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고 음악하라
얼마 전 필자는 세계 최대의 월드 뮤직 마켓인 womax에 다녀왔다. 올해 워맥스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라고 하는 작은 스페인의 소도시에서 개최되었다. 많은 이들에게 까미노라불리우는 순례길의 고요한 이곳. 워맥스가 개최 되는 기간, 산티아고의 매일 밤은 순례객 대신 각 나라의 내로라하는 음악인들과 그들의 콘서트를 듣고 즐길 관계자들로 채워졌다. 아름다운 가을날, 유럽에 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환상적인 음악과 함께라니. 생각만으로도 황홀하고 그 자체로도 그저 행복한 날들이었다.기회의 땅 , 워맥스워맥스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여러 부류이다. 각 나라의 축제 담당자들, 매니지먼트사, 레코딩회사며 예술경영지원센터와 같은 국가기관, 그리고 뮤지션, 아티스트 등 그야 말로 음악시장의 작은 지구본과 같은 느낌이다. 매일 낮이며, 밤, 날을 새가며 각 나라에서 선발 된 뮤지션들의 공연이 펼쳐진다. 30분이라는 시간동안 그들은 자신이 가진 가장 보석 같은 곡들을 선발해 워맥스 무대에서 맘껏 펼쳐 보인다. 특히나 showcase가 진행되었던 산티아고 대성당 주변의 크고 작은 공간의 무대들은 성스러운 순례객들 뿐만 아니라 흥겹게 마시고 즐기는 워맥스 관객들도 넓게 열려 있었다. 낮에 진행 되는 daycase와, 밤에 열리는 showcase는 참여 예술인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큰 행운이자 영광과 같은 공연들이다. 가장 화려하고 활동적인 음악적 청춘에게 주어지는 무대. 워맥스라는 타이틀 자체로도 충분하지만 실제로 그곳에 가보니 그곳의 엔지니어들의 프로다움에 필자도 무대 욕심이 불끈 불끈 솟아났더랬다. 특히 워맥스에 참가한 뮤지션들은 자신의 음악을 팔기 위해, 각 나라의 음악시장에 참가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그것은 긍정적인 의미로의 굉장히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첫 날 말레이시아에서 온 한 뮤지션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너에게 나의 CD를 줘도 될까? 너무도 흔쾌하고 감사한 선물에 필자는 대답했다. Of course, why not! 워맥스의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왜 그가 그토록 조심스럽게 자신의 음반을 건넸는지 이해 할 수 있었다.CD를 건네기 힘들어. 왜냐면 다들 돌아갈 때 너무 짐스러워 하거든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필자의 트렁크엔 3kg쯤 되는 CD가 그득했다.필자가 워맥스에 참가한 이유는 음악적 견해를 넓히고, 월드뮤직시장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서 느끼고 바라 본 지점은 그것보다 훨씬 다양했다. 수준 높은 뮤지션, 풍성한 음악 들 뿐만 아니라 그곳에 온 많은 뮤지션들의 태도 에서 많은 점을 배울 수 있었다. 내가 한국에서 얼마나 안일하고 나태한 태도로 살아왔는지, 그들은 얼마나 치열한 삶을 살아왔을지. 그곳에 참여한 예술인들의 연령대는 굉장히 다양하고, 그들의 삶은 또 얼마나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지.삶에 치열하지 못했던 부끄러움전부는 아니지만 일부 속에서 나는 다양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음악을 자위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 온 흔적들이 고스란히 무대에서, 음반과 같은 결과물에서 자연스럽게 묻어 나왔다. 무대에 서지 못하더라고 그 이후의 무대를 위해 준비해 온 그들의 보따리에 비하면, 그저 누군가의 음악을 듣기 위해 떠나온 나의 가방이 초라하고 볼품없어 한참을 부끄러웠다.좋은 계절, 여행하고 음악하는 삶 속의 청춘의 잎사귀가 풍성해지는 가을. 우리는 왜 광장으로 향하는 주말을 살아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