농업이었다. 20개국의 농업장관들은 ICT, 인공지능, 로봇과 같은 첨단기술을 농업에 접목하는 혁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제협력의 필요성에 동의하였다. 전 세계 경지면적의 60%, 농산물 교역액의 80%를 차지하는 20개국의 농업장관들이 농업의 스마트화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마트 농업이야 말로 농경지, 인력, 생산비중 감소 등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유지시킬 최적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UN 인구전망에 따르면 세계인구가 올해 77억 명에서 2050년에 100억 명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현행 농업생산구조로는 식량난은 피할 수 없다. 농업의 생산성 증대와 유통구조 혁신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노동인구 및 농지감소, 기후 변화와 환경오염은 농업에 심각한 도전이다. 우리나라도 농업인구의 고령화 현상은 심각하다. 2018년 현재 65세 이상 농가인구 비중은 44.7%로 우리나라 평균의 3배가 넘는다. 기후변화 또한 현실화되어 한반도의 생산 지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돌파구의 하나가 스마트농업이다. 스마트농업은 ICT 기술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효율적인 방법으로 생산성을 높인다. 휴대폰을 이용해 온실 내 온습도의 변화를 확인하고, 원격자동으로 최적의 생육환경을 만든다. 실시간으로 수집된 환경 및 생육 데이터는 과학 영농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균일한 품질관리와 안정적인 생산은 신선 농산물의 수출 활성화를 촉발한다. 스마트팜에서 키운 파프리카로 수출시장을 석권한 김제 농산무역은 좋은 본보기이다. 하지만 스마트농업의 시대가 저절로 우리곁에 오는 것은 아니다. 혁신의 아이콘인 아이폰과 알파고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혁신적인 기업 분위기에서 탄생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정부는 스마트농업의 활발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전국 네 곳에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선정했다. 기본 콘셉트는 자원을 연계한 시너지 창출이다. 청년 교육과 창업, 기술혁신 시설이 집적되어 청년 농업인, 기업, 연구자 간 시너지를 최대화한다. 스마트팜 전문가를 양성하고, 이들의 취창업도 적극 지원한다. 스마트팜 혁신밸리 최적지 중에 하나가 김제이다. 기본 인프라가 탄탄하다. 전북에는 국가식품클러스터, 농촌진흥청, 한국식품연구원, 민간육종단지, 한국농수산대학 등 연구기관과 기업들이 밀집되어 있다. 여기에 담당 공무원과 지역 주민의 높은 열정은 선도지역으로 자리매김에 일조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스마트 농업기술을 1세대 수준으로 평가한다. 정부는 농업선진국과의 기술(Agri-Tech) 격차를 줄이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시설원예 생산 중심의 스마트팜에서 노지 작물 및 축산, 유통 및 소비까지 농업의 스마트화는 확장될 것이다. 김제가 풍부한 연구 인프라와 인력, 농업 환경을 바탕으로 스마트농업의 선도거점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무한한 발전과 성과를 기대한다.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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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8.07 17:37

미국·중국이 무역전쟁을 하는 진짜 이유

송승엽 한반도 미래연구원 원장 지난 달 칼럼에 미중 무역전쟁 관련 글을 올린 뒤 소식이 뜸했던 고향 친구들이 반가운 안부 전화와 함께 두 나라가 싸우는 진짜 이유가 뭐냐?라는 질문을 많이 해왔다. 중국이 객관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결사항전으로 임하는 이유는 179년 전 청나라와 영국간 벌어진 아편전쟁의 아픔과 분노가 있기 때문이다. 아편전쟁(1840-42)은 영국이 청나라와의 무역적자를 아편 밀수출로 만회하려다 무력 싸움으로 번진 사건이었다. 당시 청나라는 전 세계 GDP 35% 를 차지하는 동아시아 대국으로 중화사상에 안주해 있다가 현대화된 소규모 영국군에 패하면 서 홍콩 영구할양, 광저우 포함 5개 항구 개항, 막대한 전쟁비용 배상 등의 굴욕적인 난징(南京)조약을 체결하였다. 이를 계기로 청나라는 세계 열강들의 이권 쟁탈 장으로 변하고 성난 종교단체 및 농민들의 반란이 8년간 100여 차례 일어나는 대혼란을 거치며 멸망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 이후 중국 지도자들은 국가발전 목표를 설정할 때마다 아편전쟁이란 치욕의 깊은 상흔을 되새기며 절치부심 부국강병을 위해 분투해 왔다. 따라서 지금의 미중 무역협상 결과가 중국인들에게 민족 자존심을 손상하는 굴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질 경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국가 비전으로 제시한 시진핑 주석에게는 곧 권력 기반을 상실하는 결정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오는 10월 건국 70주년, 내년 아편전쟁 180주년, 내후년 중국 공산당 창립 100주년, 그 다음해 공산당 전국 대회 등 굵직한 정치 일정들을 앞두고 있어 시 주석 운신의 폭이 극히 제한되어 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중국을 강하게 몰아 부치는 것일까? 현재 미국 내에는 그 동안 중국이 경제는 물론 군사안보 분야에 까지 맹추격해 오는 것을 보면서 중국 위협론 및 그간의 대중국 정책 실패에 대한 공감대와 함께, 중국 발전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가 형성되어 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6월3일 중국 천안문사태 30주년 관련 중국정부를 비난한 뒤 그 후로 수십 년간 미국은 중국이 국제시스템으로 편입하면서 보다 개방적이고 관대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희망했지만, 이러한 희망은 내동댕이쳐졌다고 했다. 펜스부통령도 작년 10월 한 연설을 통해 우리는 자유로운 중국이 필연적이라는 낙관적 기대 아래 미국 경제에 자유롭게 접근하게 하고 세계무역기구 가입도 도왔으나 기대대로 실현되지 않았다 고 주장했다. 지금의 미중 무역전쟁은 그 출발점이 과거 청영 아편전쟁처럼 대중국 무역불균형 문제를 강압을 통해 해소하고자 한 것에서 같다. 그러나 아편전쟁은 상승세였던 영국이 패권국 청나라에 도전해 멸망의 길로 들어서게 한 것이며, 미중 무역전쟁은 패권국 미국이 상승세의 중국을 더 이상 도전하지 못하도록 막으려는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따라서 미중 무역전쟁은 협상과 대결의 긴장 국면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며, 그로 인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기존 국제질서를 흔드는 대혼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변화에 민감한 일본은 군사대국화로의 재빠른 변신을 꾀하면서 한국에 대한 공격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그런데 우리 내부는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려 조선시대 당파 싸움처럼 서로 나뉘어, 증오하며, 싸우고 있다. 그렇게 해서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치욕의 날이 불과 109년 전 인데... /송승엽 한반도 미래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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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31 17:08

참기름을 시작한 이유

박정용 (주)쿠엔즈버킷 대표 시장에 얼마나 많은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지 궁금해진 적이 있었다. 구글(Google)을 통해 알아본 바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새로운 소비재로 등록되는 양이 한 달에 4만개 정도 된다고 한다. 이중에서도 2만개의 식품음료가 매 월 시장에 나오고 있다하니 이정도면 뭘 해도 힘들겠다라는 생각이 드는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확률로 보면 그렇단 얘기이지 1년이면 48만개의 상품을 새로 만들어내고 있는게 또한 현실이다. 이를 볼 때 세상은 현실적 문제와 비현실적 공상이 공존하는 구역임이 틀림 없다. 심지어 사람들은 물건이 나오기 전까지는 앞으로 나올게 무엇인지 전혀 모르다가도 새로운 물건이 맘에 들 때 난 이런게 나오길 지금껏 기다렸어!라고 자신 있게 얘기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물건이 이 소비자의 결핍을 멋지게 해결한 걸까? 다시 말하지만 세상은 현실과 공상이 공존하는 구역이다. 소비자의 결핍은 오래 시간 실제로 감내한 부족분 이라기 보다는 일시적인 외부적 자극에 의해 마치 자신의 숨어 있는 욕구를 발견한 듯한 착각에서 출발했을 수 있다. 이것은 좋은 컨셉을 만드는 이론과 기술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소비자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결핍이 새로운 제품이 세상에 나오면서 결핍으로 발견 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얘기다. 바로 참기름에 관한 얘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한식에는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재료 참기름, 하지만 참깨의 고향은 이집트, 북부 아프리카다. 참깨가 우리나라에 처음 전해진 것은 삼국시대로 보인다. 학자중 일부는 삼국사기의 油라는 글자를 참기름으로 본다. 참깨는 칼슘, 인, 아연, 철, 비타민B1, B2 및 니아신이 풍부하고 불포화 지방산인 올리엔산과 리놀산, 루이신 및 글루타민산과 같은 필수 아미노산을 다량 함유한 영양의 보고이다. 특히 강한 항산화 효과를 내는 리그난이라는 물질이 밝혀지면서 어느 대기업에서 이를 제품명에 추가하여 리그난참기름이라고 이름 붙여 판매할 정도로 항암,항혈압, 항당뇨, 혈중콜레스테롤 저하 등 그 효과가 다양하고 뛰어나다. 참기름도 예전에 가마솥에 볶고 맷돌에 갈아 만드는 방식에서 기계화를 거치며 변화를 겪게 된다. 초창기 도입된 여러 가지 방식의 기계가 있었지만 쉽게 짜지면서 고장이 없는 방식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지금의 흔하게 볼 수 있는 착유시스템이다. 참깨에서 참기름이 짜지는 원리는 간단하다. 참깨 안에 들어 있는 유지를 눌러서 짜내는 공정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기름 성분이 참깨 씨앗 안에 있는 섬유질에 흡수되어 배출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기름을 짜내기 위해서는 일정 온도가 필요한데 높은 온도를 가할수록 섬유질은 경화되고 쉽게 기름을 분리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더 높은 열에 노출될수록 섬유질은 석탄화 되어 더 이상 기름을 잡고 있는 힘이 없어지니 기름양도 많아지고 기계적인 힘도 덜 든다. 지금의 방식은 자연스럽게 고온 방식이 권유되고 사용되어진 결과다. 이 때 화학적으로 발현되는 향도 많아져 오랜 기간 두고 팔아도 이상이 없을 만큼 보존성도 강해진다. 소비자 위주의 시장이 아니라 공급자 위주의 시장이 생성된 이유다. 어렸을 때 엄마가 한 움큼 집어서 입에 넣어 주는 볶음참깨의 맛을 나는 기억한다. 참기름은 참깨를 볶아서 만들지만 볶음참깨의 맛과 연결되지 않는다. 참기름 고유의 강한 향과 맛으로 존재한다. 참기름에서 볶음참깨의 맛이 날 수는 없는지 궁금했다. 이점이 필자가 참기름을 저온으로 짜게 된 이유다. 그리고 7년 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조그만 방앗간을 차려 놓고 기존과는 다른 기계들을 사용하여 착유를 시작하였다. /박정용 (주)쿠엔즈버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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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24 17:03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

▲ 이인재 행정안전부 기획조정실장 드라마 「보좌관-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인기다. 국회의원 뒤에서 수없이 많은 타협과 번민을 반복하며 치열한 생존기를 써 내려가는 이정재(장태준 보좌관 역)의 이야기다. 유리천장에 도전하는 여성정치인 신민아(강선영 의원 역)를 보는 재미도 있다. 채널을 돌려 뉴스를 보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84일 만에 국회가 정상화되었지만, 추가경정예산 심의, 개혁법안민생법안, 일본 수출규제 등 풀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 필자가 공직에 몸담은 지 어언 30년이 되었다. 겪어보니 중앙부처의 모든 일은 두 가지로 귀결되었다. 법과 예산이 그것이다. 국회의원과 그 보좌진은 수많은 법안과 예산안을 검토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국민들의 지탄은 여전하다. 610 항쟁을 계기로 민주주의 제도는 정착되었지만,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갈증은 여전히 깊은 것 같다. 국민들의 시각에는 중앙정부는 아직 집권적이고 관료적이며, 정치권은 여전히 다툼과 대립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어디에서부터 꼬인 실타래를 풀어갈 수 있을까. 필자는 그 실마리를 지방분권에서 찾고 싶다. 지역경제, 일자리, 특성화 식품 등 미시정치 영역의 문제들은 지역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해결의 적임자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지역이 있는가 하면, 인구소멸을 걱정하는 지역이 있다. 현장의 감응성을 지닌 지역에서 직접 해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분권을 통한 다원주의의 확장은 혁신을 가져오기도 한다. 인류 역사에서 많은 경우 혁신은 변방에서 시작되었다. 지방 곳곳에서 창의성과 역동성이 발휘될 수 있을 때 로컬푸드, 사회적 경제, 생활임금, 대안학교 등 혁신적인 사례가 나온다. 지방은 민주주의 학습의 장이자, 새로운 리더의 등용문이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41), 오스트리아 쿠르츠 전 총리(32) 등 젊은 지도자가 탄생한 것은 어린 시절부터 정치를 배우고 훈련받을 수 있었던 시스템 덕분이다. 정부는 지난 3월, 지방자치단체의 조직인사 등 자치권을 확대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30년 만에 국회에 제출하였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주권을 보장하기 위한 재정분권 추진방안도 확정하였다. 주민참여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주민투표주민소환주민발안을 활성화하는 내용의 주민참여 3법을 발의하였다. 지방의회가 단체장의 감시자(watchdog)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전문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보완책도 마련하였다. 하지만 제도보다 중요한 것이 행위자다. 주권자인 국민들의 손에 지방분권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말이다. 갈수록 경제가 팍팍해져 먹고 사는 문제 외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역 곳곳의 문제를 주민들 스스로 화합하여 해결해 나간다면 그만한 정치가 어디 있을까? 전북도민부터 지역사회에 대한 참여를 일상화하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때에는 후보자의 정책과 비전을 세밀하게 살펴봤으면 한다. 순자(荀子)의 말처럼,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혹은 뒤집기도 한다(水則載舟 水則覆舟). 국민은 물(水)이다. 우리는 2017년 촛불혁명으로 이를 몸소 체험한 바 있다. 국민들 모두가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 이인재 행정안전부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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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17 17:25

여름휴가+농촌여행=끈끈한 가족의 가치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인류가 최초로 여행을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정답은 500만년전이다. 현생인류의 직계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처음 아프리카 땅에 발을 디딜때부터라고 한다. 인류의 역사는 여행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월, 여름이다. 호모사피엔스의 여행본능이 깨어나고 있다. 일상의 탈출을 꿈꾸는 5천만 대한민국 국민의 심장이 이글거리는 태양만큼이나 뜨거운 계절이다. 올해 관광공사가 밝힌 2019년도 관광 키워드는 BRIDGE이다. 일상과 여행이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쉽게 언제 어디로든 떠날 수 있도록 맞닿아 있다는 의미이다. BRIDGE는 두문자의 모음이다. 여기서 B는 Break the Generation Gap, 베이붐세대와 밀레니얼세대가 다함께 즐기는 다세대 가족여행이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을 예상하고 있다. 과거 국내, 해외 관광지를 중심으로 단체 여행이 대세를 이루었다면 이제는 가족단위, 개인 여행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특별한 곳을 찾고 있다. 그 변화가 빠르다. 농촌관광도 트렌드의 변화가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농촌관광객은 내국인이 1,237만명에 달하고, 외국인도 22인만명을 육박하였다. 가족단위 관광객 비중이 2018년도에 21.2%로 2017년도에 비해 3%p나 증가했다. 농촌관광의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정부는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가족단위 농촌관광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농촌체험마을을 육성하고, 관광농원, 테마공원을 확대하고 있다. 농촌관광 시설 대상 등급제를 통해 보다 나은 프로그램과 서비스 제공을 유도하고 있다. 아울러,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높아진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는 안전한 농촌여행을 담보하기 위해 법령을 정비하고, 안전관리도 강화하고 있다. 우리 전북에도 급변하는 수요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농촌관광의 대표 자원이 있다. 바로 임실군 성수면에 위치한 임실치즈테마파크이다. 임실은 얼마 전 국민들에게 베품과 나눔의 감동을 남기고 선종하신 지정환신부께서 치즈가공을 시작한 것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임실치즈테마파크는 축구장 23개 크기인 4만6천평의 넓은 대지에 체험실습장, 식당, 숙박시설, 유가공공장, 연구소, 판매장, 홍보관이 자리하고 있다. 한해 방문객은 50만명을 훌쩍 넘고 있다. 지역의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이곳을 조성하기 위해 6차산업지구, 테마공원 육성, 향토산업 육성, 신활력 사업이 집중 투자되었다. 행정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실치즈테마파크의 핵심 컨셉은 가족들에게는 휴식을, 아이들에게는 농업농촌의 가치를 알게 하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는 핵심 컨셉에 충실했을 때 자연스레 따라오는 성과물이다. 지난해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3백억원에 달하고 있다. 어느덧 7월, 여름휴가를 어디서 보낼 지를 두고 가족회의를 열 때이다. 부모와 아이의 의견 충돌이 발생하기 십상이다. 부모와 아이의 니즈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곳으로 임실치즈테마파크를 제안한다. 좋은 선택지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임실치즈테마파크에서 부모와 아이들이 보고 느끼는 것은 달라도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더욱 튼튼해지리라.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함께하면 언제나 그 기쁨은 배가 될테니까.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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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10 16:48

미·중 무역전쟁 어떻게 될 것인가?

송승엽 한반도 미래연구원 원장 작년 7월초 미국이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로 일어난 무역 갈등이 첨단 기술 및 외교안보 문제로 까지 비화되는 등 전면전으로 치닫다가 6월29일 양국 정상 회담으로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지난 5월 10일 미중 무역협상 결렬로 대립이 격화된 뒤 중국 시진핑 주석은 국공 내전시 공산당 군이 국민당 군의 포위망을 뚫고 탈출을 시작했던 대장정 출발 기념관을 찾아 우리는 최후에 믿을 수 없는 기적을 창조했다 면서 (중국에 대한)자신감을 굳건히 할 것을 강조 했으며, 언론 매체들도 연일 중국은 새로운 대장정의 길을 갈 것이다면서 결전 의지를 다졌다. 대장정은 1934년 10월 16일 중국 공산당군이 근거지였던 동남부 장시성 서금에서 약 70만명의 국민당군 포위망을 똟고 370일 동안 2만 5천리 길을 도보와 우마로 이동하여 서북부 산시성 연안으로 탈출한 사실을 말한다. 11개 성, 18개 산맥을 가로지는 강행군속에 많은 사람이 이탈하거나 병들고 포로로 붙잡히면서 출발시 인원 약 8만명이 목적지에 도착할 때는 7천명 정도 밖에 안되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당내 비주류였던 마오저뚱이 권력을 장악하고, 국민당과 합작으로 8년간 항일(抗日) 전쟁을 하며 세력을 키운 뒤, 다시 국민당과의 전쟁에서 승리, 현 중화인민공화국을 건설하는 신화를 만들어 냈다. 오늘날 중국이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상기하며 결전을 다짐하는 것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어떤 희생과 손실을 감수해서라도 물러서지 않고 국가의 자존심을 지켜낼 것이며 그럴 자신감과 능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이 5월 28일 미국의 중국통신장비 제조회사 화웨이에 대한 제재는 중국 경제를 근본적으로 바꿔 서방의 자유 시장경제와 협력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끝까지 가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또 미국방부는 6월1일 발표한 인도태평양전략 보고서에서 중국 공산당을 억압적인 세계 질서 비전의 설계자라고 지적하고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이 지역을 재편성하려고 하며, 군사 현대화와 영향력 행사, 약탈적 경제 등을 동원해 다른 나라에 강요한다고 비판하였다. 대통령 트럼프도 6월 10일 CNBC 인터뷰에서 나는 중국이 우리만큼 더 잘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에 대한 강한 견제심리를 드러냈다. 629 트럼프시진핑 담판은 협상재개 합의 및 추가관세 보류로 더 이상의 확전을 멈추게 하였으나 핵심 쟁점을 타결할 시그널이 보이지 않아 언제든지 재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특히 미국이 대중국 견제라는 패권적 의도를 여실히 드러낸 상황에서 당장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되돌아갈 수 없으며 타협하며 싸우는 국면이 지속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우리의 경제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끼침은 물론, 싸움이 격화될수록 우리에게 안보 동맹국(미국)과 최대 교역국(중국)중 택일을 요구하는 강도가 심해질 것으로, 이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고향 친구들과 식사하며 국제적 핫 이슈인 미중 관계 관련 서로의 견해를 피력한 뒤 귀가하는 지하철 속에서도 계속 같은 생각에 젖어있다가 그만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치고 말았다. /송승엽 한반도 미래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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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03 16:40

왜 아이를 낳지 않을까

김희관 전 법무연수원장광주고검장 출산율 하락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인류에게 결혼과 새 생명의 탄생은 가장 축복받을 일이다. 인간이 종(種)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결혼과 출산이 계속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종족보존이라는 릴레이의 바통을 다음 세대에 건네주는 것을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현상은 그저 단순히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나 국가경쟁력의 저하 차원으로만 바라볼 문제가 아니다. 공동체의 존속을 위협하는 심각한 적신호이다. 예전보다 지금 잘 먹고 잘 살고 있지만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하는 것은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자신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면 그 고통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아이를 낳는 것도 꺼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행복지수가 낮은 사회는 출산율도 낮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행복지수가 낮은 데는 매우 복합적인 원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빈부격차의 심화는 그 중 하나이다. 양극화 현상은 국가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중차대한 문제지만 현실적으로 단기간내에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여기에서 사람들의 행복감은 객관적 여건 못지않게 주관적인 태도와 반응에 의해서도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행복지수가 줄어든 데는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과도한 경쟁문화의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특유의 성공지향문화, 빨리빨리 문화가 경제적 풍요를 가져왔지만, 한편으로는 바로 그것이 사회전반적으로 과도한 경쟁문화를 고착화시키면서 오히려 삶의 재미와 행복을 깎아 먹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먹고 살기 위해 시작된 경쟁이 이제는 그저 남을 꺾고 이기기 위한 경쟁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행복론에서 과도한 경쟁이 출산율을 저하시키는 주범이라고 갈파하였다. 사람들은 경쟁을 하면서 내일 아침을 먹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옆 사람을 뛰어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게 되고, 그럴수록 행복한 삶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자녀를 낳으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경쟁을 없애야 한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과도한 경쟁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의 말처럼 제때의 한 바늘이 나중에 아홉 바늘의 수고를 막아준다고 하면서 오늘 천 바늘을 꿰매는일이 매일 반복되어서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소수의 사람들이 성취한 수준을 마치 모두가 이뤄야 할 삶의 표준인 것처럼 제시한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과연 자신의 삶에 얼마만큼 행복하고 만족할지는 정작 모르는 일이다. 행복은 재산순, 출세순,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경쟁 자체를 위한 경쟁은 끝이 없다. 경쟁에 뒤쳐진 나를 자책하고 다그친다. 그러다 선두에 서면 선두를 놓치지 않으려고 또 경쟁한다. 그러니 행복할 수 있겠는가. 자신의 아이들이 그러한 경쟁의 쳇바퀴에 갇혀 있는 신세가 되기를 어느 부모가 바라겠는가. 물론 한 사람 한 사람의 결단과 노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은 사회적 시선과 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의 문화와 분위기를 바꾸어야 한다. 교육과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 선의의 경쟁은 권장하지만 경쟁 그 자체를 위한 경쟁은 행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집단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나로 살 수 있고, 행복해 질 수 있는 것이다. /김희관 전 법무연수원장광주고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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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26 16:21

새끼 이바구 타령

손해일 국제 PEN한국본부 이사장 세상만물의 자체 생존 본능과 종족보존의 결과물인 <새끼>는 참으로 위대하다. 태초에 하나님이 세상 만물을 창조하셨지만, 우주 순행의 원리로 새끼들이 새끼줄처럼 새끼 쳐서 세상이 유지되고 활력을 되찾는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에서부터 단세포 하등동물인 아메바나 바이러스 박테리아 까지도 새끼로 끝없이 생성 진화함으로서 세상은 잘도 돌아간다. 지구촌의 급격한 기후 환경변화와 천재지변 또는, 인간의 몰지각한 환경 파괴로 어느날 갑자기 생물이 멸절된다면 지구는 우주의 하찮은 광물 떠돌이별로 전락할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무심코 쓰는 새끼라는 말은 그 뜻의 숭고함과 역할의 다대함에도 불구하고 동물과 연결될 때는 XX새끼로 저속한 욕설이 되기도 한다. 새끼타령을 더 해보자면... 태양계는 광대무변한 우주 은하계의 지극히 작은 행성의 새끼일 뿐이다. 지구 역시 우리가 학창시절 외우던 수, 금, 지, 화, 목, 토, 천, 해, 명 순으로 태양계의 새끼 위성 9개중 하나이다. 그런데 맨끝 명왕성은 달보다도 크기가 작고 밝지 않다는 이유로 2006년 8월에 테양계 행성의 지위를 박탈당했다. 그대신 어느날 숨겨둔 자식이 불쑥 나타나 친자확인을 주장하듯이 기존의 명왕성이 빠지고 새로 발견된 케레스, 케런, 제나가 추가되어 태양계의 행성 서열도 바뀐 것이다. 케레스는 로마신화에 나오는 풍작의 여신, 케런은 그리스신화 중 저승 스틱스강의 뱃사공, 제나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전사 이름이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태양계 행성 서열은 수, 금, 지, 화, (케레스), 목, 토, 천, 해, (케런), (제나) 11개로 개편되었다. 이밖에 각행성의 혼외정사 새끼들인 살별과 별똥별들은 또 얼마나 명멸하며 허공으로 사라지는가. 인류는 아담과 이브의 새끼이다. 나는 2천여년 전 신라 6부촌인 무산 대수촌장 구례마 할아버지의 까마득한 77세손 밀양 손씨이다. 서양의 성명중 대종을 이루는 00슨(son) 씨리즈는 말그대로 아무개의 아들 이란 뜻이다. 예컨대 존슨은 존의 아들. 닉슨은 닉의 아들, 사무엘슨은 사무엘의 아들이란 얘기다. 러시아나 구 소련권의 00스키라는 이름도 영어권의 00슨과 같은 맥락이다. 브레즈네프의 아들은 브레즈네프스키, 차이코프의 아들은 차이코프스키라는 식이다. 그런가하면 나폴레옹 3세, 엘리자베스 2세, 헨리 8세 라는 식의 숫자로 후손들의 가계 혈통을 나타내기도 한다. 또한 우리말의 동물 새끼 이름들이 다채로와 새겨둘만 하다. 예를 들면 호랑이새끼는 개호주, 곰새끼는 능소니, 소새끼는 송아지, 암소 뱃속 탯송아지는 송치, 말새끼는 망아지, 숫나귀와 암말 잡종은 버새, 닭새끼는 햇병아리, 꿩새끼는 꺼병이라 부른다. 알배기 물고기 암컷들도 수컷 이리(精)를 받아 새끼를 낳고 감돌고기는 꺾지에게 탁란하기도 한다. 물고기 새끼 이름을 몇 개 열거하자면 풀치는 갈치새끼, 껄데기는 농어새끼, 꽝다리는 조기새끼, 간자미는 가오리새끼, 고도리는 고등어새끼를 말한다. 푸성귀와 나무들도 홀씨로 날리고 줄기로 뻗어 짙푸르고 누렇고 빨간 아름다운 채색 강산을 만든다. 민들레처럼 홀씨로 바람에 날리거나 겨우살이나 버섯종류는 나무에 기생하거나 포자로 뿌리박고 성장한다. 하다못해 미물 박테리아 바이러스도 포자로 새끼 치고 퍼지고 날리니 오오, 까마득한 날에 궁창이 열리고, 동네아낙의 입방아 소문까지 날개를 달아 새끼를 치는구나. 하나님의 섭리대로 만물이 새끼를 쳐서 날로날로 번창하니 복 있을 진저, 새끼들 천국이여! /손해일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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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19 17:07

무엇이 그들을 당당하게 만들었나?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만화 같은 일이다. 드라마에서 그렇게 스토리를 만들면 욕먹는다.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영화 얘기가 아니다. 폴란드에서 펼쳐지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월드컵에서 남자대표팀 사상 첫 FIFA 주관 대회 결승진출을 일궈낸 우리 대표 팀의 선전 얘기다. 슛돌이 이강인, 빛광연 골키퍼 이광연 등 21명 선수 전원의 플레이는 가뜩이나 어두운 뉴스로 가득 찬 대한민국 사회에 한줄기 빛이 되고 있다고들 한다. 누군가는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박세리가 보여준 맨발 투혼이 IMF직후 실의에 빠졌던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던 것까지 비교한다. 나아가 얼마 전 방탄소년단(BTS)이 빌보트 차트 1위를 차지하고 비틀즈, 퀸 같은 세계적인 팝스타들이나 섰던 웸블리 스타디움 등에서 4회 공연에 23만 명의 전 세계 각국 팬을 끌어 모은 것은 또 어떤가! 경제적 가치로만 보면 국내 생산 유발효과가 4조 1400억 원(현대경제연구원)에 이른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여기에다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맹활약한 손흥민(토트넘), 미 메이저리그 야구 역사 백년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류현진 까지 한마디로 문화,스포츠 콘텐츠 강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를 두고 언론과 기성세대가 엄청나게 흥분할 때 정작 당사자들은 의외로 담담하게 즐기고 있다. 이강인은 지난 5월 대회를 앞두고 작성한 셀프 프로필에서 월드컵 목표를 처음부터 우승이라고 적었다고 한다. BTS의 리더 RM은 21세기 비틀즈라는 호칭이 정말 영광스럽지만, 21세기 BTS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라고 말했다. 유럽챔스 결승에 진출한 손흥민은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겁낼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당당하게 만들었을까? 이들의 공통점은 1990년대부터 2000년 초반까지 즉 천 년이 끝나고 시작되는 전환점에 태어났다는 의미의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라는 점이다. 국민대 경영학부 이은형 교수는 『밀레니얼과 함께 일하는 법』이라는 책에서 그들이 누구인지, 새로운 세대가 등장한 의미가 무엇인지 미처 알기도 전에 그들은 시장을 지배하고 조직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들이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뛰어난 기술과 적응력, 협업능력 등을 갖췄으면서 동시에 기존 질서를 무시하고, 개인을 중시하며, 조직과 대등한 계약관계임을 내세우면서 기성세대를 꼰대로 만들고 기존의 조직문화를 뒤흔다고고 말했다. 지난 83년 첫 4강 신화를 만들어냈던 박종환 감독 사단의 선수들은 스파르타식 방식으로 훈련받았고 애국심과 불굴의 투지로 무장한 전사들과 같았다. 지금 축구 대표팀은 막내 이강인이 선배들의 양 볼을 잡고 격려한다. 결승행을 확정한 직후 정정용 감독을 향해 달려가 동료나 친구 대하듯 생수를 뿌리고 등을 치며 축하 세리머니를 펼친다. 과거 성인축구대표팀은 평소 평가전에는 잘하다가 정작 본선에서는 한마디로 얼어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뒷심이 부족해 역전패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후반전, 연장전에 더 힘을 발휘한다. 그러면서도 서로 격려하며 게임을 즐기기까지 한다. 밀레니얼 세대에 대해 분석한 랭카스터와 스틸먼은 SNS에 익숙한 M세대는 이전 세대와는 차원이 다른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네트워킹 하는 방식도 완전히 다르다. 수평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서로 협력하는 것에 익숙하다. 모르는 상대방과 온라인에서 게임을 하며 협업을 경험했기에 팀워크에 익숙한 만큼 팀프로젝트 형식으로 일을 맡기면 더 잘 해낸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천년을 이끌어갈 밀레니얼 세대의 경쟁은 시작됐다. 조금은 우리나라 세대들이 앞서가고 있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다. 이것도 순위와 경쟁에 익숙한 꼰대세대의 구태의연한 평가인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기분이 좋은 것은 좋은 것이다. 일요일 새벽, 우리 U-20 월드컵 국가대표팀이 새로운 길을 냈으면 좋겠다. 안되더라도 충분히 즐기길 기대한다.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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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12 17:19

기억력 유감

이강만 한화그룹 부사장 한 사람이 평생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을 기억할 수 있을까? 만 명, 천 명, 백 명?케빈 브록마이어의 소설 로라시티를 떠올리며 든 궁금증이다. 사람마다 뇌의 용량이나 기능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단언적으로 얼마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얼마 전 모 언론사 간부와 얘기던 중 그분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가 3천개가 넘는다고 해서 적잖이 놀랐다. 작년까지 2천개 남짓 연락처를 가지고도 늘 벅차하던 필자인지라 그 많은 분들을 어찌 다 기억하느냐고 물었더니 기억까지는 모르겠지만 언론계 간부들은 대개 그 정도의 연락처는 가지고 있단다. 휴대폰 연락처에 저장된 분의 숫자가 천명이 될 때까지는 전화 발신자 이름이 뜰 경우 그가 누군지 거의 기억해냈는데, 그 이상을 넘긴 이후부터는 화면에 뜬 이름을 보고서도 누군지 헷갈려 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연락처를 새로 등록할 때 신체적 특징이나 간단한 약력 등을 추가로 입력하는 방법도 취해보았지만 역시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 자신이 직접 저장한 이름이 뜨는데도 얼굴도 생각 안 나고 심지어는 수화기 저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고 나서도 누군지, 어디서 만난 분인지도 모르면 정말 당황스럽다. 그래서 말을 올리지도, 그렇다고 하대하지도 못하고 아~, 네~라는 추임새를 연신 발하며 상대가 누군지 단서를 찾으려는 경우가 허다하다. 장황하게 이 이슈를 꺼내는 이유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울려대는 기억 저쪽의 발신자 이름과 아예 전화번호로만 뜨는 수신전화로 인한 곤혹스러움이 오롯이 필자 혼자만의 몫은 아닐 듯싶어서다. 연초에 휴대폰을 교체하면서 상당기간 피차 연락 안한 번호들은 아예 제외하고 가끔씩이라도 소통하는 600여명만 연락처에 입력해놓았다. 그런데 이제 입력 안된 분들로 인해 각종 해프닝이 생기고 있다. 백업리스트에도 없는 전화번호로, 회의나 부재중 걸려온 전화가 있다. 그냥 무시하면 대개는 더 이상 전화가 오지 않는다. 광고성 전화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끔이지만 콜백이 없는 경우 독촉 문자를 보내는 분이 있다. 그것도 본인 성함도 밝히지 않고 다정하게, 또는 하대조로 답신을 재촉하면서 말이다. 그냥 무시하려다가도 어떤 때는 조급증이 발동해 전화를 걸고 만다. 그러면 상대는 춘향이 이도령이라도 만난 듯 반가이 자신을 소개한다. 스쳐가며 명함을 교환하거나 학연 지연으로 얽혀 있는, 알 듯도 모른 듯도 한 분들이다. 간단히 인사가 오가면 대뜸 용건을 얘기한다. 십중팔구 해결해주기 힘든 부탁이다. 세상이 분명 바뀌었지만 그분들은 아직 그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세상 일은 모두 공명정대하게 처리되어야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지금 얘기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예외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믿는 부류다. 그분들이 오죽하면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가끔씩은 부아가 치민다. 좀더 지혜롭게, 그리고 상냥하게 대처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자책으로 말이다. 불과 몇 달 사이에 휴대폰 연락처가 또 300개 늘었다.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기존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어렵거니와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 않을 수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러니 기억 못하는 분으로부터 연락을 받는 일은 앞으로도 불가피해 보인다. 이 사소하지만 중요한 문제를 어찌할까 고민했는데, 역시 과거에 한동안 사용했던 방법이 좋을 것 같다. 기억이 떠올려진 분이나 적어도 백업리스트에 포함된 번호이면 답신을 하는 것으로 말이다. 세상과는 끊임없이 소통하되, 번잡함에 끌려 다니고 싶지 않아서 말이다. 그래도 이런 방법이 옳은 것인지는 여전히 확신이 없다. 하지만 어찌하랴. 아직 할 일이 태산인데 선한 코스프레 하느라 에너지를 고갈시킬 순 없지 않은가? 다만 여전히 꺼림칙한 게 있다. 로라의 기억 덕분에 시티에서 평화롭고 안온하게 존재하는 사람들이 떠올라서다. 필자는 과연 전화발신자에게 어떤 존재일까? 기억되는 자, 아니면 기억 잘하는 자, 그도 저도 아닌 그냥 기억력 나쁜 자. /이강만 한화그룹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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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6.0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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