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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골목길에서 노는 아이들

토인비는 역사를 「문명의 흥망성쇠」로 보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정보기술의 급진적인 발전이 기존의 문명을 파괴하고, 낯설고 새롭기만 한 새 질서와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해 가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옛 문명이 망하고 전대미문의 새 문명이 들어서는 문명 바꾸기가 눈앞에 전개되고 있다.'96년 1초에 1조번의 계산능력을 가진 컴퓨터가 나오는가 했더니 요즘에는 500조번의 계산능력을 가진 슈퍼 컴퓨터가 곧 개발된다고 한다. 이렇게 빨리 진행되는 기술의 발달은 급기야 TV와 컴퓨터 그리고 전화가 하나로 결합되어 언제 어디서나 정보의 접근활용이 가능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우리도 어차피 급진전되고 있는 정보화 기술 발전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초고속 정보망을 일찌감치 깔아놓은 덕분에 선진국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음은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그러나 이 시점에서 잊어서는 안될 진리는, 어떤 문명 어떤 역사의 발전과정도 반발이나 부작용 없이는 진행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정보화 사회의 전개가 우리에게 안겨주는 근심은 여러 방면에서 나타날 수 있다. 사회적 권위가 붕괴될 수 밖에 없다거나, 정보에 접근가능한 사람과 접근이 어려운 사람들 간의 소득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등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문제점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들보다 더 걱정이 되는 것은 우리 어린이들의 인간성 상실이 가속화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점이다.우리는 어린 시절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골목에서, 개천가나 산자락에서 떼지어 놀곤했다. 친구들과 몸을 비비며 마주보고 서로 부둥켜안고 딩굴며 나이를 더해가는 것이었다.여기서 인간 사이에 따뜻이 스미는 정을 배웠고, 눈물과 환희를 체득했다. 친구가 어려울 때 돕거나 서로 사랑을 나누는 마음을 키웠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골목길 놀이보다 몇십배나 재미있는 텔레비에, 그리고 원하는대로 즐길 수 있는 인터넷에 푹 빠져버린 것 같다. 친구나 부모형제, 선생님들의 눈빛을 대하며 부담스럽게 대화할 필요가 없어 좋고, 귀찮은 간섭도 받을 필요가 없이 듣고싶고 보고싶은 재미의 보고를 얼마든지 섭렵할 수 있으니 이것이 바로 천국이 아닌가?어린이들의 「인터넷 아니면 놀거리가 없다」는 주장에 어른들은 「인터넷이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는 할 일 없는 주장만으로 서로 평행선만 달릴 일은 아니다.우리 어린이들은 21세기 정보화시대를 이끌어갈 주역들이다. 따라서 기성세대들은 어린이들을 첨단을 달리는 기술인으로 키워나가야 될 책무를 지고 있는 동시에, 또 한편으로는 우리 어린이들의 메말라가는 인간성 회복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일년에 한두 번이라도 농촌에 보내서 생활실습을 시키거나, 토담집 초롱불 밑에서 가족끼리 동화책을 읽기도 하고, 어려운 이웃이나 육아원양로원에 보내 봉사하는 시간도 마련해 줌이 어떨까? 이렇게 해서 성공을 「돈많이 버는 것」이라고 믿게 하기 보다는 남을 한 사람이라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성공이라는 생각도 갖게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나는 요즘 초저녁 달빛밝은 언덕에 서면 조용히 귀를 기울여 골목길 아이들의 왁자지껄 웃어대는 소리를 듣고 싶어 기다리는 버릇이 생겼다. 이것은 잘 살면서도 서로 남을 위해주는 포근한 사회를 보고싶은 바램 때문인 것이다./ 강현욱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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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3.22 23:02

[전북칼럼] 기다리는 자와 만드는 자

영국의 저명한 일간지 가디언 (The Guardian)의 3월 2일자에는 프랑스의 문호 빅터 휴고 (Victor Hugo: 1802-1885)에 관한 매우 흥미로운 기사가 있다. 금년은 휴고 탄생 200 주년인데 그레이엄 롭 (Graham Robb)이 쓴 휴고의 전기를 소개하는 기사로서 그 내용에는 몇 가지 우리의 관심을 끄는 점이 있다.우선 휴고의 파란만장한 생애 중 역경에서 오히려 그것을 기회로 만들어 불휴의 명작 몇 편을 썼다는 점, 그리고 무려 백오십년 전에 「유럽 연합국」이라는 꿈을 꾸었고, 나아가서 유럽의 「단일 통화」를 제의했다는 사실은 정확한 예언이었음을 알 수 있다. 유럽은 이미 단일국가체제로 들어가고 있으며 단일통화는 현재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우리에게 휴고는 우선 그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르 미제라블 (Les mis rables : 1862)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19세기 중엽의 프랑스 문단에 낭만주의 운동의 선구자로서 명성을 쌓은 한편, 정치적으로는 열렬한 공화주의자로 활약했기 때문에 나폴레옹 3세의 분노를 사게 되어 20년 (1850-1871)이상의 기나긴 세월을 망명지에서 보내게 되었다.그가 망명한 곳은 프랑스 북쪽 연안에 있는 영국령 채널섬이었다. 이곳은 프랑스와 영국 사이에 있어서 망명생활 중에도 양국의 정치정세를 소상히 알 수 있어서 휴고에게는 매우 편리한 곳이었다.휴고의 걸작들은 모두 이 망명생활 중에 쓴 것들이었다. 즉, 그는 자기의 역경을 잘 활용하여 좋은 기회로 만들었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의 불요불굴의 의지는 오히려 그러한 역경에서 더욱 큰 업적을 낳게 한 것이었다.역경을 기회로 활용한 저명한 인사들은 휴고 외에도 있다. 예를 들면 피카소는 프랑코장군이 국왕을 퇴임시키고 독재정권을잡자 오랫동안 프랑스에 망명하여 많은 명작을 남겼고, 헝가리의 민젠티(Mindszenty) 추기경은 사회주의 정권에 저항하여 부다페스트의 미국대사관에 망명하여 무로 15년 이상의 끈질긴 저항생활을 하여 유명해졌다.휴고에 관해서는 몇 가지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그 중의 대표적인 것은 그가 르 미제라블의 원고를 완성하여 출판사에 보내면서 출판이 될 지 않될 지 자못 초조하여 편지 대신?표를 그려서 보냈는 데 출판사로부터의 답장 역시 간단히 !표만을 그려서 보내왔다고 한다.천하의 명작들도 작가가 원고를 쓰는 과정에서는 뼈를 깎는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었다. 노벨상을 받은 펄 벅의 「대지(大地; The Good Earth:1931)」나 마가레트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Gone With The Wind:1936)」등은 첫 쪽 혹은 첫 장을 30번-40번 고쳐 썼다고 전한다.한편 어느 작가는 원고를 몇몇 출판사에 보냈으나 보낸 곳마다 모두 퇴짜를 맞고 울화가 터져서 편집부에서 까지 읽어나 보고 퇴짜를 놓는지 궁금하여 원고 중간의 몇 쪽을 풀로 부쳐서 보내보았다. 반환된 원고의 풀로 부친 곳이 그대로 있어서 전화로 강력히 항의하자 편집자 왈 「곯은 달걀은 속까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지요」라고 능청맞은 대꾸를 했다고 한다.작가 뿐 아니라 편집자들도 때로는 퉁명스러운 문의를 받는다고 한다. 영국의 어느 잡지 편집인은 어느날 「구독료를 현물로도 받느냐」고 전화로 문의하면서 자기는 돈은 없지만 자기의 작품으로 지불할 수 있다기에 그 작품이 무엇이냐고 묻자 「나는 관을 만드는 목수」라고./ 박춘호 (부경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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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3.15 23:02

[전북칼럼] 진짜 문화도시에 살고 있을까

이런 저런 일로 여기저기 문화 행사에 참여해 문학강연을 하게 된다. 우리 나라 어느 도시를 가나 도시의 입구쯤 어딘가 에는 커다란 간판들이 눈에 뜨이는데, 하나 같이 우리 도시가 문화의 도시임을 알리고 있다. 도시를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문화의 도시임을 알려 우리들이 결코 돈만 생각하지 않는다는 깊은 뜻으로 나는 해석한다.그러나 어떤 행사든 행사장엘 들어가서 한참만 앉아 있으면 나는 정말이지 그 행사장을 도망쳐 나와 그 도시 어딘가에 걸려 있는 문화도시라는 간판을 때려 부셔버리고 싶은 마음이 생솔 때는 굴뚝 연기 같아짐을 어쩔 수 없다.행사가 시작 될 시간이 한참이 지났는데도 사람들은 웅성거리기만 하고 있으면 사회자가 나타나서 아직 시장님, 또는 군수님, 또는 도지사 님이 오시지 않아 행사가 잠시 지체하고 있다고 말한다. 나는 솔직히 그때부터 열을 받기 시작한다.내가 그렇게 열을 받고 있는 사이 ,문화행사장과 어울리지 않는 반듯한 양복, 무쓰를 잔뜩 바른 짧은 머리의 사내 몇이 손에 휴대폰을 들도 서성인다. 그리고 방송국 사람들 몇 명도 카메라를 들고 서성인다.몇 번 더 사회자의 안내 방송이 지나간 뒤 어느 순간 장내가 수런거리고 카메라맨과 짧은 머리들이 부산해지면 드디어 지방자치단체장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치단체장은 행사장의 상석에 앉는다.그 행사의 대표들은, 하나 같이 입을 맞춘 듯 인사말을 통해 늘 이렇게 말한다."바쁘신 데도 불 구하시고 자리를 빛내주신 시장님, 또는 군수님, 또는 도지사님.....운운."카메라들이 부산해진가 싶으면 그 바쁘신 분이 단상에 오른다. 그 분, 그러니까 문화의 도시라는 간판을 내건 장본인들의 축사 말씀은 어쩌면 또 그렇게나 하나 같이 의례적이고, 상투적이고, 하나 같이 구태의연하고, 똑같! 이 지루한가.그렇게 문화와 예술로 도배한 축사 말씀을 끝낸 그 바쁘신 분은 단상을 내려옴과 동시에 그 길로 행사장을 그냥 빠져 나가버리고 만다. 그 바쁘신 분이 행사장을 무례하게 빠져나가면 카메라, 검은 양복들도 썰물처럼 빠져나가 버린다.나는 정말 진짜 열 받는다. 저렇게 의례적이고 상투적인 몇 마디의 말을 하려고 도대체 그 바쁜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왜 왔단 말 인인가. 그렇게 바람을 팽팽하게 불어넣으며 와서 바람을 쏙 빼며 갈려면 오지나 말지 왜 그렇게 왔다가 가버린단 말인가.그 바쁜 분을 왜 기다렸던가. 그 분은 이 행사 진행을 돕는데 얼마간의 돈을 보태 준 것이다. 나는 그 돈이 그 바쁜 분들의 사비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정말 왜들 이러는가. 정말 가난하다고 자존심까지 내 팽개치면서 이런 행사를 치러야 하는가. 나는 저 어깨가 축 늘어진 그 도시의 문화예술인들이 이 행사를 치르기 위해 시청과 군청과 또는 도청을 드나드는 모습을 상상하며 또 열받는다.그러다가 보니, 그렇게 오랜 세월 문화를 행정가의 입장을 앞세우는 관과 행정가의 예산을 바라보는 예술인들이 함께 애호하고 사랑하다보니, 주객이 전도되어 얼토당토않게도 그 지역의 문화를 낡은 간판이 대신해버린 것이다.정말이지 가난해도 좋다. 그까짓 행사 안한다고 문화예술 다 죽는 것 아니다. 그렇게 손벌리지 말자. 그 손이 어떤 손인가. 제발 돈 보다 자존심을 앞에 챙기자. 바쁜 분들도, 돈 주고 행사 장엘 와서 표 구걸 말라. 돈에 의지하면 큰코다친다.보아라. 문화예술을 우습게 알고 함부로 하는 일들이 두 눈 똑바로 뜨고 있는 우리들 코앞에서 숱하게 벌어지고 있지 않는가. 그게 자업자득인 면이 없지 않는가 문화예술인들도 한번 깊이 반성해 볼일이다. 정말 그럴라면 나 그 알량한 문화(?) 진짜 안 할란다.새 봄이 세상에 오고 있다. 집집이 꽃들이 담장 위로 만발하리라. / 김용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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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3.01 23:02

[전북칼럼] 가깝고도 먼 나라 '중국'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보면, 정조4년(1780년) 청나라 사신으로 6월 24일 한양을 떠나 8월 1일 북경에 도착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어림잡아 40여일이나 걸린 셈이다.북쪽에 전란이 발생하거나 불안한 일이 생기면, 불가피 범선을 이용, 며칠을 항해한 후 중국땅에 도착하여 육로여행을 계속해야만 했으니, 오늘날 1시간반이면 도착하는 항공편을 이용하고 있는 우리의 형편에서 보면, 상상못할 정도로 두 나라 간의 거리가 가까워졌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이렇듯 시간과 공간 개념에서는 지척에 다가 온 중국이건만, 아직도 선뜻 가까운 나라라는 인식이 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수교한지가 10년 밖에 안된 데다가, 과거 오랫동안 벌어져 온 이념적 간격과 갈등, 언어장벽 등이 실제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나라이면서도 멀게 느껴지는 이유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1인당 국민소득(GDP)이 900달러도 안되는 후진국이라고 중국을 과소평가해 온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21세기 벽두에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중국은 우리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세계 경제대국으로 힘차게 부상하고 있다. 앞으로 현재와 같은 7%의 성장속도로 20년간 경제를 키워나갈 경우, 미국과 EU를 제치고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예견되는 것이다.지금의 상황에서 중국을 들여다 보더라도, 13억 인구 중 우리나라 국민소득 수준보다 높은 인구가 거의 남한의 인구에 육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화교가 가지고 있는 자본이 2조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그 뿐인가? 전세계 TV생산의 36%, 에어컨생산의 50%, 세탁기생산의 25%를 차지하여 일본을 따돌려 세계 1위에 올라서 이미 무역규모 면에서 세계 제7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특히 우리나라와의 관계에서 보면, 200억달러에 가까운 수출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 수출상대국으로 뛰어 올랐고, 해외투자도 미국 다음으로 100억달러에 육박하고 있음을 상기할 때, 앞으로 가까운 미래에 중국과의 인적물적기술적 교류와 협력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 확실시됨으로써 미국이나 일본보다 우리나라에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나라로 다가올 것임에 틀림이 없다.더욱이 서해안의 중심에서 중국을 마주 대하고 있는 우리고장 전북으로서는 양국 간에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상호상승적인 성장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호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노동집약적이면서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의 중국으로의 이전과 같은 소극적인 방법보다는 적극적인 수출증대와 함께 중국의 무한한 관광수요를 끌어들이고, 경제교육 그리고 문화교류를 확대시키는 다각적인 협력방안이 차원높게 모색되어야 한다.군산항에서 주1회씩 운항하고 있는 자옥란호를 타고 황해를 가로질러 산동반도의 연대시까지 항해하노라면, 옛 어른들이 『고요한 밤시간에는 산동에서 개짖는 소리까지 들린다』고 하시던 얘기가 생각난다.이렇게 가까운 경제대국과 서로 협력해서 두 나라 모두 경제 선진국으로 발돋음할 수 있다면, 그리고 중국과 힘을 합하여 북한과의 교류협력을 통한 평화무드가 조성될 수 있다면, 어느 지역 어느 나라에 국한된 경사가 아니라 세계 전체의 평화와 복지에 공헌하는 일이 아닐까?이런 관점에서 나는 먼저 중국어를 가르치는 특수외국어학교가 우리 전북에 설립되고 화교촌(china town)도 다시 대규모로 세워져 중국인들과 오손도손 사이좋게 협력하며 생활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강현욱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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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2.22 23:02

[전북칼럼] 책읽기

무슨 책을 읽느냐는 것은 각자의 직업, 취미, 생활환경 등에 따라서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이야기 할 수 없다.물론 기본교양 도서 목록 등은 특히 교육기관 등에서 준비해 놓고 있지만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약간 익살스러운 속담에 활자화된 것을 송두리째 믿으면 바보가 되고 전적으로 믿지 않으면 더 큰 바보가 된다는 말이 있다.책을 어디서 읽느냐는 문제 역시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매우 흥미로운 설문 조사 결과가 있다. 1995년 2월호 미국 독서클럽 뉴스레터에는 미국인들의 책 읽는 장소를 선호도 순으로 열번 째까지 순서를 다음과 같이 매겼다.즉 첫 째, 침대에서, 둘 째, 화장실에서, 셋 째, 응접실에서, 넷 째, 식당에서, 다섯 째, 기차 안에서, 여섯 째, 비행기 안에서, 일곱 째, 해변에서, 여덟 째, 자동차 안에서, 아홉 째, 공원에서, 그리고 끝으로 지붕위에서 였다고 한다.요즘 큰 서점에는 서가의 책을 꺼내서 오랫동안 읽어대는 고객들이 자주 눈에 띈다. 서점측으로서는 결코 반가운 일이 못된다. 그 책을 사가면 좋지만 다 읽어 버리면 살 필요도 없게 된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읽는다는 경우는 공중 화장실에서라는 뜻은 아닐게다.책을 얼마나 읽느냐는 문제는 읽는 사람의 독서속도하고 직접 관계 된다. 한 권을 1분내에 읽는 법이라는 책이 있다. 1986년에 일본속독협회(日本速讀協會)가 펴낸 책인데 그 나름대로 설득력있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이 협회는 전국적인 조직이 있으며 책 빨리 읽기 검정시험까지 하고 있는데 응시자의 수도 늘어나는 편이라고 한다.한 권을 1분내에 못지 않게 겁을 주는 것으로서 1년에 6백권의 책을 읽는 법을 1997년에 이게가미 다기우기 ( 井家上 隆幸 ) 라는 컬럼리스트가 펴냈다. 이 것도 내용을 자세히 보면 상당히 정연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우리는 지금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정보는 정보를 낳기 때문에 수 많은 정보 중에 본인이 필요한 정보를 찾는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것이 가치 있는 정보인지 구분을 할 수 있는 능력이나 지혜가 필요하다.여기서 능력이란 별다른 것이 아니라 빨리 많이 읽을 줄만 알아도 훌륭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고기 잡을 줄 모르면 무조건 막고 품으라는 속담도 있지 않는가 ?읽는 속도와는 관계 없이 책을 가장 많이 읽어야 하는 곳은 어느 나라에서나 대학사회일 것이다. 그런데 어찌된 셈인지 우리 대학사회에서는 책을 많이 안 읽어도 무사히 넘어간다. 매우 걱정스러운 현상이다. 국제화시대니 하며 제법 국가경쟁력을 운운하는 우리가 실제면에서는 우물 안의 개구리인 것이다.게다가 외국어라는 십자가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 젊은이들을 보면 그저 안스러울 뿐이다. 외국어가 무엇이길래, 영어가 무엇이길래 말이다.끝으로 책에 파묻친 어느 시인과 그 아내의 애절한 대화 한마디. 죤 드라이덴 ( John Dryden: 1631-1700 )은 매일 밤 늦게까지 서재에서 책을 읽거나 원고를 쓰느라 아내에대한 관심은 안중에 없었다. 그 부인은 허구한 날 차나 끓여대는 하녀의 신세라고 한숨만 쉬다가 어느날 남편에게 나도 책이나 되었으면 당신의 관심을 끌텐데 하고 말하자 남편은 이게 말했다. 책이 되겠으면 연감이 되시오. 그러면 나는 매년 당신을 바꾸겠소다./ 박춘호 (부경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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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2.15 23:02

[전북칼럼] 한반도 평화는 경제도약 지름길

부시 미국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밝힌 북한에 대한 '악의 축' 발언은 여러모로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이러한 동맹국의 발언은 한반도에서의 긴장과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는 것이다.또한 얼마 전 있었던 이회창 총재의 미국 방문이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북 강경 발언을 유도했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데, 만약 이러한 비판이 사실이라면 제1야당 총재로서 국익을 먼저 생각하는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님은 분명하다.우리 국민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러한 긴장의 조성의 경제회복의 기대를 뒤엎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미국의 911 반테러전쟁 기간 중에도 평화 분위기를 유지했던 한반도에 이회창 총재의 인식과 부시의 연두교서 발언이 불러일으킨 긴장 가능성에 대해 강력한 우려를 표명한다.나는 지난 7일 국회 민주당 대표연설에서 "미국이 지난 권위주의 시대에 독재세력의 손을 들어주었던 아픈 기억을 잊을 수 없다"고 했고, 미국이 지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정중히 부탁했다.이회창 총재는 물론, 부시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 기운에 찬물을 끼얹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 국민은 미국의 태도변화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으며, 햇볕정책을 포기하는 내용의 변화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나는 8일 주한 미대사 허바드를 만나 이러한 의견을 강력하게 전달했고, 반테러 전쟁이 햇볕정책을 가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설득했다.한국과 미국은 동맹국이다. 세계의 많은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미국의 입장과 이해관계를 고려하고 지지한다. 그렇듯이 미국도 한국과 한반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의 판단과 주장을 경청하고, 존중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야 정말 동맹국이 아닌가.다시 냉전의 장막이 한반도에 드리워지는 것은 불행한 일의 서막이다.20년전 레이건,나카소네,전두환 삼각 편대가 부시,고이즈미,이회창이라는 신냉전, 철의 장막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미국과 한국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클린턴과 올브라이트가 주장한 대로 지금 미국이 택하고 있는 대북정책은 긴장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옳지 않다. 이것은 굉장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한반도 평화가 몇 십 년의 과정을 통해 이룩된 일임을 볼 때 더욱 그렇다.이번 주에 만난 경제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한반도 평화문제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지금 막 살아나려는 경제에 딴지를 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고, 부시의 태도에 굉장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었다. 바로 냉전과 긴장이야말로 경제회복, 경제도약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긴장이 조성되면 해외투자자들은 다른 나라로 떠날 것이고, 이제 막 바닥을 치려는 경제는 가라앉고 말 것이다.평화는 소극적인 대상이 아니다. 경제발전과 도약을 위한 필수적인 해결과제다.이회창 총재가 오늘의 현실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한반도 평화와 경제회복을 위해 정략적 관점에서 벗어나 국익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기를 바란다./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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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2.08 23:02

[전북칼럼] 21세기 기업이야기

어느 미래학자가 21세기가 어떤 모습으로 전개되어갈 지에 대해 확실한 답변을 요청받자 주저없이,「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했다던가?정보사회로 특징지어지는 21세기는 과거 산업사회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방향과 속도로 변화되고 있어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그러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들을 주의깊게 살펴보노라면, 짐작이 되는 변화의 여러 트렌드 중에서 유독 기업의 형태 변화에 관심을 갖게 된다.21세기를 지배하게 될 기업들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중생대에 지구를 지배했던 거구의 공룡들이 멸망하여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추었듯이, 정보화 시대의 상황변화에 기민하게 대응 치 못하여 덩치가 큰 대기업들이 몰락하는 반면, 비교적 작고 기술력이 있으며 소비자들 요구에 유연하고도 민감하게 적응해 가는 작은 규모의 기업들이 약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대기업들은 지금까지 막강한 정보력과 기술력, 그리고 자금력을 무기로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신화를 창조해 왔으나, 한편으로는 기업의 유연성효율성을 저하시키는 관료적 지배구조와 다단계의 의사결정 체계를 유지해 온 까닭으로 정보화시대에 소비자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기민하게 대응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이다.이제는 작은 규모의 기업들이 노력하기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원격통신의 발달로 국제적 영업활동과 마케팅이 가능해져, 기술력만 뒷받침되면, 경쟁력 면에서 대기업에 뒤지지 않게 될 뿐만 아니라, 경제성이 있는 경우, 자금확보도 어느 때 보다 용이해 진 것이 사실이다.대영(大英)제국이 한 때 세계 도처에 식민지를 만들어 놓고 해가 지는 일이 없다고 호언했듯이, 대기업들은 세계 도처에 지사와 연구소를 만들어 놓고 해가 지지 않는 24시간 근무체계를 자랑해 왔지만, 이제는 이러한 경영체제가 방만한 조직에 따른 비능률과 고비용 때문에 오히려 경쟁력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요즘 솟아오르는 새 기업들을 살펴보자. 기존의 격식이나 운영체계가 무너지고 있다. 사장이 없이 팀장 몇 명이 팀웍을 통해 운영되는 회사들이 생겨났고, 상사와 부하 대신 고참과 신참 사원만이 존재할 뿐이다. 시(時)도 때도 없이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해 나가기 위해, 경영진도 노동자도 강도높은 즉석교육훈련에 들어가고, 강의는 젊은 신참 전문사원이 맡기 일쑤다.격식을 갖춘 회사 없이도 프로젝트(project) 중심의 페이퍼캄퍼니(paper company)가 무수히 생겨났다가 돈을 벌고는 해체되는가 하면, 평생직장을 자랑하던 사람들은 계약직,임시직에 눌려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통합보다는 분할, 그리고 과감한 '아웃소싱'의 과정을 거치다 보면, 수십 년 묵은 전통있는 대기업이 더 이상 존재하기 어려운 세상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회사가 크고 이름이 있다고 해서 자부심을 갖고 애사심(愛社心)을 발동하기에는 젊은 사원들이 너무 이기적이지 않은가? 특수분야에 맞는 전문지식과 기술을 가진 사원들의 이동은 국경을 넘어 수시로 일어나기 시작했다.이런 상황에서 정부도 기업의 신규진입을 막고 부담만 가중시키는 구태에서 벗어나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규제자가 아닌 조정자로서 그 역할을 축소재정립해야 된다는 명제 앞에 견디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옛말에 「신이 누군가를 파멸시키려 한다면, 계속해서 일정 기간 성공의 축복을 내린다」고 했다.잘 나간다고 뽑내던 미(美)일(日)등 선진국들이 거품에 쌓여 주춤거리는 사이에 동구(東歐)와 아시아 특히 중국의 약진이 눈에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신화(神話)를 금과옥조로 믿어 온 대기업들이 「이제 이만큼 키웠으니 걱정이 없다」고 안심하는 순간 곧바로 기업의 퇴락이 시작된다는 냉엄한 현실을 깨닫고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강도높은 개혁과 변신을 계속해나갈 수 있을지가 주목되는 것이다. / 강현욱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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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1.25 23:02

[전북칼럼] 괴상한 경기대회

서양의 여러 지역에는 얼핏 보기에 괴상한 경기대회가 많이 개최된다. 우선 한가지 소개하자면 북유럽의 핀란드에서는 매년 마누라 업고 달리기대회가 열리는데 1996년에는 국내외에서 32쌍이 참전하여 대성황을 이루었다고 전한다.이것은 옛날부터 내려온 전통적 민속행사인 데 그 연유가 흥미롭다. 도적의 두목이 도적들의 체력을 시험하기 위해서 곡식 포대나 돼지 등을 많이 메고 달아나는 훈련, 그리고 남의 아내를 납치하던 원시적 전통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니 그다지 자랑스러운 것은 못되지만 아직도 이러한 행사가 매년 개최되고 있다고.입상자에 대한 상품도 매우 소박하여 1등 상에는 약간의 현금, 핸드폰 1대, 그리고 마누라의 체중에 해당하는 무게의 맥주 등이 고작이다.물론 이렇게 괴상한 경기대회는 유독 서양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봉건시대의 일본에는 여러 가지 소리로 흉내를 내는 「방귀대회」가 있었는데 뱀에게 물린 개구리 소리 흉내로 우승한 선수에게 겉보리 몇 말을 상으로 주었다는 기록도 있다.미국의 경우는 약간 색다른 경기대회가 많다. 즉, 음식 많이 먹기 경기다. 각 지역의 특유한 배경이 엿보인다. 가령 갈비로 유명한 텍사스의 갈비 먹기, 코넥티커트의 생굴 먹기, 오차이오의 닭 날개 먹기 등등 각 지방마다 다채롭다.이러한 행사를 주관하기 위해서 뉴욕에는 「국제 먹기대회 연합」 본부가 있다. 작년의 「핫도그」먹기 국제대회는 미국 뉴저지에서 개최되었는 데 외국의 예선에서 입상한 선수들 중에서 일본의 아리이 선수는 체중이 50키로 정도의 작은 몸인데 12분간에 핫도그 25개를 먹어치우는 바람에 세계선수권을 땄다.여러 가지 괴상한 경기대회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매년 미국 오하이오주의 버링턴에서 개최되는 「세계 거짓말 대회」일게다. 세계 각처에서 내노라하는 허풍쟁이들이 모여서 거짓말을 늘어놓는데 물론 악의 없는 말장난으로 재치를 부릴 따름이다. 입상작 거짓말 중의 걸작으로 이런 게 있었다.어느 농부가 곡식의 수확기에 몰려와서 다된 농사를 망치는 까치, 까마귀, 참새 등을 쫓으려고 몹시 무서워 보이는 허수아비를 밭에 세웠는데 그것에 놀란 날짐승들이 그 전년에 먹은 곡식까지 모두 밭에 돌려주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습관적으로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고 소문난 사나이의 아내에게 정말 남편이 언제나 그렇게 거짓말만 하느냐고 묻자 그 아내의 대답이 흥미롭다. 「아니에요. 그이는 입술이 움직일 때만 거짓말을 하지 다른 때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이와 같은 거짓말들은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들이니 그저 스트레스를 푸는 데 도움이 되는 우스개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위에 말한 몇 가지 괴상한 경기대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세상에는 해도 되는 거짓말과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거짓말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어느 것이 어느 쪽에 속한 지는 각자가 알고 있기 마련이다.우리 옛 속담에 「우비하고 거짓말은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괴상한 게 있다. 물론 거짓말을 장려한다는 뜻은 아닐게다. 끝으로 거짓말 농담 한마디다. 평생 거짓말을 한번도 안 한 걸로 알려진 사나이에게 「거짓말 한 적이 없다지요」라고 묻자 「아니오」라고 대답했는데 그게 거짓말이었다고... / 박춘호 (부경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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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1.18 23:02

[전북칼럼] 민주당 정권 재창출 이뤄야

지난 해 김대중 대통령께서 민주당의 총재직을 사퇴한 이후 우리 민주당은 당을 민주적이고 현대적인 모습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 왔다. <당 발전과 쇄신을 위한 특별대책위원회>를 당의 공식기구로 발족시켜서 구체적인 쇄신안을 연구하고 준비했다.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기회에 당의 쇄신을 반드시, 그리고 철저하게 이루어야겠다는 충정에서 <쇄신연대>가 구성되었다. 나는 완전한 당 쇄신과 진정한 국민경선제를 이루기 위해 <쇄신연대> 의원들과 함께 노력하고 헌신했다. 민주당이 진정한 국민정당, 민주정당, 전국정당으로 일대 혁신되지 않고서는,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않고서는 정권재창출도 민주당의 미래도 없기 때문이었다.당의 쇄신과 국민경선제를 위해 서로 노력하는 과정에서 산고의 고통이 있었고, 이것이 외부적으로는 갈등으로 비추어진 측면도 있었다. 가장 큰 쟁점은 국민경선제의 내용과 전당대회의 시기였다.나는 진정한 개방적 국민경선제와 지자제 선거 이후의 전당대회를 주장했다.단편적이고 즉흥적인 대응이 아니라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진정한 정치개혁을 이루어야 우리 민주당이 다시 국민적 지지와 신뢰를 회복할 수 있고 정권재창출도 이룰 수 있기 때문이었다.대선 후보를 미리 선출해서 그 후보를 중심으로 지자제에서 승리하고 대선으로 가자는 것도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현재의 상황대로 가면 지자제도 어렵지만 대선도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그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했던 것이다.그 해결책으로 개혁과 한반도의 평화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에게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고 기득권을 행사하지 않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새로운 민주대연합, 부패특권세력을 반대하고 개혁과 평화에 동의하는 신민주대연합을 이루자고 주장하는 것이다.그 전환점이 지자제와 월드컵이 끝난 이후에 있다고 나는 판단하고 주장해 왔는데, 오히려 정치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그런 주장을 한다는 오해로 인해 다수를 설득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그렇지만 전당대회 시기문제에 관해 당내에서 합의해서 처리하는 것이 당의 분열을 우려하는 당무위원들 다수의 바램이었기 때문에 쇄신연대 의원들과 나는 정치적 결단을 했다.결단의 배경에는 솔로몬의 재판에서 친어머니가 친아들에게 가해지는 고통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서 아들의 팔을 놓을 수밖에 없었던 충정도 있었다.나는 우리 당이 준비해온 쇄신안과 갈등을 빚었던 전당대회 시기문제를 상임고문단과 당무위원들이 합의해서 처리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 자부심을 느낀다.이 쇄신안은 우리 정당사상 처음으로 국민경선제와 모든 공직 후보의 상향식 공천제를 도입하고, 당 총재직을 폐지키로 하는 등 민주적 정당화를 적극 지향함으로써 우리 정당 발전사에 획기적인 기틀을 마련했다.특히 국민경선제는 내가 97년 대선 때부터 도입하자고 주장한 내용이다. 완전히 개방된 국민경선제가 못된 점이 아쉽지만 제도적 틀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앞으로는 합심 단결해서 오는 6월의 지방선거 승리와 12월 대선에서의 정권 재창출이라는 지상 목표를 위해 일로매진할 각오이다./ 김근태 (새천년민주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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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1.11 23:02

[전북칼럼] 새해 아침 느티나무를 바라보며

우리 동네에는 네 그루의 느티나무가 있다. 한 그루는 이웃 동네와 우리 동네 중간에 있고, 한 그루는 동네 뒷산에 있다. 그리고 또 한 그루는 동네 앞 강 언덕에 있고, 마지막 한 그루는 내가 키운 느티나무인데 내가 사는 방 문을 열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우리 집 앞 강 언덕에 있다.그 느티나무에 지금 하얀 서리꽃이 무성하게 피어 있다. 뒷산에 있는 느티나무 밑에서 아주 잘 생긴 어린 나무를 마당에 옮겨 심었다가 내손목만 할 때 저 자리에 옮겨 심었었다. 어린 느티나무를 내가 귀하게 챙겨주고 가꾸는 것을 본 동네 사람들도 어린 느티나무를 귀하게 여겨 잘 보살펴 주었다.나무는 참으로 잘도 자라서, 언제 보면 그 나무에 새 잎들이 눈부시게 피어났으며, 언제 보면 샛노랗게 단풍 물이 곱게 들어 있었다. 언제 보면 그 나뭇가지에 눈이 내려 하얗게 쌓여 있고, 언제 보면 그 나무 위에 둥근 달이 떠 있었다. 잎이 피고, 비가 오고, 잎이 지고, 달이 뜨고, 소쩍새가 날아와 울고, 언제 보면 그 어린 나무가 눈보라를 견디며 서 있었다.그리고 세월이 강물처럼 흘러갔다. 어느 날인가 내 방문을 열고 그 나무를 바라보았더니, 그 나무 아래에 지게꾼이 지게를 세워 놓고 쉬고 있었다. 아, 그 때 그 아름다운 모습을 나는 지금도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다. 나무에 기대 앉은 농부와 지게와 그리고 앞 강물은 내게 평화였다.나무가 점점 자라고 잎이 무성하게 피어 그늘이 넓어지자 사람들이 점점 많이 모여들었다. 어느 여름날 동네 사람들은 강가에 있는 넓적넓적한 돌멩이들은 가져다 그 아래 놓고, 그 바위 위에서 낮잠도 자고 마늘도 까고, 토란대도 벗기며 도란도란 옛날을 추억하며 놀았다. 그늘이 더 넓어지자 동네 사람들은 그 나무 아래에서 감자도 삶아 먹고, 돼지도 잡아먹으며, 노래하고 춤추고 놀았다.내가 고향을 떠나와 살다가 이따금 찾아 가 보면 나무는 더 많이 자라 있었다. 사람들에게 저 느티나무를 내가심은 것이라고 하면 모두 거짓말이라고 한다. 어떻게 몇 십 년 동안에 저렇게 클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저 느티나무는 30여년을 저 자리에서 저렇게 자라고 있다.그 나무가 오늘 아침에는 서리꽃을 하얗게 피우고 서 있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저 느티나무는 나의 희망이었다. 내가 세상을 살다 지칠 때 그 나무는 내게 위안이 되어주었고, 나도 저 느티나무처럼 살며 크고 우람한 그늘을 거느리고 사람들을 쉬게 하는 삶이고 싶었다.새 봄이 되면 늘 새로 잎을 피워내는 저 나무 같은 시를 세상에다가 스고 싶었다. 세상을 살다가 힘이 들면 나는 고향 마을 강 언덕에 늠름하게 버티고 선 저 느티나무를 생각하며 힘을 얻곤 했다.올 겨울 강바람은 유난히 드세고 거칠었음으로 새로 오는 봄, 앞산을 넘어 온 봄 햇살을 받아 새로 피는 저 나뭇잎은 더 눈이 부시게 아름다우리라. 저 나무에 새로 잎이 피면 새들이 날아와 울것이고, 달이 뜨고, 비가 오고, 세상을 가다가 지친 사람들이 찾아와 쉴 것이다.한해를 보내고 새 해의 길목에 서면 지나간 해는 아쉽고 새로 오는 날들에 대한 기대와 희망은 부풀기 마련이다. 늘 새로 맞는 새 해 새 다짐들이 헛되게 지나가 버렸을지라도 우리는 또 새 해 아래 한해의 부푼 꿈을 세상에 기댄다.희망도 내가 만들고 절망도 내가 만든다. 나의 희망과 우리의 희망 그리고 이 세상의 희망이 모두 한 길에 있다. 올해도 우리 사는 세상의 모든 일들이 저 나무에서 이루어지는 하루하루 처럼 풍요롭고 무성하게 이루어지길 기대 해 본다. / 김용택 (시인. 임실 마암분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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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01.04 23:02

[전북칼럼] 살아있는 한 절망하지 않는다

1914년 일이다. 남극의 탐험가 새클턴은 의사, 철학자, 기상학자, 물리학자, 목수, 요리사, 밀항자, 선원등 27명과 함께 듀어런스란 호를 가진 배를 타고 1914년 8월 영국을 떠나 출정하였다. 우리는 성공하거나 아니번 죽을 것입니다라는 신장 섀클턴의 말처럼 그들의 출발은 위대한 모험의 도전과 위험 그 자체 였다.그러나 예상보다 훨씬 탐험은 순조롭지 못했다. 북극에 도착하여 얼음이 뱃길을 열기까지 기다려야 했고 드디어 남극 탐험이 시작되었지만 얼음 두께가 2-3키로나 되는 부빙들에 갇혀 꼼짝도 못하고 바다에 떠있는 상대로 사계절을 보내야 했다. 섭씨 영하 20-7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와 폭풍속에서 물개를 잡아 식량과 기름을 얻고 고기떼를 기다리며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그러나 그것도 얼마 가지 못하고 거대한 얼음 조각이 부딪치며 떠내려오는 압력으로 배마저 파선하고 말았다. 배와 함께 침몰하지 않으려면 배를 버리고 탈출하지 않으면 안되었는데 이미 두께가 고작 2미터로 얇게 녹아진 얼음 위에 텐트를 치고 살아가야 했다.인제 깨어질지 모르는 얼음 위에서 때로는 하루에도 수십만 키로를 반대 방향으로 표류하며 악전고투를 하는 이들을 사람들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들의 실종 보도가 있은 후 2년이 다된 어느날 더럽고 지쳐 있으며 마구 자란 수염으로 사람이라고 믿어지지 않 는 행색을 한 세 사람이 사우스조지아 섬에 나타나 구조를 요청했다. 1%의 가능성도 없었지만 돛단배를 만들어 시도 한 항해가 성공한 것이다.2001년 한해는 마치 녹아내리는 얼음위에서 표류하듯이 살아가기가 몹시 힘들었다. 마음을 열고 의지 할 듯이 없어 방황했으며 계획했던 일들을 도처의 암초에 부딪쳐 산산조각이 되어 버렸다. 의식의 곳곳에 좌절과 절망 분노의 부빙 들로 인해 뒤틀리고 부셔지며 침몰하고 있으며 무력감은 자꾸자꾸 크게 번지고 있다.마음과 세상의 어디를 보아도 희망을 찾기 어렵다. 전쟁과 기근, 폭력가 굶주림이 난무하는 이 상황에서 세상은 더 이상의 희망시아가 온다고 해보 별로 뾰쪽 할 게 없을 듯한 현실이다. 마치 떠밀리는 얼음 조각에 텐트를 치고 사는 것처럼 불안과 죽음 이 불어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그런데 희망이 없어도 생명은 존재한다. 살아서 움직이고 성장하며 고통을 견뎌내고 현실을 정복하기까지 한다. 생명은 힘이고 남아 있는 가능성이다. 따라서 살아 있다는 것은 아직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겨울에도 뜨거운 물이 흐르듯이 무덤에서도 생명은 태어난다. 나치가 체코를 진압하고 유대인들을 색출하여 죽이기 시작했을 때 공동묘지에 숨어 있다 살아 남은 베르나는 나치 전범을 재판하는 자리에서 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어느날 그 지하 공동묘지에서 한 여인이 아이를 낳았단다. 숨소리도 조차 부담스런 상황에서 산고의 신음은 저주와도 같은 것이었다. 온갖 질시를 받고 태어나는 아이를 손에 받아든 한 노인이 이렇게 외쳤단다.하나님 이 아이가 메시아입니까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이런 곳에서 생명이 태어날 수 있습니까? 그런데 태어나 지 사흘이 안된 어린아이가 말라붙은 젖줄기를 부여잡고 있을 분 어린것의 입술조차 적셔 주지 못하고 있는 어머니의 얼굴을 흐르는 눈물을 받아 먹더란다.생명은 이런 것이다. 지금 우리가 보내는 한해가 힘들고 절망적이라 해서 다가오는 새해를 향해 울고만 있을 수는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어둡고 척박한 현실에서 생명은 탄생하고 자란다./ 이혜숙 (한일장신대 겸임교수. 롯데어린이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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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12.28 23:02

[전북칼럼] 미국의 딜레마, 군수산업

해마다 연말이면 '아쉬운 한 해였다'고 사람마다 늘 아쉬워한다. 금년 역시 예외는 아니다. 남북 대화가 삐걱거리는 것도 아쉽지만 2001년 9월 11일, 뉴욕의 세계무역센타 테러 사건이후 급랭한 반전 평화론에 대한 세계 여론이 잠적 또는 침묵하는 것이 아쉽다.소련이 무너진 지금 미국은 소련의 빈자리에 또 다른 희생양을 앉혀야 한다. 그것이 이른바 미국이 말하는 테러국 전략이다. 미국은 미리 테러국 리스트를 작성하여 응징의 기회를 예비하는 것이 대외 전략이다.백악관의 외교 전담 부서인 국무부(department of state) 라는 명칭이 시사하듯 미국의 대외 정치, 즉 외교는 따로 없다. 외교가 곧 국내정치이며 그 정치의 끝자락에는 늘 전쟁이 도사리고 있었다.미국의 역대 정권들이 끊임없이 국제 분쟁에 개입, 대규모 무력을 시위한 것은 정치 행위의 일환이다. 유고 내전걸프전월남전 등 수 없는 국지적 분쟁에 개입하여 힘의 우위와 자국민의 자부심을 고무시키는 것이 백악관의 정치이었다.최근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지 않는 아프간을 상대로 펼치는 미국의 전쟁 놀이는 소위 헌팅턴이 말하는 기독교 문명과의 충돌이 아니라 부시정권의 고도의 정치행위이며 걸프전 이후 10여 년 가까운 기간 동안 적체된 군수산업체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호기이다.2차 대전 후 50년이 넘는 긴 기간동안 미소 경쟁체재하의 미국은 끝임 없이 군비 확장을 통해 군사적 우위를 도모하였다. 이 기간동안 미국 산업은 軍産 복합체이라는 새로운 형태를 파생 시켰다.그런데 무기 생산 주체인 방위산업체의 살길은 무기가 소비되어야 한다. 이 말은 세계 도처에서 전쟁이 그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의 국제 분쟁 지역 개입은 자국의 군수산업체의 명운과 무관치 않는 이유이기도하다.무기는 民需品이 아니다. 생필품처럼 백화점에서 민간인이 구매할 수 있는 일상용품이 아니라는 뜻이다.냉전이 종식된 지금의 군사적 우위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공약사업이 MD 구축이었다는 사실은 화살과 창을 호미와 모습으로 바꾸려는 정책과 거리가 멀다. 그야말로 방위산업의 새로운 출구를 창조해 내는 일이다.방위 산업의 자기 생존 논리에 함몰되어 공룡처럼 거대해진 지금, 그리고 앞으로 미국 정부는 군비확충을 위해 국민 설득용으로 해외 분쟁 지역에 개입할 것이다. 세계의 약소민족영토 분규 지역은 예외 없이 차례차례 규모 이상의 美製 폭탄 세례를 경험하리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미국의 강점은 다른 어느 국가 사회 보다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할 수 있는 담론공간이 열려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 강점이 부시정권의 아프간 전쟁으로 의견 분출 출구가 막힌 것은 미국의 비극이자 세계 지성계의 弔鐘인 것이나 다름없다.무고하게 죽어갔을 메마른 아프간 산악지대의 수 없는 노약자와 부녀자, 그리고 어린이들의 죽음이 빈곤한 아프간에서 살았기 때문에 존엄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감히 미국에 대적한 국가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미국은 최빈국인 아프간을 상대로 전쟁을 벌렸다. 테러에 의해 망가진 미국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피의 응징임에는 틀림없지만 무고한 인명 살상이라는 가슴에 묻힌 반미 증오심은 수백 년 동안 미국이 걸머져야할 업보로 남을 것이다. 그런 오만의 세월이 흐르면서 미국은 차차 세계적 우월권을 상실할 것이다./ 박영학 (원광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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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12.21 23:02

[전북칼럼] 국민경선제, 그 진정한 의미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냉소가 걷혀지고 있다. 국민의 손으로 대통령 후보를 뽑을 수 있는 국민경선제 때문이다. 권위주의, 체육관 선거, 지역주의, 1인보스 등으로 상징되던 우리 정치가 민의를 최우선으로 하는 정치로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97년에도 나는 국민경선제를 주장했다. 김대중대통령(당시 김대중 후보)이 국민들의 환호 속에서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고, 그 환호와 지지를 바탕으로 대통령에 당선되는 역사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그리고 당시 김대중 총재와 나는 이 문제를 놓고 두 번의 심도 깊은 토론을 했다. 그때 김대중 총재는 이번에는 준비가 안되어 있어 어렵지만 다음부터는 국민경선제를 통해 후보를 선출하자고 말씀하셨다.그리고 지금 2001년 말, 김대중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로 물꼬가 터진 정당민주화 논의는 산고를 거듭하고 있지만 국민경선제라는 옥동자를 탄생시키려 하고 있다.하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국민경선제에 대해 나는 몇 가지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첫째는 시기의 문제다. 국민경선제는 국민에게 후보를 알리고 국민의 지지를 모아 후보를 선출하는 정치축제의 과정이기 때문에 그 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당의 새로운 얼굴이 필요하다는 소위 조기후보가시화가 국민경선제의 시기를 압박하고 있다. 이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우리는 잊어서는 안된다. 국민경선제 도입을 통한 당 쇄신과 정당민주화가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획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고 최고의 후보라는 점을.둘째는 선거인단 구성이다. 당원과 국민의 비율은 7:3이 아니라 오히려 3:7이 되어야 한다. 선거인단을 2원화, 3원화 하는 것도 옳지 않다. 국민경선제로 당론과 국민의 지지가 모아지고 있는 지금 제대로 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미 당의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일부 세력이 또 다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하여 무늬만의 국민경선제를 채택한다면 국민들은 절망하게 되고,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오히려 더 멀어지게 될 뿐이다.셋째는 내용상의 문제다. 복권추첨식 무작위 추첨으로는 국민들의 열기를 이끌어 낼 수 없다. 참여의사가 있고 선거인단으로 등록한 유권자들은 모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마지막으로 16개 시도별로 순차적으로 경선을 치루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인구와 지역적 투표성향을 모두 고려해 균형있게 순서를 결정하여야 하고, 인구가 많은 곳은 경선기간을 길게 하고 인구가 적은 곳은 경선기간을 짧게 함으로서 후보의 자질과 능력, 정책이 검증되고 부각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리더십도 탄생하고 발전할 수 있다.국민경선제는 후보의 사사로운 입장이나, 어떤 세력의 기득권 때문에 왜곡되어서는 안된다. 진정한 정치개혁을 할 수 있는가? 국민과 함께 할 수 있는가 없는가?라는 원칙 하에서 판단되어야 한다.민주당이 국민경선제를 채택하고 국민과 함께 하는 정치를 추구한다면 한나라당 역시 애써 무시할 수만은 없다. 국민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바로 정치개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정치개혁을 이미 민주당이 시작하고 있다. / 김근태 (국회의원. 민주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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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12.14 23:02

[전북칼럼] ‘지점(支店)경제, 지사(支社)문화’

전북 인구의 도외 유출이 심각한 문제로 거론되고 있는 시점에서 지난 달 25일 통계청이2000년 인구주택총조사 전수집계 결과를 발표했다.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11월 1일 현재 도내 인구는 190만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다른 통계 자료에 따르면 하루 평균 41명이 전북을 떠난다는 것이다.게다가 집계가 완료된 시점이 지난 해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 도내 인구 사정은 불을 보듯 훤하다. 이처럼 전북의 일꾼들이 고향을 등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이는 불균형적인 지역발전 정책과 산업화 과정의 소외가 가장 큰 원인이다. 금융, 경제, 산업, 행정 교육 등 모든 면에서 전북은 소외되어 왔다. 결국 지방은 수도권 도시들의 지점(支店) 노릇밖에 할 수 없는 들러리에 불과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지역을 등지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230대 계층의 젊은 일꾼들이라는 것이다. 일찌감치 산업화에서 소외된 전북은 이미 일자리 창출에서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결국 젊은 일꾼들은 고향을 등지고 일자리를 찾아 떠나게 되었다.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유수 기업들의 도내 유치가 필연적이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기업을 유치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되는 금융권이 취약하기 때문이다.모든 은행의 본점은 서울과 수도권에 위치해 있고 그로 인해 대형 기업의 지방진출이 가로막혀 있다. 오히려 전북에 모체를 두고 있는 기업들마저 줄줄이 쓰러져 나가는 현실에서 타 기업을 유치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어디 그뿐인가? 젊고 우수한 인재를 도내에 정착하게 할 수 있는 교육여건도 제공되지 않고 있다. 수도권 중심에 편중된 정부의 지원, 그로 인한 대학의 서열 고정화는 우수 인재의 유출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젊은 인구의 유출은 잠재적 인구 생산능력마저 저하시키는 문제로 인구감소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심각한 문제다.이런 상황에서도 정부 차원의 시책은 한심하기만 하다. 여전히 수도권 중심의 국가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지방의 인구 감소에 대한 대책은 뒷전이다.이런 상황에서 도내 단체들이라도 발을 벗고 나서야 할 상황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정부 차원의 시책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인구늘리기 정책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한 것이다.결국 도내 인구 200만 붕괴라는 참담한 현실 앞에 민간단체들을 주축으로 한전북 인구늘리기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이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세부적인 계획도 이미 추진 단계에 있다고 한다.그러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구축된 불균형적인 체제의 개편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단체 차원의 정책으로는 사실상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전북도와 시군이 인구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그다지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해 주고 있다.이 같은 사실들을 놓고 생각해볼 때 지역의 인구증가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정부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직접 나서 산업, 금융 등의 지방분산 정책을 실행하지 않는다면 머지 않아 전북은 인구 100만에도 미치지 못하는 참담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장명수 (우석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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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12.07 23:02

[전북칼럼] 마음을 앓는 사람들

지난 주말 지리산 피아골을 다녀왔다. 가을이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계곡에 겨울이 찾아와 서성거리고 있었다. 쌓인 낙엽위로 바람이 휘돌아 감길 때 무심하게 흩어지는 낙엽처럼 마음 한켠이 부서져서 스산했다.계절이 오고가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게 되풀이되는 자연 현상인데도 철이 바뀔 때마다 일어나는 마음의 요동을 어쩌지 못한다.가을은 더욱 그렇다. 햇살의 길이가 짧아져서 줄어든 일조량이 한 원인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토록 아름다운 계절에, 풍성한 수확을 앞에 두고 사람들의 마음이 우울하고 공허하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자연은 탐스러운 결실로 풍요를 드러내는데 삶의 바구니는 초라하게 비어있기 때문인가?마음이 아픈 것은 몸이 질병을 앓는 것처럼 견딜 수 없는 고통이다. 신체적 질환을 오래 두거나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생명이 위험하듯이 마음의 병도 그냥 지나치면 몹시 해롭다.급성으로 아 오는 질병은 미처 손쓸 겨를도 주지 않고 불행을 가져오듯이 마음의 병도 겨울 바람처럼 빠르고 혹독하게 불어온다. 그 바람이 마음을 훑고 지나가면 이내 맨살이 들어 나고 상처는 깊게 패여 돌이킬 수 없는 불행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21세기의 첫 해인 올해는 유난히도 마음의 질병으로 불행을 당한 이들이 내 주위에 많이 있었다.결혼 10년은 마치 솜사탕처럼 꿈같이 살았으나 지금은 모든 것이 의미 없고 자신은 작은 파편 같다던 30대 후반의 주부, 변화된 사회를 꿈꾸며 나름 데로 열심히 살아 왔다고 자부 했는데 갑자기 나타난 돌부리에 채여 보니 자신의 존재가 너무 초라하게 여겨저 오래 우울하다던 미혼 여성, 유학을 떠나 푸른 꿈을 키웠던 여고생, 지치고 힘든 세상살이를 최선을 다 했던 생활인의 한사람, 그 외에도 몇 사람이 고질적인 마음의 병을 앓다가 서둘러서 죽음의 여행을 선택하고 먼 길을 떠났다.우리가 사는 오늘은 전례 없는 풍요와 부요를 누리는 세대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사회적 풍요에 짖눌려 산다. 하루하루를 살기가 너무나 버겁다.한여름 내내 들판에 나가 굽은 허리조차 크게 펴지 못하고 공들여 지은 농사는 풍년 때문에 남아도는 쌀을 소비 할 방도가 없으니 전량 수매도 어렵고 제값도 다 쳐주지 못하겠다며 내년부터는 아예 내린 값을 받을 요랑으로 농사를 지으란다.100원씩 가는 무값처럼 폭락한 농부의 병든 마음에 백 약이 무효다. 클링턴의 친구로 미국의 노동부 장관을 지내다가 아버지가 집에 있는지 확인해야 겠으니 집에 돌아오면 자기를 깨우라는 막내아들의 엉뚱한 제의를 받고 장관직을 그만 둔 로버트 라이시는 오늘날의 사회적 풍요는 '강제노동'과 '파괴되는 삶'의 이면이라고 한다.즉 신 경제는 '부'를 주는 대신 '삶'을 빼앗아 사람들에게 부요한 노예로 살기를 강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가장자리에 살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애초부터 '부'와 '삶'을 모두 빼앗긴 이들이다.이런 사람들에게 마음의 병은 사회적 병폐로부터 전염 된 것이기도 하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계층일수록 더 우울하다는 일관된 임상 결과들이 이를 뒷받침 해준다. 남성보다 여성이 더욱더 무력감을 느끼고 우울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금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지방자치 선거도 코앞에 닥쳐있다. 대통령의 임기도 끝자락을 밟고 있다. 이제는 정말 지루하고 환멸스러운 정치놀음은 그만 보고 싶다.그 대신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에게 '삶'을 돌려주는 정치와 정책을 경험하고 싶다. 위기로 불어닥치는 패배와 종속의 삶을 서둘러서 치유해야하기 때문이다. / 이혜숙 (한일장신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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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11.23 23:02

[전북칼럼] 동북아의 허브(HUB)가 된다는 것

21세기 경제는 세계화와 함께 지역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유럽은 EU로, 북중미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NAFTA(북미자유무역지대)로 지역적 블록을 쌓고 있다.하지만 동아시아는 그렇지 못하다. 그 결과 EU와 NAFTA의 역내 교역량 비율은 61%와 46%에 이르고 있지만 동아시아는 33%에 머무르고 있다.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5일 브루나이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동아시아 자유무역지대" 창설이라는 매우 중요한 제안을 내놓았다. 참석한 정상들의 검토합의를 이끌어냄으로서 동아시아 미래를 향한 의미있는 이니셔티브를 행사한 것이었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동아시아 자유무역지대가 성립되면 "수출은 30%, 수입은 25%가 늘어나 연간 무역수지 8억8천만달러가 개선되고, 국내총생산은 2.14%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을 내놓았다.우리 경제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최근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더불어 교역장벽이 강화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동아시아 지역내 교역 활성화를 통한 상호이익 증대는 매우 중요하다.그런데 이것이 가지는 의미는 또 있다. 우리 한반도가 21세기 동북아의 허브로 자리매김하는데 있어 필수적이다.남북의 총인구는 7000만이다. 중국과 구 러시아 연방에 퍼져있는 동포들까지 합하면 7500만이다. 유럽에서도 활력이 있으면서도 이만한 인구를 가진 국가는 독일 이외에는 없다."동아시아 자유무역지대"가 성립되면 한반도는 일본과 중국, 러시아를 연결하는 지정학적 중심으로서, 해양과 대륙을 연결하는 통로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동북아 물류의 허브, 정보고속도로의 허브로 발전하게 됨으로서 당당한 세계의 중강국(中强國)으로서 등장하게 될 것이다.하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선결적 과제가 가로 놓여있다. 한반도에 평화가 없다면 "동아시아 자유무역지대"는 공허한 주장이고 사상누각일 뿐이다. 한반도 평화정착은 민족적 문제이면서 동시에 동아시아와 세계의 발전과 연결되어 있는 문제인 것이다.김대중 대통령과 국민의 정부는 햇볕정책을 추진하여 6.15남북정상회담을 성취시켰다. 그때 합의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한 남북의 의지를 실천적으로 담보한다."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그런데 얼마 전 이회창 총재는 내년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답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였다. 대선과 지방자치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였다.한반도 평화정착은 정말로 우리의 미래가 걸린 문제다. 당리당략이나 정략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모두 조심하여야 한다.이제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하였다. 그런데도 이회창 총재는 자신의 주장을 계속하여 고수할 것인가?우리는 그것이 무척 궁금하다./ 김근태 (국회의원. 민주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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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11.17 23:02

[전북칼럼] 문명충동과 미치광이 이론

최근에 진행중인 아프칸-미국 전쟁을 뒷받침하는 이론이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 충돌론인 듯 하다. 그의 한글 번역본이 5쇄를 찍은 것을 보면 우리나라 독서계의 상당한 주목을 받은 것 같다. 그러나 꼼꼼히 살펴보면 그의 이론이 지나치게 세계를 단순화하여 '우리:그들'로 가른후 서구/기독교 우월성을 보편화하려는 것 같다.미국 건국 초기 국부들은 미국:유럽을 대비시킬 때, 미국을 앞서가는 사회:완고 하고 낙후된 유럽, 종교탄압이 없는 사회:종교탄압과 내전을 겪는 왕정, 새로운 예루살렘:악의 세계에 빠진 유럽으로 단순화했다.미국역사의 중요단계마다 정착민:원주민, 북부:남부, 자유로운 미국:보수적 제국주의 권력으로 이분화 하여 어김없이 '우리:그들"도식으로 재단한다. 냉전론이 지배하던 지난 50년 남짓 미국은 나라밖의 분쟁지역에 개입하는 당위성을 위한 국민 설득 방법으로 이런 단순이론을 원용하였다. 적이 아니면 동지라는 극단주의적 이분법이 지금도 아프칸전쟁에서 세계 각국의 지도자에게 줄서기를 강요한다.이런 단순화가 종전 후 세계 도처의 민족해방 운동을 모스크바 진영의 확대로 잘못 이해했고 베트남 전쟁에 개입하여 참담한 패전을 맛보았다. 그런데 패전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이 신봉하는 도미노 이론은 적중하지 않았다.이런 미국의 어리석음과 단순성을 두고 미국의 저명한 언어학자이며 비평가인 노암 촘스키는 지난 11월 11일 인도 마드라스 음악당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아프칸 전쟁에 대한 미국과 서방세계의 접근이 매우 근시안적이고 파멸적이라고 지적한 후 미국이야말로 고발된 테러국가라고 비판했다.미국은 수 차례나 다른 나라를 침략했으며 국제법도 상습적으로 위반했음에도 이제 와서 저들(빈 라덴)의 (뉴욕 무역센타)테러 행위를 비난할 도덕적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다.테러 단체를 훈련 시켜 미국의 이해에 걸림돌이 되는 많은 나라 정부를 전복시킨후 친미 정권으로 대체 시켰다. 미국국제법학회 소식지(1999년 3월호)가 미국을 국제법 위반 제1위 국가로 지목한 것을 그런 오만을 잘 증명하는 사례이다.대다수 국가의 눈에 미국이 "불량배 초강대국이 되어 가고 있으며 그들 사회를 위협하는 외부의 유일하고도 가장 큰 위협적인 존재로 비쳐지는" 데도 미국의 정책 담당자들이 개의치 않는다.오히려 전략 핵을 관장하는 미국 전략사령부의 1995년 비밀연구보고서를 보면 "미국의 이익이 치명적인 공격을 당할 경우 반드시 비이성적으로 보복하는 국가로 비쳐야하며 그럴 경우 국제법이나 조약에 매달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며 우리 자신을 너무 이성적이고 냉철한 머리를 가진 나라로 묘사하는 것은 자해 행위"라고 썼다.미국을 건드리면 머리가 돌아버려 핵무기가 아니라 그보다 더한 짓도 불사한다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닉슨이 주장한 미치광이론(mad man theory)의 계승인 셈이다.정말 미국은 미친 사람처럼 발광하는 중이다. 무고한 어린이와 양민의 처참한 주검을 외면하며 스스로 이성적이기를 거부하는 미국이 반미운동과 테러공격의 목표가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세계는 문명의 충돌보다 문명의 공존 사례가 더 많았음을 왜 미국 이론가들은 외면하는지 모를 일이다./ 박영학 (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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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11.16 23:02

[전북칼럼] 거목과 도시정서

전주의 명물이었던 거목 곰솔이 타 죽어가고 있다. 노 거수의 죽엄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 그지없다. 누군가가 독물을 주입하여 고의로 고사목 시켰다는 판정이 있었으나 범인은 잡히지 않고 있다. 예로부터 거목은 당산목, 신목, 명목, 정자목 등으로 불러왔고 이 나무를 베거나 죽게한 사람은 동티 나서 죽는다고 알려져 왔다.전주의 어떤 고서의 기록에 의하면 일제하 1920년대에 시내에 육백년 된 은행나무가 하수도개설에 장애가 되어 치우기로 했던 모양이다. 동원된 한국 인부들이 무서워하며 나무를 베려하지 않으니까 화가 난 일인 몇이 달려들어 톱으로 쓸어 넘어트렸던 것 같다. 그 후 얼마 있지 아니하여 나무 벴던 일인들이 하나 둘 씩 시름 시름 아프다가 다 죽었고 어떤 한 사람은 급사했다고 기록하고 있다.예로부터 큰 나무는 영기가 서리고 신으로 숭앙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져왔다. 그것은 나무를 보호하려는 인간의 의지였다.그럼에도 우리나라는 딴 나라에 비하여 생존한 거목이 별로 없다. 있다 하더라도 산중에는 없고 동리밖이나 마을 주변에 있을 뿐이다. 전쟁과 사회적 혼란 속에서 나무를 벌목하다 보니 산에 거목은 없어지고 벌거숭이가 되었으나 식목 30년 만에 녹화는 되었으나 나무는 어린 형편이다.수종은 좋지 않아도 산림녹화에 성공한 20세기 유수한 나라 중에 하나가 되었다. 그에 따라 도시내의 공원과 가로수도 푸르러졌다. 나무가 많을수록 여름의 온난화를 방지할 수 있고 겨울의 칼바람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온난화 방지를 위해 건물의 단열제 사용은 물론이고 외부의 벽면, 옥상 녹화와 가로수와 식수대 등의 조성이 시급한 형편이다.실제로 도시의 대대적 녹화로 온난화 방지에 성공을 거둔 곳이 대구로 알려져 있다. 매년 여름이면 전국 최고의 온도로 악명을 날리던 대구가 녹화로 온난화를 방지한 것이다. 이제는 반대로 전주가 전국적으로 더운 도시로 부상한 것이다.도시의 팽창으로 녹지의 감소와 콩크리트 건물의 증가는 뜨거운 전주가 된 것이다. 시당국이 600만 그루 나무심기를 위시로 수림대를 만들고 녹화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가로수는 묘목을 심고 있는 듯 어린나무를 식재하고 있다.전주에 나무를 심어야 할 긴요한 이유가 또 있다. 전주는 동, 남, 서 세 곳은 산으로 둘러쌓여 있으나 북향이 터져 북쪽을 진압하라고 진북사가 있다. 전주가 북풍이 심해 화재가 흔했다. 1767년의 화재는 관아 100여동 민가 2,350호를 태운 대화가 있었고 그후도 화재 비극은 여러번 있었다.또한 북쪽이 터져 있어 좁은목, 숲정이, 초록바위의 세곳은 바람통으로 추운 전주를 만든 것이다. 이 바람을 막기 위하여 진북사에서 금암동까지 인공으로 숲을 만들었으니 그곳이 숲정이 이고 바람을 차단한 것이다.전주에 나무를 심고 거목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름에는 온난화를, 겨울에는 북풍을 방지하기 위해서임이 역사 전통적으로 명시해 준 일이었다.전주에 거목이 비교적 많은 곳이 경기전이다. 그 거목 중에는 가지가 약해졌거나 마르는 가지들도 있다. 수목의(樹木 )의 치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드라마 용의 눈물을 촬영한 곳이라는 패말도 필요하지만 나무설명 패말이 앞서야 할 일이다.선진국 도시일수록 거목의 숲과 아름드리 가로수가 많다. 우리도 거목을 이식하고 가로수도 될 수 있으면 큰 나무를 심어서 도시를 울창하게 조성해야 함이 바래진다. 곰솔의 죽엄이 가슴을 저리게 한다. / 장명수 (우석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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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11.02 23:02

[전북칼럼] 허울뿐인 보육정책

9월의 햇살이 투명하게 빛나던 오후. 우리 어린이집 놀이터에서 7-8명의 장애 아동들이 선생님들과 즐거운 놀이시간을 갖고 있었다. 모래 장난과 놀이기구에 푹 빠져 있는 아이들은 가까운 곳에 있는 장애 어린이 집의 보육아동들 이었다.지금은 여러 가지 형편상 중단되었지만 몇 년 전에는 우리 어린이 집의 아이들이 일주일에 하루씩 그 어린이 집에 놀러 갔었다.통합보육의 중요성은 누구나 공감하는 일이다. 다행히도 우리 어린이 집과 그곳은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놀이 통합을 시도했던 것이다.안타깝게도 이 통합 놀이가 지금은 지속되지 못하고 있지만, 대신 한 달에 서너번씩 장애 정도가 비교적 가벼운 아이들이 우리 어린이 집에서 야외 놀이를 즐겨했다.아이들이 놀만한 마땅한 실외놀이 여건이 부족한 것을 안타깝게 여긴 선생님들의 애틋한 배려 덕분이었다. 그런데, 그날 즐거운 외출은 슬픈 외출이 되었고 그 짧은 외출이 중단되었다.놀이를 마치고 되돌아가던 중 정신지체 아동 하나가 교사의 손을 뿌리치고 순식간에 차도에 뛰어 든 것이다.그 사고가 있고 며칠 후 정부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만큼 급속히 감소하고 있는 출산율과 관련하여 대대적인 보육시설 확충 계획을 발표했다.그러나 이미 보육 시설은 너무 많지 않은가? 운영상의 이유로 문을 닫거나,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지 못해서 경매처분이 된 시설도 전국적으로 수백 개에 이른다. 그렇다면 무턱대고 시설 수를 늘리기보다는 과학적으로 다른 방안을 찾아보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먼저 어째서 시설이 이렇게 많은대도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는 부모들의 호소는 그치지 않고 있으며, 또한 부모들은 값이 싸고 전문 인력이 돌보는 안전한 보육시설 이용을 기피하고 많은 비용을 지출하면서까지 개인 양육자에게 의존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아예 자녀 출산 자체를 포기하는지 그 원인을 세심하게 살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그리고 보육시설 운영자들이 영아보육, 주말휴일, 야간 시간 등 다양한 보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부모의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는지, 정책상의 문제는 없는지에 대해서 분석과 대안모색이 필요 하겠다.특히 보육의 본래 취지가 제대로 실행되지 못한 채 이른바 다른 2중대 유치원과 별반 다를 게 없는 프로그램과 교육 내용을 시정하여, 사회적 서비스를 담당하는 사회복지 기관의 기능과 정채성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보육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일이고 보육에 대한 정부의 책임의식이 강화되지 않고는 시장에 내맡긴 체 최소한의 질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를 극복 할 수 없다.최소한의 놀이터 마저 갖출 수 없는 열악함을 방치하거나, 최저 수준의 예산지원 마저 인색하기 이를 데 없는 상태에서 결코 장삿속이 되어서는 안될 자녀 양육을 시장에 나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의 무책임한 보육 정책은 전희되는 것이 마땅하다.아동 수당도 지금되지 않고, 부모의 출산 휴가 마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돈 없이 아이를 키우는 일은 몹씨 버거운 일이기도 하고, 부모의 인생을 담보하는 모험을 가는 것이기도 하다. 보육시설 수가 증가하는 것만큼 출산율이 증가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그렇게 간단치가 않은 것이다./ 이혜숙 (한일장신대 겸임교수, 롯데 어린이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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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10.26 23:02

[전북칼럼] 왜 反美 테러인가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9.11 뉴욕 테러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아프가니스탄을 폭격하기 시작했다.수퍼파워의 우격다짐식 강공 외교정책의 부산물이 테러를 유발했음을 반성할 줄 모른다. 그런 미국을 두고 우리는 21세기 미국 패권의 하강 징후를 읽는다.일시적으로는 보복공격의 당위성을 확보할 것이다. CNN과 같은 단일 정보망을 통해 미국 편향보도를 전세계가 접하기 때문이다. 서방 미디어들이 그간 얼마나 진실을 왜곡했는지 살펴보자.1991년 걸프전 보도는 왜곡 중계의 전형적 예를 제공하였다. 예를 들면 많은 TV 방송국들은 워싱턴에 토대를 둔 PR 회사 Hill and Knowlton사가 부시 행정부를 위해 관리된 1천만 달라 짜리 선전 캠페인용 비디오 테잎을 방영하였다.전쟁에 관한 많은 중요 기사는 보도되지 않았다. 시민의 인명 손실을 보도한 비디오 칫수는, 미국행정부가 시인하기를 두려워 한 것보다 훨씬 무겁다.대부분의 TV 네트워크들은 인명손실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다만 미디아들은 동맹군이 편 사막의 폭풍작전을 선별적으로 보도하는 데 몰두하였다.1990년 9월 11일에 보도된 위성 사진들은 이라크 대군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위협한다는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단순 시위에 지나지 않았다.마침 이날은 부시 대통령이 걸프전에 대한 공중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하던 날과 맞물렸다. 미디아가 스스로 검열을 허용하고 일부러 검열을 당한 결과이다.국제 뉴스 미디아들은 미국의 그라나다와 파나마 침공, 트리폴리 폭파, 파나마 대통령 노리에게(Noriega)재판, 동 티모르(East Timor)의 인도네시아인 학살 사건을 매우 높은 비중으로 방영하였다는 분석 결과는 무엇을 말하는가.이러한 예들은 미국 밖에서 미국이 개입된 보도들에서 더욱 더욱 배가되거나 쉽게 보충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걸프전이 아이들의 전쟁놀이처럼 안방을 점령할 때 세계는 미국의 무참한 살육전을 외면했다.9.11 뉴욕의 쌍둥이 빌딩 폭파 전경을 보고 우전세계 시민이 왜 테러에 치를 떨어야 하는가?그간 미국 세계 도처에서 키운 반미 감정에 대해 세계의 거대 미디아들은 입도 뻥긋 하지 않는다. CNN같은 미국 미디아가 미국 편향적으로 독점 보도하기 때문이다.전 세계인이 CNN의 보도를 지켜보며 CNN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를 여과 없이 수용하기 때문에 미국인의 목숨은 귀중하고 걸프전의 참상은 아이들의 오락처럼 희화되었다.부시의 아프칸 폭탄투하는 시작되었다.우리 나라 텔레비젼은 미국편향의 CNN 보도나 미국의 거대 미디아들을 열심히 중계하고 우리는 이유도 없이 아프칸을 향해 적개심을 키울 것이다.미군 폭격으로 죽어갈 아프칸의 양민은 생각지도 않으면서 말이다.미국은 왜 9.11의 테러에 봉착했는가. 미국 친미정권을 세우기 위해 CIA가 개입한 흔적은 세계 도처에 많다.한국은 무풍지대인가. 그렇지 않다. 최소한 남북분단의 주범 아니면 공범이다.우리는 역대전권의 철권 통치 밑에 반미구호는 곧 용공으로 몰려 처단 당했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미국이 한반도 정책이 한국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 미국을 위한 것인가.힘으로 승리한 사람은 힘으로 망한다고 했다. 세계 도처에서 확산되는 반미감정을 미국은 무슨 수로 막을 것인가. 힘으로 밀어붙이는 부시 대통령의 중동정책은 이 점을 교훈으로 삼아야할 것이다./ 박영학 (원광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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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10.1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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