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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장마철 '정읍집'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을 앞두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남아공 더반. 그곳에선 1974년 7월 4일 프로권투 홍수환 선수가 아널드 테일러를 이기고 새 챔피언으로 등극한 뒤, 국제전화로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 "그래, 수환아! 대한민국 만세다!" 란 말을 해 한때 모든 국민의 유행어가 된적이 있다.공교롭게 그 경기가 있던 날 서울에서 한 손님이 전주에 왔다. 화가인 손님은 해질녘 전주에 도착하자마자 첫 화두가 "정읍집에서의 막걸리 한잔"이었다.문화예술인들 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상징적 문화공간 역할을 해왔던 곳이 '정읍집'이었다. 들어서자 그곳은 기약 없이 만나는 예술인들로 언제나 콩나물시루처럼 빼곡이 앉아 있었다. 그때 '정읍집'은 우리 예술인들이 속칭 '정읍 대학원'이라 불렀다. 그만한 이유는 그곳에는 언제나 시인, 화가, 음악가들이 한데 어우러져 작품에 대해 칭찬과 비판을 아끼지 않았던 곳이어서 대학원이라 불렀다.하반영 선생님은 전북에서 예술을 접한 사람들은 꼭 들러 필수학점을 이수하는 곳이라고 넋두리 삼아 말씀하셨다. 한 시대의 예술문화가 현재의 삶과 예술의 역사를 점철로 이루었듯이 이제 그 장소 정읍집은 없어졌다. 낭만과 추억 그들의 입담을 충족히 들을만한 공간이었는데.전북의 별들이 모이는 이곳에는 이미 작고하신 화가 토림 김종현, 벽천 나상목, 야린 배형식, 고화흠, 한소희, 김용봉, 권영술, 최근에 작고하신 전병하 선생님 등 많은 분들이 거쳐갔다.정읍집에 오래전 벽면에 가득히 걸린 작품 중에는 이중섭, 고암 이응로, 천경자, 운보 김기창, 박래현 작가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작품이 걸려있었다고 후문으로 들었다.이런저런 입에서 입으로 바람에 실리는 소중하고 역사적인 내용들이 이제는 희미해져간다. 그러나 몇몇 선배님들이 후배들을 위해 사라져가는 이 지역 근현대 이면의 예술사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애를 쓰고 계신다. 고마운 일이고, 우리는 이분들의 작업을 위하여 무엇인가를 도와드려야 할 것이다.시대가 너무 바빠서 수평보다는 수직을 선호하다 여기까지 와버린 것 같다. 윗 선배님들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작품에 대한 치열성, 끊임없는 열정들을 직간접으로 경험할 수 있는 지금은 사라져버린 이야기 주머니 속 같은 매개 공간이 없어 아쉬움이 많다. 그래서 아담, 사라문다방, 속칭 정읍대학원인 '정읍집'이 그리운 것이다. 뜨고 지는 것은 자연의 이치지만 예술세계의 뜨고 지는 것은 선대의 예술의 맥을 이어가고 오는 것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이 있다.긴 장마철, 지금도 우리는 오후가 되면 막걸리 집을 일찍부터 찾는 예술인이 있다. 어쩌면 그들도 오래된 정읍집에서 선배님들이 지향했던 예술적 치열성의 이어감에 대한 향수를 마음속에 더 그리고 싶어 찾고 있는지 모른다.*선기현 전북예총 회장은 전주 출신으로 전주해성고와 원광대 미술교육과, 동국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전북미협 지회장과 종이문화축제 운영위원장, 한지문화축제 실행위원장 및 총감독 등을 역임했으며, '반영미술상'(1996)과 '전주시예술상'(2002) 등을 수상했다./ 선기현 (전북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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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7.05 23:02

[문화마주보기] 북유럽에서의 단상(斷想)

여기는 스웨덴 수도 스톡홀롬이다. 도의회 환경복지위원회 해외 연수 중이다. 핀란드 헬싱키와 스웨덴 스톡홀롬 거리를 거닐다 보면 참 편안하다. 하늘을 찌를 듯 높은 빌딩도 엄청나게 큰 간판도 빵빵거리는 차들도 없다. 전차나 버스, 승용차나 자전거사람도 자기 길을 평화롭게 다닌다. 사람들이 사는 집도 우리처럼 고층아파트 일색이 아니고 3~5층 정도 나즈막한 높이에, 가운데에 넓은 정원을 공유하는 하나의 작은 마을 같다.우리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거리를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와 참 많이 다르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흔히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문화의 차이를 이야기한다. 잘 사는 것도 질서를 잘 지키는 것도 싸우지 않는 것도 문화의 차이라고 단정하면서 결국 우리는 '이래서 안돼'식의 자기 비하에 빠져버린다.그러나 문화란 오랜 세월 형성되어 온 제도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며 제도는 결국 사람들이 선택한 것이란 사실을 지나쳐 버린다. 신도시를 설계할 때 원칙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헬싱키 도시계획국 직원은 자신있게 환경을 제일 먼저 고려했다고 대답한다. 개발이익을 앞세워 도로와 가까운 곳은 상업용지로 분양하고 주택용지도 고밀도 개발을 해버리는 우리와 너무나 다르다. 개인이나 개별기업의 이익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 즉 공공성을 우선시하는 철학이 모든 차이를 낳은 것이다.핀란드 수도 헬싱키의 경우 100년을 내다보는 장기계획과 10~20년의 중기계획을 수립하고 마스터플랜을 고치는데만 30년이 걸렸단다. 오래된 공장부지를 주거지로 개발한 '아라비아난따'는 시가 공영개발을 주도하면서 분양과 임대주택이 균형을 맞추도록 하고 노인주택, 학생주택이 한 단지 내에 공존하도록 배치하여 다양성 속에 통합을 추구했다. 또한 각 집의 조망권, 일조권을 확보하기 위해 건물을 비스듬히 배치하고 발코니를 내어 지은 것도 흥미롭다. 우리는 높은 곳에 사는 사람, 앞에 사는 사람이 햇볕도, 탁 트인 시야도 다 독점해버리지 않는가.한 나라가 잘사는 조건은 무엇인가. 그동안 힘있는 자들은 우리나라는 땅덩어리는 좁고 지하자원도 없고 대신 인구가 많으니 먹고 살려면 죽어라고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우리에게 가르쳐왔다. 그렇다면 국민소득 3~4만불의 북유럽은 어떤 조건에서 잘사는 걸까.그들은 국토는 우리보다 넓지만 북쪽은 사람이 살 수 없는 동토지대고 삼림자원 외에 이렇다할 자원도 없다. 국가 경제력만 본다면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니 이들 작은 나라보다는 훨씬 잘 사는 나라다. 이들은 우리보다 훨씬 가난할 때 이미 국민 모두가 재산이나 소득에 관계없이 공부하고 싶으면 공부하고 아프면 병원에 가고 키우는 부담없이 아이를 낳고 노후 걱정없이 사는 보편복지제도를 도입했다. 그들은 우리보다 작은 집에 살며 작은 차를 몰고 싼 휴대폰을 쓰지만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들이다. 완벽한 복지는 미래에 대한 불안없이 개개인의 능력을 계발하는 데 집중하게 하여 이들을 경쟁력있는 국가로 만든 것이다.우리는 부자나라의 가난한 국민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국민 개개인이 잘 사는 나라가 우리가 꿈꾸는 나라다. 핀란드 대통령 할로넨은 '우리의 목표는 복지사회에 경쟁력을 더하는 일'이라고 했다. 복지사회를 실현하고 유지하기 위해 벌어야 하는 것이다. 노키아가 벌고 볼보가 번다. 그 돈은 일자리를 만들고 세금을 통해 다시 국민들을 위해 쓰여진다.북유럽 나라들과 우리의 차이점은 경제력이나 국민성이 아니고 국민이 선택한 정치체제의 차이다. 자유와 평등을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의 발전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대화와 타협의 정신이 그들과 우리의 차이를 만든 것이다.핀란드 대통령궁을 지키는 경비원은 단 두명 뿐이다. 그 앞을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아무 거리낌없이 지나다닌다. 우리는 얼마 전 LH문제로 청와대 앞에 가기 위해 수 백명의 경찰들에게 둘러싸여야 했다. 밤 11시가 넘었는데도 밖은 아직도 환하다. 이런 저런 생각에 잠 못이루는 북구의 밤이 길게 느껴진다./ 김성주 (전라북도의회 환경복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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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6.28 23:02

[문화마주보기] 다문화가족, '우리 안의 또 다른 우리'

두 해 전 전북발전연구원 여성정책연구소장에 자리했을 때, 몇 지인들은 전북의 여성정책으로 다문화가정(결혼이주여성)과 관련한 연구나 사업을 반드시 챙기라고 조언해주셨다. 그만큼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가정이 많아졌고 이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며, 어느 면에서는 과장되어 있는 측면도 있다.지난 3월, 각 시군에 맞는 사회서비스 투자사업을 개발하기 위한 복지현장가 모임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도내 한 면단위 지역 초등학교 입학생에 다문화가정 자녀가 한국인가정 자녀보다 많았다면서, 이제 젊은이가 없는 농촌에서는 역으로 한국가정 자녀에 대한 우대조치를 취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얘기가 나왔다. "아니, 벌써?" 반신반의하면서 그 학교에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아직은 외국인 수의 비중이 작지만, 다문화의 진전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보니 실제보다 체감 속도가 빨랐지 않았나 싶다. 그야말로 어느 순간에 다문화는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왔고, 이제 우리의 일부가 되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50년 결혼이민자가 98만2700명으로 늘어나고, 그 자녀를 포함하면 외국계 한국인이 216만4800명이 될 것이란 조사결과를 내놨다. 40년 뒤면 한국인 100명 중 5명은 생김새가 '조금 다른' 한국인들로 채워진다는 설명이다. 전라북도의 경우, 2009년 말 현재 결혼이민자가 7,051명(남자 219, 여자 6,832)으로 전북 인구의 0.38%를 차지하며 결혼이주여성만 보면 2005년에 비해 2.5배가량 증가했다.다문화가족의 증가는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결혼이민자들은 의사소통과 문화적 갈등, 가족 갈등, 2세 양육문제, 경제적 곤란 등으로 한국생활 적응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문화가정 중학생 자녀 중에서 중학교 재학률이 60%에 그치고, 고등학생 자녀는 26%만이 학교에 다니니, 학교밖 다문화 청소년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여기에 이혼 증가에 따른 다문화 결손자녀를 감싸안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그런데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혹은 학교, 복지시설에서는 다문화가정 자녀만을 위한 이벤트성 행사를 하면서 다문화가정 자녀를, '그들'과 '우리들'로 구분지음으로써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있다.(물론 의도하지 않았겠지만)결혼 여성이민자의 한국어 및 한국문화 이해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지원되는데도, 많은 여성이민자들은 국제결혼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기 때문에 가족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여성이민자 가족의 해체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지난해 국제결혼 실태를 파악하기 위하여 베트남을 방문한 적이 있다. 베트남에서 만난 한국인 결혼중개 사업자는 상업적인 결혼중개업소를 단속하는 것만으로도 결혼이주여성의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직도 '총 300만원이면 여성이 2개월 안에 한국에 귀국', '사랑도 할부로 한다구요? 100% 서비스 성혼 만족' 등의 문구로 국제결혼 광고를 하는 결혼중개업체가 활개를 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여성가족부 지원으로 한국 남성과 결혼을 앞둔 베트남 여성을 대상으로 출국 전에 하루 4시간씩 20일간 총 80시간 한국생활에 관한 교육을 하고 있었다. '정보를 제공하는 정도에 그치는 이 교육이 실효가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차라리 입국해서 한국어 및 한국문화 이해수준에 따라서 일정기간 입소해서 교육을 받게 하고 배우자(한국인 남편)교육을 의무화하는 것이 한국 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다문화는 '우리 문화'와 대별되는 '다른 문화'가 아니다. '다양한 문화'로서의 다문화인 것이다. 다문화가족은 배려나 친절의 대상이 아닌, 생활 주체로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우리 안의 또 다른 우리'이다./ 허명숙 (전북발전연구원 여성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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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6.21 23:02

[문화마주보기] 전주의 기록문화 전통, 전주체로 되살리자

전주의 역사문화적 전통 가운데 전주가 우리 역사에 기여한 가장 중요한 내용을 들라면 지식를 생산하고 전파하였던 전통이라고 생각된다. 즉, 전주는 우리나라 도시 가운데 거의 독보적으로 지식을 생산해 주변 지역으로 전파한 전통을 갖고 있는 도시이다.이러한 역사는 전주에 수도를 정한 후백제왕 견훤으로까지 소급된다. 견훤은 강력한 군사력에 근거한 후삼국 통일의 비전과 목표를 갖고 있었다. 특히, 후삼국의 통일 수도 전주를 가장 수준 높은 학문의 도시로 만들고자 노력하였다. 이같은 사실은 조선후기 학자인 이덕무의 글에 우리나라 서적이 당한 참변을 소개한 내용에서 확인된다.이덕무의 기록에 의하면 "우리나라에 많은 책이 있었는데 여러 사건으로 책들이 사라졌다. 그 가운데 우리나라 서적이 당한 최대 참변 두가지가 있는 데 첫 번째 사건은 당나라 장수 이적이 고구려를 붕괴시키고 평양성에 이르렀을 때 고구려의 문화수준이 당나라와 조금도 차이가 나지 않았다는 점에 깜짝 놀라 고구려의 모든 책을 평양성에 모아 불태워버린 것이고, 두 번째 책이 당한 참변은 후백제왕 견훤이 전주에 도읍을 하고 삼국의 모든 책을 전주에 모았는 데 후백제가 망하는 날 그 책들이 모두 불탔다. 이것이 우리나라 책이 당한 최대 참변 두 번째 사건이다."라고 하였다.견훤은 후삼국을 통일하기 위해 무력을 키웠을 뿐만 아니라 문화수도로서의 기능을 전주가 하도록 많은 인재와 삼국에 흩어진 수많은 책들을 전주에 모았고 또 많은 책들을 간행하였다. 그 전통이 연결되어 전주의 한지가 유명하게 된 계기였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전주의 기록문화전통은 고려시대에도 각종 책들이 이곳에서 간행되었고 특히, 조선시대 전라감영에서 각종 서적이 간행되어 완영본이란 책이 유포되고 조선후기에는 우리나라 최대의 민간서적 출판도시로서 자리잡았다. 즉, 우리나라 서민 대중들에게 책을 읽게하는 결정적 역할을 전주가 하였던 것이다.조선후기 많은 백성들이 판소리를 즐겨 들었는데 이들 소리꾼의 이야기가 채록되어 소설 형식으로 정리되어 전주천 근처의 서방들에서 한글본 고전소설 즉, 춘향전, 심청전, 홍길동전, 흥부전 등 다채로운 완판본 고전소설들이 목판인쇄본으로 전주에서 만들어져 전국에 팔려나간 출판문화의 도시로서 전주가 자리하였다. 그런데 주목되는 것은 이렇게 전국에 퍼진 완판본 글자를 활용해 초기 가톨릭 교리서가 만들어졌고 개신교의 납활자본 한글 성경의 글꼴이 만들어졌다는 한글 글꼴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또한 이들 글꼴이 독립신문 글꼴로 이어졌으며 근대적 한글 글꼴의 원형이 되어 우리나라 활판 글꼴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일본인들이 만든 명조체, 고딕체 등 수입 글꼴이 대규모로 사용되면서 이러한 전통의 맥이 단절되었다고 한다.따라서 전주의 한글 목판글자의 전통은 우리나라 한글 글꼴 특히, 서민 대중에게 가장 친숙하고 가장 대중적인 글꼴의 원형이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지식문화 전통의 근간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얼마전 이같은 완판본 목판 글자체의 중요성과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며 '전주체' 글꼴을 만들자는 논의가 제기되었는데 현재까지 어떤 성과가 나왔다는 이야기가 없다. 이미 비슷한 시기에 시작되었던 서울에서는 서울체로서 한강체, 남산체 등 결과물들이 나왔지만 전주에서는 아직도 글꼴 제작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더 늦기전에 조선의 백성에게 글을 읽게하고 깨우쳤던 전주의 글꼴을 되살린 전주체를 만들어 최근 논란이 된 한옥마을의 간판 글꼴로도 활용하고, 전주를 대표하는 공문서, 공공시설 글꼴로 자리잡게 하여 한국의 대표적 전통문화도시의 품격을 고양시킬 것을 요청한다./ 조법종(우석대 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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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6.14 23:02

[문화마주보기] 영화제, 그리고 디지털 독립영화관

지난 5월 6일, 전주국제영화제는 12번째 영화축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9일간 열렸던 영화제에서는 38개국 190편의 장단편 영화가 상영되었고, 약 7만 7000여명의 관객이 상영작을 보았다. 그러나 매년 그렇지만, 표를 구하지 못해 원하는 영화를 보지 못한 관객들도 많았다. 그래서 항상 영화제가 끝나면 영화제 상영작들을 극장에서 어떻게 볼 수 있는지 묻는 문의를 받곤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영화제가 끝난 후 영화제 상영작을 다시 보기란 쉽지 않다. 영화제 상영작의 프린트들은 영화제가 끝나면 해외로 다시 돌려보내야 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영화제가 끝났다고 너무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영화제 상영작 중 일부는 이미 수입되어 곧 개봉할 예정이고, 영화제 화제작은 영화제 이후 차례로 개봉하기 때문이다. 올해 개막작이었던 〈씨민과 나데르, 별거>(하반기 개봉예정),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애니메이션 〈일루셔니스트>(6월 16일 개봉)와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잡>(5월 19일 개봉)이 전자의 경우라면, 관객상 수상작이었던 〈트루맛쇼>(6월 2일 개봉),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애정만세>(6월 9일 개봉), 무비꼴라쥬상을 수상한 〈뽕돌>(하반기 개봉 예정)은 후자의 경우이다.이외에도 영화제 기간 화제를 불러일으킨 많은 영화들이 현재 수입 논의 중에 있거나 개봉 대기 중에 있다. 그러니까 영화를 놓쳤던 관객들은 영화제목을 기억해두고 기다리면 영화제 상영작, 특히 화제작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그런데, 막상 이런 영화들이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메가박스나 CGV, 롯데시네마 같은 멀티플렉스 극장에 가면 상영관은 많지만 영화제 상영작이나, 예술영화, 독립영화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땐, 전주시 고사동 옛 보건소 자리에 위치한 '디지털독립영화관'에 가면 된다. 디지털독립영화관은 100여석 정도로 규모는 작지만, 시설 면에서는 전국 어느 극장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영사시설을 구비하고 있다. 이 극장에서는 일반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는 다양한 예술영화와 독립영화만을 상영한다. 영화제 기간 놓쳤던 영화들도 이 극장의 프로그램을 눈여겨보면 찾을 수 있다. 매주 화요일에는 최신 독립 예술영화들을 무료로 볼 수도 있고 극장 옆에 있는 자료열람실에 가면 전주국제영화제의 모든 상영작들을 비록 좋지 않은 화질이지만 편안하게 볼 수 있다.어떤 사람들은 영화제 상영작, 예술영화, 독립영화라고 하면 영화를 보기도 전에 어렵고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을 갖는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우리의 마음을 흔들었던 영화들은, 장담컨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나 대규모의 상업영화가 아니라 대부분 예술영화나 독립영화였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돈이면 최고라고 외치는 신자유주의 시대 속에서 피곤하게 살아간다. 그래서 우리에겐 한바탕 때려 부수는 속도의 영화나 웃음을 강요하는 허전한 영화도 필요하겠지만, 우리의 지친 마음을 달래줄 진실한 예술영화나 독립영화 한 편이 더 필요할 지 모른다.2004년 폐막작 〈노벰버>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예술은 미래를 장전한 총이다.' 영화가 예술이라는 말에 동의한다면 영화 역시 '미래를 장전한 총'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당연히 '미래를 장전한 총'이 될 수 있는 영화는 상업영화보다 예술, 독립영화일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러니까,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미래를 장전하고 있는' 전 세계의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영화제 이후에도 보고 싶다면 디지털독립영화관에 가자. 이 멋진 극장은 여러분의 것이다. (디지털독립영화관 전화 063 231 3377, 홈페이지: http://theque.jiff.or.kr)/ 조지훈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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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6.07 23:02

[문화마주보기] 행복을 꿈꾸는 여성친화도시

여성친화도시(마을)가 지역정책의 새로운 모델로 부각되고 있다.'여성친화도시'란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동등한 참여와 혜택의 분배를 보장함으로써 일상생활에서 성별 차이가 없도록 하는 지역을 말한다. 여성친화도시는 양육하기 좋고 아동이 안전한 생활공간을 조성하는 등 성 인지적 관점의 물리적 공간과 지역공동체를 조성하여서 여성과 가족이 행복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여성친화도시는 우수한 교육시설과 편리하고 안전한 주거환경, 자연친화적인 휴식 공간, 다양한 문화적 향유 기회, 동반 배우자의 취업 기회 마련 등 여성이 선호하는 요건이 다양하게 갖추어진 살기 좋은 도시 환경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그러기에 여성친화도시의 개념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있지만, 여성친화도시가 단지 여성만의 편의 증진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한 도시 조성'을 목적으로 한다는 데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도시생활 양상이 변하면서 도시권의 주체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남성 가장이 여성과 자녀들을 부양하던 시절에는 공적인 생활공간이 남성 노동자 중심으로 조성되었다면, 여성의 사회참여가 늘어나면서 도시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을 도시생활의 주체로 봐야 한다는 생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도시생활에 관한 한 조사(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06)에 따르면 보행자 전용도로와 자전거 이용자 도로, 성인을 위한 평생교육시설과 프로그램, 가까운 편의시설, 녹지공간의 공원, 문화시설, 좋은 학교와 학원 등에서 남성에 비해 여성의 선호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도시생활에서도 여성과 남성 간의 시각 차이, 여성의 경험과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때, 여성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이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전라북도가 주력하고 있는 기업유치를 보더라도, 여성과 가족을 고려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가족단위 이주가 어려워져 그 효과가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우리나라에서 여성친화적 도시 구현을 위한 시도는 2007년 서울시가 여성이 행복한 도시 프로젝트(일명 女幸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부터다. 서울시는 골목길, 보도, 공원, 지하도 등에서 여성의 시각을 반영하여 불안과 불편을 없애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에 여성가족부가 2009년 3월 익산시를 대한민국 제1호 여성친화도시로 선정하고 지원 및 점검에 나서면서 여성친화도시 조성이 본격화 하였으며, 2009년 12월 전남 여수시에 이어 2010년 11월 서울 강남구, 경기 수원시시흥시, 강원 강릉시, 충북 청주시, 충남 당진군, 대구 중구달서구 등 8개 지역이 여성친화도시로 추가 지정되면서 확산일로에 있다.익산시는 돌봄과 배려소통이 이뤄지는 따뜻한 공동체를 목표로, 인간중심의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통해 행복한 도시를 만들어나가겠다고 표방했다. 실제 익산시는 여성친화도시조례 제정 및 중장기계획 수립, 여성친화정책과와 여성친화계 설치, 공무원과 여성친화도시 서포터즈 교육 실시 등 여성친화도시 추진 기반을 마련하였다. 또한 여성친화도시 조성을 여성정책 전담부서뿐만 아니라 주택, 도로, 문화 등 다양한 실과로 확산하고, 여성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정책을 수립하는데도 여성의 관점과 경험이 반영될 수 있도록 시도함으로써 여성친화도시로서의 모델이 되고 있다.그러나 익산시민들은 폭이 넓어진 공영주차장의 여성주차장, 중앙체육공원의 여성화장실, 여성전용 콜택시, 밝아진 버스승강장 조명 정도에서 여성친화도시를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익산시가 여성친화도시에 관하여 자체 평가한 보고서(2010)에서도 밝혔듯이 여성친화도시 및 추진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여성친화도시 조성이 안전하고 편리한 도시 조성이라는 지역민의 인식을 바탕으로 한 도시공간의 설계 및 운영과정 전반에 주민(여성) 참여가 필수적인 요소인데, 익산시는 추진 초기에 지역민의 능동적 참여를 끌어내는 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았나 싶다.여성친화도시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주민이 중심이어야 하고, 주민과 행정 간 지속적인 소통과 협력이 관건이다. 여성친화적 도시 건설은 지역구성원의 행복과 맞닿아 있는 것이다./ 허명숙 (전북발전연구원 여성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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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5.24 23:02

[문화마주보기] 역사교육강화와 전라북도의 기회

지난 4월 22일 정부가 발표한'역사교육강화방안'은 그 동안 홀대하였던 우리 역사교육에 대한 만시지탄의 정책변경이었다. 현 정부는 일본의 독도영유권침탈, 역사교과서 왜곡이나 중국의 동북공정 등 주변국과의 역사 갈등, 영토 분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역사교육을 축소, 약화시킨 '2009년 미래형 교육과정'을 발표했었다. 그런데 이에 대한 국민적 반발과 역사교육 강화에 대한 공감대 확산에 따라 우리 역사를 배우지 않고도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던 것을 2012학년도 고교 입학생부터는 한국사를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필수과목으로 재수정하였다. 또한 각종 국가 공무원시험 과목에 한국사를 추가하고 역사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2013년부터 신규 교원 임용시 한국사능력검정시험 3급 취득자에 한해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역사교육 강화 방안'을 제시하였다.이러한 역사교육강화 내용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초중고 학교 급별 수준을 고려하고 학생들이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교과서와 교육과정의 제정이다. 즉, 역사교과서와 수업 방식이 전면 개편되어 교과서와 교육내용이 탐구ㆍ체험학습 위주로 바뀌어 학생들이 실제 체험하면서 우리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각종 역사문화시설과 지역, 대학 등과 연계해 박물관 관람, 역사 강좌 등의 역사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교육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이같은 계획은 향후 역사를 현장과 연결시켜 이해하는 역사 체험교육이 다양하게 시행될 예정임을 보여준다. 특히, 수학여행과 각종 역사현장 체험교육의 확대는 다채로운 역사문화자원을 갖고 있는 전라북도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이미 지난 4월 전주시는 서울시 교육청과 수학여행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해 초중고 수학여행 코스로 전주 한옥마을 등을 선정하였다. 또한 서울시 교육감과 산하 교육장들이 직접 전주를 방문하고 한옥마을 등 관련공간에 마련된 교육프로그램을 체험하였다. 향후 서울시에서는 수백명 단위의 수학여행단이 아닌 반 단위로 담임선생님과 30여명 학생이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수학여행을 추진하고 있어 전주시를 비롯한 전라북도 역사공간이 매우 매력적인 코스로 부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 교육청이 관심을 갖은 것은 단순한 역사 유적지 견학이 아닌 전통문화와 역사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고 있는 전주의 한옥마을과 같은 현장이었다. 그리고 단순한 유적설명이 아닌 우리 역사의 체계적 이해속에 학생들에게 구체적 역사현장에서 자기 정체성을 찾고 미래목표를 고민케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를 원하였다. 이같은 문제의식을 계발하기 위한 역사체험 교육을 위해서는 전라북도의 관광이 단순관광 프로그램과는 다른 차원의 준비와 대응을 요구하게된다. 즉, 학생들에게 '전라북도 사람'의 향취를 통해 이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느끼게 하는 프로그램 개발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왕의 문화유산 해설사들과 젊은 역사교육전공 대학생들이 함께 문화교육팀을 이뤄 다채로운 전북의 문화자원과 역사를 체험케하는 것이 필요하다. 초중고시절 수학여행은 동기들과 함께 인생에서 처음 맛보는 타지역 경험이자 젊은 시절의 소중한 추억이다. 이러한 여행기간 동안 청소년들이 우리 지역에서 받은 느낌은 평생동안 전라북도에 대한 첫인상으로 남게될 것이다. 이제 새롭게 시작될 역사문화 체험 교육의 중심으로 전북을 이끌기 위해 대응준비팀 구축 등 각 지자체와 교육청의 협력과 노력이 요청된다./ 조법종(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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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5.17 23:02

[문화마주보기]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를 마치며

지난 5월 6일, 제 12회 전주국제영화제가 폐막했다. 올해 영화제는 유난히 다사다난했다. 지난 12년간 전주국제영화제와 함께 해왔지만, 개인적으론 올해 영화제가 가장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영화제로 기억될 지도 모르겠다.영화제가 시작되기 전 한 달여 동안에는 버스파업으로 인해 생길지 모르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검토하고, 토론하고, 결정해야 했고, 어려워진 경제사정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 덕분에 모든 스텝들은 예년보다 훨씬 더 많은 수고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또한 유난히 쌀쌀했던 날씨와 느닷없는 주말 비소식 덕분에 여러 가지 걱정과 대비를 함께 해야 했고, 예년보다 많아진 관객을 위한 여러 행사와 전시 때문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여기에다가, 예년에 비해 훨씬 많은 사람들이 영화제를 찾아오면서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다양한 문제들을 겪기도 했다. 참으로 하나하나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다행히도 큰 문제없이 영화제를 마칠 수 있었다.전주국제영화제에는 영화를 상영하고 창작자와 관객이 영화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영화제의 형태를 넘어서는 무언가가 존재한다.전주국제영화제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은 다층적이다. 이 다층적인 요소들이 사방으로 입체적으로 뻗어나가면서 다양한 관객과 만나고,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관객이 느끼지만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에너지가 발생한다. 물론, 그 에너지는 기본적으로 영화의 거리라는 독특한 공간과 전주국제영화제를 사랑하는 관객의 열정으로 부터 나오지만, 그것만으로 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전주국제영화제를 찾는 국내외 게스트들과 관객은 바로 이 에너지를 느낀다.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은 해외 게스트들이 가장 신기하게 생각하고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나 역시 영화제의 상영관과 영화의 거리에서 품어져 나오는 열기와 에너지를 느낀다. 한편으론 즐겁지만, 나와 나의 동료들이 벌여놓은 이 일이 얼마나 큰 일인지를 온몸으로 체감하면서 종종 엄습해오는 두려움과 마주하곤 한다.올해 전주국제영화제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일차적인 이유는 영화제 스텝들과 JIFF지기들의 노력과 땀 때문이다. 전국에서 전주국제영화제를 위해 모인 이들은 영화제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꺼이 밤을 새우고, 악조건 속에서 기꺼이 자신들의 모든 열정을 쏟아 부었다. 난 전주국제영화제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화려한 행사의 이면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노력해준 스텝과 자원봉사자들을 기억해주길 바란다.영화제 기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주국제영화제를 칭찬했지만 일부의 사람들은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해 이런 저런 비판을 하기도 했다. 완벽한 영화제 또는 완벽한 행사란 존재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칭찬의 목소리를 가볍게 듣고, 비판의 목소리를 마음에 새기는 것이며 이 비판의 목소리들을 다음 영화제에 반영하는 것이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이러한 다양한 칭찬과 비판을 기반으로 내년에도 더 좋은 영화들과 더욱 안정되고 활기찬 모습으로 다시 찾아올 것이다.마지막으로, 전주국제영화제를 사랑해준 관객과 전주시민에게 감사드린다. 또한 영화제 주변에서 전주국제영화제를 위해 물리적으로 도움을 주고 심정적으로 지지해 준 모든 분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여러분들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음을 잊지 않고 있다./ 조지훈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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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5.10 23:02

[문화마주보기] 영화와 영화제, 별거

12번째를 맞는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이란 영화 '씨민과 나데르, 별거'가 상영되었다. 딸을 위해 이민을 가고자 하는 아내와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보살필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남편 사이의 갈등이 영화의 중심이다. 영화에는 남편의 실직으로 인해 임신한 몸으로 파출부 일을 해야 하는 가난한 여인이 등장하고, 치매를 앓고 있으나 돌봐줄 사람이 없는 노인을 통해 이란 사회의 문제를 다룬다. 그러면서도 신을 두려워하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과 아버지의 거짓말에 실망하면서도 아버지를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대열에 합류하는 딸의 심리 갈등을 깊숙하게 그리면서 개인의 고민도 비켜가지 않는다.감독은 낯선 나라 처음 대하는 사람들의 고민 속으로 관객을 끌고 들어가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란에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지만 이 영화를 통해 그들을 이해하게 된다. 이것이 영화의 매력이다. 미국과 핵무기 개발을 둘러싸고 대립하고 '악의 제국'이라 불리며 엄격한 율법이 다스리는 이슬람국가에 사는 이방인들도 우리와 같은 소망을 갖고 산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나는 액션영화 매니아다. 인디아나 존스, 007시리즈가 가장 재미있는 영화였다. 그 중 특히 전쟁영화는 놓치면 안됐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액션이 재미없어지기 시작했다. 흥행의 공식에 따라 쓰여진 시나리오는 그게 그거라 뻔한 이야기에 식상하게 되고 유일한 자극제인 선정성과 폭력성에도 거부감을 느끼게 되었다. 영화란 엎치락 뒤치락 반전이 있어야 하고 모름지기 뭐든지 좀 부서뜨려야 한다고 생각해 온 나에게 무슨 영화가 이래라고 따분하게 봤던 영화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약간 치사하고 유치한 인간들이 등장하는 홍상수식의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가 좋아지기 시작한 것이다.전주영화제는 독특한 영화제다. 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시대와 나라를 초월한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 '하바나 블루스'란 쿠바 영화를 보면서 그들의 어려운 현실과 대비되는 낙천적인 모습을 통해 카리브해의 낭만을 떠올리게 되고 '실크로드의 형제들'에서는 중앙아시아의 드넓은 벌판과 그들의 소박한 삶도 알게 되고, 스리랑카 영화 '마찬'을 보면서는 세상의 사기꾼은 모두 똑같은 인상을 갖고 있다는 생각에 실소하면서 오래 계속해 온 내전의 격렬함과 일상의 평온함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사람 사는 세상은 다 똑같다는 것. 피부색이 다르고 종교나 이념이 달라도 비슷하다는 것이 다문화사회를 살게 되는 교훈이 될 것이다. 백인에게 열등감 가질 필요도 유색인종에 우월감을 가질 필요도 전혀 없다. 어디나 나쁜 놈 있고 착한 사람 있기 마련이다.흔히 우리는 영화를 보지 않고 영화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개막작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레드카펫을 밟는 배우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 무슨 영화가 상영되는지는 모르고 영화제의 경제적 효과만 따지는 사람들. 영화는 보지 않고 영화제 분위기를 보면서 영화제가 성공했다고 평가한다면 본말이 바뀐 게 아닐까.전주는 인구 1만 명당 영화 스크린 수가 제일 많은 도시란다. 영화를 많이 보고 영화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영화제를 즐기는 시민들이 많은 도시가 영화도시가 될 것이다.우리는 영화와 영화제의 희한한 별거를 끝내야 한다. 영화가 있는 영화제, 영화를 이야기하는 영화제가 되어야 한다. 이제 전주국제영화제가 며칠 남지 않았다. 곧 헤어지면 1년 후에나 만날텐데 그만 별거를 청산하고 영화 많이들 보시라./ 김성주 (전라북도의회 환경복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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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5.03 23:02

[문화마주보기] 보편적 복지에 여성을

#1. 전주지역 시내버스 파업이 오늘(4월25일)로 138일째 계속되고 있다. 버스를 주 교통수단으로 삼고 있는 노인들과 여성, 학생들의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다.#2. 오는 6월 23일은 유엔이 정한 '사별한 여성의 날(International Widows Day)'이다. 유엔은 남편과 사별한 전 세계 2억4500만 명에 달하는 여성들에 대한 사회인식을 촉구하기 위해 2010년 12월 유엔 총회에서 기념일을 제정했다. 남편과 사별한 후 빈곤소외 등 사회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놓이게 되는 여성과 자녀들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게 하기 위해서다. 가구의 생계를 책임지는 전라북도의 여성가구주는 2010년 현재 16만 가구로 전체 가구주의 24.1%에 해당한다. 사별에 의해 가구주가 되는 비율은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나 이혼으로 인해 여성이 가구주가 되는 한부모 가족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 여성가장들의 대부분이 여성 고용시장의 불안정과 맞물리며 빈곤에 내몰리고 있다.#3. 복지와 여성을 연관시켜 내친 김에 더 나아가 보자. 쓰나미 피해가 큰 일본 얘기다. 일본 여성계는 1995년 한신 대지진 경험에서 피해 대책에 성별 격차를 고려한 젠더 관점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지진 피해 시 성폭력 피해가 많이 발생한다. 일본 정부는 이번에 비록 더디기는 했지만 대피소에 생리용품이나 기저귀우유를 보급하고, 칸막이를 설치하고, 여성화장실에 거울을 비치하고, 피난소 운영에 여성을 가담시키고, 성폭력을 포함한 상담창구를 설치했다.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복지가 화두다. 이른바 무상보육, 무상급식으로 시작된 복지논쟁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보편주의 복지니, 선별주의 복지니 하는 복지개념까지 등장하고 있어서 바야흐로 복지논의가 만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쟁의 과정에 여성이나 가족의 문제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보편적 복지라는 화두 속에서 여성폭력, 인권과 젠더를 어떻게 자리매김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많은 적극적인 개선 노력에도 여성의 실질적인 삶은 별로 달라지지 않고 있다. 청년실업 문제에서 여성 실업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도 심각한 편이며, 다행히 정규직으로 취직이 된다 해도 결혼과 출산 과정에서 그리고 자녀양육 과정에서, 여성들은 조금씩 경제활동에서 배제된다. 가사노동보육집안 간병 등 가족 내 돌봄이 여성의 몫으로 남아있고 장시간 근로가 바람직하게 여겨지는 사회분위기에서 여성은, 울고 매달리는 아기에게 몹쓸 짓을 하는 것 같아서,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어서 일을 놓게 된다. 몇 년을 쉬다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에 직장을 찾아보면, 이 때는 임시직이나 파트타임 일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여성이 첫 직장을 나와서 두 번째 직장으로 재취업하기까지 경력단절 기간은 무려 10.2년이나 된다.(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사실 보육정책은 여성의 경제활동이나 가족 내 돌봄 문제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는데도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차원으로만 접근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일과 가정 양립정책 역시 여성의 경제활동을 지원함과 동시에 가족의 아동돌봄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당연히 가족정책의 핵심이 되고 있는데도 그 관련성은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 이에 우리는 여성의 눈으로, 다른 목소리로 복지를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복지사회의 기반은 가족이다. 특히 영유아기 자녀를 둔 가족에 대한 보육지원은 개인을 넘어 사회적 공유와 책임의식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노동시장과 조화로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여성들의 삶을 개선하는데 중요한 복지정책이 도입되어야 한다.우리사회는 물질적으로 크게 성장했고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제성장 뒤에 보이지 않는 여성의 역할이 있었음에도, 그것을 보지 않으려 하면 우리의 삶의 질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허명숙 (전북발전연구원 여성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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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4.26 23:02

[문화마주보기] 백제 중흥, 부흥, 부활의 땅 전라북도

최근, 전라북도 각 지자체들은 지역의 역사적 공간에 대한 발굴과 정비작업을 통해 해당 유적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고양하고 지역 문화관광산업과 연결지어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국제적 공인을 받는다는 의미에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목표로 삼고 있다.이러한 움직임 가운데 가시권에 들어온 지역은 우선, 익산지역의 백제유적들에 대한 발굴과 정비가 마무리되면서 이 지역 유적에 대한 높은 관심이 일어나고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익산지역은 백제가 마지막으로 수도를 천도하기 위해 도시시스템을 구축한 곳으로 파악되고 있다. 즉, 7세기 중반경 백제 무왕은 '백제를 중흥'시키기 위해 수도를 부여지역에서 현재의 익산지역으로 천도하기 위한 대규모 건축을 진행하였다.이 곳은 백제가 한반도 중부에서 서남부까지 강력한 왕권으로 장악하기 위한 최적의 거점으로서 당시 최대의 사찰인 미륵사, 왕궁, 제석사, 석불사 석불, 쌍릉, 백제산성 등 대규모 도성 유적이 거의 손상없이 남아있는 백제중흥의 공간이었다.이들 유적 중 우리나라 최대, 최고 석탑인 국보 14호 미륵사 서탑에 대한 해체작업도 마무리되어 1400여년전의 찬란한 사리봉안 유물이 발견되어 백제의 찬란한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또 과거 왕궁리 5층탑만이 남아있던 왕궁유적에 대한 본격적 발굴 결과 이곳이 백제 왕궁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주는 백제의 마지막 궁성유적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백제의 왕궁유적이 존재했던 서울-공주-부여-익산지역에서 오직 익산지역에서만 왕궁의 완전한 면모가 확인되고 백제의 정원과 화장실 등 생활유적도 확인되어 백제후기의 찬란한 '백제중흥의 땅 익산'의 모습이 더욱 돋보이고 있다.한편, 백제가 660년 나당연합군에 의해 붕괴된 후 이를 부흥시키기 위한 백제부흥전쟁이 복신, 도침, 부여 풍 등에 의해 3년여동안 진행되었는 데 그 중 가장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 곳이 주류성이었다. 이 곳의 위치에 대한 학계의 의견이 아직은 나뉘어 있지만 현재 부안 변산지역으로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즉, 이 지역은 백제를 부흥시키기 위한 백제인의 처절한 노력이 배어 있는 '백제부흥'의 터전인 것이다. 현재 주류성으로 추정되는 우금산성과 복신굴 및 관련 유적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학문적 검토를 통해 이곳이 주류성임이 확정되면 이 같은 '백제부흥의 땅 부안-변산'의 이미지가 명확하게 확립될 수 있다.또한 전주는 이같이 붕괴된 백제를 다시 부활시킨 후백제 수도로서 '백제 부활의 땅'이다. 특히, 후백제 역사공간과 관련되어 후백제 전주성(동고산성)에 대한 발굴을 통해 승암산 정상 주변의 대규모 후백제 건축유적이 확인되어 후백제의 역사가 규명되고 있다.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이같이 훌륭한 전라북도만의 백제문화 자원이 체계적으로 연결되어 검토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전라북도 지역은 백제의 중흥(익산), 부흥(부안), 부활(전주)의 터전이 자리잡고 있는 '새로운 신백제'의 땅이라고 할 수 있다.필자는 수년전 전라북도의 지역 이미지를 새롭게 정립하는 대표 개념의 하나로서 과거의 긍정적 역사를 새롭게 재현하였던 문명사적 대운동이었던 '르네상스' 시대개념을 원용하여 '르네상스 백제 프로젝트'를 제안했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백제의 중흥,부흥,부활에 걸맞는 학술적 담론화 과정을 시급히 진행하고 후속되는 역사문화 관련 정책 마련, 미래산업과의 연결 방안마련을 위한 전라북도, 익산, 부안, 전주 등 관련 지자체의 적극적 노력이 요청된다./ 조법종(우석대 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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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4.19 23:02

[문화마주보기]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영화 고르는 법

올해로 제12회를 맞는 전주국제영화제는 4월 28일부터 5월 6일까지 9일간 38개국 190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전주국제영화제를 1년동안 기다려온 관객들은 이제 행복한 고민을 할 때가 되었고, 그동안 영화제에 한번도 참여하지 못했던 관객들은 말로만 듣던 전주국제영화제에 참여할 기회가 온 것이다.영화 전문가든, 일반 관객이든 전주국제영화제에 참여하는 관객들은 막상 영화를 보려고 하면 항상 고민에 빠지게 된다. 어지간히 영화를 즐겨보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잘 알지 못하는 영화나 감독들의 영화들이 많은 데다가, 영화제 9일간 상영되는 190편씩이나 되는 영화 중에서 적게 보는 관객은 1~2편, 많이 보는 관객은 10편 정도의 영화를 골라야 하기 때문이다.전주국제영화제의 프로그램은 영화의 성격에 따라 6개의 대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어떤 영화를 봐야할 지 고민하는 사람들은 일단, 선택하려는 영화가 6개 대섹션 중 어디에 속해있는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주의 프로그램은 영화의 성격에 따라 구분되어 있어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내가 원하는 영화를 찾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첫 번째, '경쟁부문'이다. 이 섹션에 포함된 영화들을 본다는 것은 미래에 위대한 감독이 될지도 모르는 새로운 재능을 발견할 기회를 갖는 것이다. 운이 좋다면, 몇 년 후 유명해질 감독의 영화를 미리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잡게 될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수상작을 점쳐보는 재미와 폐막작을 예상해보는 재미는 덤이다.두 번째는 'JIFF 프로젝트'이다. 전주국제영화제는 그동안 독특한 디지털 단편영화 제작 프로젝트 '디지털 삼인삼색'과 '숏!숏!숏!'을 운영해왔다. 이 두 영화를 본다는 것은 전주국제영화제가 특별히 기획, 제작한 영화를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본다는 의미이다. 내가 관객이라면? 이 두 영화만큼은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세 번째, '시네마스케이프'이다. 이 섹션의 영화를 본다는 것은 동시대에 만들어지고 있는 최신 영화들의 미학과 세계 영화의 현재를 확인한다는 의미이다. 당신이 이 섹션의 영화들을 챙겨본다면, 지난 1년간 만들어진 전 세계 영화들의 수작이나 거장들의 신작을 통해 동시대 영화의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다.네 번째, '영화보다 낯선'. 이 섹션에는 동시대 영화 미학의 최전방에 위치한 다양한 최신 장단편 실험영화들이 모여있다. 이 섹션의 영화들을 통해 영화가 예술로써 도대체 어디까지 전진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어렵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이야기에 대한 강박을 버린다면, 놀라운 영화를 찾을 수 있다.다섯째, '시네마페스트'. 제목을 보고 느꼈겠지만, 가족친구들과 함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들로 이루어져 있다. 혹시라도 전주국제영화제의 영화들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관객이라면, 영화를 자주 보지 않는 주변의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전주국제영화제의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면 이 섹션의 영화에 주목하자.여섯 번째, '포커스' 섹션이다. 이 섹션은 전주국제영화제가 매년 특별히 보여주고 싶은 감독이나 지역의 영화들로 구성되어 있다. 올해에는 필리핀 독립영화의 대부 '키틀랏 타히믹 감독 회고전', 한국 최고의 스타일리스트 '이명세 감독 특별전', 한국과 포르투갈의 수교 50주년을 기념하여 기획된 '포르투갈 특별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섹션의 영화들을 본다는 것은 세계 영화사에 발자취를 남긴 중요한 과거의 영화들을 본다는 의미이므로 자신의 영화적 지평을 넓히려는 관객들에게 추천한다.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미지의 영화를 볼 드문 기회를 갖는 것이다. 당신이 영화 매니아든, 1년에 영화를 한 두편 보는 보통 관객이든 상관없다. 그 누구라도 즐길 수 있는 영화들이 많이 있다. 전주국제영화제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조지훈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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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4.12 23:02

[문화마주보기] 페이스북과 트위터 열풍

요즘은 머리보다 손가락이 더 바쁜 세상에 살고 있다. 앉아 있을 때도 차를 타고 어디를 갈 때도 심지어는 TV나 영화를 볼 때도 손가락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이들이 아랍권의 쟈스민 민주혁명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하고 일본의 쓰나미 사태 때에도 실시간으로 현장상황을 생생하게 전해주었다고 한다.바야흐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대세다. 이전에는 정보는 전문 집단에 의해 만들어지고 유포되었다. 그래서 정보생산자와 정보유통망을 장악한 측에서 얼마든지 자기 입맛에 맞게 정보를 취사선택하고 오도할 수 있었다. 이제 정보 소비자들은 일방적으로 제공해주는 정보를 받는 대신 직접 정보를 생산해 유포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스마트폰 보급으로 실시간으로 가능하게 된 것이다.사람들은 왜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푹 빠지는 걸까? 과거에도 PC통신, 게시판, 채팅, 메신저, 블로그, 미니홈피 등 다양한 서비스가 있었다. 지금부터 20년 전쯤 그 때는 인터넷도 없고 휴대폰도 없어서 전화를 통하지 않고는 낯선 사람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 그 때 컴퓨터에서 전화를 걸어주는 모뎀이 유행했다. 이른바 PC통신의 시대다. 나라 전체를 통틀어 이용자가 1000여명에 불과할 때 낯선 누군가와 밤새 채팅한 기억이 지금도 아련하다.그 후 인터넷이 활성화됨에 따라 한 때는 메신저가 유행을 주도하고 그게 시들해지면 미니홈피가 등장하고 블로그가 대세인 때를 거쳐왔다. 사람들은 휴대폰 문자메시지와 스마트폰 채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그런데 등장한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가 기존의 것을 밀어내고 사람들을 무섭게 끌어들이고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주로 알고 있는 사람과 또는 전혀 모르는 사람과 직접 말걸기도 하고 허공에다 외치기도 하고 진지하게 쓰기도 하고 가볍게 끄적거리기도 하고 길게도 쓰고 짧게도 쓰면서 사람들의 관계를 넓히고 있다.트위터는 말 그대로 새의 지저귐처럼 재잘거리는 것이다. 누가 이야기했는지도 모르고 그 사람을 만난 적도 앞으로 만날 일도 없을 지 모른다. 그냥 가벼운 신변잡기로 입소문을 낸다. 굳이 상대방의 동의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페이스북은 얼굴을 내놓고 이야기한다. 보다 더 친구개념에 충실하다. 지인들에게 생각을 전하고 남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좋아요'라는 반응을 보일 수 있다. 트위터와 다른 점이라면 서로 상대를 친구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페북은 익명으로 이루어지는 보통의 인터넷 소통방식과 달리 자기 얼굴을 내밀고 하게 되니 공격적인 면이 덜하고 상대를 인정하는 긍정의 힘이 작용할 수 있다. 거친 욕설이 오고가는 인터넷 세계에서 서로를 격려하고 생각을 나누는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다면 얼마나 바람직한가.페북이나 트위터가 가져올 미래의 모습은 어떨까.일상생활에서의 변화를 예상해본다. 포털이 상업세력에 장악되고 연예정보로 넘쳐나는 상황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호기심을 채우는 소식보다 따뜻한 이웃의 이야기가 많이 오고갈 수 있을 것이다.또한 민주주의 측면에서 변화가 있을 것이다. 대개 모임들은 1인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거기서 한 번 대장이 되면 영원히 권력을 독점하려 한다. 대장이 되고 싶은 사람은 거기에 도전해 차지하거나 실패하면 딴 살림을 차려 기필코 대장 노릇을 한다. 누구나 평등하게 참여하고 민주적 의사결정을 하는 모임.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은 모임. 경쾌하지만 거칠지 않은 모임. 책임은 지지만 부담주지 않는 모임. 개설자가 따로 없는 페북이 그런 모임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아무래도 새로운 소통수단에 대해 권력을 가진 쪽은 관심이 적을 것이다. 그들은 모든 매체를 이미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대한 대응이 늦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페북과 트위터는 힘없는 사람들의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페북 친구들이 올리는 글을 알리는 메시지가 계속 뜨고 있다./ 김성주 (전북도의회 환경복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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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4.05 23:02

[문화마주보기] 재난보도와 여성관련 보도 가이드라인

이웃나라 일본의 재난을 보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하루하루가 감사하고, 옆 사람이 소중해 진다.또 한가지. 헬멧을 쓰고 보도하는 일본 방송의 앵커와 기자의 모습을 보면서 언론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지구의 축까지 흔든 강진, 지진에 이은 쓰나미, 원전 폭발 위기 등 대형 재난이 일어났는데도, 일본 방송사들이 피해자 중심의 과장되지 않은 보도로 차분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은 무엇의 힘일까. 재난방송 매뉴얼과 이의 준수!우리도 이른바 '재난보도 매뉴얼'이 있다. 하지만, 재난보도를 할 때는 속보보다 정확성이 중요하다는 철학이 우리에겐 없는 듯하다. 신념과 철학이 없는 보도, 이 대목에서 우리나라 여성관련 보도로 생각이 이어졌다.성 불평등이나 성 역할 왜곡 측면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니 이것도 철학이나 신념의 결과인지 의문스럽다. 다만, 여성관련 보도의 양상이 과거 희생적이고 순종적이며 운명주의적인 수동적 여성 이미지로만 초지일관해온 데 비해, 최근 들어서는 강하고 적극적인 여성을 크게 부각시키는 과대 표상이 대세를 이루는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여성 등장횟수가 남성과 견줘 배 이상 부족하며, 전문가 인터뷰는 대부분 남성을 대상으로 하며, 여성은 일상적 느낌을 묻는 인터뷰어로 등장한다. 여자 선수의 외모를 부각시키는 사진과 용어는 아직도 스포츠 기사의 단골 메뉴다. 사극에서조차 주제와 관계없이 가슴이 보일 듯 말 듯한 한복차림으로 여배우를 등장시키는가 하면 얇은 옷차림으로 비에 젖는 모습을 훑어 내려간다. 여성 대상의 오전 방송은 가족주의와 모성이데올로기를 노골적으로 강요하고, 젊은 층을 상대로 한 트렌디 드라마도 진취적 여성상을 제시하는 데 주저한다. 여성 스포츠 선수에 대해 언론은 그들의 숨겨진 여성성을 찾아내려 애쓰고, 그들이 여성스러움을 드러내면 감탄하면서 강조하곤 한다.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강하고 적극적인 여성을 자주 대하게 되면서 적어도 드라마에서는 여성의 이미지와 성역할이 전통적인 구도를 벗어난 듯했다.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사회진출이 확대되면서 경제력을 갖춘 여성 시청자가 증가한 현상을 반영한 듯 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강한 여성이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협적이고 파괴적으로 그려지며, 가부장적인 남성의 질서에서 위험요소임을 암시한다. 강한 여성 이면에 소위 약한남, 초식남, 찌질남 등 약한 남자를 과도하게 표현하는 것으로 목전에 산적한 양성평등의 과제를 간과하게 만든다.미디어에서 여성이 지나치게 강력한 존재로 부각되면서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여성문제의 의미가 격하되고 있다. 최근 심심찮게 거론되는 알파걸(alpha girl: 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엘리트 여성) 보도 역시 남성을 기준 삼아 예외적 여성을 보여주면서 성차별이 엄존하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여성개인의 능력 유무로 대체하고 있다.여성의 지위가 과거에 비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성의 사회참여 기회나 임금수준은 남성에 비해 여전히 열악한데도 드라마 등에서 표상하는 강한 여성상이 자칫 남성의 역차별을 주장하는 강력한 무기로 활용될 수 있다.언론은 여성과 남성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고, 여성에 대해서는 남성적 시각에서 재구성된 이상화된 여성 이미지를 끊임없이 재생산해왔다. 여성을 여전히 희화화하고, 개인간의 차이를 존중하지 않는 왜곡된 틀 안에 가두어두고 있는 것이다. 제작 가이드라인이 없어서일까?한국여성민우회에서 이미 2004년과 2005년 성평등적 관점의 방송심의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각 방송사에 전달한 바 있다.언론은 사회를 반영하는 동시에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적극적인 존재이다. 여성의 고민과 관심의 본질에 대해 정확하게 전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허명숙(전북발전연구원 여성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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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3.29 23:02

[문화마주보기] 새만금의 새로운 비전, '동아시아적 가치'

지난 16일 정부는 전라북도가 요구한 사업을 대부분 반영한 총 22조원 규모의 새만금 종합개발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새만금을 새로운 문명을 여는 도시, 세계적으로 자랑할 수 있는 명품도시로 만들어 국가 성장엔진을 담당케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지역의 역사적 가치를 활용해 미래를 창조하는 새만금을 만들겠다고 하였고 18일에는 새만금 문화콘텐츠발굴사업 중간보고도 진행되었다.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 현재 새만금과 관련된 역사문화적 가치가 무엇인지,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 구체적 역사공간과 의미는 무엇인지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제시된 계획안과 문화관광 사업화 방안은 기왕의 새만금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논의된 내용으로 새만금을 격상심화시킨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특히, 걱정되는 것은 새만금의 역사적 가치와 내용이 개념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리고 특히 대중국, 일본 관광자원화가 현실적인 목표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구체안이 보이지 않고 있어 걱정이 앞서게 된다. 필자를 비롯한 지역 연구자들은 새만금을 동아시아적 문화와 가치를 바탕으로 극대화해 세계화하는 방안을 역설했지만 이번 새만금 개발 계획에 반영되지 않았다. 더욱이 가장 중요한 역사유적은 조사도 되지 못한 채 무분별한 난개발에 의해 파괴되고 있다.새만금이 자리한 고군산열도와 김제, 부안(변산반도) 일대의 공간은 역사적으로 '동아시아 문화교류의 거점'이자 '동아시아 생명문화'가 찬란히 꽃피웠던 곳이다. 특히, 한중일교류의 핵심공간으로 국제적인 무역항과 거점이 존재하였던 곳이다. 그런데 이들 자원에 대한 조사와 활용방안이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어 역사적 가치는 도외시 된 채 어디나 있는 관광공간이 될 것 같아 걱정이다.이들 자원 가운데 필자가 우선 먼저 지적하고 싶은 곳은 신시도 바로 앞에 있는 선유도를 비롯한 고군산 열도다. 이곳은 한국 고중세 국제 교류 거점이자 무역항이었다. 즉, 왕릉으로 전해지는 고분이 존재해 이미 조선시대 도굴사건도 있었을 정도로 중요유적이 산재한 곳이다. 특히, 송나라 사신단이 고려를 방문하는 주요 기착항이었다. 서긍이 남긴 고려도경에 의하면 선유도에 도착한 중국 사신을 당대 최고관리로 삼국사기를 편찬한 김부식이 이 곳에서 맞이 하였다. 이 곳에는 고려시대의 숭산행궁, 군산정, 관아, 오룡묘, 자복사 등등 고려의 국가적 통치시스템과 종교문화적 특성을 알려주는 엄청난 유적이 있던 곳이다.지난주 필자는 선유도에 대한 조사를 개인적으로 수년동안 진행하고 있는 군산대 곽장근 교수와 현지조사를 진행하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20년동안 진행된 새만금 사업기간 동안 단 한차례 지표조사 한번 시행되지 않았고 중요 유적지는 난개발로 파괴되고 있었다. 더욱이 어마어마한 새만금 개발계획에는 이들 유적과 의미가 일언반구 언급도 되지 않고 있다. 이 일대는 한중 문화교류의 핵심이자 우호협력의 상징공간이며 해상 종교문화의 보고로서 그 가치와 의미를 상상하기 힘든 유적들이다.아울러 동아시아 1차대전으로도 불리는 백강구전투의 공간과 백제 부흥군 최후의 보루인 주류성이 어디인지도 밝혀지지 않은 채 공허한 논의만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선유도의 유적과 주변 고군산열도 및 변산, 김제 등지의 역사문화 자원은 새만금의 미래를 밝혀줄 최상의 자원이다.새만금 개발계획이 공식화 되었으니 이제라도 본격적인 지표조사, 역사문화자원에 대한 정리 및 의미 부여, 동아시아적, 세계적 가치 창출을 위한 조사와 연구작업이 하루 속히 진행되길 요청한다. 선조가 남겨준 최상의 문화자원이 국적불명의 관광단지에 뒤덮이기 전에./ 조법종(우석대 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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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3.22 23:02

[문화마주보기] 나는 느린 전주가 좋다

지난 10년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일하면서 1년에 한번씩 영화제를 치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국내외의 여러 도시를 다녔다. 늘 낯선 도시에 가면 내가 일하는 영화제가 열리는 전주라는 도시를 생각하게 된다. 전주는 별로 특별할 것이 없는 도시이다. 역사적으로 봐도 '온전한 고을'이라는 한자어의 뜻대로 큰 사건사고가 많지 않았던 조용한 도시이다. 경주처럼 유명한 역사적인 관광지도 없고, 서울처럼 높은 빌딩과 화려한 쇼핑몰이 있는 것도 아니고, 부산처럼 바다가 가까이 있지도 않고, 전통 문화의 도시라고 하지만 전통 문화는 전주만의 것은 아니다.전주국제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전주를 방문한 관객들과 게스트들을 가만히 보면 그들은 영화제를 위해서 전주에 오지만, 잠시 여유가 생기면 전주라는 도시를 탐색하고 싶어한다. 한 두 군데라도 한옥마을처럼 전주에서 유명하다는 곳을 찾아가고 싶어하고, 전주에서 유명하다는 식당을 찾아가 음식을 맛보고 싶어한다. 그런 면에서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전주는 꽤 매력적이다. 그러나, 전주를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찾는 사람들에게 전주는 점점 심심한 도시가 되어간다.그래서 전주같이 작은 도시가 전주를 찾아온 외지 관광객들을 위해, 그리고 그들이 반복적으로 전주를 찾도록 할 수 있는 일은 작지만 의미있는 공간들을 찾아 이야기를 만들어 알리는 일이다. 우리는 이것을 스토리텔링이라고 부른다.전주국제영화제는 그동안 맛집 지도를 제작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영화제의 관객들에게 전주의 다양한 공간들을 소개해 왔고, 2009년에는 전주를 찾는 게스트와 관객들을 위해 이러한 스토리텔링 마케팅에 입각하여 전주의 맛거리와 볼거리를 기록한 책 <전주, 느리게 걷기>를 발간했다. 전주의 음식점, 관광지, 카페, 문화공간 등 가볼 만한 곳들을 찾아 다니며 그 곳의 이야기를 찾아낸 이 책은 전주에 대한 소소하지만 소중한 기록이다.이 책의 에필로그를 보면 전주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는 전주의 속도가 마음에 든다. 그 속도는 도시의 복잡다단한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도시라는 거대한 이름 속에 묻히거나 빨려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속도다. 도시의 타인들은 상처를 주기도 하기만, 전주는 따뜻한 친구도 발견할 수 있는 곳. 작은 모퉁이만 돌아도 스스로 고독할 수 있는 고즈넉함을 간직한 도시. 그렇다. 전주는 느리게 걷는 도시다. 선뜻 시선을 잡아끄는 강렬함은 없지만 느린 걸음, 그 느린 속도에서 포착되는 지극한 행복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우리는 똑같은 시간을 살지만 전주에서 보내는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는 다르다. 우리는 전주에서 조금은 느리게 걸을 수 있고, 조금은 천천히 일상을 보낼 수 있다. 작지만 아기자기하고, 유명하진 않지만 이야기가 담긴 공간들이 많은 도시, 조금은 덜 발전한 듯 보이지만 도시 곳곳에 과거의 흔적이 남아있어 정감이 가는 도시. 시간에 쫓기듯 살지 않아도 되는 도시, 잠시 고개를 들면 맑고 넓은 하늘을 쉽게 볼 수 있는 도시이다. 이것이 전주의 모습이다.난 전주가 이런 도시로 남으면 좋겠다. 재개발이란 명목으로 과거의 것들을 부수고 새로운 것들을 만드는 것, 인공조명으로 가득한 거리를 만드는 것만이 관광객을 모을 수 있는 최고의 정책은 아니다. 지금 우리 곁에 있는 공간들은 소중하다. 그 소중한 공간들을 이야기로 엮을 필요가 있다. 나는 전주 같은 도시의 관광 정책은 여기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속도가 미덕인 세상에서 전주가 계속 이렇게 적당히 느리고 고즈넉한 도시로 남길 바란다. 그리고, 이런 바람이 발전의 반대말로 들리지 않길 바란다. 이러한 도시가 될 때, 높은 빌딩과 화려한 쇼핑몰이 없고 유명한 관광지가 없어도 전주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싶은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조지훈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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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3.15 23:02

[문화마주보기] 디자인과 공공이 만날 때

디자인하면 개인적인 영역의 일로 생각해왔다. 디자인은 우리말로는 설계한다, 계획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최근에는 공공디자인이란 말이 자주 나온다. 구체적으로 도시디자인, 나아가 사회디자인이란 용어도 등장한다.디자인을 도시와 공공의 영역으로 옮긴다면 어떻게 변하게 될까. 아마도 제품이나 건물디자인은 이용자의 편리성을 도모하겠지만 도시디자인은 사는 사람들에게 먼저 관심을 두게 될 것이다.공적인, 공공의 의미로 쓰이는 퍼블릭이란 말은 고대 로마시대 '퍼블리커스'라는 말에서 유래한다. 오늘날 공화국이라는 의미의 '리퍼블릭'은 삶에 영향을 미치는 공적인 사안들에 대해 왕이 아니라 시민이 스스로 결정하는 정치공동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고대 이집트 피라미드나 중국의 진시왕릉을 공공건축으로 볼 수 있을까. 수많은 노예를 동원하여 생전의 권력을 사후세계에서도 이어가고자 한 왕의 개인적 욕망이 구현된 이들 기념비적 건축물들은 공공의 일이라고 볼 수 없다.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건축물은 권력자가 아닌 대중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다. 공공디자인은 디자인영역에서 공화주의 전통을 계승한 것이다.공공디자인은 다중이 이용하는 공간과 시설에 적용된다. 사적 디자인은 외부로부터 자신의 공간을 감추려고 하는 데 비해 공공디자인은 많은 사람의 접근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한다.우리나라의 공공디자인은 어떨까. 우리는 가정마다 화려하게 정성들여 꾸미면서도 집 문을 나서면 눈이 어지럽다. 제각각 간판, 제멋대로 건물, 위험한 인도 등 편안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우리도 공공디자인 유행이 불고 있다. 오세훈시장의 역점 사업인 디자인서울에서 보듯이 생활과 삶에 다가서기보다 보여주기 위한 치적쌓기용 사업에 흐를 위험에 항상 직면하게 된다. 유럽의 공공디자인과 비교하면 우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전주 아트폴리스사업은 벽천과 분수, 가로등, 신호등, 거리조성사업을 통해 많은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전보다 더 밝아지고 보기 좋고 나아졌다는데 도시의 편안함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느낌이다.전주 서부신시가지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더 한심하다. 행정의 중심 도청 바로 앞에는 모텔이 들어서고 특징없는 원룸과 상가건물로 채워지고 잘 정비된 도로가 주차장이 되어버리고 있는 신시가지를 보면서 공공의 계획이 어떠해야 하는지 반성을 하게 된다.도시팽창을 염두에 둔 성장주의자들의 주장에 따라 정확한 예측없이 착수한 신시가지계획은 미래에 유입될지도 모를 사람들을 위해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이 희생당하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여전히 우리 도시는 공공보다 개인이 우선한다. 어느 토론회에서 한 발표자가 뉴욕시에서 살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대로변도 아닌 이면도로에 있는 자기 사무실 유리창에 종이 한 장 붙였다가 시당국으로부터 벌금을 부과당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다중이 보는 공공장소에 개인적 인쇄물을 부착한 죄란다. 미국처럼 개인의 자유가 허용되는 나라에서 이렇게 엄격하게 공공성이 지켜지는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유럽 디자인의 중심이라 일컬어지는 핀란드에서는 소박함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디자인을 통해 모든 디자인은 공공디자인이라는 철학을 구현하고 있다.도시란 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살기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공공디자인은 평등이고 민주주의다. 사적영역보다 공공영역에 많이 투자할수록 그 사회는 민주주의를 구현해가는 것이다. 우리는 왜 공공행사를 대형마트 앞에서 하는가.사람이 많이 모인다고 해서 상업시설이 공공장소가 될 수 있는가. 전통시장과 광장에서 하면 안되는가.공공의 이익을 실현하는 데는 생각과 상상이 중요하다.상상을 실현하게 하는 것은 좋은 디자인이다.무주군 안성면사무소에 대중목욕탕을 넣는 발상, 아이들에게 점심을 누구나 먹을 수 있게 하자는 발상, 모든 도로에 자전거가 다닐 수 있도록 만드는 상상이 디자인을 만날 때 인간에게 이로움을 주게 된다.자유롭고 평등한 생각이 함께 사는 공공의 도시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희망을 디자인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김성주 (전라북도의회 환경복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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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3.08 23:02

[문화마주보기] 조용한 변화, 성 인지(性 認知) 예산

"성 인지 예산을 아세요?"기회가 닿을 때마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 묻는다.남성과 여성이라는 성(性)을 인식해서 예산을 세우는 것이 아니냐는 식의 답을 듣고자 했건만,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기상천외한 답을 듣기도 한다. 그 중 압권은 "성인 잡지(성인지, 成人誌) 발간에 무슨 예산 타령이냐"는 말이었다.하기야 성 인지 예산을 둘러싼 관련 개념들이라 할 수 있는 성 인지 관점, 성 형평성, 성 주류화, 성별 영향평가 등도 익숙하지 않은 터에, 밑도 끝도 없이 성 인지 예산을 물었으니 내 탓이 크다.정책은 국민의 삶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정책을 수립할 때 국민의 경제적, 지역적, 연령, 성별, 가족구조, 장애여부 등 다양한 특성과 여건을 최대한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책을 여성과 남성이라는 성(性)의 입장에서 분석해보면 다분히 남성선호적임을 알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을 가리지 않아도 될 부분에서도 주된 수혜자가 남성인 것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같은 정책이라도 여성과 남성의 삶에 다르게 영향을 미친다. 그러기에 이른바 '성을 인지한 정책과 예산'이 수립되어야 하고, 정책의 성별 영향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예를 들어, 가로등 설치를 위한 예산을 삭감하는 문제는 성별과 관련 없어 보이지만 가로등은 야간에 여성의 보행안전 문제와 관련성이 매우 높다. 혹은 세금부과의 문제도 성별과 관련이 있는데, 소득수준에 따라 세율을 달리 적용하는 직접세는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적용하는 간접세보다 소득의 성불평등 문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노동시장에서 여성들이 벌어들이는 소득이 남성보다 적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2009년 기준으로 갑상선 기능저하증 진료환자 중 여성이 남성보다 6배이상 월등히 많았으며, 갑상선 기능항진증 질환 또한 여성이 남성보다 약 3배 정도 많이 진료받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례들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성별을 고려해서 정책을 펼쳐야함을 반증해준다.이런 이유로 보건복지부는 국가 암 조기검진사업의 성별 영향평가를 통하여 저소득 여성들과 농촌 여성들이 자궁경부암, 유방암 등 여성암을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이동검진사업 정책을 수립하고 예산서를 작성했다. 전라북도는 노인일자리 사업에서 대부분의 직업이 남성위주로 되어 여성노인의 일자리 참여가 어렵자 여성일자리를 위한 별도의 예산을 편성하는 개선방안을 내놓기도 했다.이처럼, 2009년부터 시작된 성 인지 예산((gender sensitive budget)제도가 여성들의 생활에 조용한 그러나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각 부처의 성 인지 예결산서는 2006년 개정된 국가재정법에 근거를 두고 시행 중이며, 지자체에서도 지방재정법 개정을 통하여 2013 회계연도부터는 성 인지 예산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전망이다. 따라서 지방재정법 적용을 앞둔 이 때,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뿐 아니라 지방의회 의원, 여성단체 등의 성 인지 예산제도에 대한 관심이 요구된다.성 인지 예산은 여성을 위한 별도의 예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성 중립적으로 보이는 공공지출을 젠더(gender) 관점에서 분석하여 예산이 기존의 성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내고 분석결과를 예산과정에 반영하자는 것이다. 성 인지 예산을 세우려면 정책을 대상으로 한 성별 영향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행정안전부는 성별 영향평가를 2007년부터 지자체의 정부업무합동평가 항목에 포함했을 정도다.전북발전연구원 여성정책연구소는 전라북도의 성별 영향평가를 위한 정책과제 선정에서부터 작성과정, 최종보고서까지 지속적으로 자문을 하고 있다. 더불어, 2009년에 수행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운영평가' 과제는 여성가족부로부터 10대 우수과제로 선정됐고, 전라북도 또한 10대 우수 기관으로 선정되는 결실을 얻었다.2013 회계연도부터 도입될 예정인 지방재정에 대한 성 인지예산 활동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책담당자들의 성 평등 의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예산과 정책이 성 불평등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있어야 성별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여 예산과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허명숙(전북발전연구원 여성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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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3.01 23:02

[문화마주보기] 전라감영 복원, 이제 시작합시다

전라감영은 경기전과 함께 '조선왕조 발상지 전주'를 대표하는 공간이다. 조선시대 지방통치의 중심이면서 전라도의 문화 발신지로서 호남문화의 대표공간으로서 자리하였다.이곳은 각종 의례와 연회를 위한 전주음식을 만들어 내 전라도 한정식문화로 계승되었다. 또한 감영의 지소에서 만들었던 종이는 최상의 종이로 왕실에 공헌되어 한국 최고의 종이로 자랑되었다. 아울러 감영에서 수많은 서적들을 출판하였는 데 현재까지도 5000여매의 목판이 보존되어 전라감영이 한국 전통 출판문화의 중심이자 지식을 확대 재생산시켰던 전통 지식문화의 중심임을 웅변하고 있다.또한 전라감영과 전주부영의 지방관리들이 서로의 위세를 뽐내기 위해 시작한 소리경연이 전주대사습으로 발전해 한국소리문화의 전통을 만들어 내었던 공간이기도 하다. 아울러 콩쥐팥쥐전의 후반부 이야기 공간으로 고전소설의 무대로도 부각되는 그야말로 문화백화점 같은 공간이 전라감영이었다. 그리고 1894년 이 땅에서 처음으로 관과 민이 함께 통치하였던 집강소 통치의 현장 즉, 전통 민주주의의 출발지였다.아울러 전주의 특산품 부채가 만들어지던 곳이 전라감영의 선자청이었고 백성들을 치료하기 위한 의국이 있었던 곳이다. 이같이 전라감영은 최근 전주가 지향하는 한국 전통문화의 중심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였던 대표 역사문화공간인 것이다.이러한 전라감영의 복원은 감영의 대표 공간인 선화당의 정확한 위치 확인이 되지 않아 지지부진하였다. 그런데 지난해 12월말 전주역사박물관이 국가기록원 자료를 조사하던 중 전라감영 선화당의 정확한 위치가 그려진 1931년도 청사진 도면을 찾게 되었다. 이 도면은 1/300 건축도면으로 선화당과 함께 감사 휴식공간인 관풍각 등 전라감영 핵심 공간의 위치가 정확히 묘사되어 감영복원의 획기적 전기를 제공하였다.이제 전라감영의 복원이 본격 추진될 수 있는 결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전라감영은 단순한 전통 지방통치의 공간일 뿐만 아니라 전라도 지방문화의 원천이자 한국 전통문화의 발신지였다는 점에서 전주를 먹여살릴 새로운 문화자원으로 되살아날 수 있게 되었다.아울러 전라감영 복원은 타 지역이 추진하였던 어정쩡한 복원으로 진행되지 않기를 바란다. 즉, 전라감영은 복원계획과 함께 활용방안까지 함께 마련하여 단순히 박제화된 빈 공간복원이 아니라 전라도의 문화, 한국의 대표적 전통문화가 함께 살아 숨쉬는 복원이 추진되길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라감영의 복원공간을 전주역사박물관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명실상부한 복원 방안이 아닐까 생각된다.특히, 감영이 복원되면 한옥마을, 풍남문과 연결되고, 객사로까지 공간이 확대되어 전주 구도심 활성화가 함께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된다. 아울러 사대문이 복원되면 전통 지방통치(전라감영객사)와 의례(경기전), 전통 교육(향교)과 전통 생활(한옥마을), 그리고 읍성공간(풍남문 등 사대문), 전통교역(남문시장) 등 다채로운 전통 문화도시 공간을 갖추어 전주는 그야말로 한국을 대표하는 가장 한국적인 도시가 되고 장래에는 세계문화유산 도시로 발돋움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전통공간과 한스타일로 통칭되는 한국 전통 생활문화가 결합되면 명실상부한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에서 한국을 느끼자'는 구호가 이룩되리라고 생각된다./ 조법종(우석대 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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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22 23:02

[문화마주보기] 하나의 댓글, 한권의 책, 그리고 전주국제영화제

로테르담 영화제 출장을 마치고 베를린 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베를린에 도착했다. 로테르담에서 해외의 많은 감독과 프로듀서와 영화평론가들을 만났다. 매년 해외출장을 나갈 때마다 점점 더 많은 해외 영화전문가들이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들은 전주국제영화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한 해외 영화전문가들의 평가를 확인할 수 있는 최근의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2009년 국제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전주를 방문한 바 있는 해외영화전문지 〈시네아스트〉의 편집장 리처드 포튼이 책임 편집을 맡아 영화제를 전문적으로 비평한 책 〈데칼로그3 : 영화제에 대하여〉가 작년에 출판되었다.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영화전문 블로그 중 하나를 운영하고 있는 영화평론가 기리쉬 샴부는 지난해 8월, 자신의 블로그에 이 책의 일부를 인용하면서 매년 할리우드 신작 상업영화 중심의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는 토론토영화제를 비판하는 글을 게재했다. 그리고 글의 말미에 이렇게 물었다. "여러분들의 의견이 궁금하다. 자본주의에 종속되지 않으면서, 영화를 단순히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영화 문화, 영화 담론 및 교육에 대해 고민하면서 비평적으로 중요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영화제의 좋은 모델들이 있는가?"이 글 밑으로 많은 댓글들이 달렸는데, 미국의 주목받는 젊은 영화평론가 가베 클링거는 기리쉬 샴부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로테르담 영화제를 비롯한 전 세계 20개의 영화제 리스트를 공개했다. 그 중 아시아 영화제로는 유일하게 전주국제영화제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다.올해 영국의 세인트 앤드류스 대학 출판부는 2009년부터 매년 펴내고 있는 〈영화제 연감〉의 제3권 〈영화제 연감 : 영화제와 동아시아〉를 출간했다. 그런데, 출판부는 동아시아의 영화제들을 집중적으로 분석, 비평한 이 책의 표지 사진으로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 사진을 선택했다. 이 책에는 2009년 리처드 포튼과 함께 국제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전주를 방문했던 호주의 영화평론가 에이드리언 마틴이 집필한 9페이지 분량의 글이 실려 있다. 이 글에서 그는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한 해외기자들의 리뷰들을 통해 해외 영화저널들에 실리는 영화제 리뷰들을 분석, 비평하고 있다. 이 글에는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가 가득한데, 그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사실 내 경험이 부분적이고 불완전할 수밖에 없지만, 매우 복합적인 영화제이며 제작, 배급, 전시까지 포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전세계의 가장 혁신적인 영화제들 중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전주의 이런 방식은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 예산으로 최대의 문화적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준다."영화제는 무엇일까? 많은 유명 배우들이 참석하는 레드카펫이 정말 영화제의 가장 중요한 행사일까? 영화제에 참석한 배우들의 숫자가 또는 월드 프리미어(전세계 최초 상영) 상영작의 숫자가 영화제의 성공을 판단하는 기준일까? 관객수를 늘리겠다는 명분으로 일반 극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영화들을 영화제에서 주로 상영한다면 그것을 영화제라고 부를 수 있을까? 위에서 소개한 두 가지 사례를 꼼꼼히 살펴보면, 적어도 해외 영화전문가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전주국제영화제는 지난 11년간 거의 변화가 없는 예산규모에도 불구하고 스텝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영화제를 사랑하는 관객들 덕분에 착실하게 성장해왔다. 해가 갈수록 국내외의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다. 내가 아는 한, 아니, 많은 해외 영화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전주국제영화제는 전세계에서 열리는 가장 새롭고 도전적인 영화제 중 하나이다. 올해로 12회를 맞는 전주국제영화제는 4월 28일부터 5월 6일까지 열린다./ 조지훈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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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2.1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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