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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부안에 언제나 평화가 찾아오나

산 들 바다가 있어 부안은 예로부터 생거부안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살기 좋은 고장이었다.너른 평야와 바다에서 나는 어염이 풍부해 먹고 살기가 좋았다.서해 칠산어장에서 삼치와 조기가 잘 잡혀 위도는 파시로 불야성을 이뤘고 계화도 간척지에서 생산되는 질 좋은 쌀로 넉넉함의 여유를 갖기도 했다.변산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해안선은 전국 그어디다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환상적이고 서해의 낙조는 나그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이토록 살기 좋았던 부안의 평화가 방폐장 유치를 둘러싸고 하루아침에 산산히 부숴졌다.난파선처럼 돼 버렸다.그런대로 좋았던 민심은 두동강 난채로 2년이 지나도록 상처가 아물지 않은채 앙금만 남았다.누가 이 조그만 부안을 살얼음판으로 만들었는가.답이 없다.6.25 때도 이처럼 처절하지는 않았다고들 한다.화염병이 난무한 가운데 심지어 고속도로를 점거하는 등 2년전 부안사태는 공포와 분노만 있었다.방폐장이 들어서면 기형아를 낳는다니 누군들 찬성하겠는가.결국 부안의 희생과 교훈이 지역공모제를 탄생시켜 경주가 방폐장 부지로 확정된 셈이다.정부도 19년이나 표류해온 방폐장 문제를 해결했다고 마침표를 찍기는 너무 이르다.부안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마침표를 찍어서는 안된다.지난 80년대의 광주사태 해결도 미완인채로 오래동안 남아 있었던 것처럼 부안문제를 하루빨리 매듭지어야만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부안의 희생은 너무 컸다.정부가 너무 방폐장 유치 문제를 쉽게 생각했던 것이 화근이었다.주민 대표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채 군수 독단으로 유치 신청을 한데서 촉발된 것이다.아무리 국책사업을 추진한다 해도 당근정책만으론 통하지 않는다.지방자치를 실시하고 있는 법치국가에서 주민동의는 필수적일 수 밖에 없다.주민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무시하고는 그 어느 것도 할 수 없다는 교훈을 남겼던 것이다.부안 군민들의 값진 희생이 종국에 가서는 정부의 골칫거리였던 방폐장 문제를 해결해 줬다.지금 부안 군민들은 몹시 성나 있다.이희범 산자부장관이 경주로 확정된 다음날 정부 발표문을 통해 밝힌 내용에서 부안에 대한 지원 문제가 단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정부는 부안문제를 풀고 넘어 가야 한다.잊으려 해서도 안된다.스스로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이 돼선 더 곤란하다.그간 군 당국이나 찬성측이 얼마나 화해 노력을 했는지를 정부가 간과해선 안된다.정부도 지금 다 끝난 문제 가지고 부안 주민들이 떼 쓴다고 생각해선 안된다.지금 정부는 대승적 차원에서 부안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국책사업을 민주적 절차에 따라 주민투표로 후보지를 확정한 선례를 남겼기 때문에 부안문제를 간과해선 안된다.결국 부안 주민들의 희생이 국가 발전의 신동력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문제는 유치지역에 버금갈 정도의 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신재생에너지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신재생에너지 조성단지 등을 만들어 줘야 된다.다음으로 당시 사법처리 됐던 392명을 하루빨리 사면복권 해줘야 하고 부상자 455명이 완쾌될 때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아무튼 정부가 주민간의 갈등고리를 끊고 다함께 지역 발전에 동참해 나갈 수 있도록 앙금을 씻어 줘야 한다.어물쩡하게 구렁이 담넘어 가듯 넘길 문제는 절대 아니다.그래야 부안에 다시금 평화가 찾아 올 수 있다./백성일(전북일보 판매광고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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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5.11.09 23:02

[세상만사] 한국의 부자와 일본의 부자

세계적인 재벌, 일본의 마쓰시타 코오노스케에 대한 이야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겨우 11살의 어린 나이에 오사카 어느 조그마한 난로 판매점 점원으로 시작하여 비상한 창의력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세계적인 기업, 마쓰시타 재벌 회사를 만든 사람, 마쓰시타 코오노스케는 17살에는 전기회사에 취직, 전기검사원으로 근무하면서 소켓의 개량을 시도, 꾸준한 연구 끝에 개량품을 고안하는데 성공했다.전기회사를 그만두고 소켓제조회사를 차렸으나 보기좋게 실패하고 말았다.그가 만든 제품을 어느 전기기구상에서도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자본금은 바닥이 났고, 끼니조차 이어가기 어려운 곤경에 빠지게 되었다. 그런데도 꾸준히 뜻을 굽히지 않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결과 훌륭한 개량 소켓을 만들어내, 그의 제품은 전기의 발달과 함께 날개 달린 듯 팔리기 시작했다. 그의 연구는 이에 그치지 않고 전열기 제조, 라디오 제작, 배선기 제조 등으로 계속 이어져 나갔다. 2차 대전 당시에는 마쓰시타의 독특한 제조방식으로 비행기를 만드는 일에도 힘을 써 6일에 1대꼴로 비행기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하기도 했다.마쓰시타 코오노스케는 어려운 일을 해내면서도 그의 정신은 절대로 무리를 하지 않는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이것이 사람 본연의 자세이며 우주대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오히려 그 우주자연에 포용이 되어 이것과 일체가 되어 나가는 것이 성공의 원천이라고 생각했다.사람들은 이러한 이치를 모르기 때문에 조금만 무슨 일이 잘 안되면 의기소침하여 다시 일어날 기운도 없이 망가져버리거나 또 조금만 일이 잘 되기라도 하게 되면 하늘이라도 정복한 것처럼 정신없이 기뻐한다고 했다.마쓰시타 코오노스케는 학교 교육이라고는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배우고 익혔다. 그리고 옆에는 언제나 책이 놓여 있었다고 했다. 읽고 또 읽는 것이 습관이 되었기 때문이다.읽지 않고는 아무 것도 얻을 수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는 사업을 하면서도 언제나 여러사람의 의견을 귀담아들었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지위에 있는 사람의 말이라도 잘 듣고 항상 배운다는 입장에서 이를 받아들였다고 했다.마쓰시타 코오노스케는 지금은 고인이 되어 이 세상에는 없지만, 그는 30여개의 회사를 거느리고 있었고, 세계에서 제일가는 부자였지만 막상 죽고난뒤 그가 가지고 있던 재산은 겨우 몇 억원의 주식만 가지고 있었다는 이야기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그 많은 돈은 모두 새로운 제품을 연구하고 개발하는데 투자했다는 이야기다. 또 사원들이 편히 자기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우리가 마쓰시타 코오노스케에게 배울 것은, 어려운 시대,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그것을 극복하고 훌륭한 재벌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의 재벌들처럼 수십억, 수백억의 로비자금을 쓰면서도 사원들의 복지에는 눈감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신들의 배는 불리면서 언제든 마음에 안들면 쫓아내면 된다는 비정규직 사원들을 마쓰시타라고 하는 재벌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이야기이다.한국의 재벌과 마쓰시타 코오노스케의 경영철학이 이렇게 다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서재균(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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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5.11.02 23:02

[세상만사] 대학교수라는 자리

출처 불명의 우스개 소리에 ‘교수와 거지의 닮은 점 세가지’라는게 있었다. 인격적으로나 학문적으로 고매한 교수님들을 감히 거지와 비교하다니, 괘씸한(?)내용이라 입에 담긴 그렇지만 한 번 옮겨 보자. 첫째 항상 무엇을 들고 다닌다. 둘째 항상 같은 말만 되풀이 한다. 셋째 될때까지는 어렵지만 한번 되고 나면 일생이 보장된다.곰곰 생각해 보자.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교수들은 강의 자료나 책등을 가방에 넣어 들고 다니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다면 거지는? 두 말할것도 없이 깡통이다. 항상 같은 말만 되풀이 하는 것도 같다. 교수의 강의 내용은 여간해서 바뀌지 않는다. 거지가 징징대는 소리 또한 한결같다. 교수 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 번 되고 나면 정년이 그 어느 직종보다 길다. ‘사오정(45세 정년)’이니 ‘오륙도(50∼60세까지 직장에 남아 있으면 도둑놈)’니 하는 마당에 가장 안정적인 직업임에 틀림없다. 거지는 또 어떤가. 실패한 인생의 마지막 단계가 거지다. 그러나 그 지경에 이르기까지가 문제지 ‘내가 거지다’하고 체념해 버리면 차라리 속 편히 살수도 있다.아주 민망하고 역설적인 비유지만 이처럼 닮은 점이 많은 교수와 거지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 경우도 있다. 97년도엔가 한 대학교수가 ‘교수들의 행진’이란 풍자소설에서 인용한 예는 더욱 그럴싸 하다. 첫째 항상 손에 무언가 들고 다닌다. 둘째 출·퇴근 시간이 일정치 않다. 셋째 수입이 일정하지 않다. 넷째 얻어 먹기만 하고 대접할 줄은 모른다. 다섯째 되기가 어렵지 되고 나면 밥은 먹고 산다. 그 교수 작가가 무슨 억하심정으로 이런 풍자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교수들의 자화상치고는 제법 현실감 있는 이야기 아닌가.내로라 하는 명문대 출신에 번쩍거리는 학위를 갖고도 대학교수가 되기는 쉽지 않다. 조교·시간강사부터 시작해서 교수대접을 받는 전임강사에 이르는데만 보통 10년 세월이 걸린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교수 채용을 둘러싼 비리가 심심치 않게 드러나고 학맥과 인맥을 통한 자기 사람 챙기기라는 고질이 대학사회에 만연해 있다는 비판도 받는다. 그러나 누가 뭐라 해도 대학교수는 지성의 상징이다. 전공분야에 따라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전문가들이 교수다.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뼈를 갂는 노력과 학문적 성취없이 상아탑에 안주하기란 불가능하다. 더구나 우리나라 대학에는 재임용 제도가 있고 강의나 연구실적등에 따라 호봉승급이 좌우되기도 한다. 연공서열 파괴바람이 분지도 오래다. 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정글의 법칙이 대학에서도 적용되는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최근 몇몇 대학교수들이 연구비를 가로채거나 학위를 매매한 비리혐의로 법의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학문 연구에 전력해야 할 교수들이 불법·탈법에 연루됐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불명예요. 심각한 모럴 해저드다. 미꾸라지 한 두 마리가 방죽을 더럽힌다 해서 무슨 큰 일이 나는것은 아니지만 듣기에 매우 거북스러운 소식임에는 틀림없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는 사람들의 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누가 그랬던가. ‘누구에게도 설명할 의무를 지지않고 근심걱정 없는 평온속에서 생각에 잠기는 게으른 권위’를 대학교수들은 누린다고./김승일(전북일보 객원논설위원, 전북향토문화연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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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10.26 23:02

[세상만사] 손가락질의 부메랑

지역이 좁다 보니 누가 누구와 점심 먹더라, 목욕탕에서 만났는데 누가 누구와 함께 왔더라 등등 얘깃거리도 되지 않는 것들이 화제가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팩트(사실)만 옮기면 괜찮은데 한술 더 떠 그럴듯하게 추측까지 가미시켜 악성 시나리오를 만드는 속물들도 많다. 유명인사가 그 대상이라면 구경꾼일 망정 오징어 씹는 안주 그 이상이다.사석에서 우리가 나누는 얘기중 무슨 큰 정보랍시고 하는 얘기들을 들여다 보면 남을 먹어대거나 손가락질 하는 내용이 태반이다. 학연이나 지연 같은 연줄망 고리에 들어있지 않다면 노골적인 폄하가 동원된다. 최근엔 정치시즌을 맞아 정치인이나 지망생들 사이에 상대방 헐뜯기가 횡행하고 있다.한때 전북에 부임해 오는 기관장중에는 ‘몸조심하라’는 충고를 듣고 내려왔다고 털어놓은 기관장들이 많았다. 진정 투서에 휘둘려 신물이 난 전임 기관장들이 코치해 준 ‘행동지침’이다. 그러다보니 적극적으로 일하려 하기 보다는 가만히 앉아 세월만 보내고 다른 임지로 떠난다는 것이다. 지역적으로 얼마나 큰 손실인가. 인사나 사업 등 각종 청탁과 잇권에서 탈락힐 경우 먹어대는 경우들이 그런 케이스다. 대개는 음해성 진정 고소 고발 건들이다.전북지역의 2004년도 무고사범은 인구 10만명당 5.4명으로 전국 9개 도 중 제주도와 함께 1위이고, 인구 10만명당 고소, 고발 건수도 1,891건으로 전국에서 3번째로 높다는 통계가 나왔다. 올들어 9월말 현재까지의 고소, 고발중 불기소 건수도 인구 10만명당 549건으로 전국에서 4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이러니 “걸핏하면 투서요, 툭하면 진정서요, 중상모략하는 지역”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게 아닌가. 지워버리고 싶은 자화상이다. 이런 통계자료를 내놓은 전북애향운동본부가 급기야 ‘도민의식 대전환 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섰다. 이 운동의 일환으로 멋진 술자리 건배구호라도 공모를 통해 확산시켜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지역은 맛과 멋, 소리의 본향이다. 선비문화의 탯줄이기도 하다. 이는 물질적 정신적 풍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가능치 않다. 그런 우리지역이 어느새 진정 많고 투서 많은 지역이라는 오명을 듣게 됐다. 무고사범 넘버 원 소리까지 듣는 마당이니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합리적 진정이나 이유 있는 고소 고발은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 비판문화도 활성화돼야 한다. 문제는 음성적 해꼬지와 뒷다리걸기, 까닭없이 먹어대는 행태들이다. 무고와 위증, 음해와 비방 등은 개인이나 지역을 혼란에 빠뜨리고 지역의 에너지를 비생산적인 분야로 흐르게 하는 암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지역이 그런 이미지를 띤다면 투자기피, 인구유출로 이어지고 인재등용 측면에서도 홀대받기 십상이다. 지역발전과 화합에 치명적이다. 남을 음해하고 비방하면 부메랑이 돼 나한데 그 댓가가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개인이나 조직, 단체도 그렇거니와 지역이 그런 분위기라면 손실은 지역에 돌아오고 만다. 손가락질을 하면 검지 손가락은 상대방을 가르키지만 나머지 세 손가락은 자신을 향하게 된다는 이치를 왜 모르는가. /이경재(전북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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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10.19 23:02

[세상만사] 어느 학교를 나왔냐고요

내년 4대 지방선거가 7개월여 앞으로 다가서면서 지역마다 입지자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현역들은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수성에 안간힘을 쏟고 신진들은 참신성을 무기로 내세워 전력 투구하고 있다.내년 지방의원부터 유급화를 시행키로 함에 따라 진입 장벽이 높아졌다.통상 선거는 가장 이성적 행위로 결론 나야할 문제지만 투표 결과를 놓고 보면 감성적으로 끝나고 만다.선거관리위원회나 언론에서 선거때마다 참 일꾼을 뽑아야 한다고 줄곧 캠페인을 펼치지만 막상 선거가 끝나면 결과는 꼭 그렇지 만은 않다.왜 그렇까.이유는 간단하다.이중성 때문이다.유권자들이 말로는 참신하고 깨끗한 인물을 뽑아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투표장에 가서는 감성 투표를 하기 때문이다.아직도 우리 사회에 연고주의가 뿌리 깊게 판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나하고 고향이 같으니까 핏줄이 같으니까 아니면 학교 동문이니까 뽑았다는 것이다.인물론은 완전히 뒷전으로 밀린다.이 때문에 입지자들도 자연히 선거 운동을 연줄망에 의존하고 있다.내년부터 기초의원 선거를 중선거구제로 바꿔 치르기로 한 것은 연고주의를 더 심화시킬 우려가 높다.그렇지 않아도 연고주의 폐해가 날로 커 문제가 심각한데 여기에다 이같은 선거제도를 도입하면 연고주의를 더 부추기는 결과밖에 안된다.인구가 적은 동과 면끼리를 한 선거구로 통합해서 기초의원을 뽑는다면 지역 대표성에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여기에다 기초의원까지 정당공천제를 실시하면 주민자치의 본 뜻은 날라가고 중앙정치 예속화가 불보듯 뻔하다.기초의원 후보들이 위원장들의 사병으로 전락할 수 있다.지방자치는 중앙정치와 엄연히 선을 그어야 한다.생활자치를 중앙정치에 예속시킨다는 건 논리적으로 맞질 않다.공천권을 쥔 위원장이 자기 맘대로 시 군정을 농락할 수 있다.현재 전국 기초의원들이 위헌 심판을 청구해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앞두고 있지만 중선거구로의 전환이나 정당공천제 방식은 지방자치를 역행하는 꼴 밖에 안된다.한마디로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다음 선거를 의식해서 이같은 제도 도입을 한 것 밖에 다른 의미는 없다.도지사나 도의원 시장 군수 시의원 군의원 선거를 앞두고 입지자들간에 수면 위 아래서 선거전이 달궈지고 있다.지방선거는 후보는 물론 운동원 간에 감정이 개입될 소지가 많다.아무리 선거가 깨끗하게 치러졌다 하여도 선거 감정은 남을 수 밖에 없다.당락이 박빙으로 갈린 곳은 이같은 현상이 더 심하다.심지어 죽을 때까지 감정의 앙금이 남기도 하고 원수 아닌 원수가 된 사례도 많다.그렇다면 연줄망 선거 운동 방식을 어떤 방법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지가 현실적 개선 과제다.상대방을 헐 뜯는 네거티브 선거 운동방식 대신 정책대결로 유도하는 포지티브 방법 밖에 없다.언론과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토론회를 개최해서 후보들간의 비교우위를 가릴 수 밖에 없다.어느 학교를 나온게 중요한게 아니고 현재 후보가 갖고 있는 소신이나 능력을 검증하면 된다.이를 위해서는 유권자들이 보다 냉정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분위기에 휩쓸리는 나약한 온정주의를 경계해야 한다.평소 축 조의금을 잘 갖다 받친 후보 보다는 평소 지역을 위해 얼마나 열정을 갖고 일해왔는가를 평가해야 한다.도덕성은 빠뜨릴 수 없는 검증 항목이 돼야 한다. /백성일(전북일보 판매광고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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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10.12 23:02

[세상만사] 우리글, 말 이상은 없는가

아침은 런던에서 먹고, 점심은 파리에서 먹고, 저녁은 뉴욕에서 먹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얼핏 들으면 마치 비행기를 타고 세계일주라도 하는 사람들 처럼 들릴지 모르나 실은 우리 주변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많은 간판들이 다른 나라의 글로 되어 있다는 것을 꼬집는 말이다. 간판에 써놓은 글의 뜻이 무슨 말인가도 모르면서 마치 훈장이라도 달은 것처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 어디 그뿐인가. 아직 우리 말도 제대로 못하는 어린 아기들까지 에이, 비이, 시이를 가르치려는 극성스런 아버지 어머니들, 국어 점수야 좋든 말든 외국어 점수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 국어 교사보다 외국어 교사가 대접받는 우리 사회의 편협된 사고방식, 이 모든 것들이 우리의 글과 말의 권위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얼마전 어떤 통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중학생의 1.73%가 한글을 읽지 못하고, 초등학교 2·3학년 수준의 학력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조사보고가 나와 교육 당국은 물론,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킨 일이 있었다. 이 조사에 의하면 한글을 읽을 수는 있으나 스지 못하는 학생 수는 0.54%로, 중학생 6.62%가 한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중학교 학생이 이정도라면 초등학교 학생은 또 어떠하겠는가.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제 나라 글도 잘 모르는 사람이 다른 나라의 글을 잘 한다는 것도 말이 안되지만, 설사 잘 안다고 해도 그런 사람을 어디에 쓸 것인가.만약 이러한 때 세종대왕이 살아돌아 오기라도 한다면 무슨 말을 했을까. 참으로 한심한 백성들, 어쩔도리 없는 사대주의 찌꺼기들 이라고 탄식을 하지 않았을가 싶다.쓰기 쉽고, 읽기 쉽고, 배우기 쉽고, 말하기 쉬운 우리 글을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학자들을 동원, 과학적이고 철학적이고 세계적으로 손색이 없는 위대한 한글을 만들어 놓았는데도 우리 겨레의 영원한 유산인 한글을 멸시하고 천대해서야 어찌 문화민족이라고 자부할 수 있겠는가, 호되게 꾸짖었을 것이다.따지고 보면 우리 한글의 수난의 역사도 우리 민족의 고통만큼이나 오육의 시대를 함께 살아온 셈이다. 조선시대에는 한문의 그늘에 가려 무시를 당해왔고, 일제시대는 한글의 말살정책에 숨을 죽이며 살았고, 해방 후에는 외래어의 물결에 휩쓸려 제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계속 위협을 받아왔다. 예컨데 상처투성이의 생명만 겨우 유지되어온 셈이다. 몇년 전 일본 귀타큐우슈시에 있는 코쿠라교회 최창화목사는 NHK방송 뉴스 시간에 자신의 이름을 한국식 발음이 아닌 일본식 발음으로 방송을 했다고 해서 인권침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는 기사가 신문에 실려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최목사는 이 옷장에서 ‘이름을 개인의 인격과 민족주체의 상징’이라고 반박하고 앞으로 한국인의 이름은 한국의 발음으로 방송하자고 요구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신선한 뉴스가 아닐 수 없었다.글과 말은 모든 행동의 시작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지금 언어의 혼란속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아침 저녁으로 신문 잡지 방송 쉼 없이 쏟아지는 뉴스의 홍수 속에서 도대체 무슨 말인지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외래어 속어 저속어가 온통 세상을 어지럽게 하고 있다는 얘기다.10월은 문화의 달이자 9일은 한글날이다. 이날만이라도 다시 한 번 우리 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볼 일이다./서재균(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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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5.10.05 23:02

[세상만사] '돌맹이 테스트' 같은 이벤트

서슬 퍼렇던 5공 시절에 이런 우스개 소리가 있었다. 대통령 전두환씨가 미국 방문길에 디즈니랜드에 들렀다가 지능지수(IQ)를 테스트 하는 오락기계와 마주쳤다. 수행원들이 장난삼아 누가 IQ가 가장 높은지 테스트 해보자고 했다.먼저 김재익 경제수석비서관이 코인을 집어 넣고 기계를 작동했다. 무려 145가 나왔다. 가히 천재다. 이어서 장세동 경호실장이 코인을 넣었다. 120이 나왔다. 아니 ‘저 양반도 저렇게나?’ 주위에서 탄성이 터졌다. 어깨가 우쭐해진 장실장이 전씨에게도 권했다. ‘각하는 아마도 최고 수치가 나올 것입니다.’ 그러나 결과는 황당했다. 전씨가 오락기에 코인을 넣자 수치는 나오지 않고 대신 뚜뚜뚜하는 기계음에 이어 ‘누가 돌멩이 넣고 장난치냐’하더란다. 이 말은 결국 전씨의 IQ는 돌멩이 수준이란 뜻인데 이 얼마나 통렬한 반어적(反語的) 카타르시스용 개그인가. 그 때 민심이 그랬다.그런데 대폿집 술 안주 감으로나 통용될 그런 ‘돌멩이 테스트’ 같은 웃기는 거사(擧事)가 앞으로 도내에서 한바탕 벌어질 모양이다. 강한전북 일등도민 운동본부라는 단체가 새만금사업 성공을 기원하는 돌 모으기 운동을 연말까지 지도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13년 동안이나 끌어 오고도 아직까지 ‘되네’ ‘안되네’ 시비가 그치지 않는 이 사업을 도민들의 정성으로 마무리 짓겠다는 것이 이 운동의 취지라고 한다.하기야 이 사업이 겨우 207km 구간의 방조제 물막이 공사를 남겨 놓고 이 지경으로 발목이 잡혀 있으니 이 단체가 분기충전할만도 하다. 명색이 ‘강한 전북’을 만들자는데 ‘일동 도민’은 못되더라도 온 도민이 나서서 돕지 않을 이유 또한 없다. 붉은 머리띠 두르고 굴삭기까지 동원해 방조제 허물기 운동을 벌인 일부 시민환경단체의 목불인견 망발(?)에 속앓이 해온 도민이 어디 한 둘인가? 그러니 그들에게 본떼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일등도민들이 나서야 하는 것은 당위인지도 모른다.그러나 어떤 일이든 때가 있고 명분도 뚜렷해야 한다. 그래야 도민들의 호응도 얻는다. 지금까지 새만금사업에 대한 도민들의 의지는 보일만큼 보인것 아닌가? 그리고 위라서 감히 이 사업을 원점으로 돌리거나 중단할 수 있겠는가. 그만큼 국민적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다는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일은 법원이 연말안에 재판을 마무리 짓겠다니 그때까지 차분히 대응하면서 그 결과를 지켜보면 될 일이다. 그것이 법치주의요 합리적 해결방안의 첩경이다.그런데 난데없이 도민들의 성금으로 돌을 모아다가 도청앞에 쌓아 놓겠다니 이게 도대체 이벤트성 행사인가 헤프닝인가? 민주당 전북도당이 방조제 현장에서 돌 72t을 바다에 던지며 결연한 의지를 포명한 것은 보아 줄만하다. 정치적 제스처는 그보다 더 해도 때론 도민들을 감동시킬수 있다. 그게 바로 정치이니까. 하지만 마치 돌 놓고 장난치는듯한 돌 모으기 발상은 때가 늦었을뿐 아니라 정신운동단체가 나서야할 명분도 약하다. ‘국민의 감동이 만들어 낸 힘을 대항할 수 있는 세력은 나라에 없다’ -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한 말이다. 일등도민운동본부는 돌 모으기 대신 진짜로 도민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일을 찾아 보라./김승일(전북일보 객원논설위원 전북향토문화연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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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9.28 23:02

[세상만사] 눈높이 낮춰야 길이 열린다

취업시즌이 코 앞에 닥쳤다. 학교도서관은 물론이고 공공도서관마다 취업 준비생들로 철철 넘쳐난다. 정부 관련 부처는 매년 일자리 수만개씩을 창출하겠다는 신년 설계를 내놓지만 취업의 문은 어제나 오늘이나 바늘구멍만큼이나 좁디 좁다. 특히 입학자원 부족과 학벌주의 폐해를 겪고 있는 지방대의 경우 취업난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교육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전북지역 4년제 대학 졸업자 1만4천여명중 40%에 이르는 5,600여명이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원 진학이나 군 입대 등을 제외하면 순수취업률은 46% 밖에 안된다. 전국 평균 56%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전남 광주지역과 함께 전국 최저 수준이다. 이마저 허수가 상당부분 끼어 있을 개연성이 높다. 이같은 심각한 취업난 속에서도 연봉 많은 큰 회사만 찾고 있으니 큰 문제다. 이른바 ‘대기업병’이다. 예비취업생중 80% 이상이 대기업에 높은 연봉을 요구하고 있고 중소기업 선호도는 10%도 채 안된다는 것이다. 전북잡코리아가 예비취업생들의 희망 직장을 조사했더니 이런 수치가 나왔다. 대개는 자신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해 평가하기 마련이고 추상적으로 직종을 선택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에 나오는 현상이다. ‘막연한 대기업병’을 치유하지 않으면 몽상 속에서 헤매게 될 것이다. 지금 인력 채용시장은 대규모 공채에서 수시 채용으로, 신입사원에서 경력직을 선호하는 추세로, 모범생보다는 창의성을 갖춘 특이 인재를 선호하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 때문에 “이직 주기가 짧아지고 있고, 2년 미만 경력자들이 새롭게 신입직으로 편입되고 있다”고 전북잡코리아의 정세용대표는 전한다. 예비취업생들의 경쟁 상대는 ‘낮은 연봉을 희망하는 2년 미만의 경력자들’이라는 것이다. 함께 졸업하는 동료를 경쟁상대로 생각하는 건 이제 착각이다. 인력채용시장의 이같은 변화 때문에 그나마 좁은 취업문이 신입자에겐 더욱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 기업 나름대로 대학들이 이론 위주의 공급자형 교육에 치중한 나머지 신입사원을 뽑아도 현장에서 써먹지 못한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학생들의 현장 및 실습교육에 대한 기업들의 불만은 80%를 넘는다(전경련. 2003). 이러니 대학졸업자의 신규 채용을 꺼리게 되고 경력자 중심의 채용관행이 굳어지고 있다. 따라서 대학 역시 이론 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해 현장에서 써먹을 수 있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으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예비취업생들이여, 실정이 이러한데도 대기업에다 높은 연봉만 고집할텐가. “능력 있는 사람이라면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을 택하라고 권하고 싶다” 미국 보스턴지역에서 CEO로 활동하다 스카웃돼 모국으로 돌아온 성창모 인제대총장(국가균형발전위 위원)의 주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기업에 들어가면 기계의 부속품처럼 취급받기 십상이고 일사분란한 획일적 조직문화에 젖기 쉽지만, 중소기업에 들어가면 자신의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곳에 가서 일을 해 보라는 것이다. 내가 갖고 있는 장점들을 마음껏 써 먹을 수 있는 직장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곳은 중소기업일 수 밖에 없고 그러기 위해서는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을 평가하지 말고 미래를 내다보며 자신의 가치와 창의력을 실현할 수 있는 직장과 직업을 선택하라는 충고다. 이런 직장인이라면 단순근로자가 아닌 이른바 지식근로자의 전형인데 지식근로자는 ‘평생직장’에 연연치 않고 오로지 ‘평생직업’만 관심을 둔다. 눈높이를 낮춰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이경재(전북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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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9.21 23:02

[세상만사] 전문직 지방의회 진출하라

지방자치를 한지가 10년이 지났다.어떤 좋은 제도라도 초창기에는 시행착오를 거듭하기 마련이다.토론문화에 익숙치 않고 유교문화가 안고 있는 경직성 그리고 민선자치에 대한 경험 부족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빚었다.풀뿌리 민주주의라 일컫는 민선자치는 사회적 성숙도가 낮아 비용만 과다하게 지불한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일부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은 이권 개입에 연루돼 사법처리를 받았는가 하면 걸핏하면 선진국 사례를 견학해야 한다는 구실로 외유를 일삼아 빈축을 샀다.임기 4년동안 평생 가보지도 못한 외국 여행을 실컷 즐기는 경우가 허다했다.투자유치다 자매결연도시와 우호 관계 증진을 위해서 아니면 선진지견학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외유를 거듭했다.짜여진 일정은 마치 연수를 하는 것처럼 해놓고 실제로는 관광이 전부였으니까 말이다.이 때마다 혈세를 낭비한다는 언론의 따가운 질책도 받았지만 막무가내였다.의원 외유때마다 집행부는 몸살을 앓아야 했다.집행부는 단체장부터 밋보이지 않기 위해 장도비라도 챙겨 주는 것이 일상화 될 정도였다.횟수가 거듭되면서 장도비는 악의 씨앗처럼 부담거리였다.물론 초창기에 비해 많이 개선되었지만 아직도 관행처럼 남아 있다.가관인 건 의원이랍시고 수행한 공무원들을 마치 종부리듯 했고 쇼핑 때마다 짐꾼으로 만들었다.귀국후 연수 보고서는 형식적으로 쓰는게 관례가 되다시피했고 남는 건 기념촬영 사진이 전부였다.집행부를 견제 감시하는 의회 본연의 역할이 실종되는 경우도 있었다.기초나 광역의원의 권한이 큰 만큼 집행부는 항상 이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자연히 인사 청탁은 이들의 단골 메뉴가 되다시피했다.자기 사람 심기서부터 직 간접으로 인사권자에게 유 무형의 압력을 넣어 때로는 인사가 공성성을 상실한채 춤췄다.표로 의원이 된 마당에 의원들 자신들은 항상 지역구 애경사 관리에 신경 쓴다.다음 선거를 의식해서 보험금처럼 애경사 챙기는 건 의정활동의 중요한 몫이 되었다.현재까지는 지방의원이 무보수 명예직으로 돼 있어 회의 참석때마다 일비와 수당을 받는게 고작이다.일정한 소득없이 의정활동을 하기란 어렵다.검은 유혹에 빠져 들 수 밖에 없다.자신도 먹고 살아야 하고 지역구 관리도 해야 하므로 의회에서 받는 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의원들은 움직이면 돈이라고 한다.문제는 의원들이 검은 고리에 빠져들지 않도록 선거 과정서 유권자들이 의원을 잘 뽑으면 된다.내년 지방의원부터 유급화가 된다.유급화에 대한 찬반 양론이 엇갈려 있지만 일단 유급화 하기로 한 건 잘한 일이다.초창기 때부터 자질시비에 휘말려 온 의원들을 유급화를 계기로 퇴출시키면 된다.명예와 사업 방패를 위해 이권 챙기기로 전락한 의원들을 생활자치 틀속으로 올인시키기 위해선 전문직 종사자들이 대거 지방의회로 진출하면 해결될 수 있다.광역의원은 연간 7천만원 기초의원은 6천만원을 준다고 하니 전문직 종사자들의 문호가 열린 셈이다.시대변화에 따라 지방의회도 변해야 산다.이익 집단의 다양한 요구와 주 5일제 확대 실시로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의회 역할의 변화가 요구된다.행정의 전문화에 따라 의회 구성원도 전문화를 꾀해야 한다.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의사 약사 건축사 언론인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대거 의회로 진출해야 민생자치는 성공을 거둘 수 있다./백성일(전북일보 판매광고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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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9.14 23:02

[세상만사] 우리의 미래는 어떤 것일까

얼마전 어떤 일간지에 깜짝 놀랄만한 기사가 실려 한때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일본에서 최근 지하도시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는 이야기다.땅 밑에 인구 20만명 정도가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든다는 것이다.왜 일본이 그런 생각을 했을까?대답은 간단했다.매일같이 치솟는 땅값,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구, 갈수록 늘어가는 환경오염, 이러한 여러가지 문제로 고민해 오던 일본이 땅밑의 도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더 이상 땅 위나 땅 옆으로는 뻗어 나갈 수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일본 다이세건설이라고 하는 건설회사가 추진하는 이 지하도시 ‘엘리스시티’는 루이스 케롤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서 이름을 딴 것으로 더욱 흥미를 갖게 한 것이다.이 지하도시는 엘리스 터미널, 엘리스 오피스, 엘리스 타운 등으로 나누어지고 거기에는 진료소, 우체국 도서관, 공연장등 문화시설과 점포 등을 함께 건설한다는 것이다.또 엘리스 타운 등 땅 밑의 시설에는 땅 위로부터 끌어들인 천연의 햇빛을 이용해 나무를 심고 지하숲도 가꾼다는 것이다. 이 땅밑 숲은 땅 위에서와 같이 공기를 정화해 주기도 하고 주변을 아름답게 꾸며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 화재나 재난에 대비해 땅밑숲에 대피소까지 마련할 것이라고도 했다.이 지하도시 건설이 이루어졌는 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조금은 황당한 이야기에서 그렇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매일같이 치솟는 집값, 땅값,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자동차, 빌딩, 그리고 공해.우리도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할 일이 아닌가.집 많이 가진 부자들에게 세금만 많이 물린다고 집 없는 사람들이 느닷없이 집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아무리 많은 집을 지어 나누어 준다고 해도 돈 없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그림의 떡일 수 밖에 없는 일이 아닌가.과학을 마치 어린이들 놀이 쯤으로 생각하는 일본 사람들을 흉내나 내보자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들이 먹고 마시는 것에서도 과학적 연구 대상은 얼마든지 있다는 얘기다.얼마전 일본에서는 어린이들이 가장 많이 먹는 분유에서 섬유질만 빼내 부드럽고 따뜻한 셔츠를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신문에 보도된 일이 있었다. 분유에서 섬유질만 추출해 셔츠를 만들었으니 얼마나 부드럽고 가볍겠는가, 경비가 1매당 8백여만원이나 들어 시장 상품으로는 적합치 않아 대량 생산은 기대할 수 없다고 하나 얼마 후면 또 한 번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물론 우리의 과학도 일본에 못지않게 엄청난 속도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우주분야만 해도 그렇다. 무궁화호를 비롯 우리별 1,2,3호로 우주에서 각종 정보를 통해 우리의 첨단과학기술에서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는 것은 여간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다.바야흐로 세계는 과학의 시대다. 과학기술이 뒤떨어지는 나라는 망하고, 과학기술이 앞서가는 나라는 세계를 지배하게 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 되기 때문이다./서재균(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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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9.07 23:02

[세상만사] 벌에 쏘인 두 군수의 경우

엊그제 지역 일간지 사회면에 나란히 실린 두 꼭지의 기사가 눈길을 끈다. 요즘 잘 나가는 김세웅 무주군수와 김종규 부안군수에 관한 것들이다. 김세웅 군수는 국가등을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김종규 군수는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유치운동과 관련해서 선거법 위번여부를 조사받게 됐다는게 그 내용이다.현직 단체장들이 업무와 관련해서 더러 구설수에 오르는 일이 있긴 하지만 이번의 경우 두 사람의 명암(明暗)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똑같이 지방자치단체장이고 비교적 의욕적으로 군정(郡政)을 이끌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은 개인의 명예회복을 위해 도전장을 내민반면 다른 한 사람은 업무수행중 집행한 예산때문에 선관위의 조사를 받게 됐으니 말이다.나는 개인적으로 두 군수들을 잘 모른다. 다만 언론이나 지인(知人)등을 통해 그들의 성품이나 활동경력, 군수로서의 업무수행 능력등에 대해 듣고 보아서 아는 정도다. 그런 그들을 두고 내가 난데없이 미주알 고주알 시시껄렁한 얘기를 꺼내는 것은 ‘물도 못 먹고 벌만 쏘인다’는 우리 속담이 생각 나서다.어떤 일을 하거나 해보려고 나섰다가 뜻은 이루지 못한채 되레 곤욕만 치렀을때 우리는 이 속담을 인용한다. 곰은 꿀을 좋아해서 나무 그루터기 속의 벌꿀을 잘도 찾아 먹는다. 물론 벌침은 무수히 쏘이겠지만 그 정도야 대순가? 그런데 사람이 꿀을 따 먹으려면 벌에 쏘일 각오를 해야 할텐데 그러고도 꿀은 못 먹게 됐다면 얼마나 속 상할 일인가. 김종규 군수가 영낙없이 그 꼴이고 김세웅 군수는 경우가 좀 다르지만 결국은 그것이 그것 아닌가.무주군에서 처음 반딧불 축제라는 것을 기획했을때 나는 심드렁 했었다. 어릴적 추억속에 묻힌 반딧불로 무슨 축제를 한다고? 그러나 그 행사는 보기좋게 성공했다. 다 그만두고 전남 함평 나비축제가 그것을 모방할 정도니 긴 설명이 필요없다. 김군수는 그런 뚝심과 뱃장, 저돌성으로 무주군에 태권도공원과 기업도시를 유치해 냈다. 그런 그가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에 휘말려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언감생심(?) 국정원 관계자와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냈으니 역시 그답다.그런데 김종규 군수는 어떤가. 그가 위도에 방폐장 유치를 처음 신청했을때 부안군의 개발 청사진은 화려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떻게 됐나. 2년여 동안 그 치열한 찬반투쟁으로 지역민심은 갈갈이 찢기고 갈등과 반목의 골은 깊어져만 가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 방폐장은 ‘꿀’을 노리는 다른 지역에서 더 쌍심지를 켠 상태다.김세웅 군수는 다른 일로 벌을 쏘였지만 지역개발을 위한 꿀을 따냈다. 명예가 담보 된 처신의 문제는 별개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승자다. 그러나 김종규 군수는 어떤가. 반대주민들에게 폭행당해 입원신세까지 진 그는 결국 꿀도 못 먹고 벌만 왕창 소인 패자가 된것 아닌가. 물론 아직 최종 결정이 나지 않았으므로 속단은 이르지만 말이다.지금 정부의 균형개발 시책에 맞춰 꿀단지를 노리는 단체장들의 물밑 힘쓰기가 한창이다. 개중에는 벌이 무서워 아예 꿀을 포기한 소심한 군수도 도내에는 있지만 어쨌든 그 과정에서 단체장의 처신·능력·비전제시가 얼마나 중요한지 두 군수의 경우는 타산지석감이다./김승일(전북일보 객원논설위원 전북향토문화연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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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8.31 23:02

[세상만사] '풀뿌리' 를 사당화하려는가

정당공천을 반대하는 시군의회 의원들의 액션이 예사롭지 않다. 연일 정당공천 반대 목소리들이 튀어나오고 있고, 관련법을 재개정하지 않으면 의원직을 버리겠다는 으름장도 덧붙이고 있다. 지난 6월말 국회가 공직선거법과 지방자치법개정안을 확정한 이후 불거지고 있는 현상이다. 기초의원의 정당공천과 중선거구제 및 비례대표제 도입, 지방의원 유급제, 광역단체장 후원회 허용 등이 개정안의 골격인데 그중 기초의원과 시장군수의 정당공천에 대한 비판이 드세다. 시장군수들의 오랜 정당공천 폐지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한술 더 떠 기초의원마저 정당공천의 틀 속에 몰아넣고 말았으니 반발할 만도 하다. 시장군수와 기초의원, 그들은 왜 정당공천을 반대하는가. 풀뿌리 민주주의가 훼손되기 때문이란 이유는 너무나 거창하고 사치스럽다. 보다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보자.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회장을 지낸 김완주 전주시장의 회고는 리얼하다. “시장 군수들 모임 때 공식적인 회의가 끝나면 술자리로 이어지는데 그때는 대개 지역 국회의원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공천을 받은 대가로 돈을 얼마 주었다느니, 인사청탁 각종 민원요구 때문에 귀찮아 죽겠다느니…등등 ” ‘성토대회’라고 할 만큼 국회의원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다는 것이다. 점잖게 얘기해서 불만표출이지 아니꼽고 더러워서 꼴 못보겠다는 뜻일 것이다. 시장군수 공천제 폐지는 애당초 열린우리당의 당론이었다. 반면 한나라당은 공천유지였다. 그러던 것이 정개특위에서 기초의원까지 정당공천을 허용하고 중선거구제로 개정해 버렸다. 실은 중선거구제야말로 국회의원 자신들의 선거에 적용해야 할 제도가 아니던가. 유급제 시행으로 지방의원을 달래는 대신 지방정치인을 장악할 권한은 최대한 살렸다는 얘기인데 이는 풀뿌리민주주의를 사당화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미국에서도 지방정부중 정당공천을 금지하는 곳이 80.8%로 허용하는 곳(19.2%) 보다 4배 이상 높다. 일본은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채택하고는 있지만 기초단체장과 의회의원은 무소속의 평균치가 93.7%에 이를 만큼 무소속 비율이 매우 높다. 우리의 경우 리서치 앤 리서치가 5개 군지역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2001.2.17)는 응답자의 72.7%가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에 반대하고 있으며 특히 단체장을 지근거리에서 돕는 공무원에서 정당공천 반대비율(86%)이 가장 높게 나온 것은 눈여겨 볼만하다. 이런 현실에도 아랑곳 없이 여야간 주고 받기식 결과가 나오자 열린우리당 지방자치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심재덕의원(민선 1.2기 수원시장 역임)은 “당리당략적 측면만을 고려해 지방자치 발전에 역행하는 결정을 내렸다”며 나흘간이나 단식농성을 한 뒤 국회가 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방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방의 목소리는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방정치를 살리는 절실한 현안인데도….정당공천은 국회의원이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는 확실한 수단이자 말 잘 듣게 하는 무기이다.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은 현실적으로 국회의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 결과는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되고 지방자치 역시 퇴보할 것이라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민선자치 10년째를 맞아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천하자는 마당에 지방정치인들이 주민 눈치를 보아야지 국회의원 눈치 보아서야 되겠는가. 지방정치인들이 눈을 부릅 떠야 하는 소이연이다./이경재(전북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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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8.24 23:02

[세상만사] 도·감청하자고 광복한거냐

온 나라가 도 감청으로 벌집쑤셔 놓은 것처럼 난리 법석이다.옛말에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 했다.도 감청은 비단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가격도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것처럼 도 감청도 수요가 있기에 하는 것.고급 정보를 쉽게 얻으려고 불법 도 감청을 일삼았다.정치인과 유력 인사들을 공깃돌 다루듯 하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개인 정보가 절대 필요했던 것이다.몰래 엿듣는다는 것도 기분 나쁜 일인데 하물며 국가기관에서 불법으로 도 감청했다는 사실도 기가 막힐 노릇이다.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국가정보원이 유력 인사들의 약점을 잡기 위해 도 감청했다는 건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억장이 무너져 내릴 일이다.그간 정보통신부 등에서 도 감청이 없다고 공언했지만 이미 국정원 등에서 도 감청하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였다.김승규국정원장도 법무장관 시절 도 감청 당했을까 걱정된다고 했을 정도였으니까 얼마나 유력 인사들이 도 감청에 떨고 있었는지 짐작이 간다.이 때문에 유력인사들은 자주 휴대전화를 바꾸거나 공중전화를 주로 이용했다.세상은 분명 요지경 속이다.더 한심한 건 불법 도청 테이프를 갖고 조직내부에서 구명줄로 활용했고 기업에 거액을 요구했다는 점이다.권력과 양지만을 쫓기 위해 나분대던 그들의 모습들이 오늘따라 초라하게 보이는 이유는 뭘까.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정보를 왜곡시켜 남을 헐뜯고 흔들어 댔으니 이 나라엔 그리 성할 나무가 있을 성 싶지 않다.국가를 위해 음지에서 일한다는 사람들이 도 감청을 일삼았다는 건 분명 도덕 불감증이 빚어낸 병리현상이다.도 감청은 민주주의 싹을 자르는 장애요인인 만큼 못하도록 금지시켜야 한다.법원의 영장 발부요건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처벌 수위를 높히는 것 밖에 대안이 없다.지금 우리는 우리끼리 싸우는 시대가 돼선 곤란하다.세계를 무대로 한 무한 경쟁시대에서 정략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광명천지에 도 감청을 일삼는다는 건 정권의 무능함을 들어낸 꼴 밖에 안된다.정치의 장도 진흙탕 싸움 밭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당리댱략에 춤추는 후진국형 정치 지형을 과감하게 바꿔 나가야 한다.벌써부터 내년 지방선거 열기가 서서히 달궈지고 있다.그러나 아직도 입지자들은 정신 못차리고 연고주의에 얽매여 편가르기에 몰두하고 있다.지방정치도 중앙정치 닮은 꼴이 돼가고 있다.심지어 위원장들이 기초의원들을 자신들의 손아귀에 넣어 두려고 정당공천제를 실시하겠다는 속셈을 드러냈다.중선거구제 실시도 논란거리다.유급제를 앞두고 지방의원 정수를 줄이겠다는 건 납득 가지만 지역대표성 확보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오히려 소 지역주의가 걱정된다.광복 60주년이다.진정한 광복의 의미는 무엇일까.정의가 부정의 한테 먹히지 않고 인권과 개인의 자유가 훨훨 살아 숨쉬는 세상 만들기가 진정한 광복이 아닐까.불법 도 감청으로 통신 비밀 보장이 송두리째 뽑힌 이 나라를 바르게 세우는 것도 광복의 의미를 실현하는 것이 될 것이다.그간 친일파를 정리하지 않은 채 역사를 이어온 탓도 크다.개인의 사생활까지 마구잡이로 뒤지는 세상을 만들자고 지금껏 피땀흘려 온건 아니지 않은가.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이 없도록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소 개인이나 국가나 남의 사생활을 엿듣는 행위 만큼은 사라져야 한다./백성일(전북일보 판매광고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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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8.17 23:02

[세상만사] 어린이는 어른의 거울이다

얼마전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과 독일 콜 총리가 정상회담을 가진 일이 있었다.두 나라 정상은 회담에 앞서 회담장소인 프랑스 라로씰시 어느 작은 초등학교 5학년 교실을 찾아갔다.아이들과 같이 ‘통일유럽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갖기 위해서였다.프랑스 국기와 독일 국기, 유럽공동체(EU) 국기가 나란히 게양된 가운데 두 정상이 임시 교사가 되어 토론회는 시작되었다.교실 양쪽에는 방청객으로 두 나라 장관들과 이 학교 선생님 등 20여명이 자리를 잡고 지켜보고 있었다.제일 먼저 한 어린이가 말했다."우리 아버지는 유럽 통합은 안 될거라고 했습니다. 말과 글만 다른 것이 아니라 전기 전압도 다르고 전기 플러그 모양도 다르고, 좌우측 통행도 다른데 어떻게 통합이 되겠느냐고 했습니다."그러자 또 한 어린이가 말했다."유럽이 통합되면 내가 좋아하는 이탈리아를 가는데 여권이 필요없게 되겠지요. 그렇게 되면 나는 로마에서 살면서 스파게티도 실컷 먹고 달타냥(소설의 주인공)이 죽은 마스트리히트도 구경할 계획이에요. 그런데 여비는 어디서 나오지요?"또 한 어린이가 말했다."콜총리님, 저의 할아버지는 2차 대전 때 독일군이 죽였데요. 그래서 우리 할머니는 독일은 믿을 수 없는 나라라며 통합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왜? 독일은 전쟁을 일으켰으며 유대인들이나 프랑스 사람들을 괴롭혔지요?"또 한 어린이가 말했다."유럽이 통합되면 프랑스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도 투표권을 갖게 되는 것은 나는 찬성하는데 왜 어른들은 반대하는 거지요?"또 한 어린이는 말했다."요즈음 직업을 잃는 것이 큰 문제인데 만약 각국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하다간 오히려 직업을 얻기가 힘들지 않을까요?"또 한 어린이가 말했다."유럽이 모두 한 나라가 되면 앞으로 영어, 독일, 이탈리어, 포루투갈어, 스페인어를 모두 알아야 하나요?" 그 많은 공부를 어떻게 하지요?"토론은 한 시간 이상이나 계속되었다. 어린이들의 재치있고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져 나오자 말 잘 하기로 유명한 콜 총리나 미테랑 대통령도 그만 대답할 말을 잊어버리고 땀만 계속 흘리고 있었다는 이야기는 이미 신문을 통해서 잘 알고 있는 것이다.솔직하고 재치있고 날카로운 비판력을 가지고 있는 유럽의 어린이들. 상대가 선생님이든 시장이든 대통령이든 거리낌없이 대답할 수 있는 어린이들. 또 대통령이나 총리라 할지라도 어린이들의 소리까지 들으려는 유럽의 정치가들. 그 여유와 아량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이러한 이야기를 한국의 정치인들은 알고나 있는가.어린이는 나라의 희망이요. 꿈이라고 떠벌리기 좋아하는 정치가들. 교육자들, 아버지, 어머니들. 우리 어린이들과 얼마나 대화를 하고 그들의 소리를 들으려 하고 있는가.국가의 큰 일도 어린이와 함께 토론회를 갖고 그 정당성을 찾으려 하는데 우리 정치가들의 아량과 여유는 어느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인가.어린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서재균(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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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8.10 23:02

[세상만사] 결국은 ‘共犯者의 딜레마’다

요즘 안기부 X파일을 둘러싸고 세상이 시끄럽다. 그동안 메스컴을 도배질하던 시베리아 유전개발이나 행담도 개발의혹, 대우 김우중 파일쯤은 일거에 뉴스의 뒤안길에 파묻칠 정도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풍문으로만 떠돌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데 대해 경악하고 있다. 이번에 불법도청으로 밝혀진 우리사회 지도층의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행태는 가히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지금 정치권이 매우 뒤숭숭한 모양이다. 특히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검찰의 녹음테이프 공개여부와 수위, 테이프 내용을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두 당 어느 쪽도 이 테이프 내용이 공개될 경우 떳떳하다고 자신할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도청 당시 민주당이나 신한국당을 뿌리로 하고 있는 두 당이 어떤 형태로든 테이프 내용에 연관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은 철이 든 국민이면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다. 국민 여론은 테이프 공개쪽이 다수다. 하지만 반대측 논리도 만만치 않다. 공익과 사익(私益), 국민의 알 권리와 통신기밀 보호라는 실정법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항상 그랬듯이 TV토론에 나온 달변가(?)들은 침 튀기며 제 주장이 옳다고 열번을 토한다. 실로 어느쪽 주장이 옳은지 국외자들로서는 헷갈리기조차 한다. 그러나 결론은 뻔하다. 지금까지 이런 굵직굵직한 사건이 터질때마다 특검이니 국정조사니 법석을 떨었지만 국민들이 납득할만큼 속시원한 결론을 낸 일이 얼마나 되는가. 옷로비 의혹이나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이 다 그랬다. 가깝게는 대북송금의혹 또한 마찬가지 아니었던가. 이번에도 검찰은 한 점 의혹없이 수사할 것이라고 다짐하고는 있다. 검찰총장이 새로 압수한 2백74개의 테이프 내용을 보고받거나 직접 확인하지 않겠다고 공언한것도 그런 믿음을 주기위한 의지로 보인다. 하지만 거듭 강조하거니와 진실은 묻혀 있을때 그 힘을 발휘한다는 역설(逆說)을 이번 X파일에서도 비켜 갈수는 없을 것이다. 여기서 문득 문학평론가 홍사중(洪思重)이 인용한 ‘공범자의 딜레마’라는 글이 떠오른다. 1994년 ‘게임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수학자 ‘존 내시’의 이론에 따르면 이렇다. 어떤 사건을 두고 두명의 공범자가 있다고 치자. 그 둘은 서로를 배신하지 않는한 가벼운 처벌에 그칠수 있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를 믿을수 없어 한 명이 배신을 하게되면 그의 형량(刑量)은 줄어드는 반면 상대는 가중된다. 그런데 그 상대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배신하게 된다면 둘은 사이좋게(?) 중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가장 좋은 방법은 둘이 서로의 신의를 끝까지 지켜 가장 가벼운 처벌을 받는일 뿐이다. 이번 X파일 사건에서도 지금 공운영, 박인회 두 명의 공범자가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수사진전에 따라 수사를 받을 사람은 한 둘이 아닐 것이다. 그 중심에 정치권이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런 경우에도 ‘공범자의 딜레마’가 인용 될 수 있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개연성은 충분하지 않은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지금은 정치권이 서로 으르렁대지만 결론은 그쪽으로 예정돼 있다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그러니 이래저래 삼복더위에 국민들의 짜증과 궁금증만 부채질하는 ‘네 이 놈 X파일’이다./김승일(전북향토문화연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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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8.03 23:02

[세상만사] 왜 혁신도시여야 하는가

토지공사 등 13개 공공기관의 전북 이전 발표 후 각 자치단체마다 공공기관 유치 문제가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시장 군수들이 직접 유치활동에 뛰어들었고, 시군의회와 사회단체까지 가세해 ‘우리지역이 최고’라고 외치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 역시 특정기관 사전 약속을 거론하며 자신의 지역구 이전을 주장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지난 1년여 동안 시도간에 벌어진 경쟁이 이젠 지역내 시군간으로 옮겨붙은 셈이다. 지역마다 공공기관과 혁신도시가 들어설 최적지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전북은 행복한 고민에 빠져야 할 처지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치 않다. 이걸 어떻게 배치해야 효율적인가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찢어발겨 고기덩이 나눠주듯 시군에 하나씩 던져줄 것인가, 아니면 선진국처럼 이른바 혁신도시를 만들어 집적화시킬 것인지가 관건이다. 앞의 것은 정치적 안배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선심쓰듯 하나씩 시군에 나눠준다면 불만을 다독거릴 수 있는 잇점이 있다. 시군과 양해각서(MOU) 체결을 명분으로 한달에 두어번씩 지사가 지역을 순회하며 홍보할 수 있고 언론에도 매번 부각될 것이기 때문에 전북도 입장에서도 싫지 않을 것이다. 내년 선거를 겨냥해 머리를 굴리면 솔깃한 방안이다. 강원도와 경상도 일부가 이같이 찢어발기는 방안을 강구중인 모양이다. 그러나 효율성 측면을 고려한다면 한곳에 집적화시켜야 옳다.우리나라 지방도시들은 지역발전의 공간으로서 부족한 점이 많다. 일자리와 같은 자족기능, 쾌적한 주거환경 및 교육, 정보 등의 인프라가 미흡해 경쟁력이 없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이다. 지방을 선도할 리딩기능도 없다. 전북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지방분권 시대에는 경쟁력을 갖춘 지역거점 육성이 과제인데, 공공기관 이전을 촉매로 혁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하나의 효율적인 수단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공공기관을 한곳에 집적화시켜야지 찢어발겨서는 안된다.선진 각국은 ‘지역’을 단위로 대학, 기업, 자치단체, 연구소, 시민단체 등 혁신주체들이 집적화돼 지역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늦기는 했지만 전북 역시 공공기관과 혁신도시가 클러스터를 이룬다면 관련 기업이 따라 이전하게 되고 지역의 산학연 클러스터가 조성돼 비용도 절약하면서 효과를 키울 있다. 그래서 공공기관 이전과 연계한 혁신도시 건설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혁신도시는 지방의 활력을 높이고 균형발전을 선도하는 거점이기 때문이다. 이런 정황을 인식한다면 시장군수들의 마인드부터 바뀌어야 한다.‘우리 시장 군수는 뭐하고 있느냐’는 핀잔을 의식해서는 안된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공공기관 유치를 전리품으로 보아서도 안된다. 얄팍한 계산 속에 과열경쟁이 벌어진다면 분권과 균형에 흠집이 나고 지방분권의 저항세력들에 빌미를 주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입지조건이나 이전기관의 의사를 무시하고 선심쓰듯 배분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공공기관 이전은 땅따먹기 장난이 아니다.내 앞에 감 놓기 보다는 전북의 미래를 생각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이경재(전북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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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7.27 23:02

[세상만사] 아직도 연줄 선거전인가

지방선거가 10개월 앞으로 다가서면서 입지자들간 열기가 뜨겁다.청년실업자와 신용불량자가 넘쳐나고 중소기업들은 자금난 판매난 원료난에 허덕이며 도산위기에 처해있다.이렇게 먹고 살기가 어려운 판인데 마냥 감투욕에 젖어 있는 입지자들은 자신이 돼야만 모든게 해결될 수 있는 것처럼 혹세무민하고 있다.일례로 기업 유치만 보면 단체장들의 속내를 알 수 있다.기업 유치를 위해 단체장 혼자서 다한 것 같지만 실제는 기업이 이익이 된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옮기는 것이다.물론 기업 유치 과정에서 정치권이나 단체장들의 노력도 전혀 무시할 수 없다.하지만 누구 단독으로 기업을 유치했다고 말하는 건 구상유취나는 이야기다.이윤추구가 목표인 기업들이 어느 단체장이 와서 얘기 한다고 선뜻 기업을 옮기겠다고 말할 바보들이 아니라는 것이다.그러나 표를 먹고 사는 단체장들은 기업이 이해관계를 따져 옮기는 쪽으로 방향을 잡기라도 하면 전적으로 자기가 유치했다고 공치사 하기에 바쁘다.어디 그 뿐인가.예전부터 굵직한 지역 현안 사업이 추진되면 국회의원들도 생색내기에 바빴다.전주 남원간 4차선 확장 사업,용담댐 사업등 연차사업으로 추진하는 도내 굵직한 사업은 여야 의원 모두가 자신이 예산을 확보해줘 사업추진이 가능했다고 호들갑들을 떨었다.지방선거가 실시되면서부터 단체장들도 국회의원들처럼 너 나할 것 없이 생색내기에 주저하지 않는다.마치 자기 호주머니 돈내서 다리라도 놓아준양 호도하고 있다.단체장들의 하루 일과는 거의 표 모으는 일로 끝난다.최근들어 더 가관인 건 민생은 뒷전이고 기간당원이 됐건 표심만 챙기면 그만이다.막대한 조직과 예산 집행권을 틀어 쥐고 있는 단체장들은 현행 3선으로 연임이 제한돼 있지만 떨어진다는 건 상상도 못할 노릇이다.일부러 죽을 짓만 안하면 걱정 없다.아침밥부터 저녁밥까지 자기 돈 안들이고 먹으면서 선거운동을 얼마든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인사권을 갖고 있어 직원들도 항상 단체장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쉽게 말해 땅짚고 헤엄치는 것이나 다름없다.임기동안 다음 선거 준비를 한다해도 과언은 아니다.아직도 시장 군수가 논밭두렁에서 주민들 손만 잡아줘도 표심이 요동치게 돼 있다.3선 연임제한 규정에 따라 김제시장과 진안 무주군수 자리가 비게 돼 있고 전주시장이 도지사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어 그 뒷자리를 놓고 경쟁이 뜨겁다.열린우리당 지사 경선을 놓고 호남선대 전라선 대결이란 말이 널리 회자되고 있다.여기에다 특정학교대 비특정학교 대결로 갈 것이란 말까지 덧붙여지고 있다.아직 구체적으로 후보 선출 방식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국민경선방식으로 갈 것으로 보고 선거꾼은 물론 이해집단들까지도 가세하고 있다.공직자들 가운데도 은밀히 줄서기에 나섰고 사업가들은 사업가대로 후보경선을 의식해 진성당원 모집에 앞장서고 있다.모집한 당원 숫자가 논공행상 할때 참고자료가 될 것이란 기대하에 한명이라도 더 채우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현직 단체장이나 입지자들 모두가 아직도 경선 과정서부터 연줄망에 의존하고 있다.학연 혈연 지연에 따라 선거판이 요동치고 있어 과연 능력있고 청렴한 사람의 단체장 진입이 가능할지 의문이 간다.말로만 연줄망 타파지 실제는 연고주의라는 큰 틀에서 선거가 놀아날 뿐이다./백성일(전북일보 판매광고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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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7.20 23:02

[세상만사] 손자 놈과의 旅行

얼마전 초등학교에 다니는 손자 놈 하나만 데리고 서울 나들이 할 기회가 있었다.마침 휴가철이어서 서울에 살고 있는 친척들도 만나고, 볼일도 있고 해서였다.오랜맛에 가는 서울이라 그런지 마음도 몸도 홀가분한 기분으로 기차여행을 택했다.손자 놈 역시 수학여행이라도 떠나는 시골 아이처럼 전날부터 몹시 설레는 모양이었다.사촌들에게 나누어줄 선물이며 먹을 것들을 고루느라 부산을 떨었다.서울이라는 곳이 그렇게 시골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손자 놈은 내 옆자리에 앉아서 연신 신바람이 나서 자랑이꽃이 되어 있었다.얼마전 사촌들을 따라 서울 구경을 한 일이 있었는데도 처음 서울 가는 아이처럼 지도를 펴놓고 계속 떠들어대고 있었다.“할아버지, 63빌딩은 큰아버지 집에서 얼마나 되지요?”“남산타워를 가려면 몇 번 버스를 타야지요?”“서울대공원까지는 또 얼마나 걸리지요?”손자 놈은 서울에 있는 소문난 곳, 몇 군데를 미리 점찍어 놓은 모양이었다.그렇듯 서울을 좋아하던 손자 놈이 서울역에 내리면서 도무지 말이 없었다.손자 놈이 그리던 서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쉴 사이 없이 꼬리를 물고 다니는 자동차들의 행렬, 하늘이 보이지 않을만큼 빽빽히 들어선 높은 빌딩, 숨이 칵 막힐 것 같은 탁한 공기, 발들여놓을 곳도 없이 수많은 인파, 도무지 몇 년전 서울에 왔을 때와는 너무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따지고 보면 서울이라는 곳이 옛날과 같이 가보고 싶고, 살아보고 싶은 아름다운 곳은 아니다. 그저 서울이라는 곳은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 일뿐 다른 의미는 없는데도 사람들의 마음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손자 놈도 그런 서울에 차츰 실망하고 있는 듯 했다.이젠 땅으로는 모여 살 수 없으니 자꾸만 하늘로 하늘로 올라가 살아야하는 탓일까, 20층 30층 계속 올라가는 아파트숲, 휘발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 자동차는 왜 그렇게도 많은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나라에 손자 놈도 점점 회의를 느끼는지도 모른다.업드리면 코닿을 곳에 큰 아이가 살고 있는데도 택시 타려고 기다리는데 1시간, 타고 앉아서도 길이 너무 막혀 1시간이 걸리는 서울이다.지금까지 말 한마디 없던 손자 놈 하는 말이 심상치 않았다.“할아버지, 서울 괜히 왔네요.”“그러게 내가 뭐라고 했니…”나는 할말이 없어 오늘의 모든 책임을 서울을 따라오겠다고 조른 손자 놈에게 떠넘겼지만, 가슴은 씁쓸하기 짝이 없었다.“얘야, 조금만 참자. 너의 사촌 누나와 형들도 이런 곳에서 살고 있단다. 그래서 이번 여름방학에는 시골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맛보게 모두 데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전주로 가자꾸나. 알았지?”손자 놈은 그때서야 손뼉을 치며 즐거워 했다./서재균(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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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7.13 23:02

[세상만사] 신용불량자들의 그늘

길을 가다가도 은행 앞을 지나치려면 까닭없이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사람들이 있다. 은행 ‘로고’만 봐도 덜컥 겁이 나고 금방이라도 은행 직원이 나와 자신을 다그치지 않을까 뒤가 캥긴다는 것이다. 대명천지에 그런 사람들이 과연 누구일까. 무엇이 그 사람들을 이처럼 까닭있는(?) 두려움에 가슴 쓸어 내리게 하는 것일까. 두 말할것도 없다. 은행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이라면 그는 십중 팔구, 신용불량자이다. 아니 신용불량자는 아예 그렇다 치고 그 지경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신용이 달랑달랑 하여 언제 그 명단에 오를지 불안한 금융권 채무자도 포함된다. 도대체 은행 채무만 생각하면 등골이 서늘한 마이너리티들이 어디 한 둘인가.또다시 입에 담기도 싫은 IMF사태를 떠 올리자면 지금 대부분 신용불량자들은 바로 그때부터 양산(量産)되기 시작했다. 실직으로 인한 가정파탄, 경기불황으로 인한 영세 상공인들의 부도사태, 그래서 하루 아침에 거리로 내쫓긴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때 그들에게 눈에 번쩍 띠는 사탕발림이 바로 신용카드라는 구세주였다. 앞뒤 안가리고 권하는대로 발급받아 웃돌 빼서 아랫돌 막기로 돌려 쓴 사람들이 지금은 대부분 신용불량자가 되고 만 것이다.기업이 은행 빛을 갚지 못하면 부실 기업이 되고 끝내 부도라는 비극을 맞이할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빚을 제때 제대로 갚지 못한 개인은 신용불량자로 낙인 찍힐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금융권에는 아예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게된 신용불량자가 대략 6백만명에 이른다는게 당국의 통계다. 전체 인구의 10여%에 이르는 이 들중 대다수가 주로 50대 퇴직자나 20대 실업자들이라니 사회의 건전성에도 치명적인 타격이 아닐 수 없다.특히 외상이면 소도 잡아 먹는다는 속담처럼 흥청망청 카드를 긁어대던 20대 신용불량자들의 경우는 사태가 여간 심각하지 않다. 뒤늦게 정부가 나서 구제책을 내놓는 등 신용카드 정책을 대폭 쇄신했다고는 하지만 한 때 길거리에서 호객행위까지 하며 카드 발급을 부추겼던 금융권은 그러나 지금 꿀먹은 벙어리다. 오히려 이러다간 우리가 망할 지경이라며 신용관리를 강화해 신용불량자들의 퇴로마저 막고 잇는 형국이다.신용정보회사란것이 설립돼 개개인의 신용평점이 금융기관에 통보되고 그 기록은 컴퓨터에 수록돼 평생을 따라 다닌다고 한다. 그러니 어디 한 군데만 펑크가 나도 전 금융기관에서 신용거래가 정지될 수 밖에 없다. 자신도 미처 기억하지못하고 있던 금융거래 내역을 은행직원이 까발릴때 느꼈던 그 불쾌감은 당해 본 사람만이 알수 있다.사태가 이렇게 되다보니 급전(急錢)이 필요하거나 최소한 생활비 마련을 위해서라도 당장 돈을 구해야 할 사람들이 갈 곳이 어디인가. 사채시장의 불법 탈법과 무지막지한 빚독촉에 시달리다 못해 자살이나 살인사건에까지 이르는 비극적 사연들을 언제까지 수수방관 할 수는 없다.물론 당국이 이들의 신용회복을 위해 각종 구제책을 시행하고는 있다. 하지만 가진 돈이 없어서 빚을 못갚는 신용불량자들에게는 그것도 ‘그림의 떡’이다. 그렇다고 ‘내 배 째라’는 식의 자포자기도 물론 안된다. 현명한 대책없이 이대로 그냥 신용불량자들을 핍박하다간 ‘증오’의 심정이 개인감정에서 집단문화로 확대되지 말란법도 없으니 그것이 문제다./김승일(전북향토문화연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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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7.06 23:02

[세상만사] 심마니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이 하는일이나 생각, 행동 또한 다르다. 개중에는 보통사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별난 사람들도 적지 않다. 분명 편한 길이 있는데 험하고 궂은 일을 마다않고, 남들이 알아주지도 않는 일을 자처하는 사람들이다. 여유있는 생활이 아닌데도 실속없는(?) 일에 매달리는걸 보면 심마니 유길수도 그 별난 사람들 가운데 하나 일것이다. 가진 사람들도 나누기를 꺼려하는 세상에 나눠주길 좋아하다보니 주변의 핀잔도 만만치 않지만 아랑곳 하지 않는다. 산삼 채취로 생활하는 심마니가 분명한데, 직함에서 나타나듯 그는 산삼협회 전북회장 외에 암환자돕기 후원회장이라는 어렵고 힘든 일을 맡고 있다. 그가 하는걸 보면 전자 보다는 후자에 더 매달리고 있는 것 같다. 등산과 달라 심마니는 첩첩산중 나무 숲을 해치고 벼랑을 타며 마치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듯, 발품으로 생활하는 고단한 사람들이다. 또 산삼 찾기가 쉽지 않아 허탕을 칠때가 더 많다고 했다. 더군다나 IMF이후 초보 심마니들이 부쩍 늘어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닥치는대로 싹쓸이하는 바람에 씨가 마를 지경이란다. 그래도 예로부터 신비의 영약으로 알려진 산삼을 매달 암환자들에게 20여 후원회원들과 함께 무상으로 지원한지 올해로 3년째 이다. 지난 달에는 18명에게 40뿌리를 보냈고,이달에도 20명의 환자들에게 50뿌리를 기증했다. 물론 개인적인 후원도 계속해왔다. 다만 주문량이 많아 도내 보건소에서 추천한 극빈환자에 우선하다 보니 아쉬움이 많다고 했다. 심마니들은 나름대로 혼자만 아는 삼밭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산삼 명당을 찾아내면 4,5년은 심심찮게 그 지역에서 채삼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한번 채삼한 곳은 쉽게 알려주지 않는게 심마니들의 불문률이라는데 그는 달랐다. 그의 산행에는 많은 사람이 따른다. 어엿한 심마니로 자리잡은 제자도 많다. 그러나 값나가는 산삼을 가까이 하는데도 그는 항상 돈에 쪼들리는 가난한 서민이다. 뜻을 함께하는 회원들도 여유가 없기는 마찬가지 이다. 그래도 항상 여유로왔고 더 많이 나누지 못함을 아쉬워 한다. 심마니 생활 20년 넘게 전국명산을 누비면서 대박도 많았지만 최소한의 생활비와 사무실 운영비로 만족한다고 했다. 주변에 집사고 가게내는 심마니가 있어도 그는 애당초 산삼으로 돈 벌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그런 그도 처음부터 심마니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한때 전파사를 운영하는등 벌이도 좋았는데, 난(蘭)에 매료되어 난 채취에 미치다보니 어느날 심마니로 변했더란다. 그의 암환자들에 대한 애튿함에는 사연이 있었다. 20대 못지않게 산을 타는 그도 20여년전 암으로 위를 잘라낸 병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50을 눈앞에 둔 그의 건강은 오히려 정상적인 위장을 갖고 있는 사람 못지 않다. 산행을 하면서 건강도 좋아지고 산삼 덕을 본것같다고 했다. 아직 의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없지만 산삼의 효능에 대한 그의 신념은 확고했다. 전설에 나오는 보혈강장제나 만병통치약으로서가 아니라 항암물질 개발에 자연산삼이 시금석이 될수있게 효능연구가 절실하다고 역설한다. 주위에서 뭐라하든 그는 암환자들의 작은 희망이 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안고 오늘도 회원들과 험준한 산속을 해멘다. 각박해가는 인심에도 이런 눈에 띠지 않는 작은 선행들이 세상을 살맛나게 하는지 모른다./이광영(전 전북일보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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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6.2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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