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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교실] 기

기생물체를 형성하는 한 부분으로 몇 개의 조직으로 이루어져 일정한 모양과 기능을 지닌 부분은 '그릇 기' '기관 관'을 쓴 '기관(器官)'이고, 숨쉴 때에 공기의 통로가 되는 숨통은 '공기 기' '대롱 관'을 쓴 '기관(氣管)'이며, 기계 장치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설치된 조직이나 집단은 '기계 기' '관계할 관'을 쓴 '기관(機關)'이다. 한 나라 산업의 바탕이 되는 주요 산업을 '기간산업(基幹産業)'이라 하는데 이는 '기초(基)가 되고 근간(根)이 되는 주요한 산업'이라는 의미이다. '氣'는 기력(氣力)에서는 '기운', 기관(氣管)에서는 '숨', 기압(氣壓)에서는 '기체', 그리고 기상(氣象)에서는 '자연현상'이라는 의미이다. 호흡이 정지하거나 깜짝 놀라서 숨이 막힐 지경이 되는 것을 '기절(氣絶)'이라고 하고, 형제 자매를 총칭해서 '같은 기운을 타고났다'는 의미로 '동기(同氣)'라 한다. '記'는 '기록할 기'이다. '머리에 기록한다'는 의미로 잊지 않고 외워두는 것을 '기억(記憶)'이라 하고, 오래도록 기억하여 잊지 않음을 '기념(記念)'이라 하는 것이다. 己는 '몸 기', 紀는 '벼리 기', 起는 '일어날 기', 忌는 '꺼릴 기'이다. '기탄 없이 말하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꺼릴 기(忌)' '꺼릴 탄(憚)'으로 '거리낌없이 말하라'는 의미이다.바라는 바가 이루어지기를 빈다는 '기도'는 '빌 기' '빌 도'의 '기도(祈禱)'이고, 일을 꾸며내려고 꾀하는 것은 '꾀할 기' '꾀할 도'의 '기도(企圖)'이다. '期'는 기대(期待)에서는 '바라다', 기한(期限)에서는 '기간'이라는 의미이고, 技는 '재주 기', 器는 '그릇 기', 起는 '일어날 기', 奇는 '기이할 기'이다. 또 寄는 '맡길 기', 其는 '그 기', 棄는 '버릴 기', 旣는 '이미 기', 旗는 '깃발 기'이고, 妓는 '기생 기', 騎는 '말 탈 기', 欺는 '속일 기', 飢는 '굶주릴 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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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1.03 23:02

[생활영어] What's done is done.

What's done is done.지나간 일은 할 수 없어요.A: I shouldn't have skipped English class this morning.오늘 아침 영어 수업에 결석하지 말았어야 했어요.B: What's done is done.A: Yes, you're right. 그래요, 당신 말이 맞아요. I shouldn't think about it. 그 일은 생각하지 않겠어요.B: Right. You'll just have to study harder next time. 그래요. 하지만 다음에는 더 열심히 공부를 해야만 할 거예요.should는 뒤에 'have + 과거분사'를 수반하여 과거에 실행하지 못한 일에 대한 유감이나 후회를 나타내며 '~했어야 했는데(~하지 않아 유감이다)'라는 의미입니다. 이와 비슷한 표현으로 'ought to + have + 과거분사'를 써도 같은 의미를 나타냅니다. skip은 '가볍게 뛰다', '건너뛰다', '생략하다'라는 의미입니다. caper, hop, skip, bound는 모두 유연하게 뛰는 동작을 일컫는 단어들입니다. skip은 한 다리씩 교대로 움직여 가볍고 민첩한 동작을 되풀이하는 것을 뜻합니다. bound는 긴, 약간 힘찬 도약을 되풀이해서 하는 것을 뜻합니다. 또는 뛰거나 뛰어오르는 걸음걸이 그리고 빨리 적극적으로 달리는 동작에 들어맞습니다.< 기억해 둘 만한 표현들 >* Let bygones be bygones.지난 일은 잊어버리세요.* Please, forget it.제발 잊어버려.* You should have read that book.=You ought to have read that book.너는 그 책을 읽었어야 했는데(안 읽어서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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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1.03 23:02

[재미있는 전기이야기] 축열축냉

최근 몇년간 날씨가 겨울답지 않게 포근하여 가슴까지 시렵웠던 추운 겨울의 매운 맛을 이제는 느낄 수 없게 된 듯하다. 가끔은 병원균이 번성하여 뜻하기 않는 돌림병이 기승을 부리기까지 한다. 문득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의 뚜렷한 4계절 변화가 이제는 사라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괜한 두려움마저 들때도 있다. 우리 조상들은 한겨울 얼음을 얼렸다가 이것을 여름에 사용했는데 이처럼 얼음을 저장해 두었던 것이 바로 석빙고다. 물론 일반 백성들은 한여름에 얼음을 만진다는 것이 상상도 못할 일이었겠지만 어떻든 궁중에서는 이렇게 해서 더운 여름을 넘기곤 했단다. 요즘은 한 여름에도 쉽게 얼음을 만들어 쓸 수 있어 석빙고의 위력이 실감나지 않지만 어떻든 대단한 발상이었음은 틀림없다.한여름의 아이스크림처럼 겨울의 한기를 여름까지 가져갈 수 있다면... 또는 여름의 열기를 겨울에 사용할 수 있다면... 물론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심야의 남는 전기를 이용하여 열기나 냉기를 만든 후 저장하여 주간에 사용하는 시스템, 즉 축열, 축냉 시스템의 이용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남는 전기 즉 심야전력을 사용하므로 값이 싸고, 또한 전기사용이 가장 많은 한여름이나 한 겨울의 전력부족난을 해소할 수 있어 정부에서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축열 시스템의 경우, 전기의 사용이 적은 심야에 물을 데워두었다가 보일러나 온수용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으로 항상 일정 온도의 온수 및 난방을 유지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축냉 시스템은 심야전기를 시용하여 냉기를 저장하는 시스템이다. 주간냉방 역시 필요한 냉열을 야간에 만들어 탱크에 저장해 두었다가 낮에 이용한다. 그렇지만 단순히 물을 데워두었다가 이용하는 축열 시스템과는 달리 축냉시스템은 냉열을 생산하는 냉동기와 저장하는 빙축조 그리고 냉열을 실내에 순환시켜주는 공조기 등으로 구성된다. 냉축시스템의 냉동기는 용량이 적고 고효율로 운전할 수 있으며, 갑작스런 부하 증가에도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등 여러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또한 빙축시스템은 0。C에서 물이 얼음으로 상변화할 때 발생되는 잠열(80kcal/kg)을 저장하므로 저장탱크의 체적이 작아 도심지 빌딩에 적합하다. 심야시간에는 냉동기를 가동하여 빙축조에 냉열을 저장하고, 반대로 주간에는 냉동기를 정지하고 빙축조의 냉열을 공조기나 팬코일에 순환시켜 냉방을 한다. 이때 만일 빙축조의 냉열만으로 냉방이 부족할 때에는 냉동기도 함께 가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성한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로써는 에너지를 절약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축냉축열과 같이 효율적인 시스템을 개발 이를 적절히 사용하는 것도 에너지 절약의 한 방법일 것이다. /한병성(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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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1.03 23:02

[전북일보 신춘문예] 문학 향한 꿈과 열정 돋보여

2001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심사평- 전반적인 수준향상 우열가리기 힘들어응모한 작품들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로 어려운 시기에도 문학에 대한 열정과 꿈은 사그라들지 않았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이런 시기일수록 문학은 그 결핍에 대한 보상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심사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는데, 그것은 전체적인 수준의 향상 때문이었다. 그래서 심사는 괴로우면서도 즐거웠다.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은 장창영, 김정미, 이승은, 이영옥, 이길상의 시편들이었다. 장창영의 작품은 시적 연륜이 만만치 않아 보였고 표현들 역시 안정되어 있었다. 특히 ‘황태덕장’ 같은 작품에서 “하늘 물어뜯으며 말라가는 수천의 목어떼” 같은 구절은 인상적이었다. 그렇지만 너무 정돈되어 있다는 점이 오히려 아쉬웠다. 이점은 김정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는데 ‘제부도’나 ‘밤의 장례식’ 등은 지나치게 안정되어 있어서 도전의식이 부족해 보였다. 이승은의 작품들 중에서 ‘다림질을 하다가’는 생활 속에서 얻어진 소재를 뛰어난 이미지로 형상화하여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추상적인 표현들이 거슬렸고 거기다가 동봉한 작품들의 전체적인 수준이 고르지 않았다.그래서 마지막에는 이영옥과 이길상의 작품이 남게 되었다. 이영옥의 작품들 중에서 특히 ‘묵호항 여인숙’은 선자들이 놓치기 아까웠다. “내가 언제나 먼곳에서만 보았기” 때문에 묵호항이 아름다웠다는 부분이나, “형광들 불빛이 / 서로의 감정을 빤히 들여다보고” 같은 구절은 훌륭한 시적 표현이 단순히 능숙한 비유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시행이 너무 길게 늘어져 호흡에 문제가 있었다. 문장들을 적절히 끊을 수 있었다면 더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결국 이길상의 작품이 당선작으로 거론되었다. 그의 작품들은 우선 편차가 적어 믿음직스러웠고 섬세한 표현들 속에 삶에 대한 인식의 깊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가령 ‘연’에서 “한지 대신 벌판을 뼈대에 붙인들 어떠랴” 같은 표현이나, ‘철로변’에서 “학교에 가지 않은 몇 아이들은 울먹이는 강이 된다” 같은 구절은 수사의 익숙함을 뛰어넘는 따뜻한 시선이 드러나 있었다. 물론 그의 작품들이 다루고 있는 소재가 새롭지 않다는 점은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막상 당선작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선자들 사이에 이의는 없었다. 당선자를 포함하여 응모하신 분들의 계속적인 정진과 건필을 빈다. /심사위원 김남곤(시인, 전북예총회장), 강연호(시인, 원광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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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0.12.31 23:02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철로변'

철로변/이길상역사엔 톱밥난로가 홀로 어둠을 끌어당기고 있다저탄장 탄가루의 마른 기침소리가 들리고아침을 여는 길은 객지를 떠돈다막장에 들어가는 반딧불들, 날개를 떨구면검은 산엔 절망의 삽날이 꽂힐 뿐이다등록금 낼 때쯤이면 아이들은 학교가 불 꺼진 빈집 같다학교에 가지 않은 몇 아이들은 울먹이는 강이 된다잠 못 이루며 출렁이는 삶이 거품으로 올라올 때그 빈 공간 메우자고 떠난 아이, 무엇을 하고 있을까그 아이 소식 궁금할 때마다 강물은 말이 없고고요와 적막에 남은 논밭마저 드러눕는다갈대처럼 함께 모여 살던 이웃들은 흔들리고 있는가갈기 선 바람이 불자 희망의 불이 꺼진길 아래 집들은 웅크리고떡잎 같던 시간이 뿌리를 거둔다시린 눈발에 하늘도 허기진 달을 내건다달처럼 텅텅 울리는 마음은 철로로 놓여 먼 길 떠났을까거죽만 남은 풍경은 주저앉아 빈 밭을 키우고세간은 더 야위어 간다장에 가신 아버지의 좌판에 햇살 가득 찰 날이 올까아버지가 오실 길에 차단기가 내려가 있다겨울 그놈의 겨울이 또 눈과 바람을 데리고무쇠처럼 달려오고 있다-이길상 약력●1972년 전주 출생●전북 전주시 효자동 1가 550-5●원광대학교 국어국문학교 4학년[당선소감]원고를 투고한 후 며칠 동안 잠이 오지 않았다. 당선될 수 있을까. 더욱이 올해는 이른 봄부터 내 마음에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내게 과연 시적 재능이 있을까. 시집을 읽고 습작을 해도 좀처럼 길을 찾지 못했다. 그럴 때마다 영화와 음악은 지쳐 있는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파블로 네루다와 우체부의 삶과 우정을 다룬 영화 ‘일포스티노’처럼 애정으로 사물과 사람들을 대하고 싶다.새벽 거리를 걷는다. 주위는 어둡고 가로등 몇 개만이 빛을 내뿜고 있다. 가로등이 내뿜는 것은 과연 빛일까. 다 잠든 시간, 깨어 있는 것들의 삶이 궁금하다. 불 켜진 집에서 새어나오는 온기가 몸에 닿는다. 차창마다 어둠을 매단 새벽 기차가 역에 닿기 전, 뭔가가 그리운건 꼭 쓸쓸한 풍경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 어두운 길보다 더 먼 길이 나에게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그 길, 파도처럼 출렁거릴지라도 결코 힘들지만은 않을 것이다.대학 생활을 마치는 겨울 한 자락을 딛고 서 있다. 4년 동안 하지 못했던 일, 잊고 지낸 것들이 너무 많다. 시도 생활의 연장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성실히 보내야 하리라.고마운 분들이 많다. 먼저 마음 고생이 많으셨던 부모님, 그동안 지도해 주신 교수님들께 고개 숙여 고마움을 전한다. 문우들과 친구들이 많이 기뻐할 것이다. 또 전북일보사와 심사위원 선생님께서도 정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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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0.12.31 23:02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빈들에 서 있는 지게 하나

사람 하나 세상에 와서 살다 가는 것이 풀잎에 맺힌 이슬과 같고, 베어지는 풀꽃과 같다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아침 안개처럼 살다 홀연히 떠나버려도 그로 인해 아파하는 가슴들이 있고, 그리운 기억을 꺼내어보며 쉽게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해 질 녘 밭에 갔더니 시아버지의 지게가 석양을 뒤에 지고 비스듬이 기대어 있었다. 생전에 그 분 성품을 말해 주는 듯 꼼꼼하게 싸매어 파라솔 아래 묶어 두었다. 겨우 이세상 떠난 지 보름 되었는데 손때 묻어 반질반질한 지게 작대기는 아득한 옛날로부터 와서 서 있는 것 같았다. 지게에 눈을 두지 않으려 애써 피해도 다시 눈이 거기에 머물었다. ‘언제 와서 다시 쓰시려고…’혹시 발자국이 있을까 싶어 밭고랑을 살펴보았다. 자식 돌보듯 키운 대파가 굵은 몸피에 쭉쭉 곧은 잎을 달고 여전히 밭을 지키고 있다. 텅 빈 들판에 유독 푸르게 서서 가을과 겨울이 오고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한 떼의 바람이 우수수 지나간다.시아버지는 세상에 사는 동안 최소한의 소비를 하다가 가셨다. 변변한 양복 한 벌이 없었다. 이십여 년 전에 맞춘 양복을 깨끗이 손질해서 돌아가시기 전까지 입으셨다. 새 옷을 마련해 드린다해도 마다 하고 아들이나 사위의 입지 않는 옷들을 갖다 입으셨다.비오는 날이면 돋보기를 콧등에 걸치고 헤진 신발이나 살이 부러진 우산 등을 고치셨다.내가 버린 쓰레기 중에 구멍 난 양말이나 장갑, 겉이 성한 볼펜, 또 당신 보기에 희귀한 물건들은 어김없이 주어 다시 내게 주셨다. 나는 못 신게 된 신발을 시아버지 몰래 버릴 연구를 하기도 했다. 돌아가신 뒤에 시어머니는 장롱 정리를 하셨다. 작년 생신 때 아이들이 선물한 새 런닝셔츠가 ‘할아버지 생신 축합니다’라고 쓰인 쪽지를 그대로 붙인 채 나타나자 목을 놓아 우셨다.목이 늘어난 양말은 늘 그 분 것이었고 바닥에 자작자작 남은 생선찌개를 물리시며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다음 끼니에 내가 먹을테니 버리지 말아라”신문지나 파지를 잘라 두고 당신 방에 화장지 대신 쓰셨다. 세수하고 난 물은 버리지 않고 놓아두셨고, 면도할 때도 작은 대야에 절반도 안 되는 물만 떠 가셨다.시어머니 회갑 때 바쁜 며느리 대신 손주를 돌보셨다. 기저귀 빨래를 할 여유가 없어 일회용 기저귀를 사용했는데 빨랫줄에 종이 기저귀가 하나 둘 널리기 시작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말려서 한 번 더 써도 되겠다 싶어 시아버지께서 널어놓은 것이었다. 우리들은 한바탕 웃으며 딱딱하게 굳어져 다시 쓸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해 드렸지만 웃음 뒤끝에 가슴이 따금거리는 무엇이 남아 있었다.웃어른으로서 나를 제일 편하게 해 주신 것은 뭐든지 잘 잡수셨다는 점이다. 뇌출혈로 갑자기 돌아가시기 전 날까지 반찬 투정 한 번 없이 해 드린 음식을 맛있게 드셨다. 그리고 열심히 일을 하셨다. 일혼 일곱 연세에도 젊은이 못지 않게 지게를 지고, 자전거를 타며 들을 오가셨다. 체질이기도 하겠지만 잠시도 쉬지 않으시니 몸에 살이 붙지 않으셨다.사실 시아버지는 왼 손이 조막손이었다. 젊었을 때 병이 나서 침이니, 뜸이니 온갖 민간 요법을 썼는데 그렇게 손이 굳어버렸다 했다. 병을 고치기 위해 백방으로 뛰신 시어머니 이야기는 가히 무용담을 능가한다.그래서 사진을 찍을 때면 꼭 한 손은 뒷짐을 지셨다. 손주들이 말을 배우고나면 “할아저버지 손 아파?”하고 물어보곤 했다.그런 손으로 한 시를 가만히 앉아 있지 않으셨다. 하다못해 구멍난 면 장갑을 깁고 줄여서 왼손을 위한 장갑 만들기라도 하시는 것이었다. 돌아가신 뒤에 가족들은 뭉퉁한 장갑들ㅇㄹ 보면서 많이 울었다.그분은 멋쟁이셨다. 외출을 하시는 날은 최소한 두 시간을 단장하셨는데 면도, 세수, 머리감기, 옷매무새 고치기… 끝으로 내게 머리 기름을 발라 머리 손질을 해달라셨다. 그리고 연미복 입은 제비처럼 말쑥하게 외출을 하셨다. 그렇지만 약주를 거주하게 드시고 돌아오실 때는 아침에 준비하고 나갔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어서 나를 종종 웃게 하셨다.잔정이 워낙 많아서 아는 분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셨고 집에 찾아온 방문객은 동네 어귀까지는 배웅을 하셨다. 아이들을 좋아하셨으며 아이처럼 천진한 웃음을 띄우던 분이셨다.술을 좋아하셨지만 그 분을 아는 사람들 중에 그 분을 싫어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나는 그 분을 좁쌀 영감님이라고 투덜거린 적이 있었다. 그리고 좁쌀 영감님을 그리워할 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잘못한 것만 생각나는 이런 아픈 그리움이 될 줄을 그 때는 몰랐다.돌아가시기 전에 나와 함께 했던 일은 짚 바늘 쌓기였다. 빗물이 들어가지 않게 빙 돌아가며 짚단을 쌓아 가는 것인데 나는 짚단을 가져다 던져 올리고 시아버지께서는 받아서 쌓아 올렸다. 맨 꼭대기 지붕을 만들 때, 한 손으로도 능숙하고 꼼꼼하게 짚을 엮는 솜씨를 유심히 보았었다. 그 논을 지나갈 때마다 나는 짚 비늘 하나 하나를 그냥 보며 지나치지를 못한다.파도가 모래성을 쓸어가듯 아버지의 흔적이 하나 둘 사라져 갔다. 손수 해 놓으신 짚 비늘도 겨우내 소먹이로 헐어졌다.그 분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던 들길을 따라가며 들을 지키고 서 있는 빈 지게 하나 있다. 세상에 와서 맡겨진 짐을 묵묵히 두 어깨에 지다가 모든 것 벗어놓고 훌쩍 가신 아버지의 외로운 발자국이 있다.어느 날 아지랑이 실린 그 지게를 남편이 지고 아버지처럼 집으로 돌아왔다./ 한경선(주부)[당선소감]일어서기조차 두려워했습니다. 빠끔이 문틈으로 밖을 보다가 어설프게 한 발을 내디디었습니다. 어지럽습니다. 저는 너무 작고, 제가 훔쳐본 세상은 까마득하게 높습니다. 그렇지만 첫걸음을 뗀 아기가 한발짝 두발짝 걷게 되듯이 저도 그렇게 자라게 되기를 바랍니다. 글을 쓰는 것이 생활이 되고, 날마다 맑은 글을 쓰는 것처럼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내게 있는 무엇인가를 나눠주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부족한 제 손을 잡아 일으켜주신 전북일보와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 이제까지도 함께 하셨고, 앞으로도 함께 하실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기뻐해 줄 얼굴들이 떠오릅니다. 오늘밤 다시금 나를 들여다보며 긴 기도를 하겠습니다. [심사평]선자에게 넘어온 23편의 수필을 읽고, 일차로 김지수님의 '어머니와 고구마 잎줄기', 김선애님의 '바람든 무', 이동이님의 '고샅길', 정혜숙님의 '어머니의 꽃분', 그리고 한경선님의 '빈 들에 서 있는 지게 하나'의 5편을 골랐다.어려웠던 시절 고구마 잎줄기를 따다가 엮어서 시장에 내다 팔던 어머니의 노고를 화상하면서 요즈음의 농촌 현실의 딱한 문제까지 곁들이면서 엮어 나가는 '어머니와 고구마 잎줄기'의 논지는 일단 타당하나 문장의 흐름이 평범하다. 중년에 접어드는 자신의 처지를 바람든 무의 경우에 비유하면서 앞날의 바람직한 삶의 지표를 모색하고 있는 '바람든 무'의 착상은 기발하나 충분한 설득력이 갖추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초등학교 시절의 기억을 회상하면서 골목길에 얽힌 추억을 되살리면서 현대식의 도로와는 다른 골목길의 운치있는 삶을 모색하고자 하는 '골목길'의 착상은 신선하나 역시 설득력이 약하다고 하겠다. 어머니가 가꾸던 화분을 보면서 이제는 이미 고인이 된 어머니에의 애틋한 그리움을 잔잔한 톤으로 회상하고 있는 '어머니의 '은 그 문장이 여운을 담고 있어 좋았으나 전체적으로 역시 가볍다는 인상이다. 해 질 녘에 밭에 나갔다가 밭 귀퉁이에 비스듬히 서 있는 죽은 아버지의 지게를 보게 된 일을 계기로 하여 그분의 생전의 일들을 하나하나 회상하고 있는 한경선님의 '빈들에 서 있는 지게 하나'는 고인을 회상하는 며느리로서의 따뜻한 흠모의 정과 아울러 고인을 잃은 슬픔이 잔잔하면서도 운치있는 문장의 흐름 가운데 배어나오고 있다. 당선작으로 결정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심사위원 천이두(문학평론가, 원광대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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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0.12.31 23:02

[2001 신년특집] 옛것과의 대화

"옹기는 자연이자 삶의 질서이다"- "옹길일 10년째 이제부터 시작"- 생활용품 1백50여종 만들어 내- 값싸고 촌스럽다는 인식 아쉬움- 외국 식탁위에 올려놓겠다는 각오새로움을 추구하는 시대다. 낡은 것, 작은 것, 소박한 것 보다는 새로운 것, 큰 것, 화려한 것에 마음을 주는 시대. 옛것은 사라져가고, 새로운 것만 남는다. 이것이 시대적 순리라면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정말 다행스럽게도 이 시대적 순리를 거슬러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옛것의 가치를 찾는 사람들. 전통과 옛것에 대한 관심으로 진정한 가치를 새롭게 발견해 그 맥을 잇고, 현대적으로 재생산의 통로를 열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이들에게 옛것은 낡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이고, 지나간 것이 아니라 희망으로 다가오는 대상이다. 몸을 한껏 낮추어 이 옛것으로 부터 행복을 찾는 사람들에게서 우리는 문화산업의 미래를 볼 수 있다. 옹기로 세계를 꿈꾸는 옹기장이 이현배 옹기장이 이현배. 그에게 옹기는 질서다. 그가 옹기를 만드는 일은 곧 질서를 찾아가는 일에 다름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한다. 플라스틱시대를 거쳐 이제는 온갖 첨단소재들이 매끈하고 세련된 품새로 생활 구석구석을 차지해버린 지금, 이 옹기의 질서를 되찾아 어쩌겠다는 말이냐고. 그는 이러한 물음을 기다렸다는 듯이 당당하게 대답한다. “우리 생활속에 옹기의 자리를 찾아주어야죠. 식생활은 우리 삶의 바탕입니다. 우리 식생활을 좀 들여다 보세요. 얼마나 어지러운가. 그러니 우리 가치관이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지요. 나는 세상사의 모든 혼돈과 갈등이 바로 여기서부터 비롯된다고 봅니다. 여기서 조금 더 늦어지면 옹기 자리를 찾는 일은 더 어려워질 것 같애요. 그러니 시기를 놓칠 수 없지요.” 올해 나이 서른 일곱. 옹기일을 시작한 때가 스물 일곱살때이니 올해로 꼭 10년이 된다. 앞날 창창하던 서울의 일류호텔 요리사 자리를 그만두고 옹기장이로 들어설때 그는 10년동안만 옹기장이로 살겠다고 마음 먹었었다. 그때의 다짐대로라면 옹기장이로서의 삶은 이제 그만두어야 하는 셈이다.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실적으로도 이 일을 지금 멈출수 가 없게 되었지요. 오히려 이제 모든 일을 옹기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좀체 단정적으로 자기 입장을 정리하는 일이 없는 그가 이렇게 말하는 데에는 그만한 까닭이 있을터. 그 연유를 들어보면 옹기의 미래는 바로 눈앞에 와있다. 진안군 정천면 평장리 363-4 정송마을. 그가 흙을 빚어 옹기를 만들고, 구워 수많은 그릇을 만들어내는 터다. 이곳에 들어온 것이 94년. 전남 벌교의 징광옹기점 박나섭 옹과 경북 문경의 영남요 백산선생 밑에서 흙공부를 한 그는 옛부터 옹기점이 성했던 이 마을에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이미 옹기점을 지키던 토박이 옹기장이들이 다 떠나버린 곳에 찾아 들어온 젊은 옹기장이는 쌀세가마 반을 주고 사들인 언덕위의 흙집을 고쳐 물이 솔이 바우, 세아이를 키우면서 아내와 흙일을 시작했다. 막힌 가마의 불구멍을 틔우고, 그릇을 굽기 시작하면서 정송마을 옹기굴의 불씨는 되살아났다. 그가 만드는 옹기는 옛것을 재현해내는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식생활의 쓰임새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라면 거의 모든 형태의 옹기들이 그의 손에서 빚어지고 구워졌다. 한식 상차림의 반상기 세트부터 온갖 아름다운 접시며, 술잔, 찻잔, 심지어는 화분까지, 그동안 그가 만들어낸 그릇의 종류는 1백 50종에 이른다. “옹기로 안되는 것은 없어요. 기능성으로도 그렇지만 조형성으로도 그 가능성이 무한하지요. 그것은 곧 흙이 지닌 힘이기도 해요.”호기심 많은 그는 시도 때도 없이 아이디어를 발휘해 뭇사람들을 감동시킨다. 그 호기심은 탁월한 그의 미적 감각과 맞아 떨어져 기상천외한 조형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옹기로 만든 커피잔, 특히 에스프레소용으로 만들어진 옹기잔을 보면 그의 미적 감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 에스프레소 잔은 지난 10월 서울에서 가진 개인전에서 첫 선을 보였다. ‘엄지’라는 이름으로 선보인 에스페르소 잔은 손잡이를 엄지손톱 모양으로 만든 것인데 그 장난스러움에 실린 앙증맞음이나 질박한 옹기의 느낌이 어우러져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전통옹기를 재현하는데에 그치지 않고 굳이 현대 생활용품으로서의 옹기를 만들어내는 그는 그만한 댓가(?)를 얻고 있을까. “사실 많이 지쳐 있습니다. 옹기를 만드는 일만으로도 벅찬데 그것을 상품화하고 판매하는 일은 더 어렵거든요. 경제적으로는 참담합니다. ” 그는 개인전만해도 여덟번. 서울과 전주에서 옹기로만 개인전을 가졌고, 서울의 유명 백화점에 판매 코너가 개설되기도 했으며, 이름 꽤나 알려진 서울의 인사동이며 청담동 등의 아트샵의 한쪽을 장식하고 있다. 말하자며 그의 손내옹기의 판매 전략은 모두 동원 된셈이다. 그의 표현처럼 길거리로 가지고 나가 판매하는 방법만 빼놓고는. 그러니 ‘손내옹기’의 이름값치고는 뜻밖의 여건이 아닌가. 그런데도 그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동안에 옹기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많이 새로워졌어요. 아직도 옹기는 싼것이어야 하고, 세련되지 못한 것이라는 인식이 여전하지만 옹기를 제대로 알고 아끼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거든요. 그래서 승산이 있다는 희망을 버릴 수 는 없습니다. ” 얼마전 그는 서울의 한 이름난 호텔의 양식부에 들어가 일주일동안 실습을 했다. 양식 과정과 그릇의 품새를 익히기 위한 시도였다. 그리고 난후 양식 세트를 옹기로 만들어냈다. 호텔에서 이 양식기를 시범적으로 사용해보고 있으나 그의 말에 따르면 여러가지로 한계가 드러나서 더 연구를 해보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도 그는 행복하다. 옹기가 외국의 식탁위에 놓여지는 상상만으로도 그는 즐거운 것이다. 그는 옹기를 만들면서 느끼는 세상이야기를 담은 책 ‘흙으로 빚는 자유’를 펴냈다. 옹기로 부터 질서를 찾는 일이 얼마나 행복하고 소중한 것인가를 일깨워주는 그는 옹기장이가 왜 행복한지를 일러준다. ‘옹기는 옹구다’/ 이현배의 옹기철학이현배씨에게는 그 나름의 ‘옹기철학’이 있다. 그 철학은 옹기에 자신의 삶을 실어버린 바탕이기도 하다. 그 철학의 묘미는 참으로 넓고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백미는 ‘옹기는 옹구다’에 있다. 그의 철학을 들어보자. “왜 옹기는 옹구냐? 옹구에는 호흡이 있기 때문이다. 옹기가 학교 칠판에서 분필이 내는 소리라면, 옹구는 할머니와 어머니 삶의 목구멍에서 우러나옴직한 소리다. 그 걸걸해보이는 물건이 아주 맑은 소리를 내는 것도 옹기가 옹구이기 때문이다.” ‘기’와 ‘구’의 글자 한자에서도 의미를 찾는 그의 철학은 삶의 질서로 이어진다. 숨을 쉬는 옹기, 그는 이 옹기의 숨쉬기를 소통이라고 말한다. 안과 밖, 위와 아래, 어제와 오늘이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 교통한다는 것이다. 그는 옹기를 삶의 소통과 질서로 여긴다. 깨어지는 것이어서 아름답고, 쉬운것이어서 친근한 옹기는 그에게 우주에 다름아니다. 옹기는 몸을 이루는 흙이나 그 위에 바르는 잿물 모두 흔한것. 그는 대부분의 경우 진리는 보편타당성 속에 있고, 이로움은 흔한 가운데 있기 마련이고 그런점에서 본다면 옹기가 좋은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희한해야 대단한 것으로 여깁니다. 우리가 많은 것을 잃게 된 이유도 바로그러한 인식때문이지요.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는 또 옹기를 ‘힘’으로 여긴다. 항아리에서 뚝배기를 찾아보고, 그 뚝배기의 몸을 선의 논리가 만들어놓은 길로 따라 올려다보면 힘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그 느낌을 ‘아지랑이처럼, 불꽃처럼 치고 올라가는 힘’이라고 일러준다.숨을 쉬는 옹기, 역한 기운을 밖으로 뱉어내고 가둘 것은 꼭꼭 가두어 두는 옹기. 그의 삶과 철학은 옹기를 닮아 있다. 그의 곁에서 늘 용기와 위안을 주는 아내 최봉희씨의 삶과 철학 역시 부창부수다. 손내옹기의 미래는 이들 부부의 옹기철학을 딛고 씩씩하게 서있다. 뭇사람들은 넘보지 못할 이 철학에 옹기의 세계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 문화일반
  • 김은정
  • 2000.12.31 23:02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은 자기성찰...출품작 늘어 흐뭇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심사평/송기숙 (소설가). 임명진(문학평론가, 전북대 교수)- 소재 및 주제 가벼워져 문학적 진지성 결여일차 예심을 통과하여 심사위원들에게 넘어온 작품은 총 23편이었다. 실제 응모 편수는 적어도 그 서너 배는 된다니 상당히 많은 작품이 응모된 셈이다. 소설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늘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더구나 소설이 우리 자신과 세계를 성찰하는 결과로 산출된다면, 요즘 겪고 있는 여러 가지 난국을 벗어나는 데 이런 문학적 성찰도 필요할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많은 분들이 소설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심사에 임했다. 그러나 이런 반가움과 바람에도 불구하고 응모작을 읽고 난 기분은 유쾌하지는 않았다. 우선 대체적으로 그 소재와 주제가 가벼워 문학적 진지성이 결여된 작품이 많았던 것이다. 특히 적절치 못한 남녀관계를 소재로 삼은 작품들이 유난히 많았는데, 그 작품 속에서 그런 불륜이 이제 세태의 일부로서 당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 씁쓸함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다섯 편이 눈길을 끌었다.[나룻배와 행인](김경숙)은 무난한 문장과 끝마무리의 구성이 돋보이는 소품이다. 또한 사소한 일상이라는 소재에서 보편적 주제를 끌어내는 솜씨도 예사롭지 않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갈등구조가 없는 데다, 소설의 기본 요소라 할 수 있는 서사성이 빈약한 것을 흠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지적은 [영도의 카니발](김진주)의 경우에도 그대로 해당된다. 여성 서술자의 섬세한 감성과 이국정서가 이 작품의 미덕이기는 하지만, 그로써 예의 흠이 충분히 메꾸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노리는 바, '자아정체성을 향한 숙명적 탐색'이라는 주제도 설득력있게 부각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환상게임](서경)은 매우 개성적인 작품이어서 관심을 끌었다. 또한 강렬한 모더니즘적 색채와 큰 무리없는 서술이 소설적 흥미를 뒷받침하고 있기는 하나, 말미에 이르면 요령부득으로 흐르고 있다. 소설은 물론 어떠한 소재나 기법을 동원할 수 있는, 예컨대 가상의 세계나 환상의 공간을 다룰 수 있는, 그래서 가장 융통성 있는 장르이기는 하다. 그러나 어떤 차원에서건 진실성을 획득해야 하는 양면을 또한 지니고 있다면, 이 작품은 소설의 융통성을 잘 보여주면서도 진실성 획득이라는 다른 면에서는 큰 약점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이런 약점을 잘 극복하고 있는 것으로는 [해넘이](신희숙)를 꼽을 수 있겠다. 이 작품은 감성적인 문체와 정교한 구성을 토대로 한, 상당한 품을 들인 노작으로 느껴지고 속도감 있게 읽히는 저력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내포작가의 감상이 강하게 드러나는 것이라든지 삶과 죽음이라는 엄청난 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간추리고 있는 것 같아 불만이다. 이것은 통찰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진지성의 문제라 할 수 있겠지만......[세상의 골목](김신)은 잘 다듬어진 작품이다. 우선 이 작품의 작자는 상당한 습작과정을 거쳤을 거라고 느껴졌다. 문장, 구성, 인물의 성격, 주제의 형상화 등 전반에 걸쳐 신뢰가 가고, 무엇보다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작자의 노력이 남다르다고 판단되었다. 특히 현대 사회의 가장 중요한 화두 중의 하나인 여성성의 문제를 이렇게 잔잔하게 드러낸 솜씨가 에사롭지 않아 심사위원들은 쉽게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렇게 심사가 완료된 뒤, 이 작품이 국내 다른 일간지 신춘문예에 중복 응모되어 양쪽에서 당선작 후보로 올랐고 그래서 입상시킬 수 없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참으로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다른 작품 중 어느 하나를 가작으로 밀 것인가를 한 때 고려하기도 했으나, 이 작품에 대한 미련도 미련이려니와 또한 신춘문예라는 고유의 전통과 권위를 위해서도 그럴 수 없다는 판단으로 입선작을 내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안타까운 일이다.

  • 문화일반
  • 이성각
  • 2000.12.31 23:02

각 종단 종교대학 신입생모집으로 분주

-일반인들의 종교교리에 대한 이해 돕기위한 과정일반인의 종교교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각 종단에서 개설한 종교대학이 새식구 맞이로 분주하다. 화엄불교대학을 비롯한 도내 불교대학과 가톨릭신학원에서 2001년도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화엄불교대학(학장 도영스님)에서는 불교학과와 대학원과정 모두 2백50명을 모집한다. 불교학과에서는 불교기본교리와 불교의식, 대승불교사상, 불교문화사 등 불교전반에 대해 배운다. 수업은 매주 월·화요일 오후 7시 두차례씩 열린다. 불교에 관심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수강할 수 있다. 대학원과정은 불교대학을 마쳤거나 이와 동등이상의 자격을 가져야 수강할 수 있다. 대학원에서는 대승기신론, 정토신앙, 화엄신앙, 금강경, 사회복지론 등을 강의한다. 수업은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한차례씩 열린다. 두과정 모두 1년과정으로 운영된다. (277-3497)전북불교대학(학장 강건기)에서는 불교학과와 법사과, 그리고 통신과정(불교학과, 법사과) 수강생을 모집한다. 수업은 매주 목·금요일 저녁에 열리며, 교육과정은1년.불교학과는 불교에 관심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지만 법사과는 불교학과 졸업자 및 이와 동등이상의 자격을 가져야 한다. 통신과정에 접수하는 사람은 사이버불교대학에 다니게 된다. 1월 31일까지 모집한다. (226-7878) 천주교 전주교구 가톨릭신학원에서도 새식구를 모집한다. 모집학과는 교리교육과(주간)와 신앙연수과(야간). 교리교육과는 그리스도론 교회론 창조론 성령론 종말론 영성신학 등 가톨릭교리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강좌로 진행되며, 신앙연수과에서는 삼위일체론과 창조론, 신학적 인간학 등에 대해 강의한다. 수업은 매주 한차례 열린다. 천주교회에서 세례를 받은 지 1년이상 된 신자여야하며 평신도와 수도자 누구나 수강할 수 있다. 1월 31일까지 접수.(284-6227)

  • 문화일반
  • 은수정
  • 2000.12.30 23:02

[생활영어] It's now or never.

It's now or never.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아.A: I'm thinking about going to graduate school this fall.이번 가을에 대학원에 갈까 생각 중이에요.B: Why don't you wait a year and start next fall?1년을 기다리다가 내년 가을에 입학하는 것이 어때요?A: No, it's now or never. If I wait I'll probably never go.제가 만약 보류하면 아마 결코 못 갈 것 같아요.B: Well, good luck.그래요, 그럼 행운을 빌어요."It's now or never."는 간단하게 "Now or never."라고 표현해도 무방합니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이다."라는 의미를 나타냅니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 후 진학할 수 있는 상급학교에는 university(4년제 종합대학), community college(2년제 대학), career school(6개월~2년제 직업학교) 세 가지가 있습니다. university의 경우 1,2학년은 교양과정이고 3,4학년은 전문과정입니다. 졸업시 학사학위를 취득하여 graduate school(university내의 대학원)이나 professional school(전문대학원; law school같은 경우)에 진학하여 석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습니다. community college의 경우 졸업후 4년제 종합대학의 3,4학년에 편입할 수 있습니다.< 기억해 둘 만한 표현들 >* Such opportunity does not occur every day.그런 기회는 날마다 오는 것이 아니다.* Don't regret lost opportunities.놓친 기회는 후회하지 마세요.* Don't be too discouraged.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0.12.30 23:02

[한자교실] 급

급급행열차(急行列車)와 완행열차(緩行列車)를 구분하지 못하였던 때가 있었다. '급할 급(急)' '느릴 완(緩)'을 알았더라면 구분이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급한 성질 또는 급작스럽게 일어나는 성질의 병을 '급성(急性)'이라 할 때도 '급할 급'이다. 다치거나 해치면 목숨이 위험한 부분 또는 사물의 가장 중요한 곳을 '급소(急所)'라고 하는데 이 때의 '급'은 '중요하다'는 의미이다.'給'은 '주다' '넉넉하다'는 의미로 쓰인다. 돈이나 물건을 주는 것을 '급여(給與)'라 하고, 물을 공급함을 '급수(給水)', 음식을 주는 일을 '급식(給食)'이라 하는 것이다. 재물을 주는 일을 '급부(給付)'라 하고, 물건을 판 사람이 상품을 넘겨주고 산 사람이 대금을 지불하는 따위를 '반대급부(反對給付)'라고 하는데 이는 쌍방이 의무를 가지는 계약에서 한쪽의 급부(給付)에 대하여 다른 한쪽이 해야 할 그와 대등한 급부를 일컫는 말이다. '級'은 '등급 급'이다. 같은 학급의 친구를 급우(級友)라 하고, 등급·계급 따위가 오름을 '진급(進級)' '승급(昇級)'이라 한다. 지난날, 과거에 합격하던 일 또는 시험이나 검사 따위에 합격하는 일을 일러 '미칠 급(及)' '시험 제(第)'를 써서 '급제(及第)'라 한다. 물론 '第'는 '제일(第一)'이나 '제삼자(第三者)'에서처럼 '차례'의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더 많다. 말이 어떤 문제에 미침을 언급(言及)이라 하고, 모자라거나 떨어진 물자를 대어 주는 것을 '보급(普及)'이라 한다.재능을 알지 못하고 함부로 부리는 일은 무모한 일임을 이야기할 때 "급기사인야 구비언(及其使人也 求備焉)"이라는 말을 쓴다. '그가 사람을 부리게 되면 준비되어 있는가를 살펴서 하라'는 말이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0.12.30 23:02

미당 서정주선생 고향에 잠들다

지난 24일 노환끝에 85세를 일기로 별세했던,한국의 국민시인이자 시성(詩聖)으로 평가받고 있는 미당(未堂) 서정주(徐廷柱)이 28일 고향인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 선영에 고이 잠들었다.‘국화옆에서’등 평생 1천여편의 주옥같은 시를 남겼던 선생은 이날 오후 2시 큰아들 승해씨(60.재미변호사)와 둘째아들 윤씨(43.재미의사),큰며느리 강은자씨를 비롯한 가족들과 김남곤 전북예총회장,김정웅 한국문인협회 고창군지회장등 지역문화예술계 관계자,지역주민등 1백여명의 애도속에 선생의 시작(詩作)의 자양분노릇을 했던 고향땅에 영면했다.비록 선생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을 영원히 떠났지만 생전에 너무나 사랑했다던 부인 방옥숙여사와 함께 나란히 누워 묘소앞 소요산의 자태를 바라다 보고 곰소만의 파도소리와 질마재의 바람소리를 벗삼으며 지하세계에서도 시상을 가다듬을듯 싶다.선생은 특히 고창군이 선생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지난해 착공,내년 7월8일 개관예정인 소요산밑 미당시문학관과 인접 진마(질마)마을 자신의 생가를 구경하기 위해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을 반가운 눈으로 바라다보며 생전의 온갖 시름을 잊고 편히 쉬리라.선생의 하관식에 앞서 이날 낮 1시20분께는 미당시문학관 앞 광장에서 노제가 열려 많은 참석자들이 선생의 마지막 가는길에 명복을 빌고 생전의 업적을 추모했다.이날 노제에는 이호종 고창군수을 비롯 각급 기관장과 선생의 후배.제자문인들인 김화영 고려대교수와윤재웅동국대교수,시인문정희씨,천이두.이기반.송하성교수,이운영.안도현시인,진기풍 미당시문학관 공동추진위원장등 3백여명의 각계 인사가 참석해 선생의 명복을 빌었다.노제가 끝난뒤 선생은 진마마을주민들이 멘 꽃상여를 타고 선영에 묻혔다.한편 이날 오전 8시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영안실에서는 가족과 후배.제자문인등 2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선생의 영결식이 있었다.이날 영결식은 이법산(동국대교수) 스님의 독경과 유족분향,유해운구순으로 진행됐다.이날 선생에게는 금관문화훈장이 수여됐다. ▲고창군은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7월8일 선생의 탄생날짜에 맞춰 시문학관을 개관하고 우리나라 시문학발전에 공로가 많은 시인들을 대상으로 미당시문학상을 수여하기로 결정.내년 첫시상은 선생의 최초의 시집인 ‘화사집’이 출간된지 60주년이 되는 해에 시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더욱 의미가 클것으로 전망.이상 수상자에게는 당초 고창군이 1천만원의 상금을 부상으로 수여할 예정이었으나 선생의 가족들이 선생이 생전에 살았던 서울집을 매각한 돈의 일부를 고창군에 내놓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상금은 2천여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 ▲이날 꽃상여를 앞장서 갔던 12여개의 만사에는 박우영 고창예총회장의 ‘큰별이시여 고향의 품안에서 영면하소서’,제주도 엄영자 시인의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등 추모시와 선생이 남긴 대표적인 시들의 일부 구절이 헌시로 받쳐저 눈길.이날 헌시는 문인협회고창군지부가 주최가 돼 전국의 아는 시인들에게 연락해 이루었다는 후문.▲지난 24일 첫눈내리는 크리스마스이브에 눈을 감았던 선생은 추웠던 전날 영하의 날씨와는 달리 따뜻한 날씨속에 묻혀 많은 참석자들이 선생이 일부러 좋은날씨를 선택해서 돌아가신것 같다고 신비감을 나타내기도.

  • 문화일반
  • 손승원
  • 2000.12.29 23:02

[한자교실] 금

금금으로 만들거나 장식한 관을‘금관(金冠)’이라 하고, 쇠붙이로 만든 관악기를 ‘금관악기(金管樂器)’라 한다. 똑같은‘金’이지만 전자(前者)는 ‘황금(gold)’이라는 의미이고, 후자(後者)는 ‘쇠붙이(metal)’라는 의미이다. 또‘금액(金額)’에서는‘화폐’, 금발(金髮)에서는 ‘누른빛’의 의미이며, 금언(金言)에서는 ‘귀하다’는 의미이다. ‘金’은 또 우리 나라에서 가장 많은 성씨이기도 한데 이 때에는 ‘금’이 아닌 ‘김’으로 발음한다. 친구 사이의 매우 도타운 우정을 일러 ‘금란지교(金蘭之交)’라 한다. ‘쇠처럼 단단하고 난초처럼 향기로운 우정’이라는 의미이다.욕구나 욕망을 억제함을 일러 ‘금욕(禁慾)’이라 하고, 일체의 정신적 육체적인 욕구나 욕망을 억제함으로써 종교 또는 도덕상의 이상을 성취하려는 사상이나 태도를 ‘금욕주의(禁慾主義)’라고 하며, 신체의 자유를 구속(拘束)하여 일정한 장소에 유치(留置)함을 ‘구금(拘禁)’이라 하는데 이 때의‘禁’은 ‘금할 금’이다. 예로부터 우리 나라를 금수강산(錦繡江山)이라 일컬어 왔는데‘금수(錦繡)’는 ‘수놓은 비단’이라는 의미로‘아름다운 자연’을 이르는 말이다. 비단 위에 꽃을 더한다는 의미로 좋은 일에 좋은 일이 더함을 이르는 ‘금상첨화(錦上添花)’에도 ‘비단 금(錦)’을 쓴다. 지금과 옛적을 비교할 때 차이가 너무 심하여 일어나는 느낌을 금석지감(今昔之感)이라 하고, 어제와 오늘이라는 의미로 ‘요즈음’을 일러 ‘작금(昨今)’이라 하는데 이 때의 ‘今’은 ‘이제 금’이다. ‘금수(禽獸)만도 못한 놈’이라고 욕하는 것을 본다. ‘금(禽)’은 ‘날짐승’을 ‘수(獸)’는 ‘길짐승’을 나타낸다. ‘이불 금(衾)’을 쓴 원앙금침(鴛鴦衾枕)은 ‘원앙을 수놓은 이불과 베개’를 가리킨다. 琴은 ‘거문고 금’, 襟은 ‘옷깃 금’이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0.12.29 23:02

시름 털어낼 해넘이, 희망 담아낼 해돋이

-도내 새해 연휴 해돋이 명소각종 이벤트로 들썩였던 새천년 신년맞이는 없다. 또다시 불어닥친 경제난은 이전보다 더 깊은 아픔으로 다가서 지금, 화려한 이벤트 대신 시름을 털어내는 해넘이나 한해의 희망을 찾아가서는 산행이나 해돋이를 계획해 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부안=‘노을이 아름다운 변산 격포로 여려분을 초대합니다’. 지난해 8만여 인파가 참여, 세기말을 장식했던 부안군 변산반도 해넘이축제가 올해에도 개최된다. 국가적인 행사로 치러져 20세기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변산반도 해넘이 행사는 올해 31일 부안 격포 채석강에서 열린다. 지난해 전국 행사로 부각돼 부안을 일몰의 고장으로 널리 알렸던 부안군은 ‘해넘이와 해돋이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코스’ 등을 개발했다. 개암사 - 곰소 - 내소사 - 모항 - 궁항 - 격포(1박) - 남여치(산행) - 월명암(일출) - 직소폭포 - 봉래구곡 - 부안댐 - 변산온천의 1박2일이 환상적이다. 날씨가 맑아야 하고 운도 따라야 한다.산행코스로는 개암사 울금바위 유동 청림 코스나 개암사 학치 상여봉 남옥녀봉 바디재 덕성봉 선계폭포 만화동 코스 등이 있다. 각각 3시간이 소요된다. 내소사 관음봉 직소폭포 월명암 낙조대 남여치 지서리 코스나 지서리 남여치 쌍선봉 낙조대 직소폭포 대소 원암재 내소사 코스는 각각 4시간이 소요된다.▲김제=예로부터 낙조(落照)의 명소로 유명한 김제시 진봉면 망해사가 해넘이 장관 적지로 꼽히고 있다. 김제시내에서 서북쪽 16㎞지점 서해안인 진봉면 심포리 진봉산 고개넘어 깎은 듯이 세워진 기암괴석의 벼랑위에 서 있는 망해사(望海寺). 서해연안에서는 가장 바다에 가까운 곳에 위치해 다른 지역에서 볼수 없는 낙조가 보는 이의 넋을 잃게 한다. 예로부터 명승지로 꼽혀 시인 고산(古山)은 망해사를 찾아 절경에 감탄하여 황홀함을 시로 읊기도 했다. 망해사 뒷산에는 전망대가 위치해 있어 망망대해와 우리나라 제일의 곡창지대인 만경평야를 한눈에 굽어볼수 있다.또 전망대 남서쪽으로는 사발을 엎더 놓은 듯한 산이 들어오는데 이 산이 심포산으로 꼭대기에는 고려시대 축조한 봉수대와 군항으로서 적선과 교전을 한 전선지였던 전선포(戰船浦)가 있으며 생합 등이 유명한 심포횟집단지가 자리하고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완주=완주군 구이면 모악산은 전주시내에 인접해 있어 부담없는 해돋이를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안성마춤. 2시간여동안의 산행으로 가족과 함께 오르기에는 적합하다.▲진안=조선왕조 창업의 계시터인 영산 마이산 암마이봉 정상에서도 해돋이를 볼 수 있다.진안지역에는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해돋이 명소가 많은데 운장산과 구봉산, 부귀산 등이 명소로 꼽히고 있다. ▲무주= 덕유산 향적봉도 적소다. 향적봉의 산행이 부담스럽다면 무주리조트의 곤도라를 이용, 설천봉에 오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 문화일반
  • 이성각
  • 2000.12.29 23:02

전주 2000 제야축제, 31일 객사 풍남문서

‘희망’.늘 새해를 맞는 즈음이면 떠올리는 두 글자 희망. 하지만 희망이라는 말이 다른 어느 해보다 더욱 간절해지는 올 연말이다.‘새로운 밀레니엄’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찼던 한해가 더욱더 깊은 시름을 안겨준채 마무리되고 있다.의약분업이라는 밥그릇싸움으로 자식을 부둥켜 안은채 병원 문턱을 전전해야 했던, 그리고 일자리에 내몰려 거리로 나서야 했던 가장들, 곤두박질친 주가에 같이 고개를 숙여야 했던 사람들, 서민들은 나몰라라하며 당리당략에 빠진 정치권…….새천년 첫해에 걸었던 기대는 한해가 마무리되는 지금 찾아볼 수 없다. 그 기대감만큼이나 깊은 시름과 고단함만을 안겨준 올한해.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희망’을 말한다.깊고 깊은 올한해의 시름을 제야의 종 서른세번의 타종소리로 하나둘 털어내고, 새해를 맞는 저마다의 가슴에 희망이라는 단어를 아로 새겨보자.12월31일 전주 객사와 풍남문으로 나와 서로의 지친 어깨를 다독거려주고 새해에 대한 희망을 품어보는 2000 제야축제가 마련된다.올해 제야축제의 테마는 ‘희망찾기’. 저마다의 새해 바램을 풍선에 실어보내고, 저마다의 손에 들려진 촛불에 소원지를 사르며 새해 희망을 기원하는 시간을 마련된다.들썩들썩한 축제보다는 조용히 뒤를 돌아보고 앞을 빌어보는 자리로 가족과 연인이 함께 차분하게 새해를 맞는 축제. 축제에 참여하는 출연진은 어린이에서부터 학생, 예술인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게 된다.31일 밤 10시 객사와 풍남문 사이의 거리를 연합풍물패 1백50여명의 길놀이를 시작으로 풍남문에서는 국악실내악단 한음사이의 단아한 국악실내악 연주곡이 풍남문을 수놓는다. 아롱다롱합창단이 무대에 올라 ‘월드컵의 노래’등을 부르며 관객과 하나가 된다. 전북농아인협회 수화통역센터 자원봉사팀이 장애인들을 위해 조용한 음악에 맞춰 수화를 보여주고 우석대 생활무용학과 학생들이 재즈댄스로 암울했던 한해를 털어내는 춤사위를 선보인다.이어 소원을 담은 풍선이 밤하늘로 날아오르고 폭죽이 하늘을 수놓는 풍남문 누각위에선 길고 은은한 서른세번의 타종소리가 온고을에 퍼진다.가족과 연인과 손을 잡고 풍남문에서 깊은 타종소리에 맞춰 뜻깊은 새해맞이를 나눠보는 것은 우울한 새천년 첫해의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는 가장 의미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 문화일반
  • 이성각
  • 2000.12.29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