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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록유산이 된 '동학농민혁명기록물'] (20)동학농민군 한달문 편지

“어머님께 올리나이다. 제번하고 모자 이별 후로 소식이 서로 막혀 막막하였습니다. 남북으로 가셨으니 죽은 줄만 알고 소식이 없어 답답하였습니다. 처음에 나주 동창 유기모 시굴점 등에서 죽을 고생하다가 한 사람을 만나서 소자의 토시로 신표를 하여 보내어 어머님 함께 오시길 기다렸더니, 12월 20일 소식도 모르고 오늘 나주 옥으로 오니 소식이 끊어지고 노자 한 푼 없어 우선 굶어 죽게 되니 어찌 원통치 아니하리요. 돈 300여 냥이 오면 어진 사람 만나 살 묘책이 있어 급히 사람을 보내니, 어머님 불효한 자식을 급히 살려 주시오. 그간 집안 유고를 몰라 기록하니 어머님 몸에 혹 유고 계시거든 옆 사람이라도 와야 하겠습〔니다. 부디부디 명심불망 하옵고 즉시 오시기를 차망복망 하옵니다. 남은 말씀 무사하나 서로 만나 말하옵기로 그만 그치나이다. 1894년 12월 28일 달문 상서 의복 상하 벌, 보신 한 벌, 토시 한 벌, 주의 한 벌, 망건, 노자 3냥 온 사람과 함께 가 과세를 편히 할 터이니 혹 가고 싶어도 올 수 없으면 옥동 가고골 한기에서 의복 지어 보내소서.” 『동학농민군 한달문 편지』는 전라도 나주에서 동학농민군으로 활동한 접주급 인사 한달문(韓達文, 1859~1895)이 관군에게 체포되어 나주 감옥에 있던 중에 고향집에 있는 모친 쌍동댁(雙同宅) 박씨에게 보낸 한글 편지이다. 작성일자는 1894년 12월로 추정되며 한달문의 당시 나이는 36세였다. 이 편지의 작성자 한달문은 1859년 6월 2일 전라도 화순 도암면에서 출생한 인물로, 한경진(韓敬鎭)과 밀양 박씨 사이에서 태어났고, 족보와 호적 명은 한영우(韓英愚)이며 호는 묵헌(黙軒)이다. 그는 전라도 남부지역에서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하였다가 체포되어 ‘나주 동창 유기 모시굴 점등’에 잡혀 있다가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에 나주 감옥으로 이송되었다. 한달문은 돈 300냥이면 목숨을 구할 수 있으니, ‘부디부디 명심 불망하옵고 즉시 오시기를 차망복망 하옵니다’라고 애원하고 있으며, 옥중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추운 날씨를 이기기 위해 ‘의복ㆍ보신(명주옷)ㆍ토지ㆍ주의ㆍ망건’ 등을 함께 요청하고 있다. 이 글에서 ‘노자 3냥(路子 三兩)’은 추가로 기록된 것으로 편지를 전해준 자에게 전달하는 돈으로 파악된다. 호남초토사이자 나주목사로 동학농민혁명 당시 농민군 진압 책임자였던 민종렬(閔種烈)이 전라도 각지에서 체포한 동학도(東學徒)들의 성명과 처리 상항 등을 중앙에 보고한 자료인 『전라도 각읍 소착 동도수효 및 소획집물 병록성책(全羅道各邑所捉東徒數爻及所獲汁物幷錄成冊)』(1894)에서 동학농민군 한달문이 잡혀 압송되었다는 기록이 확인된다. 당시 동학농민군의 활동을 기록하고 있는 『김낙철역사(金洛喆歷史)』에서도 나주 감영에 잡혀 온 농민군들이 가혹하게 다루어진 모습이 기록되어 있는데, 현재 나주초등학교 소각장 부근이 나주옥(羅州獄)이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며 많은 농민군들이 이곳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주옥’은 동학농민혁명 관련 기록인 이병수의 『금성정의록(錦城正義錄)』(1946), 오지영의 『동학사(東學史)』(1926), 이두황의 『양호우선봉일기(兩湖右先鋒日記)』(1894) 등에서도 언급되고 있다. 문헌 기록과 증언에 따른 한달문의 동학농민군 참여 내용을 보면, 그는 전남 화순 도암면 동두산 인근 부락에서 ‘한대장’이라 지칭되었다. 동학농민군의 주력이 태인에서 해산한 후 전라도 남부지방으로 밀려 내려와 12월 중순 격전장이었던 ‘나주 동창 유기 모시굴 점등’에서 토벌대와 싸워 농민군 13명이 전사하고 14명이 포로로 잡혔다. 이때 한달문은 14명의 포로 중 한 명으로 나주옥에서 모친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편지를 작성했다. 유족 증언에 의하면 그는 다음 해 3월 석방되어 조카 한일수가 업고 집에 돌아왔으나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장독으로 사망하였다 한다. 2004년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어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와 유족에 대한 명예회복사업이 진행되자, 한달문의 손자 한우회가 한달문을 참여자로, 한우회 등을 유족을 신청한 바 있다. 이에 2005년 동학농민혁명참여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에서는 1894년 전투 중에 작성된 동학농민군 한달문 편지와 전라도 각읍 소착 동도수효 및 소획집물 병록성책 등을 근거로 한달문을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로, 그의 손자 한우회를 유족으로 인정하였다. ※ A : 한달문 거주지, B: 나주 동창 유기 모시굴 점등, C: 나주옥 동학농민군 한달문 편지 및 관련 내용은 전남대 사학과 이상식 교수에 의해 광주일보(1994. 2. 16)에 처음 보도되었다. 편지의 원본은 한관용(1937년생)이 한달문의 직계 후손인 백부의 유품에서 발견하여 간직해온 것으로 손자인 한우회(1938년생)가 오랫동안 보관해 오다가 2019년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에 기증하여 현재 이 재단에서 소장하고 있다. 이 편지에는 나주 감옥에 갇혔던 농민군의 절박한 상황과 어려움을 잘 드러내고 있고, 짧은 편지이지만 동학농민군의 상황을 생생히 전해주는 역사성과 진정성, 19세기 전라도 방언을 국어사적으로 작성했다는 희귀성 등의 측면에서 매우 귀중한 사료이다. 동학농민군 활동과 관련한 문서의 대부분은 관변자료나 양반 유생들의 기록이고, 동학농민혁명에 직접 참여한 농민군이 남긴 기록 중 특히 서간문은 한문으로 작성된 유광화 편지를 제하면 찾아보기 어렵다. 이 편지의 주요 내용 및 특징을 보면, 한달문이 나주 감옥에 갇혀 목숨을 구하기 위한 자금으로 300냥을 모친에게 부탁하고 있는데, 이는 농민군의 옥중생활과 나주 감옥의 실상을 알려주는 내용이다. 그가 모친에게 돈 300냥과 노자, 의복 등을 요구하는 것은 자신의 집안이 300냥을 융통할 수 있는 집안이었음을 짐작하게 하며, 당시 목숨 거래를 담보로 부패한 자금을 요구했던 세태를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나주 동창 유기 모시굴 점등에서 죽을 고생하다가’라는 글을 통해 농민군 격전지인 이곳에서 격렬한 전투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한달문 편지는 문화재적 가치도 높다. 한달문이 모친에게 보내기 위해 직접 한글로 작성한 유일한 옥중 한글 서신은 전북대 국어교육학과 서형국 교수에 따르면 조선 후기의 한글 편지 형식으로 국어사적 가치가 뛰어나다고 한다. 그가 작성한 한글은 19세기 말 사용되었던 한글로 전라도 방언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으며, 서간문 형식 등을 보여주고 있어 국어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판명되었다. 여기서 ‘고상’은 ‘고생(苦生)’의 한자어 모음 ‘ㅐ’가 ‘ㅏ’로 변동된 것이고, ‘신표ㅣᄒᆞ여’에서 ‘표(標)’를 ‘표ㅣ’로 적은 것으로 중간 단계를 거쳐 정착한 표기이다. ‘어마임 항게’는 ‘ᄒᆞᆫᄢᅴ’에서 온 ‘한께’가 변동된 발음을 그대로 작성한 것이고, ‘지달이던이’는 ‘기다리더니’로 ‘기’가 ‘지’로 구개음화된 표현, ‘업신이’, ‘깊피’, ‘직시’는 각기 ‘없으니’, ‘급히’, ‘즉시’의 모음으로 ‘ㅡ’가 ‘ㅣ’로 발음된 것이고, ‘모로고’는 ‘모르고’를 적은 것으로 모음 동화를 겪어 어간이 고정된 것이다. 이 편지는 전봉준, 손화중, 김개남 등을 비롯하여 동학농민군 주도세력과 그들을 진압한 조선 정부, 일본군의 입장에서 동학농민혁명을 이해해 왔던 기존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싸우다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농민군들을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도 보존 및 연구 가치가 충분한 자료이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특히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했던 농민군이 직접 작성한 자료가 현재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유물로서 이 편지가 갖는 사료적 및 문화재적 가치가 매우 높으며, 대표성․희소성도 충분하다. 동학농민군 한달문 편지는 2022년 2월 국가유산청 국가 등록문화재로 등록되었다. 국가유산청 설명문에는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동학농민군 한달문 편지는 전남 화순에서 동학농민군으로 활동하다 나주 감옥에 수감 중이던 한달문(韓達文, 1859~1895)이 고향에 계신 어머님께 직접 쓴 한글 편지 원본이다. 본인의 구명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 있으며, 양반가의 자제로서 동학농민군의 지도부로 활동한 유광화가 동생에게 보낸 한문 편지와는 다른 면에서 동학농민군의 처지와 실상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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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11 13:25

[참여&공감 2024 시민기자가 뛴다]살기 좋은 도시, 선형공원 사례와 전주시 정책과제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 여가 활동 시간의 확대 등에 따라 공원과 하천을 찾아 운동을 하고 여가를 즐기는 시민들이 많아졌다. 이와 같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라 최근 주목받고 있는 공공공간이 선형공원이다. 선형공원(linear park, 線形公園)은 도로, 철도, 하천, 강을 따라 조성한 선형 녹지공간을 의미하며, 보통 산책, 걷기, 달리기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전주와 서울의 선형공원 사례를 비교해보고, 이를 바탕으로 전주시 공원·녹지 정책과제를 제안해본다. △서울 광화문광장과 세종대로 사람숲길 광화문광장은 대한민국 역사·문화의 중심공간이며 민주주의의 상징공간이기도 하다. 2016년 광장 재구조화 및 개선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어 4년 동안 시민 토론회, 설명회 등 300회 이상의 소통과정이 있었고, 기본계획과 실시설계를 거쳐 ‘20년 11월 착공하고 ‘22년 8월 준공하여 광장을 재개장하였다. 새로 조성한 광화문광장은 역사성을 강화하고, 보행 접근성과 주변 건물과의 연계성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조성되었다. 예를 들어, 서측부에 있던 차로를 광장 영역 안으로 편입시켜 광장 폭이 기존 35m에서 60m로 확대되었고, 면적도 약 2배 넓어졌다. 또한, 광장에는 약 5,000그루의 수목을 식재하고, 사람들이 쉬며 즐길 수 있는 분수, 쉼터 등의 휴게공간을 조성하였다. 한편, 세종대로 사람숲길은 세종대로 사거리부터-숭례문-서울역까지 이어지는 1.55km 구간의 도심 가로숲이다. ‘21년 5월 준공한 세종대로 사람숲길은 차로 축소를 통해 보행로를 확장하고 자전거도로를 조성하였으며, 소나무·느티나무, 관목, 초화류 등 도심 가로숲을 조성하여 사람·문화·녹지가 어우러지는 보행거리로 조성하였다. △전주 첫마중길과 백제대로 바람길숲 서울에 광화문광장과 세종대로 사람숲길이 있다면 전주에는 첫마중길과 백제대로 바람길숲이 있다. 먼저, 첫마중길은 전주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처음 마주하게 되는 곳으로 전주역 앞에서 명주골 네거리까지의 720m 구간 폭 15~20m의 선형 보행광장이다. ‘16년 산림청 도시숲 조성사업에 선정되어 ‘17년 12월 조성 완료되었다. 전주시에서는 첫마중길을 보행권이 확보된 생태도로로 조성하기 위하여 도로 다이어트를 통해 왕복 8차선 도로를 6차선으로 축소하고, 도로 중앙에 가로숲과 보행광장을 조성하였다. 또한, 시민 헌수를 받아 느티나무, 이팝나무 등 수목 약 400그루를 식재하였으며, 방문한 시민들과 관광객들을 위한 여행자도서관과 이동형갤러리, 편의시설 등도 조성하였다. 그리고, 첫마중길 일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전주역세권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였다. 지난 8년간의 첫마중길 및 도시재생사업 추진 결과 기존 전주역 앞 유흥주점, 모텔 등이 카페, 식당, 호텔로 업종이 변경되었으며 건물 리모델링과 간판 개선사업 등을 통해 쇠퇴한 상권 이미지가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다음으로 백제대로 바람길숲은 첫마중길이 끝나는 명주골 네거리부터 꽃밭정이 네거리까지 13km 구간에 폭 6~10m로 조성한 긴 가로형 숲길이다. 미세먼지 저감 및 열섬현상 완화를 위해 인도 공간에 가로수, 관목, 초화류를 식재하고 보도와 자전거길을 조성했다. 바람길숲에 접해 있는 공원에는 공원까지 숲을 확장하고, 아파트 단지에는 담장을 낮추거나 없애서 단지 내 녹지공간과 연결했다. 또한, 관공서와 은행 앞에는 디딤숲이라는 정원형 숲과 쉼터를 조성했다. △전주와 서울의 선형공원 사례 비교 서울 광화문광장·세종대로 사람숲길, 그리고 전주 첫마중길·백제대로 바람길숲은 광장과 숲길을 조성한 배경과 목적, 위치, 규모, 형태 등 많은 점이 다르지만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차량보다는 보행자와 자전거, 즉 사람과 생태교통 중심으로 전환한 도시혁신 사례라는 점이다. 두 번째는 선형 녹지공간으로서 가로숲을 조성하여 도시 내 중요한 녹지축을 형성하였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공원을 도시재생 및 문화관광 사업과 연계하여 상권 등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서울과 전주 두 지역 사례 모두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전주시의 경우 첫마중길과 백제대로 바람길숲에서 확장하여 추가로 논의가 필요한 공원·녹지 정책과제들이 있다. △전주시 공원·녹지 정책과제 첫째, 도시 내 공원, 녹지, 하천을 연결하는 그린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전주에는 모악산, 남고산, 황방산 등이 있고, 만경강, 전주천, 삼천이 흐르는 등 좋은 자연환경 여건을 갖고 있다. 다만, 산과 강이 도시 외곽에 위치한 경우가 많고, 보행을 통한 접근성도 좋지 못한 편이다. 백제대로·기린대로 등 대로를 중심으로 조성한 바람길숲을 도시 전역으로 확장하고, 생활권을 중심으로 연결녹지를 확충하는 방식으로 그린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전주천과 삼천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천변 보행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전주에 있는 선형공원 중 가장 많은 시민들이 방문하는 곳은 전주천과 삼천일 것이다. 하지만, 전주에 있는 하천은 도로와 언더패스로 인해 단절되어 있어 보행 및 자전거 접근성이 떨어지고 보행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그러므로 천변 도로에 신호등과 횡단보도를 추가 설치할 필요가 있으며 하가지구-여울초 사이와 같이 학생들의 등하교 안전을 위해 인도교 조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전주천동로의 경우 보도폭이 좁아 보행이 불편한 구간이 많은데, 차로수를 축소하여, 보도를 확장하고, 천변 바람길숲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셋째, 충경로 보도에 가로정원과 화분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 최근 충경로는 보행환경 특화거리 조성사업을 통해 차로폭은 줄이고, 보도폭은 확장하며 차량속도를 40km로 낮추는 등 보행친화형 가로로 새롭게 조성하였다. 하지만, 차도와 보도의 높이가 같아 보행자 교통사고가 우려되며 보도 위 주·정차로 인해 보행환경이 침해될 수 있다. 그러므로 가로수와 한전박스 사이에 대형 화분을 설치해 보행자 안전을 확보하고, 추가로 가로정원과 쉼터를 조성하여 전주천에서 시내로 이어지는 그린 네트워크를 연결할 필요가 있다. 장우연 독립연구자, 전) 전주시 정책연구소 연구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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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09 12:25

[배리어프리, 공공디자인에서 인권을 찾다] ③ 진주시는 어떻게 ‘무장애도시’ 가 되었나

개발과 속도 중심의 도시에서 인간 중심의 도시로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짐에 따라 배리어프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편리하고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공공디자인의 역할과 무게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무장애도시(배리어프리)를 표방하는 지역이 늘고 있으며, 경남 진주시는 전국 최초로 ‘무장애도시’ 조례를 제정·공포하면서 일찌감치 진주형 무장애도시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 △함께하는 무장애 공감(共感) 도시, ‘진주’ 진주시가 시행하는 보편적 복지시책인 ‘무장애도시’는 누구나 이용하기 편리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시작됐다. 2012년 7월 전국 최초로 무장애도시를 선언한 진주시는 2013년 진주시 무장애도시 조성 조례를 제정 및 공포하고 2014년 시행규칙을 마련했다. 이듬해인 2015년 진주형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인증제 시행 등 독자적인 무장애 도시 시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특히 진주시는 생활환경 속 장애물을 원천적으로 제거하여 사회약자와 시민 모두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함께하는 무장애 공감도시’를 만들고자 진주형 BF인증 제도를 적극 운영하고 있다. 시민이 이용하는 건물과 도로, 공원 등 별도의 편의시설에 대한 기준을 마련 적합할 시 인증서를 교부한다. 진주시는 장애인단체, 건축가, 시민단체와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장애인시민촉진단을 발족‧운영하고 있으며, 시민들의 무장애 도시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도록 ‘무장애 주택모형’을 지어 시민들의 장애체험관 등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진주시 배리어프리 생활환경을 만들다 진주시 등록 장애인은 2024년 기준 1만 8047명으로 파악된다. 이는 진주 전체 인구(34만 6962명) 중 약 5.2% 이상이 다양한 형태의 장애를 안고 살아간다는 의미이다. 진주시는 도시의 공간을 자유롭고 완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생활환경 개선에 힘쓰고 있다. 진주시 성북동에 위치한 진주성은 누구나 산책이 가능한 무장애 힐링 산책로로 지정되어 있다. 진주성 탐방로는 전체적으로 휠체어가 다니기 좋게 정비되어 있고, 탐방로를 가로지른 수로의 덮개를 판재로 마감해 휠체어가 빠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길을 조성했다. 특히 진주성 안에 위치한 국립진주박물관은 장애인의 접근 편의를 고려한 진입로와 보행로를 설치했으며, 점자블록과 촉지도 안내판 등을 통해 박물관 시설에 대한 종합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박물관 앞에는 ‘무장애도시 휠체어충전소’가 마련되어 있고, 전동휠체어 고속충전과 바퀴의 공기 충전은 물론, 에어펌프를 이용해 먼지 청소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실 간 이동하는 곳들 대부분에 경사가 있어 휠체어 이동에 큰 무리가 없고, 장애인 화장실 역시 세면대 밑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어, 휠체어가 여유 있게 들어갈 수 있다. 다만,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의시설 확충은 미흡한 상태다. 시각장애인 블록과 손잡이가 설치되어 있지만 시각장애인 안내판과 음성 안내기가 완전히 구비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진주박물관 관계자는 "진주시 대표문화 시설인 만큼, 이동권 보장을 위해 박물관 내 다양한 시설을 설치했지만 아직 시각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수어해설, 촉각 전시물, 점자 소개판을 박물관 내 비치하려고 노력중에 있다"고 밝혔다. 2022년 여름에 개관한 진주시립남부어린이도서관은 영유아와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가정에서도 도서관 이용 편의를 높이고자 도서관 1층에 '공동육아나눔터'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하루 3회 운영하고, 한 타임 당 12명까지 입장할 수 있다. 어린이도서관은 총 3개층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도서관 2층에는 영유아&영어 자료실이 3층에는 아동자료실과 문화교실 등으로 나눠져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에게 책읽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진주시청 민원인 주차장은 휠체어가 이동할 수 있도록 길을 따로 조성해 눈길을 끈다. 평소 진주시청을 찾는 장애인들이 시청을 방문하는데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주차장 내 도움벨도 따로 설치해뒀다. 휠체어 이동이 용이하도록 출입문은 자동 개폐 되고, 엘레베이터 버튼을 비롯해 시청 내부에 설치된 버튼은 비교적 낮게 형성되어 있었다. 1.6~1.8m 높이로 버튼이 낮아 휠체어에 앉아서도 버튼을 누르기가 수월하다. 실제 지난 8월 24일 찾아간 진주시청에서 만난 시민 김옥남 씨(62·신안동)는 "전동휠체어에 앉아서 시청 내부를 비롯해 외부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 주말에 자주 찾게 된다"며 "특히 낮은 세면대와 넓은 화장실 통로 덕분에 움직임의 제약이 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휠체어 뿐 아니라 유아차도 지나갈 수 있도록 널찍한 편이어서 가족 단위 방문객들도 종종 시청에 온다"고 덧붙였다. △무장애도시 진주, 앞으로 더욱 발전해 나갈 것 진주시는 장애인 편의시설 정책과 편의증진 5개년 계획, 유니버셜디자인 사례 등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교육을 꾸준히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사회적약자들이 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이동과 시설이용의 편리를 도모하고,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시설 마련에 꾸준히 노력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진주시는 올해 5월부터 제3기 무장애도시 기본계획 및 무장애(BF)환경 조성계획 수립 연구 용역을 시행하고 있으며, 미비점을 보완해 향후 5년간 종합적이고 지속가능한 무장애 시책 등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진주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무장애 도시 조성이 다소 더딘 상황이지만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모든 시민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건축물과 도로, 공원 등 공공시설 뿐 아니라 민간다중이용시설에도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을 만들 수 있는 포용적 복지시책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도 밝혔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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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은
  • 2024.10.07 16:31

금강 상류구간 국가적 차원의 하천관리 절실

근래 지구는 북반구의 봄과 여름의 빙산이 1950년 이래로 약 1~15% 감소하였으며, 지난 100년 동안 지구 해수면의 높이가 10~25㎝ 상승함으로 투발루, 키리바시 공화국의 일부 도서, 몰디브, 파푸아뉴기니 등 남태평양 섬나라가 물에 잠기고 있다. 불행하게도 지금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기후변화 상황이 좋지 않다. 최근 30년간 아시아 지역의 온난화 추세가 그 직전 30년의 2배에 이를 정도로 빨라지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기후변화가 단순히 계절이나 연평균 기온 상승으로 끝나지 않는 것이다. 기후가 점점 따뜻해지면서 이상기후 현상이라 불리는 특이한 날씨가 반복돼 자연적 피해를 넘어 인간 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에 막대한 손해를 끼칠 수 있는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이제 기후변화는 단순한 ‘변화’의 개념을 넘어 ‘기후위기’로 표현되며 자연재난이 통제와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자주, 강하게 나타나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현상을 ‘기후재난’이라 부른다. 기후변화는 하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기후변화로 강수량이 증가하고, 기온이 상승하면서 물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기후재난의 시대, 그만큼 하천관리의 중요성이 커졌다. 우리의 하천은 국가하천과 지방하천으로 나누어 관리하고 있는데, 2023년 ‘하천법’이 개정되면서 홍수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지방하천 가운데 치수 목적으로 중요성이 큰 하천에 대해서는 중앙정부의 재원으로 하천공사를 할 수 있게 됐다. 집중호우 시 국가하천의 배수 영향을 받는 지방하천에 대한 국비를 투입할 수 있는 것이다. 주요 강은 ‘인류의 생명줄’이란 인식이 강화되고 있어, 발원지부터 관리하는 것이 요구된다. 장수군 금강 상류구간은 금강의 발원지이자 전북‧충남도의 8개 시군에 급수하고 있는 용담댐 상수원의 상류지역으로, 국가하천 지정을 통한 효율적인 수질 및 하천관리가 절실하다. 그런데 장수군 장수읍과 천천면을 관류하는 금강 구간 중 장수군 경계 하류구간은 국가하천으로 관리중이고 상류구간은 지자체에서 관리하여 이원화된 관리체계로 효율적인 하천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환경부는 홍수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작년 대하천의 본류 중심이던 홍수특보지점 75곳(국가 63곳, 지방 12곳)을 올해 5월부터 국가하천의 지류까지 포함해 223곳(국가 94곳, 지방 129곳)으로 확대하여 운영하고 있다. 홍수특보지점이 늘어남에 따라 급격한 수위 상승이 예상될 때는 주의보를 거치지 않고 바로 경보를 발령해 즉각 대응이 가능해졌다. 주민들의 신속한 대피와 통제는 유리해졌지만, 계속되는 홍수특보 발령에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월 10일, 9월 21일 장수군 천천면 금강 운곡교에 설치된 홍수특보지점에서 급격한 수위상승으로 홍수특보가 발령되어 공무원이 비상근무를 실시하고 주민들을 통제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운곡교의 잦은 홍수특보 해결을 위해 하천정비가 필요함에도 하천관리청과 장수군의 열악한 재정으로 조속한 정비가 어려워 국가하천으로 승격시켜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 환경부에서 장수군의 국가하천 승격 건의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금강 전구간의 치수이수수생태환경 및 지역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하천관리 대응을 위해 국가하천으로 일원화하여 관리하길 기대해 본다. 장수(長水)의 지명은 금강의 물길이 길어서이기도 하지만, 발원지로서 물의 ‘으뜸, 어른’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장수군은 수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치수관리에 힘쓰고 주민들의 공공복리 증진에 앞장서는 금강의 으뜸으로써 기후재난시대를 극복하는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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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06 16:09

[세계기록유산이 된 '동학농민혁명기록물'] (19) '순교약력'과 '종리원사부동학사'- 남원 동학농민혁명의 기억을 담다

2023년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순교약력>과 <종리원사부동학사>는 남원지역 동학의 역사와 동학농민혁명의 실상을 잘 보여주는 기록물이다. 1995년에 남원대접주 김홍기(金洪基, 1856-1895)의 3대손인 김동규(金東圭)가 소장하고 있던 기록물을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특히 이들 기록물은 남원 동학농민혁명에 직접 참여한 유태홍의 진술을 남원군 종리사 최병현이 각각 1923년과 1924년에 정리한 것으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의 기억 기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 때문에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할 때 중요 기록물로 선정된 것이다. <순교약력>은 동학농민혁명에 직접 참여한 유태홍의 진술을 남원군 종리사 최병현이 1923년에 정리한 1책 61면의 기록물이다. 이 기록물이 생산된 직접적인 계기는 1923년 3월 10일 있었던 천도교 남원교구의 ‘갑오 이래 순교인의 위령식’이었다. 남원교구는 3월 1일 42명의 순교인과 47명의 환원인 총 91명의 명단을 작성하고 8일 뒤인 3월 9일에는 위령문을 차례로 작성하였다. 순교인은 동학농민혁명 과정에서 사망하거나 그 직후 체포되어 처형된 인물이고, 환원인은 동학농민혁명 이후 동학교단 내에서 활약하다가 사망한 인물들이다. 특히 이 자료가 주목되는 점은 갑오년에 사망한 이들에 관한 기록이다. 여기에는 김홍기 등 남원지역 유명접주들의 출생, 거주지, 동학 입교시기, 연원, 지위, 활동내용, 체포과정 등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에 따르면 순교자 42명 가운데 남원 출신이 38명으로, 출생지는 둔덕면과 산동면 출신이 각각 7명과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둔덕면은 김홍기가 친인척을 적극 동학에 가입시켜 활동한 결과 김홍기가 살던 탑동리 출신이 가장 많았다. 순교자의 나이는 1850년대생이 12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1860년대생 10명이다. 이것으로 보아 동학농민혁명기에 활동한 남원 토착 동학농민군은 주로 젊은 나이층인 20-30대가 주축을 이루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전투과정에서 죽은 인물도 있지만, 주로 12월에 민보군에게 체포되어 남원과 오수장터 등지에서 처형되었다. 일부는 감옥에서 장독으로 죽었다. 또 일부는 출옥하였지만, 이후에도 동학 지목이 심해 병사하거나 자결하기도 하였다. 당시 처참하였던 남원의 동학농민혁명 실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다만, <순교약력>은 수록 인물을 사망자로 국한한 데다, 남원지역과 연원이 있는 사람들만 대상으로 하였다. 따라서 실제 동학농민혁명기 사망한 남원 출신 동학농민군은 <순교약력>에서 정리한 인원보다 훨씬 많았을 것이다. <종리원사부동학사>는 1926년 남원군 천도교 종리사 최병현이 갑오년 당시의 남원지역 동학농민혁명 지도자 유태홍의 구술을 바탕으로 남원군의 동학 연혁을 기록한 책이다. 이 자료는 1861년 수운 최제우가 남원에 온 사실부터 1904년 일진회사건까지 44년 동안의 남원지역 동학 역사를 정리하고 있지만, 전체 분량의 60% 정도가 갑오년 남원지역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사실을 중요하게 기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종리원사부동학사>는 동학을 창도한 수운 최제우가 남원에 온 사실을 다른 어느 자료보다도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실제 수운이 남원에 와서 은적암에 기거하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 “1861 6월에 대신사가 호남으로 향하시어 산수풍토와 인심풍속을 살펴보시고 본군 남문 밖 광한루 아래 오작교 옆 서형칠 집에 와서 머물며 수일을 유숙하다가 그 집은 약방인 까닭에 번잡함으로 인하여 부근에 있는 서형칠의 조카 공창윤 집에 유숙하시며 서형칠, 공창윤, 양국삼, 서공서, 이경구, 양득삼 등에게 전도하실 때 --- 동년 가을에 대신사께서 은적암(은적암은 본군 서쪽 10리쯤 교룡산성 덕밀암 내 대신사께서 거주하신 방호)에 돌아와서 연성으로 가을 겨울을 지내시고”라고 하였다. 이와 같은 내용은 다른 어느 자료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귀중한 내용들이다. 다른 자료에서 찾아볼 수 없는 또다른 내용은 1892-1893년에 걸친 동학운동 관련 내용이다. 최시형이 이끄는 동학교단은 1892년 10월 공주집회를 시작으로 삼례집회, 광화문 복합상소, 금구집회, 보은집회를 연이어 개최하여 동학의 자유를 쟁취하고자 하였다. 이때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 서인주이나, 그에 관한 기록이 없어 그동안 서인주의 활동상을 알 수 없었다. <종리원사부동학사>에는 삼례집회 때 서인주가 전라감영의 영장 김시풍과 담판짓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그밖에도 1892년 11월 삼례집회 때 남원 출신 유태홍이 전봉준과 함께 장두가 되어 소장을 전라감사에게 제출한 점, 1893년 1월 10일 전봉준이 작성한 창의문을 김영기가 남원에 게시하고 유태홍이 구례에 첨부한 사실, 금구 원평집회의 전말 등은 다른 자료에서 찾아볼 수 없는 내용들로 기록물로서의 가치가 크다. 특히 <종리원사부동학사>는 남원지역에서 전개된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새로운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 가운데 김개남이 남원에 5영을 설치한 사실, 전봉준이 운봉 박봉양을 찾아가 그를 설득해 민보군을 해산시킨 사실과 김개남과 8일간에 걸쳐 논쟁을 벌인 사실, 많은 동학농민군이 희생된 11월 방아치전투, 전봉준의 최후 모습 등이 기술되어 있다. 그리고 11월 28일 남원성 전투 이후 살아 남은 동학농민군 오백명이 유태홍을 따라 순천으로 향하였다는 기록 역시 중요하다.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종리원사부동학사>는 “수백인이 갑오 12월부터 을미 봄 여름까지 남원장터와 오수장터 및 각 방면 도회지에서 총칼의 원혼이 되고 그 외 생존 도인도 가산탕진하고 망명도주로 유리걸식하여 거처없이 떠도는 자가 수백인이었다.”라고 하면서 처참히 죽어간 남원 동학농민군의 최후를 잘 말해주고 있다. 다만, <종리원사부동학사> 내용은 유태홍의 구술에 의존하였기 때문에 몇 가지 사실 오류도 있어 고증이 요구된다. 김개남 부대가 남원을 떠나 행군한 곳도 청주가 아닌, 공주로 되어 있다. 이와 같이 일부 기억의 오류가 있을지라도, <순교약력>과 <남원종리원사부동학사>는 남원지역에 동학이 확산되는 일련의 과정과 남원 동학농민혁명의 실상에 관한 다양한 기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기록물이 1995년에 공개된 이후 <영상일기>∙<갑오약력>∙<박봉양경력서> 등과 함께 남원지역 동학, 동학농민혁명, 천도교 연구에 활용되어 남원지역의 동학농민혁명사 연구를 풍부하게 하고 있다. 특히 다른 기록물의 경우 정부나 양반유생의 시각에서 기록된 반면, 이 두 자료는 동학농민혁명에 직접 참여한 동학농민군의 구술을 기반으로 작성되었다. 이 점은 동학농민군이 직접 남긴 기록물이 많지 않은 실정에서 매우 가치 있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 아닐 수 없다. /김양식(청주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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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03 15:49

‘아따! 워매!’ 완주 와일드&로컬푸드축제 더 재밌고, 더 맛있다!

‘아따! 재밌는거, 워매! 맛있는거~’ 올해로 12번째를 맞는 완주 와일드&로컬푸드 축제가 가을의 문을 연다. 와일드&로컬푸드 축제는 다양한 체험거리로 가족 단위 관광객들에게 단연 인기다. 화덕, 물고기, 메뚜기 잡기, 짚라인, 다양한 물놀이, 놀이터가 다채롭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또, 로컬푸드 1번지답게 맛있는 먹거리까지 푸짐하다. 올해는 어떤 한 상이 펼쳐질까. 미리 축제 프로그램을 살펴보고 200% 즐겨보자. 더 ‘와일드’하게 놀아보자 오는 10월 4일부터 6일까지 고산자연휴양림 일원에서 열리는 완주 와일드&로컬푸드 축제의 가장 중심 프로그램은 역시 체험이다. 어린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체험 거리가 많은 것이 강점인데 다채롭다. 우선, 시랑천에서 맨손 물고기 잡기 체험이 3일간 총 8회 진행된다. 행사를 위해 탈의실, 대기실이 마련된다. 물놀이는 이뿐만이 아니다. 부표를 건너는 와푸런닝맨, 워터볼, 워터롤러, SUP패들보드까지 다양한 즐길 거리가 가능하다. 나무에서 즐기는 익스트림도 있다. 무궁화전시관 인근 숲에서 열리는 ‘도전! 트리익스트림’은 등반, 몽키 클라이밍, 로프라인, 밧줄 놀이터 체험이 안전교육 이수 후 진행된다. 초등학생들이 참석할 수 있는 ‘리틀 와푸족’도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다. 하루에 3회씩 진행되는 와푸족은 30명씩 참여해 야생을 즐긴다. 와푸족 의상을 입고 대나무 낚시, 뗀석기 만들기, 사냥 연습, 꼬치구이, 폴라로이드 촬영 등을 진행하며 축제장 곳곳을 누비게 된다. 논에서 즐기는 메뚜기 잡기 체험은 매일 3회 진행된다. 메뚜기를 직접 잡아 강아지풀에 꿰어 화덕에 구워 먹는 것까지 가능하다. 덩달아 키, 홀태, 절구를 이용해 벼를 수확해 보는 체험도 즐길 수 있다. 유아부터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와일드 놀이터도 있다. 와일드 놀이터에서는 네트 플레이, 유로번지, 짚라인, 360도 하늘그네가 진행되는데 지난해 이 체험을 즐기기 위해 방문객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했다. 문화역사를 배우며 즐길 수 있는 체험도 있다. 철기문화 체험마당에서는 쇠붙이를 불에 달구고, 망치로 두들기며 나만의 팬던트를 만들어 볼 수 있다. 완주의 자부심인 이치웅치전투 역사 체험도 빠질 수 없다. 활쏘기, 주먹밥 만들기, 의병 에코백 만들기가 진행되고, 행사장에서는 취타대가 이끄는 이치웅치전투 승전행렬도 관람 가능하다. 더 ‘맛있게’ 먹는다 ‘로컬푸드 1번지’답게 완주의 밥상은 건강하고, 맛있고, 푸짐하다. 각 13개 읍면 새마을부녀회원들이 준비한 로컬밥상은 언제나 먹음직스럽다. 각 읍면의 특산물을 활용한 대표 음식을 고르는 재미도 있다. 봉동읍 더덕홍어회, 삼례읍 한방수육, 용진읍 소고기 육개장, 상관면 돼지고기 두부김치, 이서면 솔잎수육, 소양면 고구마 등심돈가스, 구이면 모듬순대, 고산면 돼지두루치기, 비봉면 버섯탕수육, 운주면 인삼오징어 초무침, 화산면 육회, 동상면 산채비빔밥, 경천면 추어고추튀김 등을 선보일 예정으로 메뉴만 들어도 군침이 돈다. 완주군의 로컬푸드 상품을 만나볼 수 있는 로컬푸드 장터에서도 다양한 품목을 만날 수 있다. 각 농가의 무화과, 청국장, 고구마, 애플수박, 샤인머스켓, 꿀, 대추, 생강청 등 엄선된 제품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더 ‘화려하게’ 즐기는 음악 와일드&로컬푸드 축제의 공연 라인업이 화려하다. 장민호, 배아현, 현진우의 개막공연과 5일에는 박명수, 체리필터, 김소연이, 대미를 장식할 폐막공연에는 완주홍보대사 고성현, 라클라쎄가 가을밤을 웅장하게 장식한다. 박명수, 고성현, 라클라쎄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와일드&로컬푸드 축제를 찾는다. 특히, 고성현과 라클라쎄는 고품격 음악의 진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축제장 빠르게 가는 길 와일드&로컬푸드 축제장을 가기 위해서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간편하다. 고산면 오산리 309-1에 마련되는 임시 대형주차장에서 축제장까지 5분 간격으로 버스가 운행되고, 고산미소시장, 고산초, 놀토피아 완주군청, 우석대, 삼례문화예술촌, 삼례읍 행정복지센터, 삼봉지구, 둔산파출소 맞은편, 봉동읍 행정복지센터, 이서면 행정복지센터, 한국전기안전공사, 전주종합경기장, 전주역까지 셔틀버스가 곳곳에서 수시로 운행된다. 자차를 이용한다면 앞서 언급한 버스 정류장을 거점으로 주차하면 된다. 유희태 완주군수 “와일드&로컬푸드축제에서 행복 담아가세요” 유희태 완주군수는 완주군의 대표 축제 ‘완주 와일드&로컬푸드 축제’가 올해도 최고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 완주처럼 체험, 먹거리를 집약해 보여주는 축제도 드물다. 여기에 각 읍면의 주민들이 합심해 맛있는 먹거리까지 푸짐하게 펼쳐주니 이웃이 나누는 정은 덤이다. 유 군수는 “10년 넘는 기간 동안 축제를 선보이다 보니 축제조직위, 공무원, 주민들 모두가 축제에 대한 애정이 크다”며 “올해는 와일드&로컬푸드 축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각 프로그램의 즐거움을 배가 시키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안전도 꼼꼼히 챙겼다. 유 군수는 안전관리위원회 심의와 현장점검에 직접 참여해 시설물, 음식 관리, 방문객 동선 등 세부적인 사항들을 직접 점검했다. 유 군수는 “다양한 즐길 거리, 볼거리, 먹을거리를 준비했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될 것”이라며 “축제장에서 완주를 만끽하고, 행복을 담아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 기획
  • 김원용
  • 2024.10.01 16:57

전통과 현대의 만남 제51회 고창모양성제, 10월 9일~13일 개최

오는 10월 9일부터 13일까지 고창읍성에서 펼쳐질 ‘제51회 고창모양성제’가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강조하며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관광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온고Z신: 옛 것에 MZ를 얹다’라는 슬로건 아래, 이번 축제는 전통 문화의 재해석을 통해 전 세대가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을 마련한다. 화려한 개막을 알리는 거리 퍼레이드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퍼레이드는 14개 읍‧면 주민들의 참여로 더욱 흥겨워질 예정이다. 취타대와 퍼레이드 악단을 선두로 천여 명의 행렬이 자유중학교에서부터 모양성 축제장까지 이어지며, 각 읍‧면 주민들은 자신들만의 개성을 담아 다양한 ‘씬(Scene)’을 표현한다. 특히 관광객과 주민들이 함께하는 플래시몹은 축제의 흥을 최고조로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세대를 잇는 전통의 답성놀이와 강강술래 모양성제의 대표 프로그램인 답성놀이는 조상들의 전통을 현대에까지 이어온 중요한 행사다. ‘한 바퀴 돌면 다리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 세 바퀴 돌면 극락왕생’이라는 전설을 품은 답성놀이는 한복을 차려입고 머리에 돌을 이고 성곽을 도는 행사로, 참여자들이 옛스러운 성과 자연 경관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저녁에는 한지 등을 들고 성곽길을 걷는 야간 답성놀이가 펼쳐져 가을 밤의 운치를 더한다. 또한, 강강술래 경연은 고창 지역농협 농가주부모임 회원들이 한복을 입고 무대에서 전통 춤을 선보이는 행사다. 맑고 푸른 가을 하늘 아래 펼쳐지는 강강술래는 축제에 화려한 색채를 더해 군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잊지 못할 풍경을 선사할 것이다.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화합의 공간 제51회 모양성제는 세대 간의 소통을 도모하는 축제로 기획됐다.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 당근마켓’과 영어체험 프로그램, 청소년을 위한 페스티벌, 어르신들을 위한 기로연 등 전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특히, 축제 개막식과 폐막식에서는 장민호, 빅마마, KCM, 엔플라잉, 노사연, 박창근 등 각 세대별로 인기를 얻고 있는 가수들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어 세대 간의 경계를 허물며 즐거움을 더할 예정이다. 가을 정취를 만끽하는 모양성의 매력 이번 모양성제는 고창읍성 내에서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며, 조선시대 한량을 주제로 한 '슬기로운 한량생활', ‘멍때리기 대회’, ‘모양 도화서’, ‘모양철학관’ 등 젊은 세대의 감성을 반영한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피크닉 존은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에게 여유로운 휴식 공간을 제공하며, 성곽과 어우러진 가을 경관 속에서 힐링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저녁이 되면 축제장은 더욱 화려해지며 뜨거워진다. 야간 경관 조명과 맹종죽림에서 펼쳐지는 제너레이티브 아트쇼는 가을 밤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하며, 군민과 관광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또한, 소원등 달기 프로그램에 참여해 작은 소망을 빌어보는 것도 이번 축제의 즐거움 중 하나다. 이 행사는 유료로 진행되며, 수익금은 불우이웃돕기 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다. 친환경, 안전, 그리고 배려로 완성된 축제 이번 모양성제는 친환경 축제를 지향한다. 일회용품 사용을 억제하고, 다회용기를 사용해 환경 보호에 힘쓰고 있다. 또한, 관광객에게 불편을 주지 않도록 물가 안정과 바가지 요금 없는 축제를 약속하며, 철저한 안전관리 계획을 통해 안전사고 없이 모든 이가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고창의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돋보이는 이번 축제는 군민들과 관광객 모두가 다회용기 반환에 동참해 친환경 문화를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심덕섭 고창군수는 “제51회 모양성제는 고창의 역사와 문화를 알차게 담아내어, 천만 관광도시 고창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많은 분들이 유네스코 세계유산도시 고창에서 풍요로운 가을의 정취와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제51회 모양성제는 고창의 역사와 전통을 경험하며, 현대적인 감성을 더해 전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다.

  • 기획
  • 박현표
  • 2024.09.28 10:50

[세계기록유산이 된 '동학농민혁명기록물']  (18) '토비대략', 경상도 상주소모영 유격병의 동학농민군 진압기록

△상주의 민보군 결성 전라도에서 일어난 동학농민군의 봉기 소식은 전국에 전해졌다. 경상도 상주까지 들려온 소식은 놀라웠다. 고부가 4월에 함락되었고, 5월에는 장성과 금구 등 17개 읍이 함락되었으며, 그리고 전주성에 들어가 웅거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학 교단이 기포령을 내린 직후인 9월 하순 낙동강 연안의 읍성들도 동학농민군에게 점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상주와 선산 읍성이 점거된 것은 커다란 사건이었다. 경상도 북서부 군현의 동학도들은 선산 해평과 상주 낙동에 설치된 일본군 병참부와 군용전신소를 둔 것을 잘 알았다. 이 병참부에는 청국과 전쟁하기 위한 대규모의 일본군이 통과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지역에서 반일 봉기가 일어난 것이다. 일본군은 즉각 대응해서 상주와 선산 읍성을 기습하고 동학농민군을 퇴각시켰다. 상주는 목사가 사라진 공관상태에서 향리들이 민보군을 결성하였다. 먼저 민보군을 만든 예천의 선례에 따라 집강소라는 이름을 붙였다. 향리들은 읍성 내외의 민정을 소집해서 군사조직을 만들고, 읍성 재점거를 경계하는 한편 외촌의 동학농민군 지도자를 체포해서 옥에 가두었다. 이때 정부에서 삼남에 각각 두 명씩 소모사를 임명해서 동학농민군을 자력으로 제압하도록 독려하였다. 상주 소모사에는 이 지역 거족대가의 일원인 전승지 정의묵을 선임하였다. 정의묵은 향리들이 만든 민보군을 흡수해서 병력을 확보한 후 소모영을 출범시켰다. 그리고 유격장 김석중(金奭中)에게 병대를 맡겨서 동학농민군 근거지를 순회하도록 했다. △상주 유격병대의 진중일기인 <토비대략> 유격장 김석중은 상주 경내와 함께 충청도 청산과 보은 일대를 다니면서 동학 거점을 수색해서 동학농민군 지도자들을 체포해서 처형하였다. 그 과정을 기록한 진중일기가 <토비대략(討匪大略)>이다. <토비대략>에서 다른 지역 소식도 기록하고 있다. 우선 첫머리에 소개하는 1893년 4월의 충청도 보은 장내와 전라도 금구 원평에 모였던 동학집회에 관한 내용이다. 보은 장내리 집회는 인접지의 사건이기 때문에 썼을 것이지만 먼 지역인 금구 원평의 집회도 나온다. 원평집회도 큰 소식으로 전해진 것이다. 그 다음에 1894년 4월 이후 전라도 고부와 장성 그리고 전주성에서 벌어진 사건을 기록하였다. 예천의 갑오년 사정을 기록한 <갑오척사록>과 같이 전라도 지역의 동학농민군 활동이 경상도 동학도들의 봉기에 영향을 준 증거로 보인다. <토비대략>에 기록하지 않으면 알지 못했을 동학농민군 이름이 줄줄이 나온다. 모동면의 남진갑 이화춘 김군중 유학언 조왈경, 화동면 안치서 신광서 정기복 등과 청주대접주 김자선 등등 여러 사람이 나온다. 이 자료는 상주의 서부 일대를 비롯 11월 이후 충청도 남동부의 실상과 활동 인물을 전해주는 거의 유일한 자료이다. 각지를 다니며 일어난 일들을 기록해서 주요 항목을 찾아보면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상주 유격병의 동학농민군 처형 죄목 유격장 김석중은 소모사로부터 유격병 지휘에 전권을 부여받았다. 유격병의 과감한 활동과 동학농민군 처형 등은 소모영의 절목에서 확인되는 철저한 소탕 방침을 그대로 따른 것이었다. <토비대략>에는 처형된 동학농민군의 죄목을 구체적으로 기재하였다. 적극적으로 붙잡아서 처형한 대상의 죄목은 지도자인 거괴와 범분난상적(犯分亂常賊)이었다. 상천민이 분수를 모르고 양반이나 상전을 욕보인 행위가 가장 중한 범죄라고 본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천민이 상전을 모욕하는 행위와 양반을 구타하거나 묶어놓고 위협하거나 양반부녀를 겁박하는 등을 무거운 죄상으로 적었다. 수십 명의 유격병이 외촌을 돌면서 동학농민군 근거지를 찾아다니며 동학농민군 가담자를 호되게 징치하자 살기 위해 귀화해오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평민이나 천민이 양반가와 상전가에 들어가 행패를 한 주동자는 귀화를 용납하지 않고 일일이 지명해서 붙잡았다. 이들은 읍내 장터 등지에서 효수되거나 포살되었다. △충청도 보은 일대의 진압기록 11월 27일 상주 유격병은 보은과 청산을 기습하였다. 동학 교주 최시형의 체포가 첫 번째 목적이었다. 보은에는 동학대도소가 위치했고, 청산에는 동학 교주 최시형이 살았다. 소모영 정탐원의 보고에 따라 네 부대로 나누어 밤중에 몰래 들이쳤으나 최시형은 잡지 못했다. 12월 3일에는 옥천 고관리에 최시형이 있다는 보고를 받고 다시 기습했으나 찾지 못했다. 직전에 전라도 임실로 피신한 것이다. 상주 유격병이 동학 본거지인 보은과 청산 일대를 순회할 수 있었던 것은 동학농민군 대군이 손병희 통령의 지휘 아래 논산에 가서 전봉준군과 합세했기 때문이었다. 또 일본군이 옥천에서 동학 본거지를 지키던 수비군을 격파해서 동학농민군은 더 이상 활동할 수가 없었다. 충청병영도 병력을 파견하여 수색하였다. 그래서 마치 빈집 털이를 하는 것처럼 상주유격병이 돌아다녔다. △유격장 김석중의 족쇄가 된 청산 사건 유격장 김석중은 11월 30일 청산에 들어가 이른바 팔로도성찰 강경중과 부성찰 허용을 붙잡아서 처형하고, 향리 김경연까지 동학농민군을 도왔다는 이유로 추적하였다. 청산 현감도 윽박질러서 김경연의 체포를 강요하였다. 다음과 같은 방문도 게시하였다. “청산은 적의 피해를 홀로 많이 받았으니 최적은 연이어 소굴로 삼았고, 배적은 적들을 못된 짓 하도록 인도하였으며, 김리(金吏)는 위협하고 공갈하여 한 읍이 모두 넋을 빼앗겼다.” 청산은 동학 세력에 눌렸던 시기에 양반과 향리도 동학농민군 직함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외지에서 온 유격병이 그 사정을 모르고 이들까지 처형하고 추적한 것이다. 상주 유격병이 상주 경내를 벗어나서 충청도에 들어가 지방관을 협박하고 현임 향리를 다그친 청산 사건은 그대로 넘어가지 않았다. 관할지역을 넘어가 지방관을 윽박지른 문제와 팔로도성찰이라는 직함을 강요해서 받은 인물의 처형 문제는 내전 상태의 어지러운 시기라도 제대로 해명할 수 없었다. 충청감영과 의정부는 이를 청산민 침학사건으로 인식했다. 상주 유격병이 청산에서 거친 행동만 한 것은 아니었다. 1894년은 몇년 동안 연이은 가뭄으로 농민들이 고통을 당했는데 한 마을 전체가 기민인 경우도 있었다. 상주 유격병이 청산의 효림리에 들어가니 20호나 되는 민호가 굶주리고 있는 참상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군량으로 가져간 양식을 주어 구제를 했다. △수많은 학살이 자행된 보은 북실전투 손병희 통령이 이끈 동학농민군은 우금치전투 이후 임실에서 교주 최시형을 만나서 충청도 땅으로 돌아왔다. ‘수만 명’ 병력이 온다는 소문은 관치질서를 회복한 행군로 인근의 각 군현을 경동시켰다. 그래서 충청감영과 병영은 물론 경상감영과 일본군 병참부에 구원 요청을 잇달아 보냈다. 상주 유격병 240명은 충청도와 경상도 경계선인 율계령에 진을 치고 경내 침입을 막았고, 경상감영의 영병은 추풍령을 막았다. 충청병영과 옥천 민보군도 영동 용산으로 급파되었다. 강력한 무력을 가진 일본군은 낙동병참부에서 1개분대가 왔고, 대구병참부에서도 1개분대가 파견되었다. 이 시기에 경부 철도노선을 조사하기 위한 군로실측대 호위병 14명이 동학농민군 행군을 뒤따라왔다. 보은 장내리 대도소가 불태워진 것을 본 동학농민군은 보은읍내에 들어가 불을 질러 보복했다. 그리고 인근 마을인 종곡에 들어가 하루밤을 보내려고 했다. 추격해온 상주 유격병과 일본군은 종곡을 기습하였다. 종곡전투의 주도권은 일본군이 장악했다. 상주 유격병을 50명씩 일본군 장교 두 명에게 보내고, 나머지 병력을 유격장 김석중이 이끌었다. 일본군 보고서의 전투상황은 실감이 난다. “종곡 남쪽 고지를 점령하였더니 동학도 약 1만 명이 모닥불을 피워놓고 각기 몸을 녹이고 있었으며 조금도 방비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 산개하여 약 세 번 일제사격을 가해 그들의 정신을 교란하게 한 다음 돌입하였다. 그러자 그들은 허둥지둥 당황하여 마을 밖으로 무너져 달아났다. 약 1,000m를 추격하여 요지를 택해 점령하였다. 이때가 오전 3시였다.” 일본군은 전투보고서에서 탄약은 1,120발을 소비했고, 동학농민군 전사자는 300여명이며 부상자는 미상이라고 했다. 소와 말 80여 마리는 일본군이 노획물로 가져갔다. <토비대략>은 희생자의 수를 다르게 기재했다. “목을 자른 것이 10여 명이었으며, 어지러운 총에 맞아 죽은 것이 2,200여 명이었고, 야간 전투에서 살해한 것이 393명이었다.”한 것이다. 이 전투로 ‘수만 명’을 칭했던 동학교단의 농민군이 궤멸하였다. 상주 유격병의 최대 전과가 북실전투에 참가한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평가는 달랐다. 종곡에 몰려있던 동학농민군을 일본군과 협력해서 학살한 사건이 너무 지나쳤다는 평가 때문이었다. 상주소모사 정의묵은 각종 모함이 심하여 심지어 이를 조사하기 위해 염찰사가 온다는 소문까지 퍼졌다고 하였다. 이 때문에 유격장 김석중의 전공은 인정받지 못했고, <갑오군공록>에도 실리지 못했다. <토비대략> 갑오(1894년) 10월 내용. /국립중앙도서관 제공 △안동관찰사가 된 김석중 종곡전투 직후 유격장 김석중은 일본군 장교들과 편지를 왕래하거나 만나서 교류를 계속하였다. 이들이 동학농민군 진압 이후 김석중을 지원자가 되었다. 1895년 4월 김석중은 안동부사에 임명되었다. 대구토포사 지석영이 동래부사에 임명된 시기와 같았다. 종곡전투를 같이 치룬 일본군 장교 미야케 대위는 김석중에게 지석영에게 보낸 편지를 보여주었다. “지난 해 종곡의 전역(戰役)은 김공의 남다른 공인데, 지금 들으니 해임되어 고향으로 물러났다 합니다. 이 어려운 시기에 마땅한 사람을 얻는 것이 급선무이고, 대저 공이 있으면 상을 주는 것이 마땅한 이치입니다. 김공 같은 이는 참으로 영재입니다. 동국(東國) 사람으로 그와 비교할 사람이 드무니 혹 상주에서 혹 다른 곳에서 병사를 거느리고 관직에 나가면 저희들이 용병하는 데도 크게 편리할 것입니다. 군은 어찌하여 정부에 말하지 않습니까? 김공이 관직에 나가는 것은 귀국에만 경하할 일이 아니라 이웃 나라도 일대 경사입니다.” 경복궁을 점령한 후 내정을 간섭하던 일본의 영향력은 강력하였다. 이런 편지가 초야의 유생을 돌연 안동부사로 나아가게 하였다. 지방제도가 개편되면서 김석중은 관찰사라는 직함을 갖게 되었다. 일본 장교들과 가깝던 김석중은 개화정권의 정책을 적극 따랐다. 을미사변 후 단발령이 내려지자 먼저 단발을 할 정도였다. 군사 활동에도 능력을 보였다. 안동에 의병이 편성되자 김석중은 외지로 가서 대구병정을 데려와 안동부를 탈환하였다. 동학농민군을 진압했던 김석중은 의병을 적대하는 관찰사로 변신한 것이다. 안동의 의병은 다시 관찰부 공격을 기도하였고, 예안과 예천 등지에서도 속속 의병이 결성되었다. 김석중은 안동부를 빠져나가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문경에서 이강년 의병에게 발각되었고, 결국 농암 장터에서 처형되었다. △<토비대략>의 사료가치 <토비대략>은 필사본 자료이다. 한 부가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고, 또 한 부가 상주 우산리의 진양정씨 종가에 보관되어 있다. 군공을 인정받지 못한 김석중은 진중일기를 여러 부 필사해서 돌렸던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그중 두 부가 확인된다. <토비대략>은 높은 사료가치를 갖고 있다. 먼저 상주지역을 중심으로 한 소모영의 동학농민군 진압상황을 전해준다. 1894년에 정부는 전국에 소모사 소모관 토포사 조방장 등이 임명해서 민보군을 결성하고 지휘하는 군권을 부여했지만 그 활동상을 전해주는 자료가 발굴된 적이 없었다. 상주소모영은 공문서집인 <소모사실>과 소모사의 일기인 <소모일기>, 그리고 진중일기 <토비대략>을 남겼고, 그 자료들의 중요성이 알려졌다. 이 자료를 통해 민보군이 동학농민군을 진압한 사례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신영우 충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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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26 14:52

[참여&공감 2024 시민기자가 뛴다]모두에게 열린 문화예술, 접근성 확장을 위한 소중한 움직임.

최근 이색적인 축제 ‘포스터’를 접했다. 포스터란 어떤 사업, 공연, 축제 등에 대한 주요 정보가 시각 이미지화 되어 있는 것이니 당연히 ‘포스터를 보았다.’라고 하면 되는데, ‘접했다’라고 하는 것은 그 포스터가 조금 특별하기 때문이다. 바로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음성 포스터’이다.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매년 10월에 개최되는 한국의 대표적인 공연예술제로, 최근 몇 년간 장애와 비장애 모두를 포괄할 수 있는 축제 접근성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음성 포스터’와 같은 홍보물 제작과 접근성을 돕는 매니저를 배치하고 있다. ‘음성 포스터’는 목소리와 음악, 효과음을 통해 청각적으로 전하는 홍보물이다. 눈을 감고 영상에서 들려주는 포스터의 이미지를 상상해 본다. 정확하면서 사려 깊은 목소리의 주인공들은 시각장애인 당사자인 이성수, 장근영 배우라고 한다. 음성 포스터는 장애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유용한 정보를 설명하고 있고, 청각이 아닌 시각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본 음성포스터는 온라인에서 '2024 서울국제공연예술제 메인 음성 포스터'로 검색하면 볼 수 있다. 포스터를 통해 호기심이 높아진 김에 서울공연예술축제 홈페이지를 열었다. 이 축제에는 ‘모두에게 열린 접근성’이 매우 중요한 화두로 보인다. ‘티켓’ 예매를 안내하는 부분이 아예 ‘티켓/접근성’이라고 표시되어 있고 이렇게 접근성 매니저에 대한 안내문이 있다. 「2024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모든 공연 현장에 접근성 매니저가 상주하고 있으며, 가까운 지하철역, 정류장 및 공연장 내부의 이동지원을 진행합니다. 이동지원 신청을 비롯한 접근성 안내/문의가 필요하신 경우, 아래의 연락처로 편하신 방법을 통해 연락주세요. 」 다소 생소한 ‘접근성 매니저'에 대한 안내를 비롯해 본 축제의 프로그램 홍보, 예매, 현장 방문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구성된 내용을 보면서 담당 기획자들이 얼마나 많은 질문을 스스로 하고 찾으면서 고민했을지 상상이 되었다. 접근성 기획자는 스스로 ‘대다수 비장애 성인의 신체를 기준으로 만들어져 온 세상을 접근성의 관점에서 다각도로 살펴보고, 다른 대안과 가능성을 고려하는 일을 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들이 성심껏 안내하고 있는 하나하나에는 만약의 경우에 발생하는 귀찮은 업무나, 오해, 무리한 요구에 대한 염려보다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문화예술을 동등하게 향유할 수 있음을 우서 실천하자는 의지가 담겨있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시도들은 종종 있어왔다. 그러나 그 확장과 지속성은 아무도 약속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약 20년 전 시각장애인을 돕는 안내견의 공연장 출입을 위해 관객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설득했던 일이 있었다. 당시 시각 장애가 있는 관객이 교육받은 안내견을 실내공연장까지 동반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 시범적으로 진행되었는데, 단순히 의미있는 사업이니 모두가 적극적으로 동참하리라는 필자의 예상과 달리 안내견이 공연장에 입장하는 것에 대한 불편해하는 관객들이 많았다. 교육된 안내견은 공연 내내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지만, 사람이 아닌 다른 생명체가 공연장에 출입하는 것은 그때도 지금도 특별 이벤트처럼 계획되고, 홍보성으로 이슈화 될 때만 가능하다. 시도는 있었으나, 이벤트로 마감된 것이다. 작년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도 탈춤 창작 공연단체인 천하제일탈공작소의 <오셀로와 이아고>라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 작품을 초청했다. 탈춤 예술가들은 본래 전통 탈춤이 남녀노소, 장애유무를 떠나 모두가 함께하는 대동의 판이라는 생각에 배리어프리 즉 무장애 공연을 개발했다. 무대 위에 탈꾼들과 수어 통역사를 1:1로 연결하거나, 장면의 분위기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문자 통역, 오픈형 음성 해설을 통해 누구나 차별 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특히 이 공연을 위해서는 축제 스태프들과 자원봉사자들이 ‘공연장 시설 접근성 워크숍’을 선행했어야 하는데, 그 진행방식도 흥미로웠다. 전주권 장애인 단체(휠체어 이용) 회원 1인과 소리축제 스태프, 자원봉사자가 팀을 이루어서 체크 리스트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진행이 되었다. 체크 리스트는 주로 ‘찾아오는 길’ 안내 상황, 공연장 건물 알아차리기의 어려움과 쉬움, 출입구의 점자블록 상태, 경사로나 계단 단차 높이 확인하기, 음성 안내판 여부, 휠체어 진입 동선이나 매표소 위치 찾기와 공연 홍보물의 다양한 의사소통 방식 제공 여부, 화장실 찾기 등이었다. 이 문항들은 장애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 문항들이었지만, 장애인 활동가들과 팀을 이뤄서 축제 현장을 확인한 스태프들은 모두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저희 축제 장소는 장애인 관객들에게 매우 불편한 곳이었네요. 000공연장은 아예 휠체어 관객이 공연을 볼 수 있는 각도가 아니었어요. 휠체어가 5대는 들어갈 것 같은 공간에 조금 큰 특수 휠체어가 들어가니 공간이 너무 부족했고요. 주차장부터 티켓 수령, 극장 진입까지 너무 동선이 길어요. 이렇게 불친절한 공간인지 몰랐어요.” 장애가 없는 사람들만 다녔다면, 크게 느끼지 못했을 어려움이 서로 한 팀으로 이동하면서 매우 절실하게 다가왔다고 했다. 입구의 단차는 어린아이에게도 높지 않았지만, 휠체어가 넘어가기에는 힘이 들었고, 처음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은 넓은 축제 현장에서 해당 공연장을 찾아가는 것이 힘들었다. 더군다나 야외 안내판은 오랜 세월 속에 알아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익숙한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고 불편함이 없었기에 수정할 계획도 세우지 못했던 것이다. 당시 공연을 기획했던 천하제일탈공작소 기획자는 배리어프리 공연 제작의 어려움, 그리고 공들인 만큼의 효과나 성과가 미비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이러한 작업이 결코 한 번으로 완벽해지거나 정해진 해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오히려 그 활동의 가치를 꾸준히 발견하고 태도와 상황을 발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들의 이러한 고민은 작년에 이어 2024년 신작에도 투영되었고, 올해는 참가 탈꾼들이 직접 수어를 배우고, 단체 내에 장애인 예술가를 고용하는 것으로 확장되면서 관객뿐만 아니라 예술가로서의 참여 부분까지 진행하고 있다. 서두에 거론한 접근성은 장애인을 ‘관객’이라는 대상으로 장소적, 이용자 입장으로 보았지만, 접근성이라는 것은 천하제일탈공작소에서 장애인 예술가와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것을 포함에 모든 분야와 입장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 우리 지역에서는 완주의 정신장애인 문화공동체 ‘아리아리’가 2018년부터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데, 동네 이웃 사진 찍어주기, 음악극 공연, 악기연주, 천연염색, 시 낭송 등 분야도 다양하게 ‘직접 하는’ 문화 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 수준 높은 예술작품은 아니지만, 문화예술을 통해 자신의 능력, 취향, 즐거움을 알아가고 이를 통해 자주적인 움직임을 익히고 타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모습에 희망을 갖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아리아리의 김언경 대표를 비롯하여 활동가들은 다양한 경험을 돕는 아리아리만의 ‘접근성 매니저’였을 것이다. 최근에는 모든 장벽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인정하고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라는 용어 대신 ‘배리어 컨셔스(barrier conscious, 장벽을 의식하는)’라는 용어를 사용하자”는 대안이 거론된다고 한다. 장벽을 완전히 허무는 게 불가능하니, 장벽을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예산, 시설 여건, 인력을 핑계로 접근성에 대한 요소를 포기한 순간들이 떠오른다. 이러한 활동은 결코 특별한 참가자 전부를 위한 혹은 40~50%를 위한 양적인 성과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에 기관 혹은 구성원의 운영 방향성이 중요하다. 직접 혜택을 받건, 동참하고 공감하는 입장이건 서로 다른 상황을 수용하고, 포괄적인 범위에서 마음을 모아야 개선할 수 있다. 지난 여름 소리축제 현장에 방문했던 완주 ‘아리아리’ 회원들과 관현맹인전통예술단 회원들은 즐겁게 공연을 보았을까. 늦었지만, 복잡한 축제 현장을 찾은 그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한지영 (사)전주세계소리축제 콘텐츠운영부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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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25 16:56

[배리어프리, 공공디자인에서 인권을 찾다] ② 평화동에서 효자동 가려면 2시간 대기…부족한 교통수단에 지쳐가는 장애인

‘털썩, 쿵’ 박상근 씨(45)가 인터뷰를 위해 준비된 의자에 앉으면서 난 소리였다. 몸에 힘이 풀렸는지 털썩 자리에 주저앉으며 “괜찮아요. 혼자 앉을 수 있어요”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뇌병변 장애 3급인 박 씨는 지난 8월 22일 오전 10시, 재활치료를 위해 전북특별자치도 장애인복지관을 찾았다. 박 씨는 복지관에 오기 위해서는 새벽부터 준비해야 한다. 전주시가 운영하는 장애인 콜택시인 ‘이지콜’을 타야하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하염없이 길기 때문이다. 이날도 2시간가량을 기다려 택시에 올랐지만, 박 씨는 다행히 오늘은 ‘운이 좋아서’ 택시가 금방 잡혔다고 했다. 전주시 평화동에 살고 있는 그가 효자동에 있는 복지관에 오기 위해 할애하는 시간은 무려 2시간. 장애인을 위한 특별교통수단인 이지콜 이외의 다른 이동 수단은 몸이 불편한 그에게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비장애인보다는 2배 이상의 시간을 투자할 수밖에 없다. 전국 지자체는 시‧군별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라 ‘장애인콜택시’라고 부르는 특별교통수단을 운영하고 있다. 특별교통수단의 법정의무 대수는 보행상 장애인이면서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 150명당 1대이다. 전북자치도 중증 보행장애인은 총 3만4730명으로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의 법정의무 대수는 275대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도내 특별교통수단은 233대로 법정의무 대수보다 42대 부족하다. 게다가 법령 제정 당시 제16조인‘특별교통수단 운영에 관한 세부 사항’을 지자체 조례로 위임하면서 통일된 지침이 없어 지역 간 이동 운행 방식, 이용 요금 등에 다소 차이를 보인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교통약자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 시행으로 지역 간 환승·연계를 위한 특별교통수단이 해당 시·군을 벗어나 관외로 이동할 시, 이용대상자를 보행상 중증장애인으로 일원화했다. 해당 교통편 예약방법도 개별 시·군에서 신청했던 것과 달리 광역 콜센터와 누리집,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신청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그럼에도 박씨는 전주 이외의 지역을 나가지 않은 지도 5년이 넘었다고 했다. 타지역을 가려면 하루 이상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활동 보조인 동행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오르고 내리기 쉬운 저상버스로 된 고속버스는 찾기 어렵고 특별교통수단 배차시간도 터무니없이 길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전주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2019년 10월 국토교통부가 이동권 보장을 위해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고속‧시외 저상버스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서울-부산, 서울-전주, 서울-강릉, 서울-당진 등 4개 노선 10대였던 것을 1개 노선 7대 차량으로 축소했다. 전북 고속·시외버스 중 저상버스는 단 한 대도 없는 상황. 이렇다 보니 전주 지역을 벗어날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씨는 “특별교통수단이 예전보다 늘었다고 하지만, 실제로 이용자가 체감하는 정보나 차량 대수는 부족하다”며 “병원 진료나 재활치료를 위한 필수적인 상황에서조차 기본 1~2시간씩 대기하고 제약이 뒤따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휠체어 사용자들은 이동 제약이 훨씬 커 가족들에게 의지해야만 움직일 수 있다”며 “이동권은 자기 결정적인 삶을 영위하고, 사회참여를 위한 핵심적인 기본권”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가 발표한 2023년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전국 노선 저상버스 도입률은 평균 32.8%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에 따라 노선버스 대·폐차 시 저상버스 도입이 의무화됐음에도 전국 저상버스 의무 교체 차량은 전체 5597대 가운데 2909대로 저조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들은 장애인 콜택시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러나 도내 3만 명이 넘는 장애인을 수용할 수 있는 특별교통수단은 여전히 부족해 불편은 고스란히 이용자의 몫이 돼버렸다. 전문가들은 특별교통수단 이지콜 운전원을 1대당 2.5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운전원이 휴게시간 포함 하루 8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하기에 현재 인원으로는 온전한 이동권 보장이 어렵다는 것이다. 양은주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은 “지자체에서는 특별교통수단 법정 대수를 채웠다고 말하지만, 문제는 운전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며 “배차시간이 무한대로 늘어나는 이유가 운전자 부족”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전주‧군산‧익산시는 도내 다른 시군에 비해 배차 대기 시간이 적은 편”이라며 “정읍에서는 최대 4시간 배차 대기가 찍혔고,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6시간까지 기다렸다가 배차를 취소한 사례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이 같은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서 차량 운전자 증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지자체에서는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계획조차 세우지 않는 상황이다. 양 집행위원장은 “전북자치도에 3년째 운전자 증원과 저상버스 100% 도입을 요청하고 있지만 예산 문제로 묵묵부답인 상태”라며 “예산상 어려움이 있다면 순차적으로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북도 관계자는 “지난해 법령 개정으로 특별교통수단 법정의무 대수가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며 “내년까지 법정의무 대수를 채워서 특별교통수단 이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지속해서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기획
  • 박은
  • 2024.09.23 15:38

[팔도 핫플레이스] '작지만 특별함이 있는'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남원은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대표 문화도시다. '춘향'으로 대표되는 전통 문화와 예술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그중에서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은 자연과 예술을 접목한 남원 여행 필수 관광지로서 방문객의 발길을 끌고 있다. 언덕 위에 묵직하게 자리잡은 날카로운 직각 형태의 건물에 푸른 하늘과 물이 어우러진 광장이 조화를 이룬 김병종미술관의 전경은 생명과 자연이 살아 숨쉬는 듯한 역동적인 인상을 준다. 규모는 작지만 오히려 전시 작품을 꼼꼼히 보기 좋고 통창으로 바라보는 주변 풍경도 하나의 작품이 되는 곳. 바쁜 일상에 잠시나마 자연 속 여유와 힐링을 느낄 수 있는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을 찾았다. "연관람객 10만 명 문전성시"...남원의 랜드마크 남원시에 따르면 김병종미술관은 올해 8월 기준 연간 관람객 10만 명을 달성해 지역 미술관 생태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김병종미술관은 개관 첫 해인 2018년 3만 여 명을 시작으로 2019년 5만 6000여 명, 2022년 8만여 명으로 매년 큰 폭의 관람객 증가세를 보여왔다. 여기에 2021~2022년 한국관광공사 주관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며 지역 미술관의 성공사례이자 명실상부한 남원의 랜드마크로 부상했다. 실제 남원을 방문한 관람객들은 광한루원을 방문하고 점심을 먹은 뒤 김병종미술관을 관람하는 것이 필수 코스가 됐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 '지역별 관광 현황'을 보면 김병종미술관은 남원지역 중심 관광지 및 인기관광지 5위로 유일하게 10위권 이내 문화예술 분야 관광지로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에 따라 김병종미술관이 춘향제와 광한루원 등에만 의지하던 남원 관광의 콘텐츠 지평을 넓히는 주춧돌이 됐다는 평가다. 남원시는 국비 등 총사업비 54억 원으로 시작한 김병종미술관이 창출하는 경제적인 부가가치 효과가 5000억 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술관 인기에 힘입어 최근 남원시는 '김병종 미술상'을 제정했다. 작가명 미술상으로는 전국 12번째로 2025년 하반기부터 2년마다 추천 공모제 방식으로 수상자를 선정한다. 남원시는 미술상 제정을 통해 김병종 화백의 예술 세계와 정신을 기리고 국내 미술 분야를 선도할 후진 예술가의 육성에 박차를 가한다. 남원시 관계자는 "처음에 김병종미술관 건립 당시 우려를 제시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이를 말끔히 해소한 것 같다"며 "앞으로도 미술관이 꾸준한 성과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의 생명력에 주목...작지만 특별한 미술관 시군단위 작은 규모의 김병종미술관이 이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원동력으로는 남원이 낳은 김병종 화백의 기증 작품 등을 비롯해 '자연'과 '생명'이라는 콘텐츠를 짜임새 있게 기획한 점이 꼽힌다. 김병종 화백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독자적인 화풍을 구현한 세계적인 화가다. 대표작으로는 '생명의노래', '화접기행' 등이 있다. 자연과 생명에 주목한 그의 작품들은 관람객들에게 생기를 불어넣는 역동적인 에너지를 방출한다는 평을 받는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에 아낌없이 작품을 내놓고 있다. 개관 이후 지금까지 기증한 작품만 440점이 넘을 정도다. 세계적 명성을 지닌 김 화백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강점은 국내 미술계의 큰 관심을 불러 모으기에 충분했다. 미술관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는 김 화백의 2003년작 '생명의 노래-숲은 잠들지 않는다'가 있다. 세로 1.9m에 가로 9.6m의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이 작품은 김 화백이 직접 만든 닥나무 원료의 '닥판'이라는 바탕에 율동하는 듯한 나무들과 새, 나비 등을 생명력 있게 표현했다. 미술관에는 이 작품을 비롯해 실제 관람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을 주는 작품이 전시돼 큰 여운을 준다. 단순 미술 영역을 넘어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복합 공간 지향 김병종미술관은 덩치를 키우기 보다는 자연과 가장 가까워 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대한 많은 관람객 확보를 위해 도심 속에서 경쟁하듯 규모 확장에 몰두하는 다른 미술관과는 확실한 차별성을 지녔다. 숲으로 둘러싸인 전원형 구조의 김병종미술관은 단순 그림만 전시하는 미술 공간을 넘어 역사와 문학이 공존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글 쓰는 화가'로서 문학인으로도 유명한 김병종 화백이 기증한 약 2000여 권의 미술, 인문학, 역사 관련 도서가 비치된 북카페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조선시대와 현대 도자기를 소개하는 '흙, 회전하다' 전시를 열었다. 남원이 일본 3대 도자기이자 세계적인 명성의 조선 도공 심수관의 본향이기에 마련된 특별 전시였다. 전시회에는 조선시대 백자와 청화백자, 심수관 도옹가의 자기 45점에 이어 현대 작가들의 작품 25점 등 총 70점을 선보였다. 비슷한 시기 국립중앙박물관과 함께 국보 순회전 '순백의 아름다움에 빠지다, 조선백자'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비수도권에서 보기 힘든 국내 대표 유물 '백자 달항아리'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지역 주민에 제공해 큰 인기를 끌었다. 김병종미술관은 최근엔 7년간 모아온 소장품전 ‘남원南原에서’를 개최해 남원에서 태어나거나 인연을 쌓은 작가들의 4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지역과 관련된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한 번에 감상할 수 있어 지역 주민에겐 저마다의 추억을 선사하고 타 지역 방문객에겐 남원의 다채로운 문화를 즐길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유치석 관장은 "방문객분들이 이곳에서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셨으면 하는 바램을 담아 자연과 문화 모두를 담아내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짧게나마 힐링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기획
  • 신기철
  • 2024.09.19 15:56

[세계기록유산이 된 '동학농민혁명기록물'] (17)'전봉준 공초', 2차 농민 봉기 목적은 어떻게 다루어졌나?

<전봉준공초>는 189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농민군의 최고 지도자 전봉준를 심문한 기록이다. 원래 공초(供招)라고 되어있어야 하나 공초(供草)로 표기되어 있다. 기록은 질문과 대답으로 이루어지고, 국한문혼용체와 한문체로 혼용되어 있다.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원본이, 이를 베낀 사본은 장서각에, 그리고 별도로 국가기록원에도 소장되어 있다. 전봉준에 대한 최초의 심문은 1895년 2월 9일(음력)부터 시작된다. 이날 법무아문 참의 이재정의 주관으로 그해 3월 중순까지 5차례 이루어졌다. 실제로는 6차례일 수도 있다. 공초자료 편철 순서가 약간 혼란이 있어, 2월 19일의 공초는 2번이나 거행되었다. 뒷부분 3차에 걸친 심문에는 일본 영사가 개입되어 있다. 재판 장소는 법무아문이 새로 마련한 권설재판소 법정이었다. 여기는 원래 의금부의 청사였던 만큼 국가의 중대 사안에 관한 재판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이때 재판과정에는 참의 약간 명과 주사 1인이 입회하였지만, 경성주재 일본영사 우찌다 사다즈치(內田定槌)가 직접 간여했다. 그는 개항 이후 일본인과 관련된 민사와 형사 사건에 대해서는 일본영사가 직접 간여할 수 있다는 ‘회심(會審)’을 내세웠다. 그러나 일본 개입은 명백히 불법적이고 내정간섭이었다. 이때 권설재판소에서 6차에 걸쳐 이루어진 전봉준에 대한 심문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보자. 1차 (초초문목, 음력 2월 초9일 : 양력 3월 5일, 국한문혼용체) : 전봉준의 개인 신상과 동학과의 관계, 동학농민군의 봉기원인과 전개과정(고부봉기, 재차기포, 전주기포 등)을 통해 농민군의 봉기와 경과 2차 (재초문목, 2월 11일 : 3월 7일) : 탐관오리의 불법 탐학과 동학 조직과 역할, 재차 기포와 소모사, 최시형과의 관계 등을 통하여 봉기의 주도층과 조직에 대한 질문 3차 (3초문목, 2월 19일 : 3월 15일) : 흥선대원군의 효유문과 관련하여 송희옥과의 관계, 흥선대원군과 2차 봉기 모의 가능성 추궁 4차 (5차문목, 2월 19일 : 3월 15일, 일영사 심문) : 송희옥과 전봉준과의 관계를 집중 추궁하면서 대원군 효유문과 묘당 효유문을 사전 인지했는지 여부 집중 추궁 5차 (4차문목, 3월 초7일 : 4월 1일, 일영사 심문, 한문체) : 전봉준의 이름과 별호 등 신상을 묻고 집강소 설치과정 등 사항, 삼례 회동과 문서 대필 문제 재론(마지막 편철에 위치함) 6차 (5차문목, 3월 초10일 : 4월 4일, 일영사 심문, 한문체) : 편지나 서간의 작성자 여부와 더불어 최경선, 송희옥 등과의 관계 재추궁(3초 문목 다음에 위치함). 전봉준 심문과 재판과정에서는 전봉준의 신상과 동학농민군의 고부 봉기. 재차 봉기, 2차 봉기 등 전쟁 과정, 동학의 조직과 역할 등 모두 276개 질의와 응답으로 이어졌다. 동학농민전쟁의 전개과정과 기병 목적 등에 대해 전봉준이 직접 진술했기 때문에 신빙성이 높았다. 고부봉기의 주모자로 추대된 경위, 만석보 수세의 부담 강화, 봉기할 때 동학도가 적고 원민이 많았다는 사실 등이 특기하다. 그는 동학이 “수심(守心)하여 충효로 본을 삼고 보국안민(輔國安民)하자는 일이외다”라고 하여 유교지식인으로서의 관심을 강조했다. 그는 당시 봉기 의도와 과정을 비교적 솔직하게 진술하고 있었다. 커다란 논란은 2차 봉기의 목적과 정치세력과의 연관성 심문에서 일어났다. 3차 심문(2월 19일)부터 대원군과의 관련성을 집중 추궁하게 되자 그는 진술 태도를 바꾸었다. 참모 역할을 했던 송희옥의 서한도 문제였는데, 이 편지가 흥선대원군의 효유문과 2차 봉기를 연결시켜주는 결정적인 문서였기 때문이다. 정부측은 법무대신 김학우의 암살 사건과 관련하여 현정부의 쿠데타 음모와 연결시키려는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었다. 일본측도 전봉준과 흥선대원군의 관련 사실을 캐물어 사주에 의한 농민봉기로 몰아가려고 하였다. 전봉준은 이준용 반란 사실 등과 엮어 자신들을 처벌하려는 정부 의도를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는 흥선대원군이 정치를 그르쳤으며, 인민들도 그에게 복종하지 않는다고 단정하였다. 전봉준은 흥선대원군과의 모의, 또는 연계설을 일체 부정하였다. 그는 농민군 독자적으로, 그리고 민중들의 삶을 위해 봉기했다는 정당성을 재차 강조했다. 결국 2차 봉기의 목적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그는 재봉기 이유로 일본이 “궁궐을 침범한 연유를 꾸짖고자 하였다”고 당당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재판관이 “그러면 일본병과 그리고 각국인으로 서울에 머물러 돌아다니는 자를 모두 구축하려 하였느냐”고 다그쳐 묻자, 전봉준은 “그러함이 아니라, 각국인은 다만 통상만 하는데, 일본인은 군대를 이끌고 서울에 진을 치고 체류하는 고로 우리나라 영토를 침략하려는 데 있을 것으로 의심을 품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2차 봉기는 외국과의 통상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군의 정치·군사적 침략사실을 질책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는 외세 배격과 자주적 개혁, 합의법에 의한 정치운영 등 주장하면서 밑으로부터의 민주주의 개혁을 지향하고 있었다. 전봉준은 진술하는 동안 시종일관 민중들의 정의로운 행동이었음을 강조했다. 이후 <전봉준공초>는 1895년 3월 29일(음력) 임시 권설재판소에서 내린〈판결선고서〉의 근거자료가 되었다. 다만 심문과정에서 일본측이 활용한 증빙서류가 무려 1,496통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판결선고서에는 2차 봉기의 목적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 재판부는 흥선대원군과의 결합, 혹은 사주로 인해 봉기하였다는 혐의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전봉준의 본래 진술대로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동학농민군과 지도자들의 처벌 근거를 조선왕조국가 내의 형법 질서를 위배하였다고 보았다. 이들에게 씌워진 죄목은 이미 폐지되어버린<대전통편>형전 ‘추단조(推斷條)’ 규정이었다. 마침내 농민군 지도자 전봉준, 손화중, 김덕명, 최경선, 성두한 등 5명에게 교형(絞刑)으로 사형을 선고하였지만, 봉기의 원인이었던 일본의 침략성 여부와 반일민족 운동은 평가에서 제외하였다. 2차 봉기에서 그렇게 치열하게 싸웠던 일본군과의 전투를 범죄사실로 간주하지 않았고, 반일민족운동에 관해서도 어디에도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판결선고서는 전봉준의 본의와 진술 내용을 완전히 왜곡한 것이었다. 그런데 전봉준 등의 사형집행과정에서도 납득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 갑오개혁 정부는 새 법률제도와 재판소 규정을 마련하고 이미 3월 25일에 공포하였다. 법률 1호 <재판소구성법>과 칙령 50호 <재판소처무규정통칙>을 통해 민·형사 모두 2심의 재판과 소송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새 제도가 시행되기 불과 몇 시간 전, 전봉준 등 농민군 지도자들은 3월 30일(양력 4월 24일) 오전 2시 종묘 앞 좌감옥소 처형대에서 전격 처형되었다. 법무대신 서광범, 참의 장박 등 담당 관리들이 신식 재판제도를 시행하기 직전에 서둘러 처형한 것이다. 이는 갑오개혁과 일본측에 의해 감행된 정치적·편파적인 재판이었음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오늘날 한국 사법제도의 효시로서 ‘법의 날’(4월 25일)로 기념하고 있지만, 신식 재판제도가 시민의 권리와 생명을 보호한다는 명분이었음에도 역설적이게도 농민군 지도자 처형을 애써 감추고 있다. 이렇게 전봉준과 재판부 사이에 벌인 실체적 진실과 정당성 공방에도 불구하고 끝내 2차 봉기의 전모를 밝히지 못했다. 동학농민혁명의 실체와 정당성을 간직하고 있는 전봉준의 공초 기록은 언젠가 새롭게 재판 관련 자료의 발견과 함께 심층적 분석이 이루어질 날을 고대하고 있다. /왕현종 연세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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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9.19 15:53

[참여&공감 2024 시민기자가 뛴다]백제 최후의 왕릉 '쌍릉'

익산 쌍릉은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석왕동 산 54번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오금산(해발 120m) 서쪽 능선 낮은 구릉상에 2기의 원형봉토분이 남-북방향으로 약 180m 떨어져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일찍이 무강왕과 그 왕비의 능으로 전해지고 있고 쌍릉에 관한 옛 문헌 기록이 분명해 현재 사적 87호(1963.1.21.)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쌍릉 관련 구체적 옛 문헌기록으로는 『신증동국여지승람』 제33권 익산군 고적조에 “쌍릉(雙陵)은 오금사(五金寺) 봉우리의 서쪽 수백 보 되는 곳에 있다”라 하여 쌍릉의 위치를 전하고 있다. 또한 『고려사』지 권 제11 지리 2 금마군조에는 “...후조선(後朝鮮) 무강왕(武康王) 및 비(妃)의 능이 있어 속칭 말통대왕릉(末通大王陵)이라 불리운다”라 하였다.(『高麗史』 志 卷 第十一 地理 二 金馬郡條 “... 又有後朝鮮武康王及妃陵[俗號末通大王陵, 一云, 百濟武王, 小名薯童].”) 더불어 『고려사절요』제24권 충숙왕 16년에는 “3월에 도적이 금마군에 있는 마한의 조상 호강왕의 능을 도굴하였다...”라고 기록되어 있어 일찍부터 쌍릉이 도굴되었던 사실도 기록하고 있다.(『高麗史節要』第24卷 忠肅王 16年 “三月 盜發金馬郡 馬韓祖 虎康王陵...”) 그런데도 익산 쌍릉에 대한 공식적인 첫조사는 일제강점기인 1917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실시되었다. 조사단은 야쓰이 세이치(1880~1959)를 책임자로 오바 쓰네키치 등으로 구성되어졌으며, 익산 지역의 여타 유적과 함께 조사되었고 조사내용도 무덤 내부의 부장품을 반출할 목적의 약식발굴 형태였다. 그리고 결과도 매우 소략한 보고서와 유리건판 사진, 봉분 및 석실의 실측도만 기록하여 구체적인 조사내용은 파악할 수 없다. 내용은 대략 “예부터 마한시대 왕릉으로 여겨졌으나, 믿기 어렵고 쌍릉의 대묘, 소묘 모두 백제시대 말기의 능묘는 명백하다 ... (중략) 부여군 부여면 능산리 제2호 석곽벽화, 익산군 팔봉면 석왕리 쌍릉의 탐구는 특히 주요하다”라면서 노모리 켄, 오가와 게이키치, 오바 쓰네키치 그리고 야쓰이 세이이치가 확인한 문서이다. 이 보고서의 결론은 무덤의 축조시기를 마한으로 추정하였으나, 발굴결과 백제의 능묘로 확인하였고 능의 주인공은 부여 능산리 고분군과 같은 백제 왕릉급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익산 쌍릉의 본격적인 조사는 2017부터 2019년까지 이루어졌으며 대왕릉의 발굴조사 결과 봉분의 규모는 직경 23m, 높이 4m 내외로 확인되었고, 특히 봉분의 축조기법은 제석사지 목탑지 기단조성과 같은 판축기법을 이용했으며, 석실은 단면 육각형의 전형적인 7세기 백제말 횡혈식 석실분으로, 2매로 이루어진 벽석 위에 1매의 고임석을 두고 천장을 올린 형태로 확인되었다. 더욱 주목되었던 것은 석실내 1개체분의 인골이 관대 위에 일제강점기 당시 제작한 상자 내부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었다. 상자 안의 유골 전수조사 결과 모두 102개의 파편으로 중복되는 뼈가 없는 점으로 미루어 한사람의 뼈로 판명되었고, 분석결과 유골의 주인공은 뼈에서 노화기의 특징 등을 참고해 보건데 남성으로 나이는 50대 이상이며 키는 165~170㎝로 정도로 제법 큰 키를 가진 사람으로 판명되었다. 더불어 대왕릉의 축조는 사비기 왕릉군처럼 주 능선에서 정남으로 분기한 가지능선의 남사면에 조성하는 입지적 특징은 동일하나, 경사면을 L자상으로 삭토하고 석실을 축조하는 횡혈식 석실분과는 다르게 구릉의 정상부를 정지한 후, 석실부를 재굴광하여 석실과 묘광사이를 판축하는 기법을 사용하여 마한의 전통묘제인 분구묘의 특징을 가진다는 점도 규명되었다. 그리고 특히 눈이 가는 특징은 대왕릉에 사용된 양질의 화강암 석재를 활용한 판석이다. 아주 작은 정(釘)을 사용하여 매우 고르게 치석한 단벽, 측벽, 고임석, 개석 그리고 관대는 경이로울 지경이며, 각 석제의 대칭적 배치는 사전에 매우 치밀하게 설계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실의 폐쇄는 1매의 판석을 사용하고 “회”로 마감하였으며 문주석에 홈을 파서 꼭 맞게 폐쇄한 모습은 흥미롭다. 더불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차에 걸쳐 시행된 '익산 쌍릉 주변정비 예정지역 매장유산 발굴조사'에서는 백제시대 대형건물지와 수레바퀴 흔적, 수혈 주공 등이 확인되어 당초 조성 당시 쌍릉의 능역을 파악하는데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놀라운 발굴 결과 및 조사성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이 어렵게 검색하여 직접 익산쌍릉을 방문해 보면 상상했던 모습과 달리 그냥 황망한 그리고 약간은 어색하게 정비된 큰 무덤이 있을 뿐이다. 쌍릉올 가는 길은 좁고 구불구불한 지방도일 뿐만아니라 어디로 향하는 지 모르는 공사차량이 한껏 속력을 자랑하는 도로변에 인접해 있다. 목적지 주자창에 도착하면 흉물스런 건축물이 전망을 가리고 쌍릉으로 가는 길은 이제 막 조성된 시민공원의 산책로 정도로 착각될만한 소로로 정비되어 있다. 역사는 기억하는 만큼 새롭게 태어난다. 유적이 원형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에서 맘껏 상상할 수 있는 컨텐츠 공간으로 정비된다면 그만큼 역사는 풍성해질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익산 쌍릉은 백제 핵심유적 중 “무왕의 사랑과 번영 그리고 영면”을 상징하는 다양한 콘텐츠가 가능한 유적으로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정비방안도 기획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영일 백제문화센터 파견 전북특별자치도 연구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기획
  • 기고
  • 2024.09.18 15:35

[추석특집] 전주도심 속 힐링 공원⋯ 4대 관광명소 기대하세요

전주시민의 일상 속 공간이 특별한 관광지로 새롭게 바뀌고 있다. 민선 8기 전주시는 덕진공원, 아중호수, 완산칠봉, 모악산을 4대 관광지로 정하고 각각의 개성을 살린 특색 있는 공간들을 조성중이다. 이를 통해 아중호수엔 케이블카가 다니고, 아름다운 조명이 덕진호수의 밤을 수놓게 된다. 완산칠봉은 문화·체험·힐링이 함께하는 구도심 관광거점으로 거듭나고, 모악산은 캠핑 관광의 중심지가 된다. 시는 콘텐츠와 기반시설 구축에 집중해 비전을 하나하나 현실화하고 있다. 4대 관광지 개발로 한 단계 더 발전할 전주 관광의 미래에 관심과 기대가 쏠린다. / 편집자 주 △ 덕진공원, 야간관광의 명소로 거듭 전주를 대표하는 도심 속 친수공간 덕진공원이 야간경관을 비롯한 다양한 관광 콘텐츠를 더해 다채로운 매력이 넘치는 관광명소로 다시 태어난다. 전주시는 오는 2028년까지 648억 원을 투입해 덕진공원의 관광인프라를 개선하고 콘텐츠를 대폭 강화해 시민과 관광객을 위한 힐링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먼저 연꽃군락지 인근에 호수를 조망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수변쉼터가 마련된다. 시는 아름다운 연꽃을 배경으로 한 포토존 공간을 꾸며 젊은 층 유입을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또 남측 공원 입구 쪽엔 외부에서도 덕진호수와 연화정이 보이도록 개방감 있는 열린광장이 만들어진다. 시는 올해 서쪽 연지문 인근에 전통담장길 조성을 마무리했고 호수 바닥퇴적물 준설을 위한 호수 준설공사도 완료했다. 연화교 서편은 수심 2.5m 이상을 확보해 아름다운 호수 경관을 만들고, 동편은 연꽃이 성장하는 데 이상적인 수심인 1m 이하를 유지해 연꽃군락지를 조성하고 연꽃특화 공원 이미지를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덕진공원의 밤을 더 다채롭게 바꿔놓을 야간경관 미디어콘텐츠 구축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시는 연화정도서관과 벽진폭포에 프로젝션 맵핑을 이용한 야간 미디어 콘텐츠를 구축했다. 연화정도서관은 별똥별·소원을 주제로 한 영상이 한옥과 마당을 가득 채우고, 벽진폭포엔 사랑을 주제로 한 콘텐츠가 폭포 벽면에 펼쳐진다. 시는 오는 10월부터 매주 금·토요일 밤에 야간경관 미디어콘텐츠를 1일 3회 상영할 계획이다. 상영시간은 계절별로 탄력적으로 운영된다. △ 한옥마을과 케이블카로 연결될 아중호수 전주 동부권에 자리한 또 다른 도심 속 친수공간인 아중호수도 전주의 문화와 역사 속에서 휴식하는 관광명소로 재창조된다. 시가 발표한 아중호수 관광명소화 계획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중호수와 한옥마을을 관광벨트로 연결하는 전주관광 케이블카다. 시는 한옥마을에서 기린봉, 아중호수를 지나 호동골 지방정원으로 이어지는 약 3㎞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해 전주여행의 새로운 필수코스를 만들고 한옥마을에 집중된 관광객을 전주 동부권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또 케이블카 승강장이 설치될 호동골 양묘장 일대는 오는 2025년부터 각각의 주제를 가진 3개 정원지구 및 14개 주제별 정원과 휴식·문화공간 등을 품은 ‘전주 지방정원’으로 거듭난다. 이외에도 기차가 끊긴 후 방치됐던 폐터널(고덕터널)은 우주를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테마 코스로 채워진 ‘아중호수 바람터널’로 다시 태어나고, 책·자연·휴식이 어우러지는 아중호수 도서관 건립도 내년 4월 개관을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울러 아중호수 인근 무릉마을 일원에는 후백제 왕도유산을 활용한 역사공원이 들어서 후백제에 대한 올바른 역사적 인식을 확산할 계획이다. 또, 후백제 역사공원이 조성되는 무릉마을에서 동부대로 왜망실 방면까지 약 1.3km 구간 기존 도로를 확장해 아중호수와 주변 관광 수요 증가에 대비하기로 했다. 덕진공원과 더불어 아중호수의 밤도 볼거리로 가득 찬다. 시는 2025년까지 총 40억 원을 투입해 아중호수만의 특별한 디지털 야간경관 콘텐츠를 구축하기로 했다. 아중호수와 주변 자연경관의 특색을 드러내는 경관시설이 구축되고, 수변공간 내 미디어아트 등 개성 넘치는 미디어콘텐츠들이 방문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시는 기본설계 및 경관성 검토용역을 추진해 야간경관 콘텐츠 구축 방안을 수립하고 2025년 말까지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 완산칠봉, 구도심의 또 다른 관광명소로 봄철 꽃동산으로 유명한 완산칠봉도 한옥마을과 연계한 구도심 관광거점으로 거듭난다. 먼저 시는 ‘완산칠봉 한빛마루 공원’을 조성해 완산칠봉과 초록바위의 특수성과 역사성을 살리면서 노후화된 시설물을 대대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시는 오는 2025년까지 총 206억 원을 투입해 6만 110㎡ 부지에 △랜드마크 지구 △힐링캠프 지구 △플라워갤러리 지구 △힐링로드 등 4개 지구를 조성해 시민과 관광객을 위한 힐링 공간을 만드는 중이다. 또, 한빛마루 공원을 찾는 방문객이 전주한옥마을 등 전주의 야경을 조망하고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야간 경관시설도 설치될 예정이다. 이에 더해 완산칠봉 전망데크 조성, 완산공원 진입로 확장 개설, 임시주차장 조성 등 주변 인프라도 확충하고 있다. 한편 개관한 지 35년이 경과한 완산도서관이 지난 7월 리모델링해 재개관했다. 새로운 완산도서관은 1층엔 문화공간, 2층엔 종합자료실, 3층엔 글쓰기 특화도서관의 특색을 살린 ‘자작자작 책 공작소’가 자리해 책·예술·미디어가 어우러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됐다. 또 오래된 폐벙커를 빛과 우주를 테마로 한 문화관광시설로 재구축하는 ‘완산벙커 더 스페이스’도 내부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내부 관람 길이가 280m에 이르는 완산벙커는 미디어아트를 활용한 전시·체험형 콘텐츠로 가족 단위 관광객을 겨냥한 새로운 관광명소가 될 예정이다. △ 모악산 관광지로 캠핑관광 수요도 충족 많은 전주시민이 등산을 위해 발길을 옮기는 ‘어머니의 산’ 모악산은 전주를 대표하는 생태관광 랜드마크로 다시 태어난다. 시는 등산객들이 지나가는 통로 정도로만 활용되고 있던 중인동 일대에 2027년까지 총 618억 원을 투입해 최신 관광 트렌드를 반영한 복합 캠핑시설을 조성하기로 했다. 새롭게 조성될 모악산 관광지는 △캠핑존 △감성존 △놀고랜드존 등 3개 핵심 공간으로 구성된다. 먼저 캠핑존은 전주 최초의 공공 캠핑장으로 자연 속에서 숙박할 수 있는 트리하우스와 글램핑, 오토캠핑장 등 다양한 캠핑 숙박시설과 잔디광장, 주차장 등 편의시설이 갖춰진다. 캠핑존 옆에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감성존이 들어선다. 도계 소류지를 활용한 수변 테크길과 달섬을 조성해 물을 바라보며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고, 야간경관이 아름다운 행복가든, 감성광장, 감성카페, 목공예조형물과 꽃밭, 정원, 경관계단, 포토존 등이 조성된다. 마지막으로 감성촌 북측에 자연 속 다양한 체험을 즐기는 놀고랜드존이 생긴다.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실내·야외 놀이터와 더불어,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요정마을과 풍차, 폭포, 미로 정원, 목공예조형물, 미디어파사드 광장 등이 들어서 방문객들을 매료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시는 241억 원을 투입해 △등산로 9개 노선 정비 △무장애 나눔길 조성 △진입로 확장 △우회도로 개설 △공영주차장 조성 등 기반 시설도 정비할 계획이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아중호수, 덕진공원, 완산칠봉, 모악산에 각 장소의 특성에 맞는 특색 있는 콘텐츠를 채우고 기반시설을 정비해 전주를 대표하는 4대 관광지로 만들 것”이라며 “각 사업을 차질 없이 실행해 돈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는 활기찬 전주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우범기 시장 미니 인터뷰 “전주한옥마을은 1500만 관광객을 넘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덕진공원과 아중호수, 완산칠봉, 모악산 등 4대 관광지를 조성해 전주 관광의 외연을 확장하고 지역경제의 새로운 원동력을 마련하겠습니다.” 우 시장은 “한옥마을 중심의 관광 외연을 도시 전역으로 넓히기 위한 4대 관광지 조성사업을 본격 추진 중”이라며 “도심 속 친수공간인 아중호수와 덕진공원은 각각 전주를 대표하는 호수관광 중심지로 거듭나고, 완산칠봉은 생태힐링 명소로, 모악산은 캠핑관광의 명소로 재창조된다”고 설명했다. 우 시장은 그간 여러 차례 현장 브리핑을 통해 전주관광의 혁신적인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관광산업 발전의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우 시장은 “전주 관광이 극복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당일치기 관광 위주라는 사실”이라며 “다채로운 야간경관을 조성해 전주의 밤을 매력적으로 만들어 관광객들이 머물고 싶고, 다시 찾고 싶은 체류형 관광지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우 시장은 “전주가 가진 문화·역사·관광자원이 바로 우리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며 “전주 관광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 계속 달리겠다”고 말했다.

  • 기획
  • 백세종
  • 2024.09.13 00:00

[추석 특집] 군산시, 아이들 키우기 더 좋은, 가족이 살기 더 행복한 도시로 만든다

현재 우리나라는 저출산 등 심각한 인구 감소 위기를 맞고 있다. 군산도 예외는 아니다. 군산시 인구가 26만 명 붕괴에 이어 출생아수도 1000명 이하로 떨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시 역시 효율적인 인구정책 추진을 위해 다각적으로 정책을 시도하며 대응해 나가고 있는 상황. 실제로 지난 7월 8일 민선 8기 2주년 언론브리핑을 연 강임준 군산시장은 지난 성과와 후반부 시정 방향 등을 설명하며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히기도 했다. 이렇게 시가 육아와 교육 정책에 방점을 찍은 이유는 지방 도시의 고질적인 문제인 인구감소 위기를 극복하고 효율적인 인구정책 추진을 위해서다. 특히 정책 추진에 속력을 더하기 위해서 지난 1월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부시장 직속의 인구대응담당관을 신설, 키음으뜸계(행정지원과 인구정책계)·청년정책계(일자리정책과 청년정책계)·청년지원계(신설)·외국인정책계(신설) 등 업무 분야를 세분화한 것. 조직을 재정비한 시는 올해 키움 으뜸 정책 전망을 현실화하는 다양한 사업을 펼치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주목받는 사업은 △아이돌봄서비스(시간제보육으로 대표되는 양육 부담의 완화) △무상교통과 공공학습 기반 ‘공부의 명수’ 등 중고생 교육 지원 △키움으뜸페스티벌(축제) 등이 있다. 양육의 부담을 키움의 행복으로 시의 여러 정책 중 가장 만족도가 높은 정책은 바로 시간제보육과 아이돌봄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임산부를 포함해 모든 양육 가정(다자녀‧맞벌이‧한 부모 가정까지)의 경제적‧시간적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으로 꼽힌다. 시간제보육은 가정에서 개별적으로 6~36개월 미만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가 일시적 돌봄이 필요할 때 시간 단위로 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이용한 시간만큼 보육료를 내는 긴급돌봄 서비스를 말한다. 서비스 이용은 임신육아종합포털(개인컴퓨터·모바일(이동통신)을 통해 신청 가능하며, 시간당 5000원(국비 3000원, 부모부담 2000원)으로 월 60시간까지 가능하다. 처음에는 3곳만 운영됐으나 현재는 △벧엘 △소룡 △행복이가득한수송 △서희 △토마토 △풍경채 △파란나라, 한마음 등 8곳으로 확대 운영될 정도로 반응이 좋다. 시는 일시적 보육수요의 지속적인 증가로 양육 친화적 보육 시책 확대에 대한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9월에 1개소를 더 추가할 생각이다. 반면 아이돌봄서비스 지원 사업은 부모 맞벌이 등의 사유로 양육 공백이 발생한 가정의 생후 3개월 이상~12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아이돌보미가 직접 찾아가 돌보는 틈새돌봄 서비스다. 이 사업은 시가 올해부터 아이돌봄서비스 본인부담금의 최대 60%를 시비로 확대 지원하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기존에는 이용가정이 소득 기준 유형에 따라 최소 15%부터 최대 100% 전액 부담으로 서비스를 이용했다. 시는 기존 정부 지원을 받던 가정은 정부지원금을 제외한 본인부담금의 60%를 추가 지원하고, 정부 지원이 되지 않던 가정은 본인부담금의 30%를 지원하고 있다. 지원방식은 서비스 이용자가 우선 본인부담금을 납부한 후 다음 달 모바일 군산사랑상품권으로 지원금이 환급된다. 이는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 환급을 통해 지역경제 성장의 선순환 역할까지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공공학습플랫폼(기반)에 이은 중고생 무상교통 지원까지 초중고등학생을 위한 교육 정책에선 ‘공부의 명수’와 최근 실시된 ‘중고생 무상교통’이 단연 눈에 띈다. 공공학습 플랫폼(기반) ‘공부의 명수’는 민선 8기 핵심 사업 중의 하나로 균등한 교육 환경을 마련해줌으로써 소득계층에 따른 교육격차를 없애고 초·중학교 학생들의 자기주도 학습 향상을 꾀하는 사업이다. 군산시 거주 초·중등학생이면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공부의 명수’는 실시간으로 명쾌한 문제 해설을 도와주는 ‘온라인튜터(가정교사)’ 시스템, 진로 상담·자기주도학습 공부법 등을 알려주는 ‘명수상담소’, 영어 프리토킹(자유말하기)을 체험할 ‘영어소통방’으로 진행된다. ‘공부의 명수’는 참여자 만족도 조사에서 96%를 기록하며, 학생들의 자기주도 학습 능력을 키우고 기초학력 증진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산시의 ‘중고생 무상교통사업’ 역시 민선 8기 공약으로 지난해 11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올해 9월부터는 중학생까지 혜택을 받게 됐다. 무상교통비는 군산지역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이용요금에 대해 월 최대 5만 원 한도 내에서 지원되며 학교 밖 청소년도 지원 된다. 대상은 만 13~15세 중학생 7,600여 명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중·고생 무상교통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올해만 12억 원이다. 시에 따르면 중고생 무상교통 사업은 다양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청소년들의 대중교통 이용 증가는 물론 에너지 환경비용 절감, 교통 혼잡 완화는 물론 나아가 운수업체들의 운송 수입도 눈에 띄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군산시 조사 결과 시행 전인 지난 2023년도 1~5월 운수사업의 운송 수입은 38억 6000만 원에 불과했지만, 시행 후인 올해 1~5월 운송 수입은 41억여 원으로 2억 4000만 원 가량이 늘어났다. 중학교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기계발장학금’도 반응이 좋다. 학생이 자신의 관심 분야를 스스로 자유롭게 실행해 볼 수 있도록 기획한 이 사업은 1년에 4기로 나눠 신청할 수 있다. 지금은 3기 9월, 4기 11월 과정이 남아있다. 선발된 학생들은 1인당 최대 15만 원의 탐구 비용을 군산사랑상품권으로 지원받는다. 양질의 계획을 수행한 학생에게는 장학금 기회를 한 번 더 주고, 우수 활동자는 군산교육발전진흥재단이 추진하는 세계 문화탐방에 참여할 기회도 생긴다. 육아 인식 개선과 가족 친화적 사회 분위기 조성 지금까지 시는 출산율 감소·고령화뿐만 아니라 청년 인구의 수도권 유출을 막기 위해 시민이 체감하는 맞춤 정책 발굴에 지역 역량을 결집했다. 이와 더불어 육아에 대한 인식과 가족친화적 사회 분위기를 위한 홍보도 병행했다. 세계 인구의 날(7월 11일)을 맞아 7월 6일 열린 ‘키움으뜸페스티벌’은 대표적인 사업으로, 다양한 가족참여 프로그램을 제공해 인구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 향상 및 가족 친화적 사회 분위기 조성에 도움을 줬다. 이 중에서도 총 241 작품이 접수될 정도로 인기를 모았던 ‘아빠 육아 사진 공모전’은 달라진 부부 사이 육아 인식을 보여주는 사례다. 아이를 재우고, 놀아주고, 때로는 육아의 피곤함 속에 쪽잠을 자는 모습으로 등장한 아빠들은 집안의 생계만을 책임지는 가장이 아닌 적극적인 육아 참여와 주 양육자로 당당하게 등장했다. 이는 공동 육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이기도 하다. 미혼남녀를 위한 ‘두근두근 인연만들기’도 주목받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올해 군산시가 처음으로 추진했으며 바쁜 일상으로 만남의 기회가 적은 청춘 남녀를 위한 만남을 성사시켜주는 사업이다. 1기에서는 15쌍 중 10커플이 연결됐고, 2기 만남은 10월에 추진될 예정이다. 더딤부터 으뜸까지 혁신 배움의 사다리 구축 지난 7월 시는 교육부가 주관한 '교육발전특구 2차 시범지역'으로 선정됐다. 교육발전특구는 비수도권 지자체와 교육청이 대학, 지역 기업 등과 협력해 지역발전을 목표로 지역교육 혁신과 지역인재 양성 등을 지원하는 종합 정책이다. 그동안 시는 인구감소에 따른 지역소멸 문제를 교육으로 해결하고, 지역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은 인재가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선순환 체계 조성을 위해 매년 100억여 원의 교육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번 선정으로 시는 3년간 90억 원 이상 국비를 지원받는다. 시는 ‘돌봄에서 정주까지, 가족정주도시 조성’을 목표로 든든한 돌봄사다리, 쟁쟁한 배움사다리, 촘촘한 취업이음 사다리, 탄탄한 어울림 사다리 등 4개 추진전략을 세웠다. 이를 통해 시는 △지역책임 돌봄 체계 구축 △초‧중‧고 공교육 경쟁력 강화 △지역산업 연계 인재양성에 이르는 다양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 정주여건 개선과 지역 활성화를 일으킬 절호의 기대로 보고 있다. 시는 앞으로 지역 특성을 살린 교육시스템을 구축해 지역 정주체계를 조성하면 궁극적으로 군산이 '교육 으뜸 도시'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들 키우기 더 좋은, 가족이 살기 더 행복한 군산으로 시는 신원식 부시장 주관로 ‘키움으뜸 가족행복 도시’ 조성을 위한 주택 및 일과 가정양립 관련 인구정책 전략회의를 연속적으로 열고 있다. 심각한 당면 과제인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한 삶의 질 향상과 체감도 높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우선 시는 올해 반응이 좋았던 사업을 확대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출생아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출산 장려 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취지의 출산지원금과 아이돌봄서비스는 상향 지원될 것으로 보인다. 신규 사업의 경우는 △청년‧신혼부부, 다자녀가구의 주거 부담 완화를 위한 군산형 공공주택 지원 사업인 가칭 ‘만원의 꿈담주택’ △임산부‧맞벌이‧다자녀‧한부모 가정의 가사서비스 지원으로 가사 노동의 부담을 줄여주는 ‘군산형 가사서비스’가 있으며 이들 사업은 일・가정 양립을 도와줄 또 하나의 사업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외에 임신·출산·육아의 모든 정보를 한곳에서 볼 수 있고, 주요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는 통합기반 ‘키움의 명수’ 신설도 주목할 만하다. 시 관계자는 “아이 낳아 기르기 좋은, 청년이 지역에 정착해 살기 좋은 군산을 만들기 위해 모든 행정 역량을 결집할 것이다”라면서 “실무진과 논의된 사업을 지역 특성에 맞게 현실화해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체감도 높은 사업을 골라 내년부터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 기획
  • 이환규
  • 2024.09.12 17:31

[추석 특집] ‘바쁘다 바빠’ 일손부족에 대응하는 고창군의 슬기로운 방법

민선 8기 고창군이 지역 농촌 3대 현안과제인 소득과 일손, 복지 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붙였다. 특히 올해 1500여명에 달하는 외국인계절근로자의 입국으로 일손부족 문제가 상당부분 해결됐다. 2024년 추석을 맞아 농촌 일손부족에 대응하는 고창군의 슬기로운 방법을 살펴봤다. 고창군 외국인계절근로자 1500명 입국 고창군에서 1년 중 제일 바쁜 계절을 꼽으라면 단연 가을이다. 들녘 곳곳에선 고창군 대표 농산물의 수확이 한창이다. 농작업에 기계화가 많이 진행됐다지만 과실 수확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고창군은 농촌인력 부족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외국인계절근로자 도입’과 ‘농업근로자 인건비 안정화’를 안정적으로 시행 중이다. 올해 캄보디아, 베트남 등 전체 계절근로자 입국 예정인원은 무려 1500여명에 달한다. 지난해 입국한 전체 계절근로자 600명의 2배를 뛰어넘고, 고창군 성송면(1677명)의 전체인구와 맞먹는다. 특히 지난 5월 대산면에 연면적 950.4㎡ 규모로 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도 전국 최초로 문을 열었다. 1층에는 공동 취사장, 다목적실이, 2층부터 4층까지는 2인실 숙소로 구성돼 있다. 근로자는 안정된 주거공간과 단체 생활을 통한 빠른 현지 적응이 가능하다. 또 농업인도 가까운 곳에서 부족한 농촌 인력을 확보할 수 있어 농번기 인력난 해소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전국1호 농업근로자 기숙사’는 전남 나주 공무원교육원 교육생들을 비롯해 전국 외국인계절근로자 유치도시 30여곳에서 기숙사 시설과 운영 노하우를 배워가며 주목받고 있다. 고창군에서 외국인계절근로자는 생산과 소비의 주체로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중요한 존재다. 지역 곳곳에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을 상대로 한 식료품점과 음식점, 주점 등이 들어서고 있고, 활력을 잃어가던 전통시장의 장날에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파가 붐비길 기대하고 있다. 농협 등 지역 은행에서는 외국환거래로 새로운 사업영역이 확장되는 장점이 있다. 고창군은 외국인 계절근로자 근로편익 지원사업으로 △산재보험(4명기준 농가당 85만~100만 원-전액지원) △마약검사비(1농가당 3만 원-전액지원) △성실근로자 항공료(편도-25%/1인당 25만 원) △통역지원(2명-베트남, 캄보디아) △무료건강검진 △사랑의 헌 옷 나눔행사 △관내 주요관광지 견학 등을 통해 근로자의 기본적 권리보장에 힘쓰고 있다. ‘전국최초’ 농촌인력 적정 인건비 운영에 관한 조례’ 안정적 시행 중 앞서 고창군은 지난해 4월 ‘농업근로자 인건비 안정화를 위한 상생 결의 다짐 행사’를 열며 농촌지역내 인건비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며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 당시 행사에는 심덕섭 고창군수를 비롯해 농협조합장, 농업인단체장, 이장단협의회장, 일자리협회 고창군지부 등이 참여했다. 이어 2023년 8월1일에는 전국최초로 ‘고창군 농촌인력 적정 인건비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시행 중에 있다. 군은 적정 인건비를 성실히 준수하는 등 유료직업소개사업을 모범적으로 수행한 업소를 포상할 수 있으며, 적정 인건비를 잘 지킨 농민에게는 각종 농업분야 사업 선정 때 가점을 줄 수 있도록 했다. 내·외국인 가리지 않고 9월에는 적정인건비로 남자 하한 11만 원~상한 13만 원, 여자 9만~11만 원을 제시했다. 시행 1년여를 맞는 현재 고창군의 인건비는 남자 13만~14만 원, 여자 11만~12만 원선으로 인근 타 지자체에 비해 다소 낮게 유지되고 있다. 심덕섭 고창군수 “농촌인력 문제 해결, 국가와 지역의 안위 달려” 2년 전 여름 고창군수로 취임해 농촌 인력문제 해결에 국가와 지역의 안위가 달려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뛰고 있는 심덕섭 고창군수. 심 군수는 “고창군 농촌인력 인건비 운영에 관한 조례는 전국적인 농촌인력 부족 상황에서 지역 농촌과 땀흘려 농사짓는 지역 농업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특히 심 군수는 불법체류자들과 이들과 담합해 인건비를 올리는 브로커 세력에 단호한 메시지를 전했다. 심 군수는 “숭고한 농업현장을 어지럽히는 세력이 지역에 발 못 붙이도록 농업인, 직업소개소, 행정기관 모두가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며 “앞으로도 정당하고 타당한 조례를 적극 홍보하면서 농업인 및 근로자들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풍요로운 농촌환경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심 군수는 쌀 중심의 농업에서 특화작물 중심으로 옮겨가는 지역 농업은 고용인력을 많이 요하는 밭농업, 시설농업 중심의 구조이고 앞으로 이 추세는 가속화될 것으로 봤다. 심 군수는 “앞으로 외국인 근로자가 장기적으로(합법적) 체류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고, 정부를 비롯해 타 지자체와도 협력해 나가겠다”며 “이와는 별도로 드론방제, 농기계임대, 스마트팜 확대 등을 통해 고된 노동의 부담을 줄이고, 생산력과 소득은 올릴 수 있는 다양한 사업 등을 적극 추진해 가겠다”고 밝혔다.

  • 기획
  • 박현표
  • 2024.09.12 17:00

[추석 특집] 풍요의 계절 가을, 먹거리·볼거리 가득한 익산으로

아직은 한낮 뜨거운 여름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았지만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공기가 느껴진다. 여름철 집 나갔던 입맛이 돌아오고 더위에 엄두가 나지 않던 밤 산책에 나서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가을이 다가오면서 전국 각지에서는 즐길 거리를 찾는 나들이객의 발걸음을 끌어당기기 위해 각양각색의 축제를 마련한다. 익산 역시 지역 관광 자원을 적극 활용한 축제들을 준비했다. 풍요의 계절 가을, 풍성한 먹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한 익산으로 가을 여행을 떠나 볼까. 국내 최대·최초 국가유산 활용 레이저쇼 ‘미륵사지 미디어아트’ 올해로 4번째를 맞이한 익산 미륵사지 국가유산 미디어아트가 지난 6일 개막식을 열고 한 달간의 여정에 돌입했다. 미륵사지는 평소 고즈넉하고 단아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세계문화유산이다. 하지만 국가유산 미디어아트가 열리는 한 달만큼은 미륵사지에 내려앉는 어둠과 함께 화려한 모습을 드러낸다. 국가유산 미디어아트는 최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국가유산과 접목해 우리 유산의 의미와 가치를 새로운 시각으로 전달하는 전시다. 9월 6일부터 10월 6일까지 펼쳐지는 미륵사지 미디어아트에서는 어둠을 밝히는 빛과 작품이 과거와 현대를 잇는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통해 미륵사지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한다. 올해는 ‘미륵사, 천년의 빛: 1400년의 비밀을 탐험하다’를 주제로 역대 최대 규모의 미디어아트를 선보인다. 미륵사지 출토 유적과 유물을 백제시대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까지 확장했고, 1400년의 긴 세월 동안 감춰져 왔던 시간의 이야기를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했다. 특히 올해 축제의 특징은 드론쇼 등 기존의 공연 중심 방식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국가유산을 활용한 화려한 미디어아트 레이저쇼가 펼쳐진다는 점이다. 참신한 볼거리가 관객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할 뿐 아니라 문화유산을 더욱 깊이 이해하는 기회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전국 최대 규모 요리 경연 ‘NS 푸드페스타’ 전국 최고의 맛을 찾는 대표 K-푸드 축제 ‘NS 푸드페스타’가 올해도 익산제4일반산업단지 내 하림 퍼스트키친에서 열린다. NS 푸드페스타는 익산에 본사를 둔 향토기업 하림그룹 계열사 NS홈쇼핑이 익산시와 학술단체, 공공기관 등과 함께 손을 잡고 개최하는 거버넌스형 음식 축제다. 지난 2008년부터 이어져 온 전국 최대 규모 식품문화축제로 2022년부터는 익산시로 장소를 옮겨 매년 개최되고 있다. 이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푸드페스타에서는 요리 경연과 수상작 미식회, 식품 스타트업 경진대회, 쿠킹 클래스, 소스산업 기술 교류 세미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또 미식 투어, 프레쉬 마켓, 청년 창업 상생마켓 등 전시·체험과 시식·판매 부스도 운영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가장 관심을 끄는 행사는 전국 요리 경연이다. 올해는 서류 심사부터 치열한 경쟁이 펼쳐져 실제 228팀이 지원, 3.8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뉴욕 미슐랭 가이드 식당 출신을 비롯한 현직 셰프와 조리·식품 전공 학생 등 업계 종사자의 참가가 눈에 띄게 늘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韓)문화 발상지에서 열리는 ‘마한문화대전’ 한(韓)문화 발상지 익산은 고조선에서 마한을 거쳐 백제로 이어지는 역사적 정통성을 계승하고 있다. 이 같은 역사를 기반으로 익산에서는 백제왕도 익산을 주제로 하는 서동축제와 마한문화대전이 매년 열리고 있다. 올해 열리는 제55회 마한문화대전은 익산 금마면 서동공원과 마한박물관 일원에서 펼쳐진다. 익산시민의 날이자 개천절인 10월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시민을 즐겁게 할 예정이다. 여러 소국으로 이뤄진 연맹국가였던 마한의 특색을 반영해 마한생활존, 마한음식존, 마한문화존 등 주제별로 축제장 구역을 나눴으며, 관람객들은 구역별 테마에 맞게 마한 시대를 경험하게 된다. 마한생활존에서는 마한의 의복과 장신구, 문신, 철제유물 타각, 집 만들기, 토기 만들기 등 체험을 즐길 수 있고, 마한음식존에서는 불 피우기와 부뚜막·음식 체험이 진행된다. 또 마한문화존에서는 솟대 만들기 체험과 유적 발굴 체험, 유적 사진 전시, 유물 전시, 소도제 재현 행사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낮부터 밤까지 빛나는 국화 향연 ‘익산 천만송이 국화축제’ 익산의 가을을 대표하는 ‘익산 천만송이 국화축제’가 올해 스물한 번째 막을 연다. 오는 10월 18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는 축제는 관람객들에게 그윽한 국화 향기를 선사해 가을 여행의 진수를 오래도록 간직하게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익산 천만송이 국화축제에는 이름에 걸맞은 전국 최대 규모의 국화 정원을 비롯해 국화 분재와 각종 문화·예술 공연, 음악 분수, 체험 행사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전시는 중앙체육공원과 신흥근린공원, 미륵사지, 익산역 등으로 분산 진행되며, 축제 이후 11월 3일까지 이어진다. 국화축제는 도시와 농업이 상생하는 축제다. 익산시농업기술센터와 농가들이 정성 들여 키운 5만 6000개의 국화 화분이 청초한 자태의 꽃망울을 터뜨린다. 특히 익산의 국화축제는 수준 높은 국화 작품을 전시·판매·홍보하는 관광 상품으로 유명하다. 지역에서 개발한 신품종 국화가 전시되고, 분재전시관에는 200여 점의 다채로운 국화 분재가 공간을 가득 채운다. 축제 기간 지역 특산물 시장도 열린다. 꽃으로 보는 재미를 느꼈다면, 농특산물 판매장에서는 다양한 먹거리와 특산품을 구경하고 구매하며 배를 채우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 기획
  • 송승욱
  • 2024.09.12 17:00

[추석 특집] 완주군, 인구 10만 시대 활짝⋯전북 경제 중추 우뚝

완주군이 민선8기 들어 경제지표가 수직상승 하면서 전북지역 4대 도시 진입을 목전에 뒀다. 지난해 전국 군 단위에서 인구 최다 증가 기록을 세워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1인당 GRDP 압도적 1위, 산업단지 규모, 지방세수, 수출액, 문화지표까지 전북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경제는 전북을 넘어 전국 군 단위 1위를 목표로 세울 정도로 완주군의 성장은 눈부시다. 전북의 발전을 견인하고 있는 완주군의 각종 지표를 분석해 본다. 인구 전국 군 단위 최다 증가, 10만 시대 개막 올해 8월 말 기준 완주군의 인구는 9만 9023명이다. 전주, 군산, 익산, 정읍에 이은 다섯 번째로 4위인 정읍시와 인구는 불과 3521명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완주군의 성장세로 보면 전북 4대 도시 진입이 멀지 않았다. 완주군 인구는 민선 8기 출범 이후 2년간 7889명이 늘었다. 최근 10년 중 최다 인구다. 외국인을 포함하면 10만 3578명으로 이미 10만 인구를 돌파했다. 또한 작년 한 해 귀촌귀촌 인구 8314명이 완주군으로 유입되어 통계청이 귀농귀촌 통계를 발표한 2015년 이래 9년간 전북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3년 주민등록 인구통계에서는 전국 군 단위 인구 증가 1위라는 기록을 세워 전국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인구가 수직상승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하며 완주군의 인구 상승 비결을 분석하기도 했다. 인구 지표는 경제, 문화, 복지, 주거 여건 등 모든 수치를 총괄하는 지표다. 실제 완주군은 산업단지를 주축으로 많은 일자리가 있고, 직장인들이 주거 여건을 이유로 인근 도시를 베드타운으로 이용해 왔다. 이에 군은 삼봉지구, 운곡지구 등 주거단지를 개발하면서 정주 여건을 개선해 왔다. 각종 복지혜택과 문화, 주거 환경을 누리기 위해 완주군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이 완주군에 주거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완주군의 전체 인구 중 청년(18~45세) 인구가 29.9%, 중장년(46~64세)가 31.7%인 것이 이를 방증한다. 꾸준히 상승 중인 경제지표 특히 완주군의 경제지표는 괄목할 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활동별로 얼마만큼의 부가가치가 발생됐는지를 나타내는 1인당 GRDP를 보면 완주군은 압도적 전북 1위다. 완주군의 1인당 지역총생산(GRDP)은 5739만 원으로 도내 압도적 1위다. 2위 지역(4040만 원)과도 절대적 우위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북도에서 공표한 ‘2021년 기준 전북 지역내총생산(GRDP)’을 바탕으로 1인당 GRDP를 해당 연도의 7월 1일자 인구인 연앙인구로 추계한 결과 완주군은 전년 대비 532만 원이 증가한 5739만 원을 기록했다. 완주군의 1인당 GRDP는 지난 2018년 5000만 원을 돌파한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2021년에는 전년대비 532만 원(10.5%)이 증가해 도내에서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특히, 완주군의 1인당 GRDP는 전북 평균 1인당 GRDP(3119만 원)보다 1.84배에 달해 전북의 대표 경제도시로 우뚝 서고 있다. 그동안 완주군은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현대자동차, KCC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입주하고 있어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이뤄 왔으며, 지속적인 투자유치와 지역 기업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 등이 1인당 GRDP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산업단지 규모에 있어서도 완주군은 320만 평으로 전국적으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여기에 50만 평의 수소특화국가산단이 추가로 조성될 예정으로, 완주군은 370만 평이라는 전북 최대 규모의 산단 집적화를 이뤄낼 수 있게 됐다. 수소용품 검사지원센터, 사용 후 연료전지 기반 구축, 신재생연계 ESS안전성 평가센터, 수소사용차 실차기반 신뢰‧내구성 검증센터, 세계 최고수준의 수소생태계를 기반을 구축, 수소차 폐연료전지 자원순환을 위한 시험인증 특화센터 조성까지 세계 최고수준의 수소 생태계 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완주군은 이미 수소경제 주도권을 확보했다. 수출 규모도 완주군은 7억 7070만 달러로 전북의 19.5%를 책임지고 있다. 전북 수출액통합지원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완주군의 수출액은 군산, 익산에 이어 3위다. 문화지표도 ‘껑충’ 관광거점도시 위상 제고 완주군은 경제지표만 개선된 것이 아니다. 문화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완주문화도시 성과평가에서 2022년 최우수도시, 2024년 우수도시에 지정됐으며, 전국지역관광추진조직(DMO) 사업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안았다. 또한 완주문화재단의 경영실적평가는 5년 연속 최고 등급이다. 또한,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 데이터랩의 자료에 따르면 완주군 방문객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1,311만 명으로 전주, 군산, 익산에 이어 전북에서 4번째로 많았다. 전년 대비 3.8%가 늘어난 수치다. 익산시는 1396만 명으로 추월이 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실제 완주군은 6, 8월 방문객이 익산시보다 많았는데 이는 운주계곡, 동상계곡 등 완주군의 대표 여름 관광지가 한몫했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은 통신사, 카드사, 내비게이션 데이터를 토대로 방문객을 분석하고 있다. 방문자는 거주, 통근, 통학 등 일상 생활권을 벗어나 관광 등의 목적으로 머무른 사람을 통계로 잡고 있다. 상주인구, 지역을 통과하는 인구, 통근하는 인구, 방문 횟수가 많은 방문자를 제외해 정확성이 높다. 유희태 완주군수 “완주군은 계속 성장하는 도시” 유희태 완주군수는 완주군이 전북을 대표하는 도시로 급성장한 것은 시의적절한 정책추진과 실행력을 꼽았다. 완주군이 미래 산업인 수소를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대응해 수소특화 국가산단을 끌어안았고, 각 관련 기관까지 유치에 성공하면서 기반 구축에 성공했다. 또한, 테크노 제2산단의 분양률이 저조하자 가용 인맥을 총동원해 기업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유 군수가 로젠을 유치하기 위해 직접 본사를 두 차례나 방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민선8기 들어 1조 1450억 원에 달하는 총 36건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취임 당시 30.6%였던 테크노밸리 제2산단 분양률은 올해 8월말 실계약 기준 90%로 껑충뛰어 실질적으로 완판이 목전이다. 유 군수는 “완주군이 경제적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직원들과 정치권, 군의회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며 “주민들의 성원도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 유 군수는 기업유치, 수소산업 역점 추진, 문화 산업 진흥으로 완주군의 지표를 한단계 더 성장시킬 계획이다. 유 군수는 “완주군은 계속해서 성장하는 역동적인 도시다”며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완주군의 미래 100년을 보고, 성장동력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 기획
  • 김원용
  • 2024.09.12 17:00

[추석 특집] 장수군 ‘한국의 샤모니’ 국제 산악관광 메카 꿈꾼다!

전북특별자치도 동부 산악지역 중 아름다운 산과 숲으로 둘러싸여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하고 있는 장수군. 해발 1000m를 넘는 장안산과 팔공산을 품고 전체 면적의 73% 이상이 산지로 둘러 싸여져 자연을 사랑하는 여행자들에게 이상적인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장수군은 이런 자연환경을 이용해 국제 산악관광지구로 발돋움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있는 ‘장수 트레일 레이스’와 공모사업으로 추진되는 ‘장수 트레일 빌리지’ 조성을 통해 국제적인 산악 관광지로의 지위를 공고히 해 ‘한국의 샤모니’ 국제 산악관광 메카로 급부상하고 있다. 푸르른 자연을 달리다, 장수 트레일 레이스 장수만의 특색있는 산악마라톤 ‘장수 트레일 레이스’는 장수러닝크루(대표 김영록) 주최·주관으로 2022년 첫 개최된 이후 국내·외 산악마라톤 애호가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장수의 주요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는 산악코스는 20K부터 100K 울트라 코스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장수의 매력에 대회 참가국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 개최된 ‘제3회 장수 트레일 레이스’에 해외 13개국의 선수들을 비롯한 1,200여 명의 트레일 러너들이 푸르고 울창한 장수의 숲을 달렸다. 장수군의 뛰어난 자연환경과 마을 주민의 환대는 선수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 대회는 해가 거듭될수록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명실상부한 국제 대회로 거듭나고 있다. ‘장수 트레일 레이스’는 지역 주민과 어우러지는 대회라는 점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조용하고 여유로운 청정자연 도시에서 열리는 큰 대회를 어색해하던 주민들도 어느새 벨을 흔들며 응원을 해주고 코스 중간중간 마을보급소에서 직접 만든 음식을 나눠주기도 한다. 여기에 지역의 학생들까지 자원봉사자로 나서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최초 대회가 발전하면서 장수군에는 크고 작은 트레일 레이스가 개최되며 대회의 다양성을 갖추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쿨밸리 트레일 레이스’가 열렸고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간 ‘제4회 장수 트레일 레이스’가 열린다. 또 오는 10월 19일에는 전국 최초로 반려견과 함께하는 산악마라톤 ‘제1회 케니크로스 장수(장수 반려견 트레일 레이스)’가 예정돼 있어 주민들의 관심도 높다. 한국의 샤모니, 장수 트레일 빌리지 장수군은 트레일 레이스 사업과 연계되는 트레일 빌리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장수읍을 중심으로 지역 청년들과 로컬 그리고 트레일 러너를 잇는 트레일 스트리트(테마 거리)와 광장, 힐링스테이션 등을 조성해 청년들이 직접 참여하고 운영하는 트레일 빌리지(테마 마을)를 만들어 간다는 방침이다. ‘장수 트레일빌리지’ 사업은 2023년 로컬브랜딩사업 공모 선정에 이어 2024년에 지역특성살리기사업 공모에 선정돼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게 됐다. 이에 군은 올해 9월부터 2025년까지 빌리지 조성에 힘쓸 계획이다. 특히 외딴 마을 10곳에 마을보급소(CP)를 추가적으로 조성해 대회 시 선수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보급소로 활용되고 평상시에는 상설보급소 자체를 관광화 해 주민들이 지역특산물을 판매하거나 소통하는 장소로 활용한다는 아이디어가 눈에 띈다. 이에 더해 트레일스트리트에는 ‘미디어 파사드(건물 외벽에 LED 조명을 비춰 영상을 표현하는 기법)’를 상징적인 군의 랜드마크로 조성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장수군은 트레일 빌리지가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장수를 깊이 있게 탐방하고, 지역 주민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상생의 모델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블랙야크와 민·관 협력 지역상생 협약 장수군은 ‘K-샤모니, 장수군 조성 사업’을 통해 지역 특화 발전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고 100대 명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블랙야크와 손을 맞잡았다. 지난 4월 ‘BYN블랙야크그룹’과 장수군 산림레포츠 기반 구축 및 활성화를 위한 민·관 협력 지역 상생 협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6월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공모사업에 선정돼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게 됐다. 이를 통해 전국 최장 10km 메타세쿼이아 산악길(트레일 로드)과 수준별 산악자전거길(MTB 로드) 등을 전문성 있게 구축하고 오는 11월부터 장수군 맞춤형 산악 레저 분야를 활성화해 나갈 예정이여서 ‘한국의 샤모니’ 국제 산악관광 메카로 꿈을 실현하는데 한걸음 더 다가갔다. 최훈식 장수군수 "장수군의 미래 전략 마련에 집중" “단기적인 눈앞 성과보다 깊은 고민으로 장수군의 미래 전략 마련에 집중하겠습니다” 최훈식 군수는 “최근 외부에서 장수군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고 밝히며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과도 중요하겠지만, 장수군의 강점인 천혜의 자연환경과 고랭지 기후를 활용해 백년대계를 그려가는 장기적인 미래 전략들이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전북의 변방으로 소외된 장수가 전화위복이 되어 청정하게 남아있는 자연환경을 차별화된 잠재력으로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그는 “장수를 산악 레저의 중심지로 성장시키고 ‘한국의 샤모니’이자 국제산악관광지구로 만들어 국내외 관광객들이 장수에서 더 오래 머물도록 하고자 한다”며 “대표적으로 ‘트레일레이스’ 대회 개최 시 대회 참가자들은 물론 군민들의 호응도 뜨거워 지역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고 밝혔다. 산악관광사업이 장수군의 미래 발전에 큰 전환점이 될 청년인구와 생활인구 유입에 불 댕길 것이란 믿음이 굳건하다. 최훈식 군수는 "장수군의 발전을 기원하는 같은 마음(同心)으로 군민과 동행(同行)하며 올해 많은 성과를 이뤘다면서 군민들께서도 한 해의 수확과 함께 사랑하는 분들과 풍요로운 한가위 보내시길 바란다"고 끝맺었다.

  • 기획
  • 이재진
  • 2024.09.12 17:00

[추석 특집] 이번 추석연휴엔 전통과 현대, 생태가 공존하는 남원으로

처서가 지나면서 선선한 가을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것이 여행가기 참 좋을 요즘이다. 게다가 우리 민족고유의 명절인 추석명절도 있다. 예전 같으면 이런 날씨에 많은 여행객들이 들로 산으로 전국을 찾았겠지만 요즘은 도심관광이 인기다. 이런 관광패턴에 안성맞춤인 곳이 바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관광지가 풍부한 남원이다. 남원은 광한루원을 중심으로 도심 곳곳이 전통관광지로 조성돼 있고 도심관광은 물론, 생태관광까지 둘러볼 곳이 많다. 그런 남원으로 훌쩍 떠나보자. 춘향(春香)의 정취만 있는 것이 아닌 남원 남원하면 누구나 남원의 상징인 광한루원을 떠올리는 게 당연지사. 그러나 이곳에서 춘향의 정취만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남원관광지 RE-PLUS사업’에서 주말마다 펼쳐지는 ‘월광포차’가 있기 때문이다. RE-PLUS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계획공모형 지역관광개발사업으로 기존의 전통문화에 국한된 남원 관광의 이미지를 높이고 지역 문화자산 발굴을 통한 새로운 관광콘텐츠 개발을 목표로 추진하는 사업으로 매주 낭만과 즐거움이 가득한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대표적인 것이 금요일 밤 열리는 ‘별멍달멍’과 토요일에 경외상가에서 열리는 ‘월광포차’등이 그것이다. 별멍달멍은 광한루원이라는 특별한 장소에서 ‘힐링’과 ‘쉼’을 주제로 개발된 치유 프로그램으로 올해부터는 치유 울림 핸드팬, 싱잉볼 명상, 아로마 명상 요가 등 다양한 콘텐츠에 사전 버스킹도 진행돼 광한루원을 찾은 방문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발표한 2024 관광 트렌드 중 하나인 ‘쉼이 있는 여행’이 높은 관심을 보여 한 달 전 사전 예약 마감으로 인기를 증명하는 별멍달멍 프로그램은 네이버 ‘남원시관광협의회’를 통해 사전 예약이 가능하다. 매주 토요일 광한루원 서문 경외상가에서는 지난 1990~2000년대 감성의 레트로 포장마차 거리가 열린다. 월광포차는 춘향제에서 주목을 받았던 ㈜더본코리아(대표 백종원)의 레시피와 남원의 농산물로 만든 다양한 먹거리와 90년대를 풍미한 김장훈, 김종서 등 인기 가수들의 특별공연을 함께 즐기는 관광 프로그램으로 이번 추석연휴에는 가수 왁스가 출연, 무대를 꾸민다. 또한 특별공연 전후로 진행되는 시민과 관광객이 직접 참여해서 꾸며지는 ‘행운의 94 노래방’과 ‘월광포차 DJ파티’까지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돼있어 많은 방문객들이 찾고 있는 상황이다. 생명의 숲을 화폭에서 만나라.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구도심에서 전통공연과 한복체험을 만끽했다면 가족·친지·연인과 호젓하게 전시여행을 즐기고 싶기 위해선 길 건너 함파우쪽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으로 향해야 한다. 김병종미술관은 남원이 낳은 세계적 화가인 김병종 화백이 본인의 대표작 400점 이상의 작품을 남원시에 무상기증하면서 2018년 개관한 전원형미술관이다.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찾아와 미술작품 뿐 만 아니라 자연을 감상하고 마음을 치유하는 복합 문화시설로서 이제는 남원의 대표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지난 2021~2022년에 ‘한국관광 100선’(문체부, 한국관광공사 공동주최)에 선정, 올해 ‘강소형 잠재관광지’(한국관광공사 주최)로 선정된 바 있는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에서 지난 9월 3일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전시 신소장품전 ‘남원南原에서’를 개막했다. 이에 따라 이번 전시에서는 2018년 이후 수증과 구입을 통해 지속해서 수집해온 작품들을 공개하는 전시로 구성돼 김병종 화백의 작품뿐만 아니라 남원에서 태어난 작가, 남원을 삶의 터전으로 삼은 작가, 우연한 기회에 남원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의 작품 등 4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이 전시에서 공개되는 신소장품의 작가는 김병종, 김아람, 김희선, 류영근, 박강용, 방귀자, 박연옥, 박향진, 성애바, 이경섭, 이흥재, 장홍철, 주소이, 레데츠키 아드리안이다. 이렇게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은 만큼 지역 미술관의 새로운 모델이 되고 있다고 평가받는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에 방문해서 다채로운 미술세계를 만끽하는 건 어떨까. 전시는 2025년 1월 12일까지이다. 미술관은 매주 월요일 휴관하며, 무료 관람이다. 아름다운 숲, 행정마을 서어나무 숲 한편 남원에는 생태와 생명의 보고를 나타내는 힐링지도 있다. 2000년도 제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마을 숲 부분 대상을 차지한 생명의 숲, 운봉읍 행정마을 서어나무 숲이 그것이다. 지리산둘레길 제1구간에 있는 운봉읍 행정마을 서어나무 숲은 약 1600㎡(500평)의 면적에 평균수령 200년 이상의 서어나무 100여 그루가 가족처럼 옹기종기 모여 한 곳에 터를 잡고 살고 있어 남원만의 또 다른 힐링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이곳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에서 춘향이 짙은 녹음 속에서 붉은 치마를 나부끼며 한 마리 나비마냥 그네를 타던 곳이기도 하다. 특히 숲속 기온이 늘 섭씨 15도 안팎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더할 나위 없는 휴식지로 많은 이들이 힐링지로 찾고 있다. 서어나무 숲이 자리 잡은 이곳 행정마을은 지리산 둘레길 1코스에 속하는 마을로 많은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일상의 번뇌와 스트레스를 잊고, 잠시라도 나만의 퀘렌시아를 찾는다면, 이번 연휴에는 운봉 서어나무숲을 둘러봐도 좋을 듯하다.

  • 기획
  • 신기철
  • 2024.09.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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