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의 파리쫓기] 4.전주 서신동 '휴스파' 조계은 대표
그는 세상 물정 모르는 전업주부였다. 2001년 남편의 사업이 망하기 전까지….남편은 그의 이름으로 수천만 원을 대출받았다. 당시는 'IMF 사태' 이후 카드회사와 은행 등이 무자비하게 카드 발급을 남발하고, 대출 규제를 풀던 시기였다.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당시 6살이던 피붙이를 오수에 있는 친정에 맡기고, 홀로 상경했다.'처음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었지만, 2주에 한 번씩 만날 때마다 그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안 놓아주는 그의 '분신'과 하루빨리 같이 살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그는 서울 언니 집에서 더부살이하며, 발 관리와 마사지 등을 배우고, 자격증도 땄다. 그것은 어느덧 그의 '생계 수단'이자 '꿈'이 됐다.전주 서신동에서 피부 관리와 아로마 테라피(aroma therapy·향기 치료), 발 관리, 등 관리, 태닝(tanning·살갗 태우기) 등을 전문적으로 하는 '휴스파'를 운영하는 조계은 사장(39)의 지난 10년은 '악전고투'(惡戰苦鬪)의 나날이었다. 동시에 '홀로서기'의 세월이었다.2000년대 중반 전주에 내려와 피부 관리 전문점의 직원으로 일했던 조 사장은 지난해 6월 최소 5년 이상 이 분야 경력을 가진 '또래' 3명과 손잡고 이 가게를 열었다."손님 앞에선 상대방을 존중하고, 신뢰감 있게 말해야 하는데, 각자 개성이 다르다 보니, 그러질 못했어요.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이 많았죠."기술에선 도내 최고라고 자부하는 그이지만, 친구이자 직장 동료였던 직원들의 서비스 교육만큼은 직접 하기가 껄끄러웠다. 개업 초기여서 전문적인 마케팅 전략도 필요했다.조 사장은 우연히 전북도와 소상공인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소상공인 맞춤형 코디네이팅 지원 사업'을 알게 되었고, 그해 7월 롯데백화점 등 대기업에서 서비스 교육 경험이 풍부한 허대중 씨를 코디네이터로 선택했다.이 사업의 장점은 소상공인들이 코디네이터들의 경력을 일일이 훑어본 뒤 자신과 맞는 코디네이터를 직접 고를 수 있다는 것이다.당시 코디네이터는 '휴스파'에 대해 "구성원들 간의 팀워크가 강하지 못해 애로를 겪고 있다"며, 구성원들의 서비스 마인드 부족과 첫 사업 진출에 따른 경영 노하우 부족, 마케팅 부족 등을 약점으로 분석했다.서비스 품질에 대한 고객의 기대치 상승과 경쟁업체의 강력한 브랜드 파워, 유흥가와 떨어진 입지(독립 상권) 등은 위협 요인이었다.코디네이터는 '휴스파'의 강점으로는 △평균 5년 이상 경력자 보유 △최신 시설(전주 최고 수준) △최대 규모(65평) △단골 고객 확보(고객들의 높은 충성도) △넓은 주차 공간 등을 꼽았다.그는 조 사장의 요청대로 가게를 방문해 팀워크 노하우와 서비스 마인드, 서비스 테크닉 등의 주제로 강연을 실시했다.코디네이터가 당시 내놓은 '코디네이팅 결과 보고서'를 보면, 서비스는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 감동과 고객 황홀, 고객 졸도에 이르러야 하고, '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조 사장은 코디네이터가 강조한 '고객 중심 사고'와 '사소한 것에 관심 갖기' 는 지금도 가장 와닿는다고 말했다.그는 "이 일은 고객의 몸을 만지는 직업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서비스 마인드가 없으면 버티기 어렵다"며 "고객은 늘 자기 뜻을 받아주기를 바라는데, 직원이 그것을 안 받아주면 불협화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조 사장은 코디네이터의 '맞춤형 상담'을 받고, '휴스파'의 매출이 '껑충' 오르지는 않았지만, 직원들끼리 서로 존중하게 되고, 손님들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 것은 '환산할 수 없는 소득'이라고 밝혔다.무엇보다 조 사장 스스로 불경기를 헤쳐나가는 방법을 터득한 것은 가장 큰 수확이다.그는 개업 당시 하루 24시간 운영하던 가게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로 영업 시간을 줄였다. 종일 문을 열면 주간과 야간, 양쪽 모두 손님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던 것.주간에만 '선택과 집중'함으로써 인건비 부담도 덜었다.그는 서비스 마인드를 확장(?)해 일부러 '창업 멤버'이자 '친구'인 노은영 실장(39)과 함께 지난해 8월부터 석 달간 매주 2차례 전주 시내 한 시각장애인 시설을 방문, 시각장애인 10여 명에게 '일일이 손을 잡아 가며' 발 관리 기술 등을 가르쳐 자격증을 딸 수 있게 도왔다.'휴스파' 직원들은 고객과 나눈 대화는 옆 동료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고객의 친구가 옆 방에서 관리를 받고 있어도, 그것을 서로에게 알리지 않는 '고객 프라이버시(privacy·사생활) 보호 원칙'은 반드시 지킨다는 것.고객이 배고프다고 하면, 직원끼리 먹는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얹어 같이 먹는 '정(情)'은 '휴스파'의 숨은 매력이다.조 사장은 "'휴스파'는 (도내에서) 제일 크진 않지만, 시설만큼은 제일 깨끗하다고 장담한다"며 "손님을 많이 받기보다 한 사람이 오더라도 '다시 오고 싶다'는 마음이 들 수 있는 가게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