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문화 마주보기] (3)연극·영화
활기 찾은 무대, 돋보인 지역의 예술역량지난해 전북연극이 각 극단들의 활발한 활동으로 다양한 실험과 가능성을 모색했다면 올해는 다져진 내실과 역량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결실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을만하다. 제 20회 전국연극제를 비롯해 여느해보다도 활발한 활동과 행사가 이어졌던 덕분에 전북연극은 올 한 해 동안 새로운 도약의 기반을 탄탄히 다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막을 내린 제20회 전국연극제는 18일이란 긴 행사 기간동안 연일 만석이라는 이변(?)을 일으키며 전북 연극의 전통과 역량을 확인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역대 연극제 사상 최대 관객이 참여해 가장 성공적인 연극제로 평가받은 이번 연극제는 지역대표로 출전한 극단 ‘창작극회’(대표 류경호)가 우수작품상(은상), 배우 정경선씨(전주시립극단 단무장)가 우수연기상을 수상해 지역 연극의 위상을 한층 더 빛나게 했다. 올해 전북연극의 성과 중 하나는 창작극과 신인 배우의 발굴이다. 창작극 발굴은 특히 주목을 모을만하다.제18회 전북연극제에 참여한 김정수씨(전북도립국악원 상임연출)의 ‘종이새’(극단 하늘)와 최정씨(전북대 3년)의 ‘숨길 수 없는 노래’(극단 명태), 제20회 소극장연극제에 참여한 김정숙씨(배우)의 ‘옷 벗는 여자’(극단 창작극회)와 윤석정씨(배우)의 ‘행복하세요’(극단 작은소·동) 등 기성 극단의 무대에 올린 창작희곡만도 4편에 이르렀고, 지난 9월 청소년연극제에서도 청소년들이 직접 써낸 창작희곡 다섯편이 올려져 창작극 활성화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배우기근의 환경속에서 역량을 돋보이는 신인배우들의 도약은 전북연극계의 희망으로 안겨졌다. 강지애, 박영준, 성상희, 이상연, 이지순, 이혜지, 임지수, 오지윤, 주서영, 최은선, 최성진씨 등 새내기 배우들이 그들. 신인들의 열정적인 활동으로 기성 극단들은 새로운 분위기를 맞을 수 있게 됐다. 자연히 기성극단들의 활동도 활기가 넘쳤다. 지난 9월, 7개월여의 공백 끝에 장성식 상임연출(백제예술대교수)을 영입한 전주시립극단은 ‘업’(業·KARMA)으로 제1회 베트남 하노이연극제에 참여, 큰 호평을 받으며 국제 무대로의 진출 가능성을 열었고, 한동안 멈칫했던 인형극단 ‘까치동’(대표 전춘근)이 한지인형극 ‘호랑이님 나가신다’로 다양한 축제 현장에서 즐거움을 선사했다. 또 마임극단 ‘달란트연극마을’(대표 최경식)도연극에 대한 인식을 높였다.한국소리문화의 전당 개관으로 모처럼 타지역 연극들이 대거 전주를 찾아 연극 애호가들의 입맛을 충족시켰던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가족뮤지컬 ‘오즈의 마법사’, ‘로미오와 줄리엣’(극단 목화),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극단 유), 전통연희극 ‘우투리’(극단 돌곶이)와 ‘리어왕’(부산시립극단), 배우 서주희의 성담론 ‘버자이너 모놀로그’ 등이 소리문화의 전당 기획무대로 올려지면서 연극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됐다.또한 제6회 전국청소년연극제에 전북대표로 출전한 전주여상 연극반 ‘ING’도 ‘문화부장관상’‘희곡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하는 영예를 얻었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인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 지역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지역극단들의 재정난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과제로 남았고, 모처럼 이루어지고 있는 신인 배우 발굴을 뒷받침할만한 워크숍이나 지원책이 미흡해 배우활성화의 환경으로 연계되지 못한 탓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극단 ‘황토레퍼토리시스템’이나 남원 ‘둥지’ 등 기존 극단이 기대에 못미치는 저조한 활동을 보였고 지난 8월, 군산의 사람세상소극장이 재정적 어려움으로 끝내 문을 닫는 상황을 맞게 됐다. 특히 전국연극제를 통해 좋은 기획물들이 선보이면서 전북연극사가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그러한 기획이 단발성 행사로 그쳐버린 현실은 더욱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박병도 전북연극협회장이 "전국연극제 기간 선보인 ‘전북연극 40년 자료전’의 사진과 포스터·희곡 등 다양한 전시품들을 바탕으로 전북지역 연극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사업을 내년부터 실시하겠다”고 밝혀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올해 전국연극계의 가장 큰 안타까움은 두 배우의 작고다. 오랜 세월 전북 연극의 중심에서 탄탄한 활동을 해온 신상만, 정선옥씨. 30여년의 삶을 오롯이 무대에 바쳤던 신씨는 12월에, 전주국제영화제 행사진행팀장으로 있으면서 열정을 쏟았던 정씨는 4월에 홀연히 세상을 떴다. 그들이 남긴 자취가 깊은 만큼 이지역 연극계의 슬픔도 컸다. 새롭게 일고 있는 전북의 영화문화는 아직 일천하지만 그 발전 가능성은 밝다. 특히 올해는 지역 영상문화에 가능성을 여는 다양한 시도와 성과가 이어졌다. 지난 4월 26일부터 5월 2일까지 열린 전주국제영화제는 적지 않은 운영상 허점을 드러냈지만 그간 논의돼 오던 대안·독립·디지털을 향한 새로운 내용과 형식을 활짝 열어 정체성을 구축하는데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전주영화제는 상해국제영화제와의 자매결연, 대만으로부터 국제영화제 공식인정을 받는 등 국제적 규모의 영화제로서 안정된 기틀을 다지는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내년 전주시의 지원예산이 4억원이나 줄어들면서 재정 악화로 인한 혼란이 예상된다. ‘지역에서 영화 만들기’의 가능성을 연 제2회 전주시민영화제를 필두로 골방영상제, 전북여성영화제, 인권영화제, 퍼블릭액세스시민영상제, ‘꿈틀’영상제 수십여개의 크고 작은 영화제가 이어진 것도 적지 않은 성과였다. 특히 전주를 중심으로 전북이 영화촬영지로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은 시사하는바가 크다. 올해 전주영상위원회는 ‘2424’‘광복절 특사’‘YMCA야구단’‘색즉시공’ 등 13편의 영화와 수십여편의 영상물 제작을 지원해 전북의 이미지를 영상으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