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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 파킨슨 병마와 싸우며 국어사 자료 정리

이제는 해어질 대로 해어져 책장을 넘길 때면 양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떼어내야만 하는 고문서. 자칫 잘못하면 찢어지고 마는 책장은 기력이 쇠한 노교수와 닮아있다.그러나 닳아진 책장을 넘기는 노교수의 표정에는 국어학자로서의 책임감이 서려있다. 자신의 역할이 그저 도움닫기에 그쳐도 좋다는 김해정 우석대 교수(65)가 19세기 말부터 1945년 사이에 발표된 중요 국어사 자료들을 영인본으로 발표했다. 「언역논어」 「언역맹자(상)」 「언역맹자(하)」 「언역대학, 중용, 사서석의」 「한영자뎐」 「한영대자전(상)」 「한영대자전(하)」 「삼운성휘(상)(하) 삼운성휘 보옥편」 「어록해」(홍문각) 등 총 9권. 8월 정년을 앞두고 주어진 휴식기에 책을 내기로 하고 지난해 겨울부터 본격적으로 매달렸다. “책이 낡아서 떨어져 나가거나 글씨가 흐려져 알아볼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책을 쓴 선인들은 나보다 더 많은 고민을 했을텐데 한 글자라도 섣부르게 생각하면 안됩니다. 글씨들을 고증하려고 유사본이 있나 우선 확인하고 서지학을 따로 공부 했죠.”옛날 자료를 복원하는 것은 글쓰기의 어려움에 비할 바가 아니다. 단순히 옮겨쓰는 것이 아닌, 책을 썼던 사람의 정신을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10년 전부터 파킨슨병을 앓고있는 김교수에게 인내심이 없으면 이루지 못할 이 작업은 특히나 고행이다.“우리가 사려고 하면 귀한 거라고 짐작하고 일부러 비싸게 부르는 경우도 있지만, 책 하나 사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어요. 내 돈 주고 사는 것이지만 돈에 상관없이 마음이 흐뭇해져요.”지난 40여년 동안 전국의 고서점을 돌며 수집한 책이 1천여권. 전주역사박물관이 고문서 전시를 위해 보험까지 들며 빌려갈 정도로 귀한 책도 여러권이다. 두루말이 형태의 권자장(卷子裝), 병풍처럼 일정한 폭으로 접은 절첩장(折帖裝), 인쇄된 종이를 반으로 접어붙인 호접장(蝴蝶裝), 5개 구멍을 뚫어 오침안정법으로 만든 선장(線裝) 등 장정형태도 다양하다. 국어사 자료들을 사들이는데 월급의 대부분을 써버리는 남편을 위해 아내 정은자씨(60)는 집 2층에 학원을 차려 20년 동안 뒷바라지를 했다. 김교수가 병을 얻은 뒤부터는 고서점 나들이의 동반자가 돼주고 있다. “귀한 책들이 훼손되면 안되니까 1층과 2층 서재를 오가며 바람과 햇빛을 쐬어줍니다. 혼자서 오르내리다 다친 적도 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다보니 더이상 건강이 나빠지진 않는 것 같아요.”띄어쓰기도 안돼 있어 건강한 사람들 조차 보기 힘든 책을 밤낮으로 들여다 보며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은 6시간. 건강을 걱정하는 가족들의 만류도 소용없다. “온고지신이란 말이 있죠? 옛날 것을 왜 그렇게 붙들고 있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옛 것이 좋고 옛 선인들이 좋아서지요.”김교수는 벌써 없어지거나 오늘날 어법에 맞지 않는 고어체 문장도 국어학자에게는 소중한 법이라고 말했다. 그가 옛 책을 옮기는 또하나의 이유는 후학들을 위해서다. 가람 선생이 막걸리 한 잔 마시고 샀던 책들을 서울대 가람문고에 기증했듯, 자신도 후배들을 위해 그런 성의를 보이고 싶다고 했다. “전북대에서 향교의 완판본을 연구했지만, 나는 방각본, 서원본, 사찰본, 관판본, 개인본, 목판본, 필사본 등을 총망라해서 완판본의 역사를 정리하고 싶어요. 일제 강점 이후 출판물을 감시하기 위해 책을 대개 일본식으로 고쳤는데, 그것도 바로잡아야지요.”고문서로 둘러싸여 있는 김교수의 작업실에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컴퓨터 2대와 디지털카메라, 스캐너, 비디오가 방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사용방법을 잘 몰라서 갑갑하다”는 김교수는 서툰 솜씨로 고문서 10벌을 일일이 스캔받아 데이터베이스화 해놨다. 나머지 고서들을 CD롬으로 만드는 것이 그가 평생을 해야 할 일이다. 노교수에게는 흐르는 시간이 아깝다. 전주에 책 박물관이 생기는 날, 기쁜 마음으로 기증해야 할 고문서 관련 자료들을 서둘러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06.14 23:02

현대무용단 사포 20주년 기념신작 '그대여 돌아오라'

세월은 그냥 흐르는 것이 아니다.단 한 순간도 쉽게 지나치지 않고 차곡차곡 쌓아온 현대무용단 사포(대표 신용숙)의 성장은 20주년 무대에서 그 빛을 발했다. 동학의 영령을 부르는 초혼굿, 사포의 20주년 기념신작 ‘그대여 돌아오라’(안무 김화숙, 대본 한혜리)가 12일 오후 5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 올려졌다. 현대무용의 힘을 보여주는 단원들의 강렬한 몸짓, 사포와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온 조명과 소품, 의상 등 무대 위에서 빠뜨릴 수 없는 요소들이 하나로 어우러진 공연은 전북 무용의 역사였다. 전봉준의 정신세계에 초점을 맞춰 각 장을 이미지화한 작품은 무용수들의 발에 짓밟히는 국화로, 농민의 함성과 같은 북으로, 지식인의 정신적 상징인 대나무로, 삶의 무게인 보따리로, 당시 백성들이 처한 현실을 소품으로 나타냈다. 신용숙 대표와 단원 이흥민씨가 묻고 답하듯 춤을 춘 ‘비로소 그대 생각’은 ‘그대여 돌아오라’의 의미있는 절정. 두 무용수가 춤을 추는 공간을 분리하고, 하체는 거의 움직이지 않은 채 상체의 동작을 강조하고 네모난 조명 밖으로 벗어날 듯 벗어나지 못하는 두명 무용수들의 몸짓은 어머니와 전봉준의 닿을 수 없는 거리였고, 강인함으로 가리워진 전봉준의 갈등이기도 했다. 가야금으로 연주한 동요 ‘따오기’가 흐르고 강강술래를 도는 듯 여자 무용수들이 나섰다. 붉은 드레스의 치마 폭을 이용한 ‘해 돋는 나라’는 아름다움으로 줄곧 힘있는 무대를 펼쳐왔던 사포의 새로움이었다. 서정성이 주는 감동은 컸지만, 에필로그까지 이어지는 장면이 다소 긴 편이어서 아쉬움을 남겼다. 사포의 김화숙 예술감독은 “때로는 인간의 움직임이 그 어떤 말이나 글보다 정직하고 솔직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며 “열악한 환경에서 20년을 버텨올 수 있도록 힘이 되어준 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대여 돌아오라’는 끝이 났지만, 또다시 20년을 기다리는 사포와의 약속은 진행형이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06.13 23:02

[김준영 교수의 재미있는 '익은말'] '참을 인'자가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

참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우는 말이다.<근원설화>어떤 사람이 성격이 급하여 여러번 일을 저지르고 나서 자신을 경계하기 위하여 종이에 ‘참을 인(忍)’자를 셋을 써서 방문 윗벽의 바깥쪽과 방 안쪽, 그리고 부엌문에 각각 한 장식 붙였다.어느 날 외출했다가 며칠 후 밤중에 돌아와 방문을 열어보니 아내와 어떤 상투를 튼 사내가 한 이불을 덮고 나란히 자고 있었다. 그는 불꽃처럼 성이 나서 두 연놈을 단칼에 찔러 죽이려고 부엌으로 달려가 식칼을 들고 나오다 보니 부엌문에 붙인 ‘참을 인’자가 눈에 띄고, 방문 위의 ‘참을 인’자가 눈에 띄어 죽이는 것만은 참아야겠다고 결심하고 방으로 뛰어들어가 “이 연놈들” 하고 소리치자 아내와 처제가 놀라 깨었다. 처제를 상투 튼 남자로 잘못 본 것은 그날 처제가 무엇을 이고 오느라고 땀을 많이 흘렸기에 머리를 감고 자는 동안에 머리칼을 말리기 위하여 머리 정수리에 남자의 상투처럼 감아 놓고 잤기 때문이었다.이 이야기는 또 어떤 사람이 선생으로부터 ‘세 번 참으면 덕이 된다(三忍爲德)’는 말을 듣고 항시 마음에 새겼는데 한번은 저녁에 집 방문을 열고 보니 아내와 중이 나란히 같이 자고 있는지라 그들을 죽이려고 부엌의 식칼을 들고 들어가다 문득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나 죽이는 것만은 참으려고 문을 박차고 들어가 호통쳤다. 그런데 알고 보니 중이 아니라 사촌 처제가 중이 되었었는데 그가 찾아왔더라고 한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5.06.13 23:02

클래식으로 물드는 군산

군산이 클래식의 향연으로 푹 빠져든다. 군산시립합창단 제44회 정기공연이 16일 오후 7시30분 군산시민문화회관에서 열린다. ‘온가족이 함께하는 맛있는 클래식’을 테마로 한 이번 공연은 김재석 총감독의 지휘로 연출 김재창, 안무 공동규, 반주 이주리 등 군산시립합창단 단원들의 열정적인 무대로 꾸며진다. 이들은 ‘이탈리아 음악 샐러드’, ‘고양이 2중창’, 뮤지컬 캣츠로 잘 알려진 ‘메모리’, 뮤지컬 ‘지붕위의 바이올린 중 중매쟁이’,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여러분 들으시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중 바램은 그것 뿐’ 등을 선보일 예정.김주영의 ‘밤하늘의 트럼펫 연주’, 서해초등 강미정 학생과 남성합창단이 들려주는 어린이 동요메들리, 소프라노 소혜정의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 등의 무대공연도 마련된다. 올해로 창단 15주년을 맞은 군산시립교향악단(지휘 신현길)이 17일과 18일 오후 7시30분 군산시민문화회관에서 브람스 교향곡 전곡 연주에 도전한다. 지난해 정기공연에서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연주한 군산시립교향악단은 정교하면서도 음악적 완성도가 높은 브람스 교향곡으로 관객을 파고든다. 교향악곡의 전형으로 손꼽히는 브람스 교향곡은 모범적인 선율과 화려한 관·현악기의 만남이 돋보이는 작품. 군산시립교향악단은 17일 브람스 교향곡 제1번 c단조와 제2번 D장조를, 18일 교향곡 제3번 F장조와 제4번 e단조로 브람스의 진득한 서정을 풀어낸다.

  • 문화일반
  • 안태성
  • 2005.06.13 23:02

자연과 인간 공존의 몸짓

새만금간척사업이 춤으로 풀어진다.자연과 인간의 공존, 생성과 소멸의 몸짓이다.사단법인 해오름예술창작원(회장 전영선)이 15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삶, 바다, 영혼의 몸짓’을 올린다.어머니의 품처럼 넓고 푸른 서해안. 환경보존과 개발논리 등 새만금간척사업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들은 결국 환경과 인간이 돌고 돈다는 윤회사상으로 풀어낼 수 있다. 상임단원 권지인씨가 안무한 ‘제1막 낙랑의 북, 사랑, 소멸’은 최인훈의 희곡 ‘둥둥 낙랑 둥’에서 연상되는 북의 이미지와 낙랑의 모순, 무녀들의 심리를 현대적 시각에서 재해석하고 있다. 다소 어둡고 난해한 분위기지만 북을 찢으러 가는 낙랑과 찢어진 북에 맺혀있는 원혼들의 갈등이 긴장감있게 표출된다. 이지윤 부회장이 안무한 ‘제2막 서해에서’는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생성과 상생의 과정을 이미지화했다. 바다에 일렁이는 거대한 파도가 재즈풍의 현대적 몸짓과 해오름 무용단의 창의적인 발상과 어우러진다. 해외공연에서 인연을 맺은 프랑스 마임이스트 프레드릭 에레라의 ‘The Spiral’도 공연된다. ‘나무와 정원사’ ‘괴물로 변한 나무와 정원사’ ‘정원사와 나무’ 등 배우들의 위치 변화를 통해 동양의 윤회사상으로 자연과 인간의 참된 존재 가치를 해석한다. 연극배우 소종호씨도 함께 무대에 오른다. 전영선 회장은 “개발과 보존 사이에 놓여진 자연을 바라보며 과연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결합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됐고, 해답의 실마리를 윤회사상에서 찾을 수 있었다”며 “동양의 윤회사상과 서양의 시각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1991년 해오름무용단으로 창단, 2003년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위해 이름을 바꾼 (사)해오름예술창작원은 현재 무용수와 배우, 국악인, 음악인 등 25명이 참여하고 있다. 무용과 연극, 퍼포먼스, 음악, 미술 등 예술의 장벽을 허물고 장르 간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06.13 23:02

'전주 단오제' 행사 풍성

덕진연못의 단오놀이를 부채에 그려넣는 고사리손, 머릿결이 곱고 부드러워 진다는 소리에 창포 끓인 물에 머리를 감는 아가씨들, 찐 수리취잎과 멥쌀가루를 반죽해 수레바퀴 모양 떡살로 수리취떡을 찍어내는 아주머니들….여름이 시작된다는 단오지만, 비가 그치고 난 뒤 찾아온 11일 전주의 단오(음력 5월 5일)는 한여름처럼 무더웠다. 곳곳에서는 갖가지 민속놀이와 전통공연, 체험행사 등이 펼쳐져 세시풍속의 멋과 맛을 전했다.연잎 향이 그윽한 덕진공원에서 열린 전라세시풍속보존회 ‘전주 단오제’는 올해 별신굿 견훤대왕제와 함께 열려 특별한 볼거리를 선물했다. 전주의 안녕과 번영을 비는 제사를 시작으로 단오첩 부채그리기, 창포물에 머리 감기, 단오날 부채 나누기, 단오음식 나누어 먹기, 그네뛰기, 줄넘기 등 단오제가 열렸던 옛 모습을 되살렸다. ‘여름을 여는 수릿날’로 단오 체험마당을 연 국립전주박물관과 ‘단오 전통문화축제’를 연 전주전통문화센터에는 가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행운부적을 찍으며 소원을 기원하고 처음 맛보는 수리취떡과 시원한 오미자 화채는 더위를 날려버린다. 중요무형문화재 제34호 강령탈춤과 전통문화센터 전속예술단 한벽의 창작타악은 신명나는 판을 이어갔다. 아스팔트 열기가 뜨거운 도심 속에서는 살랑살랑 바람이 불었다. 16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계속되는 ‘제2회 전주 단오 부채전’을 찾은 관람객들은 가로 2.7m 세로 3.5m 초대형 방구부채 앞에서 시원한 여름을 기대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06.13 23:02

희망을 쏘아올린 어린이 국악 뮤지컬

도전하는 미래가 있어 희망이 있다. 국악뮤지컬 ‘달래 먹고 달달, 찔래 먹고 찔찔’(연출 오진욱·대본 최기우)의 시연회가 열린 11일 오후 남원시립국악단 연습실. 각기 맡은 배역의 연습 장면 장면을 하나로 엮어 ‘풀 스토리’로 첫 선을 보인 시연회는 어린이 배우들이 부모님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지난 두달동안 다져온 연기력을 맘껏 뽐냈다.오성이와 깨깨비역의 남원시립국악단 이유정, 임현빈 단원이 감칠맛나는 연기로 시종 무대를 압도한 공연은 더블 주역으로 캐스팅된 박지원(달래역·전주송북초3), 김현(찔래역·남원중앙초5), 김준혁(항이도령역·남원중앙초5)이 성인 배우 못지 않은 차분한 연기력을 선보이며 끼넘치는 노래, 춤, 소리로 이야기를 끌어갔다. 전주에서 매일 남원을 오가는 지원이는 얼마 전까지해도 남원에 살면서 판소리와 무용을 배웠다. 한 번도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는 지원이는 “극중 소고춤을 출 때가 가장 재미있다”고 말했다.창극부, 무용부, 기악부 등 남원시립국악단의 서른 다섯명 전단원과 어린이 배우들이 척척 호흡을 맞춘 시연회는 판소리, 한국무용 등을 취미삼아 익힌 초등학생들이 전면에 나선 무대였지만, ‘국악 무대’에 서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치 못했던 이들 아이들이 빚어낸 ‘국악뮤지컬’은 기대 이상의 반응이었다. ‘달래 먹고 달달, 찔래 먹고 찔찔’은 착하면서도 심지가 굳은 달래가 아버지를 여의고, 자신이 낳은 찔래만을 예뻐하는 새엄마와 살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작품. 남원시립국악단이 ‘국악 대중화’와 ‘행복한 가족 만들기’ 일환으로 기획한 국악뮤지컬 시리즈 ‘오성이와 깨깨비의 판소리나라 오감체험’의 제1탄이다. ‘만복사 저포기’(2002), ‘시집가는 날’ ‘남원골이야기’(2003), ‘남원전’(2004) 등 그동안 창작극에 남다른 열정을 쏟았던 남원시립국악단이 올해 야심차게 내놓은 이번 작품은 어린이들이 대거 출연하고, 전래동화와 판소리 다섯 바탕의 눈대목을 활용한 점이 눈길을 끈다. 소리의 고장인 남원의 새로운 시도로 국악계에 신선한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박양덕 남원시립국악단장은 “흥보가,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가 담고 있는 교훈적인 이야기를 삽입한 새로운 형식의 창극으로, 어렵게만 느껴졌던 기존 판소리 사설을 벗어나 현재의 언어를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판소리에 대한 선입견을 말끔히 씻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어린이 배우 모집에는 84명이 지원했다. 남원시립국악단은 1차로 34명을 선발, 다시 18명으로 최종 출연진을 확정해 재즈댄스, 무용, 민요, 소리, 연기 수업에 들어갔다. 지난 4월 시작된 워크숍은 매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강행군을 이어왔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정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는 오진욱 연출은 “단원들에게 아이들 1명씩을 맡겨 연기를 별도 책임지도록 하는 ‘후견인 제도’까지 도입하는 등 일정이 너무 빠듯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완해야할 점도 적지 않다”는 그는 보다 완벽한 작품을 위해 공연 당일까지 남은 앞으로의 3주동안 흐트러짐없이 연습에 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연회를 통해 아이들의 연기를 지켜본 학부모들은 ‘재밌다’ ‘감동적이었다’ ‘기대이상이었다’며 흐뭇한 표정이다.국악뮤지컬 ‘달래 먹고 달달, 찔래 먹고 찔찔’은 7월 2일∼4일 춘향문화예술회관의 남원 공연에 이어 오는 9월 26일과 27일 전주세계소리축제 기간에 맞춰 전주공연이 예정돼 있다.

  • 문화일반
  • 안태성
  • 2005.06.13 23:02

"전주는 영화생산도시로 가고 있는중"

“부산이 영화를 소비하는 도시라면 전주는 영화를 생산하기 위해 기반을 닦고있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포스트 디지털시대 전북은 가장 살기 좋은 곳이 될 것 같습니다.”전북도와 30여명의 영화감독이 함께하는 영화제작 네트워크 ‘NCN(뉴시네마 네트워크)’의 대표 박철수 감독이 자신의 영화 ‘녹색의자’로 전주를 찾았다. 12일 오후 3시 전주메가박스에서 열린 무대인사에 박감독은 남주인공 ‘현’ 역의 심지호, 여주인공 ‘문희’ 친구 ‘진아’ 역의 오윤홍, 문희 남편 역의 백학기씨가 동행했다.“영화가 스토리영화와 이미지영화로 나눠진다면 제 영화는 이미지 영화입니다. 지금까지 일상을 이야기 했지만 이제는 일상을 바탕으로 한 사상과 체제가 나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탐구도 하고 싶어요.”해외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국내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했다는 박감독은 “끊임없이 추구했던 인간의 일상보기에 반응을 보여주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녹색의자’는 32살의 이혼녀와 19살 소년의 아픈 사랑 이야기. 박감독은 성을 통한 환타지와 컴플렉스의 조화라고 말했다. 그는 “관객들이 제목과 내용을 연관짓기 어렵겠지만, 개인적으로 녹색을 이상적인 색깔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들 첫 영화로 ‘녹색의자’를 택한 이유를 궁금해 하시더군요. 우선 박철수 감독님의 영화였고, 좀더 진지하고 깊이있게 내면세계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심씨는 “영화 촬영 자체가 에피소드일 정도로 일상적인 영화”라고 소개했다. 박감독은 “소위 개그형 코미디나 개그형 액션처럼 대박영화를 택하는 연기자는 생명력이 짧다”며 현명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문희와 현의 관계를 관음증적 시선에서 바라보고 있는 진아 역의 오씨는 ‘강원도의 힘’으로 기억되는 연기파 배우. 사회에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둘의 관계를 유일하게 포용하는 역할이다. 오씨는 “준비를 철저히 하고 짧은 시간 내 촬영하는 박감독의 스타일에 배우와 스태프들이 따라가기 힘들다”며 웃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06.13 23:02

[종교소식] '2005 전북비전 선교대회'

기독교 전북방송(본부장 양기엽)이 한국선교 120주년과 광복 60주년을 맞아 16일 오후 7시 전주실내체육관에서 ‘2005전북비전 선교대회’를 개최한다.전북 교계의 영적 각성과 지역 활기충전을 위해 전주시기독교연합회(회장 김광혁 목사)와 공동으로 마련한 이번 대회는 ‘전북이여! 일어나 빛을 발하라’라는 주제로 서울 예수마을교회 장학일 목사가 강연에 선다.‘밴드목회’로 잘 알려진 장학일 목사는 CBS-TV 인기프로그램인 파워특강에 출연중이며, 교회개혁과 평신도 훈련을 강조해온 그는 이 시대를 이끄는 목회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세대 신학과를 졸업했고, 모스크바 감리교신학교 이사장과 밴드목회 연구원장을 역임했다.이번 행사에는 쉐키나찬양단과 전북지역 교회연합찬양단의 연합예배가 진행된다. 기독교 전북방송 양기엽 본부장은 “영적으로, 경제적으로 침체해가는 전북지역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이번 대회를 위해 교회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대전중문교회 장경동 목사가 강사로 나선 지난해 대회에는 1만 여명의 신도와 시민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초남이성지 유항검 전시관 개관호남의 사도, 유항검 순교자가 미사를 봉헌하고 세례성사를 집전했던 모습을 재현한 ‘유항검 미사 전시관’이 천주교 전주교구 초남이성지에 들어섰다.유항검 미사 전시관은 30여평 규모의 일자형 한옥 경당으로 미사를 봉헌하는 유항검과 신자들의 모습을 인형으로 제작해 꾸며져 있으며, 벽면에는 최초의 전동성당 모습을 담은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전시관은 초남이성지 전담 김환철 신부와 함께 파티마 성모 발현지 순례를 다녀온 파티마 세계사도직 서울지부 회원들이 뜻을 모아 만들어졌다.1754년 이곳 초남리에서 아버지 유동근과 어머니 안동 권씨의 둘째아들로 태어난 유항검은 진산 사건으로 한국 교회 최초의 순교자가 된 윤지충과 함께 호남지방에 복음을 전파하는 데 절대적인 공헌을 한 초대 조선 천주교회의 핵심적인 인물이었다. 1801년 신유박해 때 가장 먼저 체포돼 순교했다. 그의 아들 유중철(요한)은 이순이(루갈다)와 평생 동정 부부로 살아간 것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 문화일반
  • 안태성
  • 2005.06.11 23:02

극단 명태 '이화우 흩날릴 제' 전국연극제 '금상'

한국연극협회와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공동 주최한 제23회 전국연극제에서 전북대표로 참가한 극단 명태(대표 최경성)의 ‘이화우 흩날릴 제’가 금상(행정자치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주연을 맡은 정진권씨(37·소극장 ‘판’)는 연기상을 차지했다.‘과학과 예술! 그 풍요로움 속으로’를 슬로건으로 지난달 22일부터 10일까지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진 올해 전국연극제에서 영예의 대통령상인 대상은 울산광역시의 ‘귀신고래 회유해면’(극단 울산)에 돌아갔다. 금상(문화관광부장관상과 행정자치부장관상)은 ‘이화우 흩날릴 제’와 함께 대구의 ‘도서관 가는 길’(극단 한울림)이 차지했다. 수상작 ‘이화우 흩날릴제’는 부안 출생의 조선시대 기생 ‘매창’의 애달픈 사랑 이야기를 뮤지컬 형식으로 그려낸 작품. 올해 전북연극제 최우수작품상을 차지한 이 작품은 기존 연극제에서는 좀처럼 시도되지 않았던 뮤지컬이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다양한 연극적 요소들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많은 등장인물에도 불구, 안정된 연기력을 기반으로 한 호소력있는 안무와 오케스트라, 합창 연주의 극적 다양성은 연극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평이다.이번 전국연극제에서‘이화우 흩날릴 제’가 동원한 관객 수는 2400명. 전국 15개 출전팀 중 세번째로 많은 관객수를 기록하며 높은 호응을 얻었다. 10일 오전 11시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금상과 연기상을 수상한 극단 명태와 정진권씨는 상패와 함께 각각 1천만원과 2백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지난 2003년 극단 창작극회가 대통령상을 수상하면서 화려한 비상을 알린 도내 연극계는 지난해 극단 하늘의 금상 수상에 이은 올해 선전으로 전북연극의 탄탄한 역량과 전통을 다시 한번 확인해줬다.

  • 문화일반
  • 안태성
  • 2005.06.11 23:02

[김준영 교수의 재미있는 '익은말'] 홍길동이 해인사 털어먹듯 한다

옛날 불한당(明火賊)들이 어느 집을 털어먹거나, 또 개인이 대담하게 도둑질을 했을 때 비유하는 말이다.이것은 속담으로도 쓰인다.<근원설화>홍길동전에 나오는 한 부분 사건에서 생긴 말이다.홍길동이 재상집 서자로 태어나 집안에서나 일반의 천대가 심하자 집에서 뛰쳐나와 도적의 무리에 들어가 그들의 추대로 도적의 우두머리(괴수)가 되었다.하루는 도적들이 괴수 홍길동에게 아뢰기를 합천 해인사에 재물이 많으니 한번 털었으면 좋겠으나 탈취할 방도가 없다고 하자 길동이 너희들은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라 하였다.다음날 길동은 재상집 자제 답게 푸른 도포에 검은 띠로 옷차림을 가장하고 말을 타고, 부하 몇 사람을 하인처럼 꾸며 따르게 한 후 해인사로 갔다.길동이 주지를 불러 나는 서울 어느 재상집 아들인데 이 절에 와서 글공부를 하려고 왔소. 내일 쌀 이십석을 가져올 것이니 음식을 잘 차려 우리 하인들과 절의 중들과 같이 한차례 잘 먹도록 준비해 놓으라 하니 주지가 그러마고 하였다.길동은 적굴로 돌아왔다.다음날 길동은 전날의 옷차림으로 부하들을 거느리고 쌀을 싣고 해인사에 가서 모든 중들과 더불어 잔치를 벌였다. 모두가 음식을 거의 먹었을 때 길동이 몰래 모래 하나를 입에 넣고 짐짓 모래를 씹고 캑캑거리니 여러 중들이 놀라 달려와 사죄하였다.길동이 크게 성내어 꾸짓되 너희들이 나를 허술하게 여기고 이렇게 소홀히 대접한다며 부하들에게 저 놈들을 모두 결박하라 하였다.부하들이 달려들어 중들을 결박하여 한 줄로 모두 연결시켜 놓고 절의 재물을 모두 약탈하여 갔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5.06.11 23:02

도심서 되살아난 한지의 천년 숨결

도심 속에서 한지의 천년 숨결이 되살아난다. 예원예술대 부설 한지문화연구소 소장 차종순 교수가 한지를 테마로 한 문화공간 ‘지담’(紙談·전주시 기린로 전주시청 후문 맞은편 예원빌딩 지하)을 연다. ‘종이 이야기’ ‘한지 이야기’란 의미를 담고있는 ‘지담’은 한지가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주목받고 있지만, 이를 실행할 만한 전문가 집단이나 아이디어가 발굴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전주 한지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이어내기 위한 노력이다. 한지에 대한 담론을 형성하고, ‘전통 콘텐츠의 문화상품화’라는 지역적 과제를 고민하는 구체적 실행집단으로서 다양한 실험과 시도들이 지속되는 공간으로 꾸려갈 예정이다.차종순 교수는 “‘21세기 한지는 우리에게 무엇이어야 하는가’의 화두를 풀어가기 위한 작은 이정표이자 새로운 문화공간의 개념과 역할을 제시해 나가고 싶다”며 “한지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높이고, 한지 상품화와 산업화, 디자인 개발 등에 앞장서고 싶다”고 말했다.문화공간으로서 인테리어와 공간구성에도 세심함을 기울인 ‘지담’은 80여평 규모. 갤러리로서의 기능을 살리기 위해 이동이 가능한 작은 단상과 무대를 설치하고, 지담의 전략상품을 전시하는 쇼케이스, 차와 음료를 즐기는 홀, 기획디자인실, 세미나실, 작업실 등을 갖춰놓았다. 차교수는 “도내 한지연구가와 공예작가, 제조업자들에게 장소를 개방해 정보와 문화가 교류하고 자연스럽게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려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담’의 자체 브랜드를 개발, 상설전시하고 판매할 예정. 한지 관련 초대전은 물론, 영화상영과 소규모 음악회 등을 기획해 지역의 문화 흐름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 개관식은 14일 오후 5시. 문의 063) 231-1254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06.11 23:02

"고향 뮤즈가 나에게 시를 쓰라 한 것 같아"

“나는 군산에서 태어났소. 노래섬, 가도가 있었는데 험악한 서해 바다에 빠져죽는 이들이 많았어요. 가도에서 들리는 파도 소리는 죽은 아버지 소리, 죽은 남편 소리였지요. 지나가는 나그네들은 낭만적 노래라 할 지 몰라도 생과 사를 완전히 가르는 노래입니다. 내가 어린시절 그 노래를 들었는지 혼령들의 소리를 이어받아 지금까지 시를 쓰는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우리 고향 뮤즈가 나에게 시를 쓰라고 한 것 같다는 고은 시인(72)이 ‘시와 고향’을 주제로 전주를 찾았다. 10일 오후 3시 전북대 진수당 최명희홀에서 열린 전주MBC 창사 40주년 특별초청강연. 전주에 내려오다 ‘춘포’라는 간이역을 새삼스럽게 보게됐다는 그는 ‘춘포’라는 시를 꼭 한 번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학교 교과서에서 내 시를 배웠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시는 그런 교과서에 있지 않습니다. 나는 시가 숨쉰다고 합니다. 내가 오만하거나 겸허해서가 아니라 시는 바로 내 심장에서 솟아나는 새로운 소식이기 때문이지요.”그는 “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어떤 것을 존재화하는 작업”이라며 “그 자체가 생명체이기 때문에 시를 하나의 연구과제로 알고 낱낱이 쪼개고 분석하려고 하면 곧 죽어버린다”고 말했다. 시인은 배워서 쓰는 시는 어쩐지 두들겨 맞추고 기교를 부린 느낌이 난다며 그것이 바로 옛날시와 근대시의 차이라고 덧붙였다.“내가 특정종교에 삶을 의탁한 것은 내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한때 전쟁과 이데올로기가 내 고향을 깨뜨렸고, 시대에 빨려 흡입되었던 것 같아요.”한때 일초(一草)라는 법명을 갖기도 했던 그는 “당시에는 언어를 벗어나야 진실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문학과 문자를 경멸하기도 했었다”고 털어놓았다. “지금 고향은 고향이 아닙니다. 아파트는 서울에도 있고 일본에도 있지요. 현대인은 고향을 잃어가면서 시도 잃어가고 있습니다. 시를 찾기 위해 고향을 찾고, 고향을 찾기 위해 시를 찾아야 합니다.”본래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는 것, 시는 곧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고향은 객관화시켜 바라봐야 한다. 시는 본질적으로 고향을 꿈꾸지만 내 고향과 타인의 고향을 따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시인은 그래서 시는 특수성이 아니라 보편성이라고 말했다.“단테는 자기 고향인 피렌체 일대 방언으로 시를 썼고 그것이 이태리어의 원조가 됐습니다. 나는 한국어를 지키기 위해 시를 쓰는 사람입니다. 지금은 영어시대라고 하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으로 모국어인 한국어를 지켜야 합니다.”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시인에게 노벨문학상은 언제쯤 탈 것이냐는 질문이 던져졌다. “상을 통해 조국과 민족을 세계에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학이 상을 염두에 두면 그 문학은 온전한 것이 아니다.” 시인은 “나한테 그런 언급이 있는 것만 알고 있지 실제 돌아가는 것은 잘 모른다”며 고개를 저었다.“내 문학은 시시해.” 그는 앞으로 조금 더 사는 동안 좋은 문학을 해봐야 겠다며 말을 맺었다.

  • 문화일반
  • 도휘정
  • 2005.06.1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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