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주보기] 행복을 꿈꾸는 여성친화도시
여성친화도시(마을)가 지역정책의 새로운 모델로 부각되고 있다.'여성친화도시'란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동등한 참여와 혜택의 분배를 보장함으로써 일상생활에서 성별 차이가 없도록 하는 지역을 말한다. 여성친화도시는 양육하기 좋고 아동이 안전한 생활공간을 조성하는 등 성 인지적 관점의 물리적 공간과 지역공동체를 조성하여서 여성과 가족이 행복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여성친화도시는 우수한 교육시설과 편리하고 안전한 주거환경, 자연친화적인 휴식 공간, 다양한 문화적 향유 기회, 동반 배우자의 취업 기회 마련 등 여성이 선호하는 요건이 다양하게 갖추어진 살기 좋은 도시 환경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그러기에 여성친화도시의 개념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있지만, 여성친화도시가 단지 여성만의 편의 증진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한 도시 조성'을 목적으로 한다는 데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도시생활 양상이 변하면서 도시권의 주체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남성 가장이 여성과 자녀들을 부양하던 시절에는 공적인 생활공간이 남성 노동자 중심으로 조성되었다면, 여성의 사회참여가 늘어나면서 도시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을 도시생활의 주체로 봐야 한다는 생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도시생활에 관한 한 조사(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06)에 따르면 보행자 전용도로와 자전거 이용자 도로, 성인을 위한 평생교육시설과 프로그램, 가까운 편의시설, 녹지공간의 공원, 문화시설, 좋은 학교와 학원 등에서 남성에 비해 여성의 선호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도시생활에서도 여성과 남성 간의 시각 차이, 여성의 경험과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때, 여성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이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전라북도가 주력하고 있는 기업유치를 보더라도, 여성과 가족을 고려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가족단위 이주가 어려워져 그 효과가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우리나라에서 여성친화적 도시 구현을 위한 시도는 2007년 서울시가 여성이 행복한 도시 프로젝트(일명 女幸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부터다. 서울시는 골목길, 보도, 공원, 지하도 등에서 여성의 시각을 반영하여 불안과 불편을 없애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에 여성가족부가 2009년 3월 익산시를 대한민국 제1호 여성친화도시로 선정하고 지원 및 점검에 나서면서 여성친화도시 조성이 본격화 하였으며, 2009년 12월 전남 여수시에 이어 2010년 11월 서울 강남구, 경기 수원시시흥시, 강원 강릉시, 충북 청주시, 충남 당진군, 대구 중구달서구 등 8개 지역이 여성친화도시로 추가 지정되면서 확산일로에 있다.익산시는 돌봄과 배려소통이 이뤄지는 따뜻한 공동체를 목표로, 인간중심의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통해 행복한 도시를 만들어나가겠다고 표방했다. 실제 익산시는 여성친화도시조례 제정 및 중장기계획 수립, 여성친화정책과와 여성친화계 설치, 공무원과 여성친화도시 서포터즈 교육 실시 등 여성친화도시 추진 기반을 마련하였다. 또한 여성친화도시 조성을 여성정책 전담부서뿐만 아니라 주택, 도로, 문화 등 다양한 실과로 확산하고, 여성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정책을 수립하는데도 여성의 관점과 경험이 반영될 수 있도록 시도함으로써 여성친화도시로서의 모델이 되고 있다.그러나 익산시민들은 폭이 넓어진 공영주차장의 여성주차장, 중앙체육공원의 여성화장실, 여성전용 콜택시, 밝아진 버스승강장 조명 정도에서 여성친화도시를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익산시가 여성친화도시에 관하여 자체 평가한 보고서(2010)에서도 밝혔듯이 여성친화도시 및 추진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여성친화도시 조성이 안전하고 편리한 도시 조성이라는 지역민의 인식을 바탕으로 한 도시공간의 설계 및 운영과정 전반에 주민(여성) 참여가 필수적인 요소인데, 익산시는 추진 초기에 지역민의 능동적 참여를 끌어내는 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았나 싶다.여성친화도시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주민이 중심이어야 하고, 주민과 행정 간 지속적인 소통과 협력이 관건이다. 여성친화적 도시 건설은 지역구성원의 행복과 맞닿아 있는 것이다./ 허명숙 (전북발전연구원 여성정책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