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공감 2024 시민기자가 뛴다]전주형 15분 생활권 도시 논의와 과제
지난 2020년 프랑스 파리 시의 안 이달고 시장이 ‘15분 도시’공약을 제시한 이후 스페인 바르셀로나, 호주 멜버른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n분 도시 정책이 전개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서울, 부산, 제주 등에서 15분 도시 개념을 기반으로 하는 생활권 도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지역에서도 인구감소와 초고령사회 등 메가트렌드와 도심 쇠퇴, 도시 내 불균형 심화 등 다양한 도시 문제에 대응하여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새로운 도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글에서는 15분 도시 개념과 지역에서의 생활권계획 수립 논의를 바탕으로 전주형 15분 생활권도시 계획 수립을 위한 과제를 제안한다. △‘15분 도시’란 무엇인가? ‘15분 도시’는 카를로스 모레노(Carlos Moreno) 파리 소르본 대학 교수가 제안한 개념으로써 '학교, 문화시설, 의료시설, 공원, 상점 등 생활에 필수적인 시설을 도보나 자전거로 15분 안에 접근할 수 있는 도시'를 말한다.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는 <도시에 살 권리>라는 책에서 시민들에게 제공되는 기본적인 사회적 기능으로 ‘주거, 업무(일), 교육(학습), 건강(돌봄), 여가(즐거움), 생활서비스 공급’을 제시하였으며,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6가지 필수 서비스에 대한 ‘근접성’을 높여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15분 도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인구 밀도’를 유지하고, ‘토지이용의 다양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스마트시티와 같은 ‘디지털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참고로, 근접성(proximity)은 15분 도시의 핵심 개념으로써 시·공간의 가까움, 이동성과 접근성이 결합된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15분 도시와 생활권 계획 서울, 부산, 제주, 청주 등 국내 주요 지역에서는 ‘15분 도시’ 정책과 ‘생활권계획’을 연계하여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부산에서는 15분 생활권도시 전략을 세우고, 생활권계획을 수립하였으며, 제주에서는 15분 도시에 대한 기본구상을 바탕으로 생활권계획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도시기본계획에 이를 반영하였다. 그리고, 청주에서는 일상생활권 개념을 반영하여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였다. 참고로, ‘생활권계획’은 도시기본계획과 도시관리계획의 중간단위 계획으로서 사전적 정의는 '도시기본계획의 내용을 생활권별로 구체화하는 동시에 도시관리계획의 지침적 역할을 하는 계획'이다. △전주시 생활권계획 수립 필요성 및 논의과정 지역에서 ‘15분 도시’와 ‘생활권계획’논의를 시작한 것은 2020년 12월이다. 전주시 도시계획 분야 민관거버넌스 단체인 전주도시계획협의회 회의 때 2035 전주시 도시기본계획 상 생활권계획 내용에 대한 수정·보완이 필요하다는 제안과 논의가 있었는데, 당시 도시기본계획 재정비와 생활권계획 수립이 필요한 이유는 기본계획 상 생활권 구분에는 개략적인 개발구상과 인구배분계획만 제시되어 있기 때문에 구체화가 필요하다는 점과 인구배분계획이 생활권별 지역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논의를 바탕으로 2021년 10월 생활권계획 수립 준비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였으며, 2022년에는 마을계획과 생활권계획을 연계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였다. 그리고, 2023년 7월에는 전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서 주관하여 15분 도시 솔루션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지난 4년 간의 논의과정에서 많은 시민들과 전문가, 그리고 행정에서 생활권계획 수립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계획 수립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생활권계획 수립을 위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올해 1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7월 시행)으로 도시계획을 생활권 단위로 수립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고, 전주시 생활권계획 수립도 가능해졌다. 다음에서는 전주형 15분 생활권도시 계획 수립을 위한 과제들이다. △전주형 15분 생활권도시 계획 수립 과제 첫째, 생활권계획 수립 시 도시 내 균형 발전과 지역 간 격차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수립해야 한다. 전주는 신도시 개발과 구도심 쇠퇴 등으로 인해 서부-북부 축을 중심으로 도시가 불균형 성장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전주시 관내 도시개발사업이 북부생활권(에코시티, 만성지구), 서부생활권(서부신시가지, 효천지구)에 집중되었으며, 신시가지 조성 이후 다수의 공공기관과 중심상업·업무 기능이 구도심에서 신도시 지역으로 이전하였다. 전주시 인구 통계 자료를 보면 외곽 신도시를 중심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구도심은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주택가격, 지가, 용적률, 생활SOC 등에 있어서도 신도시 지역과 구도심 지역 간에 지역 간 격차를 확인할 수 있다. 둘째, 기성시가지 기능 유지를 위한 생활권별 적정한 인구 배분이 필요하다. 2015~2024년 전주시 생활권별 인구 변화 추이 분석 결과 북부생활권을 제외하고는 인구 감소추세이며, 특히 중앙생활권 및 동부생활권의 인구 감소세가 크다. 그런데, 2035년 도시기본계획 상 생활권 인구배분계획을 보면 현재 인구가 많은 서부와 북부 생활권 인구 규모를 더 늘리고, 인구가 적은 중앙·남부·동부 3개 생활권 인구 규모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계획되어 있다. 생활권별 지역 간 격차 완화와 기성시가지 인구 유지를 위해서는 생활권 인구배분계획 시 인구 변화 추이를 반영하고 현 계획내용에서 서부·북부생활권의 계획인구는 일부 하향 조정하고, 중앙·남부·동부생활권 계획인구는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셋째, 도시개발사업, 재개발·재건축 등 주택공급을 관리하고, 도시재생·주거·교통·녹지 등을 생활권 단위로 통합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활권별 인구계획에는 도시개발사업과 재개발·재건축 등 대규모 주택사업의 영향이 크므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과 연계하여 생활권별로 예정된 도시개발사업 및 정비사업 리스트와 주택공급 계획을 작성하고 적정규모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생활권계획을 통해 장소 단위로 분야 간 사업을 연계하고 통합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도시재생 시 동 단위를 중심으로 인적·물적 자원들과 여러 분야의 사업들을 연계하고, 각 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거점시설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겠다. 넷째, 생활권계획의 틀에서 마을계획과 소생활권 계획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 전주시 마을계획은 주민주도로 동 단위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사업으로 2015년 중앙동, 풍남동을 시작으로 매년 2~3개 동씩 계획을 수립하여 2024년 현재 총 24개 동의 마을계획 수립을 완료하였다. 마을계획은 수립 범위가 행정 동 단위이므로 소생활권 단위의 계획과 연계하는 것이 적합하고, 이때 마을계획 수립과정에서 발굴한 지역 자원과 의제 등을 생활권계획에 담으면 계획의 실행력을 담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섯째, ‘15분 도시’개념과 전략을 반영하여 주거, 업무, 교육, 건강, 여가, 생활 등에 대한 근접성을 높이고, 토지이용의 다양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회서비스 접근성이 부족한 지역에는 도서관, 공원과 같은 사회적 인프라를 공급·재배치하고,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적절히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필수 사회서비스가 결핍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사업들을 15분 생활권도시 계획에 담을 수 있을 것이다. 가까운 장래에 지역 특성과 시민 수요를 반영하면서도 15분 도시 개념을 충실히 반영하는 전주형 15분 생활권도시 계획이 수립되길 기대해 본다. 장우연 독립연구자, 전)전주시 정책연구소 연구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