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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슬로시티와 한옥마을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세상. 조금만 여유 부렸다간 봉변을 당하는 세태를 빗댄 말이다. 좀만 늦게 출발해도 뒤에서 빵빵거리는 도시에서 여유가 허용될 수 있을까.그런데 전주가 슬로시티에 선정됐단다. 그것도 인구 8만 이하 작은 도시에만 부여하던 것을 전주가 처음으로 받았단다. 나는 선정소식을 듣고 조금 의아해 했다. 철저히 도시화되어 있고 이동할 때는 자가용이 제일 빠르고 편한 수단이고 사람들이 편하게 걸을만한 보행로도 충분히 확보되어 있지 않은 전주가 슬로시티라니!유유자적 여유부리며 기웃기웃 천천히 걸어 다녀본 적이 있는가. 운동도 전쟁터의 병사처럼 비장한 표정으로 하고 안면에는 큰 마스크 가려 알아볼 수 없게 무장한 사람들로 넘쳐나는 도시에서 느림이라. 상상이 되지 않았다.근데 어쨌든 슬로시티로 선정되었다니 앞으로 느리게 여유있게 살아보면 어떨까. 지금까지 그리 못살았지만 앞으로 한번 그렇게 살아보자는 말이다. 슬로시티의 시민이라고 하지 않는가.도대체 슬로시티가 무얼까. 전주 한옥마을은 왜 선정되었을까. 슬로시티가 되면 뭐가 달라질까. 슬로시티는 이탈리아에서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맥도널드 햄버거가 로마에 진출하려 하자 전통음식을 지키자는 취지로 슬로푸드 운동을 전개한 데서 시작되었다. 이것이 음식뿐 아니라 도시민 전체의 삶으로 확대하자는 취지에서 이탈리아 조그만 마을 그레베의 파울로시장의 제안으로 시작한 것이다.슬로시티의 상징물은 마을을 이고 가는 달팽이다. 느리게 먹기와 느리게 살기를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빨리 만든 음식이 아닌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맛, 후다닥 먹어치우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 음미하며 먹는 음식. 그냥 흘러보내는 게 아니라 음미하고 되씹어서 인생과 삶의 의미를 깊게 오래 간직할 수 있는 생활을 말한다. 걷기 열풍도 느림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경제적 풍요와 물질적 만족만을 쫓는 게 아니라 삶의 질을 추구하는 것이 느림의 철학이다.전주 한옥마을이 슬로시티로 지정된 이유는 전통과 문화의 보존이 잘 되어 있으며 도시 중심에 한옥마을이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이란다. '좋은 음식과 건강한 환경, 지속가능한 개발, 공동체의 전통 위에서 삶의 질을 추구하는 도시'가 슬로시티의 목표다.스웨덴 펄쇼핑은 '생태적으로 건전한 지역생산품과 행복한 동물'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유기농 건초를 먹인 가축에서 생산한 치즈를 판매하고 축분을 활용, 바이오가스를 생산하여 친환경에너지로 사용한다. 또다른 슬로시티 이태리 오르비에또에서는 마을 외곽에 대형주차장을 만들고 도심 내 차량진입을 제한하고 광장과 거리를 시민들에게 되돌려 준 것부터 시작했다.슬로시티 한옥마을은 앞선 도시들의 경험을 살려 보여주기 위한 마을에서 사람이 살고 싶은 마을로 만들어나가는 것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한옥건축물에 대한 관심에서 한옥마을에서의 생활로 바꾸어야 된다는 것이다. 빨리 빨리가 아닌 느릿느릿 한가로움과 여유로움을 즐길 줄 아는 평화와 안식의 마을이 되어야 한다.전주 슬로시티는 마을 만들기이고 평생학습사회 구현이며 사회적기업과 커뮤니티비즈니스의 시험무대가 되는 것이다. 대기업 대형마트 대신 골목상권과 중소상인 보호에 앞장서고 어디서 생산한 지도 모르는 가공식품 대신에 지역먹거리를 소비하는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는 곳이어야 한다.'시간의 의미를 되찾은호기심으로 가득찬 사람들로 생명이 살아 숨쉬는 고장마당과 극장과 가게와 다방과 식당영혼이 깃든 장소들이 가득하며온화한 풍경과 숙련된 장인들이 사는 고장계절의 변화가 주는 아름다움을 느끼며맛과 영양 의식의 자발성이 존중되며산물의 자연성에 율동을 맞춰여전히 느림을 알며사람들이 살아가는 고장'시민들 스스로 이것을 상상하며 슬로시티 전주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 슬로시티 전주에 바라는 기대이다./ 김성주 (전라북도의회 환경복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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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08 23:02

[문화마주보기] 며느리 여러분, 설 명절 편안하신지요

어렸을 적부터 명절이, 나는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조상님께는 죄송하지만)크고 좋은 재료를 골라서, 정성을 다해서(할머니께서는 제사음식을 장만하면서 불평의 소리를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셨다.) 음식을 준비해야 했다. 설이 되었건, 추석이 되었건, 밥 14그릇(그것도 高捧으로)에 조율이시(棗栗梨枾)니, 홍동백서(紅東白西)니 격식을 따져서 제사상을 차려놓는 일을 '우리 어머니'가 도맡아서 하셨고, 이러한 어머니를 보는 나는 매번 가슴속에 그 무엇이 맺히곤 했기 때문이다.하양(河陽) 허씨, 간숙공(簡肅公)파 종가의 종부로서 시제를 제외하고도 1년에 14번, 한 달에 두 번도 제사를 지내는 어머니의 삶을 보면서 장녀인 나는 어린 마음에도 어머니의 생활이 무척 안쓰러워 보였다. 전주에서는 그래도 낫다. 고향인 안천(鎭安군 顔川면)에서 제사를 치를라치면 장작불을 때서 음식을 장만해야 했고, 자정에 제사를 지내고 나면 친척들의 음식 뒷바라지에 설거지 등 뒤처리하느라 꼬박 밤을 새워야 했다. 겨울엔 앞 냇가에서 얼음 깨고 시리디시린 물을 떠와 데워서 놋그릇을 짚으로 일일이 닦아내야 했다. 제기 등을 정리해서 들여놓는 것까지 여자의 일은 한도 끝도 없어보였다.어려서 나는 결심했다. 엄마와 같은 삶은 살지 않으리라고.아버지는 제사를 앞두곤 집안 청소하고, 지방 닦고, 밤 깎고, 과일 씻어서 준비하고, 제삿날 진설하는 것으로 장손(長孫)으로서의 몫을 다하셨다.이러한 제사풍경은 이제 보기 어려워졌다. 제사를 간소하게 지내거나 생략하는 집안이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해마다 명절을 즈음해서 대부분의 '며느리'들이 잔뜩 긴장하는 모습을 보면, 명절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힘든 것이 사실이다.(남성들이여, 귀성길 운전 스트레스가 여간 아니라고 말하지 말라.)이번 설은 구제역 때문에 고향 방문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더구나 전북은 구제역 청정지역이기에 이 지역 축산농가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식 보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야 할 판이다. 따라서 이번 설 만큼은 '명절 증후군'을 하소연하는 소리가 다른 해에 비해 줄어들 것이다.그러나 설 연휴 내내, 그 가족의 규모가 크건 작건, 음식을 장만하는 쪽은 여성일 것이다. 이번 설엔 남편들이 자청해서 요리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보자. 우리의 아들들과 남편들은, 동아리나 단체 야유회에서 또는 대학 때 MT 가서 요리당번을 자처했던 그 '자상한' 남자들이지 않은가? 1주일여 동안의 훈련을 통해 남편의 가사와 육아가 일상에서도 자연스러워진다면 가사가 한쪽만의 '노동'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전국 2천500가구 4천7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2차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5.1%가 전통적인 제사를 지내며, 명절에 주로 일하는 사람으로 '어머니, 딸, 며느리 등 여성들이 주로 한다'는 응답이 62.3%로 가장 높았다. 반면, '남자, 여자 모두 같이 한다'는 응답은 4.9%에 불과했다. 이러한 응답결과는 일상생활에서보다 제사나 명절 등 전통의례 시 남녀 간, 세대 간 격차가 생기고 이로 인해 부부갈등이 커질 우려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가사를 아내남편이 똑같이, 딱 반절로 나눠서 할 수는 없지만 즐거운 명절, 기다려지는 명절이 되게 하려면 적어도 현재의 모습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우리의 설 명절처럼 프랑스에서는 크리스마스에 민족 대이동이 벌어지는데 한해는 남편 부모님 댁을, 다음해에는 아내 부모님 댁을 방문하는 식으로 번갈아가면서 부모님을 찾아뵙는다고 한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은 부부 간에, 가족 구성원 사이에 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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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01 23:02

[문화마주보기] '대한(大韓)' 국호의 발상지 전라북도

대한민국이란 나라이름은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1919년 3월1일 독립선언에 근거해 1919년 4월 성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국호를 계승한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채택한 '대한'국호는 1897년 과거 조선에서 나라이름이 바뀐 '대한제국'의 이름을 계승한 국호였다. 즉, 1897년 10월 12일 고종은 국호를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바꾸고 '광무'라는 독자적인 연호를 선포하였고 원구단(서울 조선호텔 자리)을 세우고 하늘에 천제를 올려 왕국에서 황제국으로 격상된 대한제국을 출범시켰던 것이다.이러한 갑작스런 나라이름 변화는 사실은 당시 조선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새롭게 일신하려는 고종의 마지막 몸부림에서 나온 것이었다. 즉, 국호 개칭 2년전인 1895년 8월 조선의 국모인 민비가 한밤중에 일본 낭인들에 의해 시해당하는 치욕적인 상황이 발생하였다.(을미사변) 또한 신변의 위협을 느낀 고종은 1896년 2월11일 일본군이 둘러싼 경복궁을 떠나 러시아공사관으로 피난하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였다.(아관파천)이에 고종은 1897년 2월 20일 경운궁(덕수궁)으로 환궁하면서 국가의 면모를 일신하고 새로운 개혁을 적극 추진하게 되었다. 이때 자주국가로서 세계 여러 나라와의 격을 맞추기 위해 황제를 칭하고 독자적인 연호를 정하는 '칭제건원'이 단행된 것이었다.그 당시 대한(大韓)이란 국호제정과 관련 기록을 보면 다음과 같다. "황제의 나라에서 이전의 나라 이름을 그대로 쓴 적이 없고 조선은 당당한 제국의 이름으로 합당하지 않다. 대한(大韓:COREA)이란 이름은 황제의 정통을 이은 나라에서 쓴 적이 없고 한(韓)이란 이름은 고유한 우리나라의 이름이며,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한(三韓)을 아우른 것이니 큰 한(韓)이라는 이름이 적합하니 대한(大韓)을 국호로 한다"그런데 인용문에서 언급된 조선에서 대한으로 나라이름이 바뀌게 된 역사적 계승관계에 전라북도와 관련된 중요한 사실이 깔려있다. 1392년 고려왕위를 계승한 이성계는 국호를 조선(朝鮮)으로 바꾸었다. 이 때의 조선은 과거 단군,기자,위만조선으로 연결된 고조선을 계승한 나라명칭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조선후기, 세상의 중심을 자부하던 명나라가 야만족으로 인식되었던 여진족의 청에 의해 붕괴되자 새로운 유교적 문명국의 중심으로 조선을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우리 역사의 정통성의 흐름에 대한 논의과정에서 단군조선-기자조선으로 이어지던 역사정통성은 반란을 일으켜 불법적으로 왕이 된 위만에 있지 않고 왕위에서 쫓겨난 준왕이 계승하였으며 그 준왕이 신하를 이끌고 바다를 통해 망명한 한(韓)지역 특히, 마한지역에 역사정통이 계승되었다는 '삼한정통론'이 새롭게 정립되었다.그런데 주목되는 사실은 우리의 전통 지리서들은 대부분 준왕이 망명한 지역을 바로 지금의 전라북도 특히, 금마(익산) 일대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준왕은 주변지역을 아울러 한왕(韓王)으로 불렸고, 여기에서 마한, 변한, 진한의 삼한 명칭과 이를 계승한 삼국이 연결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삼한'은 후속된 '삼국'까지도 망라하는 표현으로 사용되었고 고종은 조선을 대신해 삼한-삼국을 통합한 대한(大韓)이란 명칭으로 나라이름을 삼았던 것이다. 이는 결국 대한명칭이 바로 한(韓)에서 나왔고, 고조선의 역사정통이 마한-삼한-삼국으로 이어져 계승된 인식과 결합되어 나타났음을 보여주는 것이다.따라서 '대한'국호의 역사적 배경지가 바로 전라북도 일대인 것이다. 종래 이같은 역사인식과 지역에 대한 이해가 부각되지 않은 아쉬움이 크다. 얼마전 대한민국 건국기념일 논란이 있었는 데 차제에 전라북도가 '대한'국호 발상지임을 적극 홍보하고 교육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조법종(우석대 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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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1.25 23:02

[문화마주보기] 영화의 거리를 꿈꾸다

10년 전 영화의 거리를 생각해보자. 지금의 CGV 자리에는 피카디리 극장이 있었고, 전주시네마 자리에는 코리아 극장과 뉴코리아 극장이 있었으며, 프리머스 자리에는 씨네21 극장이 있었고, 또 메가박스 자리에는 대한극장이 있었던 시절, 10년 전 어렵게 시작한 전주국제영화제는 이 옛 극장들에서 모든 영화들을 상영했다. 사람들은 노후한 극장시설 때문에 이런저런 불편함을 호소했지만 영화는 상영되었고, 전국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열심히 영화를 보았다. 시간은 흘렀고, 이 극장들은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멀티플렉스로 변신하면서 이런 불만들은 사라졌다. 하지만 영화의 거리는 다행히 아직도 그 때의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많은 극장들이 모여있는 전주 영화의 거리는 대한민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지만, 해외출장 때 방문했던 전 세계 여러 도시에서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공간이다. 전 세계의 많은 영화제는 이제 거의 '쇼핑몰 영화제'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쇼핑몰의 윗층에 자리잡은 멀티플렉스에서 열린다.특히 전통적인 극장이 적은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에서 열리는 영화제들은 거의 틀림없이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영화제를 개최한다.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시설도 좋고, 여러모로 편리한 점도 많지만, 영화를 보고 거리 한켠에 앉아 본 영화를 곰곰이 생각해 보거나,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친구와 영화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기가 쉽지 않다. 불가능해서가 아니라 소비를 유혹하는 공간은 이것을 쉽지 않게 만든다. 그러나 영화의 거리를 가진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이것이 가능하다.얼마 전부터 영화의 거리에 있는 극장들의 사정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프리머스는 작년부터 문을 닫았고, 아카데미 아트홀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영업을 하지 않고 있고, 다른 극장들도 별로 사정이 좋지 않다고 한다. 누군가는 몇 년 안에 메가박스만 남게 될거라는 이야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영화의 거리를 더 이상 영화의 거리라고 부를 수 없는 날이 조만간 올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거리에 극장이 없다면, 전주국제영화제는 어떻게 될까?전주국제영화제는 영화의 거리와 함께 성장해왔고 영화의 거리도 영화제를 통해 변모해왔다. 전주시가 구도심 활성화 대책을 수립해야 했을 만큼 사람들이 찾지 않았던 영화의 거리는 이제 많은 사람들이 찾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거리가 되었다. 예쁜 카페도 많아졌고, 예쁜 가게들도 많아졌다.이제 많은 사람들은 영화제 기간이 아니어도 영화의 거리에 나와 쇼핑을 하고, 영화를 보고, 카페에서 친구들을 만난다. 그리고 영화제 기간이 되면 아름답게 변신하는 영화의 거리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영화제가 지금의 영화의 거리를 만들었다고 말하긴 어려워도 지금의 영화의 거리를 있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영화의 거리는 영화제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지만, 영화제를 하기에 이보다 좋은 공간을 난 본적이 없다. 이 거리는 내가 다녀본 전세계 영화제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문화적 잠재력을 가진 공간이다. 영화상영과 축제를 한꺼번에 구현할 수 있는 전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공간이다. 그래서 난 이 공간에 있는 극장들이 망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자리잡아 영화의 거리를 계속 영화의 거리라고 부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그리고 영화의 거리가 소비 지향적인 공간이 아니라 좀더 문화적인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동문사거리 근처에서도 이제는 찾기 어려운 중고책방도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고, 이제는 다운로드에 밀려 망해가는 중고 비디오와 DVD 가게도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고, 인사동처럼 갤러리도 몇 개 생기면 좋겠다. 여기에 가끔씩 평소에도 영화의 거리에서 거리 공연을 볼 수 있고, 일주일에 한번쯤은 작은 벼룩시장도 열리면 더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공간에서 전주국제영화제가 매년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이것이 나만의 꿈이 아니었으면 정말 좋겠다./ 조지훈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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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1.18 23:02

[문화마주보기] 디지털 3형제와 나

난 '얼리어댑터'다. 무엇이든지 새로 나온 것이면 남보다 일찍 써보지 않으면 못 배긴다. 이미 많은 수업료를 치렀건만 이 '지름신'은 시도 때도 없이 나에게 강림한다.그렇다고 내가 무대뽀냐 하면 그건 절대 아니다. 뭘 치장하는 걸 무지 싫어하고 불편해도 있는 그대로 그냥 사는 편이다. 보통의 소비하고는 거리가 먼 그러면서도 디지털기기에 대한 열망은 그칠 줄 모른다. 소유욕은 낮지만 호기심은 매우 강하기 때문이리라.나는 업무상 수많은 자료 속에서 헤매는 경우가 많다. 수북하게 쌓이는 서류 더미를 처음엔 잘 분류해 놓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디 있는지 찾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모든 자료는 가급적 메일로 주고 받는다. 메일은 검색이 쉬우니까 자료 찾는 시간을 줄여준다. 문제는 노트북을 볼 수 없는 곳에서 급하게 문서를 찾을 때 어떻게 하느냐는 거다. 결국 스마트폰이 해결책으로 떠올랐다. 누군가 급하게 메일 보내달라고 하면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서 보내줘야 했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어지간한 메일은 주고 받는다. 문제는 작은 화면 때문에 문서를 한 눈에 보기 편치 않다는 거다.지난 해 최대 화두는 스마트폰이었다. 실시간으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스마트폰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였다. 특이하게도 스마트폰은 10, 20대가 아닌 30, 40대가 유행을 주도했다. 요즘 모임에 가면 대화 중에 고개를 숙이고 폰을 쳐다보는 사람을 자주 보게 된다. 수업시간에 딴 짓하는 학생들처럼 수시로 휴대폰을 들여다보거나 만지작거리며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는 어른들이 늘어났다. 사람 속에서 스스로 고립을 선택하는 경우다.나는 10년 훨씬 넘게 사용해 온 노트북, 2년 전부터 쓰기 시작한 스마트폰에다 최근에 아이패드를 마련함으로써 '디지털 3형제'를 갖추게 되었다. 작업할 때는 주로 노트북을 사용하고 이동 중에는 스마트폰, 그냥 앉아있을 때는 아이패드를 사용한다. 노트북은 데스크탑을 대체하지만 휴대성이 떨어지고, 스마트폰은 휴대성은 뛰어나지만 작은 화면 때문에 불편한데 휴대성과 가독성을 동시에 만족시켜 주는 것이 아이패드다. 노트북은 업무용이고 휴대폰은 개인용으로 사용하니 남이 만지는 걸 꺼려한다. 그런데 유독 아이패드는 남의 손길이 닿아도 괜찮다.아이패드 덕분에 막내와 게임도 하게 되었다. 그동안 '놀아줘' 공세에 적당히 핑계대고 피했는데 아이패드는 같이 놀아도 좋을만큼 관대해졌다. 굳이 바른 자세를 취하지 않아도 비스듬하게 앉아서나 손으로 들거나 바닥에 내려놓고도 삐딱하게 누워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아이패드 역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대체해주는 것이 아니라 보완해주는 것에 불과하다.새로운 디지털기기가 등장할 때마다 아날로그시대의 종말을 이야기했지만 종이신문은 여전히 건재하고 e-북 열풍에도 서적 출판은 굳건하다. 굳이 대체하려 하지 말고 기존 매체의 불편함을 보완하는 보조기구로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가상세계는 현실세계를 대체하지 못하는 법! 가상의 이야기에 빠져 현실에 소홀한 사람은 오히려 시대에 뒤떨어질 것이다. 엄지족들과 고개숙인 족들에게 고하노라!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라! 대화에 참여하라! 현재에 몰입하라!모든 디지털기기가 사람들의 벽을 허물고 소유를 넘어서 소통하는 도구가 되기를 소망한다.나는 오늘도 노트북은 가방에 휴대폰은 호주머니에 아이패드는 손에 들고 디지털3형제와 함께 집을 나선다.*김성주 도의원은 전주고와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 사회적기업지원 전북연구센터 공동대표와 시민행동21 자문위원, 노무현대통령을 만드는 국민참여운동 전북본부 사무처장을 지냈다. 현재 민주당 전북도당 정책실장, 제 9대 전라북도의회 환경복지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성주 (전라북도의회 환경복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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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1.11 23:02

[문화마주보기] 일·가정 양립을 위한 보루 - 가족친화경영

해마다 연초엔 경제전문 분석기관들이 국제와 국내 경제전망을 수치로 나타내곤 한다. 신묘년 한해, 국내 경제는 '밝지 않음'으로 표현되고 있다.족집게 도사는 아니지만, 올해 기업들이 이윤을 남기는 데 적잖이 공헌을 할 한 가지 방법을 강추한다. 다름 아닌, 가족친화 경영이다.무슨 '생뚱맞은 소리'냐고 할 줄 모르겠으나, 기업의 가족 친화 경영은 분명 '남는 장사'다. 여성가족부가 2010년 선정한 21개 가족친화인증 기업들을 들여다보면 금세 이해가 될 것이다. 가족친화경영 기업들은 출산육아휴직 기간을 근속에 포함해 승진 때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는 등 다양한 출산육아지원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또한 탄력근무제나 아빠휴직제도, 불임부부 지원, 직장 내 미혼남녀 미팅 프로그램, 결혼예비교실, 직장보육시설 운영 등 가정과 직장을 양립할 수 있는 이른바 '가족친화제도'를 운용하고 있다.가족친화인증기업은 여성가족부가 가족친화 사회환경의 조성 촉진에 관한 법률(2007년 제정)에 의거해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대학, 기업 등을 대상으로 2008년 14개소를 선정했으며 이어 2009년 20개소, 2010년 33개소(기업은 21개소)를 선정했다. 전라북도에 소재한 가족 친화 인증 기업은 완주군의 마음사랑병원, 단 1곳(2008년)에 불과하다.마음사랑병원 배자영 인사교육팀장은 말한다. 직장보육시설, 가족초청 행사 등을 통해 직원 가족들의 직장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지고, 직원들의 일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져서 능률이 오르고, 직원들이 직장에 자부심을 가지게 됐다고. 배 팀장은 가족친화 경영은 '직원 가족까지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경영자의 의지만 있으면, 종업원수나 사업장 규모에 관계없이 적은 예산으로도 실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실제로 2008년 대한상공회의소가 서울 소재 437개 기업을 대상으로 여성인력 활용 현황 및 애로에 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족 친화 경영이 기업성과를 올리는데 '도움이 된다'(61.2%)는 응답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38.8%)는 응답보다 1.5배가 높았으며, 도움이 된다는 이유는 종업원 만족도가 높아져 생산성이 올라간다(60.8%), 이직률이 낮아져 안정적인 인력 운용이 가능하다(26.1%), 기업 이미지가 개선되어 판매가 늘어난다(5.6%) 순으로 나타났다.가족 친화 기업 문화 조성을 여성의 지위 향상과 저출산 문제 해소차원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일은 있으되 가정의 행복과 연결되지 않는 일이라면 그 일의 질은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 이제, 기업차원에서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방법을 찾아 하나씩 실천해 나가고, 정부와 지자체에서 인센티브 등을 통해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기업 경영주들의 인식이 중요하다. 오늘날 기업 경쟁력은 핵심역량을 가진 우수인력의 확보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그런 의미에서 가족친화경영의 중요성이 강조된다.가족친화경영은 근로자들의 직무만족을 향상시키고 근로환경을 개선함으로써 근로자의 결근이나 이직률을 감소시킨다. 기업에 대한 애사심과 직무 몰입도를 크게 높이는 결과로 이어져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이 제고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가족친화경영은 우수인력 확보에 생산성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예비 취업생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가진 가족친화인증 기업을 선호하고 있다.*허명숙 여성정책연구소장은 전북대를 졸업한 후 전북일보 기자로 입사, 여성팀장과 교육부장편집부장문화부장부국장 겸 편집위원을 역임했다. 전북대 대학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한국언론학회와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허명숙 (전북발전연구원 부설 여성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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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1.04 23:02

[문화마주보기] 스토리텔링

스토리텔링은 '이야기(story) + 말하기(telling)'의 합성어로 디지털 시대의 이야기 방식이다. 이는 종전의 인쇄매체에 의존한 단순한 이야기 전달 방식과는 달리, 이야기에 오디오와 이미지를 입혀 방송과 인터넷 등을 통해 보다 생생하게 전달하는 특성이 있다.스토리텔링은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들이고 움직이게 하기 위해 대상과 관련된 자료들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가공한다. 게임, 애니메이션, 광고, 마케팅, 학습용 콘텐츠, 시네포엠(cine poem) 등이 그것인데, 때로는 전설, 신화, 게임 등에 나오는 스토리를 차용하여 기존의 이야기를 패러디하거나 개작 혹은 각색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지자체별로 자기 지역의 문화유산에 얽힌 이야기들을 발굴활용하여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꾀하는 등 문화콘텐츠 전반에 걸쳐 널리 활용되기도 한다.스토리는 그가 누구인지를 보여준다. 그러기에 누군가를 진정 알고 싶어한다면 그에 관련된 그의 이야기(history)를 먼저 물어야 한다. 아무리 화려한 이력과 스펙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들이 '그의 이야기'로 엮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냥 자료(data)일 뿐,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가 될 수 없다.사람들은 스토리에 주목하게 된다. 그에 관한 단순한 자료의 나열은 상대의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무력하지만, 거기에 감성을 입힌 스토리는 당신과 상대방을 가깝게 만들어준다. 스토리는 자기의 이력이 아니라 자기가 살아온 역사이어야 한다. 2008년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인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것도 그의 화려한 이력이 아니라 한 할머니에 관한 그의 감동적인 스토리였다. 그건 논리가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 상대방의 감성에 호소하여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어내는 공감(empathy)이었던 것이다.다른 사람이 겪는 고통의 정서적 상태로 들어가 이를 자신의 고통인 것처럼 느끼는 친밀한 사회적 관계, 이것이 공감이다. '인간은 공감하는 존재(homo empathicus)'다. 이 공감의 확산이야말로 스토리텔링에서 중요한 관건이 된다. 그것도 쉽게 얻어내는 '실패 없는 성공(success without failures)'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패에도 불구한 성공(success even with failures)'의 이야기, 그래서 때로는 실패담도 공감의 좋은 소재가 된다.사람들은 평범한 것보다 뭔가 이야기가 있는 것들에 관심을 갖는다. 누군가를 따라함으로써 나도 그들처럼 될 수 있다는 동일시, 이처럼 스토리텔링은 이야기가 없는 것에 이야기를 만들어 스토리를 넘는 히스토리(history)로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일방적으로 자기의 이야기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 본능을 자극해 그들 스스로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다.순간, 사람들은 당신의 이야기 속에서 강한 동질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소통과 공감의 통합 미학, 학문과 예술과 기술이 통합된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그것이 스토리텔링이다./ 김동수(시인백제예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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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2.21 23:02

[문화마주보기] 대국민 정치인 오디션

3년째 이맘때 쯤이면 299명 국회의원들이 출연하는 막장 드라마가 방송된다. 새해 예산안 날치기 미션을 수행하려는 여당과 반대하는 야당이 격한 몸싸움을 펼치는 사이, 여당은 재빠르게 방 하나를 차지한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 171명의 팀원이 모이면 문을 걸어 잠근다. 최대한 빠르게 예산안을 가결한다. 이건 뭐 식은 죽 먹기다.올해는 309조 567억원이라는 내년 예산과 각종 쟁점 법안을 8분 만에 날치기 통과시키는 미친 속도를 보여줬다. 영남지역 예산은 4613억 원이 증액됐다. 충청도 예산이 5억 증액된 것과 비교해 보면 922배 많다. 친애하는 4대강 정비 사업에는 9조 3300억 원을 배정했다. 반면 서민의 복지와 민생 예산은 삭둑 잘랐다. 무상급식 예산은 0원, 방학 중 결식아동 지원 예산과 영유아 예방접종 지원 예산은 전액 삭감했다. 40만 결식아동은 배고픔으로 내쫓고, 강은 배불리 먹였다.특별히 상정과 법안심의, 토론과 공청회 절차를 모두 생략하고 본회의에 직권 상정해서 통과시킨 안들도 있다. 여당 국회의원들이 단체로 속독학원을 다니지도 않았는데 과연 그 짧은 시간 동안에 41개 의안의 내용을 파악하고 표결에 임하는 게 가능했을까 강한 의구심이 든다.수자원공사에 4대강 공사 사업을 억지로 떠넘기면서 정부가 수공에 약속한 친수구역활용특별법이 처리됐다. 이 법에 따라 국민의 식수원 보호와 환경생태의 보존을 위해 엄격하게 개발을 규제해 온 강 주변 2킬로미터 지역을 난개발 할 수 있게 됐다. 원자력 발전소 수주의 대가로 아랍에미리트연합에 특수부대를 파병하는 안도 처리됐다. 서울대 내부에서조차 격렬하게 반대하는 서울대 법인화법도 강행 처리됐다. 헌정사상, 교육관련 법안이 상정도 없이 본회의에서 일방적으로 처리된 최초의 사례를 만들었다.이 어이없는 정치 후진국 드라마를 보면서, 〈슈퍼스타 K2(이하 슈스케)〉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슈스케는 가수 지망생들의 서바이벌 오디션으로, 3개월에 걸친 실기시험 전 과정이 공개됐다. 국내외에서 134만6,402명이 지원했고, 지역예선 2차례, 그룹오디션, 라이벌 오디션 등을 거쳐 최종 결승 진출자 11명이 추려졌고, 대국민 문자 투표 참여를 통해서 최후의 1인을 선발했다. 이 과정을 통해 실력 있는 여러 가수 지망생들이 슈퍼스타로 발돋움했다.정치인들도 이런 치열하고 투명한 오디션으로 뽑으면 안 되나? 지망생들은 우선 서류 전형을 통과해야 한다. 전과자나 비리가 밝혀지면 무조건 탈락이다. 필기시험을 거쳐서 정치 상식을 검증받은 이후 전국에서 다각도의 실기시험이 펼쳐진다.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정책과 예산안, 법안을 토론하고 협상하는 능력, 대안적인 정책과 국정 운행 능력 등을 테스트 받고, 실무능력을 평가받는다. 지역에서 추려진 지망생들이 인턴십 과정을 거치면서 언행일치 자질과 업무 실력을 고루 갖춘 정치인인지 검증받는다. 대중들은 사상 유례없는 대국민 문자 투표 참여로 자신들이 지지하는 '공정한' 정치인의 탄생을 지지한다.사회적 약자를 위해서 심장이 뛰는, 서민들의 생활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사수하는 정치인을 양성하는 제도적 장치는 없다. 그러니 대국민 정치인 오디션 아이템이 현실화되길 바래본다. 시민참여와 소셜 필터링을 거친 시민 저널리즘으로 탄생하는 슈퍼스타 정치인 서바이벌 오디션! 상상속에서도 본방 사수다./ 강지이 (독립영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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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2.14 23:02

[문화마주보기] '퓨전시대' 의 새로운 인재상

국토종합계획에서 독자권역을 유지하고 있는 전북권이 다시 호남권역으로 흡수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이같은 수정계획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전북도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국토해양부는 여건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제4차 국토종합계획 수정계획(2011-2020년)을 수립하고 있다. 이를 위해 16개 시도를 대상으로 의견수렴에 나섰다고 한다. 이번 수정계획은 20년 단위로 수립한 종합계획을 매 5년마다 수정하는 것으로 지난 2005년에 이어 두번째다.2005년에 수정된 현재의 종합계획 근간은 7+1로, 전국을 수도권 강원권 충청권 전북권 광주권 대구권 부산권 등 7개에 제주도 1을 더한 것이다. 국토해양부는 이를 현 정부 들어와서 발표한 5+2, 즉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대경권 동남권과 특별경제권인 강원권 제주권으로 바꾸려는 것이다.이렇게 될 경우 독자권역으로 설정된 전북권이 호남권역으로 편입돼 향후 국가 또는 지역개발사업 추진시 입지나 위상이 크게 추락할 우려가 있다. 자칫 광주전남권에 예속되거나 아니면 광주전남권과 대전충청권 사이에서 샌드위치로 전락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당초 전북은 전국 10대 광역경제권 중 전주군장권으로 불합리하게 분류되었다. 이를 지난 번 수정작업시 바로 잡은 것이다. 현 정부는 광역화 전략에 따라 인구 기준으로 전국을 5+2 광역경제권으로 분류, 다시 전북권을 인정치 않으려 하고 있다. 이것은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국토의 미래 모습을 왜곡시킬 소지가 충분하다.우선 영남에 2개 권역, 호남에 1개 권역을 주면 호남의 낙후는 더욱 심화될 게 뻔하다. 또 광주전남과 전북은 조선시대 같은 행정구역이었다는 것 이외는 경제적 보완관계나 생활문화권 등에서 연관성이 크게 약화되었다. 오히려 충남과 생활권이나 지역사업 연계성이 더 밀접한 편이다.더 큰 문제는 전북도의 한심한 대응능력이다. 정부의 의지가 강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데도 하는 흉내만 내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10일 공청회를 갖고, 이에 앞서 전북도에 수정 또는 반영 내용을 통보해 주도록 했으나 지레 겁을 먹었는지 뒤늦게 수선만 떨고 있다는 것이다.전북도는 명쾌한 논리를 개발해 최상위 국토계획에서 전북권이 빠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맹성렬(우석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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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2.07 23:02

[문화마주보기] 교토와 전주의 같은 것, 다른 것

늘상 일이건 연구이건 간에 무엇인가를 위해 방문했던 일본이지만, 이번에 대학생들과 주말을 낀 3박 4일의 짧은 답사는 전주 한옥마을에 대한 짧은 생각들을 담아 본 시간들이었다. 전주 한옥마을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에 대한 선진지로서 빠지지 않고 거론 되었던 곳은 일본 교토의 기요미즈테라에서 산넨자카, 니넨자카로, 기온거리로 이어지는 공간이었다.마을의 형성은 시대적으로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 곳이었지만, 전통적인 일본의 가옥이 이어지고 관광지로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라는 점에서 전주 한옥마을의 모델로 언급되어 왔었다. 개인적으로 한옥마을은 오카야마의 구라시키가 더 근접하다는 생각이지만 교토의 명성을 오카야마의 구라시키가 넘을 수는 없었다.답사 전에 한옥마을을 비롯한 전주시대의 문화시설들의 수탁자가 결정되었다. 새롭게 4기 운영자들이 출범할 것이고, 이제 이들 기관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환경 속에서 문화시설을 맡게 될 것이다. 수탁자가 바뀌었건 바뀌지 않았건 간에 중요한 사실은 시설이 놓인 공간이 크게 변하였다는 점이다. 수탁자들의 고민은 그래서 교체와 상관없이 동일할 수밖에 없다.한옥마을의 변화를 보고, 교토를 방문했을 때 두 공간의 동질성은 전통가옥에 둘러쌓여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지역 내 최대의 관광지라는 점에서 여전히 유효한 동질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조금만 시선을 돌려서 보면 전주 한옥마을의 변화가 이질적인 요소를 생산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첫째, '개발'이라는 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주거'만을 고집하는 것은 넌센스이다. 그렇지만 개발의 범주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모두가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전주가 주거 공간에서 상업 공간으로 변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교토를 처음 방문했던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교토의 공간 비율을 일정하다. 끊임없이 상업공간이 늘어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도로를 중심으로 상가가 형성되는 점은 같지만, 전주는 계속 도로(골목길)를 만들어 내고 있기에 상가의 비율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언제까지 '편의'를 위해서 길을 계속 만들 것인가? 어디까지 만들어야 '쾌적한' 환경이 조성될 것인가. 아니면 꼭 그렇게 해야만 쾌적해지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둘째, 교토는 역사문화지구와 기온의 상점가를 연결하는 자연스런 동선이다. 정방형의 한옥마을 구조가 기요미즈테라에서 기온으로 이어지는 교토의 골목길과 다른 공간이지만, 여하튼 상점가로의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그 두 축에는 기요미즈테라와 야사카신사가 놓여있다. 이 공간의 분할과 동선의 구조는 전통마을 속의 상업 성격을 규정한다. 기온으로 이어지는 교토의 전통마을 내에는 식당이 많지 않다. 대신에 교토의 특산품과 먹거리를 파는 상점이 있고, 그 곳을 빠져 나오면 식당가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거리별 특화 주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한옥마을에는 거리의 개발 방향이 단선적이면서도 복합적이다.몇 개의 문화시설들이 새롭게 문을 열 계획이다. 태조로와 은행로 축의 방향은 확대되어질 것이고 특히 전통문화센터가 있는 향교 일원은 경기전축과 함께 핵심 공간으로 발전할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확대해 나갈 것인지 늘 하는 이야기이지만 비전을 가지고는 있는 것일까? 그때 그때 단편적인 생각과 정책들로만 이어갈 것인가? 교토를 갔다 오면서 드는 생각들이다./ 홍성덕(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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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1.30 23:02

[문화마주보기] 약속

'약속'은 서로가 서로를 믿고 다짐한 언약이다. 훗날 어떤 핑계를 앞세워 말을 바꿀까 염려가 되어 미리 다짐한 뜨거운 가슴이다. 그래도 못 미더워 이를 문서로 만들어 수결을 남기고 심지어 혈서까지도 쓴다.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진다는 것, 그것은 자기 자신을 존귀하게 세우는 일이요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 본다.중국 광무제 때 송홍(宋弘)이라는 사람은 가난했지만 훗날 대사공의 지위에까지 올랐다. 마침 홀로 된 광무제의 누이가 송홍을 좋아하게 되자 광무제는 송홍을 불러 "흔히 '사람들은 귀하게 되면 옛 친구를 버리고, 부유해지면 아내를 바꾼다.'는 말이 있는데 어찌 생각하느냐"며 그를 회유하였다. 그러나 송홍은 "가난하고 어려울 때 사귄 친구는 잊을 수 없고(貧賤之交 不可忘), 가난할 때 고생을 함께한 조강지처(糟糠之妻)는 내 보낼 수 없는 것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송홍의 아름다움은 여기에 있다. 비록 그들이 훗날 변치 않기로 그리하여 그들의 약조를 오늘날처럼 무슨 공증을 따로 한 바 없었다 하더라도, 한 때의 연을 소중하게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음은 인간의 신의요 기본적인 도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인간적인 믿음과 신뢰가 서로 간에 없다면 우리는 인간의 존엄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어느 봄날 법정 스님이 섬진강 가를 여행하게 되었다. 매화꽃이 하도 예쁘게 핀 어느 산자락 외딴 집이 눈에 들어와 올라가 보았다. 허물어져 가는 빈 집 벽 한 쪽에 서툰 글씨로 '우리 엄마 아빠는 돈 벌어서 빨리 자전거 사주세요? 약속' 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친구들이 자전거 타는 걸 부러워하면서 엄마 아빠께 자전거 하나 사달라고 졸랐을 그 아이를 생각하며 가슴이 찡했다던 법정 스님의 글이었다. 세월이 지나 그 아이도 이젠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 어린 날의 약속을 생각하며 남보다 열심히 살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약속이란 다른 사람과의 약속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약속도 중하고 귀하다. 거기에는 인간에 대한 예의와 진정 그리고 뜨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어린 날 나도 한 때 월사금을 제때에 내지 못해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던 일이 있었다. 그러다가 한 번은 어머니에게 붙들려 혼이 나면서 함께 울던 날이 있었다. 그때 어린 나이에도 나는 '훗날 커서 어머니의 고생이 헛되지 않게 해 주겠노라'고 혼자 마음속으로 약속을 한 바 있었다.그래 나는 어떻게 해서라도 빨리 자라 무엇이 되어야 했다. 그리하여 '한 인간이 정직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살면 그 끝은 결코 외롭지 않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다. 그 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후 나는 어머니의 사랑을 주제로 한 「새벽달」이란 시를 통해 시인이 되었고, 그로인해 또 오늘 내가 봉직하고 있는 대학의 교수도 되었으니, 어찌 보면 그 어린 날 자신과의 약속이 오늘의 나를 세워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김동수(시인백제예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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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1.23 23:02

[문화마주보기] 생(生) 공부

지난 달 원고를 마감한 이후, 현재까지 3개의 영화제에서 감독으로 관객을 만났다. 영화의 첫걸음인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머릿속에 항상 염두에 두었던 관객을 영화관에서 직접 만나는 시간은 기분 좋은 설렘과 긴장이 있다. 어떤 감독님들은 영화로 이야기를 다 했는데 무슨 관객과의 대화가 필요하냐는 식의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감독들에게는 아마 가장 소중한 시간이 아닐까 싶다.10월 21일에 개막한 제8회 서울기독교영화제(SCFF)는 서울극장에서 열렸다. 몇 명의 관객을 만날 지 알 수 없지만 영화가 상영되는 날에 맞춰 이동했다. 평소에는 잘 만날 수 없는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영화제는 영화인들에게 즐거운 축제인 동시에 살아있는 공부방이다.이후 두 영화제는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관객을 맞았다. 제10회 전북독립영화제에서는 2개의 단편 영화가 상영되어서 영화제 기간 5일 동안 관객과의 대화를 4번 가졌다. 뒷풀이 자리에서는 잘 모르고 지내던 지역 감독들과 인사도 나누고, 상영관에서 미처 하지 못했던 여러 질문들을 주고받는다. 격의 없고 솔직한 영화평들이 술과 함께 오가는 뒷풀이 자리는 방과후 공부방이다.전주시민미디어센터의 제5회 만만한 영상제에는 감독 겸 스태프로 참여했다. 장애인, 전직 격투기 선수, 고등학생, 직장인, 주부, 이주여성 감독이 만든 영상물이 상영됐고, 나는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진행했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질문을 하지 않아도 진행자가 감독에게 질문을 이어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관객들에게도 어쩌면 그 시간은 영화에 대한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공부 시간이다.영화인들에게 좋은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은 학교다. 우리 지역에서는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이라는 학교를 통해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는 볼 수 없는 보다 다양하고 새로운 독립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 우리 지역 시네마테크인 지프떼끄(Jiff Theque)는 상영뿐만이 아니라 각종 영화 관련 세미나, 토론회, 유익한 교육 프로그램이 열리는 좋은 학교이다.서울에는 서울아트시네마라는 훌륭한 시네마테크전용관이 있다. 이 학교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내로라하는 감독들과 배우들이 맥주 광고에서 뭉쳤다. 맥스 맥주 광고를 보면 출연료 전액을 시네마테크전용관 건립기금으로 기부한다는 내용의 자막이 나온다. 영화인들의 공부방과 학교를 자립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이 프로젝트 광고를 볼 때마다 씁쓸하기 그지없다.상업적인 측면에서 외면당하는 저예산 영화, 예술 영화, 고전 영화를 상영해 주는 시네마테크는 영화인들에게 꼭 필요한 학교이다. 우리나라에는 보다 다양한 영화를 만날 수 있는 학교와 공부방이 더 많이 필요하다. 그 곳에서 영화인들이 세상을 다르게 보고 읽을 수 있는 공부가 계속되어야 한다. 좋은 영화를 보고, 듣고, 이야기하는 생(生) 공부를 위해서 영화인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지금 맥주잔을 부딪치며 투쟁중이다./ 강지이 (독립영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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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1.16 23:02

[문화마주보기] 치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평소 자신에 대해 별로 말하지 않던 지인으로부터 최근 푸념을 들었다. 그분 얼굴에 언뜻 언뜻 드리워지던 그늘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오랫동안 집안일을 도맡아하시며 자상하게 가족들을 돌봐주시던 어머니가 치매에 걸려 요즘 종종 이해할 수 없는 언행을 하신다는 것이었다. 자신을 못알아보고 듣기 민망한 욕설을 하는가 하면 며칠 전에는 도우미 아주머니가 잠깐 한눈파는 사이 이웃집에 가서 문을 두드리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 매우 난감했었다고 한다.소설가 이청준의 자전적 이야기로 1996년 임권택의 영화와 함께 동시 출간된 소설 '축제'는 이런 치매노인의 죽음을 소재로 하고 있다. 여기서 외지 생활을 하고 있는 주인공 어머니를 시골에서 홀로된 형수가 모시고 사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치매에 걸려 종종 몰래 집을 나가곤 해서 가족들을 난처하게 만들곤 한다. 형수는 너무 성가신 나머지 방에 자물쇠를 걸어 잠가 친척들 사이에 좋은 평판을 듣지 못한다.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몇 십년 전으로 치매 노인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때다. 치매에 걸리기 전 다른 질환으로 별세하는 노인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주인공의 형수를 손가락질 했던 주변 친척들은 치매 노인을 부양해 본 경험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불과 몇 십년이 지난 요즘 치매노인 수가 매우 빠른 숫자로 증가하고 있어 주변에서 고민하는 이들을 자주 본다. 노인을 위한 요양병원의 숫자가 급속히 느는 주된 이유일 것이다.핵가족화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아무리 노망이 났다고 해도 친부모를 요양병원에 모시는 것이 인간의 도리냐는 꾸짖음은 이제 시대에 아주 뒤떨어진 고리타분한 공자님 말씀이 되어버렸다.고령화 사회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현재의 고비용 구조 의료 시스템으로는 나날이 늘어나는 만성 질환에 시달리는 노인환자를 돌보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정부 차원에서 IT와 로봇기술 이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치매 노인을 위해서 첨단 과학기술도 별로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게 문제다. 치매노인에게 위치 추적 장치를 달아주거나 외출하는 경우 주위를 살피고 노인을 부축해 지팡이나 보조자 역할을 대신하는 로봇 개발 정도가 고작이다. 치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근본적 치료법을 찾아내는 것이 관건인데 현시점에서 이는 아주 요원해 보인다.요즘 심해지고 있는 건망증에 혹시 이러다 치매에 걸리는 게 아닌가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 필자가 정년을 맞이할 즈음이 되면, 기대 수명이 100살에 육박할 텐데 혹시 치매라도 걸려 오래오래 살면서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면 어쩌나 하는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때쯤 되면 국가에서 치매노인을 완벽하게 돌봐 줄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려나?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주지 않으려면 돈은 얼마나 벌어놔야하지?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런저런 부질없는 생각에 심란해하다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르고 결심해본다. 절대로 치매엔 걸리지 말아야겠다고.요즘 4~5 킬로미터 정도의 거리는 즐거이 걸어다니고, 카레를 자주 먹으며, 자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바둑을 두게 된 이유다. 치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아직 이 세상 그 어느 곳에도 없기에./ 맹성렬(우석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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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1.09 23:02

[문화마주보기] 어진봉안 600년 기념행사, 알고 보자

올해는 태조 어진을 봉안한 지 600년이 되는 해이다. 600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들이 열릴 예정이다. 우여 곡절 끝에 어진박물관이 개관하고, 보존처리를 끝내고 현재 국립전주박물관에 보관ㆍ전시 중인 태조 어진의 진본이 어진박물관에 봉안(奉安)될 것이다. 이를 기리기 위해서 왕가의 산책, 망궐례, 백일장, 사생대외, 궁중복식 및 탁본 체험 등 다양한 행사가 경기전 일원에서 함께 열리게 된다.태조 어진 전주 봉안 600주년 기념 사업 소위원회에서 마련한 이번 행사는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는 많이 축소되었다.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다른 지역 특히 중앙 정부의 관심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태조 어진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ㆍ현재적 의미에 대한 동의와 견해 차이 때문이지만, 어진을 600년 넘게 지켜온 전주로서는 서운한 일이다. 어떻든지 이제 태조 어진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보존 관리될 것이다.600년을 기념하는 사업에 가장 중요한 행사는 봉안행렬이라 할 것이다. 태조 어진이 경기전을 떠나 옮겨지거나 새로 봉안 된 것은 총 10차례이다. 최근 김철배의 연구에 의하면 태조 어진은 1410년 처음 봉안 된 뒤 1442년, 1614년, 1636년, 1688년, 1767년, 1894년, 2008년 새로운 어진의 제작과 전란(임진왜란, 병자호란, 동학혁명), 화재, 보존처리 등으로 옮겨졌다가 다시 환안되었다. 태조 어진이 전주에 봉안된 것은 1410년과 1443년, 1872년 등 세 차례이다. 현존하는 어진은 바로 1872년에 새로 제작되어 봉안한 것이다.이러한 봉안ㆍ환안의 역사는 전주의 훌륭한 문화콘텐츠임은 분명하다. 이번 봉안 행렬 역시 "고증을 바탕으로 한 거리축제"로 열릴 것이다. 그렇지만 봉안행렬 자체는 고증을 바탕으로 하였으나 새로운 형태의 봉안행렬로 진행될 것이라는 점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어진의 봉안 행차 시 의장의 수는 시대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가장 많았을 때가 약 33개 였으며, 세종대는 11개의 의장이 사용되었다. 배종대신의 경우 대신 1명, 종신 1명, 승지 1명, 예조당상 1명, 경기전관 1명 등이 배종하였으며, 담배군 24명, 의장군 33명, 속오군 4초 등 총 70여 명 정도였다. 따라서 1백여 명이 넘는 이번 봉안 행렬을 역사적인 고증된 봉안행렬로 오해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감사의 망궐례 역시 봉안 행렬과는 무관한 행사이다. 망궐례는 본디 지방관이 매월 초하루와 보름날에 객사의 궐패를 향해 배례하는 것으로 태조 어진의 봉안과는 연관성이 없다. 태조어진을 봉안한 배종대신들이 객사에 들러 무사 봉안을 임금에게 고하는 배례를 했을 가능성이 있으나 역사적인 고증이 필요한 부분이다.역사적 사실에 바탕한 행사는 늘 토론의 대상이 된다. 역사적 '재현'인지 아닌지, 고증을 바탕으로 하였다지만 어디까지고 고증이고 어디부터가 확대된 것인지, 행사를 보는 사람들 마다의 생각만큼이다 복잡하고 다양한 논의들이 나온다. 태조어진 봉안 600년의 봉안 행렬은 2010년 현재 기념사업을 고민했던 사람들이 새롭게 만들어낸 '이벤트'로 앞장서 깍아낼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시민들이 오해를 하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아직도 우리들은 이들에 대한 자세한 역사적 고증에 목말라 있다./ 홍성덕(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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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1.02 23:02

[문화마주보기] 천상천하 유아독존

나는 누구인가? 태어날 때도 혼자 태어나 세상을 떠날 때도 혼자 떠난다.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그 게 바로 나 자신이다. 내가 있음으로 하늘 위도 하늘 아래도 존재한다. 그래서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다.하늘도 땅도 너와 나도 내가 있음으로 존재한다. 그러기에 내가 아닌 그 무엇도 나의 구원이 될 수 없으며, 내가 아닌 그 누구도 나의 의지처가 될 수 없다. 이런 절대 고독의 세계에 방기되어 있는 것이 나이기에, 내가 존귀한 존재가 될 수도 있고 또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나무는 서 있다 / 길 아닌 길가에// 하늘과 땅뿐이로다/ 흔들려도 /지나가는 바람 붙들지 않고 // 어둠 속에서도/ 밤을 새워 스스로 길이 되는 // 나의 이 황홀한 가슴 / 누구도 건드릴 수 없다 // 나무는 서 있다/ 하느님처럼// 서 있는 나무가 곧 길이다. (졸시 「나무」전문)세상을 살아가는데 그 누구도 아닌 내 스스로가 하느님이 되고, 내 스스로가 부처님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절대 고독과 절대 존엄의 세계를 필자는 스스로 '황홀한 가슴'이라고 칭했다. 결국 나를 구성하는 것도, 나를 결정하는 것도, 나를 부정하는 것도 나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스스로 길이 되고 하느님이 되어야 하는 실존적 고독. 그것이 나의 자존(自尊)이고 외로움이다.석가모니 부처가 탄생 직후 사방으로 일곱 걸음씩을 걸은 다음, 오른 손과 왼 손으로 각각 하늘과 땅을 가리키며 '천상천하유아독존'을 선언하셨다. 이는 하늘 위와 하늘 아래 가장 존귀한 존재가 나요, 오로지 나만이 세상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이다.하지만, 이 말씀 속에는 비단 석가모니 부처만이 아니라, 우리 중생들도 누구나 할 것 없이 그야말로 천상천하에 오직 홀로 높다는 뜻도 내포되어 있다고 본다. 어떤 특정한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존엄하다는 '본래 부처설(本來佛)'을 통해 내가 곧 부처가 되어 부처처럼 살라는 뜻이다. 신분제도가 엄격한 고대 인도 사회에서 이는 인간의 존엄과 평등에 대한 일대 선언이 아닐 수 없었다.흔히 안하무인이며 독선적인 사람을 일컬어 '유아독존'이라고도 하지만 이것은 본래의 뜻과는 거리가 먼 해석이다. 부처님은 사람이 천상천하에서 가장 존귀한 존재이며 그 존재가치는 세상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위대하다는 것을 깨우치기 위해 세상에 오셨기 때문이다."세상이 모두 고통스러우니(三界皆苦) 내 마땅히 이를 편안하게 해 주리라(吾當安之)"고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그러나 진정 자신의 고통을 치유해줄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뿐이다. 모든 사물을 귀하게 보면 한 없이 귀하지만, 하찮게 보면 하찮은 존재가 된다. 공주가 되느냐 하녀가 되느냐, 이는 오로지 나의 마음에 달려 있다. 내가 천상천하유아독존이니까./ 김동수(시인백제예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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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0.26 23:02

[문화마주보기] 배추파동과 '새로운 먹을거리 질서'

아마도 올해 연말 10대뉴스의 첫머리는 '사상 유례없는 배추파동'으로 채워질 것 같다. 온 나라가 배추 때문에 패닉에 빠진 탓이다. 만평에 배추가 날개를 달고 하늘로 올라가는 그림이 등장하고, 신문 1면에는 엄청난 경쟁을 뚫고 배추구입에 성공한 주부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린다.정부는 다급한 마음에 중국산 배추에 대한 수입관세를 일시적으로 푸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고, 대형마트는 신속한 기동력을 자랑하며 대대적인 중국산 배추수입에 나서 짭짤한 재미를 봤다. 불행하게도 농민들을 배려하는 대책은 없다.마치 공기와 같이 여겨지던 배추 하나로 우리사회가 아수라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온 사회가 놀라고 있다. 예전에 배추밭을 통째로 갈아엎던 참혹한 심정을 기억하는 농가들은 그때와 지금이 왜 이렇게 대응방식이 다른지 의아해 한다.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쏟아진다. '근본원인을 지구온난화에서 찾아야 한다', '산지수집상의 밭떼기 횡포 덕분이다', '4대강으로 채소생산지가 줄어서 그렇다,', '협동조합이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다', '후진적인 유통구조 때문이다.' 등등.배추파동의 근본원인은 먹을거리에 관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사회적 거리가 멀어져 있다는 데 있다. 시장논리로 무장한 수집상과 대형마트, 식품업체가 그 간극을 메우고 있는 형국이다. 생산자는 무엇을 얼마나 생산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농사지어 삶을 꾸려가는 일만으로도 너무 힘겹고 버겁다. 반면 소비자들은 얼굴있는 먹을거리 선택권이 없다. 소위 시장이 차려내는 먹을거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 농민의 자부심은 무너지고 소비자의 생산자에 대한 배려는 사라진다.불행하게도 '나라를 뒤흔든 배추의 생각지도 못했던 위력'같은 류의 먹을거리 대란은 언제, 어디서든 되풀이될 수 있다. 우리가 처한 구조와 환경이 그렇다. 수출중심의 우리경제구조상 농업분야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소위 '반도체 팔아 쌀 사먹자'는 논리가 여전한데다, 국가차원의 제대로 된 식량자급전략과 정책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생산과 유통, 소비가 제각각 따로 놀고, 그 사이에서 이득을 취하는 다양한 그룹이 존재하는 사회질서를 용인해왔기 때문이다.먹을거리에 대한 새로운 질서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전 세계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가까운, 얼굴있는 지역먹을거리를 먹자는 소위 로컬푸드(Local Food/ 얼굴있는 지역먹을거리)운동이다.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푸드에 의존해서는 건강한 밥상은 물론, 먹을거리 다양성 유지, 소농의 생존, 지구환경의 보전도 어려울 것이라는 지구촌 시민사회의 집단적 자각에서 비롯된 실천이다.최근 전라북도에서는 완주군의 로컬푸드사업이 눈에 띈다. 밥상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두레농장을 조성하고, 직거래장터, 건강밥상꾸러미 직배송 사업을 시작했다. 마을단위 협업을 장려하고 소농과 고령농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한 점도 이채롭다.소비를 배려한 생산, 생산을 배려하는 소비, 이 새로운 먹을거리 질서만이 배추파동의 재현을 막는 현명한 대책이다. 생산자에게 자부심을 돌려주고 소비자의 건강밥상을 보장하는 상생방안이다. 본격적인 논의와 정책, 사회적 실천이 필요하다./ 나영삼 (완주군 지역경제순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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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0.20 23:02

[문화마주보기] 리얼 다큐

현실은 늘 영화를 압도한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다. 칠레 코피아포 산호세 광산 붕괴 사고 이후 69일 만에 33명의 광부가 살아 돌아오자 지구촌은 이 각본없는 드라마에 열광했다. 이 드라마는 이미 거액의 인터뷰와 CF 제안을 받는 콘텐츠가 되었다. 광부들이 구조되기도 전에 칠레의 한 작가는 '생매장됐던 33명의 남자들'이란 책의 판권을 팔았다. 구조된 광부의 아들은 광부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할 예정이다.다큐멘터리는 실화라서 영화보다 진정성의 감동이 크다. 현재 상영중인 다큐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 정부와 국민이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음악 실험을 다룬 리얼 스토리다.베네수엘라는 남미 최대의 산유국이지만 극심한 빈부 격차로 인해 빈민가 아이들은 총격 사건과 마약 거래, 폭력의 악순환에 노출되어 있다. 경제학자이자 음악가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는 1975년에 전과 5범을 포함한 11명의 빈민가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친다. 음악으로 아이들을 구해내고 싶었던 이들은 빈민가의 차고나 창고를 전전하며 연습하던 엘 시스테마를 현재 전국 각지에 221개의 음악 학교와 500개 가량의 오케스트라를 보유한 센터로 키워냈다.엘 시스테마는 원래 음악을 위한 사회 행동으로 불린 음악교육 재단을 뜻한다. 지금은 30만 명의 빈민층 어린이, 청소년들이 음악을 배우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요새가 되었다. 엘 시스테마를 통해 세계에서 주목받는 젊은 음악가들이 배출되면서 베네수엘라는 음악 강국으로 부상했다. 예술교육으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이상의 실현은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국가 이미지는 격상됐다.정부는 해마다 2900만 달러(약 310억 원) 에 이르는 예산을 엘 시스테마 운영비로 지출하고 있다. 엘 시스테마는 운영비의 90%를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지원받으며 35년 동안 꾸준히 음악교육에 힘쓸 수 있었고, 그 결과 베네수엘라는 예술교육의 메카로 자리잡았다.칠레의 광부 구출 작전에 투입된 구조 비용은 대략 1000만~2000만달러 (약 110억~220억원) 라고 밝혀졌다. 이 드라마를 통해 전세계는 칠레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과 국민의 단결력, 광부들의 불굴의 의지에 감동했고, 칠레의 저력을 확인했다.두 실화는 국민과 더불어 과감한 공적 지원을 결정한 정부 관료가 함께 쓴 이야기이다. 칠레 관료들에게는 국민 33인이 몇 백억의 가치보다 소중했다. 그 점에 지구촌은 감동했다. '연주하라 그리고 싸워라'를 모토로 베네수엘라 예술가들이 거리로 나섰을 때, 관료들은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었다.관료들이 돈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았다면 얻을 수 없는 감동 스토리다. 국민의 미래를 디자인한다는 책임감으로 최선을 다해서 국민과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할 줄 아는 관료가 그 나라엔 있다. 인체 유해성 논란이 거센 시위 진압 장비인 음향대포를 2억 3천만원짜리 스피커로 둔갑시켜 구매를 요청한 관료가 사는 나라 국민으로서 부러울 따름이다.국민의 소리를 소음으로 치부하며 밀어붙이기식 정책을 일삼는 관료들이 주인공이 되는 나라에서 국민은 엑스트라보다 못한 존재다. 잔혹한 리얼 다큐 속에 우리가 살고 있다./ 강지이(독립영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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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0.19 23:02

[문화마주보기] 귀농문화 정착과 식물공장

지난 봄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있었던 농생명 산업 정책 관련 공청회의 사회를 본 일이 있다. 올 봄부터 한반도에 기후변화의 심상치 않은 징조들이 확연하게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작물학회 주관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전기전자 전공인 필자가 이 공청회의 사회를 보게 된 것은 평소 농생명 산업에 IT 융합기술을 적용하여 보다 안정적인 작황을 유지하는 기술에 관심이 많았는데 마침 한국작물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방송통신대학의 류수노 교수와 의기투합했기 때문이다.발제를 맡은 류 교수는 식량안보 차원에서 한반도의 식량자원 전략을 다시 짜야하며, 특히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20%대로 매우 낮아 조속하게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실제로 이런 우려는 최근 국내외에 있었던 여러 사건을 통해 중요한 현실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여름, 러시아가 밀을 비롯한 식량 수출 동결을 선언하더니 중국은 옥수수 사재기를 해 일본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세계는 바야흐로 식량전쟁 초읽기에 들어간 느낌이다. 국내 상황을 보자면, 여름철 폭염과 잦은 비로 채소 작황이 나빠 배추 가격이 10배로 뛰는 등 서민 생활에 타격을 주고 있다.식량안보로 시작한 공청회는 국립식량과학원 전혜경 원장이 패널토론에서 초고령화 사회를 언급하며 그 초점이 바뀌었다. 전 원장은 우리나라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 선진국의 예에서 보듯 도시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귀농하려는 고령 인구가 다수 발생할 것이라고 하면서 밭농사 보다는 논농사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고령화 대책의 일환으로도 벼를 재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그런데, 정말 벼농사가 쉬울까? 농약치고 화학비료 사용하는 벼농사는 비교적 쉽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고령 인구의 귀농현상이 본격화 될 시점에는 쌀수입 개방이 상당히 이루어져 일반적인 벼농사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을 것이고, 유기농 친환경 농법이 꾸준한 수요 증가로 그나마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도시 생활을 했던 사람들에게 잔손이 많이 가는 유기농 벼농사는 결코 밭농사보다 쉽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밭농사를 쉽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마지막 패널로 토론에 참여한 전주생물연구소 권태호 소장은 고령 인구가 비교적 용이하게 할 수 있는 농사법으로 '식물 공장'을 언급했다. '식물공장'은 IT기술과 LED 조명 등을 이용해 외부 기상에 전혀 영향 받지 않고 고품질 식물 재배를 속성으로 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되고 있다. 식물공장은 LED등 조명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잔손이 많이 가지 않게 식물 재배환경을 제어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래야만 고령자들도 용이하게 창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이는 IT 전문가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마침 우리 전북이 지식경제부의 신성장동력 프로젝트로 'IT-LED 식물공장'을 수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성공은 단지 농촌의 경제적 이득에 그치지 않고 농촌 문화에도 적쟎은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다. 도시의 고령 인구 뿐 아니라 과학영농을 꿈꾸는 젊은층의 귀농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들의 지역사회 활동이 그동안 이농현상으로 침체되었던 농촌에 어느 정도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맹성렬 (우석대 전기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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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0.12 23:02

[문화마주보기] 잊혀진 사람들의 기억, 용담 수몰과 담수

'박물관'을 흔히 옛 것들만을 모아 보존하는 곳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박물관은 으레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곳이거나 아니면 고리타분한 문화시설쯤으로 인식되곤 한다. 박물관에서 느끼는 문화의 아름다움도 예술적 가치가 매우 뛰어난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지역 박물관은 늘 관람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정보와 영상의 홍수 속에서 지역 자그마한 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의 가치는 저평가 된다.하반기에 들어서면 박물관들이 유물을 구입한다. 수집하거나 구입한 유물은 유물평가를 통해 가치가 부여되고 수집과 구입여부가 결정된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문화유산들을 수집하는 지역의 박물관들은 확보된 예산과 유물의 가치 속에서 갈등하기 마련이다. 그나마 꾸준히 유물을 구입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기는 형편이다.지난주 진안역사박물관을 들렀을 때 유물의 수집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문의 이유야 올해 구입유물에 대한 평가였지만, 내일부터 개관하는 용담댐 수몰 지역의 생활유물에 대한 전시 준비를 들러보면서 박물관의 기능과 역할의 대상이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학계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올해는 용담호가 완공되고 물을 가두기 시작한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전라북도에서 용담호가 가지는 의미를 고려할 때, 전북일보에서 기획특집으로 연재하는 것을 빼면 너무나도 조용하다. 용담호 밑 땅에 터 잡고 살았던 사람들이 우리들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이나, 그 사람들이 가슴에 묻었던 그리움과 추억을 그저 잊혀진 옛날로 이해하기에 '용담'은 크다.그나마, 진안역사박물관의 전시기획은 소박하지만 큰 '용담'의 이야기를 담으려 하고 있다. 특별전은 용담댐의 '수몰'과 '담수'라는 이중의 표현에 수몰을 택하였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담수와 수몰의 표현은 주체에 따라 변한다. 지역의 삶을 이야기해야 하는 박물관에서 '수몰'의 선택은 개발의 이면에 감추어진 잊혀진 자들을 기억하려는 것이다. '담수'는 개발로 인해 변화한 지금의 삶을 이야기 하는 것이기에, 박물관의 전시목적은 결코 담수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전시기획은 사실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 갈 수밖에 없다. 고향을 떠나야 했던 수몰 지역민들에게 당신들이 사용했던 어쩌면 하찮은 물건들 항아리, 망태, 홀태, 쟁기, 도리깨 등등 땅에 의지하면서 생활했던 흔적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그렇게 한 점 두 점 면사무소 마당에 옮겨진 유물들이 박물관이 건립되고 수몰 10년이 되는 올해, 잊혀지겠지만 잊혀지기를 바라지 않았던 당시 사람들의 소박한 꿈이 이제야 이루어지는 것이다.전시유물은 너무나도 소박한 것들이다. 유물의 절대적 가치를 따지기도 어려운 20세기의 생활용품들인 것이다. 그러나 그 유물들에는 용담 수몰지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유물이 담고 있는 가치는 그래서 어느 유물보다 더 값진 것이다.지역박물관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박물관이 살아남는 길은 진안역사박물관의 용담 수몰 전시처럼 어쩌면 현재의 삶을 담아 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 해결점에 있다고 할 것이다. 옛날 유물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과 물건(objet)을 수집하는 것이 가까운 미래 박물관의 경쟁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전북일보 2010.10.5)/ 홍성덕(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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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0.05 23:02

[문화마주보기] 아침론(論)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 오하라(비비안 리)는 희망이 전혀 없어 보이는 마지막 상황 속에서도 "내일은 다시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는 명대사를 남긴다. 눈물을 훔치며 재기를 다짐한 '내일의 태양', 하지만 난 내일보다 '오늘의 태양'을 더 좋아한다. 어제의 실패가 있어도 오늘이 있기에, 아침만 되면 그래서 난 가슴이 뛴다. 창세기의 첫날처럼 눈부시게 솟아오른 '오늘의 태양'이 서늘한 산기운들을 거느리고 또 산을 넘어오기 때문이다.푸르스름한 새벽이 밀려와 있다. // 어둑한 안개 속에 묻혀 / 아직 잠들어 있는데 //?멀리서 온 큰 산들이 /?집 앞의 작은 산들을 깨우고 있다. //?수런수런 젖은 어깨를 털고 / 어슴푸레 고개를 내미는 // 작은 산의 봉우리들 // 재우지 못한 꿈들일랑 / 산 너머에 묻어 두고 /?다시 솟아오른 햇살들이 // 너를 기다리고 있노라고 //?서늘한 산 기운들이 / 어머니처럼 // "야, 야" 또 내 어깨를 토닥인다. - 〈졸시,「아침 經. 1」 전문〉아침만 되면 누군가가 내 어깨를 토닥이며 깨운다. "화자는 그 신탁(神託)의 대상을 뫼에게 돌렸다. - '멀리서 온 큰 산이/ 집 앞의 작은 산을 깨우'는 이런 활유(活喩)는 단순한 비유의 관계를 넘어 뫼(山)에 대한 웅숭깊은 애니미즘에 뿌리를 뒀다. - 그러기에 아침은 자성(自省)을 여는 시간이자. 자성을 밝히는 시작이다. 그러니 죽비처럼 "내 어깨를 토닥"이는 산 기운이 있는 것이다. 화자는 산으로 출가하는 사문(沙門)들보다 먼저 신비주의에 쌓인 뫼를 우리들 삶의 저잣거리로 불러 내리길 원한다." 라고 시인 유종인은『시선』(2010년, 가을호- '다시 읽고 싶은 리뷰작')에서 말한다.천천히 그는 오고 있었다. // 밤을 샌 / 개선장군처럼 // 산 너머 어둠을 이기고 /?아직 잠들어 뒤척이고 있는 // 마을 앞/ 어린 산들에게 다가와 // 내가 왔노라고 //?그래?또 새로운 하루가 / 시작되었노라고......// 파닥거리며 이 저곳에서 / 날개를 펴는 하얀 숨결들 // 멀리서 / 학(鶴)처럼 솟은 말간 아침이 // 쭉쭉 다시 얼굴을 내민다. - 〈졸시,「아침 經. 2」〉아침에는 상쾌한 공기가 있다. 그리고 그 아침 속에는 아직 열어보지 못한 '오늘'이라는 선물이 들어 있다. 어둠을 딛고 넘어온 아침, 개선장군처럼 산 너머 어둠을 이기고 마을 앞 어린 산들에게 다가와 "내가 왔노라고, 그래?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노라"고 손을 내민다.아침은 언제 오는가? 그리고 어떻게 찾아오는가? 아침은 어둠의 밤을 지낸 후에 찾아온다. 그리고 다시 솟아오른 오늘의 햇살과 손을 잡으면 아침이 된다. '이미 지나간 것'과 '아직 오지 않은 것' 사이에 주어지는 선물, 이것이 '오늘 아침'이다. 어제의 태양을 놓쳤다면 오늘의 태양만은 확실하게 붙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아침에는 운명이란 게 없다. 오직 새날이 다가오고 있을 뿐이다./ 김동수(시인. 백제예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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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9.2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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